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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행복한 사랑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욕망에 집중할 것, 지속가능할 것. 욕망을 따르는 사랑은 강렬하고 충만하다. 몸과 마음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원초적 본능을 따른다면 자연히 행복할 수밖에. 그러나 연애관계에서 욕망의 추구는 여러 위험을 초래한다. 피임 실패나 성병 같은 육체 건강의 위험, 짝사랑의 슬픔이나 이별의 고통 같은 정신 건강의 위험, 자유로운 사생활을 인격적 결함으로 결부시키는 세상의 추문과 같은 사회적인 위험 등등. 욕망에 집중하는 사랑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이 본능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욕망은 사라진다. 마냥 즐거웠던 일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인생을 낭비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혀 사랑의 감정이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한다. 욕망이 강할수록 회의도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의 굴곡을 자주 겪다보면 인간적인 감정과 돈과 시간이 금방 고갈된다. 욕망이란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면, 좀더 수준 높은 사랑법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신들의 사랑법’(이동현 지음, 오푸스 펴냄)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욕망에 충실해서 사고를 치기는 인간이나 신이나 다르지 않았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로 수많은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다녔다. 연인을 얻기 위해 상대를 어르고 달래기도 했고 친절한 남자인 척 감쪽같은 연기도 했으며 납치와 겁탈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가 여신이든 인간이든 유부녀든 처녀든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이 아니라 소년을 납치해온 적도 있다. 그러는 동안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가슴은 썩어 문드러졌다. 부패한 심장을 거름으로 복수의 싹이 피어올랐다. 헤라는 제 남편을 유혹한 못된 계집들을 단죄하는 데 몰두했고 그러는 동안 남편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행복한 사랑을 지속하는 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일부일처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들의 경우와 같이 인간의 본능도 제도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두지 않는다. 여기저기 지분대며 할렘을 구축한 제우스, 그런 남편을 가정에 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일부일처제의 수호신 헤라, 섹시한 휴머니즘으로 사랑을 퍼주고 다닌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애사는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신들도 사랑 앞에서 헤매기는 똑같았다. ‘신이 내린 사랑법’은 없다. 결국 ‘신들의 사랑법’은 다양한 사랑의 방법을 탐구하는 책이다. 체 게바라와 연애할 수 있다면 장총을 들고 정글을 헤맬 수 있는 여자도 있지만, 수염투성이 혁명가보다는 평범한 의사 선생과 결혼해 평온한 가정을 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있다. 나는 사랑의 거래에 동의하지 않고 일부일처제도의 가면도 믿지 않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 사랑을 지지할 것이다. 나는 오직 다양한 사랑법을 지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독자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하나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동현 미술비평가
  • 단종·정순왕후 500년만에 ‘천상해후’

    단종·정순왕후 500년만에 ‘천상해후’

    종로구는 24일부터 26일까지 숭인동 동망봉(숭인공원)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영월군 청령포에서 ‘제2회 단종비 정순왕후 추모문화제’를 연다. 행사는 열다섯 나이에 조선의 국모가 됐지만, 젊은 나이에 단종과 사별하고 60여년을 홀로 살다 간 정순왕후를 기리고자 마련됐다. 행사 첫날인 24일 동망봉에서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정순왕후의 명복을 기원하는 추모제향과 궁중음악을 재현한 궁중음악회가 열린다. 동망봉은 어린 나이에 단종과 헤어진 정순왕후가 단종이 유배 간 영월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며 명복을 빌었던 슬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주 행사장인 동망봉 숭인공원 일대에서는 ▲정순왕후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는 정순왕후 도전 골든벨 ▲정순왕후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정업원 전시회 ▲정순왕후 문화유적지 탐방 ▲직접 왕비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궁중의상 체험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진행된다. 24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린다. 대회는 서울시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는다. 선발된 학생은 행사 기간 동안 정순왕후 송씨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는 예절 맵시와 충효, 인기상 부문 등에 걸쳐 총 6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25일에는 정순왕후 영도교 행차 및 이별 재연 퍼포먼스가 열린다. 영도교는 정순왕후와 단종이 생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고 해서 ‘영이별다리’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청계천 복원에 따라 현대식 다리가 놓여져 있다. 행렬은 동망봉에서 정업원(청룡사)·동묘역 4거리·청계천 7가·영도교로 이어지는 약 2.5㎞ 구간에서 펼쳐지며, 정순왕후가 왕비복을 입고 행차하고 금군과 수어사·별시위군 등 250여명이 행렬을 구성한다. 청룡사에서는 정순왕후에게 음식을 올리며 혼을 달래는 다례와 천도재가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다. 영도교에서는 정순왕후가 단종을 유배길로 떠나보내면서 애절한 슬픔과 억울한 한이 북받쳐 오르는 심정을 무용극으로 표현한다. 행사는 26일 단종문화제를 지내는 강원 영월군과 공동으로 마련한 단종과 정순왕후의 ‘청령포 해후’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의식은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을 방문해 그곳에 있는 단종과 재회하는 것으로 , ‘천상해후’라는 제목의 진혼무를 포함한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노원구 천상병 공원 24일 개방

    한국인의 애송시 ‘귀천(歸天)’의 작가 천상병(1930~1993년) 시인을 기리는 공원이 탄생한다. 노원구는 상계동 996의27에 ‘시인 천상병 공원’(480㎡)을 완공해 24일부터 주민에게 개방한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표현한 높이 1.4m의 청동 등신상과 정자 귀천정(歸天亭), 시인의 시를 조각한 석재 시비와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비 등을 마련했다. 공원 주변에는 시인의 시에 자주 나오는 진달래, 앵두나무, 홍도화, 매화, 장미 등을 심어 놓았다. 구가 천상병 시인을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은 시인이 1982년부터 1990년까지 7년간 상계동에 살았던 인연 때문이다. 당시 시인은 이곳에서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를 비롯,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구는 그가 살았던 상계동 1117의12(현재 연립주택)에 시인을 기리는 표지석을 세웠다. 구는 24일 안경, 찻잔, 집필 원고 등 시인의 유품 203점을 모아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를 갖는다. 이 캡슐은 시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2130년 1월29일에 공개된다. 이노근 구청장은 “앞으로 이곳에서 천상병 시 낭송회, 시화전, 백일장,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를 수시로 열어 고인의 시 세계를 기리고 지역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북돋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41년 막혔던 산길 오르니 남산타워·63빌딩 한눈에

    41년 막혔던 산길 오르니 남산타워·63빌딩 한눈에

    “이곳에 전망대를 만들면 구민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시원스레 바라볼 수 있을 겝니다.” 검은색 점퍼에 땀 범벅이 된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눈앞에는 남산타워와 63빌딩, 도곡동 타워팰리스까지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20일 북악산 호경암 인근 산머리.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1·21사태)으로 폐쇄된 직후 군부대가 주둔해오던 곳이다. 41년간 굳게 닫힌 산문(山門)은 지난달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열렸다. 나도송이, 털별꽃아재비, 다래와 머루 등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야생 식물들이 반겨준다. 올 7월까지 산책로가 들어설 길에는 아직 역사의 상흔이 생생하다. 기관총 받침대와 참호, 불에 그을린 야영 흔적들이다. 1·21사태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지인 호경암에는 여태 수십발 총탄자국이 선명하다. 서 구청장은 이날 서울신문 취재진과 3시간 동안 제1~2스카이웨이길을 함께 걸었다. 아직 민간에 개방되지 않은 호경암 일대도 처음 공개됐다. 산책로에서 만난 구민만 30여명. 일일이 민원을 챙기고 구정에 관한 속 깊은 얘기도 꺼냈다. ●지난달 28일 철조망 철거 지난달 28일 북악산길. 1000여명의 시민과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산을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이 뜯겨나갔다. 무장공비사태 직후 특정경비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90만㎡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다. 서울시와 성북구, 수도방위사령부가 10개월간 마련한 정비 계획에 따라 1.2㎞ 구간의 새로운 스카이웨이길 조성도 시작됐다. 새 길은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 종점인 하늘마루에서 호경암을 거쳐 삼청각까지 이어진다. 20일 서 구청장과의 동행은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 출발점인 고려대 후문에서 시작됐다. 아리랑고개~다보정~하늘마루으로 30여분 걸으면 길도 끝을 고한다. 그는 “2005년 산책로가 조성되기 전에는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행인에 깜짝 놀라 차를 멈추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산길에 보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시설이 갖춰진 다보정에선 상반된 민원에 난감해하기도 했다. “스피커를 설치해 음악을 틀어달라.”는 40대 남성의 부탁에 바로 옆 중년 여성이 “새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 구청장은 “언제나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에 민원 조율이 가장 어렵다.”고 귀띔했다. ●행정의 달인, 친환경 정책에 명운 걸다 호경암을 거쳐 찾은 제2산책로 예정지는 험로였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지나 삼청각까지 급경사 계단이 이어진다. 진달래가 뒤늦게 만개한 산세가 근사하다. 지리산 성삼재를 연상시킨다. 서 구청장은 내려오며 지역경제살리기와 서민생활 안정에 대한 지론을 펼쳤다. “남은 임기를 그럴 듯한 업적 쌓기에 소비할 생각은 없다. 살갑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최근 신청사로 이사하며 관내 중소 40여개 이삿짐업체에 2억원대 일감을 나눠줬다. 번거롭더라도 지역경제를 챙기자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최근 마련한 추가경정예산 148억원도 저소득층생활안정(88억원), 사회적 일자리 확대(30억원) 등에 투입했다. 건널 때 통통 울린다는 ‘통통교’를 지나 삼청각 인근에 다다르니 성북천 발원지가 나왔다. 올챙이가 넘칠 만큼 환경이 잘 보존됐다. 서 구청장은 “함평나비축제 같은 성북 반딧불이 축제를 이곳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1962년 9급 공무원에서 출발해 민선 3·4기 구청장을 지낸 서 구청장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식경제부의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 대상도 수상했다. 그는 지자체 최초의 금연조례 제정과 성북천의 생태하천 복원 등 친환경·건강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새 산책길 조성도 이 같은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나눔 바이러스 2009] 장애인과 쌀보다 더 소중한 情 나눠

    [나눔 바이러스 2009] 장애인과 쌀보다 더 소중한 情 나눠

    정을 나누면서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나눔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문, 농협중앙회,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지역공동체 행복나눔 행사’가 지난 17일 낮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시립 평화로운집에서 펼쳐졌다. 지난 9일 농협중앙회가 내놓은 1004포대의 사랑의 쌀 가운데 100포대(20㎏짜리)를 전달하는 자리. 그러나 이날 행사는 단순한 쌀 전달을 넘어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들과 쌀보다 더 소중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됐고, 행사장엔 봄볕 같은 따사로움이 넘쳤다. 행안부 공무원들로 구성된 행복드림봉사단원 30여명은 사랑의 쌀 전달식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앞서 평화로운집에 도착, 장애인들과 산책을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182명은 모두가 중증 장애인이다. 지체 장애와 함께 정신장애를 동반한 복합 장애인이 절반을 넘는다. 하루의 대부분을 건물 내에서만 생활하거나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채 지내야만 한다. 강효봉 원장수녀(프란치스카)는 “무연고 장애인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이다.”면서 “표현은 못하지만 연락이 두절됐거나 비록 자신을 찾지 않는 가족이지만 몹시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생들은 행안부 공무원들의 방문으로 모처럼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시설내의 화단, 그리고 시설과 인접한 북한산 자락의 산책로였지만 완연해진 봄볕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진달래, 라일락, 튤립 같은 봄꽃도 볼 수 있었다. 한 정신지체 원생은 즉석 태권도시범을 보여주며 고마움에 화답했다. 김정한(행안부 운영지원과) 사무관은 “표현은 못해도 기분 좋아하는 표정과 느낌은 전해졌다.”면서 “가능한 한 자주 찾아 이들과 많은 시간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살기좋은 지역재단(종로) 소속의 자원봉사자 10여명은 산책 후 저녁식사를 도와주는 일을 맡았다. 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90여명 있지만 식사 수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식사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원봉사자가 함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소변까지 처리해야 할 때도 있다. 식사수발에 나선 이현숙씨는 “서울에 이런 시설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몸은 잠시 힘들었지만 따뜻한 정을 가슴에 담아 갈 것 같다.”면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남편을 빌려준 아내와 이웃사촌

    남편을 빌려준 아내와 이웃사촌

    이웃 젊은 여인에게 자기의 남편을 빌려 줄 때는 제 나름대로의 호의에서였다. 그러나 여자는 역시 질투의 동물(?)인가. 그녀는 곧 후회하기 시작했고 질투는 폭력으로 변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린 젊은 여인의 남편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희극과 비극이 얽힌 인생 「드라마」. 희극에서 시작되어 마침내는 비극으로, 그리고는 담담히 마무리된 이 「드라마」는 전남 무안군 어느 시장통에서 벌어진 일., 이 시장통에 사는 두쌍의 부부가 등장인물. 김봉기(金鳳基·가명·48) 김고자(金高子·가명·42)부부와 이형식(李亨植·가명·44) 배정자(裵情子·가명·32)부부-. 이들 두쌍의 부부는 5년 남짓을 벽을 울타리 삼아 사이 좋게 살아온 이웃사촌. 안팎으로 형님, 동생하며 지내왔다. 특히 김여인과 배여인은 남편과의 잠자리마저 숨김없이 이야기할 만큼 터 놓고 지내는 사이였다. 어린 자식들도 내 자식 네 자식 없이 오순도순 키워왔다. 「드라마」는 지난해 가을부터 배여인이 웬일인지 주기적으로 시름시름 앓는 데서 비롯됐다. 김여인의 문병은 끊일 날이 없었다. 『남편이 5년 전부터 신경쇠약으로 고생하고 있어 거의 잠자리를 같이 하지 못한다』고 하던 배여인의 말을 자주 들어온 터라 김여인과 배여인 사이에 어느 날 우연히 이런 대화가 오갔다. 『자네는 왜 그렇게 자주 아픈가? 혹시 어린애 설 병이라도 아닌가?』 『글쎄, 그때만 되면 아픈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구만요』 『그럼 우리 남편 한번 빌려 줄까?』 『원 형님도, 무슨 쓸데 없는 소릴 그렇게…』 이 말은 지나가는 농담으로 넘겨졌지만 남편을 빌려 주겠다는 김여인에게도 사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기도 신병으로 남편을 멀리하는 처지인지라 남편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남편을 즐겁게 해주고 동생 병도 고쳐 주면 얼마나 좋으냐는 생각을 털어 버릴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간 김여인은 잠자리에서 배여인과의 이야기를 남편에게 털어놨다. 부부는 완전히 의견을 모으고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그럭저럭 세월은 3개월이 흘렀다. 남편 김씨는 때때로 김여인에게 성화를 부렸다. 지난 5월 6일 김여인은 마침내 결심했다. 앓아누운 배여인에게 『집에 죽을 쑤어 놨으니 와서 먹으라』고 배여인을 집으로 불렀다. 배여인은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김여인집 부엌문을 열었다. 그러나 김여인은 죽을 내어놓는 대신 등에 업힌 어린애를 빼앗은 다음 배여인을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방안에는 김씨가 「파자마」만 입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김여인이 꾸민 짓이란 것은 배여인에게도 분명해 보였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그만 끌어안았다. 둘다 오랜만의 즐거움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여인이 문을 열고 배여인의 아들을 들여 보내고서야 이 얄궂은 정사는 끝을 맺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아내의 신병에 대한 김씨의 투정은 말이 아니었다. 김여인은 거의 매일같이 배여인을 데려와야만 남편의 성화를 달랠 수 있었다. 김여인은 남편의 들볶음에 못 이겨 온갖 거짓말로 배여인을 집으로 불렀고 배여인은 속는 체하며 김여인 집에 출입했다. 배여인에게 완전히 빠져 버린 김씨에게 나이 많은 아내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강짜를 부리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으나 남편의 마음은 막무가내였다. 이쯤 되고 보면 김여인인들 가만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11시쯤의 일이다. 배여인의 남편 이씨가 출타한 틈을 타 김여인은 배여인을 불러냈다. 그러나 김여인은 여느 때와 같이 배여인을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시장바닥으로 데려 갔다. 『너 이년, 병 고치라고 내 남편 빌려 주었더니 이젠 뺏으려고 해! 천하에 빌어먹을 년』 김여인은 느닷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배여인의 머리채를 끌고 시장바닥을 누볐다. 배여인의 남편 이씨는 이렇게 되기까지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이웃 김씨가 아내와 정을 통했다는 소문은 어렴풋이 들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뜬소문이기를 바랐다. 첫째로 아내를 믿었고 자기보다 4살이나 손위인 김씨를 믿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속셈이었던지 김씨가 광주에서 이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배여인과의 관계를 고백하는 편지였다. 지난달 20일 이 편지를 받은 이씨는 아내를 다그쳤다. 배여인은 모든 것을 고백했다. 이씨는 반 미친 사람이 돼 버렸다.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무안(務安)경찰서를 찾아가 호소하고, 거리를 외고 다녔다. 며칠을 이렇게 하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한번 이렇게 된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내를 쫓아낼 처지도 못 됐다. 할 수 없이 김씨로부터 5만원을 받고 상해사건에 대해 화해를 해줬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니 간통사실을 그대로 넘길 수가 없었다. 김씨부부에게 1백만원을 요구했다. 김씨네 부부에게서 1백만원이 나올리는 만무했다. 이쯤 되고 보니 김씨 부부는 이 마을에서 낯을 들고 살 수가 없었던지 가산을 정리하여 지난 달 말 어디론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용서해 주기로 했습니다. 김씨네가 다시 와서 산다 해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이씨는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던지 이렇게 뉘우쳤고 이씨 집안은 평온을 되찾은 듯 조용했다. <목포(木浦)=정일성(丁日聲)기자> [선데이서울 72년 7월 9호 제5권 28통권 제 196]
  •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성질이 사납고 게으른 외톨이 늑대가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아이고! 배고파!” 늑대는 배가 너무 고파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있던 마지막 음식을 먹은 지 벌써 나흘이 지났으니까요. 목도 타는 듯이 말랐지만 물이 있을 리가요. 왜냐고요? 이른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한여름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계곡물이 다 말라 버리고 말았지요. 외톨이 늑대는 겨우 몸을 일으켜서 일단 굴 밖으로 나왔어요. 굴속에 앉아 있어 봐야 누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예전에는 말만 하면 엄마가 무엇이든 가져다 주었는데. 지난달에 사냥을 나갔다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요. 그때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면서 엄마한테 먹을 걸 가져오라고 소리치는 게 노래였지요. 그러나 이제 직접 먹이를 구해야지 어쩌겠어요? 오늘은 무엇이든 꼭 먹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숲 속을 뒤져도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거 있죠. 그러자 늑대는 머릿속에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엄마가 보고 싶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었어요! 그럼 왜였냐고요?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서 날 이렇게 고생시키는 거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외톨이 늑대는 엄마를 싫어했어요.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말도 안 했죠. 함께 외출을 하지도 않았고요. 엄마랑 같이 다니는 게 창피했거든요. 나이가 들어 보여 할머니 같은 데다 앞다리 한쪽이 잘려져 다리가 세 개뿐이었거든요. 옛날에 사나운 멧돼지의 공격으로부터 아기 늑대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싸우다 그렇게 되었던 거였어요. 하지만 늑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기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괜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오히려 엄마를 더욱 구박했죠. 거짓말쟁이라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마구 소리를 쳐댔어요. 아무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며 서너 걸음 더 갔을 때였어요. “아니, 이게 뭐야?” 무언가 코끝에 걸리는 게 있지 않겠어요. 늑대는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자세히 살펴 보았죠. “에게게!” 그것은 바로 방울새 알이었어요. 그나마 보통 것보다도 작아 겨우 엄지손톱만 했죠. 어디서 떨어진 것인가 하고 위를 올려다 보았어요. 나뭇가지에 빈 둥지가 거꾸로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지 뭐예요. “어미 새도 있을 텐데?” 늑대는 전에 엄마가 해주었던 통닭을 생각하며 마른 숲 속을 열심히 뒤졌어요. 하지만 어미 새는 없었어요. 하기는 어미 새가 있다 해도 잡을 수가 없었지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사냥방법을 몰랐거든요. 엄마가 그렇게 사냥 방법을 배워두라고 타일렀는데, 늑대는 콧방귀를 뀌며 성질만 부려댔었죠. “에이! 이거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늑대는 방울새 알을 앞발에 올려놓고 막 입에 털어 넣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동작을 뚝 멈췄어요. 그러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중얼거리더니, 알을 잘 감싸 쥐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 다음 자기 굴로 어슬렁어슬렁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걸음걸이도 조심조심 하면서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늑대는 서둘러 마른 풀을 뜯어다가 바닥에 두툼하게 깔았어요.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그 위에 방울새 알을 올려 놓았어요. 그런 뒤 알 위에 살며시 엎드려 방울새 알을 품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찔레나무 둥지에서 딱새가 알을 품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요. “요걸 지금 먹어봐야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러고 보니 늑대는 알을 부화시킨 다음에 잡아먹을 속셈이었지 뭐예요. 그런 나쁜 마음을 갖고서 외톨이 늑대는 방울새 알을 정성스레 품었어요. 배에 땀띠가 나고 허기가 져 어질증이 일어도 이를 악물고 참았죠. 곧 맛있는 방울새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면서 말이에요. 배가 너무 고프면 썩은 나무뿌리를 씹으며, 심지어 흙을 핥아먹으면서 잠시도 둥지를 떠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날짜가 지나갔어요. 그만 포기하고 후딱 집어삼킬까도 여러 번 생각했었죠.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자기 혀를 깨물며 배고픔을 달랬어요. 어느 날, 늑대는 너무도 피곤하고 배가 고파 깜박 잠이 들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알에서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요. 그리고 알이 꿈틀거리는 것도 배에 느껴졌죠. 놀란 외톨이 늑대는 머리를 흔들어 잠을 털어내고 가만히 배를 들어 올렸어요. 그랬더니 알이 조금씩 깨어지며 새부리가 나오는 거지 뭐예요. 연필 끝처럼 조그맣고 뾰족한 부리였어요. 곧 아기 방울새가 머리를 내밀었어요. 그리고 다시 한참동안 안간힘을 쓰는가 싶더니, 드디어 깨어진 알 구멍을 비집고 힘겹게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죠. 알에서 방금 나온 아기 방울새는 눈도 못 뜨고 몸에는 깃털도 하나 없는 게, 그야말로 작은 통닭과 똑같았어요. “고생을 한 보람이 있군!” 늑대는 방울새를 단숨에 삼키려고 입을 크게 벌렸어요. 그런 다음 서서히 아기 방울새에게 뾰족한 이빨이 가득한 입을 가져다 댔죠. 그러다 어찌된 일인지 또 동작을 뚝 멈추는 것이었어요. “아니야!” 한 입에 집어삼키기엔 아무래도 아직 너무 작은 것 같아, 얼마간 방울새를 더 키우기로 했던 거예요. “짹짹! 밥! 짹짹! 밥!” 알에서 나온 아기 방울새는 입을 찢어져라 벌리며 밥을 달라고 졸라댔어요. 매일매일 그게 노래였죠. 그러니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방울새 먹이를 찾아 하루 종일 메마른 숲 속을 헤집고 다녀야 했죠.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처럼 뜨거운 숲 속을 말이에요. 그런데도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먹이라고는 겨우 송충이나 쐐기 네다섯 마리가 고작이었어요. 늑대는 전혀 먹지도 않는 그런 벌레를 어렵게 잡아다가, 이빨로 질겅질겅 씹어서 아기 방울새에게 먹여야 했지요. 구역질이 나서 속이 여러 번 뒤집혔지만, 어쩌겠어요. 방울새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기다리려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참고 참으며 부지런히 날라다 먹였지요. 그러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방울새의 똥과 오줌을 받아내고 잠자리를 갈아주곤 했어요. 외톨이 늑대의 정성으로 아기 방울새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이제 제법 몸에 보들보들한 깃털도 나고 더듬더듬 말도 하게 되었지요. 물론 눈도 뜨고 말이에요. “엄마! 또 주세요! 또!” 아기 방울새는 맛있는 간식을 해달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투정을 하며 늑대를 성가시게 했어요. 어느 정도 크자, 이제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어요. 외톨이 늑대는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따라다니며 방울새에게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줘야 했지요. 그뿐인 줄 아세요?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 등에 업고 달래면서 계곡을 한 바퀴씩 돌아주어야만 했는걸요.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나뭇잎으로 부채질을 하며 모기나 파리를 쫓아야 했고요. 때에 맞춰 간식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또 깃털도 골라주며 늘 신경을 써야 했어요. 방울새가 여름감기에 걸렸을 땐, 사흘 밤이나 꼬박 새워 간호까지 했는걸요 뭐. 그러느라 늑대는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야위어만 갔어요. 얼굴에 주름도 많이 잡혀 나이가 훨씬 더 들어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산등성 너머 멀리까지 나갔다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글쎄, 험상궂게 생긴 비단 구렁이가 집에서 아기 방울새를 물고 밖으로 나오고 있지 않겠어요. “엄마! 살려 주세요!” 방울새는 늑대를 보자마자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요. 두 눈에서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요. “아니? 저것이 내 아기를?” 놀란 외톨이 늑대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비단 구렁이에게 덤벼들었어요. 그런데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지요. 구렁이는 굵은 소나무 가지만 했거든요. 게다가 힘도 엄청나게 셌고요. 그래도 늑대는 열심히 싸웠어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가 찢겨져 피가 철철 흐르도록 말이에요. 앞발까지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늑대는 머리로 구렁이의 가슴을 힘껏 들이받았어요. 그 바람에 구렁이는 입에 물고 있던 방울새를 놓치고, 대신 늑대를 칭칭 감아 버렸죠. “늑대고기를 또 먹게 되었군! 흐흐흐!” 비단 구렁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놓고 두 눈을 번득이며 군침을 흘렸어요. 그러면서 풀숲에 떨어져 울고 있는 아기 방울새에게 소리쳤어요. “거기 꼼짝 마! 넌 이따가 입가심으로 먹겠다.” 그러잖아도 방울새는 온몸이 떨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모습을 본 외톨이 늑대가 크게 외쳤어요. “아가야, 어서 도망 가! 어서!” 늑대가 계속 소리치자, 아기 방울새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풀숲으로 들어갔어요.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말이에요. 늑대는 뒤돌아보지 말고 어서 도망가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멀리! 더 멀리! 이 엄마 걱정은 말고.” 그러면서 늑대는 비단 구렁이가 뒤쫓아 가지 못하도록 꼬리로 나무뿌리를 단단히 잡고 있었어요. 꼬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지 않을 각오였죠. 어떻게든 아기 방울새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비단 구렁이는 천천히 늑대를 삼키기 시작했어요. 구렁이의 삼키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늑대의 꼬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났어요. 그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마저 가물가물해졌어요. 물론 숨도 막혔고요. “방울아! 엄마는 죽더라도 너는 살아남아야 돼. 사랑하는 내 아가야!” 외톨이 늑대는 이제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해서 멀리 도망가라 외쳤지요. 몸은 점점 비단 구렁이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얼마 후 아기 방울새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모습을 구렁이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보고 나서야 늑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 머릿속에 다리가 세 개뿐인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외톨이 늑대는 엄마의 주름 가득한 얼굴을 그리며 속으로 말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엄마가 자기를 키우느라 불편한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 생각을 하며 외톨이 늑대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어요. 자기가 아기 방울새를 키우기 위해 쏟았던 정성보다 몇 배나 더한 정을 퍼부어 주었던 엄마가 너무나 고마웠어요. 반찬투정을 하며 밥그릇을 집어던지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엄마를 구박한 일들도 기억 나 몹시 후회가 되었고요. 외톨이 늑대는 비단 구렁이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무어라고 한 마디 크게 소리쳤어요. 생전 처음 해본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늑대는 끝내 비단 구렁이의 뱃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요. 외톨이 늑대가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이 무엇일까요? 대체 무슨 말이었기에 죽어가면서 그리 크게 외쳤던 것일까요? 그 말은 바로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이었어요.* ●작가의 말 전에 40대 초반의 한 아주머니가 11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봉제공장에서 가져온 일감을 집에서 1차 가공하여 납품하는 일이었는데, 한쪽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이며 이기심이 강하고, 제 엄마를 마치 자기 몸종 부리듯 하며 엄마의 사랑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의 시중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엄마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심지어 놀리기까지 했다. 이 동화는 그 아이를 생각하며 몇 년 전에 써둔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희생적이고 고귀한 것인지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의 품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 것인가를 알게 하기 위해서. ●약력 ▲1960년 충북 보은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2000년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 수상 (강원일보). ▲2008년 장편소설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 수상 (비룡소). ▲현재 춘천 소양강변에서 오로지 소설 창작에만 전념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음.
  • “아무리 모진 인생도 희망 잃지 않으면 새 삶이…”

    “아무리 모진 인생도 희망 잃지 않으면 새 삶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 니나 붓슈만, 그는 어떠한 고난의 삶이라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어려워도 슬퍼도 울지 않으며 항상 웃는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언저리’가 아닌 ‘중심’에 있다고 믿고 모진 비바람, 폭풍우가 모질게 몰아쳐도 기꺼이 이를 감당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희망의 우상으로 여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힘든 가정사… 노모·딸 생각하며 새출발 낯 간지럽게(?)도 나이 60넘어 희망이란 무엇인지, 꿈이란 어떤 것인지를 진정 알게 됐다는 그다. 그것도 자살 문턱까지 가서 얻은 깨달음이다. ‘과수원길’ ‘한번 만나줘요’ 등으로 유명한 남성 듀오 서수남·하청일. 둘은 1990년까지 20여년간 12장의 음반을 낼 정도로 인기를 누리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하청일씨는 1998년 IMF 체제때 사업이 망해 미국으로 건너가 국내 지인들과 아예 소식을 끊었다. 서수남(66)씨는 그 무렵 29년간 알콩달콩 금실좋게 살아온 부인과 헤어졌다. 부동산, 증권 등 재테크를 하겠다던 부인이 사채업자에게 휘둘려 16억원의 빚을 진 나머지 견디지 못하고 그만 집을 나가버렸던 것. 서씨 앞에 남은 것이라곤 어둡고 긴 터널뿐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생각으로 꽉 차 있을 때 노모(93)께서 이를 미리 간파하고 아들을 달래고 보듬었다. 서씨는 이후 새로운 삶을 계획했다. 노모의 간절한 모습과 딸 셋을 생각했다. 살아야 한다고 간절하게 다짐했다. 2002년 부인과 이혼한 지 5년여만에 빚을 어느정도 다 청산했다.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며 다시 일어섰다. 새 출발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고 주변에 얘기했다. 이젠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는 길로 가야 한다고 방향을 틀었다. 그런 마음으로 최근에 앨범도 냈다. 제목은 ‘잘 될꺼야’로 정했다. 열심히 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는 희망을 담은 노래다. 2009년, 사진예술을 배우면서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과 만나는 ‘인터뷰어’가 됐다. 이런 내용들은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uhsoonam)에 들어가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 블로거 고정팬만 2000여명이나 된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 구석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희망을 전파하는 그를 지난주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모습은 여전히 소박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결혼 생활도 했고, 주변의 사고를 보면서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거든요. 시간이 지나 모진 세상, 속고 울고 다시 일어나고, 그런 것이 인생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66세의 나이지만 강하고 단호했다. 새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서 후배를 아끼는 후덕함이 풋풋하게 배어 나온다. 그는 “이 나이에 진정 할 일이란 후배들을 아끼고 음악인으로서 뭔가 남기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남은 제 인생은 봉사하는 것입니다. 우여와 곡절을 겪었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었으니 후배들한테 그걸 고스란히 전해 줘야 한다고 믿는 거지요.” ●데뷔 40주년… ‘희망 전도사’로 “인격이란 그 사람의 포장입니다. 알맞은 행복, 깨달음의 옷을 입고나면 주변 이웃들에게 행복과 평화를 줄 수 있습니다. 가문의 영광이나 명예, 결국은 무덤을 향해 있습니다. 인생 살면서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서씨는 경기도 분당에 산다. 노모를 모시고 출가하지 않은 딸과 함께 셋이서 지낸다. 서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소외계층, 불우한 이웃들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도사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1969년 데뷔해 올해로 40주년을 맞는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경제도 어렵고 취직도 어렵지만 꿈과 희망을 가지면 반드시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 김문 문화부장 k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인천 부평을 여야 지도부 총출동

    4·29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휴일인 19일 여야 지도부는 최대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에 총출동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5곳 가운데 부평을 선거구를 반드시 포함해 최소한 2곳에서 이겨야 재·보선 승리는 물론 현 지도부의 구심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의 이점을 살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고, 민주당은 ‘돌아온 거물들’을 앞세워 현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며 바람몰이를 시도했다. ■ 한나라 “GM대우 지원” 민심달래기 홍준표 원내대표 “책임지고 정상화” 한나라당의 일성(一聲)은 부평을 지역의 최대 현안인 GM대우 회생 방안이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은 19일 지역내 교회와 상가, 대형마트 등 곳곳을 누볐다. 박 대표는 이틀째 부평을을 찾아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다른 지역 일부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여권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낮 이재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정부가 GM본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든 GM대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책임지고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구상 중인 GM대우 회생전략을 전폭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강력한 집권 여당 후보만이 GM대우와 부평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면서 “내가 자동차 전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통상산업부 자동차조선과장과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지낸 실무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5월 말이면 GM 본사에서 자회사 자구안을 마련한다. 본사가 GM대우를 어렵게 풀수록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회생 방안에 대해 “GM 본사와 해외지사들이 가지고 있는 GM대우 지분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민주, 거물들 동시출격 ‘바람몰이’ 손학규 前대표 9개월만에 외출 민주당은 인천 부평을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정세균 대표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인태 최고위원 등도 가세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에서 물러나 칩거했던 손 전 지사는 9개월 만의 ‘정치 외출’을 19일 부평을에서 시작했다. 이날 오전 4·19 국립묘지 참배 직후 부평을에 도착한 손 전 지사는 “야당이 살아야 정치가 살고, 나라가 산다.”면서 “당이 안팎으로 어려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유세 연설원으로 등록하지 않아 별도로 연설하지는 않았지만, 길거리와 상가 등에서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한 표’를 호소했다. 손 전 지사는 기자들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민이 야당에 희망을 갖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우려했다. 손 전 지사는 다만 자신의 정치 복귀 시기에 대해 “아직 고민이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며 말을 아꼈다. 손 전 지사는 지원 유세차 부평을을 방문한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우연히 만나 “살살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대우차 출신인 홍영표 후보는 “이번 재선거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선택하는 선거”라면서 “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GM대우 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희망을 살려 내기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야기3] 낙타를 알면 아랍이 보인다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야기3] 낙타를 알면 아랍이 보인다

    지금은 대도시에서 첨단 생활을 하는 아랍사람들도 50년 전만 해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살았다. 물이 있는 오아시스에서는 대추야자와 낙타가 주요한 삶의 동반자가 된다. 대추야자는 오아시스의 유일한 식물성 식량이다. 사막을 횡단하던 캐러밴(대상)들이 대추야자 두 알로 한 끼를 해결할 정도로 칼로리가 뛰어나다. 사막의 비상식품인 셈이다. 낙타는 더욱 중요하다. 의식주 생활에 끼치는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낙타, 생존의 동의어 유목사회에서 가축 사육 선호도는 수송과 이동 기능, 의식주 동반자 기능, 전쟁 수행 보조 역할 등에 의해 결정된다. 낙타는 400kg 이상의 짐을 적재하고 물 한 모금 안 마시고도 400km를 이동해 갈 수 있다. 뜨거운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이나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아랍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막의 동반자이다. 또한 낙타는 양질의 고기는 물론 풍부한 젖을 공급한다. 낙타 한 마리를 잡으면 적어도 200kg 정도의 고기가 나온다. 5인 한 가족이 매일 2kg(3근 반) 정도의 고기를 소비한다 해도 3~4개월을 견딜 수 있는 주요한 식량이다. 여기서 다양한 육류 보존법이 생겨났다. 훈제와 염제는 기본이고, 향신료나 양념을 바르거나 건조시켜 육포를 만든다. 보존식품은 이처럼 유목사회에서 개발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길에서 만난 아랍사람들에게 낙타고기를 먹어 봤느냐고 물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낙타는 잡아서 고기를 취하는 것보다 살려서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완벽한 생태 순환 동물 우선 낙타는 인간에게 풍부한 젖을 제공해 준다. 가끔은 사람들이 물처럼 낙유를 그냥 마시기도 한다. 마시고 남는 젖은 요구르트(응고상태)를 만들고, 다시 발효시켜 라반(액체 요구르트)으로 만들어 마신다. 남은 젖으로는 수백 종류의 치즈를 만든다. 두부 같은 치즈에서부터 몇 년을 두어도 변하지 않는 바위처럼 딱딱한 다양한 치즈로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 이뿐인가! 버터를 만들고 락토스라는 유당을 추출하여 당분을 해결한다. 말려서 분유나 전지분으로 보관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정발효시켜 젖술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슬람이 받아들여진 이후에 술은 금기되었지만, 낙타 젖술은 삶의 애환을 달래고 낭만을 노래하던 유목생활의 청량제였음이 분명하다. 그외 낙타 가죽으로는 텐트나 신발을 만들고, 털로는 카펫이나 깔개를 짠다. 뼈판은 기록이나 그림의 캔버스로 사용한다. 요즘도 이스탄불이나 테헤란, 카이로 등지의 관광지에는 낙타 뼈판에 채색을 하고 판넬 속에 아름다운 미니어처(세밀화)를 그려 판매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낙타오줌은 여인들이 머리 감는 샴푸 대용으로 사용한다. 물이 귀한 생태환경에서 물로 세수나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연에 대한 도전이요,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인들은 오줌을 큰 통에 받아 두었다가 날을 잡아 머리를 감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사회적 신분이나 부의 척도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 여자가 얼마나 자주 머리를 감느냐 하는 것이다. 오줌으로 머리 감는 횟수는 바로 소유하는 낙타의 양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관개시설이 완비되고 담수화 시설 덕택에 전통 오아시스촌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럼 낙타 똥은 어디다 사용할까? 낙타의 배설물은 말려서 훌륭한 연료로 쓴다. 석유는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잘 쓰지 않는다. 낙타 똥은 생각보다는 잘 타서 요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낙타는 수송과 전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동물이다. 목축과 제한된 오아시스 경작이 주가 되는 경제순환에서 교역은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주된 통로이다. 그러나 교역로는 부족 간이나 국가 간에 평화가 유지될 때는 제대로 기능하지만, 평화구도가 깨어지면 금세 약탈과 침략 루트로 돌변한다. 어떤 경우라도 낙타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낙타 없는 교역이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다. 낙타는 생존과 동의어이다. 금기시 되는 돼지고기 반면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철저한 금기 식품으로 금하고 있다. 코란에서도 하느님의 명령으로 돼지고기 금기가 명시되어 있다. 굳이 종교적인 해석이 아니더라도 낙타의 경우처럼 오아시스 생태방정식에 돼지를 적용해 보면 답은 보다 명확하다. 우선 돼지는 지방질과 병원균 함유 때문에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춰도 자연 상태에서 부패해 버릴 뿐만 아니라 건조되지 않는다. 낙타 한 마리를 잡아 몇 달이고 가족의 식량을 충당하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보존식품이 불가능하여 바로바로 처분하지 않으면 고기의 기능이 상실되어 버린다. 둘째, 돼지는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젖의 잉여분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 새끼에게도 모자라는 젖을 인간에게 제공해 주지 못함으로써 어마어마한 유제품 음식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돼지 가죽, 두꺼운 삼겹살 껍질을 어디다 쓰겠는가? 그리고 돼지 털은? 돼지 뼈와 배설물은 또 어떠한가.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의 말린 배설물은 모두 초식동물이다. 돼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잡식동물이기 때문에 그 똥을 연료로 쓸 수가 없다. 따라서 돼지가 주는 의식주 동반자 기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수송과 이동 기능은 어떤가? 그리고 전쟁 보조 기능은? 너무나 분명하게 돼지고기가 금기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처럼 문화연구는 막연한 것 같지만, 때로는 수학공식 풀듯이 명쾌한 대답이 나오는 법이다. 글·사진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19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남쪽 바다에서 불어온 봄바람이 가장 먼저 한반도에 닿는 곳, 해남. 봄이 찾아온 해남의 산에는 동백꽃과 진달래, 들꽃들이 피기 시작해 봄 기운이 완연하고, 해안 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 능선과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시간에는 신현림 시인과 딸 서윤이가 함께 달마산, 두륜산을 향한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서번트 증후군. 뇌 장애를 가진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단추 끼우는 것조차 서툴지만 한 번 본 풍경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그림으로 옮기고, 한 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즉석 연주해내는 이들. 극과 극의 양면성을 가진 천재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해피선데이(KBS2 오후 5시20분) ‘남자의 자격’의 멤버들이 24시간 해병대 병영체험에 도전한다. ‘두번 군대가기’라는 미션을 받은 평균 39.4세 멤버들은 다소 걱정하기도 했지만 부푼 기대감 속에 순조로운 출발을 한다. 생활반을 배정받아 군복으로 갈아입고 해병대 병영체험 24시에 참여한 멤버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986년 4월,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 폭발사건. 이 사건은 원전 사상 대재앙을 초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63년 전, 이 원자력 폭발 사건을 예언한 사람이 있었는데…. 두번째 이야기 도시전설. 어두운 밤, 볼티모어의 한 공원을 찾은 크리스틴의 등 뒤로 정체 모를 무언가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SBS 오후 8시50분) 수남의 바람을 눈치챈 금란은 전화해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다그친다. 설란은 정석을 찾아가 돈 빌렸다는 거 거짓말이지 않냐며 얀티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어딘지 묻는다. 한편 금란은 장미가 순신에게 주고 온 입술도장 종이를 찾으러 순신의 진료실에 갔다가 우연히 유전자 검사표를 보게 된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어머니는 정한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무렵, 아들의 병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정한이의 병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아들의 홀로서기를 준비했다는 어머니. 시간이 지나면 정한이를 따로 나가 살게 할 것이라는 어머니의 강한 의지가 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일부러 정한이와 함께 요리를 하고 부엌일을 돕게 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시리아의 농부들은 방패벌레라 불리는 선페스트로 인해 밀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건조농업연구소에서 개발된 천적을 이용한 병충해 예방법이 농부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 친환경 병충해 예방법을 배우고자 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농부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다이어트법 BEST 5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다이어트법 BEST 5

    봄이다. 얇아지고 짧아져가는 주변인들의 옷차림을 보니, 다이어트의 계절이다. 패션잡지는 물론이고 텔레비젼과 라디오 방송에서도 연일 다이어트 얘기가 늘고 있다. 다이어트에는 참 많은 방법과 종류가 있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잊을 만 하면 뉴스에 등장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다이어트 약, 생각보다 값이 비싼 한방 다이어트 등.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다이어트의 첨병인 연예인들의 체중 감량 비법이다. 연예인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즐겨먹는 음식,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을 위주로 다이어트 식품 Best 5를 살펴본다. ▶물 물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마실 수 있으며 살도 찌지 않아 최상의 다이어트 도우미로 꼽힌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물을 충분히 섭취하게 되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체내에 쌓인 노폐물의 배설을 돕는다. 시중에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수십가지 생수와 탄산수가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호에 따라 레몬생수, 녹차, 허브차 등 여러 가지 차로도 즐길 수 있다. 물을 다이어트에 활용한 연예인 중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탤런트 정혜영. 그는 다이어트시 하루 2~2.5ℓ 정도의 충분한 수분섭취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학창시절 몸무게가 80㎏에 육박하는 거구여서 뚱보라는 놀림까지 받았다는 탤런트 이영아는 하루 1.5ℓ의 녹차를 마셨다고 고백했다. 이 두 연기자가 식단 조절에 물 다이어트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이 화제가 돼, ‘정혜영 다이어트’, ‘이영아 다이어트’라는 인기 검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닭가슴살 & 달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닭가슴살과 달걀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양만점 다이어트 식품이다. 영화 ‘스캔들’에 출연할 당시 2개월간 8kg을 감량한 한류스타 배용준의 다이어트 음식 역시 단백질이 풍부한 닭가슴살이었다고. 최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로 돌아온 슈퍼모델 이소라는 점심, 저녁에 삶은 달걀 2개와 우유를 마셔서 열량 공급원인 탄수화물 섭취를 억제하고 단백질로 식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부족한 열량을 체내 지방에서 보충해주므로 무리 없이 서서히 체중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구마 고구마는 낮은 열량에 비해 풍부한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는 식품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통통한 몸매로 나왔던 김선아의 다이어트 비법이 바로 생식과 고구마였다. 아침은 생식, 허기질 땐 삶은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는 방법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에 더해 건강 식품으로도 사랑 받는 고구마는 김선아 이외에도 옥주현 등이 이용해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짜서 실행하는 저칼로리 식단 속에는 고구마가 빠지지 않는 편이다. ▶과일 & 야채 식이섬유, 비타민 등이 풍부한 과일과 야채 또한 다이어트에 꼭 필요한 식품이다. 밥이 없이 야채를 듬뿍 넣은 독특한 비빔밥 다이어트로 가수 박진영은 10kg를 감량하곤 했다. 학창시절에 비해 31kg를 감량한 이영아도 야채 매니아다. 이들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야채와 과일로는 칼로리가 낮으면서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등이 있다. 단 주의할 점은 당도가 높은 과일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과일과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어먹을 때에는 드레싱의 칼로리에도 유의해야 한다. ▶두부 & 두유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칼로리는 낮은 두부와 두유. 영화 ‘역도산’을 찍은 후, 18kg를 감량하고 ‘공공의적2’를 찍은 설경구. 그의 다이어트 비법은 하루 6시간 걷기 운동과 함께 두부와 오이만 먹는 것이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늘 식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송일국의 아침식단에도 두부와 두유가 포함돼 있다. 두부와 두유의 인기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의 연예인들도 이를 이용한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할리우드의 여자 연예인들은 커피를 마실 때에도 우유대신 두유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부와 두유를 구성하고 있는 콩 단백질은 체지방의 양을 줄여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으며, 식사로 섭취된 칼로리 중 지방으로 저장시키는 양을 적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콩 속의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주니 일석이조 다이어트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단, 두유를 고를 때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무첨가 두유를 골라 칼로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깔깔깔]

    ●잘생긴 남자 vs 못생긴 남자1. 컴퓨터 하고 있을 때 -잘생긴 남자 : 지적으로 보인다.-못생긴 남자:또 야한 것 보나?2. 울 때-잘생긴 남자:옆에서 달래주고 싶다.-못생긴 남자:또 여자한테 차였나?3. 나를 쳐다봤을 때-잘생긴 남자:혹시 나한테 관심?-못생긴 남자:곧바로 112 신고.●죽지 않고 사는 법63빌딩에서 일가족 3명이 가정불화로 동시에 투신했으나 모두 멀쩡했다. 이유는?아버지 - 제비이기 때문에어머니 - 치맛바람이 세서아들 - 비행 청소년이었다.
  • [우리집 레시피] 진달래 화전

    [우리집 레시피] 진달래 화전

    어릴 적 선머슴 같았던 저는 진달래 피는 봄이면 언제나 산에 가서 살다시피 했었죠. 커다란 바구니에 봄 향기 나는 진달래를 한가득 따다가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리면 할머니께서는 ‘아이구~ 이렇게나 많이 따왔어?’ 하시며, 진달래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마음속에 남은 추억의 음식이 바로 진달래 화전입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는 지난 주말 아이들과 봄 나들이를 갔다 왔습니다. 그새 진달래 꽃이 피었더라고요. “저 꽃 맛있다.”고 하자, 꽃을 어떻게 먹느냐며 웃는 아이들. 집으로 돌아와 예전에 먹던 기억을 살려 진달래 화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만드는 내내 신기해했지요. ●재료 진달래, 찹쌀가루, 소금, 뜨거운 물, 설탕(꿀), 참기름 ●만들기 1. 진달래는 꽃술을 빼고 꽃이 망가지지 않게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2. 물을 끓여 소금간을 약간만 하고 준비한 찹쌀가루에 조금씩 부어 가면서 반죽을 한다. 3. 반죽을 둥글고 넙적하게 빚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앞뒤로 살짝 구운 뒤, 진달래꽃을 보기 좋게 올려 다시 살짝 굽는다. (쑥을 함께 올려주면 더 예쁘고, 향도 아주 좋다.) 4. 꿀이나 설탕에 찍어 먹는다. ●가족들의 반응은 우리 아이들, “아~ 맛있어~!” 하며 서로 만들겠다고 아우성입니다. ‘화전 맛을 알고 맛있다는 건지, 달콤한 꿀맛이 맛있어서 그런 건지….’ 어쨌든 뿌듯한 마음에 제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네요. 저도 초등학교 때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이후 처음 먹어보는 화전인데 오히려 예전 맛이 안 나는 것 같아 할머니가 더욱 그리워지는 주말이었습니다. 강미숙(35·경남 김해시 외동) ■자신만의 요리 레시피에 사연을 담아 사진과 함께 청정원 홈페이지(www.chungjungwon.co.kr) 가입→ 숟가락 라이프 →식탁이 있는 풍경에 올려주신 뒤 채택되신 분께는 10만원 상당의 청정원 선물세트 및 종가집 상품권을 증정합니다.
  • [길섶에서] 진달래 꽃/함혜리 논설위원

    사방에 온갖 꽃이 만발했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 때문인지 올봄에는 꽃들이 순서도 없이 피고 지고 있다. 매화가 지기도 전에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새 목련과 벚꽃이 활짝 피었다. 아직 철이 이른데 라일락까지 피어 버렸다. 화려함을 자랑하던 목련과 벚꽃은 열흘도 채 못 가서 꽃잎을 바람에 날려 버리고 있다. 청계산에 올랐다. 산에도 진달래 꽃이 한창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진달래가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걸었다. 봄이면 으레 피는 진달래이거늘 올해엔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야들야들한 꽃잎이 너무 가련해 보였다. 진홍빛깔 꽃 색깔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김소월이 예쁜 진달래를 보면서 왜 그런 애처로운 느낌의 시를 썼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슬픔을 겪고 난 그의 가슴은 이별의 정한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보름 전 장호원에 있는 진달래 공원묘지에 아버지를 모셨다. 진달래만 보면 괜스레 가슴이 아프다. 애써 외면하려 해도 진달래꽃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당일치기 여주·이천 봄나들이

    당일치기 여주·이천 봄나들이

    봄나들이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벚꽃을 보려면 진해나 하동 쌍계사, 산수유는 구례, 만발한 매화는 광양에서 보고, 진달래는 또 어디, 어디… 이런 식이다. 물론 그곳이 진짜배기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면 그곳들은 너무도 멀다. 돈과 시간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저 입맛만 다시며 신문 기사, TV 소개 프로그램으로 만족하기에는 화창한 봄날의 유혹이 크다. 봄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넉넉히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봄나들이의 ‘종합선물세트’인 경기 이천과 여주를 권한다. 그저 딱 하루만 투자해도 막 떠나가려는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바라바리 보따리 쌀 일도 없다.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고 훌쩍 떠나자. 온갖 꽃길에 예쁜 사찰, 역사 공부, 맛난 먹을거리, 뜨끈한 온천, 명품아웃렛쇼핑몰 등이 두루두루 갖춰져 있다. 게다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여주와 이천 그리고 광주에선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린다. ●오전 7:30 이른 아침 챙겨 먹고 차 밀리기 전에 나섰다. 첫 행선지는 이천. 설봉산을 중심으로 한 설봉공원에 꽃길, 등산로, 미술관 등이 모여 있다. 3번 국도를 이용해도 좋지만 막히지 않는 시간이니 중부고속도로가 수월하다. 서이천 나들목에서 빠지니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천 설봉공원은 여주, 광주와 함께 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394m의 야트막한 설봉산의 등산로(사실은 산책로에 가깝다)를 타고 설봉서원 지나 김유신 장군이 세운 성곽인 설봉산성을 거쳐 희망봉 정상에 오른 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을 둘러 왔는데도 1시간30분 남짓이면 충분했다. 아이들이 칭얼대며 힘들어한다면 설봉서원에서 구암약수터로 내려오는 40~50분 코스의 완만한 산책로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벚꽃과 개나리, 철쭉이 무리를 지어 호젓하게 맞이해 준다. 설봉공원 주변의 벚꽃만 5000그루. 4월 말까지 절정을 이룬다. ●오전 10:20 산수유 축제는 지난 5일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로 갔지만 역시나 꽃잎은 모두 떨어지고 없었다. 가지 끝에 삐죽거리며 매달려 있는 연노랑 수술들이 여운을 남기고 있을 뿐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여주로 향한다. ●오전 11:30 여주 하면 신륵사다. 도자가 공원 바로 곁에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을 접하고 있는 사찰이다. 강월헌에서 내려다보면 흐르는 듯 멈춘 듯 남한강이 유유히 신륵사를 끼고 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쌀밥집이 읍내 곳곳에 즐비하다. 물론 ‘쌀밥’이 특별한 시대는 지났다. 라면집에 가도 말아 먹으라고 주는 것이 쌀밥이니 말이다. 그러니 쌀밥 정식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여주쌀’로 이름을 날리던 바로 그 여주다.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대왕님표 여주쌀’로 돌솥에 갓 지은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또한 고사리, 미나리, 시금치, 콩나물, 조기, 꽃게장, 불고기, 삼합 등 갖은 반찬 중 어디다 젓가락을 대야할지 고민스럽다. 쌀밥 정식은 1인분에 1만 5000원이다. 제법 비싸지만 여주에 왔으면 꼭 한번은 먹어 줘야 한다. 여주군에서는 ‘여주쌀밥집’(031-884-3578) 등 8곳의 공식 쌀밥집을 지정해 놓았다. ●오후 1:20 다시 신륵사다. 배도 부르니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고은은 ‘만인보’에 실은 시 ‘미륵세상’에서 ‘…이런 흉흉한 땅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미륵이 왔다/ 미륵이야말로/ 새 세상을 가져온다…칠성이야말로/ 용왕이야말로/ 다 미륵의 화신이었다’고 노래했다. 여주의 미륵은 나옹 선사다. 신륵사는 무학 대사의 스승인 나옹 선사가 입적하면서 유명해진 절이다. 남한강변에 위치해 늘 범람의 위험에 노출된 신륵사에서 ‘용마(수마)’를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나옹 선사는 여주 땅에서는 미륵과 같은 존재로 통한다. 여주 사람들이 최고의 경관으로 꼽는, 아침 일찍 만나는 남한강 물안개와 일출은 꼭두새벽길을 달려오거나 신륵사에서 템플스테이(3만원)를 해야 만날 수 있는 행운이다. 신륵사의 또 하나의 정취는 그 옛날 도자기를 싣고 한강을 오가는 교역의 중심 수단이었던, 황포돛배를 타고 남한강 바람을 맞아보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모터를 달고 있고, 수심도 낮아져 신륵사 앞쪽을 왔다갔다 하는 데 그치고 만다. 30분 남짓 타는 데 5000원이다. 신륵사 쪽만이 아니라 강 맞은편 강변유원지 쪽에서도 황포돛배를 탈 수 있다. 강변에 접한 신륵사의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가람 배치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대운하가 만들어질 경우 신륵사의 풍광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니 앞으로 부지런히 와볼 일이다 싶다. ●오후 4:40 이제 역사수업 시간이다. 신륵사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면 명성황후 생가가 나온다. 명성황후가 8세까지 살았던 집이다. 이광수 관리소장은 “여주는 조선 왕비를 8명이나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기념관에서 명성황후의 생애를 담은 각종 자료와 유품을 볼 수 있다. 여주쌀을 ‘대왕님표’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세종의 능이다. 명성황후 생가에서 20분 정도 달리면 세종대왕릉(영릉)이 있다. 들어서는 길에 개나리가 양쪽에 멋지게 도열해 있고, 효종대왕릉(영릉)으로 가는 사잇길에는 진달래꽃이 감격스러울 만큼 흐드러졌다.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 혼천의 등 여러 발명품의 모형들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공부가 된다. ●오후 6:00 여기 저기 헤매다 보니 속절없이 배가 다시 고파온다. 천서리막국수촌으로 가면 그 옛날 황포돛배를 타고 가다가 막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때우던 뗏목지기들의 신산함을 만날 수 있다. 강계봉진막국수(031-882-8300)와 시원막국수(031-883-3824) 등 100% 순메밀을 자랑하는 막국수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후 7:20 아무리 주말의 하루지만 그냥 서울로 들어가기는 아쉽다. 이천 테르메덴(031-645-2000)이나 광주 퇴촌 스파그린랜드(031-760-5700)에 들러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밤하늘의 별을 세어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당일치기 봄나들이는 완성이다. 여주·이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반도체공장, 각종 마트, 택시, 새벽시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24시간 잠자지 않고 일하는 사회가 되었다. 게다가 수험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자지 않고 낮처럼 활동하고 있다. 우리에게 밤 시간은 무시되어도 좋은 것일까? 우리가 몰랐던 내 몸 안의 시계, 생체리듬에 대해 알아 본다. ●소비자 고발(KBS2 오후 11시5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터질 때마다 부모들은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인 학부모들을 유혹하는 이동통신사들의 각종 안심 서비스들. 과연 이런 서비스들은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또 고층 아파트의 화재 위험 실태도 살펴 본다. ●사랑해, 울지마(MBC 오후 8시15분) 서영에게서 전화를 받은 영민고모는 깜짝 놀란다. 만나고 싶다는 서영에게 난감한 입장을 보이던 고모는 결국 수락하고, 거짓말 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일들을 사과하는 서영에게 조금 누그러진 기분으로 대한다. 한편 영민에게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당한 서영은 영민네 사무실까지 찾아 간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 그리고 아들 건호씨까지 수사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받은 비자금의 진실과 박연차 게이트의 끝은 어디인지 살펴 본다. ●유아독존(EBS 오후 7시50분) 14개월 예린, 예슬 쌍둥이 자매에게 생긴 유아독존 언니, 오빠. 예뻐해 주고 잘 보살펴 줄 거란 아이들, 포부도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게 동생 돌보기를 약속한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쌍둥이 동생. 달래도 소용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유아독존 아이들은 끝까지 쌍둥이 동생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인천항 개항 120년을 맞아 세계 명품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인천시의 안상수 시장을 만나 본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에는 65층짜리 동북아 무역센터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도 열릴 예정이다. 특히 세계 도시축전이 열리는 올해는 인천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
  • 산불 비상령은 뒷전 축제에 행정력 올인

    산불 비상령은 뒷전 축제에 행정력 올인

    봄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로 인해 전국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산불 방지는 뒷전인 채 축제판 벌이기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경남 창녕군의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장에서 발생한 대형참사에서 보듯, 자칫 산불 방지에 소홀하거나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자치단체들의 각별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29ha 소실 경주, 특별 비상 기간에 지역 축제 14일 경북도에 따르면 산림청은 전국적으로 산불이 계속 이어지자 지난 6일까지 전국에 내렸던 ‘ 산불방지 특별 비상 경계령’을 오는 26일까지 연장했다. 이에 앞서 도는 지난 9일 산불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전환하는 등 산불 방지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도의 경우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22개 시·군(울릉군 제외)에서 101건의 산불이 발생해 임야 175㏊가 소실되는 등 전국 산불 최다 발생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군위와 영주에서는 산불로 주민 1명씩이 목숨을 잃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행정력을 지역축제 개최에 쏟아 붓고 있어 산불 예방 활동은 뒷전으로 밀려 나고 있는 형국이다. 올들어 8건의 산불이 발생해 임야 29㏊가 소실된 경주시는 18~23일 6일간 시내 황성공원 일원에서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2009’ 행사를 연다. 경주에서는 지난 10일 낮 12시30분쯤 동천동 보문관광단지 진입도로 갈대 밭에서 발생한 산불이 3일째 번져 임야 13㏊가 불에 타고 인근 주민 200여명이 한때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또 같은 날 오후 1시쯤에도 감포읍 오류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나무와 잡목 등 임야 9㏊를 태우고 20시간만인 11일 오전 9시쯤 진화됐다. 그런데도 시는 황성공원 행사를 연기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화왕산 참사’ 타산지석… 지자체 경각심 요구 칠곡군도 지난 6~8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나, 봄철 산불 방지대책 기간(5월15일까지)인 다음달 7~10일 사흘간 신동제 일원에서 아카시아 벌꿀축제를 열 계획이다. 칠곡은 이번 산불로 임야 80㏊가 불에 타고 주민 3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영덕군도 오는 24~26일 3일간 축산면 축산항 일원에서 ‘영덕 물가자미 축제’를 개최한다. 군은 축제의 성공을 위해 각종 행사 준비와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들어 영덕지역에서 발생한 3건의 산불로 임야 3.8㏊가 불에 탔고 건조주의보에 강풍주의보까지 내려진 상태여서 산불 발생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들어 산불이 3건씩 발생, 임야 0.3~0.6㏊가 소실된 청송군과 문경시도 다음달 2~3일, 1~10일 각각 ‘주왕산 수달래제’와 ‘문경 전통 찻사발 축제’를 연다. 또 최근 3개월여 동안에 산불 11건이 발생한 영천시도 같은달 3~5일 화북면 정각리 별빛마을에서 ‘보현산 별빛축제’를, 영양군도 5월8~10일 일원산 등에서 ‘웰빙 영양 일월산 산나물 한마당’ 행사를 연다. 도 관계자는 “잦은 산불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이 한가하게 축제판을 벌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군수 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행정에만 눈이 팔려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박홍환 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후야오방 20주기 앞두고 초긴장

    최근 베이징에서 친목 모임을 가지려던 한 외국인 단체는 베이징시 공안 당국으로부터 집회불허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아무런 제재도 없이 모임을 가졌던 터라 여러차례 재고를 요청했지만 공안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이 단체는 베이징시 경계를 벗어난 허베이(河北)성의 한 소도시로 장소를 옮겨 모임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티베트 봉기 50년(3월10일)을 무사히 넘긴 중국이 이번엔 톈안먼(天安門) 사태 20년(6월4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또다시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15일은 톈안먼 사태를 촉발시킨 계기가 된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20주기여서 중국 공안 당국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후야오방은 중국의 혁명 1세대 가운데 대표적인 개혁주의자. 1981년 6월 공산당 제11기 6중전회(제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오류를 비판하면서 총서기에 선임됐으나 87년 1월 반일시위에서 비롯된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온건하게 대처했다는 이유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실각했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1989년 4월15일 후야오방이 사망하자 대학생들은 잇따라 애도 집회를 가지면서 정부에 대대적인 민주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사흘 뒤 대학생 1000여명은 최고 권부인 중난하이(中南海)로 몰려가 후야오방의 복권을 요구했고, 장례식이 치러진 4월21일 대학생 20만명이 톈안먼 광장에 운집, 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톈안먼 광장에서의 대학생 단식투쟁 등에 대한 동조여론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중국 지도부는 결국 강제진압을 결정, 6월4일 인민해방군을 톈안먼 광장에 투입했다.중국 정부가 그의 20주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의 개혁정신에 대한 복권 요구가 가져올 폭발력 때문이다. 그의 탄생 90주년인 2005년 일부 복권 시도가 있었고, 그를 기리는 홈페이지(www.hybsl.cn)도 개설됐지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부분은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참정권의 확대와 인권개선 방안 등을 담은 인권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민심 달래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stinger@seoul.co.kr
  • [내고장 이 맛!] 지리산 봄나물 비빔밥

    [내고장 이 맛!] 지리산 봄나물 비빔밥

    산두릅·취나물·돌나물·쑥부쟁이·냉이·쑥·달래·더덕….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 싱싱한 나물로 원기를 회복해 보면 어떨까. 대지를 뚫고 솟아나는 나물류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다. 전남 구례군 화엄사 지구 등 지리산 일대 식당가는 요즘 손님들로 넘쳐난다. 예부터 각종 산나물이 풍부하게 생산되면서 자연스레 집단 음식촌이 생겨났다. 음식점들이 내놓는 산채 비빔밥은 요즘 최고 인기 식품이다. 주요 재료 중의 하나인 취나물 등은 해발 500m 이상 고지에서 자란 것들이다. 꽃과 산을 둘러보고 시장기가 느껴지는 참에 맛보는 비빔밥은 아무 데서나 느낄 수 없는 별미이다. 화엄사 지구엔 현재 20여개 음식점들이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으로 봄 손님을 끌고 있다. 산채비빔밥엔 취나물·고사리·쑥·돌미나리·냉이·표고버섯 등이 들어간다. 취나물·쑥부쟁이·고사리 등은 지리산 자락에서 직접 채취하는 대표적 나물류이다. 이런 재료들은 대부분 구례와 인근 읍 등의 재래시장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좌판을 통해 조달된다. 습지에 돋아나는 돌미나리와 바위틈에 자생하는 돌나물, 논·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달래·냉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구례지역 식당들이 현지에서 마련한 각종 나물류로 만든 산채비빔밥은 한 그릇 5000~6000원. 토종 된장국은 기본이다. 산채 비빔밥 재료에 두릅·더덕 등과 생선류가 추가되는 산채정식은 보통 1인당 1만원이다. 원시적 약초 향기와 씁쓰레한 맛을 내는 자연산 취나물을 씹으면 식욕이 절로 난다. 유채·봄배추(봄동)·씀바귀·비름 등 이른 봄에 새순을 먹을 수 있는 나물류가 지천에 깔려 있다. 화엄사 지구에서 20년 넘게 산채비빔밥 식당을 운영 중인 한기남(45·여)씨는 “요즘 한창 나는 산나물의 새싹을 살짝 데쳐 집에서 담근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 먹으면 없던 기운도 절로 솟아난다.”고 말했다. 구례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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