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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유산 객사 기둥 부식되고 틈 벌어지고…

    문화유산 객사 기둥 부식되고 틈 벌어지고…

    문화재수리위, 설계도 보완 조건부 가결처마 무게 받치는 ‘공포’ 이상 해체할 듯 나주 ‘금성관’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객사 건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보물이다. 하지만 너무 낡아서 문화재청이 본격적으로 보수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잘 보존하기 위해서다. 12일 전남 나주시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수리기술위원회는 최근 보수분과위원회를 열고 나주 금성관의 해체·보수 공사에 관해 논의하고 조건부 가결했다. 지난 2019년 보물에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안전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목재가 말라 틈이 벌어지거나 파손되고 부식이 날로 심해져 2017년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에서는 하위 등급인 E∼F급 판정을 받았다. 이뿐인가. 2020∼2021년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결과 일부 기둥 내부가 심하게 썩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체적으로 건물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상당 부분 해체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을 오랫동안 잘 보존하고 관리하려면 일부 해체가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문화재청 수리기술과는 “목재 부후(물질이 세균 따위의 작용으로 나쁘게 변함) 때문에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둥을 교체하기 위해 건물의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만든 구조) 부분을 해체해 보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수리기술위원회도 이같은 견해를 반영해 공포 이상을 해체해 보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나무 부재의 연륜(나이테) 연대와 단청 보호, 기록화를 위한 조사·분석을 반영하고 (문화재를 둘러싸는 시설물인) 가설 덧집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나주 금성관은 조선 시대 지방관아의 하나인 객사 건물이다. 객사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임금을 상징한 나무 패)와 궐패(임금을 상징한 나무 패)를 모시고 초하루와 보름이면 임금을 향해 예를 올리거나, 지방에 오는 사신이나 관원을 접대하는 공간이다. 문화재청은 2019년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인 ‘나주 금성관’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7호로 지정했다. ‘금성관중수상량문’과 ‘망화루중수기’ 등 각종 문헌에 따르면 금성관은 조선 초기부터 지금의 자리에 있었다. 현재의 규모와 골격은 1617년 이전에 갖춰졌고 1775년과 1885년 중수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나주군 청사로 사용되다 1976년 일부 보수됐다. 금성관은 나주 읍치(조선 시대 지방 고을의 중심 공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고 규모와 형태면에서 다른 객사와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격조 높은 건물로 평가받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됐다.
  • 전기요금 9000만원 없어 단전 위기 몰린 中 지방정부

    전기요금 9000만원 없어 단전 위기 몰린 中 지방정부

    중국의 한 지방 공안(경찰)청이 우리 돈 9000여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 예고 최후 통첩을 받고서야 뒤늦게 납부했다. ‘제로 코로나’ 방역 장기화와 과도한 부동산 규제 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 실패로 지방정부의 심각한 재정난이 다시 부각됐다. 1일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광시장족자치구 난닝전력국 칭슈분국은 지난달 24일 광시 공안청에 ‘요금 미납에 따른 정전 예고 통지서’를 보내 밀린 전기요금 납부를 독촉했다. 지난 1월까지 공안청 건물의 미납 전기요금은 48만 3848위안(약 9217만원)이다. 칭슈분국은 통지서에서 “여러 차례 독촉했으나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2월 27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전 예고 통지서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자 관련 해시태그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논란이 퍼지자 광시 공안청은 뒤늦게 체납액을 납부한 뒤 “공안청이 이전하면서 해당 건물에 다른 기관들이 입주했다”며 “기관별로 전기요금을 분리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계량기를 개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계량기 교체 때문에 48만위안이나 되는 전기요금을 체납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전기요금도 제때 낼 수 없을 정도로 지방정부의 곳간이 빈 것이 진짜 원인일 것”이라거나 “광산 채굴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 많은 요금을 체납할 수 있는가. 상당히 오랜 기간 체납한 것”이라는 등 반응을 보였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2020년부터 중앙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를 위해 유전자증폭(PCR)검사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광둥성 한 곳만 해도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에 우리 돈 13조원을 넘게 썼다. 여기에 시 주석의 ‘공동부유’(다 같이 잘 사는 사회) 기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침몰하면서 지방정부 주요 재원인 토지 매각도 급감했다. 쓸 돈은 늘어나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면서 재정난이 심해졌다. 지난해 중국의 재정 적자는 8조 9600억 위안(약 1635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당수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곳간이 빈 지방정부들은 각종 보조금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허난성 상추시 시내버스업체는 “지방정부 보조금 중단 등으로 5개월치 인건비가 밀리는 등 누적된 재정난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2500여 대의 시내버스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가 당국의 압박으로 철회했다. 앞서 랴오닝성 젠창현, 허난성 단청현, 헤이룽장성 모허시, 산시성 딩볜현에서도 적자를 견디지 못한 시내버스 업체들이 운행을 중단해 지방정부들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 한국전통공예 한자리에… ‘수다를 나누다’

    한국전통공예 한자리에… ‘수다를 나누다’

    한국문화재재단이 2022년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수강생들의 졸업작품전 ‘수다(手多)를 나누다’를 18일부터 3월 2일까지 13일간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300여명의 수강생이 지난 1년간 정성껏 작업한 전통공예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2층 ‘결’에서는 칠공예, 금속공예, 목공예, 전통화법(단청) 분야의 다양한 작품을, 3층 ‘올’에서는 매듭, 침선, 자수보자기, 색실누비, 전통자수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무형문화재 등 공예전문가로부터 배운 수강생들의 손맛이 살아있는 섬세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듭․침선․자수보자기․소반․각자․소목․장석․옻칠 등 실기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올해 3월 개강하는 강좌에서는 ▲직물공예(침선, 매듭, 전통자수, 자수보자기, 색실누비) ▲금속공예(장석) ▲목공예(소목, 각자, 소반) ▲칠공예(옻칠, 나전칠기) ▲전통화법(단청) 등을 들을 수 있다.
  • 상호교감형 한식문화상자, 문화역서울284에서 올해 처음 선보여

    상호교감형 한식문화상자, 문화역서울284에서 올해 처음 선보여

    한식 토너먼트 게임, 한식의 소리 ASMR 등 MZ세대형 콘텐츠로 제작 국가 무형문화재 공예품 담은 문화상자로 전통문화 가치 전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원장 김태훈)은 한식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한식문화상자 ‘한식도락’을 기획, 개발해 해외로 보급하고 있다. 13일 공진원에 따르면 ‘한식도락’ 한식문화상자는 한식의 철학과 사계절 등 우리 음식문화를 누구나 보기 쉽게 소개하고, ‘오감’을 활용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상자다. 상자 안에는 소반과 단청기러기, 누비화병, 무형문화재가 생산한 채상 등 전통 공예품을 배치해 한국 전통의 미도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식도락’은 ‘소개 담은 상자’, ‘소리 담은 상자’, ‘한식 담은 상자’, ‘재미 담은 상자’ 4종으로 구성됐다. 나무로 제작된 문화상자의 외형은 육각을 기본으로 전통 가구의 형태를 차용해 한국적인 비례감과 색감을 사용했다. 상자를 펼치면 한식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용 플랫폼이 된다. 한식 상차림을 비롯해 조리과정, 레시피를 활용하는 인터랙티브(상호작용) 콘텐츠로 담아 한식문화에 대한 깊은 인상을 주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식과 한식 레시피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유수의 한식당이 뉴욕,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미식 도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요즘, 한식을 단지 음식으로 맛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식을 둘러싼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때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호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개 담은 상자’는 사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로 조화로운 한 상을 구성하는 한식의 지혜와 먹는 것과 약의 근원이 하나라는 의식의 약식동원이 배경이 된 한식의 철학을 소개한다. 또한 한식만이 가지는 고유한 다양한 장(醬) 문화와 채식 등 우리 음식의 특징을 통해 한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리 담은 상자’에서는 한식이 준비되고 조리되는 모든 과정의 소리를 담은 ASMR(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소리 콘텐츠)로 한식의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전을 기름에 지지는 소리, 찌개를 끓이는 소리 등 실감 나는 콘텐츠로 듣는 즐거움을 느끼고 맛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한식 담은 상자’에 설치된 ‘한식 토너먼트 게임’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을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다. 비빔밥, 불고기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부터 달고나, 간장게장처럼 최근 K-푸드로 인식되는 음식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음식으로 선정했다. 나만의 취향을 확인하고, 큐알 코드로 유튜브에 접속해 집에서도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재미 담은 상자’는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한식 도시락을 구성해보고 공진원에서 직접 개발한 보자기로 싸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한국적 이미지를 반영해 디자인한 아름다운 보자기로 만들 수 있는 매듭의 형태에 따라 매듭법을 소개하며, 공진원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공진원은 2023 계묘년 새해를 맞아 문화역서울284에서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6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장 1층에 마련된 귀빈예비실에서 ‘한식도락’과 ‘하루잔치’ 한식문화상자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식도락’의 한식 챔피언십 게임을 통해 토너먼트 형태로 한식 취향을 알아보고, 한식 레시피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매듭의 보자기를 싸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미니어처 한식 모형을 5첩반상과 3첩반상으로 차려볼 수 있는 ‘하루잔치’ 소형상자도 만나볼 수 있다. 체험을 강조한 한식문화상자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한식의 철학과 사계절, 다채로운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으로 완성하는 한식문화의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된다. 공진원은 한식문화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상호교감형 전시상자인 ‘한식도락’을 포함한 한식문화상자를 해외에 보급해 K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도시를 중심으로 한식을 홍보하고 있다. 공진원 관계자는 “한식문화상자를 통해 한식문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하여 음식으로서 한식 외에도 전통 식기와 반상문화의 아름다움, 한식의 철학 등이 어우러진 우리 음식을 더 깊이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진원은 올해 일본 오사카를 비롯해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한국문화원에 ‘한식도락’ 전시상자를 보급해 도시별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문화마당] 발렌시아가의 낡은 신발 한 켤레/최나욱 건축가·작가

    고가의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출시한 신발이 논란이다. 여기저기 해지고 구멍 난 데다 군데군데 지저분한 얼룩이 묻은 것을 신상품이라고 내놓았다. 이는 ‘누더기까지 판매한다’는 노이즈 마케팅인 동시에 럭셔리 하우스로서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더기 같은 신발은 시간의 경과까지도 다루는 역량이 갖춰져야 만들 수 있어서다. 쓰레기장에서 들고 오면 되겠다는 사람들의 조롱과 달리 이 신발 아무나 못 만든다. 새로움에 경도된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오래된 것이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리에는 ‘옛날 감성’을 흉내 내는 노포 콘셉트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명품 업계에서는 ‘부식된 형태 만들기’를 방법론으로 삼은 대니얼 아샴 같은 디자이너가 인기리에 섭외된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돼 보일 수 있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니 반대로 ‘오랜 시간’을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노력이 나타난다. 건축에서도 일련의 유행이 발견된다. 일본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는 야마구치현에 있는 한 식당의 설계를 맡아 건물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는 형태를 제안했다. 땅에 구멍을 뚫어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경화된 구조체에 흙이 묻은 채로 마감을 해 마치 땅속 개미굴 같은 형태를 취한 것이다. 종종 쓰이는 ‘풍경으로서의 건축’이라는 표어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건물을 오래돼 보이도록 하는 디자인은 장식적인 문제인 한편 ‘복원’과 관련된 역사적 문제로 이어진다. 보통 ‘원래대로’를 재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원래대로’는 낯설고 어색해 얼마간의 가공이 필요하다. 가령 소박하다고 믿어 온 어느 궁궐의 단청을 원래 색 그대로 화려하게 복원하면 옛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듯 말이다. 오래된 것은 으레 수수할 거라는 통념과 시간을 머금은 지금 상태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아무래도 오늘날 사람들이 복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라(원래 그대로를 재현) ‘그때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방식’(오래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즉 복원의 1차 과제가 전통적인 시공 방식을 찾는 것이라면 다음 관건은 시간에 따라 낡은 모습을 단기간에 표현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 각별한 문제가 돼 왔다. 변화가 잦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까닭에 처음 지을 때부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령 마루를 짤 때면 나무가 움직일 틈을 만들고, 지붕 무게에 처마가 처질 것을 대비해 처마 가운데를 일부러 양 끝보다 처지게 만든다. 따라서 온전한 복원이란 이러한 ‘시간의 누적’까지도 흉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도 발렌시아가의 방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것을 인위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과연 ‘오래된 것’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던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는 표어에 의문이 이어진다.언제나 새로움을 좇는 패션 업계에서 내놓은 ‘낡아 빠진’ 신발은 절대적으로 동경해 온 ‘시간’이라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오래된 것에게 바라는 것은 ‘오래돼 보이는 것’에 그칠 뿐인지, 아니면 너머의 무엇에 있는 것인지 등등. ‘복원’이 18세기 과거의 것을 허문 프랑스대혁명이 돼서야 처음 등장한 개념이듯 어쩌면 ‘오래된 것’ 자체가 지금 시대의 어느 유행일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여겨지던 빠름과 느림, 최신과 옛것이 한 곳에 뒤섞이는 트렌드 속에서 여러 질문이 잇따른다.
  • [포토] 제네시스, 전기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 공개

    [포토] 제네시스, 전기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 공개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로 컨버터블(지붕 개폐형 차) 형태의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제네시스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X 콘셉트 시리즈’ 세 번째 모델인 ‘엑스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엑스 컨버터블은 ‘자연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이라는 주제 아래 컨버터블의 장점인 개방감을 활용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엑스 컨버터블은 내외장에 한국적인 미(美)를 담은 컬러를 사용했다. 실내에는 한국 전통 가옥에서 영감을 얻은 ‘기와 네이비’와 ‘단청 오렌지’가, 외장에는 두루미를 연상시키는 ‘크레인 화이트’가 적용됐다.
  • 제네시스, ‘컨버터블 전기차’ 콘셉트카 ‘X 컨버터블’ 최초 공개

    제네시스, ‘컨버터블 전기차’ 콘셉트카 ‘X 컨버터블’ 최초 공개

    제네시스가 컨버터블(차의 지붕을 열 수 있는 구조로 된 차) 형태의 전기차 콘셉트카 ‘엑스(X) 컨버터블’ 모델을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X 콘셉트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과 올해 4월에 앞서 공개됐던 콘셉트카 ‘X’와 ‘X 스피디움 쿠페’ 등과 함께 이번 모델에도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이 응집돼 있다고 브랜드는 강조했다. 특히 지붕이 열고 닫히는 컨버터블의 특성을 활용해 ‘자연 환경과 교감하는 운전 경험’이라는 제네시스의 전기차 디자인 방향성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부사장은 “X 콘셉트 시리즈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유연성이 우리만의 특별함”이라면서 “이번 컨버터블 콘셉트에는 운전의 즐거움과 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고객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제네시스의 의지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X 컨버터블’은 앞선 두 콘셉트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네시스의 고유한 디자인 언어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컨버터블 답게 하드탑 문루프 등으로 뛰어난 개방감을 제공한다. 문루프는 컨버터블의 하드탑이 열리지 않더라도 차 내부로 빛이 들어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천장의 유리 패널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깔끔한 선과 절묘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정제된 고급스러움 및 특유의 강렬한 긴장감이 차량의 전체적인 특징이라고 제네시스는 강조했다.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제네시스 고유의 크레스트 그릴을 재해석한 긴 두 줄의 헤드램프다. 이는 전동화 시대에 맞춰 제네시스의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가 진화한 것으로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변화한다는 점을 상징한다.측면부는 긴 보닛과 짧은 프론트 오버행, 여유 있는 대시 투 액슬 그리고 긴 휠베이스로 위엄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동시에 편안한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제네시스 디자인 특징 중 하나인 ‘파라볼릭 라인’은 후드에서 시작해 벨트라인을 지나 후면부 끝까지 원만한 곡선을 만든다. 후면부에서는 두 줄의 쿼드램프 브레이크등 및 트렁크 상단에 위치한 브이(V)자 모양의 브레이크등이 타원 형태의 트렁크와 대비를 이루며 날개 모양의 제네시스 로고를 연상시킨다.실내 공간은 앞서 공개된 ‘X 콘셉트 시리즈’의 2개 모델의 디자인 방향성을 계승해 조작계와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의 콕핏을 적용하는 등 철저하게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됐다. 제네시스는 ‘엑스 컨버터블’의 내외장에 한국적인 미와 정서를 담은 컬러를 사용했다. ‘기와 네이비’는 전통 가옥의 기와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로 젊고 모던한 느낌을 연출한다. 한국 전통 목조 건물에 무늬를 그려 넣는 채색 기법인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단청 오렌지’는 ‘기와 네이비’ 컬러와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외장 컬러로는 신성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의 자태에서 영감을 얻은 펄이 들어간 흰색 계열의 ‘크레인 화이트’가 적용됐다.고성능 사운드 시스템 전문 회사인 ‘메탈 사운드 디자인’의 사운드 마스터 유국일 명장과의 협업으로 설계된 사운드 아키텍처가 적용돼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미래차 경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편 제네시스는 오는 18일 열리는 LA 오토쇼에도 ‘엑스 컨버터블’을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 ▲GV60 등 주요 전기차 라인업과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플래그십 세단 G90 ▲GV80 ▲GV70 ▲‘X 스피디움 쿠페’ 콘셉트를 전시한다.
  • 청주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청주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여성접대부들의 호객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청주시는 96억원을 투입해 내덕동 일원 밤고개 정비를 위해 덕벌나눔허브센터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을 위해 시는 밤고개에 위치한 유흥업소 8곳을 매입했다. 이 가운데 6곳이 리모델링을 거쳐 공예공방 6동이 된다. 공방은 예술공방과 작업실, 문화전시실, 판매실, 체험공간 등으로 꾸며진다. 시는 인근 공터를 매입해 다목적공간과 카페, 동아리실 등으로 꾸며지는 허브센터도 짓는다. 허브센터는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맡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공사는 지난 20일 시작됐으며 준공은 내년 12월이다. 시는 공방 인근에 73억원을 들여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도 조성할 계획이다. 2024년 준공예정인 교육관에는 태평무, 청주농악, 단청장, 궁시장, 소목장, 칠장, 충청도 앉은굿, 석암제 시조창 등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8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밤고개는 청주에서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약 700m 길이의 고갯길로 예전에 밤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한때 업소 30여곳이 자리 잡아 청주를 대표하는 3대 유흥가 중 한곳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일부 업소만 영업중이다.  시 관계자는 “유흥업소를 정비해달라는 주민들 요구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밤고개가 생기있는 마을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꽃무릇 필 무렵, 레드카펫 펼쳤네

    꽃무릇 필 무렵, 레드카펫 펼쳤네

    지금 남도에 당신을 위한 ‘레드 카펫’이 펼쳐졌다. 절정에 이른 꽃무릇의 붉은 아우성이 한창이다. 전남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어디라도 좋다. 당신이 선 자리는 그대로 절경이 된다. 올해는 꽃 축제도 열렸다. 코로나19 탓에 문을 닫은 지 3년 만이다. 꽃무릇은 가을을 여는 꽃이다. 9월 중순쯤 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다른 식물들이 지기 시작하는 초가을에 꽃을 피우고, 생명 활동을 마친 겨울에 푸른 잎을 틔우는 특이한 녀석이다.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두 종은 빛깔이나 개화 시기가 약간 다르다. 보통 늦여름에 상사화가 먼저 핀 뒤 가을이 깊어질 무렵 꽃무릇이 핀다. 용천사는 예부터 꽃무릇으로 유명한 절집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나들목을 나와 절집이 있는 해보면 광암리까지, 도로 양쪽이 손님 맞으러 나온 꽃무릇으로 붉다.용천사 주변에는 꽃무릇공원이 조성돼 있다. 절집 인근의 산자락과 들녘이 온통 꽃무릇이다. 과연 함평군에서 세계 최대 군락지로 소개할 만한 규모다. 해마다 꽃무릇 축제가 열리는 곳도 이 공원이다. 다만 너른 면적에 견줘 조형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산자락, 제방, 도로 등에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다. 꽃무릇공원 너머 용천사는 해마다 이맘때만 붐빈다. 마을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차량들이 길게 꼬리를 문다. 주차장에서 절집까지는 1㎞ 정도 떨어져 있다. 절집 앞엔 너른 저수지가 있다. 이 일대가 핫플레이스다. 저수지 둑과 인근 숲이 불이 난 듯 벌겋다. 모악산 등산로 주변도 꽃무릇 천국이다. 저수지 제방 너머에는 작은 숲길이 조성돼 있다. 조롱박 터널, 카페 등도 밀집해 있다. 공원 끝자락은 용천사다. 절집 앞의 샘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선 숙종 때 만든 석등(전남도 유형문화재), 해시계, 범종각 등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붉은 꽃무릇과 어우러져 있다. ‘굴비 수도’ 영광에도 ‘풍경의 밥상’이 펼쳐졌다. 불갑사 들머리부터 경내 여기저기에 꽃무릇이 만개해 있다. 용천사에서 차로 20분 거리다. 꽃무릇은 이처럼 절집 근처에 흔하다. 강렬한 진분홍의 색감이 수행 생활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그렇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꽃무릇은 화사한 자태와 달리 강한 독성을 가졌다. 뿌리에 함유된 방부제 성분은 색이 바래는 걸 막아 준다. 탱화를 그리거나 단청을 할 때 찧어 바르면 색이 오래 지속된다. 살균력도 강하다. 비늘줄기에서 얻은 녹말을 활용한 한지를 붙이면 좀처럼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불갑사의 꽃무릇 군락지 역시 차원이 다르다고 할 만큼 압도적이다. 절집 주변 전체가 온통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멋대가리 없이 크기만 한 건 아니다. 땅의 높낮이에 따라 리듬이 생기고, 꽃밭을 에워싼 노거수들이 추임새를 넣는 모양새다. 불갑사는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세운 도량이라고 전해진다. 보통의 절집과 달리 부처의 옆모습이 보이는 특이한 구조의 대웅전이 유명하다. 대웅전 뒤 저수지가 꽃무릇 감상 포인트다. 절집 토담벽이나 저수지의 잔잔한 물 등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저수지 주변의 호젓한 오솔길은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그만이다.고창에선 선운사가 ‘꽃무릇 감상 1번지’다. 선운사 들머리에서 절집 담벼락까지 약 200m 구간에 평지형 계곡이 펼쳐지는데, 이 일대의 꽃무릇 군락이 장관이다. 계곡물에 반영된 나무와 꽃무릇의 붉은 색감이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돋운다. 동운암 산책로 주변의 산자락도 불이 붙은 듯하다. 동운암에 못 미쳐 왼쪽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뜻밖에 넓은 차밭이 나온다. 꽃무릇과 물봉선 등의 들꽃들이 차밭 고랑 사이에 만개했다. 도솔제 휴게소 왼쪽 길과 진흥굴을 지나 소리재와 포갠바위로 향하는 계곡 등의 꽃무릇 무리도 볼만하다. 길이 넓고 평탄해 가족과 함께하는 트레킹 길로 맞춤하다. 이맘때라면 공음면의 학원농장을 함께 찾아야 한다. 초봄에 청보리밭이었던 들녘이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밭으로 변한다.
  • VR로 모시 짜고 AR로 하늘 날고… ‘기술의 옷’ 입은 문화재, 현대인과 손잡다

    VR로 모시 짜고 AR로 하늘 날고… ‘기술의 옷’ 입은 문화재, 현대인과 손잡다

    그림을 골라 벽에 걸자 곧바로 온라인 전시관 벽이 채워졌다. 멀리서 보기에 조금 어색하다 싶어 그림을 클릭하자 전체 화면으로 뜨면서 몰입감이 확 살아났다. 작품 하나를 거는 데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작품을 더 채워 넣고 보니 나만의 전시관이 근사하게 완성됐다. 발걸음을 옮겨 문화재를 3D로 스캐닝하는 증강현실(AR) 기기를 쓰자 주변이 순식간에 바다로 변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 주는 것인데 하늘을 나는 기분에 발밑이 아찔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바닷속 유물을 찾는 관람객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드는 ‘디지털 헤리티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일반인과 만나고 있었다.지난 15~17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은 기술과 문화재가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일이 앞으로 가능한지를 보여 주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3개 기관이 참여해 298개 홍보 전시관을 꾸렸다. 입이 떡 벌어지는 첨단기술부터 전통 안료, 천연 발수제, 단청 도료 박리제 등 전통기술까지 참가 업체들이 들고 온 기술은 사용자의 손쉬운 향유에 대한 갈망, 문화재 보호가 중요해진 현실, 사라져 가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고민 등이 담긴 문화재 산업의 오늘을 생생하게 전했다. 나만의 전시관 서비스로 투자유치(IR) 대상을 받은 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은 원래 오프라인 전시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일을 하는 업체다. 김덕은 대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온라인 전시관을 갖고 싶어 하는 걸 보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드론 등 각종 장비가 필요한 3D 스캐닝 작업은 문화재 보존 고민의 산물이다. 우리나라는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3D 스캐닝의 중요성이 커졌다. 위프코 관계자는 “어떻게 복원할지 고민하던 문화재청에 우리가 전에 스캐닝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의 문화재 스캐닝도 한다”고 했다. 3D 스캐닝은 많은 업체가 선보였을 정도로 문화재 관련 첨단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이었다. 문화재의 진정성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준인데, 3D 스캐닝으로 자료를 구축하면 훼손되더라도 진정성 있게 복원할 수 있다.한국전통문화대가 준비한 한산모시짜기 VR 체험은 사라져 가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제작된 사례다. 김기홍 선임연구원은 “기존에는 장인을 촬영한 영상만으로 무형유산을 기록했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기술을 통해 한산모시짜기를 입체적으로 보전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모시를 짤 수 있는지 쉽게 알리려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을 위한 기술, 사업을 위한 기술로만 흘러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의 성장으로 유행처럼 번진 3D 스캐닝이 아무리 발전하고 AR·VR 체험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실물 문화재를 느끼는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실제 지금 있는 문화재에 활용할 수 있게 연구하고 있는데, 많은 업체가 문화재 자체보다는 사업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 전통 녹색 안료 ‘동록’ 비밀 4년 만에 풀려… 문화재 복구 청신호

    전통 녹색 안료 ‘동록’ 비밀 4년 만에 풀려… 문화재 복구 청신호

    경복궁, 창덕궁 등 한국 전통 건축물의 단청이나 괘불, 초상화 등에 녹색 안료로 쓰인 ‘동록’(銅綠)의 비밀이 밝혀졌다. 명맥이 끊어졌던 전통 안료를 되살리는 동시에 향후 문화재 원형 복원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30일 “목조건축물의 단청, 괘불, 사찰 벽화 등에 녹색 안료로 자주 사용된 인공 무기안료 동록을 전통 제법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리 문화재에는 청색을 표현하는 회청, 황색을 표현하는 밀타승, 적색을 표현하는 연단, 백색을 표현하는 연백과 녹색을 표현하는 동록이 주로 사용됐는데, 동록은 다른 안료와 달리 제조법이 단절된 데다 역사적 자료도 많지 않아 그동안 복원이 어려웠다. 동록은 구리가 산화해 만들어진 녹색 안료다. 전통적으로 구리 및 구리합금을 인공적으로 부식시켜 분말 형태로 제조해 재료로 썼다.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어 ‘하엽’(연꽃의 잎)으로도 불렸다.국립문화재연구원이 ‘본초강목’, ‘신수본초’ 등 고문헌을 조사한 결과 동록의 제법은 동기(구리나 구리합금으로 만든 그릇이나 물건)를 초(醋)로 부식시켜 만드는 산부식법이 대부분이었다. 이 외에 동기를 가루로 만들어 광명염(할로겐 화합물류의 광물소금)과 노사(화산지대나 온천지대에 존재하는 천연 염화암모늄)로 부식시켜 만드는 염부식법도 일부 있던 것이 확인됐다. 지난 4년간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산부식법과 염부식법을 순차적으로 시도해 동록의 성분과 제조법 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순수한 구리 및 4종의 구리합금(구리+주석, 구리+아연, 구리+주석+납, 구리+주석+아연+납) 분말을 원료로 염부식법으로 재현한 동록 안료가 실제 문화재에 쓴 색상과 성분이 동일하고 입자 형태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전통 동록은 천연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기술 수준이 높았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동록 안료의 제조법 재현 연구를 정리해 학계에 발표하고 제조기술 특허출원과 기술이전, 종합보고서 발간 등 단계적으로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 태고종 ‘선암사 2심’ 이기자 조계종 “실력 행사” 전운

    태고종 ‘선암사 2심’ 이기자 조계종 “실력 행사” 전운

    오후가 되자 고요하던 사찰이 소란해졌다. 30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찾아온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대웅전 앞에 모인 이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한편에선 불자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잠깐 소나기가 지나가자 산사의 여름이 더욱 짙어졌다. 지난 13일 찾은 전남 순천 선암사에선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겉으로만 평화롭습니다. 60~70년을 싸운걸요.” 외국인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던 등명 스님은 짤막한 한숨을 쉬었다. 선암사 입구에선 태고종 소유를 밝힌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가 적힌 현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선암사가 소유권 등기상 조계종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등명 스님은 조계종과의 소송을 전담했다. 광복 이후 비구승(독신 승려)과 대처승(결혼 승려) 사이의 분규와 맞물린 선암사 분쟁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한 다툼 속에 지난달 광주고등법원 민사 1-2부는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 말소 항소심에서 태고종의 손을 들어줬다. 선암사엔 조계종 승려가 없는 데다 태고종에서 수십년간 관리를 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선암사에 있는 30명 정도의 스님들은 모두 태고종 소속으로, 조계종의 흔적은 매표소 근처 사무소와 컨테이너 하나가 전부다.패소한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지난달 “광주고법 재판부의 판결은 조계종의 실체를 부정한 것”이라며 “대법원 상고심에서 또다시 조계종의 실체를 부정할 경우 대대적인 저항운동을 결연히 펼쳐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3일엔 조계종 중앙종회가 “역사적 정의를 외면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사법부에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최근 조계종은 소송을 이끌 선암사 주지 직무대행으로 대진 스님을 임명했다. 조계종은 실효 지배를 위해 실력 행사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의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는 조계종 노조원을 폭행한 것을 보면 농담이나 가벼운 경고가 아닌 듯하다. 등명 스님은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질서 아닌가”라며 “조계종이 소송에서 패소하니까 힘으로 뺏겠다고 하는데, 스님들 사이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순천경찰서에서도 무슨 일 있으면 병력을 투입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우리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에서 실력 행사를 하면 태고종도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운이 감도는 선암사는 통일신라 때 세운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다른 사찰보다 유독 더 빛바랜 대웅전 기둥과 단청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줬다. 2018년엔 경북 영주 부석사 등 6개 사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찰 내엔 천연기념물 선암매가 있고, 스님들 사이에서 벌어질 무력 충돌을 짐작도 못 할 고양이 몇 마리도 평화롭게 지낸다.
  • ‘강남 한복판 폭행’ 조계종, 이번엔 사찰 쳐들어가나… 전운 감도는 선암사

    ‘강남 한복판 폭행’ 조계종, 이번엔 사찰 쳐들어가나… 전운 감도는 선암사

    오후가 되자 고요하던 사찰이 소란해졌다. 30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방 배정 후 옷을 갈아입고 대웅전 앞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한편에선 산사를 찾아온 불자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잠깐 소나기가 지나자 산사의 여름이 더욱 짙어졌다. 지난 13일 찾은 전남 순천 선암사엔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겉으로만 평화롭습니다. 60~70년을 싸웠는걸요.” 템플스테이를 하러 찾아온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던 등명 스님은 짤막한 한숨을 쉬었다. 선암사에 들어서면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가 쓰인 간판을 볼 수 있다. 태고종 소유를 밝힌 간판이지만, 조계종은 선암사가 소유권 등기상 조계종 사찰이라는 점을 들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등명 스님은 조계종과의 소송을 전담했다. 광복 이후 비구승(독신 승려)과 대처승(결혼 승려) 사이에 벌어진 분규와 맞물린 선암사 소유권 분쟁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한 다툼 속에 지난달 광주고법 민사 1-2부는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 말소 항소심에서 조계종 선암사의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태고종의 손을 들었다. 선암사엔 조계종 승려가 없는 데다 태고종에서 수십 년간 종교의식을 하며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선암사에서 수행하는 30명 정도의 스님들은 모두 태고종 소속으로, 조계종의 흔적은 매표소 근처 사무소와 컨테이너 하나가 전부다. 성인 기준 3000원인 입장료만 두 종단이 평화롭게 공동 관리한다. 패소한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지난달 “광주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은 조계종의 실체를 부정한 것”이라며 “대법원에 제기된 상고심에서 또다시 조계종의 실체를 부정할 경우 사법부를 향해 대대적인 저항운동을 결연히 펼쳐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3일에도 조계종 중앙종회가 “역사적 정의를 외면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사법부에 엄중 경고한다”고 규탄했다. 지난달 조계종은 소송을 이끌 선암사 주지 직무대행으로 대진 스님을 임명했다. 조계종은 실효 지배를 위해 여차하면 실력 행사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침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의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는 조계종 노조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을 보면 농담이나 가벼운 경고가 아닌 듯하다.등명 스님은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질서 아닌가”라며 “조계종이 소송에서 패소하니까 힘으로 뺏겠다고 하는데, 스님들 사이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순천경찰서에서도 무슨 일 있으면 병력을 투입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우리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에서 실력 행사를 하면 태고종도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전운이 감도는 선암사는 통일신라 때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다른 사찰보다 유독 더 빛바랜 대웅전 기둥과 단청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줬다. 2018년에는 영주 부석사 등 6개 사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찰 내엔 천연기념물 선암매가 있고, 스님들 사이에 벌어질 무력충돌을 짐작도 못 할 고양이 몇 마리도 평화롭게 지낸다.
  • “한여름밤 화성행궁에 밤마실 오세요”…12~14일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 문화재 야행’

    “한여름밤 화성행궁에 밤마실 오세요”…12~14일 ‘기억의 문이 열리는, 수원 문화재 야행’

    “한여름밤 화성행궁·수원화성으로 밤마실 오세요.” 경기 수원시의 여름철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기억의 문이 열리는, 2022 수원 문화재 야행(夜行)’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12~14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화성행궁과 행궁동 일원에서 열린다. 20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워킹 스루’ 형태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대면 행사를 마련했다 2017년 시작돼 올해 여섯 번째로 열리는 ‘수원 문화재야행’은 문화재청이 주최하는 전국 45개 ‘문화재 야행’의 하나로 수원화성 일원 곳곳의 야경을 감상하며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기억’을 주제로 수원과 수원화성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았던 우리 이웃의 모습과 역사를 담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정조대왕의 수원화성 축조를 시작으로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수원의 역사와 우리 이웃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훼손된 환경·문화유산을 보호할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수원 문화재 야행은 야경(夜景)·야로(夜路)·야사(夜史)·야화(夜畵)·야설(夜設)·야시(夜市)·야식(夜食)·야숙(夜宿) 등 8야(夜)를 소주제로 65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야경’(밤에 보는 문화재)은 화성행궁과 수원화성박물관, 수원시립미술관, 열린문화공간 후소, 구 부국원, 북수동성당(뽈리화랑), 수원종로교회 역사관 등 문화시설을 야간에 관람하는 것이다. 화성행궁 야간특별관람을 하려면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야로’(밤에 걷는 거리)는 미션 장소 5곳을 방문해 ‘띠부실 스티커’를 모아 야행도감을 완성하는 투어 프로그램인 ‘야행몬을 잡아라’(선착순 기념품 증정)를 비롯해▲‘야행학교’에서 양성한 시민 해설사에게 듣는 근현대 역사 투어 ▲화성행궁 문화관광해설사 투어 ▲수원성지 순례길을 걷는 ‘달빛순례’ ▲역사해설이 곁들어진 체험형 자전거택시 ‘수원행카’ 등 다양한 투어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야사’(밤에 듣는 역사 이야기)는 수원화성 완공 시기인 1796년을 기준으로 가우스·베토벤·정조 3명의 천재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동형 역사체험극 ‘행궁야사, 빽투더 1796’, 무예24기 해설을 듣고 시범을 볼 수 있는 ‘무예24기 토크콘서트’, 조선시대 다양한 재판 이야기를 담은 이동형 역사체험극 ‘조선job史(잡사)’, 지역 카페와 책방 등 문화공간에서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책가도 야행 토크살롱’ 등 다채로운 주제의 체험형 강연으로 채워진다. ‘야화’(밤에 보는 그림)는 ‘기억의 찰나 226’을 주제로 한 미디어 작품, 조형물, 기록전시 등 10가지 볼거리로 구성된다. 20세기 수원의 변화상을 볼 수 있다. ‘226’은 1796년 수원화성이 완공된 후 226년이 지난 2022년을 의미한다.수원의 대표 문화재와 문화시설을 활용해 수원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소개하는 미디어 작품 ‘수원 판타지’가 수원화성사업소 벽면에 상영되고, 수원시민들이 보내온 수원화성에 대한 사연과 사진을 행궁광장 전광판에서 볼 수 있다. 거리 곳곳을 밝히는 대나무등과 단청등이 여름밤의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야설’(밤에 보는 공연)은 북수동성당, 남문로데오청소년공연장, 수원사 인근, 미술관 옆 잔디마당 등 행사 구간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발탈’과 경기도무형문화재 ‘승무·살풀이춤’ 등 우리의 전통 공연도 볼 수 있다. 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옥상과 행궁동 카페 루프톱에서 음악 공연 ‘공감, 달빛옥상 콘서트’를 즐길 수 있고, 국가등록문화재가 있는 북수동성당에서는 근대 컨셉을 어우른 스윙댄스를 선보인다. 화성행궁 앞에서는 장용영 수위 의식과 정조대왕 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행사, 무예24기 공연을 볼 수 있다. ‘야시’(장시 이야기)는 지역 독립서점, 작가들이 함께하는 ‘야간 책장터’, ‘행궁동작가단 마켓’, 수원의 지역 문화콘텐츠를 판매하는 ‘수문장 마켓’, 지역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는 ‘버들마켓’ 등으로 구성되는 장시(場市)다. ‘야식’(음식 이야기)은 행궁동 식당과 카페·공방을 야간에 연장 운영하는 것이다. 룰렛 이벤트에 참여하면 야행 참여업소 할인권이나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남문로데오 상인회는 남문로데오거리에서 ‘불취무귀, 야식마차’를 열고, 수원전통문화관에서는 궁중 주안상과 전통주 이화주 만들기 등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야숙’(수원에서의 하룻밤)은 야행 기간에 수원시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숙박 증빙자료를 행궁광장 티켓부스에 제시하면 화성행궁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수원사’와 연계해 도심 속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전쟁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와 체험, 야행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발행·기부,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자원봉사단을 운영하는 야행 캠페인도 운영한다. 12일 오후 8시 행궁광장에서 개막 점등식이 열린다.
  • 청주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생긴다

    청주에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생긴다

    충북 청주시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장소는 청원구 내덕동 173-56번지 일원이다. 연습실, 전시실, 전수교육실, 사무실 등 연면적 2585㎡의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24년 준공이 목표다. 사업비는 국비 36억원, 도비 11억원, 시비 26억원 등 총 74억 800만원이다. 완공되면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를 비롯해 충북도무형문화재 청주 농악, 단청장, 소목장, 궁시장, 충청도 앉은굿, 석암제 시조창, 칠장 등 8개 종목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은 전수교육관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청주에 거주하는 국가 및 충북 무형문화재 보유자 13명 가운데 5명만 교육관이 있어 이번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입주하는 보유자들에게 사용료는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800년 세월… 8만 1258번의 가르침, 기적을 직관하다

    800년 세월… 8만 1258번의 가르침, 기적을 직관하다

    아마도 인연이었을 것이다. 해인사를 찾게 된 것은. 어쩌면 불자들의 표현처럼 부처의 가피를 입은 것일 수도 있겠다. 경남 합천군청 행사가 해인사에서 열린다는 걸 우연히 귀동냥으로 주워들었고, 그 덕에 팔만대장경과 경내 암자까지 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해인(海印)이란 이름에 담긴 뜻을 깨닫는 데만 평생이 걸릴 수 있다는데, 겨우 반나절 돌아본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만, 법보(法寶)라는 팔만대장경을 범부들이 ‘직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 반나절의 값어치는 금새를 뛰어넘는다. 해인사는 지난해부터 ‘팔만대장경 순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스님의 안내로 해인사도 둘러보고 팔만대장경도 친견할 수 있다. 채 1시간이 못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해인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이날 합천군 행사에선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보존국장을 맡고 있는 일한 스님이 안내자로 나섰다.장경판전으로 곧장 간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당우다. 네 동의 건물이 직사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다. 들머리 구실을 하는 남쪽 건물은 수다라장(修多羅藏), 마당을 두고 마주한 북쪽 건물은 법보전(法寶殿)이다. 동쪽과 서쪽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사간판전이 있다. 길게 뻗은 남북 건물은 국간판전, 동서 건물은 사간판전이다. 국가기관인 대장도감에서 새긴 목판을 보관한 곳은 국간판전, 사찰이나 지방 관청에서 새긴 목판을 보관한 곳은 사간판전이라 부른다. 장경판전 구역에만 국보가 셋이다.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알려진 ‘대장경판’과 남북의 ‘장경판전’ 건물, 그리고 동·서사간판전에 봉안된 ‘고려목판’ 등이다. 장경판전은 1995년, 대장경 등 목판들은 2007년에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현재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건 법보전 내부와 팔만대장경이다. 석가고행도, 고승들의 문집 등을 새겼다는 고려목판과 소승불교 경판이 보관된 수다라장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렇듯 언젠가 이들과도 ‘인연’이 닿길 희망한다. 예약하지 않는 관람객은 법보전 앞마당까지만 갈 수 있고, 법보전 창살 사이로 팔만대장경을 봐야 한다.춘분과 추분에 연꽃 모양의 그림자를 남긴다는 수다라장 연화문을 지나면 곧 법보전이다. 낡은 기둥에 매달린 두 개의 주렴이 여행자를 맞는다. 각각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와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란 문구가 새겨졌다. 일한 스님은 이를 “깨달음의 도량은 어디인가, 지금 나고 죽는 이 세상이 바로 그곳”이라고 해석했다. 삶의 모든 순간은 첫 순간이면서 마지막 순간이고 유일한 순간이다. ‘지금’과 ‘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 시인의 표현처럼 어제의 비로 오늘의 옷을 적실 까닭이 없고, 내일의 비를 위해 오늘의 우산을 펼 이유도 없는 것이다. 법보전 건물은 안팎이 수수하다. 장식성 짙은 공포와 화려한 단청으로 법보를 감싸고 있을 법한데, 뜻밖에 여염의 건물보다도 소박하다. 법보전의 진정한 가치는 놀라울 만큼 과학적인 구조에 있다. 아마 우리 국민 누구나 학창 시절 수없이 듣고 외웠을 터다. 건물 정면과 후면 창살의 모양, 위치, 크기 등이 다른 건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서라는 것, 바닥에 황토와 숯, 횟가루, 소금 등을 섞어 다져 습도를 조절했다는 것 등 말이다. 일한 스님은 “그 덕에 20여년 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도 거미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팔만대장경. 무려 780여년 전에 제작된 목판들이 마치 어제 가져다 놓은 양 단정하게 5층 판가(板袈·경판꽂이)를 채우고 있다. 경판의 숫자가 8만 1258장, 8만 4000개의 법문을 실었다고 해 팔만대장경이다. 불가에선 종종 ‘팔만 사천’을 ‘많음’의 의미로 쓴다. 그러니 팔만대장경엔 경판과법문의 개수 외에도 ‘부처의 깨달음과 법문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의미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경판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지혜 역시 헤아릴 수 없이 깊다. 대장경판은 가로 약 70㎝, 세로 약 24㎝ 크기다. 두께는 어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양옆의 손잡이는 경판보다 5㎜ 정도 더 두껍다. 그 덕에 모든 경판 사이사이로 바람이 지날 수 있고, 경판을 넣고 꺼낼 때 글자들끼리 부딪히지 않는다. 글자수는 5272만 자다. 글자 하나를 새길 때마다 각수(刻手)들이 삼배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니 글자를 모두 새기기까지 얼추 1억 6000번 가까이 절을 올렸을 것이다. 대장경은 고려 시대에 두 차례 제작됐다. 11세기에 만든 초조대장경은 몽골군의 침입으로 소실됐고, 해인사에 보관된 경판은 두 번째로 만든 재조대장경이다. 고려 고종 19년인 1237년에 조성이 시작돼 1248년에 완성됐다.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총 16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나무로 만든 대장경판이 오늘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건 기적이다. 해인사에 일곱 번 화마가 덮쳐도, 6·25전쟁 등 수많은 전란을 겪고도,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습기, 추위와 싸우면서도 온전히 살아 부처의 진리를 전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우리 선조들이 경판을 새기고, 장경판전을 세울 지혜와 정성을 갖게 된 것 역시 기적적인 일이지 싶다. 대장경의 여운은 강렬했다. 저물녘 범종 소리까지 들은 뒤라야 산사에서 발걸음을 뗄 수 있을 듯했다. 그사이 암자 순례에 나섰다. 해인사의 산내 암자는 모두 16개다. 하루에 돌아볼 수는 없어, 해인사 동쪽 코스의 암자 3곳을 묶어 돌아봤다. 백련암은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 주석하던 암자다. 경내에 비석처럼 서 있는 불면석이 독특하다. 희랑대는 꽃계단(花階)이 아름답고, 금강산 보덕굴에 비견되는 지족암은 뒤 산자락에 불족도를 토대로 조각한 불족바위가 인상적이다.어둑어둑해질 무렵 사람들이 해인사 범종각 앞에 모였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내외국인, 여행객 등이 뒤섞였다. 두 스님은 법고와 범종, 목어, 운판의 순서로 쳤다. 법고는 지상의 생명들, 범종은 지하의 생명들, 목어는 물속 짐승들, 운판은 날짐승들에게 전하는 구원의 소리란다. 여행자에게 범종이란 일종의 축객령과 같은 것. 이제 해인사를 내려갈 때다. 기분 탓일까. 땀과 홍진에 절어 까매진 목깃이 그제야 말끔하게 씻겨진 듯하다. ■ 여행수첩 매주 월요일 예약 사이트 ‘광클’ 전쟁 -‘해인사 팔만대장경 순례’ 프로그램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회당 최대 2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에 누리집예약 사이트를 오픈하는데, ‘광클’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물병 등 액체류, 라이터 등 화기류, 삼각대 등 카메라 장비, 가방 등은 일절 법보전 안으로 가져갈 수 없다. 슬리퍼, 하이힐, 반바지, 민소매, 레깅스 등의 차림으로도 입장할 수 없다. -대장경에 가려 못 보기 십상인데, 법보전 안의 비로자나불상도 보물이다. 국내 최고(最古) 목조 불상이다. 화재나 도난이 감지되면 고급 외제차의 엠블럼처럼 순식간에 특수장치가 부착된 단 아래로 사라진다고 한다. -범종 타종 시간은 하안거, 동안거 등 시기에 따라 다르다. 미리 종무소에 확인해야 한다. 요즘엔 오후 7시 30분쯤 범종을 친다.
  • 이계준 ‘품바’ 배우·연출가 별세

    이계준 ‘품바’ 배우·연출가 별세

    ‘품바’ 역으로 3000번 이상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 겸 연출가 이계준 극단 깡통 대표가 지난 25일 전남 여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64세. 1992년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단체상, 1997년 서울연극제 대상 단체상을 받았다. 유족은 동생 이길호(무형문화재 단청장 9호 이수자)씨 등이 있다.
  • 소박·절제 미학, 성인의 도 실천…‘처사’ 기풍 오롯이[이동구의 서원 산책]

    소박·절제 미학, 성인의 도 실천…‘처사’ 기풍 오롯이[이동구의 서원 산책]

    “한 그루 늙은 소나무 푸르게 길가에 서 있어(一老蒼髥任路塵)/ 괴로이도 오가는 길손 맞고 보내네(勞勞送往來賓)/ 찬 겨울에 너와 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歲寒與汝同心事)/ 지나가는 사람 중에 몇이나 보았느냐(經過人中見幾人)”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변을 따라 올라간 대니산의 한쪽 고갯마루인 다람재에는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1454~1504)의 노방송(路傍松· 길가의 소나무) 시비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서 있다.김굉필은 한국 유교의 성현으로 동방오현(東方五賢: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의 맏형 격이다. 흙먼지를 쓴 채 추운 겨울에도 변치 않고 길가에 서 있는 독야청청 한 그루 소나무를 묘사한 시이다. 물론 김굉필의 삶과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시로 알려져 가치를 더한다. 이 시비 왼편에 자치단체가 축조한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쪽을 향해 시선을 두면 왼쪽 발아래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서원이 바로 김굉필의 정신세계를 추앙, 계승하고 있는 도동서원(道東書院)이다.●수현(首賢) 서원의 자긍심을 잇다 도동서원의 첫인상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소박함이다. 다른 서원에서 볼 수 있는 하마비나 홍살문도 없다. 서원 건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강학 공간인 중정당(中正堂)에는 그 흔한 단청도 없다. 그저 수백 년 세월을 간직한 나무의 결과 순백의 한지만이 서원의 창학 이념과 정신세계를 웅변하고 있다. 절제의 미학을 실증이라도 하는 듯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강학당인 중정당의 전면 6개 기둥에 반전이 숨어 있었다. 백색의 한지 한 폭이 기둥 윗부분을 휘감고 있다. 100여m 떨어진 낙동강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선명함이 있다. 바로 도동서원이 동방오현 중 수현을 모시고 있는 서원임을 표시하는 ‘상지’(上紙)이다. 현 도동서원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병판 유사는 “낙동강을 오가는 배들조차 서원의 상지가 보이면 돛을 접고 예를 갖추며 뱃길마저 공손히 재촉했다”고 했다. 후학들과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한훤당을 향한 존경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일화다.●아름다움의 절정 보물 흙담장 김굉필을 제향하는 서원은 1568년(선조 1)에 현풍현 비슬산 기슭 쌍계동에 쌍계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 정유재란으로 불타자 1604년 현풍현 서쪽 오설면 대니산 김굉필의 묘소 아래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보로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중건됐다. 다시 1607년 선조 40년에 김굉필의 외증손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이건해 사액을 받았다. 도동서원은 조선시대 서원의 전형적 공간 구성을 가장 우수하게 표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곳’ 중 가장 급경사지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위계적으로 분절된 서원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냈다. 수월루로 대표되는 유식 공간, 강당과 동서재로 구성된 강학 공간, 사당이 자리한 제향 공간이 전저후고(前底後高)의 지형 위에 18개의 석단으로 계층을 구분해 터를 잡았다. 도동서원의 첫 관문은 환주문(喚主門)이다. ‘마음의 주인을 부른다’는 의미로 다른 서원의 외삼문과 달리 강당 담 사이 공간을 튼 좁고 낮은 사모지붕의 문이다. 갓 쓴 선비가 고개를 숙여야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문이 낮고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올 수 없을 만큼 좁게 지어진 작은 문이다. 선비의 겸손한 마음과 예를 갖춘 자세로 서원에 임하도록 설계된 문이다. 간결함과 엄숙정제의 예는 환주문을 비롯해 도동서원 건축물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다. 서원 최상단에 위치한 사당 또한 담백함의 결정체이다. 여느 사당과 달리 벽면이나 기둥, 천장 등에 족자나 현판 하나 없다. 특이하게도 좌우 벽면에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그림 2점이 400여년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왼쪽 벽에는 달이 뜬 강변 풍경과 작은 배를 그리고 강심월일주(江心月一舟)라는 표기가 있다. 오른쪽 그림은 가지를 흐드러지게 펼친 큰 소나무와 보름달을 그리고 설로장송(雪露長松)이라 써 넣었다. 김굉필의 천인합일과 의리 정신을 나타낸 그림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돈희 도동서원 운영위원은 “그림의 작가를 알 수는 없지만 400년 넘게 보관되고 있다”며 “국가 지정 보물 또는 국보로서의 가치를 따져 볼 만하다”고 말했다. 도동서원이 지닌 아름다움의 절정은 담장에 있다. 진흙에 다섯 단의 기와를 박은 담장은 하늘과 땅, 사람, 음양오행을 상징한다. 사당 왼쪽 담장에는 감(坎)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세사에 쓴 제문을 태우는 시설로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이런 독특한 담장은 중정당, 사당과 함께 1963년 보물 제350호로 지정됐다.●도학 정통 계승에 적극적인 지원 있어야 김굉필은 후대의 선비들에게 ‘조선시대 처사(處士)’의 전범을 보여 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흔히 처사는 별 관직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통칭한다. 하지만 조선의 유교 사회에서 처사는 성인의 도를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는 평가를 함축한 가장 영예로운 명칭이었다고 한다. 김굉필은 평생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 부르는 이유이다. ‘소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유교적 윤리도덕을 실천할 것을 강조한 책이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죽음을 맞는 자리조차 ‘소학’의 가르침을 외고 임했다. 퇴계 이황은 김굉필을 ‘근세도학지종’이라 하여 조선 유학의 정통을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문화재청, 대구시, 달성군 등은 도동서원과 김굉필 관련 각종 관광문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김굉필의 정신세계를 전승하고자 함이다. 서원 인근에 오현역사관, 문화체험 마을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도동서원 측은 한훤당의 정신세계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향사체험도 구상 중이다. 6월부터는 매주 월~금요일 한국인성예절원과 함께 선비체험, 소학강좌, 서당체험, 다도 및 예절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올 들어서만 700여명이 서원을 통해 전통 예절교육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일반인을 위한 ‘유교아카데미’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동서원은 다른 서원들과 달리 지역의 주요 8개 문중에서 십시일반하는 재원으로 그동안 운영관리해 온 만큼 빈약한 재정에 힘겨워하고 있다. 자라나는 후세를 위한 인성교육이나 성인들의 전통 문화예절 교육을 위해서는 자치단체나 문화재청, 정부 지원 등이 조금 더 확대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수영 전임 유사는 “서원 운영비조차 향사 참석자들로부터 갹출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화재청이나 자치단체의 각종 지원이 신속하고도 폭넓게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현재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서원 수리 공사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 프로그램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시섭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운영본부장은 “서원 문화재의 원형 보존을 위해 보수작업은 치밀하고 신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서원 운영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서울신문·(재)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창경궁 명정문, 본래 문양으로 복원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창경궁 명정문, 본래 문양으로 복원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16년 복구돼 6번의 단청공사를 거쳤던 창경궁 명정문이 본래 모습을 되찾는다. 문화재청은 3일 “오는 12월까지 보물 창경궁 명정문을 대상으로 전통단청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창경궁 명정문 단청사업은 2018년부터 수행한 명정문 보수공사의 일환이다. 단청 기록화 사업 및 전통단청설계 등을 통해 교체부재 등 기둥에 이상이 있는 건물부분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현재의 창경궁 명정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16년 복구된 건물이다. 1616년, 1707년, 1777년, 1798년, 1834 등 조선 시대에 총 5번, 1975년까지 하면 총 6번의 단청공사를 마쳤다. 이번에는 직전 1975년 공사에서 화학안료로 수리됐던 것을 전통안료로 되돌린다. 2020년 단청 기록화 사업 등에서 확인한 명정문 본래의 문양으로 수리된다. 다만 역사성 보존을 위해 일부 단청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그대로 보존된다.전통단청사업은 2009~2013년에 숭례문 복구공사에서 처음 시도했으나, 전통재료 생산 단절과 시공기술 미흡 등으로 숭례문 단청 일부가 박락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전통안료와 전통단청 시공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단청의 활성화를 모색해왔다. 전통안료는 19세기 말부터 화학안료 유입으로 생산과 기술이 단절돼 문화재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화학안료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천연 돌가루, 흙 등 자연재료로 채색해 외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고색창연한 아름다움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화재청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인 전통 기법을 전승하고, 문화재 수리에 진정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지난 1일 전통단청 공사비의 가격 산정을 위한 표준품셈을 개정 고시한 문화재청은 품질검증 등을 위한 우수 전통안료 인증기준도 올해 안에 고시할 예정이다.
  • 전라감영 곰팡이는 자연스러운 현상?

    전라감영 곰팡이는 자연스러운 현상?

    2020년 10월 복원된 전라감영 주요 건물 기둥에 발생한 곰팡이는 전통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주시는 “전라감영 곰팡이 현상을 진단한 결과 전통방식을 고수해 건립한 건축물의 원목이 습기에 노출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함수율이 기준치 보다 강화된 건축자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을 맞은 기둥 부위 등이 습기를 머금어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실제로 전라감영 누각인 관풍각의 경우 기둥 20개 가운데 19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중심 건물인 선화당 일부 기둥에서도 곰팡이가 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름 곰팡이가 슬기 시작한 전라감영 건물은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대해 전주시는 전라감영 건축자재는 문화재청의 문화재 수리표준시방서 기준 함수율 ‘24% 이하’ 보다 훨씬 강화된 함수율 ‘15.5~15.7%’의 목재를 사용했고 방충처리가 완료된 것이라면서 함수율이 높아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의혹은 없다고 해명했다. 건축 전문가들도 “목재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곰팡이 발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며, 오일스테인 등을 사용하면 곰팡이가 없어지지만 정통적인 방식과는 충돌하는 부분이 선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수시로 감영 건물 전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전통방식인 양잿물이나 목재보존처리용 약품을 사용해 곰팡이를 지우고 있지만 건축물이 팔작지붕(펼쳐진 형태)이어서 비로 인한 습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곰팡이에 취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1월 착공해 약 2년10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라감영 복원공사는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과 내아, 내아행랑, 관풍각, 연신당, 내삼문, 외행랑 등 핵심건물 7동이 복원됐다. 전주시는 원목에서 수분과 송진이 완전에 가깝게 빠져나가고 내년쯤 ‘단청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라감영은 1896년까지 500여 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사(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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