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달동네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 총재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 인재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 서열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
    2026-01-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8
  • [전시] 인천 개항기 마을 ‘화수·화평동’ 특별전

    [전시] 인천 개항기 마을 ‘화수·화평동’ 특별전

    인천시립박물관이 18일 부터 10월 15일 까지 특별전 ‘피고 지고, 그리고 ... 화수·화평동’을 연다. 16일 시 박물관에 따르면 이번 특별전은 재개발을 앞둔 인천 원도심인 화수동과 화평동을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동구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과 공동기획 했다. 근대 개항기 일제 경공업 중공업 공장 지대우리 힘으로 경인공업지대 인천 산업의 기틀 화수·화평동은 근대 개항기부터 형성된 마을이다. 일제의 경공업 공장과 중공업 공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광복 후에는 우리 힘으로 공장을 다시 가동해 경인공업지대로 이어진 인천 산업의 기틀이 되었던 곳이다. 화수·화평동은 이들 공장지대 배후 주거마을이었고 수 많은 노동자들이 개항기부터 산업화 시기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동네였다. 과거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살며 고된 노동 속에서 삶의 터전이 되어준 곳이었고 사람 냄새 나는 북적거렸던 모습을 간직한 동네다. 재개발로 작은 집 골목 기억 속으로사라져 가는 과거 풍경 전시로 엮어 현재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9년 시공사가 선정됐다. 머지않아 작은 집과 골목을 간직한 정겨운 이 동네는 기억으로만 남겨야 한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사라져가는 과거의 기록을 찾아 그곳에 살았던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와 화수·화평동의 풍경을 전시로 엮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양진채 소설가의 글로 전시를 풀어내 동네 속 삶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손장원 인천시립박물관장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옛 동네를 탐방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들의 동네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 특별시 달동네 창신·숭인 일대 2000가구 새 달 뜬다

    특별시 달동네 창신·숭인 일대 2000가구 새 달 뜬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 그대로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오세훈 서울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1호 지역이었던 서울 종로구 창신동이 인근 숭인동과 함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안을 확정하고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다. 오 시장은 5일 신통기획안을 확정 지은 창신동23 일대를 찾아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정문헌 종로구청장도 동행했다. 한 주민은 오 시장을 만나 “이 지역 개발이 늦어지면서 젊은이들이 들어오질 않는다. (거주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2년 동안 취학통지서도 나오지 않았다”며 개발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을 통해 새로 들어서는 2000가구 중 360여가구는 원주민들과 어려운 분들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면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혼합하는 소셜믹스로 지어지면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비판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지역 일대에는 약 890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이 중 600여가구가 세입자인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많은 원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사가 급한 구릉지역에 노후된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창신동은 개발에 부침을 거듭해 왔다. 2007년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박 전 시장이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기존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오 시장이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뒤 2021년 12월 충인동과 함께 ‘오세훈표 재개발 사업’인 신통기획 1차 공모에 선정됐다. 확정된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창신동23·숭인동56 일대는 구릉지 특화 도심주거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10만 5000㎡ 부지에 2000가구 규모 단지가 지어지고 이 중 약 15%(360가구 내외)가 공공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는 최대 표고차(높낮이)가 70m에 이르는 급경사 지역이 주를 이루는 만큼 수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입체보행로를 조성해 인근 지하철역과의 보행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수직동선도 다양하게 마련해 이동 편의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창신역 일대는 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해 공공시설과 도로변 상가를 조성, 주민들의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는 정비계획입안 절차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창신·숭인동 정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시는 2021년 9월 첫 도입 이후 지금까지의 성과도 발표했다. 도입 후 2년간 44개 구역에서 총 6만여가구가 신통기획을 확정했다. 현재 38곳에서도 추가 신통기획을 추진 중이다.
  • 너에게 물들다, 무지개 품은 달동네

    너에게 물들다, 무지개 품은 달동네

    아야소피아 등 튀르키예 이스탄불 구시가가 외국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곳이라면 발라트는 현지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종교와 지역을 불문하고 ‘인증샷’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 된 듯하다. 발라트는 이스탄불의 후미진 달동네에서 신데렐라처럼 변신한 예술촌이다. 작고 예쁜 건물들이 다닥다닥 잇닿아 있다. 예쁜 카페와 공방 등이 들어서면서 이제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발라트의 형성 과정 역시 여느 달동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화에 밀린 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혹은 불편한 생활 환경에 진저리가 난 중산층이 떠난 공백을 가난한 이들이 메우면서 형성됐다.●비잔틴 흔적 스민 ‘언덕 위 빨간 집’ 청년, 가난한 예술가들도 하나둘 깃들었다. 집세가 비싼 이스탄불 중심가에 견줘 발라트는 상대적으로 집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과정을 보면 이런 곳일수록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을 피해 가지 못하던데, 발라트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발라트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건물 외벽이 알록달록하다. 그리고 폭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호빗 하우스’를 자처하는 집도 있다. 이웃 창문틀에 빨랫줄을 연결해 함께 쓰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렇게 오밀조밀하니 아마 빨랫줄 세울 공간도 부족했을 터다.발라트는 그리스어로 ‘궁전’이란 뜻이라고 한다. 실제 비잔틴제국이 지배하던 6세기경에 그리스 궁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이 마을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지는 언덕 위 빨간 집 역시 그리스계의 고등학교다. ●집집마다 형형색색… ‘눈맛’ 도네 건물은 대부분 폭이 좁고 ‘벽간소음’이 우려될 정도로 바짝 붙어 있다. 건물 2, 3층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마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확장하려다 보니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건물 외벽이 알록달록해진 것도 사실 집집마다 값싼 페인트를 구해 칠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러다 마을이 명성을 얻으면서 이제 ‘형형색색’은 마을의 모토가 되다시피 했다.발라트 전체가 사진을 위한 스튜디오나 다름없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그림’이 된다. 그중 ‘우산 카페’와 알록달록한 계단길이 ‘핫플’이다. 계단길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현지 가이드조차 계단길에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현지에선 ‘레인보 스테어스’(무지개 계단)란 이름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우산 카페는 무지개 계단과 맞붙었다. 입구 위쪽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걸어 놓아 우산 카페로 불린다.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음료를 주문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인심도 박해졌다. 마을엔 고양이가 많다. 곳곳에 고양이 사료와 물을 담은 그릇이 놓여 있다. 사실 튀르키예 어디나 고양이가 많은 편이다. 이는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가 고양이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일화 때문이지 싶다.●또 다른 인증샷 성지 ‘카몬도 계단’ 발라트 외에도 카라쾨이 쪽의 ‘카몬도 계단’, 베식타시 거리의 독수리 동상 등이 SNS ‘핫플’로 꼽힌다. 카몬도 계단은 갈라타 타워로 가는 언덕을 오르기 위해 만든 계단이다. 조형미가 빼어나 현지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계단은 19세기 후반 튀르키예의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던 유대인 가문에서 후원해 조성됐다. 카몬도는 유대인 가문의 성을 딴 것이다. 뱅크 스트리트(Bankalar Caddesi)를 찾아가면 된다. ■여행수첩 -대부분의 식당에서 음식 주문은 QR코드로 받는다. -이스탄불 카드는 50리라(약 3500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50리라씩 충전해서 쓰면 편리하다. 페리를 3회 승선할 수 있을 정도의 액수다.-튀르키예 문화관광부가 이스탄불 미식 기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맛집 몇 곳을 추천했다. 신시가지의 베식타시 거리는 길거리 음식으로 ‘핫’한 곳이다. 근처에 어시장과 대학, 지역 축구팀 팬클럽 모임 장소(독수리상) 등이 있어 저렴한 맛집들이 많다. 코코레츠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일종의 내장 구이다. 바삭한 빵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koko-rich’가 소문난 맛집이다. 어시장 바로 앞 ‘kizilkayalar’는 현지식 햄버거, 선착장 앞 ‘merkan’은 홍합밥으로 각각 유명하다. AKM 안의 ‘Divan Brasserie Fuaye’ 레스토랑과 이집션 바자르 안의 ‘pandeli’ 레스토랑은 정찬을 즐길 만한 곳이다. 전자는 새롭게 해석한, 후자는 전통에 가까운 튀르키예식 정찬을 각각 맛볼 수 있다. ‘Barnathan Roof’에선 갈라타 타워, 보스포루스 대교 등을 보며 식사할 수 있다.
  • “살아야해”…학교서 총격전 대피 훈련하는 베네수엘라 초등생들 [여기는 남미]

    “살아야해”…학교서 총격전 대피 훈련하는 베네수엘라 초등생들 [여기는 남미]

    “학생들이 총격전에 익숙해 장총과 권총의 소리를 구분할 정도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마누엘 아기레 초등학교에서 대피훈련을 지도하던 교사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라카스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범죄가 다발하는 달동네 페타레와 가까운 이 학교에선 정기적으로 총격전 대피훈련을 한다. 학교 주변이나 학교에서 총격전이 발생할 경우 학생들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다. 실제상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몇몇 학생들이 총소리를 내듯 종을 치자 학생들은 있는 곳에서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그리고는 안전지역으로 표시된 곳을 향해 포복을 하듯 이동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이동하는 학생, 대피하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이동하는 학생 등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학생들은 모두 진지해 보였다. 불과 며칠 전 학교는 주변에선 총격전이 발생해 수업을 중단한 바 있다. 비록 훈련이었지만 언제든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학생들은 목숨을 걸고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졸업반인 학생 브레일리스 브레인덴바치는 “이곳은 매우 위험한 곳”이라며 “가끔은 학교에 오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비정부기구 폭력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페타레에선 인구 10만 명당 80명꼴로 피살자가 발생했다. 베네수엘라의 전국 평균인 10만 명당 35.3명보다 살인사건발생률은 배 이상 높았다. 페타레에 있는 또 다른 학교 헤수스 마에스로.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함께 있는 이곳에선 원생들과 학생들이 매일 수녀의 인도로 기도를 드린다. 수녀가 “우리가 원하는 게 뭐죠?”라고 묻자 원생과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평화”라고 답한다. 학교가 있는 이 지역에선 2개의 범죄단체가 영역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총격전도 불사하는 범죄단체 간 전쟁이 벌어지면 일대 주민들은 공포에 떤다. 원생과 학생은 약 700명에 달하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등원ㆍ등교하는 어린이는 기껏해야 200명 정도다. 수녀는 “두려움에 떨다 사직한 교사도 이미 여럿”이라며 “마치 서부시대의 학교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교내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 금호·신당동 노후주택가, 262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

    금호·신당동 노후주택가, 262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

    금호21, 녹지축 갖춘 1220가구 건립신당10구역엔 최고 35층 1400가구 서울 성동구 금호동 달동네와 중구 신당동 노후주택가가 각각 1000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된다. 서울시는 20일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등 특별분과(수권) 소위원회를 열고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금호21구역 재개발 구역 정비계획안과 신당10구역 정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구역 내 대지의 높이 차가 54m에 이르는 달동네인 금호동1가 1 일대는 대부분 도로가 비탈길과 계단으로 이뤄져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이 구역은 2020년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된 이후 2021년 5월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적용받아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금호21구역은 이번 정비계획안 통과로 7만 5500㎡ 부지에 최고 20층, 122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등고선을 따라 북측 아파트 단지와 금남시장을 연결하는 십자형 보행 녹지축이 만들어지고, 저층부는 대지 단차를 따라 마당을 공유하는 작은 마을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당10구역은 동대문 상권 배후 주거지로 2006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해 2015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그러다 2021년 신통기획에 지정돼 다시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6만 4000㎡ 규모의 신당10구역에는 최고 35층 14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성곽, 광희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한 전시시설·박물관 및 역사공원(6100㎡)도 만든다. 이번 도시계획위에서는 동대문구 전농동 103-236 일대인 전농9구역의 정비계획 결정안도 조건부 가결됐다. 이곳에는 최고 35층 1159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 [씨줄날줄] 구룡마을/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룡마을/박현갑 논설위원

    판자촌은 산업화의 유물이다.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형성된 빈민촌이다. 판자는 조악한 목재 가공품으로 단열재가 아니다 보니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취약하다. 쉽게 부식돼 화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판자촌이 산비탈에 들어서면서 ‘달동네’라는 용어도 나왔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당국이 대대적인 무허가 건물 정비에 나섰고 도심에 있던 판자촌은 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남아 있는 가장 규모가 큰 무허가 판자촌으로 부지 규모만 26만 4500㎡(약 8만평)에 이른다. 설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불이 나 개발 방식을 두고 주목받은 곳이다. 최근 서울시가 이곳을 아파트촌으로 바꿀 모양이다. 2011년부터 주거환경 정비에 나섰지만 부지 활용 방안과 보상 방식 등을 두고 토지주 등과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조만간 공고를 내고 토지보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 규모를 당초 계획한 2800여 가구에서 3600여 가구로 늘리고 건물의 최고 높이도 35층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시는 2020년 6월에 임대 1107가구, 분양 1731가구 등 2838가구와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을 짓는 사업계획을 고시한 바 있다. 최종 사업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개발되면 주거단지로서 가치가 치솟을 전망이다. 앞으로는 양재대로가 있고 대모산과 구룡산을 좌우로 끼고 있어 주거지로는 최적이다. 난제가 적지 않다. 토지 보상 문제로 토지주와의 실랑이가 예상된다. 토지주들은 맞은편 개포동 아파트 단지 수준의 땅값을 기준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SH공사는 감정평가에 따른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교통체증과 조망권을 둘러싼 민원도 예상된다. 지금은 마지막 남은 강남 개발지로 부동산 투기꾼과 브로커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자연녹지보전지역이기도 하다. 시에서 개발을 주도하되 자연환경 보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날것 그대로의 폭력… 131분, 불편함과 마주하다[영화 리뷰]

    날것 그대로의 폭력… 131분, 불편함과 마주하다[영화 리뷰]

    경기도 좋지 않고 궂긴 일도 많은 해이지만 크리스마스캐럴은 여느 때처럼 들려오기 시작한 이즈음. 이렇게 사람을 옥죌 수도 있겠구나 절감하게 만드는 또 다른 캐럴이 찾아왔다. 7일 개봉하는 영화 ‘크리스마스캐럴’(김성수 감독)이다. 모두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것 같은 성탄 아침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거칠게만 살아가는 주일우는 용의자들을 쫓아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동생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렸던 목소리들이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갔던 것. 동생을 성심껏 돌보던 상담교사 조순우(김영민)와 누구보다 형제를 잘 아는 손환(김동휘)의 도움을 얻어 일우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있는 집’ 자식 문자훈(송건희)과 원생들에게 무자비한 권력으로 군림하는 한 선생(허동원)에 맞서 동생 죽음의 진실과 함께 추악한 그들의 이면을 들춰낸다. 외모는 닮았지만 성격과 살아온 과정이 완전 다른 일우와 월우를 1인2역으로 소화한 박진영의 연기가 놀랍다. 흰자위를 잔뜩 드러내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일우의 반항끼 가득한 눈초리는 오래 잔영이 남았다. 천진난만한 발달장애인 월우 연기도 뛰어났다. 연기력이라면 정평 난 김영민이 선의 뒤에 가려진 악의를 천연덕스럽게 드러내는데 박진영의 연기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육두문자가 남발하고, 감독의 말마따나 “날것의 폭력”을 드러내 관람하는 131분 내내 불편해졌다. 액션물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수 감독은 “일부러 보는 분들 불편하시라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년원 목욕탕 장면도 그간 표현했던 액션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 아무런 대체 수단과 방법이 없는 이들의 절망적인 폭력을 표현하려 치중했다”고 덧붙였다. 상당히 긴 분량인데 실제로 이 장면을 보다 못해 시사회장을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감독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부르는 사회구조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의도였다”면서 “제작비를 충분히 투자받기 어려운 소재라 빠듯한 여건에서 찍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원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많이 가다듬어 순화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장면, 달동네 불빛들이 모두 꺼지면 교회 십자가들만 남는 것이 적잖이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이 모든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고통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 월우의 캐럴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를 통해 저릿하게 전해진다.
  • ‘크리스마스 캐럴’에 폭력이 깃들어 있다면 마냥 불편하실까?

    ‘크리스마스 캐럴’에 폭력이 깃들어 있다면 마냥 불편하실까?

    워낙 경기도 좋지 않고 궂긴 일도 많아 여느 해처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이즈음이다. 그런데 캐럴이 이렇게 사람을 옥죌 수도 있겠구나 절감하게 만드는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김성수 감독)이 7일 들려온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것 같은 성탄 아침, 쌍둥이동생 주월우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자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이어가는 주일우는 용의자들을 좇아 소년원을 제 발로 들어간다. 동생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렸던 목소리들이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갔던 것. 동생을 성심껏 돌보던 상담교사 조순우(김영민)와 형제와 가해자들을 잇는 손환(김동휘)의 도움을 얻어 일우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있는 집’ 자식 문지훈(송건희)과 원생들에게 무자비한 권력으로 군림하는 한 선생(허동원)에 맞서 동생 죽음의 진실과 함께 가려져 있던 추악한 진실을 들추게 된다. 소름끼칠 정도로 외모는 닮았지만 성격과 살아온 과정이 완전 다른 일우와 월우를 일인이역으로 소화한 박진영의 연기가 놀랍다. 아이돌 그룹 출신 남자 배우가 이렇게 빼어난 연기를 선보인 전례가 있었나 싶었다. 흰자위를 잔뜩 드러내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일우의 반항끼 가득한 눈초리는 상영관을 떠난 한참 뒤에도 잔상이 가시지 않았다. 천진난만한 발달장애인 월우 연기도 뛰어났다. 연기력이라면 정평 난 김영민이 선의 뒤에 가려진 악의를 천연덕스럽게 드러내는데 박진영의 연기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육두문자가 남발하고, 감독의 말마따나 “날것의 폭력”을 드러내 관람하는 131분 내내 불편해졌다. 액션물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수 감독은 “일부러 보는 분들 불편하시라고 만든 영화다. 막바지 소년원 목욕탕 장면도 기존의 제 영화들이 표현했던 액션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아무런 대체 수단과 방법이 없는 이들의 절망적인 폭력을 표현하려 치중했다”고 설명했다. 상당히 긴 분량인데 실제로 이 장면을 보다 못해 시사회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김성수 감독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폭력을 부르는 사회구조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연출 의도였다”면서 “제작비를 충분히 투자 받기 어려운 소재라 빠듯한 여건에서 찍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원규 작가의 소설이 원작으로 영화는 많이 ‘사포질’을 해 순화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장면, 달동네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면 교회 십자가들만 남는 것이 상당히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이 모든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고통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 월우의 캐럴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눈이 내린다”를 통해 저릿하게 전해진다.
  • 신동원 서울시의원, ‘백사마을 재개발 주민 간담회’ 개최

    신동원 서울시의원, ‘백사마을 재개발 주민 간담회’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신동원 시의원(국민의힘, 노원구 제1선거구)은 지난 1일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와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은 서울시 내 마지막 달동네로 개발제한구역 해제 후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지 12년이 지난 2021년 3월 사업시행계획인사 고시를 통해 재개발정비사업이 시작됐다. 시행자는 SH공사이며 ‘주거지보전사업’을 도입해 공동주택용지와 주거지보전지역을 나눠서 분양주택 1,953세대와 임대주택 484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지난 4월 주거지보전지역 매각이 1,7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임에 따라 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 절차로 행정안전부 타당성 심사 및 중앙투자심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5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SH공사는 11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 분양주택단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들의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행정안전부 심사 결과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심사 결과 발표 후 분양주택단지와 임대주택단지를 한 번에 분양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신동원 의원은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주택단지에 대해서만 조기 분양을 추진하는 것은 개발 방식에 대한 주민들 간의 의견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 의원은 “이번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에 대한 추가 분양을 허용해야 한다”고 서울시와 SH공사에 요구했다.
  • 김민희, 공황장애 딛고 가수로 컴백

    김민희, 공황장애 딛고 가수로 컴백

    ‘똑순이’로 잘 알려진 배우 김민희(50)가 가수로 3년 만에 컴백했다. 그는 과거 겪었던 공황장애 등의 아픔을 노래로 극복하고 앞으로도 가수로서의 왕성한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희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싱글 앨범 ‘좋아좋아’ 발표 쇼케이스를 열었다. 김민희는 이날 타이틀곡 ‘좋아 좋아’, ‘아야아야’, ‘비내리는 밤’ 3곡이 담긴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김민희는 1978년 MBC 탤런트로 데뷔해 1980년~1981년 KBS 2TV 드라마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으로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2018년 가수 ‘염홍’으로 나섰다. 김민희는 3년 만에 컴백한 이유에 대해 “3년 만에 긴 코로나 동안에 열심히 연습을 했다. 새로 계약한 대표님께서 너무 좋은 곡을 주셔서 신나게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또 김민희는 “내가 예전에 ‘똑순이 캐롤’을 낸 적이 있는데 많이들 기억해 주시더라. 내 목소리를 아직도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노래를 했다”고 했다. 앞서 김민희는 과거 예능에 출연해 연기 생활이 힘들었던 시절 공황장애·폐소공포증 등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드라마에 뽑히기 보다는 안 뽑혀서 집에서 대기하던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에 내가 끼가 있어서 노래를 했다. 공황장애라고 인지를 못한 상태에서 노래를 했는데 ‘복면가왕’에서 섭외가 왔을 때 박수를 쳐주시는 모습에 응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 김민희, 몰라보게 달라진 얼굴 “곧 만나요”

    김민희, 몰라보게 달라진 얼굴 “곧 만나요”

    배우 김민희가 컴백을 예고했다. 김민희는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숫자 ‘22.11.22’ 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 속 김민희는 망사가 포인트인 검은색 파시네이터와 장갑을 착용하고 빨강 드레스를 입은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이와 함께 “#김민희 #221122 #둘둘일일둘둘 #둘둘하나하나둘둘 이제 곧 만나요”라고 덧붙였다. 김민희는 1978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1981년 KBS 2TV에서 방영된 일일 드라마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으로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8년 가수 ‘염홍’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 어둠이 내리면, 후암시장엔 재즈가 흐른다

    어둠이 내리면, 후암시장엔 재즈가 흐른다

    ‘라라랜드’ 보고 결심한 김성 대표“돈 없어도 평생 음악 듣고 싶었다”국내외 실력파 뮤지션 매일 공연코로나에도 입소문 ‘재즈성지’로잇단 발걸음에 시장 매출도 늘어가을이 깊어지기 전 찾아온 늦더위에 유난히 해가 길었던 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남산 자락에 맞닿은 재래시장인 용산구 후암시장에서 낯선 리듬의 음악 소리가 새어 나왔다. 클래식의 ‘정박’은 분명히 아니었다. 알토 색소폰 멜로디를 받쳐 주는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은 꼭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를 거니는 흑인들의 자유로운 발걸음을 닮아 있었다. ‘스윙’이었다. 무의식 중에 ‘엇박’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며 음악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맸다. 신발가게, 과일가게, 방앗간 등을 지나 뒷골목을 파고들자 ‘사운드독’(Sound Dog) 간판이 나왔다. 주 7회 저녁 실력파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는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재래시장 속 ‘재즈바’다. 이날 리허설을 마친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폴 커비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지만 이곳처럼 전통시장 안에 재즈바가 들어선 경우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규모 30석의 이 작은 재즈바는 도심 속 재래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김성(64) 사운드독 대표가 2017년 3월 처음 영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장은 조용하고 평범했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 ‘달동네’인 후암동·동자동 인근 주민들이 주고객이었다. 당시 모든 재래시장이 그랬듯 인근의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상인들은 버티기에 급급했다. 하루 매출에 얽매여 사는 이들에게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는 전통시장 발전 방안 등은 공허한 소리였다. 재래시장은 전통적인 쇼핑 문화를 상징하는 레거시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5년 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를 거쳐 사운드독이 ‘재즈 성지’로 떠오르자 후암시장의 고객층은 MZ세대로, 전국구로 확장됐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시장을 찾는 젊은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재즈바에 오는 외부 손님들이 가게의 매출을 파격적으로 올려 주는 건 아니지만 전에 없던 활력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과 핫도그 등을 파는 김모씨는 “공연 시작 전 먹거리를 사서 들어가는 관객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열 손가락 중 한 곳에 반지를 꼈는데 손 전체가 예뻐 보이는 것처럼 음악으로 시장 전체가 빛나고 있다”고 전했다.국내 재즈 신에서 후발 주자에 속하는 사운드독이 코로나19를 거쳐 살아남은 것은 이례적이다. ‘비주류’인 재즈 뮤지션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기간은 캄캄한 사막과 같았다. 팬들의 발길이 끊기자 서울의 유명 재즈바들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했다. 다만 재래시장의 스윙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재즈덕후’인 김 대표의 의지와 탄탄한 단골층이 시장을 지켰다. 한 달에 두 번은 퇴근 후 사운드독을 찾는다는 직장인 신모(38)씨는 “재래시장이라는 가장 생생한 공간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 있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며 “이런 장면이 진짜 K재즈”라고 했다. 김 대표는 사실 거창한 계획이 없었다. 빠듯한 자본금을 아낄 요량으로 입지가 좋진 않지만 월세가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시장 뒷골목에 재즈바를 차린 것뿐이었다. 평생 의류 납품업을 하며 숨 가쁘게 살아온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었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들어온 어느 날 사랑하는 재즈 음악만 듣고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그날 밤 펑펑 울었다”면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30년간 재즈를 들으며 키운 안목으로 유튜브를 뒤져 색깔이 있는 뮤지션을 찾아내 접촉했다. 수익이 나면 뮤지션들의 주머니부터 챙겼다. 재즈에 미쳐 버린 그의 진정성에 거물급 뮤지션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그는 “현재 공연 대기 중인 팀만 70개”라고 했다. 사운드독이 ‘찐 재즈’를 들을 수 있는 성지로 거듭난 비결이다.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은 오후 9시 블루스가 흘러나왔다. 미 뉴욕의 버클리 음대를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천재 이수정(25)의 알토 색소폰 솔로가 끝나자 아주 잠시 관객의 숨소리가 멎었다. 삶의 치열함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재래시장 한복판에 애달픈 블루스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곳은 더이상 뉴올리언스를 닮고 싶은 여느 재즈바가 아니었다. 오직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이브가 넘쳐 흘렀다. K재래시장 속에 K재즈가 그렇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 ‘10억’ 판교 오피스텔 침수 대민지원에… “군인이 왜” vs “같은 재난” [넷만세]

    ‘10억’ 판교 오피스텔 침수 대민지원에… “군인이 왜” vs “같은 재난” [넷만세]

    최근 중부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큰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침수 피해 현장 복구에 군인들이 투입된 것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매매가 10억원을 호가하는 오피스텔에 대민 지원을 하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지만, 수해 피해 지원을 보유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둬선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더 높다. 네티즌들 사이의 논란은 21일 구독자 60만명의 자동차 리뷰 유튜버 모트라인이 최근 올린 영상에서 시작됐다. 판교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모트라인은 ‘○○○○○에 주차해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해당 오피스텔 지하 3층 주차장이 복구되고 있는 과정 등을 담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약 11분가량의 영상 중 20초 분량이 채 되지 않는 군인들의 대민 지원 장면에 꽂혔다. 모트라인은 영상에서 “너무 다행히 군인분들께서도 (대민 지원을) 나와 주셨다”며 군인들이 지하 주차장 진흙을 치우고 청소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모트라인은 또 군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거듭 전하면서 전기가 나간 지하 주차장에서 일하는 군인들을 위해 자신의 차량 조명으로 불을 밝혀주고 있는 상황도 전했다.그러나 ‘엠엘비파크’(엠팍)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영상의 일부 장면을 캡처한 내용이 ‘판교 ○○○○○ 이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글로 올라왔다. 엠팍 해당 글의 글쓴이는 “외제차가 즐비한 명품 브랜드 아파트에서 군인 불러와서 대민 지원 시키는 게 맞느냐”며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주택가 대민 지원이랑 비교해서 모양새가 별로긴 하다”는 공감 댓글도 있었지만 “세금도 훨씬 많이 내는 사람들인데 잘못된 게 있나”, “수재민을 수입으로 나누나” 등 반박 댓글이 더 많았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에서는 관련 글에 800개 넘는 댓글이 달릴 만큼 논쟁이 오갔다. 이 오피스텔에 군인들이 투입된 대민 지원이 부적절하다는 쪽의 펨코 이용자들은 “대민 지원도 납득이 가능한 정도여야지. 저기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관리사무소 직원도 있고, 고급아파트라 관리비로 용역사 불러다 치워도 될 텐데” 등 의견을 꺼냈다. 반면 보다 다수의 이용자들은 “판교 사는 주민은 지원도 못 받냐. 자기 부대 주변 대민 지원인 거지”, “같은 재난 상황에 부자 동네는 자기 돈 쓰고 치우라고 하네” 등 대민 지원은 빈부에 상관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그럼에도 일부 이용자들은 “대민 지원 자체가 이해 안 간다. 군인들 최저시급도 안 주고 부려 먹으면서 대민 지원까지?” 등 댓글을 달았다. 재산 수준에 따른 대민 지원 논쟁 이전에 군인이 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다른 이용자들은 “일본은 (재난 시) 자위대 보낸다”, “찾아보니 재해 발생 시 군대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있다” 등 댓글을 달며 반박을 이어갔다. ‘디시인사이드’(디씨)에서도 “군대 끌려간 노예들이 집 청소까지 해주네”, “차라리 달동네 빌라촌 침수지역을 도우라 하지” 등 비판적인 의견과 “부자는 불나도, 강도 들어도 소방관·경찰관 못 부르나”, “잘 사는 사람이 세금 내는데 이럴 때 덕 봐야지” 등 반박 의견이 맞섰다. 이 오피스텔을 ‘부잣집’으로 규정하고 대민 지원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일부 네티즌들의 판단에는 모트라인이 주차장의 침수 피해 외제차를 여러 대 보여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모트라인은 벤틀리 벤테이가, 벤츠 G바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2, 테슬라 모델Y 등 외제차와 제네시스 GV80 등이 침수당해 방치된 현장을 보여줬다. 이 오피스텔은 이날 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 매매의 경우 9억~13억원, 전세의 경우 6억~7억 부근에서 호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된다.지난 8일 시작된 폭우로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은 이 오피스텔은 현재까지도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물이 빠지기 이전에는 전기설비가 고장 나 건물 전체가 수일간 정전되고, 지하 3층 주차장은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 약 200대가 수몰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2주 동안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수재민 생활을 하면서 본업과 복구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입주민 A씨는 서울신문에 “아직도 수도가 안 나오고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라며 “며칠째 복구 작업을 하면서 손에 두드러기가 났다”고 피해 상황을 전했다. 모트라인도 “실제로 입주민분들이 밤낮없이 나와서 몸에 상처까지 나가면서 일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모트라인은 영상에서 오피스텔 시공사를 저격하면서 “‘7가지 브랜드 철학과 브랜드 기준’에 안전한 주차장을 만든다는 원칙은 들어가 있지 않은가 보다. 산 밑에 지으면서 주차장에 빗물 들어가는 거 대책도 안 세웠다. 설계 변경해오라고 시행사한테 얘기를 했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복구해 놓으라”고 촉구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뭐, 별거 없슈… 먹을 만해유[이우석의 미시(微視) 여행]

    뭐, 별거 없슈… 먹을 만해유[이우석의 미시(微視) 여행]

    7월, 이번엔 바다가 소개될 줄 알았겠지만 명백히 틀렸다. 반대도 정반대다. 대한민국 내륙의 중심도시 충북 청주 이야기다. 내륙 중에서도 내륙이다. 가까운 바다가 약 2시간 거리 보령시(대천과 무창포)일 정도로 멀다. 유감스럽게도 늘 ‘바다 결핍증’에 시달리는 서울과 수도권 여행자들이 청주에 붙인 별명이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다. 비슷한 위치의 대전시, 심지어 바다도 있는 울산시와 함께 날 선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편견과는 달리 청주에는 곳곳에 알찬 재미가 숨어 있다. “뭐 별거 없슈.” 충청도 특유의 정서를 닮은 양,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볼거리, 체험거리, 먹을거리가 빼곡하게 들어앉았다. ‘숨은 꿀잼’들이 절로 쏙쏙 나온다. “숨긴 누가 숨었다 그랴. 지들이 모른 거쥬.” 청주는 호서(湖西)의 중심도시다. 이때 호(湖)는 제천 의림지 또는 호강이라 불리던 금강을 뜻한다고 한다. 충청도(忠淸道)는 충주(忠州)와 청주(淸州)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충청남도는 이 두 고을의 명성에 비켜 있었다. “뭐가 많어유. 서울에 대면 쬐끄만 동네쥬.” 말은 이렇지만 지금도 충북도청 소재지이자 최대 도시다. 인구 85만여명의 대도시로 호서 제2대 도시로 꼽힌다. 광역시인 대전을 제외하면 충청도 최대 도시다. 시 인구가 도 전체 인구(약 160만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당연히 충북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도시이며 교육도시로도 명성이 드높다. 교통도 좋다. 철도와 도로가 사방을 연결한다. 경부와 중부고속도로가 뻗쳐 있으며 오송역에선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린다.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어 해외와도 연결된다. 서울, 수도권과도 가깝고 영남, 호남, 강원, 해외를 모두 가까이 둔 ‘이동의 최소공배수’다. 역사를 살펴보자. 이름도 잘 안 바꾼다. 백제의 상당현(上黨縣)과 신라의 서원소경이 지금도 그 이름 그대로(상당구, 서원구) 남아 있다. 청주로서 이름을 남긴 것은 1395년 조선이 건국되면서 명명한 청주목부터다. 청주는 2014년 청원군과 통합되면서 지금의 위상을 갖췄다. 통합 이후 면적은 서울의 1.5배 이상으로 넓어졌지만 인구밀도는 높아 여전히 복작거린다. 비수도권 일반 시 인구 2위, 실은 2010년 창원특례시의 마창진 통합 전까지 1위를 수성하고 있었다(조용한 청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주는 분지다. 도심과 신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서쪽엔 부모산이 있고 동쪽엔 우암산 등 온통 산악 지형이다. 중심엔 무심천이 관통하고 있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대청호까지 품어 산수가 모두 좋은 곳이다. 청주 시내에는 산단과 석교 등 육거리가 유독 많다. 심지어 칠거리(내덕)도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 패널에 그려진 낯선 별 모양의 지도에 당황하게 된다. 구도심은 옛 청주읍성 안에 있던 성안길. 유럽의 성안(burgh) 마을인 셈이다. “시내 가유” 하면 이곳이다. 대구 동성로처럼 쇼핑가와 음식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권이다. 청주에는 신시가지가 많다. 종합버스터미널이 위치한 가경동과 하복대 일대는 많은 이들이 오가는 떠오르는 상권이다. 율량동, 산남동, 동남지구 등의 상권이 있으며 일명 충대중문(충북대중문)은 젊은층이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헐 건 허고 살어유.” 청주에는 문화 관광 시설이 꽤 많다. 전국 지자체 중 인구 대비 미술관 수가 가장 많다. 박물관도 두 번째나 많다. 인구 10만명당 도서관 수도 3위에 이르는 교육문화 친화 도시다.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가 2년마다 열리고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이 청주 흥덕사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인구 구성 중 학생층이 많아 여느 도시보다 젊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한몫했다. 문화 관련 시설로 가장 돋보이는 곳은 문화제조창이다. 원래는 담배를 만들던 전매청의 국내 최대 연초제조창이었는데 지난 2004년 폐쇄된 이후 2019년 문화의 향기를 펄펄 피우는 문화제조창으로 바뀌었다. 시내 한복판에 약 8만 4000㎡(약 2만 6000평)의 거대한 건물이 청주 문화 관광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무기공장을 탈바꿈시킨 중국 베이징 다산쯔798, 화력발전소였던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철도역이었던 프랑스 파리 오르셰 미술관과도 견줄 만큼 외형이나 콘텐츠가 튼실하고 알차다.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높은 담배 굴뚝을 가운데 두고 3개 영역으로 나뉜 건물 중 공장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들어섰다. 1층은 세련된 분위기 속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 패션몰 등 상가가 있고 위로는 청주시청 문화 관련 부서와 미술관 측이 기획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현재 청주공예비엔날레 아카이브전 ‘20년 공예의 향연’을 비롯해 ‘불꽃, 봄꽃이 되어 다시 피어나리’, ‘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 등이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작품 수장고를 둘러볼 수 있는 수장형 미술관으로 더욱 의미 있다.미술관과 이어진 본관에는 도서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 등이 있다. 담뱃잎을 보관하던 동부창고 자리에는 문화 공연장, 문화 교육센터, 커뮤니티 플랫폼 등이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쉼터 역할을 한다. 맞은편에는 청주시 임시청사가 있는데 이곳도 좋다. 각 부서들과 청주시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입주기업, 북카페 등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문화제조창 인근에는 우암산이 있다. 피란민이 내려와 살던 산자락 ‘달동네’ 수암골은 명소로 거듭났다. 층층 언덕을 따라 좁은 골목을 헤집고 들어가면 작은 가정집들이 블록을 이루고 있다. 이곳 낡은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벽화와 메시지를 그려 넣었다. 벽화도 좋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주 시내 풍경이 압권이다. 그래서 전망대와 대형카페가 들어서며 핫플레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베이커리 카페인 ‘풀문’과 ‘오지’가 야경명소로 인기가 높다. 오지 카페는 270도 파노라마 전망이 펼쳐지는 야외 테라스도 갖춰 탁 트인 청주시내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혀 ‘오지’ 같은 느낌이 아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알려져 여지껏 순례객을 모으고 있는 ‘영광이네 분식’은 우동과 돈가스, 고로케 등을 잘하기로 소문났다. 시 외곽에는 상당산성과 대청호 주변 문의문화재단지, 청남대 등이 흩어져 있다. 상당산성은 충남 공주 공산성처럼 백제 토성으로 처음 지었다가 조선대에 석성으로 쌓아 올린 산성이다. 발음하기 상당히 어렵지만 고즈넉한 산성을 따라 녹음 속을 산책하기에 딱 좋다. 시내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선선한 아침저녁에 찾아 힐링하기 좋은 코스다.대청호 안에 잠겨 있는 문의면의 유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문의문화재단지도 돋보이는 곳이다. 문산관 등 고건축물 10여동과 장승, 연자방아, 성황당 등을 가져와 조성한 지도 벌써 25년. 이젠 어색하지 않고 고색창연한 작은 마을로서 흐르는 세월 속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얼마 전 민선 8기 김영환 충북지사가 취임식을 이곳에서 열 정도로 대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지정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도 꼽힐 정도다. 정부의 청와대 개방에 따른 청와대 관광이 최근 인기인데 ‘원조’까지 봐야 퍼즐이 맞춰진다. 대통령 전용별장이었다가 2003년 개방한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란 뜻이다. 대자연 속 조경까지 아름다워 인기가 높다. 대청호를 바라보는 풍경도 좋고 분수대가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도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메타세쿼이아 숲보다 더 유명한 곳이 바로 청주 시내와 오송을 잇는 가로수길. 국도 36번 길에 위치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푸른 이파리로 터널을 이루며 수㎞ 이상 짙은 녹색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길을 따라 청주를 방문한다면 청주시 컬러가 왜 녹색인지 금세 알 수 있다.“먹을 만해유.” 보통 충청도 양반 청주 사람들에게 뭔가 맛집을 물어보면 당최 맛있다는 게 없다. 삼겹살거리나 ‘짜글이’가 있잖으냐고 물으면 “뭐 딴 덴 없시유?” 하고 시니컬한 반응이 돌아온다. 여러 번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음식 맛에 대한 청주 사람들의 최고 극찬은 ‘먹을 만해유’다. ‘아주 맛있다’거나 ‘진짜 맛 좋다’고 말하진 않는다. 청주에서 ‘먹을 만한 것’만 소개해도 정말 끝이 없다. 우선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공식 인정한 ‘삼겹살거리’가 서문시장 변에 있다. 삼겹살을 파는 곳이야 전국 어디나 있지만 이렇게 한데 모여 있는 곳도 드물다. 특색이라고 하자면 간장에 적셔 굽는다는 점이 다르다. 이곳 삼겹살집들은 저마다 특제 간장 소스를 만들어 간장삼겹살을 판다. 청주는 예전부터 돼지고기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 영조 때 편찬된 여지도서에도 청주에서 해마다 돼지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겹살이 전국적 인기를 끌기도 전인 1960년대 이미 삼겹살을 ‘시오야키’(소금구이의 일본어 표현)로 구워 먹었다. 1970년대 초부터는 간장 소스에 담가 철판에 구워 먹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한다. 특히 대파를 채썰어 양념에 버무리는 ‘파조리개’가 이곳에서 처음 나왔다고 하니 ‘삼겹살의 원조’로 주장하는 데 무리가 없어 뵌다. “돼지 혀?” 돼지고기 요리로는 ‘짜글이’도 있는데 김치와 돼지고기, 감자 등을 자작하게 지져 먹는 음식이다. 청주 시내 곳곳에 짜글이 맛집이 있다. ‘빨간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냉동 앞다리살을 빨간 양념에 굽다가 볶아 먹는 청주식 돼지불고기다. 매운 양념이지만 기름기와 적절히 섞여 식사를 겸한 안줏거리로 딱이다. 이 외에도 돼지 한 마리에서 딱 한 덩어리 나온다는 울대(목갈비)와 특수부위를 넣고 끓여 낸 울대찌개도 있고, 짬뽕에도 해산물보다는 고기가 잔뜩 들어가니 역시 내륙(內肉)은 내륙(內陸)이다. 만두도 소문났다. 화교가 많이 사는 부산과 대구 등 타 도시와는 달리 중국식 만두가 아닌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만두로 유명하다. 그냥 매운맛이 아니라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소로 채운 만두를 곳곳에서 판다. 이 정도로 차별화된 맛이라면 ‘청주식 만두’라 불러도 될 듯하다. 노포에서 단일메뉴로 팔아 온 고추만둣국도 매콤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해장 걱정도 없다. ‘양평해장국’처럼 어디선가 들어본 듯 귀에 익은 전국구 명성의 남주동해장국이 청주에서 출발했고 현재도 영업 중이다. 소고기와 선지를 듬뿍 넣은 역시 매콤한 맛의 해장국이다. 매운맛이 싫다면 올갱이국(다슬기국)을 찾으면 된다. 우거지 배추와 다슬기를 된장 국물에 푹 끓여 낸 국 한 그릇이면 간밤의 숙취가 단번에 풀린다. 다슬기의 쌉쌀한 맛을 중화시키고 씹는 맛을 보강하기 위해 콩가루 반죽을 입혀 뚝배기에 한소끔 끓여 낸다. 서문시장 앞에 몇 집 모인 골목이 있다가 재개발로 한두 집씩 사라지고 있다. ‘먹을 만할’ 뿐 아니라 찾아 ‘가볼 만하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성수기, 바다에 인접한 휴가지에 갈라치면 이른바 ‘골드 시즌’ 물가 탓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내륙’ 청주만큼은 그로부터 그나마 자유롭다. 교통도 좋고 숙소도 많은 까닭이다. “갈 만혀유.” ‘노잼도시’ 청주여행은 이처럼 편견을 벗고 꿀잼을 찾아나서는 ‘선입견 지우기’로부터 시작한다. 어찌 괜찮쥬? 놀고먹기연구소장 ■ 여행수첩 간장삼겹살=서문시장 터주 격인 함지락은 삼겹살 골목을 지키고 있는 명소다. 구울 때 옅은 간장물을 끼얹어 두꺼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고 속살의 풍미를 돋운다. 곁들인 파조리개(파절이)도 즉석에서 무쳐 신선하다. 짬뽕=분평동 청풍루는 진정한 ‘고기짬뽕’ 맛집이다. 가늘게 썬 돼지고기가 수북이 들었다. 칼칼한 양념이라 느끼한 맛은 덜하다. 기름기와 매운맛을 선호하는 청주 토박이들은 군만두를 국물에 푹 적셔 먹는다. 와규=율량동 이화연가는 호주산 블랙앵거스 숙성 와규를 야키니쿠식으로 구워 먹는 집이다. 살짝 양념한 고기를 부위별로 차례로 익혀 먹는 방식이다. 모둠구이를 주문해도 우삼겹과 부채살, 채끝살 등 푸짐하게 준다. 빨간고기=봉룡불고기. 기사식당으로 출발한 고깃집. 처음부터 빨갛지는 않다. 고기를 굽다가 양념국물을 부어 익힌 후 물을 빼고 양념을 넣고 볶아 먹는다. 양을 다소 줄이고 저렴하게 파는 기사 메뉴가 따로 있다. 닭발=가경동 로얄닭발. 매콤하게 볶아 먹는 닭발이 주메뉴인 포차로 새벽까지 인기를 끄는 집. 두툼한 닭발을 철판 볶음 형식으로 볶아 먹는데 맵싸한 양념에 소주병이 끊이지 않는다. 올갱이국=서문동 상주집. 콩가루에 굴린 다슬기와 우거지 배추로 끓인 된장 베이스 ‘올갱이국’이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 안에 다슬기가 푸짐하게 들었다. 남주동해장국=칼칼한 양념에 존득한 선지와 소고기를 넣고 끓여 내는 해장국 노포다.
  • 드라마 ‘파친코’ 배경 순천드라마촬영장 인기몰이

    드라마 ‘파친코’ 배경 순천드라마촬영장 인기몰이

    “어? 드라마에 나온 다리 모습 그대로네. 사진 좀 찍고 가자.” 3일 오전 11시 순천시 조례동에 위치한 드라마촬영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촬영지를 보러 온 관광객들 모습이다. 광주에서 내려왔다는 김모(58)씨는 “추억의 영화 장소라는 소문을 듣고 왔다”며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길 잘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각광 받고 있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일본 이민자 일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일부 장면을 순천드라마촬영장의 등용문 다리 거리와 순천읍내 천변에서 촬영했다.순천드라마촬영장은 1960~1980년대 서울 변두리, 달동네, 순천읍내를 재현한 세트장이다. 그동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허삼관’, ‘제빵왕 김탁구’ 등 70여편의 영상 작품을 촬영한 인기 촬영지다. 올해에만 드라마 ‘내일’ 등 작품 2편의 주 배경지로 제작됐다. 최근까지도 촬영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대표적인 복고풍의 감성 여행지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살아있는 달동네와 옛날 교복 체험, 주전부리, 민속놀이, 소원지 체험, 고고장, 언약의 집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옛 추억이 묻어나는 6080 체험프로그램과 포토존이 즐비해 연인과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촬영지이자 관광지다”며 “노후화된 세트장을 정비하고 재미있는 추억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꾸준히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사유·명상하는 10만평 수목원… 관람객 80%가 수도권 20~30대[윤창수 기자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의 입장객만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3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사유원에서 하루 10만~20만원을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日 팔려가는 모과나무 안타까워 시작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 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물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물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의심 많은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 아직은 새가 깃들이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여섯 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의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놨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 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 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다불유시(多不有時·WC)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돼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 나가고 있다. ●수억원짜리 소나무 곳곳에 자태 뽐내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 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와 마주보고 있는 카페 몽몽마방의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에게도 나눠 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 낸 한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호텔 객실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놔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가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구조물을 와이(Y) 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 ●서대구 기차역 생겨 교통 더 편리해져 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의 일부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이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 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 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달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 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자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경북도는 도로 개설 등에 도움을 크게 줬다. 승 대표는 사유원을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 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을 통해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 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경북 군위군의 사유원(思惟園)은 인구 2만여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를 살리는 건축이다. 사유원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모인 건축테마파크이자 현대인을 위한 수도원이기도 하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한 기업가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만나 군위 산골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수목원이자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장소를 만들어냈다.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만 입장객을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세 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하루 10~20만원까지 사유원에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씨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아직은 의심많은 새가 깃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6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에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각각 다불유시(多不有時·WC)와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되어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나가고 있다.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를 마주 보며 있는 카페 몽몽마방에서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들에게도 나눠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내고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이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놓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들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긴 구조물을 와이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일부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은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도로 개설 등에 경북도의 도움이 컸다.승 대표는 사유원에 대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으로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그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동해 논골담길마을 산불로 초토화...늙은 어부들 “어찌 살아가나” 망연자실

    동해 논골담길마을 산불로 초토화...늙은 어부들 “어찌 살아가나” 망연자실

    “나이든 왕년의 어부들이 정을 나누며 살아오던 마을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됐으니 살아갈 길이 막막 합니다” 묵호등대와 논골담길로 유명세를 타던 강원 동해시 묵호동 일대 마을들이 강풍을 타고 날아든 산불로 초토화됐다. 6일 찾은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일대 마을은 불길에 타고 남은 무너진 벽돌와 숯덩이들만 앙상하게 남아 아수라장을 연상케했다. 불씨가 잦아들고 전쟁터같이 변한 마을에는 이날 아침부터 주민들이 수십년씩 살아온 불탄 집터를 찾아 망연자실 했다. 논골마을에서 40년을 살아온 최석재 할아버지(80)는 “어부일을 접고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는데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하고 정신없이 몸만 피했다”며 “다시 집을 찾으니 남아 있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해 먹먹하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묵호등대를 중심으로 바다쪽 언덕에 자리잡은 논골길, 덕장길, 게구석, 산재골 등 4곳 마을이 산불에 직격탄을 맞았다. 불길에 마을 집 26채가 숯으로 변했다. 대부분 70, 80대 옛 어부였던 어르신들이 모여사는 달동네같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산불이 덮친 때는 5일 오전 10시 20분쯤이다. 강풍을 타고 날아든 매케한 연기속에 포탄처럼 불씨들이 마을로 쏟아지며 마을들이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최 할아버지는 “당시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불씨는 30분 정도 정신 없이 마을로 떨어졌다”며 “낮시간이었지만 껌껌하고 매케한 연기속에 할머니하고 불길에 갇힌 마을을 어떻게 벗어났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할아버지 옆집 펜션도 묵호등대 주변에 있던 이웃 집들도 대부분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등대가 있는 고지대 마을이어서 바람에 날아 다니던 불씨를 고스란히 맞으며 피해가 컸다. 워낙 마을 집들이 오래돼, 사람이 사는 집 11동과 주인 없이 방치된 집 15채개 불에 탔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었지만 부상자 없이 대부분 대피했다. 인근 도째비골과 해안의 관광시설은 화마를 피했다. 묵호등대 마을에서 3㎞쯤 떨어진 대진마을에도 불길이 번져 6일 아침 진화됐다. 이날 산불은 강릉 옥계에서 시작돼 강한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처럼 날아 다녔다. 이기선 묵호동장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연기와 불길속에 일부 주민들은 그릇에 물을 받아 지붕에 뿌리고, 젊은 사람들은 주민들을 대비 시키느라 아비규환이었다”며 “이제 집을 잃고 갈곳 없는 주민들이 편하게 머물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굽이굽이 잠든 마을, 예술로 깨어나다

    굽이굽이 잠든 마을, 예술로 깨어나다

    옛 묵호항 뒤편 언덕마을 골목길묵호 정서 가득한 벽화가 빼곡히 반대편 묵호등대 아래 ‘도째비골’문어발 모양의 스카이밸리 유명트릭아트 그림은 인증샷 명소로 아찔한 스카이워크 ‘해랑 전망대’‘동쪽바다 중앙시장’·감추사는 덤복수초 가득한 ‘찬물내기 공원’도옛 묵호항 뒤에 있는 ‘논골담길’도 사이즈가 확 커졌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이웃해 들어섰고, 바다 위로 스카이워크 등의 시설도 조성됐다. 지난해 관광객 추이를 조사한 동해시 자료에 따르면 도째비골 등 신흥 명소에 관광객들이 몰린 반면 추암 등 전통적인 자연 경관을 찾는 관광객은 그만큼 빠졌다고 한다. 이제는 논골담길 일대가 강원 동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지위를 단단히 굳힌 듯하다.논골담길은 옛 묵호항 뒤편 언덕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일컫는다. 몇 해 전 몇몇 미술대 학생과 주민 등이 후줄근한 논골마을 골목길에 묵호의 정서가 듬뿍 담긴 벽화를 그렸는데 이게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마을 입주 예술가와 주민들에게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긴 했지만 어쨌든 이후 논골담길은 동해의 명소가 됐다. 벽화가 그려진 좁은 골목을 걷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이면 묵호 등대와 마주하게 된다. 여행객들은 이 짧은 순간에 많은 위로를 받곤 했다.논골마을 반대편 산자락, 그러니까 묵호등대 아래로도 또 다른 달동네가 있었다. 여기가 요즘 인기 절정의 도째비골이다. 도깨비불이 자주 출몰했다는 곳이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 보잘것없던 계곡에 지난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급경사의 계곡 가운데에 가슴 철렁한 고도감을 느낄 수 있는 문어발 모양의 전망대 스카이워크를 세웠다. 여기에 외줄 위의 곡예사처럼 자전거를 타고 계곡을 오가는 스카이 사이클, 27m 높이의 초대형 미끄럼틀인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의 놀이 시설이 연결됐다. 도째비골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경사로 바닥엔 트릭 아트 그림을 그려 넣었다. 방문객 누구든 인증샷을 남길 만큼 명소가 됐다. 도째비골 앞 방파제 너머엔 해랑 전망대가 있다. 바닥에 강화 유리를 깐 스카이워크다. 도째비골의 시설물은 죄다 유료지만 해랑 전망대는 무료다. 하늘 파란 날, 발아래 흰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넋 놓고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논골담길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면 맞은편 언덕 마을 묵호진동으로 가야 한다. 여기도 이미 갯마을 정서와는 사뭇 다른, 도회풍의 이질적인 건물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언덕 위의 덕장마다 명태를 내건다.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꾸덕꾸덕 마르는 명태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도째비골에서 어달리 방향 바닷가에 문어상이 세워져 있다. 왜구를 물리쳤다는 ‘호국 문어상’이다. 그 옆엔 거무튀튀한 까막바위가 있다. 서울 숭례문에서 정확히 동쪽 방향에 있다는 바위다. 관광객들은 무덤덤하게 다가가지만 현지 어민들은 까막바위에 문어의 영혼이 산다고 여겨 접근을 꺼린다고 한다. 논골담길에서 한 블록 너머에 ‘동쪽바다 중앙시장’이 있다. 명성 자자한 북평시장과 쌍벽을 이루는 전통시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묵호중앙시장이란 옛 이름을 쓰다 화려한 변신을 꿈꾸며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톡톡 튀는 맛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청년 업소들이 많았는데 조금씩 탄력을 잃어가는 듯해 아쉽다.감추해변은 동해가 감춰 둔 해변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올겨울 시즌 코로나 안심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이웃한 한섬, 고불개 등의 해변은 이미 유명해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지만 감추해변은 찾는 이들이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웅장한 해안 절벽과 작고 예쁜 해변, 시간과 파도가 조탁한 해식동굴 등의 볼거리가 있다. 해변 끝자락엔 감추사가 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작은 절집이다. 아, 겨울 끝자락에 동해를 찾는다면 찬물내기(냉천) 공원을 꼭 찾길 권한다. 복수초 군락지가 있는 작은 공원이다. 모진 겨울을 견뎌 내고 노란 꽃잎을 틔워 낸 복수초를 어느 지역보다 일찍 만날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선 다소 일렀고 해마다 그랬듯 2월 중순쯤이면 자태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감추해변 인근에 있다.
  • 떠밀려와 모였고, 떠밀리듯 떠난다

    떠밀려와 모였고, 떠밀리듯 떠난다

    “처음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도도 없어서 호롱불 켜고, 산에서 약수 길어다 생활했어요.” “8평 천막에서 시작해 나중에 무상 보급된 블록으로 집을 지어서 살았지요.”●강제 이주한 도시 빈민들의 보금자리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사마을은 그렇게 시작됐다. 1967년 용산, 청계천, 영등포, 안암동 등에서 살던 판자촌 도시 빈민들은 개발을 이유로 강제로 옮겨졌고 생존을 위해 모여 살았다. 마을로 시집온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금자(78)씨는 “신혼 첫날을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시누이들과 한방에서 시작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마을이 늘 힘든 곳만은 아니었다. 동네 어귀 삼거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들던 초기 정착민 정두진(64)씨는 백사마을의 전성기를 증언했다.1980년대 전후로 섬유제품 수출이 한창일 때 집집마다 요꼬(니트 편직) 기계를 들여와 가내공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을 입구에는 시장이 형성됐다. 술집, 당구장, 다방, 식당 등이 즐비했다. 마을 밖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로 아침저녁마다 거리는 붐볐다. 1967년부터 현대이발관을 운영해 온 터줏대감 이달수(80)씨는 “마을이 번성할 때는 이른 시간부터 이발 손님이 몰려오는 바람에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첫 끼니를 챙길 정도로 수익이 좋았다”면서 “지금은 타지로 이주한 옛 손님들만 가끔씩 들른다”고 넋두리했다.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아 ‘고독사 없는 마을’로 통했지만 해가 갈수록 빈집이 늘어나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수칙으로 인해 기부나 봉사활동은 더욱 줄어들었다. ‘평화의집’에서 급식 봉사를 하는 안정자(68)씨는 마을과 인연을 맺은 지 36년이 됐다. 집이 있는 강서구 등촌동에서 전철 세 번, 버스 한 번을 갈아타고 와야 하는 먼 곳이지만 주민들이 건네는 “오늘도 고생했네” 한마디에 힘든 줄 모르고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들이 마음에 상처로 남아서 마을이 사라지면 청소년 가장을 돕는 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코로나로 자원봉사자 발길도 뜸해져 마을은 지난 연말에 재개발 사업 시행을 확정했다. 대기업 건설사를 시행사로 지정하고, 공동주택 1953가구와 공공임대주택 484가구 등 총 2437가구를 조성하는 최종안을 가결했다. 600여 가구 중 현재 남아 있는 130여 가구는 올해 말까지 모두 이주할 예정이다. 시는 사라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를 위해 백사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거지 보전 사업과 원활한 공동체 지원, 주민의 재정착을 돕는 한편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이미 수집한 생활유물 1100여 점을 활용한 기록관도 세울 계획이다.●서울시, 재개발로 사라지는 주민 삶 기록 임인년 새해를 맞은 마을 입구에는 재개발 확정을 알리는 시행사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 너머로 길고양이는 하릴없이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노인은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올랐다. 퇴락한 집들의 허공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불고, 주인이 떠난 빈터엔 황폐함과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