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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 끝내 기적은 오지 않는가

    시간은 애타게 흐른다. 물속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 부모들에겐 1분 1초가 영겁 같을 것이다. 속은 새까맣게 탔고 침은 바짝 말랐다. 내 아들, 내 딸이 살아 돌아올까 퀭한 눈으로 기다렸건만 여태 생존자 소식은 없다. 희망의 빛줄기도 점점 가늘어져 간다. 기적은 끝내 오지 않을 것인가. 극한의 환경에서 사투를 벌인 잠수부들의 노고를 폄하하지는 않겠다. 생명을 위협하는 물살과 어둠을 뚫고 생존자를 찾으려고 몸을 던진 노력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식과 남편의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 해운사나 선장이나 해경이나 그들에게 안겨 준 건 깊은 절망감뿐이다.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100명이 넘는 실종자가 남은 결과를 놓고 본다면 과연 정부가 구조에 100% 온 힘을 기울였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중 구조작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물 밖에 있는 사람이 다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치에 너무 빗나갔다. 몇몇이라도, 설사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숨이 붙어 있는 채 구조돼 나오는 모습을 온 국민은 간절히 기원했다. 간절한 기원도 이제 접을 때가 된 듯하다. 그러면서 두고두고 아쉽고 분통 터지는 것은 초기 대응을 잘못한 점이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들어서 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항로를 이탈해도 알아채지 못했다. 해역에 들어온 두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교신하지 않았다. 견습 항해사는 가까운 진도가 아닌 제주 VTS와 먼저 교신함으로써 천금 같은 12분을 허비하고 말았다. 늑장 구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손치더라도 구조 과정의 잡음은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민·관·군 구조대원 726명과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을 투입해 집중 수색하겠다는 등의 발표는 과시용 숫자놀음에 불과했다. 실제로 물속에서 작업하는 잠수부는 10여명뿐이다. 수백 명이 물속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 줬어야 했다. 정부 말대로 민·관·군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라는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한 점이다. 해군이나 해경의 구조 전문가가 아니라 민간업체가 구조를 주도한 꼴이다. 심지어 ‘언딘’은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다. 그러면서 해경은 해군 UDT 출신 등 전국 각지에서 발벗고 달려온 다른 민간 구조 자원자들은 배척했다고 한다.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해양경찰청장을 앉혀놓고 거친 언행을 했겠는가 싶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늑장구조요, 전력을 쏟지 않은 구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우왕좌왕한 정부의 모습은 구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구조 과정의 미숙함은 침몰 전의 안이한 대응이나 매한가지다. 이런 지경이니 해수부나 해경이 국가기관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설마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가족을 달래고 현장을 모면하기 위한 감언이었단 말인가. 기적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신기루일지 모른다. 그러나 허황한 신기루일망정 포기하는 순간 희망도 한꺼번에 무너진다. 기적은 오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 믿고 좇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
  • ‘흉선암’ 말기 판정받고 자연 속으로…‘리얼스토리 눈’ 지리산에서 인생 2막 펼치는 사람들

    ‘흉선암’ 말기 판정받고 자연 속으로…‘리얼스토리 눈’ 지리산에서 인생 2막 펼치는 사람들

    ‘흉선암’ ‘리얼스토리 눈’ ’리얼스토리 눈’이 지리산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24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인생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이 엄마의 품과 같이 포근한 지리산을 찾게 되는 이유와 이들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대인기피증으로 도시생활을 견딜 수 없던 김병욱씨는 홀로 지리산을 찾았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조랑말 봉순이 뿐이지만 지리산에 들어와 마음의 병은 물론 안정된 삶을 살게 됐다고 전했다. 김병욱 씨는 지리산 사람들의 인연과 연인과의 사랑까지 키워가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사람은 자연에 귀속됐다 말하는 노성영 씨는 흉선암 말기 판정을 받고 산으로 향했다. 산새와 함께 아침을 열고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다니는 그는 자연치유에 가까운 생활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식음료 특집] ‘100세 시대’ 건강하게… 믿음 주는 먹거리들

    [식음료 특집] ‘100세 시대’ 건강하게… 믿음 주는 먹거리들

    ‘100세 시대’를 앞둔 까닭인지 먹거리에 있어 건강을 따지는 경향은 점점 더 두드러진다. 이른바 ‘웰빙 트렌드’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세끼 밥상은 물론이거니와 입과 눈의 즐거움을 위해 먹는 기호식품 전반에도 깊숙이 뿌리내렸다. 나른한 오후 춘곤증을 떨치고자 가볍게 마시던 커피믹스에 어떤 첨가물이 함유돼 있는지 새삼 알게 됐고, 퇴근 후 한숨 돌리기 위해 친구·동료와 들이켜는 소주·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점점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드럽게 뜯어 먹는 식빵도 무설탕임을 강조해야 하고, 건강식품과 거리가 멀었던 라면 또한 맛에 더해 기능을 얹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갈증 해소를 위해 먹는 생수도 미네랄이 풍부해야 손길이 간다. 식음료업체들이 전자·정보기술(IT)기업 못지않게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맛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줘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도 열 수 있다. 새로운 시도로 시장에 출현한 신제품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어 꾸준히 장수하는 제품들을 소개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봉오리째 뚝, 진달래를 보내다… 경남 창녕 화왕산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봉오리째 뚝, 진달래를 보내다… 경남 창녕 화왕산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이른 봄, 화르르 켜졌던 꽃등불들이 하나둘 진다. 두메에 피어 이름조차 불러주지 못했던 그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불러주지 못할 바에야 피우지나 말 것을. 잔인한 4월이다. 모가지 꺾어 봉오리째 떨어지는 꽃은 동백뿐인 줄 알았다. 한데 진달래도 그랬다. 그 모습 보며 시인은 읊조렸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가도 울지 않을 것이라고. 심지어 당신이 가는 그 길에 자신의 꽃술을 아낌없이 뿌려주겠다고 말이다.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오기와 역설의 정한이 진달래에서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었을 터다. 경남 창녕으로 간다. 옛 ‘비화가야’의 심장부였던 곳. 이 땅 가장 높은 곳에서 진달래가 지는 모습을 본다. 그렇게 진달래도 지고 봄날도 간다. 창녕 화왕산(火旺山, 757m) 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억새를 떠올린다. 한데 4월은 다르다. 산 전체가 진달래의 영토다. 화왕산은 품이 넓다. 진달래와 철쭉, 초원과 억새, 그리고 눈꽃이 계절을 좇아 번갈아 흐드러진다. 기암절벽도 옹골차다. 이 특유의 산세 때문에 탐화객뿐 아니라 암릉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곧잘 찾는다. ●화왕산 등산코스 따라 걷다보면 시름이 싹~ 진달래와 만나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한다. 여러 등산코스가 있지만 자하곡 매표소를 들머리 삼아 도성암~솔숲 산림욕장~화왕산 정상~화왕산성 동문~남문~서문~배바위~암릉지대를 거쳐 다시 자하곡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거리는 7㎞ 남짓. 산행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짧지만 그만큼 알찬 코스다. 이름에서 보듯 화왕산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됐다. 한편에선 우포늪 등 습지가 많은 창녕의 수기(水氣)를 누르기 위해 고을 진산의 이름을 화왕산, 곧 큰불뫼라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정상부엔 분화구를 중심으로 완만한 능선이 펼쳐져 있다. 남문 옆엔 장방형의 연못이 있다. ‘용지’(龍池)다. 창녕 조씨의 시조인 조계룡이 태어났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능선 가장자리 쪽엔 급경사 면을 따라 화왕산성이 축조돼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억새밭과 진달래꽃밭이다. 진달래는 서쪽과 북쪽 사면의 절벽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성 서문 환장고개, 허준 드라마 세트장, 정상 능선, 산성 동문, 관룡산 능선을 따라 쭉 이어진다. 드라마 세트장의 초옥과 어우러진 진달래밭도 좋고, 정상부 경계를 따라 꽃테를 두른 풍경도 곱다. 절정은 지났지만 땅 위에 떨어진 꽃들과 곧 떨어질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된 등산에 대한 위로가 되는 듯하다. 정상부 분지를 에두른 화왕산성도 이채롭다. 축성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된다. 둘레는 2.6㎞쯤 된다. 화왕산성엔 임진왜란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홍의장군’ 곽재우(1552~1617)의 무용담이 야사(野史)로 전해온다. 홍철릭 떨쳐입고 수성에 몰두하던 곽 장군은 성벽 위로 새끼줄을 치고 그 위에 베를 걸어 시야를 가린 뒤 기병들을 배회하게 했다. 멀리서 이를 보던 왜장은 수많은 복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 산 뒤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과연 배후의 방비는 부실했고 이상한 궤짝만 잔뜩 널려 있었다. 왜장은 군량미가 담긴 궤짝인가 싶어 뚜껑을 열게 했는데, 그 안에서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왜군들은 혼비백산했고, 곽 장군은 재빨리 병사를 풀어 왜군의 선봉을 도륙 냈다. 이튿날 새벽, 왜군이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곽 장군은 이번엔 궤짝을 왜군 진영으로 던지게 했다. 전날 혼쭐이 난 왜장은 궤짝을 불태워 버리라 명령했다. 한데 궤짝엔 폭약이 잔뜩 들어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궤짝들에다 곽 장군 휘하 정예병들의 공격을 받은 왜군은 또다시 대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창녕은 ‘제2의 경주’… 교동·송현동 고분군에 와~ 창녕은 ‘제2의 경주’라고 불린다. 신석기 이래 다양한 시대의 문화재가 분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분이 많다. 비화가야의 수도였던 만큼 가야시대 무덤 형태를 한 고분이 1만기가량이나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중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볼만하다. 송현동 고분군엔 ‘송현이 길’도 조성돼 있다. ‘송현이’는 1500여 년 전 송현동 15호분에 순장된 비운의 소녀다. 2007년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인골로 발굴됐다. 종아리와 정강이뼈 분석에서 무릎을 많이 꿇었던 것으로 드러나 주인 곁에서 시중들던 시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실리콘 몸을 가진 키 152㎝의 가야 여인으로 복원됐다. 창녕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영산읍에도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만년교가 첫손 꼽힌다. 실개천 위에 세워진 홍예교다. 흐드러진 수양벚 등과 어우러져 늦봄의 정취를 선사한다. 창녕까지 가서 ‘지구와 동년배’라는 우포늪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내부 탐방로는 출입통제됐고, 바깥쪽에서 둘러봐야 한다. 우포 오가는 길에 ‘버들국수’를 꼭 들러보는 게 좋겠다. ‘우포에는 맨발로 오세요’라는 시로 널리 이름을 알린 송미령(56) 시인이 주인장이다. 이 집에선 두 가지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다. 우선 족욕체험이다. 상호에서 보듯 버드나무가 주재료다. 그것도 잎은 모두 떨어뜨리고 동면 상태로 겨울을 난 나뭇가지만 쓴단다. 여기엔 까닭이 있다. 봄~가을 나무는 나뭇잎 등의 생장을 위해 대부분의 영양분을 쓴다. 겨울엔 다르다. 체내의 수분은 사라지고 영양분은 오롯이 나뭇가지 속에 머문다. 버드나무가 아스피린의 원료로 쓰이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요오드 등의 성분도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포늪 ‘버들국수’ 족욕 체험·국수 맛에 푹~ 송 시인은 또 “전깃불조차 없는 오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만 고집한다”고 했다. 사람 틈바구니에서 스트레스받으며 자란 버드나무는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잘라 낸 버드나무 가지는 뜨거운 물에 삶는다. 이 과정에서 추출한 진액을 1인용 족욕기에 넣고 따뜻한 물과 섞어 낸다. 그는 “무릎이 아팠던 (자신의) 할머니가 애용했던 민간요법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버들국수도 독특하다. 먼저 버들잎을 따서 잘 덖은 뒤 말차처럼 곱게 간다. 이걸 밀가루와 섞어 반죽한 뒤 면으로 뽑아낸다. 쫀득한 식감을 위해 섞는 가성소다 따위는 일절 넣지 않는다. 버들잎 자체에 찰기가 있기 때문이다. 버들잎 섞인 면은 다소 쓴맛이 감돈다. 이를 덜어주는 게 육수다. 멸치, 다시마 등 갯것들에 표고버섯과 밤, 대추 등 뭍의 산물들을 섞어 3시간 정도 우려낸다. 이 육수를 각종 고명 얹은 면에 부어 먹는다. 버들계란도 조리과정은 비슷하다. 버들잎 우려낸 물에 하루를 꼬박 삶는다. 노른자까지 연갈색을 띠는 건 그 때문이다. 글 사진 창녕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유채꽃 축제장인 남지들녘을 먼저 둘러보겠다면 남지 나들목, 우포늪과 화왕산 등은 창녕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맛집 ‘버들국수’의 족욕체험은 5000원이다. 버들국수도 5000원, 버들계란은 3개 2000원이다. 매달 셋째 목요일, 일요일은 쉰다. 우포 인근에 있다. 532-8584. ‘우포붕어찜’은 붕어찜 요리로 이름났다. 532-2088. →잘 곳 읍내에도 숙박업소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부곡온천 쪽에서 묵는 게 낫다. 부곡하와이관광호텔(536-6331), 부곡로얄관광호텔(536-7300), 일성부곡콘도(536-9870) 등 호텔과 콘도가 많다. 모텔도 즐비하다.
  • [김준의 바다 맛 기행] 꽃소식과 함께 제철 맞은 주꾸미

    [김준의 바다 맛 기행] 꽃소식과 함께 제철 맞은 주꾸미

    ‘국산은 4만 5000원, 중국산 2만 5000원.’ 시장에 갔다가 그놈이 그놈처럼 생긴 주꾸미 앞에 놓인 팻말을 보고 머뭇거렸다. 가족이 먹으려면 2㎏은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따져 보니 외식을 하는 비용보다 지출이 심할 것 같았다. 날씨가 따뜻해 어획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하는데 비싸다는 꽃게 값을 추월했다. 주꾸미는 금어기가 없고, 낙지나 꽃게를 잡는 통발과 달리 주꾸미잡이 어구인 ‘소라’ 제한도 없다. 가을에는 서해안 곳곳에 주꾸미를 낚는 태공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봄철에는 알 밴 채로, 가을철에는 어린 새끼로 잡으니 주꾸미 씨가 마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바다의 질서는 기후변화로 무너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뿐인가. 신항개발, 갯벌매립, 조력발전소 건설 등 주꾸미가 서식해야 할 연안은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꾸미 값이 비싼 이유 중의 하나다. 주꾸미를 찾는 사람은 늘어가는데 잡아야 할 배가 선창에 뒹군다. 선원 구하기도 어렵고, 기름 값에도 미치지 않는 어획량을 보고 배를 띄우는 선주는 없다. 그러니 밥상에 오르는 주꾸미는 국내산보다 수입산일 확률이 높다. ●1㎏에 국산 4만 5000원… 꽃게값 추월 1960년대 말 인천 어시장에서 주꾸미 한 쾌(20마리)에 250원이었다. 1990년대 중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에 5000원이었다. 2014년 4월 홍원항에서 4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주꾸미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에 딸려 나오는 고추장을 맵게 무친 주꾸미도 오징어로 변했다. 서해지역 어민들은 겨울철에 김 양식을 하고 봄철이면 주꾸미를 잡아 생활한다. 서해로 올라오는 꽃소식과 함께 주꾸미가 어시장을 차지하면 선창은 흥청댔다. 여수항, 고흥 녹동항, 강진 마량항, 목포 뒷개, 영광 설도항, 부안 곰소항, 고창 구시포, 군산의 째보 선창, 서천 마량항과 홍원항, 평택 궁항, 서울에서 가까운 오이도와 소래포구, 인천항에도 주꾸미로 가득했다. ●금어기 없고 새끼까지 잡으니 씨마르기 시간문제 주꾸미는 낙지, 문어처럼 머리에 발이 달려 두족류라고 한다. 머리라고 생각하는 신체는 몸이고, 다리와 몸 사이에 머리가 있다. 여덟 개의 다리 가운데 입이 있으며 몸 안에 소화기관을 포함한 내장이 들어 있다. ‘자산어보’는 주꾸미를 ‘죽금어’라 했다. 특징을 보면 ‘크기는 4~5치에 불과하고 모양은 문어를 닮았으나 다리가 짧다’고 했다. 봄철이면 주꾸미는 산란을 위해 몸을 만들고 산란을 할 집을 찾는다. 알을 낳고 입구를 막는 습성이 있는 주꾸미에게 소라나 조개껍질만큼 좋은 집은 없다. 어부는 빈 소라를 줄에 엮어 바다에 던져 놓고 알밴 주꾸미를 유인한다. 집을 탐하는 주꾸미가 안락하게 신방을 꾸미면 사로잡는다. 이를 ‘소라방’이라 하는데 ‘주꾸미단지’라는 연승어법이다. 안강망이나 주꾸미 그물로 잡기도 한다. 가을철에는 낚시로도 잡는다. ●어미가 산란후 50일간 지켜 80% 넘게 부화 성공 한 대학의 실험 결과 주꾸미가 물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은 회색, 홍색, 녹색 순으로 나타났다. 피뿔고동을 보면 겉은 회색과 홍색을 띤다. 그리고 고둥 안쪽은 홍색을 띤 회색이다. 이름을 ‘피’라 한 것도 붉은색과 연관이 있다. 주꾸미도 색을 밝히는 것일까. 안에 흙이 차 있으면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자리를 잡는다. 그뿐이 아니다. 산란한 후 50여일 동안 빨판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이물질을 닦아내며 새끼가 깨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킨다. 새끼가 태어난 후 기력을 다 소진한 어미는 옆에 쓰러져 죽고 만다. 그 덕에 400여개의 알 중에서 80%가 넘는 알이 부화에 성공한다. 어미의 돌봄이 없다면 성공률은 5% 내외라고 한다. 이 지극한 모성애에 견주면 요즘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주꾸미만도 못한 의붓어미들’이 부끄러울 정도다. 글 사진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joonkim@jeri.re.kr ■어떻게 먹을까 깨끗하게 씻어내고 싶다면 밀가루 넣고 조물조물… 멸치 국물에 살짝 데치면 야들 돌나물·냉이 곁들이면 ‘Good’ 주꾸미 요리의 백미는 볶음이다. 먼저 몸통 안의 먹통과 내장을 제거하고 다리를 뒤집어 입까지 잘라낸다. 그리고 굵은 소금으로 조물조물 주무른 다음 씻어낸다. 빨판에 붙은 갯흙과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더 깨끗하게 씻어내고 싶다면 밀가루로 조물조물 해서 씻어내면 된다. 이렇게 준비한 주꾸미를 달군 불판에 넣고 센 불로 익힌다. 그리고 고춧가루와 육수를 잘 섞은 다음 고추장, 설탕, 다진마늘과 생강, 간장, 물엿 등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불판에 식용유를 약간 넣고 채 썬 양파를 볶는다. 여기에 양념장을 붓고 다시 볶는다. 이후 주꾸미를 넣고 다시 볶으면서 대파, 고추 등을 넣는다. 주꾸미 볶음에는 채소를 볶아서 넣는 경우와 그냥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 멸치국물이나 다시마 국물에 배추, 버섯, 고추 등 채소를 함께 살짝 데쳐 먹어도 좋다. 겨울에 먹었던 새조개 데침과 비슷한 방식이다. 돌나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곁들이길 권한다. 몸통은 잘 익혀야 하니까 다리부터 잘라 먼저 먹어야 한다. 알배기 주꾸미라도 걸리면 횡재다. 예전에는 봄철에 잡힌 주꾸미는 대부분 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 마리 중 서너 마리도 구경하기 힘들다. 자라기 전에 잡아서일까. 바다환경이 오염돼 불임이 늘어난 것일까. 주꾸미 눈 밑에 금테가 선명할 경우 최소한 냉동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문제는 중국산과 국내산을 구별하는 방법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구별법이 중국산은 몸통에 상처가 많고 색깔이 누렇고, 국내산은 매끈하며 검은 편이라고 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중국산 주꾸미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보호색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국내산도 살이 통통하게 찌고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탄탄하고 몸통 색깔이 진한 것이 싱싱한 주꾸미다.
  • [생각나눔] 수학여행 한 학기 금지한다고 안전대책 완성될까

    “엄마, 소풍 왜 못 가요?”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 사는 워킹맘 서모(36)씨는 요사이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살배기 딸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으로 같은 반 원아 서른 명과 함께 생애 첫 소풍을 가려던 생각에 딸아이는 한껏 들떴지만 두세명의 학부모가 반대해 체험활동이 무산됐다. 서씨는 “당일치기 일정이라 안심했지만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결국 전체가 못 가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워했다. 교육부가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체험활동 역시 안전을 기울이도록 당부한 이후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학교 밖 활동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가 업체에 위약금을 물지 않고 계약을 취소하도록 중재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구성원 간 의견이 엇갈리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초·중·고교 교원 2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학여행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찬성이 166명(64.8%)으로 과반을 훌쩍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반대는 62명(24.2%)였다. 안전사고 우려 속에서 대규모 체험활동을 강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 때문이다. 막상 수학여행 중단이 강제되자 반발 기류도 늘고 있다. 특히 수학여행 중단 결정이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 중 학생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결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부모의 불안감 때문에 취소된 학생들의 행사인 수학여행을 부활시켜 달라”는 서명운동을 폈다. 인천 도서 지역의 한 학교 교사는 “섬마을 학생들은 어떤 행사든 배를 타야 하는데, 견문 넓힐 기회를 갖지 말라는 것이냐”면서 “교육부의 방침은 안전사고가 났다고 전국 모든 학교의 관련 행사를 다 금지시키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안전대책이 마련되면 2학기에라도 학교들이 업체와 재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학기 동안 수학여행을 중단하고 정책을 가다듬어 안전대책이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교육 당국은 몇 년 동안 권장해 온 150명 이하 ‘테마형 수학여행’을 널리 보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비용 부담과 학사 일정 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자리 잡지 못한 바 있다. 과거 1968년과 1970~80년대 걸핏하면 일어난 사고 여파로 수학여행이 중단됐다가 부활한 적이 있지만 매번 ‘도로 대규모 수학여행’에 그친 전례도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청해진해운 지원금 수천만원 챙기고 선원 1인당 안전교육비 4600원 사용

    침몰한 세월호의 여객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선원 안전교육 비용 등은 쥐꼬리만큼 사용하면서 자치단체 지원금은 꼬박꼬박 챙긴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2008년부터 뱃길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대형 여객선사에 연간 수천만~1억여원의 선상 이벤트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제주∼인천 항로에 운항 중인 오하마나호도 선상 이벤트 비용 보조금 지원을 신청해 제주도로부터 2001년 3000만원, 2012년 1600만원, 2013년 3200만원을 타 냈다. 선상 이벤트 지원금은 선박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배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고 쾌적하고 즐거운 제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예산으로 편성해 선사 측에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는 지난해 직원 118명을 위한 안전교육 비용으로 54만 1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38만 5600원보다 61% 감소한 것으로 직원 1인당 4600원에 불과한 금액이다. 제주 지역 관광업계는 청해진해운이 제주도의 지원금 등은 모두 챙겨 가면서 정작 중요한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선원 안전교육 등은 안중에도 없었던 게 아니냐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교육은 백년대계다/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수유, 벚꽃, 살구꽃, 개나리꽃, 진달래, 철쭉 등 온갖 봄꽃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자태를 뽐내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를 환하게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싱그러운 봄이다. 대학에도 새내기들로 활기가 넘친다. 신입생들은 한껏 멋을 부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쾌활하고 발랄한 웃음을 꽃망울처럼 터뜨린다. 입시 지옥에서 허덕이느라 찌들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청춘(靑春)은 푸른 봄이라더니, 봄을 맞아 교정은 새내기 청춘들의 뜨겁고 신선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들을 마주 보는 것이 봄꽃 보는 것보다 더 황홀하다. 나는 새내기들에게 실컷 젊음을 만끽하라고 한다.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연극도 보고, 늦도록 잠도 자고, 수업 시간도 빠져 보고, 그야말로 하고 싶었던 것 다 해보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입시에 시달렸던 고등학생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학생답게 스스로의 꿈을 펼치면서 알차게 생활하라고 한다. 가끔 외국의 고등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예체능 등의 다방면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의 재능을 가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인교육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그런 활동은 사치다. 학교 수업도 모자라 방과 후면 학원으로 곧장 달려가 밤늦도록 문제집과 씨름한다. 그들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배운다. 그렇지만 그 시를 읽고 자신의 시를 창작해보고, 또 그 시를 음악이나 미술에 창조적으로 활용해 보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오로지 대학 입시에 맞추어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또 풀 뿐이다. 가히 문제 풀이 기계다. 그런 그들이 어찌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를 지닌 개성적인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그들은 단지 획일화된 입시 제도에 길들여지고 희생된 조화(造花)일 뿐이다.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해마다 바뀌는 입시 제도다. 하도 바뀌다 보니 학생도 학부모도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헷갈린다. 대입수능시험 과목도 해마다 바뀌고, 전형 방법도 해마다 바뀐다. 국사가 홀대를 받다가 정치인의 한 마디에 어느 날 홀연히 필수과목으로 바뀐다. 자기 계발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도대체 세울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교육 제도에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노예처럼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물론 교육제도의 변화가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쪽으로 진행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의 교육제도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찰나적이고 즉흥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문제다. 사리사욕에 눈먼,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 나부랭이들이 오로지 한 표를 얻기 위해 신성한 교육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제도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제도를 급조해낸다. 학부형이 반발하면 또 고치고, 교사들이 반발하면 또 고치고, 여론이 들끓으면 또 고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엉터리 정책의 실험 도구로 전락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문을 익히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제도는 진정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나 또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만 이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편협한 이해관계를 절대 교육 제도에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진정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우리 학생들이 그런 나라를 이끌어나갈 주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바람직한 교육제도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널뛰는 교육제도에 이제는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를 뽐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가. 그 꽃들이 어우러져 화려한 봄의 축제를 연출하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보고 싶지 않은가. 그 생기 넘치는 세상, 살 만한 세상을 위해 기성세대 그 누구도 교육제도에 대해서만은 어떠한 사욕도 품어서는 안 된다.
  • 통곡의 바다… 대답 없는 아이들

    통곡의 바다… 대답 없는 아이들

    승객 475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8시 58분쯤. 청춘(靑春)보다 푸릇한 아이들을 통째로 삼킨 전남 진도 앞바다는 얄밉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이 숨죽여 떨고 있을지도 모를 진도 바다엔 부슬비가 오락가락했고 바람은 차가웠다. 세월호의 앞머리만 야속하게 도드라진 채 그곳이 좌초의 현장이란 사실을 알릴 뿐, 배 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날 밤샘 수색 작업에 이어 이날 오전 일찍부터 잠수 인력 500여명과 특수장비가 투입돼 선체 수색이 진행됐지만 세월호 주변만 맴돌 뿐이었다. 취재진 40여명을 태운 해경 P106정(90t급)은 이날 오전 7시 24분 전남 진도 쉬미항에서 사고 지점을 향해 출발했다. 1시간 20분쯤 지났을까. 세월호가 좌초된 지점에 도착했을 때 부슬비는 잠시 멎고 바람만 강하게 불고 있었다. 온도는 14.2도에 시정거리는 9200m 수준. 해상의 상황은 흐린 날씨치고는 구조 작업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바다 밑 상황이었다. 조류가 세고 배 안에서 물이 도는 ‘와류’까지 생겨 잠수부가 투입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세월호 주변 바다의 파고 역시 오전 10시 0.6m에서 오후 2시엔 최대 1.2m로 2배 수준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구조 작업에 투입된 잠수요원은 해경(283명)·해군(229명)·소방(43명)을 포함해 총 555명이다. 수색 작업에 나선 구조선만 140여대다. 독도함(1만 4000t급)도 탐색구조단을 설치해 해상 탐색 및 구조 작전을 펼쳤고 청해진함(3200t), 평택함(2400t) 등 함정 26척도 구조 활동에 투입됐다. 그러나 세월호 주위 움직임은 고요하기만 했다. 취재진을 태운 해경정이 세월호 주위를 두 바퀴가량 돌며 상황을 지켜볼 동안 해경특공대 잠수부를 태운 고무보트 수십 대가 현장을 오갈 뿐 잠수부가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헬기도 세월호 주위를 날아다니며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었지만 구조 작업에 뚜렷한 진척은 없었다. 해경의 리브보트(고무 구명보트)와 민간 어선도 여객선 주변을 돌며 혹시 모를 실종자 발견에 대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 위에 드러나 있는 세월호의 뱃머리는 지난 16일보다 더 낮아진 상태였다. 오전에 물이 들어올 때여서 더 낮게 보인 것이다. 뱃머리에는 둘레 20m가량의 주황색 펜스를 둘러 세월호에서 흘러나오는 부유물과 시신들이 떠내려가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미 유류품 등을 거둬들인 상태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가방 등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뱃머리 주변에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실종자들의 가족과 구조대원을 태운 해경 P91정(50t)이 최대한 근접하기도 했다. 기상 환경 악화로 잠수부가 투입될 수 없다는 정부 측 발표에 의심을 품고 직접 현장에 나온 이들이었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푸른색 모포로 추위를 달래고 있었지만, 자녀를 애타게 찾는 마음까지 달랠 수는 없었다. 무심한 바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오열하는 가족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가를 적셨다. 진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지자체들 꽃축제 1~2주 앞당겨

    지자체들 꽃축제 1~2주 앞당겨

    “봄꽃 축제 구경 서두르세요.” 이상고온 현상으로 올해 개화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면서 자치단체 등의 꽃축제도 덩달아 앞당겨 개최된다. 농촌진흥청 사과시험장(경북 군위)은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사과꽃축제’에 들어갔다. 당초 올해 사과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는 23~25일 축제를 개최하려던 계획을 갑자기 변경해 1주일 앞당겼다. 지난해(4월 25∼27일)보다는 9일이나 빨라졌다. 사과시험장은 축제가 앞당겨지면서 지난달 초 대구·경북 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100여곳에 보낸 축제 안내장을 대신해 전화로 일일이 일정 변경 사실을 통보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축제 참가자도 당초 예상한 1만명보다 크게 감소한 2000~3000명에 그치는 등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 달성군도 지역의 대표적 문화 행사인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당초 예정보다 2주일 앞당겨 19∼21일 개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앞서 군은 5월에 예정됐던 참꽃축제를 26일부터 5월 1일까지로 앞당기겠다고 한 차례 변경했었다. 행사 기간도 당초 8일에서 3일로 크게 줄인다. 통상 5월에 개최되는 참꽃축제 일정을 이처럼 두번이나 변경한 것은 올봄 계속된 고온 현상으로 참꽃 개화 시기가 크게 빨라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참꽃은 이미 비슬산 9부 능선에서까지 꽃봉오리를 맺었다. 경기 부천시도 올해 춘덕산복숭아꽃축제를 1주 앞당겨 20일 개최하기로 했다. 애초대로 축제를 진행할 경우 복숭아꽃이 없는 복숭아꽃축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는 앞서 지난 4~5일 원미구 도당동 도당산에서 개최한 벚꽃축제도 당초 계획보다 2주 앞당겨 개최했다. 경북 청송군은 올해 수달래축제를 지난해(5월 11~12일)보다 1주일 이상 앞당긴 다음 달 3~4일 주왕산 국립공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는 한파 없이 고온 현상이 계속됨에 따라 산속의 수달래도 꽃을 일찍 피울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축제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영주시도 다음 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3일간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인 소백산 일원에서 ‘2014 영주 소백산 철쭉제’를 열 계획이지만 개화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철쭉 개화 시기가 축제 기간보다 많이 빨라질 경우 축제 시기 재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각종 행사 준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영주 철쭉제는 인기 연예인들이 공연하는 전야제 행사를 비롯해 국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산신제, 옛 한양 나들이길인 죽령 옛길 걷기 등의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질 예정이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제주도 서귀포펜션에서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 달래봐요

    제주도 서귀포펜션에서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 달래봐요

    최근 연예인들이 잇달아 거주지를 이전하며 제주도가 대중들 사이에서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위시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랜 회사생활 끝에 심신의 안정을 얻고자 제주도에서 한동안 머무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제주도가 현대인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천혜의 자연환경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주도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맑은 공기, 곶자왈에 우거진 원시림은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감싸주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평리다. 대평리는 제주도에서 명당 중의 명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지인 안덕계곡과도 가까운 곳이다. 지난해 대평리에 문을 연 제주도펜션 ‘이로제주펜션(IRO Jeju)’은 시원한 바다전망과 아늑한 입지 덕분에 제주도펜션추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마라도, 가파도, 박수기정, 군산, 한라산을 동시에 아우르는 전망을 담고 있어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또한, 호텔느낌의 인테리어와 침구는 물론 각 방에 시스템에어컨을 완비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개별테라스에서 바비큐시설을 이용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KBS 제주 프로그램 ‘보물섬’에 소개되며 제주도가족펜션, 제주도커플펜션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서귀포펜션 이로제주펜션은 외관도 흔한 펜션과는 차별화를 뒀다. 노출 콘크리트로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추구했다. 뿐만 아니라 중문관광단지에서 10분 거리이며 올레길 8번 종점이자 9번 시작점에 위치해 있어 숙소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장선우감독의 물고기카페, 인간극장에 방송돼 인기를 끈 거닐다카페가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펜션 이로제주펜션 예약문의는 홈페이지(www.irojeju.com)를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짧고 간결한 ‘극서정시’야말로 디지털 시대 시대정신”

    “짧고 간결한 ‘극서정시’야말로 디지털 시대 시대정신”

    “예술 세계를 점, 선, 면으로 단순화해 표현한 김환기 화백의 농익은 그림을 특히 좋아해요. 추상미술의 선구자답게 예술을 영원성으로 승화시켜 노래한 작가 정신이 드러난 덕분이죠. 마찬가지로 시도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응축과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려야 합니다. 속도의 시대에 대응하는 시적 방법 중의 하나는 속도를 초월하는 순간의 시학이죠.” 대가들은 장르를 초월해 통하는 법일까. 시(詩) 연구에 평생을 바친 최동호(66) 고려대 명예교수는 응축과 확장이라는 예술의 미덕을 재차 강조했다. 마치 김환기 화백의 추상화처럼 본연의 절제와 여백을 더없는 가치로 삼아 시도 언어의 경제학과 사유의 응집성을 결속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은퇴 후 첫 시집이자 7번째 시집인 ‘수원 남문 언덕’(서정시학)을 펴낸 작가는 ‘극서정시’라는 장르 파괴적 실험을 단행했다. 그는 “극서정시란 소통 불능의 장황하고 난삽한 서정시의 유행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어로 쓴 짧고 간결한 시를 말한다”며 “이번 시집은 압축을 극대화한 극서정시의 정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에 수록된 상당수 시편에선 4행시를 기본으로 행수를 줄이거나 늘려 가는 시도가 이어졌다. ‘첫사랑 시의 입맞춤 남몰래/화령전 붉은 기둥에 새겨놓고/나비 날아간 그 꽃밭 사잇길/누가 볼세라 잠 못 든 어린 날’(화령전). 심지어 한 줄짜리 시도 있다. ‘잡히지 않으려고 반짝이던 은빛 피라미 눈동자’(수원천)나 ‘뛰어들고 싶다’(지하철)처럼 말이다. 시의 근간에는 수원 토박이인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시적 감상이 빼곡히 담겨 있다.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의 풍광이 오롯이 그의 시집에서 되살아난다. “극서정시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시대정신이라 생각해요. 트위터처럼 140자 이내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 긴 것은 어울리지 않고 긴장감도 떨어져요.” 극서정시가 최근의 난삽한 시 창작 경향에 일침을 가했다지만 학문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의 하이쿠나 조선시대 시조와도 다르다는 것이다. 작가는 “신라시대 향가를 염두에 두고 시적 형태에 현대성을 불어넣고자 했다. 시에 대한 탐구이자 구도자의 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년간 경남대와 경희대,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가르쳤던 작가에게는 시인, 소설가 등 등단한 제자만도 70여명이나 된다. “수년 전부터 경기 수원 남창동에서 시 창작 교실을 열고 있어요. 고향에 돌아가 마음이 편하고, 어린 소년이 된 느낌이지요. 중·고교 교장부터 농부, 밥집 아주머니, 아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데 그 열정을 보면서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시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짧은 시로 화답했다. ‘음유 시인의 노래는 진달래 산천을 떠돌고/세상을 버린 가객은 불멸의 노래를 사랑한다’(가객의 영혼-김광석을 기리며). 작가는 “영혼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에 진정성이 담겨 있으니 가수는 죽었지만 언제나 되살아나 마음을 울리지 않느냐”며 “시란 그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길섶에서] 꽃 축제/박홍환 논설위원

    사방 천지가 꽃이다. 겨우내 회색 살풍경에 신물난 눈은 신나게 오색 꽃을 좇는다. ‘화란춘성(花爛春盛)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山川景槪) 구경가세’ 옛 선조들의 권함이 없더라도 발길은 절로 온갖 꽃이 흐드러진 봄날 경치를 향한다. 산 정상에 거대한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도 어디쯤의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올랐다. ‘진달래 축제’를 앞두고 있어선지 꽃산이 아니라 사람 산이다. 황망했다. 사람 숲 건너편 진달래향에 황홀할 틈도 없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다가오면서 전국 각지의 꽃축제가 그야말로 성황이다. 5월말까지 열리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봄꽃축제만 30여개에 이른다. 소규모 꽃축제까지 열거하면 그 갑절은 될 듯싶다.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을지 끔찍하다. “산천경개 구경가자”는 유산가(遊山歌)는 옛사람들의 풍류일 뿐일까. 그런데 정상에선 볼 수 없었던 진달래가 내려와 다시보니 산 전체를 연분홍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연간 7조원대를 넘어선 아웃도어 열풍 속 꽃축제 감상법을 이제야 알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길섶에서] 황사 마스크 단상/박찬구 논설위원

    봄은 황사로 온다. 아지랑이나 진달래는 반나절이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 박남준의 맑은 한가(閑暇)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계절을 보내고 또 맞는 설렘의 갈피를 황사가 보란 듯이 헤집는다. 며칠 전 약국에서 황사 마스크를 샀다. 안경 김서림을 막는다기에 혹했다. 사무실 여기저기 흩어진 마스크가 이미 3개나 되는 데도 말이다. 보온 겸용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마크를 새긴 마스크까지. 그런데 아뿔싸, 지난 주말 ‘황사마스크 주의보’라는 기사가 떴다. 황사 주의보가 아니라 마스크 주의보란다. 3개 중 1개가 불량이라니…. 듣고 보는 것이 이데올로기였던 적이 있다.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거스르면 치도곤을 당하던 때였다. ‘시·대·변·명.’ 막고 싶어도 막지 못하는 황사의 도래에 의지와 신경이 움찔한다. 최소한의 보호 본능마저 불량 마스크의 위세에 주저앉는다. 일상의 체념에 인이 박인, 자디 잔 염량이라니. 여린 마음에 도리 없이 황사에 묻는다. ‘황사야, 내 마스크는 어떠냐, 나는 안전하냐.’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들의 월요병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들의 월요병

    회사원들에게 집단적으로 생기는 심각한 질병이 바로 ‘월요병’이다. 그런데 동물원 동물도 앓는다. 사람처럼 업무에 부담을 느끼거나, 싫어하는 선배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증상은 없다. 대신 ‘설사’를 한다. 주말에 사람들이 ‘불량식품’을 주기 때문이다.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문을 닫아 동물원은 평화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했다. 동물원을 걸으면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듯했다. 동물들은 다를 게 뭐 있느냐며 여느 때처럼 행동하고 바깥으로 나와 햇볕을 맘껏 쬐었다. 드디어 AI검사 결과에 따라 다시 문을 열어 동물원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지난 주말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앞다퉈 피는 소리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방문객은 6만명이나 됐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방문객 가운데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가족이 80%로 가장 많다. 동물원의 4대 기능인 전시, 연구, 보전, 교육 중 가족이 맨 위에 둔 것은 단연 교육이었다. 이렇게 교육을 위해 동물원을 찾는데, 왜 막상 들어서면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자꾸 던질까. 사람이 많을수록 동물들은 몸살을 더 앓는다. 동물원 동물들에겐 정해진 식단이 있다. 야생과 다른 환경에서 살지만 최대한 야생과 같은 먹이를 제공해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동물영양사가 식단을 짠다. 먹이에 민감한 동물들은 식단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아프다. 여용구 동물진료팀장은 “반추(되새김질)를 하는 초식동물들이 과자나 빵에 있는 전분, 당류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휘발성지방산 과다 생성으로 위의 균형이 깨진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급체’하는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 땐 송편, 절편 등 먹을거리를 동물과 나눠 먹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명절을 두려워한다. 그럼 초식동물들에게 풀을 뜯어 줘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주는 풀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무엇을 먹는지 사육사가 알기 어려우며 결국 정해진 식단대로 동물을 관리하는 데 애를 먹는다. 과식으로 몸무게가 늘어날 수도, 먹지 않아야 할 것을 먹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당근이나 오이 등 동물이 원래 먹는 먹이라도 집에서 가져와 주는 것 또한 금물이다. 다양한 먹이를 먹어야 할 동물들이 ‘편식’을 하게 돼 영양 균형이 깨진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교감’과 ‘반응’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먹이를 주려고 울타리 위로 올라가고, 창살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순해 보이는 동물이라도 언제든 먹이를 뺏으려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도 위험하다. 악어에게 페트병을 던지면 악어는 먹이인 줄 안다. 사육사가 먹이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페트병은 위액의 산에 녹아 위를 찢는다. 10여년 전 죽은 물범의 뱃속을 갈랐더니 동전이 100여개나 나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호랑이에게 튀긴 통닭을 주거나 과자를 봉지째 곰에게 던지기도 한다. 원숭이들에게 사탕을 껍질째 주는 사람도 있다. 껍질뿐 아니라 사탕을 줘서도 안 된다. 사람들이 개에게 술을 먹이고 웃는 동영상을 보고 슬펐다. 동물에게도 알코올 중독이 있는데, 사람처럼 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독을 먹어 구토, 설사, 탈수, 발작, 혼수상태 등 급성중독 증세를 보인다. ‘사람이 먹으니 동물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다름’을 존중해야 하며 ‘같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동물에게는 음식을 줘도 될까. 오랑우탄은 먹을 것을 많이 받다 보니 늘 손을 내밀고 있는 몸짓을 한다. 구걸하는 듯하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볼 수 없다. 또한 인간이 동물에게 ‘적선’을 해야 동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의 계층적 관계를 각인시켜 동물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이용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 동물원 동물들은 사라져가는 서식지 탓에 지키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이며 야생에서는 생태계 안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임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이 먼저 동물에게 마구잡이로 행동할 것 같지만 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언젠가 사육사가 코끼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뒤에서 요구르트 하나가 날아왔다. 코끼리는 바로 집어 먹었다. 그런데 소화율이 떨어지는 동물이라 뱃속으로 들어간 요구르트 병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뻔했다. 뒤에 있던 아이는 말했다. “엄마가 던졌잖아.” 자연 서식처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동물에 대한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은 동물원의 중요한 임무다. 시멘트 바닥으로 된 환경에서 꼬챙이에 꽂은 먹이를 먹는 모습보다는 저 멀리 풀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서로 털을 손질해 주는 원숭이의 여유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애쓰면 사람들은 동물로부터 위로를 받고, 동물들의 월요병도 사라지지 않을까. enrichment@seoul.go.kr
  • ‘참 좋은 시절’ 김지호, 무공해 순수 스타일 ‘원피스부터 시작해요’

    ‘참 좋은 시절’ 김지호, 무공해 순수 스타일 ‘원피스부터 시작해요’

    ‘참 좋은 시절’에서 무공해 순수녀 동옥으로 열연 중인 김지호가 로맨틱한 원피스 겹쳐 입기 패션으로 화제다. 배우 김지호는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7세의 지능을 가졌지만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동옥 역을 맡고 있다. ‘소녀 미시’라는 별명답게 김지호는 매 회 순수함이 돋보이는 청정무구 패션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5일 방송된 13회에서는 강가네 식구들의 애틋한 가족애가 그려졌다. 극중 이명순(노경주)의 몰상식한 행동에 분노한 하영춘(최화정)은 명순이 입원한 병실에 찾아가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부었다. 이에 화가 난 장소심(윤여정)은 하영춘을 집에서 내쫓았다. 하지만 소심은 이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몸져누웠고, 이 소식을 들은 영춘은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소심이 영춘에게 미안하다고 울며 말하자 영춘은 “미안하면 500원”이라고 울음 섞인 농담을 건넸고, 순진한 동옥은 “미안하면 500원”이란 말을 따라하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지호는 조아맘의 이렌느 캉캉원피스에 옆트임 롱 니트 조끼를 레이어드해 편안하지만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렌느 캉캉원피스는 네크라인과 밑단에 레이스로 포인트를 줘 사랑스러움을 더한 디자인이었다. 옆트임 롱 니트 조끼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소라색 원피스에 활기를 더했다. 6일 방송된 14회에서는 사랑에 대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한 동옥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강기수(오현경)는 손녀딸 동옥(김지호)에게 “좋아하는 남자 없느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봐도 또 보고 싶은 사람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동옥은 쌍둥이 동생 동석(이서진)이라 대답했다. 기수는 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수의 호통에 놀란 동옥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뜩 겁에 질려 눈물만 흘렸다. 동옥은 자신을 달래는 소심에게 “엄마가 식구끼리는 서로 사랑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슴 아픈 사랑을 선보인 김지호는 조아맘 노디잔꽃나염 원피스에 트레이 롱 카디건을 매치했다. 민트색상 플라워 패턴 원피스에 베이지 색상의 카디건을 매치한 파스텔톤의 소녀 감성 스타일은 동옥의 동생에 대한 사랑에 순수함을 더했다. 사진 = KBS2 방송화면 캡처, 조아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쌀쌀한 날씨에도…여의도 벚꽃축제 6일 하루만 100만명 더 찾을 듯

    쌀쌀한 날씨에도…여의도 벚꽃축제 6일 하루만 100만명 더 찾을 듯

    여의도 벚꽃축제 “시작하자 마자 끝” 이유는? 예년보다 일찍 꽃이 피었다가 ‘반짝’ 꽃샘추위로 꽃이 많이 지면서 봄맞이 행사의 상징인 여의도 벚꽃축제가 아쉽게도 시작하자마자 일찍 막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달 이상 고온 현상으로 너무 일찍 핀 꽃 때문에 구청 측이 축제 일정을 앞당겼지만 갑작스러운 추위와 비로 꽃이 일찍 지면서 만개한 꽃그늘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 개화 절정기는 이날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벚꽃은 지난달 28일 오후 늦게 개화했다. 이는 작년보다 18일 빠르고, 평년보다는 13일 빠르다. 벚꽃의 개화 시기는 2월과 3월 기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최근 평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화 시기도 빨라진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벚꽃이 개화 후 일주일 후 활짝 핀다는 점에서 벚꽃 만개 예상 시점도 이달 4∼6일로 훌쩍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여의도 벚꽃축제를 주관하는 영등포구는 애초 이달 13∼20일 예정됐던 일정을 3∼13일로 1주일 이상 앞당겼다. 그러나 벚꽃 만개 예상 시점에 추위가 찾아오면서 약간의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은 지난 3일 상층에서 찬 공기가 내려옴에 따라 강한 바람과 함께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다. 3∼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4도, 12도, 12도였다.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일부 지역에서는 흐린 가운데 빗방울도 떨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는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한 번씩 지배하는 날씨를 보인다”며 “올해는 따뜻한 공기가 먼저 지배했다가 물러나고 차가운 공기가 한 번에 내려오면서 기온 변동폭이 커 반짝 추위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벚꽃축제가 시작되고 첫 주말인 지난 5일 여의도 여의서로와 한강시민공원 일대는 바람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 드문드문 빗방울까지 떨어졌다. 상춘객들은 만개한 벚꽃 그늘 대신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윤중로에서 만난 김나정(29·여)씨는 “작년에도 왔었는데 날씨 탓인지 그때보다 꽃이 빨리 진 것 같다. 벚꽃이 만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짧았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은혜(30·여)씨는 “모처럼 마음먹고 나왔는데 여기저기에 벌써 꽃이 지고 싹이 난 나무가 많아 분위기가 작년만 못하다”며 아쉬움 드러냈다. 구청 측에 따르면 5일 하루 축제 현장을 찾은 방문객은 107만 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치는 120만명이었다. 오히려 벚꽃축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개별적으로 윤중로를 찾은 시민이 200만명에 달했다. 구청 측은 사실상 벚꽃 절정 마지막 날인 6일 하루 100만명이 더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여전히 낮겠지만 날씨가 맑아 꽃놀이하기에는 전날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날씨가 춥고 꽃이 많이 떨어져 전체적으로 보면 방문객이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래도 오늘은 만개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 방문객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분홍 물감 뿌린 듯… 영취산 ‘진달래 천국’

    분홍 물감 뿌린 듯… 영취산 ‘진달래 천국’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로 꼽히는 전남 여수 영취산이 4일 능선을 따라 분홍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물들어 있다. 제22회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이날부터 6일까지 진달래가 정상 부근까지 만개해 절정을 이루며 상춘객을 유혹한다. 여수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대단해!” 여친에게 쓴 ‘10m 짜리 반성문’ 공개

    “대단해!” 여친에게 쓴 ‘10m 짜리 반성문’ 공개

    “거짓말 같은 반성문?” 중국의 한 남성이 화가 난 여친을 달래주기 위해 ‘공개적인’ 반성문을 썼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종이가 아닌 그녀의 학교 기숙사로 향하는 길바닥에 썼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오전, 산둥성 모 대학교의 여자 기숙사로 향하는 길 위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길에는 흰색 분필로 쓴 장문의 글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슈슈, 미안해”로 시작하는 이 글은 한 남학생이 여자 친구에게 쓴 반성문으로, ‘슈슈’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사는 기숙사 문 앞까지 2열로 늘어져있다. 이 남학생이 쓴 반성문은 무려 10m에 달했고, ‘슈슈 미안해’라고 쓴 문장은 수 백 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정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학교 학생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생은 “등교길에 깜짝 놀랐다. 이런 반성문은 처음”이라면서 “친구들은 그 반성문이 지워지기 전에 보려고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구경을 나갔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당일이 4월 1일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들어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사실 여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현지 네티즌들은 “남자친구가 큰 잘못을 한 것 같다”, “나도 저런 반성문을 받아보고 싶다”, “남자친구의 반성문 멋지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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