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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정신지체인들이 풀어낸 내일의 꿈은…

    [단독] 정신지체인들이 풀어낸 내일의 꿈은…

    “시설에 있을 땐 누구나 그냥 나갔으면 아무데도 갈 곳도 없는데…나가고 싶다고…예…막상 갈 데도 없는데…(섬 안에 있어서)전부 안에…안에만 갇혀 있고 바닷가…바닷가밖에 없으니까…목매달아 죽었다고 하고…무서웠어요.”-보호시설에 살다 그룹홈으로 옮긴 A(34)씨. “선생님이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요…맞았었어요….”,“마음대로 나가면 돼요 안돼요?”(연구자),“….”-시설에서 생활 중인 B(21)씨. “질문 있어요?(연구자),“즐겁고 아프지 않고 건강 잘 지키겠습니다….(잠시 말 없다가 목소리 톤을 높여)자립하고 싶어요. 자립 한 번도 못해봤어요.”-시설에서 생활 중인 C(22)씨. ●성공회대 복지연구소, 9명 첫 심층인터뷰 그들은 홀로서기에 목말라 있었다. 남들보다 지능이 떨어지고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능력과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삶을 가꿔가고 싶어했다. 지적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으로 알려진 그들의 목소리는 18일 발표되는 성공회대 사회복지연구소 박숙경 연구원(박사과정 수료)의 보고서 ‘거주지원서비스 유형별 성인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생생하게 들려온다. 가족과 사회복지사들의 간접 인터뷰로 연구됐던 기존 보고서들과 달리 국내 최초로 지적장애인 9명의 직접 심층 인터뷰가 실렸다. 보호시설 거주자와 그룹홈 거주자, 자립홈 거주자 각 3명씩을 대상으로 삼았다. 주거 형태에 대한 물음에서 보호시설과 그룹홈을 모두 경험한 4명의 지적장애인은 그룹홈을 선호했다. 보호시설에서만 생활해온 2명은 ‘집’과 ‘아파트’로 상징되는 보편적인 가정에서의 삶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의 주거 형태는 가족과 보호시설의 결정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보호시설 거주자들은 “불이 나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불이 나면 안 돼요!”라는 소극적이고 추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그룹홈과 자립홈 거주자들은 “(박수치며) 가스밸브 잠가야 돼요.”라는 구체적인 대처방식을 스스로 익혔음을 보여줬다. ●“그룹홈·자립홈 형태의 지원책 절실” 반복교육과 통제가 익숙한 단체생활로 인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나타났다. 보호시설에서 3년 전 그룹홈으로 옮긴 D(28·여)씨는 시설 복지사와 의견이 달랐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답을 못하다 “그냥 복지사 의견을 따르면 어때요?”라고 재차 묻자 “좋아요. 그냥.”이라고 마지못해 답했다. 자신의 의견 표출보다 “∼해야 돼요.”식의 길들어진 표현을 반복했다. 200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시설은 전국 288개로 2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데 비해 그룹홈은 259개 1432명 수용으로 수용인원이 7%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 연구원은 “직접 들은 그들의 목소리는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생활환경에 의해 장애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알려줬다.”면서 “보호시설보다는 선진국처럼 그룹홈이나 더 나아가 자립홈 형태의 홀로서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용어 클릭 ●보호시설 장애인들을 입소시켜 장애유형에 적합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형태. 보통 수용인원이 수십∼수백명에 이른다. ●그룹홈 장애인 3∼4명이 사회복지사와 함께 살면서 지도와 보호를 받는 공동 주거형태. ●자립홈 장애인 3∼4명이 함께 모여 살지만 사회복지사가 상주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도움만 주는 주거형태.
  • 「미스 여군 美」이희자(李熙子) 하사-5분데이트(102)

    「미스 여군 美」이희자(李熙子) 하사-5분데이트(102)

    사과처럼 동그랗고 복스러운 얼굴의 이희자(李熙子)하사(20)는「미스 여군」美로 뽑힌 아가씨. 약간 검은듯 하면서도 매끄러운 피부, 건강한 몸맵시는 젊은 아가씨답게 싱싱하다. 얼굴표정은 늘 화냈을 때를 상상조차도 할 수 없게 밝기만 하고. 66년 11월 인천(仁川) 인화(仁花)여고 재학중 군에 입대 했다. 가정적으로는 무척 외로운 아가씨. 부모님은 모두 계시지 않고, 1남3녀중 막내딸. 두 언니는 이미 결혼을 했고, 오빠도 결혼해서 경남(慶南) 하동(河東)에 살고 있다. 여군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이하사의 일과는 아침 6시 기상과 함께 시작되고 저녁 5시에 끝이 난다. 주어진 일과가 끝난 뒤에는 주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얼마전부터는 바둑에 취미를 붙여 열을 올리고 있다. 주말은 동료 군인들과 함께 즐기고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는 영화구경. 제대는 74년 2월. 만기가 되면 제대를 하고 오빠집이 있는 하동으로 내려가 차분히 집안일을 배울 생각이란다. 결혼은 27살쯤 될때 천천히 할 생각이라고. 존경하는 여성은 「인디라·간디」여사. [선데이서울 70년 10월 4일호 제3권 40호 통권 제 105호]
  • 캠프 효과 높이려면

    캠프 효과 높이려면

    자녀를 해외 영어캠프에 보낸다고 해서 모두 기대할 만한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캠프를 전후해 철저히 준비하고 마무리하지 않으면 추억만 만들고 돌아오기 쉽다. 해외 캠프를 보내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이 캠프를 떠날 당사자인 자녀와 충분히 의논하는 것이다. 아이의 적성과 관심을 고려해 2∼3개의 캠프를 압축한 뒤 캠프 참가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 해외 영어캠프의 목적은 영어를 처음부터 배우러 간다기보다 영어를 써 보면서 경험하러 가는 것이다. 남들이 간다고 덩달아 보내면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고 올 수 있다. 요즘에는 다양한 영어 교육시설에서 테스트를 해볼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수준을 점검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캠프를 보내기 직전에는 준비물을 잘 챙겨야 한다. 캠프별로 특성에 따라 별도의 준비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직접 챙기도록 한다. 해외 캠프는 오랜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건강이나 성격상 주의할 점은 인솔자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인솔자와 비상연락망을 주고받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게임기나 MP3, 만화책, 휴대전화 등 불필요한 것들은 아예 가져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잃어버릴 위험도 있지만 단체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캠프를 다녀온 뒤에는 새로운 경험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데 대해 칭찬해 준다. 관심을 보이고 캠프 기간 동안의 추억과 느낀 점을 기록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언어 감각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며 학원으로 내몰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유도한다. 캠프 주관업체에서 마련한 동아리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영어 동화책을 꾸준히 읽게 하면 영어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현지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나 원어민 강사와 e메일 편지를 주고받으면 영어를 즐겁게 익힐 수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우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 젊은이들은 죽기 살기로 춤춰서 세상 으뜸이 되었단다 장하다 칭찬해야 하나, 앞 다퉈 부끄러워해야 하나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취재, 글 박혜란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늘은 노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것도 좀 노는 것이 아니라 잘 노는 것으로 세계 대회에서 일등을 먹은 이들이란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베틀오브더이어 대회 2005년 우승팀 라스트포원. 한마디로 비보이 중 최고란 말이렷다. 그들이 이번에는 ‘스핀 오딧세이’라는 퍼포먼스를 앞세워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영국, 미국, 아시아 각국을 춤으로 정복하러 나선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될 해외 순회공연을 앞두고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가진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왜 공연장이 한산하리라 생각했을까?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공연장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땀을 닦았다. 마침내 강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되자 내가 본 것은 근육, 잘 단련된 아름다운 근육이었다. 꺾어지고 날아오르고 스르르 풀렸다 튀어 오르는 근육의 향연. ‘왜 춤을 추느냐’ ‘춤추면 뭐가 좋으냐’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런 질문들이 그 힘찬 근육들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비보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근육들을 실제로 대하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그런 근사한 근육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였건 간에 자신을 견디고 연마하며 열심히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근육만 근사했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남다른 근육들은 그 속에 감춰지고,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는 청년 같은(사실은 그보다도 조금 더 순박한) 얼굴들만이 남았다. 전주에서 올라온 그 청년들의 나이는 스물셋에서 스물여섯. 모두 10여 년간 춤을 췄다고 했다. “단체생활을 하고 있고요, 밥 먹는 시간 빼곤 하루가 다 연습이에요.” 남다른 근육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군. 한 가지 일을 10여 년간 했다면 도를 터득할 정도는 아니라도 도에 발가락을 적시진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껏 춤을 추면서 깨달은 것 중 이것만은 ‘진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질리는 거 없는데. 순간적으로 질릴 때도 있겠지만 금방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아니, 질문한 내용은 그게 아니고 ‘진리’에 관한 거라고 다시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질문이 어렵다 어려워. 조용히 좀 해, 집중해서 빨리 끝내버리게. 딕딕딕(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는 소리)….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혹시 근육만 근사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잘못된 건 질문 방식임을 곧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춤을 잘 추나 봐요, 매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춤 실력이 좋은 거랑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요. 서양 사람들한테 힙합은 문화고 생활이에요. 그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위해서 뭘 포기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즐기기 위해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춤춰도 학교 가고, 우린 춤추면 학교 빠지고. 우린 목숨을 걸고 하잖아요. 그만큼 끈기도 있고 패기도 있어 성과는 좋지만 글쎄요.” “무슨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대회나 상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들은 춤을 통해 이미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충분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말하는 것보다는 춤추는 게 즐거울 뿐. 마음도 단단했다! 마음껏 춤추는 것 외엔 욕심이 없어 보이는 청년들. 그들을 소위 ‘열 받게’ 하는 건 무엇일까. “춤춘다고 하면 왜 무조건 반말이죠? 그렇게 인간적으로 무시당할 때 가장 화가 납니다. 실컷 춤추고 돈도 못 받고, 사기당한 적도 많았어요. 공연하고 있는데 ‘야, 좀 더 돌아봐,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개인기 좀 해봐’ 이럴 때 정말 열 받죠. 그런 거 시킬 때마다 어떻게 하느냐…. 그대로 다 했을 걸요, 하하.” 그래도 ‘춤추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는 ‘날라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신세대, 심지어 한국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로까지 지위가 격상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우선 가족, 친척들부터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 방송매체의 힘인 것 같아요. 정말로 우리 춤에 관심 있다기보다 ‘너희들 TV에서 봤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저희가 보기엔 방송계에 잘못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렇지만 또 방송을 통해 그나마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요. 방송엔 그렇게 양면성이 있어요.” 몸과 마음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하나다. 멋진 근육만큼 마음과 정신도 멋지게 성숙한, 하지만 말을 근사하게 하는 것보다 춤을 근사하게 추는 것이 더 좋은 청년들. 이들에게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한마디씩 전하라고 했다. 처음엔 수줍은 듯 망설이더니 한 마디 한 마디 신경을 써가며 열심히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제 라스트포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멋진 춤과 함께 ‘진심’이란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최백규 수진아 돌아와. 이우진 제1전투비행단 202WPN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동열 부모님 보고 싶습니다. 서주현 타지에 있는 막내 걱정에 반찬있다고 해도 보내시고, 있다고 해도 또 보내시는 부모님. 저는 몸관리 잘하고 춤 열심히 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용주 엄마,형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형수님까지 배병엽 병엽아 넌 멋있어. 전효민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팀 다 사랑합니다. 최민석 입원해 계신 어머니 얼른 완쾌하시고 운전 조심하십시오. 나희야 보고 싶다. 김진규 김부식, 장연주(부모님) 사랑합니다. 라스트포원 파이팅! 박경훈 춤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연락 못 드려서 최송하고요, 사랑합니다. 신영석 오늘 쇼케이스를 보러 아침에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부모님, 그 믿음과 격려가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 믿음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2007년 4월
  • [이달에 만난사람]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이달에 만난사람]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우린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이 젊은이들은 죽기 살기로 춤춰서 세상 으뜸이 되었단다 장하다 칭찬해야 하나, 앞 다퉈 부끄러워해야 하나 세계 무대에 서는 비보이 ‘라스트포원’ 취재, 글 박혜란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늘은 노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것도 좀 노는 것이 아니라 잘 노는 것으로 세계 대회에서 일등을 먹은 이들이란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베틀오브더이어 대회 2005년 우승팀 라스트포원. 한마디로 비보이 중 최고란 말이렷다. 그들이 이번에는 ‘스핀 오딧세이’라는 퍼포먼스를 앞세워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처럼 영국, 미국, 아시아 각국을 춤으로 정복하러 나선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될 해외 순회공연을 앞두고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가진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왜 공연장이 한산하리라 생각했을까?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공연장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구석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땀을 닦았다. 마침내 강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되자 내가 본 것은 근육, 잘 단련된 아름다운 근육이었다. 꺾어지고 날아오르고 스르르 풀렸다 튀어 오르는 근육의 향연. ‘왜 춤을 추느냐’ ‘춤추면 뭐가 좋으냐’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런 질문들이 그 힘찬 근육들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비보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근육들을 실제로 대하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그런 근사한 근육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였건 간에 자신을 견디고 연마하며 열심히 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근육만 근사했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남다른 근육들은 그 속에 감춰지고,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는 청년 같은(사실은 그보다도 조금 더 순박한) 얼굴들만이 남았다. 전주에서 올라온 그 청년들의 나이는 스물셋에서 스물여섯. 모두 10여 년간 춤을 췄다고 했다. “단체생활을 하고 있고요, 밥 먹는 시간 빼곤 하루가 다 연습이에요.” 남다른 근육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군. 한 가지 일을 10여 년간 했다면 도를 터득할 정도는 아니라도 도에 발가락을 적시진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지금껏 춤을 추면서 깨달은 것 중 이것만은 ‘진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질리는 거 없는데. 순간적으로 질릴 때도 있겠지만 금방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아니, 질문한 내용은 그게 아니고 ‘진리’에 관한 거라고 다시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질문이 어렵다 어려워. 조용히 좀 해, 집중해서 빨리 끝내버리게. 딕딕딕(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는 소리)….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혹시 근육만 근사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잘못된 건 질문 방식임을 곧 깨달았다. 한국 사람들이 춤을 잘 추나 봐요, 매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춤 실력이 좋은 거랑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인 거 같아요. 서양 사람들한테 힙합은 문화고 생활이에요. 그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위해서 뭘 포기하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자기가 즐기기 위해 하는 거지. 그 사람들은 춤춰도 학교 가고, 우린 춤추면 학교 빠지고. 우린 목숨을 걸고 하잖아요. 그만큼 끈기도 있고 패기도 있어 성과는 좋지만 글쎄요.” “무슨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대회나 상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들은 춤을 통해 이미 세상의 수많은 이치를 충분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말하는 것보다는 춤추는 게 즐거울 뿐. 마음도 단단했다! 마음껏 춤추는 것 외엔 욕심이 없어 보이는 청년들. 그들을 소위 ‘열 받게’ 하는 건 무엇일까. “춤춘다고 하면 왜 무조건 반말이죠? 그렇게 인간적으로 무시당할 때 가장 화가 납니다. 실컷 춤추고 돈도 못 받고, 사기당한 적도 많았어요. 공연하고 있는데 ‘야, 좀 더 돌아봐, 이거 해봐 저거 해봐, 개인기 좀 해봐’ 이럴 때 정말 열 받죠. 그런 거 시킬 때마다 어떻게 하느냐…. 그대로 다 했을 걸요, 하하.” 그래도 ‘춤추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춤이나 추는 ‘날라리’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신세대, 심지어 한국을 세계에 알린 공로자로까지 지위가 격상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우선 가족, 친척들부터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 방송매체의 힘인 것 같아요. 정말로 우리 춤에 관심 있다기보다 ‘너희들 TV에서 봤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저희가 보기엔 방송계에 잘못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렇지만 또 방송을 통해 그나마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요. 방송엔 그렇게 양면성이 있어요.” 몸과 마음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하나다. 멋진 근육만큼 마음과 정신도 멋지게 성숙한, 하지만 말을 근사하게 하는 것보다 춤을 근사하게 추는 것이 더 좋은 청년들. 이들에게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한마디씩 전하라고 했다. 처음엔 수줍은 듯 망설이더니 한 마디 한 마디 신경을 써가며 열심히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제 라스트포원을 떠올릴 때마다 그 멋진 춤과 함께 ‘진심’이란 말이 떠오를 것 같다. 최백규 수진아 돌아와. 이우진 제1전투비행단 202WPN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동열 부모님 보고 싶습니다. 서주현 타지에 있는 막내 걱정에 반찬있다고 해도 보내시고, 있다고 해도 또 보내시는 부모님. 저는 몸관리 잘하고 춤 열심히 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용주 엄마,형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형수님까지 배병엽 병엽아 넌 멋있어. 전효민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 우리 팀 다 사랑합니다. 최민석 입원해 계신 어머니 얼른 완쾌하시고 운전 조심하십시오. 나희야 보고 싶다. 김진규 김부식, 장연주(부모님) 사랑합니다. 라스트포원 파이팅! 박경훈 춤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연락 못 드려서 최송하고요, 사랑합니다. 신영석 오늘 쇼케이스를 보러 아침에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부모님, 그 믿음과 격려가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 믿음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께요.
  •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일흔이라 믿기 어려웠다. 숱 많은 검은 머리에 윤기 나는 피부, 불혹(不惑)이라면 몰라도 고희(古稀)라니. 눈가, 입가에 잔주름이 있지만 나이 탓이라기보다는 웃는 표정 때문이라 생각됐다.10년이나 쪽방과 거리를 맴돌았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18일 만난 박기충(70·가명)씨는 기자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노숙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왔는데 돈이 없으면 한뎃잠을 자는 거지요.” 박씨도 1997년 금융위기 때 사업에 실패해 집에서 나왔다. 그후 청량리역 부근 1평짜리 쪽방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건설경기가 나빠져 허탕치는 날이 자꾸 늘어가자 월세(20만원)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길거리로 쫓겨났다. 혜화동 대학로 긴 의자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추운 날씨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노숙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복지단체가 쉼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2005년 9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충정로 사랑방’을 찾아갔다. “규율이 싫어 쉼터로 입소하지 않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술도 맘대로 마시지 못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저는 단체생활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꿈꾸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내 집에서 먹고 자자는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었다. 간혹 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박씨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데 이력서 나이만 따지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노숙인 일자리 갖기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 막노동이었지만, 박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일당 5만원은 서울시와 건설사가 절반씩 부담했다. 그는 12월까지 평일에 빠짐 없이 일했고 ‘성실한 근로자’로 표창까지 받았다. 그 사이 박씨 통장에는 700여만원의 ‘거금’이 쌓였다. “건설현장에서 노숙인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멸시도 받았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반말도 하더군요. 그래도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박씨는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지난 1일 서대문구 대신동에 자택(9평)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대한주택공사가 1997년에 지은 임대주택으로 보증금 220만원, 월세 10만 2400원짜리다. 박씨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자활에 성공한 첫 노숙인이 됐다.“첫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쁘기보다는 불안하더군요.‘일을 계속해서 이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박씨는 올해도 서울시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돈도 없이 홀로 늙어간다는 것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허리띠를 졸라매 전셋집(1600만원)을 얻는 것이다. 술·담배를 줄이고, 외식도 아예 끊었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무료 승차할 수 있는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 가족과 재결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가족 얘기는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듯했다. ‘충정로 사랑방’ 김욱 사회복지사는 “서울시가 매월 저축액의 1.5배를 기부금으로 보태주는 빈곤층 지원사업을 올해 시작했다.”면서 “박씨처럼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용어클릭]‘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숙인 자립지원 정책이다.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400개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도 지난 5일부터 670개를 운영한다. 대부분 건설현장직이며 인건비는 서울시와 고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면 60만∼100만원을 지급한다.
  •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일흔이라 믿기 어려웠다. 숱 많은 검은 머리에 윤기 나는 피부, 불혹(不惑)이라면 몰라도 고희(古稀)라니. 눈가, 입가에 잔주름이 있지만 나이 탓이라기보다는 웃는 표정 때문이라 생각됐다.10년이나 쪽방과 거리를 맴돌았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18일 만난 박기충(70·가명)씨는 기자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노숙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왔는데 돈이 없으면 한뎃잠을 자는 거지요.” 박씨도 1997년 금융위기 때 사업에 실패해 집에서 나왔다. 그후 청량리역 부근 1평짜리 쪽방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건설경기가 나빠져 허탕치는 날이 자꾸 늘어가자 월세(20만원)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길거리로 쫓겨났다. 혜화동 대학로 긴 의자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추운 날씨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노숙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복지단체가 쉼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2005년 9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충정로 사랑방’을 찾아갔다. “규율이 싫어 쉼터로 입소하지 않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술도 맘대로 마시지 못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저는 단체생활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꿈꾸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내 집에서 먹고 자자는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었다. 간혹 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박씨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데 이력서 나이만 따지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 막노동이었지만, 박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일당 5만원은 서울시와 건설사가 절반씩 부담했다. 그는 12월까지 평일에 빠짐 없이 일했고 ‘성실한 근로자’로 표창까지 받았다. 그 사이 박씨 통장에는 700여만원의 ‘거금’이 쌓였다. “건설현장에서 노숙인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멸시도 받았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반말도 하더군요. 그래도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박씨는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지난 1일 서대문구 대신동에 자택(9평)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대한주택공사가 1997년에 지은 임대주택으로 보증금 220만원, 월세 10만 2400원짜리다. 박씨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자활에 성공한 첫 노숙인이 됐다.“첫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쁘기보다는 불안하더군요.‘일을 계속해서 이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박씨는 올해도 서울시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돈도 없이 홀로 늙어간다는 것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허리띠를 졸라매 전셋집(1600만원)을 얻는 것이다. 술·담배를 줄이고, 외식도 아예 끊었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무료 승차할 수 있는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 가족과 재결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가족 얘기는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듯했다. ‘충정로 사랑방’ 김욱 사회복지사는 “서울시가 매월 저축액의 1.5배를 기부금으로 보태주는 빈곤층 지원사업을 올해 시작했다.”면서 “박씨처럼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숙인 자립지원 정책이다.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400개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도 지난 5일부터 670개를 운영한다. 대부분 건설현장직이며 인건비는 서울시와 고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면 60만∼100만원을 지급한다.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규모의 리서치 회사에 입사한 차모(25·여)씨는 첫 회식 자리에서 처음으로 잔돌리기와 폭탄주를 알게 됐다. 사장이 먼저 마시고 잔을 돌리면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 됐고, 조금 있다 등장한 ‘타이타닉’ 폭탄주 게임에는 매번 걸려 눈물을 머금고 ‘폭탄’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모든 회식이 간부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술로 정해지고, 강제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차씨에겐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다. 계속되는 회식에 차씨는 6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회식이 거의 없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다. ■ “회사 관두겠소” 술술 푸다 폭탄선언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회식인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회식을 하고 나면 야근한 것 이상으로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몇몇이 즐기는 회식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 7월 청운의 꿈을 품고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24·여)씨도 첫 회식부터 회사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입사 전 친구들로부터 술자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강권하는 술잔에다 2차 노래방 도우미까지 불러대는 뻔뻔한 상사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술을 잘 마시진 못해도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맞추는 법을 배운 정씨였지만 회사 회식은 차원이 달랐다.“파도 타기를 하며 몇 순배 술이 돌아 구토를 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까지 이 회사에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렵게 들어온 회사라 그만둘 수도 없고, 결국 다음 회식에도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힘들어하죠.” ●조폭식 회식에 광란의 가라오케까지 19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경리직으로 입사한 이모(25·여)씨는 120여명이 모인 회사 전체 회식에서 ‘조폭 문화’를 발견하곤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고깃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천장이 떠나가라 시끌벅적하던 사원들은 사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자 갑자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사장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위하여!’를 외치자 사원들은 모두 충성을 맹세하듯 경쟁적으로 크게 복창한 뒤 미친 듯이 마셔댔다. 이씨는 “왜 그런 식으로 조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11월 한 홈쇼핑 회사에 입사한 김모(28)씨는 남다르게 논다는 PD들의 회식에 혀를 내둘렀다.1차에서 고기와 소주로 시작한 회식은 2차 가라오케에 가서 절정에 이르렀다. 폭탄주가 돌기 시작하더니 댄스곡을 크게 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거나 크리넥스 통을 들고 한 장씩 티슈를 뽑아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김씨가 평소 좋아하던 발라드곡을 예약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김씨도 곧 그 분위기에 동화되고 말았다.“처음엔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노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죠. 하지만 1년 남짓 되니 어느새 벨트 풀고 휴지 뽑으며 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게 됐죠.” ●패밀리 레스토랑에 야유회, 웰빙 회식도 있다 2004년 4월 한 영자신문사에 입사한 김모(26·여)씨. 신문사 회식에서 술을 엄청 마신다는 소문에 기가 죽어 있었지만 이 회사는 따로 정해진 정기 회식은 없었다. 입사한 지 넉달만에 사장 주최로 열린 회식은 점심 시간에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급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먹는 자리였다. 의아했지만 김씨는 이런 회식에 대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른바 말하는 단합대회 형태의 회식이 주는 장점보다 술 때문에 서로 실수하면서 서먹해지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술을 마시며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묻지만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인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할 일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공기업에 입사한 김모(26)씨도 변형된 웰빙 회식에 대찬성이다. 김씨는 입사 이틀 뒤 횟집에서 가진 첫 회식에서 술은 반주 정도로만 걸치며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는 술자리보단 주로 맛집이나 공연을 찾아다니며 단합하는 분위기였고, 때로는 회사를 벗어나 교외에서 체육대회 등을 하며 이야기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연 등을 찾아다니면서 교양도 쌓고 개인 시간도 보장되니까 굳이 술자리 회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벽 허물기 위해 ‘필요악’” 하지만 술자리 회식에 대해 찬성론을 펼치는 ‘2030’도 적지 않다.2004년 8월 한 의류업체에 취직한 조모(26)씨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가 마음 편하다. 첫 회식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양주와 맥주 폭탄주를 거푸 마신 뒤 구토까지 한 조씨를 선배들은 한마디 싫은 소리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줬고 집에까지 바래다줘 친근함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엔 점점 달라지는 술자리 문화 때문에 제대로 회식다운 회식을 못했다. “두 차례 후배를 받아보면서 제대로 추억을 만들 일이 없어 외려 서먹한 것 같아요. 술자리 회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실수 안해 좋소” 술술 빼고 웰빙선언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40)씨는 회식자리에서 갓 입사한 후배들을 보면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든다. 평소엔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입사 초년병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유독 회식자리에서만큼은 인상을 찌푸리는 후배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처럼 회식자리가 잦은 것도 아니고 한 달에 2∼3차례 정도인데 이 시간마저도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무슨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면서 “회식은 직장 동료들끼리 스킨십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새내기들이 업무처럼 회식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직장 내 회식에 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배들 못지않게 선배들도 회식에 대해 남모를 부담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서 직장인 1817명을 대상으로 ‘회사 회식 자리에서 남들보다 잘 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40.2%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19.4%,30대 20.5%,40대 20.1%,50대 이상 32.5%로 나타났다. 공무원인 이모(41)씨는 “사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후배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면서 “회식을 주도하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찍히는 풍토가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공무원 사회가 일반 회사보다 위계질서가 엄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회식자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더라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회식을 젊은 분위기로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회식은 예전처럼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 관람 후 맥주 한 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배들이 후배들과의 회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선배들은 회식자리에서 버릇없는 후배들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출판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배모(44)씨는 “연말을 맞아 후배들과 회식자리를 자주 갖게 된다.”면서 “회식 때마다 버릇없는 후배가 꼭 한 명씩 등장해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면서도 동시에 선후배 사이의 예의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그는 “선후배가 모여 흉금없이 고민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런 와중에도 선배에 대한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면서 “술 먹다가 선배를 친구처럼 대하는 후배를 보면 회식을 바로 끝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 교사인 박민혁(39)씨는 “회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후배들이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교사들이 특히 개인주의적인 면이 많다.”면서 “요즘 교사에 임용되는 후배들이 더욱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들에게 단체생활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스스로 조직이나 단체 모임을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이라면서 “후배 교사들이 회식에서도 스스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녀 방학캠프 궁금중 A to Z

    자녀 방학캠프 궁금중 A to Z

    겨울방학을 앞두고 각종 캠프 접수가 한창이다. 방학맞이 캠프는 인성과 리더십, 과학, 레포츠, 예절, 영어 등 분야가 다양하기도 하지만 다채로운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자녀를 캠프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캠프를 고르는 법에서부터 활용법까지 캠프 활용 정보를 소개한다. ●캠프를 고를 때 캠프를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자녀의 적성과 관심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무시하면 돈과 시간 낭비는 물론 앞으로 캠프와 같은 야외 단체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가기 싫어하는 캠프를 억지로 보내면서 ‘캠프 가면 ○○해줄 게.’라는 식으로 보상을 제시해서는 안된다. 캠프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외국어나 과학 등 교육 관련 캠프에서부터 자연탐험, 예절, 인성, 리더십, 문화예술, 경제, 스키, 레포츠 캠프, 병영체험이나 다이어트, 극기 등 이색 캠프도 있다. 기왕이면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캠프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 하게 도와주거나 부족한 부분을 캠프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캠프나라 전희주 과장은 “자녀가 좋아해서 선택한 캠프에 보내야만 캠프기간 중에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생활하고, 다른 참가자들과 잘 어울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캠프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영어캠프 등 학습 캠프는 반드시 자녀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캠프를 보내기 전 개인 준비물을 잘 챙겨야 한다. 덤벙대는 아이라면 캠프 간다는 생각에 준비물을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펜을 준비해야 하는 캠프는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병력이 있다면 미리 담당 인솔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현지에서 직접 참여하는 인솔자의 연락처도 꼭 알아둬야 한다. ●캠프 기간 중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잠자리는 편한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등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캠프는 짧은 시간이나마 집과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독립심을 길러주는 활동이다. 캠프를 보낸 뒤에는 일단 자녀를 믿어야 한다.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매 시간 부모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도 시시각각 전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위급한 일이 아니라면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전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캠프 첫 날 저녁에는 부모가 보고 싶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우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서는 안된다.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혼자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달래주고 힘을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특히 소심한 아이들이 첫 날 밤을 힘들어하는데 부모의 말 한 마디에 따라 남은 기간 자녀의 마음가짐과 활동이 달라진다. ●캠프를 다녀온 뒤 캠프에서 돌아오면 하루 정도는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즐거운 캠프라도 며칠 동안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 몸과 마음이 피곤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캠프 이후 감기 몸살에 쉽게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쉬고 난 뒤에는 대화를 나눠본다. 캠프 기간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 기억에 남는 것,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게 하고 부모 의견도 말해 준다. 캠프에서 찍었던 사진을 글과 함께 남기거나 일기장에 기록하게 하는 것도 좋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움말:캠프나라
  • 그릇된 음주문화 알코올중독 부른다

    알코올과 마약, 도박, 게임, 인터넷, 쇼핑 등 현대인들은 수많은 중독의 세계에 노출돼 있다. 정신병리학상 한 가지에 중독된 사람은 다른 것에도 중독되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BS ‘똘레랑스’가 8일 오후 10시5분 방송하는 ‘중독을 권하는 사회’는 다양한 중독 증세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빠져 있지만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증의 피해 양상과 원인, 개선방안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다. 술 권하는 음주문화와 사회경제적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 일자리 상실로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에 의존한다. 낮에도 술에 취해 있는 사람들은 술이 마약보다 무섭다고 말한다.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에서 만난 이경주씨는 병원에 오기 전 공직에 몸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알코올 치료를 하게 된 절박한 이유와, 혈액·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과음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살펴본다.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인 ‘AA’.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 모여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었던 시절의 일을 고백하며 투쟁에 가까운 단주 생활을 한다.‘AA’가 자발적인 모임이라면 가톨릭 알코올 사목센터에는 전문 상담가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단주를 돕는 사람은 10여년간 알코올 중독에 빠졌던 허근 신부이다. 알코올 중독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병들게 한다. 가족치료를 강조하는 전문 상담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작진이 찾은 늘푸른 자활의 집에서는 연중 행사인 가족한마당이 열렸다. 자활의 집은 알코올 중독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들이 모여 단체생활을 하며 치료하는 공동체이다. 아침모임에서 오늘의 생활철학과 다짐을 발표하고 칭찬의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힘을 발휘한다. 치료공동체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은 감정표현수업. 자신의 감정을 건강한 방법으로 조절하는 생활을 들여다본다. 한 은행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두려운 회식문화로 1차,2차,3차 등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를 꼽았다. 문화적이고 자율적인 회식을 즐기는 직장인과, 지난달 열린 한 대학교 축제에서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를 엿보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특별한 행사를 소개한다. 정부는 알코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 예방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를 통해 알코올 예방정책과 주세의 쓰임새를 알아본다. 또 알코올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를 위한 상담전문가가 부족한 실태를 살펴보고, 알코올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자활자들의 소망을 들어본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학생인권,더이상 외면 말아야/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 교수

    중·고등학생 두발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1년 만에 또 거리로 나섰다. 작년 이때쯤 학생들이 두발규제 완화를 외치며 처음 거리 시위를 벌였는데, 그 사이 학교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학생시위를 겪은 뒤 교육부는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규정은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인권 상황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나 보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학생들의 두발자유는 기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그것마저도 학교 현장에서는 ‘소귀에 경 읽기’였는가 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교육현장이고 피교육생이라고 하지만 두발 길이까지 학교가 정해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의 긴 머리를 이발 기계로 싹둑 잘라버리는 일까지 있다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도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인격체다. 학생의 인격도 어른들 못지않게 존엄하다. 하물며 신체를 구속당하는 일에 있어서는 피치 못할 사유가 있어야 한다. 교육을 위해 불가피하다거나 단체생활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등의 적극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두발이 단정해야 학생답다, 두발을 기르려고 하는 학생은 문제아다, 두발에 신경쓰면 공부에 도움되지 않는다, 학생에게는 마땅히 통제가 필요하다, 성인과 구분하기 위해 필요하다, 심지어 학교 규칙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등, 흔히 제기되는 이유들은 두발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로는 미흡하다.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구속해도 좋을 사유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두발 규제의 부당성은 우리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만 인정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아동 청소년의 인권 기준이 되고 있는 유엔 아동청소년 권리조약도 “아동 청소년은 신체적, 정신적 폭력과 학대, 착취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두발 규제를 문제삼아야 하는 학교 상황은 인권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다.‘우리도 인격체’라는 절규가 인권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두발 규제는 풀어야 한다. 사회의 민주화 속도와 비교해 학교는 너무 더디다. 두발 규제도 너무 오래 지속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도 두발 규제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으면, 학교장에게 단순히 권고하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마땅히 강력한 지도와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발 규제 문제로 불거지긴 했지만, 실은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두발 규제는 학교 현장에 만연해 있는 학생 인권 침해의 한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 사실상 폭력에 가까운 체벌, 인격을 짓밟는 심한 욕설, 나아가 0교시에 강제 심야학습 등도 학생 인권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이참에 두발 규제 문제를 포함해 학생 인권 전반이 사회적 토론 주제로 다뤄져야 한다. 학교 현장에 널리 퍼져 있는 반인권적 사고와 관행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얼굴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03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교육부 지침과 학교 교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제 어른들은 학생의 말과 절규에 허심탄회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이나 지도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학교와 교실과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교사와 교육부와 학부모가 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할 때인 것이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 교수
  • ‘A형 간염’ 잘못된 상식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의회(회장 임수흠)는 최근 ‘A형 간염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다섯가지 오해’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 개인접촉 등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인 A형 간염은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의 항체 보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져 집단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A형 간염은 A형 혈액인 사람이 잘 걸린다? 간염과 혈액형은 전혀 상관이 없다.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염증성 간질환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은 혈액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학교에서 단체접종한 예방주사가 A형 간염 예방주사다? 어릴 때 학교에서 단체로 간염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B형 간염 예방접종일 가능성이 높다.B형 간염 예방접종은 1988년부터 학동기 아동에 집단적으로 실시됐으나 A형 간염 예방백신은 지난 97년 처음 소개돼 현재 만1세 이상 유아에게만 접종되고 있다.-A형 간염 예방접종은 늦게 하는 게 좋다? 만1세가 되면 모체로부터 받은 A형 간염 항체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만1세 이후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A형 간염은 만성 간질환을 유발한다? 만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간염은 B·C형 간염이다.A형 간염은 급성 질환으로 한번 앓고 나면 항체가 형성돼 평생 면역을 갖게 된다.-A형 간염은 집단 발병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그렇지 않다.2004년 충남 공주에서 A형 간염 환자가 54명이나 집단 발생했으며,1988년 중국 상하이에서는 오염된 어패류로 인해 31만명의 환자가 발생,4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나라 ‘얼차렷’ 수련회

    한나라 ‘얼차렷’ 수련회

    “4명이 한 방…치약은 1㎜씩만 짜서 쓰고…비누는 세 번만 문지를 수 있다…꾸벅 졸았다간 교장 선생님의 불호령…술, 담배는 꿈도 꾸지 마.” ‘웰빙당’ ‘부자당’이란 비판을 들어온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옥훈련’을 자처했다. 빡빡한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강원 원주의 가나안 농군학교에 30일 입소,1박2일 동안 위탁교육을 받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농군학교의 지침에 따랐다. 연찬회의 백미인 토론시간은 대폭 줄였고, 음주를 곁들인 친교시간은 아예 없앴다. 대신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을 의식해 양성 평등교육을 받기로 했다. 농장에서 일하고, 새벽 5시부터 일어나 구보·체조하는 일정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군대식으로 구령을 붙여가며 점호도 한다. 안경률 원내수석부대표는 29일 “일단 입소하면 술·담배는 당연히 안 되고, 커피·간식도 일절 금지된다.”고 으름장을 놨다.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다. 의원들이 묵을 숙소는 군대 침상처럼 생겼고,4명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다만 단체생활에 익숙지 않은 박근혜 대표만 1인실에 묵을 예정이다. 꽉 짜인 일정의 수련회는 성추행 파문과 ‘황제테니스’ 논란 등 잇따라 터져나온 악재를 다잡기 위한 것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집체훈련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원내 한 관계자도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시절,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1995년 말∼1996년 초에도 사무처 당직자가 농군학교에서 훈련받고 정신 재무장에 성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만도 나왔다. 술·담배를 금지하고 열외 없는 빡빡한 일정표를 전해들은 이규택 최고위원은 “그런 것들로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그럴 바엔 안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벤트 한번 한다고 느슨해진 당 기강이 바로잡힐지 의문”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C형 간염은 ‘유사 에이즈’

    C형 간염은 ‘유사 에이즈’

    흔히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망가져 염증이 생긴 상태를 간염이라고 한다. 하지만 간염도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다. 우리가 기억하기 쉽게 A·B·C·D·E·G형으로 나눠 부르는 게 바로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른 구분이다. 이 6종의 간염 바이러스 중 만성간염, 간경변과 간암 등 만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B형과 C형인데 B형은 우리나라 전 인구의 5∼8%가 보유할 만큼 흔해 국민 건강의 공적으로 꼽힌다.B형을 비롯, 대표적인 간염인 A·C형 간염의 증상 및 예방·치료법을 살펴보자. ●전염력 강한 A형 세계적으로 발병 건수가 매년 150만 건에 이르는 A형은 오염된 음식물, 식수와 개인접촉 등으로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 단체생활을 하는 5∼14세 연령대에 많아 보고된 환자의 30%가량이 15세 이하이다.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이 연령대의 A형 간염 항체보유율이 1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70∼80년대에는 10세 이상 성인 대부분이 항체를 갖고 있었으나,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면역성을 갖지 못한 계층이 늘어나 그만큼 감염 확률이 높다. A형은 환자의 간세포에 있는 바이러스가 대변과 함께 배설되어 식수나 음식물을 통해 발병한다. 따라서 군대나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는 곳이나 대인 접촉이 빈번하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해외 전염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단 감염되면 발열, 복통, 구토, 설사와 함께 변의 색깔이 하얗게 되고, 오줌 색이 짙어지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 증상이다. 아직 치료법이 없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미리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으면 걱정을 덜 수 있다. ●간암의 지름길 B형 만성 B형 간염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특별한 증상 없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무서운 질병이어서 평소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B형 간염은 바이러스를 가진 어머니에서 출산을 전후해 자녀에게 전염되는 수직감염이 가장 흔하며, 이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90% 이상이 만성화한다. 이밖에 가족, 부부 등 잦은 접촉 또는 성관계를 갖는 사이거나 오염된 혈액이 묻은 주사바늘이나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을 때도 전염된다. 혈액뿐 아니라 정액, 타액 등 체액을 통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가족간에도 칫솔, 면도기 등 개인 위생용품을 함께 쓰지 않아야 한다. B형의 대표적인 증상은 책을 보기 어려울 만큼의 피로감과 무력증, 식욕부진, 의욕상실, 두통. 여기에 소화불량, 상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B형은 합병증 사망원인이 전체 사망원인 2위에 오를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B형 간염이 무서운 것은 수직감염의 경우 소아 때까지는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만 보유하고 있다가 성인이 된 이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급격히 진행하기 때문. 실제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이 원인이기 때문에 평소 자신이 B형 간염 항체를 가졌는지를 확인해 백신 접종이나 정기 검진을 통해 항바이러스제 복용 등으로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유사 에이즈 C형 B형은 최근 들어 꾸준한 백신 접종으로 환자가 줄고 있지만 C형은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잘해 자연치유도 어렵고,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C형을 ‘유사 에이즈’라고도 부른다. C형은 주로 수혈이나 성행위, 비위생적인 주사 등을 통해 감염되므로 소독되지 않은 주사나 침을 맞지 않아야 하며 문신, 피어싱 등도 조심해야 한다.C형도 B형처럼 대부분 자각증세 없이 진행되므로 정기 검진을 통해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도움말 대한간학회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혼혈 가수 지망생 에스텔 ‘눈물과 행복 얘기’

    혼혈 가수 지망생 에스텔 ‘눈물과 행복 얘기’

    가수 지망생인 에스텔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주목을 받는다. 힘있는 가창력이 주위에 사람을 부르고, 남들과 다른 피부색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에스텔은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저는 제가 자랑스러워요. 튀는 외모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내가 예뻐서 그러는 거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22살 그녀는 개구쟁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노래는 나의 힘” 에스텔은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매일같이 노래 연습을 하고 저녁이면 무대에 선다. 벌써 5년째다. 전국 대회에서 상을 탄 계기로 이곳 음반사에 픽업이 됐다. 사실 그녀는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실력있는 유망주로 입소문이 파다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 준비없이 나간 청소년가요제에서 대상을 탔고 이어 박달가요제, 현인가요제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모 방송사가 주최한 대한민국 노래왕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제법 얼굴도 알려졌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지만 끼가 있다는 건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부르면 절 멀리했던 사람들도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에스텔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의 민망함을 기억해 냈다.“파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마쳤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워낙 작은 학교라 한 학년에 한 반씩밖에 없었어요. 동네 친구들이 9년 동안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내가 혼혈인이라 특별할 일이 전혀 없었죠. 그런데 고등학교는 다르더라고요.” 입학 첫날부터 부담스러운 시선이 쏟아졌다.“쟤 좀 봐, 쟤 좀 봐…수군대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학교 가기도 싫고 적응도 못했죠. 그러다가 수련회를 가게 됐는데 반 장기자랑 시간에 갑자기 노래를 시키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니까 환호가 쏟아졌고 친구들도 주위에 몰려들었어요. 그때부터 그 친구들이 제 편이 돼줬죠.” 지금도 마찬가지다.“클럽에 가면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을 해놓으면 먼저 연락해서 모임에 나오라고 챙겨 주시죠.” 이렇게 노래는 그녀의 힘이자 경쟁력이다. ●이유없는 적대감으로 맘고생 하지만 당당한 그녀도 여전히 낯선 곳에 혼자 가는 건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2002년 전국을 촛불로 물들였던 ‘효순이·미선이 사건’은 그녀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에스텔의 어머니 배민희(48)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떨린다고 했다.“저녁에 애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말을 못하고 울기만 하더라고요. 가슴이 철렁했죠.” 일산 카페에서 공연을 마치고 파주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에스텔은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당했다. 술에 취한 남자 세 명이 여고생이던 에스텔에게 “양키X”,“미국X”이라고 욕을 퍼부으며 몰아세운 것. 다행히 근처에 있던 미군들이 에스텔을 빼내 줘 화장실로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배씨는 “역으로 당장 달려 나갔는데 겁에 질린 에스텔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던지….” 그 일 이후 에스텔을 혼자 내보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혼자 나가게 되면 10분에 한 번씩 전화해서 챙기는 염려도 그때부터 시작됐다.“지금도 뉴스를 보다가 미국과 한국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에스텔이 또 해코지를 당할까….” 배씨는 가슴을 쳤다. ●“나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 편견 어린 시선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저는 어딜 가면 꼭 말해요. 난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어머니 배씨는 “왜 흑인 혼혈이라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근데 제가 영어를 잘해서 미군 부대에서 일을 했고, 거기서 에스텔 아빠를 만나 양가 부모님 축복 속에서 결혼하고 에스텔을 낳았습니다. 에스텔이란 이름도 친할머니 이름을 물려받은 거예요.”라며 힘을 줘 말했다. 그리고 “혼혈이든 아니든, 사정이 어떻게 됐든 사랑없이 태어나는 생명이 있겠어요? 다 자기 자식같이 생각하면 될 것을….”이라고 한숨 쉬듯 말했다. 에스텔은 혼혈인이라서 겪는 에피소드가 많다. 공연할 때 ‘양키’라고 손가락질하는 손님도 있었고, 길을 지날 때 외국인인 줄 알고 한국말로 욕을 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영어로 말을 걸어 오는 사람도 있다.“한번은 남학생들이 “와∼가슴 빵빵하다.”그러면서 지나가길래 “그래, 나 한빵빵해.”라고 말해줬죠.” 그 짓궂던 남학생들은 그녀의 한국말에 기겁을 했다고. 에스텔은 “이제 그런 시선들은 괜찮아요. 장난으로 가볍게 넘길 정도로 당당해졌죠. 하지만 제일 싫은 건 혼혈인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에요. 다들 형편껏 열심히 살아간다고요.”라며 편견없는 시선을 주문했다.“저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오늘도 무대에 올랐다. 글 사진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정부 “나 몰라라” 국제결혼의 증가로 국내 혼혈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혼혈인구 통계는 물론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수만명의 혼혈인이 정부로부터 소외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혼혈인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우리 사회 각계 소외계층의 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유독 혼혈인은 별도로 담당하지 않고 있다. 담당부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소외계층이라고 보면 복지부 담당이 맞지만”이라며 난감해했다. 기초생활보장팀에서 혼혈 여부에 관계없이 저소득층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최근 다문화 교육확대의 일환으로 혼혈인, 외국근로자, 이주민 자녀 등의 교육 실태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혼혈인에 대한 정책이나 실태 조사 결과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무는 법무부와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 소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무부측에 문의해 본 결과 “외국인들끼리 결혼한 경우는 법무부에서 담당하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혼혈인은 법무부 소관이 아니다. 주민등록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서 맡고 있지 않겠느냐.”는 답변만을 들었다. 행자부 역시 “주민등록 통계를 관리하고는 있지만 혼혈인을 따로 구분한 자료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회에서도 “이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단계인데 주무 부처조차 알 수 없고, 실태조사도 나와 있는 게 없어서 솔직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통계청은 혼혈인구를 파악하고 있을까. 통계청 관계자는 “혼혈인구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인구통계는 호적법에 따른 출생신고를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이 출생신고 서식상에 부모의 국적을 표기하는 난이 없어 혼혈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혈 인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호적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고서식을 바꿔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국제결혼도 늘고 있고 혼혈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혼혈 인구를 통계화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지만, 신고인들이 이같은 인적사항을 드러내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혈인 지원단체인 펄벅재단측은 “재단에 가입돼 있는 혼혈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는 하지만 워낙 조사 대상자가 적다 보니 대표성도 없고, 현재로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우리도 된장 즐기는 당당한 한국인” 요즘 혼혈인들이 TV에 많이 등장하죠? 다니엘 헤니와 하인스 워드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외에도 혼혈인 가수나 연기자들이 참 많아져 혼혈인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그들과 같은 ‘혼혈인’입니다. 저는 1982년 의정부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우량아 대회에 나갈 만큼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박은희고요.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자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엔 혼혈인이라는 이름표가 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거죠. 너무나 특별해서 우리 혼혈인들은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는 지경입니다. 무슨 죄인도 아닌데 말이죠. 가끔은 “내가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혼혈인으로 태어났어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행복하기만 했었고, 동네 꼬마들에게도 놀림 한번 받지 않고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게 됐습니다.‘미국 사람∼’,‘깜씨’라는 놀림을 받고, 놀린 친구를 코피 터지게 때려주기도 하면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들과 잘 지냈지만 가슴 한쪽이 쓰렸으니까요. 그런데 대중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혼혈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요즘도 상처를 받습니다. 최근 들어 혼혈인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지만, 하나같이 60∼70년대 어려웠던 모습들만 부각시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봐온 암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 재탕되는 느낌입니다. 그런 시선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많은 혼혈인들에게 아픔입니다. “혼혈 어린이가 짝꿍이 되면 속마음이 어떨까요?” “짜증날 것 같아요.”,“뭐가 묻을 것 같아요.”,“왕따랑은 앉기 싫어요.” 생각없는 질문과 철없는 아이들의 답변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기도 합니다. 우리 혼혈인들은 정말 낯이 뜨겁습니다. 보는 사람들도 “불쌍하다.”며 우릴 다시 봅니다. 언론에서 무조건 혼혈인을 ‘불쌍한 사람’으로만 비추는 게 큰 불만입니다. 그런 동정은 사절입니다. 언제까지 동정심이라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혼혈인을 대할 건가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혼혈인의 모습, 비참한 혼혈인의 삶만 비출 것이 아니라 현재 열심히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거나 성공한 혼혈인들의 당당한 삶도 함께 조명해야 합니다. 그런 다양한 시선이 혼혈인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이나 동점심 따위를 씻어내지 않을까요? 전 활달하고 개방적이어서 지금도 친구가 많습니다.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격 좋고 착하게만 지낸 것 같습니다. 또 남에게 깔보이지 않도록 무엇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초, 중, 고 정규과정을 마치고 전문대학을 졸업해 지금은 주식전문 애널리스트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젠 남의 시선도 즐길 정도로 당당히 살고 있습니다. 물론 힘든 혼혈인도 있겠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혼혈인도 정말 많습니다. 제가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혼혈인 카페(cafe.daum.net/naya123)만 방문해도 젊은 혼혈인들의 힘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혼혈인들도 똑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김치에 열광하고 된장과 고추장을 즐기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우리 세대부터는 부디 혼혈인에 대한 어두운 편견들이 없어지고 거리감도 좁혀졌으면 합니다. 정리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정서순화·사회성·극기훈련에 딱~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양은 ‘골목대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3년전부터 여름·겨울 방학에는 인근 사찰을 찾아 절의 일상을 체험했다. 자연히 성격이 차분해졌다고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템플 스테이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1순위로 꼽았다. 동국대 선학과 이법산 교수는 “템플스테이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면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극기훈련 등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사회성 함양과 자아 성찰 등 부수적인 효과도 추가된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하지만 아직까지는 프로그램과 시설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미비한 사항들이 개선되면 자연을 느끼고 단체생활과 극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가 더 매력적인 체험활동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훈동 한별정신병원장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사찰 체험의 장점을 늘어놓았다.그는 “명상은 의학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의 감소를 비롯, 면역력 증가, 뇌파의 안정 등을 가져온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어 학습효과에 매우 좋다.”고 진단했다.최 원장은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환자들에게 템플 스테이를 많이 추천하고 있으며 실제 효과를 본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구정 이삭]

    ●서울 관악구 다음달 2일(금) 구 평생학습센터에서 ‘2005년 관악구청장배 5분 동안 ‘영어로 말하기’ 실력을 겨룬다. 참가 희망자는 오는 25일(금)까지 신청서(www.gwanak.go.kr)를 사회복지과 팩스(02-880-3776)로 보내거나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02)880-3624. ●서울 도봉구 여성발전기금 지원 대상사업을 공모한다. 지난해 이전에 설립한 25인 이상의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로 도봉구에 사무소를 두고 자체재원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으면 된다.▲성매매 예방 사업▲건강한 가정 육성관련사업▲여성의 노년기 설계 가능사업 등이다. 이달 30일(수)까지 가정복지과에 접수하면 된다.(02)2289-1490. ●서울 양천구 19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양천공원에서 ‘재활용품 장터’를 연다. 참가신청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 실시한다. 의류, 도서류, 유아용품, 신발류, 운동용품, 소형 가구, 가전제품 등 각종 중고 생활용품 등을 가지고 나오면 된다. 중고 전문상인은 참가할 수 없다.(02)2650-3325∼8. ●서울 강북청소년수련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50분동안 ‘엄마랑 함께하는 신나는 놀이교실’을 운영한다.4∼5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신체, 언어, 사회성, 인지, 표현력을 고루 길러주는 통합 놀이 교육이다. 수강료는 2만 5000원이다. 문의는 강북청소년수련관 평생학습팀으로 하면 된다.(02)900-6650∼1. ●서울 서초구 ‘2005 독서감상문 경진대회’를 열고 18일(금)까지 참가작을 접수 받는다. 일반주민(대학생 포함), 학생(중고생), 직원 등의 3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된다.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달 2일(금)에 발표할 예정이다. 부문별 최우수상 각 1명, 우수상 각 2명, 장려상 각 3명에게 상장을 수여한다.(02)570-6410∼1. ●인천 서구 20일(일) 오전 ‘서구 건강달리기 대회’를 연다. 코스는 서구청∼연희동 삼성아파트∼녹지관리사업소∼봉수대길∼봉화로 입구(반환점)∼경명로∼공촌사거리∼서구청이며 총 7.5㎞이다. 참가신청을 통해 600명만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는 기념 티셔츠를 나눠준다.(032)560-4132. ●경기영어마을 24일(목)까지 ‘동계 4주 방학집중 프로그램’ 참가자를 홈페이지(www.english-village.or.kr)를 통해 모집한다. 참가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 200명이다. 참가자들은 안산영어캠프의 생활체험 시설을 활용, 영어권 국가의 실생활과 오락활동 등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며 그룹토의와 그룹과제 등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성과 봉사정신을 배운다. 참가비(270만원)의 절반은 도에서 지원한다.(031)223-9707-8. ●경기 성남시 미혼 여성을 위한 임대아파트 입주자를 24일(목)까지 추가 모집한다. 입주 대상은 성남지역 사업장에 근무하는 만 29살 이하 미혼 근로여성이며 제조업체 생산직 근무자는 입주자격이 우선적으로 주어진다.(031)729-3751∼4. ●인천대학교 어학원 26(토)∼27일(일) 대학 내 어학원과 강화도 청소년수련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주말 영어학습체험을 실시한다. 참가비 3만원.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kids.incheon.ac.kr)참조.(032)770-8025∼7. ●경기 이천시 25일(금)까지 지역 내 학습 동아리가 운영하는 우수 프로그램을 공모한다. 응모 자격은 이천지역 평생학습동아리로 구성원이 10명 이상이고 주 한차례 이상 일정 장소에서 정기학습이 이뤄지는 동아리이다.(031)644-4501∼9. ●경기 안양시 27일(일)까지 여성의 권익신장과 사회참여 등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 등에 대해 여성발전기금 지원대상을 공모한다. 여성의 권익증진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복지와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단체당 2건 이내, 사업비의 90% 이내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지원된다.(031)389-2482. ●인천시 청소년 종합상담센터 29일(화)∼다음달 1일(목) 시립도원체육관과 광성고등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청소년 진로탐색 엑스포’를 연다. 시립도원체육관에서 진로탐색관·진로정보관·직업체험관 등이 설치되고 광성고교에서는 특강 및 전문가와의 만남 등이 진행된다.(032)429-5562∼3.
  • [클릭 세상속으로] 보육원 내쫓기는 ‘18세 어른’

    [클릭 세상속으로] 보육원 내쫓기는 ‘18세 어른’

    “나라에서 올해 300만원씩 준다고 들었어요. 고시원이라도 들어갈 수 있게 ‘집’떠나는 날에 맞춰 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7살때부터 서울 A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다음달 퇴소를 앞두고 있는 천종현(18·가명)군은 요즘 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10여년간 지낸 보육원을 떠나면 당장 지낼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서울 B보육원을 나서게 되는 김오선(18·여·가명)양도 마찬가지다. 취업을 못해 다음달부터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을 다닐 작정인 김양은 “당분간 모델일을 하는 친구네 회사 매니저가 얻어준 원룸에 들어갈 작정”이라며 “전·월세방을 구할 돈도 없지만 어떻게 계약해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지난 17일 서울시가 보육시설퇴소 예정자들을 위해 마련한 2박3일간의 동해안·경주 여행을 떠나는 천군과 김양의 발걸음은 불투명한 앞날 때문인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집’ 떠나 어디서 살까 아동보육시설은 고아이거나 부모의 이혼 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맡기는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70%정도가 후자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278개의 시설에 1만 8670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비인가시설까지 합치면 아동보육시설 수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만 18세가 되어 아동보육시설을 떠나게 되는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약 1200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는 모두 161명이 그동안 지내던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졸업 때까지 계속 보육원에서 지낼 수 있고, 취업이 되면 회사기숙사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체생활을 한 때문인지 조그만 방이라도 마련해 시설을 벗어나려 한다. 한방에 3∼4명씩 함께 지내는 자립생활관에서도 공과금을 내면 3년간 지낼 수 있지만 진학이나 취직을 한 경우에만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전국적으로 10여곳에 지나지 않고 수용인원도 적다. 사정이 좋은 편인 서울시의 경우 두 곳의 여자시설과 한 곳의 남자시설이 있지만 모두 70∼80명 정도를 수용할수 있을 뿐이다. 결국 시설을 떠나는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은 전·월세 등을 통해 살집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현실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돈 없어 헤맨다 방을 구할 때 이들이 쓸 수 있는 ‘종자돈’은 크게 국가에서 지원받는 정착금과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개인후원자에게 개별적으로 받은 후원금이 전부다. 정부에서 주는 정착금은 보건복지부와 광역자치단체가 함께 부담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여력에 따라 지원규모가 다르다. 올해는 200만∼400만원 정도 지급될 예정이지만 입금일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퇴소후 수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지원금을 받는 실정이다. 개인별 후원금의 경우는 성적·외모 등에 따라 결정돼 개인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수백만원 수준이다. 한편, 서울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보육시설의 법인명의로 2인이 함께 쓰는 전세방을 구하면 2500만원까지 무이자로 4년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30명 남짓 이용했을 뿐이다. 법인 명의로 계약과 융자가 이뤄지다 보니 시설에서 이를 꺼리는데다 주택 임대인들도 시설출신 임차인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아이들 정작 사회를 나서더라도 이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가혹하다. 취업을 할 때도 어려움이 따르고,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다. 올 2월 전문대 졸업을 앞두고 서울 C보육원에서 퇴소해야 하는 정석우(21·가명)씨는 “보육시설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취직이 안되는 것 같아 계속 초조하다.”며 “직장없이 친구집을 전전하던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이 곧 내모습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잊혀진 핏줄’을 찾다가 직장이나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김양은 “혼자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어린 나이에 결혼하거나 동거를 하는 언니들도 많다.”고 전했다. 3년전 경기 D보육원을 나온 후 제과점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가지고 올 9월 일본의 한 제과전문학교에 진학하려는 박재우(23·가명)씨는 “보육원을 나서면 월급이 많은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막노동판으로 전락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보통 사람보다 더 독하게 마음 먹어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응 프로그램 마련해야 시설퇴소 청소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나 현황 통계자료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박씨는 “퇴소 전후 구청이나 시청 등에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시설퇴소 청소년들에 대한 대안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세자금 지원 등의 방법을 담당공무원이나 보육기관에 잘 알리고 있다.”면서 “퇴소예정자들이 그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은 시설에서 잘못한 일”이라며 책임을 시설에 떠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전세금 지원보다는 현재 운영되는 생활자립관 시설을 크게 늘리면서 다양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SBS ‘세잎클로버’ 주연 이효리

    SBS ‘세잎클로버’ 주연 이효리

    “가수 활동은 워낙 실력 이상으로 평가받았던지라, 솔직히 자긍심보다는 자괴감과 회의를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말에 가요대상을 수상하면서(연기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지요.” 오는 17일 첫방송하는 SBS 새 월화극 ‘세잎 클로버’(극본 정현정·조현경, 연출 장용우)에서 주인공인 진아 역을 맡은 가수 이효리(25)를 지난 6일 경기도 안성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효리는 “섹시한 의상이나 화려한 화장 등 나를 왜곡하던 여러 ‘효과’들이 없다는 사실이 즐겁기까지 하다.”면서 “이젠 얼굴도 별로고 키도 작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런 면에서 요즘 내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이번에 맡은 진아 역은 가출한 어머니와 자살한 아버지, 사고뭉치 오빠를 두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공장 노동자. 어려서부터 자신을 지켜준 소꿉친구 성우(김강우)와 사장인 세형(류진)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효리를 캐팅한 장용우 PD는 “처음에는 블루 칼라의 애환을 연기해야하는 배역인지라 이효리 캐스팅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반대했다.”면서도 “그러나 직접 만나 이효리의 연기에 대한 열의를 느낀 뒤에는 한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현재 초보의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신기해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인이다.”고 치켜세웠다. 이효리는 “사실 스무살 이후로는 격리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진아 같은 삶을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관련 자료책 읽기나 영화·다큐멘터리 시청 등 간접경험은 물론, 공장 현장 견학 등 직접경험도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원래 본모습이 진아와 닮은 면이 많아 연기부담은 어느 정도 덜어졌다고 한다. “특히 눈물이 많으면서도 낙천적이고 매사에 열심히 살아가는 태도는 정말 나와 똑같아요. 물론 진아 쪽이 훨씬 치열하긴 하지만.(웃음)” 첫 경험인 연기는 아직은 많이 낯설고 힘들기만하다.“연기에 몰입하기는 차라리 쉽습니다. 오히려 몰입과 동시에 주변상황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주변 카메라 움직임, 다음 대사 타이밍, 동료들과의 호흡…. 혼자 움직이던 가수와는 달리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요즘은 매일 촬영 후에는 항상 운다고 한다.“원래 완벽주의자 경향이 좀 있거든요. 스스로가 봐도 너무 미숙하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처음 해보는 단체생활 등 익숙하지 않은 환경 탓도 있고…. 긴장만 풀면 그냥 눈물이 쏟아지네요.(웃음)” 이효리는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연기를 시작하게 되어 너무 즐겁다.”면서 “이제 연기자 이효리로 확실히 변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화려하기만 했던 예전 가식을 벗어던진 본모습을 기대해달라.”고 주문했다. 안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누드 브리핑]서울 노숙자들은 자유주의자?

    “거리 노숙자들은 워낙 자유주의 사상(?)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라 설득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이 이러한 줄거리의 설명회로 내내 웃음바다를 이뤘다. 이해돈 사회과장은 최근까지도 “노숙자 숫자는 늘어나는데 시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은 미치지 못하는 등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따가운 시선을 받는 데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담당 부서로서 노숙자 관리에 어려움이 많으니, 그 처지를 이해해 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술을 자주 먹거나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만 아니라 보호시설의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오는 노숙자가 많고, 쉼터에 가면 신분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들이 입소를 꺼리고 있어요.” 따라서 보호시설 장기 입소는 현실적이지 않아 일일보호 위주의 드롭인(Drop-in)센터 이용, 또는 쪽방 임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한 노숙자 숫자가 정확한 것이냐?”고 묻자 “그들의 주특기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을 정도”라며 손사래를 쳤다. 여기서 주특기란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지, 알코올 중독자인지, 신용불량 경력이 있는지 등 개인적 신상에 대한 정보를 가리킨다.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을 쫓아다니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숙자들이 어디에서 좋은 점심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데다, 나름대로 끼리끼리 자신들의 근황에 대해 알려오기 때문에 리스트까지 작성해가며 관리하고 있다고 우려를 씻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는 또 “소문에 들리기로 서울에 가면 더 나은 환경에서 식사제공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상경을 부추긴다더라.”는 말도 보탰다. 서울시는 복지여성국 사회과에 사무관급 팀장 등 직원 5명으로 이뤄진 노숙자대책반을 두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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