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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망각이라는 이름의 혼돈/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망각이라는 이름의 혼돈/김성호 논설위원

    얼마 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의 대표 유적인 ‘검투사의 집’이 무너졌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검투사의 집’이라면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집단 거주한 2000년 역사의 유적이다. 검투사들이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싸우기에 앞서 집결해 훈련한 프레스코양식의 세계유산.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파묻힌 고대도시 폼페이를 상기시켜 한 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희귀유적이다.이탈리아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적 불명예’라며 개탄한 걸 보면 상실의 후유증이 엄청나 보인다. ‘검투사의 집’ 붕괴가 인재(人災) 논란에 휩싸였다. 폭우 탓이라는 발뺌이 안이함에의 책임추궁에 묻힌 듯하다. 5년전 폼페이유적의 70%가 붕괴될 것이란 경고대로 올 초 콜로세움 처마가 떨어져 내린 바 있다.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에 이탈리아 문화부장관은 “업무를 잘 수행했다.”며 맞섰단다. 인권위원회 파행과 관련해 “잘 운영되고 있다.”며 사퇴압박을 일축한 우리 인권위원장 발언과 닮았다. 유적 참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장관이나 인권의 가치를 지키라는 몸짓들을 외면한 위원장에게서 본질 망각의 혼돈을 본다. ‘검투사의 집’ 붕괴에 광화문 현판 균열 논란을 한번 얹어 보자. 복원 석달 만에 갈라진 현판에 날씨 탓이라는 발뺌과 무리한 공기단축의 인재란 질타가 팽팽하다. “금강송은 날씨가 추워지면 갈라지기 일쑤”라는 문화재청은 아교·톱밥 땜질과 재단청이란 희한한 복구처방을 내놓았다. 갈라진 현판을 그저 덧칠해 가리겠다는 문화재청은 경복궁 복원사업의 주체가 아닌가. 경복궁·광화문 복원은 일제에 훼손된 조선정궁을 되살려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것이란 본질을 잊었단 말인가. 경술국치 100년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연초 곳곳에서 무성했던 과거사에 대한 옹골찬 직시며 공과를 제대로 따져 보자는 거센 목소리들도 시간의 흐름에 묻혀가는 듯하다. 동족상잔 6·25전쟁 60주년의 해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국권 침탈의 마지막 단계인 강제병합 100년째 되는 해. 그리고 남북분단의 단초인 전쟁 발발 60년째. 국치와 분열의 아픔 치유며 잔재 청산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고 얼마나 이루었는지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조선총독부를 통해 일본에 반출된 도서 1205책이 국내에 돌아온다. 1965년 한일협정 조약체결 무렵 우리문화재 1432점 반환 이후 45년 만의 반환이란 사실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알쏭달쏭한 총리담화에 얹힌 약탈문화재의 반환 아닌 ‘인도’ 양식을 놓고도 말이 많다. 조선총독부를 통해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한정한다는 원칙이라면 이번 인도로 6만점에서 많게는 30만점까지 있다는 일본 내 우리 약탈문화재의 반환 길이 막히게 될지도 모른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흔히 문화재는 역사의 거울이라고 한다. 민족혼이 담긴 결정체라고 할 때 문화재며 문화유산은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결정인 것이다. 광화문 현판 복원이나 일제 약탈도서의 반환이 그저 형상의 되돌림이나 빼앗긴 문화재의 원위치 찾기에 머무는 것일까. 조선정궁을 허울만 되살리고 빼앗긴 선인들의 책자 몇 권쯤 돌려받는 복원과 반환이라면 역사의 거울 차원에선 한참 먼 것이다. G20 서울정상회의에 앞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 때 양복에 단 양귀비꽃 배지를 놓고 마찰이 있었다. 양귀비는 1차대전 당시 희생된 전몰장병의 혼을 달래기 위해 정한 영국 현충일의 상징이다. 영국 입장에서야 추모와 현충의 상징이겠지만 중국은 영국에 패한 아편전쟁을 떠올리는 치욕의 상징일 터. 한편에선 잊지 말자는 기억의 회생이고 다른 쪽에선 아픔의 망각이 강하니 괜한 마찰이 아니다. 잊어선 안 될 것들을 두고 서로 달리하는 집착이라고 할까. 체코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고 썼다. 망각의 늪과 혼돈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kimus@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한식탐험대(KBS1 오후 7시 30분) 궁핍한 시절,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따뜻한 음식, 죽. 이제는 웰빙 바람을 타고 죽 열풍이 분다. 간편하면서도 영양을 가득 채운 배아현미전복죽과 젊은 여성을 겨냥한 호밀빵옥수수죽.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치킨카레죽, 얼큰김치죽, 황태콩나물죽까지. 건강함을 살린 다양한 죽 요리를 공개한다. ●희말릴레이 일자리 119(KBS2 오전 11시 20분) 이번 주 참여 기업은 종합 인테리어 유통업체, 주식회사 한샘. 침실, 거실, 욕실가구는 물론 기기 소품, 조명 등 주거공간에 종합 인테리어를 제공한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유행을 앞서는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한샘에서 인테리어 컨설팅으로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들어갈 쇼룸 코디네이터를 모집한다. ●나누면 행복(MBC 밤 12시 10분) 한국 골프계의 간판스타, 남자 골프 선수 중 세계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 골퍼 최경주. 3년 전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기부 활동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하는 최경주의 통 큰 나눔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SBS 오후 8시 50분) 지난 11월 2일 인터넷에서 화재가 된 사진. 도로 한복판에 몸을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남자, 그리고 마치 보호라도 하는 듯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열두 마리의 개.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인을 지키려 했던 개들의 감동적인 모습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말 열두 마리의 개들이 남자를 구하려고 했던 걸까. ●공부의 왕도(EBS 밤 12시 5분) 말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행복한 수다쟁이 규리양이 택한 공부법은 ‘말(言)’로 공부하기. 중학교 때는 전교 200등 밖으로 밀려난 적도 있었지만 장점을 살린 자신만의 공부법으로 올해 3월 시행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전교 2등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규리양만의 말하기 공부법, 그 자세한 과정을 들어본다. ●명불허전(OBS 오후 10시 5분) 토크쇼 ‘명불허전’에서는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를 만나본다. 올해로 데뷔 33년, 다양한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인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기까지 금난새 지휘자의 가족사, 도전과 노력, 시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주말화제]세종문화회관 2기 시민배우 연극교실

    “상대 배우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통화가 끊어졌다는 걸 확인한 뒤에 대사를 들어가야 내가 알아차렸다는 뜻이 됩니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 들어가면 행동과 대사가 연결이 안 돼요. ” “여러분 발 밑에 흰 점선 보이시죠? 그게 분할 조명 표시입니다. 그 선을 넘으면 조명을 못 받아요. 그 점 신경 쓰면서 다시 한번 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낼모레가 공연이에요.” “거기서 한 문장 끝나잖아요. 그 대목에서 숨을 끊고 다음 대사 해야죠. 안 그러니까 다음 대사가 무슨 말인지 안 들리잖아요. 그리고 대사 외운 티 내지 말고요.” 지난 4일 오후 9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의 연출을 맡은 강신구씨의 지청구가 쉼 없이 이어진다. 두 시간 전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만두로 빈속을 달래며 “목요일반 표는 벌써 매진됐데.”, “우리 표도 팔려야 할 텐데 어쩌지.”라며 웃어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뻔히 다 아는 대사에, 상황에, 동선인데 이게 왜 자꾸만 엉키나. 서로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연기에 몰입한다. 이들은 그냥 일반인들. 하여 시민배우다. 정확히는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4월에 뽑은 ‘시민연극교실’ 화요일반 배우들이다. 지난해 1기에 이은 2기다. 45명을 선발, 화·수·목요일반 세팀으로 나눠 각각 ‘진짜 진짜 리얼리티쇼’ ‘고백 오마이 갓’ ‘나비섬 가는 배’를 6~7일 이틀 동안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무대에 올린다. 아이디어는 김석만 서울시극단장이 냈다. 삶은 연극이라는데, 대학교수, 최고경영자(CEO), 직장인, 주부, 무당까지 다양한 사람을 골고루 섞어서 연극을 만들면 그 어떤 기성 배우나 작품보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기생 약력을 훑어보니 대충 감이 온다. 보험설계사, 교사, 등산학교장, 치과의사, 주부, 카페 매니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였다. 국민가요 ‘개똥벌레’를 작사한 이흥건씨도 있다. 나이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연극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시민배우들은 대본도 직접 만들었다. 거창한 남 얘기가 아니라 소소한 내 얘기를 해보자는 뜻에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치유해 보자는 의도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두성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은 이를 ‘자기화된 것의 표현’으로 정리했다. “간혹 불만스러워하시는 분이 있으세요. 셰익스피어의 명작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송강호를 팔아서 진압합니다.” 배우 송강호가 연극무대에 처음 섰을 때, 경상도 사투리에 너무 신경썼다고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너다운 연기를 하면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송강호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비로소 영화배우로도 성공했다고 설득하는 거죠. 하하하.” 그런데 이들은 왜 멀쩡한 생업을 놔두고 밤마다 ‘리얼리티쇼’에 매달리는 것일까. 화요일반의 맏언니 장선혜(57) 제인인터내셔널 대표가 대답했다. “처음엔 쳇바퀴 같은 인생에 뭔가 탈출구가 필요해 지원했어요. 와 보니 저 같은 사람이 절반이더군요(웃음). 용기를 내 저지르긴 했는데 그래도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처음엔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닌다고 집에 거짓말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면 할수록 참 재미있더라고요. 이런저런 강의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시민배우) 프로그램은 정말 흔치 않아요. 희곡에 대한 이론수업 자체가 인문학 강의예요. 그리고 이제는 문화를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시대 아니던가요?” 1기 선배인 주부 이성주씨도 거들고 나섰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해보면 맛을 알게 돼요. 그래서 12월에 1기 20여명이 모여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 공연을 해요. 한번 하고 말 게 아니라 계속 이어가자는 뜻이지요.” 세종문화회관 시민배우교실은 해마다 4월쯤 모집한다. 명동예술극장도 올해 ‘아마추어 배우교실’을 신설했다. 주부반·직장인반 15명씩 선발하고 지원서는 오는 10일까지 접수한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시민배우들의 얼굴은 여전히 흥분과 열정으로 넘쳐났다. 이때 누군가 툭 던지는 말, “그런데 공연 담당 기자분이라면 누구보다 이런 거 먼저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차!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꽃샘길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강북구 오동근린공원 꽃샘길

    ‘꽃은 묵묵히 피고 묵묵히 진다. 다시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명의 기쁨이 후회없이 거기서 빛나고 있다.’ 강북구 번동 오동근린공원 꽃샘길은 아름다운 시(詩)가 절로 피어나는 곳이다 꽃샘길 조성에 맺힌 사연은 가슴 저미도록 애달프다. 암환자가 가꾼 길이어서다. 4일 찾아간 공원 팻말에는 김영산(55·번2동)씨가 1994년 병마와 싸우며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길을 닦아 샐비어, 들국화, 영산홍, 금낭화 등 울긋불긋한 야생화 꽃길 동산을 10년 넘게 만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혼자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꽃을 즐기자는 아름다운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를 괴롭히던 암도 소리없이 치유됐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고 울적한 날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오동근린공원(134만㎡) 꽃샘길로 발길을 옮겨 공원에 깃든 사연을 떠올리며 달래보자. ●김영산씨 10여년 조성… 암도 치유 번동 5단지 주공아파트에서 시작해 강북구민운동장까지 1.5㎞에 이르는 산책로는 숲속 놀이터이자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다. 오패산 정상이 123m밖에 안 돼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다. 길 양옆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자작나무 등 울창한 숲 체험장이 마련돼 있고 아이들을 위한 여우, 멧돼지, 사슴 동물모형과 모래체험장, 로프오르기, 버섯놀이집 등 체험놀이시설이 즐비하다. 10여분 더 걸으면 2002년 조성된 돌탑을 만나 모든 번뇌와 망상을 바람결에 날려버릴 수 있다. ●1.5㎞ 산책로에 영산홍 등 즐비 홀로 걸어도 발걸음이 흥겹다. 강북구가 설치한 작은 바위모양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 교향곡부터 스티비 원더가 부른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와 같은 팝송을 들으며 걷다보면 1시간쯤은 훌쩍 지나간다. 호젓한 산책을 배가시키고 싶다면 강북권 명품공원 ‘북서울 꿈의 숲’이 제격이다. 구민운동장으로 나와 조금만 더 걸으면 나타난다. 문화 향유는 덤이다. 아트센터에선 비엔나 음악상자, 청계천의 추억(12월 5일까지) 등 공연과 전시가 한창이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아트센터에 있는 중국 음식점 메이린(2289-5450)에서 창밖풍경과 함께 허기진 배를 달래는 것도 좋다. 유니자장면(4500원), 메생이탕면(6500원) 맛이 일품이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책 읽는 밤(KBS1 밤 1시) 21세기 글로벌 시대, 우리는 어떤 세계화 전략을 내세워야 할까. 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선택, 박세일의 ‘창조적 세계화론’을 분석해 본다. 읽고 나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화, 생활 속 소소한 장면들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 따뜻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백희나. 그녀의 두 번째 이야기, ‘달 샤베트’를 만나본다. ●1 대 100(KBS2 오후 8시 50분) 영원한 뽀빠이 아저씨, 이상용. 예심 고득점자와 이강훈이 각각 1인으로 나선다. 연예인 퀴즈군단, 청년 백수 취업 준비생들, 1 대 100 1단계 탈락자들, 삼수생들, 내 집 장만을 꿈꾸는 사람들, 단역 출연자들, 다인승 버스가 절실한 야구단, 2010 실연남녀,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들, 그리고 63명의 예심 통과자들이 100인으로 도전한다. ●역전의 여왕(MBC 오후 9시 55분) 특별 기획팀에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 태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용식의 말에 태희는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기회를 달라고 하고, 용식은 대량의 재고 화장품을 일주일 안에 팔아 보라고 한다. 용식은 여진의 짐을 들어주고 있는 준수를 보게 된다. 한편 준수는 떡볶이집 주인에게 사정사정하여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10분) ‘학교가 싫다.’ 학교만 가면 안절부절, 교실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아이. 하루 종일 복도에서 꼼짝없이 아이를 지키고 앉아 있는 엄마. 선생님과 맞대결하는 ‘무개념 초딩’.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다. 도헌이는 왜 이렇게 학교가 싫은 걸까. 학교 안 가는 도헌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본다. ●다큐 10+(EBS 오후 11시 10분) 미국 최고의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탱크’. 제2차 세계 대전 시 탱크 부대 사령관이었던 ‘크레이톤 에이브럼스’가 1972년 제안, 1980년에 처음으로 출고된 이 탱크는 세계적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대단한 성능의 탱크다.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최강의 공격 탱크 ‘M1 에이브럼스’ 를 해부한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170cm의 키와 날씬한 몸매, 한눈에 봐도 아가씨다. 그러나 소녀의 나이 이제 겨우 열세살.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릴 때면 영락없는 13살 초등학생이지만,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면 프로들 못지않게 진지하다.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세계를 홀릴 춤사위를 선보이고 싶다는 소녀의 일기를 들여다본다.
  • [사설] 쌀 달라면서 전방 GP에 총 쏘는 北

    북한이 얼마 전 무려 7700억원어치의 쌀 50만t을 달라더니 이번에는 총질을 해댔다. 북한군이 강원도 최전방의 우리 군 경계초소(GP)에 총격을 가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사 특별조사팀이 나선 만큼 곧 실체가 밝혀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북측의 두줄타기 장난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쪽에선 유화 제스처, 다른 한쪽에선 긴장 조성으로 깐죽거려도 현혹될 우리가 아니다. 북측은 그런 상투적인 대남 전술로는 어떤 대가도 얻을 수 없다. 이번 총격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면 북측이 사과하거나 최소한 우리에게 통보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남측을 헷갈리게 하려 든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만약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의도적인 도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단 두발만을 쏜 것은 지극히 북한스럽다. 절제된 도발로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대남 유화 제스처도 유지하려는 속셈 정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2중 계산으로는 털끝만큼의 긴장감도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총격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이는 북측의 얄팍한 의도를 알리려는 뜻일 뿐 결코 말려든 게 아님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행여 일부 좌파세력들이 북측에 동조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북측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을 조성하려고 덤빈다면 그 또한 오판이다. 우리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 대비태세와 경호 경비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북측 대변인은 “대화 거절로 초래되는 파국적 후과(결과)” 운운하며 위협했다. 총격 사건이 그 협박에 따른 행동이라면 북측은 오판임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의연히 대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에 관한 한 우리의 입장은 단호하다. 남북 정상회담이든, 군사실무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북측의 변화가 선결 조건이다. 철부지를 달래려고 사탕주듯 하는 남북관계는 마감됐다는 현실부터 북측은 직시하라. 13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늘로 사흘째다. 이산가족 일부는 사망 또는 건강 등의 이유로 상봉이 무산됐다. 남북이 분단된 지 60년이 지났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성의를 보여라.
  • 너와 나 손잡은 그 순간,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너와 나 손잡은 그 순간,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생후 18개월이 지난 아기는 다른 아이가 고통을 받는 광경을 보면 덩달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장난감을 건네거나 안아 주거나 자기 엄마에게 데리고 가서 달래 주도록 한다. 위기의 시대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우리 시대의 독보적인 사회사상가로 평가받는 제러미 리프킨이 신작 ‘공감의 시대’(이경남 옮김, 민음사 펴냄)를 통해 이제야 우리는 우리의 모습에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공감하는 인간)를 찾았다고 밝혔다. 리프킨의 1995년 작 ‘노동의 종말’은 노동 시간 삭감을 위한 사회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1998년 작 ‘바이오테크 시대’는 생명공학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켰다.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는 소유의 시대는 가고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으며 ‘유러피언 드림’(2004년)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 한번 미래학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리프킨은 “인간이 갈수록 정교하고 상호 의존적이고 복잡한 사회구조를 지향하는 까닭은 생존과 번영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본성적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섭을 넓히고 심화시키려 하고, 더 큰 사회에 참여하여 우리 자신을 초월하려는 정서를 가진 종이라면, 복잡해지는 사회구조는 그런 인간의 여정에 탈것을 제공해 주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리프킨은 83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다양한 이론과 실험 사례를 제시한다. 이 가운데 소아과 의사 도널드 위니콧의 주장에 따르면 아기는 엄마의 배 속에서 만들어지지만, 하나의 개인은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요즘 산부인과는 최신 육아 이론을 받아들여 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젖꼭지를 빨 시간을 준다. 이때 눈조차 못 뜨는 빨간 핏덩이들은 본능과 냄새만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찾아서 빈 젖을 빤다. “이 첫 번째 수유에서 엄마는 아이가 스스로 젖꼭지를 찾게 배려해 줘야 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기가 젖꼭지를 만들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희미하게나마 세상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위니콧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젖꼭지를 즐겁게 찾아내어 마법적인 힘으로 젖꼭지를 만들어 낼 기회를 주지 않고 아이의 입에 곧바로 젖가슴을 물려 준다면, 아이는 감각적인 기억을 만들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결국 아이는 자신과 별개인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분리된 개인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엄마가 물려준 젖꼭지를 문 아기는 결코 세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외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우며, 장차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위니콧은 경고한다. 처음부터 관계가 개인을 만든다는 것이 리프킨의 덧붙여지는 설명이다. 이처럼 ‘타고난 유대감에 대한 요구’를 가진 인간의 본성인 공감은 자본주의 경제활동도 바꾸어 놓았다. 음반 회사는 CD를 파는 대신 인터넷 접속으로 거래 비용을 줄였고, 브리태니커 사전은 온라인판으로 거래 비용을 제거했다. 미국에서 성인식의 상징이었던 자동차의 개념도 바뀌어서 지금은 도로 위의 40%가 리스(대여) 차량이다. 이처럼 21세기 공감의 시대에 등장하는 새로운 의식은 게임의 원리를 바꾸면서 모든 생활 방식과 경제 기반을 변화시켜 놓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세계인을 하나로 이어 주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세계인에 어울리는 시야를 갖게 해 주는 도시화, 국제적인 이주의 물결, 다중 정체성과 이중 국적의 증가, 유행처럼 번지는 세계 여행과 관광 등은 다양한 형태로 인류를 하나로 묶어준다. 그 결과 동성애자와 장애인을 포함하여 인류사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이 모두 타자가 아니라 공감을 통해 함께 살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상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단위는 30명에서 150명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물학적 구조에 내장된 공감 성향은 인류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묶어준다. 지구촌의 붕괴를 피하려면 생물권 전체와 집단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맺을 때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리프킨의 제안이다. 3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치이슈 Q&A] SSM 규제법안 2개 분리처리냐 동시처리냐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법안(유통산업발전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처리를 놓고 여야 대립이 첨예하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데도 순차 처리냐, 동시 처리냐를 놓고 대립하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SSM 규제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함의를 Q&A로 풀어 본다. Q:유통법 개정안 내용은. A:재래시장 반경 500m 내 SSM 입점 제한. 1500여개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 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SSM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입점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다. Q:상생법 개정안 내용은. A: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조정 신청권 강화. 대기업이 직영하는 SSM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투자한 SSM 프랜차이즈 점포라고 하더라도 대기업 지분이 51% 이상이면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500m 범위 밖의 영세 업자들도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해당 SSM은 개점을 미루거나 영업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법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이다. Q:왜 싸우나. A:560만표가 달렸다. 자영업자(음식점·도소매업·서비스업의 개인사업자) 수는 9월 말 현재 560만명으로 경제 활동 인구의 23.3%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비율로, 미국·영국·독일 등은 10%를 넘지 않는다. 이들은 진보·보수라는 정치이념보다 경기에 훨씬 민감한 거대한 부동층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맨 먼저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Q:자영업자 수가 감소한다는데. A:그래서 더 폭발력이 있다. 자영업자 수는 2년 전보다 56만명이나 줄었다. 문제는 이들이 실업층이나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는 데다 이들이 몰락한 데는 SSM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SSM 점포 수는 660여개로, 매월 50여개씩 늘고 있다. ‘성난’ 자영업자를 달래지 않고서는 집권을 얘기하기 힘들게 됐다. Q:여당은 왜 분리처리를 주장하나. A:자영업자 달래기+통상 마찰 최소화. 정부·여당은 유통법과 달리 상생법은 통상 마찰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상생법이 통과되면 홈플러스와 같은 외국계 유통업체가 가맹점 형태로 SSM 사업에 나섰을 경우 규제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통 서비스를 100% 개방한다는 내용의 양허안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는데 상생법은 이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있어 FTA 비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여권은 유통법을 먼저 처리하고, FTA 비준 상황을 봐가며 연말쯤에 상생법을 처리하자고 한다. 한나라당이 “분리처리 합의를 깬 민주당 때문에 유통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동안 SSM 규제법 처리에 미온적이었다는 여론을 역전시키려는 의도다. Q:야당은 왜 분리처리 합의를 깼나. A:확실한 규제+선명성 강화. 분리 처리에 합의했던 민주당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생법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유럽의회가 FTA 정책에 반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한·EU FTA에 난기류가 형성되자 동시 처리로 선회했다. ‘유통법과 상생법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강경파가 협상파를 눌렀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법만 처리되면 SSM들이 500m 밖에서 재래시장을 포위해 들어올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우려도 있다. 유통법이 먼저 통과되고 연말 예산국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기업들이 반대하는 상생법이 물건너가면 결국 공은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민주당은 비판만 받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Q:여당은 단독처리할까. A:일단 여론의 추이를 볼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직권상정을 통해 유통법을 단독 처리해도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무성 원내대표는 “야당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통법이라도 먼저 처리하라는 여론과 반드시 둘 다 처리하라는 여론 중 어느 쪽이 우세하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전망이다. 단독 처리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별로 없지만, 대(對)야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방글라데시서 인술 펴는 ‘꼬레안 닥터’

    방글라데시서 인술 펴는 ‘꼬레안 닥터’

    이런 병원이 있다. 진료비는 무조건 10%만 받는다. 환자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무료 진료와 무료 수술도 가능하다. 가령 전신 화상 치료를 받은 5살 여자아이는 치료비로 200원을 내놨다. 비싼 병원비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 29일 오후 9시 50분 EBS ‘명의’는 방글라데시에서 이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의사들을 조명하는 ‘특집-꼬람똘라 병원의 꼬레안 닥터’를 방영한다. 뛰어난 업적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보다 낮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성심성의껏 진료하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명의가 아니냐고 말한다. 꼬람똘라 병원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곽에 위치한 병원. 저개발국이 으레 그렇듯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웬만큼 아픈 것은 다 참고 산다. 그러나 이 병원만큼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친절한 한국 의사들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한국 의사들이 왜 이곳에까지 날아왔을까. 이석로 전 원장과 박무열 현 원장, 두 의사를 통해 얘기를 들어본다. 이 전 원장은 17년째, 박 원장은 8년째 봉사 중이다. 그런데 이 전 원장은 ‘봉사’라는 말 자체를 끔찍이 싫어한다. 더 가진 것을 나누고 덜 가진 것을 채워줄 뿐인데 그걸 남에게 뭘 해주는 것처럼 하는 게 싫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원장은 치료와 진료 못지않게 비중을 두는 게 따로 있다. 어르고 달래고 충고하고 따끔하게 혼내고, 주민들과 부대끼며 인생 상담까지 하는 것이다. 가끔 나는 왜 아직도 방글라데시에 머무는가 하고 의문이 들지만. 박 원장은 처음부터 거창한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방글라데시에 들렀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의사로 눌러앉아 버렸다고 말한다. 봉사가 좋아서? 아니다. 박 원장은 없는 가운데서도 서로 의지하면서 만족해할 줄 아는 이곳 사람들에게 반했다. 그래서 박 원장은 자신이 봉사하는 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두 의사는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는 왜 방글라데시를 떠나지 못하는가. 의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곳에 머무는 것, 그게 의사의 당연한 책임이 아니냐는 대답이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내가 다른 누구의, 또는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 출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타인과는 다른 나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인식한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명절이나 공휴일처럼 모두가 즐기는 날이 아니라 나와 관계한 가족·친구와 즐기는 날이 바로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세상 풍파 속에서도 굳건하게 견디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알리는 나에 대한 칭찬이거나 애정의 표시로 삼을 수도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일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대가 달라지면서 이런 생일에 대한 기대와 세태도 덩달아 달라졌다. 하지만 생일에서 느끼는 감동의 원천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꼈을 때다. 아무리 큰돈을 들인 선물로도 이런 감동을 완전히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론 치킨 한 마리만 뎅그렇게 놓인 때늦은 생일상일지라도 가족이나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면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자정에 맞은 눈물의 파티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교 1학년 김중호(가명·16)군은 올 6월 13일 생일을 잊을 수 없다. 밤 12시, 생일이 막 지난 시간. 엄마, 중학교 2학년 남동생과 셋이서 식탁에 앉아 배달시킨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콜라를 놓고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조촐한 파티였지만 엄마도, 아들도 하루종일 속이 새까맣게 타도록 속을 태운 특별한 파티였다. 세 식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왈칵 눈물까지 쏟았다. 이날 아침, 파출부 일을 하시는 어머니는 김군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냥 일을 나가셨다. 김군은 “솔직히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생이랑 저랑 둘을 혼자 힘들게 키우시는 엄마한테 그런 걸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학교에서는 친한 친구 몇몇이 작은 생일 케이크를 가져다가 생일을 축하해 줬지만,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실 지난해까지 김군은 아버지와도 함께 살았다. 해마다 생일날엔 많지 않지만 용돈도 받았다. 하지만 김군은 “(아버지가) 차라리 용돈을 안 줘도 좋으니 때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는 술에 빠져 살며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리는 남편과 이혼, 아이 둘을 데리고 따로 살림을 차렸다. 이번 생일은 김군이 엄마, 동생과 따로 산 뒤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그날 온종일 마음이 쓰여 실수도 많이 했다.”면서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군도 “엄마가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밤늦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치킨까지 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울먹였다. ■ 쌀 팔아 코티분 사준 아버지 “아버지가 귀한 쌀을 돈바꿔 사다 주신 ‘코티분’을 잊을 수 없죠.” 서울 발산동에 사는 송정근(60·여)씨는 1971년 스물셋 생일날 받은 코티분을 일생일대 최고의 선물로 꼽는다. 흔히 코티분으로 불리는 이 화장 파우더는 본래 이름이 ‘코티 에어스펀 파우더’로, 퍼프형 파운데이션의 한 종류였다. 당시 여성들은 이 ‘요술분’을 얼굴에 바른 날이면 저절로 턱이 치켜올라가고 발걸음이 도도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귀한 화장품이 코티분이었다. 지금 보기에는 좀 크고 투박한 이 원통형 화장품이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송씨는 1968년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다. 맏딸이어서 번 돈으로 중·고등학생이었던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멋 내고 싶고 가꾸고 싶은 평범한 생각은 아예 접고 살아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맏딸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1971년 겨울 어느 날, 아버지는 도정한 쌀 몇 말을 직접 읍내로 가져가 돈을 바꾼 뒤 그 돈으로 귀한 코티분을 샀고, 서울로 찾아와 그걸 딸 손에 건넸다. 평생 농사만 지은 탓에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진 손에 쥐고 계신 코티분을 보고 윤씨는 죄송한 마음에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아버지가 다녀가신 뒤 손에 들려 있는 코티분을 보면서 껑충껑충 뛰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송씨는 코티분을 장롱 속에 숨겨 두고 중요한 날에만 조금씩 얼굴에 발랐다. 일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는 절대 바르지 않았다. 그는 “코티분 덕분에 남자친구도 생겼고, 시집도 잘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중·고생들도 아무렇지 않게 비싼 화장품을 사서 마구 쓰는 걸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손빨래 고생 날려준 세탁기 경기도 파주에 사는 주부 이경순(54·여)씨는 세탁기를 두 대나 가지고 있다. 최신형 드럼세탁기와 26년 된 12㎏짜리 구식 통돌이 세탁기. 새 아파트의 멋진 실내장식과 어우러지는 붙박이 드럼세탁기보다 빛바랜 아이보리색 촌스러운 이 구식 세탁기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28년 전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1981년 결혼해 서울 상수동 단칸방에서 사글세부터 시작한 이씨 부부의 신혼살림은 넉 자짜리 장롱·이불·브라운관 흑백 텔레비전·다이얼 전화기가 전부였다. 단둘이 사는데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세탁기는 혼수에서 제외했다. 이씨는 찬 겨울에도 세탁물을 손으로 빨았다. 얼음물에 손빨래를 하면서도 동(冬)장군 탓은 했어도 삶을 불평하지는 않았다. 이씨에게 세탁기가 선물로 들어온 것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1984년 8월, 이씨의 생일날이었다. 말은 안 해도 매일 마당에 쪼그려 앉아 빨래하는 아내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남편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생일에 맞춰 깜짝 선물로 세탁기를 집으로 배달시켰고, 이를 맞이한 이씨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펑펑 울었다. 곧이어 남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신….” 그는 한참을 말을 잊지 못했고 끝내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사실 지금 사는 큰 아파트엔 구식 세탁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남편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세탁기를 버릴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계좌이체로 용돈선물 경기 분당에 사는 고교 2학년 최영민(가명·17)군은 올 7월 생일날 출장을 간 아버지·어머니로부터 용돈 10만원씩을 계좌이체해 받았다. 두 분이 국내에 안 계시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는 최군의 아버지는 국내·외 출장을 자주 다닌다. 최군의 생일날도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어머니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최군의 생일날 마침 유럽으로 연수를 나가 계셨다. 최군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줄곧 생일선물로 용돈을 받아왔다. 학교도 늦게 끝나고, 학원도 다녀야 해 따로 생일파티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찍 출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아침에 머리맡에 용돈 봉투를 놓고 가더라도 생일 축하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계좌이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내년 생일엔 꼭 유럽 배낭여행을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최군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도 요즘은 다 용돈을 받아요. 어차피 선물을 사줘 봐야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부모님들이 돈으로 주는 거죠. 애들도 더 좋아하고요.”라면서 “그래도 계좌이체라는 말에 친구들이 “너 진짜 짱이다.”라고 하던 걸요.”라고 하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 딸이 사준 렌즈로 담은 가족 전남 장흥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우지수(29)씨의 아버지 우인식(58)씨는 가장 인상깊었던 생일선물이 뭐냐고 묻자, 조용히 카메라 가방에서 렌즈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딸이 교사가 돼 첫 월급으로 사준 이 표준 줌렌즈가 내겐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해 작가 자격을 얻은 우씨의 요즘 사진 주제는 ‘가족’이다. 그동안 수많은 렌즈를 다뤘고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찍었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는 딸이 사준 렌즈로 찍겠다고 다짐했다. 딸이 퇴근할 때 몰래 숨어 논두렁을 따라 걷는 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랑이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는 “아버지와 딸이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 또래 친구들도 대개 자식들과의 소통이 안 돼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라면서 “그래도 우리 딸은 제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대요. 렌즈라는 생일선물과 그 렌즈로 작업하는 제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딸을 보면 시간이 지남을 느껴요.”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가 이제 제법 숙녀 향기를 풍기니 기분은 좋은데 언젠가는 저를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라고 덧붙였다. ■ 나만의 ‘사랑해’ 프로그램 김은경(23·여)씨는 지난해 5월 남자친구로부터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 전공이 컴퓨터학인 김씨는 같은 과 남자친구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답이 나오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남자친구는 생일선물이라며 수업시간에 만든 프로그램을 김씨에게 건넸다. “나는 은경이를”이라고 입력하면 “사랑해.”라는 답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염장 지른다.”면서 펄쩍 뛰었다. 하지만 김씨는 “학과 특성을 살린 선물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을 받고 한참 동안 웃었어요.”라고 말했다. 그해 생일 며칠 전, 김씨는 사소한 일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남자친구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 깊은 남자였다. 사과의 마음을 직접 전하지는 못했지만 장난기 섞인 프로그램 선물로 김씨의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김씨는 “남자친구는 그저 표현이 서툰 것뿐이었어요.”라면서 “그래서 더 좋아요.”라며 팔꿈치로 남자친구의 옆구리를 툭, 쳤다. 둘은 서로 장난을 걸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 [고전 톡톡 다시읽기] 영화로 본 ‘양철북’

    1979년 독일 영화감독 폴커 슐렌도르프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영화로 제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작품은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했고, 이로 인해 귄터 그라스와 소설 ‘양철북’에 또 한 차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열증 환자처럼 지껄여대는 오스카를 길잡이 삼아 독일 전체주의와 소시민 사회, 그리고 일그러진 가족의 초상 사이를 오가며 어지럼증을 경험해본 독자라면, 보다 직접적으로 그 모든 것들을 ‘보여주길’ 택한 영화 ‘양철북’의 관객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품에서 카메라는 세 살에서 성장이 멈춘 오스카의 시선을 정직하게 따라, 곧잘 낮은 각도에서 앵글을 잡는다. 카드 게임이 한창인 탁자 밑에서 ‘추정상 아버지’인 남자가 자기 어머니의 치마 속을 발로 더듬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오스카, 할머니의 네 겹짜리 치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오스카, ‘추정상 아버지’가 어머니의 몸을 더듬으며 달래주는 모습을 옷장 속에서 바라보는 오스카. 관객은 오스카의 바로 옆에서 이 모든 장면을 함께 ‘봐버리는’ 공범자가 된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오스카의 표정은 그로테스크함 그 자체다. 아이다운 볼살 한 점 없이 홀쭉한 얼굴에 언제나 처진 입을 앙다물고 있는 이 아이는 옅은 하늘색 눈-어쩌면 빈약한 하안검 위의 하늘색 눈동자 때문에 감독이 열한 살짜리 데이비드 베넨트를 택한 게 아닐까-을 홉뜬 채 앉아 있다.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모든 광경을 올려다볼 뿐이다. 어른들을 향해서는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오직 양철북을 두드리고 비명만 지르는 오스카에게 감독은 기나긴 내레이션을 지시한다. 내레이션은 소설 ‘양철북’과 거의 흡사하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 매끈한 텍스트 위로 흐르는 북 소리와 비명을 함께 상상하는 게 쉽지 않았던 독자라면, 영화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주는 두 소리 인간의 음성과 짐승의 괴성을 보다 친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佛 연금개혁안 ‘탄력’… 27일 최종표결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음에도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동계는 12일째 무기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 참여가 줄어드는 등 파업 강도는 한풀 꺾였다. 프랑스 상원은 법안 심사에 들어간 지 3주일 만인 지난 22일 연금개혁 입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77, 반대 153으로 통과시킨 뒤 27일쯤 열릴 상·하원 합동위원회로 최종 표결 심사를 넘겼다. 현행 60세인 정년을 62세로 늘리고 연금 100% 수급 개시일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이 통과됨으로써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입법 추진은 탄력을 받게 됐다. 상·하원 합동위의 최종 심사를 남겨 두고 있으나 정부가 노동계에 양보안을 제시해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수준에서 이른바 ‘연금개혁사태’는 마무리될 전망이 우세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금개혁법안이 이번 주 상·하원 합동위에서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는 즉시 법안서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레이몽 수비 대통령 보좌관이 24일 유럽1 라디오방송에서 밝혔다. 법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서명 후 다음 달 15일쯤 관보 게재와 함께 법적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수비 보좌관은 덧붙였다. 연금법의 최종 통과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물러설 명분을 찾아야 하는 노동계는 23일에도 전국 규모의 파업을 계속했다. 전국 12개 정유공장에서 파업을 이어 갔으며 국영철도도 노동자 상당수가 근무하지 않아 국내 노선의 일반열차들이 파행 운행됐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던 학생들의 시위가 줄어들면서 국민적 동요는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정부의 노동계 달래기 카드가 조만간 나오더라도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법안의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계는 26일과 다음 달 3일 대규모 추가 파업시위를 벌이기로 선언했다. 한편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번 달 지지도는 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대문 재건축·재개발 내가 해결사”

    “서대문 재건축·재개발 내가 해결사”

    19일 오후 2시 서대문구 해발 215m 백련산 중턱 맨위에 있는 정원여중에서 내려다본 홍은4 재건축 추진 구역은 마치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촌’과 같았다. 산기슭에 낡은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경사도가 60도는 족히 돼 보였다. 비탈길에 어떻게 주차할까 하는 생각까지 품게 만들었다. ●취임하자마자 강행군 문석진 구청장은 “지난 13일 이곳을 방문했는데 비탈길과 계단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느라 힘들었지만 주민들로부터 요구사항을 듣고 있자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피로가 싹 가셨다.”면서 “우회도로를 만들어 달라는 힐튼호텔 뒤쪽 산길 1㎞를 점검하는 한편 재건축 지역의 주택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를 정도로 벽에 균열이 심하게 나 있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하자마자 매주 수요일을 ‘지역순방의 날’로 정한 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찾고 있다. 자칫 구정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문제 해결에 정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현장 방문을 통해 주민들 속내를 읽고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7월 7일 남가좌1동을 시작으로 10개 동을 돌았다. 남은 곳은 홍제3·신촌·남가좌2·북가좌2동 등 4곳이다. ●올해 10개동 돌아… 주민 호의적 주민들 반응은 호의적이다. 홍은2동 13통장 백인성(59)씨는 “당장 어떤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매주 일일이 현장을 찾아 주민 여론을 듣는 구청장은 처음”이라며 “속 타는 주민들의 마음을 달래 줘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공공관리제 도입이다. 그는 조합원과 조합 간 분쟁과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공공관리제 시행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관리제에서는 ‘공공관리자’인 구청장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컨설팅하는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관리하는 등 사실상 ‘사업시행자’ 역할을 해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개발이란 미명 아래 삶의 터전을 파괴할 수도 있어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중간자 입장에서 조율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관리제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어 혼선이 더 이상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관리제 주민설명회 열것” 현재 서대문구에는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이 64곳이 있다. 뉴타운, 재정비촉진사업지구와 균형촉진지구를 제외해도 22곳으로 성북(29곳), 은평(25곳) 다음으로 많다. 옛 도심 지역이어서 낡고 오래된 집들이 많은 데다 홍은동, 홍제동, 북아현동 등 ‘달동네’가 즐비해 재개발·재건축 추진 관련 민원이 빗발친다. 법적 소송 중인 건수만 북아현동·가재울 등 뉴타운지구 16건, 재개발지구 6건, 재건축 8건 등 3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연희1구역, 홍제1·2·3구역, 홍은 2·5·6구역 재건축 지역에서는 조합설립추진위 취소 소송, 인가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내 노래가 외로운 이웃 달래줄 수 있다면”

    “내 노래가 외로운 이웃 달래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마음까지 편해집니다. 제 노래 한곡이 어려운 분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9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 있는 경산복지재단 사랑밭 강당에서는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뜻깊은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윤수일이 이끄는 윤수일밴드가 정신장애인들과 요양원 노인들을 위해 무료 공연을 펼쳤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얼굴도 금세 환해졌다. 윤수일의 불후의 명곡 ‘아파트’와 ‘황홀한 고백’ 등 귀에 익은 노래가 나오자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윤씨의 마음처럼 공연은 시작부터 열기를 띠었다. 재활원과 요양원에서 제한적인 생활을 하는 정신장애인들과 노인들은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윤씨의 모습이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곁을 지날 때면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보려고 인사를 청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정호순 할머니는 “이런 곳에서 유명 가수를 직접 만날 줄은 몰랐다.”며 “참으로 오랜만에 즐겁고 행복하다.”고 즐거워했다. 열정적인 무대는 1시간을 넘겨 윤씨의 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이어졌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연은 경산복지재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다문화 가정 1세대로 매년 ‘다문화 가족사랑 콘서트’를 열고 있는 윤씨지만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은 처음이다. 윤씨는 “다문화 가정 1세대로 성장기에 겪었던 외로움이 무척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고, 어려운 이웃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佛 “정년연장 반대” 300만명 거리로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 정책에 반기를 든 노동계의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이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경찰은 파리에서만 34만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전국 200곳에서 82만 5000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보다 많은 250만~300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이어져 온 반대 시위는 지난 12일부터 닷새째 계속되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와 파업으로 프랑스 내 12개 정유공장 가운데 10개가 사실상 폐쇄돼 항공기 운항 및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정부는 샤를 드골공항 등에 충분한 비축유가 마련돼 있다고 밝히는 등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시위 도중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경찰은 폭죽 등에 불을 붙여 저항한 청년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뿌리며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파리에서만 시위대 30명이 체포됐고 경찰도 여러 명 다쳤다. 잇따른 시위에서 청년층은 연금재정 건전화를 위해 정년을 늘리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즉각적인 연금개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금개혁 정책에 대한 반발이 격해지면서 니콜라 사르코지 행정부도 코너에 몰리게 됐다.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법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하원 의회를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 국민 3분의2가량이 연금개혁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여론이 점차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사르코지는 올해 연금 개혁을 매듭짓고 내년 자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2012년 대선에 재출마하려는 뜻을 품고 있어 정국을 안정시킬 묘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국감보다 지역구관리 수도권 의원의 ‘외도’

    ‘국정감사보다 지역구 관리에 더 바쁘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년과 달리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국감보다 지역구 관리에 더욱 힘을 쏟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국감 일정속에서도 의원회관을 찾은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일정도 일정이지만 지역구 민원인 면담으로 의원님 일정이 꽉 차 있다.”며 “중진 의원들도 다음 총선을 마냥 확신할 수 없지 않는 상황이라 예년 국감기간과 다르게 지역 챙기기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 내린 집중호우로 다수의 수해를 입은 서울의 한 지역구의 의원도 국감 기간이지만 최근 틈틈이 주민들을 만나 직접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평소 의원님이 2주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민원을 들어주곤 했으나 최근 들어선 연일 민심 달래기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염려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수도권 민심이라는 것이 지역에 기반을 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와 바람을 잘 타는 편”이라면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수도권에 비교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대표로 당선된 뒤로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국감 기간이지만 다음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도 “서울 강북 지역에 17개의 지역구가 있지만 다음 총선의 민심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몇 명이나 살아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염려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국감을 준비하는 기간은 두 달에서 두 달반가량”이라면서 “6·2지방선거에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다수 당선되면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충격을 받고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면서 예년처럼 국감 준비에 신경을 쓸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세창, 전 여친의 ‘배신’…결혼 실패한 사연은?

    이세창, 전 여친의 ‘배신’…결혼 실패한 사연은?

    배우 이세창이 과거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부모님 반대로 결혼에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놨다.이세창은 10월 11일 방송된 KBS 2TV ‘해피버스데이’에 출연해 “총각 시절 여자에게 배신당한 적이 있다”며 “과거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결혼을 반대했었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이어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여자친구가 ‘오빠, 결혼은 현실이잖아’이라는 말과 함께 이별을 통보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당시 충격으로 한 달 여간 힘겨워했던 이세창은 “마음을 달래러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앞자리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더라. 바로 그 여자친구였다”고 밝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세창은 끝으로 “뚱뚱하고 못생긴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행복한 듯 웃고 있는 모습에 바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이날 방송에서 이세창은 아내 김지연을 길들이는 방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약속에 30분씩 꼭 늦게 나오는 아내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값비싼 뮤지컬 티켓이나 오페라 티켓을 눈앞에서 찢어버렸던 일화를 소개했다.한편 이날 이세창 외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이 출연, 16살 연하녀를 짝사랑한 사연을 밝혀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사진 = KBS 2TV ‘해피버스데이’ 방송 캡처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존박 무릎베개 과거사진 "여자친구 손이 어디에?"▶ 미쓰에이 수지, 청순발랄한 시구장면 ‘순간포착’▶ ’슈퍼스타K2’ 김그림, 조PD 러브콜?…"현재 논의중"▶ 김남주, 성질머리 더러운 ‘역전의 여왕’ 골드미스 변신▶ ’신이 내린 몸매’ 신민아, 격한 겸손 "힙라인은 포토샵…"
  • 길, 장기하와 해변서 술 취해 뻗다…왜?

    길, 장기하와 해변서 술 취해 뻗다…왜?

    가수 길이 트위터를 통해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 장기하와 함게 한 해변사진을 공개해 네티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길은 1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장기하와 길. 여러분 적당히 드세요. 여기는 부산국제영화제”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엔 넓은 해변에 두 명의 남자 모습이 담겨 있다. 한 명은 해변에서 대자로 누워있고, 또다른 한 명은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는 모습. 누가 길이고, 장기하인지 전혀 짐작하기 조차 힘든 사진이다. 길이 함께 단 글로 미뤄 두 사람은 전날 과음한 속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 해변을 찾은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길과 장기하의 술 취해 해변에 누워있는 모습이 마냥 재밌다는 반응이다. 사진=길 트위터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이연희 16세 시절 사진…청순외모 변함없어▶ 최희진 팬카페 회비 용도 공개 …논란 확산▶ ’태연 닮은꼴’ 김지숙 졸업사진...네티즌 ‘동일 인물?’▶ ’日 톱스타’ 아오이 유우, 블랙 앤 화이트 ‘반전패션’▶ 투애니원, 뼈다귀 의상-양갈래 머리…’발랄 속 공포’
  • 이세창, 결혼실패 ‘충격’…단칼에 정리한 사연은?

    이세창, 결혼실패 ‘충격’…단칼에 정리한 사연은?

    배우 이세창이 과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교제하던 여성과 결혼에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세창은 오는 11일 방송되는 KBS 2TV ‘해피버스데이’ 녹화에 참여해 “과거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결혼을 반대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여성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과 함께 이별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당시 충격으로 한 달 여간 힘겨워했던 이세창은 “마음을 달래러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앞자리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더라. 바로 그 여자친구였다”고 밝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세창은 끝으로 “뚱뚱하고 못생긴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행복한 듯 웃고 있는 모습에 바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레알 대신 짜장’…몰랐던 순우리말 ‘시선집중’▶ 가인, ‘돌이킬수없는’ 맨발댄스로 탱고열정▶ 부산영화제 미니원피스 ‘각광’…’시크블랙-청순누드’▶ ’슈퍼스타K2’ 김소정-김은비, 포스작렬 ‘셀카공개’▶ ’슈퍼스타K2’ 강승윤, 과거 얼짱신청 이력 공개 ‘풋풋’
  • 고은 또 쓴잔… 주민·취재진들 “아~”

    고은 또 쓴잔… 주민·취재진들 “아~”

    시인에게 노벨상이란 친구와의 소주 한 잔보다 의미가 크지 않았다. 시인은 7일 밤늦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아쉬운 것은 취재진뿐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문학의 미래는 밝았다. 꼭 노벨상이 아니더라도 멀리 스톡홀름으로 귀를 열고 입술을 야물게 깨문 채 시인을 응원하고 기도하는 국민의 순수한 마음이 시인의 빈자리를 메웠다. 7일 오후 8시 경기 안성시 공도읍 대림동산. 인적이 드문 한 시골 마을이 시장처럼 북적거렸다. 오후 4시를 기해 모여들기 시작한 취재진·주민·팬들 모두가 오후 8시에 “아~” 하는 외마디 탄성을 내뱉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이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게 돌아갔다. 한국 시인의 첫 노벨문학상이 또다시 후일로 미뤄지게 되자, 자택 앞에서 모였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홀로 시인의 수상을 응원하러 꽃다발을 들고 2시간 이상 기다리던 한 50대 주민은 실망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고은 시인은 세 번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란 외신보도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전해듣지 못했다. 아무런 할 말도 없다.”면서 끝까지 노벨상을 입에 담지 않았다. 평소 부인과 풍이·달래미·검둥이 세 마리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동네 할아버지’ 였던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에 문기초등학교 5학년 4반 어린이 세 명이 자택 앞에서 저녁 늦게까지 시인을 기다렸다. 이송희(11·여) 학생은 “신기하다. 이렇게 훌륭한 분이 우리 동네에 계셔서 자랑스러워요.”라며 어른들의 낙담을 말끔히 지웠다.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반갑게 시인을 맞으려 했던 30대 가장 이민선씨는 “노벨상보다 중요한 게 선생님의 건강”이라며 애써 담담해했다. 자신을 아마추어 시인이라고 소개한 이재신(64)씨는 서울 은평에서 단걸음에 시인을 찾아왔다. 그는 “만인보는 집념의 산물이다. 노벨상 수상은 7000만 한민족의 영광이겠지만 선생님의 평화정신이 온 세계에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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