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달걀
    2026-02-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219
  • [씨줄날줄] 양심 마취

    몇해 전 중남미 푸에르토리코에서 생긴 일이다. 생후 일곱달 된 여아의 젖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3∼4살 여아가 달거리를 하는 괴변이 일어났다.원인은 이들이 자주 먹은 미국 플로리다산 달걀이었다.더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닭에게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을 주사한 것이 이들에게 영향을미친 것이다.사람의 먹거리가 뭔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육되거나 보관·조리될 경우 언제 무슨 화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그 달걀이 수출·입 과정에서 소정의 검사를 거치지 않았을리 없는 일이고 보면 흔히말하는 ‘허용 기준치’라는 것이 얼마나 믿을 바 못 되는가를 말해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허용기준치’가 ‘무해’는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약으면서도 어리석어서 식품이 좀 더 오래 가게하기 위해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게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한다.식품에다 방부제를 넣는 일이 바로 그렇다.그런데 이번에는 물고기를 좀 더 오래 살아 있게 하기 위해 사람이 더 빨리 죽을지도 모르는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 진주 경찰서는 모 약품회사 대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그는 1998년 7월부터 수입산 마취제 아미노향산에틸을 지난해 말까지 서울과 경남 등 전국의 민물고기 수산업자,양어장 등에 113차례에 걸쳐 1,366㎏을 판매한 혐의다.문제의 약품은 치과 병원 등에서 국소마취 때나 쓰는 아주 독한 의약품이라는 것. 수산업자들은 물고기를 운송할 때 이 마취제를 사용했다고한다.고기들끼리 부딪혀 상처를 입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생선의 선도(鮮度)를 유지하는 데만신경을 썼지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1998년 7월부터 2년 넘게 서울 등 전국 일원에 공급했다니그 사이에 민물생선 한번쯤 먹은 사람은 마취제에 취한 고기를 먹은 셈이 아닌가.우리나라 침술이 일본보다 못하지 않은데 일본처럼 침으로 기절시키는 방법을 우리는 왜 안 쓰는지모르겠다.일일이 침을 놓는 것보다 무작위로 약을 풀어버리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비용도 절감되겠지만 그것이 사람의입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는가.결국은 물고기마취에 앞서 사람의 양심이 먼저 마취돼버린 탓이라고밖에볼 수 없다. ■김재성 논설위원jskim@
  • ‘자신감‘ 가두는 냄새…탈출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는 악취를 맡고 혹시 내게서도 입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한 적은 없습니까’ 누구나 “입냄새가 나면 어떡하나”하고 불안해 했던 경험이 한두번은 있었을 것이다. 또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냄새가 난다는 핀잔을 듣고 기분이상한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냄새가 풍길까봐 조심스러워했던기억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정성창 교수(구강진단과)는 “입냄새는 공기가 폐로부터 입밖으로 나오기까지의 통로인 폐,기관지,인후부,비강,구강뿐만 아니라 소화기 등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입냄새의 90%는 구강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냄새는 성인의 절반이상이 겪는 흔한 문제”라고덧붙였다. 경희의료원 치과병원 홍정표 교수(구강내과)는 “입냄새의종류는 먹은 음식이나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다양하다”면서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아세톤 냄새가 나기도 하고 요독증인 경우 소변과 유사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흡연량이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면서 “입냄새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이유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입냄새가 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구취를 풍기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이 직접 알려주거나 얼굴을 돌리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등 간접적인 행동을함으로써 눈치채게 된다. 전문가들은 입냄새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째 구강및 신체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병적인 것이다. 둘째 아침에 일어난 직후 또는 뱃속이 비었을 때,월경기간중일 때,특정 음식물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생리적 입냄새’이다. 셋째는 주관적 입냄새이다.다시말해 실제 입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자신의 입뿐만 아니라 코나 귀 등 신체표면에서 악취가 난다고 스스로 느끼는 경우이다. 입냄새는 잇몸질환,충치,설태(혀의 뒷부분에 들러붙는 이끼 모양의 침착물),침분비 감소,구강내 궤양 등 주로 구강내원인으로부터 발생하므로 치료는 무엇보다 구강위생을 청결하게 하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혀를 깨끗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혀를 청결히 하려면구토를 일으킬 수 있는 치솔보다 혀를 닦아내기에 적합하게고안된 ‘혀 세정기’가 바람직하다. 혀 세정기를 뒤쪽에서 앞쪽으로 3∼5회 쓸어내리는 방법으로 백태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구취를 발생하는 충치,잇몸질환,감염성 질환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없애야 한다. 식단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양파,마늘,파,고사리,달걀,무,겨자류,파래,고추냉이,아스파라거스,파슬리 등은 입냄새를 유발하는 식품이므로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단백,고지방식품들도 입냄새가 나게 하므로 필요량 이상 먹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저지방 음식을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침분비가 모자란다면 섬유질을 먹거나 무설탕껌을 씹는 등적절한 자극을 가하는 게 도움이 된다.침샘 기능에 이상이있다면 인공타액을 사용하면 된다. 구취의 원인이 소화기관 등 구강이 아니라면 관련 전문의의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유상덕기자 youni@. * 식사후 3분내에 꼭 칫솔질 해야. 식사후 반드시 3분이내에 치솔질을 하라. 당분이 입안에서 세균에 의해 젖산으로 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30초에서 3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치솔질은 윗니를 닦을 때는 ‘위에서 아래로’,아랫니는 ‘아래서 위로’ 향하게 한다.칫솔모를 잇몸에 댄 뒤 잇몸부터이 방향으로 회전시키며 닦아 내린다. 같은 부위를 10∼20번반복해서 닦는다. 앞니 안쪽은 칫솔을 세워 닦는다. 씹는 면은 칫솔을 앞뒤로 움직이며 닦는다. 치아 구석구석과 혀,볼 안쪽을 충분히 닦는 데 보통 3분 이상이 필요하다. 최고의 충치예방책인 치솔질은 하루 세끼 식사 직후에 하고간식후에도 하는 게 좋다. 과일이나 채소 등 치아를 청소해주는 기능이 있는 섬유질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당분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치아 표면에 불소를 바르거나 불소용액으로 양치해도 충치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김재승 울산의대, 서울중앙병원 치과 교수,백승호서울대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유상덕기자 youni@. *“치아상실 원인 80% 차지”. 충치는 입안에 있는 뮤탄스균이라는 세균이 밥 등 탄수화물이나 설탕 등을 분해해 먹어치울 때 생기는 산에 의해 치아가 녹는 과정을 말한다. 앞니가 썩는 경우에는 눈에 잘 띄이지만 어금니는 소홀하기쉽다. 고려대 안암병원 권종진 교수(치과)는 “충치는 까맣게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어금니를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홈과 구멍들이 많아서 이곳에 음식물이 끼이고 젖어있으면 충치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원인의 80% 쯤이 충치”라면서 “최근에는 잇몸병에 의한 치아상실도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충치가 깊지 않아 신경까지 도달하지 않았을 때는 충치 부위와 치료비 부담 따라 아말감,금,레진,도재(도자기 재료의일종)등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충치가 심해 신경조직까지 침범당한 경우는 신경조직 치료를 받은 뒤 금관(crown)을 씌워야 한다. 유상덕기자
  • 감기·독감 예방 및 증상완화법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각 병·의원 내과나소아과에 고열과 몸살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연세의대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손영모 교수(소아과) 등 전문가들은 “고열과 몸살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의 신호철 교수(가정의학과)는 “균의 배양등에 시간이 걸려 일반 감기인지 독감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나 요즘엔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급적 가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다. ●독감·감기 예방할수 있나?:결론적으로 감기는 예방할 수 없지만독감은 예방할 수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변화가 워낙 심해 약이 없다.‘감기환자의 경우 약을 먹으면 일주일,안먹으면 7일이면 낫는다’라는 말이있을 정도로 약의 복용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안정과 휴식이 최선이다. 반면 독감은 ‘홍콩 A형’ 처럼 특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으면 60∼80%까지 예방할 수 있다.지난해 10∼11월에 이미 독감 예방접종이 있었다.그러나 노약자나 어린이 등은 지금이라도 예방접종할 것을 의사들은 권한다.면역반응이 나타나기까지 2주가 걸리기 때문에 독감 감염율이 0.7%인 지금도 늦지 않았다. ▲독감·감기에 안걸리려면:독감은 ‘입에서 코로’ 전염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이다.독감에 걸린 사람이 재채기를 하거나,기침을 할때 튀어나온 침에 묻은 바이러스가 공기중에 떠다니다가 건강한 사람의 들숨에 따라 들어가면 감염된다.전염성이 강한 만큼 잠복기(감염된 후5∼7일)동안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감기는 ‘손에서 손으로’ 전염되는 접촉성 질환이다.한예로 감기환자가 만진 문고리를 정상인이 만진후 코속을 만진다든지 하면 감염된다.따라서 귀가후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독감·감기의 증상을 완화시키려면:우선 방안의 온도를 섭씨 21도로 유지하고,습도를 60%까지 높이는 것이 좋다.특히 적정 습도는 코점막과 기관지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실내 습도를 60%로 높이려면 가습기 한 대로는 어렵다.방안에 빨래를 널거나 분무기로 뿌려도좋다.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하루 200cc컵 7∼8잔 이상 마셔야 한다.고열일 때는 이보다 더 마신다. ▲비타민C가 과연 좋은가:비타민C의 항산화적 효과가 성인병·암 및감기 등에 좋다는 속설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드러나지 않아 과신할 수는 없다. 1일 권장량 50∼80㎎을 넘는 비타민C 과용으로 신장결석이나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 서울강북삼성병원 신호철교수· 경희의대 내과 강홍모 교수· 서울영동세브란스 손영모 교수]문소영기자 symun@■감기에 좋은 음식·요리법 감기는 피로,수면부족,영양부족 또는 편식을 했을 때 걸리기 쉽다. 감기에는 소화가 잘 되며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저항력을 키우려면 첫째 고기,생선,달걀,콩,유제품 등 단백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둘째 옥수수기름,콩기름,참기름,해바라기기름 등과 같은 식물성 기름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식물성 기름은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추위를 덜 느끼게 하고 비타민E 등이 풍부하다. 셋째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야채와 밀감·오렌지 등의 과일,부추·마늘·양파도 많이 먹어야 한다. 넷째 음식을 따뜻하게 먹는다.추운 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은 추위로 빼앗긴 열을 얻기 위해서다. 파,생강,마늘,고춧가루 등을 음식에 알맞게 첨가하면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더욱 좋다. 국과 찌개를 끓일 때 참기름을 넣으면 신체의 온도를 급상승케 한뒤 오랫동안 따뜻함을 유지케 해준다.또 잡맛을 없애주고 향을 보존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된장찌개,김치찌개, 생선찌개,냄비요리 등은 겨울철 감기예방 및 치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음식이다. 〈도움말 고려대 안암병원 김경주 영양과장〉 유상덕기자 youni@
  • 설 제수용품값 10년새 2배 껑충

    지난 10년간 설을 앞두고 조기 과일 등 제수용 품목은 약 두배가량값이 올랐다.이는 같은 기간의 소비자물가상승율 63.5%보다 상승속도가 1.6배쯤 빠른 것이다.특히 대표적인 제수용품인 조기값은 무려 세배이상 올라 가장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였다.이같은 사실은 12일 한국물가협회의 90∼2000년 가격자료를 토대로 제수용품의 가격변화를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조기 가격은 90년 9,000원(40㎝ 기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3만원(25㎝)으로 크기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 반면 가격은 3.3배 올라,제수용품 상승률을 휠씬 웃돌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연구원은 “공산품 생산과 농수산물 수입이늘어 물가 상승폭은 적었으나 제수용품은 국내산 선호경향과 세트상품 증가 등의 현상으로 전체 가격이 올랐다”면서 “조기는 어획량등에 따라 민감해 가격변동폭이 특히 컸다”고 분석했다. ◆제수용품 비용 10년만에 2배=설차례상 비용은 4인 기준으로 지난 90년 5만3,910원에서 지난해 11만2,700원으로 갑절이 늘었다. 제수용품은 나물류(도라지 고사리 숙주) 과일류(사과 배 곶감) 수산물(북어포 조기 명태) 육란류(쇠고기 닭고기 달걀) 견과류(밤 대추)기타(사탕 약과 등)로 모두 22종이다. 전체 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때는 91년.90년 대비 25%나 올랐다. 주원인은 과일값과 육란류의 폭등이다.과일은 날씨 탓에 생산량이 줄어 값이 2배 이상 뛰었다.쇠고기 등은 91년 부위별 판매자율화가 실시되면서 가격이 올랐고 닭고기와 달걀값 상승은 걸프전으로 유가가폭등하면서 양계장 연료비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두번째로 전체비용이 많이 증가한 때는 96년으로,전년대비 14.5%였다.남해안 기름유출 사고 등으로 조기어획량이 감소해 조기값이 95년에 비해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1만원이 올랐다.97년에는 정부가 조기비축량을 방출,전체비용이 5.6% 감소했다. 올해에는 전년에 비해 설차례상 비용이 3%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내산 참조기 대신 연근해산 조기가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제수용품 값은 날씨,국제정세,환경,의식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업체희비 교차=제수용품 구입처가 재래시장에서 대형유통업체로 이동하고 있다.90년대 중반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100개를 넘어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이는 쇼핑의 편리함도있지만 이들 업체가 제수용품을 세트화해 판매,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래시장은 울상을 짓고 대형할인매장은 올해 매출액을늘려잡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설대목의 매기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반면이마트 마케팅팀 안상도부장은 “지난해부터 할인점에서 제수용품을 찾는 사람이늘고 있다”면서 “올해는 특설매장을 확대 운영키로 했다”고 말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 과학상식 맞춰 술상차리기

    밤늦게 손님이 들이닥쳐 술상을 내놓아야 할 때 주부들은 안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보통 집에 있는 안주를 내놓지만 이럴 때 술종류에 따라 어울리는안주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맥주= 다른 술에 비해 알콜성분은 약하지만 한두잔으로 빨리 배가부르다.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마른 안주나 야채류를 선택한다.또 산성이므로 해초류와 같은 알칼리성 식품을 곁들이면 영양균형을 맞출수 있다.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골뱅이무침,양상추샐러드,토마토샐러드,달걀오색찜,돼지안심통구이,소시지 브로콜리 볶음,멸치튀김,오징어불고기,마른안주(주로 어포) 등이 있다. ◆양주=독한 술이므로 소화흡수가 잘되는 질좋은 단백질 음식을 준비한다.닭고기 치즈 깻잎말이 튀김,닭살냉채,멕시칸샐러드,새우·홍합이 들어간 해물꼬치구이나 석화치즈구이,가지구이,훈제연어샐러드 등은 위에 부담을 덜주며 치즈·육포·잣·호두 등 마른안주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와인=적포도주는 떫은 맛이 나지만 백포도주는담백한 맛이 특징이다.일반적으로 적포도주는 쇠고기 등 육류가 좋고 백포도주는 생선류와 많이 먹는다.그러나 집에 마땅한 안주가 없다면 백포도주는 야채나 생선전,빈대떡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적포도주는 굳이 비싼 쇠고기가 아니더라도 돼지불고기 삼겹살 등과도 잘어울린다. 강선임기자 sunnyk@
  • 아줌마들 “글발 오르네”

    ‘문청’으로 불리던 열혈 문학청년들은 점점 사라지는 대신 문학주부,즉 ‘글쓰는 아줌마’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학의 사회교육원이나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는 문학수련에 ‘용맹정진’하는 주부들로 만원이다.주부의 이같은 ‘문학열기’는 올해 각 언론사 신춘문예 당선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올해 신문사의 시·소설 부문 당선자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수년째 글쓰기를 다져온 주부들이 비로소 ‘달걀껍질’을 깨고세상으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문화센터에서 15년 동안 문학강좌를 해 온 인천시립대 오창익(66)교수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주부들은 결혼과 가정생활로 접었던 젊은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문장쓰기에 초보적자질을 갖춘 30·40대 주부들이 문화센터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부들은 인생 초년에 쌓인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표출하고 자신을 완성하는 자기회수의 방편으로 문학을 한다”고 말했다. ◆열혈 문학주부들=중학교 가정교사인 김향신씨(40)는 벌써 1년째 문화센터에서 수필특강을 듣고 있다.결혼 뒤 책을 읽거나 일기 쓸 시간도 없다가 아이들을 키우고난 뒤의 시간적 여유와 공허한 마음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김씨는 일단 시작하고 나니 “문학도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에피소드를 모은 수필집 ‘별난 기억이 주는 즐거움’을 펴낸 한정신씨(59)는 일단 글은 썼지만 책을 낼 방법이 없자 직접출판사 ‘한린’을 차렸다.1권의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읽은 한씨는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다니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직접 출판사를 차려 지금까지 2권의 책을 출판했다. ◆글쓰기 지도로 부수입도=2001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당히 당선된 박지현씨(47)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해 왔으며 현재는 문예창작대학원을 다니고 있다.6년 전부터 아이들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1달에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박씨에게 시는 ‘생활의 에너지’다. ◆독한 각오와 프로의식이 필요하다=최근 장편소설 ‘여자의 계절’을 펴낸 고은주씨(34)는“많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난 뒤 마땅히 할 일이 없고 원고지와 펜만 있으면 가능하므로 글쓰기에 쉽게도전한다”고 지적한다.국문과를 졸업한 고씨는 학교친구들이 문학상을 받고 책을 펴내는 자신을 부러워하면 “아직 아기도 못 낳고 남편 아침도 못 챙겨주면서 7년 동안 장편소설 1권을 쓰느라 엄청한 육체노동을 했다”고 강조한다. 고씨는 마흔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씨처럼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을 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싶지만 일단등단한 이후에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제로 박완서씨는글쓰기를 시작하는 많은 주부들의 역할 모델이자 우상이다.이에 대해 박완서씨(70)는 “문학은 타고난 팔자”라고 말한다. 문학은 주부들에게 ‘아줌마들의 정체성찾기’의 발로이자 재능을살려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기성작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각오와 자기노력이다. 윤창수기자 geo@
  • 방학맞이 효과만점 요리교육

    “와! 신기하다.이건 뭐예요” “왜 오징어 눈이 다리에 있어요” 방학이면 으레 뒤떨어진 공부에 신경을 쓰느라 학원 등에 보내기 마련이지만 올 겨울에는 ‘요리’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부엌에는 불·칼 등 위험한 것들이 많아 꺼림칙하지만 엄마가 조금만 신경쓰면 어휘력 등 요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10여년간 육아문제를 다뤄온 김은실씨(37·자유기고가)는 “초등학생 아들과 요리할 때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늘 아쉬워한다”면서“요리는 아이에게 대단한 흥미거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씨는 ‘일’인 요리와 ‘교육’을 위한 요리는 차이점이있으므로 요리를 통해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엄마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배추를 절일 때 “배추가 왜 쭈글쭈글하나요”라고 아이가질문하면 삼투압 원리를 설명해주고 깍두기를 썰면서 “기다란 무를자르니 원통형이 생기고,원통을 자르니 직육면체가 됐네”라고 말하면서 도형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또 연령별로 집중할 수 있는시간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다.만3세는 5∼10분,만4∼5세는 15∼20분,만6∼8세는 30분 정도 집중할 수 있다.특히 3∼5세 때는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사용하고,6∼7세 때는 직접 손을 놀릴 수 있도록 해주며,8세이상은 의미와 과정을 설명해주라고 강조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한다. ?팝콘튀기기 재료가 간단하고 방법이 쉽다.냄비에 버터를 넣고 녹으면 옥수수를 넣는다.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하얀 팝콘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서 “양이 몇배로 많아졌을까” “어떤 냄새가 나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이를 통해 옥수수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또 팝콘으로 공작놀이도 가능하다. ?찹쌀주먹밥 여러가지 모양을 빚으면서 절로 손의 근육이 발달하고창의성도 향상된다.요리가 완성된 후 자신이 만든 주먹밥의 특징이나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이게 해본다. ?달걀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걀 요리중 하나다.달걀을 두어개 깨어넣고 아이에게 보여준다.그리고 흰자와 노른자가 완전히 풀어지도록저으려면 무엇으로 저어야하는지 묻는다.아이는 요리도구 중에서 젓가락,주걱,거품기 등을 선택할 것이다.각각의 도구로 젓게 하고 차이점을 말하게 한다. 또는 달걀을 깨 투명냄비에 넣고 불에 올려놓는다.응고되는 과정을지켜보게 하고,찜달걀 맛을 말하게 하거나 요리과정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게 한다.달걀찜은 고체와 액체의 차이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있게 해준다. 최근 ‘아주 특별한 교육,요리놀이 29가지’(리수출판사)라는 책을펴내기도 한 김씨는 “음식 맛을 볼 때 혀의 어느 부분에서 맛을 느끼는지를 실험해보거나 떡요리를 통해 떡의 역사를 설명하는 등 엄마의 노력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많아진다”면서 “주의할 점은 경단은 동글동글해야 한다거나 만두는 꽃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등 고정관념을 주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선임기자 sunnyk@
  • 궁중요리전문가 한복려씨 추천음식

    “뜨끈한 국 한그릇이면 추위에 언 몸을 녹여줍니다” 궁중요리전문가 한복려씨(54)의 ‘국’ 예찬론이다. 수은주가 영하10도까지 떨어진 한파가 서설과 함께 찾아온 새해.한씨는 추위를 잊으려면 국물 요리가 최고란다. 해물된장찌개는 담백한 맛을 내고 모시조개 콩나물국은 순하면서 시원해 술에 지친 속을 달래주기도 한다. 어복쟁반은 열량과 영양가가 높아 겨울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또한반찬 투정하는 아이의 입맛까지 맞춰주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는 것이 한씨 얘기다. 한복려씨가 추천하는 국요리 3가지를 소개한다.(재료 4인분 기준)◆해물된장찌개. ◆재료=재래된장4큰술,쌀뜨물3컵,오분자기5개(없을 경우 쇠고기나 조개류를 사용해도 된다)새우(또는 보리새우)5마리,맛조개5개,호박80g,무50g,대파½뿌리,풋고추·붉은고추 1개씩,고춧가루½큰술,다진마늘1큰술◆만들기①오분자기와 맛조개는 엷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뺀다.솔로 껍데기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떼어내고 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②중간크기의 새우는 내장을 빼 손질한다.③호박은반으로 갈라 1㎝두께로 도톰하게 썰고 무는 폭2.5㎝,두께3㎜로 썬다.④대파,풋고추,붉은고추는 어슷 썰고 고추는 찬물에 헹궈 씨를 뺀다.⑤뚝배기에 쌀뜨물을 붓고 된장을 체에 걸러 푼 뒤 센불에서 끓인다.국물이 끓으면 손질한 재료를 넣고 센불에서 다시 끓인다.⑥찌개 거품을 걷어낸뒤대파,고추,다진마늘,고춧가루를 넣고 한번 더 끓인다. ◆모시조개 콩나물국. ◆재료=모시조개300g,콩나물100g,물5컵,실파 2큰술,다진마늘1큰술,소금 조금◆만들기①콩나물은 뿌리를 다듬는다.②모시조개는 엷은 소금물에 담가 어두운 곳에 3∼4시간 두어 해감을 뺀다.③냄비에 손질한 모시조개와 물을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조개는 건져놓고 국물은 면보에 받쳐 냄비에 담는다.④조개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덮어서 15분 정도 끓인다.⑤국물이 한소끔 끓어오르면서콩나물 냄새가 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건져놓았던 모시조개와 송송 썬 실파를 넣고 한번 더 끓여 바로 불에서 내린다. ◆어복쟁반. ◆재료①육수(양지머리600g 사태300g 물25컵) 우설300g 향신채(마늘8쪽,대파2뿌리,양파1개,통후추10개) 느타리버섯·표고버섯10개 실파30g 달걀2개 배1개 냉면500g 붉은고추1개 호두4개 은행5개 잣1큰술 국간장 조금②완자다진쇠고기50g 두부30g 달걀1개 밀가루·식용유·소금·참기름·다진마늘 각 1작은술 다진파2작은술 후춧가루③양념장국장장 송송썬 실파3큰술 물2큰술 다진파·마늘·붉은고추·깨소금 각1큰술 참기름. ◆만들기 ①핏물을 뺀 양지머리와 사태,준비해 놓은 향신채의 반을끓는 물에 넣고 1시간 정도 삶아 얇게 썰고,육수는 식혀 기름을 걷는다.②끓는 물에 우설과 나머지 향신채 절반을 1시간 정도 삶은 다음하얗게 되면 껍질을 벗기고 다시 삶아 푹 익힌 뒤 2㎜두께로 얇게 썬다.③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간장·다진파·소금·참기름·다진마늘·후추가루 등을 넣고 무친다.④완숙달걀과 배,실파,고추는 적당히썰어 얹는다.⑤‘재료②’로 완자를 빗어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지져낸다.⑥은행은 볶고 호두는 껍질을 벗겨 놓는다.⑦전골냄비에 편육,버섯,배를 돌려 담고 고명을 올린 뒤 국간장으로간맞춘 뜨거운 육수4컵을 부어 끓인다.⑧국물에 냉면사리를 말아 먹는다. 윤창수기자
  • [오늘의 눈] 아직 끝나지 않은 ‘납꽃게’

    지난 8월 말 발생한 납꽃게 사건이 서서히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납꽃게는 아직도 인천항 냉동창고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해당기관들이 아직까지 뒷수습을 못한 탓이다.행정기관들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면피주의의 극치’라고 할수 있다. 납꽃게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주관부서인 해양수산부는 9월중순 납꽃게는 물론 납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함께 수입된 중국산 꽃게에 대한 처리 여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뢰했다.그러나 식약청은 결론을 내리는 데 두달 이상을 끌었고,장고 끝의 결정도 ‘납꽃게는 폐기하고 납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유통시켜도 무방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이런 결론 내리느라 두달이나 걸렸다는 게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식약청의 고민거리는 납이 든 꽃게가 아니라 납이 들어 있지 않은꽃게였다.납꽃게와 함께 수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반출금지처분을 당한 억울한 사정은 알지만 이들을 반출시킬 경우 격앙된 국민정서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때문에 식약청 내에서는 해양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전혀 ‘영양가없는’사건의 판관을 맡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는 불만이었다.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상황판단이 섰고,이것이 1시간이면 충분한검사를 두달이 넘게 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식약청의 결정 이후에도 폐기 및 유통 여부를놓고 해양부와 해당 지자체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지자체는 해양부가 반출금지를 해제하지 않아 유통을 못시키고있다고 항변하고,해양부는 ‘선 폐기,후 반출’ 방침을 정했는데 지자체가 폐기를 지연시켜 반출금지 해제를 못하고 있다며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식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정기관의 복지부동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이민 떠나는 사람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는 한 수입업자의 푸념이 괜한 소리만은아닌 것같다. 김학준 전국팀 기자 kimhj@
  • 항암 달걀 낳는 암탉 탄생

    [런던 AFP 연합] 복제양 돌리(Dolly)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암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암탉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메일지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로슬린연구소가 미 생명공학업체인 비라겐과 함께 암탉의유전자 구조를 바꿔 흰자위 속에 암 치료제의 핵심성분인 각종 단백질을 대량 함유하는 계란을 낳는 암탉을 만들어 냈다면서 오는 6일암탉 ‘브리트니’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암탉의 유전자 명령을 통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착안,단 한개의 세포핵에 있는 유전물질을 변형,각종 단백질이 풍부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암탉을 만들어 냈다. 연구진은 브리트니와 같은 유전자변형 암탉은 개당 100㎎ 이상의 단백질함유 계란을 연 250개까지 낳을 수 있으며 2년 안에 이 단백질을이용한 암 치료약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슬린 연구소의 ‘브리트니’개발로 그동안 유방암과 난소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으나 까다로운 공정과 비용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항암 단백질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대한칼럼] 小國의 ‘농업 발상’

    경제강국 스위스와 이스라엘을 둘러보면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모두 작은 국토,빈약한 천연자원에다 안보를 위해 자력국방에 전력을 쏟고 있다.작은 생산규모와 높은 생산비로 농업 경쟁력이 뒤지는 것도 공통점이다.그러면서도 스위스와 이스라엘은 세계화와 가격경쟁력을 농업정책의 결정적인 변수로 간주하는 점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것으로 보인다.스위스는“세계화되는 시장에서 더보호하다가는 더 뒤진다”며 농업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스라엘은 값이 싼 농산물을 수입하되 수출경쟁력이 있는 농산물에만투자한다.가격경쟁력이 떨어져도 농민과 농업은‘약자로 보호해야 한다’는 우리정부나 사회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스위스 정부는 대대적인 농업개혁의 2단계에 돌입해 농산물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뉴라운드에서 한국과함께 개방압력에 맞서고 있으면서도 스위스 정부는 개방을 준비하기위해 농업 체질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실제로 어릴 때 교과서에서 배운 ‘낙농의 나라,스위스’는 이제 치즈 외에는 농산물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우유는 외국보다 2배나 비싸다. 곡류의 절반,채소의 43%,과일의 62%,달걀의 59%를 수입해 먹는다.그래도 농업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 파스칼 쿠팽 스위스 경제부장관은“현재 자급률만으로 충분하다”며 농산물 자급자족에 연연치 않는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의 농업 구조조정작업을 맡고 있는 토마스 마이어 담당관은 “세계화된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높게 유지하다가는 국산 농산물의 현재 시장 점유율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가격지지보조금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실제 자국내 농산물 가격이 높다 보니 국경 주변의 스위스 시민들이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으로 국내 가격의 절반 이하인 찬거리를 사러가고 국내 식품가공업의 성장이 지체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정부는 앞장서 친(親)환경농업을 강조,농민보다 소비자편을 들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앞으로 5년 후에는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전면 시행하는 농가에만 소득보전 보조금을 주겠다는정책이다.또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에 따른 오염 ▲농기계집중 사용에 따른 흙의 경화 등을 문제삼고 나섰다.농부들이 가축을너무 좁은 공간에서 ‘비(非)상식적으로’ 기른다고 비판하고 주당일정시간 이상 축사 밖의 개방공간에서 기를 것을 보조금 지급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진작부터 ‘경쟁력 없는’ 국내 농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싸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무관세로 외국에서 사먹고 있다.최근 팔레스타인과 분쟁 등 안보상 위협을 받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식량안보론’을 주장하지 않는다.농민에게 주는 소득보조금도거의 없다.반면 농업 투자와 품종개량 연구는 철저히 “수출해 돈 벌수 있느냐”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국립농업연구소인‘볼케니센터’ 하니브 교수는 “외국에서 싸게 들여올 수 있는 농산물은연구하지 않으며 다만 수출해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품목만연구한다”고 말했다.과일과 꽃 등의 품질을 개량할지 여부는 수출가능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스위스와 이스라엘의 농업정책은 경제성보다는 정치나 사회분위기가정책을 좌우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농민은 수출과 공업에 당해왔다”는 피해의식에서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판치고 “식량은 국가안보를 위해 전면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식량안보론만 들먹거려서는 농업은 더 뒤질 가능성이 있다.농민을 위한다면서 우리는 스스로 농업과 농민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텔아비브에서 bruce@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3)나그네살이

    *러시안 '보르시치 수프' 서양 해장국으로 으뜸. 로마에 내린 것은 초저녁이었는데 나는 유럽에서 어느결에 서울역에내린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그것도 십여년 전의 잡다한 활기가 느껴지던 서울역이나 영등포 역 말이다. 우선 출찰구를 나오자마자 인파를 거슬러 올라오는 청소년과 아주머니의 한 무리들과 어깨를 부딪치게 된다.그들은 맞춤한 상대와 눈을맞추며 말을 걸어온다.판지오네,즉 여관 가자는 얘기고 체인지 달러는 달러 바꾸자는 소리다.구내의 이곳 저곳에서는 한 젊은이가 길을떠나고 온 가족이 배웅을 나와서 떠들썩하다.양친 부모는 물론이고조부모에 어린 아기들까지 총동원 되어 있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관광지인 셈이고 헐리우드 영화의 세트 장으로활용된 적이 많아서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미국과 일본 관광객이 일년 내내 들끓는다.그래서 미국인과 아시아인들을 노리는 치기배나 사기꾼들이 많기로도 유명해서 누가 이태리 여행을 간다면 너 나 없이조심하라고 충고를 하면서 이태리 도둑들의 갖가지 수법을 전수해주기도 한다.내가 콜로세움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소매치기들은한국에서도 흔히 보던 식구파 형식의 치기배들이었다.우리말로는 ‘회사’라고도 하는데 사장이 있고 일꾼이 있으며 망보기와 바람잡이등이 모두 한 팀이다.내가 내릴 정류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버스 손잡이를 붙들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거리를 살피면서 가는데 무심코옆을 넘겨다 보니 일꾼이 한창 앞 사람의 가방 지퍼를 열고 뒤지는참이다.옆에 섰던 다른 사내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애교있게 눈을끔쩍 해보이고는 신문지로 슬그머니 내 얼굴을 가린다.그들이 노리는것은 어린 남매를 데리고 나선 미국인 관광객 부부였다. 나는 그들이 회사원들이라는 걸 대번에 눈치챘다.바람잡이가 내게 영어로 물었다.너 어디 가니? 콜로세움에 간다.아 그래? 바로 다음 정거장이 그곳이야.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대꾸하고 얼른 내렸는데 살펴보니 두 정거장쯤 먼저 내린 셈이었다. 워낙에 내 행색이 초라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인상이 자신들과 다름없어서 그랬던지 나는 이태리에서 한번도 치기배나 도둑이 찍자를 붙는일을 당한 적이 없다.친구들은 그래서 내가 그 고장에 맞는 모양이라고 농담을 했다.자기네 친구들은 건드리지 않으니 그 녀석들 의리 있다고도 우스개 소리를 한다. 언론학자 이영희 교수 부부를 파리에서 만났는데 그분들도 이태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도 주의를 많이 들어서 잔뜩 긴장을 했더란다.몇번이나 자질구레한 고비를 넘으면서 그래도 크게 당하지는 않고서 무사히 이태리를 떠나는 기차를 탔다.귀중품이 들어있던 손가방은 이선생이 몸소 지니기로 했다.먼저 가죽 줄을 목에 걸고 그 줄을 양 손으로 꼭 쥐고는 가방을 무릎에 올려 놓은 채로 안쪽 자리에 앉았다. 두 양주가 이렇게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경을 넘을 때까지 기차여행을 했는데 드디어 국경을 넘어서자 아,이젠 살았다 하고는 그만 잠이설핏 들어버렸다.얼마나 잤을까,눈을 떠보니 기차는 여전히 남프랑스해변을 달리고 있는데 가방이 간 데가 없었다. 두 손에는 가죽 줄만꼭 쥐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감쪽같이 줄을 끊고 가방만 가져간 모양이다.이 교수의 말씀이 걸작이었다.국경을 넘었어도그 기차가 여전히 이태리 기차라는사실을 잊었지 뭔가. 로마의 식당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 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외식을 나오는 곳을 찾아 가는 게 훨씬 싸고 맛있는 로마식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먼저 전채로 파스타 한 접시를 먹는다.로마의 명물이 카르보나라 파스타니까 그걸 시킨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돼지 목살 고기와 달걀로 조리한다.돼지 기름에 목살을 마늘과 더불어 볶고 잘 저은 달걀을 섞어서 검은 후추와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려 넣으면 소스가 준비된 것이다.삶은 스파게티를 이들과 버무리면 되는 것이다.입가심으로 앤쵸비 샐러드를 먹어본다. 양파를 얇게 초생달 모양으로 썰어서 우리네 멸치젓 같은 앤쵸비를 다져 넣어서 소금 후추 식초를 넣고 버무려 고소한 올리브유로마감한다.주요리로는 양고기를 먹어 보자.양고기를 마늘과 함께 소금후추를 쳐서 볶는다. 로즈마리 잎과,앤쵸비 두어 마리, 마늘을 함께찧어서 레몬즙을 짜서 적당히 뿌리고 준비된 양고기 위에 소스를 뿌린다. 여기에다 해산물이 풍부한 나폴리와 시실리 요리얘기까지 가면 이건숫제 유럽에는 이태리 요리밖에 없는 것 같이 될지도 모르겠다. 파리에서 먹은 거위 간이나 생굴 캐비어 등속의 전채는 독특하고 돼지가 찾아낸다는 송로 버섯이나 달팽이 요리도 그 소스가 섬세하다. 양파 수프와 콘소메 그리고 어패류를 끓인 부이야베스도 맛이 좋다. 양고기 필레나 와인으로 양념한 오리와 거위,그리고 후식의 각종 과일 셔벳이 또한 인상적이다.앞에서도 나왔지만 어느 나라나 대도시에는 국제적인 여러 나라의 음식들이 모여있기 마련인데 파리의 아랍과북아프리카 음식이며 베트남을 중심으로한 동남아 요리도 맛있는 것이 많다. 특히 생각나는 것이 북아프리카의 쿠수쿠스라는 음식이다.쿠수쿠스를먹으면서 나는 그게 좁쌀밥인 줄 알고 있었는데 덜 갈린 통밀의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다.양파 버섯 옥수수 완두콩 등을 볶아서 닭국물 육수에 찐 쿠수쿠스를 소금 후추 마늘로 양념하여 버무린 음식인데 꼬치 구이 양고기와 곁들여 먹는다.아랍 아프리카권 뿐만 아니라 케밥처럼 터키를 비롯한 회교권 사람들이 모두 즐겨 먹는다. 파리 외곽으로 나가면 몇 군데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베트남 쌀국수와 양념한 돼지갈비를 먹을 수가 있다.나는 이제껏그렇게 맛있는 돼지갈비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뿐이랴.체코가 변하고나서 어두운 프라하 역에 내려 요기할 곳을찾다가 우연히 작은 술집에서 빵과 먹던 뜨거운 수프 생각이 난다.더구나 밖에는 겨울비가 축축히 내리고 카프카의 음울하게 큰 눈이 생각나는 그런 밤이었다.굴라시 수프가 그것이다.원래는 헝가리 음식이지만 겨울철에는 서구의 모든 도시에서 러시안 수프와 함께 인기가있다.소의 뼈를 오래 우려내어 양파,월계수 잎,마늘로 맛을 내고 고기 감자 당근 샐러리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넣어 걸죽하고 뭉근하게끓인 국이다. 그러니까 다시 베를린의 장벽 넘어 동독쪽 알렉산더 광장 건너편에있던 오래된 러시안 레스토랑이 생각난다.보르시치 수프는 뉴욕에서도 싸고 맛있는 유명한 집이 있었지만 속풀이 서양 해장국으로는 으뜸이다.따뜻한 수프 위에 스메타나라는 샤워 크림을 살짝 얹어 주는게 특징이다. 그리스 식당 파르테논의 양고기 생선 양파 등 야채의 꼬치구이인 스브라키,또는 감자와 돼지고기와 가지를 구운 무사카,고기와 야채로터키 식의 얇게 구운 빵 속을 채운 기로스가 생각난다.뉴욕에서 기로스를 주문했더니 웨이터가 구태여 자이로스라고 고쳐 말하던 것도 생각이 나고.우리네 소주 같은 우조를 마시다가 고기는 싫고 속이 굴풋하면 입가심을 위해서 딥을 바른 마른 빵을 먹는다. 나는 요즈음도 손쉽게 만들어 먹곤 하는데 요플레를 사다가 오이를거칠게 갈아 넣고 다진 마늘,파슬리,올리브 기름을 섞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는 맨 프라이팬에 잠깐 구워낸 바게트 빵에다 발라 먹는다. 황석영
  • 에그바이오텍, 위장보호의 항체 함유 기능성 달걀 본격 시판

    위와 장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달걀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이남형(李南珩) 박사를 중심으로 지난 6월 설립된 ㈜에그바이오텍은 최근 위장질환의 원인인 대장균과 헬리코박터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체(IgY)가 포함된 기능성 달걀 ‘닥터IgY’를 개발,본격 시판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달걀은 사람에서 분리한 병원성 대장균 항원과 헬리코박터 피로리균 항원을 닭에 접종시켜 두 면역 항체를 동시에 갖도록 한 것으로,최근 특허출원한 뒤 경기도 평택 농장에 하루 10만개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회사측은 “연구결과 달걀 한개에 20∼40㎎ 항-대장균 항체와 20∼180㎎ 항-헬리코박터 항체를 갖고 있으며,항생제와 달리 부작용과 내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02)572-0958김미경기자
  • 修能 고득점 기원 이색상품 ‘봇물’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합격을 기원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선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동음이의어를 재치있게 이용한 포크 다트 카메라필름(잘 찍어),야구방망이 라켓 북(잘 쳐),화장지 실패(잘 풀어),주사위 볼링공(잘 굴려),거울(잘 봐),젖병(젖먹던 힘까지) 등은 이미 널리 퍼진 선물들이다. 올해는 경제 불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값싼 플라스틱 모형이 인기다. 2,000원 미만으로 싸고 깜직해 여학생들이 선호한다.달걀과 거품기(잘 풀라),달걀 얹은 라면(먹고 힘내),팔레트와 붓(잘 그려) 등을 본따 만든 미니어처 등이 아이디어 제품들이다. 유명 문구나 제품을 패러디한 선물도 많다.우황청심환 모양의 케이스에 든 ‘우왕정심원’,과자 이름을 본 딴 ‘푸셔 푸셔’,‘부트라(BUTRA) 정(錠)’,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나는 네가 이번 시험에 합격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이름의 비디오테이프도 눈에 띈다. ‘합격보감 저자 허줌 의원이 처방한’ 처방전과 약봉투 모양의 초콜릿도 나왔다.약 봉투에는 “반위,구안와사,뇌졸중 등에는 효험이있는지는 알수 없으나 눈에 총기를 들게 하여 정답만 찾아내 시험출제자의 출제 의욕을 감퇴시킬 수 있다”는 재미있는 문구가 들어 있다. ‘수능 눈알’ 열쇠고리도 인기가 높다.골프공보다 작은 플라스틱공에 실핏줄과 눈동자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두눈을 부릅뜨고 시험을 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금은 징그러운 수능 눈알은 올 여름 공포 영화 붐과 ‘엽기’를 좋아하는 신세대의 취향하고도 맞아 떨어진다. 이송하기자 songha@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2)나그네살이

    *우리 입맛에 꼭맞는 쌀요리 '밀라노 리조트' 일미. 밀라노는 유럽 북쪽과 서쪽으로 통하는 중심에 있기 때문에 들어갈때나 나갈 때에도 기차를 갈아타기가 편리한 곳이다.밀라노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접경 지역인 롬바르디아 지방의 대도시인 셈인데 그래서인지 버터 치즈 같은 낙농품과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육류요리가 다양하고 특히 우리네 입맛에도 맞는 쌀 요리인 리조토가 유명하다.밀라노의 디자인은 뉴욕이나 파리를 앞서는데 거리에는 예쁘고 세련된 아가씨들이 넘친다. 밀라노식 토르텔리와 라비올리는 말하자면 우리네 만두와 같은 음식이지만 수프처럼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먹는 파스타의 일종이다.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지거나 뭉근하게 오랜 시간 익혀서 크림처럼 만들어 갖은 양념과 파마산 치즈로 조미하여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속을 넣어 뜨거운 육수에 담아낸다.먹어보면 영락없는 우리네 만두국이다. 밀라노의 쌀 수프는 우리 입맛에 맞아서 우연히 먹어 보고는 떠날 때에도 일부러 찾아서 먹었을 정도였다.샐러리,당근,호박,데쳐서 씨를뺀 토마토,감자,파슬리,마늘,돼지고기 삼겹살 등을 잘게 썰어서 준비한다.팬에 잘게 다진 고기와 양파와 잘게 썬 삼겹살을 넣어 볶다가바실리코 잎과 샐비어 잎이며 완두콩이나 강낭콩을 넣고 함께 볶아준다.냄비에 물을 붓고 위의 것들을 간하여 오랜 시간 감자가 뭉개지도록 끓인다.국물이 꺼룩해졌을 때 양배추와 쌀을 넣고 좀 더 끓여서 파마산 치즈를 뿌려서 낸다. 쌀로 만드는 음식으로 이태리 전국에 걸쳐서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리조토가 있다.리조토는 이를테면 쌀죽이나 볶음밥 같은 식이 대부분이다.수제비나 밀가루 경단 비슷한 뇨키와 리조토를 별 재료없이도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가 있는데 내가 베를린 시절에 이태리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학생 친구에게서 배운 것이다.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버터와 파마산 치즈 가루만 있으면 된다.소금에 간하여 밀가루 반죽을 해 놓는다.반죽을 조금씩 동그랗게 떼어 내어 끓는 물에 떨어뜨려 삶아낸다.뜨거운 경단(뇨키)을 녹인 버터로버무리고 그 위에 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려서 낸다. 쌀과 버터 파마산 치즈와 달걀만 가지고 맛있는 리조토를 만들어 먹을 수가 있다.쌀은 소금 친 끓는 물에 삶는다.접시에 녹인 버터와 파마산 치즈와 달걀 노른자를 놓고 삶은 쌀을 건져서 뜨거운채로 살살섞어서 먹는다. 괴테는 이태리 기행에서 베네치아의 인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타고있던 배에 첫 번째 곤돌라가 다가왔을 때 나는 이십 여년쯤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 생각났다.아버지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아름다운 곤돌라 모형을 사왔는데 내가 그것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허락했을 때 나는 매우 기뻤다.맨 처음 다가온 곤돌라의 그 빛나는 철판 뱃머리와 검은 선체가 모두 오랜 친구처럼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안내자도 없이 동서남북의 방위만을 확인하면서 도시의 미로 속으로들어갔다. 도시는 크고 작은 운하들이 이리 저리 교차되고 있지만 그 위로는 크고 작은 다리들이 연결되어 있었다.이 도시 전체가 얼마나 좁고 번잡한지는 직접 보지않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골목의 폭은 대개 두 팔을벌리면 닿을 정도였다.아주 좁은 곳에서는 두 팔을 옆구리에 대고 있으면 팔꿈치가 닿는다.물론 가끔 가다가 좀 넓은 길도 있고 여기 저기 작은 광장도 있긴 하지만 비교적 모든 곳이 좁다고 할 수 있다.”200여 년이 훨씬 지난 오래 전의 묘사였지만 지금도 베네치아는 그때와 거의 변함이 없다.내가 묵었던 운하 옆의 펜시오네 뒷편은 이곳의 택시인 곤돌라가 모이는 정류장이었는데 밤 늦게까지 사공들이 떠드는 소리와 높다란 테너의 노랫소리로 조용할 때가 없었다. 괴테도 그들의 경박한 소음을 불평하면서도 나중에는 나처럼 유쾌한기분으로 바뀌면서 이태리의 대중과 친밀해진다. 여러 개의 섬으로 나뉘었지만 다리와 운하로 모두 연결된 베네치아의 중심지는 산 마르코 광장이었다.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라 베네치아에서는 산 마르코 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통한다.베네치아의 뒷골목에는 크고 작은 여러 식당이 있지만 특히 중심가인 광장 뒷편의 아름다운 소상점들이 있는 골목길 사이 사이에 맛있는 식당들이 있었다.도시의 버스격인 바닥이 편편한 승합 배와 택시인 곤돌라로 연결되지만 누구나 미로 같은 골목과 광장과 다리를 건너 슬슬 걸어서 섬의 맨끝까지 가볼 수 있다. 내 친구는 베네치아를 짙은 화장을 한 나이 든 창부에 비긴적이 있다.퇴페적인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소리인지.특히 노을에 비낀 바다와 고색창연한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조망하면서 나는 그 말을 기억해 냈다. 육지에 붙어있긴 하지만 섬이나 마찬가지인 베네치아에서 맛있는 것은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생선과 가금류의 요리다.코스 요리를 보면리조토나 수프의 재료도 조개,맛,홍합,오징어,새우,가재,멸치,정어리 등속으로 풍요하다.스파게티도 해물로 한 것이 가장 맛있고 주요리도 생선이 으뜸이다.화이트 와인과 더불어 먹기에 좋은 홍합탕과 굴은 나중에 뉴욕에 가서도 찾아서 먹곤 했다. 홍합을 마늘과 올리브 기름을 넣고 우리네 뚝배기 같은 질그릇에 끓여서 와인과 소금 후추를 넣어 양념한다.굴은 날 것 그대로 껍질을벌려 잘게 다진 파슬리와 올리브 기름과 레몬을 짜서 떨어뜨린 뒤에먹는다. 나는 지금도 집에서 토마토를 쓰지않고 싱싱한 낙지나 오징어새우홍합 조개 등을 올리브 기름으로 볶아서 마늘 월계수잎 파슬리로 양념하고 해물 육수와 화이트 와인으로 촉촉하게 한 다음에 국수를 넣어 올리브 기름과 파마산 치즈 가루로 끝을 낸 스파게티 마리나라를즐겨 만들어 먹는다.입맛에 따라서는 향신료를 넣을 때 붉은 고추를썰어서 함께 볶으면 매운 맛이 가미된다. 단테와 미켈란젤로,라파엘 같은 르네상스의 천재들을 낳은 피렌체는유럽이 아니라 동방 어느 벽지에 숨어있는 소읍내 같은 느낌이 드는곳이다.저녁 무렵에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앉아서 시내의 모든 교회와 둥근 돔이 장중한 두오모 성당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공기와 바람 자체가평화 그대로였다.붉은 노을이 사라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언덕에 앉아 있었다.나중에 로마에서 옛 폐허인 포로 로마노에 갔을 때에는 오히려 피냄새가 났지만. 빵 수프 리볼리타는 피렌체의 유명한 음식이다.토스카나 지방은 원래가 버섯과 육류의 꼬치 구이 요리를 알아준다.야채는 양배추나 샐러리 당근 감자도쓰고 양파 토마토 콩을 쓰기도 하는데 육수는 양고기 돼지뼈 소 내장을 쓰기도 한다.향신료와 양념은 마늘 파슬리 박하로즈마리 올리브기름 후추 등속을 쓴다.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지만 빵 스프 종류는 위의 재료를 볶거나끓여서 육수를 내 수프 그릇 바닥에 빵을 담고 위에서 국물을 부은것이 공통점이다. 마늘 소금 후추 양념하여 올리브 기름이나 로즈마리로 맛을 낸 고기를 꼬치에 꿰어 돌려가며 굽는데 역시 재료에 따라 양고기 돼지고기메추리나 티티새 참새같은 작은 새를 굽기도 한다. 황석영
  • 멸종 추정했던 특산식물 ‘섬시호’ 울릉도서 발견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8일 지난 여름 울릉도의 식물상을 조사하던중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나라 특산식물 ‘섬시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섬시호는 지난 70년대까지 도동 일대에서 관찰됐으나 주위 환경의 변화로 급속히 사라져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정밀 탐사에서도 확인되지 않다가 이번에 10여그루가 처음 발견됐다. 섬시호는 미나리과의 다년초로 높이 60㎝까지 자라며 잎은 길이 13㎝,너비 11㎝에 긴 달걀꼴이다.어린 잎은 식용으로,뿌리는 말라리아·해열·진통·소염·고혈압 치료제로 이용된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1)나그네살이

    *이태리엔 피자와 스파게티 종류만도 수백가지. 우리나라도 도시 농촌의 구별이 없이 웬만한 대도시에 가면 전국의지방요리는 물론 외국의 요리까지도 대충은 먹을 수가 있는데 유럽의 대도시야 말할 것도 없다.지금은 더하겠지만 장벽이 있어서 독일 안의 섬이었던 서베를린이었으나 유럽의 오래된 도시답게 유럽 전 지역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이 있었다.이태리 식당 하면우선 그곳에서 회합도 가지고 지령도 내리며 살인도 저지르는 마피아가 떠오르는데 유럽에서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식당이라면 바로이태리 식당들이다.이를테면 유럽 전체는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도시 번화가는 물론 벽지에도 빠짐없이 있는 것이 이태리식당과 중국 식당이다.전제정치가 심했던 나라일수록 요리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일찍이 제국을 이루었던 이태리와 중국 요리의 다양성과 지방적 특성은 서로 비슷하기도 하다.우리가 아직 중국요리를 다 먹어 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는 이태리 음식들도 관광지에서 먹어 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음식은 그렇다치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동방 교역으로 이루어진 갖가지의 허브와 양념들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복잡하기가 유럽에서 단연 으뜸이다.물론 프랑스 요리의 섬세함도 높게 칠 수 있겠지만 이는 같은 지중해권 문화로서 이태리의 그것을 세련화하고 고급화한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다. 내가 베를린에서 살던 동네의 길 건너편에도 제법 맛있는 이태리 식당이 있었고 두 블럭을 가면 해물만을 전문으로 하는 이태리 식당도있어서 자주 찾아갔다.이태리는 그 전에 혼자서 전국 일주를 한적도있었으니 약간의 눈치는 채고 있던 셈이었다. 먼저 커피 얘기부터 해보자.나는 지금도 싱겁고 연해서 멀겋게 끓여낸 되다만 밥탄 숭늉 같은 이른바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라면질색이다.이 땅에 다방이 들어온 뒤에 인스탄트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같은 비율로 듬뿍 타 주는 커피 일색이더니 언젠가부터 소위 ‘원두 커피’는 미국식 멀건 커피의 대명사가 되고 이제는 호텔에서 시골 역전에 이르기까지 전국이 ‘아메리칸’으로 일색화되어 버렸다. 그 멀건 물에 각설탕까지 넣으면 아예 마실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가 된다.오래 전에 일본에 갔을 때에 자기네식의 외래어를 만들어내는명수인 그들은 보편적 커피를 ‘홋토(핫커피)’라고 하고 이 멀건 미국식의 커피를 줄여서 ‘아메리캉’이라고 부르고 있었다.그러므로유럽의 커피는 적당하게 진한 커피다. 거기다 생크림이나 우유를 약간 넣어 마시기도 하고 그냥 블랙이나각설탕 한 두 개를 넣어 마신다.이를테면 프랑스 사람들이 아침에 버터 바른 바게트와 같이 먹는 카페오레는 뜨겁게 끓인 우유를 커피에타서 국처럼 큰 사발에다 담아서 두 손바닥으로 붙잡고 마신다.비엔나 커피라는 것은 생크림을 넣은 것이고 카푸치노는 저어서 거품낸우유와 계피를 넣은 것이며 위스키를 넣은 아이리시 커피도 있고 코냑을 탄 카푸치노도 있다.이태리에서 식후에 마시는 커피가 바로 에스프레소인데 이건 진하다 못해 거의 한약의 수준이다.이태리의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니까 당연하게도 에스프레소가 나왔는데 잔이조금 과장하여 소줏잔 만이나 했다.한 모금 마셔 보는데 찐득하고 꺼룩한 것이 한약의 용액과도 같다.그래서 에스프레소가 나올 때에는차디찬 냉수 한 잔이 따라 나온다. 얼른 단숨에 마시고 냉수를 들이켜라는 소리인지.어쨌든 간밤의 숙취나 더위에 축 늘어졌던 정신이 번쩍 나기는 한다. 우리가 이태리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피자와 스파게티인데 실은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의 입맛을 돋구는 음식이다.전채는 안티파스토라고 하여 햄이나 샐러드 또는 해산물 등이며 스파게티 등속의 라자냐 피자 등을 먹는 첫 번째 접시가 프리모 피아토이고고기나 생선이 나오는 주요리는 세콘도 피아토라고 부른다.다른 나라에서는 먼저 샐러드를 먹지만 이태리에서는 주요리와 곁들여서 먹는데 콘도르노라고 한다.그리고 후식이 나온다.스파게티 같은 파스타와 후식만으로 요리를 끝내는 것은 마치 반찬만 먹은 셈이므로 생략한다 할지라도 주요리는 먹어야 한다. 이태리는 알프스에 면한 북부 산악 지방에서부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서 온난한 남부지방과 시실리에 이르기까지 열 일곱 개지방으로 구분될 정도로 각 지역이 유별난 특색을 지니고 있다.이들지역의 특산물과 조리법에 대하여 사전이 나올 정도로 조리법은 복잡다단하다.그러나 크게 본다면 북부 중부 남부의 세 지역으로 그 특성을 간추려 볼 수가 있다.밀라노를 비롯한 북부요리는 낙농품과 고기류의 요리가 많고 특히 볼로냐 소시지와 치즈는 독일이나 스위스에못지않다.중부지역의 피렌체와 로마는 진한 소스와 양념이며 와인이유명하고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는 피자나 파스타 그리고 올리브와 해물 요리가 볼만하다. 피자와 스파게티 또는 파스타는 그 종류가 수백 가지이며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수십 가지나 되니 무엇을 쳐들어 따져 보기가 어려울정도이다. 스페인과 독일의 훈제 햄이 유명하듯이 이태리의 파르마 햄도 멜론과 곁들여 먹는데 가장 대표적인 전채 요리이다.샐러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선한 올리브 기름이라는 것은 스페인 이야기에서도 나왔지만 이태리 음식에서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식재료가 된다.또한 지중해 연안 나라에서 마늘을 가장 빈번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치즈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두어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스파게티에 흔히 쳐 먹는 파마산 치즈는 원래 지방을 뺀우유로 만든 단단한 것을 갈거나 얇게 저며서 쓴다.모차렐라 치즈는양념해서 전채 요리에 쓴다.스파게티는 서양 자장면이라고 농담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밀가루 국수를들여간 것은 틀림없으니까.이들 국수의 총칭인 파스타도 수백 가지가 되지만 크게 보면 밀가루에 달걀과 올리브 기름을 섞은 것과 밀가루만 쓴 것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소스도 크게 보면 크림과 토마토로 대별할 수가 있다.월계수 잎이나너트맥은 향신 양념 재료이며 피자에 꼭 들어가는 오레가노는 토마토와 잘 어울리고 바질은 파스타나 샐러드 재료가 되고 로즈마리는 고기요리나 생선요리에 두루 쓰이지만 빵에도 넣는다.파슬리나 타임은생선과 육류의 냄새를 제거하는데 쓰인다.사프란 같은 것은 우리네치자처럼 이태리식 쌀밥인 리조토의 색깔을 내주면서 얼얼한 맛을 내기도 한다.그리고 남부의 음식에는 붉은 고추를 양념으로 많이 쓴다. 여기까지 따져 보니까 이제서야 겨우 이태리 음식을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몇가지 맛을 볼 준비가 겨우 된 셈이다. 내가 처음 이태리 여행을 했던 출발지는 파리였다.테제베를 타고 제네바까지 가서 알프스를 넘어 밀라노에 입성하는 길이었다. 황석영.
  • 지식포럼 참가 세계석학 공동기자회견

    경제·사회·문화·미래학 분야의 세계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 지식포럼이 18일 서울 반포의 메리어트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렸다.주요 참가자들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레스터 서로우 美 MIT大 교수. 레스터 서로우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는 거시지표는 좋지만 개별기업은 막대한 부채를 갖고 있는 이중인격자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적기때문에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로우 교수는 지난 80년 발표한 저서 ‘제로섬사회’로 국내에도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다. 그는 ‘제로섬 사회’에서 미국을 ‘더 이상 번영을 기대할수 없는제로섬사회’로 규정,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서로우 교수는 이날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파괴적 창조’라는 새로운 용어를 소개했다.제3의 산업혁명의 물결속에서 기업가는 새로운 기술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언제든 기업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서로우 교수와의 일문일답◆지식기반 경제의 정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부자였다면,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소유자가 갑부가 되는 시대를말한다.이 조류를 타지 못하면 가난해진다.3차혁명으로 볼 수 있는데,이런 혁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쳐 또 한차례의 어려움이 예측된다고했는데. 한국경제는 외부에서 볼 때 성장률,실업률 등 거시지표는 좋다.반면 개별 기업의 부채는 어마어마하다.이중인격자에 비유할수 있다.이 상태에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적다.한국은 빨리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미국도 GE같은 기업은 재벌로 볼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부채에 허덕이다 돈을 다 써버리지 않았다.한국은 모든 재벌이 그럴 가능성은 있었지만,GE처럼 관리되지 못했다. ◆기업·금융구조조정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해야하나. 두 가지를한꺼번에 해야 한다.서로 긴밀히 연결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순서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를 말하는것과 같다. ◆남북경협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한국은 북한의 인프라에투자를 해야 한다.방법은 지금처럼 남쪽에서 북쪽으로 경의선을 복원해서 올라가는 식이 아니라 북한쪽에 근대적인 통신시설을 설치해 내려오는 식이 바람직하다.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등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통일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구 동·서독이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돼 많은 통일비용이 들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성수기자 sskim@. *데이비드 벨 英 FT 회장.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데이비드 벨 회장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신문과 인터넷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 만큼 신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 회장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수학한 뒤줄곧 기자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 경영자다.워싱턴 특파원 등을 지낸뒤 93년 FT그룹 최고경영자가 됐고,96년 모회사인 피어슨그룹의 이사로 임명되면서 FT그룹회장으로 취임했다.더 비텍그룹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더윈드밀 파트너십,커먼 퍼포즈 유럽,인터내셔널 유스파운데이션 등 세계 경제 및 사회 분야의 여론 선도기관 활동을 이끌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파이낸셜 타임스의 성공 비결은. FT는 지난해 발행 부수가 17% 늘었다.정확하고 공평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사건의 양면을 모두 보도해주려고 애쓴다. 중동사태의 경우 팔레스타인의 시각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의 다른의견까지 전부 기사에 반영했다.사건을 보도할 때는 ‘무엇이,왜,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 가지를 가장 중시한다.특히 국가적 시각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기사를 다룬다.때문에 하루 발행 부수가 50만부인데 그중 30만부가 영국 밖에서 팔린다. ◆지식 기반시대에 미디어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지식혁명과 더불어 미디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FT를 사본다.특히 해설자로서의 미디어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미디어는 폭풍을 만난 선박에 불빛을 비쳐주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넷시대에 신문산업의 대응 전략은.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빠른 속도로 제공하고 있다.놀라운 변화이다. 하지만 신문은 정보를 선별해 독자가 모르는 것을 전달해준다.이처럼 신문의 보완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위협적이지 않다.인터넷과 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신문산업이 앞으로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TV가 생기면서 라디오도,신문도,영화도 죽을 것이라고,또비디오는 모든 것을 죽일 것이라고 얘기했다.그러나 지금 더 많은 영화관이 생겼고,라디오도 TV도 신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2000년이 되면 3개밖에 안 남으리라던 영국의 신문도 현재 11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인터넷시대에도 신문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김성수기자. *폴 로머 美 스탠퍼드大 교수. ‘신경제의 기수’로 널리 알려진 폴 로머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위기는 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개혁의 추진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그는 미국이 성공한 요인으로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우선 꼽는다.또 조직 내 웨트웨어들이 인센티브제도를 마련한 것과 지적자산을 특허로 보호했던 것이 미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로머 교수는 10년 이상 장기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 신경제의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그는 80년대 중반 기술 혁신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 이론(New Growth Theory)’을주창했다.경제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함께 웨트웨어(wetware)로 구분하고,지식을 창조하는 주체인 웨트웨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머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요약한다. ◆최근 한국의 또다른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한국의 위기감은 몇년 전 경제위기와는 다른 것이다.실제 위기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나 개혁의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서 발생한다.때문에 정책 입안자는 구조조정 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하고 시장 개방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신경제란 정확히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고성장,저물가,저실업등을 얘기하지만 정확한 정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저마다 다르다.다만 기술 혁신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등은 신경제로 볼 수 있다. ◆신경제 진입에 따라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한가. 신경제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과거부터 이어온 것이다.지식 기반 경제라고해서 정책의 연속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20세기 미국의 경제정책은 교육 투자와 시장경제원칙을 뿌리깊게 정착시킨 두 가지였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과 대책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교육 투자를 소홀히 하면 10∼20년 뒤 경제 성장이 늦춰진다.미국은 지금까지 재능 있는 인재들이미국에 와서 일하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 운이 좋았다.하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대만 등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벌써부터 자국에서일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더 이상 브레인 파워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김성수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9)나그네살이

    *망명객 입도 반해버린 독일 빵 '브뢰트헨'. 독일에서 처음 망명 생활을 시작했던 것은 베를린이 아니라 함부르크에서 조금 떨어진 북해의 섬에서였다.내 친구인 독일인 조각가의 별장이 그 섬의 외버넘이라는 마을에 있어서 그곳을 몇 달동안 집필 장소로 쓸 수가 있었다.친구는 함부르크 예술대학의 교수여서 방학 때에만 그 시골집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코발스키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별장에서 살았다. 고양이는 여류시인 사라 키르쉬가 내 친구에게 선물로 분양한 수컷이었는데 독일 가정집 고양이들이 그렇듯이 거세된 놈이었다. 내가 외버넘에 살면서 처음 맛을 들인 것은 빵이었다.유럽에서 독일이 제일 맛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몇몇 가지가 있다.맥주의 다양함과 맛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고 백포도주 역시 그러하다.물론 붉은 포도주는 프랑스의 것이지만.그리고 소시지의 종류와 맛 또한 제일이다.그리고는 역시 빵이 맛이 있다. 우리에게는 언제부터인가 프랑스의 바게트가 맛있는 빵으로 자리를잡았지만 사실은 프랑스 사람들도 독일 빵의 맛에는 두 손을 들 정도다.그것은 아마도 독일 평원 지대의 기후 탓도 있을테지만 좋은 밀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감자 요리와 빵은 유럽에서 제일인 듯 하다.살찐 독일 사람들을 일컬어서 ‘감자 배때기’라고 할 정도로 감자와빵을 거의 매 끼 먹는다. 독일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빵이 저 유명한 젬멜 또는 브뢰트헨이라는 아이 주먹만한 동그란 빵이다.빵가게에서는 새벽부터 아침거리의빵을 굽는데 제 시간에 맞추어 가야만 따끈하고 맛있는 빵을 살 수가있다. 이런 사정은 파리에서도 다르지 않아서 아침에 일찍 부산을 떨며 일어날 자신이 없는 젊은이들은 전날 저녁에 길다란 바게트 빵을사서 귀가하다가 친구라도 만나면 빵으로 서로 때리고 장난도 친다. 그렇지만 독일에서는 아침 나절에 브뢰트헨을 살 자신이 없으면 아예맛있는 아침 식사는 포기해야만 한다.그렇다고 빵가게가 멀리 있는건 아니고 대도시든 시골이든 적당한 거리에 빵가게가 한 둘씩은 있으니까 잠깐 산보하러 나가는 셈 치면 된다.빵은 부근의 정육점에서도 팔고 있어서 햄이나소시지와 함께 살 수도 있다.나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외버넘 마을을 한바퀴 돌고나서 빵 가게로 갔다. 브뢰트헨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위에다 검은 깨나 흰 깨를 뿌린 것도 있고 너츠를 박은 것도 있다.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말랑하며기포가 가득하다.브뢰트헨 빵의 가운데를 잘라서 잼이나 버터를 바르기도 하고 치즈와 각종의 햄을 넣어 먹기도 한다.거위 간을 바르거나타타르 치즈를 바르거나 생 햄이며 양상치며 살라미 저민 것을 끼워먹기도 한다. 거리의 가판대인 ‘임비스’에서는 구운 소시지와 야채를 끼워 주기도 한다.거리에서 도로공사 같은 중노동을 하는 노동자도 소시지 끼운 브뢰트헨 두어 개에 작은 병 맥주 하나로 점심을 너끈히 해결한다.전날 사 두었다가 묵힌 빵은 오븐에 넣어 다시 구우면바삭한 맛으로 먹을 수가 있다.독일에 처음 온 어떤 이는 아침에 브뢰트헨 빵을 먹고나서 너무도 맛이 있어서 여덟 개나 먹어 치우고는하루종일 더부룩해서 혼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점심 때에도 집에서 준비해온 브뢰트헨을 공원 벤치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가 있다.점심이나 저녁 때에 푸짐한 고기 요리와 더불어 먹는 빵은둥글넙적한 농가의 통밀 빵이 있는데 껍질이 암갈색으로 잘 익어 있다.얇게 썰어서 치즈를 넣어 겹치거나 버터를 발라 먹는데 안에는 곡물이나 씨앗이 들어 있어서 간간이 고소하게 씹힌다.그보다는 작지만역시 둥글넙적한 호밀 빵이 있다.러시아 흑빵처럼 검은 색이고 스튜나 수프와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 안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얇은 껍질의 독일 감자는 요새 갑자기 커진 우리네 감자 보다 훨씬 작다.어른 손아귀에 쥐면 달걀보다 조금커서 위로 비집고 나올 크기만 하다.나는 손칼 모양의 감자깎개를 사용하지 않고 스푼 끝으로 살살 벗겼다.이것 저것 요리해 먹기 귀찮을때에는 굵고 큼직하며 안에 입자와 고깃살이 씹히는 한뼘 크기의 소시지를 사다가 감자와 함께 먹었다.마을에는 어디에나 정육점이 있고이른바 핸드 메이드라고 하여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소시지가 있었다.벗긴 감자를 물이 자박자박한 냄비에 넣어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삶아내고 소시지는다른 냄비에 물을 끓여 데쳐 낸다.데친 소시지는 기름기가 적당히 빠지고 부드러워서 아주 맛이 좋다.접시에 파슬리가파릇파릇 묻은 삶은 감자와 데친 소시지를 담고 감자에는 소금을 약간 치고 소시지에는 양념 머스터드 겨자를 바른다.차게 해두었던 맥주를 한모금씩 마시면서 감자와 소시지를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이런 간단한 식사법은 별장의 주인인 내 친구에게서 배운 요리였다. 외버넘의 친구 별장은 이백년이나 되었다는 농가였다.지붕이 높아서선반을 만들어 이층은 다락방 침실과 서고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지붕은 우리네 같은 초가 모양인데 해마다 또는 해거름으로 갈아야 했지만 초가지붕보다는 영구적으로 보인다.층층으로 갈대를 덮고 그 사이 사이로 콜타르를 뿌려서 엉기게 해 놓았다.지붕의 추녀로 자른 단면이 보이는데 두께가 삼십센티는 되어 보였다.양쪽 벽과 가운데 페치카 겸 오븐이 달린 벽은 벽돌로 쌓아 올렸다. 주변에는 이런 농가가 반듯한 마을 길 좌우로 있었고 아직도 농사를짓는 집들이 있어서 낟가리가 쌓인 헛간이나 트랙터들이 세워져 있었다.또는 도시 사람들의 산뜻하게 지은 현대식 별장도 있었다. 뒷마당에는 보기 좋게 자란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어서 그곳에 해먹을 달아 매어 놓고 낮잠을 자기에 좋았다.검은 딸기 나무도 몇 그루나 있었고 그중에서도 배나무는 대단한 명물이었다.물론 길쭘하고 울퉁불퉁하게 열리는 서양배 나무였다.나는 물이 많고 시원한 우리 배와는 달리 서양배를 깔보고 있었는데 그 정원 배나무의 배 맛은 나도그랬지만 누구보다도 까마귀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외버넘의 배는 둥그런 머리부터 익어 가는데 그건 마치 무화과가 익듯이 머리 언저리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기가 막히게 향기가 나고 한입 베어 물으면 정말 잼처럼 달다.사각하면서 단물이 입 안에가득찬다.익어가는 배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말랑말랑하고 먹고 나면 손에는 껍진껍진한 당분이 들러붙을 정도였다.까마귀가 아예진을 치고 배나무에서 살았다.나중에는 까마귀를 쫓는데도 힘이 빠져서 아예 포기하고 말았지만 까마귀가 한입 파먹고 풀밭에 떨군 배를주워 먹는 재미도알게 되었다.부리의 자욱이 패인 곳을 도려내고 나머지를 먹는데 역시 녀석의 미각은 대단하여 가장 잘 익은 배가 틀림없었다. 내가 있던 집에서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역시 농가인데 집 앞쪽만 큰 유리창을 내어 달은 작은 식당이 있었다.그 집 이층은 섬을찾는 여행자들에게 방도 빌려주는 민박 집인 셈이었다.그 집의 이름은 잊었는데 집 앞쪽에 희고 노란 장미 울타리를 낮은 목책 위에 둘러 놓았다.이른바 독일식의 ‘가정식 백반’을 하는 집이었다. 황석영.
  • [‘6.15’ 이후의 북한] (3)북한 대학생들

    9월3일.평양에서 맞는 두 번째 일요일이었다.며칠전부터 안내선생들을 졸라오던 대로 대동강 유보도(강변공원)에 나가 소풍나온 시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오전 9시30분 대동강변에 우뚝 서 있는 높이 170m의 주체탑에 올랐다.주체탑 일대는 널찍한 강변공원으로 꾸며져있어 휴일이면 많은 시민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놀러 나온다.주체탑에서 내려다본 대동강에는 양쪽으로 높이 150m의 분수가 치솟고 있었고 보트와 오리배들이 가득 떠다니고 있었다.맞은편의 김일성광장에서는 당창건 55돌 기념 카드섹션 연습이 한창이었다.총지휘자의 목소리가 주체탑 위까지 들려왔다.“다음은 ‘자력 갱생!’ 오자 내지 말아야 겠습니다…”. 어디선가 육중한 종소리가 들려왔다.10시 종이라 했다.카드섹션 연습이 끝나고 시민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유보도로 내려와 강변을 걷는데 통기타 소리가 들려왔다.남녀 대학생들이 여기저기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처음 말을 붙이자 다소 낯설어 하는 표정들이었으나 안내선생들이 기자 일행을“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취재하러 온 남조선 기자들”이라고 소개하자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4학년 학생들인데 전날밤 당 창건 55돌 횃불행진 야간훈련을 성공리에 마친 기념으로 놀러나왔다고 했다. “정치경제학부에는 어떤 과들이 있습니까?” “정치경제학과,계획경제학과,경제조정학과,재정금융학과,무역경제학과 등 5개 학과가 있고 학생수는 1,000명쯤 됩니다.” 가만 보니 유난히 붙어앉은 남녀 학생이 있었다.남학생에게 물었다. “옆에 앉은 친구와는 특별한 관계입니까?” 폭소가 터졌다.남학생은 얼른 대답했다.“기자선생님이 아주 예리하게 보셨습니다”.그러나 옆의 여학생은 “아닙니다”하면서 연신 손을 내저었다.순간 남학생이 여학생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소리쳤다.“넌 내것이야!” 모두들 웃어대다가 한 남학생이 말했다.“난 없습니다.통일되면 남쪽 처녀에게 장가가겠습니다”.그는 정치경제학과 4학년 한명철(25)이라고 했다. “말나온 김에 하나 물어봅시다.북에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 마실물도 떠다준다는데 사실입니까?” 다시 웃음보가 터졌다.남학생들이 말했다.“그런 거야 여동무들이직접 말해야지 뭐.” 기자옆에 앉은 한 여학생이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는 평범한 일 같은데 선생님이 새삼 물으시니 뭐라고 답해야할지…남동무들이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교실청소 깨끗이 해놓으니까수고했다고 물 떠다주는 건데….” “그럼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위해 하는 일을 한 번 대보세요.” 한 남학생이 호기있게 입을 열었다.“우리 학급에 여자가 6명 되는데 3·8부녀절 때는 꽃다발도 갖다주고 식당 조직도 하고….” 다른 학생들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댔다. “왜 웃어요?” “저 동무 말하는 거 좀 보라요.아니 부녀절에 처녀들한테 뭘 준다구?” 웃음소리에 인근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구경왔다.김형직사범대학과김책공과대학 학생들이었다.대동강 위를 떠다니던 유람선이 선착장에들어왔다. 모두들 유람선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비용은 1원이었다.이번에는 학생들의 질문공세에 기자가 답변하는 입장이 되었다.경제학부 학생들이어서인지대학등록금,대졸초임,집세,취업문제 등 남한의 경제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남한 대학생들이 ‘북녘산하답사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자 “남녘 학우들이 언제쯤 평양에 오는가”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6·15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명철 학생이답했다.“이번 6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에 오신 것도 반갑지만 북과 남의 두 수뇌분들이 역사적인 북남공동선언을 채택하신 데 대해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우리 청년학생들도 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는데 모든 것을 다 바칠 결심으로 있습니다”. 그는 “남의 청년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잊지 않았다. 점심은 염치불구하고 학생들이 저마다 싸온 도시락을 얻어 먹기로했다.김밥,물이 많은 열무김치,계란말이,오리불고기,타조고기,도라지무침,고사리무침,삶은 달걀 등 오랜만에 먹는 가정식 음식들이었다. 타조고기가 이색적이었다.평양에 타조목장이 있는데 타조 한 마리는120㎏,알도 1∼2㎏이나 나가 하나면 한 가족이 먹는다고 했다. 점심이 끝나자 오락회가 벌어졌다.‘콩깍지놀이’였다.양손으로 무릎 치고 손뼉 치고 세 번째 박자에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콩’‘깍’‘지’를 돌아가며 외치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돌려 박자나 가사가 틀리면 걸리는 놀이였다.세 학교 학생이 섞여서 놀다보니 학교마다 특색이 있었다.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말이 기본이라,걸려도 말 한마디 하고 노래를 불렀으며 김형직사범대학 학생들은 재기발랄하고 재주가 다양했다.김책공대 학생들은 총명해 보이는 얼굴들이지만다소 순발력이 떨어져 맡아놓고 걸리는 축이었다.그들이 걸려들 때마다 김형직사대 학생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러댔다. “어서어서 나오세요! 안 나오면 졸장부!”.여학생들이 집단으로 나와 “여성은 꽃이라네,나라의 꽃이라네…”라는 노래를 합창하자 남학생들이 슬그머니 나와 백코러스를 넣었다.“할머니는 떼놓고,할머니는 떼놓고…” 한바탕 춤판을 벌인 후 유람선이 선착장에 닿았다.헤어질 시간이었다.학생들은 저마다 술병을 들고 이별주를 권하고 공책을 꺼내 말 한마디 남겨 달라고 했다.배에서 내려 오랫동안 악수를 나누었건만 학생들은 승용차까지 따라와 눈물을 글썽였다.“통일되는 날 꼭 만납시다”를 거듭 외치는 깨끗한 얼굴들을 뒤로 하고 떠나면서 기자는 서울의 얼굴들을 떠올렸다.한번 만났다 하면 1차,2차,3차,4차를 거듭하면서 새벽녘까지 헤어지지 못하고 몰려다니곤 하는 그들.정 많고 흥많은 면에서도 남과 북은 지독하게도 닮아 있었다. 신준영기자 현지르포 junyoun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