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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굄돌] 아동출판물과 할인점

    지난 5일 30여개 주요 단행본 출판사는 함께 모여 전국의 모든 거래 도소매서점에 자사 발행도서에 대한 일체의 할인판매 중지와 이미 할인매장에 출고된 책의 전량 회수를 요구하는 한편 이들 출판사의 책이 할인매장 등에서할인 판매되는 것이 발견될 시에는 해당도서를 공급한 도매상을 끝까지 추적해 30개 출판사의 공동 출고 중지 및 공동 거래 단절 등 강력한 영업활동을펼쳐나갈 것을 결의했다. 지난 8일에는 대형 할인점에 주로 책을 공급하던 한 도매상(일명 벤더)이부도가 났는데 이번 결의에 참석한 출판사의 상당수는 이 도매상에 책을 공급해 왔던 것이 드러났다.그들은 한편으로는 결의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뻔히 할인점에 책이 출고되는 줄 알면서도 책을 공급하는 이중성을 지녔던것이다.이미 할인점 등의 책 할인행위는 출판문화산업의 존재 기반 자체를흔들 정도로 확산돼 있다.앞으로도 벤더들의 연쇄도산이 예상되고 있어 이번결의는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할인점들의 구매담당자(일명 바이어)들은 그들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입고가격을무리하게 낮춰왔다.많은 경우 벤더들은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할인점에 책을 입고시켜야 했다.벤더들은 살아남으려면 매입가를 낮춰주는출판사의 책만을 주로 할인점에 납품시켜야 했다.출판사는 출고율을 낮춰주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생산비를 낮추거나 정가를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할인점에서 주로 팔리는 아동출판물의 가격이 최근 5,000원∼6,000천 원대에서 8,000원 이상으로 인상되는 것은 이런 연유다. 따라서 독자는 할인을 받았지만 정작 제 가격을 주고 책을 산 것이나 다름없다.이런 유통상의 난맥상은 할인점에만 전문적으로 책을 공급하려는 아동전문 출판사가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책이 가격할인을 통한 무한경쟁체제에 편입되면 지극히 상업적이거나 조악한 소수의 책만 빼놓고는 모두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이들 할인점에 책을 공급한 베스트셀러를 펴낸 유명출판사들은그 동안 할인점의 이미지를 키워주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호랑이를 키운셈이다.그러나 이번 결의에 아동 전문 출판사는 모두 빠졌다.이미 할인점을무시하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할인점의 위세가 큰 현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기호 출판마케팅硏 소장]
  • 北, 對서방 관계개선 의미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 움직임은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경제난 극복을 위한 식량지원과 무역교류의 현실적 계산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외개방을 유도하는 한·미의 대북 포용정책을 선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간접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의미다.적어도 북·미 대결구도와 이로인한국제적 고립을 자청하지 않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 묻어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2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북·호주 고위급 회담과 이달 24일부터 시작되는 북한 대표단의 중남미 순방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북한 참가문제와 맞물려 있어 ‘연락사무소 개설’ 여부도 병행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의 경우 브라질과 칠레,페루,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의 연쇄 순방이예정돼 있다.외교관계가 없는 에콰도르와는 수교문제를,올초 무역대표부를철수시켰던 브라질,칠레 등과는 경제협력 방안과 대표부 복원 문제가 주요의제로 알려졌다.쿠바 이외에 외교관계가 단절된 중남미에서 ‘교두보 확보’를 저울질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개방 또는 외부 세계와의 관계개선은 북한 미사일 해법의 ‘종속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 중단을 전제로 하는 포괄적 대북접근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호주나 중남미 국가들은 현재로선 관계정상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그러나 이들은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여부와 이에따른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관계자는 “호주나 중남미 국가들은 북한과의외교관계 개선에 앞서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의 수용을 적극 권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따라서 북한 미사일 문제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경우 북·미,북·일 관계개선과 함께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은 보다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오일만기자 oilman@
  • 노 전대통령, YS정권 비판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월간조선 8월호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金泳三)정권은 남북관계를 추진하면서 어렵게 얻어낸 남북기본합의서를 단 한번도언급치 않아 정책의 연속성을 단절시켰다”며 문민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6공때는 상호주의와 당사자 해결원칙을 기초로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에 그들이 대화로 나왔고,도발도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정권이 바뀌어상호주의와 당사자 해결원칙이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노전대통령은 또 “재임기간중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어미국은 우리 양해 하에서만 북한과 접촉했다”면서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방북에 제동을 건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구본영기자
  • 「한국의 지역주의와 해소방안」지역주의 심화과정과 현황 토론

    ■한용원 한국교원대 교수 한국 정치사에 지역주의가 대두된 것은 군부정권이 안보상황론과 개발독재론을 내세워 민중을 배제하는 억압적 통치를 자행하면서 도당적·파당적 이익을 보장하는 인사정책과 개발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지역주의를 이용한다면 정치발전을 저해시킬 것이므로 파벌정치와 접맥된 지역주의의 고리를 단절시키는 정치개혁의 추진이 급선무다. ■서경교 외국어대 교수 군부정권에 초점을 맞춘 지역주의에는 동감한다.하지만 정치권과 정치세력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게 남아있는 이상 지역주의는 여전할 것이다.현실적인 의미에서 지역주의를 공정한 게임이라든가 다른지역간의 세력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하다. ■최한수 건국대 교수 87년 대선이 끝난 뒤부터 지역주의가 본격 대두돼 김영삼 정권 시절인 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심화됐다.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보면 그렇다.지역주의를 양산할 수 있는 지도자는 김대중 대통령,김영삼 전대통령,김종필 국무총리 등 3김뿐이다.이제는 호남과충청에서 표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도록 해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로만 지역주의를 규정하는 것은그리 설득력이 있지 않다.정책혜택이라든가 민심·여론·정부인사 등의 변수도 지역주의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이런 것들도 고려해야 한다.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지역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역적인 투표행태는 여전할 것이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 지역주의를 볼 때 한반도로 시야를 넓혀 봐야 한다.통일이 되면 북한지역은 과거의 호남지역보다도 심한 차별을 당할지 모른다.통일 독일의 경우 구 서독사람들은 구 동독사람들을 경멸하고 멸시하고 있으며 이런 것은 해소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따라서 북한주민들도 이러한것을 우려해 반(反)통일적인 정서가 심할 수 있다. ■정영국 정신문화연구원 교수 북한지역까지 넓혀서 지역주의를 보는 시각은 독특한 접근방법이기는 하다.통일 독일의 예를 들면서 북한주민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북한주민들은통일된 이후의 지역주의나 지역감정보다는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되는 등의 사정을 더걱정하지 않을까. 지역주의적 정당구조가 고착화된 것은 87년의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교수 3김이 물러난다고 당장 지역주의가 없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곽태헌기자 tiger@
  • 탈북자 정착지원 ‘하나원’ 문열어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이 8일 문을 열었다.97년 12월 착공 이래 19개월만의 준공식이었다. 이 시설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취지로 건립됐다.탈북자들의 증가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도 탈북귀순자들의 수는 연간 10명 내외였다. 그러나 94년부터 연간 40∼80명 규모로 증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7월8일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누계는 1,002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북한을 탈출,제3국에 머물고 있는 인사들은 제외된 것이다. 이같은 배경하에서 정부는 지난 96년 2월 이 시설 착공을 결정했다.기존의탈북자 수용시설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5월 완공된 하나원은 연건평 2,200평의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로 100명이 동시에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다.생활관,교육관,종교실,체력단련실,도서실 등 편의시설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귀순·탈북자들은 관계기관의 합동신문을 마친 후 하나원에 입소한다.여기서 필수적으로 3개월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후 인근 직업공단과직업훈련소 등에서 직종에 따라 6∼8개월간 직업훈련도 받게 된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이날 ‘통일을 준비하는 작은 실험장’이라고하나원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양영식(梁榮植)차관이 대독한 준공식 치사를 통해서였다.즉 “단절의 역사 속에서 달라져 버린 가치관과 생활양식의차이를 극복,남북이 한가족으로 다가서는 길을 찾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구본영기자
  •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매주 금요일 학술 발표회

    고려말 성리학으로 이 땅에 처음 도입된 이래 유교는 통치이데올로기는 물론 전통사회의 대중규범이자 보편적인 삶의 원리로 자리매김돼 왔다. 성균관대 부설 대동문화연구원(원장 김시업 어문학부 교수)은 ‘유교와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지난 6월25일부터 연5주 계획으로 매주 금요일 학술발표회를 열어 오고 있다.주제 발표자만도 31명에 달하는 이번 행사는 기간이나 규모면에서 해방후 치러진 학술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2일 제2차 학술발표회에서는 ‘유교적 전통과 현대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유교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보았는데 발표자들은 현대 한국사회에 미친 유교의 영향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통해 해방이후 정치엘리트의 의식구조·정치행태와 유교문화와의 함수관계를 따졌다.서 교수는 “그의학력,오랜 미국생활,여자·부부관계,기독교 관계 등을 감안하면 이승만처럼서양화된 사람도 없지만 실상은 그는 왕족이나 군주처럼 행세하고 군림했다”며 “이는 유교사회인 유년시절의 체질이 강인하게 남아 있었던 탓으로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승만 권력의 전제성(專制性) 강화가 더욱 두드러진형태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당시 그의 생일을 군주의 생일 규모로 성대하게 치르거나,‘서울’의 명칭을 그의 아호 ‘우남’으로 바꾸려했던 사례 등도 모두 그의 유교·봉건적 잔재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유교와 한국의 시민사회’라는 주제발표를 통해근대 사회발전의 핵심적 요소인 시민사회·시민의식에 유교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았다.김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협조주의·비주체성·가족주의·연고주의에 입각한 배타주의 등은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발전에 심각한 질곡이 돼 왔다”고 진단하고는 “국가에 대한 순응적자세,권리의식에 입각한 시민운동 참여 기피현상 등은 공공윤리,민본적 가치관 등을 강조해온 유교의 합리적 측면을 계승하지 못한 때문이다.이는 식민지적 경험과 파행적 근대화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성보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은북한사회의 유교적 전통의 실태와 관련,“사회주의적 발전을 지향하며 전통적 요소와의 단절을 추구했던 북한에서도유교적 전통은 여전히 잔존·강화·고착되고 있다”고 밝혔다.김 연구원은“북한의 체제·사상과 유교적 전통과의 관계는 단절·지속·동원이라는 세가지 측면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혁명과정에서 가족주의 등 유교적 전통이 상당부분 단절되었으나 80년대 후반이후 ‘충효’를 강조하는 등 내면적으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승희 성공회대 교수는 ‘남한과 북한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유교문화’에서 “남북한 모두에서 여성들이 산업화와 체제유지에 중요한 역할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지위와 전통적인 성역할을 맡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유교적 덕목에 기초한 성역할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통적 유교질서에 길들여진 여성의 예속성·종속성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北정권 ‘햇볕’이 가장 무섭다

    베이징 연합 북한의 정치·사회안정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한국 경제발전이 미치는 영향이며,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으로북한은 가장 위험한 시기에 처해 있다고 중국의 시사 월간지 ‘세계지식(世界知識)’ 7월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또 과거의 예로 미루어 김대통령 취임후 계속 악화추세를 보여온 남북관계가 앞으로 1∼2년 동안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나 특별한변화가 없는 한 김대통령 집권 말기 남북정상회담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내다봤다. 또 북한의 대남정책 궤적을 분석한 ‘바람은 북쪽에서 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정치·사회안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외부세력의 침입이나 서방국가의 ‘화평연변(和平演變)’정책이 아니라 바로 한국의 경제발전이 미치는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지식’은 한국이 똑같은 조건하의 경쟁 속에서 북한을 완전히 앞섬으로써 북한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으며,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남북교류를 엄격히 통제하고 한국의 영향을 단절시키는 것이 가장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북한으로서는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강경정책을 시행하는 한국 정부에는 대응하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필요하기까지 한 실정인반면 긴장완화적인 교류·협력정책을 시행하는 한국 정부에는 이를 거절할수도,받아들일 수도 없어 곤란한 처지라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잡지는 이어 “김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느 때보다 화해적이고 협력적인 경향을 띠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김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북한 태도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 加 유력 일간지 ‘金대통령 인터뷰’ 대대적 보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7월초 미국·캐나다 국빈방문에 앞서 최근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Globe & Mail)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다면 또다시 고립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어 김대통령은 “46년간의 남북대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대북 화해정책을펴왔다”면서 “하지만 이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북한은 우리가 원하고 있고 필요한 것은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당근과 채찍’식 접근으로,필요하면 채찍을 사용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만일 북한이 도발해오면 강력하고 결단력있게 대응할 것이나 우리측에선 어떤 종류의 군사적 도발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또 남북한 해군 함정들의 서해교전과 금강산 관광객 억류로 ‘햇볕정책’에 대한 국내 비판이 일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80%는 자신의 대북 화해정책을지지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냉전종식의 유일한 길은 미국이 소련과의 화해를 위해 사용했던 실용적인 접근 방법뿐”이라고 말하면서 “관계를 단절해 공산정권이 더많은 압박과 고립으로 빠지게 되면 이들은 더욱 호전적이고 강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이번 김대통령의 미국·캐나다 국빈방문은 북한의 고립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과 벌이는 대북정책의 대대적인 재검토 작업과 함께 햇볕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 강화에 그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대통령과의 회견 내용을 28일자 1면에 게재한 글로브 앤 메일은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려온 김대통령이 만델라처럼 자신을 억압한 박정희 전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제안,국민들을 놀라게 했다”고 소개하면서 또한 김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화해정책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옥기자 ok@
  • 北 ‘26일 재개’ 통보이후

    ?屎@兼? 구본영특파원?陞껼? 차관급회담이 갈림길에 섰다.이산가족 문제 해결 논의의 작은 열매라도 맺느냐,결렬이냐의 분기점이다. 북측은 지난 22일 1차 회담 이후 24일 오전 회담 재개 신호를 보내왔다.25일 오후 전화접촉으로 절차문제를 협의한 뒤 26일 오전 2차 회담을 갖자는제의였다. 북측이 통보한 회담 시점 자체가 절묘하다.북한측에 지원키로 한 비료 20만t중 잔여분 10만t이 첫 인도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남측은 최근 대북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문제의 사실상 연계 방침을 정했다.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국회 답변에서 확인됐다.“북한이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먼저 합의한다는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도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남측은 지난 3일 발표한 베이징 비공개 접촉 합의에 따라 이미 10만t의 비료를 지원했다.나머지 10만t은 26일부터 7월 말까지 인도하기로 한 바 있다. 따라서 북측의 이날 제안은 일단 비료는 예정대로 받겠다는 의사 표시로 이해된다.판을 먼저 깨는 듯한 인상을 피하려는 수순이다. 물론 우리 국민여론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대북 포용정책을 펴고 있는 남측 당국을 무작정 여론의 코너에 몰아넣는 것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측의 회담 재개 의사가 우리측의 강공이 주효한 때문인 것만으로 보긴 어렵다.회담을 재개시킨 뒤 비료를 받으며 헛바퀴를 돌릴 수도 있는 탓이다.정부는 차관급 회담이 재개된 만큼 26일부터 시작되는 비료 10만t 추가지원을예정대로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료지원을 일단 중단하고 북한과 ‘냉각기’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료 10만t은 북한의 식량 30만t 증산 효과가 있다.비료를 사용하는 기간을놓치면 소용이 없다.더욱이 북한은 변변한 보관 창고조차 없어 7월중에는 비료가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북측이 이산가족문제 해결방안이 담긴 나름의 보따리를 풀 가능성도없지는 않다. 며칠간의 비공개 접촉과정에서 북측이 그같은 뉘앙스를 풍겼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핵의혹 피우기 등 북측의 미국과의 거래용 카드도 거의 소진해가고 있다.금창리 지하시설도 텅빈 거대한 동굴임이 드러났다.북측도 남한과의 거래를 단절할 만큼 한가한 형편이 아니다.바로 그 점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는 희망적 요소다.
  • [굿모닝 새천년 패러다임을 바꾸자](5)장르떠나 전문성 융합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다음달 23일 사상 최초로 사이버공간과 음악을 연계시킨 ‘두뇌오페라(brain opera)’를 선보인다.과학과 음악의 벽을 허물어내는 새 시도로써 뇌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이 행사에서는 뉴욕줄리아드음대 컴퓨터에 음악가 및 인터넷가입자 1,390명이 음악에 관한 정보를 각각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를 오페라로 종합해 뉴욕링컨센터의 청중에게들려주게 된다.오페라를 기획한 인공지능학자 민스키교수는 “인간 뇌세포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다른 뇌세포와 조화를 이뤄 지능을 형성한다”면서 “컴퓨터와 음악을 통해 이같은 뇌의 움직임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연말 미국의회는 국방부가 ‘4개년 국방계획(QDR)’을 작성하자 민간전문가 20여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평가작업을 벌였다.이들은 20년후의 시각에서 미국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에 따라 갖춰야할 군사력 수준 등을 민간차원에서 검토했다.미 국방부는 이 비판을 내년부터 작성하는 다음번 계획서에 포함시키게 된다.비밀성이 요구되는 군사력 방향을 놓고 정부가민간기구의 지혜를 선뜻 수용한 것이다. 이같은 ‘벽 무너뜨리기’또는 ‘전문성의 융합’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유럽도 벌써부터 채비를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의 전자회사인 필립스는 현재 ‘미래의 비전’계획에 따라 비디오폰 손목시계,음악이 나오는 티셔츠 등 2∼3가지 개념을 종합한 신제품을 개발중이다.종래의 제품으로는 21세기 회사의 운명을 개척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프랑스 드쿠플레무용단은 80년대들어 무용 마임 아크로바트영상 컴퓨터를 종합한 새로운 복합공연을 펼치고 있다.이들은 지난 4월 내한공연을 가져 국내 문화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세계는 이처럼 민간과 정부부문,학문과 학문,과학과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장르와 전문영역의 두터운 울타리를 부수고 새로운 조화와 창조를 이뤄내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21세기 글로벌경쟁의 시대를 맞아 성장과 효율이라는두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최근 정부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있다.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용적 처방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그러나‘성공’으로 평가받는 것은 매우 적은 편이다.정부의 잘된 태스크포스는 규제개혁위원회와 수질개선기획단 등이 고작이다.수많은 태스크포스 가운데 대부분은 부처이기주의,영역다툼 등에 부딪쳐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은 더욱 어렵다.행정자치부의 한 관계자는 “쓰레기문제를처리하기 위해 자치단체간 협의체가 있지만 운영이 잘 안된다”고 말한다.또 개방형 공직임용제의 경우 당초 1만3,000여개의 직위 가운데 30%를 민간인으로 채용하려 했으나 공직사회의 반대로 자리가 빈 데 한해 민간인을 채우는 것으로 대폭 축소됐다.기업들도 최근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보인다.정부의 인식변화,학문의 협력 등과 함께 문화계의 크로스오버 등 ‘장르 가로지르기’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문과 학문,지역과 지역,세대와 세대,보수와 진보,기득권층과 소외계층,전문가와 전문가의 갈등 등 곳곳에 쌓인 우리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그러나 이 벽을 쳐다보고 한숨만 내쉴 수는 없다.세계가 무한경쟁에 뛰어든 지금,영역과 사고,마음의 담을 부수고 새로운 통합의 길로 나서는 일이 시급하다. - 밀레니엄 탐방-한국과학기술원 디지털문화예술연구회 대덕연구단지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학의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이색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20여명의 내로라는 KAIST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인다.인문학과 이공학의 융합에 나선 ‘디지털문화예술연구회’ 회원 모임이다. ‘디지털문화예술연구회’는 지난 92년부터 KAIST의 몇몇 교수들이 간헐적으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시도해오다 지난해 3월 공식 발족했다.디지털정보화시대로 표현되는 미래사회에선 지금의 독립된 학문구분으론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는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한다.그래서인지 이들은 자기 분야의연구에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이론을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 모임의 시초는 전산학과 원광연교수가 미국 하버드대 및 펜실베이니아 대학 강의시절 느낀 점을 토대로,전공·학제가 개방적인 KAIST 특유의 체질을 살려 이공·인문학의 교류를 제안한 것.지난 92년의 일이다.과학·공학·인문사회과학·문화예술 분야의 교수 20명이 선뜻 동의했다.여기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의 지도교수인 원 교수를 비롯해 96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강의교수로 뽑힌 윤정로교수(사회학),KAIST 연구처장 이귀로교수(전기전자공학),과학영재학회 부회장인 박상찬교수(산업공학),KAIST 부설 연구개발정보센터소장 김진형교수(전산학)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글 전산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최기선교수(전산학)는 “전산분야의 일이지만 인문학 성격이 강한 디지털작업인만큼 인문학 소프트웨어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면서 “이 분야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가나 전문과정이없어 모임을 통해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권은숙교수(산업디자인학)는 “외국의 경우 디자인이 이미 기술마케팅 차원을 떠나 삶의 한부분으로통합되고 있다”면서 “문화와 기술의 융합이 어떤 가치를 창출해내는지를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델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미래형태를 연구,실험하는 MIT의 미디어랩.이곳은 TV 영화 신문 도서 컴퓨터 등 온갖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거대한 융합을 실천하고 있다.학부 및 석·박사과정이 개설돼 있으나 특정 전공을 두지않고 있다.다양한 전공이 교차하는 창조적 실험장인 셈이다. 원 교수는 “지금의 단절된 학문체계로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기술이나 과학,혹은 인문학 등의 융합,즉 공동작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밀레니엄 포인트 공학도로 임원이 된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운다.마케팅을 모르고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가 아니라도 학문간의 장벽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의 학생 모집은 학과단위가 아니라 기초과학군,지구과학군,인문학부 등으로 광역화되고 있다.대학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취지도 있지만 칸막이가 쳐진 학과로는 급격한 사회변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포복제는 윤리문제를야기시켜 과학과 철학적 배경을 요구한다.매스컴은 컴퓨터 등 공학적 지식과 연계된다.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통상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외국어뿐만 아니라 외교학과 비즈니스,인류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서강대학교는 올해부터 6개 연계전공과정을 개설했다.미디어공학,스포츠경영학,여성학,한국학,PRT(Philosophy,Religion,Theology),PEP(Politics,Economics,Philosophy)가 그것이다.미디어 정보처리를 통한 창의적인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한 미디어공학 과정에서는 신문방송학에 대한 이론과 전자,컴퓨터 등을 배운다.스포츠경영학은 말 그대로 스포츠와 경영학이 결합한 것.스포츠 스타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방안 등을 연구한다.PRT는 철학과 종교·신학,PEP는 정치학과 경제학·철학을 결합시킨 것이다. 한양대학교는 영상산업학과를 개설하고 연극과 경영학,정보처리,컴퓨터그래픽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친다. 한동대학교는 아예 무전공제를 실시하고 있다.컴퓨터와 영어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분야는 이수학점을 정해 놓았으나 나머지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임태순기자
  • [주한 외국대사에 듣는다]이그나시오 곤살레스 칠레대사

    이그나시오 곤살레스 칠레 대사는 5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칠레는 세계경제 무대에서 완벽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곤살레스 대사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칠레는 한국의 남미시장 진출의 관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칠레,두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양국관계는 지금이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칠레의 민주주의도 안정 단계에 있기때문에 경제협력도 갈수록 활발해 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국의 경제협력 현황을 평가해 주십시오. 한국과 칠레의 1997년 무역규모는 18억달러에 달했습니다.이것은 1990년에비해 370%나 늘어난 액수입니다.세계 최대의 구리 수출국인 칠레는 매년 7억달러의 구리를 한국에 수출합니다.칠레는 주요 수출품인 천연자원,연어,포도주를 가지고 한국시장을 넓히려 합니다.한국 또한 칠레에 자동차,가전제품,의류 등 6억 5,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합니다.칠레는 전품목에 10%의 관세만을 부과하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현재의진행상황은 어떻고 언제쯤 협정이 체결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지난해 12월 FTA체결 합의 이후 한국과 칠레는 전문가,정책결정자들로 구성된 3개의 FTA 연구 그룹을 구성했습니다.제1그룹은 무역규칙을,제2그룹은 투자,서비스,지적재산권을,제3그룹은 무역분쟁 조정,법률문제 등을 집중적으로연구했습니다. 오는 6월 말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양국 대표회담에서 FTA 체결의 가시적인 밑그림이 제시될 것이며 9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협정체결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양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과 칠레 사이의 무역규제가 대부분 철폐되기 때문에서로 보완하며 세계경제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칠레와 한국은 각각 아시아와남미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입니다. ■아시아와 남미가 최근 경제위기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칠레의 경제상황은. 칠레경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아시아와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국가들은 각각 칠레 무역의 30%와 20%를 차지하기때문에 아시아와 남미의 위기로 연평균 7%를 구가하던 칠레의 경제성장도 올해는 2.5%에 머물 전망입니다.다행히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경제전망은밝습니다. ■한국기업은 남미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한국기업의 남미시장 진출에서 칠레의 역할은. 칠레는 한국기업의 남미시장 진출의 관문입니다.칠레는 4,000km 이상의 긴태평양 해안선에 위치해 있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회원일 뿐만 아니라 메르코수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많은 나라들과 이미 자유뮤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칠레의 발달된 금융시장과 통신,항구 등의 사회간접자본을 이용해 한국 기업은 안전하게 남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칠레는 북한과도 수교를 맺고 있는데 북한과의 관계는. 1973년 칠레의 군사쿠데타로 칠레와 북한은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91년에 다시 수교했습니다.칠레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회원으로 북한의 경제난 극복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이미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한편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합니다.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칠레의 국익에도 도움이 됩니다. ■칠레의 전 대통령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재임기간중 살인,고문 등의 혐의로 스페인 검사에 의해 기소돼 현재 영국에서 구금된 상태입니다.이와 관련칠레 국민의 입장은. 피노체트와 그가 행한 군사통치,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도있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습니다.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그가 칠레 법정에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12월 12일 칠레의 대선 전망은. 칠레는 군사독재를 경험했지만 200년 이상의 민주정치 경험을 가지고 있고1988년 이후 민주정치는 정착단계에 들어 섰습니다.집권당인 칠레 민주연정의 리카르도 라고스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이창구기자 window2@
  • 金대통령 현충일 행사·논산 훈련소 방문 안팎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제44회 현충일을 맞아 이례적 행보를 했다.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대전 국립묘지 현충일 행사에 참석했고,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논산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신세대 훈련병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기탄없이 얘기도 주고받았다. ■김대통령의 이날 행사 참석은 현충일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의 차원이다.전후세대들에게 전몰장병과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공휴일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을 뛰어넘어 국가발전에 헌신한 모든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평가하고자 하는 영역의 확대로 이해된다.청와대 한 관계자도 “우리가 단절되어야만 하는 과거를 가진 게 아니라 도전과 응전에 성공한 자랑스러움도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애국심과 국력결집을 되새기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즉 건국·호국·근대화·민주화 세대가 이룩한 공로를 인정,국민통합의 기반을 구축하고 새로운 세기에 도전할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뒤논산훈련소에 도착,간부들을 격려하고 식당에서 훈련병들과 육개장 오찬을함께 했다.김대통령은 “국민 교육장인 이곳에 와서 즐겁다”며 “대통령으로서 전쟁을 하지 않고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다할 것”을 다짐했다.또 손자병법을 인용,“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이 최선”이라며 대통령으로서,장병으로서 한없는 책임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병역비리에 관해 언급했다.“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도 나오지만 서구는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아들을 억지로 군에 보냈고,왕족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동양에서는 양반과 지도층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며 역사의 예를 빗대어 병무비리에 연루된 일부 지도층을 꼬집었다.“군복무는 일생에서 중요하며,앞으로 무얼하든 군에서의 경험이 자랑스러울 것”이라면서 “군생활에서 교훈과 지식,기술을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그리곤 “병역을 기피하는사람들이 있지만,대부분 전정권 때의 일”이라고 지적하고 “어느 때고를 떠나 병무비리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벌하고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다짐했다. 그러자 훈련병들은 “대통령님 화이팅”을 연호하며 김대통령의 약속을 크게 환영했다. 이에 앞서 정남기 훈련소장 등 훈련소 간부들로부터 부대현황을 보고받을때도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기피하고 혹은 군의관을 매수하는 일은 존재할 수도,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병무행정 개선의지를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오찬에 앞선 간부대화와 내부반 순시에서 “한·미군사동맹은어느 때보다 확고하며 포용정책에 대해서도 한·미·일 3국이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훈련병들의 내무생활과 시설 등을 둘러봤다.한 병사가 “내무반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자 모델료를 요구하며 즉석에서 훈련병들과 사진을 찍고 과자와 빵이 든 꾸러미를 선물했다. 한편 대통령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훈련소를 찾은 이희호 여사는 식당 주방과 세탁공장 등을 둘러보며 훈련병들의 위생상태에 관심을 보였다. 양승현기자 yangbak@
  • [대한광장] 瓜田不納履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옷 로비 미수사건이 온 국민과 정계를 짜증나게 하고있다.대통령이 인용한 청와대 여론조사도,법무부장관 유임결정도 민심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으로 비쳐지면서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사결과는 법무부장관 부인의 잘못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이 사건의핵심적 문제인물의 남편인 법무부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검사들의 수사는원천적으로 불신의 소이(所以)를 안고 있어 그 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있다.검찰청이 아니라 법원이라면 이런 인연이 개재된 관계에서는 충분히 법적인 ‘기피사유’에 해당할 것이다. 법무부장관 부인의 행동거지,수사,유임결정이 다 개운치 않다.법무부장관부인의 행태는 뇌물수수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의심받을 만한 얄궂은 정황에처해 있고 동시에 자기 양심과 숨바꼭질한 흔적도 있다. 수사 행태도 의심받을 만한 정황 속에 들어 있다.대통령 부재중에 법무부장관이 자기직책을 건다는 의미에서 조건부로 사표를 내고 비교적 무관한 지방검사들에게 수사를 맡겼어야 하지 않을까?유임결정도 인사권 방어 논리가 뒤섞인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수사발표 이후 모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75%의 응답자가 법무부장관이 퇴진해야 한다고응답한 것을 보면,대통령이 인용한 청와대 여론조사 결과도 빗나간 것 같다.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오류의 위험이 있는 여론조사보다 고전적 ‘분별력’이 필요한 법이다.‘오얏(자두)나무 밑에서는 관을 고치지 말고오이 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라’는 뜻의 ‘이하부정관 과전불납리’(李下不整冠 瓜田不納履)라는 옛말이 있다.이 말은 의심받을 만한 정황에서는의심받을 만한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더 깊은 뜻은 그런 정황을 일부러 피해 마음을 정갈히 하라는 데 있다.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바로하거나 오이밭에서 벗겨진 신발을 줍다 보면,자두나 오이에 손대고 싶은 탐심(貪心)이생기는 법이다. 관을 고치는 척,신발을 줍는 척하면서 자기도 몰래 자두나 참외를 만지작거리다 가까스로 탐심을 억눌렀다 하더라도 그것은 점잖지 못한 ‘양심과의 숨바꼭질’인 것이다.이런 까닭에 공직자윤리강령은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이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행동도 금하고 있다. 아직도 정권주변에 이하(李下)와 과전(瓜田)은 널려있다.고관 부인들과 재벌부인들이 공용차를 이용해 회동한다는 적십자사 ‘수요봉사회’는 뭐고 ‘낮은 울타리’는 또 뭔가? 정경유착의 제2채널 같아 보인다.의심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인 이런 작당은 모두 즉각 종식돼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남편이나 부인이 고관이더라도 그 배우자는 평범한 시민이다. 이 민주적 정치규범을 어겨온 세월이 길더라도 이 정부에서는 이 권위주의적 작태를 단절시켜야 한다.유행하는 ‘혈액검사론’에 따르면 사건에 연루된사람들의 남편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권위주의 정권에 봉사해온 사람들이다. 이래서 구태가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만든 정권이고 어떤 성격의 정권인데,구태를 반복하고 있는가? 어떤 사람은 5년,어떤 사람은 10년,또 어떤 사람은 30년 동안 유혈(流血)의 헌신과 무보수 희생을 치러 이룩한 50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로 탄생한민주정권 아닌가.민주화운동 출신인 한 여당 국회의원은 이 사건으로 인한 따가운 여론의 폭우를 맞고 있자니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그러나 그것은 억울하다기보다 민주화운동 시절 탄압의 편에 섰으나 대통령의 은덕으로 높은관직에 앉고서도 이 은덕에 보답하지 않는 고관들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하루빨리 구태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IMF 고통속에서 이 사건으로 크게 상심한 국민을 위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용퇴’가 속출해야 한다.중산층과 서민의 지지로 탄생한 정권이 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태연/동국대교수·정치학
  • 3인3색의‘키스’옴니버스무대로

    동일한 희곡을 세 연출자가 다른 색깔로 빚는 ‘키스’가 오는 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무대에 오른다. ‘키스에 대한 세가지 담론’인 이 작품은 윤영선이 썼고 김동현 박상현 이성열이 한 파트씩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무대로 97년과 지난 해 대학로를 달구었다. 지난 2일 연습장에서 엿본 ‘키스’는 제목의 선입관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달콤함보다는 대화가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을 끝까지,세밀하게 파헤친다. 먼저 ‘둘이 하는 키스’라는 부제가 붙은 파트 Ⅰ.김동현은 그나마 원작의 대화를 충실하게 지키면서 작품을 끌어간다.부부(김내하·이경선)사이도 말이 겉돌 수 있음을 보여준다.나의 ‘여기’는 너의 ‘거기’임이 분명한데도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생각한다’는 핑계로 아내의 모든 움직임을 누르는 남편과 ‘숨쉬는 것’밖에 허락받지 못한 아내.춤도 춰보고 뛰어도 보지만무료함은 여전하다.마침내 한판의 욕지거리를 주고 받은뒤 묵은 찌끼를 떨치려고 입을 맞추지만 왠지 불안하다. 박상현은 마임으로 ‘키스’를 풀어낸다(파트 Ⅱ-혼자하는 키스).메신저는조각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마임이스트 남긍호.무대엔 뼈대만 있는,기울어진의자가 놓여 있다.남긍호는 자신의 분신을 상징하는 이 의자와 하나가 되려고 다양한 몸짓을 시도한다.하지만 작업은 번번이 실패.하얀 천으로 여자의형상을 만들어 입맞추지만 이 역시 불안하다.내면 속의 자아와의 대화도 불가능해진 현대의 절대적 고독을 시사하는 듯. 마지막 소품은 파트 Ⅲ-멀티 키스.무대는 거리·주방·3류극장·다방 등 4곳이다.사람이 모이는 곳을 골라 ‘의사소통의 불가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11명의 등장인물이 혼자 지껄이는 장면은 ‘대화 단절’의 극단적 예다.하지만 이 소품은 폭소를 자아낸다. 영화감독이 꿈인 주방기구 외판원(이준혁)이 여러 사람들과 말문을 트려고좌충우돌 하는 해프닝은 배꼽잡는 웃음을 던진다.하지만 마지막에 남는건 눈물.그것은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7월4일까지. (02)813-1674이종수기자 vielee@
  • 北京 남북차관급회담 성사배경·전망/ 남북경제협력 전망

    이변이 없다면 이달 하순 남북 당국자가 공식 대좌한다.지난해 4월 베이징회담에서 등을 돌린 당국자들이 1년2개월만에 같은 곳에서 재회하는 셈이다. 다만 2일 계속된 비공개접촉의 막판 산고(産苦)가 마지막 변수다. 지금껏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사유는 여러가지다.본질적 요인은 북측의 고의적 기피자세였다.북측은 체제유지에 부담이 큰 남북대화보다는 미국과의거래를 ‘중심고리’로 삼아왔다.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일관된 포용정책을 펴왔다.상당한 달러를 반대급부로 지불한 금강산관광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포괄적 접근’방안도 햇볕론의 국제화에 다름 아니다.최근 방북한페리 조정관을 통해 한·미·일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전제로체제보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다.때문에 북측이 대화에 응한다면 대북 포용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남쪽과 담을 쌓고서는 당면한 곤경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라는 뜻이다.물론 그러기까지 시차를전제로 해서다. 구체적 차원에선 비료가 끊어진 남북대화의 연결고리가 될 참이다.북측의최악의 식량난이 비료 수요를 촉발한 것이다. 북한의 올 식량부족분은 115만t정도로 추정된다.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총 90만t의 식량을 확보했다. 따라서 올해를 넘기는데는 문제가 없다.그러나 어차피 대폭적인 증산운동으로 내년을 대비해야 한다. 여기엔 남한으로부터의 비료획득이 관건이다.북측도 2일까지 진행된 베이징 막후 접촉에서 줄곧 SOS를 보내왔다는 후문이다.북한이 파종기는 넘겼지만생육기에도 비료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베이징 막후 접촉에서 우리측은 대국적 견지에서 큰 양보를 했다.이산가족 문제와 비료지원을 연계하는 상호주의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지난해 베이징 회담이 상호주의 문제로 결렬된 사실을 감안한 것이다.대신‘선(先) 비료지원,후(後) 이산가족문제 논의’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먼저 선의를 베풀고 북측의 화답을 기다리겠다는 취지다.다른 정치적 의제와 함께 이산가족문제를 차관급 회담의 논의 과제로 넘긴 것이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과제로 보아왔다.반면 북측은 체제동요가능성 때문에 정치적 문제로 간주해 왔다.차관급회담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이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본영기자 kby7@- 남북경제협력 전망 남북한 차관급 회담이 임박하면서 남북경제협력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는 지난해 4월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없애는 내용의 남북 경협 활성화조치를 발표했다.정경분리원칙도 적용,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되는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남북한간 교역,위탁가공과 대북 투자는 부진했다.지난해 교역액은 우리나라로 반입된 북한 물품 9,200만달러,북한으로 반출된액수 5,100만달러 등 1억4,300만달러로 전년보다 43.2%가 줄었다. 위탁가공 무역도 10.2%가 감소했다.대북 직접투자는 금강산과 대우 남포공단을 제외하고는 중단됐다.신규 사업 승인은 작년말 이후 끊어진 상태이다. 이같이 남북 경협이 침체한 주이유는 북한에 있다.북한이 남북간 교역을 공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부간 대화를 기피,교역이나 경제협력을 위한 채널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여기에다 남북경협창구역할을 해온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의 실질적인 기능정지,중공업우선주의로의 회귀,나진·선봉지역개발에 대한 의욕저하 등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도 경협부진의 이유로 지적된다.경제난 가중으로 북한의 반출능력이 떨어진 점도 남북교역 위축 요인이다. 또 국내 기업들도 북한에 대해 종전처럼 의욕을 내지 않고 있다.환란위기로 자금동원능력이 떨어진데다 국내 임금인하로 북한 투자 매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인천∼남포간 배로 물건을 실어나르는데 따른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다.컨테이너를 꽉 채우기에는 물량이 적어 운송비용 부담이 크다.대북 교역은 현재관세환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역지원 금융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기업으로서는 북한과 교역을 하는데 더 많은 자금이 드는 셈이다.따라서 모처럼북한과의 대화채널이 재개될 경우 교역활성화를 위해 남북한 정부간에 교역을 정식 인정하는 절차가 우선 필요하다.여기에 국내 기업들에 대한 무역금융지원과 남북한간 물품의 육로 운송 등이 뒤따라야 경제협력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기자
  • 금감원 내주 대규모 인사

    금융감독원이 다음주 국장급을 포함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당초에는 구속된 박동수(朴東洙) 검사1국장의 후임 등 일부에 그칠 계획이었으나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이 조직정비 차원에서 대규모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금감원 일부 직원들에 대한 내사설이 나도는 데다 일부 국장들의 경우 업무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기강확립 차원에서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특히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4개 감독기관직원들을 무작위로 배치,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일 “이 위원장이 일본 출장에 앞서 인사규모를 늘려 잡으라고 지시했다”면서 “국장급(1급) 직원들을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금감원은 증시에서의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행위를 단절하기 위해 조사인력을 보강하고 그동안 업무 과정에서 혼선을빚은 국장들은 과감히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규모 인사계획이 알려지자 금감원 직원들은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 특히이 위원장이 금감원 출범 당시 능력이 모자라는 간부들은 과감히 물러나게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어 업무파악이 더딘 국장들은 전전긍긍하고있다. 백문일기자 mip@
  • [이어령의 새 천년읽기] 타임 캡슐과 埋香

    변화하는 시대,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다.변해야만이 세계화 지구화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으며 나라의 운명도 여기에 좌우된다.본지가 우리 시대의 지성이자 문명비평가인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李御寧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미래를 내다보는 ‘이어령의 새천년읽기’를 연재하는 것도 이같은 여망을 담아내기 위해서다.이교수의 에세이는 미래를 향해 깊이와 재미를 함께하는 연재가 될 것이다. 타임 캡슐을 묻는다.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업이나 사회단체에서도 땅을 파고 타임 캡슐을 묻자고들 한다.타임 캡슐은 이제 새 천년 맞이 행사의 감초가 되어 버렸다.하지만 천년전의 우리 조상들처럼 후세를 위해 향목(香木)을 묻고 매향비(埋香碑)를 세우자는 사람은 드물다.대체 타임캡슐은 무엇이며매향비는 또 무엇인가.바로 이것이 어쩌면 새 천년의 의미를 탐색하는 우리의 중요한 화두가 될는지 모른다. 타임 캡슐을 맨 처음 땅에 묻은 것은 미국이었다.1939년 뉴욕 박람회 때 웨스팅하우스사는 어뢰모양으로 디자인된 길이 7.5피트 직경 8인치 가량의 캡슐 하나를 땅속에 묻었다. 그 안에는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칫솔 카멜담배 인형과 같은 35종의 일용품,음악,예술을 비롯한 2만3천 페이지 분의 문화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필름이 들어 있었다.그리고 그 한구석에는 미래의 인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도 우리에게 천년이란 상징적 의미로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먼 미래의 시간이다.하지만 미국인들이 생각해 낸 타임 캡술은 천년이 아니라 5000년 뒤에 개봉하여 실제로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된 문화용품이며 그 기록이었던 것이다.타임 캡슐을 묻은지하실은 내열성 유리인 파이렉스로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불활성 질소를 채워 내용물들이 변질되지 않도록 과학적 처리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타임캡슐을 묻은 사실이나 그 자리를 후세사람이 알아 낼 수 있도록 ‘타임 캡슐에 관한 기록'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세계 곳곳의 도서관과박물관에 뿌리기도 했다. 그들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타임 캡슐을 땅에 묻었는가.대체 그들이생각한 5천년 뒤의 세계는어떤 것이었는가.뜻밖에도 그 해답은 우리를 매우 당혹하게 하는 것이다.타임 캡슐의 착상은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H.G웰즈의 미래소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인류의 문명이 언젠가는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전제 밑에 만들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 박람회의 과학 감독이었던 제럴드 웬즈는 “5천년 뒤 지구 문명이 붕괴된다 할지라도 텍스트로서의 캡슐에 의해 그것을 새롭게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으며 실제로 그 타임 캡슐 안에는 미개인과 다름없는 시람들을 위해서 각종 도구나 기계를 만드는 자세한 설명서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폼페이의 유적에서 보듯이 아무리 화려했던 문명이라 할지라도 5천년이라는 긴 세월은 그것을 흔적 없는 폐허로 만든다.위대한 이집트도 로마제국도 모두 그렇게 사라졌다.전쟁이든 지진이든 화산폭발이나 혹은 화성인의 침입이든 위대한 아메리칸 드림과 문명 역시 언젠가는 그 앞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그 가위눌린 악몽 속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아메리칸 드림의 한 파편을 땅속에 묻어두려 한 것이 바로 그 웨스팅하우스의 타임 캡슐이라 할 수있다. ‘20세기를 만든 일용품'의 저자는 그것을 이렇게 적고 있다.“세계가 붕괴하더라도 타임 캡슐을 꺼내기만 하면 인간의 문명 문화는 언제든 부활될 수가있을 것이다.그 문명 문화는 미국 것이 되고 미국의 문명 문화는 세계를 뒤덮게 될 것이다.즉 타임캡슐은 미국 문명 문화의 유전자로서 땅속에 묻혀진것이다.” 5천년 뒤의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땅에 묻은 타임 캡슐이 고작 오늘의 물질 문명,더 좁게는 미국 문화와 문명의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한 패권 경쟁의한 산물이었다면 요즘 아이들의 말대로 얼마나 ‘썰렁한' 이야기인가.그리고지금 미국을 비롯하여 새 천년맞이를 준비하고 있는 유럽 여러나라의 행사내용이 60년 전 뉴욕 세계 박람회 때의 타임 캡슐의 발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면 인류의 미래는 얼마나 어둡고 쓸쓸할 것인가.단지 ‘화성인 내습'이라는 가상 현실이 핵이나 환경호르몬과 같은 지구 붕괴의 이야기로 각색되고 그폭이 넓어졌을 뿐 여전히 서구 근대 문명이인류의 유일 절대의 보편적 문명이라는 신앙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쿨 브리태니카 (멋진 영국) 미국의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미래”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중국”-지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밀레니엄 축제들의 구호를 보면 모두가 자신들의 문화 문명의 자랑스러운 DNA를 시간과 함께 냉동시켜 캡슐속에 밀폐하고 봉인을 찍어두는 타임캡슐의 경쟁을 방불케 한다. 이른바 월드 시스템이 된 오늘의 서구 근대의 백인 문명이 천년을 단위로인류의 문명을 생각할 때 과연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 하는 물음보다는 오늘우리가 누리고 있는 서구 근대문명을 어떻게 천년 뒤까지 유지 지속시켜가는가 하는 것이 지금 이 지구상에 벌어지고 있는 밀레니엄 축제요 그 준비라고 할 것이다. 참으로 인류가 천년 5천년의 앞날을 생각하며 묻어야 할 것은 오늘의 서구문명을 역사의 종결로 생각하는 프란시스 후쿠야마같은 타임 캡슐의 욕망이다. 인류의 멸망과 지구의 붕괴를 가져올지 모를 서구 근대문명의 물질적 기능적 속세주의적 욕망일 것이다.더 추상적으로 말한다면 아메리칸 드림으로 요약되는 오늘 날의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산업주의적 기계관들을 땅에 묻고새 천년을 위한 문화문명의 창조를 향한 비전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냉전상황이 끝나고 세계시장이 이루어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세계화라는 유행어가 2000년을 맞이하여 뉴 밀레니엄이라는 말로 바뀌어가고있는 것은 세계화 자체의 반성이며 글로벌리즘의 한 손 원리로만 가지고는결코 인류의 앞날은 없다는 새로운 의식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글로벌리즘이 지구의 국경을 없애가는 공간의 확충이라고 한다면 밀레니어미즘은 그것과는 대응되는 시간축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2000년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세계화라는 공간 의식속에 천년화라는 새로운 시간의식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는 점이다.국경을 뛰어 넘는 시간 죽이기의 세계화가 자국의 역사와 전통을 단절시키고 민족문화의 DNA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그 번영과 그 문명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래의 희망이라는 IT(정보기술)에 뒤지면 우리는세계화에서 고립된다고말한다.경제든 정치든 모든 것이 세계와 링크(연결)되어 있는 하이퍼텍스트의 상황에서 우리는 절대로 고립해서는 안된다.그러나 개방의 논리속에서 민족의 시간축인 전통과 역사가 두절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것인가. 근대화를 100년동안 해서 서구화한 터키가 지금 어떠한가.탈아입구(脫亞入歐)를 선언하여 근대화대열의 모범국이 되었던 일본이 지금 새천년을 맞이하는 문턱에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94년만 해도 국가 경쟁지수가 3위이던일본이 13위로 급락하는 의미는 무엇인가.그것은 세계화의 개방을 게을리한것만큼 천년화라는 시간의 단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한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타임캡슐을 묻는 것이 어메리칸 드림이었다면 그것에 맞먹는 코리언 드림은 무엇인가를 밝혀야 할 것이다.천년전 한국인의 꿈은 땅속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의식(埋香儀式)으로 상징된다.고통과 가난속에서 천년 전 고려인들이 꿈꿔온 것은 천년 만년뒤 보살이 미래불로 성불하여 인류를구제하고모두가 행복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미륵신앙이었다.불교라는 종교 의식이라기보다 민중들의 생활속에서 우러나온 토착신앙과도 같은 의식이었던 것이다. 어디엔가 고난의 땅 - 이승과 저승이 마주치는 것처럼 갯물과 바닷물이 와닿는 해변가 그리고 왜구들이 끝없이 침범한 은밀한 섬에 매향을 하면 그 나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무쇠처럼 단단해지고 그 향내는 이 지상의 어떤 것보다도 그윽한 침향이 된다는 믿음이다.이렇게 한국인들은 현세의 지속이 아니라 천년 뒤에 올 새로운 생명의 가치와 그 부활의 문화를 위해서 매향비를세웠던 것이다.지금도 국토의 여러곳에서 매향비가 발굴되고 있는 까닭이 바로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우리 조상들은 천년뒤에 올 후손들을 위해서 향기로운 생명의 향기를 창조해 내는 향나무를 묻었다.과학적인 장치가 아니라 바닷물과 지열과 흙의 자연적인 힘이 천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속에서 형성해 내는 나무의 변화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을 밀봉하여 정지된 천년 뒤에 개봉하는 문화가 아니다.붕괴한 뒤에 복고하기 위한 문화,이미 있는 문화가 아니라 우리가 한번도맛보지 못한 이 세상의 그것과는 다른 정토의 맑고 깨끗한 세상이다. 세계화(globalization)의 공간 확충에 천년화(millenniumization)의 시간적 지속이 있을 때 우리의 사회는 완벽한 평화를 이룬다. 새 천년의 새로운 한국은 세계화의 한 손 원리만 가지고는 안된다.거기에 한국의 전통과 민족의창조력을 잇는 천년화의 또 한 손이 요구된다.타임 캡슐만 묻는 새 천년 맞이의 발상에 향목을 묻는 매향비의 새로운 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새천년의 꿈을 두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된다.
  • ‘誤爆사고’ 외교적해결 기미 보인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유고 내 중국 대사관 오폭사고로 빚어졌던 미국과중국간의 적대관계가 10일부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의 격렬했던 반미 시위가 수그러들고 양국이 사태 해결을 외교적으로 수습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정국면으로의 급진전은 클린턴 대통령의 연3일에 걸친 세번의 사과가 주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클린턴 대통령은 10일에도 “다시 한번 중국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심심한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하고 직접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에게 사과할 용의까지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 결과 중국 전역에서 들끓었던 반미 관제성 시위대는 수십만명 수준에서갑자기 수천명 수준으로 줄었고 시위대에 갇혀 내부인들이 사실상 인질상태였던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도 외부출입이 자유로워지는 등 주변 상황이 호전됐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악화된 상황이 급반전된 이면에는 양국 모두가 사실상의 적대관계를 원치 않으며 서로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필요성이 없다는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것이 더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소리 없이 진행되는 빠른 템포의 개혁개방정책에 미국은 단절할 수없는 파트너이며,미국 또한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6·4천안문사태 10주년을 앞두고 군중이 운집하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모여든 시위대가 언제 어떻게 방향을 선회,중국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분위기를 바꾸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중국당국의 겉모습은 미국에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오폭의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함과 동시에 유고 공습중단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간 쌓였던 반미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 클린턴의 사과를 세번씩이나 받아낸 중국으로서는 앞으로 반미감정 분출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한쪽에선 마지 못해 대화에 응하는 식으로 미국과의 대면에 응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hay@
  • [제2공화국과 張勉](22)-지지부진한 혁명과업(上)

    장면(張勉)정부는 실로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를 짊어지고 출범했다.그 가운데 하나가 이승만(李承晩)정권이 남긴 유산을 4월혁명에서 확인된 민의(民意)대로 처리하는 일이었다.이정권이 저지른 정치비리인 ‘6대 사건’과 경제비리인 ‘부정축재자 처벌’이 주요 관심거리였다. 6대 사건이란 ▲4·19 때의 발포 ▲장면부통령 저격 ▲서울·경기도 부정선거 ▲민주당 전복 음모 ▲정치깡패 ▲제3세력 제거 음모 등을 말한다.한결같이 이승만의 장기집권을 노려 국민과 야당을 탄압한 사건들이었다.이와 관련한 재판을 ‘혁명재판’이라고들 불렀다. 혁명재판의 진행은 그러나 순조롭지 못했다.먼저 법리상의 문제가 제기됐다.피고인측 변호사들은 “6월15일 헌법이 개정되었으므로 ‘3·15선거’ 때의 관련법은 효력을 상실했다.따라서 몇몇 피고인은 무죄”라는 논리를 들고나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4월혁명유족회’회원들이 법원에 들어와 규탄데모를 벌이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그러자 변호사들은 재판이 안전한 상태에서 질서정연하게 진행된다는보장이 없는 한 참석하지 않겠다며 출정을거부했다. 혁명재판은 지지부진했고 민심은 부정선거 원흉들이 그냥 석방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장면정부도 사태 진행을 우려했지만 과거 이승만이 했던 것처럼 법원에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다.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존중한다는 뜻에서였다.변호사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설득해 법정으로 돌아오게한 것이 고작이었다. 10월8일 서울지법 형사1부(재판장 張俊澤부장판사)는 피고인 48명에게 1심형량을 선고했다.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13명 가운데 3명에게만 사형을 언도했고,8명에게는 무죄·공소기각·면소(免訴)판결을 내려 풀어주었다. 이에 앞서 마산지법은 ‘3·15부정선거’피고인들에게 사형 등 중형을 내린 바 있어 서울지법의 ‘경미한’ 판결이 불러일으킨 분노는 더욱 컸다.장판사는 훗날 “국민감정과 동떨어진데다 기존 법의 한계를 보인 판결이지만 증거에 따라 당시 법대로만 판결했다”고 밝힌다. 온유하기로 유명한 장면도 이 판결에는 크게 화를 냈다.그는 회고록에서 “나 자신도 분격했다.법조문에 의한 공정한 판결이었을지는 모르나 국민감정에 미치는 영향도 참작했어야 할 것이다.적어도 혁명재판이라는 성격을 띠었다면 말이다.여하간 평상시의 법조문에 의한 것으로도 너무 가벼운 형이었다”고 술회했다. 전국적으로 벌떼와 같은 시위가 벌어지고 3일 후 4·19 부상자들이 민의원에 난입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한다.소급입법으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피고인들을 엄중 처벌하라는 여론이 불길처럼 일어난 것이다. 민의원은 10월13일 ‘민주반역자에 대한 형사사건 임시처리법’을 서둘러통과시켰다.주요 내용은 ▲특별입법을 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하고 ▲관련 피고인들에게는 구속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며 ▲재판에서 석방되더라도 즉시 재구속한다는 것이었다. 특별입법을 전제로 한 ‘임시처리법’이 통과된 뒤 소급입법을 위한 개헌논의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총리로서 장면은 이를 거부한다.보복을 목적으로한 소급입법은 정치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대신 현행법에서 가장 무거운 벌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장면은 민주당 의원들이 소급입법을 놓고 최종 토론을 벌인 현장에서도 강력히 반대했다.심지어 “소급법을 고집한다면 나는 당을 떠날지도 모르겠다”고까지 굳은 결심을 보였다.그렇지만 소급법은 결국 제정되고,장면은 회고록에서 “격렬한 국민감정과 지배적인 공기로 보아서는 이를 안 할 도리가없을만큼 험악했다”면서 “소급법이 가능하게 된 점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심정을 밝혔다. 장면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지 못한 원인은 신·구파 갈등과 소장파 반발 등으로 안정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데 있었다.민주당 구파는 이미 분당작업에 들어갔고 소장파도 공공연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 신·구파로 이루어진 제2공화국 행정부와 의회는 사회적 압력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급입법은 구파의 주도 아래 차근차근 진행됐다.민의원은 10월17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11월23일 통과시켰다.투표에 참석한 200명 가운데 191명이 찬표를 던졌다.부정선거관련자·반민주행위자의 공민권을 제한하고 부정축재자를 처벌하는 소급입법을 할 수 있으며,이를 맡을 특별재판부·특별검찰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후속조치로 부정선거관련자 처벌법,반민주행위자 공민권제한법,특별재판소및 특별검찰청 조직법이 잇따라 연내에 제정됐고 부정축재 특별처리법만 61년 4월 공포됐다. 특별재판소는 61년 1월25일 5개 심판부를 구성,전국 각지의 법원이 맡던 관련사건을 이송받아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이 가운데 제1심판부(재판장桂昌業대법관)는 4월17일 부정선거 사건 피고인들에게 선고를 내렸다.최인규(崔仁圭)전내무장관에게는 구형대로 사형을,이강학(李康學)전치안국장에게징역 15년,이성우(李成雨)전내무장관에게 징역 7년,최병환(崔炳煥)전내무부지방국장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언도했다. 소급입법은 이후 두차례 더 등장한다.박정희(朴正熙)가 만든 ‘정치활동정화법’과 전두환(全斗煥)의 ‘정치풍토쇄신특별법’이 그것이다.둘 다 구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법이었고,제2공화국에서 소급법을 제정한 당사자들이주로 대상에 들었다.이용원기자 ywyi@-실패한 許政과도정부 4월혁명이 난 뒤 장면(張勉)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넉달이 소요됐다.그 넉달 동안 혁명과업의 첫 처리를 맡은 정치 주체가 허정(許政)과도정부이다. 허정정부는 이름 그대로 과도기에 한시적으로 존재했고 따라서 역사·사회발전에 큰 구실을 하리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정권이다.그렇지만 이승만(李承晩)정권이라는 구체제가 무너지고 처음 등장한 정권이라는 점에서,어차피 4월혁명이 제기한 갖가지 혁명적 요구를 수행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사실이다. 허정정부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실패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실제 과도정부가 행한 역할은 스스로 천명한 원칙에도 훨씬 미치지못했다“(孫浩哲 서강대교수 등)고 본다.그 이유는 “4·19 취지에 의거해구체제와의 단절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과도정부 자신과 민주당,그리고 4·19혁명에 참여한 중요한 지식인 및 사회세력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개혁을 위한 타협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崔章集 고려대교수)이다.그 결과 “후계정권(장면정부)에게 제한된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혁명’을 수행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남겨주었다.”(韓昇洲 고려대교수)허정은 서울 각대학 교수들이 시위를 벌인 1960년 4월25일 외무장관에 임명된다.이틀 뒤 이승만이 하야하자 그는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다.대통령승계권을 가진 장면부통령이 4월23일 이미 사임했기 때문이다. 과도정부의 내각수반이 된 허정은 각료진 구성을 마치고 5월3일 ‘5대 시책’을 발표한다.‘반공정책을 한층 더 견실하게 전진시키는 것’을 비롯해▲부정선거 처벌대상은 고위책임자와 잔학행위를 한 자에 국한하고 ▲혁명적 정치개혁을 비혁명적인 방법으로 단행하며 ▲4월혁명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내정간섭’운운하는 것은 이적행위로 간주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전 국민이 이 시기에 위대한 관용을 보이고 그 정력의 전부를 국가의 부강과 국민 공익에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해 정치보복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했다.한마디로 “최소한의 정책변화를통해 현상유지를 담보하는 정책”(최장집)을 편 것이다. 이같은 기본원칙은 각 부문에 그대로 적용됐다.먼저 ‘3·15부정선거’등정치비리 관련자 처리를 이승만정권 때부터 유지된 법원·검찰에 맡겼다.이때문에 ‘혁명재판’성격은 사라지고 국민감정이 용납못할 판결이 잇따랐다. 서울지법 형사1부의 10월8일 선고가 대표적인 예이다.“공판은 장면이 이끄는 다음 정부로 넘겨졌으며,장면정권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의 원인이 되었다”(한승주)‘부정축재자 처벌’도 마찬가지였다.과도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처벌 의지를 여러차례 공표했지만 명백히 ‘축소지향적’이었다.6월 1∼20일을 부정축재 자수기간으로 정했고,7월2일에는 허정이 “부정재산을 정부에 반환하면 형사책임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사흘뒤 부정축재 1차 조사대상자로 기업인18명,기업체 61사를 공개했다. 결국 과도정부에서는 몇몇 사람이 부정축재 사실을 자진 발표하고 축재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그쳤다.장면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과도정부는 부정축재자를 처벌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밖에 ▲고위장성의 반발을 두려워해 군 개혁을 외면했고 ▲민원(民怨)의 대상인 경찰을 민주화하는 방안도 자리바꿈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허정과도정부는 ‘비혁명적인 방법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한다’는 슬로건을내세웠지만 결과는 “사회 내 어떤 부문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무능과 무작위 탓으로 장면이 이끄는 그후의 정권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한승주)말았다.이용원기자
  • 아스팔트로 끊긴 백두대간 야생동물 이동통로 만든다

    도로,댐 등의 건설로 끊어진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남한지역의 백두대간(백두산∼지리산) 곳곳에서 실시된다. 환경부는 국토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 때문에 단절된 백두대간에 야생동물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지속적으로 설치한다는 방침 아래 최근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지침’을 건설교통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97년 10월1일 현재 도로 때문에 끊어진 남한지역의 백두대간은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대관령의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평창군 도암면 구간 등 모두 47곳.대관령을 비롯해 진부령,미시령,한계령,구룡령,죽령,조령,이화령,추풍령,육십령 등 도로가 개설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모든 고개는 야생동물이이동할 수 있는 자연상태의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멧돼지,고라니,노루 등 야생동물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여 숨지기 일쑤다.이동통로 단절은 또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제한함으로써 근친교배를 조장해 열등한 후손이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도록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환경부는우선 지난해 9월30일 86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지리산국립공원 내 전남 구례군 방광리 해발 850m의 시암재에 높이 5m,폭 6m,길이 12m의 지하터널형 이동통로를 설치했다.강원도 양양군 서면∼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해발 1,013m의 오대산 구룡령에는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높이 5.5m,폭 30m,길이 30m의 고가(高架)형 통로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환경부는 시암재와 구룡령을 제외한 나머지 45곳 가운데 5번 국도(경북 영주시∼충북 단양군)가 지나는 죽령,6번 국도(강원도 강릉시 연곡면∼평창군도암면)가 지나는 진고개에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시급하게 설치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자연정책과 鄭裕淳 사무관은 “이동통로는 야생동물의 이동 뿐 아니라 서식지 확대라는 생태학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문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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