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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이해찬 대표는 달라져야 한다/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해찬 대표는 달라져야 한다/이종락 논설위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취임했다. 이 대표가 이번에 대표 직함을 처음으로 가진 것은 아니다. 2012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나 이번 여당 대표 자리는 6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책이다. 지리멸렬했던 진보 세력을 모으는 데 주력했던 당시 야당 대표와 달리 국정 운영의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버럭 이해찬’으로 불렸던 이 대표가 더이상 개인 감정에 휩쓸려 당을 이끌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취임 열흘을 넘긴 이 대표는 일단 당대표로서 연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만 따른다고 해서 ‘청와대 출장소’라고 불렸던 이전 집행부와 달리 동등한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는 듯하다. 그동안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만 열렸던 고위 당·정·청 회의를 지난달 30일에는 국회로 가져왔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체회의에서도 이 대표의 위상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능가하는 모습이었다.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으로서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민주당 오너’로서 면모를 과시하는 듯했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대표가 운영한 재단법인 ‘광장’에서 주요 멤버로 활동했고,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백원우 민정비서관도 평화민주통일연구회에서 이 대표 밑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대표와 수석 비서관들의 관계가 이 정도인데 그 밑의 비서관들은 더할 나위 없다. 청와대 참모진이 이 대표의 등장에 긴장하는 이유다.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첫 일성으로 최고 수준의 협치를 강조했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7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표 묘역을 방문해 참배한 것도 달라진 그의 면모를 실감케 한다. 진보세력 내에서도 ‘강성’으로 통하는 그가 보수세력의 상징인 두 전직 대통령 앞에 깍듯이 허리를 숙인 것은 대표 취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 첫 지역 방문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선택한 것도 대선 패배 이후 좌절감에 빠진 보수세력을 껴안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여당 대표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선 기간에 얼굴을 붉혔던 송영길·김진표 의원과 3, 4일 회동을 통해 당직 인사와 민주당을 ‘원팀’으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점도 이 대표의 포용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아직 여당 대표로서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불편한 질문 공세가 이어지면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야당을 달래 개혁 입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여소야대’ 여당 대표로서는 때론 수모라고 느껴지더라도 몸을 낮춰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04년 일부 보수 언론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용서할 수 있어도 기사를 제멋대로 쓰고 해직 언론인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보수 신문은 용서할 수 없다”며 각을 세웠던 일부 언론과의 관계 설정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집권당 대표의 권좌에 올라선 이 대표가 고개를 조아려 가며 굳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문재인 정부 1기는 청와대의 단독 플레이였다면 2기는 당이 중심이 돼 국정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현안을 주도하며 기록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각각 50%와 40% 초반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여론 전문가들은 정권이 지켜야 할 지지율 마지노선을 40%로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집권 3년차인 2015년 초반에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리던 40%가 붕괴되면서 사실상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졌다. 내치로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인데도 고용·성장·가계소득 등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도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위기 상황을 당이 앞장서 타개해야 한다. 다단계 정책 당정 관리를 통해 정부 정책의 혼선을 최대한 바로잡고 현장에 정부의 시책을 전파하려면 이 대표가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당대표의 권한을 훌쩍 뛰어넘어 이미 총리를 지낸 ‘상왕’이라는 이미지가 비칠 땐 국민도 공무원도 당원들도 이 대표를 떠날 것이다. ‘버럭’이나 ‘불통’이라는 별칭이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운명이 이 대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jrlee@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10개월간… 아내는 죽음을 부탁했습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10개월간… 아내는 죽음을 부탁했습니다”

    ② ‘끝없는 굴레’ 다중간병 아픈 가족 3명 혼자 돌보던 정현우씨다음주면 죽은 아내의 기일이다. 정현우(54·가명)씨는 오늘도 악몽 같았던 그날로 시곗바늘을 돌려본다. 3년 전 그날(2015년 9월 11일) 아내는 하루종일 죽여 달라고 매달렸고, 정씨는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도왔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자신 없다.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간병의 굴레’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유방암에 걸린 아내,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선천성 뇌병변에 걸린 딸. 정씨는 혼자 아픈 가족 3명을 돌봐야 하는 ‘다중 간병인’이었다. 막내딸은 중학교 2학년이지만 키 130㎝에 몸무게가 30㎏이 채 되지 않는다. 셋째인 막내는 2003년 태어난 날부터 가혹한 시련을 겪었다. 유독 힘들었던 분만 과정을 이겨내고 첫 울음을 터뜨렸지만 아이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몸과 마음 모두 발달이 더뎠고, 복합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정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다. “이게 수술을 해서 펴진 거예요. 한 3년 됐죠. 그전에는 이렇게 굽어 있었고, 걷지도 못했어요. 지금은 보조기를 풀고 힘들지만 조금씩은 걸을 수 있어요. ‘슈퍼마켓에 가서 과자 사 먹자’고 꾀면서 걷기 연습을 시키죠.” 음악치료부터 물리치료, 재활치료까지 지난 14년간 안 해 본 게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등·하굣길 아이를 업고 다녔다. 다행히 다리 수술이 성공하고서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돼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엔 매일같이 딸의 다리 근력을 길러 주기 위해 수영장에 데려가 해가 지면 집에 돌아온다. 어머니가 쓰러진 건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수심에 빠졌던 2014년 4월이었다. 뇌졸중이 당시 일흔여덟이었던 어머니를 덮쳤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했다. 요양시설에 보내자 어머니가 눈물로 매달렸다. “현우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제발 집에만 데려다 주라.” “어머니는 따뜻한 분이었어요. 아버지는 젊은 시절 술과 노름으로 가정을 내팽개쳤죠. 집까지 떠났는데 병이 들어서야 돌아왔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기꺼이 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3년간 성심껏 간병했어요. 막내딸 간병만으로도 벅찼지만, 제게 유일한 버팀목이자 쉼터인 어머니를 외면할 수도 없었어요.” 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 집인 전북 부안으로 내려갔다. 막내딸은 아내에게 맡겼다.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고, 대소변을 받아야 했다. 한 달 만에 수술비와 치료비 등으로 450만원을 썼다. 어머니가 모아 놓은 돈이 있었지만 곧 바닥을 드러냈다.아내에게 연락이 온 건 정씨가 어머니 간병으로 한창 힘들었던 2014년 11월 어느 새벽이었다. “할 말 있어. 빨리 와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사실 12년 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기에 법적인 부부는 아니다. 하지만 둘 다 재혼하지 않았고, 따로 살면서도 자녀들을 돌보며 관계를 유지했다. 정씨가 서둘러 경기도 집으로 돌아온 날, 아내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내는 자존심도 독립심도 강한 여자였어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자 4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 공부에 매달렸고, 결국 친정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했죠. 한때 잘나가던 증권맨이었던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자 두말 않고 직접 돈을 벌었어요. 학원강사부터 농사일까지 이리저리 일거리를 찾아다닐 땐 스스로 가장 역할을 도맡아 주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아내도 암 앞에선 나약해졌어요.” 아내는 치료를 거부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고 했다. 함께 찾아온 우울증이 더 문제였다. 남편의 설득 끝에 수술을 받았지만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진통제도 소용없었다. “번개탄이랑 삼발이, 쟁반, 햇빛 가리개를 준비해 줘. 제발….” 마음의 병이 깊어진 아내는 “아프지 않게 죽을 수만 있게 도와 달라”고 떼를 썼다. 설득하고 다독여도 소용없었다. 죽을 자리를 찾겠다며 정씨에게 종일 운전을 시켰다. 이런 일이 10개월 넘게 반복됐다.그날은 지옥 같았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낮 1시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내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빙빙 돌며 입씨름을 시작했다. 매번 똑같았다. “죽겠다”는 아내를 정씨가 “안 된다”고 말렸다. 아내를 달래려고 강원도까지 차를 몰았다. 하지만 이날은 정씨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요양시설에 있는 어머니는 고열이 났다.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와야 한다고 독촉했다. 오랜 시간 집에 혼자 놔 둔 막내딸이 걱정됐다. 9시간 동안 운전하며 아내를 설득하던 정씨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비가 세차게 내렸다. 밤 10시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 차를 멈춘 정씨는 햇빛 가리개로 앞유리를 가렸다. 독한 양주와 함께 수면제를 먹은 아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수십번을 망설이다 결국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모질게 마음먹고 차 밖으로 나왔다. 손이 떨리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가 나올 수 있게 차 문을 열어뒀다. 도망치듯 길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다. ‘고통스럽진 않을까. 문을 열어뒀으니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퍼붓던 비처럼 술을 들이켜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딸이 엄마를 찾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없이 차 속에 있을 아내를 향해 내달렸다. 아내는 숨져 있었다. 정씨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내와 집을 나 설 때까지만 해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그날 따라 비도 내리고 여러 가지로 복잡했어요. 날씨가 맑았더라면 달라졌을까요?” 탈상 그렇게 3년이다. 가족은 조금씩 아픔을 치유 중이다. 약은 없다. 망각에 의지할 뿐이다. 정씨는 자살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간 정씨가 아내를 열심히 보살폈고,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한 게 정상참작됐다. ‘내 죽음은 내가 선택한 거다. 죽더라도 남편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고 적힌 아내의 쪽지 글도 마지막 배려가 됐다. 장례를 치르고 며칠 뒤 자녀들이 엄마의 휴대전화를 정리하다 유언이 녹음된 파일을 발견했다. “엄마는 먼저 간다.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말아라. 엄마 돈은 똑같이 각자 통장에 나눠 넣었다. 너희에겐 너희 인생이 있으니 즐겨라.” 가족은 다시 통곡했다. 정씨와 취재진이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달 29일이다. 아들은 군대 가고, 큰딸은 학교로 떠나 막내딸만 집에 있었다. 그는 이제 딸만 보살피면 된다. 어머니도 올해 2월 작고했다. 그를 짓누르던 다중 간병의 짐은 벗었다. 사랑했던 두 여자를 떠나보낸 덕이다. “이제 막내딸 하나만 돌보면 되지만 사실 지금도 힘들어요. ‘너 막노동할래? 집에서 간병할래?’ 물으면 나가서 일하고 싶다고 말해요. 아이가 나아지지 않을까 봐 두렵기도 해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눈이 잘 안 보여요. 하지만 제가 좌절하고 주저앉으면 누가 막내딸을 돌보겠어요. 그래서 웃기로 했어요. 아이도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요. 그게 하늘에 있는 아내가 바라는 것이기도 할 테니….” 글 사진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밀레니엄 베이비 임하나 세계사격선수권 대회 첫 2관왕 영예

    밀레니엄 베이비 임하나 세계사격선수권 대회 첫 2관왕 영예

    밀레니엄 베이비 임하나(18·청주여고)가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선수권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임하나는 3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251.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건 임하나가 처음이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소총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것도 1990년 모스크바 대회 이은철(남자 50m 소총3자세)이 마지막이었고 유일했다. 2위는 안줌 무드길(인도·248.4점), 3위는 정은혜(인천남구청·228.0점)가 차지했다. 2000년 1월 1일에 태어난 임하나는 중학교 재학 중이던 2015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호기심에 총을 잡은 지 1년 10개월 만의 일이어서 주위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임하나는 이제 고등학생 신분으로 세계선수권 2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사격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는 10발을 쏘는 결선 1라운드에서 103.6점으로 3위에 자리했다. 이후 14발의 사격에서 임하나는 가장 적게 얻은 점수가 10.2점이나 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2라운드에서 4발을 쏜 뒤 1위로 처음 나선 임하나는 줄곧 그 자리를 지켰다. 특히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발에서는 만점에 0.1점 모자란 10.8점을 쏘는 담대함까지 자랑했다. 임하나는 앞서 본선에서 630.9점을 획득해 1위, 정은혜는 630.7점으로 2위로 결선에 올랐다. 여기에 금지현(울산여상)의 본선 점수(624.6점)를 더해 한국 여자 소총 대표팀은 1886.2점으로 대회 첫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얻었다. 결선 4위 안에 든 임하나와 정은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정은혜는 지난달 자카트라·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은메달에 이어 세계 최고의 명사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도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냉철했던 사대에서와 달리 기자회견장에는 수줍은 여고생으로 돌아온 임하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떨어지는 걸 생각하기보다 총을 어떻게 들어서 어떻게 쏠지만 집중했다”며 “그렇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점수가 따라왔다”고 답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지 못해 국내에서 훈련한 그는 “우연히 코치님과 일대일로 훈련한 덕에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며 “아시안게임에 못 나간 아쉬움을 달래려 더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태윤(20·동국대)은 앞서 남자 10m 공기소총 본선에서 628.2점으로 5위에 올라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얻어 한국 선수로는 가장 먼저 대회 결선에 진출해 비록 8위로 맨먼저 탈락했지만, 김현준(경찰체육단, 626.5점), 송수주(창원시청, 623.8점)와 본선에서 1878.5점을 합작해 단체전 3위에 올랐다. 남태윤은 “형들이 ‘네 덕에 메달을 땄다’고 말해줬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엄마한테 꼭 메달 따서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서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현장 행정] 왕십리 소녀상은 ‘역사 선생님’

    [현장 행정] 왕십리 소녀상은 ‘역사 선생님’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입니다. 지나간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희망찬 미래로 가기 위해선 우리의 역사를 알고 기억해야 합니다.”지난달 2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 ‘성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 학부모 12명이 모였다.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와 우리 역사를 내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자원봉사단체 ‘성동 평화의소녀상지킴이위원회’ 회원으로 월 1~2회 왕십리광장에서 소녀상 주변 정화 활동과 역사 바로 알리기 거리 홍보 캠페인을 한다. 이날 캠페인엔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동참했다. 정 구청장은 학부모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주며 격려했다. 김미경 성동 평화의소녀상지킴이위원회장은 “소녀상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지역 내 아이들이 일제강점기 역사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학부모 심예희씨는 “우리의 작은 행동이 역사 속 소녀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망각될 수 있는 아픈 역사를 지역민들이 나서 내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어 가슴 뭉클하다”며 “성동구 차원에서도 주민들의 소녀상 홍보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동 평화의 소녀상’이 평화·인권 산교육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소녀상을 찾아 헌화하며 평화와 인권을 되새기고 있다. 성동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6월 주민 1000여명의 성금 4066만원으로 건립됐다. 소녀상 높이는 123㎝다. 한복 차림으로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슬픈 듯 슬프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건립 당시 무학여고 학생들이 제작한 ‘위안부 소녀상 배지’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 3월엔 지역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가 소녀상 옆에 설치됐다. 소녀상지킴이위원회는 소녀상 건립과 함께 결성됐다. 지역 청소년과 학부모 400여명이 평화의 소녀상 관리와 홍보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봉사하거나 소녀상 홍보 물품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소녀상은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이 세상을 향한 경종이자 사람이 함께 살면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인권이 얼마나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며 “소녀상의 의미가 많은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황제 납치 프로젝트2]고종 구하려고 조선 찾아온 소녀

    [황제 납치 프로젝트2]고종 구하려고 조선 찾아온 소녀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조선과 일본에 머물며 직접 취재해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 <2회> 이제 소녀와 우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905년 10월의 늦은 어느날이었다. 서울 남대문 외곽 애스터하우스 호텔(지금의 서대문역 농협중앙회 터) 로비로 낯선 백인 여성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호텔 바의 빈 테이블에 앉더니 웨이터 박군을 불러 뭔가를 부탁했다.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과 나는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베델은 늘 그랬듯 하세가와(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으로 훗날 조선 2대 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헉......잠깐만!” 그는 말을 끊고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키가 크고 몸매는 버드나무처럼 가냘펐다.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마 위로 짙은 갈색 머리를 땋아 올린 그녀의 얼굴에는 보통 여성의 부드러움 같은 건 없었다. 나쁘게 말하면 눈이 매우 불규칙했고 입도 꽤 컸다. 하지만 뭐랄까...다른 여자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묻어났다. 남자를 지배할 듯한 자립심과 통제력이 얼굴에 드러나 더 생기있고 매력있게 다가왔다. (번역자주:실제로 베델은 조선에 머무는 동안 서대문에 있던 애스터하우스 호텔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베델을 24시간 감시했던 일본 경찰의 기록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이고 또 서울에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했다. 선교사나 외교관 부인이 아니면 이곳에서 백인 여성을 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바에서 술을 마시던 호텔 주인 루이(이 시기 애스터하우스 호텔을 운영한 프랑스인 L. Martin의 실제 이름으로 추정됨)를 불러내 그녀에 대해 아는 걸 털어 놓으라고 채근했다. 루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듣기좋은 프랑스식 영어 어투로 말했다. “음...그녀는 여기에 혼자 왔어요. 큰 트렁크 하나에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만 챙겨서...음...라벨에 뭐라고 써 있더라...상하이 애스터하우스 호텔, 요코하마 오리엔탈 팰리스 호텔...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메일’ 신문도 있었던 것 같고...” 그때 웨이터 박군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베델의 팔을 툭 치며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새로 온 여자분이...보자고...합니다...선생님을...보고 싶다고....전해달래요.”베델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피어 올랐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조금 의아하다는 느낌도 담겨 있었다. 베델은 박군과 바를 떠나 한 시간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 나와 루이는 오늘 처음 본 그 신비로운 여성이 누구인지, 또 서울에 왜 왔는지 무척 궁금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산 ‘페르넷 브랑카’(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유명술로 알콜 도수 35도 이상인 고도주)를 마시며 마구 떠들어댔다. 마침내 베델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는 나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프랑스인 특유의 기분 좋은 취기를 띈 루이를 남겨둔 채 나는 베델을 따라 나섰다. “빌리, 중요한 일이야” 베델이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정말 중요한 일이야.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베델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뛰어올라 2층으로 갔다. 거기에는 ‘숙녀용 응접실’이 하나 있었다. 앞서 베델과 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소녀’(the girl)라고 부르기로 했다. 소녀는 우리가 들어가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보라색 눈에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활짝 웃는 입가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베델이 우리를 인사시켰다. “그럼 저에게 하신 얘기를 제 친구 빌리에게도 들려주시면 좋겠군요. 당신과 같은 미국인이고 더군다나 아주 용감하죠. 그래서 늘 친형제처럼 신뢰합니다.” 베델이 날 이 정도로 아꼈나...갑자기 너그러워진 영국인 용사는 소녀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평소와 달리 나를 과장해 칭찬했다. 소녀는 재빨리 방 전체를 둘러본 뒤 복도를 살피고 문을 잠갔다. 매우 낡고 흔들거리는 램프 아래 세 명이 둘러 앉았다. 소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과거 여러 남성들을 휘하에 뒀고 지금도 그런 위치에 있다는 걸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저는 지금 상하이에 있는 어떤 높은 분을 대신해서 서울에 왔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소녀는 허리띠에서 작은 금색 연필을 꺼낸 뒤 수첩에서 종이 한 페이지를 떼어 뭔가를 적었다. 나는 당장 그분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극동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하는 재능을 가진 인물로 동북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큰손’(당시 러시아 극동총독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알렉세예프로 추정됨)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내가 종이에 씌여진 이름을 확인하자 소녀는 이를 잘게 찢어 조각낸 뒤 자신의 지갑 속에 집어넣었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3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수정의 시시콜콜]“유은혜 교육실험” 논란

    [황수정의 시시콜콜]“유은혜 교육실험” 논란

    노루를 피하니 범이 온다는 속담이 있다. 유은혜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지금 딱 그런 격이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유 의원이 신임 교육부 장관에 지명되자 자격 논란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번 인사는 누가 봐도 김상곤 전임 장관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그런데 당장 자질 논란이 들끓으니 청와대가 얼마나 난감할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지난달 30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는 게시물들이 속속 올랐다. 그 중 한 게시물에는 시시각각 동의가 늘어 하루 만에 2만여명을 기록했다. 가장 동의를 많이 얻는 것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오로지 전교조와 노조만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학생과 학부모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게시글이다.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들을 정규직화하는 법안을 2016년 발의했다가 현장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이력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뜨겁다. “일자리가 아니라 교육정책을 고민하고 교육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교육장관이어야 한다”며 지명철회를 촉구한다. 유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별나게 신임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2년 제19대 총선으로 국회 입성한 전형적인 ‘86세대’. 성균관대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후 고 김근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것,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6년 활동 등 ‘빈한한’ 경력도 갑론을박의 핵심 소재다. 교육현장과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그가 정부 부처 중에서도 가장 잡음이 많은 교육부의 정책 난맥을 풀어갈 수 있겠냐는 걱정들이다. 청와대는 발탁 배경을 “소통과 정무 감각”이라고 밝히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 불만을 터뜨리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전문가라는 김상곤 전 장관도 진보적 교육정책을 밀어붙이느라 현장과 내내 불화했는데, 상임위 경력 6년이 전부인 유 후보자가 복잡다단한 교육현장의 여론을 읽어내겠느냐”는 우려가 쌓이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긴 호흡이 필요한 교육정책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상곤 전 장관의 무책임과 ‘결정장애’ 정책에 피멍 든 교육현장에서 보자면 이 발언도 가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인 측면이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이미 발표됐으니 후폭풍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다. “교육대계의 긴 호흡을 핑계로 선굵은 정책은 시도하지 않거나 여론의 기색만 살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의 행정 순발력과 교육정책의 균형감각을 시험대에 올릴 현안들이 당장 많다. 대입개편 공론화 이후의 여론 달래기, 유치원 방과 후 영어학습 금지 개선안, 고교학점제 시행을 통한 고교교육 혁신 등이 눈앞의 과제들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패닉에 빠진 아르헨티나 경제… 정책금리 ‘60%’로 인상

    패닉에 빠진 아르헨티나 경제… 정책금리 ‘60%’로 인상

    아르헨티나 경제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등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시에 따르면 페소화 환율은 3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5.6% 급등한 달러당 42페소까지 치솟았다. 이에 당황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한 3억 3000만 달러(약 3665억 원)를 내다풀고 나서야 환율 상승세가 겨우 진정됐다. 페소화 환율은 전날보다 13.12% 오른 달러당 39.25페소로 거래를 마쳤지만 페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번주 들어서만 페소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10억 달러가 넘는 보유 외환을 내다팔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전날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가운데 우선 지원하기로 한 150억 달러에 더해 나머지 금액을 조기에 집행해달라는 아르헨티나의 요청을 수용한 것도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날 정책금리를 기존 45%에서 60%로 인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환율 상황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로 페소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금리를 줘서라도 자본 유출을 막고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폴 그리어 피델리티 신흥시장 대출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경착륙에 따른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적자를 크게 줄여야 하지만 보조금 삭감 등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자총연맹(CGT)을 비롯한 다른 노조들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 조치에 저항하기 위해 오는 9월 말 24시간 또는 36시간 총파업을 촉구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앞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7%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2.7%, 내년 1.3%로 축소하기로 약속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성난 민심 달래려… 푸틴, 연금개혁안 완화

    성난 민심 달래려… 푸틴, 연금개혁안 완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중의 분노를 촉발한 연금 개혁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푸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한 대국민 담화에서 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타협책을 발표해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성의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기대 수명은 66세, 여성은 70세다. 푸틴 대통령은 개정안에 명시한 여성의 정년을 63세에서 60세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여성의 연금 수급 연령을 8년 인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러시아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는 특별하고 조심스럽다. 우리는 여성들이 직장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가사, 가족 배려, 자녀 부양 등의 짐을 지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결론은 분명하다. 근로 가능한 연령대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연금 지불 부담은 커진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안에 우리는 엄청나게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율 폭락, 전방위적 시위, 연금 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이 푸틴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80%대에 머물렀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달 64%까지 추락했다. 러시아 전역에서는 최근 몇주 동안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CNN은 “남성에 대한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개정안을 손질하자는 푸틴의 제안이 얼마나 큰 지지를 받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북미협상 판 깨질라… ‘한미훈련 재개’ 하루 만에 뒤집은 트럼프

    전날 매티스 “재개 가능성” 발언 봉합 동맹국 판단 흐리고 외교적 결례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카드’를 뒤집으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성격에 대북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한국 등 동맹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으로부터의 성명’이라고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고 훈훈한 관계라고 믿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 한·미 연합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큰 파문을 몰고 왔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매티스 장관도 이날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또는 재개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전날 자신의 발언에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의 미래에 새로운 의구심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한·미 군사훈련 재개 카드가 자칫 북·미 협상의 ‘판’ 자체를 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트위터에서 중국의 대북 원조를 비판하며 “마음먹으면 한국 및 일본과 즉시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은 작전 의도를 숨기고 협상력을 키울 수 있지만, 적뿐 아니라 아군까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백악관 참모들이나 관련 정부 담당자들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돌출행동을 ‘위험한 내기’에 비유하며 ‘승산’이 낮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북한과의 협상,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 ‘거친 내기’들은 대부분 백악관 참모와 상당수 공화당 지도부의 조언을 거슬러 이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외교력을 동네 시장의 상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북아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북핵 해결에 일관성도, 외교 협상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미측의 대응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트럼프 특유의 거래 기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뒤집고 뒤집히는 대북정책이 치밀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대북정책의 혼선이라기보다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 파장을 계기로 대북 강온 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각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또다시 군사적 카드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김 위원장을 달래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文정부 2기 개각] “공교육 소신”vs“정무적 판단”… 김상곤發 혼란 수습할까

    [文정부 2기 개각] “공교육 소신”vs“정무적 판단”… 김상곤發 혼란 수습할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소신 발언 정치인 출신… 개혁보다는 안정 무게 아들 병역면제 판정, 청문회 논란될 듯재선 현직인 유은혜(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교육계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공교육 강화 등에 대한 소신은 인정할 만하지만, 김상곤 부총리가 대입 개편 등 정책 추진의 혼란 탓에 사실상 경질된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이 난맥상을 수습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유은혜 후보자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직자부터 시작한 정치인이다. 학사·석사 학위는 동양철학과 공공정책학 전공으로 받았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교육부 장관 14명 가운데 대학 교수 등 교육 전문가 출신이 아닌 인물은 김진표·황우여 전 장관 정도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유 후보자를 두고 “전문성 면에서 터무니없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그는 19·20대 국회에서 약 6년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으로 교육 분야를 맡았다. 교육 관계 법령 개정안 등을 70여개 대표발의하는 등 의정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그의 소신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진보 교육단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공교육정상화법’(초·중·고교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을 추진할 때 오히려 여당 의원들이 여론을 의식해 저항했는데 야당 소속인 유 의원은 법 제정에 힘을 실어 줬다”고 말했다.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때도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교육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곧잘 올랐다. 문제는 상황이다. 진보 교육단체들은 “장관이 된 유 후보자가 소신 행보를 이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확대·절대평가 도입 등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던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에 대한 교육계 불만은 치솟은 상태다. 보수는 물론 진보 교육단체들이 ‘진보 교육의 아이콘’이었던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을 정도다. 진보단체들은 김 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의 압력에 밀려 교육 개혁 과제를 포기했다고 보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추진 등이 정권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유 후보자는 교육 문제를 정무적으로 풀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유 후보자가 ‘진보 교육계 달래기’에 나서면서도 혼란스러운 현장 분위기를 감안해 적극적 교육 개혁보다는 안정을 염두에 둔 교육 정책 마련에 힘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 청문회라는 큰 산이 남아 있지만 통과를 낙관하는 시선이 많다. 장관으로 지명된 현직 의원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는 2005년 장관 인사 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아들인 장모(21)씨가 2016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면제에 해당하는 5급 판정을 받은 건 청문회 때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면서 “안정된 교육 개혁을 위해 당면 현안은 물론 긴 호흡이 필요한 교육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저 앞의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초지가 평강고원이랍니다. 아직은 닿을 수 없는 북한 땅이지요. 시선을 가까이에 두면 초록빛 철원평야가 다가섭니다. 눈앞의 풍경 중 어디까지가 남한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북한 땅일까요. 철책에서 쉬어 가는 잠자리는, 쩌렁쩌렁 울어 대는 매미는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요. 강원 철원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미답의 땅, 북한을 그려 보게 합니다. 녹색길이 특별한 것은 지뢰구역 철조망 옆을 걷다가 북녘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보다는 생각이, 달뜬 걸음보다는 차분한 사색이 어울리는 길이지요. 북녘을 향한 그리움을 부려 놓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은 걸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철원은 한국전쟁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는 땅이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평화전망대나 제2땅굴 같은 안보 관광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해발 362m의 작은 산은 남한 땅과 북한 땅을 가득 품는다. 소이산은 한국전쟁 후 60여년 동안 민간인통제구역이었다. 2010년에 통제구역에서 해제된 뒤에도 지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전쟁의 폭격에 황폐해진 산은 스스로를 치유했고,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은 원시림 같은 울창함을 되찾았다. 그러던 2012년, 철원군과 육군부대가 힘을 합쳐 4.8㎞ 길이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을 열었다. 길 끝에서 바라보는 북녘 땅은 자연스레 통일의 꿈을 꾸게 한다. 숲길이 주는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녹진한 풀 향을 맡고 묵은 낙엽을 밟으며 자연이 낸 길을 따른다. 시간에 맞춰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대개의 안보관광지와 달리, 이곳에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고 바라보고 싶은 만큼 바라볼 수 있다.●전쟁이 남긴 구멍 난 상처 노동당사 철원이 1946년에는 북한 관할구역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노동당사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이 조선노동당 당사로 쓴 건물이다. 늦여름 햇덩이가 내리쬐는 낮에도 건물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신축 당시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한 리(里) 당 쌀 200가마씩 거두었다는 이야기, 기밀 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외에는 건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공산주의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 혹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전쟁 중 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지금은 네 면의 벽체와 군데군데 골조만 남아 있다. 건물 뒤는 앞보다 훨씬 처참하다. 외벽이 거의 무너져 내려 기다란 파이프가 건물을 지탱하는 상태다. 벽에는 깊게 팬 탄알 자국이 무수하다. 손 한 뼘 되는 간격으로 총알의 흔적이 이어진다. 밤중에 노동당사 주변을 지나는 군인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곳에 총을 난사했기 때문이란다. 부서지고 구멍이 뻥뻥 뚫린 건물은 남과 북의 서글픈 현실을 말해 준다. 신청 후 단체로 움직이는 철원의 다른 안보관광지와 달리, 노동당사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있어 특별한 절차 없이도 갈 수 있다. 노동당사 맞은편에 소이산이 보인다.●철조망 따라 핀 ‘지뢰꽃’… 소이산 생태숲 아래부터 위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산수국이 핀 땅, 철조망, 지뢰라고 쓰인 삼각형 표지판, 철조망 안팎을 오가는 잠자리, 새파란 하늘. 숲길 옆으로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진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첫 번째 구간은 1.3㎞ 길이의 지뢰꽃길이다. 지뢰와 꽃이라니 얼마나 상반되는 조합인가. 철원 출신의 시인이 쓴 시 ‘지뢰꽃’에서 이름을 따왔단다. ‘지뢰 지대로 출입을 절대 금함.’ 철조망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렇다. 철조망 안은 아직 지뢰 지대다. 지뢰가 있다 한들 뿌리 내리고 잎을 틔우려는 자연의 생명력을 막을 순 없다. 도심 가로수처럼 때 되면 모양을 가다듬어 주지 않는 데도 철조망 안 수풀은 제 알아서 자라 푸르기만 하다. 어떤 나무는 가로로 누워 자라다가 철조망에 막혀 가지 뻗을 곳을 잃었다. ‘지뢰꽃’의 한 구절이 스쳐 간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산수국, 벌개미취, 하늘말나리, 노루오줌, 맥문동…. 소담한 꽃들이 철조망 따라 피어나 스산한 마음을 달래 준다.●철원평야 뒤 백마고지까지 파노라마 뷰 두 번째 구간인 생태숲길이 시작되면 철조망이 걷혀 시야가 트인다. 너른 들판에 농촌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지뢰밭을 일궈 세운 대마리 마을이다. 1968년 민간인통제선 북쪽의 농지를 개간한다는 계획에 따라 반공정신이 투철한 제대 군인과 지역 주민들 15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뤘다. 농지를 개간하다가 지뢰가 폭발해 팔다리를 잃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마을에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 40분 정도 좁다란 숲길을 오르면 마지막 구간인 봉수대 오름길이 나온다. 온통 아스팔트 도로다. 산에 웬 아스팔트 길인가 싶겠지만 이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군 작전로로 닦아 놓은 길이다. 소이산은 최근까지 군사적 요지였다. 철원평야를 비롯해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형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봉수대 오름길은 산으로 따지면 깔딱 고개다. 걷는 맛이 적은 아스팔트 길인 데다가 경사가 가팔라 숨이 가쁘다. 고진감래.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묵묵히 걸어 전망대에 오르면 선물 같은 풍경이 기다린다. 너른 철원평야 뒤로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유리판에 지명이 적혀 있어 눈앞의 풍경과 지명을 하나하나 맞춰 볼 수 있다. 낮은 언덕 세 개가 삼자매봉, 삼자매봉 뒤의 봉우리가 백마고지, 저긴 김일성고지, 저 아득한 초원이 평강고원…. 열흘 동안 열두 번의 전투를 하며 심한 포격을 받은 탓에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졌다는 백마고지는 여전히 허옇다. 사람에게나 자연에나 전쟁의 상흔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광활한 평강고원 너머 북한의 산 능선이 흐릿흐릿하게 이어진다. 예쁜 꽃도 아니고 눈부신 일몰도 아니지만 그리운 땅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픈 풍경이다. 소이산에 다녀간 이들의 메시지가 전망대 앞 밧줄에 묶여 바람에 나부낀다. “동생과 제가 싸우지 않도록 평화를 주세요.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세요.” 한 아이에게는 동생과 싸우지 않는 것이 평화다. 한 국가에는 갈라진 두 땅이 하나가 되는 것이 평화다. ‘평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읊조리게 되는 곳,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돌아보게 되는 곳, 이곳은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다.●시간과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송대소’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출발지인 노동당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송대소가 있다. 30m 높이 현무암이 수직 절벽을 이루고 절벽을 휘감는 물줄기가 깊은 소(沼)를 이룬 곳이다. 절벽은 다각형 기둥으로 뒤덮여 있다.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며 수직 틈이 생겼고, 풍화작용이 일어나며 여러 모습으로 갈라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송대소 주상절리다. 송대소는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저마다의 감흥이 있다. 멀리서는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과 S자로 돌아 나가는 한탄강이 한눈에 담긴다. 절벽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법한 풍광이다. 가까이서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계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걸으면 주상절리의 기이한 모양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4~8각형의 다각형 기둥이 있는가 하면 널빤지처럼 넓적한 판도 있다. 수십만년의 시간과 비바람이라는 자연이 빚은 합작품이다. 내비게이션에 ‘송대소’를 치면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송대소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모닝캄빌리지 펜션 옆 나무데크다. 모닝캄빌리지 정원 한편에 나무 계단이 있는데, 시야가 탁 트여 송대소와 S자로 흐르는 한탄강을 훑을 수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신평화로를 거쳐 평화로와 연신로를 지난다. 신평화로로 가다 소요산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평화로를 따라 25㎞가량 직진한다. 신서교차로에서 ‘철원, 도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연신로를 따라간다. 노동당사삼거리에서 ‘관인, 철원읍사무소’ 방면으로 우회전해 금강산로에 다다르면 노동당사다. →맛집:철원은 유독 매운탕 집이 많다. 물살이 거센 한탄강에서 난 민물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다. 고석정 입구에 있는 임꺽정가든(455-8779) 역시 민물매운탕을 잘한다. 고석정과 한탄강 등 철원의 명소와도 가깝다. 삼정콩마을두부집(455-9284)은 두부전골, 두부청국장 등 각종 두부 요리를 한다. 가게에서 국내산 콩을 직접 삶고 갈아 속이 편안하다. →잘 곳:한탄리버스파호텔(455-1234)은 고석정, 삼부연폭포 등 철원의 대표 관광지와 가깝다. 게르마늄 온천 사우나와 실내 온천 풀장이 있어 물놀이를 하기에 좋다. 백마고지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학마루 철원펜션(010-6711-0818)은 한탄강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다.
  • 우는 남동생 본 ‘만 1세 누나’의 훈훈한 리액션

    우는 남동생 본 ‘만 1세 누나’의 훈훈한 리액션

    중국의 두 자녀 정책’ 시행 이후 둘째를 갖는 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 살 된 큰딸이 잠에서 깬 남동생을 달래는 훈훈한 모습이 화제다. 소후닷컴은 30일 쉐(薛) 씨의 생후 1년 6개월 된 딸과 몇 달 전에 태어난 아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얼마 전 쉐 씨는 남매를 나란히 침대에 누이고 낮잠을 재운 뒤 잠시 자리를 떴다. 잠시 뒤 먼저 잠에서 깬 남동생이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남동생의 울음소리에 잠이 깬 첫째 딸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남동생 곁으로 다가갔다. 누나는 몸을 굽혀 남동생의 얼굴에 뽀뽀하고, 손으로 남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평소 엄마가 남동생을 어르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남동생은 누나의 따뜻한 보살핌에 보답이라도 하듯 울음을 멈췄다. 남동생이 울음을 멈추고, 기분이 좋아진 것을 본 누나는 다시 한번 몸을 숙여 남동생의 얼굴에 뽀뽀했다. 잠시 우유병을 가지러 갔다가 이 모습을 바라본 엄마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둘째가 갖고 싶어진다”, “우리 딸은 남동생이 울면 때린다, “아기가 아기의 심정을 아는 법”이라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사진=소후닷컴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작품 37편… 주로 1960~70년대 배경 새 후속 드라마 ‘차달래 부인…’ 방영22년간 KBS의 평일 아침을 책임져온 TV소설이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추억을 보듬으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지만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옛 동네처럼 쓸쓸한 퇴장이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KBS2 새 아침드라마 ‘차달래 부인의 사랑’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31일 종영하는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후속으로 다음달 3일부터 전파를 탈 드라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TV소설이 막을 내리고 본연의 아침 드라마가 돌아왔다”며 “아침 시간대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드라마 제작발표회인 만큼 TV소설에 대한 언급은 더는 없었다. 22년 역사의 TV소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슴 아픈 근대사 속 인물 군상들의 가슴 뜨거운 삶을 선보여왔다’고 한 줄 언급하는 것으로 종영을 알렸다.TV소설은 1996년 3월 KBS1에서 시작됐다. 첫 TV소설 ‘은하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삼남매가 꿋꿋하게 현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렸다. 2009년 제작비 문제로 2년간 방송을 중단했다가 2011년 ‘복희 누나’로 KBS2에서 부활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방영된 작품은 37편에 이른다. 일일드라마인 만큼 호흡이 길다. 대부분 120부작을 넘긴다. 현재 방영 중인 ‘파도야 파도야’는 143부작이다. 긴 호흡의 전개로 소설이 주는 유장한 느낌을 내고 여러 등장인물의 삶을 구석구석 조명한다. 예전에는 문학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해설자의 내레이션을 넣기도 했다. 작품 대부분은 1960~70년대를 배경 삼았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고려한 결과다. 옛 골목을 재현한 드라마세트장과 등장인물들의 복장 등이 그 시절을 겪어낸 시청자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인터넷·모바일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정 시청자가 많아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예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파도야 파도야’는 늘 8~9%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TV소설을 거쳐 간 스타도 여럿이다. ‘그대는 별’(2004년)에서 데뷔 이후 첫 주연을 맡았던 한혜진이 대표적이다. 오창석도 ‘사랑아 사랑아’(2012년)를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강이 되어 만나리’(2006년)의 이필모, ‘그래도 푸른 날에’(2014년)의 송하윤 등도 TV소설을 거쳤다.소재 고갈에 따른 비판을 받거나, ‘막장’ 요소가 가미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중장년층을 평온하게 끌어들이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태의연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르신들이 즐길 거리가 또 하나 없어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TV문학관이 없어지는 등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TV소설은) 공영방송이기에 갖고 있어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기는 중국] 열차 남의 자리 앉았다가 ‘공공의 적’ 된 남성

    중국에서 한 남성이 열차 좌석을 두고 다른 탑승객과 말다툼을 벌였다가 모든 신상이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공개적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 전국에 사과까지 해야 했다. 24일 베이징 유스 데일리에 따르면, 싸움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사과정 중인 학생 선씨는 지난 21일 산둥성 지난과 베이징 노선의 고속열차에서 한 여성과 언쟁을 벌였다. 선씨가 여성이 예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언쟁의 발단이었다. 여성의 말대로 선씨는 반쯤 비어있는 열차에 무작위로 자리를 잡고 잠이 든 상태였다. 여성은 선씨를 깨워 자리를 옮겨달라고 청했지만 곧 싸움으로 번졌다. 특히나 선씨는 장애인 행세까지 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두 사람이 싸우는 이 영상은 곧 온라인에 공개됐고 그가 보인 비아냥거림과 황당한 태도는 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네티즌들은 선씨의 신분증과 이름을 밝혀내 온라인에 공유했으며,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로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있음을 알게 된 선씨는 “휴대전화에 설치한 온라인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내 번호를 온라인에 공유해 그 계정으로 접속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열차 내 좌석이 절반 정도 비어 있었고, 자리를 바꾸자는 제안을 여성이 거절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열차 직원들이 싸움을 말리러왔을 때 보인 내 태도가 불량했음은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선씨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지난 22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도덕을 위반해 여성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으며,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90도로 인사하며 전국에 사죄했다. 그러나 선씨의 행동은 중국의 유명 사회신용 제도에 저촉되어 공식적인 윤리 위반 행위 기록으로 남게 됐다. 또한 그는 200위안(약 3만 3000원)의 벌금을 물었고, 일정 기간 동안 고속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반면 선씨에게 자리를 빼앗긴 여성은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을 배정받았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폭염으로 지친 심신 북돋우는 충남 먹거리 축제 잇따라

    폭염으로 지친 심신 북돋우는 충남 먹거리 축제 잇따라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북돋우는 먹거리 축제가 충남에서 잇따라 열린다. 수도권에서 멀지않은 것도 장점이다. 25일 충남 홍성군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서부면 남당항에서 ‘남당항 대하축제’가 벌어진다. 축제는 어선 30척이 남당항 바다를 돌면서 벌이는 퍼레이드가 장관이다. 20~30분 간 배를 운항하면서 풍어를 기원하는 것이다. 대하는 생새우, 소금구이, 튀김 등으로 먹을 수 있다. 김용태(57) 축제추진위원장은 “대하는 9월 들어 씨알이 굵어진다”고 말했다. 품바 및 연예인 공연 등도 있지만 대하잡기 등 체험행사가 인기 있다. 토·일요일에는 대하잡기 외에 말이 수레를 끌면서 갯벌을 거닐거나 달리는 승마체험도 있다. 4~6명이 3만원을 주고 함께 수레를 타면 된다. 낚시를 즐기는 관광객은 낚시체험도 할 수 있다. 대하 값은 포장 3만 5000원, 현장 요리 4만 5000원을 균일하게 받는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올해 축제 때는 남당항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죽도까지 오가는 유람선을 운항한다. 요금은 왕복 1만원을 받을 계획”이라며 “축제가 끝나도 대하는 계속 먹을 수 있고, 오는 11월 4일까지 꽃게 등 남당항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수산물을 판매하며 축제 때 했던 이벤트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달 1일부터 16일까지 서천군 서면 홍원항에서는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축제’가 펼쳐진다. 전어는 ‘바다의 깨소금’으로 불리는 가을철 별미다. 회와 무침과 구이로 많이 먹는다. 이상원(62) 축제추진위원장은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놔 전어가 많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가을철 꽃게는 수게가 좋다. 살이 통통하다. 탕으로도 먹지만 쪄 먹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축제는 보물찾기를 통한 특산품 증정 등으로 꾸며진다. 서천은 소곡주, 모시젓갈, 김 등이 유명하다. 이 위원장은 “전어의 경우 회와 구이는 3만원, 무침은 3만 5000원으로 정했기 때문에 무턱대고 바가지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구입하지 않고 뜨내기 상인한테 속아 중국산 꽃게 등을 사는 것이 문제”라고 귀띔했다. 충남에서는 또 다음달 7~9일 열리는 ‘청양 고추·구기자축제’도 볼 만하다. 전국 아마추어색소폰 경연대회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김장철 필수품인 고추와 고춧가루를 일찌감치 사두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품질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나 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류화영 심경고백 “엘제이(LJ) 데이트 폭력+집착+경찰 출동까지”

    류화영 심경고백 “엘제이(LJ) 데이트 폭력+집착+경찰 출동까지”

    그룹 티아라 출신 배우 류화영이 방송인 엘제이(LJ)의 사생활 공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24일 류화영(26)이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통해 엘제이(42·이주연)와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날 “엘제이와 알고 지낸 지는 약 1년이 됐다. 정말 잘해줬다. 나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는 답변에 친한 여동생 정도로 대한다고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두 달 전쯤 고백을 받았다. 1년 동안 보여준 행동이 진심으로 느껴져 겉모습이 아닌 오로지 마음만 보고 호감을 갖고 서로 관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숨겨왔던 폭력성과 지나친 집착으로 연인까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주일 만에 지인으로 남기로 하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류화영은 “(엘제이를) 달래보고 좋은 관계로 지내려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식음을 전폐하거나 자살 협박을 했다. 끝내 ‘기자들에게 전화해서 기사화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쌍둥이 언니인 효영이 엘제이를 달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엘제이는 이후 집에 침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끌려다니기 싫어 8월 22일 새벽 단호하게 말했지만 여전히 폭력성을 보였다. 강제로 휴대폰을 압수했고 가택침입까지 해 나는 소리지르며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람들이 모여들어 경찰이 출동했고, (엘제이를) 말려서 돌려보냈다. 다음 날 바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엘제이가 소속사 매니저들에 자료가 더 있다며 ‘화영이와 내가 2년 동안 열애한 걸로 발표하면 그만하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고 전했다. 류화영은 엘제이가 공개한 수영복 사진과 관련 “찍은 줄 몰랐기에 충격적이었다. 이걸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인 사이에 사진을 찍는 건 서로 지켜주자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몰래 사진을 찍고 기사화하는 걸 보며 사람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한편 엘제이는 23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류화영과 함께 있는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엘제이는 “류화영과 2년 동안 열애했고, 전날 싸웠다”고 주장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낙제점’ 지방대 뿔났다…“수도권과 일률적용 불공정”

    재정지원 뚝 끊겨…대부분 이의신청 계획 “폐교 불안” 재학생·지역민 달래기 안간힘 조선대 총장·보직 교수 “책임 통감”사퇴 교육부가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 명단인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결과를 23일 발표하자 각 지역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6월 발표된 진단평가 1단계 잠정결과에 대해 반발했던 학교들은 2단계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오자 공식적인 대응 준비에 나섰다. 이의신청 기한인 오는 28일까지 적지 않은 대학이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학들은 수년째 계속되는 학생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 지방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부정·비리 제재가 적용되면서 정원감축이 권고되는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수원대는 이날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대 관계자는 “부정·비리에 대한 교육부 처분에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평가는 부당하다”면서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이번 진단평가 결과 재정지원제한대학Ⅱ 유형에 포함된 한 대학 관계자도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면서 “교수가 포함된 학교 운영진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Ⅱ에 포함된 대학은 정원 감축과 함께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고 신·편입생들도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사실상 국가로부터 모든 재정지원이 끊겨 학생수가 급격히 줄 수밖에 없다. 이번 평가 결과 정원감축이 권고된 구조조정 대상 대학 116곳 중 지방대가 73곳으로 62.9%에 달한다. 재정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에 포함된 대학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이번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한 조선대는 학생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원이 감축되고 정부 지원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은 그대로 받을 수 있으니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입장자료를 냈다. 이원복 덕성여대·정연주 건양대 총장은 지난 6월 1단계 잠정결과 이후 이미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덕성여대와 건양대 모두 잠정결과에 이어 이번 2단계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대학의 장점과 약점을 다시 한 번 파악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제주 관광객 4만여명 발 묶여

    제주 관광객 4만여명 발 묶여

    제19호 태풍 ‘솔릭’이 강타한 23일 제주에서는 실종·부상자가 발생하고 수천 가구가 정전되는가 하면 방파제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김포, 제주, 광주 등 전국 대부분의 공항에서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서해 모든 뱃길도 이틀째 끊겼다.제주에서는 한라산 윗세오름에 746㎜의 폭우가 쏟아졌고 한라산 진달래밭에서는 이날 오전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62m를 기록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또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용 시설물 91t이 높은 파도에 유실됐다. 제주시 오라동 제주복합체육관은 강풍으로 지붕 일부가 뜯겨 나갔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는 1982년 도로변에 심어진 야자수 가로수 50여 그루가 강풍을 견디지 못해 부러지는 등 제주 곳곳에서 전봇대가 꺾어지거나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전날부터 총 567편의 여객기가 결항해 출발편 기준 4만 50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다른 지역 공항도 태풍 영향권을 받게 돼 결항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김포에서는 291편의 국내선 여객기 운항이 취소됐고, 인천에서는 오후 7시 기준 19편의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했다. 김해 25편, 광주 12편, 청주 11편 등 지방 공항에서도 347편(국내 223, 국제 24)의 운항을 취소했다. 목포, 완도, 통영 등 전국 97개 항로에서 165척의 여객선도 통제됐다. 유람선 등 유·도선은 26개 항로에서 37척의 발이 묶였다. 지리산, 한려해상 등 전국 21개 국립공원 605개 탐방로도 입산이 전면 금지됐고, 제주 한라산은 올레길 전 구간이 통제됐다. 솔릭이 북상하면서 자치단체들은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태풍 진로를 주시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강타한 태풍 솔릭 북상… 피해 속출 우려 (영상)

    제주 강타한 태풍 솔릭 북상… 피해 속출 우려 (영상)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강타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2일 오후 7시 19분쯤 서귀포시 소정방폭포에서 20대 여성 A씨가 파도에 휩쓸렸다. 일행이던 B씨는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A씨는 실종된 상태다. 해경은 소방대원과 경찰 등 18명을 동원, 수색을 벌이고 있으나 태풍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 실종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경은 이들이 폭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계단으로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솔릭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이틀째 중단 중인 항공길은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대순간풍속이 한라산 진달래밭 초속 62m에 이어 제주시 27.4m, 마라도 33.8m, 고산 3.13m 등이 몰아치면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제주에서는 위미항 방파제 보강시설물 90여t이 유실됐고, 안덕면 사계리, 대정읍 상모리 등 8곳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041가구가 정전을 겪었으며, 이 중 2519가구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바닷길과 곳곳의 도로 모두 점점 통제되고 있다.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바닷길 7개 항로는 이틀째 운항이 중단 중이며, 국립공원은 무등산과 지리산 등 16개 공원 419개 탐방로 출입이 통제됐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정오 기준으로 서귀포 서쪽 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4㎞ 속도로 북상 중이다. 오후 1시 현재 전라도와 경남, 제주도, 충청도에는 태풍 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제주도와 전남 해안에는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솔릭’은 이후 속도를 높여 이날 오후 6시쯤 전남 목포 서남서쪽 80㎞ 부근 해상을 거쳐 자정을 지나 전북 군산 인근으로 상륙한 뒤 24일 오전 6시쯤 군산 북동쪽 60㎞ 부근 육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후 청주, 강릉 부근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보령 상륙한 태풍 ‘솔릭’ 속도 느려져…내일 새벽 ‘초긴장’

    보령 상륙한 태풍 ‘솔릭’ 속도 느려져…내일 새벽 ‘초긴장’

    제19호 태풍 ‘솔릭’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서울 부근을 통과하는 예상 시점이 24일 새벽에서 아침 시간대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직장인의 출근과 학생의 등굣길 대란이 우려된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서귀포 서쪽 90㎞ 부근 해상을 통과해 시속 16㎞의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강한 중형급 태풍인 ‘솔릭’의 강풍 반경은 340㎞이고, 중심기압은 960hPa(헥토파스칼)이다. 한반도에는 이날 자정을 조금 지난 시점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상륙 예상 지역은 충남 보령 인근이다. 서울에 가장 가까이 오는 시점은 24일 오전 7시쯤으로, 서울 남동쪽 60㎞ 부근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만 해도 ‘솔릭’은 오전 4시쯤 서울 동남동쪽 20㎞ 부근 육상을 지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솔릭’이 북서진에서 북동진으로 전향하는 시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동 속도가 느려져 서울에 가까이 오는 시간도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솔릭’은 24일 오후 동해로 빠져나가 25일 오후 6시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상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은 2012년 9월 ‘산바’ 이후 약 6년 만이다. ‘솔릭’의 이동 속도가 느려 10시간 넘게 내륙을 강타할 것으로 보여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제주와 전남,전북,경남,부산,광주 등에는 태풍 특보가 발효돼 있다.이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예비 태풍 특보가 발표된 상태다.현재 태풍 영향 반경 내에서 가장 바람이 센 곳의 풍속은 초속 39m(시속 140㎞)에 달한다. 이는 주행 중인 트럭이 전복될 수 있고 바다가 물거품과 물보라로 가득 차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밤사이 순간 최대 풍속 기록은 한라산 진달래밭 초속 62.0m,서귀포 지귀도 초속 38.6m,서귀포 마라도 초속 36.4m,고산 초속 33.9m,제주공항 초속 33.1m,제주 초속 30.7m,진도 서거차도 초속 30.4m,신안 하태도 초속 29.1m다. 24일까지 육상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0∼40m(시속 108∼144㎞),해안과 산지에는 초속 50m(시속 180㎞)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매우 많은 비가 예상된다”며 “산사태와 축대 붕괴,토사 유출,침수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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