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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공원으로 전락한 성지 장충단비가 애처롭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공원으로 전락한 성지 장충단비가 애처롭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차 ‘남산과 장충동-근대역사기억장소’ 편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소 자주 가는 곳이지만 언제,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의미와 감흥이 다른 법이다.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 바로 다음날 대한제국의 현충원 장충단을 찾은 게 공교롭다. 이곳은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을 체결한 일본 측 주역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이 세워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남산 단풍이 최후의 절정을 이루던 날, 베테랑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해설을 맡았다.우리의 삶이 장소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려 주는 학문을 인문지리학이라고 한다. 이 중 문화지리학은 장소의 정체성 확보에 중점을 둔다. ‘문화·장소·흔적, 문화지리로 세상 읽기’라는 책에서 영국의 존 앤더슨은 흔적이란 인간의 문화적 삶이 장소에 남은 것이며, 장소야말로 문화지리학의 초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장충단이라는 장소는 어떤 흔적과 문화적 삶을 우리에게 남겼을까. 장충단이 주는 첫인상은 제단(祭壇)보다는 공원이다. 시민들이 남산공원 일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장소의 곡절과 인위적인 훼절이 초래한 결과이다. 본래 남산은 공원이 아니었다. 서울 풍수는 궁궐을 위시한 모든 가옥이 백악을 등지고 남산을 향해 남향으로 짓는 게 핵심이다. 남산은 도성민이 고개만 들면 보이는 앞산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진을 친 왜장대를 중심으로 1885년부터 남산 기슭에 집결한 일본인들이 남산을 등지고 백악을 향해 북향하면서 남산은 공원 신세가 됐다. 1897년 왜성대공원에 이어 1910년 한양공원이 들어섰다. 재경성일본거류민단 위락용으로 장충단공원과 남산공원을 조성했다. 1940년 경성시가지 계획에 따라 모두 140개의 공원을 고시하면서 덕수궁, 창경궁과 함께 장충단 역시 공원으로 전락했다. 일제의 극악한 민족정기 말살 정책이다. 이때 41만 8000㎡였던 장충단공원은 1955년 70만㎡로 확장되면서 서울에서 가장 큰 근린공원이었다. 30년 만인 1984년 30만㎡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면서 남산자연공원에 귀속됐다. 장충체육관, 영빈관(신라호텔 영빈관), 신라호텔, 자유센터, 타워호텔, 국립극장, 재향군인회관(동국대 예술대), 중앙공무원교육원(동국대 농대)등 온갖 시설들이 갖은 명분으로 공원 부지를 해제하고 들어선 탓이다. 장충단공원은 만신창이가 됐다. 사실상 이름도 잃어버렸다.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무지막지한 파괴의 현장이다.대한제국 국립현충원 장충단의 존재감은 파묻혔다. 주위를 둘러싼 엄청난 높이와 규모의 각종 동상과 기념비, 공공건물과 호텔에 파묻혀 왜소한 비석 하나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항일의 성지라는 장소의 역사성을 바꾸기 위해 가해진 극단의 변형 때문이다. 1932년 박문사 조성이 결정타였다. 신라호텔과 영빈관은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최고 공로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춘무산 박문사가 있던 장소이다. 일제의 한반도 지배를 정당화하고, 이토를 신격화하는 신사이다. 정문은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을 가져왔고, 난간엔 광화문에서 가져온 석재를 쌓았다. 왕의 어진을 모신 경복궁 선원전은 승려 주거용 고리(庫裡)로 사용했다. 환구단 돌북을 안치했던 석고전을 가져다가 종루로 둔갑시켰다. 대한제국의 상징물을 동원해 이토를 장식한 것이다. 1913년 1월 23일자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에 ‘늦겨울의 장충단’이라는 기사와 장충단 사진이 실려 있다. 3층 기단에 14칸짜리 품위 있는 건물이다. 봄·가을에 제향과 군악 연주, 조총 발사 등 장엄한 예식이 1910년 폐사되기 전까지 거행됐다. 을미사변을 비롯,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숨진 군인들을 위로하는 현충의식이었다. ‘나라를 위한 일에서 죽은 자에 대해 반드시 제사를 지내어 보답하는 게….’ 고종실록에 실린 장충단 건립 목적이다. 또 1901년에 발간한 ‘장충단영건하기책’에는 장충단 축조기록과 의례절차가 전해진다. 장충단 단사는 공원 내 한국유림독립운동 파리장서비 자리에 있었다. 황제가 이름을 짓고, 황태자(순종)가 글을 쓰고, 충정공 민영환이 비문을 지었다. 비운의 장충단비는 신라호텔 뒤에 버려져 나뒹굴다가 1969년 지금 자리로 옮겼다. 장충동이라는 지명이 남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강점기 장충동 일대 신흥 주택단지는 이토의 이름을 따 박문대라고 불렸다. 1970년 시인 김지하는 저항시 ‘오적’에서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동빙고동, 성북동, 수유동, 장충동, 약수동…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고 당대의 도적들을 야유했다. 강남시대가 열리기 전 한때의 만담이다. 잊혔던 장충단제는 1988년 부활했다. 서울 중구는 을미사변일인 1895년 8월 20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매년 10월 8일 장충단비 앞에서 제향을 지낸다. 또 최근에는 장충단비~한국유림독립운동 파리장서비~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열사 기념비~최현배 선생 기념비~유관순 열사 동상~3·1 독립운동 기념탑 등을 돌아보는 답사프로그램 ‘호국의 길’도 만들었다. 하루바삐 장충단사를 복원해야 한다. 마음을 모으면 장소의 역사성은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멋과 맛 ■일시: 11월 25일 오전 10시 종각역 4번 출구(보신각 앞) ■신청(무료) : 서울시 서울미래유산 (futureheritage.seoul.go)
  • 첫눈과 함께 “찰칵”

    첫눈과 함께 “찰칵”

    서울에 첫눈이 내린 20일 중구 남산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채 떨어지지 않은 단풍 위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나홀로족 홀리는 ‘집밥 한·일전’

    [公슐랭 가이드] 나홀로족 홀리는 ‘집밥 한·일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탄생한 세종시 주변에도 요즘에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예전처럼 황량한 느낌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주변에는 세종호수공원과 잘 정비된 자전거길이 바쁜 출근길을 재촉하는 공무원들을 반긴다. 하지만 아직은 2% 부족하다. 곳곳을 둘러보면 여전히 고층 건물을 쌓아올리고 있는 대형 크레인들이 가을 냄새를 풍기는 단풍나무들과 공존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소박하고 담백한 집밥을 찾게 된다. ‘나홀로 공무원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박리 ‘콩대박’… 직접 콩 키워 손수 빚은 두부에 구수한 된장찌개 ‘콩서방·콩각시 정식’ 정부세종청사에서 20여분 정도 차를 타고 금강을 건너가면 바로 금남면 대박리가 나온다. 자연과 어우러진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 드는 곳. 특히 담백하고 건강한 집밥이 생각나면 자주 찾게 되는 맛집이 바로 금남면 대박리에 위치한 ‘콩대박’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농촌진흥청과 세종시 농업기술센터가 특별히 지정한 농가 맛집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직접 재배한 국내산 콩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다양한 콩 요리를 맛볼 수 있어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대표 메뉴는 두 가지다. 콩서방 밥상은 1만 5000원, 콩각시 밥상은 2만 5000원으로 집밥 메뉴답게 이름도 콩서방, 콩각시로 붙였다. 순두부, 콩전, 콩고기, 두부 등 콩요리와 수육, 고등어무조림, 샐러드, 참외·고추·마늘 장아찌, 샐러드, 표고버섯강정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후식인 오미자차와 주전부리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건강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매력 만점인 곳이다. 이 식당의 트레이드마크는 직접 재배한 국내산 콩으로 아침에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 아름동 日 가정식‘키햐아’… 입에서 살살 녹는 연어 샐러드· 비법간장으로 맛 낸 돈부리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인 세종시 아름동에 자리잡고 있는 맛집으로 일본식 집밥이 생각난다면 반드시 찾게 되는 곳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일본 가정식 전문점 ‘키햐아’. 입안에서 살살 녹는 연어샐러드를 먹다 보면 탄산이 식도를 넘어갈 때 간질거림을 긁어 주는 소리를 뜻하는 ‘키햐아’를 떠올리게 된다. 순간, 누구나 시원한 생맥주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곳. 별도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식사시간에 항상 대기가 있지만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이 식당의 대표 인기메뉴는 두툼하면서도 신선한 생연어와 케이퍼, 양파 등 각종 채소와 크랜베리, 어니언·오리엔탈 드레싱으로 맛을 살린 연어샐러드다. 가격은 1만 6000원. ‘키햐아’만의 비법간장으로 맛을 낸 규동, 가츠동, 에비동 등 돈부리도 유명하다.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에 숙주 등 갖은 야채와 신선한 해산물로 요리한 매콤하고 얼큰한 나가사키 우동과 사이드로 곁들여 나오는 다코야키, 아게다시 등 다양한 일본식 요리도 맛볼 수 있다.임형진 명예기자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실 홍보팀장)
  • [길섶에서] 헌책/황수정 논설위원

    우정과 동치미는 묵혀야 제맛이고, 책만은 새것이라야 한다고 고집했다. 딴 데 아낄 일이지, 새 책을 단념할 일은 없다 싶었다. 옛 문사들은 손때 묻은 책의 운치를 자주 들먹였다. 이태준 같은 이는 “먼지를 털고 겨드랑 땀내 같은 것을 풍기는” 고서점 책들의 함축미를 칭찬했다. 그럴 때도 고개를 저었다. 세월의 흔적이 구수한들 칼칼한 잉크 냄새, 새 책의 쨍한 맛을 당해 낼까. 요사이 헌책 읽는 맛이 제법이다. 절판돼 서점에 없는 책을 인터넷으로 사들였다가 몰랐던 재미를 알았다. 뜻밖의 덤이 붙어 온다. 책갈피에 엄지 만한 단풍잎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늦가을 어느 오후에 누군가의 상념은 이렇게 붉었을까. 꼼짝없이 붙들려 박제된 하루살이 한 마리. 한여름 깊은 밤 누가 잠 못 들어 뒤챘을까. 그 누가 그어 놓은 밑줄에 오래 눈이 간다. 군생각들이 성가시지 않다. 산전수전에 인전(人戰)을 보태며 손때로 둥글어진 모서리. 누워 읽다 깜빡 졸음에 콧등을 찧어도 탈 없다. 그저 괜찮다. 시간을 겪어 제 몸 둥글린 헌책처럼, 여물어 순해진 가을 열매처럼. 둥글둥글하게, 구수하게.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서울포토] ‘노랗게 물든 가을 길’

    [서울포토] ‘노랗게 물든 가을 길’

    14일 서울 종로 광화문 인근 도로 은행나무가 노랗게 단풍이 들어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여의도 공원

    [서울포토]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든 여의도 공원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이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파주 감악산 화재 ...주말 등산은 어떻게

    파주 감악산 화재 ...주말 등산은 어떻게

    10일 오전 1시 20분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에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산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소방당국은 야간에 산불진화대와 인근 군부대 인력 등이 함께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해가 뜬 직후에는 헬기 3대도 동원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불길을 잡는 한편 정확한 피해 면적을 파악하고 있다. 한편 감악산은 주말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근교의 산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재천 한걸음, 가을 한걸음

    양재천 한걸음, 가을 한걸음

     “강남 양재천에서 단풍이 주는 가을 정취를 느껴보세요.”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7일 ‘양재천 단풍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도곡2동 양재천 보행자교를 방문했다. 도곡동은 신 구청장의 ‘1동 1명소’ 조성 추진 방침에 따라 봄에는 벛꽃으로 물들고 가을에는 단풍이 화려한 도곡동 인근 양재천 산책로를 명소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부터 연 2회씩 양재천에서 축제를 하고 있다. 양재천은 서초에서 시작해 개포·도곡·대치동을 지나 송파구 탄천까지 연결되는데 도곡동 일대에 산책길이 잘 조성돼 있고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는 점에서 축제를 통해 지역의 명소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신 구청장은 이날 가을꽃 걸이 화분과 화단으로 꾸민 양재천 보행자교 포토존에서 주민들의 요청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축제를 찾은 주민들은 보행자교 북단을 확장해 마련한 무대에서 펼쳐진 강남 심포니의 클래식 연주가 양재천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보행자교는 도곡2동 주민센터 인근 카페거리와 함께 축제의 메인 무대가 되는 공간이다. 양재천 산책로 일대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을 대거 설치해 가을밤을 은은히 물들이도록 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축제는 도곡2동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는 민·관 협업사업인 만큼 주민이 행사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카페거리에서 열린 사랑나눔벼룩시장, 먹거리 장터, 양재천 우수블로그 대회 입상작 전시회, 양재천 사계 사진전 등 주민 행사가 대표적이다. 주민들은 축제를 위해 자원봉사 조직을 만들어 양재천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는 한편, 점포 앞 예쁜 화분 놓기 운동도 전개했다.  이날부터 동 주민센터 4층 공연장에서 반려동물 행동교정 등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반려동물 특강도 인기를 끌었다. 특강은 10일까지 이어지며, 11일 영동2교와 보행자교 사이에서는 2017 반려견 페스티벌 행사도 열린다.  신 구청장은 “축제가 지역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양재천이 강남의 관광 명소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보다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쾌지나칭칭, 하늘엔 잔별도 많고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쾌지나칭칭, 하늘엔 잔별도 많고

    천문학자 이강환의 에세이집 ‘빅뱅의 메아리’를 읽다가 ‘은하 중심 방향은 성간물질에 의한 소광 현상이 너무 심해서 가시광선으로는 관측할 수 없었다’에서 생각이 다른 데로 빠졌다. ‘소광’이라. 그렇지. 잡다하게 시끌시끌한 소리가 ‘소음’이니까, 그런 빛은 ‘소광’이겠지. 새로이 한 단어를 알게 된 기쁨은 그러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가 싹 틔운 것이었다. 소음의 ‘소’(騷)와 소광의 ‘소’(消)는 한자가 달랐다. 소광과 같은 뜻의 ‘소’를 쓰는 소음(消音)이란 단어가 따로 있는데, 오디오 기기에서 익히 본 ‘음 소거’, 즉 ‘소리를 거둔다(없앤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더 좋지. 어쩌면 내가 소광(騷光)이란 말을 처음 만드는 사람일지도 몰라. 나는 흐뭇해져서, 그리하여 지름 25m 전파망원경을 건설하게 되는 단락을 마저 읽었다.독일 작가 W G 제발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거기 나오는 이국의 이름도 낯선 고장들을 구글 검색으로 생생히 보며 따라다녔다는 친구가 있다. 그 참 기발한 독서였다. 책 읽을 때의 내 버릇 중 하나는 문득 듣고 싶은 음악이 떠올라 찾아 듣는 것이다. ‘빅뱅의 메아리’의 짝은 나를 우주적 서정으로 담뿍 적시던 독일 그룹 ‘발전소’다. 꽤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디스켓인데 기다렸다는 듯 금방 눈에 띄었다. 쿵쿵, 쿵쿵, 심장 뛰는 소리인 듯도 하고 우주선 발동 걸리는 소리인 듯도 한 ‘라디오-액티비티’ 전주에 은하여행을 앞둔 양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 역시 좋구나. 소음(騷音)조차 음악으로 만드는 ‘발전소’여라. 광막한 칠흑 어둠 속에서 태풍 속 낙엽처럼 별들이 흩날리며 스쳐가네.인공적인 빛의 발명으로 인류는 깨어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그 빛이 넘쳐 밤을 잃었다고, 지구의 밤은 빛으로 오염됐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외딴 바닷가나 산 속에서야 한밤에 깨끗한 어둠을 맛볼 수 있다. 위생적인 어둠! 밤의 어둠은 건강하게 사는 데 필수다. 그 예로 내 거실에 사는 남천이 있다.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선물 받은 것이다. 그 집의 발갛게 단풍 든 남천들이 어여뻐서 기대가 컸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 남천은 네 해가 지나도록 푸르기만 푸르고 한번도 단풍이 들지 않았다. 내가 거실에 켠 불을 거의 끄지 않고 지내는 게 그 요인이라는 걸 근래 알게 됐다. 남천에게는 밤새 켜진 불빛이 고스란히 소광(騷光)이었을 테다. 불쌍한 남천, 4년여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얼마나 피곤했을까. 우리 남천을 생각해서라도 방을 비울 때는 불 끄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내 생활도 작으나마 질서가 생겨서 보다 단정해질 테다. 11월, 북반구의 사람들을 가장 쓸쓸하게 하는 달이다. 문득 전 생애 동안 겪은 슬픈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켜켜이 쌓이는 달. 원초적 페이소스가 해일처럼 밀려드는 달. 신이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계에 홀로 떨어진 존재처럼 속수무책 떨리는 달. 어쩌면 신은 나처럼 아무 힘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줄도 모르고 벼랑 끝의 인간들이 어떻게 좀 해달라고 신만 바라보며 칭얼대니 신의 심정(그에게 그런 게 있다면)이 말이 아닐 테다. 요즘 유난히 나를 따르며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듯한 삼색고양이가 어제 보니 새끼를 가진 듯 배가 불룩했다. 그에 막막해진 끝에 든 생각이다. 겨울을 앞두고 제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들 텐데 새끼라니. 영양식을 먹이는 것 말고는 달리 내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단 말인가. 두 달 전에 모진 사람이 동네에 이사 오더니 한 주일도 안 돼 그 집 근처에서 밥 먹던 고양이들을 얘 하나 남기고 다 사라지게 만들었다. 중성화 수술을 받고 평화롭게 뒹굴던 그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피눈물이 난다. 이제는 혼자 우리 집 앞에 와 밥을 먹는 삼색고양이가 체온을 나누던 친구들이 없어졌는데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지금은 좀 덤덤해졌지만 그가 이사 온 이후 첫 달은 매일,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는 듯했다. 그때가 11월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다. 11월의 하늘에는 무슨 별이 뜰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웬 별자리 운세만 주르륵 뜬다. 몇 권 사뒀던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을 어쩌자고 가을에 태어난 친구 둘에게 선물했다. 쩝, 생일선물 제목하고는…. 부디 정반대여라!
  • 서오릉으로 막바지 단풍 구경 가볼까

    서오릉으로 막바지 단풍 구경 가볼까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서 드라이브 겸 단풍 구경을 하기 좋은 곳이 추천 단풍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도심에서도 가까운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西五陵, 사적 제198호)이 주목받고 있다. 서오릉은 ‘도성의 서쪽에 자리한 다섯 능’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중 경릉(敬陵)은 추존 덕종(德宗, 세조의 아들이자 성종의 아버지, 추존 전 의경세자)과 인수대비로 더 잘 알려진 소혜왕후 한 씨의 능이다. 웅장한 나무숲과 문화재인 조선왕릉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서오릉은 조선왕릉에 대한 역사 산책 강의와 산림욕을 하면서 산책할 수 있는 숲이기도 하다. 최근 단풍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기 위해 인근 주민들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오릉은 삼송과 은평, 원흥 그리고 연신내역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데다 산책 후 서오릉 주변의 각종 맛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오릉에서 친환경 무항생제 녹색한우를 취급하는 서오릉 맛집 ‘한우만’의 최종순 대표는 “서오릉 주변은 가족단위의 고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가족들이 기호에 맞게 섭취할 수 있도록 부위별 소고기를 골라먹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고 밝혔다. 전라남도 청정지역에서 자란 녹색한우의 부위별 소고기를 입맛대로 저렴한 값에 직접 골라 먹을 수 있는 만큼 경제적 소비가 가능하다. 녹색한우 정육식당인 ‘한우만’은 단체손님을 위한 200여석의 넉넉한 좌석과 50대의 동시주차가 가능한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김광수 서울시의원 ‘제3회 수락산 문화나눔 콘서트’ 참석

    김광수 서울시의원 ‘제3회 수락산 문화나눔 콘서트’ 참석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김광수 의원(국민의당, 노원5)은 지난 29일 서울을 대표하는 수락산 자락 당고개 공원에서 ‘제3회 2017 수락산 문화 나눔 콘서트’를 참석하여 지역 주민과 화합의 문화장터를 열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진행된 ‘2017 수락산 문화 나눔 콘서트’는 EMA가 주최로 수암사랑나눔이가 주관했으며 본 행사에 관심이 많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진행되어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 날 행사는 3시부터 주민들이 운집하기 시작해 1,000여명이 넘는 상계동 주민이 당고개공원 넓은 마당에 자리를 잡은 가운데 4시부터 시작 되었으며 국민의례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음악축제가 진행 됐다. 다소 날씨가 추워서 걱정은 되었으나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넘는 시간으로 마칠 수 있었다. 김광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복 받은 주민입니다. 이렇게 멋진 단풍이 가득한 수락산 자락 당고개공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벌써 당고개 문화축제가 3회째를 맞게 되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어졌어도 이렇게 많은 상계동 주민들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을 보면 ‘시작을 잘 했다’ 생각을 합니다. 오늘 마음껏 즐기고 힐링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문화축제에 참석한 출연자는 노원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과 전문 연주자, 가수가 참석하여 콘서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어린 학생들이 참석한 어린이 합창단과 벨리댄스 엔젤은 관객들로부터 더 큰 박수를 받았으며,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출연한 노래하는 가수 성지스님이 무대에 등장하여 흥겨운 노래를 선물하니 모든 관객이 하나 되어 박수와 함께 춤을 추며 열기를 불어 넣었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은 “날씨가 추워서 안타까웠지만 이런 잔치를 어디서 만날 수 있겠나. 너무너무 좋다. 그동안 계속해서 참석했지만 매번 색다른 느낌을 받으며 볼 수 있었다. 내년에도 꼭 이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좋겠다“ 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주관한 수암사랑나눔이(단장 김갑수) 단원 50여명이 참석하여 질서유지와 안내, 커피를 준비하며 행사 뒷정리까지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본 행사를 마지막까지 지켜본 김 의원은 ‘매번 느끼지만 지역 주민들이 함께 동참하여 이렇게 박수를 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주민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것에 따뜻한 가족 사랑의 느낌을 받게 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본 행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낙엽 밟으며 가을 정취 느껴요”…성남 중앙공원에 낙엽거리

    “낙엽 밟으며 가을 정취 느껴요”…성남 중앙공원에 낙엽거리

    경기 성남시는 가을 분위기가 절정인 분당구 중앙공원 산책로 일부 구간을 이달 말까지 낙엽거리로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낙엽거리는 중앙공원 보도 3교∼역말광장으로 이어지는 400m 구간이다. 이곳에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조화를 이뤄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멋과 맛이 일품이다. 시는 낙엽거리 운영 기간 이곳에 쌓이는 낙엽을 치우지 않고 일반쓰레기만 수거하면서 관리해 자연경관을 살리기로 했다. 낙엽 공으로 축구 하기, 가을 편지 쓰기, 낙엽으로 왕관 만들기 등 ‘중앙공원의 가을 이야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관리사무소(☎031-729-4907)로 신청하면 날짜에 맞춰 전문교육 강사가 동행하면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길섶에서] 동네 단풍/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단풍이 막바지다. 지난달 초·중순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부터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해 지난주 절정을 이뤘다. 주말, 주중 할 것 없이 단풍구경 나선 사람들로 주요 산들과 단풍이 아름다운 ‘명소’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단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이번 주말과 다음 주초 남쪽 내장산과 무등산을 끝으로 올해 단풍도 서서히 끝물에 들어선다. 올해도 산과 계곡으로 단풍 구경을 다녀오는 대신 신문에 실린 단풍 사진으로 ‘퉁친다’. 청와대 뒷산과 덕수궁 주변 단풍도 볼만하다. 잠깐만 여유를 갖고 고개를 들면 굳이 단풍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주변이 단풍 천지다. 지인들한테 걸려오는 단풍 구경 가자는 전화에 한 어르신은 동네 앞뒤로 단풍이 얼마나 예쁜데라며 내년을 기약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눈에 들어오는 법. 지친 어르신 표정 너머로 노랑 빨강의 가로수가 스친다. 힘들고 지칠 때일수록 여유를 가지라고들 한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잠시 눈을 들어 동네 단풍 구경이라도 실컷 하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 굽이굽이 단풍길 붉은 물감 풀었나

    굽이굽이 단풍길 붉은 물감 풀었나

    단풍이 무르익고 있다. 농염하다 할 만큼 색이 짙어지는 때다. 남녘의 여러 단풍 명소 가운데 비교적 사람의 발걸음이 덜한 곳들을 추렸다. 가시는 길에 만추의 서정을 듬뿍 길어오시라.천연기념물인 절 주변 단풍숲 - 고창 선운사·문수사 전북 고창의 단풍 명소로 꼽히는 절집은 선운사와 문수사다. 앞줄에 서는 건 선운사다. 일주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단풍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한다. 노란 은행나무와 애기단풍 등이 잘 어우러졌다. 남도에서 나오는 달력 가운데 11월에 해당되는 사진은 거의 이 일대에서 촬영됐다고 봐도 틀림없다. 길은 도솔계곡으로 이어진다. 선운사 단풍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굵은 노거수들이 절정의 단풍을 펼쳐내면 도솔천 계곡물이 이를 그대로 비쳐낸다. 선운사 지나 내원궁과 도솔암까지는 내처 다녀오는 게 좋다. 이 일대의 단풍 군락도 자태가 빼어나다. 도솔암의 자랑은 13m 높이의 마애불이다. 암벽 칠송대(七松臺)의 한쪽 벽면에 조각돼 있다. 불상의 배꼽에 검단선사의 비결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문수사는 요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이다. 절집 주변 단풍숲이 천연기념물(463호)이란 게 독특하다. 단풍숲은 늙은 단풍나무 외에도 졸참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혼재돼 있다. 그래서 더 내력 깊은 풍경을 펼쳐낸다. 다만 천연기념물 단풍숲이 출입 제한 구역이어서 아쉽다. 목책 밖에서 감상해야 한다. 일주문에서 문수사에 이르는 짧은 구간의 단풍도 인상적이다.신라시대에 조성된 ‘비밀의 숲’ - 함양 상림 경남 함양의 상림은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 조성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걸핏하면 범람했던 위천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당대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건의해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154호다. 주종을 이루는 건 참나무다. 구황식품으로 사용됐던 도토리를 얻기 위해서다. 이 밖에 서어나무, 사람주나무 등 홍수를 막기 위한 활엽수들이 식재돼 있다. 언제 찾아도 좋은 상림이지만 절정은 역시 가을이다. 2만여 그루의 수목 사이로 낙엽과 단풍이 어우러지며 절경을 펼쳐낸다. 가을철엔 운곡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406호)를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이 맘때면 노란 잎들을 떨구는데, 그 모습이 꼭 노란 눈이 쏟아지는 듯하다. 높이는 38m. 경기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39m)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300여년 전에 생식 능력을 상실한 고목이라는데, 어느 모로 봐도 융융한 기상의 젊은 나무를 보는 듯하다. 마을 이름을 ‘은행정’(銀杏亭)으로 바꿀 만큼 주민들의 각별한 굄을 받고 있다. 개평마을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하동 정씨, 풍천 노씨, 초계 정씨 등이 모여사는 집성촌이다. 오래된 한옥 사이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고갯길 따라 꼬리 치는 단풍 - 영주 고치령·마구령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를 흔히 ‘양백지간’(兩白之間)이라 부른다. 큰 산 두 개가 포개졌으니 당연히 고개도 많을 터. 그 가운데 경북 영주의 고치령(770m)과 마구령(820m)이 단풍철에 절경을 펼쳐내는 숨은 명소다. 덜 알려져 한적하고,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고갯길 따라 꼬리치는 단풍의 자태가 빼어나다. 고치령은 소백과 태백을 나누는 고갯마루다. 단산면 좌석리가 들머리다. 부석사 못 미쳐 소백산 연화동 계곡 바로 옆으로 옛길이 놓여 있다. 좌석리 지나 정상까지 유순한 길을 따라 5㎞ 정도 숲과 계곡이 펼쳐져 있다. 정상을 넘어서면 일부 비포장길이 있지만, 승용차도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다. 마구령은 부석사 인근 임곡리에서 남대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주로 충북 단양, 강원 영월 쪽의 민초들이 영주 부석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다. 현지 주민들은 ‘매기재’라고도 부른다. 논을 매는 것처럼 오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름만큼 고갯길은 험하다. 깎아지른 벼랑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한데 풍경은 참 곱다. 이 즈음 부석사 앞 은행나무 숲길 풍경도 괜찮다. 샛노란 은행잎이 일주문 단청과 차분하게 어우러져 있다.주름 잡힌 붉은 치맛단 보는 듯 - 무주 적상산 붉은(赤) 치마(裳) 두른 산이란다. 전북 무주의 적상산이다. 산정으로 오르는 단풍길은 구불구불하다. 꼭 주름 잡힌 치맛단을 보는 듯하다. 산 이름도 이 모습에서 비롯됐지 싶다. 정상에 이르는 6㎞ 구간 내내 그런 굽이가 31개쯤 이어진다. 이를 따로 ‘북창 드라이브 코스’라 부르기도 한다. 적상산 중턱엔 적상호가 있다. 1995년 양수발전을 위해 조성됐다. 호수 둘레에 다양한 색상의 단풍나무들이 식재돼 있다. 호수 옆엔 원형의 수조가 서 있다. 이 수조가 적상산에서 가장 빼어난 전망대다. 철제 계단을 오르면 ‘북창 드라이브 코스’와 무주읍내, 그리고 무주 인근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갈림길에서 안국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적상산 사고지 유구다.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관하던 곳이다. 예서 다시 산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안국사다. 절집 아래쪽으로 적상산성이 복원돼 있다. 성벽에 올라 맞는 풍경이 참 장쾌하다. 안국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안렴대까지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 덕유산과 멀리 지리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적상산 중턱에 머루와인 동굴이 있다. 무주의 특산품인 산머루와인을 맛볼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초·중·고 자연친화형 학교로 변신 ‘생태도시 광진’

    초·중·고 자연친화형 학교로 변신 ‘생태도시 광진’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양고등학교의 야외 정원은 산책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점심을 먹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큼한 허브 향과 싱그러운 녹음 내음을 맡으며 정원 곳곳을 거닐었다. 한쪽 텃밭에서는 특수학급 학생들이 무, 배추, 상추, 대파 등을 가꿨다.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며 책을 읽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홍애란 교감은 “이곳은 1년여 전만 해도 아무도 찾지 않는 황무지였다”며 “말 그대로 천지개벽해 지금은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이 즐겨 찾는 휴식 명소가 됐고, 학생들 정서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광진구는 지난해 5~7월 광양고 공터(997㎡)의 잡초를 제거하고 허름한 웅덩이를 메워 정원과 텃밭을 조성했다. 분꽃나무, 에메랄드그린, 회양목, 조팝나무 등 2426그루의 나무와 자산홍, 백합, 돌단풍, 애플민트 등 4428포기의 꽃을 심었다. 학교 벽을 따라서는 능소화를 심어 넝쿨이 벽을 타고 올라가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내도록 했다. 벤치도 만들어 학생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한 학생은 “자연과 접하기 어려운 대도시 학생들에겐 정말 큰 선물”이라며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몸과 마음을 ‘힐링’하면서 여유를 찾게 해 준다”고 밝혔다. 한 특수학급 학생은 “폐기물을 묻었던 곳이라 처음에는 야채가 잘 자라지 않아 속상했다”며 “비료도 뿌리고 정성을 쏟았더니 이제는 온갖 야채가 잘 자라고, 직접 가꾼 채소로 요리도 해 먹는다”고 말했다.광진구의 ‘에코스쿨 조성사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옥상 등 학교 공터에 정원과 텃밭을 만들면서 삭막한 학교가 자연 친화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에코스쿨 조성사업은 도심 속 학교에 녹지와 생태 공간, 텃밭을 만들어 학생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광진구는 2001년 자양초등학교와 용곡중학교를 시작으로 지난 9월 건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까지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44개교 가운데 32개교를 자연 친화형 학교로 만들었다. 구 관계자는 “구에서 학교 상황에 맞게 전문적·체계적으로 녹지 공간을 조성해 준다”며 “내년에도 학교 두 곳에 에코스쿨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에코스쿨은 대도시 학생들이 꽃과 나무를 보며 자연을 느끼고, 직접 채소를 심고 가꾸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면서 “학교뿐 아니라 도서관, 공공건물, 주택가 등에도 녹지 공간을 풍부하게 조성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도시 광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동탄 호수공원 수위 1m 높이기로 주민과 합의

    경기도시공사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호수공원 수위를 1m 높이기로 신도시 입주민 대표 등과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호수공원의 최고 수심은 당초 5m에서 6m로 늘어나며, 이로 인해 호수면적도 다소 늘어나게 됐다. 동탄2신도시 주민들은 그동안 호수공원 수심이 얕아 당초보다 호수면적이 좁아졌다며 수위 상승을 요구해왔다. 도시공사는 지난 9월 조광명 경기도의회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경기도와 화성시, 경기도시공사, 전문가, 입주민대표 등 13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 등을 3차례 걸쳐 논의해 왔다. 협의체는 이와 함께 호수공원에 휴게시설과 그늘 공간을 늘리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로 이뤄진 특색있는 가로수길 2㎞를 추가 조성하는 등 주민들이 요구하는 14개 항에도 합의했다. 협의체는 내년 6월 호수공원 조성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같은 합의 사항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속해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조광명 위원장은 “그동안 호수공원과 관련한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서로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경기도시공사에 대한 불신의 벽이 쌓여 있었다”며 “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634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동탄2신도시 호수공원은 공원·녹지 56만㎡, 호수 18만 4000㎡ 등 전체 면적이 181만 8000㎡에 이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사진설명/동탄호수공원협의체
  •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정찬주의 산중일기] 고갯길이 인생길이다

    나는 하루에 차를 몇십 잔씩 마신다. 손님과 날씨에 따라 발효차, 녹차, 보이차 등 차 종류는 달라진다. 햇살이 쨍한 날은 녹차, 손님이 초보자일 때는 발효차, 날씨가 쌀쌀해지면 보이차를 마시는 것이다. 최근에 북인도 라다크를 다녀왔는데 고산병의 후유증을 차와 물로 다스리고 있다. 라(La)는 고개, 다크(dakh)는 땅이라고 한다. 라다크라는 단어가 왠지 인생길과 동의어 같다.며칠간 비실거리다가 이제야 겨우 일어나 산책하고 있다. 나의 산책 코스는 새로 생긴 저수지 백자쌍봉제 둘레길이다. 쌍봉제 앞에 백자란 말이 붙은 까닭은 이렇다.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수몰되는 터에 17세기 초 무렵의 백자가마터가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은 남한의 민요(民窯)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을 거라고 추정했다. 우연이란 없다고 하지만 안사람도 백자를 만들고 있으므로 17세기 초에 살았던 도공들의 혼을 생각하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며칠 동안 산책하지 못했는데 추수가 끝난 산중 다랑이논들이 어느새 텅 비어 있다. 벼들이 누렇게 익은 다랑이논들의 아름다움을 더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무위자연의 황금계단을 보는 듯 스스로 행복해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개 숙인 벼들의 향기는 코를 자극하는 꽃향기와 달리 은근한 마력이 있었다. 나는 향기로울 향(香)자가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의 조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가을 햇살에 익어 가는 벼들의 향기야말로 1년 농사를 지은 농부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제는 산자락에 붉고 노란 단풍이 번지고 있다. 노란 단풍은 새들이 좋아하는 팽나무이고 유난히 붉은 비단 같은 단풍은 산벚나무다. 벼를 베어 낸 다랑이논들의 모습이 다소 쓸쓸하지만 산벚나무 단풍이라도 볼 수 있으니 산책을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늙은 환자처럼 천천히 걷고 있는 중이다. 고산병 예방약을 복용하고 라다크의 고갯길을 올랐지만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는 한두 달 시달렸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다행히 차와 물을 자주 마심으로써 후유증은 많이 완화돼 이렇게 산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라다크의 중심 도시 해발 3520m의 레(Leh)에 도착했을 때 물을 10분 간격으로 홀짝홀짝 마셨는데 몹시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산소가 희박한 땅이어서 일행 중에 네 명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모두 저혈압으로 고생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고혈압 환자였기 때문인지 그런대로 견뎠다. 물론 목욕하지 말 것, 식사는 적게 할 것, 보행은 천천히 할 것 등등의 수칙을 지키면서 그랬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긴장을 했다. ‘정찬주 작가와 함께하는 북인도 하늘길 탐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해질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나도 둘째 날 밤에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겨우 참아 냈다. 내가 쓰러지면 일행의 분위기는 바로 가라앉고 일정이 불가피하게 조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강력하게 원했던 판공초로 향했다. 판공초는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부딪칠 때 히말라야 산맥과 함께 솟구쳐 오른 해발 4350m에 있는 길이가 154㎞나 되는 거대한 소금 호수였다. 나는 부탄에 갔을 때 해발 3120m 절벽의 탁상사원을 올라가 본 적이 있었으므로 자신했다. 그러나 나의 자신감은 곧 허물어지고 말았다. 판공초를 가려면 해발 5360m인 창라를 넘어야 했는데 만년설이 쌓인 그곳을 지나가면서 몸과 의식이 분리되는 듯했다. 갑자기 두통과 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가지고 간 비상약을 이것저것 먹으면서 겨우 버텼다. 그러나 하늘 호수 판공초가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엎드려 오체투지라도 하고 싶었다. 신성(神聖) 그 자체라고나 할까. 고개가 숙여지고 내가 얼마나 가벼운 실존인지 겸손이 절로 생겨났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 몸이 용광로 속을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다. 몸속의 잡철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데 실제로 고질병이었던 찬 새벽 공기에 반응하는 비염이 라다크의 고갯길에 놀랐는지 현재까지는 사라져 버린 상태다.
  • 석촌호수에서 만추를 즐기자

    석촌호수에서 만추를 즐기자

    이번 주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 일대에서 제2회 낙엽거리 축제가 열린다.30일 송파구에 따르면 다음달 4~5일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석촌호수 주변 길에서 각종 공예 체험과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석촌호수 인근이 잠실관광특구로 지정된 지 5주년을 기념해 그간 진행된 주요 사업을 소개하는 행사도 준비됐다. 기념식은 4일 오후 6시 송파관광정보센터 무대에서 구와 사단법인 잠실관광특구협의회 주최로 열린다. 협의회 임원과 회원으로 구성된 명예관광보안관의 친절봉사 선언도 있다. 이날 구립민속예술단의 전통예술 공연을 시작으로 제1회 비틀즈페스티벌 대상 수상자인 박지민, 스마일리지 트리오, 이정옥, 최성수 등 가수들의 공연을 선보인다. 5일에는 리버풀 재즈밴드와 키시 미츠아키 밴드를 만날 수 있다. 축제 기간 석촌호수 산책로에는 송파구 사진가협회에서 제공한 가을 풍경 사진이 전시된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 시민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낙엽 아트, 바삭바삭 낙엽길, 낙엽 포토존이 마련될 예정이다. 야간에는 달을 형상화한 조명 풍선과 함께 공작, 학 등 추월(秋月)을 테마로 한 경관 조명으로 꾸며진다. 한지공예, 단풍액자 만들기, 레진아트 등 공예체험과 내가 만드는 솜사탕, 페이스페인팅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송파지역특산품 홍보부스와 핸드메이드 프리마켓도 열린다. 한편 구는 가을철 가로변 등에서 발생한 낙엽을 축제에 활용하는 한편 사용 후에는 유기농 퇴비로 유기농 농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박춘희 구청장은 “낙엽거리 축제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구민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안개에 젖어 단풍에 물든 평창

    안개에 젖어 단풍에 물든 평창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00여일 앞둔 2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와 주변 시설들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안개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환하게 밝힐 성화는 다음달 1일 한국에 도착해 올림픽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평창 연합뉴스
  • [서울포토] 단풍으로 물든 남산

    [서울포토] 단풍으로 물든 남산

    29일 서울 남산에도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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