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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커 달래는 롯데

    유커 달래는 롯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운동 등 보복 조치를 겪는 롯데그룹이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외관에 중국어로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이자 중국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발길을 멈춘 채 글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의 봄’…꽃잔치 열리고 공원서 즐기고 호기심 채우고

    ‘서울의 봄’…꽃잔치 열리고 공원서 즐기고 호기심 채우고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다. 봄의 전령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등 봄꽃의 대명사들이 곳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명소들과 축제들이 많다. 문제는 어느 명소나 축제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고속도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이다. 나들이객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 정체 걱정도 덜고, 사람보다 봄의 참맛을 느긋하게 만끽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서울시가 봄나들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강봄꽃축제’와 ‘공원에서 즐기는 봄’이다. 한강봄꽃축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여의도 벚꽃축제 외에도 한강공원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봄꽃들이 많다는 걸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다음달 1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강공원 전역에서 열린다. 개나리, 벚꽃, 유채꽃, 찔레꽃, 장미 등을 순차적으로 즐길 수 있다. 1998년 시작한 공원에서 즐기는 봄은 공원을 산책뿐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는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직영하는 20개 공원에서 이뤄진다. 올해는 이달부터 6월까지 화전놀이, 모내기, 양봉, 생태탐방, 역사문화 등 126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드넓은 야외에서 온 가족이 함께 봄의 향연을 누리기에 제격이다.●꽃의 향연 ‘한강봄꽃축제’ 봄은 꽃으로 대변된다. 한강공원을 찾으면 꽃향기에 취해 꽃의 계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개나리, 벚꽃, 유채꽃, 찔레꽃, 장미까지 형형색색의 꽃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개나리와 벚꽃이 봄꽃 축제의 서막을 연다. 잠실대교 북단부터 중랑천 용비교까지 노랗게 물든 개나리가 봄을 알린다.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응봉산은 온통 노란 세상이다.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응봉산 개나리 축제’가 열린다. 벚꽃 명소인 여의도에선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 봄꽃축제가 개최된다. 토요일인 1일과 8일은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한강 벚꽃 콘서트’도 진행된다. 잠원한강공원에 2만㎡ 규모로 조성된 ‘꿀벌숲’에선 4월 중순부터 꽃복숭아, 꽃사과, 매화, 산사나무, 수수꽃다리 등 다양한 식물과 꽃을 만날 수 있다. 5월엔 샛노란 유채꽃과 찔레꽃, 장미가 봄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5월 13∼14일에는 ‘한강 서래섬 유채꽃 축제’가, 5월 중순엔 한강 동·서쪽 끝에 있는 강서생태공원과 고덕·암사생태공원에 ‘한강 찔레 나라축제’가 열린다. 꽃의 여왕 장미는 뚝섬, 양화한강공원에서 볼 수 있다.●양봉하고 농부되고… 공원서 자연과 교감 공원에서 즐기는 봄은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꿀벌과의 교감을 원한다면 양봉체험을 권한다. 4~6월은 꽃이 만발하는 시기로 곤충들의 활동도 왕성하다. 양봉을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길동생태공원 ‘토종꿀벌 체험’, 보라매공원 ‘어린이 꿀벌학교’, 월드컵공원 ‘꿀벌체험프로그램’ 등 3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갈수록 개체 수가 주는 꿀벌도 살리고 꿀도 얻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다. 4월부터 길동생태공원과 월드컵공원은 매주 토요일, 보라매공원은 매주 일요일 꿀벌들을 만날 수 있다. 도시 아이들은 야채, 쌀 같은 농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올라오는지를 직접 경험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주말 농부가 돼 보는 건 어떨까. 보라매공원과 길동생태공원에선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텃밭 가꾸기를, 용산가족공원에선 텃밭 부산물을 이용한 놀이 활동을 통해 농사 짓기를 체험할 수 있다. 보리는 왜 밟아줘야 하는지, 거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 줄 내용들로 가득하다. 길동생태공원에선 5월 20일 모내기 행사도 한다.●숲탐방하고 역사·문화 배우고 공원은 휴식처이기도 하지만 도심 속 작은 생태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지, 주변 환경에는 어떻게 적응해 가는지 등 생물들의 삶에 호기심을 보인다면 생태·탐방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생태프로그램은 길동생태공원, 남산공원, 보라매공원, 북서울꿈의숲 등 15개 공원에서 이뤄진다. 반딧불이, 누에, 개구리, 민들레 등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다. 봄에 볼 수 있는 식물, 봄에 가장 일찍 일어나는 곤충들, 곤충들의 특징과 생김새, 반딧불이 서식 환경, 개구리의 생태와 천적, 개미 생태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탐방프로그램은 경춘선숲길, 서울숲, 시민의숲, 푸른수목원 등 9개 공원에 조성돼 있다. 전문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숲탐방, 꽃사슴 먹이주기 체험, 남산 새 가족 탐사, 에코투어, 장애인과 함께하는 맞춤 숲 치유, 식물 해설과 함께하는 스탬프 투어 등이 있다. 역사와 문화, 예의범절도 배우고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공원도 있다. 낙산공원에선 ‘낙산의 보물을 찾아라’가 진행된다. 윤선도 터 찾기, 초대 대통령 동상 찾기 등 10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산책로를 걸으며 조선 건국 배경, 성곽 등 지식도 얻을 수 있다. 호박고누놀이 같은 전통놀이도 할 수 있다. 낙산은 조선의 수도 한양의 사대문 안에 있는 4대 산인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다. 이곳에 조성된 낙산공원에 오르면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남산공원에선 한양도성의 비밀을 알 수 있다. 한양도성 축성과 수호신, 봉수대, 사대문과 사소문 등 한양을 둘러싼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남산공원 호현당에선 ‘아동놀이 한자’, ‘나는 예의바른 어린이’ 등이 운영된다. 호현당은 조선시대 지역 명에서 유래됐다. 어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집이란 뜻이다. 2015년부터 열린 서당 및 전통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가족과 함께 뛰어 놀고 산책하고 건강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보라매공원은 체조를 통해 건강을 챙기는 ‘공원에서 100세까지! 건강프로젝트’를, 서울숲은 자라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붕 없는 체육관’을, 남산공원은 석호정 국궁장에서 전통 활을 쏘는 ‘건강활쏘기’를 운영한다. 여의도공원은 초등학교 4~6학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농구전문가에게 농구도 배우고 경기도 하는 ‘희망농구교실’을 개최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뛰어놀며 가족애를 단단하게 다져보는 건 어떨까. 길동생태공원의 ‘아빠와 함께하는 자연체험’과 ‘일요가족나들이’가 대표적이다. ‘아빠와 함께하는 자연체험’은 인솔 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아빠와 자녀가 공원을 돌며 봄의 정취를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일요가족나들이’는 해설가와 함께 온 가족이 공원을 돌며 봄의 절기인 경칩, 춘분 등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북서울꿈의숲의 ‘꿈의숲 런닝맨’도 부모와 자녀가 돈독한 정을 쌓기에 손색이 없다. ‘발로 뛰고 머리로 맞으며 공원 안에서 미션을 찾아라’라는 주제 아래 수수께기 풀기, 미션 활동지를 이용한 보물 찾기, 발로 뛰어다니며 오감활용하기 등이 진행된다.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붓꽃으로 가득한 특수식물원 서울창포원의 ‘가족과 함께 놀아요’도 빼놓을 수 없다. ‘깨어나라! 봄’ 주제 아래 오감체험 봄맞이 여행 등을 즐길 수 있다. 보라매공원의 ‘행복한 가족공원산책’에선 가족들과 봄 산책도 하고 봄꽃 화분도 꾸며 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라산 남벽 탐방로 24년 만에 재개방

    한라산 남벽 탐방로 24년 만에 재개방

    1994년도부터 출입을 통제한 한라산 남벽 탐방로가 올해 복원공사를 거쳐 내년 3월 재개방된다.제주도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객 쏠림현상으로 인한 주차난과 안전사고, 급속한 자연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남벽 탐방로가 개방되면 한라산 탐방로가 5개 코스로 늘면서 탐방객들이 한라산을 짓밟는 하중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1986년 개설된 남벽 탐방로는 탐방객 증가로 일부 구간이 붕괴돼 1994년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는 남벽 기존 탐방로 보수 및 신설 탐방로(남벽~성판악 1800고지 연결 1.3㎞) 개설 방안 등을 마련했다. 기존 탐방로를 최대한 활용하되 정상 진입구간 낙석위험이 없는 곳에 하층식생을 보호할 수 있는 목재 데크 등을 설치해 옛 남벽 탐방로를 일부 구간 우회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김홍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남벽 탐방로가 재개방되면 정상 탐방객 분산으로 환경 훼손이 최소화되고, 침체된 돈내코 탐방로 활성화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융단처럼 펼쳐진 산철쭉과 털진달래, 서귀포 해안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벽 탐방로 재개방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벽 탐방로 지역은 한라산에서 유일한 너덜지대(많은 돌들이 깔린 산비탈)로 이뤄져 탐방객들이 밟으면 돌덩이들이 쓸려 내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복원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정상부 능선 지역은 바닥이 암반이 아닌 토양층이어서 탐방객이 밟으면 다시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한라산은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온전한 모습으로 더 보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백록담 남벽 탐방로 재개방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사설] 금호타이어 매각, 쌍용차 재판은 안 된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채권단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 때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를 일축해 왔다. 아예 채권단은 얼마 전 중국 국영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와 주식 매매 계약을 하고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해 버렸다. 그런데 어제 채권단 측이 한발 물러나 박 회장 요구 수용 여부를 22일까지 결정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이런 입장 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일제히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기업의 인수전까지 왈가불가하는 것은 그다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방산업체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는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만 쏙 빼먹고 ‘먹튀’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기아차, 삼성 광주공장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3대 축이다. 지역 경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가면 인근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지금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반중 감정이 최악인 상황 아닌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 추진이 ‘사드 달래기’ 용도가 아닌가 의심한다”는 발언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양국 관계를 볼 때 그럴 만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도시바 반도체를 매각하면서 국부 유출과 기술 유출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을 채권단은 주시해야 한다. 기업의 해외 매각 때 경제 논리 못지않게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박 회장도 책임 있는 기업인으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기대어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를 해결할 심산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채권단은 아예 금호타이어를 제3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원점에서 모색하기 바란다.
  • 유승민 “나는 대구의 아들…배신한 적 없다” 대구서 정면돌파

    유승민 “나는 대구의 아들…배신한 적 없다” 대구서 정면돌파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19일 “보수가 궤멸할 위기에 놓인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고 박 전 대통령을 이렇게 망쳐놓은 자들은 스스로를 진박(진짜 친박)이라고 부르는 정치꾼들”이라면서 “국가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진박들”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대구시당에서 가진 대구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배신 프레임’을 대구에서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이렇게 망쳐놓은 자들이 누구인가”라면서 “진박 정치꾼들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에게 국민의 고통과 나라의 미래는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권력에 아부해서 자신의 잇속만 챙길 뿐이었다”면서 “대통령 파면이라는 참담한 사태를 만든 그들이 국민 앞에 사죄하기는커녕 지금도 전직 대통령을 앞세워 뒷골목 건달과 같은 행태를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진박 타령이나 하면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자들은 더 이상 한국정치와 보수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정치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저는 대구의 아들이다. 대구가 저를 낳았고 대구가 저를 가르쳤다”면서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용감하게 지적하고 고치라고 배웠고, 옳지 않은 길이면 가지 말고 바른 길이면 가시밭길이라도 용감하게 가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대구의 정신, 대구의 자존심을 버린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불파불립(不破不立·깨지 않으면 설 수 없다)’을 인용하며 “낡은 보수, 부패한 보수, 국민을 배신한 보수는 깨뜨려야 한다. 깨뜨리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가 되었다”면서 “탄핵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일 뿐, 대구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보수 세력이 쌓아온, 어르신들이 만들어 온 인생과 역사,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이 결코 아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실망한 TK민심을 달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자”면서 “대구 시민들께서 보수 혁명을 시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저 배고파요~!’ 허기진 배 달래러 마트 찾아온 수달

    ‘저 배고파요~!’ 허기진 배 달래러 마트 찾아온 수달

    굶주린 수달이 사람들이 많은 마트를 찾아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아일랜드 한 대형마트인 테스코를 방문(?)한 수달에 대해 보도했다. 메이요 주 캐슬바의 테스코. 주변 호수로부터 온 수달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매장을 방문한 것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온 수달은 이곳저곳을 누비며 직원들의 포획을 피하기 위해 육류 냉장고 밑으로 몸을 숨겼다. 수달을 잡으려는 고객 한 명이 손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며 결국 수달은 마트에서 내쫓겨 호수로 되돌아갔다. 현지 주민들은 “수달이 근처 란나 호(Lough Lannagh)에서 온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밝혔다. 테스코 측은 “매장 가까운 호수에서 수달이 우연히 캐슬바 매장으로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사건 발생 시 수달은 어떤 식료품과도 접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 예방조치로 매장에 대한 위생 상태를 점검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영상= Darragh Mcdonagh Storyful /TheJournal.i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어쩌다 남산, 서울 한 바퀴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어쩌다 남산, 서울 한 바퀴

    “저기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다음에 가.” 요사이 영화 이외의 개인적인 연애문제로, 이모저모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속 대사다. 남산 서울타워는 서울시민이라면 모름지기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인 듯. 영화는 시종일관 타워를 배경으로 보여준다. 도심의 희뿌연 풍경 속에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카메라 앵글에 잡힌 서울타워는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 삶 언저리 배경으로 남아있다. 주인공들은 결국 서울타워가 내려다보이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루한 일상을 보내야만 한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서울살이의 진짜 주인공은 남산 서울타워 일수도 있다. 남산에 있는 서울타워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유명한, '어마무시하게'(?) 널리 알려진 서울의 관광명소다. 서울시민들에게는 타워가 늘상 눈에 들어오기에 동네 뒷산 전봇대 쳐다보듯 보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고 말고다. 우선 남산 서울타워의 연간 방문객은 1200만 명을 넘는다. 제주도 전체의 연간 방문객이 작년에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결코 만만히 볼 타워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또한 2012년 서울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선정 서울 명소 1위이자, 2016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명소 BEST 5에 들어갈 정도이다. 더구나 전 세계 여행 전문가 평가와 독자 선호도 조사로 뽑은 세계 500대 관광지에서 342위에 랭크되기도 하였으니 이만하면 어깨에 힘 좀 들어가도 괜찮을 성싶은 방문지임은 분명하다. 남산 서울타워는 1969년에 착공하여 1975년에 완공된 수도권 거점 송신탑 건물로, 타워 높이는 236.7m에 달한다. 남산의 해발높이인 243m와 더하면 타워 높이가 총 479.7m로 준공 당시에는 동양 최고 높이를 자랑하였다. 또한 최근 만들어진 높이 555m 123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서울 시내 최대 높이의 구조물이기도 하였다. 원래 남산 서울타워는 1975년 준공 당시에는 전망대를 개방하지 않다가, 1980년에 들어서 일반인에게 개방하였고 이때부터 대표적인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당시에는 외부 전망대가 열려 있어 다리 후덜덜한 사연들이 연인들 사이에는 차고 넘치는, 달달한 추억으로 자리잡기도 하였다. 이후 뉴스 전문 방송국인 YTN이 1999년 12월에 타워를 인수하게 되어, 정부에 등록된 남산 서울타워의 정식 명칭은 'YTN서울타워'다. 현재 남산 서울타워는 40년 만에 공개된 ‘서울타워플라자’와 2005년부터 CJ푸드빌이 임대하여 운영 중인 ‘N서울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는 서울타워플라자로, 5층부터 꼭대기층인 T7층까지는 레스토랑과 전망대가 있는 ‘N서울타워’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지상 1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OLED와 OLED터널에 방문객들은 화려한 미디어 아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으며, 5층부터 T7층까지는 다양한 식당과 레스토랑이 있어 남산 길 허기진 배를 달래줄 수도 있다. <남산 서울타워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언제가는 한 번은 가 봐야 하는 곳. 2. 누구와 함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최적화된 곳이다. 3. 가는 방법은? -도보로는 삼순이 계단, 남산도서관, 국립극장에서 올라오면 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할 경우는 명동역 5번 출구로, 순환버스 2번, 3번, 5번을 타면 된다. 특히 동대입구역에서는 모든 순환버스 탑승이 가능하다. 4. 감탄하는 점은? -남산이 생각보다 훨씬 높고, 볼거리가 많은 산이라는 점. 굳이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더라도 서울 시내 풍경이 한눈에 다 내려보인다는 것.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발길이 뜸한 곳. 6. 꼭 봐야할 타워의 층수는? -T5. 전망대층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남산 서울타워 외에도 남산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반나절 이상은 걸린다.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eoultower.c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남산 서울타워 아래에 있는 맹세의 열쇠철망, 남산도서관, 주한독일문화원, 남산과학관,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등이 있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봄은 남산에도 왔다. 꽃망울이 몽실몽실 부풀어 오를 만큼 부풀었다. 남산 서울타워가 목적지가 아닌 남산 전체에 퍼진 봄기운을 만나러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씻고만 가게 해달래서…” 한국외대, 선후배간 성추행 진상조사

    “씻고만 가게 해달래서…” 한국외대, 선후배간 성추행 진상조사

    지난해 한국외대 선후배 간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섰다. 16일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14일 교내 생활자치도서관에는 학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4시 30분쯤 같은 과 선배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 A씨는 “씻고만 가게 해달라는 같은 과 선배의 전화를 받고 부탁을 들어줬다”면서 “늦은 시간이었고 추운 날씨에 갈 곳이 없는 상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선배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동의없이 침대에 올라가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으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A씨는 지난 학기 기말고사도 보지 못하고 학기를 끝낸 뒤 휴학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조사해 지난 1월 선배 B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학생과 상대 남학생의 말이 엇갈려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후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진태 대선 출마 선언…“애국시민들이 내민 손 뿌리치기 어려웠다”

    김진태 대선 출마 선언…“애국시민들이 내민 손 뿌리치기 어려웠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전 처음 전국 단위의 선거에 나간다.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죽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나 혼자 살겠다고 애국시민들이 내미는 손을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로 이번 탄핵 국면에서 광화문 일대 태극기 집회에 매주 참여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각하’ 주장에 앞장섰다. 김 의원은 “우리는 사상 처음 대통령이 파면돼 청와대를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상처를 어루만져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분열된 애국보수를 재건하겠다”면서 “우리 당에 실망한 태극기 시민들은 새로운 당을 만들고 있는데, 이분들을 달래 우리 당으로 보수의 기치를 분명히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노총·전교조로 나라가 좌경화되고 있다. 폭력시위 도중 사망한 백남기 씨는 기억하면서 태극기 집회에서 분사한 세 분의 열사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우뚝 세우겠다”라고 약속했다. 예비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대선주자가 뒤늦게 본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을 수습할 막중한 임무가 있는데, 당장 며칠 내 던지고 나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그분이 어떻게 판단하든 충분히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 논란에 대해서는 “있을 수도 없는 말”이라며 “대통령이 불도 안 들어오는 사저로 들어가셨다. 차분하게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는 “제게 친박이 주홍글씨처럼 됐는데, 저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안고 가겠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한국당 내에서 여덟 번째다. 앞서 원유철·안상수 의원,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조경태 의원,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6. 화이트데이 맞이 솔로대첩에 나가봤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6. 화이트데이 맞이 솔로대첩에 나가봤다

    러브앤더시티를 연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주문은 두 가지였다. 결혼정보업체 듀*에 가입해 후기를 들려달라는 것과 소위 ‘솔로대첩’ 등으로 불리는 대규모 단체 미팅에 나가 보라는 것. 둘다 다들 궁금은 하지만 쉽게 손을 뻗치기는 힘든, 그런 영역인가 보았다. 화이트데이 맞이 기사를 준비하던 찰나, 오랜 지인인 서른한살에첫미팅(31) 언니가 카카오톡으로 링크 하나를 ‘띡’ 보내왔다. ‘싱글 직장인 청춘남녀 300명이 모여 3시간 동안 맛있는 식사를 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행사’의 참가 신청 방법이 적혀 있었다. “오, 재밌겠다! 후기 들려줘!”라는 응원과 “다들 주변에서 찾다 찾다 못 찾으니까 그런데 나오는 거 아냐?”라는 우려를 뒤로 하고 쿨하게 참가비 2만 9000원을 입금했다. 물론, 첫미팅 언니와 함께였다. (나중에 보니 여자는 3만 5000원, 남자는 3만 9000원까지 참가비가 뛰어 있었다.)  ◆ PM 1:30 참가자 확인 지난 11일, 서울 종로의 모처에는 둘씩 쌍을 이룬 남녀들이 횡행했다. ‘Romantic White Day & Spring’을 표방하는 이 행사는 동성으로 구성된 2인 1조가 제한시간(3시간) 동안 제휴 맛집 6곳을 탐방하며 쌍쌍이 미팅을 즐기는 컨셉이다. 25세(93년생)~35세(83년생) 나이 제한이 있으며, 남녀 딱 150명씩이다. 드레스코드는 ‘비즈니스 캐쥬얼 또는 정장, 댄디하고 러블리한 복장’. 핑크 레이스 원피스를 개시할까 하다가, 너무 대놓고 결혼식 하객 복장이라 패스했다. 평소 이미지와 맞는 어둑어둑한 블랙 원피스에 블랙 코트를 입기로 한다. 오후 1시 30분부터 참가자 확인이 시작됐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종종 들르는 그 낯익은 공간에, 낯선 남녀들이 주욱 줄지어 서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까 주위를 빠르게 스캔했지만, 일단 사정거리 내에는 없었다. 내 앞에 선 꽃같은 언니들은 꽃무늬 블라우스에 빨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까마귀가 된 느낌이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신청자 확인이 완료되면, 손목에 롯*월드 자유이용권 같은 종이 팔찌를 걸어줬다. 그걸 매는 즉시 ‘I‘m available’ 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팔찌를 소매 깃 안에 넣었다가 뺐다가 했다.  ◆ PM 2:00 치킨&맥줏집 “치킨&맥줏집으로 가세요~” 참가자 확인이 완료되자, 상가 내 제휴 식당 중 한 곳으로 ‘배정’됐다. 나이대를 고려한 배치다. 제한 시간 3시간 내에, 제휴 음식점 4곳, 카페 2곳을 자유롭게 오간다. 단, 한 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5분. 남녀 4인이 착석하자마자 미리 정해진 ‘로맨틱 세트 메뉴’가 나왔다. 4인용 테이블에 남자들이 둘씩 차곡차곡 앉아 있고, 이어 여자들이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차곡차곡 포개졌다. 우리의 파트너들은 아마도 ‘댄디’를 목표로 니트에 셔츠를 받쳐 입은 32세 남성들이었다. 둘은 개인 신청자여서 전날 주최 측에서 사전 연락해 맺어준 ‘팀’이라고 했다. 한 사람은 인터넷 뉴스를 보고, 한 사람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다고 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두 분 무슨 사이세요?” “무슨 일하세요?”, “주말엔 주로 뭘 하세요?”를 한바퀴 굴리다보니 다들 3~4년차 ‘직딩’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주말에 등산 가자’는 상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얘기하며 ‘하하호호’ 회식 자리처럼 웃었다. 한 잔 두 잔 따른 맥주에 뭉근하게 술 기운이 올라올 무렵 이번이 두 번째라는 남자가 “그만 일어날까요?” 했다. 번호를 주고, 오는 전화를 받았다. 아까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 달리 헤어질 때는 뻘쭘했다. “즐거웠습니다~”   ◆ PM 2:40 돈까스집 두 번째는 돈까스집이었다. 누가 봐도 사회 초년생임이 분명한 콤비가 우리보다 한 템포 먼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제 소개부터 하자면요~ 저는 ○○○에서 일하고 있구요. 아직 들어간 지 얼마 안됐고, 학교도 아직 졸업 안했구요. 여기 왜 나왔냐면은요~ 이런 자리 나와서 맛집도 가고 사람 만나면 좋잖아요~ 어떻게 나오셨어요?” 말의 홍수 속에서, 멀미가 울컥울컥 올라왔다. 유느님도 집에서 준비해 온 멘트가 제일 재미없다 했는데… 마침 메뉴는 돈까스였다. 느글느글한 속이 맥주로도 다스려지지 않자,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언니, 화장실 가실래요?” 한숨 돌리자며 음식점 사이사이를 걸었다. ‘러브커넥트’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메모지에 이상형과 연락처를 써서 붙이면 그에 맞는 이성이 메모지를 떼어가서 연락한다는 거다. “청순씩씩한 여자 찾아요~”, “키 180에 공유 닮은 남자 찾아요~” 등의 글귀가 눈에 띠었다. 염치불고하고 “‘현우’ 닮은 남자 찾습니다~”라고 적어 붙였다. ◆ PM 3:30 초밥집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초밥집을 찾았다. 이 곳에선 여자들이 먼저 착석을 해서, 남자들에게 자리 선택권이 주어졌다. 일부러 입구쪽에 등을 댄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김구 안경을 쓴 남자와 쌍커풀이 진한 남자가 우리 테이블에 왔다. 역시나 거기서 팀을 이뤘다는 35세 남성들이었다. 다시 한번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부터 “주말엔 뭘 하세요?”가 시작됐다. 문화 생활을 즐기는 김구 안경과, 헬스를 거르지 않는다는 쌍커풀남이었다. 딱히 문화 생활을 즐기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는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무슨 일 하세요?”에 이르러서는 서로 “회계팀에 있어요~”, “미디어쪽이요~” 라고 답했다. 회사 이름을 말하는 일은 없었다. 같은 얘기를 세 번 하다 보니 입에서 단내가 나고, 점점 대화 밑천은 떨어져 가는데, 왠지 옆 테이블 웃음 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앞 테이블 여성들은 나보다 예뻐 뵈는 한 편으로 그 맞은 편 남성들은 더 잘 생겨 보였다. 술 탓인가. 복어 가라아게와 초밥을 사이 좋게 나눠 먹고, 헤어졌다.   ◆ PM 4:10 카페 5시 행사 종료를 1시간 여 앞두고,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이번에는 90년생 남성 둘이었다. “여기 온 사람들 보면 남자들은 어리고, 여자들은 나이가 좀 있는 거 같아요~” 어째 그들은 우리가 앉으니 다소간 실망한 기색이었다.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했더니, 옆 테이블에 아까 돈까스집 콤비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까 레파토리 그대로였다. 내 얘기도 그가 들을 걸 생각하니 머리 털이 쭈뼛 섰다.   ◆ 그래서 어땠냐고? 미리 정해진 음식점에, 미리 정해진 메뉴. 한 곳당 45분이라는 꽤나 인체 공학적인 시간. 이렇듯 미팅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목적 지향적인 이들에게는 매우 편리하게, 나같이 낭만 찾는 이들에겐 매우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단체 미팅이다 싶다. 사랑과 사람을 믿는 명랑한 청춘들에게는 추천, 의심 많고 생각 많은 나같은 언니·오빠들에게는 ‘글쎄’다. 3시간 내 8명의 이성을 만나는 일은 사람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내게도 굉장한 공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따뜻한 봄날에 맛난 거 먹고! 새로운 이성을 만나 보고 싶다! 하는 가벼운 마음의 이들에게는 꽤나 즐거운 시간일 수도. 그래서 그 날 스코어가 어땠냐고? 3시간 동안 총 8명의 남자를 만났고, 그 중 2명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으며, 매우 고마운 한 분에게서 밥 먹자는 연락이 왔다. 내 이상형 ‘현우 찾기’는 없던 일이 됐다. 이 날 입때껏 낭만 찾다 이래서 기자가 연애를 못하는가 보았다. 서른의 화이트데이이자 생일인 오늘도 혼자서 희희낙락해야지. 모쪼록 해피 화이트데이.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그때의 사회면] 영동지구(강남) 개발

    [그때의 사회면] 영동지구(강남) 개발

    강남은 일반적으로는 서울의 한강 남쪽의 동부인 강남구와 송파구, 중앙부인 서초구를 뜻한다. 전에는 영동(永東)이라는 말을 주로 썼다.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었다. 1973년 영동 일대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하면서 이를 관할할 영동출장소가 신설됐다. 강남이 경기도 광주와 시흥에서 편입된 것은 1963년 1월 1일이었다. 당시 강남은 수만 명의 인구에 과수원과 야산, 논밭으로 이루어진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다. 서울의 인구가 급증하자 1966년 12월 28일 서울시는 최초로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를 토지구획정리예정지로 지정해 강남 개발의 서막을 올렸다.본격적인 강남 개발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 착공과 맞물려 시작됐다. 지금의 신사·논현·역삼동 일대의 영동 1지구는 약 1550만㎡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이었다. 1지구에 이어 1970년 11월 5일 서울시는 대치·삼성·청담·압구정동 일대의 영동 2지구 1200만㎡를 개발하겠다는 계획과 봉은사 남쪽 삼성동에 당시 상공부 청사와 산하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공부 이전 계획은 나중에 백지화됐지만 그 땅의 일부에 현재 무역협회와 한국전력이 들어서 있다. 이 발표를 계기로 당시 평당 5000원가량이던 강남의 땅값은 크게 오르게 된다. 강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시는 논현동과 개포동에 공무원 아파트를 건설했다. 1972년 3월에는 시영주택 등 1350동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압구정·논현·학·청담동 일대에 10개 단지가 이듬해까지 준공됐다. 이곳에 입주한 주민들은 강남 개척의 선구자들인 셈이다. 서울시는 버스 노선을 강제 배치했고, 이 단지를 중심으로 주택들이 서서히 들어서면서 강남 일대는 시가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어 1975년 10월에는 강남구가 탄생해 개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1973년 말 영동 1·2지구를 형성하는 양재·도곡·신사·청담·잠원·서초동의 인구 합계는 5만 3000여명에 불과했지만 1978년에는 21만 60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편 잠실은 원래 모래 퇴적으로 생긴, 여의도 같은 섬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뽕나무 밭이었지만 1960년대에는 이미 멸종됐고 주민들은 밀이나 수수 따위를 경작하며 가난하게 살았다. 청년들은 나룻배를 따고 뚝섬 공장으로 일하러 다녔다. 잠실 개발에 착수한 것은 경기도 광주 대단지(지금의 성남시)와 서울을 이어서 대단지 주민들을 달래려는 의도가 있었다. 1971년 2월 잠실 남쪽의 물길을 막아 잠실섬을 육지로 만드는 공사가 시작돼 4월 17일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다. 1978년 6월에야 248만㎡의 매립 공사가 끝났다. 이후 잠실은 종합개발계획이 세워져 고층 및 저층 아파트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진은 영동지구 제3단지에 들어선 시영 단독 주택들(1972년11월 24일 촬영).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오승환만 빛났다…WBC 3.1이닝 6탈삼진 무실점

    오승환만 빛났다…WBC 3.1이닝 6탈삼진 무실점

    ‘오승환이 상처 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보듬었다.’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지난 9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난적 대만과의 1라운드 A조 3차전에서 연장 10회 사투 끝에 11-8로 이겼다. 그러면서 조별 3위까지 주어지는 차기 대회 본선 진출권 확보에도 성공했다. 대만에 졌다면 조 최하위로 2021년 대회에서는 지역 예선 관문부터 뚫어야 할 처지였다. 이겼는데도 이미 2라운드(8강) 진출에 실패한 터라 선수들은 웃지 못했다. 하지만 ‘파이널 보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달래고 아쉬움으로 가득한 팬들에게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돌직구’를 앞세워 메이저리거의 존재감을 과시했고 답답해하던 팬들은 그의 ‘사이다’ 같은 투구에 환호했다. 그의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대만전에서 양의지(두산)가 결승점을 뽑고 김태균(한화)이 2점 쐐기포를 날렸지만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것은 오승환이었다. 그는 8-8이던 9회 말 무사 2루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고 10회에도 무실점 역투했다. 오승환은 앞선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도 1-1이던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나서 삼진으로 불을 끈 뒤 9회를 2탈삼진 등 무실점으로 매조졌다. 2경기(3과 3분의1이닝) 1안타 6탈삼진 무실점에 빛났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10일 “오승환이 등장하자 날카로웠던 대만의 스윙이 멈췄다”며 “세계 최정상급 구원 투수의 위력”이라고 전했다. 오승환의 ‘환상투’에 매료된 국내외 팬들은 한국의 이른 WBC 퇴장이 그래서 더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黃대행 체제, 5월 대선까지 연장… 대선 출마까지 나서나

    黃대행 체제, 5월 대선까지 연장… 대선 출마까지 나서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파면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대선 전까지 지속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기가 대선까지 60일 연장된 셈이다. 특히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 만큼 황 권한대행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황 권한대행은 우선 안보태세 확립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군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황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북한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가 도발을 감행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군은 전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춰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점검했다. 민생치안 유지 역시 국정관리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극우단체의 과격 시위가 격화됨에 따라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헌재 주변의 탄핵 반대집회 측 참가자들이 헌재 방향으로 진출하려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사망자 2명이 나오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집회 관리와 주요 인사의 신변보호 등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대외신인도 관리 등 경제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상황에서 대외신인도 하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 등과의 소통을 강화해 정치 상황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 시스템은 견조하고 안정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선거일 지정도 권한대행의 업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거일 전 50일까지 선거일을 지정해 공고해야 한다. 대선이 5월 9일에 치러진다고 가정하면 3월 20일까지는 선거일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황 권한대행은 특히 선거 기간 동안 공정한 선거를 관리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황 권한대행이 국정 공백을 무시하고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 공무원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대선일로부터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유력 대선일인 5월 9일 기준으로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다음달 9일 전엔 사퇴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거라는 예측은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선 가능성을 떠나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까지 간다면 국정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제 광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상처를 달래며 차가워진 손을 맞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가족 봄나들이 어울리는 제철요리 ‘우유 딸기 오믈렛’

    가족 봄나들이 어울리는 제철요리 ‘우유 딸기 오믈렛’

    길었던 겨울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개화 시기도 빠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따스한 바람에 꽃 잎을 흩날리며 예쁜 풍경을 완성하는 벚꽃은 4월 초면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며칠만 지나면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며 봄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이처럼 따뜻하고 충만한 기운이 감도는 봄은, 아이들과 손 잡고 가족 나들이 가기 좋은 때이다. 지금부터 봄 가족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즐거움을 더해줄 간식.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딸기 오믈렛과 오색 밀크셰이크를 추천했다. 딸기 오믈렛은 달콤, 상큼한 딸기의 맛과 우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한번에 누릴 수 있는 메뉴이다. 또 딸기에 많은 비타민C와 우유에 포함된 칼슘 등 여러 영양소를 두루 섭취할 수 있다. 우유2/3컵, 달걀 2개, 핫케이크믹스 200g는 오믈렛을 만들 때 필요하다. 크림을 만들기 위해선 생크림 1컵, 크림치즈, 설탕 2큰술, 요구르트 2큰술이 필요하고, 장식용으로 딸기 10개, 민트 약간도 준비한다. 먼저 오믈렛 만들기이다. 우유 2/3컵과 계란 2개를 섞은 뒤, 핫케이크 믹스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농도를 맞춰 섞는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동그랗게 부친다. 노릇하게 구워지면 뜨거움이 가시기 전에 반으로 걸쳐 두어 모양을 만들어 둔다. 이제 속에 들어갈 크림을 만들어보자. 볼에 크림치즈를 풀고 설탕, 요구르트를 넣어 섞어 둔다. 또 다른 볼에는 생크림 1컵을 넣고 거품을 올려 둔다. 먼저 준비한 크림치즈에 생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크림은 위생 비닐팩의 모서리를 살짝 잘라 짤주머니를 만든 뒤 안에 넣고, 준비해둔 오믈렛 가운데에 짜 넣는다. 이 위에 반으로 자른 딸기와 민트로 장식하면 된다. 우유에 딸기 등을 넣어 갈아 마시는 밀크셰이크도 훌륭한 봄 간식이다. 딸기나 블루베리, 녹차, 망고, 홍시 등 기호에 따라 주 재료를 달리하면 된다. 재료는 △딸기 셰이크: 우유 1컵(200ml), 딸기(냉동) 150g, 바나나 1/2개, 꿀 2큰술 △블루베리 셰이크: 우유 1컵(200ml), 블루베리(냉동) 150g, 꿀 2큰술 △녹차 셰이크: 우유 1컵(200ml), 바나나 1개, 사과 1/4쪽, 녹차가루 1큰술, 꿀 1큰술 △망고 셰이크 : 우유 1컵(200ml), 망고(냉동) 100g, 바나나 1/2개, 아몬드가루 1큰술 △홍시 셰이크: 우유 1컵(200ml), 홍시(냉동) 1개, 꿀1큰술이다. 냉동 딸기, 블루베리, 망고는 그대로 두고, 사과와 바나나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블렌더에 각각 넣는다. 우유와 나머지 재료를 넣어 각각 곱게 간 뒤 컵이나 유리병에 옮겨 담으면 완성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필리핀 경찰 ‘마약과의 전쟁’ 다시 시작

    필리핀 경찰 ‘마약과의 전쟁’ 다시 시작

    ‘묻지마’ 식 마약용의자 사살로 인권 유린 비판을 받는 필리핀 경찰이 새로운 마약단속반을 구성해 ‘마약과의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고 6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 마약단속반을 이끄는 그라시아노 자일로 미하레스 총경은 부패 이력이 없는 경찰관들로 단속반을 꾸린다며 단속 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유혈사태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의 마약 단속 재개는 지난 1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단속 경찰관에 의한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기존 마약 단속 조직의 해체와 재정비 등을 지시한 지 한 달여만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에 대한 국내외 인권단체의 반발에도 “마약범은 인간이 아니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단속 현장에서 사살되는 마약용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마약 관련 범죄에 초점을 맞춘 사형제 부활도 임박했다. 필리핀 하원은 이번 주 사형제 도입을 위한 수정 법안을 의결하고 상원으로 넘길 계획이다. 애초 법안은 21가지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심의 과정에서 반역, 강간, 약탈 등 대부분을 제외하고 마약의 수입, 판매, 제조 등으로 축소했다. 또 마약 투약 상태에서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전면적인 사형제 부활에 대한 반발 여론을 달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척결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필리핀은 198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등 일부 범죄에 한해 부활한 뒤 2006년 다시 없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2월 “사형제를 부활해 매일 범죄자를 5∼6명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열린세상] 분열의 끝에서 본 대한민국의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분열의 끝에서 본 대한민국의 미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올해로 아흔여덟 번째 맞은 3·1절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은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탄핵 기각에 동참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란다. 일본에 빼앗겼던 나라를 순국선열의 피로써 되찾아 비로소 태극기를 다시 세상에 펄럭이게 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 태극기를 들까 말까 우물쭈물한다니….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대대로 물려받은 이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두 쪽이 된 것도 모자라 탄핵으로 또 둘로 나뉘어 세 쪽이 돼 간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조차 흥분한 국민을 달래기는커녕 내란이니 혁명이니 하면서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헌법재판소를 위협한다. 남들 눈이 있으니 마지못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하지만 글쎄, 정작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결정이 나와도 과연 그럴까. 그런데도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아무 잘못이 없단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400억원이 넘는 돈을 빼앗긴(?) 기업들이 있는데도 자발적으로 낸 것이고, 재단을 만들어 최순실에게 송두리째 맡겨 놓고도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최순실, 정유라와 관련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했으면서도 국민이 듣고 싶은 진실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명도 없이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결국 스스로 탄핵의 문턱에 섰다. 결자해지라고 대통령만이 두 편으로 갈라진 이 나라를 봉합할 수 있는데도 여전히 그에겐 자신의 입장만 중요할 뿐 분열의 끝에 선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는가 보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다. 5000년 역사 속에서 오늘날 같은 힘을 가져 본 적이 있었는가.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 조선왕조를 거치는 동안 한반도에 터를 잡은 우리 조상은 온갖 고난을 겪으며 힘들게 이 나라를 지켜 왔다. 한때 요동 땅을 호령했고 만주를 공략하려 했으며 대마도를 정벌하는 등 국력을 떨친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시기에 우리의 국력은 자신을 외세로부터 지키기에도 버거웠다. 하지만 60년 넘게 침략에 저항하면서도 몽골에 국권을 빼앗기지는 않았었다. 그랬던 우리가 거친 제국주의적 팽창 속에 결국 일본에 국권을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좌절 속에서도 학교를 설립해 후세 교육에 힘썼고, 3·1 운동을 계기로 임시정부를 수립해 끊임없이 국권 회복을 위해 투쟁했다. 국내에서는 뜻있는 사람들의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 지원이 끊이지 않았고, 하와이 국민회는 본토 수복을 위해 사관학교까지 만들어 군사훈련을 했으며,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은 공군을 양성하기까지 했다.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국권을 잃고도 이처럼 수십 년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을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 따르면 모든 강대국의 등장에는 경제성장이 선행됐다. 6·25 동란을 거치며 국가 안보를 위해 성장한 군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인권침해의 논란 속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산업화를 성공시키는 배경이 됐다. 경제성장은 교육의 대중화를 가져왔고, 고등교육의 확산을 통해 성장한 중산층은 산업화와 동시에 정치적 민주화의 기반이 돼 2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사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이제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생각해 보자. 고구려가 망한 것은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연개소문 사후 자식들이 분열됐기 때문이었고, 1억 인구의 명나라가 100만 인구의 여진족 후금에 의해 망한 것도 지배 세력의 분열 때문이었다.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멸하고 돌아왔을 때 당태종이 물었다고 한다. 기왕에 갔으면 신라도 정벌하고 오지 그랬느냐고. 소정방의 대답은 이러했다. 신라는 비록 작은 나라지만 위로 임금과 신하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하고 아래로 백성이 지배층을 존경하고 신뢰하여 상하가 모두 하나가 돼 있으니 비록 작은 나라지만 함부로 도모할 수가 없었다고. 분열된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체된 경제, 희망을 잃어 가는 청년들, 안보 문제를 두고도 극도로 분열된 사회, 서로 생각이 다르면 타협은커녕 대화조차 거부하는 정치권…. 우리의 미래는 고구려를 닮을 것인가, 아니면 신라를 닮을 것인가.
  • 고립무원 北… 말레이와 단교 땐 돈도 친구도 다 잃는다

    고립무원 北… 말레이와 단교 땐 돈도 친구도 다 잃는다

    전통 우방과 결별… 동남아 확산 우려 리정철 추방으로 ‘일종의 합의’ 관측도말레이시아 정부가 2일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함에 따라 동남아 지역에서 북한의 입지는 극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향후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교관계 단절까지 단행한다면 북한은 외화벌이는 물론 지역 내 외교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날 조치에 따라 오는 6일부터 북한인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시작되면서 비자면제협정을 줄줄이 파기당했다.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등이 협정을 파기했고 폴란드, 카타르, 몰타 등은 북한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말레이시아마저 북한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면서 북한의 인적 교류는 한층 더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됐다. 나아가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단교 조치가 이어질 경우 북한은 해외 노동을 통한 외화벌이는 물론 그간 자행해 왔던 대사관을 활용한 밀수까지 모두 막히게 된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공식적인 무역량은 한해 5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정치적 부담은 더 크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명분으로 북한과 단교할 경우 자국민이 암살에 동원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북한과의 단교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북한의 외교 공간도 대폭 줄어든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고위급 대표단까지 파견하며 말레이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날 비자면제협정 파기라는 강수를 두면서도 용의자 리정철(47)을 추방하기로 한 것도 북한과 ‘모종의 합의점’을 찾은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리정철의 추방으로 김정남 암살에 북한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입증하기는 어려워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외교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말레이시아가 강하게 나가면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북한과 말레이시아 관계가 악화되는 걸 역내 현상 유지 차원에서 바라지 않는다”면서 “화교 자본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갈등을 서서히 봉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3·1절 한일전’ 제주 웃었다

    ‘3·1절 한일전’ 제주 웃었다

    제주는 크게 웃었다. 수원은 그러지 못했다.제주는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 방문경기에서 감바 오사카(일본)를 4-1로 크게 이겼다. 1차전에서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 쑤닝에 1-0 패배를 당했던 아쉬움을 달래는 한판이었다. 반면 광저우 헝다(중국)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수원은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번번이 추격을 허용하며 2-2로 비겼다. 1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무승부여서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제주는 전반전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전반 5분과 16분 연달아 골대를 맞힌 제주는 결국 44분 상대 자책골로 앞서가면서 골운이 터지기 시작했다. 제주는 이창민이 전반 46분 골을 넣으며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일방적인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6분 마르셀로가 세 번째 득점을 성공시키더니 후반 27분에는 이창민이 멀티골까지 넣었다. 감바 오사카는 후반 44분 페널티킥으로 영패를 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수원은 고질적인 뒷심 부족에 울었다.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6년 연속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광저우 헝다를 맞아 잘 싸우고도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조별리그 1차전 방문경기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1-1로 비겼던 수원은 광저우와 일진일퇴 공방을 펼쳤지만 아쉽게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세트피스 완성도만은 수원이 한 수 위였다. 수원은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165㎝ 단신에 방심했던 광저우 수비수들을 농락하며 산토스가 뛰어오르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머리로 선제골을 꽂았다. 전반 32분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짧고 강한 땅볼을 조나탄이 단번에 오른발로 골을 넣었다. 두 골 모두 왼발의 달인 염기훈 발끝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광저우는 전반 25분 굴라트, 후반 36분 알란이 연달아 동점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 줬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장미대선/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장미대선/최용규 논설위원

    봄의 전령 하면 흔히 개나리를 꼽는다. 노랑물을 뒤집어쓴 개나리가 얼른 피고, 진달래와 벚꽃이 그 뒤를 따라오는 풍경이 3~4월이다. 복잡하고 티석티석한 심상(心狀)에 큰 숨 들어가도록 길을 터 주는 ‘봄의 3총사’. 우리는 누구한테 끌렸을까. 수년 전 에버랜드가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봄꽃으로 벚꽃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5%나 됐다. 우리의 한과 정서를 대변하는 개나리(27%)가 뒤를 이었고, 진달래(7%)는 튤립(8%)에 이어 네 번째였다. 사랑이 차고 넘치니 온통 축제다. 제주왕벚꽃축제, 진해군항제를 타고 화개장터, 팔공산, 청풍호, 김제, 에버랜드, 여의도로 올라온다.봄만 되면 왜색(倭色) 짙은 벚꽃에 그토록 꽂힐까. 각자의 삶이 다르듯 꽃말 아닌 꽃의 의미 또한 다중적이지 않나 싶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도 어떤 이에게는 솟구치는 슬픔이듯이…. ‘누가 꽃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것은 나도 알 수 없다”고 했다는 꽃의 시인 김춘수의 세계를 시가 뭔지도, 그 시인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아주 쪼금은 알 것 같다고 한다면 안 될까. 바람이 불면 눈 날리듯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3~4월도 흰 듯, 볼그스레한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겹벚나무, 양벚나무, 수양벚나무 사이를 거닐 것이다. 언제쯤? 기상정보 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올해 벚꽃은 3월 21일 제주 서귀포를 시작으로 서울은 4월 6일쯤 꽃망울을 터트린다. 활짝 피는 시기는 제주도 3월 28일, 남부지방 4월 2~7일, 중부지방 4월 9~16일이다. 장미. 3년 전 한국갤럽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물었다.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위는 화려한 자태와 향기를 자랑하는 장미(30%)였다.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11%)가 뒤를 이었고 벚꽃이 베스트 10에도 끼지 못했다니 아이러니하다. 벚꽃이 한순간에 만개했다가 비·바람 맞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쪽이라면 장미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도도하고 요염한 자태를 버리지 않는다. 익히 아는 것처럼 노란 장미, 백장미도 있지만 장미 하면 붉은 장미가 으뜸이다. 열렬한 사랑, 욕망, 절정의 꽃말이 내포하듯 장미의 속성은 극단이다. 유혹하는 장미는 치명적인 대가를 요구한다고나 할까. 이정미 헌법재판관 퇴임(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때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벚꽃대선’은 물 건너갔다. 대신 ‘장미대선’(薔薇大選) 가능성은 열려 있다. 탄핵안이 기각 또는 각하된다면 몰라도 인용된다면 늦어도 5월 중순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5월의 장미. 화려하지만 독한 가시가 숨어 있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절이 왜 시장통에 있냐고? 고단한 삶, 쉼터가 필요하잖소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1960년대 말 맨션 아파트들이 건립되면서 시장이 들어서 한때는 150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성황을 이뤄 서울시내 최고 부촌이라 불렸던 곳. 60년대 말~70년대 초 안방극장에 자주 등장했던 부유층의 상징 격 캐릭터인 ‘갈현동 사모님’도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지금은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고 그중에서도 가장 극빈 지역으로 쇠락했지만 기름집, 옷가게, 반찬가게, 철물점, 지물포, 수선집 등 남아 있는 60여개의 점포에는 여전히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역촌중앙시장’이라 크게 쓰여진 아치형 입간판을 지나 골목 오른쪽 허름한 건물 2층에 올라서니 초입에 작은 교회가 눈에 든다. 슬쩍 안을 쳐다보다 회랑식 상가 중앙으로 다가서니 진리를 찾아 떠나 도를 이뤄가는 10단계의 과정을 형상화한 ‘심우도’(尋牛圖)와 연등이 위아래 각각 띠를 잇고 있다. 심우도의 맨 마지막 장면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찬찬히 들여다보자니 오른쪽 ‘열린선원’이라 새겨진 작은 간판 아래 문이 열리며 ‘인상 좋은’ 선원장 법현 스님이 웃으며 반갑게 두 손을 모은다.“옛날부터 큰 스님들이나 선지식들은 저잣거리에서 중생들과 어울리며 설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요. 바로 입전수수이지요.” 입전수수와 열린선원이라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서니 100평 조금 넘을 만한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작은 사무실을 겸한 사랑채를 지나 안쪽 법당으로 눈을 돌리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두어 명 의 손님(?)이 눈에 든다. “문을 연 지 벌써 12년이 됐군요. 이젠 언제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고 나는 시장통 상인들이며 지역 주민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잣거리의 선원이라니. 흔히 연상되는 ‘고요적막한 명상처며 수행처’와는 한참 동떨어진 시장 속 열린선원의 뜻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고요한 장소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곳을 갈 수 없거나 생활에 파묻힌 이들은 어찌할까요.” ●종단·종교 가리지 않는 신행… 태고종 ‘괴짜스님’ 찻잔을 사이에 두고 저간의 사정을 묻기 시작할 무렵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다는 상인 백우종(56)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건넨다. “언제나 변함없이 대해주는 스님이 친구처럼 편하지요. 틈날 때마다 법당을 찾아와 기도하지만 그런 신행보다는 격의 없이 생활 속 애환을 함께 나누면서 얻어가는 마음의 평안이 더 좋아 자주 오게 됩니다.” 그 말마따나 열린선원은 고단한 삶을 피해가는 쉼터이자 상담소로 앉은 듯하다. 처음에는 상인이며 주민들의 반발이 여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회 때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싫다며 행패를 부리거나 욕을 해대는 일들이 빈번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거나 마련한 물건이며 음식들을 들고 찾아오는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적지 않다. 그 불만과 공격의 대상을 이해와 소통의 장소로 둔갑시키기까지 스님이 들인 공이 적지 않다. 실제로 8년 전부터 갈현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을 맡아 왔고 한국문학관 유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은평구 인권위원으로 뛰고 있다. 지역 주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호흡하자는 배려에서였다. 복지사각지대의 주민과 상인을 살피고 어린이,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시민단체와의 연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실 선원장 법현스님은 범종교계에서 소문난 ‘괴짜 스님’으로 통한다. 태고종에 적을 두고 있지만 종단을 가리지 않는 열린 신행과 종교 간 대화의 첨병으로 사는 ‘마당발 스님’이다. 그 열린 마음은 어찌하다 불교로 이어졌을까. 살짝 웃음을 얹어 전하는 인연담이 흥미롭다. “1남3녀의 외아들이었어요. 고교 2학년때부터 출가를 결심했지만 가난한 집에서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버리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정을 꾸리고도 출가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대처종단 태고종을 알게 됐다. 1985년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운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총무원 간사를 시작으로 총무부장, 교무부장, 사회부장, 기획국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태고종 인재이다. 그런 인재 스님이 저잣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스님은 2001년부터 ‘열린 절’이란 타이틀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곳에서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운영했던 조계종 적문 스님이 평택의 한 사찰 주지로 옮겨 가면서 2005년 그 자리를 참선 포교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운영해 온 인터넷 카페 회원과 시장 상인, 손님등을 대상으로 포교한다는 원을 세웠던 것이다. 처음에는 입전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애환을 들어주고 달래는 만남의 장소로 여겼다고 한다. “삶이 있는 곳에 도가 있지 않을까요.” ‘도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다’는 생각을 늘상 품어 왔다는 법현 스님. 그 스님은 어찌 보면 태생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인 것 같다. 불교계 청년활동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독보적으로 시작했고 중앙대 재학 시절엔 불교학생회장과 대학생불교연합회 서울지부장까지 지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포교 분야에선 선구자로 통한다. ‘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줄곧 이 말을 삶의 모토로 살았던 스님은 대학 1학년 때 어린이 법회 지도교사를 시작으로 불교레크리에이션포교회 회장을 10년간 지냈다. 여름, 겨울 불교학교 지도자 강습을 빼놓지 않고 진행했으며 불교 어린이캠프를 열어 불교계에 캠프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법현스님에게 불교 레크리에이션을 배운 이만 해도 스님과 교사 등 줄잡아 5000여명에 달한다. 그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레크리에이션은 흔히 재창조란 뜻을 갖고 있지요. 다음 단계에서 보다 더 질 높은 삶을 준비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셈이지요. 들뜬 사람은 가라앉히고, 가라앉아 축 처진 사람은 일으켜 세운다는 게 레크리에이션이고 보면 참선은 인류가 발견해낸 최고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종교 더 잘 알기 위해 남의 종교 깊숙이 공부” 그렇다면 법현 스님이 열린선원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삶의 진정한 레크리에이션이다. 결코 어렵지 않게, 그리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삶의 수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전해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삶을 살게 하자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았습니다.” 그 열린 전법과 포교는 비단 불교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뛰며 불교계 모든 교단에 두루 통할 뿐만 아니라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을 20년간 맡아 왔고 지난해엔 불교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나의 종교를 더 잘 알기 위해선 남의 종교를 깊숙이 공부하고 가깝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열린선원에선 타 종교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학대 학생들이 찾아와 신도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를 여는가 하면 12월 둘째 주일엔 ‘예수님오신날’ 축하법회가 열려 목사·신부의 설교를 듣거나 찬송가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그런 소문이 퍼져 지난해엔 법현 스님이 1년간 성공회대에서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좋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못 잡으면 걸림돌이다. 설령 좋지 않은 돌이라도 제자리를 잘 잡으면 디딤돌이 된다.’ 풍경소리에 오랫동안 소개된 자신의 글을 내놓은 스님이 갑자기 법당으로 기자를 안내한다. 법당 수미단 오른쪽에 도로 표지판을 닮은 ‘윤회 금지’라 쓰여진 액자. 김영수 조각가가 윤회를 하지 않도록 불심을 깊이 하자는 뜻에서 기증했다는 액자를 가리키며 스님이 웃는다. “많은 출가자가 중 벼슬이 닭 벼슬보다 훨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리에 걸맞은 마음과 말, 행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요. 봉사하는 정신으로 소임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요.” 권한을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다면 어느 소임이라도 좋다는 법현 스님. 기자를 배웅하며 마지막 남긴 말 한마디가 또렷하다.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은 1000살을 먹어도 항상 곡조를 지키는 법이지요.” 글 사진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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