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달래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사채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내란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민노총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더위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812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소리 잘하는 배고령입니다.” “배고령? 바른말 잘한다는 그 배고령?” “어허, 세상일 알고도 모르겄네. 이 육실할 년이 하필이면 낼모레가 환갑인 배고령에게 가랑이를 벌려주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10년 과수로 독수공방하다가 고자 대감을 만난다더니… 이년이 숱한 남정네 놔두고 하필이면 몇 해 못 가서 환갑이 될 노닥다리 등짐장수와 배꼽을 맞추었네그래. 배고령이 언변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더니, 똥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재간까지 있는 줄 어느 누가 알았겠나.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이라더니 이런 봉패가 있나….” “봉패라니요? 구월이가 본데없는 산중 처자라고 모두 손가락질하는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습디다. 배고령이 구월이와 견주어 연세가 약간 지긋하다 하나 아직 허리도 튼튼해서 소금 짐을 지고 치받이길을 치고 오르는 데 아무런 구애가 없고, 양도가 절륜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심성도 진국이어서 내자를 위하는 마음 한 가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오. 언변도 얼음에 박 밀듯 매끄럽고 언문에도 통달하여 장거리에 나가서 흥정을 해도 막힘이 없는 사람이오. 경위 밝고 보비위도 잘하여 장모님도 범절 차려서 깍듯이 모실 것입니다. 통도 크고 능갈치는 재간도 출중하여 조선팔도 어느 장거리에 내놓아도 남의 견모가 된 적이 없습니다.” “보비위 잘하는 놈치고 쓸개 안 빠진 놈이 없지…?” “배고령이 그처럼 데데한 사람이 아니랍디다.” “누가 그런 말을 하였소?” “이번에 접장이 된 정한조 도감이 그럽디다.” “도감 어른이 접장이 되었소?” “되다마다요. 사실은 혼례 치를 겸사해서, 접장이 된 축연도 해야 하오.” 월천댁은 다시 한번 까무라칠 뻔했지만, 정한조가 접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나마 시름을 잊게 되었다. 사실 정한조가 접장이 된다는 소문은 파다했으나 아직 임소에서 통기는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소 마음속으로부터 정한조에게 한없는 신뢰를 보내는 월천댁의 심사를 달래주는 데는 효험이 있는 말이었다. 월천댁으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주선하고 숨어버린 구월이까지 찾아내어 모녀 사이에 손찌검이 오가지 않도록 달래주느라 사흘간 동분서주하는 동안, 말래 접소에는 그동안 빈자리로 있던 내성 임소의 접장에 정한조가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당도하였다. 정한조가 감당했던 도감 자리에는 도공원이었던 곽개천이 천거되었다. 도감이 접장으로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떠들썩했던 그날, 해가 나절가웃이 될 무렵 말래 접소에는 생긴 것도 반반하고 입성도 단정한 한 상노아이가 찾아와 정한조에게 언문으로 쓰인 짧은 편지 한 장을 은밀히 전달하고 돌아갔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워 두 발짝 앞에 있는 사람의 형용도 분별하기 어려운 한저녁, 베잠방이 차림의 정한조는 동배간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몰래 접소를 나섰다. “분복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곳이 없어 공규를 지키며 외롭기 그지없기는 접장 어른과 쇤네 역시 다를 바 없어 전전불매(輾轉不寐)입니다. 오늘밤 소찬을 마련하여 접장 어른 모시려 하니 허물하여 내치지 마시고 쇤네의 와실(蝸室)을 찾아 주십시오.” 작은 쪽지였지만 여인으로부터 난생처음 받아본 언문 편지였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다. 연서라는 것이 애당초 그에겐 낯선 것이기도 했지만, 접소의 동배간들 몰래 울진 관내에선 명자(名子)가 떠르르하다는 기녀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도 분복에 겨운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행담(行擔) 짜는 놈은 죽을 때도 버들잎 입에 물고 죽는다 하지 않았던가. 분수에 넘치는 일을 대중없이 넘보다 보면 필경 화근이 되어 환난을 겪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나절가웃에 걸려 있던 해가 먼산주름 뒤편으로 껄떡 넘어가고 산허리에 저녁 이내가 어렴풋이 걸릴 제, 매미 소리 또한 숲속에서 지악스럽게 울어대면서 마음이 어느새 동하여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접소를 나서고 말았다. 향임의 집은 접소에서 흥부장으로 향하는 한길로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든 언덕 아래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발새 익은 길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집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간 초옥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울바자 밖으로 정한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향임이가 몸소 뛰어나와 맞이하였다. 다가오는 궐녀에게서 지분 냄새가 설핏하였다. 외짝 지게문이 달린 휑뎅그렁한 방안에는 조선팔도 어느 고을 기방 풍속이 그러하듯 차려둔 가재도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다만 빗자루 하나가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멍석 위에 등메가 덧깔린 방 가운데는 개다리소반에 주안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산해진미가 차려진 것은 아니었다. 울진 흥부장 저잣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찬들이었다. 그처럼 조촐한 주안상이 정한조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딱 벌어진 다담상에 주과가 즐비하였다면 아마도 좌정하기가 거북했을 것이었다. 향임의 도량이 그만치 깊다는 것을 차려진 주안상에서 익히 엿볼 수 있었다. 향임이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 무릎 위에 두 손을 포개 얹고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밤 오시지 않으셨다면, 짧은 여름밤이었다 하나 이렇게 앉아 뜬눈으로 새웠겠지요.” 그 말에 정한조도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나 역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조리를 치거나 등걸잠으로 밤을 새웠겠지요.” 향임이가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정한조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거들었다. “성가시게 여기지 않으시고 편역을 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 [정부 세법개정안 반발 후폭풍] 靑 “읍소” “고통 분담”… 반발여론 달래기 진땀

    지난 8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청와대가 9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재원 마련 대책을 번복한 것이며 중산층·월급쟁이에게 더 가혹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수석은 “근로소득자를 때려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분들에게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월급쟁이, 중산·서민층에는 세금폭탄”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총 급여가 3450만∼7000만원인 분들의 추가 세부담은 1년에 16만원으로 한 달로 따져 1만 3000원”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이 정도는 (고통을) 분담하는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 급여가 7000만∼8000만원은 연 33만원, 8000만∼9000만원은 연 98만원, 1억 5000만∼3억원 연 342만원, 3억원을 초과하면 865만원의 추가 세부담이 각각 발생하기 때문에 소득이 위로 올라갈수록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수석은 ‘13개월째 월급’인 소득공제가 사라져 근로소득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는 “참 죄송스러운 부분이고 입이 열 개라도 다른 설명은 못 드리겠다”면서도 “아무래도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나. 마음을 열고 받아주기를 읍소 드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숨이 막힐 정도로 치를 떨던 월천댁은 울다 말고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정주간 뒤쪽에 있는 부엌 봉노로 내달았다. 애매한 구월이를 아주 요절낼 작심하고 지겟문을 돌쩌귀가 나가떨어져라 벌컥 열어젖혔다. 그러나 죽여주십사 하고 엎드려 있어야 할 구월이는 봉노에 없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챈 구월이는 진작부터 어디론가 피신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뒷덜미를 잡아채서 패대기를 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던 월천댁은 구월이가 보이지 않자 그만 어진혼이 빠져 불당그래와 삭정이들이 널려 있는 정주 바닥에 넉장거리하고 드러누워버렸다. “주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정주 바닥에서 넉장거리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풀어헤쳤던 젖무덤을 서둘러 수습한 만기가 허둥지둥 달려와서 손사래치며 앙탈하는 월천댁을 곁부축해서 가까스로 일으켜세웠다. 그러나 억장이 무너져 눈앞에서 헛것만 오락가락하는 궐녀는 곧장 만기를 뿌리치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울타리 밖으로 내달았다. 손바닥 같은 숫막거리라 할지라도 가뭇없이 숨으려는 구월의 처지와 그를 찾아 헤매는 월천댁의 처지는 사뭇 다른 법, 눈을 화등잔같이 뜨고 화냥년 보리방아 찧듯 두서없이 허둥지둥 소생의 거처를 찾아 헤맸으나 허사였다. 북새통을 피우며 발서슴하고 다니던 중에 어느덧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심사도 얼추 가라앉기 시작했다. 알고 보면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까닭이 모두 제 못난 탓이었다는 생각을 진작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만기를 남장 계집인 줄 모르고 김칫국을 떠먹은 불찰은 따지고 보면, 누워서 침 뱉기요, 똬리로 샅 가리기였다. 이렇게 날뛰는 단초가 모두 월천댁인 자기 실수였지, 구월의 탓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처럼 황당하고 뒤틀린 심사를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에서 자신의 혈육인 구월이뿐이었기에 이런 소동을 벌인 것이 아닌가. 굽도 젖도 못하고 월천댁 숫막 툇마루에 앉아 있던 만기는 나무 비녀에 쪽진머리가 봉두난발이 되어 집으로 들어서는 월천댁을 우두망찰하고 있었다. 구월이를 찾아내지 못한 앙갚음으로 만기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뒤틀어잡고 앙탈을 부리지 않는 걸 보면 그나마 넋이 모두 빠져나간 것 같지는 않았다. 툇마루에 앉아 있는 만기에게 힐끗 일별을 보내면서 월천댁은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육실할 년이 어디 숨어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나.” 일테면 뒤틀린 심사가 원망 반 걱정 반으로 바뀐 셈이었다. 궐녀는 툇마루 끝자리에 풀썩 엉덩이를 걸치면서 뇌까렸다. “이년 내 눈앞에 보이기만 해봐라…… 등에서 누린내가 나도록 패주고 다리몽생이를 싹둑 분질러서 문밖 출입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테니……” 만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토록 모진 악담을 퍼붓는 월천댁이 구월이가 나이로 치면 삼촌뻘인 배고령과 정분을 터왔고 그로 말미암아 배태까지 했다고 직토를 해버린다면 어떤 몰골이 될까. 평소에 내 것이 아니면 남의 밭의 개똥도 줍지 않을 만치 소슬하게 살아왔다는 월천댁이 그 말을 듣게 되면 또다시 기절초풍을 하고 말 것이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치는 격이 될지라도 부리를 헌 김에 차마 하지 못했던 그 말까지 직토를 해버려야 죽든 살든 양단간에 결말이 날 것이었다. 속으로 주저주저하는데, 난데없이 날아든 까치 두 마리가 맞은편 소나무 가지에 올라앉아 숫막을 향해 지악스럽게 짖어댔다. 이상하게 까치들은 항상 짝을 지어 날아다니며 성가시게 굴었다. 짖는 소리가 애간장을 긁어대듯이 거슬렸던 월천댁이 마당가의 돌멩이를 집어들고 까치들을 향해 팔매질을 하면서 걸찍하게 악담을 퍼부었다. “이놈의 새끼들…… 여동밥을 처먹지 못해 환장을 했나, 남의 복장 지르려고 몸 닳게 짖어대나.” 얼혼이 나가서 전전긍긍하는 월천댁을 가까스로 달래서 툇마루에 주질러앉힌 다음, 덩달아서 물에 빠진 사람처럼 엄벙덤벙하고 있는 늙은 중노미를 불러 물 한 사발을 떠오게 하였다. 그리고 소뿔은 단김에 빼더란 말이 있듯이 나중엔 벼락이 떨어지더라도 내친김에 속내에 있던 말을 들이대고 말았다. “구월이를 얼른 혼례 치러주는 게 순서입니다. 이제 서둘러 혼례를 치를 때가 되었지요.” “혼례를 치를 때가 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여? 비 오는 날 똥장군을 지고 밭두렁 비탈길을 걸으라면 걸을까 그건 못해.”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만기가 쐐기를 박았다. “무하고 여자는 바람 들면 못 쓴다는 말 듣지도 못했소? 이팔의 나이를 훌쩍 넘긴 처자가 배태를 하였다면, 삼이웃에 소문이 낭자하기 전에 냉큼 초례청을 차려주어야 하지 않겠소.” “아니, 구월이가 배태하였다고? 누가 그런 날벼락 맞을 말을 해?” “누가 그러는 게 아니라, 그거야 구월이 불러 물어보면 알 테지요. 등잔 밑이 어둡더라고 우리 상단 동무들은 모두가 눈치챈 일을 정작 어미가 모르고 있었구려.” “아이고 내 팔자야…… 개살구 지레 터진다더니 이 산중에 처박혀 사는 년이 바로 그 짝 났네. 내가 살아도 못 살어…… 나이 쉰이 다 되도록 딸자식 하나만 바라보며 애면글면 모든 고초를 참아왔는데, 종국에는 까막까치도 찾아와서 못난 어미 보고 짖게 되었구려. 내가 자문이라도 해야 분풀이가 되지 않겠소. 세상에 이런 봉변이 어디 있소.” “그러니까 동네방네 요상한 소문 퍼지기 전에 혼례를 치러주자고 도감 어른께서 말씀을 하시어 시생이 허둥지둥 찾아온 것입니다.” “도감 어른께서? 도대체 어느 놈이 금지옥엽인 내 딸에게 배태를 시켜 남의 애간장을 끓인단 말이오?”
  • [주말 인사이드] 정도전 쥔 황우여 vs 조정래 든 김한길… 여의도, 한여름 인문학 열전

    [주말 인사이드] 정도전 쥔 황우여 vs 조정래 든 김한길… 여의도, 한여름 인문학 열전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한여름의 대지를 달구는 요즈음 여의도 정가에 인문학 바람이 뜨겁다. 휴가철마다 국회를 벗어나 각자 지역구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국회의원들이 이번 여름은 유독 인문학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인문학을 꼽은 것도 이런 열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책보다는 의정활동 보고서를 쥔 모습이 더 어울리는 의원들이 인문학 고전 읽기 모임 등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인문학 열풍의 주역은 민주당 소속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만든 ‘책 읽는 국회의원 모임’이다. 결성 두 달여 만에 회원이 40명을 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유승우·강은희 의원, 민주당 이용섭·최재천·김재윤·도종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 중이다. 6월 첫 모임엔 당시 개봉 영화 ‘고령화 가족’의 원작 소설가인 천명관씨가 연사로 초청됐다. 지난달 모임 땐 기자 출신 소설가 김훈씨가 초대돼 ‘작가로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강연하고 의원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신 위원장은 “훌륭한 작가들의 인생관, 세상을 보는 눈을 이해하면 직접 사회를 해부해 볼 기회가 생기고 입법활동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임 배경을 설명했다. 강은희 의원은 “역사소설이 의외로 감성적인 면에 도움이 되더라”면서 “정보기술(IT) 기업 CEO 출신이라 예전엔 경영서적, 디지털 관련 책들만 들여다봤는데 김훈 작가의 책을 읽으니 잠시 다른 세상으로 빠져나갔다가 오는 것 같아 매료됐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들도 “삶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영감을 얻게 된다”, “한동안 안 읽던 책을 다시 읽게 되더라”는 소감을 내놓았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친분 있는 당내 의원들 몇 명과 뜻을 모아 공부 모임을 결성했는데 주요 테마가 ‘인문학 고전’이다. 세계 주요 명연설과 선언, 국제협약,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기본 삼아 공부한 이후에 인문학 고전 읽기로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인문학을 통해서 정치 현안에 대한 시각을 더 깊게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참석하는 의원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전 읽기 목록은 ‘서울대 선정 인문학 고전 50선’을 참고해 결정하기로 했다. 국회도서관이 9일 지난해 4월 11일 이후 의원들이 많이 대출한 인문교양 분야 도서 20권을 뽑은 결과 1위는 제임스 길리건의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가 차지했다. 2위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3위는 로버트 B 라이시의 ‘슈퍼 자본주의’였다. 올해 서정태 시인이 27년 만에 낸 시집 ‘그냥 덮어둘 일이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1Q84’,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 등도 의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를 모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가 랭크된 것도 눈길을 끈다.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야 지도부가 탐독한 인문학 서적들은 무엇일까. 독실한 크리스천인 새누리당 황 대표는 최근 읽은 책으로 성경과 정도전의 문집 ‘삼봉집’, 필립 페팃의 번역서 ‘신공화주의’를 꼽았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공화주의를 현실 정치에 접목한 ‘신공화주의’는 상생의 정치를 고민하는 여당 대표의 관심사를 반영해 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메이커스’, ‘생각에 관한 생각’, ‘정글만리’를 완독했다고 한다. 팍팍한 장외투쟁 국면이긴 하지만 손에서 인문 분야 책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측근들은 “베스트셀러 소설가였던 만큼 신간은 두루 섭렵하는 편이고 책 읽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고 전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평소 옆구리에 시집을 끼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팍한 정치현장에서 심신을 달래 주고 삶의 해법을 찾아 주는 것은 순수 시”라는 게 강 의장의 지론이다. 사석에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을 즐겨 암송하는 등 인문학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전국 민생탐방에 나선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수행차량 안에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다고 측근이 전했다. 국회 사무처가 의원 및 1급 이상 국회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년 개설하는 ‘인문학 최고지도자 과정’도 부쩍 인기가 높아졌다. 2011년 9월 12주 과정으로 처음 열렸을 때 의원 38명이 신청했지만 지난해에는 51명으로 늘었다. 인문학 서적 읽기 붐은 ‘인문학 속에 답이 있다’는 진리 앞에 정치권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방증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문화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유별난 인문학 사랑을 보이는 것도 여의도의 ‘인문학 바람’에 불을 댕긴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4선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정치권이 뒤늦게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치가 가장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과거 세상이 권력의 힘으로 장악됐다면 이제는 정보의 힘으로 장악된다”면서 “인문학의 가치·철학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면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술변화 과정도 따라잡을 수 없고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서민정치, 현장정치를 지향하는 의원들이 작가들이 고발하는 당대 사회상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인문학 예찬론을 폈다. 초·재선 의원들에게 인문학 서적은 큰 교훈이자 벗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는 인문학에서 사회를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찾기 위해 인문학 서적을 접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현주 의원은 “인문학은 사회 현안을 최종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설득력 있는 해답을 준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또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옛것을 지나치게 폄훼하는 경향이 있는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옛것은) 새로운 것의 탄생 근거가 된다”면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셔틀콕 女단식’ 배연주, 18년만에 4강

    남자복식 김기정-김사랑(이상 삼성전기)이 4강 고지에 우뚝 섰다. 여자단식 배연주(KGC인삼공사)는 18년 만에 4강 진출을 일궜다. 세계 4위 김기정-김사랑 조는 9일 중국 광저우의 톈허체육관에서 계속된 2013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8강전에서 세계 2위 쿠 키엔 킷-탄분헝 조(말레이시아)를 2-0(21-15 21-16)으로 완파, 동메달을 확보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한 김기정-김사랑은 간판 이용대(삼성전기)-고성현(김천시청)의 16강 탈락의 아픔을 달래며 한국 남복을 2회 연속 대회 4강으로 이끌었다. 배연주는 여단 8강전에서 세계 4위인 사이나 네흐왈(인도)을 2-0(23-21 21-9)으로 제압, 1995년 방수현 이후 무려 18년 만에 4강을 견인했다. 배연주는 첫 세트 8-14에서 맹렬히 추격전을 펼쳐 듀스 끝에 전세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배연주는 두 번째 세트에서 체력이 떨어진 네흐왈을 매섭게 몰아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여자복식 세계 5위 장예나(김천시청)-엄혜원(한국체대) 조도 세계 6위 피아 제바디아베르나데스-리즈키 아멜리아 프라디프타 조(인도네시아)를 2-0(22-20 21-15)으로 따돌리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여복이 대회 4강에 나선 것은 2005년 이경원-이효정 이후 8년 만이다. 혼합복식의 신백철(김천시청)-엄혜원 조는 무하마드 리잘-데비 수산토 조(인도네시아)를 2-0(21-9 21-15)으로 쉽게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광저우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한전 ‘송전탑 갈등’ 밀양 민심 달래기

    전력당국이 송전탑 건설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밀양 주민의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밀양에서 지역 봉사단과 함께 조명기기 교체, 전기시설 점검 등 다양한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벌였다. 한전은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인근 15가구에 고효율 조명기기를 무상으로 설치하고 일부 저소득층 가구에는 도배·장판 교체를 지원했다. 추가로 독거노인·장애인 등 소외계층 139가구에는 리모컨으로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무선전원스위치’를 설치해 줄 예정이다. 또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달 중 ‘밀양강 연극 마당’ 개최를 준비 중이고, 한전 밀양지사에서는 이달 말까지 주 2회 무료 영화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밀양강 야외 물놀이장 청소, 수변공원 정화 등 환경 개선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전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부터 밀양에서 휴가 또는 주말을 보내는 임직원에게 1회에 한해 숙박비·주차비·주요 관광지 입장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주무부처의 수장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2박 3일 일정으로 밀양으로 ‘주민 소통’ 휴가를 다녀온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지만 최근에는 밀양지역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라며 “송전탑 갈등으로 악화된 민심 달래기와 함께 한전에 대한 오해를 일부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실어나르기 위해 밀양 단장·상동·부북·산외 등 4개 면에 걸쳐 52개의 송전탑을 건설하기로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설] 개성공단 정상화 마지막 기회 꼭 살려야

    폐쇄 국면으로 치닫던 개성공단 사태가 북측의 7차 회담 수용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꼬박 넉 달간 일손을 놓은 입주 기업들의 경영난과 이달 하순 시작될 한·미 합동 을지연습에 따른 남북 관계 경색 가능성을 감안하면 14일 열릴 회담은 개성공단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회담이 될 수도 있다. 남북 모두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제 정부가 입주기업들에 남북경협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공단 폐쇄 수순에 돌입하자 불과 1시간 만에 부랴부랴 북측이 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점과 이에 덧붙여 내놓은 여러 다짐에 담긴 전향적 자세 등은 7차 회담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를 통해 북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의 출입과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을 보장하고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과 재산 보호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시각 북과 남이 해야 할 것은 소중한 민족공동의 재부를 위기에서 구원하고 번성하게 하는 것”이라며 “7차 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이룩해 8·15를 계기로 온 민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자”고 했다. ‘8·15 광복’과 ‘민족’까지 꺼내들며 개성공단 폐쇄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하게 내보인 셈이다. 관건은 여전히 북의 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 약속이다. 북은 이와 관련해 특별담화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북과 남은 개성공단 정상운영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를 생략함으로써 진일보의 자세를 보였다. 남측에 책임을 떠넘길 구실을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개성공단의 항구적 안정을 보장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보다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이 회담에서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달 말 방북한 중국의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을 숙소로 찾아가 “올해 초엔 우리가 남조선과 미국한테 좀 심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례 없이 북한에 냉담해진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을 달래고자 하는 행보이겠으나 한편으론 자신들의 무력도발 위협이 정작 자신들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고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음을 드러낸 발언이라 여겨진다. 그의 이런 인식이 남북 간 대화에 올바로 투영되길 기대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이 고립무원을 벗어날 출구는 개성공단이다. 전향적 자세로 회담에 임해 북한도 달라지고 있다는 소리를 국제사회로부터 듣기 바란다.
  • [생각나눔] 비행기 안에서 젖 물릴 권리 vs 안 볼 권리

    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공항에 저마다 갓난아기를 안은 30여명의 엄마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아메리칸에어라인(AA) 항공사 탑승수속 창구 앞에 몰려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메릴랜드주 로럴에 사는 이들은 얼마 전 동네 주민 B가 AA 비행기 안에서 모유를 수유하다 승무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건에 항의차 시위에 나선 것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학교 교사인 B는 지난달 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창문 옆 좌석에 앉아있던 B는 5개월 된 아기가 배고프다고 보채자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 중간 좌석에는 남편이 앉아있었다. 그때 한 여성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다른 승객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아기를 담요로 덮어달라”고 요구했다. 아기가 답답해할까봐 요구를 거부했더니 그 승무원은 그때부터 음료수도 제공하지 않는 등 B 부부를 홀대했다. 불쾌감이 든 B는 집에 도착한 뒤 항공사 측에 승무원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항공사 측은 “모유 수유 행위로 인해 다른 승객들이 불쾌감을 가질지 모르니 조심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뻣뻣한’ 해명을 B의 친구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리자 엄마들이 발끈해 시위에 나선 것이다. 7일 오후 현재 B의 친구의 글은 7500명 이상이 ‘공유’했다. 시위를 주도한 해나 버타는 “모유 수유는 법적 권리”라며 “이 항공사 처럼 수모를 주는 행위들로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꺼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소피아 멕매스터는 “비행기에서 아기가 보채면 나라도 B처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AA의 페이스북에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모유 수유 엄마들의 항의 글이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공사 측은 B에게 무료 항공권을 제공하겠다며 뒤늦게 달래기에 나섰지만 B는 “내가 원하는 것은 항공사 측의 반성과 사과일 뿐”이라고 AA의 제의를 거절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수정암 마룻장을 뜯고 찾아낸 장물의 물목단자에는 그동안 십이령을 넘나들던 어물 상단과 길손들이 적당에게 탈취당했던 엄청난 전대와 패물의 알천들이 일목요연하게 적바림되어 있었다. 당백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은장도(銀粧刀)와 석장도(錫粧刀), 은항장도(銀項粧刀), 칼자루, 피도갑(皮刀匣), 밀화(密花), 산호(珊瑚), 호박(琥珀), 진옥(眞玉)과 같이 어물 상단으로는 눈요기도 어려웠던 진귀한 보석들이었다. 값어치로 따지면 기천 냥을 헤아릴 만하여 과연 십이령의 험로를 넘나들던 상단의 복물짐이나 길손들의 봇짐을 가차없이 탈취한 적당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그들 상단으로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자들도 있었다. 그런 물목단자를 앞에 두고 속내가 달라진 접소 동무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장물들 대부분이 우리 상단을 은사죽음시키고 탈취한 물화들이니 임소의 하회를 기다릴 것도 없이 응당 우리들의 차지가 되어야 합니다.” “장물은 그동안 적변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버린 동무들의 친인척을 찾아내어 돌려주어야 후환이 없습니다.” “그 말도 온당하나 그동안 죽음을 당한 동무들 거개가 고향이 어느 고을 어느 골짜기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 여기 모여 앉아 있는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십중팔구 사고무친한 미장가 엄지머리에 오쟁이 진 홀애비 처지들이라, 그동안 장례며 면례(緬禮)조차 우리 임소 동무들이 십시일반해서 치러주지 않았나. 혹여 망자의 안태고향을 찾아낸다 할지라도 십중팔구 가숙이라 할 만한 계집사람이나 내지른 소생도 없어서 생시 때 초인사는 물론이고, 안면조차 트지 않았던 사돈의 팔촌들만 움 안에서 떡 받기 십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물화들을 관아에 고스란히 갖다바쳐야 하나?” “그건 게걸들린 길청의 이서배 놈들에게 이것 갖다가 한입에 꿀꺽 삼키시오 하고 턱밑에 들이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야.” “설마하니, 몽땅 털어 삼킬까.” “그놈들 목구멍은 호랑이 목구멍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임자가 몰라서 그러나? 구실살이들이 월름(月?)이 없는 까닭이 나변에 있나? 그렇게 임자 없이 굴러온 물화를 거두어 치부하라고 월름을 두지 않았던 것이야. 여북했으면 호랑이 아가리란 별호가 붙었겠나. 우리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적굴을 소탕하고 건진 거관(巨款)을 입맛 다시는 데 이골 난 길청의 이서배 놈들 썩은 뱃속에 채워줄 까닭은 없지.”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씀일세.”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 접소에서 거둬들여야 할 장물일세.” 행중 식구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가운데, 곰방대를 빼물고 천장만 쳐다보고 앉았던 정한조가 시끌시끌하던 좌중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가만히 일렀다. “그 장물의 물목단자는 이미 임소에 보장을 띄웠으니, 우리가 접소에 앉아서 가지자 말자 하고 떠들어댈 처지가 아닐세. 견물생심이라 해서 그만한 거관에 이르는 장물을 취득하였다면 나랏님이라도 거두어서 내탕금으로 쓰고 싶은 심정일 것이야. 나 또한 욕심이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네. 그러나 장물로 말미암아 해로동혈하자는 접소의 동무들끼리 의견이 분분하고 종국에 가서는 좋은 의초들이 상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이 오갈까 해서 부랴부랴 임소에 보장을 접수시키지 않았겠나. 그로써 그 장물은 좋든 싫든 이미 우리 손에서 떠난 셈일세. 임소에서 작정하신 대로 우리 접소로 되돌려준다면, 그때 우리 임의대로 처분할 것이고 아니면 임소나 관아에서 처분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도리일세. 우리가 처음 적당을 소탕하고자 결의하고 나섰을 때, 저들의 장물을 거두고자 발기한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십이령 고갯길에 적당이 창궐하여 그 폐해가 막심해 그것을 정습시켜 우리들 상로의 안녕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었나. 그러기에 장물을 가지고 말들이 많은 것은 우리의 체면을 스스로 손상시키는 일이며, 누워서 침 뱉기일세. 모두 자숙들 하게나.” 본심은 한결같이 충직한 사람들이라, 정한조의 한마디에 좌중이 잠잠해졌다. 정한조는 일행의 심사가 그동안 치러진 일들로 몹시 들떠 있고, 장물에 대한 미련도 말끔히 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들떠 있는 심지들을 쓰다듬고 달래주어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이렇다 할 묘책이 나서지 않아 전전긍긍이었다. 사로잡은 적당의 수괴는 임방의 처분에 따라 안동 부중으로 압송하여 짐을 덜었으나, 그와 더불어 길세만을 징치하라는 하회가 떨어질까 해서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모처럼 조기출, 천봉삼과 정담을 벌여보았다. 긴 논의 끝에 천봉삼이 내놓은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우선 송만기를 샛재의 월천댁에게 보냈다. 송만기로 하여금 자신의 본색을 토로하여 월천댁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된 월천댁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곁에 벼락이 떨어진다 해도 침착했던 월천댁은 송만기가 부풀어 오른 젖무덤을 숨기려고 가슴을 감싸고 있던 무명 자투리를 풀어 보이자, 그만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송만기가 남장한 계집일까 해서 사뭇 곧이듣지 않다가 오목 주발을 엎어놓은 듯한 만기의 푸짐한 젖가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만기의 실체를 차마 보고 싶지 않아 일변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 가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보고 또 보다가 그만 염치불구하고 곡지통을 내쏟고 말았다. 간혹 젊고 모색도 반반하게 생긴 보상들이 통행에 구애를 받거나 험상궂은 부상들이 뒤따라다니며 지분거릴까 해서 남장을 하고 다니는 경우는 있었으나, 소금이나 어물 짐을 지고 험로를 넘나드는 부상이 남장을 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 與, 野 원내복귀 명분 주고 달래기

    與, 野 원내복귀 명분 주고 달래기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 민주당의 거부 및 일대일 단독회담 재요구’ 등 일련의 상황 전개에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황우여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청와대를 향해 ‘3자회담’이란 중재안을 내놨지만 청와대가 다시 양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으로 사실상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를 내놨기 때문이다. 내심 3자회담 수용을 바랐던 새누리당으로서는 양자회담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를 비롯한 여야 대치 정국은 결국 청와대의 개입이 아니라 정치권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 지도부는 여야가 대화 정국으로 전환되기까지 시일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황 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각자 숙고할 시간적 여유를 하루 이틀 더 준 뒤 양측 사이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중재자로 다시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황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여야가 거리를 좁혀 (회담이) 조속히 성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툼을 줄여서 같은 것을 넓혀 가는 게 정치의 본분”이라며 “대통령과 여야 만남의 장이 무르익어 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남은 차이점은 회동의 의미와 효과”라고도 했다. 3자회담 제안이 원내 복귀의 명분이 필요한 야당을 달래려는 측면도 있는데 청와대가 이를 외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5자회담을 제의한 것은 결국 회담을 받아들일 의향이 없다는 의사표시를 간접적으로 한 것”이라며 서운함을 피력했다. 민주당이 1주일째 장외투쟁을 이어 가는 상황에서 2012년도 결산안 심사,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 빡빡한 국회 일정을 소화하려면 새누리당도 ‘카운터파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7세 남 초등생, 남자 교사가 성폭행 ‘성병’까지

    초등학교 남학생이 남성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성병에까지 감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화왕(新華網) 3일 보도에 따르면 후베이(湖北)성 우쉐(武穴)시 룽핑(龍坪)진에 사는 7세 남아에게서 성관계로 인한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어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둥(冬) 군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말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가 있는 광저우(廣州)에서 지내면서 그동안의 피해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어머니인 펑(彭)씨가 동군을 씻기려고 옷을 벗겼을 때 항문 쪽에 물집과 함께 사마귀 같은 것을 발견했고, 병원에 찾아간 결과 “성폭행을 당한 것같다”는 황당한 소견을 들은 것. 혈액검사 결과에서는 인유두종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활발했던 둥군의 성격이 조용해진 것 등 정황상 의사의 소견을 믿을수 밖에 없던 펑씨는 둥군을 달래어 같은 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나쁜 짓’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걱정이다”며 울먹이던 펑씨는 결국 가해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교사를 소환해 조사 중이며 추가 피해학생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tha_hong@aol.com
  • 日 생방송 중 여아이돌 머리 발로 찬 개그맨…비난폭주

    일본 유명 여자 아이돌 그룹 AKB48의 멤버 와타나베 마유가 출연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와타나베의 머리를 발로 때리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일본에서 방영된 이 방송은 ‘FNS 27시간 텔레비전, 여성미 전개 2013 소녀의 미소가 내일을 만든다!’ 라는 제목의 특집 프로그램으로 무려 27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 방송에서 평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폭렬의 아버지’를 생방송으로 연출하는 과정에서 와타나베의 머리를 발로 때리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폭렬의 아버지’는 가토 코지라는 개그맨이 출연한 게스트에게 설교를 한 후 프로레슬링 기술인 자이언트 스윙을 거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기술을 당하는 동안 출연한 게스트의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게스트는 마지막에 감사의 표시를 하게 된다. 이 방송에 출연한 와타나베는 AKB48을 대표해 레슬링 기술을 당한 후 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와타나베가 고개를 드는 순간 가토가 발로 그녀의 머리를 때렸고 와타나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엎드렸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직후 방송국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속출했다. “재미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보는 입장에서 너무 불쾌하다”와 같은 의견이 주를 이루었으며, 와타나베의 팬들은 “사과하지 않으면 가토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며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를 바로 파악한 제작진은 생방송 중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의 말을 전했으며, 당사자인 와타나베 역시 방송이 끝난 후 자신의 블로그에 “27시간 텔레비전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라며 가토를 감쌌고 “올여름 최고의 추억이 되었습니다”라며 걱정하는 팬을 달래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극과 극](3)뉴욕까지 1300만원…‘하늘위 스위트룸’ 일등석의 모든 것

    [극과 극](3)뉴욕까지 1300만원…‘하늘위 스위트룸’ 일등석의 모든 것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국민은 107만 9703명이다. 지난해 7월보다 7%나 증가했다. 물질적 여유 속에 항공기 이용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해외여행을 위해서든,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해외 출국이 잦아졌다. 말마따나 세계가 먼 곳이 아닌 가까이에 있다. 그만큼 항공기를 탈 기회도 많다. 다만 같은 항공기를 타더라도 좌석에 따라 급이 달아질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 퍼스트 클래스(일등)석으로 나뉘어 가격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분명하다. 불편한 진실이 아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일등석,누가 타나요항공기의 일등석은 일반 좌석과 확연히 다르다. 국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등석에는 공통적으로 ‘스위트’라는 용어가 쓰인다. 호텔 스위트룸처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주로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하는 일등석 티켓의 가격은 무려 900~1000만원 선이다. 다른 좌석과는 달리 할인가격도 거의 없다. 직항 노선 가운데 비행시간이 가장 긴 미국 뉴욕의 경우 1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1000만원대의 티켓을 예약하는 동시에 승객은 항공사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다. 마치 개인 전담 비서가 동행하는 듯한 1대 1서비스도 가능하다. 항공사 측에서는 ‘VVIP’ 고객이다.일등석 승객은 사실상 한정적이다. 항공기 삯으로 1000만원을 선뜻 낼 서민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좌석 수도 적다. 대체로 10석 안팎이다. 대한항공 A380 기종의 일등석은 12석에 불과하고, 아시아나항공 B777-200 기종의 일등석은 단 8석 뿐이다. 일반 이코노미석이 300석 남짓인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수정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일등석을 이용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항공사 측은 “일등석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상용 고객’들을 별도로 신경쓰고 있다. 보통 ‘서민’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등석 승객으로는 주로 비즈니스차 출장으로 나가는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 ‘공무원 여비 규정’의 여비지급 구분표 1호에 포함된 국무총리·감사원장·장관 등이 있다. 유명 연예인도 없지 않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반 여행객 뿐만 아니라 비행기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모은 ‘알뜰 승객’들이 일등석에 앉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발부터 VVIP급~일등석은 공항 서비스부터 차이가 난다. ‘최대한 편안하게’라는 원칙 아래 공항에서 항공기까지, 출국에서 귀국까지의 모든 과정을 승객에게 맞춰주는 서비스다. 승객들은 출국 하루 전까지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고, 전용 카운터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탑승 수속을 밟을 수 있다.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속 절차를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서비스에 들어간다” 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이다.일등석 승객의 짐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커버로 일일이 포장이 되고 비행기에서 내린 뒤 가장 먼저 찾아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탑승을 마친 승객들에게 직원들이 직접 자필로 감사의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대한항공은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의 경우, 귀국할 때 탑승수속 카운터에 들르지 않도록 출국할 때 미리 모든 절차를 마쳐주고 있다. 또 미국행 일등석 승객들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10개 도시에 취항한 정기 항공편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비즈니스 전용기를 타고 미국내 5000여개 공항으로 원하는 때에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출발 전 공항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VIP 라운지도 ‘특권’ 가운데 하나다. 라운지에는 샤워실과 전동 안마의자가 비치된 수면실, 라커룸, DVD룸 등이 마련돼 있다.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장인들을 위해 빔 프로젝터가 갖춰진 회의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라운지에서 국내 유명 호텔 조리사의 요리를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메뉴에는 인삼 도가니탕, 장어구이 등 보양식과 봄나물 비빔밥, 화전 등 계절 음식, 명절 음식이 들어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국내 승객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음식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라운지를 이용하는 승객 개개인에 대한 차별화를 위해 명함을 코팅해주는 서비스와 함께 금속으로 된 ‘네임 플레이트’를 선물하고 있다. 수하물이나 다른 가방에 매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속 앞면에는 탑승 비행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승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작지만 세심한 ‘배려’인 셈이다. 침대형 좌석에 전용 바 까지…비행기야 호텔이야이코노미석과 분리된 탑승구를 통해 기내에 들어서면 일등석 만의 특별 서비스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좌석들은 모두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180도 수평으로 눕혀지는 좌석에는 양쪽에 칸막이나 문이 있어 하나의 방과 같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자유자재로 좌석을 움직이고 조명도 조절할 수 있어 개인이 원하는 최적의 환경에서 장거리 비행을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의 일등석 ‘코스모 스위트’는 지난 2011년 A380 기종이 도입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1층 앞쪽, 12석의 일등석은 기존 일등석보다 공간이 15.3cm 넓어졌다. 승객들이 취향에 따라 언제나 다양한 음료 및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전용 바도 갖춰져 있다. 23인치 LCD 모니터와 주문형 오디오비디오(AVOD)는 장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아시아나항공 B777-200 기종의 일등석 ‘퍼스트 스위트’는 슬라이딩 도어로 각각의 좌석을 하나의 방처럼 꾸몄다.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버튼을 누르면 좌석 입구에 표시등이 켜져 자기만의 업무와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 중요 서류나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수납장과 미니 바도 갖춰져 있다. 시간 별로 조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조명 장치도 있다. 32인치 HD 개인 모니터에서 다양한 영상을 즐길 수 있고, 커플 여행객을 위해 좌석에 보조 의자가 있어 식사테이블을 펼치고 2명이 마주보면서 식사할 수도 있다.  두 항공사의 일등석 승객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고급 침구세트와 함께 명품 화장품, 세면도구 등이 담긴 여행용품 파우치, 고급 헤드셋이 제공된다. 집에서 입는 잠옷처럼 편안한 의상도 따로 비치해 놓고 있다.   한식 양식 중식 코스요리 원하는 시간에 척척일등석의 또 다른 ‘특권’은 기내식이다. 이코노미석에 서비스되는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가 아니라 고급 도자기 그릇에 담긴 식사가 나온다. 테이블에는 모두 테이블보를 깔고, 유리 잔,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두 항공사 모두 한식과 양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코스요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소믈리에의 까다로운 선정을 거친 고급 와인은 고객들의 입맛을 돋구는데 한 몫 한다. 승객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로 식사할 수 있고 2차례의 식사 외에 라면, 케익, 과일 등 간식도 수시로 먹을 수 있다.  최근 ‘라면상무’가 화제가 되면서 좌석별 ‘라면등급’이 알려졌는데, 이코노미석에서는 작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주는 정도이지만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에서는 라면을 직접 끓여준다. 계란과 파, 콩나물까지 곁들여진 라면이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에는 미주(인천~LA) 노선과 유럽(인천~프랑크푸르트)노선에 월 1회 세계 요리학교를 수료한 요리사 승무원과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소지한 승무원들이 탑승한다. 전문 요리사 4명이 조리사 복장 차림으로 다양한 카나페와 양갈비, 계절별 요리를 제공하는 데다 소믈리에 승무원들은 승객들과 디켄팅, 와인설명 등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대한항공 측은 “제주 목장에서 방목 생산한 명품 한우와 토종닭, 무공해 유기농 농산물과 친환경 곡물류를 모든 메뉴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세계 최고 일등석 와인으로 뽑혔던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Meursault 1er Cru ‘Clos Des Poruzots’ 2009)’를 대표 와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와인은 영화 ‘도둑들’에서 배우 신하균이 “아시아나는 화이트가 훌륭합니다“라고 말한 장면이 나오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대한항공은 세계적 와인 명가인 프랑스의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사의 샴페인을 내놓고 있다. 로랑 페리에사의 와인들은 2007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공식 와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프랑스 대통령 전용기에서 서비스되는 ‘그랑 시에클(Grand Siecle)’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가진 ‘큐베 로제 브륏(Cuvée Rosé Brut)’도 일등석 만의 메뉴다.  얼마 전 유럽 여행 때 일등석을 이용한 김모(60)씨는 “가격은 부담스러웠지만 큰 맘 먹고 나와 아내를 위해 최고급 서비스를 선택했다. 말이 달리 필요없을 만큼 서비스에 만족했다. 좋았다”고 말했다. 저가항공,기내식은 스낵박스…항공료 최대100배 저렴한 차례에 1000만원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이에 따라 나름의 만족을 얻으려는 실속파들을 겨냥해 저가항공사들이 분주하다. 대형 항공사들의 틈새에서 저가항공사들도 단거리 위주의 해외 노선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곁들였다.  대형 항공사들과 시간대를 달리해 차별화했다. 예를 들어 대형 항공사의 동남아 노선 일정이 밤 시간 출국에다 새벽 시간 귀국이라면, 저가항공사는 아침 시간에 출발해 오후 시간에 돌아오는 방식이다. 애매한 일정이나 이동하기 어려운 시간대 탓에 기존 항공사의 선택을 고민하는 승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저가항공 서비스를 제일 먼저 시작한 제주항공의 경우, 괌, 홍콩, 방콕, 세부, 마닐라 등의 해외노선을 갖고 있다. 요금은 비성수기 평균 10만~30만원 안팎이다. 동남아 단거리 노선은 왕복 10만원 대의 알뜰 여행이 가능하다. 일등석과 비교하면 최대 100배 차이다. 항공사 자체 할인행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더욱 알뜰한 여행이 가능하다. 대형 항공사 이코노미석의 반값 수준도 안 되지만 기존 항공사 못지 않게 여행의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저렴한 가격 만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합리적인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는 ‘감성 서비스’를 자처하고 있다. 대형 항공기에 있는 비디오·오디오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대신 승무원들이 직접 마술쇼를 펼치기도 하고 풍선아트로 만든 작품을 승객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같이 게임을 하거나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해주는 등 이색적인 이벤트를 통해 직접 승객들과 마주하고 소통하는 게 감성 서비스의 특징이다. 프러포즈나 기념일, 그 밖의 사연이 있는 승객의 경우 티켓 예약 때 신청을 하면 선정을 통해 기내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기내식도 기존 항공사들이 선보이는 요리와는 차이가 있다. 3~4시간의 비교적 잛은 해외 여행에 알맞게 센스 있는 ‘스낵박스’가 제공된다. 종이상자 안에 요거트와 머핀, 삼각김밥, 샌드위치, 빵, 두유 등 간단한 간식거리들이 노선에 따라 종류별로 담겨져 있다. “대형 항공사의 메뉴처럼 든든한 식사는 아니지만 값싼 비용으로 여행하면서 요기를 할 수 있어 괜찮았다” 저가항공을 이용해 동남아를 갔다온 여행객의 말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與 ‘동행명령 확약’ 카드 만지작… 강·온 압박

    與 ‘동행명령 확약’ 카드 만지작… 강·온 압박

    새누리당은 1일 장외투쟁으로 뛰쳐나간 민주당을 향해 원내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원내 지도부는 유인책으로 민주당이 요구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 확약서를 써 주는 안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최경환·전병헌 양당 원내대표가 오는 주말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은 3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국정조사를 파탄 내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의 뜻을 내비쳤다. 최 원내대표는 “제1야당 지도부가 강경파에 밀려 국조를 스스로 파탄 내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증인 문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의 한 주요 인사는 “2006년 김한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며 원외투쟁을 하던 한나라당에 퇴로를 열어 줬듯 지금 김 대표가 새누리당에 똑같은 바람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법 테두리에서 동행명령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이날 낮 12시를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이 조건도 접은 채 오후 내내 물밑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거부로 이렇다 할 진전은 보지 못했다. 원내에선 동행명령서 확약서 수용을 놓고 내부 혼선도 빚어졌다. 민주당을 달래 국면 전환의 물꼬를 트려는 지도부와 달리 강경파인 권성동 국조특위 간사는 여전히 ‘법대로’를 주장했다. 권 간사는 전화통화에서 동행명령 수용에 대해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는 단서 조건부 수용”이라고 고수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동행명령 수용 부분은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을 향해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당인가, 툭하면 장외로 나가는 강성 노동조합인가”라면서 “폭염, 장마, 남해안 적조 피해 확산, 한우 가격 폭락 등 국민 시름을 덜어 주는 정치를 위해 친노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행보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은 8월 민생정치는 차근히 풀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나성린·안종범 정책위 부의장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방문해 서민 주거부담 완화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 원내대표, 윤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교황 “동성애자도 사회의 일부”

    교황 “동성애자도 사회의 일부”

    교황 프란치스코가 동성애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발언을 했다. 동성애자는 사제가 될 수 없다고 명문화했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들을 달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계청년축제가 열렸던 브라질 방문을 마친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행 기내에서 기자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갖고 “가톨릭이 동성애 행위를 죄악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사회는 (통합을 위해) 동성애자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취향 자체는 죄가 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동성애 행위는 죄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동성 간 결혼을 반대하는 바티칸의 기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교황은 바티칸 은행의 부정부패 스캔들 조사와 금융 개혁 등의 임무를 맡은 고위 성직자가 10년 전 우루과이와 스위스에서 바티칸 대사로 재임하던 중 동성애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교황은 여성 사제 허용 가능성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가 이미 답변을 한 바 있다”며 “그 문은 닫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청소년쉼터서 10대 여성 추행 사회복지사 입건

    인천 연수경찰서는 청소년 쉼터에서 10대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사회복지사 A(2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5일 오전 1시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청소년 쉼터 수면실에서 자는 B(15)양 등 2명의 가슴 등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B양 등은 경찰에서 “몸을 만지는 느낌이 들어 일어나보니 A씨가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학생들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를 만지며 달래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쉼터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13년 터키·브라질·이집트 그리고 대한민국/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2013년 터키·브라질·이집트 그리고 대한민국/김미경 국제부 차장

    터키, 브라질, 이집트.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 국가에 최근 2개월째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독재와 부패, 무능, 경제 침체 등에 반발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반정부 시위는 터키 국민들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5월 27일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에 쇼핑몰을 짓겠다며 광장 내 공원 나무들을 베어낸 것이 발단이 됐다. 평화롭게 시작했던 소규모 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시위로 번졌고, 10년째 장기 집권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사퇴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확대됐다. 결국 에르도안 총리는 “공원 재개발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브라질 시위도 터키와 비슷하게 민생 차원에서 시작됐다. 브라질 정부가 내년 열리는 월드컵 준비에 치중하며 민생을 외면하다 지난달 7일 버스 요금 인상까지 발표하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에 놀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집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집트 국민들은 2011년 2월 ‘아랍의 봄’을 통해 30년간 집권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축출하고 지난해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30일 무르시 세력의 권력 독점과 경제난, 치안 부재 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100만명 이상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군부가 나서 버티던 무르시 대통령을 내쫓고 과도정부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은 정말 ‘나쁜 리더’일까. 2003년 3월 취임한 에르도안 총리는 2011년 9월 튀니지·리비아 등 ‘아랍의 봄’ 국가들을 순방하며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결합한 터키식 정치체제를 롤모델로 제시하는 등 중동 지역의 맹주이자 최고 인기를 누리는 리더로 부상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등 대외 정책에 있어 ‘피스메이커’로 나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득표율 56%로 2011년 1월 취임한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대내외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최고 지지율(79%)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이 국민들의 반발을 사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하게 된 것은 자신의 지지세력이 아닌, 국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삶보다 권력 향유가 더 중요했을지 모르겠다. 이들 나라에 쏠린 시선을 2013년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자.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 개입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뒤 충격을 받은 국민들이 광화문으로, 시청 서울광장으로 나와 집회를 열고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방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기만 하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꼬이고 있고 서민들의 ‘체감경제’도 그리 좋지 못하다. 올여름 22%만 휴가를 간다고 할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정책만 겨우 점수를 얻고 있다. 터키와 브라질, 이집트의 최근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때다. chaplin7@seoul.co.kr
  • [극과 극] (2) ‘1등만 18번 vs 407억 대박’ 로또 명당의 진실

    [극과 극] (2) ‘1등만 18번 vs 407억 대박’ 로또 명당의 진실

    (하) 명당 찾아가보니 한호성씨는 집근처 복권방에 들어섰다. 이른바 ‘복권 명당’도 아니다. 게다가 특별히 염두에둔 번호는 없었다. “어차피, 1주일을 위해”라며 복권 추출업체에서 받은 번호에다 생각나는 번호를 적었다. 1등 당첨자들의 대부분은 한씨처럼 우연한 장소에서 별다른 기대없이 복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로또 구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명당’이다. 1등이 여러 차례 나온 곳에서 사야 ‘좋은 기운’을 받아 당첨될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 위안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1등이 나온 지역은 인천 부평구다. 인구가 많고 구매율이 높은 지역이 아니다. 하지만 무려 32회나 당첨됐다. 스파 편의점,10년째 판매1위…주말 하루 1만명 장사진   현재 1등이 가장 많이 나온 점포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스파 편의점’이다. 횡재를 한 사람이 18명, 2등도 57명이다. 다른 점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로또복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불릴 만한 곳이다. 2002년부터 10년째 로또복권 판매 1위이다.  10일 ‘스파 편의점’을 찾았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소문대로 ‘한탕’이 아닌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들락였다.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어림잡아 100명에 달했다. 편의점 직원은 “그나마 오늘은 평일 낮 시간대고 비가 와서 사람이 적게 온 편이다”이라면서 “주말에는 하루에 1만여명이 복권을 사러 온다”고 했다. 실제로 다시 토요일인 27일 다시 찾은 이 곳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서울은 물론 멀리 지방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로또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간간히 한켠에 마련된 음료를 사든 사람들도 있지만 이마저도 줄을 서 있는 제법 긴 시간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한 정도였다.  흔히 복권을 불황상품으로 일컫는다. 경기 사이클과 밀접한 탓이다. 실업률이 1% 증가하면 로또복권 구입이 0.15% 가량 늘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스파 편의점을 보면 ‘경기 침체’, 맞는 말이다.  스파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현길(58)씨는 “로또 1등 당첨이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편의점이 복권 판매 전문점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보통 편의점과는 달리 음료수만 간소하게 진열한 채 복권판매에 매달렸다. “수입의 대부분은 복권 판매로 이뤄지고, 나머지 음료, 담배 등으로 올리는 수익은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지관(地官), 무속인들도 많이 찾아왔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무속인은 이 곳이 ‘3대 명당’이라고 합디다.” 김씨의 말이다.  18명의 1등을 배출했지만 어느 누구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온 적이 없다. “로또는 역시 로또죠. 다 본인 운이 아니겠습니까. 딱히 해 준것은 없으니 바랄 것도 없는 게 세상 이치인데”  흥미로운 점은 정작 김씨는 로또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나는 소질이 없을 것 같아서요. 1등은 안했지만 판매 1등을 하고 있으니까, 위안이랄까요”라며 웃었다. 사상최고 407억 대박 춘천 가판대 또 다른 ‘로또 명당’은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에 있는 1평이나 될 법한 가판대다. 복권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는 407억원 당첨자 박모(49)씨를 나온 곳이다. 이 곳은 박씨를 포함해 1등을 3번 배출했다.  가판대 여주인 김모(61)씨는 우리나라에 복권이 도입된 이후 25년째 복권을 파는 산증인이다. ‘터줏대감’, 아닌 ‘마님’으로 통한다. 김씨는 한사코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러면서 “처음 407억원짜리 복권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로는 말도 못하게 사람이 몰렸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예전만은 못하지만요. 그래도 아직도 기억하고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김씨는 돈벼락을 맞은 박씨를 만난 적은 없다. 그는 “그분(박씨) 소식이 가끔 들려오긴 합니다. 성실히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가끔씩 손수 로또복권을 사 맞춰보고 있다. 로또를 전혀 하지 않는 스파 편의점 주인 김씨와 다른 점이다. 김씨의 최고 기록은 3등, 100여만원이다.  김씨는 “자녀들 다 키우고 밥 먹고 살만하니 충분하죠. 매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꿈을 파는 것 같아 좋아요.”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매하는 복권은 12종이다. 로또 판매액이 전체 복권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7월 고령화 시대에 맞춰 평생 당첨금을 쪼개 받을 수 있는 ‘연금 복권’이 등장, 바람을 일으켰다. 복권이 사행심을 부추기고 복권중독자까지 낳는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역전’을 꿈꾸며,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은 오늘도 복권 판매소를 찾고 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자전거 힐링’ 영등포구, 청소년 79명 자전거캠프…학폭예방 활동도

    영등포구가 다음 달 2일부터 2박3일 동안 지역 중고등학생 79명을 대상으로 ‘친구와 친구키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 문화 체험 기회를 늘리고자 해마다 테마를 정해 지역 문화를 탐방하는 ‘청소년 문화 캠프’ 가운데 하나로,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 강촌까지 79㎞를 자전거로 여행한다. 캠프 참가자들은 친환경 교통수단이면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북한강 일대를 종주하며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첫날 한강광나루자전거공원에서 열리는 발대식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표어를 만들어 각자 자전거에 부착하게 된다. 조별 발표회 시간을 통해 연극 등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다양한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다. 이 밖에 프로그램은 강촌 봉화산 기슭에 위치한 구곡폭포 인근에서 힐링 걷기, 캠프파이어·장기자랑 등 힐링 페스티벌, 바비큐 파티 등으로 꾸려진다. 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이번 자전거 여행은 학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인내심과 도전 정신을 키우는 한편 친구들과의 우정도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동아시안컵] 김나래 대포슛 빛났지만…

    [동아시안컵] 김나래 대포슛 빛났지만…

    아시아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중국에 덜미를 잡혀 2연패를 당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3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에서 중국에 1-2로 졌다. 김나래(수원FMC)의 시원한 중거리 동점포로 희망을 쏘았지만, 후반에 결승골을 내주며 패배를 안았다. 북한과의 1차전(1-2패)에 이어 거푸 진 한국은 일본·북한(이상 1승)·중국(1승1패)에 이어 꼴찌(승점 0)에 머물렀다. 아쉬움이 진한 한판이었다. 한국은 전반 1분 만에 왕리쓰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7분 뒤 김나래의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처럼 한국(16위)과 중국(17위)의 실력은 엇비슷했다. 동점을 만든 뒤에는 점유율이나 공격 빈도에서 압도했지만 마무리가 투박했다. 그나마 김나래의 대포알슛이 아쉬움을 달래줬다. 김나래는 전반 8분 페널티지역 바깥쪽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25m를 넘는 장거리 슈팅은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왕리쓰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살아난 건 당연했다. 김나래는 ‘나래날두’라는 별명으로 친근하다. 키 167㎝에 몸무게 70㎏의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회전 킥 덕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을 딴 애칭이 붙었다. 2010년 독일에서 열린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세트피스마다 전담 키커로 나서 3위 입상에 큰 몫을 담당했다. 특히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30m가 넘는 중거리 프리킥을 골문에 꽂아넣은 장면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올해 여자축구 WK리그 올스타전에서는 두 골을 넣어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야구선수 류현진(LA 다저스)과 닮았다는 말을 들은 듯 골을 넣은 뒤 투구 동작을 흉내내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큰 웃음을 안겼다.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허벅지 부상이 있었지만 이날 그림 같은 중거리슛으로 2패를 당한 여자축구의 자존심을 간신히 세웠다. 윤 감독은 “신체조건이 좋고 슈팅력까지 갖췄다. 감독이 바랐던 것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김나래는 “경기 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했는데, 제대로 걸려 골을 넣었지만 이기지 못해 아쉽다”면서 “일본은 짧은 패스와 압박이 좋기 때문에 배후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려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오는 27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세계랭킹 3위)과 최종전을 치른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