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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만화소 폰카 유럽서 한판승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800만화소폰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휴대전화의 카메라폰 경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폰카(폰 카메라)’ 경쟁이다. 첫 폰카 대결은 삼성전자가 2000년 7월 세계 최초로 35만화소 카메라폰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이후 2004년까지 각 업체마다 각각 100만~400만화소의 카메라폰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1000만화소 카메라폰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한 채 단종됐다. 웬만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값보다 비싼 9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화소만 높았지 실제 찍힌 사진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번 2차 폰카 대결에서는 무턱대고 화소수만 높였던 예전과 달리 디지털카메라의 각종 기능은 물론 키패드 없이 화면을 만져서 조작하는 휴대전화의 ‘풀 터치스크린’기능도 합치는 등 한층 진화됐다. LG전자는 유럽시장에 각각 800만화소의 풀터치스크린 카메라폰인 ‘르누아르’와 인물사진에 초점을 맞춘 ‘LG-KC780’을 17일 출시한다. 뷰티폰의 후속제품인 르누아르는 800만화소의 슈나이더 인증 카메라 렌즈로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또 일반제품에 비해 더 밝은 제논 플래시 등을 사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손가락으로 초점을 조절하다가 그대로 화면을 터치하면 바로 촬영할 수 있는 ‘터치샷’과 찍힌 사람을 뽀얗게 처리하는 ‘뷰티샷’ 등의 기능도 있다. LG-KC780은 인물 사진 촬영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폰이다. 이 제품은 자동으로 사람의 얼굴에 초점을 맞춰주고, 웃는 모습을 자동으로 촬영해준다.DVD급 화질의 비디오 촬영도 할 수 있어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TV 등에서 선명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안성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16일 “하나의 제품만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800만화소 카메라폰 시장에서도 선택의 기회를 넓혔다.”면서 “뛰어난 화질과 소비자들의 입맛에 꼭 맞는 다양한 기능으로 카메라폰 시장에서 ‘뷰티’에 이은 성공작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800만화소 카메라가 달린 ‘이노베이트’를 유럽에서 출시한 데 이어 800만화소 풀 터치스크린폰인 ‘픽스온’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픽스온은 800만화소뿐만 아니라 자동초점과 자동 얼굴 인식, 흔들림 방지 등의 기능을 갖췄다. 또 햅틱폰의 이용자환경(UI)을 이용해 휴대전화 화면을 만지는 방식이다. 외국업체들도 고화소의 카메라폰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8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슬라이드형 휴대전화인 ‘사이버샷 C905’를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카메라업체인 코닥과 제휴, 500만화소 카메라폰 ‘ZN5’를 선보인 모토롤라는 화소를 더 높인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화소 카메라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씨줄날줄] 민주당 소나무/임태순 논설위원

    소나무처럼 우리 민족과 친근한 나무도 없다. 곧게 뻗은 소나무는 지조, 절개를 상징해 예부터 시나 서화의 중요한 소재였다. 조선시대 성삼문은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하리라.”면서 단종에 대한 굳은 마음을 소나무에 빗대 표현했다. 조상들은 또 소나무로 집을 짓고 솔잎을 깔아 떡(송편)을 만들어 먹고 소나무로 만든 관에 누워 먼 길을 떠났다. 소나무는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현실 정치에도 발을 들여놓게 된다. 한자로 소나무 송(松)자는 나무목(木)과 공변될 공(公)자를 합한 형성문자이다. 여기에서의 공은 공평하다는 뜻이 아니라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 등 벼슬을 의미한다. 소나무에 이런 명칭을 부여한 사람은 중국의 진시황이다. 그는 비를 피하게 해준 소나무에 고마움을 느껴 산둥성 태산에 있는 소나무에 공작의 벼슬을 내렸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충북 보은 법주사 가는 길에 있는 소나무도 정이품송(正二品松)이라 불린다. 조선 세조가 법주사 행차에 나섰다가 가마가 처진 소나무 가지에 걸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러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세조가 오늘날의 장관에 해당하는 정이품의 높은 벼슬을 내린 것이다.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새 출발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엊그제 소나무를 당의 새로운 상징물로 선택하고 진녹색 금강송을 로고로 공개했다. 민주당은 “소나무는 기개, 지조, 생명 등을 상징하고 녹색은 50년 정통민주세력의 상징색으로서 통합과 소통, 균형, 평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정당지지율이 20%대를 밑돌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집권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수입, 종교편향 등 잇단 실정으로 악수를 두고 있는데도 전혀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체성 모호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당을 대표하는 간판타자가 없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뜻한다. 금강송은 곧게 자라는 소나무다. 당의 중심을 굳건히 하고 국민들의 가슴에 뿌리내리는 금강송 같은 소나무를 키우면 민주당이 으뜸 정당이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HAPPY KOREA] “변화는 두려움 아닌 희망의 시작”

    [HAPPY KOREA] “변화는 두려움 아닌 희망의 시작”

    마을이 변한다. 이에 앞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려고만 했던 주민들의 의식이 바뀐 덕분이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주민간 소통이 이뤄지고, 잠재돼 있던 자신감도 이끌어내고 있다. ●볼품없던 빈촌이 풍성한 체험마을로 경북 영주시내에서 순흥면 방향으로 6㎞쯤 가다보면 길가에 장승과 조형물 등이 설치된 마을과 마주한다.‘피끝마을’이다. 단종 복위운동을 전개하다 발각돼 순흥으로 유배온 금성대군을 비롯, 죽음으로 항거했던 선비들의 피가 죽계천을 따라 10여리 떨어진 마을까지 흐른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86가구,210명의 주민 소득이 경북 평균 농가소득 30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빈촌에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졌다.2005년 이곳으로 귀농한 박광훈 이장이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지난해 마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보물 찾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피끝마을은 소수서원·부석사·선비촌 등의 뛰어난 인문자원을 곁에 두고 있는 데다, 마을 옆에는 대규모 종합레저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 고유의 자연환경 등은 보존한 채 만족감과 쾌적성은 높이려는 ‘농촌 어메니티’ 개념을 적용한 체험마을로 변신을 시도했다. 우선 원두막·성황당·물레방아·우물터 등을 복원해 옛 농촌의 모습을 되살렸다. 우물터 복원에는 경험많은 노년층이, 원두막·소공원 조성에는 힘좋은 중년층이, 꽃길 가꾸기는 꼼꼼한 부녀회가 맡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이어 마을회관 2층에 찜질방을 만들었고, 마을 뒷산인 미궐봉 정상에 이르는 왕복 6㎞ 구간은 산림욕장으로 꾸며졌다. 복원된 공간에 맞춰 ‘두레박 물깃기’와 ‘물동이 이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외지에 마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뒷받침되고 있다.‘허수아비와 추억만들기’라는 마을축제를 열고,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박 이장은 “농촌이 어려운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면서 “시작은 힘들었지만, 주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성과가 이어지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탈선공간이 주민 휴식처로 충북 제천시 남천 동현동 남천5통 주민들은 남천공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제천시내에서 유일한 소나무 숲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빚어낸 도시 숲이기 때문이다.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을 통해 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전에는 통행로는 물론, 조명시설도 없는 버려진 땅이었다. 주변에는 초등학교·유치원·노인정 등이 있지만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차츰 쓰레기 불법투기장으로 변했다. 게다가 밤에는 청소년들 탈선의 장으로 돌변, 주민들이 인근 지역을 지나는 것조차 꺼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주민들이 나섰다. 지난해 마을기금으로 해마다 한차례씩 실시했던 단체여행을 취소하는 대신,1000여만원을 공원 조성비로 내놨다. 이 돈을 ‘종잣돈’삼아 주민들은 나무를 솎아내고 보안등을 설치해 밝은 환경을 꾸몄다. 공원 입구에는 목책계단을 만들었고 조경수·잔디 등도 심었다. 이어 남천초교에서는 운동기구를 기탁했고 유치원·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는 벤치를 기증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5000㎡ 규모의 공원은 이렇게 탄생했다. 공원 조성 이후 하루 이용객이 400여명에 이르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아예 공원에서 밤을 지새우는 가족들도 눈에 띈다. 공원 안에는 쓰레기는 물론, 흔하디 흔한 담배꽁초도 찾아볼 수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경로당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심규봉 남천5통장은 “공원 조성 후 관리 문제를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대형 들마루와 정자도 만들어 어린이들의 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영주·제천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2) 삼현육각과 춤추는 아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2) 삼현육각과 춤추는 아이

    김홍도의 ‘무동’(그림 1)은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림이다. 한데 국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야 잘 알겠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림의 내용은 낯설 것이다. 이 그림은 삼현육각을 잡히고 있는 그림이다. 삼현육각은 좌고 1, 장구 1, 피리 2, 대금 1, 해금 1로 편성한다. 그림의 왼쪽 위를 보면 벙거지를 쓰고 매달아 놓은 북을 치고 있는 사내가 있다. 좌고를 치는 중이다. 그 오른쪽의 갓을 쓴 사내는 장구를 치고 있고, 또 그 오른쪽의 사내 둘은 피리를 불고 있다. 푸른 저고리를 입은 사내는 뺨이 볼록 나왔으니, 소리를 내느라 한창 기운을 쓰고 있는 참이다. 그 아래 사내는 대금을 불고 있고, 그 아래 사내는 해금을 켜고 있다. 이것이 곧 삼현육각의 편성이다. 삼현육각에 대해서는 국악계에 많은 논문이 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사정을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속편’에 알기 쉬운 설명이 있다. ‘오례의’‘악학궤범’ 이하의 음악책에 보이는 악기와 악공은 국가 의례상에 쓰는 정식의 것이거니와 그것 한 판을 갖춤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또 꼭 그래야만 할 필요도 없어서 언제부터인지 약식의 악반(樂班)이 성립하여 어지간한 경우에는 이것만으로 수용(需用)에 충당하고, 더욱 민간에서의 주악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신 기준이 성립하니, 이것이 삼현육각, 줄여서 삼현 혹 육각이라는 것이요, 근세에 보통으로 풍악을 잡힌다 하면 이것을 가르킵니다. 즉 원래 ‘오례의’나 ‘악학궤범’에서 정한 정식 악반이 아니라, 줄인 약식 악반을 말하는 것이 삼현육각이다. 더 읽어 보자. 삼현육각은 북·장구·해금·피리(한쌍)·대금을 이르니, 삼현육각의 말뜻은 진실로 명백치 아니하되, 대개 삼현은 해금을 따로 친 것이요, 육각은 악기의 총수를 말한 것인 모양입니다(巫樂은 위에 든 5종 외에 지금이 들어가 여섯이 됩니다). 삼현육각 대신 ‘육잡이’란 별칭도 있습니다. 여하간 북·장구·해금·피리 1쌍·대금 여섯 가지 합주는 근세 조선에 성립한 악반 조직입니다. 삼현육각은 언제 생겼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체로 조선후기에 널리 유행한 음악이다. 삼현육각은 잔치의 흥을 돋울 때 많이 사용되었다. 또는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벼슬아치의 나들이에 위세용 행진곡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물론 삼현육각이 늘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지방에 따라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약간씩 차이가 지기도 하였다. 기생이 검무를 추는 모습을 그린 신윤복의 그림이 남아 있는데, 여기도 삼현육각이 보인다. 조선후기의 유흥공간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밴드 구성이었던 것이다. 삼현육각이 이렇게 풍속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유명하게 된 것은, 조선후기에 와서 민간의 음악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조금 엉뚱한 이유가 있다. 영조는 무려 52년 동안 왕위에 있었던 인물이다.52년 동안 그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 금주정책이었다. 백성이 먹을 곡식도 부족한데 술이 웬 말이냐는 것이 영조의 논리였다. 궁중의 잔치, 제사에도 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도 마시지 않았으니, 민간에서는 정말 술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민간에서 부모가 환갑을 맞이하면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술을 쓸 수 없으니, 흥이 안 난다. 그래서 풍악을 크게 잡혀 잔치를 흥겹게 하고, 남에게 과시도 한다. 여기서 음악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삼현육각에 동원되는 연주자들은 대개 장악원 소속의 악공들이다. 장악원 악사들은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는 기간은 제법 대우를 받았으나, 임진왜란 이후부터 국가는 이들의 생계를 책임질 능력이 없었다. 악공들은 여러 차례 조정에 하소연하였으나, 하소연을 들어줄 조정이 아니다. 결국 밖에서 해결책을 찾는 수밖에. 악공들은 기생, 가객(歌客), 금객(琴客) 등과 어울려 일종의 밴드를 결성하여 민간의 요청에 응하고 연주료를 받았던 것이다. 아마 그림에 나오는 삼현육각 역시 그런 밴드일 것이다. 이제 춤을 추는 사람을 보자. 어린 아이다. 옷자락이 날리고 표정도 흥겹다. 추는 춤은 무슨 춤인지 모른다. 국악을 하는 분에게 물어보았더니, 삼현육각 반주에는 궁중무용은 아니고 민속춤을 추는데, 승무나 검무를 춘다고 한다. 검무를 추는 것은 신윤복의 그림에 나오니 확인이 된다. 한데 위의 춤은 승무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춤추는 아이를 무동이라고 한다.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 圖)’(그림 2)는 노인들이 잔치를 벌이고 난 뒤 기념으로 그린 것인데, 중앙의 춤을 추는 두 사람을 자세히 보면 역시 무동이다. 무동이 출현한 것은 기생과 관련이 있다. 원래 기녀제도는 한국만의 독특한 것이다. 물론 기녀는 중국에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기녀를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습속이다. 조선은 알다시피 성리학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았다. 성리학은 말하자면 윤리학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물질적 육체적 욕망을 절제할 것(사실은 끊어버릴 것)을 요구한다. 성리학을 내면화한 사람이 곧 사대부이고, 사대부가 정치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성리학이 주장하는 바다. 그렇다면 사대부들은 보다 윤리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기생제도는 바로 지배자가 되는 사대부들의 윤리화와 충돌하였다. 조선은 성리학을 진리로 표방했지만, 불교사회인 고려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었다. 기녀제도도 그 중 하나였고, 기녀제도에 대해서도 별 말이 없었다. 기녀는 관청의 노비였다. 즉 서울과 지방 관청에 소속된 노비 중에서 일부를 뽑아 기녀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욱이 3년에 한 번 지방의 기녀를 서울로 뽑아 올려 장악원에서 소속시켜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궁중의 각종 잔치와 사대부의 잔치에 동원했던 것이다. 아무도 여기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데 세종 12년 7월 28일 김종서가 기녀를 없애자고, 즉 기녀제도를 없애자고 요청한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예와 음악은 나라를 다스리는 큰 근본입니다.……우리나라의 예와 음악은 중국과도 견줄 만한 것이므로, 옛날에 중국 사신 육옹·단목지·주탁 등이 사명을 받들고 왔다가 예와 음악이 갖추어져 있음을 보고는 또한 모두 아름다움을 칭찬하였으나, 다만 여악(女樂, 기녀)이 섞여 있는 것을 혐의쩍게 여겼습니다. 중국 사신들은 조선에 와서 연회에 참석했고, 거기서 기녀의 춤과 노래를 보았던 것이다. 중국 조정에는 공식적으로 기녀를 동원하는 일이 없었으니, 이들이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세종은 김종서의 말에 망설인다. 이런저런 논란 끝에 기녀를 대체할 수단으로 무동을 쓸 것이 결정되었다. 세종 15년 1월 1일 회례연에서 아악이 초연될 때 무동과 가동(歌童)을 씀으로써 국가의 공식 연회에서 기녀가 제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기생제도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기녀제도는 여전히 있었다. 무동도 문제가 되었다. 무동은 보통 10대 초반의 노비의 자식을 뽑아서 쓰는데, 이들은 금방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동을 세종 25년에 또 폐지한다. 다시 기녀를 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종 단종 성종 세종 연간에 관료들은 중국 사신의 접대에 기녀를 쓰지 말자고 줄기차게 청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연산군 때는 기녀를 엄청나게 증원했으니, 폐지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 기녀가 폐지된 것은 중종 때 조광조가 이끄는 기묘사림에 의해서다. 기묘사림은 연산군의 황음을 경험했던 터라, 기녀를 없애자고 주장했고, 그 주장을 따라 기녀제도가 혁파되었다. 하지만 기묘사화로 조광조 일파가 쫓겨난 뒤 기녀제도는 복구되었다. 이후로는 영원히 기녀를 없애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동은? 무동 역시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이 그림에 무동이 나오는 연고인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윤용로 기업은행장“민영화 미뤄진만큼 中企살리기 더욱 매진”

    윤용로 기업은행장“민영화 미뤄진만큼 中企살리기 더욱 매진”

    “민영화 문제는 2011년으로 미뤄진 만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살리기에 힘을 더 모으겠습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29일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 및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묶는 ‘메가뱅크’론이 대두할 때마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직원들이 동요하면 윤 행장은 ‘지금은 은행 M&A 얘기 할 때가 아니다. 민영화에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민영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고 다독였다. 윤 행장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기업은행 민영화 시기를 한국개발펀드(KDF) 설립 이후로 밝힘에 따라 기업은행은 은행권 인수·합병(M&A)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윤 행장은 “몸집이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지니까 몸집이 커지는 것”이라면서 “기업은행은 작기 때문에 위기상황에서 더 잘 대응하고 위험에 노출된 시중은행들보다 미래에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빅3’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 지난 3∼4년 동안 가계·중기대출을 엄청나게 늘렸기 때문에 부실위험도 기업은행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 대기업의 ‘상생경영´ 절실 윤 행장은 올 3월부터는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눈으로 확인하는 ‘타운미팅’을 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실감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3% 가까이 싼 ‘희망통장’은 윤 행장의 이런 현장 체험에서 나온 상품이다. 윤 행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앞으로 1∼2년간 중소기업이 정말 어려워질텐데 이 위기를 제대로 견디지 못하면 ‘중소기업발 신용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윤 행장은 ‘99·88’이라는 말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수가 전체 기업의 99.9%를, 전체 고용의 87.6% 차지한다는 뜻이었다. 2005년 연간 15조원에 불과했던 중소기업 대출이 2006년에는 44조원, 지난해에는 68조원까지 늘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와 내년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200조원 가까운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단종 보험회사 설립 검토 윤 행장은 “최근 3년간 주요 생산제품의 원자재 구매가격이 32.5%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는 9.2% 상승에 그쳤다.”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납품가격을 원자재 가격 연동제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고가 감소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고통을 본격적으로 겪게 될 것인데 어려울 때 돕고 살아야 한국 경제가 튼튼해질 수 있다.”며 대기업의 ‘상생경영’을 주문했다. 반도체를 수출하는 일본의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D램 가격이 1달러로 폭락하자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 2달러를 주고 사들여 상생경영을 했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이르면 내년쯤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지주사가 되면 계열사들이 고객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의 일환으로 윤 행장은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단종 보험회사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명사들의 여름나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스트레스만 풀고 오는 ‘버리는’ 휴가보다 다른 삶을 경험하는 ‘얻는’ 휴가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60) 위원장은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촛불집회 때문에 휴가를 포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인권위는 시스템으로 잘 운영된다.’는 생각에 과감히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서 래프팅을 하다 오른쪽 팔에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상처를 쳐다보는 그에게 “세상사를 모두 잊고 즐겁게 휴가를 보낸 모양””이라고 물었다. 안 위원장은 “아니다.”면서 “역사와 시골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단종릉이 있는 영월, 조선시대 서원이 있는 영주, 안동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든 사람들은 보통 여행을 가면 음주가무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등 ‘버림’에 주력한다.”면서 “젊은이들은 휴가나 여행을 통해 일상과 다른 삶을 겪어 보며 ‘얻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그는 역사공부만 시키는 딱딱한 휴가를 보내지 않은 듯하다. 안 위원장이 제일 자신있게 하는 요리는 김치볶음밥.“물론 여행 가서도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평소처럼 부부가 공평하게 나눠서 해야죠.” 안 위원장은 촛불집회에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왜 빨리 인권위가 나서지 않냐.’는 국민들과 ‘인권위가 왜 나서냐.’는 국민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NGO와 달리 인권위는 국가 기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인권을 ‘일용할 양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극한적 상황을 전제로 인권을 생각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제 인권은 이데올로기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일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면서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고 생각해서 국제사면위원회가 이례적으로 특별조사관까지 파견한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서울신문 독자들이 올여름 휴가 때 꼭 읽어볼 책으로 ‘88만원세대’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추천했다. ‘88만원세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는 점에서,‘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어딘가로 더위를 피하러 가기 전에 그곳의 역사, 즉 향토사를 먼저 알고 간다면 여행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자신을 새롭게 깨닫는 여정

    이제 우리가 사는 도시의 하늘은 너무 밝아서 별들이 거의 깃들여 살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책과 TV, 그리고 영화를 통해 별을 보고 천문학 지식을 암기할 뿐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 주변의 천문대에서 밤하늘을 보는 즐거움을 여전히 맛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밤하늘을 향한 동경을 되찾으라고 조언한다. 나는 천문대를 찾는 사람들이 우주를 응시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은 흔히 천문 관측 체험을 별자리의 모양과 망원경의 원리를 암기하고, 중력과 블랙홀 같은 용어를 기억하며, 초신성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천문학이 ‘지식으로서의 과학’만이 아니라 ‘지혜로서의 과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별들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우리가 마음에 간직한 나의 역사와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르게 읽힌다. 그래서 내가 보는 별의 모습은 나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 국토의 곳곳에 흩어져 있는 10곳의 천문대를 찾아 그곳에서 보았던 별들, 만난 사람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그곳을 지키고 있던 역사문화 유적들과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다.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를 다녀오는 길에 단종 애사를 간직한 청령포와 장릉을 만났으며, 김해천문대로 가는 길에서 수로왕과 허왕후, 그리고 물고기자리의 전설을 만났다. 그리고 다른 8곳의 천문대를 찾아가는 길에서도 하늘로부터 땅까지 이어진 수많은 사연들을 만났다. 자연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하는 신비로움. 그것은 천문대 체험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나는 천문대를 다녀와서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으며,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내게 변화를 일으킨 것이 저 먼 우주로부터 달려온 별빛이었건, 가는 길에 동행한 사람이었건, 그들과 나눈 대화였건, 혹은 길가에 핀 한송이 달맞이꽃이었건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천문대 가는 길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던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결국 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의 천문대 가는 길이 과학지식만을 위한 학습의 길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의미를 새롭게 보는 개안(開眼)의 길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음 펴냄. 전용훈 일본 교토 산교대 객원연구원
  • Car~ 컬러 죽이네

    Car~ 컬러 죽이네

    현대자동차는 올초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차체 색상 선정에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들였다. 벤츠,BMW 등 독일 명차들과의 경쟁을 선언한 터에 컬러 또한 ‘쏘나타’,‘그랜저’ 등 기존 차종과는 다른 고급화가 필요했다. 무수한 영상제작과 시행착오, 전문가 회의를 거쳐 ‘하이퍼 메탈릭’,‘팬텀 블랙’,‘스털링 실버’,‘화이트 프로스트’,‘스틸 블루’,‘루나 베이지’,‘로열 블루’,‘벨벳 레드’ 등 8종의 프리미엄 컬러 라인업이 확정됐다. 자동차 디자인이 첨단 공학·미학에 힘입어 빠르게 진화하면서 컬러 또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색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은색·회색·흰색·검정색 등 무채색 계열 컬러들도 도료입자의 성분조정 등을 통해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차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SUV 판매 1위 현대차 ‘싼타페’컬러는 블루 티타늄 업계는 최근 나오는 신차들에 대해 성능과 디자인 컨셉트를 상징화한 독특한 대표 컬러를 부여하고 있다. 검은색·은색·회색만 갖고는 공들여 개발한 차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대표 컬러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퍼 메탈릭이다. 신소재 알루미늄 입자를 티타늄색 안료에 첨가해 선명한 메탈(금속)의 느낌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 하이테크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신문·방송 광고나 카탈로그에 나오는 제네시스의 컬러는 모두 이 색깔이다. 제네시스에는 또 국내 최초로 고광택 ‘클리어(clear)’ 도장 기법이 적용됐다. 외장컬러의 광택과 색상을 오래 유지해 도장면의 선명도와 미세흠집에 대한 저항성능을 높여준다. 올초 출시된 국산 최고가 스포츠레저차량(SUV) 기아 ‘모하비’의 대표 색상은 ‘스위트 오렌지’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역동적인 젊음과 개성을 강조하는 SUV의 특성을 오렌지색에 담았다. 기아차의 내부 조명이 오렌지색이라는 점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뜻도 있다.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도 ‘미래지향적·모던한 이미지’가 기본 컬러 컨셉트다. 밝은 알루미늄 입자를 적용한 은색과 회색이 주력이다. 국내 SUV 판매 1위 현대차 ‘싼타페’의 대표 컬러는 ‘바닐라 화이트’와 ‘블루 티타늄’이다. ●실제 선호도는 무채색 계열이 높아 르노삼성은 올 2월 출시한 ‘2008 스페셜 SM3’ 모델에 빨간색을 처음으로 적용했다.20대 중반∼30대 초반의 핵심 타깃층을 겨냥했다. 소형 이하가 아닌 준중형 세단에 붉은 색을 적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 푸른 바다색이었던 ‘소닉 블루’는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단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월 중형 세단 ‘SM5 뉴 임프레션’을 출시하면서도 산뜻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올리브’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화려한 유채색 컬러의 판매량은 많지 않다. 많은 소비자들은 무채색 계열을 좋아한다. 중고차 매매 때에도 무난한 색이 튀는 색상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 실제로 모하비의 대표 컬러인 스위트 오렌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네시스는 하이퍼 메탈릭이 무채색(은색) 계열이기 때문에 점유율 32%로 팬텀 블랙(46%)에 이어 두번째를 달리며 대표 컬러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무채색의 다변화와 브라운·골드의 부상 무채색의 다변화도 최근 두드러지는 흐름이다. 통상 검정색은 깔끔하고 세련된 품격과 권위를, 은색은 현대적이고 중후하면서 럭셔리한 멋을, 흰색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깔끔한 멋을 강조한다. 최근 들어 은색·회색의 경우 순수한 ‘메탈 쿨 실버’와 컬러느낌이 가미된 ‘웜 실버’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흰색은 순백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솔리드 화이트’나 화려한 느낌을 주는 ‘펄 화이트’가 나타나고 있다. 검은색도 기존 ‘솔리드 블랙’ 중심에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화한 ‘펄 블랙’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정진 기아차 컬러팀 선임연구원은 20일 “무채색의 다변화 외에 브라운·골드·오렌지 컬러가 새로 등장하는 것도 최근 두드러지는 추세”라면서 “과거에는 일부 수출지역에서만 선호했던 색상이었으나 최근 내수시장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대형 같은 준중형 세단 납시오”

    “대형 같은 준중형 세단 납시오”

    지난달 중형 세단 ‘로체 이노베이션’을 내놓으며 고급화로 도약을 선언한 기아자동차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운다. 이번에는 준중형 세단시장이다. 소비자의 부름을 받는 데 실패한 비운의 모델 ‘쎄라토’의 후속 ‘포르테(Forte)’를 다음달 말 내놓는다.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 형제간인 현대자동차 ‘쏘나타’에 칼끝을 겨눴듯 이번에도 주된 타깃은 현대차 ‘아반떼’다. 기아차는 ▲최대크기 ▲최고출력 ▲최고연비 ▲최고사양 등 준중형 차급 내 비교 최상위를 강조하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우리만큼 다양하게 붙이며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외치고 있다. 크기는 길이 4530㎜, 폭 1775㎜로 아반떼(4505㎜·1775㎜), 르노삼성 ‘SM3’(4510㎜·1710㎜),GM대우 ‘라세티’(4515㎜·1725㎜)에 비해 길이는 최대 25㎜, 폭은 최대 65㎜가 길다. 차의 파워를 나타내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각각 124마력과 15.9㎏·m로 동급에서 가장 높다. 연비도 자동변속기 장착 기준 14.1㎞/ℓ로 다른 준중형 차들보다 최대 15%가 낫다. ●첨단 편의사양 대거 적용…가격은 높을 듯 여기에다 지금까지 준중형차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음성명령으로 작동시키는 하이테크 내비게이션 ▲시동상태·장애물 위치 등을 표시하는 하이테크 슈퍼비전 클러스터 ▲버튼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등은 어지간한 중·대형차에도 없는 기능들이라고 기아차는 설명하고 있다. 유료도로 자동요금징수 시스템(ETCS), 블루투스 핸즈프리·오디오 스트리밍, 방향지시등 일체형 사이드미러,17인치 대구경 휠 등도 준중형 최초로 적용된 고급사양들이다. 기아차는 포르테를 통해 그간 난공불락으로 인식돼 온 아반떼의 아성을 무너뜨려 보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기아차 세단 성공의 초석 될까 포르테의 성공 여부는 대략 2가지 관점에서 지켜볼 만하다. 하나는 초기 판매호조를 보이는 로체 이노베이션과 함께 기아차가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에 필적할 만한 기반을 다지는 교두보를 확보하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축되고 있는 국내 준중형 시장에 부활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시장인 준중형·중형 세단 부문에서 베스트셀링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기아차에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옵티마, 로체, 스펙트라, 쎄라토 등이 줄줄이 몇년을 못버티고 국내시장에서 단종의 운명을 맞았다. ●기아차 “준중형 시장 위축, 위기를 기회로” 기아차는 포르테의 약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사양을 고급화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아반떼가 전에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반떼는 올 상반기 4만 9470대가 팔려 지난해(5만 9555대)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6.9%가 줄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좀더 상위 차급으로 높아진 데다 경차 ‘모닝’과 중형 ‘쏘나타 트랜스폼’의 폭발적 인기, 디자인 노후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포르테가 시장점유율 10%대 하락을 목전에 두고 있는 준중형 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준중형 세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5.3%에서 올해 20.8%로 4.5%가 줄어 20%선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2위 자동차 회사이면서도 그동안 마땅한 베스트셀링 세단 모델이 없었던 기아차가 비로소 갈망하던 ‘히트작’을 보유하게 될지 여부가 올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日 대중차 몰려온다

    日 대중차 몰려온다

    일본 대중차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올가을부터 본격화된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등 고급차들과 달리 실용성 중심의 중저가 일본차들이 대거 들어온다. 국산으로 치면 ‘아반떼’,‘쏘나타’,‘그랜저’,‘스포티지’,‘싼타페’ 급이다. 8% 수입관세가 추가되더라도 40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 차들이다. 특히 도요타, 닛산 등 일본업계는 최초의 한국 대중차 시장 공략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인정받은 ‘보증수표’만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계로서는 바짝 긴장할 일이 되겠지만 소비자들로서는 양질의 차를 다양하게 고를 기회를 갖게 된다. 한발 나아가 일본차에 맞서 국산차의 품질과 서비스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봄직 하다. ●혼다의 성공이 도요타·닛산 등 자극 오는 9월과 11월에 각각 미쓰비시(일본업계 4위)와 닛산(3위)이, 내년 하반기에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국내에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기존 혼다(2위)와 함께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일본 상위 자동차회사들은 모두 국내에 상륙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업체들은 한국에 자사 대중차를 들여오는 것을 꽤나 망설여 왔다. 여러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한국인들의 국산차에 대한 강한 로열티였다. 조 후지오 도요타 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는 거리를 달리는 승용차의 90% 정도가 자국산인데 이렇게 국산차 비중이 높은 나라는 일본 외에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한국은 공략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일본업체들이 한국시장 진출을 결정적으로 자극한 것은 혼다의 대성공이다.‘시빅’,‘어코드’,‘레전드’,‘CR-V’ 등 중저가 차를 국내에 가장 먼저 들여온 혼다는 올 들어 5월까지 5027대를 판매, 전체 일본차 판매량 9257대의 54.3%를 점유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렉서스 등 일본 프리미엄차들이 한국시장에서 벤츠,BMW 등 전통의 강자들에 부쩍 밀리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미쓰비시, 세단부터 스포츠쿠페까지 5종 출시 미쓰비시는 다음달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미쓰비시 일본 본사 마스코 오사무 사장과 대우자동차판매 이동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시장 진출 설명회를 갖고 구체적인 수입모델과 판매계획 등을 발표한다. 미쓰비시는 촘촘한 대우자판의 판매망을 이용할 예정이어서 적어도 유통망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로서는 중형 세단 ‘랜서’와 이를 변형한 스포츠 세단 ‘랜서 에벌루션(란에보)’, 스포츠 쿠페 ‘이클립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웃랜더’, 중형 SUV ‘파제로’ 등 5개 모델의 판매가 유력하다. 랜서는 1973년 처음 나온 미쓰비시의 대표 세단으로 국내에는 지난해 나온 10세대 모델이 들어온다.10세대 랜서는 미쓰비시가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등 해외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랜서 에벌루션은 2000㏄ 엔진으로 300마력에 육박하는 고출력을 내 광범위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파제로는 현재 단종된 현대정공 ‘갤로퍼’의 원조다. 랜서 세단을 기본으로 한 ‘아웃랜더’는 유럽에 푸조 ‘4007’, 시트로앵 ‘C크로서’ 등의 이름으로도 팔리고 있다. 닛산은 11월에 준중형 SUV ‘로그’와 중형 SUV ‘무라노’를 들여온다. 겨울을 앞둔 계절 특성을 감안해 일단 SUV 2종을 1번 타자로 투입한다. 내년 봄에는 중형 세단 ‘알티마’가 추가된다. 셋 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닛산의 대표 모델들이다. 성능이나 가격으로 봤을 때 로그는 국내 ‘싼타페’, 무라노는 ‘모하비’나 ‘베라크루즈’가 경쟁상대가 될 전망이다. 무라노는 세련된 디자인에 3.5ℓ V6엔진 및 차세대 엑스트로닉 무단 자동변속기, 듀얼 패널, 전동식 슬라이딩 글래스 문루프,2열 스카이라이트가 장착됐다. 지난해 9월 북미시장에서만 발매된 로그는 도심 운전자형 소형 SUV로 공격적인 스타일, 강력한 엔진, 부드러운 핸들링 등이 특징이다. 알티마는 르노삼성차 SM5의 원형인 ‘티아나’의 후속급 모델이다. 북미시장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경쟁하고 있다. ●도요타,‘캠리’와 ‘프리우스’의 명성 한국으로 도요타는 중형 세단 ‘캠리’, 소형 하이브리드카(가솔린+전기) ‘프리우스’, 소형 SUV ‘RAV4(라브 포)’를 내년 하반기에 들여온다. 도요타는 한국시장내 인지도가 자국의 다른 업체들에 비해 월등하다고 보고 시판 즉시 수입차 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도요타의 차 중에 가장 넓은 기대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차는 전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팔린 월드베스트셀링카 캠리다.2.4ℓ 모델이 미국에서 2000만원대 중반이다. 국내에서는 세금 등을 합해 3000만원대 중반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중간 이하 트림은 국산 ‘그랜저’나 ‘오피러스’·‘SM7’, 고급 트림은 ‘제네시스’와 경합하게 될 전망이다. RAV4는 94년 출시한 소형 SUV로 국산 ‘스포티지’,‘투싼’,‘윈스톰’과 경쟁이 예상된다. 우수한 연비(일본 모드 35.5㎞/ℓ, 미국 모드 25.5㎞/ℓ)를 자랑한다. 내년에 현대차가 내놓을 ‘아반떼 하이브리드(LPG)’와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일본차들은 디자인, 성능, 가격 등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석권해 왔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낼지는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일본차는 품질이 좋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결코 가격대 성능비에서 한국차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업계가 초기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을 경우 시장 점유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도 국산차의 품질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게 주된 이유다. 수입차에 붙는 세금도 어떤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운임·보험료 포함가격(CIF)을 기준으로 8%의 세금이 붙는다.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개별소비세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금도 관세포함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돼 상대적으로 동급 국산차보다 액수가 커진다. 국내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급이라면 몰라도 중저가 차량의 경우는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에서도 국산차들이 결코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3대 메이저 이하의 브랜드는 현대차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광활한 들판,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한 사냥터의 모습이 담긴 그림. 원래 이 그림은 병풍 속에 숨겨져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림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커다란 화폭 곳곳에 비밀이 숨겨진,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신기한 그림의 비밀이 공개된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20분) 대한민국 중년 여성의 45% 이상이 겪는 질환, 요실금. 방광에 찾아오는 감기, 방광염. 그러나 방광에 생기는 단순한 질환 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우울증처럼 삶의 질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정신질환까지 동반한다. 요실금과 방광염의 다양한 증상과 소변보는 일을 즐겁게 만드는 생활습관을 공개한다. ●대결! 노래가 좋다(KBS2 오전 8시30분) ‘도레미 패밀리’에 출연한 방송인 붐이 그의 절친한 친구인 비와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붐과 비는 놀랍게도 고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던 것. 붐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부르며 선글라스까지 손수 준비해 비의 댄스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숨겨놓았던 노래실력을 한껏 뽐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살아생전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던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카사노바의 바람둥이 이미지에는 오류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카사노바가 단순한 바람둥이는 아니었다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전설의 로맨티시스트, 카사노바의 정체를 밝혀본다. ●굿모닝 세상은 지금(SBS 오전 7시35분) 일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자극적인 즐거움을 찾는 현대인들. 생활 속에 파고드는 각종 중독증을 막기 위해 이른바 ‘홀릭케어’ 산업이 뜨고 있다. 건강을 해치는 니코틴 중독. 금연 클리닉, 금연침은 물론 담배를 끊으면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금연펀드도 등장했다. 생활 속의 홀릭케어 산업에 대해 알아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20분) 민종이는 항문폐쇄, 심장과 신장기형, 삼각형 이마, 크기가 다른 귀, 휘어진 손가락, 사시, 탈장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기형을 온몸에 안고 태어났다. 그동안 열 차례가 넘는 수술로 사느냐 죽느냐의 고비를 넘기고 어느덧 열두 살 소년으로 자랐다. 기적처럼 삶을 이어온 민종이를 만나본다. ●희망풍경(EBS 오전 6시) 송파우체국엔 특별한 직원들이 있다. 우편물 분류업무를 맡은 자폐성 장애인들이다. 그들 중에 배서림씨가 있다. 청소를 좋아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우체국의 화장실과 사무실을 청소하는데 앞장서는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리의 여왕이다. 우체국을 첫 직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의 일상을 만나본다. ●인사이드월드(YTN 오후 5시30분) 북극 지방의 외딴 섬에서 노르웨이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구상의 주요 곡물이 단종되는 것을 염려한 노르웨이 정부는 이곳에 종자 저장고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과연 이 종자 은행은 농작물 유전자의 다양성 보존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 “양성지는 아첨꾼 아닌 주체적 실학자”

    “양성지는 아첨꾼 아닌 주체적 실학자”

    규장각은 조선 정조가 즉위한 1776년 개혁정치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세웠지만, 단초는 300년 이상이나 앞선 세조 9년(1463)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규장각 설치를 건의한 사람은 눌재(訥齋) 양성지(梁誠之·1415∼1482)였는데, 정조는 규장각을 출범시키면서 그의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한영우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가 내놓은 ‘양성지-조선 수성기 제갈량’(지식산업사 펴냄)은 눌재를 다룬 최초의 본격적인 평전이다.1992년부터 4년 동안 서울대 규장각 관장을 지낸 한 교수는 “눌재를 되돌아보게 된 것은 정조의 정신적 스승의 하나가 그였다는 사실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양성지는 눌재라는 아호처럼 더듬거리는 말투에, 집현전 직제학으로 있으면서 동료들이 사육신이나 생육신으로 단종 복위운동에 가담할 때 세조의 총신(寵臣)으로 자리잡아 훗날 사림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어눌함을 극복하고자 항상 글로 뜻을 드러내어 ‘아는 것이 있으면 말하지 않고는 못배긴다.(知無不言·지무불언)’는 평을 들을 만큼 자신을 끊임없이 독려한 인물이다. 세조와는 시정개혁과 국방정책의 적극적인 조언자이자 이론가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기도 했다. 눌재를 제갈량에 비유한 것도 세조이다. 한 교수는 “1970년대 초 ‘눌재집’을 읽고 그 애국적이고 주체적인 경륜에 놀랐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조선 선비들은 주체성이 없고 중국을 지나치게 숭상한 사대주의자들이었다고 단정한 것은 나뿐 아니라 당시 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였으나 ‘눌재집’은 나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고 털어놓았다. 한 교수는 눌재를 ‘주체성 있는 실학적 성리학자’로 규정한다. 그는 “눌재의 상소문 대부분은 관념적인 주장보다 병학, 지리, 역사, 문학 등 각 분야의 실용적인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면서 “눌재가 추구한 ‘유용지학(有用之學)’,‘경제실용(經濟實用)’의 학문은 18세기 이후 실학의 학문적 토양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눌재 사상의 기본 목표는 ‘자주독립된 부강한 왕조국가의 건설’이었다.”면서 “그는 단군을 전조선왕(前朝鮮王)이라는 역사적 실재인물로 파악하고, 중국과 우리는 제가끔 하늘의 일방(一方)을 차지하여 별개의 건곤(乾坤·구역)을 이루는 나라라고 우리 역사의 독립성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눌재는 특히 조선은 강토가 본래 요동을 포함한 ‘만리지국(萬里之國)’으로 우리 땅을 수복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군사력의 강화는 물론 명나라 세력이 이 지역으로 뻗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조의 지나친 부국강병 정책은 지방세력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런 점 때문에 성종 이후 지방에서 올라온 신진 사람이 눌재를 ‘오직 임금에게 아첨하고 재물을 탐한 노인’으로 보는 근본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한 교수는 분석한다. 한 교수는 “눌재가 300년 만에 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 위대한 실학자로 부활한 것은 사림 정치가 부작용을 낳으면서 왜란과 호란을 불러오고, 다시금 강력한 지도력과 실용정치를 요구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라면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시하고, 왕권강화를 옹호하는 실학이 일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그 선구자로 양성지가 주목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구한말 글꾼’ 이건창의 작문이론서

    ‘구한말 글꾼’ 이건창의 작문이론서

    명미당(明美堂) 이건창(1852∼98). 창강(滄江) 김택영, 매천(梅泉) 황현과 더불어 구한말 3대 문장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고종은 그를 당대 최고의 글꾼으로 꼽았다.“글을 짓는 데 그대가 꼭 필요하다.(중략) 다만 대원군을 위하여 명백하게 사실을 밝혀 이 글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글자를 볼 때마다 한 방울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하라.” 임오군란 당시 대원군이 청나라에 압송되자 고종은 청 황제에게 바칠 주문(奏文)을 그에게 특별 주문했다. ●시에서 산문까지 다양한 장르 소개 그럼에도 이건창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그의 세계를 복원하려는 후사가들의 노력도 이렇다할 게 없었다. 이건창 명문(名文)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길은 그래서 더욱 감감했다.‘조선의 마지막 문장’(송희준 엮어옮김, 글항아리 펴냄)이 오래 막혀 있던 그 길을 뚫었다. 대구의 재야 한학자가 작정하고 수년을 매달려 어렵기로 소문난 ‘명미당집’을 국내 처음 완역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글들을 엄선, 해설을 덧붙인 것이 이 책이다. 시와 산문을 통해 이건창의 다양한 글맛을 느낄 수 있다. 이건창은 강화도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당시 이조판서를 지낸 이시원. 조부에게서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워 10세에 사서삼경을 통독했고 15세에 역대 최연소 문과 합격자의 기록을 세웠다.26세에 충청도 안렴사(암행어사)가 된 그는 당대를 주름잡는 ‘리얼리스트 문필가’로 이름을 얻었다. 암행을 하는 과정에서 죄인을 신문한 아픈 마음을 달랜 시 ‘녹수작(錄囚作)’ 등은 한국 사실주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색없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담백한 문장으로 백성들의 삶도 묘사 책은 이건창을 빌려 구한말의 사회문화상을 두루 살피는 요령을 빛낸다.“다만 뜻이 연속하고 관통하게 하여 분명하고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어조사 따위의 쓸데없는 말을 구사할 겨를이 없으며, 속어 사용을 꺼릴 겨를이 없다. 다만 바른 뜻을 놓쳐버리는 것과 하고자 하는 말을 싣지 못했는가를 염려해야 한다.” ‘언어를 다듬는 법’‘말과 뜻이 서로 넘침이 없게 하는 법’‘소리와 리듬을 울리는 법’ 등 문장을 다듬는 구체적 기술들이 1부에서 소개된다. 문장이 쉽고 단순해야 정밀함을 표현할 수 있음을 말한 ‘정매하과록서(征邁夏課錄序)’ 등 조선 최고 문장가의 작문이론은 여전히 현재적 가치를 지닌다. 책에는 그가 남긴 180여편의 산문 가운데 50여편이 등장한다. 학문적 깊이를 가늠케 하는 글도 여럿 있다. 사육신 전기를 통해 충성과 절의에 대해 논한 글들이 대표적이다.‘육신사략(六身事略)’편에서는 세종의 은혜를 가장 두텁게 입은 신숙주가 단종을 배신하고 세조를 도운 까닭에 사육신과 생육신으로 맞서는 정치논리에서 비판적 대상이 됐음에 주목하기도 했다. 명성왕후가 시해된 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상복을 입지 않는 세태를 한탄해 왕에게 올린 상소문,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고종에게 하루빨리 나와서 궁을 지키라 읍소한 장문의 글 등에 어지러운 구한말이 여실히 투사됐다.1만 6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연봉 2배 줄게”… 증권가 스카우트 전쟁

    “연봉 2배 줄게”… 증권가 스카우트 전쟁

    증권가 인력쟁탈전의 막이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 회의를 열고 종합증권사 설립 또는 업무확대를 신청한 15개 증권사중 10개사에 대해서 예비인가를 결정했다.IBK투자증권,SC제일증권,KTB투자증권(조건부)이 종합증권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위탁·자기매매업 면허는 토러스증권·LIG투자증권 등 2곳이, 위탁매매 단종면허는 ING증권중개·와우증권중개·바로증권증개 3곳이, 업무확대신청은 BNP파리바증권, 리먼브러더스(조건부) 2곳이다. 이로써 종합증권사는 45개사에서 48개로 늘어났다. 이번에 탈락된 증권사들은 대주주나 임직원이 범법 혐의가 있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거나 사업계획서 등 업무수행 능력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 증권사들이다. 예비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인력 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몸값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계에서 새로 생기는 자리는 4000여개다. 증권사들은 대규모 신규 채용을 준비하고 있으나 신입사원만으로는 채울 수가 없다. 경쟁사 인력을 빼와야만 한다. 인력 풀이 한정돼 있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연봉 협상에서 일부 직원의 연봉을 최대 100%까지 올려줬다.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설득했지만 일부 직원은 ‘오라는 곳으로 갈까요?’하는 애교성 협박까지 하더라.”고 털어놨다. 연봉 인상은 애널리스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간부는 법인영업 경험이 있는 과장이나 대리급 직원을 경력 채용하려고 했으나 지원자들이 요구한 인센티브 규모가 너무 커 고민중이다. 그는 “최고도 아니고 일 좀 할 줄 아는 직원 데려오는데 나보다 많은 연봉을 주고 데려와야 할 판”이라며 씁쓸해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국내 인력의 몸값 인플레이션이 심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 증권사가 외국계 임원을 채용할 때 지원자가 제시한 연봉은 증권사가 책정한 예산의 3분의2수준이었다. 몸값을 올리는 데는 일부 언론사들이 거든다는 얘기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폴(poll)에 뽑히면 몸값이 2∼3배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권이 기관투자가의 펀드애널리스트들에게만 있다 보니 직원들이 일반 투자자나 회사보다는 기관투자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양성에 박차 늦었지만 정부와 증권업계는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애널리스트 양성과정’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펀드매니저 양성과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번 증권사 예비허가에서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중점적으로 봤다. 금융위는 또 산학 연계로 각 대학 내에 금융 전문 인력 과정을 만들고 금융관련 인턴십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전경하 김재천기자 lark3@seoul.co.kr
  • 파워·역동성·럭셔리…

    파워·역동성·럭셔리…

    지난 2일 개막된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올 6월 이후 국내에 출시될 다양한 종류의 신차들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최종 양산형과 거의 같은 디자인과 사양으로 공개됐다. 현대차는 오는 9월 시판될 ‘제네시스 쿠페’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지난 3월 미국 뉴욕모터쇼 이후 두 번째 공개다. 일본 닛산 인피니티 ‘G37 쿠페’, 독일 아우디 ‘TT’, 독일 BMW ‘3시리즈’, 독일 벤츠 ‘C클래스’ 등 해외 명차를 경쟁상대로 삼아 개발한 프리미엄 스포츠 쿠페다. 올 1월 나온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플랫폼을 적용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후륜구동차다.3800㏄ 람다 엔진과 2000㏄ 세타 엔진 등 두 가지 모델로 시판된다. 모델별로 엔진 배기량에 두배 가까운 차이를 둠으로써 다양한 구매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3800㏄ 모델의 경우 최대출력 303마력에 최대토크 36.8㎏·m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이 6.5초에 불과하다. 18인치,19인치 알로이 휠을 채택하는 한편 국내 승용차 최초로 전후 타이어 폭을 다르게 했다. 커브길 미끄럼을 막아주는 차동제한장치(LSD)도 적용했다. 기아차는 오는 6월 출시할 중형 세단 ‘로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지난 3월 뉴욕모터쇼에 처음 출품됐을 때와 달리 이번에 나온 차는 알루미늄 휠 등 일부를 빼고는 양산차와 같다. 내·외부 디자인을 종전보다 날렵하고 역동적으로 바꿔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앞부분이 언뜻 현대차 ‘그랜저’와 비슷하게 디자인됐다. 사양은 같은 계열 현대차의 ‘쏘나타 트랜스폼’과 거의 같을 것으로 보인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AM(프로젝트명)’의 컨셉트카인 기아차 ‘소울(SOUL)’도 올 하반기 양산화될 모델이다. 배기량이 준중형 세단급인 1600㏄로 자사 ‘스포티지’ 등 기존 소형 SUV(2000㏄급)보다 작아 국내 SUV류 중 최소형이 될 전망이다. 정사각형 박스(Box) 모양으로 유명한 일본 닛산의 ‘큐브’와 외관이 비슷하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소울 버너’(스포츠카 이미지),‘소울 서처’(아웃도어 이미지),‘소울 디바’(여성적인 이미지) 등 3가지 테마로 출품됐다. 현대차는 차의 이름을 ‘소울’로 할 것인지 다른 이름으로 할지 고민 중이다. GM대우도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될 3종의 차를 미리 공개했다. 첫 번째는 오는 7월 출시될 프리미엄 컴팩트 SUV ‘윈스톰 맥스’다.SUV의 다목적성과 스포츠 세단 수준의 주행성능을 유럽형 디자인으로 구현했다고 GM대우는 소개했다.2000㏄ 전자제어식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대출력 150마력에 최대토크가 32.7㎏·m에 이른다. 연료효율과 주행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액티브 온 디맨드’ 4륜 구동 시스템도 장착됐다. 출퇴근 등 도시형 SUV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유럽 스타일의 단단한 강철 복합바디 구조와 견고한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올 하반기 출시될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쇼카 버전인 3600㏄급 ‘L4X’(프로젝트명)도 첫 선을 보였다. 이전 ‘스테이츠맨’이 시장의 외면으로 단종된 뒤 공백상태에 있던 자사 대형 세단 라인을 복원하는 제품이다.GM대우가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제너럴모터스(GM)의 호주 계열사인 GM홀덴이 만든다. 후륜구동 방식에 동급 최장 3009㎜의 휠베이스(앞바퀴∼뒷바퀴 거리)로 정통 세단의 안락함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차세대 경차 ‘비트’도 공개됐다.GM대우는 올해 경차 시장을 장악한 기아차 ‘모닝’에 맞서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 비트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배기량이 1000㏄로 모닝과 같다. 내년에 비트와 모닝의 치열한 ‘경차전쟁’이 예상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1조 클럽]LG전자-휴대폰 세계4위… 매출40조 돌파 디자인경영으로 글로벌 톱3 조준

    [1조 클럽]LG전자-휴대폰 세계4위… 매출40조 돌파 디자인경영으로 글로벌 톱3 조준

    LG전자는 지난해 ‘성장’과 ‘수익’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지난해 국내사업 기준으로 매출 23조 5019억원, 영업이익 5646억원, 순이익 1조 2224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세계 사업장을 모두 합치면 매출은 40조 847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조 2337억원으로 뛴다. 꾸준한 체질개선과 잇단 히트상품 개발 등을 통해 사상 최대의 외형성장과 수익성을 달성한 것이다. 이같은 LG전자의 약진은 휴대전화 부문이 앞에서 끌고 디스플레이와 가전부문이 뒤에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했다.LG전자는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을 잇따라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휴대전화 매출액은 1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8.5%를 기록했다.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TV의 부진으로 나빠졌던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4분기 적자는 2621억원이었으나 4분기에는 10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올 1분기엔 매출 3조 6366억원, 영업이익 8억원으로 6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글로벌 인재영입, 차기 사업부장 육성시스템, 신입사원 교육혁신 등 모든 직급에 걸쳐 인적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기업에서 검증 받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구매책임자(CPO),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등 임원급을 포함해 80여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했다. 또 지난해 2분기부터 차기 사업부장 후보를 선발, 집중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임명될 사업부장은 반드시 이 후보군을 거쳐야 한다. 후보들은 제품의 상품기획부터 단종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소(小)사업부장’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핵심 인재육성과 함께 사업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역대 어느 최고경영자(CEO)보다 인적자원의 경쟁력 강화에 비중을 두는 남 부회장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남 부회장은 “8만여명의 직원 중 3만명 정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임원급 핵심인재 300명을 육성하다면 LG전자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일본의 도요타 등 다른 선진 기업과 맞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난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고수익 사업구조와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투자에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난 1조 2000억원, 기술개발 투자는 1%가 늘어난 1조 7000억원 등 모두 2조 9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올해 고객가치경영의 핵심전략을 디자인 경영으로 정했다. 고유가와 환율 급등락 등 불확실한 외부 경영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디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남 부회장도 지난해 4월 2010년 글로벌 톱3 달성을 위한 6대 전략방향 중 하나로 ‘기술혁신과 디자인 차별화’를 꼽았다. 그는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초콜릿폰·샤인폰·아트디오스 등과 같이 디자인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인 경영’을 하고 있다. 해외 디자인 조직도 각 지역별 고객 특색에 맞게 바꿔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센터에서는 2∼3년 뒤 시장을 선도할 디자인 컨셉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현지 생활기반의 디자인, 일본 도쿄에서는 소재·컬러 등을 통한 표면처리 디자인 기술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명품 할인 아직 ‘글쎄요’

    명품 할인 아직 ‘글쎄요’

    6월1일로 개점 1주년을 맞는 신세계-첼시의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시험대에 올랐다. 평가는 두 갈래다. 해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명품 아웃렛을 국내에 유치해 시선을 끌었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제품 구색이 갖춰지지 않았고 이월상품임에도 가격이 기대만큼 싸지 않다는 점은 아무래도 만족도를 떨어뜨린다.‘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신세계와 미국 아웃렛 시장 1위 업체인 첼시 프로피터그룹이 반반씩 출자해 만들었다. ●신세계 본점 입점 명품 18개뿐 당초 명품 아웃렛을 표방해 출발했지만 명품 브랜드 수가 너무 적다.‘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한 122개 브랜드 가운데 신세계 본점 명품관인 본관에 입점된 ‘진짜 명품’ 브랜드는 18개뿐이다. 명품의 제품이 다양하거나 가격이 매력적이지도 않다. 매장이 넓고 제품이 많아 보이는 아르마니 꼴레지오, 휴고보스, 버버리 등의 경우 40∼70%의 할인율을 내세우지만 관심끌기엔 역부족이다. 전년이나 그 이전 연도의 제품을 파는 아웃렛 특성을 감안하면 차라리 백화점에서 시즌 마감 때 정기세일을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란 평까지 나온다. 지난 24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휴고보스 매장에서 만난 장모(34·여)씨도 아쉬움을 토로했다.“지난해 말 모 백화점 명품 행사장에 나온 휴고보스 브랜드의 경우 50%의 할인율에다 제품과 디자인이 다양하고 많았으나 이곳은 제품수도 적고 사이즈도 찾기 힘들다.”며 “꼭 보물 찾기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는 데….”라는 말도 보탰다. 국내 백화점들이 마크 제이콥스, 모스키노 등 적지 않은 명품들을 시즌 때마다 할인하는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첼시의 브랜드 유치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환과 환불이 되지 않아 구설에 종종 올라 이미지에 타격도 입으면서 서울 삼성동에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까지 매일 운행하던 직행버스가 올 들어서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되고 있다. ●이국적 조경에 주말 나들이 ‘적격´ 명품은 아니지만 선호도가 높은 일부 인기 브랜드 이월상품은 많다. 제일모직의 빈폴은 전년 제품을 40% 할인해 상시 판매한다. 남성 셔츠는 5만 3000∼8만 9000원, 폴로 랄프로렌의 남성 셔츠도 6만 4000∼11만 8000원,T셔츠는 5만 8000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백화점 세일 때마다 기획가격으로 진행하는 S.T. 듀퐁의 라이선스 와이셔츠(3만 8000∼4만 5000원)는 별도의 코너가 마련됐다. 주방용품도 볼 만하다. 테팔의 경우 신상품을 25% 상시 할인해 준다는 게 입점 업체측의 설명이다. 전시됐거나 단종된 제품들은 60%까지도 깎아준다. 고가 주방용품인 르크루제는 백화점에 입점된 제품과 같은 제품을 35% 할인해 준다. 눈에 크게 띄지 않는 흠결이 조금씩은 있다. 다음달 5일까지 스테인리스 제품을 50% 이상 할인 판매한다. 에스티로더 화장품의 경우 종류를 다 갖추지는 못했지만 백화점에서 파는 똑같은 제품을 25% 싸게 판다. 아웃렛 환경과 매장 인테리어, 식당 등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여주 아울렛에 들어서는 순간 인테리어를 보고 “미국에 온 것 같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 분수 등 내부가 쾌적해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놀다가기 좋은 장소라는 평도 적지 않다. ●프라다 등 일반매장 매출부진 우려에 상품 안 줘 영업성적은 아직까진 신통치 않다. 백화점 명품이 해마다 정기세일 당시 전년 대비 평균 20∼30%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된다. 신세계·첼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영업이익은 17억원, 순이익은 4억 3000만원이다. 반면 첼시그룹 등에 낸 수수료는 28억원에 달했다. 재주는 신세계가 부리고 실속은 첼시가 챙기는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범 당시 명품 물량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공언은 실제와 차이가 난다.”면서 “프라다 등 상당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일반 매장의 매출 부진 등을 우려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물건을 주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넓은 매장을 무엇으로 채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종로구 ‘정순왕후 추모문화제’

    종로구는 25일부터 27일까지 숭인1동 동망봉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에서 단종비 정순왕후(定順王后) 추모문화제를 펼친다고 23일 밝혔다. 25일 동망봉 추모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동망봉은 단종이 유배 간 강원도 영월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며 60년간 명복을 빌었던 곳이다. 추모제 외에도 사랑의 바자회와 궁중음식 맛보기, 정순왕후가 살았던 정업원 전시회, 천연염색 체험을 비롯해 동망봉∼채석장∼자주동천∼여인시장 터∼영도교를 돌아보며 정순왕후 역사문화탐방도 준비됐다. 한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선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열린다. 종로에 사는 18세 이하 여고생들이 참가해 왕비의 자리를 놓고 대결한다. 형식도 모델 선발대회와는 달리 궁중에서 왕비를 뽑는 형식이다. 초간택·재간택·삼간택을 거쳐 선발된 6명 중 한 명을 정순왕후로 정한다. 단종과 살아생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는 영도교에서 펼쳐지는 26일 가장 행렬이 화려하다.‘영도교의 이별’이라는 무용극 형식의 퍼포먼스도 준비됐다. 강원도 영월군과 공동으로 단종과 정순왕후의 ‘청령포 해후’가 27일 열린다. 간택된 왕비가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을 방문해 그곳에 있는 단종과 재회하는 것을 표현한 ‘천상해후’라는 진혼무를 포함한 단막극 형식의 퍼포먼스로 끝을 맺는다. 김충용 구청장은 “이번 추모문화제에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이 참여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신작로 저편에서 버스가 달려옵니다. 군데군데 파여 불편하기 짝이 없는 흙길 위로 네 바퀴가 경망을 떨며 달려옵니다. 곧이어 희뿌연 흙먼지가 길가 코스모스꽃 위에 들이닥칩니다. 입으로 불어 흙먼지를 털어내고 나면 온갖 빛깔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잇몸을 드러낸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흙길에 대한 기억입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흙길이 있을까 싶지만, 경북 성주의 0번 버스는 그런 길을 달립니다. 군도 11번을 따라 성주 읍내와 산골마을 작은리(鵲隱里)를 오갑니다. 조금씩 포장공사가 이뤄져 현재는 편도 10여㎞ 거리 중 2㎞남짓한 구간에만 흙길이 남아있습니다. 그마저 순차적으로 포장될 계획이라 하니, 어쩌면 이번 방문이 성주 0번버스가 다니는 흙길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타보시지요. 고즈넉한 산골마을을 달리며 비포장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요금은 2200원입니다. # 마지막 남은 비포장도로… 하루 두 번만 운행 성주군 작은리는 군 내에서도 유일하게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을 만큼 대표적인 오지 중 한 곳이다. 맨 윗동네 거뫼에서부터 아래로 덕골과 삼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등 6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성주군의 대중교통은 경일교통에서 운행하는 0번과 250번 버스 등이 거의 전부다.250번 버스는 주로 대구 등 외지,0번 버스는 군 내를 오간다. 단 두 대의 0번 버스가 하루에 돌아야 하는 코스가 44개. 작은리 코스는 그 중 하나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등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오전엔 까치산과 칠봉산 사이 하미기재를 넘어 가뫼∼배티를 돌아오고 오후엔 역순으로 돈다. 군데군데 비포장길인 데다, 좁은 산길이어서 대부분 운전기사들이 기피하는 코스다. 오전 10시차. 예상대로 버스 안은 텅 비었다. 성주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나 승객이 좀 있을 뿐 평소엔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읍내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자 비포장 길이 시작됐다. 낙엽송 터널길을 지나고 나니 오른쪽으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선 가야산이 펼쳐진다. 주변 산들이 시립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가야산이 저처럼 높았던가. 구비구비 산길을 돌다 보면 꼭 산자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놀이기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짜릿하다. 하미기재(400m) 정상에서 보자니 아랫마을이 여간 까마득한 게 아니다. 그 높은 고갯마루에도 마을 사람들은 논을 일구며 살아간다. 작은리 맨 윗동네 거뫼사는 이규칠 할아버지는 차에 오르자마자 대뜸 하소연이다.“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버스 기사라고 할 말이 없을까.5년째 0번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병국씨는 “비만 오면 산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여간 위험한 게 아니라예. 좁은 산길 오가다 주민들 차라도 만났다카믄 참 난감합니더.”라며 볼멘 소리다. 게다가 밀린 임금조차 겨우 지난 달에야 받았다는 것. # 0번 버스의 말못할 속사정 0번 버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구불대는 산길만큼이나 애로가 많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이 버스를 탈 일이라곤 병원가는 일과 장에 가는 일이 전부다. 성주는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주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다닌다. 그나마 개티, 배티마을까지는 도로가 포장돼 있어 상황이 나은 편. 고령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윗마을 주민들은 0번버스를 타고 보월리까지 나와서 버스를 바꿔타야 한다. 버스 회사 입장에서도 0번버스는 애물단지에 다름아니다. 군에서 일정 부분 적자를 보전해 주고,205번 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으로 그나마 근근이 운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남아있는 비포장길은 주민과 버스 회사 모두에게 불편함 그 자체다. 한 통신사의 광고처럼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쇼(show)’를 해서라도 도로가 포장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올해 책정된 도로포장 예산은 8000만원. 겨우 몇 백m 포장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액수다. # 곳곳 고풍스러운 돌담길 풍경은 덤 0번 버스 속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차창밖만 내다 본다. 할아버지는 날씨가 안좋으면 운행하지 않는 버스 회사 측의 처사가 야속하고, 임금조차 제때 못받는 버스 기사는 행여 운행 보조금을 올려 주지 않을까 군청만 바라보며 한숨이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체감하지 못한 이방인은 서정미 넘치는 흙길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성주는 고풍스러운 풍경들이 즐비한 곳이다. 옛 건축물은 물론이려니와, 수백년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붙어있는 돌담길은 성주가 독특한 풍모를 지니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성주를 대표하는 돌담길 마을은 한개마을이다. 하지만 돌담길은 한개마을에만 있지는 않다. 외려 문화재 지정 후 인공미가 가미된 한개마을보다 더욱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들이 널려있다. 특히 0번 버스가 작은리를 경유해 수륜면을 돌아나오는 동안 돌담길이 예쁜 마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성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 나들목→성주. ▶주변 관광지 ▲가야산국립공원 : 소백산맥 동쪽으로 슬쩍 비껴앉은 영남의 명산. 남북으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룬다. 수륜면 백운리에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무흘구곡 : 대가천의 맑은 물과 사인암 등 주변 계곡의 기암괴석, 수목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성밖숲 :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왕버들 고목 군락지. 임진왜란 이후 조성됐다. 성주군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애용하는 곳. 읍내 초입에 있다. ▲세종대왕자태실 : 1438∼42년 사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태실지(왕 자손의 태반을 묻어두는 곳). 세종대왕의 적서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안장돼 있다. 인촌리에 있다. ▲한개마을 :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촌.150년 된 ‘탱자나무 같은 귤나무’로 유명한 교리댁 등의 문화재를 비롯, 60여가구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월항면 대산리에 있다. 성주군청 새마을 관광문화재담당 930-6063∼4. ▶맛집 : 용암면 용정리 큰나무골 궁중약백숙은 한약재가 섞인 닭백숙을 잘한다. 한마리 2만 7000원∼3만 5000원.933-3651. 예산리 혜성관가든은 소고기 숯불구이로 유명한 집. 불고기 1인분 9000원, 갈비살 1만 9000원.933-5229. ▶성주참외축제 : 25∼27일 성밖숲일대에서 열린다. 참외따기 체험, 세종대왕자 태 봉안행렬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 춘천박물관 ‘가장 강원다운 전시공간’ 변신

    국립춘천박물관이 ‘강원도 박물관’답게 확 바뀌었다.‘산, 사람 그리고 문화’를 컨셉트로 한 새로운 전시는 26일부터 관람객을 맞고 있다. 강원지역 사람들이 험준한 산지에서 어떻게 삶의 터전을 가꾸고, 물자와 정보를 교환했으며 특색있는 문화를 가꾸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춘천박물관의 상설전시실은 모두 4개. 이번에는 2층에 있는 3,4실을 완전히 뜯어고쳤다.1,2실의 전시도 개편을 적극 추진한다. 구석기시대에서 시작하여 명품 전시로 마무리되는 지방 국립박물관의 천편일률적인 전시형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산촌박물관’으로 특성화한다는 계획이다. 3실은 ‘강원의 명산, 불교와 왕실’이 주제이다. 강원지역에서 통일신라시대 이래 꽃피워온 불교문화를 조명한다. 조선 왕실과 선비들이 이룩한 태실과 사고(史庫), 유배·은어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원주 출토 석조비로자나불과 숙종이 단종을 복위하면서 시호를 내린 옥책(玉冊), 강릉대도호부가 1469년 상원사에 산과 저수지 관리권을 주면서 세금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기록한 ‘상원사입안’, 오대산사고에서 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상자 등을 선보이고 있다. 4실은 ‘강원과 인물과 생활’을 주제로 강원도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펴보았다. 춘천의 화전(火田)을 매매하였던 토지문서에는 글을 모르는 노비가 손바닥을 찍어 대신한 수결(手決·일종의 사인)이 눈길을 끈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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