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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특사단 조선노동당사 만찬에 리설주도 참석

    김정은-특사단 조선노동당사 만찬에 리설주도 참석

    4시간 12분 만찬서 비핵화 문제 논의…남북정상회담 관련 합의도 있는 듯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의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 및 만찬은 조선노동당 건물에서 열렸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남측 인사의 노동당사 본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오후 6시부터 4시간 12분 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 접견에는 방남 특사였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고, 이어서 진행된 만찬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내용은 귀환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에 일정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일정 부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비핵화 3단계론’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합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남측 특사로부터 수뇌 상봉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들으시고 의견을 교환하시었으며 만족한 합의를 보시었다“고 보도했다.전날 면담과 만찬이 4시간이 넘게 진행된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할 얘기가 많았을 것“이라며 ”많은 얘기를 충분히 나누었다“고 전했다. 김여정 특사가 방남했을 당시 문 대통령과의 면담 및 오찬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밤늦게 특사단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특사단은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과 후속회담을 하고 오후에 귀환할 예정이다.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귀환 뒤 언론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해외에 결백 주장한 고은, 부끄럼도 모르는가

    성추문에 휘말린 고은 시인이 영국의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블루덱스 북스라는 출판사를 통해 받은 고 시인 측의 성명서를 보도했다. 제기된 의혹들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유감이지만, 상습 성추행 혐의는 단호히 거부한다는 게 성명서 요지다.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 집필을 계속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고 시인은 한 달여 전 최영미 시인의 폭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번 가디언 보도가 첫 공식 입장인 셈이다. 그는 성명서에서 “사실과 맥락을 쉽사리 파악할 수 없는 친구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믿을 외국인 친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설령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그가 호소할 대상은 그의 수많은 독자와 국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고 시인은 최 시인의 폭로 후 성추행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왔다. “더이상 누를 끼칠 수 없다”면서 수원시가 마련해 준 집을 반납했고, 수원시의 고은문학관 건립 철회와 교육부의 교과서 시 삭제 방침에도 한마디 항의조차 못 했다. 그가 사실상 창립한 한국작가회의가 이사회를 소집해 그의 징계안을 처리한다고 하는데도 상임고문직을 사퇴했을 뿐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결백하다면 먼저 수원시나 교육부, 작가회의 등에 결백을 호소하고 항의했어야 옳다. 그가 생뚱맞게 해외 언론에 성명서를 보내니 ‘아직도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 하는 조롱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고 시인은 자신의 대표작으로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꼽는다.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은 감동적인 시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란 구절이 있다. 겨울철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처럼 힘들게 살아온 여성들을 ‘슬픔엔 거짓이 없다’고 위로한다. 시어로는 여성의 슬픔을 달래 준다면서 정작 자신이 여성을 울린 역설을 고 시인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에게 조금이나마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위선적인 삶을 반성하고 여성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 목동 재건축 숨통 트이나

    구조안전 D등급 이하 못받아도 주차·소방차 최하 등급땐 유리 전문가 “안전진단 통과 어려워” 주민들 “성난 민심 달래기용” ‘재건축 숨통 틔우기냐 성난 민심 달래기냐.’ 정부가 5일부터 적용하는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가운데 ‘구조안전’은 강화하는 대신 ‘주거환경’은 완화함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거환경 중 ‘가구당 주차대수’ 항목의 최하 등급 기준이 현행 규정의 4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확대된다. 현재 법정 주차대수는 통상 가구당 1∼1.2대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실제 주차대수가 0.4~0.5대 이하여야 최하 등급에 해당됐지만 앞으로는 0.6~0.7대를 밑돌면 최하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소방활동의 용이성’ 항목에 따라 도로 폭이 6m가 안 되고 소방차가 진입조차 할 수 없으면 최하 등급이 적용된다. 따라서 30년 이상 된 아파트 중 구조안전 등에서 D등급 이하를 받지 못해도 이 두 가지 항목에서 최하 등급을 받으면 안전진단 통과가 유리해진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분야 평가에서 가중치를 곱하기 전 점수가 ‘20점 미만’이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980년대 후반에 건설된 아파트의 경우 주차대수가 현행 기준의 60% 이하인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평균 주차 가능대수가 0.45대로 2중, 3중 주차가 이뤄져 소방도로 확보가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항목에서 최하 등급을 받아도 실제 재건축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민간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는 “안전진단 평가 항목이 구조안전의 가중치가 50%(기존 20%)로 상향됐기 때문에 주거환경 분야에서 ‘과락’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진단 강화에 반발하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내놓은 방안일 뿐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아직은 우세하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12년 전 딸이 총기인질극, 2주 전에는 막내아들 총기난사 ‘구사일생’

    12년 전 딸이 총기인질극, 2주 전에는 막내아들 총기난사 ‘구사일생’

    이런 사례를 불행 중 다행이란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참 난감해진다.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살고 있는 셀리아 랜돌프는 정말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2주 전 겪었다. 2남2녀를 둔 변호사인 그녀는 12년 전 둘째 딸 첼시가 콜로라도주 베일리의 플라테 캐니언 고교 총기 납치극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뒤 이듬해 그곳을 떠나 플로리다로 옮겨왔다. 첼시는 남편 제이슨 파즈의 영향 때문인지 대학을 졸업한 뒤 정보통신(IT)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게 끔찍한 기억에서 멀어졌다고 느끼던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 이번에는 막내 아들 크리스티안이 다니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교에서 총기 난사 참극이 벌어졌다. 다행히 크리스티안도 목숨을 구했다. 영국 BBC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셀리아 가족 얘기를 전했다. 번개는 같은 곳을 때리지 않는데 이들 가족은 12년 만에 또다시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셀리아는 “우리 얘기가 영원히 충격적인 일로 남겨졌으면 하고 바라지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닐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주 화가 나고 무척 슬프다. 미국은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2006년 우리 딸에게 일어났던 일 때문에 나와 남편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덧붙였다.12년이 흘렀지만 미국은 총기 규제에 관한 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동안 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만 57건이 발생했다.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셀리아도 다른 자녀에게 똑같은 참극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이미 비슷한 일을 겪은 아이가 남동생을 달래고 있으니 참 슬프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28일 크리스티안은 총기를 휘두르는 괴한을 피해 몸을 숨겼던 교실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 다음날 자꾸 사건 장면이 떠오른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실연 당한 남성, 와인박스로 남자친구 만들다

    실연 당한 남성, 와인박스로 남자친구 만들다

    실연의 아픔을 빈 와인 상자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극복한 남성이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NBC, 영국 메트로 등 외신은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출신의 남성 마이클 제임스 슈나이더(44)가 빈 와인 상자로 그럴싸한 남자 친구를 만든 사연을 전했다. 예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슈나이더는 연인과 헤어지면서 2015년 말 이후 혼자가 됐다. 슬픔과 외로움을 술로 달래던 그는 ‘고독함을 덜어주고 삶의 공백을 채워줄 친구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마시고 남은 빈 와인 상자들을 바라보던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버려지는 상자로 남자친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슈나이더는 조형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금속재질의 보강재를 사서 빈 포도주 통으로 사람 크기의 뼈대 주변을 두르기 시작했다. 이내 와인 상자들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신했고, 박스 와인 남자친구(Box Wine Boyfriend)인 ‘프란츠’가 탄생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프란츠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하는 등 일반 연인들이 하는 데이트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슈나이더는 “프란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SNS에는 엄선되고 너무나 완벽한 커플들의 사진들로 넘쳐난다. 나는 그러한 부분을 악의없이 흉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기보다 가장 굴욕스러운 상황을 예찬하기 시작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의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박스를 연인과 동일시하는 그의 행동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도 인생에 있어 특별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그의 생각에 기댈지도 모르겠다”는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인스타그램(마이클 제임스 슈나이더)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티켓 판매 목표 80% 이상 달성… 수호랑 이어 ‘반다비 앓이’ 조짐

    티켓 판매 목표 80% 이상 달성… 수호랑 이어 ‘반다비 앓이’ 조짐

    “이젠 반다비 차례입니다.”지난 2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전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의 여흥이 남은 시민들은 ‘패럴림픽’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올림픽 기간 큰 인기를 모은 수호랑에 이어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도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26일 현재 인터넷에서는 패럴림픽 경기 입장권 쟁탈전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패럴림픽 6개 종목 80개 경기 가운데 우리나라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인 스키와 아이스하키는 이미 매진돼 취소표가 나오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올림픽에서 나타난 컬링의 뜨거운 인기는 패럴림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휠체어 컬링’은 이미 매진 종목 대열에 합류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패럴림픽 입장권은 지난 1일 기준으로 판매 목표치 22만매 가운데 18만 3000매(83%)가 판매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중간 집계 이후에도 티켓 판매 수가 계속 늘어 현재 판매율은 80% 후반에 이른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에 큰 인기를 얻은 수호랑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던 반다비도 뒤늦게 패럴림픽 마스코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 상승가도에 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수호랑이 품절돼 반다비를 사 왔는데, 집에 와 보니 반다비가 너무 예뻐서 추가 구매했다”, “반다비 볼매다(볼수록 매력 있다)”, “아이에게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세트로 사 줬더니 반다비만 안고 잔다” 등 반다비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는 진한 감동을 기대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주부 한모(36·여)씨는 “평창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끈기와 열정을 배웠다면, 패럴림픽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동의 현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올림픽 현장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패릴림픽으로 달래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이주영(28·여)씨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컬링 종목에 재미를 느껴 경기를 다 챙겨 봤다”면서 “패럴림픽 땐 직접 관람하고 싶어 컬링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기간에 엄청난 인파로 올림픽파크 시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을 패럴림픽 때 만회하겠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직장인 이혜지(27·여)씨는 “명절 연휴에 강릉 올림픽파크를 찾았는데 기념품을 파는 슈퍼스토어의 대기 행렬이 너무도 길어 들어가보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패럴림픽 때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심한 비행기 놀이는 학대”

    비행기 놀이를 하다 아들을 숨지게 한 아버지를 대법원이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동거녀의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이 잠에서 깨 울자 ’비행기 놀이‘를 하며 달래다가 아이를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김씨는 비행기 놀이 전에도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아이가 누워 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은 숨진 아이가 두개골 골절이 없는데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나타나기 쉬운 망막출혈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 가능성도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단독]스케이트맘의 폭로…“우리 아들은 이승훈의 ‘탱크’였다”

    [단독]스케이트맘의 폭로…“우리 아들은 이승훈의 ‘탱크’였다”

    이승훈의 금메달을 위해 희생한 선수 더 많아‘빙상 대통령’ 전명규 두려워 입 다문 현직 스케이트맘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감독 “이승훈 밀어주기 없다” “우리 아들은 ‘탱크’(페이스메이커)였어요. 처음부터 빠르게 달려 나가 다른 선수들 힘을 빼놓는 역할을 했죠. 앞에 서면 공기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체력이 금세 떨어져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 아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뒤로 처지죠. 그 사이 체력을 비축한 이승훈이 치고 나가는 거예요. 폭발적인 스피드로 금메달을 따죠. 그런데 아직도 그 방식으로 하고 있더라고요.”지난 24일 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경기를 본 A씨는 씁쓸한 마음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A씨는 전직 ‘스케이트맘’이다. 그의 아들은 스피드스케이팅 유망주였지만 21살 때 스스로 운동을 그만 뒀다. 자정쯤 시작된 A씨와의 통화는 1시 30분이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24일 경기는 이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마지막 경기였다. 이승훈(30·대한항공), 정재원(17·동북고)이 출전했다. 정재원이 체력을 소진해가며 앞에서 달린 덕에 이승훈은 금메달을 땄다. 이른바 ‘페이스메이커’ 작전이었다. 정재원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보다는 팀 플레이였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관련기사 클릭: ‘금빛 조력’ 막내 정재원… “희생요? 팀플레이였죠”) A씨는 “정재원도 4년 뒤에 어찌될 지 몰라요. 그때 가봐야 아는 일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A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생이 되자 빙상계의 두 산맥인 한국체대와 단국대 코치들이 지방에 있는 A씨를 찾아와 입학을 권유했다. “서로 우리 아들 보내달라고 제안했어요. 아무래도 국가 지원 받쳐주고 스케이트 잘 타는 애들이 가던 한체대에 보내기로 했어요. 그때 권모 코치가 뭐라 했는지 아세요? ‘우리 아들 데려가서 영광이라고, 훌륭한 선수 만들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랬던 녀석이 1년도 안 돼 ‘엄마, 나 못하겠어. 빙상장은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하는 거예요. 피가 거꾸로 솟지, 안 솟아요?”A씨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몰려있는 시즌인 겨울이 되면 초등학생 아들을 서울에 올려 보냈다. 훈련비용, 장비 값, 체력 보충에 좋다는 약도 지어 먹이다보니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시합이라도 있는 날이면 아들 경기를 보려고 꼭두새벽같이 집을 출발해 자정이 넘어 집에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다른 식구들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 게 평생 마음의 빚이다. 그래도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얼음판을 지치던 아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랬던 아이가 갑자기 운동을 그만 두겠다고 통보했다. “이모 코치 등 코치진의 무리한 지도로 아이가 완전히 망가졌어요. 잘 하는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그만큼 실력이 늘겠지 기대했어요. 그런데 6개월 동안 애 몸 상태는 보지도 않고 죽어라 훈련을 시킨 거예요. 힘들면 좀 쉬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분위기였대요. 몸이 과부하가 걸리는 걸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해야 했던 거예요.” 한체대 입학 전, 국제 대회에 나간 A씨의 아들은 이승훈의 탱크가 돼야 했다. “작전은 단순했어요. ‘이승훈 4관왕 만들기’ 아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죠. 매스스타트가 국제경기 종목으로 채택된 지 얼마 안 됐던 때였어요. 앞에서 치고 나가는 선수가 한두 명 있는데, 그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뒤에서 체력 아끼고 있던 이승훈도 나중에 따라잡기 힘들어져요. 2위권 그룹에서 1위와의 격차를 따라붙어주는 역할이 필요했던 거예요. 우리 아들은 그걸 몸이 부서져라 했어요.” A씨는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과 투자가 너무 아까워 아들의 마음을 돌이키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한체대 2학년을 마친 뒤 그만뒀다. 한체대 교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이 하기 싫으면 쇼트트랙으로 전향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코너 연습을 위한 쇼트트랙도 곧잘 타던 아들이었다. 그러나 A씨는 아들의 한 마디에 깨끗이 마음을 접었다. “엄마, 내가 쇼트트랙 가면 거기 애들 끌어주는 거밖에 더 하겠어?”●2011년부터 이승훈 위한 ‘탱크’ 작전 시작 탱크로 사용된 선수는 한둘이 아니다. 쇼트트랙의 경기 방식을 차용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인 매스스타트는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 처음 등장했다. 상위권 입상을 위해선 희생조가 필요하다는 게 빙상연맹과 코치진의 생각이었다. 2011년 대회에서는 박석민(26)과 고태훈(26)이 이승훈의 체력 안배를 위해 ‘총알받이’로 나섰다. 16바퀴를 도는 경기에서 박석민과 고태훈은 중후반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레이스를 끌었다. 당시 경기 영상을 보면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끌어주느냐에 이승훈의 메달 색이 결정된다”는 해설이 나온다. 이승훈은 두 선수의 도움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효과가 입증된 ‘금메달 제조 작전’은 최근까지도 적용됐다. 지난해 2월 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마지막 바퀴가 돼서야 후미에 있던 이승훈이 치고 나와 폭발적인 스피드로 1위를 차지한다. 결승선에 들어온 이승훈은 김민석의 등을 두드리며 “고마워. 고생했다”라고 말한다. 이후 2017~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시즌에서는 정재원이 탱크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1차 대회와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4차 대회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은 매스스타트 결승에 나란히 진출했다. 헤렌벤 대회에서는 이승훈이 1위, 정재원이 3위로 들어왔고, 솔트레이크 대회에서는 이승훈이 1위, 정재원이 10명 가운데 9위로 들어왔다. 헤렌벤 경기에서 정재원의 스케이팅이 시원치 않자 코치진은 정재원을 향해 “재원이 가. 호흡하라고 호흡”이라며 소리를 지른다. 작전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이승훈은 5바퀴 남긴 시점부터 일찌감치 2~4위권으로 나오는 작전을 편다. ●‘탱크’ 거부하면 국가대표 선발 등에 불이익 탱크를 하기 싫으면 거부하면 되지 않을까. 또 다른 스케이트맘 B씨는 “탱크를 안 하겠다고 하는 순간 찍혀요. 선수는 감히 코치진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요”고 말했다. 선수 부모들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후보였던 주형준(27·동두천시청)이 단 한 경기도 나가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한 국제대회 매스스타트 경기를 앞두고 주형준이 이승훈의 탱크가 되는 것을 거부해 전명규 교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이번 팀 추월에 나가지 못한 것도 괘씸죄일거예요”라고 전했다. B씨는 “팀 추월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네덜란드가 준결승전에서 떨어졌어요. 노르웨이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네덜란드를 이겼고요. 이미 결승에 진출했던 우리 팀은 지더라도 은메달이 확보된 상황이었잖아요. 준준결승부터 한 번도 쉬지 않은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 중에 특히 정재원의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어요. 대신 주형준을 투입했더라면 금메달을 땄을지도 몰라요. 빙상판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다들 이상하다고 하죠”고 말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김보름(25·강원도청) 밀어주기’ 작전을 거부한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는 의혹이 나온다. 삿포로 아시안게임 여자 매스스타트에는 김보름, 박도영(25), 박지우(20·의정부여고) 등 3명이 출전했다. 박도영과 박지우는 김보름 밀어주기에 협조하지 않았다.일본 선수 2명이 치고 나가 2위 그룹과 격차를 거의 한 바퀴 가까이 벌렸는데도 박도영과 박지우는 둘 다 나서지 않았다. 당시 중계영상과 해설을 보면 “저렇게 되면 김보름이 나중에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 간격을 좁혀주려면 누가 따라 붙어야 하는 데 아무도 그 역할을 안 해주고 있다. 빨리 대줘야 한다”며 채근하기도 한다. B씨는 “이 일로 박도영이 연맹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파다했어요. 그래도 김보름의 탱크는 누군가 해줘야 하니 박지우를 달래 김보름과 함께 훈련시킨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박지우가 이번 올림픽 매스스타트 결승에 올라가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엄마들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스케이트맘 C씨는 “이런 식이면 누가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요. 아무도 탱크 안 하려고 해요. 그나마 힘 없는 어린 선수한테 ‘다음에는 널 밀어주겠다’는 미끼를 주고 희생양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금메달리스트 스벤 크라머는 동료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는데… A씨는 “일생에 한 번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인데 왜 어린 선수들이 그런 희생을 해야 하나요? 선수마다 전성기는 다 달라요. 몸 상태에 따라 20대 초반에 전성기가 올 수도 있고 이승훈 같은 경우에는 30대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탈 수 있는 거예요. 어린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건 더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B씨는 “매스스타트는 분명히 개인 종목이예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면 왜 어린 선수들만 탱크 역할을 해야 하나요? 이승훈은 혼자서도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 있는 선수예요. 후배들을 위해서 16바퀴 중에 2~3바퀴를 앞에서 끌어줄 수 있다고요. 그러면 후배도 같이 메달 딸 수 있는 거잖아요. 이번 매스스타트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처럼요. 어떻게 한 사람을 위해 나머지가 희생하는 전략이 팀을 위한 거라고 할 수 있나요? 금메달은 나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C씨의 아들은 팀 추월에서 활약했던 전직 국가대표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3위 안에 들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갑자기 다른 선수가 감독 추천을 통해 후보 엔트리에 들어왔다. C씨의 아들은 갑자기 올림픽 훈련에서 제외됐다. C씨는 “팀 추월은 3명이 함께 자리를 바꿔가며 한 호흡으로 뛰어야 하는 경기예요. 그만큼 팀 훈련이 중요해요. 그런데 올림픽 직전 사전 준비대회인 월드컵에서 우리 아들 대신 후보 선수를 넣어 연습했더라고요. 국대 선발전을 통해 공식 선발된 선수를 빼고요. 호흡을 맞춰 훈련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올림픽에 출전한 C씨의 아들은 메달 획득에 결국 실패했다. ●빙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의 ‘밀실 운영’ 도마에 선수 부모들은 국가대표 선발을 심의하는 빙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의 밀실 운영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정 선수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선발 조항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흔했다는 것이다. C씨는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도록 돼 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면 국가대표 자격을 2년간 유지할 수 있는 조항도 있었어요. 1년 후 국가대표를 미리 뽑아 놓는 꼴이에요. 논란 끝에 지금은 없어졌지만요. 국가대표 선발 전 모든 조항을 공개하라고 연맹에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유야무야 됐어요”라고 지적했다.●특정 선수 위한 특별훈련···상대적 박탈감 불러 훈련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인 노선영(29·콜핑팀)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승훈, 김보름, 정재원이 한체대에서 별도로 특별훈련을 받는 등 차별이 심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C씨는 “2010년만 해도 선수촌을 이탈해 별도 훈련을 받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기량 향상을 위해서 별도로 육상 레슨을 받게 하고 싶었는데 거절당했거든요. 지금 개인훈련 관련 조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 역시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개인 특별훈련을 받지 못한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고 선수 부모들은 전했다. B씨는 “별도 훈련을 받던 이승훈이 선수촌에 복귀하는 걸 다른 선수들이 무척 싫어해요. 이승훈이 오는 순간 기존 훈련은 모두 없던 게 되고 이승훈 맞춤형 훈련이 다시 시작된다는 거예요. 스피드 스케이트는 굉장히 예민한 운동이에요. 운동 루틴에 몸이 길들어 있는데 확 바뀐 훈련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몸에 무리도 되고 실력이 도리어 깎일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선수 부모들은 특정 선수를 위한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작전, 이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배제하는 관행 등의 이면에 전명규 교수가 있다고 지목한다.빙상판을 좌지우지한다는 전명규 교수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B씨는 “그 사람 눈에 들면 모든 것이 해결돼요. 국가대표 선발, 특별 훈련, 금메달, 실업팀, 스폰서까지 풀 패키지로 제공된다는 거예요. ‘전명규 라인’에 일단 들면 아무 걱정이 없는 거죠. 그러려면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전 교수 말을 절대 거역해선 안돼요”라고 말했다. 빙상 실업팀 대부분도 전 교수의 “손아귀”에 있다는 게 선수 부모들의 주장이다. B씨는 “한체대와 빙상 파벌 한 축을 이룬 단국대 계열 코치가 있는 실업팀에 가면 전 교수와 완전 원수지간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한체대 안 보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C씨는 “파벌의 문제를 떠나서 비인기 엘리트 종목이 이런 식으로 키워진 게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돼야 해요. 전 교수가 800개의 메달을 만든 제조기라고요? 그 아래 쓰러져간 개인의 희생은요? 누가 기억이나 할까요?”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현직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2명의 어머니에게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우리 아이는 계속 빙상판에서 운동하고 실업팀도 가야 한다. 행여 피해가 갈까 두렵다”, “우리 아이는 2022 베이징올림픽에 나가야 한다”는 이유였다.B씨는 “그 엄마들도 전 교수와 이승훈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소릴 입에 달고 살던 엄마들이에요. 빙상연맹과 전 교수의 전횡을 고발하면 자기 아이 다칠까 걱정해서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는 거예요. 왜 그렇겠어요? 국가대표 코치진, 실업팀 코치진까지 다 전 교수의 ‘아바타’일 뿐이에요. 폭로해봤자 전 교수가 꽉 잡고 있는 빙상판 권력을 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못 나서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한국체대·빙상연맹 특별감사 필요” 지적 선수 부모들은 빙상연맹과 한국체대의 개혁을 위해서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국가대표 선발과 훈련이 특정 개인의 힘으로 좌우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스케이트맘이 모인 단체 메신저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연맹 인사들 다 쳐내고 밥 데용 코치를 회장으로 앉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했던 것처럼 아예 외국인이 개혁의 칼자루를 쥐게 하자는 얘기다. B씨는 “전 교수가 무서워 피해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빙상계에서 ‘#미투’가 일어나려면 정부 당국에서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개별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불러서 일대일로 조사해야 해요. 피해 사례 수집하고 빙상연맹 감사도 해야 하고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문은 전명규 교수의 반론은 듣고자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빙상연맹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과의 통화를 권유했다. 백 감독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이승훈 밀어주기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기사 클릭: [단독] 백철기 감독 “이승훈 밀어주기는 없다”) 백 감독은 “작전은 감독이 짜는 것이고 선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일부 선수가 특별훈련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인 종목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감독인 내가 직접 빙상연맹에 요청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비행기 놀이로 애 달래다 떨어뜨려 숨지게 한 아빠 징역형

    비행기 놀이로 애 달래다 떨어뜨려 숨지게 한 아빠 징역형

    ‘비행기 놀이’로 우는 아이를 달래다가 떨어뜨려 숨지게 한 아빠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3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비극은 지난해 9월 김씨의 동거녀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김씨와 동거녀 사이에서 태어난 8개월 된 아들 A군이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했다. 아들을 달래기 위해 ‘비행기 놀이’를 하던 김씨는 그만 실수로 아들을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렸고, A군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A군을 진료한 의료진은 두개골에 골절이 없는데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망막출혈이 동반된 점 등에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란 2살 이하의 유아를 심하게 흔들 때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 손상이 뒤따른다. 실제로 김씨는 비행기 놀이를 하기 전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A군이 누워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떨어뜨린 것은 아이와 놀아주던 중 발생한 일로 학대라 할 수 없고, 유모차를 과하게 흔든 행위 때문에 사망하라리고는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비행기 놀이 자체가 학대에 해당한다며 아동학대치사 유죄를 인정했다. 1·2심은 “피고인처럼 아기를 안고 자신의 무릎에서부터 머리 뒤까지 수차례 격하게 흔드는 행위는 일반적인 놀이가 아닌 학대의 범주에 해당하는 행위”라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부, 김영철 KTX로 특별수송... 작전명은 ‘진달래’

    정부, 김영철 KTX로 특별수송... 작전명은 ‘진달래’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전부장의 KTX 수송 과정은 ‘작전명 진달래’라는 이름으로 극비리에 기습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의 폐회식 관람을 위해 상행과 하행 두 차례 ‘특별 편성’ KTX를 내줬다. 특별열차 한 대 편성하는 데에는 1000만원 안팎의 국가 예산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의 특별편성 열차로 이날 오후 평창행 일반열차는 10여분씩 연착됐다. 덕소역은 본래 KTX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지만 김영철 일행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을 방문키로 하자, 특별 열차편을 운영한 것이다. 앞서 방한한 현송월, 김여정 등이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탔기에 ‘김영철 동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이들은 ‘김영철이 서울역에서 기차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통일대교에서 야당 및 천안함 유족들이 밤샘 시위를 하면서 김영철 일행의 동선에도 변화가 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측이 ‘김영철이 시위대를 마주치지 않는 동선’을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보유세 인상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한상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시론] 보유세 인상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한상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치솟는 서울 강남권 집값은 많은 국민들을 열패감에 빠뜨린다. 정부와 여당은 강남 불로소득에 대한 유권자의 무력함을 달래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하며, 보유세 인상이 강남 집값을 효과적으로 진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칼을 휘두르기 전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보여 주듯 우리는 소득 안정성과 장기적 계획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지난 40년간 급속한 도시 인프라 축적 과정에서 양도 차익과 교육 환경을 찾아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과 이자를 감수하며 수년마다 아파트 매매를 반복한 ‘메뚜기 사회’였다. 지난 정부는 빚을 내서 집을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야단법석까지 떨었다. 그 결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절대적이다. 잦은 매매로 거래 세수가 커 부동산 관련 세수가 근로소득세보다 많은 기형적 세수 구조가 이상하지 않다. 우리도 곧 선진국처럼 부동산 거래가 정체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춰야 부동산 관련 세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의 변동성이 높고 부채에 기댄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우리나라 평균 납세자들에게 당장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조세 정의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에 대한 거래세 강화가 조세 정의에 더 부합한다. 또 보유세 인상은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증폭시켜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단순 비교를 통해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 처방을 내리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보유세 인상이 강남 집값과 부동산 과열 방지의 효과적인 수단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강남 집값이 인프라와 교육 환경의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면 바람직한 정책 대응은 비강남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교육 투자다. 강남 집값이 제한된 공간의 수요와 공급의 반영이라면 보유세 인상은 투기 세력에게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공급 제한을 통한 가격 상승만 야기할 뿐이다. 강남 집값을 잡는 게 정책의 목표라면 그린벨트 해제와 용적률 상향을 포함한 담대한 공급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강남에 좋은 집이 계속 공급되니 서두를 것 없다는 확신을 시장에 주는 것보다 결정적인 방법은 없다. 지금의 강남 집값이 적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위 강남 불패론자들은 인프라와 교육 여건, 뉴욕·홍콩과 같은 희소성, 성공의 상징이라는 심리적 요인을 강조한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외국과 비교하면 임대료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며, 고령화와 경기 정체로 수요는 점차 정체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경기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재건축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이 증가하는 2~3년 후 시장에 의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을 통해 강남 대 비강남의 이념 구도를 만들고 납세자들과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시장에 가격 결정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일 수 있다. 2007년의 과열도 결국은 시장에서 조정됐다. 정부는 비강남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강남 지역에 대한 대대적 주택 공급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투기 세력의 가격 담합이나 시세 조정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포함해 가격 정보 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수정하고, 집값 왜곡 행위를 엄정 처벌해야 한다.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정책과 별개로 장기적 조세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 여야 합의 아래 국민적 공감을 얻어 단계적 보유세 증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수순이다. 이를 통해 보유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정밀한 과세 설계를 통해 세금을 낼 능력이 부족한 실거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20년만에… 김훈 중위 넋 달래다

    20년만에… 김훈 중위 넋 달래다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초소(GP)에서 총상을 입고 의문사한 김훈(당시 25세) 중위의 20주기 추모 미사가 22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추모 미사는 지난해 순직을 인정받고 국가유공자가 돼 국립묘지에 영면한 김 중위의 넋을 달래는 자리였다.미사에는 김 중위의 아버지 김척(76·육사 21기·예비역 중장)씨와 어머니 신선범씨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해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추기경이 시국사건에 대해 추모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1987년 5월 18일 김수환 추기경이 박종철 열사의 추모 미사를 봉헌한 이후 31년 만이다. 염 추기경은 “김 중위 사건은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으로 유족의 의견이 무시되면서 유족은 또 다른 상처를 입었다”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국가의 태도에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중위 유족뿐 아니라 군에서 아들을 잃은 모든 부모님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중위의 어머니는 미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아들을 위해 와주셔서 감사하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오늘에야 마음이 조금 풀린 것 같다”며 울먹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여의도 벚꽃 4월 9일 핀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와 함께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이 올해도 평년과 비슷한 시기에 피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1~3일 정도 개화가 늦을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기상업체 153웨더는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많지만 3월 25일 제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벚꽃 개화시기는 통상 2~3월 기온에 영향을 받는데 지난 20일까지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남부지방에서는 3월 27~4월 4일, 중부지방은 4월 6~10일,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및 산간지방은 4월 12일 이후에 개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153웨더 측은 전망했다. 개화 후 만개하는데까지 일주일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벚꽃의 절정 시기는 제주는 4월 1일 이후, 남부지방은 4월 3~11일, 중부지방은 4월 13~17일 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4월 9일에 개화해 같은 달 16일이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벚꽃으로 유명한 주요 군락지의 개화 예상일은 진해 3월 26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3월 28일,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4월 1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4월 7일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부딪히고 넘어지고 .. 악몽 속에 쇼트트랙 일정 마감

    부딪히고 넘어지고 .. 악몽 속에 쇼트트랙 일정 마감

    기대를 모았던 ‘골든데이’가 충격의 ‘노(No) 골드 데이’로 끝이 났다. 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남자 500m·5000m 계주 등 세 경기에서 기대했던 금메달은 딘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 500m에서 황대헌(부흥고)이 은메달을, 임효준(한국체대)이 동메달을 나란히 거머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운이 따라주지 않은 레이스였다. 앞서 여자 1000m와 남자 500m 예선에서는 김아랑(한국체대), 심석희(한국체대), 최민정(성남시청)과 서이라(화성시청), 임효준, 황대헌이 모두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하며 메달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남자 5000m 계주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에 진출해 12년 만의 정상 탈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이날 ‘쌍두마차’ 심석희와 최민정이 나란히 진출한 여자 1000m 결승에서는 믿었던 두 선수가 충돌해 넘어지며 금·은·동메달을 모두 다른 나라 선수에게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레이스 후반 심석희와 최민정이 스퍼트하는 과정에서 두 선수가 함께 부딪쳐 넘어졌고 최민정은 최하위, 심석희는 실격으로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다. 세계 정상급 실력의 두 선수가 나란히 진출해 최소한 하나 이상의 메달은 당연시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진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이 재연됐다.김도겸(스포츠토토)-곽윤기(고양시청)-임효준-서이라 순으로 뛴 남자 대표팀은 출발 직후 선두에 섰다가 이후 중국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레이스를 이어갔다. 선두와 간격을 벌리지 않은 채 안정적으로 역주하며 호시탐탐 추격을 노리던 중 임효준이 넘어지고 말았다. 곧바로 터치가 이뤄져 바로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터치를 기다리던 다음 주자 서이라는 이미 앞서 달리던 중이었다. 뒤늦게 터치를 하고 쫓아가긴 했으나 이미 한 바퀴 가까이 벌어진 간격을 좁히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골든데이’로 기대를 모았던 이날 경기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한 채 아쉽게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가장 먼저 열린 남자 500m 레이스에서 황대헌이 첫 메달을, 임효준이 1500m 금메달에 이은 두 번째 메달을 거머쥐며 위안을 줬지만 시상대에 선 두 선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GM 사태 정치 논리로는 해결 안 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의 후폭풍이 정치권에서 거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혀 예상 못 했던 바는 아니다. 하지만 딴것도 아닌 30만명의 생계 문제다. 이리도 쉽게 정략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딱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부품업체 연합회를 시작으로 어제는 노조, 회사 측과 번갈아 간담회를 가졌다. 여당은 GM 사태의 원인을 본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 탓으로 보고,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를 위해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퍼주고 달래겠다는 여당에 야당은 맹공 일변도다. 자유한국당은 “군산공장 폐쇄는 시작일 뿐이고 GM 자체가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며 “코리아 엑소더스”를 대놓고 운운한다. 아무 대안도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에만 열을 올리니 가뜩이나 심란한 민심은 더 흉흉하다. 진정성 없이 정치권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한 모양새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밉살스럽다. 바른미래당은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보란 듯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GM 사태를 집중 부각시켰다. 민주평화당도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군산공장 노조와 황급히 면담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표심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군산을 비롯한 호남 지역은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표밭이다. 없던 일자리도 만들어 줘야 할 판에 멀쩡한 일자리 수십만 개가 하루아침에 날아가서야 민심이 온전할 리 없다. 그렇더라도 기왕에 터진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서라도 “때는 이때다” 잇속을 차리려는 행태는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GM 위기설은 갑자기 불거지지 않았다. 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이사회의 결정권을 잃은 지난해 10월 이후 GM의 ‘먹튀’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귀를 닫았던 것이 정치권이다. 지방선거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지역 이슈는 GM 군산만이 아니다. GM 창원공장도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예고된 거제와 울산도 민심이 술렁인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 제품 수입 제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포항, 광양 등의 지역경제 역시 하루아침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일촉즉발의 악재에 맞닥뜨린 곳들이 거의 전부가 영호남이다. 이 문제들을 일일이 정치 논리로 끌어 붙여 표심 얻기에 혈안이 된다면 보통 낭패가 아니다. 여야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자중하되 초당적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 수원ㆍ창원 등 100만 도시 광역시 승격 ‘뜨거운 감자’

    수원ㆍ창원 등 100만 도시 광역시 승격 ‘뜨거운 감자’

    수원 “울산광역시 비해 역차별” 경기ㆍ경남도 ‘세수 감소 ’ 난색 인구 따른 동일한 지원이 대안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인구 100만명 안팎의 ‘매머드급 도시’들이 광역시로 승격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수원 등 일부 도시들은 인구 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원하지만, 상위 지방자치단체들은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광역시가 된 기초 지자체는 울산 한 곳뿐이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인구 100만명이 넘어 광역시 승격 요건을 갖춘 기초 지자체는 경기 수원(인구 120만 2715명)과 고양(104만 1597명), 용인(100만 6234명), 경남 창원(105만 7179명) 등 네 곳이다. 경기 성남(96만 7508명)도 곧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경기 부천(85만 1404명)과 충북 청주(83만 5412명) 또한 ‘100만명 도시’ 진입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창원시는 오래전부터 광역시 승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른 도시들 역시 ‘특례시’ 등 형태로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재정 지원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 기초 지자체가 광역시로 바뀌면 공무원 수가 크게 늘고 각종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 등이 자유로워진다. 시가 걷는 세금을 도에 내지 않고 도시 개발에 재투자해 도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광역시인 울산은 2016년 말 기준 공무원 5961명, 예산 5조 4996억원으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수원(공무원 2878명, 예산 2조 4054억원)과 비교해 예산과 인원 모두 두 배가 넘는다. 수원시 관계자는 “광역시 수준의 행정 수요가 필요함에도 인구 50만명 수준 도시와 같은 취급을 받다 보니 도시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광역시가 돼 다양한 특례를 인정받는 울산과 비교해 역차별 논란도 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수원·고양·용인·창원)에 3급 또는 4급 직위 1명을 늘릴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을 최근 내놨지만 이들 지자체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면 ‘광역시급 도시’를 품고 있는 경기도나 경남도 입장은 단호하다. 잘나가는 지자체를 광역시로 독립시키면 곧바로 막대한 세수가 사라지고 광역시 이외 지역의 개발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17개 광역지자체 협의체인 전국시ㆍ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1997년 울산이 광역시가 된 뒤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던 경남도 사례를 다른 지자체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시냐 아니냐에 따라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획일적 행정·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지금의 정부 운영 방식이 문제”라면서 “광역시 여부에 관계없이 지자체 인구 규모에 따라 동일한 원칙으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권한을 배분하면 이들 지자체 불만도 크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GM TFㆍ호남서 최고위… 여야 군산 앞으로

    ‘6·13 지방선거가 넉 달도 안 남았는데 전북 군산 지역 민심을 어찌할꼬….’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오는 5월 말까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이후 호남에 뿌리를 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지역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남 지역의 최대 현안이 군산공장 폐쇄로 떠오른 데다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폐쇄가 이뤄지게 된 상황이다. 선거에 어떤 악영향을 줄지 몰라 조기에 주도권을 잡아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게 이 정당들의 속내다. 민주당은 19일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협력업체와 긴급 간담회를 했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차 노조위원장 출신인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TF 위원장을 맡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미국 GM의 이번 결정(군산공장 폐쇄)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는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도록 하고 GM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다해 줄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구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평화당은 당의 존립이 호남 지역의 지방선거 결과에 달려 있어 그 어느 당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민평당은 이날 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 GM 노조 면담 등을 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창당 후 첫 공식 최고위원회의를 전북 전주에서 열면서 지역 최대 현안인 군산공장 폐쇄 대책 마련과 함께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비록 이전 국민의당의 호남 지역구 의원이 대거 민평당으로 옮겨 가면서 지역색이 약해졌지만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호남을 뺏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자유한국당은 호남과 지역 기반과 관련해 가장 거리가 있지만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문재인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GM 자체가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리아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고양이 하품 탐구생활!

    고양이 하품 탐구생활!

    집사라면 고양이가 옹졸한 앞니와 까끌한 혀를 보이며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서 심쿵! 한 번씩 해보셨을 텐데요~ 사람은 보통 졸리거나 뇌에 산소가 부족할 때 하품을 하지만 고양이가 하는 하품의 경우 상황별, 기분 별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고양이의 ‘하품’에 대해 집중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1. 눈을 감고 하는 하품눈을 꼬옥 감고 하는 하품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흠~ 졸려!’라는 뜻입니다.2. 눈을 뜨고 하는 하품눈을 뜬 채로 하는 하품의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는 신호인데요~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긴장을 풀기 위해 하품을 한다고 하네요!3. 잠자다가 하는 하품곤히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쓰다듬어주는데 갑자기 하품을 한다면?귀찮게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하니, 곤히 주무실 땐 조금만 참아주세요~4. 자고 일어나서 하는 하품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하는 하품은 필요한 산소를 보충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5. 놀아주지 않았을 때 하는 하품놀아주지 않았을 때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집사를 바라보면서 하품한다면 삐쳤다는 신호예요~하던 일을 멈추고 신나게 놀아주면서 고양이의 마음을 달래주세요!오늘부터 고양이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고양이의 기분상태를 파악해보세요~^^ 노트펫(notepet.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기운 내라고, 자연처럼 살라고… 힘을 주는 詩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기운 내라고, 자연처럼 살라고… 힘을 주는 詩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채소밭가에서’ (1957)살다 보면 너무 힘들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고 싶을 때가 많지요. 가장 힘들 때 어디서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1954년 부인 김현경과 다시 만난 김수영은 성북동 계곡과 가까운 셋방에서 살았습니다. 솔방울로 밥 지어 먹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시끄러운 라디오 소음이 싫어서, 1955년 여름 지금의 마포구 구수동 서강대교 근처인 서강으로 이사 갑니다. 겨울에 쓸 남은 연탄도 트럭에 싣고, 1000평쯤 되는 벌판에 외로 있는 엉성한 양기와집 한 채로 이사 갑니다. 지금과 달리 시골이었던 그곳에서 맨 처음 산란용 닭인 레그혼을 11마리 사서 키우기 시작합니다. 닭이 알을 낳으면서 생각지 않은 재미도 있었고, 단무지를 만들 수 있는 긴 무를 키우면서 농촌을 배경으로 많은 시를 씁니다.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고,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여름 아침 ) 갑니다. 농사하고 닭을 키우며 “땅속의 벌레”(봄밤 )를 그는 늘 벗 삼습니다. ‘채소밭 가에서’는 바로 이때 쓴 시입니다. 도시에서 기자로 지내던 사람이 닭똥과 흙냄새 범벅으로 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겠죠. 그의 글에는 농촌 생활이 지겹고 단순하다는 짜증도 있습니다. 닭똥 냄새 맡으며 지칠 때,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온갖 배추며 무며 파의 잎새들이 그를 응원하는 손짓으로 보였을까요. 그는 가장 사소한 사물에게 “기운을 주라”는 호소를 주문처럼 반복하며 기원합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채소밭에서 기운을 달라고 기원했을까. 시는 살아가는 힘을 노래합니다. 절실한 기구를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며 반복하고 강조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거리에는 구걸하는 고아와 싸구려 분을 바르고 미군을 부르는 양색시, 한쪽 다리를 잃은 목발 짚은 상이h용사가 넘쳐났습니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고 진창과 절망만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전쟁의 상처 앞에서 김수영은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고 간구합니다. ‘기운’이란, 만물이 나고 자라는 힘의 근원을 뜻합니다. 김수영은 자신의 시가 힘을 주는 시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살아가기 어려운 세월들이 부닥쳐 올 때마다 나는 피곤과 권태에 지쳐서 허술한 술집이나 기웃거렸다. 거기서 나눈 우정이며 현대의 정서며 그런 것들이 후일의 나의 노트에 담겨져 시가 되었다고 한다면 나의 시는 너무나 불우한 메타포의 단편(斷片)들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정말 그리운 건 평화이고 온 세계의 하늘과 항구마다 평화의 나팔소리가 빛나올 날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우리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시는 과연 얼마만 한 믿음과 힘을 돋우어 줄 것인가. - ‘시작 노트 ’ (1957)너무 힘들어 때로 허술한 술집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시가 불우한 은유 조각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평화의 나팔소리가 빛나올 날을 가슴 졸이며”, “우리들의 내일을 위하여” 김수영은 시가 “믿음과 힘을 돋워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이 문제는 설움과 죽음을 극복하려 했던 그에게 늘 숙제였습니다. “기운을 주라”는 문장은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로 들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들으면 멈칫하지요. 그 사이에 의미를 증폭시키는 말이 들어갑니다. 시에서 세 번째로 “기운을 주라”는 말을 읽을 때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집니다. 타인에게 “기운을 주라”는 말일까요. “밥 좀 주라”는 말처럼 나에게 “기운을 주라”는 말일까요. 읽는 사람에 따라 달리 읽힐 겁니다. 같은 문장이지만 의미는 다양하게 증폭됩니다. 독자의 귀에 힘을 내라며 소곤대는 말이 점점 북소리처럼 커지는 겁니다. 반복도 그냥 반복이 아니라 병치(竝置) 반복입니다. 김수영의 시에는 병치 반복이 자주 나옵니다. ‘절망’에서도 병치 반복이 보입니다. 風景이 風景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速度가 速度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이 병치 반복되고 있지요. 그런데 ‘채소밭 가에서’는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가 주요 가사와 마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노동요 닮은꼴로 병치되어 있어요. 왜 병치 반복을 했을까요. 첫째,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때 연극을 했던 김수영이 자주 쓰는 기법이지요. 둘째,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는 구절이 마치 밭고랑처럼 보이지는 않는지요. 채소가 심겨 있는 줄 사이사이에 있는 밭고랑 말입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도 채소밭을 느낄 수 있는 시 형태입니다. 반복되는 구절은 설움과 절망에 빠지곤 했던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며 기도였습니다.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는 구절은 독자를 강바람이 스쳐 지나는 강가 채소밭으로 데리고 갑니다. 실제로 김수영이 살던 집은 강가에 있었습니다. “이 시를 썼던 집에서 한강이 보였어요. 우리집 쪽으로 경사가 졌는데 홍수가 나면 물이 차서 철렁철렁했어요.” 부인 김씨의 말입니다. “무성하는 채소밭가에서” 그는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무성한 성찰도 합니다. 두 뙈기의 차밭 옆에는 역시 두 뙈기의 채소밭이 있다 김장 무나 배추를 심었을 인습적인 분가루를 칠한 밭 위에 나는 걸핏하면 개똥을 갖다 파묻는다 -‘반달’ (1963) “두 뙈기의 차밭”은 집 뒤 150여평에 재배했던 잎이 예쁜 결명자 차밭을 말합니다. “인습적인 분가루”는 화학비료를 말합니다. 그게 싫어서 김수영은 밭에 “걸핏하면 개똥을 갖다 파묻습니다. 그의 시 정신인 “반역의 정신”(‘구름의 파수병’)은 그의 일상이기도 했습니다. 무성한 채소밭은 그에게 끊임없는 성찰을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채소밭가에서”라고 썼듯이 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채소밭이 나에게 돌아옵니다. 채소가 주체입니다. 아니면 내가 돌아오는 채소밭으로 읽을 수도 있지요. 이어 발표한 ‘파밭가에서’도 그가 농사를 지으며 끊임없이 힘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에서 ‘달리아’는 성장할수록 꽃 구근이 둥글고 크며 무거운 꽃입니다. 줄기가 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꽃대가 꺾이지 않도록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고 합니다. 부인 김씨는 “김수영 시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집 주변에 꽃밭을 만들곤 했어요. 달리아꽃도 그때 키웠고요. 잘 키우지 않으면 햇살 좋은 곳으로 옮겨 심어야 했어요. ‘움직이지 않게’는 그런 뜻이 아닐까요”라고 합니다.외국에서 온 비싼 달리아꽃을 귀한 인간 존재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얼마나 귀한 존재일까요. 함부로 움직이지 않게, 쓰러지지 않게, 기운을 달라고 시인은 간구합니다. 달리아는 김수영 시인 자신을 상징하는 꽃일 수도 있습니다.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는 무슨 뜻일까요.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소리도 고웁다”고 합니다. 지친 신체를 달래주는 고운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면 폭풍으로 불어 작물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풀’(1968)에서도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고 합니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이 나를 마시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바람이 상징하는 온갖 고통을 즐길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독자로 단련시키면서도, 바람에 먹히면 안 됩니다. 그래야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바람보다 먼저 웃”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고 했듯이,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지켜내야 합니다. ‘바람’은 달리아 꽃대를 꺾을 수 있는 어떤 폭압이겠죠. 10여년간 양계를 하고 채소를 키우던 김수영의 경제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11마리였던 닭은 한때 1000마리까지 늘었습니다. 4·19 이후 폭등한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몇백 마리를 팔아버립니다. 700마리 정도 남은 닭의 사료값을 대기 위해 시인은 밤새워 글을 쓰고 번역을 합니다. 양계와 농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체험한 김수영은 아내에게 “우리가 닭이나 채소가 아니라 사람을 저렇게 키웠다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하고 묻기도 했답니다. 사실 시인은 집일을 거들던 소년 만용이를 키워 대학까지 졸업시켰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만용이의 학비를 직접 대며 부양했던 시인은 ‘만용에게’라는 시에서 가난한 생활의 고단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생활이 어려웠지만 그는 자연을 그냥 묘사하기만 하거나 혹은 자연을 점령해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자연에 “기운을 주라”며 대화하는 그 자신 또한 누리의 한 부분으로 살았습니다. 그의 시는 절대자유, 절대사랑 그리고 절대자연에 서 있었습니다. 자연이 하라는 대로 나는 할 뿐이다 그리고 자연이 느끼라는 대로 느끼고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사치 ’ (1958) 그는 자연에 귀를 대고 들으라고 합니다. 자연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자연이 느끼라는 대로 느끼겠다고 합니다. 가장 지쳤을 때,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포기했을 때, 그는 “서둘지 말라”(봄밤)고 위로합니다. 여린 새싹인 우리에게 얼어붙은 땅을 뚫고 봄을 끌어오는 자연처럼 살라며 그는 우리에게 권합니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시인·숙명여대 교수
  • 개혁의 꿈 움트자…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개혁의 꿈 움트자…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에티오피아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차별과 인권탄압에 분노한 양대 부족의 반정부 시위를 틀어막기 위해서다. 민주개혁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른 가운데 정권의 폭압적인 조치가 나오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알자지라 등은 1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정부가 6개월간의 국가 비상사태 돌입을 선언하고 시위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약 1억명인 에티오피아 인구의 61%를 차지하는 오모로족과 암하라족은 정치적 의사 반영과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왔다. 이들은 인구의 6%에 불과한 티그레족이 정계와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개월간 이어진 1차 국가 비상사태 때에는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00명이 사망하고 야당 인사, 반정부 성향 언론인 등 2만여명이 체포됐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1차 국가 비상사태가 종료된 뒤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체포된 인사 중 6000여명을 석방하며 민심을 달래는 듯한 유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개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더살런 총리는 “평화를 되찾고 민주주의 개혁을 하려면 내가 물러나야만 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BBC는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집권연정인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 내부에 균열이 생긴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튿날 EPRDF는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26년간 권력을 장악했던 집단이 최대의 저항에 부딪히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는 대신 국가 비상사태라는 수단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비상사태하에서 정부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국가의 안녕’을 해칠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을 구금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시라즈 페게사 에티오피아 국방장관은 “대중을 선동하고 불화를 조장하는 출판물의 보급도 금지한다”며 언론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오로미아 연방주의회(OFC)의 물라투 게메추 사무차장은 “우리는 자유 선거와 헌법 준수 및 공정한 사법부를 원한다”면서 “이 정권이 살아남고 싶다면 진정한 변화를 꾀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 그위넷칼리지의 에티오피아 정치학 교수인 요하네스 게다무는 “국가 비상사태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변화라는 사실을 EPRDF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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