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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美 발목잡던 발칸 도살자 ‘카라지치’ 이번엔 심판받나

    “나는 세르비아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무고한 사람들을 더 이상 도망칠 곳 없는 스레브레니차의 구석까지 밀어붙여 소와 양처럼 도살하는 이 장면까지 넣고 싶어할지 궁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종학살로 기록된 1993년 이슬람 거주지 스레브레니차의 집단학살을 목격한 유엔 직원 래리 홀링워스의 말이다. 이 참혹한 역사를 만들어낸 남자는 음울한 시인이었고 성공하지 못한 정신과 의사였다. 바로 보스니아 내전을 주도한 스르프스카공화국 대통령 라도반 카라지치(64)다. 13년간 포위망을 피해 오다 지난해 7월 베오그라드에서 체포된 그가 오는 26일(현지시간) 구유고슬로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법정에 선다. 다민족국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그는 다른 두 축 이슬람 교도, 크로아티아계에 대한 대량 학살과 민간인 테러, 강제 국외추방 등 11개 혐의를 받고 있다. ●카라지치 “당시 내 역할 후회 안 해” 그러나 카라지치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법정에서 유죄가 입증되면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카라지치의 강력한 무기는 1996년 미국의 발칸반도 특사였던 리처드 홀브룩 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와의 면책 협상이다. 정계 은퇴를 조건으로 홀브룩 특사가 자신에게 헤이그 전범재판소의 기소를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데이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홀브룩 특사는 이를 거듭 부인해 왔다. 지난 13일 ICTY 상소 재판부는 수개월간 들끓었던 ‘비밀계약’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부는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재판을 제한할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카라지치는 16일 안보리 의장에게 “결의안을 채택해 주면 감사하겠다.”는 요지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또 당시 홀브룩 특사가 이 ‘밀약’내용을 안보리에 전달했고 유엔도 그 기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법정 공방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판은 3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첫 이틀간은 기소 요지를 설명하는 검찰의 모두진술이 예정돼 있다. 이후 카라지치에겐 이틀간의 변론 준비기간이 주어진다. 미국 변호사 피터 로빈슨의 도움으로 직접 변론에 나설 그는 자신의 노력이 세르비아의 미래에 필수적이었다는 입장이다. 2개월 전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나는 내 역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비밀협상 밝혀져도 미국만 망신? 유족들은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며 분노하고 있다. 당초 19일 열릴 예정이던 재판이 26일로 미뤄지자 스레브레니차 학살에서 남편과 아들, 가족 20명을 한꺼번에 잃은 여성 무니라 수바직은 “공판이 지연되는 동안 수많은 증인들이 죽을까봐 두렵다.”며 “이 모든 게 재판정이 해 오던 더러운 게임”이라고 성토했다. 관건은 전범 재판이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카라지치의 자기 변론이 ‘정치적 입지 과시’나 ‘시간끌기’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의 비밀 거래가 입증되더라도 구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당혹스러워지는 건 미국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전세계의 불신이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미 행정부는 실제로 카라지치를 체포하는 데 거의 손을 쓰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보스니아 내전을 종결시킨 데이턴 평화협정이 클린턴의 ‘치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등 사실상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민이 ‘정치적 기소’에 처할까봐 전범 재판을 두려워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의 근거가 되는 로마규약 채택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미국민이 기소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급급했다. 거물급 전범을 단죄하는 이번 사건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권오곤 ICTY 부소장이 재판장을 맡을 예정이라 국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범죄재판소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국제인도법(IHL)의 심각한 저해가 기소되고 처벌받는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ICTY가 스스로의 소임을 다할지 주목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나영이 사건’ 파문] ‘재심통한 중형’ 사실상 불가능

    여덟살 여자 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장애를 남긴 50대의 범죄행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범인이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게 다시 재판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 상 범인을 두 번 단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네티즌 “재심해서 중형선고를” 1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인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나영이 사건’과 관련해 140여개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12년형은 납득할 수 없으며, 보다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정최고형 선고와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39만여명이나 서명을 했다. 범인이 나영이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심한 부상을 입은 나영이를 방치한 채 도주한 것은 강간치상죄가 아니라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한 네티즌은 “나영이 사건은 성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라면서 “그에 맞게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범인이 저지른 짓은 단순한 성폭행 상해의 범위를 뛰어넘는다.”면서 “나영이 사건을 살인미수와 고문죄로 새로 재판을 청구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 추석 연휴 동안 촛불집회를 하자는 청원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촛불집회에서 나영이 사건의 재심, 아동성폭행 및 유괴 등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서 중대 사건에 필수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자고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사건 두 번 단죄 못해 하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범인을 다시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 어떤 사건에 대해 일단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공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다면 모르겠지만 확정판결이 나온 뒤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법률적 평가를 달리해서 다시 기소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살인미수죄로 다시 재판을 구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특별소송절차로 마련된 ‘재심’ 절차가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재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원판결의 증거물이나 증언 등이 허위라는 사실이 확정 판결로 드러난 경우, 원판결에 관여한 법관이나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경우 등에만 재심이 가능하다. 김영진 대전대 법경찰학부장은 “검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사건을 잘못 기소한 것이라면 그 위법성을 따져 재심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절차 등을 생각해봤을 때 어려운 일”이라면서 “다만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법원이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보다 엄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취지에서 가능성을 제기할 필요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박연차씨 실형, 막 내리는 ‘박 게이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 벌금 300억원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어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공여자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처벌해온 것이 관행이지만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네 제공액 이상의 이익을 얻었으면 엄격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라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서 박 전 회장이 범행을 자백했고, 건강이 좋지 않으며, 탈루세금을 냈다는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4년에 벌금 300억원을 구형했었다. 1심판결이지만 권력형 뇌물수수사건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정·관계 인사 23명 가운데 이날 선고받은 10명 중 정대근 전 농협회장 등 6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미 1심 공판을 끝낸 7명 중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제외한 5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노건평씨는 오는 23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국세청 고발로 시작된 수사가 9개월여 만에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우리 사회를 미증유의 충격과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 대단원의 막을 앞둔 것이다. 국민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반복되고 있는 권력형 비리사건의 잉태와 진행, 그리고 결말을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은 반드시 다음 정권에서 단죄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이다.
  • 88년 설립 ‘민주화 산물’

    88년 설립 ‘민주화 산물’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화투쟁 직후 9차 개헌으로 마련된 현행 헌법에 따라 1988년 9월 문을 열었다. 설립부터 헌재는 태생적으로 ‘다시는 독재정권에 기본권이 짓밟히고 헌정질서가 파괴되는 불행한 역사가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열망을 짊어졌던 셈이다. 지난 21년 동안 헌재가 내린 결정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5·18 특별법에 대한 합헌 결정은 헌정 파괴범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가능하게 했다. 동성동본 금혼규정 및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양성평등사회를 위한 ‘1보 전진’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련의 사건에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제정된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이라는 새로운 헌법이론을 들이대며 위헌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재가 비헌법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헌법재판관은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심판 등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하지만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해지고 있고, 최근 국회 헌법 개정 자문위원회는 9명의 재판관을 모두 국회가 선출하는 개헌안을 내놨다. 현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중심으로 한 4기 재판부는 직역별로 판사 출신 6명, 검사 출신 1명, 변호사 출신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6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한달에 기본급 594만여원에 각종 수당과 활동비를 합쳐 8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업무추진비와 재판수당을 받고 의전 등은 정무직 장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 9명의 재판관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수는 1000~1500건 정도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객원칼럼] 광대를 위한 변명/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객원칼럼] 광대를 위한 변명/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신하고 당신 딸들은 정말 피붙이인가요? 딸들은 내가 진실을 말한다고 매질을 하려고 대들고, 당신은 내가 거짓말을 하면 매질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든요. 말을 안 하면 말을 안 한다고 매 맞을 테지? 그러니 이젠 무슨 짓을 해먹든 바보광대는 면해야겠어.”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 나오는 대사다. 왕에게 이렇게 직설적인 언어를 쏟아부어도 목이 잘리거나 저잣거리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화자(話者)가 바로 광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대사는 대개 썰렁하다. 그 썰렁함이 객석으로 번져서 관중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관중은 깨닫는다. 광대는 바보나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비극의 양쪽 끝으로 치닫고 있는 극중 인물들 중에 오직 광대만이 제정신이라는 사실을. 이 시대의 출중한 광대들이 대거 동원된 한 편의 연극이 여름의 한국 논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자가 “악의적 발언과 MBC ‘PD수첩’의 왜곡 보도로 매출액이 감소한 데 대해 3억원을 배상하라.”며 영화배우 김민선씨와 MBC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광우병과 관련한 연예인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 “김민선의 발언은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은 주장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다른 배우가 나타나서 반박을 한다. 이때, 셰익스피어극 광대의 그것처럼 직설적인 대사를 주로 쓰는 보수논객이 갑자기 등장한다. 대사는 이렇다. “지금까지 등장한 배우들은 사회적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이 안 된다.” 무대 뒤에서 숨죽여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남자배우가 나선다. 그는 이른바 국민배우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지적수준’ 사행시로 논객의 발언을 풍자한다. 가슴 아프다. 한국 보수의 천박함과 인색함이여. 광대들을 적으로 돌리다니. 너무 둔감한 것인가. 아니면 오버하는 것인가. 언젠가는 미네르바라는 이름의 ‘인터넷 광대’를 단죄한다고 해서 웃음도 안 나오는 희극을 연출하더니, 이제는 진짜 본물(本物) 광대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업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소동은 나라에도 정부에도 보수진영에도 한나라당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헛다리 짚기다. 사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서 내릴 일이다. 그러나 이 소동이 촛불집회, 노무현 대통령 서거, 쌍용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이제 겨우 사회 갈등의 불씨를 수습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비극이 될까 걱정이다. 연극에 광대가 필요하듯 사회에도 광대의 역할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기쁘게 하고, 우리를 쉬게 하고, 우리 대신 부상(浮上)하고 우리 대신 추락한다. 이런 의미에서 광대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광대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풍자(諷刺)이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풍자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안동의 하회탈춤 역시 양반에 대한 광대들의 질펀한 풍자가 압권이다. 하지만 하회탈춤이 지금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세도가문 풍산 류씨의 재정지원 덕분이었다. 양반들을 풍자하는 연희(演戱)를 양반 자신들이 지원하는 넉넉한 사회정신을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 한다. 광대의 말을 무시하다가 완전히 몰락한 리어왕에게 광대가 말했다. “금관을 줘버린 것은 그대 골통 속에 지혜가 없어서이지.”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위법과 반칙 엄벌” 檢수뇌부 취임 한목소리

    12일 취임식에서 검찰 수뇌부는 한결같이 ‘법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또 최근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등으로 위기에 처한 검찰 조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비리 척결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환균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위법과 반칙에 대해서는 법의 이름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 불의가 결코 용납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면서 “헌법 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대 서울고검장은 “검찰의 고객은 국민”이라면서 “고객을 만족시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인천지검장도 법질서 확립, 부정부패 척결 등을 강조했다. 특히 쌍용차 사태 수사를 지휘하게 된 박영렬 수원지검장은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이 수반된 대규모 사건인 만큼 법질서 확립과 재발 방지 차원에서 불법 폭력사태를 주도했던 노조 간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기춘 울산지검장도 “산업현장의 노사 모두에게 철저한 준법을 요구하고 이를 엄정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의정부지검장 역시 불법 집단행동과 노사간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남 청주지검장은 교통·폭력·재산범죄를 사회에서 많이 발생하는 3대 범죄로 꼽고 엄하게 단죄하겠다고 단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한밤의 문화산책(KBS1 밤 12시) 이상은의 문화 현장에서는 진정한 젊음의 축제, ‘록 페스티벌’을 찾아가 본다. 2006년 초연 이후로 약 1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이 작품은 독일의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본 고장인 독일에 초청돼 큰 호응을 얻었다. 가족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를 만나본다. ●장화홍련(KBS2 오전 9시) 길란이 사라졌다는 장화의 거짓말로 인해 홍련이 석두에게 납치되자 제 정신이 아닌 태윤에게 장화는 홍련에 대한 마음을 접으라며 매달린다. 한편 임혁은 태윤 때문에 자기를 냉대하는 장화의 이기적인 태도에 분노한다. 그리고 마침내 장화에 대해 홍련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결과가 발표된다. ●희망특강 파랑새(MBC 오후 6시50분) 동양인 최초, 최연소의 나이에 세계적인 발레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강수진. 그녀는 발톱이 빠지고 뼈가 튀어나오는 지독한 연습을 통해 43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 발레리나로 활약하고 있다. 동양인 최초 프리마돈나가 되기까지의 열정을 만나 본다. ●대결 스타셰프(SBS 오후 8시50분) 뜨거운 여름을 맞아 시원함으로 승부를 내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름국수 명인과 함께하는 ‘여름특집 별미국수’편. 비빔국수, 동치미국수, 콩국수의 장인을 스튜디오로 직접 초대해 그들의 최고 비법을 전수받게 된 스타 셰프들. 과연 그들이 만들어 낼 환상적인 요리는 어떤 맛일까? ●명의(EBS 오후 9시50분) 나이와 함께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 눈 질환. 사람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일이 나이가 드는 것이다. 현대인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본래 나이보다 외양은 많이 젊어졌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시력 저하다. 안과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병인 것이다. 국내 최고의 안과 전문의 주천기 교수를 만나본다. ●YTN초대석(YTN 낮 12시35분) 글로벌 시대라고 하기엔 우리나라 무역규모나 경제볼륨으로 볼 때 그동안 국제기구 분야의 진출은 다소 부진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였다. 인류범죄와 전범을 단죄하는 세계 유일의 영구적 형사법원인 국제 형사 재판소 송상현 소장에게 헤이그에서의 일과와 국제 기구의 영향력, 정부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본다.
  • “부자들은 감옥 숙박비 내라”

    유죄가 확정된 부자들은 ‘감옥 숙박비’를 징수해야 한다는 법안이 미국 뉴욕주에서 20일(현지시간) 발의됐다. 이 법안은 650억달러(약 81조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로 지난해 체포된 메이도프와 같은 부자들이 다시는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없도록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일명 ‘메이도프 법안’으로 불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제임스 테디스코 뉴욕주 하원의원(공화당)은 이날 유죄가 확정된 부자가 복역하게 되면 정부에 수감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은 순자산을 기준으로 부자일수록 더 큰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순자산이 20만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는 1인당 운영비 조로 하루 80~90달러의 비용을 물리고, 순자산이 4만달러 이하인 수감자에게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식이다. 다만 수감자의 집은 자산에 포함되지 않으며 세금이나 주택담보대출 관련 비용, 자녀·배우자 생활지원비 등도 빠진다. 범죄자를 단죄하자는 것이지 범죄자 가족을 벌주는 게 아니라는 것. 통신은 “이 법안에는 주식거래와 관련해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2004년에 수감된 마사 스튜어트나, 탈세로 1989년에 감옥에 갔던 ‘호텔왕’ 리오나 헴슬리 등이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 실제로 적용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씨줄날줄]징역 150년/박정현 논설위원

    정상적인 투자와 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게 현직 경찰관의 설명이다. 투자는 적정수익을 보장하지만 사기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그럴듯한 감언이설을 내건다. 경찰은 사기사건을 다룰 때 애초부터 사기를 치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따진다. 사기 의도가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연간 15∼22% 수익을 본다는 말과 전직 나스닥 증권거래소 이사장이라는 명성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미 맨해튼 연방법원은 올해 71세의 고령인 메이도프에게 15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종신형은 가석방이 불가능하고 징역형은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메이도프의 가석방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50년 징역형은 증권사기, 우편물 사기, 전자통신 사기, 투자자문 사기, 돈 세탁, 위증, 문서위조 등 무려 11개의 범죄에 대한 엄중한 단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가지 범죄에는 15년, 병합범에게는 최고 25년이라는 한도를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징역형의 한도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 사상 최고 징역형은 190명 살해범 루이스 가라비토에게 내려진 징역 835년형이다. 메이도프는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높은 이익을 주고, 늦게 투자한 사람들의 투자금으로 메우는 폰지 사기 수법으로 1만 3000여명에게 650억달러(약 81조 25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그가 물어야 하는 벌금은 1700억달러이고 700만달러의 호화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투자자산, 자동차, 선박 등의 소유재산은 몰수됐다. 피해자 가운데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오랜 파트너인 고트스맨이 설립한 투자회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메이도프는 재산과 가족을 모두 잃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비참한 말로를 겪게 됐다. 그렇다고 날려버린 재산이 투자자들에게 돌아올 리는 없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의 욕심이 있는 한 사기범들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 투시안경 사기도 피핑탐 심리를 노린 것이다. 사기는 남이 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치는 것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오늘의 눈] 든 자리와 난 자리/이재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든 자리와 난 자리/이재연 사회부 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지난주 봉하마을은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들끓었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은 휑하기만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7일 내내 봉하를 지켰던 기자를 힘들게 한 건 뙤약볕 날씨도, 언론을 향한 비난도, 열악한 취재 여건도 아니었다. 바로 ‘노짱’의 난 자리로 인한 사람들의 상실감이었다. 40~50대 아낙들은 무거운 침묵만 흐르는 사저 앞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이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은 젊은 부부는 껴안고 목놓아 울었다. 100만여명의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을 안고 영정사진 앞에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서민들이었다. 하루하루 밥벌이를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대변자를 잃은 슬픔, 상실감의 정체는 그것이었다. 단연코 지지자들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었다. 분향소 앞에서 만난 한 40대 남자 추모객은 말했다. “난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떠나보내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휴가까지 내고 인천에서 봉하까지 달려왔다.” 생을 던지지 않았다면 노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 전직 대통령을 매몰차게 단죄했던 누군가는 정녕 떳떳한가. 이 분노는 지난 일주일 동안 봉하를 찾았던 이들에게 ‘바보 노무현’이 사라진 회한과 함께 몰려왔으리라. 국민장 기간 봉하마을을 지켰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들 마음의 상처를 풀어주셔야 될 분들은 따로 있다. 서울광장을 열어주는 게 열린 정부이자 민주주의의 뜻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결국 29일 서울광장의 국민장 노제를 허했다. 그러나 광장은 이내 경찰차벽에 닫히고 말았다. ‘상처를 풀어줘야 할 분들’은 전국에서 추모 대열로 한자리에 섰던 500여만명의 마음, 속으로 눈물 흘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 ‘노짱’의 빈 자리가 시린 지금, 민심의 난 자리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 이재연 사회부 기자 oscal@seoul.co.kr
  • 신속·조용한 수사로 가닥잡은 까닭

    검찰이 31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던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음을 의미한다. 또 예정된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행보는 예전과 다르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몸통’인 천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요란한 소리를 내기보다는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보여준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전과는 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천 회장 구속 전까지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수사는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철저한 단죄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은 수사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게 분명하다. 천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 정권과 현 정권간 적당히 숫자를 맞추거나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하는 ‘형평성 수사’는 이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번 수사의 문제점으로 팩트까지 알려주는 ‘상세한 브리핑’이 도마에 오른 만큼 검찰은 한층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수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변화된 수사기법 속에서 수사의 속도에 가속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끌어봤자 득될 게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사팀에 대한 교체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그리고 폭넓은 수사는 검찰로서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정된 수순인 2~3명의 여당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고 ‘제 식구’도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이달 중순이면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박 전 회장의 ‘입’이다. 지금까지 박 전 회장의 진술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을 받은 박 전 회장이 입을 닫거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다면 수사 전체의 틀이 깨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위기를 맞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

    벨기에 출신인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작금의 작가영화 진영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다르덴 형제는 변하지 않는 스타일로, 변하지 않는 주제를 다룬다. 소박한 카메라는 스스로를 대변할 능력이 없는 약자들 옆에 서서 ‘진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덕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그들의 카메라는 언제나 흔들리고 있지만, 그들은 세상이 바뀌기 전까지 굳은 신념을 누그러뜨릴 마음이 없다. 2008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로나의 침묵’은 벨기에 남자 클로디와 위장 결혼한 알바니아 여자 로나의 이야기다. 로나(와 연결된 범죄조직)의 계획대로라면, 마약중독자인 클로디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곧 죽을 테고, 벨기에 국적을 취득한 로나는 위장결혼을 원하는 외국인과 다시 결혼하며, 그렇게 번 돈으로 그녀는 애인 스콜과 작은 음식점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항상 상식적 추론을 거부하며 반전을 향해 흘러가는 법. 죽음 앞에서 진실을 깨닫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는 ‘죄와 벌’의 다른 버전이다. ‘측은지심’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다. 마약을 끊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 클로디가 로나에게 원하는 건 ‘조금의 시간과 도움’뿐이다. 하지만 클로디를 귀찮게 생각하는 로나는 그와 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다.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선진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 로나는 그 목표가 인간다움을 저버리고 취할 정도로 가치 있는지 먼저 물었어야 했다. 다르덴 형제 영화의 다른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로나도 죄를 짓는다. 죄의 유무나 법의 개입은 그들의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만든 영화는 장르영화가 아니며, 그들은 단죄가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관심을 쏟는 건 ‘인간성의 회복’이다. 진짜 죄는 바로 ‘인간성의 상실’에 있고, 그것으로 인한 벌은 더욱 쓰게 마련이다. 겉보기에 ‘로나의 침묵’은 감정이 제거된 듯, 건조한 작품처럼 보인다(위장결혼을 다룬 영화 중 우리에게 친숙한 ‘깊고 푸른 밤’이나 ‘그린카드’와 비교해보라). 대사와 신과 미술이 절제되어 있어서 장식미라곤 없고, 배우들은 감정을 쉬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이 영화의 차가운 사실성으로부터 냉엄한 현실을 재발견하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겪기 때문일까, ‘로나의 침묵’의 울림은 어떤 작품보다 크다. ‘로나의 침묵’의 엔딩은 시적이다. 숲 속의 외딴집을 찾은 로나는 불을 피운다. 그리고 내내 대화를 아끼던 그녀는 구원을 향해 말을 건넨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야.”라고. 세상과 동떨어진 어두운 집에서 희망은 시작되며, 관객은 문틈사이로 빛이 비치길 기도한다. 이건 정말로 새롭게 쓰는 ‘백설공주’ 이야기다. 그 때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2악장이 눈물겹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로나의 침묵’을 보기 전엔 몰랐다. 원제 ‘Le Silence de Lorna’,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새달 4일 개봉. <영화평론가>
  • [특파원 칼럼] 막 오른 日 국민참여재판 시대/박홍기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막 오른 日 국민참여재판 시대/박홍기 도쿄특파원

    2001년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사법의 국민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일반 국민이 판사와 함께 책임을 분담, 재판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내각에 제안했다. ‘국민이 주체가 되는 형사재판’에 대한 요구다. 당시 사법 불신이 팽배했던 때다. 형사재판의 유죄율은 99%를 넘어섰다. “절망적인 형사재판”이라는 원성이 자자했다. 법조문에 갇힌 판결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법계는 반발했다. “형사재판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오히려 개혁을 가속화시켰다. 이른바 ‘재판원제’의 출발이다. ‘관에서 국민으로’, ‘구조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건 고이즈미의 정책노선과도 맞물려 있었다. 일본은 21일 재판원제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명칭 앞에는 ‘국민이 사법에 참여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건전한 상식과 경험이 재판에 반영되도록 한 취지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형사재판법이 개정된 지 꼭 5년 만이다. 모의 재판을 통한 예기치 못한 사안의 점검과 대국민 홍보를 위한 준비 기간을 거친 셈이다. 재판원제는 일본 사법제도의 대전환이다. 사법의 민주화로 불릴 정도다. 영국·미국의 배심제, 독일·프랑스의 참심제를 절충한 ‘독특한’ 일본형이다. 흥미로운 제도임에 틀림없다. 국가의 역사적·사회적 상황이 반영된 시대의 산물인 까닭에서다. 재판원제는 20세 이상 유권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6명의 재판원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 유·무죄뿐만 아니라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다만 형량을 판단할 때 다수결 원칙이지만 판사 1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재판원의 위치는 판사 3명을 중심으로 양쪽에 3명씩 나란히 배석하도록 짜여졌다. 국민 판사로서의 확실한 대우다. 재판원이 다룰 대상은 살인이나 상해치사, 강도치상, 방화 등으로 법률로 정하고 있다. 해당 범죄는 반드시 재판원제를 채택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와 다른 점이다.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형이지만 재판은 피고인의 신청과 함께 법원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도 유·무죄를 따질 수는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 권고의 성격이 강하다. 재판원제는 사법의 새틀짜기다. 일본 국민 전체가 ‘재판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판 대상사건은 연간 평균 2300건으로 전체 형사사건의 2.5%다. 재판원은 예비 인원 2명을 포함, 11만 8000여명에 이른다. 재판원 후보로 선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원을 거부할 수 없다.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45.8%가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당연한 결과인 듯싶다. 죄의 유무 및 경중을 따지는 자리에 대한 중압감에서다. 단죄할 자격 여부도 부담이다. 또 재판원을 끝낸 뒤 비밀을 지킬 의무 등 적잖은 숙제를 갖고 있다. 재판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의 생활 문제도 걸림돌이다. 물론 재판원제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추진된다. 시대의 흐름 속에 사법제도도 바뀌고 있다. 재판원제는 국민의 시선과 감각 즉, 법감정을 섞는 하나의 유형이다. 사법의 신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사법은 국민과 멀찍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당장 일본은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가리는 공판중심주의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국민이 알기 쉬운 재판의 실현도 마찬가지다. 재판 절차나 판결 내용도 법률가가 아닌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의식개혁, 사회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사법 불신을 국민 스스로 털고 나갈 일본의 재판원제는 주목할 만하다. 박홍기 도쿄특파원 hkpark@seoul.co.kr
  • [서울광장] 젊은 수사검사에게 귀 기울여라/박재범 논설실장

    [서울광장] 젊은 수사검사에게 귀 기울여라/박재범 논설실장

    최근 검찰은 이례적으로 내부통신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구속, 불구속에 대해 관행에 따라 의견을 수렴했으며 추가수사하느라 신병처리 결정이 늦어지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사례는 임 총장이 안고 있는 고뇌의 무게를 알게 해준다. 기세 좋게 나가던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주춤하면서 정치인 등 곁가지로 흐르는 이유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 임 총장의 숙고는 사실 무의미하다고 본다. 오히려 이른바 노무현 게이트의 종료시간을 질질 끌어 국민들만 지치게 할 뿐이다. 벌써 몇 달째인가. 박연차 회장의 수사는 반년이 넘었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까지 이뤄졌음에도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이 탓에 논점이 엉뚱하게 구속, 불구속이라는 시시콜콜한 대목으로 변질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임 총장의 고뇌가 두어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법원의 태도이다. 법원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의 경우처럼 노 전 대통령의 영장청구에 대해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물증이 없으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법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임 총장이 시간을 끌고 있다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수사가 아직 미흡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구속은 애당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임 총장이 의견수렴에 나선 것은 이미 법리적으로 구속을 자신하고 있음을 내비친다. 세간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임 총장이 뭔가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형국은 검찰과 국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또하나는 파장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검찰총장은 당연히 정무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일개 평검사처럼 ‘법대로’만 외칠 수 없다. ‘법대로’ 해서 일이 모두 잘된다는 법은 없다. 검찰권의 행사가 국가의 전반적인 안녕질서를 해칠 것인지를 조망하는 큰 시야가 필요하다.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검찰청사 앞에 새카맣게 군중이 모이고, 나라가 흔들리는 게 아닐까 하고 겁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우이다.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건 불구속하건 국민에겐 관심사가 아니다. 입만 열면 도덕과 청렴을 외친 노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이 훨씬 크다. 나아가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정당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노무현 개인의 보호나 임채진 개인의 영달이 아니다. 일류국가의 국민이 되자는 것이다. 국민의 이런 뜻을 검찰은 이미 받들었다.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재임 중 부정부패에 대해 철저하게 단죄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수천억원을 해먹었지만, 노무현은 이제까지 드러난 바로는 수십억원이다. 이후 정권은 기껏해야 수억원에도 검찰청사를 들락날락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임 총장이 양심과 판단에 따라 책임지고 노무현 게이트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법원을 비롯해 어느 누구의 눈치도 살펴서는 안 된다. 정녕 찜찜하면 젊은 후배 수사검사들의 얘기만 한 번 더 들으면 된다. 뭐든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검정 볼펜을 직접 잡은 사람이다. 임 총장이 면도날처럼 예리하게 국면을 정리해 검찰에서 존경받는 선배로 오래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 [사설] 노무현 검찰 수사 정치적 고려 안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사법처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전직 대통령을 구치소에 수감한다는 것은 유·무죄의 확정 못지않게 우리 헌정사의 불행이고, 국가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는 것이나, 구속 여부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당연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는 쪽은 그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혐의를 입증할 정황증거는 충분하며, 불구속 기소하면 그가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더이상의 권력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히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구속을 반대하는 쪽은 구속이 국격(國格)을 해칠뿐더러 노 전 대통령이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과 부수적인 정황증거만으로 구속하는 것은 사법권 남용이라고도 주장한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공방의 이면에는 정치적 득실 계산도 담겨 있는 듯하다. 특히 일부 보수진영이 앞장서서 불구속을 주장하는 데는 노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올 사회적 역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여권 주변인물에 대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안이 중할수록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오로지 혐의내용과 법리만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면 추상같은 단죄 의지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반대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불구속 기소해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선택이든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기대한다.
  • [사설] 노 전 대통령 소환, 오욕의 역사 끊어내라

    전직 대통령이 수뢰혐의로 검찰에 불려가는 참담한 역사가 14년 만에 재연됐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씨나 그 유산을 이어받은 노태우씨에 견주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야 할, 새 시대를 염원했던 민주개혁세력이 잉태한 참여정부의 수장이 치욕의 역사에 합류했다.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의 당당한 일원이며, 민주화 시대를 넘어 선진한국을 부르짖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개탄스러운 일이다.노무현씨의 검찰 출두로 우리는 지난 30년 이 나라를 이끈 다섯 정권 모두가 부패와 비리의 굴레에서 허우적댄 부끄러운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전두환·노태우씨는 재임 중 수천억원대의 부정한 돈을 빼돌려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했고, 김영삼·김대중씨는 재임 중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자식들로 인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어느 정권보다 돈에 있어서 깨끗하다고 자처했고, 국민들도 그리 믿었던 노 전 대통령마저 사법처리의 문 앞에 서 있다.검찰에 당부한다. 그 어떤 정치적 계산이나 타협이 없이 오로지 법의 이름으로 이번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 지인들의 비리를 한 점 남김없이 조사해 밝히고, 죄질의 무게에 따라 사법처리의 향배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어떤 정치적 고려도 있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정치상황을 살피는 순간부터 검찰은 정치검찰이 되고, 검찰수사는 정치보복이 된다. 살아 있는 권력에도 사정의 날을 준열히 세워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박연차 게이트는 노무현씨가 종착점이 아니다. 현 정권 주변인사들의 비리도 밝혀내고 단죄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러운 권력비리의 역사를 끝낼 날이 온다.정치권에 당부한다. 벌써부터 보·혁 두 진영은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향후 노 전 대통령 재판과정에서 벌어질 사회 분열의 틈바구니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어떻게 부끄러운 권력부패의 역사를 끝낼 것인지, 그 제도적 방안은 무엇이며 어디부터 손을 댈 것인지 여야는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 [노 前대통령 30일 소환] 세번째 국가원수 소환 다른점

    [노 前대통령 30일 소환] 세번째 국가원수 소환 다른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국가원수로는 세 번째로 검찰에 소환된다. 앞서 소환된 두 전직 대통령은 결국 수의(囚衣)를 입은 모습을 국민 앞에 드러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4000억 비자금 폭로’를 계기로 11월1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검찰(서울지검 특수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곧바로 24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의 소환에 앞서 검찰은 이번에 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리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며, 노 전 대통령측은 소환 전 비자금 조성 내역과 사용처 등이 담긴 소명자료를 제출했었다. 전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1980년 군사쿠데타 관련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12·12 쿠데타 및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이 만들어지자 군형법상 반란수괴 혐의 등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는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골목길 성명’을 낸 뒤 특별수사본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이에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씨를 강제로 데려왔고, 조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구치소에서 주로 이뤄졌다. 전 전 대통령도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구속기소됐다. 30일 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로 대검에서 조사받는다. 포괄적 뇌물죄는 직무범위가 넓은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에게 주로 적용된다. 전·노 전 대통령도 이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뇌물의 액수와 성격 등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과 두 전직 대통령을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60억원 안팎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에 비해 각각 2100억원과 24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노 전 대통령은 액수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수사였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일가 및 측근의 비리 연루 의혹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계형 범죄를 (두 전직 대통령 등)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이 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행복한 사랑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욕망에 집중할 것, 지속가능할 것. 욕망을 따르는 사랑은 강렬하고 충만하다. 몸과 마음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원초적 본능을 따른다면 자연히 행복할 수밖에. 그러나 연애관계에서 욕망의 추구는 여러 위험을 초래한다. 피임 실패나 성병 같은 육체 건강의 위험, 짝사랑의 슬픔이나 이별의 고통 같은 정신 건강의 위험, 자유로운 사생활을 인격적 결함으로 결부시키는 세상의 추문과 같은 사회적인 위험 등등. 욕망에 집중하는 사랑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이 본능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욕망은 사라진다. 마냥 즐거웠던 일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인생을 낭비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혀 사랑의 감정이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한다. 욕망이 강할수록 회의도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의 굴곡을 자주 겪다보면 인간적인 감정과 돈과 시간이 금방 고갈된다. 욕망이란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면, 좀더 수준 높은 사랑법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신들의 사랑법’(이동현 지음, 오푸스 펴냄)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욕망에 충실해서 사고를 치기는 인간이나 신이나 다르지 않았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로 수많은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다녔다. 연인을 얻기 위해 상대를 어르고 달래기도 했고 친절한 남자인 척 감쪽같은 연기도 했으며 납치와 겁탈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가 여신이든 인간이든 유부녀든 처녀든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이 아니라 소년을 납치해온 적도 있다. 그러는 동안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가슴은 썩어 문드러졌다. 부패한 심장을 거름으로 복수의 싹이 피어올랐다. 헤라는 제 남편을 유혹한 못된 계집들을 단죄하는 데 몰두했고 그러는 동안 남편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행복한 사랑을 지속하는 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일부일처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들의 경우와 같이 인간의 본능도 제도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두지 않는다. 여기저기 지분대며 할렘을 구축한 제우스, 그런 남편을 가정에 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일부일처제의 수호신 헤라, 섹시한 휴머니즘으로 사랑을 퍼주고 다닌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애사는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신들도 사랑 앞에서 헤매기는 똑같았다. ‘신이 내린 사랑법’은 없다. 결국 ‘신들의 사랑법’은 다양한 사랑의 방법을 탐구하는 책이다. 체 게바라와 연애할 수 있다면 장총을 들고 정글을 헤맬 수 있는 여자도 있지만, 수염투성이 혁명가보다는 평범한 의사 선생과 결혼해 평온한 가정을 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있다. 나는 사랑의 거래에 동의하지 않고 일부일처제도의 가면도 믿지 않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 사랑을 지지할 것이다. 나는 오직 다양한 사랑법을 지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독자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하나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동현 미술비평가
  • [데스크 시각] 검찰이 경계해야 할 것들/주병철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검찰이 경계해야 할 것들/주병철 사회부장

    서초동에는 5년마다 큰 장(場)이 선다. 대개 정권이 바뀌는 첫해에 서지만 이번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1년가량 늦어졌다. 장이 선 지 벌써 한 달가량 돼 간다. 이맘때쯤 서는 장은 전 정권 때의 핵심 실세들과 정치권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사정작업이다. 이곳에 나오면 영락없이 단죄를 받아 왔다. 1980년 이후 전직 대통령 2명과 또 다른 전직 대통령 아들들도 이곳을 거쳐 갔다. 지은 죄 때문에 말문을 닫고 홀연히 구치소로 떠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른 것 같다. 검찰의 최종 타깃으로 겨냥된 당사자가 검찰의 행동에 앞서 먼저 입을 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세 차례에 걸친 ‘봉하마을 통신’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뭉칫돈을 받은 사람이 자신의 부인이며, 도덕적 잘못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제기되는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죄를 묻는다면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리겠다고 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급습에 수사의 틀이 엉클어졌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진화하지 않고, 종전의 틀에 박힌 수사기법을 답습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그나마 검찰이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국민들이 이 사건의 본질과 실체를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믿고 있다. 실제 국민들은 검찰 수사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는 검은 돈에 대해 깨끗하다고 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 짙게 묻어 있다. 도덕과 법 사이의 경계인간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받아들인 적이 없고, 그 이상의 도덕군자로 보았기에 그동안 많은 허물도 크게 탓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국민정서법으로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도덕적 상처뿐 아니라 사법적 처벌도 받아 마땅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들의 정서로 매듭지을 사안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 있다. 검찰은 국민 정서를 의식하거나 이에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 물증을 통한 직접적인 증거 확보에 충실해야 한다. 정황증거나 간접증거는 직접 증거를 보충할 수는 있어도 결정적인 물증이 되기는 어렵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뇌물사건의 판례를 보면 본인의 자백이나 물증이 없으면 유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대검 중수부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국장에게 현대자동차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기소한 사건도 뇌물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무죄판결이 났다. 기소만큼이나 공소유지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관건이란 얘기다. 만약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한 사건이 법원에서 달리 판결난다면 검찰로서는 위기다. 검찰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 사건 이후의 2막, 3막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죽은 권력’의 단죄뿐만 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는 4년 뒤에 또다시 나라 전체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2003년 SK의 분식회계 수사를 맡아 최태원 회장을 사법처리한 적이 있다. 당시 살아 있는 권력이 보내는 무언의 신호를 받아들여 분식회계 수사를 덮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SK 분식회계 수사는 향후 수사에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을 듯싶다. 검찰은 줄곧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정치적인 셈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검찰이 소환 대상자를 향해 던진 ‘잔인한 4월’은 스스로한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도(正道)로 가는 검찰에게 국민은 응원군이 돼 주지만 그러지 않으면 가혹한 심판자로 돌아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한다. 주병철 사회부장 bcjoo@seoul.co.kr
  • [노무현 자금수수 파장] “혹시 우리도…” 한나라 수사 향배에 긴장

    “마냥 즐거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대통령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 그룹이 마냥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9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경고음을 울렸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회의가 끝날 무렵 또 다시 “세상에 비밀은 없다. 우리도 국정을 운영하고 난 뒤 국민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금이라도 살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그저 국민에게 ‘낮은 자세’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통로로 여권 실세에 로비를 벌였다는 풍문들이 점차 구체화하는 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당직자는 “끼워 맞추기 식으로라도 검찰의 화살이 다시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도 병행했다. “재임 중에 돈을 받았거나, 퇴임 후에 받았거나 대통령과 관련된 것은 모두 포괄적 수뢰죄”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정 전반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임 중에 받으면 포괄적 수뢰죄, 퇴임 후에는 포괄적 사후 수뢰죄로 대통령과 거래한 돈은 모두 뇌물죄”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정치자금법 운운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이래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이라며 근거도 댔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당당한 대통령을 보고 싶어하지 ‘변호사 노무현’을 보고 싶지는 않다. 부인에게 책임을 넘기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추악한 뒷거래는 명백히 국민 앞에 밝혀 진보정권 10년 간의 대국민 사기극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제는 당당히 털어 놓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전직 대통령을 예우해야 한다는 의견이 39%, 도덕성을 강조한 대통령인 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이 61%로 나타났다고 인용하면서 “국민을 속이고 대한민국을 이념의 전장으로 만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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