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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Vietnam Dalat 달랏, 그 달달함에 대하여

    해외여행 | Vietnam Dalat 달랏, 그 달달함에 대하여

    Vietnam Dalat ‘달랏은 다르네’. 함께 여행했던 소설가 백영옥씨의 농담 같은 말이 계속 맴돈다. 선선한 공기, 언덕 위의 유럽풍 저택들, 울창한 소나무 숲과 푸른 호수. 이 모든 소소한 ‘풍경의 합’이 달랏이고, 그것은 베트남의 다른 어떤 곳과도 달랐다. 하지만 기자란 종족이 문제다. 덧셈 대신 소수분해를 하며 자꾸만 물었다. 달랏을 뭐라고 소개해야 하냐고. 역시 농담 같은 내 대답은 이렇다. 달랏은 달다고. 공기도 달고, 물고 달고. 낮도 밤도 달다고. 달랏 베트남의 람동Lam Dong성의 성도로 람 비엔Lam Vien고원의 해발 1,50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신혼 여행지로 ‘영원한 봄의 도시’, ‘작은 파리’, ‘꽃의 도시’ 등으로 불린다. 면적은 393.29km2, 인구는 2014년 기준, 약 30만명이다. 호치민 시내에서 약 300km 거리에 있으며 최근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이동 시간이 4~5시간으로 단축됐다. 영원한 봄의 도시를 발견하다 달랏으로 가는 길은 육지여야 한다고 했었다. 호치민에서 300km 정도니 먼 거리는 아니지만 포장도로가 없는 탓에 장장 6시간이 걸리는 오프로드 주행이라고. 특히 1,500m 고지로 올라가는 여정에서 커피를 볶는 고산부족도 만날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여정을 45분으로 줄여 주는 비행기를 선택한 탓에 ‘로드 무비’의 낭만은 날아갔다. 비행시간은 불과 50분.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공항에서의 첫 호흡은 푸른 빛이었다. 차갑고 맑았다. 1,500m 고지의 연중 평균 기온은 건기11~5월에 15℃, 우기6~10월에 22℃ 정도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악명 높은 베트남에서 에어컨 같은 도시다. 그래서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달랏 도심으로 가는 도로의 양쪽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솔숲이었다. 달랏은 남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땅이다. 잔가지가 없어서 키가 더 커 보이는 달랏의 소나무들은 대충 봐도 20m가 훌쩍 넘을 것 같았다. 달랏의 특별함에 먼저 주목한 것은 1858년부터 1954년까지 96년 동안 베트남을 침략했던 프랑스인들이었다. 베트남을 구성하는 54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랏Lat족과 마Ma족이 살고 있었던 달랏은 솔숲뿐 아니라 청정한 고원호수까지 품고 있는 살기 좋은 땅이다. 그 가치를 맨 처음 알아본 이는 루이 파스퇴르Pasteur의 제자이자 베트남 사람들이 존경하는 박테리아 학자였던 알렉산드르 예르신Alexandre Yersin이었다.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 식민지 총통의 명령으로 달랏은 휴양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07년 첫 번째 호텔이 지어지고 별장도 꾸준히 늘어나 1920년대에는 2,000여 채의 유럽풍 별장이 있었으며 인구도 크게 늘어났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달랏은 앞장서서 외국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투엔람 호수Tuyen Lam Lake 둘레로 리조트 단지가 조성되어 현재 37개의 리조트가 건설 중이다. 방문했던 에덴시 리조트는 일찍 공사를 마치고 운영 중인 3개의 리조트 중 하나였는데, 유럽 스타일의 가구, 명화 복제품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마치 유럽의 전원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반전은 이 호화 리조트들의 숙박료가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사실. 100달러 안팎이면 레이크뷰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꽃을 키우고, 수놓는 마음 유럽인들의 별장촌이 리조트로 바뀌는 동안 농가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원래 달랏은 유명한 커피 생산지 중 하나였다. 프랑스인들이 겨우 찾아낸, 호치민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와 포도 생산지가 달랏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커피농사를 지으며 작은 카페까지 운영하는 소수부족의 농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폭우로 도로가 무너져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사향고양이가 만들어내는 누왁커피의 인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사향족제비, 다람쥐 커피까지 등장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달랏의 커피농장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작물은 수익률이 더 높은 고랭지 채소와 화초다. 달랏의 서늘한 기온은 아열대 화초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 그래서 달랏은 ‘꽃의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달랏이 속한 람동성은 2005년부터 매년 12월10~18일 사이에 ‘달랏-꽃의 도시’라는 테마로 꽃 축제를 열고 있는데 이때 몰리는 인파가 10만여 명이나 된다고 했다. 도심의 인공호수인 ‘쓰언흐엉Xuan Huong·春香湖’의 주변을 밝히는 가로등의 디자인마저 꽃모양이다. 이 현상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1986년에 오픈한 달랏 꽃공원Dalat Flower Gardens이다. 고양꽃박람회를 연상케 하는 이 공원에는 장미, 베트남 토종 야생화, 네덜란드의 튤립, 일본 벚꽃 나무, 카멜리아 등 300여 종의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어서 평소에도 베트남 여행자, 특히 신혼여객들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베트남 전통 자수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꽃이다. 달랏에서 자수 갤러리 겸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XQ 빌리지XQ Historical Village에 가보면 자수로 그린 꽃들이 사진처럼 생생하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장신의 바느질로 완성된 인물, 풍경, 정물들은 볼수록 신기하다. 갤러리 곳곳에 테이블을 놓고 자수 시연을 하는 여인들이 있는데, 자꾸만 그 손끝을 쳐다보게 된다. XQ 빌리지는 베트남 전통 자수공예 교육센터를 운영하던 부부아내 Hoang Le Xuan와 남편 Vo Van Quan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1996년 달랏에 문을 열었다. 규모가 큰 전통 가옥 내부는 전시 공간과 휴식 공간 그리고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교육센터로 나뉘어 있었다. 작품 전시뿐 아니라 최고급 실크와 아오자이만을 골라서 판매하고, 전통음악 공연도 보여 주기 때문에 베트남의 전통과 문화를 한결 고급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오래전 기억의 얼룩들 랑비안Lang Biang산을 향해 가는 길에 눈을 의심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어’ 하고 외치는 한 일행의 손가락 끝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리니 차창 밖으로 얼룩말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 얼룩말이라니! 당황하여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가이드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칠한 거예요!’ 말하자면 보디페이팅이라는 것이다. 듣고도 잘 믿기지 않았던 가짜 얼룩말들을 무리로 다시 만난 것은 랑비앙산 입구에서였다. 산비탈에 세워진 랑비안 글자판 주변엔 얼룩무늬의 조랑말들과 카우보이로 분장한 마주들이 사진 모델을 자처하고 있었다. 랑비안은 유럽인들이 즐겨 찼던 사냥터였다는데 그들이 이 가짜 얼룩말을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좌석으로 개조한 지프차의 짐칸에 앉아 덜컹거리며 라다 정상Dinh Rada까지 올라가는 동안 반갑지 않은 안개가 마중을 나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이 짙어질수록, 안개도 그러했다. 그러하여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발아래 달랏은 사라지고 없었다. 끄랑K’Lang과 흐비앙Ho Bian으로 불린다는 2개의 봉우리는 물론이고 해발 2,167m 정상부의 봉우리(총 5개) 중 어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서로를 간절하게 갈구하는 끄랑과 흐비앙의 조각상 주변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둘은 전설의 주인공이다. 랏족 출신의 청년 끄랑과 찔족 출신의 처녀 흐비앙의 사랑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이다. 그들의 희생으로 두 부족이 화해하여 끄호족K’ho으로 합쳐졌다는 화해의 결말도 비슷하다. 고산부족의 아낙들이 노점에 베틀을 놓고 직접 만들어 파는 가방, 지갑, 머플러 등을 구경하다가 홀리듯 스카프 하나를 14만동VND 에 구입했다. 완성하는 데 3일이 걸렸고, 재료비만 10만동이란다. 어느 부분에 과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 돈으로 1만원도 안 되니 흥정 자체가 겸연쩍다. 그 베틀 하나로 3명의 자녀를 다 키웠다는 그녀는 모계사회의 가장이었다. 여자가 먼저 청혼을 하는데, 결혼 당시 그녀는 물소 2~3마리 가격에 해당했던 3,000만동(한화로 약 145만원)을 주고 남편을 데려왔다고 했다. 형제 여럿이 한 명의 아내와 살기도 하고, 상속권은 막내딸에게 돌아가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끝이 없지만 영업을 방해할까 조심스러워 곧 물러났다. 건축은 이야기를 전한다 얼룩말만큼이나 기이한 달랏의 또 다른 명물은 크레이지하우스Crazy House다(행야 게스트하우스Hang Nga Guesthouse로도 불린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도 울고 갈 것 같은 크레이지하우스는 무정형, 무규칙의 별난 주택이다. 촛농이 녹아내린 듯한 외관과 동굴 같은 내부의 건물들은 공중다리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안인가 싶으면 바깥이고, 1층인가 싶으면 2층이 되는 ‘크레이지’ 그 자체다. 이 집을 설계한 사람은 호치민 시절 최후의 수상을 역임했던 쩡찐Truong Chinh의 딸, 당 비엣 야Dang Viet Nga로 모스크바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그녀의 ‘잉여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크레이지하우스다. 1990년에 시작된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인데, 자금 조달을 위해 일반에게 개방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하고 있으니 하룻밤을 청해 보시라. 톡톡 뛰는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크레이지하우스가 건축적 명소라면 바오 다이 여름별장Bao Dai Summer Palace은 역사적 명소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Nga Yen의 마지막 왕인 바오 다이는 달랏에 3개의 별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일반에게 공개된 곳이 이 별장이다. 25개의 방이 달린 럭셔리한 별장은 행복한 삶의 무대가 아니었다. 바오 다이는 1945년 8월30일에 ‘식민지의 왕보다는 독립국가의 시민이 낫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왕좌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속세의 권력이 다 무슨 소용이랴. 300여 명의 승려들이 생활하는 티엔비엔쭉람Thien Vien Truc Lam·竹林禪院은 풍황산에 포근히 안겨 있었다. 1994년 완공된 젊은 절이지만 호치민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호치민의 대통령궁을 설계한 건축가 응오빗투Ngo Viet Thu의 또 다른 건축물로 유명하다. 케이블카가 절 입구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곳인데, 이념적 동맹국인 러시아의 관광객들이 특히 많았다. 사실 이 사원의 이미지는 시각이 아니라 청각에 더 각인되어 있다. 잠시 소나기를 피해 법당 마당에 서 있는 동안 어디선가 들려오던 맑은 울림. 그것은 여러 개의 소리통으로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풍경소리보다 아름다웠다. 달랏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작은 파리였고, 베트남인들에게는 가장 가고 싶은 휴양지였다면 내게는 끝이 없는 솔숲과 그 솔향을 품고 있는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이 연주하는 청아한 풍경소리로 기억되는 참 참신한 베트남이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 Dalat Flower Park 2 Phu Dong Thien Vuong St., Dalat, Lam Dong, Vietnam 7:30~16:00 +84 63 382 2151 XQ Historical Village 258 Mai Anh Dao, Dalat, Lam Dong, Vietnam +84 063 383 5265 www.xqhandembroidery.com Lang Biang 달랏 시내에서 12km 입장료 1만동VND, 지프차 1대 30만동VND 정상까지의 트레킹은 3~4시간이 소요된다. Hang Nga Guesthouse 3 Huynh Thuc Khang St., Ward 3, Dalat, Lam Dong, Vietnam 입장료 2만동VND 숙박료 싱글룸 34~47US$, 더블룸 47~84US$ Bao Dai Summer Palace Trieu Viet Boung St., Dalat, Lam Dong, Vietnam 7:00~11:00, 13:30~16:00 미화 1달러 입장시 신발에 봉지를 덧씌워야 한다. ▶travel info Airline 베트남으로 가는 빠른 길 베트남항공 달랏까지는 직항편이 없기에 호치민을 경유해야 한다. 베트남항공은 매일 인천과 부산에서 하노이 직항편을 띄우고 있다. 당일에 달랏으로 이동한다면 오후편(17:50)을 이용해야 하는데 호치민 공항에서 4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므로 시내로 나가서 마사지나 식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 달랏까지 비행기로 50분, 자동차로는 4~5시간이 소요된다. 스카이팀의 10번째 회원사인 베트남항공은 현재 스톱오버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하노이나 호치민 여행을 함께 계획해도 좋다. 02-757-8920 www.vietnamairlines.com shopping 달랏 나이트 바자 달랏 마켓은 밤에 피는 꽃이다. 낮에 운영하던 상점들이 문을 닫고 나면 노점들이 장을 펼치고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축제가 벌어진 듯 풍선 아줌마, 솜사탕 아저씨들까지 등장하고 매캐한 연기를 피워내는 포장마차와 간식 노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서늘한 기온 때문에 달랏에서는 니트 의류를 많이 판매하는데 인형들도 모두 니트원피스를 입고 있다. 랑팜L’ang Farm 달랏의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식료품을 파는 체인점이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달랏 커피.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달랏 외부 지역에서는 구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달랏 와인이나 주스, 또 다른 지역특산품인 달랏 딸기로 만든 쨈도 있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구마, 바나나 등을 먹기 좋게 건조시킨 간식거리도 최고다. www.langfarmdalat.com Golf 시원하게 나이스샷 달랏 팰리스 골프 클럽Dalat Palace Golf Club 프랑스 식민치하였던 1923년 달랏의 중심부에 오픈한 골프장으로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중 하나다. 정치적인 요인으로 이후 개장과 폐장을 반복했던 골프장은 1995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낡은 시설을 개보수한 뒤 베트남 최고의 골프장으로 다시 등극했다. 장기 골프 여행을 오는 한국인들도 많은데, 달랏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1도이니 베트남에서 골프를 치기 좋은 곳 중 하나다. 18홀 기준으로 그린피는 주중 220만동VND, 주말 250만동VND www.vietnamgolfresorts.com restaurants 보랏빛 만찬 탄투이 레스토랑Thanh Thuy Restaurant 쓰언흐엉 호숫가에 위치하여 풍경이, 특히 야경이 멋진 레스토랑. 보랏빛으로 통일한 실내 분위기는 모던한 느낌이다. 저녁에는 실내석보다 야외 테라스의 인기가 높으며 특히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현지 맥주를 곁들여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주문하면 된다. 02 Nguyen Thai Hoc St., Dalat, Lam Dong, Vietnam 063-353-1668 바람 부는 호숫가 물랑루즈 레스토랑Moulin Rouge Restaurant 쓰언흐엉 호숫가에서 눈에 띄는 풍차 건물을 찾으면 된다. 바로 옆에 있는 사이공달랏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주말이면 단체 손님만으로도 300석이 가득 차 버린다. 결혼식 피로연장으로도 사용되는데 가라오케, 당구장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02 Hoang Van Thu Street, Dalat, Lam Dong, Vietnam 6:00~22:00 +84 063 3556789 Hotel & Resort 호젓한 호수가의 유럽풍 별장 달랏 에덴시 레이크 리조트Dalat Edensee Lake Resort & Spa ‘베트남의 검은 숲’이라고 불리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투엔람 호수Tuyen Lam Lake가에 넓은 부지로 자리 잡고 있는 유럽풍 리조트다. 총 113개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10개의 미모사 빌라(총 40실), 12개의 자스민 빌라(총 48실), 6개의 카멜리아 빌라(총 24실), VIP 빌라로 구분되는데 모두 독립 빌라 형태다. 호젓한 휴식에도 좋지만 크고 작은 미팅룸과 극장까지 갖추고 있어 기업 연수에도 적당하다. Tuyen Lam Lake Zone VII.2 Dalat, Lam Dong, Vietnam +84 63 383 1515 www.dalatedensee.com 앤티크가 주는 편안함 아나 만다라 빌라 달랏 리조트Ana Mandara Villas Dalat Resort 달랏의 어느 언덕에 남아 있던 프랑스인들의 별장 17채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리며 개조한 5성급 리조트다. 건물이 지어진 1920~1930년대에 구입한 가구들은 이제 모두 100년을 바라보는 앤티크가 됐고 벽난로도 여전히 작동한다. 방마다 크기도 구조도 다르므로 객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지만 마치 휴양림 안으로 들어온 듯 숲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분위기다. 야외 수영장과 스파도 있다. Le Lai Street, Ward 5, Dalat, Lam Dong, Vietnam +84 63 3555 888 www.anamandara-resort.com 달랏 최고의 럭셔리 호텔 달랏 팰리스 럭셔리 호텔Dalat Palace Luxury Hotel 1922년 달랏의 인공호수 쓰언흐엉 옆에 세워진 호텔로 당시에는 ‘호텔 드 랑 비엔Hotel Du Lang Bian’, 혹은 ‘랑비엔 팰리스 호텔Lang Bian Palace Hotel’이라고 불렸었다. 개보수를 거쳐 1995년 재오픈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스타일의 건축물은 100년이 지나도록 달랏 최고 호텔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 43개의 딜럭스와 스위트룸으로 이뤄져 있으며 딜럭스를 기준으로 1박에 250달러 정도다. 12 Tran Phu St. Dalat, Lam Dong, Vietnam +84 63 3825 444 www.dalatresort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현대그룹 구조조정 막판 스퍼트

    현대상선의 해외 터미널 유동화로 자금난에 시달렸던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이 결승점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현대상선은 미국 내 컨테이너 터미널 두 곳을 유동화해 1억 40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조달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타코마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 두 곳의 지분을 유동화해 1억 4000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유동성을 확충한다는 것이 현대상선 측의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터미널 두 곳의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상선 미국법인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 인수 우선협상자로 미국 내 사모펀드 린지골드버그를 선정했다. 현대상선은 이달 안에 린지골드버그의 실사를 거쳐 올해 안에 본계약을 맺고 내년 1분기에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3조 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 가운데 2조 8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자구안의 85% 이상을 이행했고 현대증권 매각 등이 이뤄지면 자구안 이행은 모두 완료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매각을 맡은 산업은행은 오는 27일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한 본입찰을 추진해 올해 안에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어떻게 왔나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어떻게 왔나

    1929년 시작된 대공황기에도 각국의 경제는 10년 이내에 침체 국면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거론되던 일본 경제의 갑작스러운 부진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며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때마다 언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로지역에서 저물가와 저성장세가 지속되자 ‘유럽판 잃어버린 20년’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비슷한 산업구조 등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걸어온 길을 뒤따랐던 우리 경제도 최근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자 일본식 장기 불황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장기 불황의 원인을 알아야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지는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일본에서 장기 불황은 1980년대 후반 형성된 거품 붕괴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 들어 예금금리 자유화, 영업점 신설 규제 완화 등의 금융 자유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대기업이 자본과 회사채 발행을 늘림에 따라 수익원이 줄어든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이런 가운데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이 우려되자 일본은행은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1985년 1월 5%였던 정책금리를 1987년 2월까지 역대 최저 수준인 2.5%로 인하했다. 이와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기업들은 돈을 빌려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동시에 재테크에도 치중하면서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담보가치 상승 및 기업의 차입 여력 확대로 이어져 다시 자산가격이 오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품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 효율보다는 사업 규모 확대에 주력하는 외형 중시의 기업 경영 행태가 만연하게 됐다. 자산가격이 상승하자 가계도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빠르게 늘려 나갔다. 이 결과 주가와 땅값 모두 1987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990년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자산가격은 거품을 우려한 일본 정책 당국이 1989년 5월 이후 급격한 금융긴축을 단행하고 1990년 3월 들어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규제를 시행함에 따라 붕괴됐다. 1990년 초 거의 4만 선까지 올랐던 닛케이주가는 1990년 10월 절반으로 하락했고, 1992년에는 1만 5000으로 떨어졌다. 땅값 또한 1989~1992년 50% 이상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2005년까지 하락세가 매년 계속됐다. 장기 침체의 단초가 된 과정은 1980년대 후반 붐(boom)에 따른 거품(bubble)이 붕괴(bust)되는 ‘3B’로 설명될 수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하게 된 과정은 부실 부채 누적(debt) 및 이에 따른 기업과 은행들의 부채 및 대출 조정(deleveraging), 그리고 디플레이션(deflation) 등 ‘3D’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거품기의 활황이 기초경제여건 개선에 따른 현상인 것으로 오판한 기업들은 앞다퉈 돈을 빌려 사업 확장에 나서 과잉 설비와 함께 과잉 부채에 직면했다. 과도한 부채를 해소할 필요성이 높아진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채무 상환에 집중하면서 설비투자가 줄어들었고 가계소비도 자산가격 하락으로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위축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하락 및 경기부진 지속으로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게 된 금융기관이 민간대출을 줄임에 따라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제도 동반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1999년 들어서는 소비자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해 현재 소비를 미래로 미뤘고, 기업은 소비 위축으로 이윤이 줄어 투자 의욕을 잃게 되면서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일본 경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거품이 형성돼 경제가 기초체력 이상으로 성장할 경우 그 폐해는 매우 크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시 비슷한 거품 붕괴를 경험한 미국과 영국 등이 1~2년 이내에 회복기에 재진입한 것에 비춰 볼 때 일본의 장기 불황은 거품 붕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거품 붕괴로 초래된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돼 디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거품 붕괴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성공 신화에 매몰돼 과감한 구조조정 대신 거품을 초래한 기존 시스템에 안주한 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구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의 정책 당국은 경제가 공급과잉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노력 없이 1990년대 중반까지 공공투자 확대, 금리 인하 등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인 경기대응책만으로 일관해 불황의 조기 극복에 실패했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 및 사업을 정리하기보다는 공동 감산으로 대응하는 등 소극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1990년대 초반에 공적자금 투입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을 제때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도 부실 채권 문제를 심화시켰다. 경기부양책은 그 규모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부채가 지나치게 많아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보다는 부채 감축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잦은 경기부양책은 국가채무 누적으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재정 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기관은 거품 붕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경영 상태도 정상화돼 부실 부채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좀비 기업에 대출 상환을 연기하거나 추가 대출을 실시했다. 1995년 들어 심각성을 깨달은 금융기관이 신규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으나 뒤늦은 대응으로 부실 부채가 크게 누적돼 2000년대 중반까지 디레버리징을 진행해야 했다. 기업은 은행의 느슨한 신용심사 및 대출 확대 방침 속에서 긴박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생산설비 폐기 등의 생산성 제고 노력을 상당 기간 본격화하지 않아 과잉 상태가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됐다. 이 같은 좀비 기업의 지속 등으로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1990년대 중반부터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실효성 있는 구조개혁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장기 불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던 일본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와 대지진 여파로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과 함께 구조개혁이 주요 내용인 신성장전략을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실시 중이다.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일본 경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의 근저에는 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진입한 근본 원인이었던 구조개혁의 지연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지핀 불을 구조개혁으로 지속하지 못한다면 나랏빚만 늘어나는 등 일본 경제의 대외신뢰도가 하락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플라자합의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미국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시정하기 위해 합의한 내용이다. 이 모임에서 5개국은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외불균형 축소를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을 공조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 플라자합의 이후 2년 만에 엔화 가치는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자본과 부채로 구성된 보유자산 중 부채 비중을 줄이는 현상이다. 기업의 경우 기업소득을 투자(자산매입 등)에 쓰지 않고 부채 상환에 쓴다. 은행은 예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 등으로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은행의 디레버리징은 부채 감소보다는 보유자산(대출자산)을 축소(대출자산 회수)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디레버리징은 경제주체들이 자산가격 하락, 투자수익성 하락 등을 예상할 때 나타난다. 디레버리징이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하면 경기하락이 초래되고 이는 자산가격 및 투자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기도 한다.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Mr. 왕, 어디 가시죠?” “해외 상장하러 갑니다”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Mr. 왕, 어디 가시죠?” “해외 상장하러 갑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9시 30분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이날 주식을 상장, 첫 거래를 앞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Alibaba)그룹 마윈(馬雲·50) 이사회 주석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공모가(주당 68달러)가 책정됐지만 일반 거래를 위한 첫 매매가격 결정에 시간이 걸려 거래가 두 시간 정도 지연된 까닭이다. 하지만 공모가보다 24달러가 높은 92.70달러에 첫 거래가 시작되면서 마 주석의 얼굴에는 금세 화색이 돌았다. 매수 주문이 폭주하면서 주가는 한달음에 100달러 선에 바짝 근접하는 99.76달러(약 10만 7140원)까지 치솟았다. 오후 들어 ‘사자’세와 ‘팔자’세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주가는 공모가보다 38%나 높은 93.8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알리바바는 증권사들이 예측한 12개월 목표 주가(90달러)를 단숨에 깨뜨리는 ‘신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이날 거래주식 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13%(3억 2010만주)로 알리바바는 217억 7000만 달러(23조 3809억원·공모가 기준)를 벌어들였다. 마 주석은 “알리바바는 지난 15년 새 중국인 누구나 아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세계가 알리바바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조달과 해외시장 개척,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2014 중국 기업 해외 상장 백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중국판 트위터 시나웨이보(新浪微博), 중국 2위의 인터넷 보안업체 례바오(獵豹·치타)모바일, 중국 제2 온라인 쇼핑몰 징둥상청(京東商城), 중국 최대 IT교육업체 다네이커지(達內科技), 온라인 의료검진 서비스업체 아이캉궈빈(愛康國賓), 온라인 여행업체 투뉴뤼유(途牛旅游), 부동산 정보업체 러쥐(樂居), 최대 인터넷 화장품 쇼핑몰 쥐메이유핀(聚美優品) 등 10개 업체가 뉴욕 증시와 나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르 부다라푸 베이커앤드매킨지 글로벌증권부문 대표는 “중국 기업의 해외 IPO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자본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용도가 인수·합병(M&A)을 위해 필요한 ‘실탄’ 확보라는 시각이 있다. 징둥상청은 업계의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알리바바를 따라잡기 위해, 알리바바는 라이벌인 바이두(百度·Baidu)·텅쉰(騰訊·Tencent)과의 일전을 위해 미 증시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이들 3개 업체는 그동안 고유 영역을 고수하며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바이두는 검색 엔진,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텅쉰은 온라인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최강자이다. 최근 고유 성역은 깨지면서 서로 상대의 분야를 파고들려는 이들 3사 간에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텅쉰은 알리바바가 성공을 거둔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한 데 이어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에 전자상거래 기능을 얹어 알리바바에 포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검색업체 써우거우(搜狗) 지분을 인수해 바이두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바바는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優酷)의 지분을 인수하고 위챗의 대항마로 소셜 메신저 라이왕(來往)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바이두도 이에 질세라 중국 최대 오픈마켓인 주이우셴(91無線)과 소셜커머스 업체 누오미(糥米)를 인수해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현재 올해 말까지 미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은 인력채용 전문회사 즈롄자오핀(智聯招聘)과 공동구매 사이트 메이퇀(美團), 모바일 게임업체 추쿵커지(觸控科技) 등 30개 기업에 이른다고 관영통신 중국신문사 등이 보도했다. 2010년 36개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이름도 생소한 이들 기업은 SNS, 온라인 홈쇼핑, 온라인 화장품 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의 신생 인터넷 업체이다. 또 미 소셜커머스업체 옐프나 그루폰에 비견되는 중국 다중뎬핑(大衆點評), 데이트·채팅 앱 개발 업체인 모모(陌陌) 등도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뉴욕 증시 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는 빅데이터 업체인 촨양커지(傳?科技) 왕젠강(王建崗) 회장은 “미 증시 상장 추진은 자금 조달과 해외 진출이 주요 목적”이라며 “미 증시 상장을 계기로 현지 시장 개척에 나서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증시 상장 러시에 대해 중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13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알리바바라는 열매를 중국인들이 누리지 못하고 미국에 빼앗긴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관영 신화통신은 “알리바바에는 뉴욕 증시의 상장이 행복이겠지만 중국 A주(내국인 전용 증시)에는 매우 슬픈 일”이라며 “중국인들은 속절없이 알리바바가 바다 저편(미국)에 상륙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알리바바뿐 아니라 텅쉰, 바이두, 징둥상청 등 IT 대기업들이 해외 증시 상장을 택한 데 대해)‘집 안의 꽃이 집 밖으로 향기를 내뿜는’(墻內開花墻外香) 어색한 상황은 중국 증시에서 매우 익숙한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 사모펀드 분석기관 칭커쓰무퉁(靑科私募通)에 따르면 지난해 66개의 중국 기업이 해외 IPO를 통해 190억 1277만 달러(20조 419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추세는 올 상반기에도 지속돼 47개 기업이 해외 상장으로 100억 7709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같이 중국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떠나는 것은 국내 증시 상장에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증시 상장 제도가 등록제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허가제이다. 미국은 요건을 충족하면 상장을 허용하지만 중국은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모든 조건을 심사하고 허가한다. 상장할 때 본사를 중국 내에 설립하도록 요구한 규정도 걸림돌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외자유치 편의상 케이만군도 등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지주회사로 세워 이 회사가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형태여서 중국 증시 상장에 제약이 있는 탓이다. 중국은 IPO 때 보통주와 다른 권리를 가진 주식발행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마 주석의 경우 지분이 8.9%에 불과하다. 기업공개를 하면 마윈의 지분은 더욱 떨어지는 만큼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은 창업자가 특별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해 경영권을 방어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주가 하락을 이유로 2012년 IPO를 일절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도 해외 증시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khkim@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아시아 금융협력은 어떻게 전개돼 왔나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아시아 금융협력은 어떻게 전개돼 왔나

    아시아권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지역내 금융협력 체제를 마련했다.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통해 협력기금을 조성하고 아시아 채권시장육성방안(ABMI)을 통해 아시아권에도 번듯한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아시아 내 금융협력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더욱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최근 빨라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도 아시아 금융협력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로 제조업 육성과 국가기간시설 확충에 국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도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금융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취약했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개도국들은 미국과 유럽계 글로벌 금융회사의 투기적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는 자국 경제의 취약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다. 구제금융의 대가는 굴욕적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개도국들은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동시에 지역 차원에서 실질적인 금융협력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아시아 국가간 공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1998년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제안했다. AMF는 일본 주도하에 아시아 국가들이 최대 1000억 달러의 기금을 모아 금융위기에 빠진 역내국을 지원하자는 명분으로 고안됐다. 그러나 IMF를 이끌어 온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데다 일본의 주도권 확대를 경계한 중국도 반대함에 따라 일본의 AMF 구상은 좌절됐다. 비록 AMF는 좌절됐지만 아시아국들은 ASEAN+3(한·중·일과 ASEAN 1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지역 금융협력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런 노력은 금융협력기금 설치와 채권시장육성 방안 마련으로 구체화됐다. ASEAN+3 회원국들은 2001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5개국(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이의 양국간 통화교환협정, 즉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구축해 2008년까지 870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간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초기 CMI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발을 계기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CMI가 국가 간 개별 계약에 머물러 법적 강제력이 미약했고 스왑계약 규모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외환부족에 시달리던 회원국들이 CMI 협정에 의한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CMI 체제의 한계는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ASEAN+3 회원국들은 2009년 CMI 참여국을 13개 회원국 전체로 확대하고 기금규모도 1200억 달러로 늘리는 한편 단일기금계약 형태의 공동의사결정제도 채택 등을 통해 초기 CMI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CMI다자화(CMIM)에 합의했다. 2014년부터는 CMIM 기금 규모를 2400억 달러로 늘려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아시아 채권시장의 사정도 녹록지 않았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탓에 역내 채권시장 발전은 상당히 더뎠다. 그 결과 역내에서 조성된 잉여저축이 역내 채권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이 잘 발달된 선진국 채권시장에 투자돼 왔다. 이로 인해 아시아 기업들은 잉여자금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선진국 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외화표시 역외 단기 차입과 국내통화표시 역내 장기 대출의 만기불일치와 통화불일치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불일치 문제를 일으켰다. 이는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한 국가들의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내 채권시장 육성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런 공감대하에 2003년 5월 ASEAN+3 재무장관회의는 역내 저축을 역내 투자로 연결시키는 선순환구조 마련을 목표로 아시아채권시장육성방안(ABMI)에 합의했다. ABMI를 통해 회원국들은 역내 채권시장에서 회원국 통화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촉진하는 한편 역내 채권시장의 규제를 정비하고 기초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을 위한 노력은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계속됐다. 아태지역 경제협의기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회원국 간 펀드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자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등의 금융협력 과제를 논의 중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역내 개도국의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공공·민간자본의 역내 투자를 촉진하는 등 금융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역내 중앙은행 차원의 협력도 강화돼 왔다. ‘동남아중앙은행기구’(SEACEN)는 19개 회원 중앙은행 간 교육·연수 및 조사연구를 통한 금융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동아시아태평양중앙은행기구(EMEAP)도 11개 회원 중앙은행 공동으로 ‘아시아채권펀드’를 운용하여 역내 채권시장 육성에 힘을 보태 왔고, 중앙은행 간 역내 금융위기 관리체제를 마련해 중앙은행간 협력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의 22%이고 한·중·일 외환보유액 합계는 5조 6000억 달러인 거대 경제권이다. 또한 CMIM 기금의 80%를 한·중·일이 부담하면서 역내 금융협력 이슈를 사실상 이끌어 왔다. 한·중·일은 미래 성장둔화 가능성과 고령화 및 재정부담 가중 등 공통의 문제까지도 함께 고민 중임을 감안하면, 3국 간 협력 강화가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를 더욱 긴밀히 연결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가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는 점도 아시아 금융협력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위안화는 결제통화로서 무역결제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홍콩을 중심으로 위안화 역외시장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23개국 중앙은행과 2조 6000억 위안 규모의 국가간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했으며 런던, 프랑크푸르트,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국제금융도시 간의 위안화 허브 유치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하면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도 위안화는 무역결제와 투자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 강화 차원에서도 무역거래비용을 줄이고 결제통화 선택폭을 넓히는 한편 역내 투자와 교역도 활성화시키는 등의 위안화 국제화 순기능은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세계 2위로 성장한 중국 경제와 위안화의 대외 영향력 확대는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역내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역내 다른 통화의 약세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위안화 국제화가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측면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역내국들은 그동안 쌓아온 금융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각국의 금융 경쟁력 강화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지영 한은 조사국 전문부국장 [쏙쏙 경제용어] ■국가간 통화스와프협정 양국 간 자국 통화와 상대국 통화를 맞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금융위기 등으로 외환이 필요한 국가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외국 통화를 단기 차입하는 형태의 중앙은행 간 신용계약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협정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특히 2008년 10월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협정은 두 차례 연장된 다음 2010년 2월 종료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9월말 현재 중국(560억 달러) 등 5개국과 807억 달러의 자국통화표시 스와프계약이, CMIM(384억 달러) 및 일본(100억 달러)과 484억 달러의 미달러화 표시 스와프계약이 체결돼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적을 만들다(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펴냄)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저명한 기호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0여년 동안 강연과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한 글들을 모았다. 각각 독립적인 주제와 내용, 접근 방식, 경험과 지식을 담은 14편의 칼럼들로 엮었다. 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칼럼인 ‘적을 만들다’는 볼로냐대의 고전 모임에서 발표한 글로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기제를 풍부한 역사적 예화를 통해 드러내 보인다. ‘절대와 상대’에서 에코는 여러 언술과 지식사적 예시를 통해 왜 절대적 지식이 존재할 수 없는지를 논증한다. 이외에도 ‘불’에 대해 천착한 ‘불꽃의 아름다움’, 교회의 보물에 대해 쓴 ‘보물찾기’, 미식의 기쁨 등을 다룬 ‘들끓는 기쁨’, ‘오, 빅토르 위고! 과잉의 시학’, ‘검열과 침묵’, ‘상상천문학’ 등을 담고 있다. 방대하고 광범위한 지식의 취합과 치밀한 사유로 엮어 내는 글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320쪽. 1만 7000원. 사찰의 비밀(자현 지음, 담앤북스 펴냄) 절에 있는 탑은 세로로는 반드시 홀수, 가로로는 반드시 짝수로 세운다. 3층, 5층, 9층, 13층 석탑은 있지만 4층, 6층, 8층은 없다. 옆면의 경우 4각, 8각은 있지만 5각, 7각은 없다. 불보살을 모신 전각의 기둥은 둥글지만 스님의 처소나 후원은 네모 기둥을 세운다. 전각 안에는 왜 동물 조각과 그림이 많을까. 사찰에는 전각이나 불상, 탑, 석등, 심지어 마당 한구석의 주춧돌이나 기왓장까지 의미 없이 그냥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인도에서 출발한 불교를 씨줄로, 이 땅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신선사상이나 민속신앙 등을 날줄로 삼아 역사와 문화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사찰에 숨겨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동서양 철학과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까지 아우르는 솜씨에서 불교학과 미술사, 동양철학, 역사, 교육학을 공부하고 3개의 박사 학위를 지닌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304쪽. 1만 7000원.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니컬러스 에플르 지음, 박인균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마음 읽기가 무엇이며 또 우리가 왜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물론 마음이라는 책을 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시카고대 경영대학원 행동과학 교수인 저자는 일반적 상담 사례가 아닌 실제 사회문제들을 사례로 마음의 책을 펼치는 방법을 차근차근 쉽고 재미있게 알려 준다.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큰 능력 중 하나인 육감, 표정이나 행동 읽기 등 기존에 알려진 방법들을 소개한 뒤 그 방법들의 오류를 실험 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대며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알고 있는 것은 충격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데서 모든 오해와 상처가 시작된다면서 ‘왜 사람의 마음을 잘못 읽게 되는지’와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들과 실험을 통해 보여 준다. 335쪽. 1만 4000원. 금융강국 신기루(김학렬 지음, 학민사 펴냄) 역대 정부가 표방한 ‘금융강국’의 기치에 대한 역사적·실증적 고찰이다. 외국 금융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는 한편 한국투자공사(KIC)가 메릴린치 지분 투자에 나섰다가 10억 달러 가까이를 날려 버리는 등 여러 정책적 실패 사례가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조급하고 무리한 일련의 정책 추진은 국내 은행들로 하여금 취약한 자금조달 및 비정상적 자금 구조를 갖게 만들었으며,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도록 했다고 비판한다. 30년 이상 한국은행에서 재직한 저자의 실무 경험, 대학 강단의 경험 등을 녹여내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금융 얘기임에도 쉽게 풀어 써 누구나 이해하도록 했다. 416쪽. 1만 9000원.
  • [씨줄날줄] 알리바바/문소영 논설위원

    세계 명작동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알리바바는 우연히 도적들이 금은보화를 숨겨놓은 마법의 동굴을 여는 주문을 알게 됐다. ‘열려라 참깨’다. 알리바바가 부자가 됐다. 암호를 풀어버린 덕분이다. 이 동화는 프랑스의 외교관 앙투안 갈랑이 콘스탄티노플에 부임한 뒤 입수한 책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1703년 프랑스어로 번역해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알리바바 이야기는 원본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갈랑이 원본에 없는 ‘신밧드의 모험’과 ‘알라딘과 이상한 램프’등과 함께 번역본에 추가한 것이다. ‘갈랑판 아라비안나이트’가 나온 지 311년이 지난 지금, 유럽인은 물론 아시아인도 알리바바나, 알라딘, 신밧드를 빼놓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상상할 수 없다. 중국 최대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공모가 68달러에 기업공개를 해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경쟁자인 아마존을 뛰어넘었다. 218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미국 증시 사상 최대규모의 기업공개였다. 그 다음날이 더 놀랍다. 첫거래가 있었던 19일에 알리바바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38.07%가 오른 93.8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2300억 달러로 구글(401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인터넷 기업이 됐다. 단숨에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큰 기업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덕분에 1999년 알리바바를 세운 창업주 마윈(잭 마)과 2000년 선견지명을 가지고 투자한 재일교포 기업가 손정의는 각각 중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갑부로 등극했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매출이 86억 달러로 아마존의 8분의1수준인 탓에 거품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생계형 직장인에게 세계적인 머니게임은 관심 밖이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에 던지는 충격과 교훈은 크다. 한국에 벤처 거품이 형성되던 2000년대 뉴욕주식시장을 겨냥해 기업공개를 했거나 하려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 그런 ‘기업가 정신’은 사라졌다. 정책금융을 탐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 경영에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원조 ‘싸이월드’는 작아지는 사이 미국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정부가 사이버여론을 통제할 의도로 검찰을 동원해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등의 감시를 강화하면 ‘인터넷 망명객’은 더 늘어난다. 검색은 구글이나 야후에, 메신저는 왓츠앱, 위챗, 바이버에 다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열려라 참깨’의 코드를 장착한 알리바바가 쉽고 빠른 전자결제인 알리패이까지 몰고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IT기업은 고사할 수도 있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IS 격퇴’ 나서는 미국, 어떤 군사 전력 투입할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IS 격퇴’ 나서는 미국, 어떤 군사 전력 투입할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심 끝에 IS(Islamic State) 격퇴를 위한 공습 지역을 시리아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IS의 주요 활동 무대인 이라크 지역뿐만 아니라 최근 IS의 무기 보급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시리아 지역까지 타격해 IS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나 계속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에 지상군 투입은 배제하고 공습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이 전략이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후 떡고물 적고 보복 우려...참여국들 ‘미적’ 이 때문에 미국은 국제사회에 테러집단에 대응할 다국적군 구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IS 격퇴전략에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38개국에 이르지만, 과연 이들 국가들 가운데 실제로 병력과 장비를 파견할 나라는 많지 않아 보인다. 비용도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IS를 격퇴한다고 하더라도 전후에 챙길 수 있는 이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했던 국가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과 석유 개발권 등의 이권을 챙겼지만, 이번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건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생 정부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떡고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테러 훈련을 받은 IS 조직원이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각 지역에 침투한 정황들이 알려지면서 IS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 행동을 벌일 경우 IS로부터 보복 테러를 당할 우려도 각국 정부가 군사 행동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국 영국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 강대국과 주변국들이 함께 군사 행동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결국 IS에 대한 군사적 응징은 미국과 영국이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떤 전력이 투입되나 이라크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됐던 공습이 시리아까지 확대되면서 미국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IS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번 군사 행동은 항공기와 미사일, 무인항공기 등이 투입된 공습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선봉에 나선 것은 원자력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USS George H.W. Bush) 항공모함타격전단이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Carrier Strike Group)과 바탄(USS Bataan) 상륙준비전단(Amphibious Ready Group) 등이 전개해 있다.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은 항모 외에도 이지스 순양함인 필리핀 시(USS Philippine Sea)와 이지스 구축함인 루즈베트(USS Roosevelt)함이 배속되어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이지스 구축함 오케인(USS O’kane)과 알레이버크(USS Arleigh Burke)가 대기중이다. 바탄 상륙준비전단에는 4만톤급 강습상륙함 바탄과 1만 6,000톤급 상륙함인 건스톤 홀(USS Gunston Hall)이 편성되어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에는 제8항공모함비행단이 배속되었다. 이 비행단은 F/A-18E/F과 F/A-18C 전투기공격기 4개 비행대와 E-2C 조기경보기, EA-18G 전자전기와 MH-60R/S 등 8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항모에 탑재되어 작전중인 3개 비행대 약 50~60여대 가량이 공습작전에 투입되어 지난달 말까지 94회 이상의 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은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순 칼 빈슨(USS Carl Vinson) 항모타격전단을 샌디에고(San Diego) 해군기지에서 출동시켰다. 조지 H.W. 부시 전단이 칼 빈슨 전단과 교대하지 않고 작전을 계속한다면 IS 공습작전에 투입된 항공모함은 2척이 된다. 페르시아만뿐만 아니라 지중해에서도 공격이 준비중이다. 미 해군은 지중해를 담당하는 제6함대에서 이지스 구축함 콜(USS Cole)을 출동시켜 시리아 인근 해상에 대기시켰다. 이 구축함은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을 탑재해 시리아 내 IS 거점에 대한 타격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부터의 공격 이외에도 인접국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IS 주 활동무대인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 동부 지역과 가장 가까운 터키 인지를릭(Incirlik) 공군기지는 물론 남쪽의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Ali Al Salem) 공군기지, 바레인의 샤이크 이사(Shaikh Isa) 공군기지,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 다프라(Al Dafrah) 공군기지 등이 주요 출격 거점으로 꼽힌다. 중동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국과 영국이 즐겨 사용했던 공군기지는 이지를릭 기지와 알 우데이드, 알 다프라 기지다. 이지를릭 기지는 터키 공군기지이지만, 미 공군 전력이 수시로 전개되는 기지인 만큼 각종 지원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이 기지에는 미 공군의 F-16C/D 전투기가 종종 전개되고 관련 정비시설도 갖춘 만큼, 군사 행동이 개시되면 이 기지에 미 본토 또는 유럽공군에서 F-16 전투기가 전진 배치될 것이다. 알 우데이드 기지는 미 해병항공대의 지원 및 정비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F/A-18 전투기와 AV-8B 전투기의 출격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알 다프라 기지에는 U-2S와 RQ-4 정찰기, E-3B 조기경보기와 KC-10A 공중급유기 등을 갖추고 아랍 전역에 대한 감시 정찰과 지원 임무를 맡은 미 공군 제380항공원정비행단이 주둔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에 대한 지원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습 지역과 가까운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기지와 바레인의 샤이크 이샤 공군기지는 물망에는 오르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기지에 미 공군이 배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알리 알 살렘 기지에는 쿠웨이트 공군의 전투비행대대가 배치되어 있고, 샤이크 이샤 기지 역시 1개 비행단 규모의 바레인왕립공군 전력이 주둔한 기지이기 때문에 미 공군 전투기를 수용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미 공군이 전투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출격 거점은 터키의 이지를릭 기지와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 쿠웨이트의 알 다프라 기지 등이 유력하며, 이들 기지의 수용 능력을 고려했을 때 최대 100여대의 전투기가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투입된 2개 항모전단의 항공전력까지 포함하면 미국이 이 지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투기 전력은 최대 200여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5조 비용부터 막막...회의적 시각 많아 오바마 대통령이 IS 반군에 대한 격퇴 전략을 발표하고 항모 전단까지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미군이 대대적인 IS 공습 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조짐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공습 작전을 개시할 거점에 대한 보도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기지에 미 공군 전력이 추가로 전개되었거나 본토 혹은 주변국에서 이동 배치될 조짐이 보인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IS에 맞선 미국의 군사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고, 워싱턴 정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격퇴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우선 예산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IS 격퇴를 위한 군사적 조치를 위해 50억(약 5조 1,250억 원) 달러의 대테러협력기금(Counter-Terrorism Partnership Fund)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극심한 재정위기 속에 기존의 예산마저 감축하는 마당에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거금을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다. 지상군 투입이 배제된 상황에서 공습만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IS는 민간인 속에 섞여 있고, 이들에 대한 공습은 아무리 정밀하더라도 민간인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구상의 핵심은 미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이 IS에 대한 공습을 벌이고, 지상 작전은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가 맡는 것이지만, 지난 1년간 충분히 증명된 것처럼 이들의 작전 수행능력은 형편없다 못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라크 정부군은 IS 반군에 비해 수십 배의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바그다드가 함락될 위기까지 몰렸었다. 결국 바그다드를 지킨 것은 이라크 정부군이 아니라 이란이 파견한 원정여단이었다. 이라크는 지금도 각종 첨단 장비를 구입하며 IS 격퇴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오합지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군 등 지상작전도 오합지졸 재앙수준 시리아 정부군 역시 골칫거리다. 이들은 수년간의 내전으로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고, 아사드(Bashar Al Assad) 정권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무기 금수조치로 인해 상당기간 제대로 된 무기를 공급받지 못해 동부 지역에서 IS 반군의 공세에 연일 패전을 거듭하며 동부 지역 핵심 공군기지 3개소 모두를 IS 반군에게 빼앗긴 상태다. 문제는 오랜 내전과 서방의 봉쇄로 악에 받친 시리아 정부군이 IS 반군과 싸우면서 미국에게도 적대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결정은 시리아 정부의 공식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국제법적으로 논란이 야기될 수 있고, 터키와 지중해를 통해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 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선 미군 항공기를 시리아 정부군이 요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은 서부 지중해 연안지역과 터키 국경 인접지역에 고성능 방공무기인 판치르(Pantsir-S1)와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인 바스티온(Bastion) 체계를 배치해 놓고 있어 지중해의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공격하거나 이들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다. 그나마 나은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Peshmerga)는 9월말까지 독일로부터 상당한 양의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오래 전부터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본격적인 군대라기보다는 거주지역 주변을 보호하기 위한 민병조직이기 때문에 자위적 차원을 넘어서는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38개 국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IS와 같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팔짱을 끼고 한 발 물러났으며,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역시 서방이 중심이 되어 이슬람 운동을 벌이고 있는 IS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터키는 쿠르드족과의 오래 묵은 갈등 때문에 이들에 협력하는 데 회의적이다. 이처럼 안팎으로 밝지 않은 상황들은 고심 끝에 심판의 칼을 뽑아들 것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과연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씨줄날줄] IT·가전 新열국지/정기홍 논설위원

    중국인을 말할 때 어떤 제품이라도 금세 ‘짝퉁’을 만들고, 다리가 달린 건 책상다리를 빼곤 다 먹는다고 한다. 인식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들만의 기질이고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며칠 새 세계 IT·가전 시장에 불어닥친 중국의 공세가 새삼 이 말을 되새기게 한다. 4년밖에 안 된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를 누른 데 이어, 어제는 레노버가 세계 저가(100달러 이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눌렀다는 소식이다. 삼성과 애플의 구도를 흔든 것이다. 가전 부문에서도 며칠 전 중국의 TCL이 독일 세계 전자전시회에서 가장 큰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를 내놓았다. 가전 시장 1, 2위를 달리는 삼성과 LG는 “전시회에 신제품을 내놓으면 기술을 베껴가기에 안 내놓는다”며 애써 눈길을 피했지만 사뭇 긴장케 한 ‘사건’임은 분명했다. 삼성과 맞수인 애플의 변신도 비슷했다. 그제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에는 삼성과 LG의 주력 제품인 큰 화면을 적용해 “스마트폰은 한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유언을 버렸다. 애플은 삼성이 주도해온 웨어러블 기기(입는 기기) 시장에서도 손목시계형 ‘애플워치’로 출사표를 던졌다. ‘차이플(차이나와 애플 합성어) 충격’이란 말까지 생겼다.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한 중국의 공세에 세계 IT·가전시장은 솥발과 같은 정립(鼎立) 구도가 된 상태다. 한국의 삼성·LG와 미국 애플과 구글, 중국의 레노버·화웨이·샤오미 등이 대표 주자다. 삼성과 애플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던 중국의 변신이 무섭게 다가선 상태다. 샤오미의 성공은 더 와 닿는다. 하드웨어인 부품은 대만 등지에서 조달하고 소프트웨어에 치중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중국에서 가열된 업체 간의 경쟁은 2~3년 안에 지금의 지형을 흔들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가전이 현재 시장이라면, 웨어러블은 가시권에 들어선 시장이다.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의 보완제가 될지, 대체제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업체의 경쟁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차이로 대별하는 시대도 지나고 있다. 아이폰은 2007년 세상에 나왔다. IT의 10년 주기설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아도, 신기술은 사용 한도를 넘긴 기술의 자리를 메우는 게 된다. MP3플레이어, 필름과 같이 잘나가던 기술과 서비스가 한순간 사라진 경우는 많다. 아이폰6에 모바일 결제가 탑재되고 애플워치가 공개되자, 온라인 결제업체인 이베이와 페이팔의 주가가 휘청하고 시계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 업체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얹은 ‘종합 IT·가전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때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IS 심판’에 나서는 다국적군, 그 전력은?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IS 심판’에 나서는 다국적군, 그 전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심 끝에 IS(Islamic State) 격퇴를 위한 공습 지역을 시리아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IS의 주요 활동 무대인 이라크 지역뿐만 아니라 최근 IS의 무기 보급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시리아 지역까지 타격해 IS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나 계속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악몽 때문에 지상군 투입은 배제하고 공습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이 전략이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후 떡고물 적고 보복 우려...참여국들 ‘미적’- 이 때문에 미국은 국제사회에 테러집단에 대응할 다국적군 구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IS 격퇴전략에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38개국에 이르지만, 과연 이들 국가들 가운데 실제로 병력과 장비를 파견할 나라는 많지 않아 보인다. 비용도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IS를 격퇴한다고 하더라도 전후에 챙길 수 있는 이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기치 아래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했던 국가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과 석유 개발권 등의 이권을 챙겼지만, 이번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건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생 정부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떡고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테러 훈련을 받은 IS 조직원이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각 지역에 침투한 정황들이 알려지면서 IS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 행동을 벌일 경우 IS로부터 보복 테러를 당할 우려도 각국 정부가 군사 행동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국 영국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 등 주요 강대국과 주변국들이 함께 군사 행동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결국 IS에 대한 군사적 응징은 미국과 영국이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떤 전력이 투입되나- 이라크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됐던 공습이 시리아까지 확대되면서 미국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IS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번 군사 행동은 항공기와 미사일, 무인항공기 등이 투입된 공습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선봉에 나선 것은 원자력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USS George H.W. Bush) 항공모함타격전단이다. 현재 페르시아만에는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Carrier Strike Group)과 바탄(USS Bataan) 상륙준비전단(Amphibious Ready Group) 등이 전개해 있다.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은 항모 외에도 이지스 순양함인 필리핀 시(USS Philippine Sea)와 이지스 구축함인 루즈베트(USS Roosevelt)함이 배속되어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이지스 구축함 오케인(USS O’kane)과 알레이버크(USS Arleigh Burke)가 대기중이다. 바탄 상륙준비전단에는 4만톤급 강습상륙함 바탄과 1만 6,000톤급 상륙함인 건스톤 홀(USS Gunston Hall)이 편성되어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에는 제8항공모함비행단이 배속되었다. 이 비행단은 F/A-18E/F과 F/A-18C 전투기공격기 4개 비행대와 E-2C 조기경보기, EA-18G 전자전기와 MH-60R/S 등 8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항모에 탑재되어 작전중인 3개 비행대 약 50~60여대 가량이 공습작전에 투입되어 지난달 말까지 94회 이상의 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은 조지 H.W 부시 항모타격전단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순 칼 빈슨(USS Carl Vinson) 항모타격전단을 샌디에고(San Diego) 해군기지에서 출동시켰다. 조지 H.W. 부시 전단이 칼 빈슨 전단과 교대하지 않고 작전을 계속한다면 IS 공습작전에 투입된 항공모함은 2척이 된다. 페르시아만뿐만 아니라 지중해에서도 공격이 준비중이다. 미 해군은 지중해를 담당하는 제6함대에서 이지스 구축함 콜(USS Cole)을 출동시켜 시리아 인근 해상에 대기시켰다. 이 구축함은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을 탑재해 시리아 내 IS 거점에 대한 타격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부터의 공격 이외에도 인접국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IS 주 활동무대인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 동부 지역과 가장 가까운 터키 인지를릭(Incirlik) 공군기지는 물론 남쪽의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Ali Al Salem) 공군기지, 바레인의 샤이크 이사(Shaikh Isa) 공군기지,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 다프라(Al Dafrah) 공군기지 등이 주요 출격 거점으로 꼽힌다. 중동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국과 영국이 즐겨 사용했던 공군기지는 이지를릭 기지와 알 우데이드, 알 다프라 기지다. 이지를릭 기지는 터키 공군기지이지만, 미 공군 전력이 수시로 전개되는 기지인 만큼 각종 지원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이 기지에는 미 공군의 F-16C/D 전투기가 종종 전개되고 관련 정비시설도 갖춘 만큼, 군사 행동이 개시되면 이 기지에 미 본토 또는 유럽공군에서 F-16 전투기가 전진 배치될 것이다. 알 우데이드 기지는 미 해병항공대의 지원 및 정비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F/A-18 전투기와 AV-8B 전투기의 출격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알 다프라 기지에는 U-2S와 RQ-4 정찰기, E-3B 조기경보기와 KC-10A 공중급유기 등을 갖추고 아랍 전역에 대한 감시 정찰과 지원 임무를 맡은 미 공군 제380항공원정비행단이 주둔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지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에 대한 지원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습 지역과 가까운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기지와 바레인의 샤이크 이샤 공군기지는 물망에는 오르고 있으나, 실제로 이 기지에 미 공군이 배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알리 알 살렘 기지에는 쿠웨이트 공군의 전투비행대대가 배치되어 있고, 샤이크 이샤 기지 역시 1개 비행단 규모의 바레인왕립공군 전력이 주둔한 기지이기 때문에 미 공군 전투기를 수용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미 공군이 전투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출격 거점은 터키의 이지를릭 기지와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 쿠웨이트의 알 다프라 기지 등이 유력하며, 이들 기지의 수용 능력을 고려했을 때 최대 100여대의 전투기가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투입된 2개 항모전단의 항공전력까지 포함하면 미국이 이 지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투기 전력은 최대 200여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5조 비용부터 막막...회의적 시각 많아- 오바마 대통령이 IS 반군에 대한 격퇴 전략을 발표하고 항모 전단까지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미군이 대대적인 IS 공습 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조짐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공습 작전을 개시할 거점에 대한 보도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기지에 미 공군 전력이 추가로 전개되었거나 본토 혹은 주변국에서 이동 배치될 조짐이 보인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IS에 맞선 미국의 군사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고, 워싱턴 정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격퇴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우선 예산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IS 격퇴를 위한 군사적 조치를 위해 50억(약 5조 1,250억 원) 달러의 대테러협력기금(Counter-Terrorism Partnership Fund)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극심한 재정위기 속에 기존의 예산마저 감축하는 마당에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거금을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다. 지상군 투입이 배제된 상황에서 공습만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IS는 민간인 속에 섞여 있고, 이들에 대한 공습은 아무리 정밀하더라도 민간인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구상의 핵심은 미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이 IS에 대한 공습을 벌이고, 지상 작전은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가 맡는 것이지만, 지난 1년간 충분히 증명된 것처럼 이들의 작전 수행능력은 형편없다 못해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라크 정부군은 IS 반군에 비해 수십 배의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바그다드가 함락될 위기까지 몰렸었다. 결국 바그다드를 지킨 것은 이라크 정부군이 아니라 이란이 파견한 원정여단이었다. 이라크는 지금도 각종 첨단 장비를 구입하며 IS 격퇴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오합지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군 등 지상작전도 오합지졸 재앙수준- 시리아 정부군 역시 골칫거리다. 이들은 수년간의 내전으로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고, 아사드(Bashar Al Assad) 정권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무기 금수조치로 인해 상당기간 제대로 된 무기를 공급받지 못해 동부 지역에서 IS 반군의 공세에 연일 패전을 거듭하며 동부 지역 핵심 공군기지 3개소 모두를 IS 반군에게 빼앗긴 상태다. 문제는 오랜 내전과 서방의 봉쇄로 악에 받친 시리아 정부군이 IS 반군과 싸우면서 미국에게도 적대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다.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결정은 시리아 정부의 공식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국제법적으로 논란이 야기될 수 있고, 터키와 지중해를 통해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부 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선 미군 항공기를 시리아 정부군이 요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리아 정부군은 서부 지중해 연안지역과 터키 국경 인접지역에 고성능 방공무기인 판치르(Pantsir-S1)와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인 바스티온(Bastion) 체계를 배치해 놓고 있어 지중해의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공격하거나 이들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다. 그나마 나은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는 쿠르드 자치정부 민병대(Peshmerga)는 9월말까지 독일로부터 상당한 양의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오래 전부터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본격적인 군대라기보다는 거주지역 주변을 보호하기 위한 민병조직이기 때문에 자위적 차원을 넘어서는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38개 국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IS와 같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팔짱을 끼고 한 발 물러났으며,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역시 서방이 중심이 되어 이슬람 운동을 벌이고 있는 IS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대 여론이 거세다. 터키는 쿠르드족과의 오래 묵은 갈등 때문에 이들에 협력하는 데 회의적이다. 이처럼 안팎으로 밝지 않은 상황들은 고심 끝에 심판의 칼을 뽑아들 것을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과연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국가 간의 지급결제는 어떻게 이뤄지나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국가 간의 지급결제는 어떻게 이뤄지나

    금융기관의 외환거래, 기업의 수출입 및 해외투자, 개인들의 해외여행 중 신용카드 사용, 유학경비 송금,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의 물품 구입 등은 모두 국가 간 지급결제를 일으킨다. 개인이나 기업 등의 경제활동에 따른 자금 이전이 여러 국가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지급결제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지급결제시스템과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국가 간 지급결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 국민이 갖고 있는 돈(자국 통화)을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그 나라 돈(외국 통화)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국 통화는 금융기관을 통해 바꾸거나 외환시장에서 사들여서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통화를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각국 통화가 실제로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외국에 있는 상대방에게 그 나라 통화를 전달하는 외화송금은 전통적으로 환거래은행을 통해 이뤄져 왔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에 위치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이용해 송금업무 등을 한다. 이런 외국은행을 환거래은행이라고 한다. 해외 가족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는 기러기 아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기러기 아빠는 국내 은행에 송금을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은행은 자녀가 살고 있는 외국의 환거래은행에 자녀의 계좌로 돈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면 외국의 환거래은행은 자금을 보내고 이체했다고 통보를 한다. 이런 메시지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통해 표준화된 형태로 유통된다. 이 방식을 이용해 해외송금을 하려면 돈을 받는 사람이 외국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또 메시지 전송 및 거래확인 절차가 외국과의 시차로 인해 최장 3일이 걸릴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송금을 주요 업무로 하는 웨스턴유니언, 머니그램 등 송금전문업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은행, 우편취급소, 역 등 지정된 장소에 설치된 점포에서 좀 더 빠르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송금전문업체 본점과 해외 점포망 간 자금정산은 환거래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일방적인 송금거래와 달리 외환매매에 따른 자금결제는 사들인 통화(매입통화)를 받고 팔아버린 통화(매도통화)는 줘야 하므로 더욱 복잡하다.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환거래은행 방식으로 결제할 경우 국가 간 시차로 인해 매도통화는 이미 줬는데 매입통화는 거래 상대방의 파산 등으로 받지 못하는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이 미국 뉴욕에 있는 외국은행과 원화를 팔고 미 달러화를 사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치자. 우리나라 은행이 결제일에 원화 송금을 끝내고 이를 오후 5시에 통지한다면 뉴욕은 새벽 3시가 된다. 따라서 뉴욕의 은행은 그곳의 영업개시 시간인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1시)가 돼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국은행이 오후 3시(한국시간 새벽 5시)에 자금 이체를 끝낸 후 곧바로 이를 국내 은행에 통지한다 해도 국내 은행은 마찬가지로 은행 영업시간인 오전 9시 이후에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시간 기준 전날 오후 5시에 원화를 미리 보낸 국내 은행은 외국 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받고 확인하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6시간 동안 외국은행의 달러화 이체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만약 이 시간 동안 외국은행이 파산한다면 원화를 송금한 국내 은행은 사들인 달러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74년 6월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이 파산하면서 독일 내 환거래은행을 통해 마르크화를 먼저 지급한 미국 은행들은 사들인 미 달러화를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크고 작은 사례가 수시로 발생했는데 환거래은행 방식 결제에 내포된 이런 위험(리스크)을 외환결제리스크 또는 헤르슈타트리스크라고 한다. 이런 외환결제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과 주요 상업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외환동시결제시스템(CLS)을 구축했다. 뉴욕 소재 외환동시결제 전문은행인 CLS은행이 운영 중인 CLS가 대표적인 예이다. CLS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화를 포함한 17개 주요통화를 대상으로 전 세계 공통결제시간대(10월 마지막 일요일부터3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오후 3~6시, 나머지 기간 중에는 오후 2~5시)에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동시에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통화를 결제한다. 일부 국가들은 국가 간 증권 거래 시에도 증권과 대금을 동시에 결제할 수 있도록 자국의 중앙은행 결제시스템과 증권을 보관하고 있는 외국의 증권결제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지급결제는 여러 국가의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어느 한 나라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의 시스템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각국의 지급결제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우선 국가 간 지급결제에 참여하는 자국 내 지급결제시스템과 금융기관들이 BIS에서 제정한 국제기준인 ‘금융시장 인프라에 관한 원칙’과 ‘외환결제 관련 리스크 관리 감독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이들 국제 기준의 실제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공식적인 협력체계인 BIS 지급결제제도위원회 및 협조감시를 위한 다양한 협의체를 세워 국제금융통신망(SWIFT), CLS 등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가 간 지급결제는 금융거래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결제 방식과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의 지급결제 정책기관이면서 감시기관인 한국은행은 급변하는 지급결제환경에 맞춰 국내 지급결제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과도 상호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주요국 중앙은행과 함께 협조감시를 수행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국제금융통신망(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WIFT)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국가 간 금융거래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 사용하는 통신 네트워크이다. 원래는 유럽 지역 은행들이 상호거래 메시지를 교환하기 위해 1973년 설립했으나 이후 표준화된 메시지 형식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금융통신 네트워크의 표준으로 정착됐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 단기외채 비중 30% 1년 만에 최고 수준

    단기외채 비중 30% 1년 만에 최고 수준

    우리나라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외채 비중이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한국은행은 올 6월 말 현재 대외 채무(외채) 잔액이 4422억 달러라고 20일 밝혔다. 석 달 전보다 168억 달러가 늘었다. 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채는 1318억 달러로 같은 기간 80억 달러가 증가했다. 총 외채에서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8%다. 석 달 전보다 0.7% 포인트가 올랐다. 지난해 6월 말(30.0%) 이후 최고치다. 이혜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 과장은 “은행들의 해외 차입이 늘면서 단기 외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6월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은 33억 달러, 국내 은행은 29억 달러를 각각 해외서 조달해 왔다.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35.9%로, 석 달 전보다 1.0% 포인트가 올랐다. 역시 지난해 6월(3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태도다. 한은 측은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단기 외채 증가 폭이 큰 편은 아니며 준비자산(외환보유액)도 함께 늘고 있어 대외 지급능력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와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채의 외화환산평가액 증가 등으로 총 외채가 늘었다”며 실질적인 외채 부담 변화는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기 외채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7년 3월(53.6%)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잔액(대외 금융부채, 1조 519억 달러)과 우리나라가 외국에 투자한 잔액(대외 금융자산, 1조 414억 달러)은 각각 1조 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씨줄날줄] 지속가능한 복지/오승호 논설위원

    일본에서 처음 파산 선언을 한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파산 이전 인구가 12만명 선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현재 9968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2년 이후 1만명 선이 처음 무너졌다. 회생을 위해 불가피하게 세금을 올리고 지출은 줄이다 보니 주민들은 떠나기 마련이다. 탄광 도시였던 이곳은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광사업 투자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관광객 수요 예측 실패로 결국 과잉투자가 되고 말았다. 2006년 6월 353억엔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8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인구가 200만명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7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인건비 급상승으로 자동차회사들이 디트로이트를 등진 데다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 등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 집행이나 과잉 복지로 인한 파산의 결과물이다. 서울지역 자치구들이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막 걸음마를 시작한 기초연금 재원 조달이 원인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일부 구청들은 당장 자체 예산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 특별교부금을 받아 복지비로 써야 할 지경이라고 하니 국고 지원을 더 받아내기 위한 엄살로만 받아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다. 25개 자치구의 올해 복지예산 부족분은 1154억원으로 기초연금 추가부담금이 607억원으로 가장 많다. 자치구 수장들은 기초연금 증액분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고, 35%인 무상보육 국고보조율도 40%로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 반면 지자체의 기초연금 부담금은 폭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4~5년 뒤 베이비붐 세대는 대거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 진입하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의 올해 평균 재정 자립도는 33.6%로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 해 예산의 50~60%가 복지 비용으로 나가는 실정이어서 시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 정비 등의 재난안전 예산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해에는 무상보육료 재원 조달을 위해 서울시 5개 자치구가 추가경정예산을 동원했다. 서울시는 20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초연금 대란’은 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무상보육의 예처럼 네 탓만 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복지의 실현을 위해 진정성 있는 소통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제도 도입의 찬반 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파산하는 지자체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이라크 내전에 정유사 울상 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쟁국보다 평균 4달러 이상 저렴한 원유를 공급했던 이라크에 발생한 변수로 자칫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이라크 원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4.2달러로 국내 24개 원유 수입국(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사이 중립지대 포함) 중 오만(91.8달러) 다음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같은 기간 나머지 수입국의 원유 단가가 배럴당 108.7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4.5달러 이상 저렴하다. 올 상반기 이라크에서 수입한 원유량은 3433만 배럴이다. 상반기 국내 수입량 4억 4541만 배럴의 7.7% 수준으로 수입국 중 5위다. 정부는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원유 수급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수입을 하는 정유사의 속내는 다르다. 최근 각국의 정유사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입처를 바꾸려 하면서 인접 국가 등이 추가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라크가 워낙 저렴하게 물량을 공급해 온 데다 최근 풍선효과처럼 수요가 몰리면서 쿠웨이트와 이란 등의 인접 국가가 연이어 단기 계약 가격을 올리고 있다”면서 “수입국을 바꾸면 추가로 드는 수송 비용 등도 만만치 않아 최근 실적이 안 좋은 정유사들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 중 이라크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GS칼텍스로 20% 이상을 이라크산 원유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입량 중 5~6%를, SK에너지는 지난해 기준 3%가량을 이라크에서 조달 중이다. 속이 편한 곳은 에쓰오일뿐이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로부터 사우디산 원유를 전량 공급받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빚 폭탄 대신 디폴트… 아르헨 “국민에게 위험 떠넘길 순 없다”

    빚 폭탄 대신 디폴트… 아르헨 “국민에게 위험 떠넘길 순 없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13년 전인 2001년 첫 번째 디폴트에서 출발한다. 채무 조정에 응하지 않고 전액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헤지펀드와, 다른 채권단과의 형평성 때문에 협상에 미온적인 아르헨티나 정부의 합작품이다. 아르헨티나는 “(은행에) 이자를 냈으니 디폴트가 아니다”라며 “경기부양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협상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헤지펀드, 미국 법원, 신용평가사를 비판하며 “아르헨티나 국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키실로프 장관은 ‘RUFO’(Right Upon Future Offers) 조항 때문에 미국 헤지펀드가 요구한 원금 전액 상환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1년 디폴트 후 채권단과의 채무 조정 협상에서 아르헨티나는 다른 채권단에 더 좋은 조건으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도록 한 RUFO 조항에 서명했다. 아르헨티나가 미국 헤지펀드에 원금을 다 갚으면 이미 채무를 줄여 준 다른 채권단이 소송에 나서게 되고, 이 경우 아르헨티나가 갚아야 하는 채무는 현재 300억 달러에서 1200~500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협상에 미온적인 데는 국내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은 채무 상환에 반대하고 있다. 채무를 상환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후대에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르헨티나가 채무를 상환하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지난 1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후 통화 가치 폭락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르헨티나 경제에는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달러당 페소화 가치는 이미 25%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2001년과 비교하면 채무 규모가 훨씬 적은 데다 외환 보유액도 그때보다 2배가량 많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 디폴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과 중앙은행 차입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인플레율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화폐 발행량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고립된 아르헨티나가 손을 내밀 곳은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앞서 중국은 아르헨티나에 75억 달러 차관을 지원하기로 했고 11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CNN머니는 외환 보유액을 지키기 위해 아르헨티나가 페소화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 등 채권자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기고] 해외 발전사업은 중소기업 해외진출 기회/이정릉 한국중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

    [기고] 해외 발전사업은 중소기업 해외진출 기회/이정릉 한국중부발전 기획관리본부장

    우리나라의 무역규모 순위가 2000년 세계 13위에서 2012년 8위로 상승했다. 광복 이후 반세기여 만에 1조 달러 이상의 교역시대를 열어가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른 산업 집중 육성 및 수출 장려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 운영해 왔다. 그런 경험이 발전정비능력 확보와 부품 국산화로 이어져 해외 발전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어렵게 진출한 해외 발전소 운영에서 현지의 조악한 부품들이 말썽을 일으키곤 했다. 한국의 협력업체들에 문제 해결을 요청하게 됐고, 그런 방식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 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용역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발전소에 기자재를 납품하던 국내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납품 실적이 없어 제대로 실력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2012년 660㎿급 인도네시아 석탄 화력발전소에 납품한 실적증명서를 내밀면 된다. 이것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전산업을 수출 전략화 사업으로 지정한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발전회사와 대기업들이 해외 발전소 수출을 통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중소기업의 판로가 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660㎿급 발전소 3기를 운영 중인 한국중부발전은 2012년 중소기업 10개사로 구성된 ‘해외동반진출협의회’(이하 ‘해동진’)의 해외전문 무역상사를 자카르타에 설립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해동진은 이후 인도네시아에 수출촉진단을 파견해 중부발전이 운영 중인 치르본, 탄중자티화력발전소, 왐푸수력의 구매담당자와의 상담회를 개최했고 현지 전력청과의 제품설명회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400만 달러 상당의 중소기업 제품을 현지에 조달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중소 발전정비업체가 치레본발전소와 15년, 170억원 규모의 정비공사계약을 체결했다. 발전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것이 ‘정부 3.0’의 이행이자 진정한 동반성장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정해져 있지만 그 기업들을 떠받치는 것은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다. 세계시장이 인정하는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 [오늘의 눈] 한국GM은 GM의 돈놀이 상대?/유영규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한국GM은 GM의 돈놀이 상대?/유영규 산업부 기자

    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본업으로 돈을 버는 회사도 있지만 주로 부업에서 수익을 챙기는 회사도 있다. 어떤 기업은 부업으로 돈놀이를 택한다. 가깝게는 미국 GM을 꼽을 수 있다. GM은 한국GM으로부터 대출이자로 연간 최소 900억원이 넘는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4월 총 9880억원에 달하는 돈을 5년 만기, 연리 5.3%의 조건으로 GM홀딩스(GM Holdings LLC)에 빌렸다. 돈을 빌려준 GM홀딩스는 GM과 특수관계인 회사다. GM은 금융위기 여파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연 2%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뒤집어 말하면 2%의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여기에 3% 포인트 이상 이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돈놀이를 하는 셈이다. 한국GM은 2012년 말에도 GM홀딩스에 같은 조건으로 7400억원을 대출받았다. 최근 1년 7개월 사이 한국GM이 GM에 빌린 돈은 1조 7080억원. 건네는 이자만 90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GM의 당기순이익이 1009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거의 1년 농사로 버는 돈을 이자비용으로 본사에 바치는 셈이다. 물론 리보금리 등에 연동하는 외화 장·단기 대출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게다가 이는 외부에 공개한 장부상 계산이 가능한 이자만 합한 것이어서 실제 이자는 더 늘어난다. 만기를 고려할 때 이런 이자 부담은 최소 3~4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돈놀이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필요하면 본사 자금을 빌려쓸 수 있다. 하나의 영업전략이고 다른 글로벌 회사도 이런 식의 자금운용을 하는 만큼 GM만 비판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GM의 셈법이다. GM은 한국의 노동시장을 논할 때 늘 ‘고비용 구조’란 수식어를 붙인다. 수익도 적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챙겨 간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에는 자신들이 한국에서 챙기는 이자수익 등은 합치지 않는다. GM은 늘 ‘한국철수설’을 안고 사는 회사다. “철수는 없다”라고 강변해도 오뚝이처럼 철수설은 다시 고개를 든다. 심지어 최근 한국GM이 ‘통상임금 확대안’이란 카드를 내놓았을 때도 일각에선 “고임금을 핑계로 결국 짐을 싸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GM입장에선 억울 할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GM이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다. 실제 GM은 호주에서 홀덴의 철수 결정을 내리기 직전까지 철수는 없다고 공언했다. 호주 정부에 2억 5000만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지만 결국 GM은 2017년 공장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GM은 한국에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투자는 없다. 오히려 4차례에 걸친 구조조정만 이어가고 있다. 그사이 GM은 중국 공장을 연간 500만대 생산 규모로 늘리는 계획에 착수했다. 통상임금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한국GM의 노동자와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엉뚱한 기대를 해본다. “한국은 돈놀이로 많은 수익을 챙기는 곳이니 GM이 당분간 사업을 접지는 않겠지.” whoami@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3대 동시정비… 年 1600만弗 절감

    [다시 뛰는 한국경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3대 동시정비… 年 1600만弗 절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인천공항 내 최대 규모의 정비시설인 제2격납고를 통해 항공기 정비 능력을 향상시켜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격납고는 대지 면적 6만 2060㎡ 부지에 건물 연면적 4만 604㎡로 A380과 보잉747-400 등의 대형 항공기 2대와 중·소형 항공기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정비시설이다. 인천공항 제2격납고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운영 중인 인천공항 제1격납고(B747-400 1대 수용 가능)와 함께 자체 중정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매년 해외에서 정비해 왔던 약 15대의 항공기 수요를 국내로 전환해 연간 약 1600만 달러의 외화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100여명의 정비 인력도 추가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또 해외 정비를 위해 이동하는 데 따른 유류비와 영공통과료 등 각종 비용 및 시간을 줄여 연간 약 43억원의 추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첨단 장비 및 시설 구축으로 부품 보관 공간 활용도가 향상되고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적재적소에 신속한 부품 조달이 가능해지는 등 업무 효율을 높였다. 또 제2격납고에서는 모두 5곳에서 자재 입고 및 불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한곳에서만 가능했던 동시 처리 가능 부품 수가 최소 5배 이상 늘어나 기존 투입 인력 대비 10% 정도 생산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SK건설, 이라크·칠레 등 해외 플랜트 시장 진출

    [다시 뛰는 한국경제] SK건설, 이라크·칠레 등 해외 플랜트 시장 진출

    SK건설이 해외 플랜트 시장 진출로 수익성 제고와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월 현대건설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60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어 칠레에서는 12억 달러짜리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공식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와 조달, 시공, 운전을 도맡아 하는 이번 플랜트 공사 수주로 SK건설은 이라크와 칠레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또 SK건설은 매그놀리아 LNG와 지난 2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찰스호 인근에 연산(1년 생산량) 340만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SK건설의 MOU 체결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메이저사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액화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EPC(상세설계, 조달, 시공) 공사를 따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처럼 SK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칠레 레드 드래곤 화력발전소, 미국 루이지애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등 3개 플랜트의 총 수주 예상액은 42억 8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SK건설은 지난해 12월 이집트에서 독일 린데사와 공동으로 36억 달러짜리 에틸렌·폴리에틸렌 생산시설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역시 글로벌 메이저 건설사들만이 수행했던 공종의 공사였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다시 뛰는 한국경제] 대우건설,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 드라이브

    [다시 뛰는 한국경제] 대우건설,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 드라이브

    대우건설이 해외건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최단 시간에 500억 달러 돌파를 기록하고, 단순 시공이 아닌 기획·시공·자금조달 등 개발형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베트남 하노이 투리엠 신도시 개발, 알제리 부그줄 신도시 개발 등은 대표적인 한국형 신도시 수출이다. 단순 주택건설이 아니라 상업·업무·외교 시설이 함께 들어서고, 도시 인프라를 갖추는 거대한 개발 사업이다. 중동 일감 수주 일변도에서 탈피, 아프리카 시장을 뚫은 개척자이기도 하다. 1977년 수단을 시작으로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아프리카 11개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아프리카에서 해외사업의 초석을 다진 대우건설은 그 후 중동,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0년대부터는 해외시장 다각화 전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건설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주한 721억 달러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255억 달러를 대우가 따냈을 정도다. 특히 리비아는 대우건설의 건축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대우건설 작품이 널려 있다. 최근에는 알제리에도 대우건설 사업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석유·가스 및 발전 플랜트, 복합도시개발 등 고부가가치 사업 증가로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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