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단절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외무부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민진당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돈 봉투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437
  •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2) 귀농으로 부자되기

    [희망의 씨 뿌리기 귀농] (2) 귀농으로 부자되기

    “농사일은 즐겁고 돈이 됩니다. 농촌으로 오면 행복과 성공을 잡을 수 있습니다.”하늘과 맞닿은 마을.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 3리에서 고추농사를 지으며 ‘배나들 크로바 고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문표(52)씨는 1995년 귀농한 뒤 지난해 고추 농사로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린 ‘억대 부농’으로 성장했다. 홍씨는 “좀더 일찍 농촌으로 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모든 것에 만족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한때 대구와 구미에서 ‘잘나가는’ 사업가였다.20여년간 전자제품 대리점과 건설업 등으로 50억원이라는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평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다. 이 여파로 가계수표마저 부도내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형제들에게 8000만원의 빚까지 졌다. 홍씨는 출소 후 가족과 함께 괴나리봇짐을 싸들고 전국을 정처없이 떠돌다 마침내 그해 10월 생면부지의 땅 봉화에서 봇짐을 풀었다. 마침 고추 수확철이었다.“속고 속이는 도시와 사람이 싫어 바깥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3∼4년간 땅이나 파며 쉴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건설업의 경험을 살려 마을 앞 계곡에서 돌을 주워 가족들이 거처할 10평 남짓한 돌집을 지었다. 지붕은 천막으로 덮었다. 이젠 먹고 사는 게 문제였다. 부부는 궁리 끝에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고추농사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홍씨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결국 부부가 함께 품팔이부터 시작했고,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고추재배 교육도 받았다. 고추 관련 책자를 탐독하느라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 주민들은 우리가 정착할 수 있도록 먹거리 등을 챙겨 주었고, 농업기술센터는 농사지식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출장교육까지 해 줬어요.”이 같은 주위의 도움으로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익힌 홍씨는 귀농 이듬해 농사를 시작했다. 밭 2만 4700여㎡(7500여평)를 빌려 대부분 고추를 심고, 옥수수 감자 호박 등도 심었다. 몸 하나 믿고 겁없이 덤벼든 농사지만 그에겐 결코 녹록지 않았다. 새벽에 눈 뜨면 밭에 달려가기 바쁘고, 해거름 때 밭에서 돌아오면 물 먹은 솜처럼 몸을 누이는 일의 연속이었다. 비탈밭에서 익숙하지 못한 농기계를 다루다 넘어져 기계에 깔리는 등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겼다. 고진감래였던가. 첫해 농사부터 대풍이었다.300평당 고추 1000근(한근 600g)을 수확해 일반 농가(300∼500근)보다 수확량이 최고 3배나 많았다. 주민들이 당시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을 정도였다. 책과 강의를 통해 배운 대로 실천하며 ‘죽기 살기로’ 농사를 지은 결과였다. 고추 판로도 문제가 없었다. 서울 등 외지에서 몰려든 피서객들에게 고추밭을 직접 보게 하고 홍보한 것이 수확기에 주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입도 이들과의 직거래로 중간상인에게 넘길 때보다 30%가 많았다. 홍씨의 고추농사는 ‘행복’을 가져왔다. 농사 3년만에 형제들에게 진 빚을 모두 갚고, 양지바른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다. 처음으로 밭 1만 9000여㎡(5800여평)도 장만했다. 농사 5년차부터는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고추·콩 농사를 시작했다. 상류층 5%를 소비 타깃으로 삼았다. 그 뒤 2∼3년에 걸쳐 정부로부터 무농약인증 및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았다. 홍씨의 유기농 고추는 일반 고추(근당 5000원)에 비해 5배 높은 2만 5000원에 서울 현대·롯데 등 유명 백화점에 전량 납품됐다. 콩도 ㎏당 8000원으로 다른 콩(1800원)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렸다. 이들 백화점은 지금까지 단골 소비처가 되고 있다. 웰빙 열풍 때인 2000년에는 3만여평에 기장 수수 율무 들깨 등 웰빙식품 11가지 농사도 시작했다.3년 뒤엔 노후연금보험으로 3200여평에 대추 700그루도 심었다. 지난해까지 어느새 경작지가 12만여평으로 부쩍 늘었다. 홍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안동 학가산 및 영양 일월산 일대 임야 4만평을 임차해 ‘황금알’을 낳을 밭을 조성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씨는 “소천 중·고교에 다니는 딸(2명)들도 도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등급 내에 드는 등 착실하게 잘 커 주고 있다.”며 자식농사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글 사진 봉화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홍문표씨의 성공 귀농 가이드 홍문표씨는 ‘귀농 전도사’다. 자신이 성공한 귀농인으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상담해 오는 도시민들에게 귀농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연간 귀농 상담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다. 무한한 자원과 희망을 가진 농촌이 성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란다. 홍씨는 “도시에서 농촌을 볼 때는 고달프고 암울하고 빚만 지고 사는 줄 안다.”면서 “그러나 농촌은 무한한 자원과 돈이 널린 곳”이라고 소개했다. 도시민들이 ‘땅과 땀’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땀을 흘린 만큼 돈을 가져다 주니까요.” 그래서 그는 농촌에서 성공을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귀농을 주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한다. 홍씨는 귀농 때 최소한의 돈만 가져 올 것을 충고한다. 생산문화가 중심인 농촌에서 소비문화와 전원생활을 즐겨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집과 땅은 먼저 사지 말고 농사를 지어 돈을 번 뒤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사기술은 품팔이와 교육, 귀농 성공자들에게 배우면 충분하단다. “농촌에서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확고한 정착 의지만 있다면요.” 자녀교육 걱정으로 귀농을 망설이는 도시민들에게 그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재능보다 인성위주의 교육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FTA는 우리 농산물을 블루오션화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며 농촌에서 절호의 성공 기회를 잡으라고 권유했다. 봉화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내게 맞는 작물·지역은 오랜 기간 숙고하고 준비한 귀농이 성공하려면 빠른 시일내에 농사일이 본 궤도에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여건과 적성에 맞는 작목 선택이 중요하다. 농사는 자금 회수 기간이 긴 데다 농지 구입과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많은 자본이 들어간다. 게다가 고도의 기술도 필요하다. 먼저 자본이 넉넉지 않다면 무·배추 등 채소나 콩·옥수수·감자 등 식량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낙농, 양계, 화훼 등은 초기 시설 투자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농사 경험이 없는 도시 사람은 귀농후 밭 등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추, 참깨, 땅콩, 감자, 고구마, 마늘, 생강, 가을무, 배추, 파 등이 적합하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과수와 한우, 흑염소, 토종닭 등 축산 작목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동원 가능한 노동력을 감안해 적정 규모의 재배 면적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정보문화센터에 따르면 귀농자 부부 2명의 노동력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재배·사육 규모는 다음과 같다. 벼는 3000∼4000평, 무·배추는 1600∼1800평, 고추와 오이는 1000평, 마늘은 1200평, 대파는 600평, 사과는 5100평, 배는 6000평이 적합하다. 또 소는 170마리, 돼지는 2000∼3000마리, 닭은 1만∼3만마리가 적당하다. 이와 함께 눈높이에 맞는 귀농 지역을 물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향 등 기존 농지가 있는 곳이 낯선 곳보다 농촌생활에 적응하기 수월하다. 본격적인 귀농에 앞서 빈 집이나 노는 땅 등을 알선 받아 영농경험을 쌓은 뒤 정착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좋다. 특히 앞서 귀농해 성공한 ‘선배 귀농자’가 있는 곳은 실패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발언대] 역사속으로 사라진 ‘러 혁명기념일’/박종효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객원교수·역사학 박사

    사회주의이념 혁명을 최초로 성공시켜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이룩했다는 러시아의 ‘10월 혁명기념일’은 러시아의 구력(舊曆)으로 1917년 10월25일 레닌이 영도하던 공산당의 전 명칭인 사회민주노동당(볼셰비키)에 의해 노동자와 군인의 봉기로 성공한 날을 기념한 날이다. 러시아는 이후 오랜 기간 공산당 정권의 유지를 위해 외부와 단절하는 폐쇄정책을 시행하다 1980년대 말 폐쇄정책에 한계를 느낀 소련 최후의 대통령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으로 개방이 되었다.1991년 외부세계에 눈을 뜬 인민의 저항을 견디지 못해 74년 동안 국가의 상징이었던 혁명으로 흘린 붉은 피와 노동자 농민의 낫과 망치가 그려진 국기를 내리고 15개 공화국은 각각 독립국가로 해체되고 말았다. 신생 러시아는 국호를 소비에트 사회주의연방공화국에서 러시아 연방으로 개명하고 매년 국제적으로 성대한 행사를 해오던 ‘10월 혁명기념일’을 1991년부터 ‘화해와 화합의 날’로 개칭하였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10월 혁명이 발생한 11월7일을 국경일에서 슬그머니 빼버렸다. 그 대신 11월4일을 ‘인민화합의 날’이라는 새로운 국경일로 제정하였다.10월 혁명이 이념만을 앞세워 계층간에 분열과 숙청으로 극단적인 상호 증오심과 반목을 조성하고 획일적 집단주의와 폐쇄적 정책으로 인간의 창조적 정신과 자유를 말살해 왔다는 것이다. 이제는 반목과 증오심을 종식하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건설에 다같이 화합하여 참여하자는 뜻에서 ‘인민화합의 날’로 제정하였다고 한다. 이와 함께 소련제국의 해체를 합의한 6월12일을 ‘독립의 날’이라고 선포하였다. 이제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은 국가 발전의 낙후와 이념 투쟁으로 많은 상처만 남겨놓고 한 시대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거꾸로 한국사회는 러시아에서 폐기 처분된 이념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원인과 목적이 무엇이든 극심한 국론의 분열과 반목은 국가 발전의 암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서 시행한 ‘국민 화합의 날’을 교훈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박종효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 객원교수·역사학 박사
  • [HAPPY KOREA] 강진의 천년유산, 비췻빛 미래를 열다

    [HAPPY KOREA] 강진의 천년유산, 비췻빛 미래를 열다

    강진은 고려청자의 발상지다. 고려시대 때 자기를 만들던 가마터 400여개 가운데 200여개가 집중됐었다. 명실공히 ‘고려청자의 본고장’이다. 발굴된 가마터만도 188개에 이른다.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잠정 등록된 상태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배출될 정도로 명품이 많이 나왔다. 당시엔 1만여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강진의 영광은 고려의 몰락과 함께 쇠진, 강진고려청자 시대는 단절되고 만다. 그런 이곳이 최근 ‘부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강진군에서 ‘청자예술문화마을’을 만들어 부흥을 꾀하는 것이다. 강진 조덕현 남기창기자 hyoun@seoul.co.kr ●“선조들의 노하우로 미래를 꿈꾼다” “지금은 쌀 농사 위주로 생산을 하다 보니 주민들의 소득이 형편없어요. 고려청자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봐요.” 대구면 당전마을 이장 조규룡(64)씨는 “수십년 동안 벼농사를 했지만 벼농사로는 ‘떠나는 사람’들을 잡을 수 없다.”며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 대부분이 한우를 키우고 벼농사를 하지만 날로 수입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층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거나 대학에 진학한 뒤에 도시로 나가 정착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이 계속 줄어든단다. 그러던 중 정부가 이곳을 국가지정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계치마을 이장 조정원(69)씨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먹고 사는 것과 교육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지역특화 작물과 도자기터를 활용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희망을 말했다. ●청자문화의 메카가 큰 자산 강진군은 대구면 미산·당전·용문·향동·계치마을 등 5곳을 묶어 ‘청자예술문화마을’로 만들 예정이다. 고려청자를 바탕으로 문화형의 체험·관광마을을 만들려고 한다. 군은 1977년 전통 고려청자의 맥을 잇기 위해 ‘청자사업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귀중한 자산이다. 우리나라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관요(官窯)인 셈이다. 청자박물관과 도예문화원, 체험장, 작업장 등으로 꾸며져 있다. 청자사업소 윤순학 소장은 “고려시대 때는 관청에 청자를 납품하던 ‘대구소’라는 도자기공장이 있던 자리에 사업소를 만들었다.”면서 “38명의 직원 가운데 18명은 도공(陶工)” 이라고 설명했다. 청자사업소는 현재 부활을 추진하는 고려청자산업의 모태가 되고 있으며, 인근에서 활동하는 민간 도예가도 대부분 이곳에서 배출됐다. 청자사업소의 전신인 청자도예지 실장을 맡았던 인간문화재 이용희(69)씨는 “강진의 도자기는 전세계적으로 알아 준다.”면서 “1000년 전의 노하우와 정부의 집중과 선택이 결합해 좋은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곳에선 해마다 9월에 ‘청자 문화제’를 여는데, 문화관광부로부터 전국 5대 최우수 축제로 6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과 관람을 하려는 사람들이 연간 14만∼15만명 가량 찾고 있다. ●천년전 노하우·정부투자 결합 군은 현재의 청자사업소를 주변으로 대규모 고려청자 산업을 일으켜 판매량을 늘리고, 주민의 소득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진군 마국진 균형발전담당은 “세계적인 청자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소위 ‘C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면서 “계획대로 되면 이 일대에는 100여개의 민간 요업체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자사업소 주변에 한옥으로 청자전통마을을 조성한다. 도공들이 머무르고 자기를 제조할 수 있도록 ‘청자예술단지’도 꾸밀 계획이다. 전통 특산물 판매장과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도 추진한다. 민간자본으로 청자체험 녹차 테마파크와 청자세라믹 해수온천 리조트 등 숙박 및 휴양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인근의 논에는 참게를 이용해 친환경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하천도 정비해 생태하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진 강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전통계승 넘어 4년후 350억원 매출 예상” “고려시대 때 강진은 도자기를 활용한 전 세계의 첨단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고려시대 때 강진 청자가 유명했던 것은 점토의 질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점토가 무한정 수준으로 많기 때문에 이런 자원을 가지고 과거의 중흥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유능한 도공(陶工)들이 많아야 한다.”면서 “우선 외부에서 도공을 영입하고, 신진 작가 양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면 저두분교 자리에 강진도예학교를 세울 예정이다. 일종의 예술학교다. 내년에 문을 연다. 강진에 있는 성화대 도예학과와 단국대 대학원에는 도예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세군데에서 신진 양성을 하는 것이다. 황 군수는 이와 함께 고려청자의 대중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청자가격이 비싸다 보니 상업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순수예술 작품을 생산하는 고급화 전략과 하급·중급·상급 등 여러 형태로 고려자기를 생산하는 상업화 전략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구상으로는 청자사업소는 고급품을 만들고, 민간에선 대중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고려청자의 외연 넓히기도 겸한다. 작품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려 수출을 늘리고 결국 주민의 소득증대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전시를 가졌다.6월부터는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지역을 돌며 일본 순회전을 연다. 우리나라 국보들이 1000여년 만에 나들이를 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시카고, 워싱턴DC, 애틀랜타, LA 등에서도 전시회 여는 것을 추진한다. 황 군수는 “현재는 전통을 잇는데 비중을 두다 보니 매출액이 극히 저조하다.”면서 “하지만 4년 뒤에는 3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주민들의 일자리도 늘어 소득이 증대되고 인구가 1000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스쳐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 만들어야 강진군에서 청자예술문화마을로 조성하려는 지역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관광객이 와도 머무를 곳이 없다는 것.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당전마을 이장 조규룡씨는 “고려청자사업소가 들어선 뒤 관광객이 꽤 오는 편이지만 숙박과 상가 시설 등이 없다보니 20∼30분만 돌아보고 그냥 간다.”면서 “거쳐 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상태로는 주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숙박시설이 없고, 또 숙박시설이 없다 보니 잠을 자려는 관광객이 없는 것이다. 일종의 ‘빈곤의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그래서 강진군에서도 민간자본 유치해 숙박시설을 만들려고 적극 나서려고 한다. 현재 대구면에 해수·일반온천이 발굴됐고, 이를 바탕으로 청자세라믹 해수온천리조트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금년 중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차를 활용하고 청자도 체험할 수 있는 ‘청자체험 녹차테마파트’조성도 본격 추진된다. 아울러 일부 주민들 사이엔 가마터를 활용해 황토찜질방 등 휴식 공간을 조성하려는 분위기가 많다. 점토의 질이 좋기 때문에 도자기를 굽는 열기로 황토찜질방을 열면 체험도 하고 건강도 다지는 문화공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환경·생명] 허리끊긴 산…꽉 막힌 생태이동 통로

    [환경·생명] 허리끊긴 산…꽉 막힌 생태이동 통로

    자연을 고려하지 않고 산허리를 끊어놓는 바람에 동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도시 확대와 교통 수요 증가에 따른 도로건설은 동물 서식처를 파괴하고 종(種) 다양성의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도시개발·도로건설 때 생태이동통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치된 이동통로 역시 실제 서식하는 생물종·이동통로 등을 폭넓게 조사하지 않은데다 비(非)전문업자들이 조성해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무늬만 생태이동통로 ●마구잡이 도로건설로 이동권 단절 환경부에 따르면 백두대간을 비롯해 남한지역 9개 정맥을 관통하는 도로만 315곳에 이른다. 산허리를 깎아내리거나 낮은 야산 등을 꿰뚫은 곳까지 더하면 도로건설로 생태이동이 단절된 곳은 수천 곳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8월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생태이동통로는 178개에 불과하다. 백두대간을 바로 꿰뚫는 곳에는 이동통로가 설치됐지만 나머지 단절지역에서는 동물들이 고립돼 있다. 금남정맥(마이산∼계룡산∼부여 부소산)과 금남호남정맥(장수 장안치∼마이산)에는 57개의 단절된 곳 중 2곳에만 생태이동통로가 설치돼 있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 일대 호남고속도로와 68번 지방도로가 금남정맥 산허리를 관통하고 있다. 양쪽 산까지 거리는 50m 정도. 조류를 뺀 동물들은 양쪽 산을 놓고 완전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육교형 생태통로를 만들었다면 어느 정도 동물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는 곳이다. 지방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 공주군 계룡면 23,691번 지방도로 역시 여기저기 금남정맥을 끊어 놓았지만 동물들을 배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전북 진안 부귀면과 완주 소양면 국도 26번 보룡고개 역시 폭 40m, 깊이 25m의 골짜기를 만들면서 양쪽을 서로 다른 세계로 만들어 놓았다. 이동통로가 없는 곳에서는 동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동하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전국 국도 405곳에서 조사한 결과 로드킬을 당한 동물은 포유류 921마리를 비롯해 모두 1147마리에 이른다. 유병호 생태복원과장은 “주요 단절 구간에는 이동통로를 만들거나 펜스를 쳐서 동물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해야 로드킬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이동통로에 나무·풀 안자라 설치된 생태이동통로도 사전 조사를 거치지 않아 엉뚱한 곳에 만들어진 예가 많다. 만들어만 놨지 동물이동 현황을 모니터링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관리가 허술한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생태이동통로 가운데 분기별 모니터링을 하는 곳은 겨우 16곳이다. 지난해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 강원도 정선 백두대간 백봉령 이동통로는 유도 펜스를 도로변에 설치하고 통로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지 않아 동물 유도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남원 여원재, 장수 육십령, 무주 덕산재 등에 설치한 생태통로 역시 나무와 풀이 말라죽고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수로가 깊어 양서·파충류가 탈출하지 못하거나 깎아내린 절벽에서 흙이 쏟아지는 등 보강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생태통로를 만들 때는 실제 서식하는 동식물을 정확히 조사한 뒤 이동이 잦은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생태통로 설치 책임을 지는 도로관리 주체가 건교부-지자체-도로공사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임채환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야생동물 접근이 어렵거나 사람의 이동통로·등산로로 이용되는 곳이 많다.”면서 “주변 생태 특성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동물을 유도할 수 있는데도 단순 토목공사로 진행된 곳이 많아 복원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홍태식 청산조경 사장 주장 “자연환경 복원 전문업종 신설 시급” 생태시설 설치 수요와 예산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공사는 비전문가들의 손에 이뤄지고 있어 자연환경복원전문 업종 신설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다. 홍태식 청산조경 사장은 올해 단국대 대학원 박사학위를 통과한 ‘환경보전을 위한 자연환경복원전문업 도입’ 논문에서 생태복원을 내건 대부분의 사업이 비전문가에 의해 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사장은 각계 설문조사 결과 98.8%가 전문 업종 신설을 찬성했고, 이 업종은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연환경복원전문업무 영역은 생태계 조사·연구, 자연환경복원설계·감리, 자연환경복원공사, 유지관리·모니터링 등이다. 따라서 동물 이동통로 조성, 길 비탈면 훼손 복원사업, 훼손된 습지관리 등은 일반 건설공사가 아닌 자연환경복원전문 공사로 분류, 전문 업자가 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박사는 “생태라는 이름을 내걸고 예산을 따내 주민 편익시설을 설치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생태복원 공사가 단순 토목공사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부 국가자격법에서는 자연환경기술사를 뽑아놓고도 과학기술사법에는 정작 이를 반영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까치고개 생태이동통로 남부순환도로로 나뉜 서울 관악산(관악구 남현동)과 까치산(동작구 사당동)을 잇는 까치고개 꼭대기에 생태통로가 지난해 말 조성됐다. 폭 15m, 길이 80m 규모다. 서울시는 도로 건설로 끊어져 40년 가까이 고립됐던 까치산과 관악산 생태를 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는 동물 이동 통로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육교나 마찬가지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60여명이 통로를 지나갔다. 강아지를 끌고 나온 학생부터 등산객, 동네 아주머니들이 동네 근린공원처럼 이용하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서 이용객은 훨씬 늘었다. 저녁 때 공원처럼 이용하는 주민도 많았다. 돌무덤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는 등 생태통로 흉내는 냈지만 주변 식생과 다른 나무를 심어 놓았고 남부순환도로 소음을 막을 수 있는 시설도 설치되지 않았다. 더욱이 사당동쪽 까치산으로 연결되는 통로 끝에는 게이트볼장이 있고, 바로 아파트 단지 벽을 경계로 하고 있어 동물 이동통로 입지로 적합하지 않았다. 관악산과 까치산을 이어주기에 적합한 장소를 골랐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생태통로의 운영은 엉망이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부 대책은 환경부는 오는 2010년까지 주요 대간·정맥을 단절시킨 도로에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하고 2016년까지 전국 생태축을 연결하는 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생태통로 설치에 앞서 우선 체계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백두대간 외에 9개 정맥 단절 지점의 생태 특성 및 이동경로, 주변 서식지와 연결 가능성 등을 조사해 효율적인 설치 지점을 찾아낼 계획이다. 새로 만드는 도로는 생태 자연도, 야생동물 분포도 조사 결과를 활용해 환경영향평가협의에 반드시 생태통로를 설치하도록 했다. 로드킬 발생 지점에는 지방국토관리청, 지자체, 도로공사 등에 유도 펜스 등을 설치해야 한다. 설치 후보 지점은 최소 1∼2년간 분기별 모니터링을 실시, 생태통로 설치 위치와 목표 종(種)을 선정하기로 했다. 생태통로조사단과 로드킬조사연구센터의 사전·사후 모니터링과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적합한 시설을 설치하는 동시에 예산 확보도 적극 지원한다. 우선 금남정맥과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을 단절하고 지나가는 도로를 대상으로 15곳에 생태통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2010년까지 700억원을 투자해 기존 국도 36곳, 신설 국도 77곳에 생태통로가 설치된다. 도로공사는 724억원을 들여 고속도로에 야생동물 사고방지 및 유도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19) 세계최고 ‘문화대국’

    [프렌치 리포트] (19) 세계최고 ‘문화대국’

    문화를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다. 살다 보면 왜 프랑스를 문화대국이라고 하는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눈길 가는 곳, 발길이 닫는 곳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와 예술품이 가득하고 전국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공연장에서는 사시사철 다양한 장르에 수준높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초여름까지 계속되는 시즌 내내 음악회와 오페라, 연극, 무용 등 각종 공연물이 쏟아진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부럽다는 말 외에는 더 할 말이 없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힘은 내부 문화의 다양성과 외부 문화에 대한 포용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국적 문화요소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프랑스 문화로 통합함으로써 프랑스 문화를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높였다. 이같은 문화경쟁력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국민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모든 장르의 예술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세심하게 정책을 펴나가는 국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프랑스인들은 문화생활을 무척 즐긴다.2005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평균 독서 58권, 영화 47편, 박물관이나 전시장 39회, 연극 16편, 음악회나 콘서트 관람 31회의 문화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연주회장과 전시회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파리의 몽테뉴가에 있는 샹젤리제극장에서는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라디오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번갈아 열린다. 쿠르트 마주어와 정명훈씨가 각각 지휘봉을 잡은 두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수준이 뛰어나고 레퍼토리 선정도 훌륭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최고로 인기다. 가끔 가보면 어느 연주회든 객석은 항상 만원이다. 관객들은 대부분 정기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 시즌의 프로그램 중 원하는 것을 모두 예약한 뒤 여유있게 문화생활을 즐긴다. 센 강변에 있는 그랑팔레에서는 고갱 전시회와 모네와 터너의 인상파그림 전시회 등 좋은 전시회가 일년에 서너차례 열린다. 길게 늘어선 줄에 기가 질려 그냥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많은데 프랑스인들은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줄을 섰다가 전시회를 관람한다. 독서를 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이틈을 이용해 클래식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사한다. 프랑스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것은 미적 감각이 발달하고 예술적 기질이 풍부하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전통적으로 배금주의적 경향이 강한 탓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문화적 소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돈이 많더라도 문화적 소양이 없으면 교양인이나 인격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문화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음악축제, 문화유산의 날, 박물관의 밤 등 문화부가 주관하는 문화 이벤트들은 프랑스가 얼마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음악축제는 하지(夏至) 날을 맞아 매년 6월21일 열리는 행사다. 이날이면 대도시부터 시골 마을까지 프랑스 전역이 들썩인다. 심지어 감옥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 전문 연주인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음악가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악기를 들고 나와 솜씨를 뽐낸다. 클래식부터 재즈, 하드록, 레게 등 다양하다. 루브르 박물관 앞 뜰에서는 국립오케스트라의 무료 공연도 펼쳐진다.1982년 시작된 음악축제는 1995년 유럽 음악의 해를 맞아 유럽 각국에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전 세계 100여개 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음악축제가 여름 축제를 여는 행사라면 9월 중순의 주말에 진행되는 ‘문화유산의 날’ 행사는 가을의 문화 시즌을 여는 행사다. 전국의 모든 박물관과 문화재로 지정된 옛 건물, 고궁들이 무료로 개방된다.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는 엘리제 궁이나 상·하원 건물, 외무부 건물 등 평소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관공서 건물들 중 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들도 이날 시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문화유산의 날 행사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유럽 문화의 날’ 로 지정됐다. 프랑스 문화부는 2005년부터 5월20일에 한밤중까지 박물관을 개방하는 ‘박물관의 밤’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 있는 국립박물관 1700곳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밤 늦게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 이런 행사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국민 모두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런 ‘문화의 민주화’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프랑스는 문화정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를 수립해 실천에 옮긴 나라다. 반세기가 넘게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 온 갖가지 문화정책은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프랑스만의 경쟁력이다. 프랑스의 역대 지도자들은 문화예술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것이 국부(國富)의 원천이 된다는 믿음을 가졌다. 드골 대통령 시절인 1959년 최초의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앙드레 말로는 한발 더 나아가 ‘문화의 발전이 민주주의의 존재조건이자 실천조건이며 동시에 사회적 단결을 가능하게 한다.’고 믿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며 재정이 열악한 연극 등 공연예술이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철학에서였다. 말로가 쌓아 놓은 문화정책의 토대는 미테랑 대통령 시절 더욱 강화됐으며 중도우파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좌파와 우파 사이의 역할 교대가 있었지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전통은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힘이 되고 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英 ‘귀족의원’ 사라지나

    英 ‘귀족의원’ 사라지나

    영국 귀족정치의 유산이자 마지막 보루인 상원(House of Lords)이 색깔과 모습을 확 바꾸게 됐다. 한 번 임명되면 종신까지 귀족 칭호를 받으며 활동했던 상원의원직을 사실상 모두 선거제로 전환하게 된 까닭이다. 영국 하원은 7일(현지시간) 상원을 100% 선출직 의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상원 개편안’을 통과시키는 등 영국 의정사상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일간 가디언 등이 8일 전했다. 하원은 상원의원을 전원 선거로 뽑는다는 방안을 놓고 이틀간 토론끝에 이날 찬성 337표, 반대 224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를 반영한 상원 개혁 관련법안을 만들어 연말쯤 하원에 보내며, 하원은 최종 표결을 하게 된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귀족과 명망가를 중심으로 의원을 임명해온 14세기 이후의 상원 전통이 단절되면서 성격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동안 상원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낸 기부자들이 잇따라 의원으로 임명됐다. 따라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상원이 ‘백만장자 클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하원은 앞서 정부가 제출한 상원개혁안을 거부한 바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의원의 절반가량만 선출직으로 바꾼다는 개혁안을 추진했었다. 잭 스트로 하원의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논쟁만 벌여온 상원 개혁안을 진전시킨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제2야당 자유민주당의 멘지스 캠벨 당수도 “현대 민주주의에 부합하도록 상원을 개편하기 위한 중대 조치를 취했다. 의회와 국가 모두 진보적 견해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태안반도 ‘인공섬’ 된다

    태안반도 ‘인공섬’ 된다

    충남 태안군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굴포운하’가 건설된다. 운하가 건설되면 태안반도가 ‘인공섬’이 돼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섬이 될 전망이다. 태안군은 7일 태안읍 인평·도내리(서산 AB지구 내 부남호)에서 서산시 팔봉면 진장·어송리(가로림만)까지 6.8㎞에 ‘굴포(堀浦)운하’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근 충남도 산하 충남발전연구원에 타당성 및 경제성 용역조사를 맡겼다고 밝혔다. 부남호의 방파제를 터 바닷길을 연결한다. 장경희 태안군 문화예술계장은 “500여년 전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운하를 복원, 관광자원과 물류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운하는 고려 인종(1134년) 때부터 조선시대 현종 때까지 500여년간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됐다. 물자를 싣고 서울로 향하던 배들이 태안 안흥항 앞바다의 험한 뱃길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하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의 공법으로는 많은 진흙과 암초를 처리할 수 없어 포기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태안 인평리 4㎞에 운하를 뚫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굴포는 인공적으로 만든 강이나 포구를 일컫는 말로, 운하가 처음 착공됐던 당시의 이름에서 유래하고 있다. 태안군은 폭 14∼63m, 수심 6m의 당시 계획대로 운하를 건설할 계획이지만 용역결과와 경제성 등을 따져 더 깊고 넓게 뚫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로림만에는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돼 물동량이 크게 늘고 안면도를 비롯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관광객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운하 건설비용이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재원확보가 선결과제다. 군은 사업비 확보문제 등을 들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태안군은 국·도비 확보를 통해 사업비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2012년까지 120억여원을 들여 운하 주변에 당시 운하공법 등을 보여주는 전시관과 굴포운하 역사공원 및 생태공원 등을 조성한다. 굴포운하가 개통되면 태안반도(504.8㎢)는 전체가 바닷물에 둘러싸이면서 제주도(1809.9㎢)에 이어 국내 두번째 큰 섬인 ‘태안도’가 된다. 현재로는 경남 거제도(374.9㎢)가 2위, 인천 강화도(300.0㎢)가 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장 계장은 “안면도도 원래 육지였으나 조선 인조 때 인공으로 육지와 단절시켜 운하를 내 섬이 됐다.”면서 “가로림만과 부남호의 수위가 다르면 갑문을 설치하는 등 첨단공법을 모두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공무원 47% “육아휴직 경력에 부정적”

    공직사회에 육아 휴직이 대폭 허용되고, 인사 규정상으로는 불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 10명 중 3명꼴로 육아 휴직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조직 분위기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앙인사위가 지난해 말 44개 행정기관 남녀 공무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8일 중앙인사위가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조직내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묻는 질문에 31.5%가 ‘사용이 어려운 편이다.’고 답했다.‘육아 휴직이 직장 경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47.1%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다.49%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고,3.9%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부정적인 영향의 유형에는 응답자 모두가 ‘보직 배치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동료에 대한 직장 분위기과 관련해서는 46.0%가 ‘이해는 하지만 일을 떠맡게 돼 불평’이라는 반응이었다.27.7%는 ‘이해하고 동료들이 일을 나눈다.’고 했고,18.9%는 ‘대체인력이 투입돼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육아 휴직을 결정하는 과정에 우려되는 문제점’으로는 조직의 업무 공백(34.3%), 경제적 어려움(26.7%), 개인적 경력 단절(14.1%), 복직 후 인사 불이익(13.4%), 복직 후 적응문제(11.0%) 등을 꼽았다. 한편 중앙인사위가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의 경우,3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공무원 5명 중 1명꼴로 육아 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에서도 육아 휴직이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출산 휴가자는 3008명으로 2005년보다 25.2% 증가했고, 육아 휴직자는 2005년 962명에서 1251명으로 30% 늘었다.2003년 786명,2004년 794명,2005년 962명 등 계속 늘다가 지난해엔 3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공무원 가운데 20.24%가 육아 휴직을 했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은 0.58%에 불과했다. 내년부터는 육아휴직 대상이 현행 ‘3세 미만’에서 ‘6세 이하 취학전’자녀를 둔 공무원까지로 확대된다. 기간도 최대 3년으로 늘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육아휴직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전혀 없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심리적인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南北 스포츠 이벤트성 교류 이제 그만

    봄비와 함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17세 이하 북한 청소년축구대표팀이 20일 입국해 제주 등에서 한 달가량 전지훈련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각별히 반가운 까닭은 지난해 ‘북핵 사태’ 이후 사실상 남북 스포츠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했던 것이 이번을 계기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북한 선수들이 서귀포 등에서 머무는 과정은 교류의 지속성 및 훈련 그 자체의 내적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과거의 일회적인 이벤트와는 성질을 달리한다. 남북한의 역사적인 스포츠 교류 현장, 특히 선수단 동시 입장이나 열띤 응원 등은 좀처럼 잊기 어렵고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교류는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늘 변수의 자리에 머물러 왔다. 물론 북핵 사태나 6자 회담보다 우선적인 위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가 늘 일회적인 이벤트에 머물렀던 점은 매우 아쉬운 노릇이다. 남북 관계 및 동북아 상황이 서서히 나아지고, 좀더 조건이 성숙된다면 스포츠 교류는 독자적인 맥락에서 추진돼야 한다. 또 바로 그러한 진행이 동북아 안정화에 좀더 긍정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책임지는 당사자들이 ‘선수단 동시 입장’이나 ‘한반도기’ 같은 상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기획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인프라 구축, 체계적인 교육, 경기력 강화를 위한 지도자 워크숍 및 전지 훈련 등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남북의 스포츠 교류는 그 실질을 얻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한 청소년 선수들의 한국 전지훈련은 기량 발전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 선수들은 한국을 비롯한 몇몇 팀과 평가전도 치를 예정인데 거창하게 ‘동북아 정세’ 운운할 것도 없이 바로 이러한 실전적 전지 훈련이야말로 남북 젊은 선수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된다. 이제는 아무리 평가전이나 친선대회라고 해도 축구는 축구, 그 자체로 박진감 있게 맞붙어야 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친선이라는 말 때문에 양 팀이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뛰는 것보다 경기를 경기답게 치를 때 관중의 함성도 더욱 커진다. 선수들의 우애도 그 뜨거운 땀방울과 함께 더욱 깊어지게 된다.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선수들이 장기 전지 훈련을 갖는 데다 더욱이 축구라는 땀과 열정의 종목으로 예정된 한 달은 정말 봄이 온 것만 같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캄보디아, 神들의 세상

    캄보디아, 神들의 세상

    킬링필드, 앙코르와트, 크메르루주….‘캄보디아’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그만큼 현대사의 숱한 아픔과 고통을 겪은 나라이다. 또한 위대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나라이면서 대부분 방치됐거나 버려졌다. 15세기에 ‘앙코르’라는 왕도(王都)와 100만 인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전설 아닌 전설만 보더라도 캄보디아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단절의 역사가 반복된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경우만 하더라도 1862년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그 베일의 두께는 한층 더했을 터. 깊숙한 정글 속에 500년 넘게 잠자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발견된 후에도 130여년이 지난 1994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 시작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훼손이 많았던 세월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 일대의 유적이 제대로 복원되려면 최소 10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진단한다. 그만큼 캄보디아는 여전히, 태고의 비밀을 간직한 나라이다. 오늘날 캄보디아 사람들은 국기와 지폐에 앙코르와트를 그려 넣을 만큼 캄보디아의 상징으로 여긴다. 최근들어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모으는 캄보디아 현지를 다녀왔다. 주요 관광지를 소개한다. 글 사진 앙코르와트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9~13세기 고대사원 유적도시 시엠립(siem reap)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수도 프놈펜보다 시엠립를 선호한다. 캄보디아 서북부에 위치해 앙코르 유적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이 도시에는 9∼13세기에 이르는 고대 사원들이 산재해 있다. 시엠립의 앙코르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종교와 역사에 대한 사전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를 할 수도 없거니와 감동도 반감되고 혹자는 더운 날씨에 보는 것마저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 54개 탑과 관음상 200여개 앙코르톰(Angkor Thom) ‘거대한(톰) 도시’라는 뜻을 가진 고대 크메르왕국의 수도.9세기경 크메르를 통일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건설을 시작해 300년 뒤인 13세기초 자야바르만 7세가 완성했다. 1.5㎞ 남쪽에 위치한 앙코르와트와 함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성벽 한변이 3㎞, 높이 8m인 정사각형 모양이며 넓이는 45만평. 주변은 적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파 놓은 약 100m 폭의 해자(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지름 25m, 높이 45m의 중앙탑을 중심으로 54개의 탑과 관음상 200여개가 새겨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원나라 사신 주달관의 기행문 ‘진랍풍토기(眞臘風土記)’를 보면 이곳의 수많은 탑과 불상이 황금도금을 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당시 왕국의 웅장함을 가늠케 한다. 사원에 쓰인 돌은 무려 60만개. 놀랍게도 한 개당 무게가 1t에 달한다. 부처님 얼굴의 거대한 4면 석상이 중앙사원인 바욘(Bayon)과 고푸라(23m에 달하는 성문 입구 구조물)에 얹혀 있다. 앙코르와트가 힌두교 사원이라면 앙코르톰은 힌두교 위에 전파된 불교 색채가 짙다. 10만에 달하는 왕족과 하인들이 이곳에, 일반 백성들은 성 밖에 살았는데 그 수가 100만명이 달해 매우 융성했던 고대 도시였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거대왕국은 15세기 말에 갑자기 사라진다. # 조각예술품으로 가득찬 앙코르와트(Angkor Wat) 우리나라에도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앙코르와트는 시엠립에 분포되어 있는 여러 사원 중 하나. 또한 크메르 미술을 대표하는 탑과 부조 등의 조각들로 가득 차 있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가진 중앙사당은 힌두교 신으로부터 부처님에 이르는 절대자에 대한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앙코르톰처럼 한 변이 1.6㎞인 정사각형 꼴이며 역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지만 전체 규모는 앙코르톰의 4분의1 정도다. 앙코르와트는 1972년 이후 베트남군과 크메르루주 게릴라가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는 바람에 많이 파괴되었다.2000개에 달하던 불상이 겨우 37개 남았다. # ‘스펑´ 나무에 짓눌린 성벽 따프롬(Ta Prohm)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사원.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엄청나게 큰 나무가 성벽 위에서 자라나 벽을 타고 내려오며 땅으로 뿌리를 박고 있는 모습은 마치 나무가 성벽을 집어 삼키고 있는 듯한 괴기스러운 모습이다. 나무뿌리의 굵기만 한 아름이 넘는다. 언뜻 보면 몇 천년은 흘러간 폐허 같지만 나무의 수령은 500년이 채 안된다.‘스펑’이라는 이름의 이 나무의 생장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사원건축에 쓰인 재료는 사암(sand stone)으로 수분을 함유한 다공성의 이 암석이 스펑나무의 씨를 받아들여 기르는 토양 역할을 했다. 왕조가 몰락하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동안 싹을 틔운 나무는 이 성벽이 제공해주는 수분을 빨아먹고 급속히 성장, 성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앙코르의 유적 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 일몰이 장관인 호수 톤레삽(Tonle Sap) 메콩강이 역류해 생겨난 호수. 시엠립 남쪽 교외에 위치해 일몰로 유명한 곳이다. 시엠립 시내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달리면 탁 트인 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논과 습지들을 만난다. 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어 먹고 있고, 수로를 따라 낚싯대를 드리우는 이도 있다. 버스로 한 시간 정도 걸려 당도한 톤레삽 호수는 우리나라의 작은 어촌의 포구를 연상케 한다. 여기서부터 호수까지는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선착장에는 20∼30명의 관광객을 태울 수 있게 개조된 작은 어선급 규모의 배들이 수십척 정박해 있다. 호수로 향하는 폭이 10m가 넘는 큰 강가에 수상가옥들이 줄지어 있다. 수평선이 보이고 집들이 물위에 다닥다닥 떠 있다. 일몰이 장관이다. # 크메르루주 고문기구 전시 톨슬랭(Toul slang) 크메르루주가 제21보안대 건물로 사용하면서 반정부 인사 및 지식인, 그들의 자녀들을 수용하고 고문했던 곳이다. 지금은 당시 시설을 보존해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의 점령기간인 1975년 4월부터 1979년 1월까지 이곳에 끌려 온 1만여명 중 살아 나간 사람은 7명뿐이라고 한다. 감옥 내부에는 고문기구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고, 당시 희생자들이 이곳에 끌려와 찍은 얼굴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 80여개 해골 위령탑 킬링필드(Killing Field) 크메르루주 집권 이전인 1969년∼1973년 사이에 40∼8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미국의 폭격으로 죽었다. 그 고통은 반미 마오이즘을 표방하며 1975년 캄보디아 혁명에 성공한 크메르루주의 집권기에 악순환이 됐다. 크메르루주는 친미 정권에 봉사한 이들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10만명에 이르는 지식인과 시민들을 프놈펜 근교인 이곳에서 처형했다. 8900구의 시신이 집단매장 되어 있는 이곳을 발견한 것은 1980년. 총알이 아까워 쇠막대기로 때려 죽이거나 갓난 아기들을 팜나무의 날카로운 잎에 던져 죽이는 만행을 자행했던 곳이다. 훈센정부가 해골만 모아 높이 80여m의 위령탑을 만들었다. #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5시간 정도 날아가 밤에 내려다 본 ‘고대도시’는 불빛이 거의 없이 깜깜하다. 전력부족 탓이다. 호텔에 도착하면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숙박시설은 충분하다. 깔끔한 1급 호텔이 50여개 정도 있고 배낭여행족들을 위한 하루 20달러 정도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호텔입구는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 기사들로 늘 북적인다. 툭툭을 이용하면 저렴하고 낭만도 있지만 더운 날씨와 흙먼지, 매연을 각오해야 한다. 캄보디아 관광산업은 지난 한해 170만명의 관광객 유치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이 중 한국인 관광이 가장 많다. 캄보디아 여행은 인천-프놈펜, 시엠리아프 직항이 생기면서 3박5일 정도의 일정이 가장 많아졌다. 노인들과 아이들을 동반한다면 건기로 접어들고 날씨도 무덥지 않은 10월부터 3월 사이가 여행에 좋은 시기다.
  • ‘雨요일’도 잊은 ‘은륜 행렬’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하고, 건강을 다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2일 자전거로 출근한 경남 창원시 공무원들은 전용도로가 단절되고, 높은 턱 등 장애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괜찮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자전거로 출근한 공무원은 150여명으로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이날이 자녀들의 개학일인 데다 출근시간에 비가 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호응도가 높았던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창원시는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통근거리가 3㎞ 이내인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3㎞ 이상이면 권장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 1491명 중 3㎞ 이내 통근자가 786명이며,3㎞ 이상은 705명으로 파악됐다. 자전거 출·퇴근제가 처음 시행된 이날 오전 8시를 넘어서자 공무원들의 자전거 행렬이 이어졌다. 같은 시각 출근길 시민들은 시청으로 들어가는 자전거행렬에 시선을 모았다. 잠시 후 8시20분쯤 비가 내리기 시작, 상당수가 옷이 흠뻑 젖었지만 크게 불만스러워하지는 않았다. 강영모(55) 기획과장과 이말순(52) 여성가족과장 부부는 나란히 자전거로 출근했다. 이 과장은 “자전거를 타며 포근한 봄 기운을 직접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근길에 비를 맞은 박완수(51) 시장은 “도중에 비가 내려 그대로 맞았다.”며 “비가 올 때를 대비, 우의를 준비하고 특히 노면이 미끄러워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삼두(52) 행정과장은 “오늘 비가 오는 바람에 자전거로 출근한 공무원은 예상보다 적었다.”면서 “앞으로 자전거 타기를 지속적으로 권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이 한권의 책] 고객의 낭비를 줄여야 살아남는다

    1980년대 이후 줄곧 린 생산과 기업의 린 경영방식과 사고를 연구하고 보급해온 제임스 워맥과 다니엘 존스는 린 경영분야의 세계적인 리더들이다. 이들은 1990년 ‘The Machine that Changed the World’를 출간하면서 도요타 자동차의 제조 프로세스는 기업의 생산 세계를 변화시키는 종합기계와 같다고 갈파하였다. 린 생산 방식은 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모든 업무를 제거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것이 린 경영의 핵심이다. 20여년 연속 흑자로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한 도요타의 이러한 린 경영사고는 이후 자연스럽게 도요타와 일본이라는 기업과 국가를 뛰어넘어 ‘서비스 산업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지역과 국가에서도 도요타의 린 프로세스 창출이 가능할까?’라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저자들은 ‘린 싱킹(Lean Thinking,1996)’이란 저서에서 이같은 도전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저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 창출과정에 집중되어 있었다. 경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기업이 창출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이며, 생산과 소비는 단절된 과정이 아니라 연속된 프로세스라는 사고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생산자 입장에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만족 경영을 외치고 고객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지만 린 경영의 관점에서 고객의 소비 프로세스와 생산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다양한 상품들이 매일 생산되고 유통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내게 꼭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 구입한 컴퓨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프린터와 연결이 되지 않아 애로를 겪으며, 병원이나 공항에서는 서비스를 받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집근처에 있는 편의점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 할인점보다 비싸게 팔고 있으며, 대형 할인점은 필요이상의 많은 양을 한번에 구입하도록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때에 손쉽게 구매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여 다른 제품을 구입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면서 다른 유통점을 찾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린 생산이 많은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었고 전자상거래, 식스시그마, 공급망관리기법(SCM) 등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발전하였지만 아직도 ‘소비’와 ‘공급’의 불균형은 여전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방법은 없는 것인가. 필자는 2005년 가을 ‘린 솔루션’을 처음 접하고 연구의 새로운 광맥을 발견한 기쁨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적이 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우선 제대로 된 소비와 공급과정에 대해 살펴보며 건강, 신발, 전자, 유통, 여행,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가 정말로 원하는 솔루션에 이르기 위한 여러 이슈들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린 솔루션에서는 기업의 공급이 생산 후 고객의 소비 프로세스에 어떻게 연계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생산 프로세스의 발전이 과연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평가받으며 소비자에게 많은 가치를 돌려 주고 있는가.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을 기다리거나 찾아 헤매지 않고 합당한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린 솔루션을 통해 소비와 공급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주상호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 “北 마약거래 지원 확증 없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그동안 북한이 저질러온 것으로 주장했던 각종 ‘불법 행위’들에 대해 다소 변화되거나 애매한 평가들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의 마약 밀매 여부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과거에 마약 생산 및 거래 등 범죄활동을 지원해 왔을 수는 있지만 확증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지난 2004년 이후 몇년 동안 마약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물증은 없으나, 마약거래를 중단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해 일본 언론들이 북·중 국경지역의 마약거래에 대해 많은 보도를 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사실일 경우 북한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거래가 아니라 소규모 마약거래에 개인들이 관여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의 마약 밀매 여부는 오는 5일부터 뉴욕에서 시작되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인권, 위조 지폐 및 돈세탁, 가짜 담배 등 다른 이슈들과 함께 다뤄지게 될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에 국무부의 공식 보고서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그러나 이날 발표된 마약 보고서를 비롯해 국무부가 연례적으로 발행하는 인권보고서, 성매매 보고서 등 각종 보고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거나 목격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록하는 등 신뢰성에 의심을 받아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원인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에 대한 평가도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북 특사를 지낸 조지프 디트러니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관은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데는 아직도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강한 확신은 아니며 중간 정도의 확신만 있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 “日 역사적 진실 존중·실천 필요” 노대통령 3·1절 기념사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제8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 기념사에서 “우리는 일본과 사이좋은 이웃이 되기를 원한다.”면서 “경제·문화 등에서 이미 단절하기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3·1절 메시지는 예년처럼 일본을 겨냥한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완곡한 표현에서 보듯 비판 수위가 한층 낮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점을 감안한 수위 조절인 듯싶다.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무엇보다 역사적 진실을 존중하는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면서 “역사교과서,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참배 같은 문제는 성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양심과 국제사회에서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는 선례를 따라 성의를 다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길이 될 것”이라며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아직도 일본의 일부 자치단체는 러일전쟁 당시 무력으로 독도를 강탈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지난날의 과오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나아가서는 역사를 그릇되게 가르치는 일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우리 국력과 역사의 대세에 대한 확신을 갖고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광통교 다리밟기 81년만에 부활

    청계천 광통교의 다리밟기 행사가 81년만에 부활한다. 중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행사였던 광통교 다리밟기 전통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오는 4일 다리밟기 재현과 민속 세시풍속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 한마당을 꾸민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육백년사’에 따르면 일정한 격식을 갖춘 다리밟기 놀이가 중단된 것은 1925년. 이후 광교와 수표교에서 간헐적으로 다리밟기가 이뤄지다가 1950년대부터 아예 사라졌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문화말살정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구는 청계천 복원으로 광통교도 새 모습을 갖춤에 따라 단절된 다리밟기 행사를 복원하기 위해 광통교다리밟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들로부터 고증을 받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광통교 및 주변 지역에서는 세시풍속 한마당이 열린다. 서울 도심에서 제기차기, 윳놀이, 떡매치기, 소망고치기, 팽이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오후 5시에는 다리밟기 기념식이 열린다. 이어 ‘광통교→광교→광통교→모전교→광통교’ 코스의 1㎞ 구간에서 다리밟기가 진행된다. 쥐불놀이, 강강술래와 함께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주변에는 먹거리 장터도 마련돼 조선시대 ‘답교 놀이’ 풍경이 재현된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니스 이종수특파원|‘고엽’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는 “축제는 계속된다….”고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지구촌은 1년 내내 축제가 거의 끊이지 않는다. 봄·여름·가을에는 연극, 영화, 마임, 길거리 연극제, 현대·고전 무용과 음악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축제와 페스티벌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겨울이 되어도 ‘인류의 열정’은 끝나지 않는다. 유럽·남미 등 곳곳에서 카니발로 흥분을 이어가면서 대중들은 늘 ‘일상의 전복’을 꿈꾼다. 중세시대에 시작돼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니스 카니발(2월16일∼3월5일) 현장을 가봤다. 프랑스 남쪽 니스의 쪽빛 바다가 카니발 열기로 뜨겁다. 브라질의 리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불리는 니스 카니발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개막됐다.7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근대적 형태의 카니발로는 123회를 맞은 니스 카니발은 올해의 왕(인물)으로 ‘럭비복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선정했다. ●‘올해의 왕´ 자크시라크 대통령 선정 개막 첫날. 저녁 8시부터 관람객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7시30분부터 개막식인 ‘왕의 도착’을 위해 교통이 통제된 상태다. 9시가 되자 해안가에 만든 관람석은 벌써 꽉 찼다. 축제에 참여한 네 그룹의 학생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관객들 앞에서 흥을 돋운다. 이들이 신명난 음악 속에 군무를 펼치자 관람객 어깨도 들썩거렸다. 9시30분이 되자 거대한 시라크 대통령 인형을 태운 마차가 움직였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서 환호성이 터진다.17일 동안 도시를 ‘흥분의 난장(亂場)’으로 만들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 앞에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은 선무단 1000여명이 열정적 춤을 추며 행진했다. 흥을 못이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반대편 거리의 방문객들도 신명난 모습이다. 여기저기서 봄브(실 모양의 고체 스프레이)와 콩페티(종이꽃가루)가 날린다. 순간을 담으려는 듯 플래시도 쉼없이 터진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영국에서 왔다는 주부 빅토리아는 “영국 카니발보다 더 재미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분의 30분이 지났다.‘열기의 밤’이 저물고 있다. 그러나 열정을 식히지 못한 부부나 연인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고 있다. 니스시 공무원이라는 스코르시파 부인은 “일상생활에 눌린 흥을 발산하는 잔치”라며 “개막식이 짧은 게 늘 아쉽다.”고 말한다. 이어 “알롱 당세(춤을 춥시다).”라며 남편 손을 끌고 춤을 이어갔다. ●벨기에·덴마크 거리극단도 참여 지난 27일. 카니발의 백미인 ‘꽃 전투’가 펼쳐지는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가 꽃밭으로 변했다. 화훼장식가 20명이 자기가 만든 ‘꽃수레’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수레에는 화사하게 분장한 1인 혹은 2인의 모델들이 다양한 국적의 옷을 입고 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열기가 고조된다. 아를에서 온 8명의 기마대가 꽃마차 행렬의 길을 열어준다. 체코 군악대, 벨기에 마법사단 등도 따라온다. 그 뒤를 브라질·아프리카·아시아 복장을 한 무희들이 민속춤을 추면서 열기를 고조시킨다. 마침내 관객들의 환성 속에 20대의 마차가 움직였다. 관람석을 지나면서 이들은 미모사꽃 등을 던진다. 두번째 거리를 돌 때는 수레에 장식된 모든 꽃을 던진다. 관객들도 내려와 꽃받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학자이자 카니발 조직위원인 안 시드로(50)는 “이 지역 전통 행사 가운데 하나인 ‘꽃 전투’를 재현한 것인데, 요즘엔 그냥 관객에게 던지기만 한다.”며 “세계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밤 9시가 되자 15만개의 전구가 메세나 광장을 밝혔다. 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빛의 행렬’이 시작된 것. 조직위가 선정한 20명의 인물을 닮은 거대한 인형을 태운 수레 20대가 관객들 앞을 지나갔다. 올해 왕인 시라크 대통령의 마스크를 비롯, 집권당 대선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풍자한 대형 인형도 보인다. 그 앞을 덴마크·벨기에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거리극단과 뮤지컬단이 재주를 뽐낸다. 광장을 한바퀴 돈 이들은 관객 속으로 들어와 함께 어울렸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고 무대가 따로 없는 순간이다. 대형 인형 퍼레이드와 전시회, 길거리 퍼포먼스와 공연 등이 재연되면서 잔치는 5일까지 계속된다. vielee@seoul.co.kr ■ 세계의 겨울 축제 어떤게 있나 |니스 이종수특파원|일상생활과 단절하려는 인간의 ‘끼’는 겨울에도 쉬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카니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 부활절 40일 전인 사순절 금욕기간 전에 고기를 먹어치우며 지배층을 조롱하고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풍습에서 비롯한 카니발은 원래 종교적 색채가 강했으나 이후 점차 세속화됐다. 대표적인 것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화려한 의상의 무용수와 휘황찬란한 퍼레이드, 흥겨운 삼바 음악과 춤이 특징이다. 주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4일 동안 열리는데 새벽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제를 벌인다. 브라질 국민들은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1년을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축제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일명 ‘가면축제’로 불릴 만큼 다양한 모양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또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 거리와 골목마다 무도회와 뮤지컬, 연극, 춤 등이 펼쳐진다. 이밖에 프랑스의 샤랑트, 벨기에 뱅슈 등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카니발이 이어진다. 카니발은 아니지만 2월의 대표적 축제로 프랑스 남부 망통의 레몬 축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또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2월 말부터 8일 동안 열리는 ‘꽃송이 세기 축제’와 1월 말∼2월 초에 열리는 ‘카니발 드 퀘벡’도 이색적인 잔치다. 아시아의 겨울 축제로는 지난 24일 시작한 ‘타이완 등불축제’,3월에 시작하는 인도의 ‘구디 파드마 축제’ 등이 있다. vielee@seoul.co.kr ■ 베르나르 모렐 조직위원장 인터뷰 “말하고 싶은 것 풍자… 자유정신 구현” |니스 이종수특파원|“현대는 자유의 시대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풍자하고 싶은 것을 풍자할 수 있죠. 여기에 니스 카니발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니스 카니발의 베르나르 모렐(60) 조직위원장.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정신없이 분주한 그를 27일 니스 관광사무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니스 카니발의 인물인 ‘스크럼을 짠 거대한 왕’에 대해 “프랑스의 올해 주요 행사는 세계 럭비대회와 대통령 선거다. 공통점이 있다.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이벤트를 아우르는 게 올해 니스 카니발의 주제라고 말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 인형에 대해 “그의 인형을 잘 봐라. 웃고 있지 않으냐.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의 근거없는 낙관주의를 꼬집은 것이다. 카니발을 찾은 사람들은 저 모습을 보고 원없이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과는 다른 니스 카니발만의 독창성을 물어보았다.“베니스는 전통적이고 연륜이 오래됐다. 우리보다 유명하고 세련됐다. 리우 카니발은 열정적인 게 특징이다. 반면 니스 카니발은 비판과 미학정신이 결합됐다. 그래서 해마다 주제를 정할 때 고심한다. 또 모든 프로그램이 거리와 광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준비기간을 물었더니 “1년 내내”라고 말한다. 이어 “카니발이 끝나자마자 내년 준비에 돌입한다.”며 “거의 세 달은 겨울잠을 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조직 정비, 다음해 주제선정 등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이어 “올해도 프랑스와 외국의 유명한 만평가들이 60점의 작품을 보내왔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 가운데 20작품을 선정해 대형 인형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시라크 대통령은 물론 니콜라 사르코지, 세골렌 루아얄 등 유력 대선 후보들도 포함됐다. 이들의 대형 마스크를 태운 마차가 조명 속에 행렬하는 프로그램이 니스 카니발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니스 카니발의 예산은 500만유로(약 60억원). 입장권 등 자체 수입 200만유로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니스시가 주로 지원하고 소액의 후원금이 보태진다. vielee@seoul.co.kr
  • 남북 장관급회담 개막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7일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시작됐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됐다. 나아가 북핵 6자회담 ‘2·13합의´ 이후 처음 열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한동안 단절됐던 남북관계 정상화 및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대표단 50명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했다. 북측 차석대표인 주동찬 민경협 부위원장 등의 영접을 받은 남측 대표단은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했으며, 이 장관은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와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장관은 “밑에 얼음 있는 땅을 잘 디뎌가면서 회담을 하면 잘 될 듯하다.”고 말했고, 권 참사는 “봄이 오고 겨울이 갔다고 해서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북남관계 특성상 민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측 대표단은 이어 지난해 10월 이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북측 박봉주 내각총리가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평양공동취재단·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7% 성장이라는 신기루/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7% 성장이라는 신기루/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2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7% 성장 가능성을 캐물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약으로 내건 7% 성장의 허구성을 이 총재의 입을 빌려 공격하겠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에 이 총재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예봉을 피해갔다. 하지만 속내는 ‘불가능하다.’로 봐야 한다. 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노동력 증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단기간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통령선거전에서 7% 성장이 경제분야의 으뜸 화두가 될 것 같다.7% 성장 공약을 내세웠다가 4년 평균 4.2%의 성적밖에 올리지 못한 노무현 정부는 “5% 이상은 어렵다.”고 단언한다.‘나는 7%로 유권자들을 속였지만 더 이상 속이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선주자들로서는 7% 성장 공약을 도로 물리기란 불가능하다.7% 성장에는 과거 고도성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향수와 더불어 참여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질타, 희망의 메시지가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의 성장은 가능할까.7% 성장은 현재 4.5∼5%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7%로 끌어올린다는 뜻이다. 어떤 경제학자들은 자본과 기술, 노동 등 생산요소별 투입량을 조금만 높이면 잠재성장력을 7%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투자 증가율을 3%포인트, 경제활동참가율을 2%포인트 높이고 민간소비를 지금보다 2%만 늘리면 가능하다는 계산서를 제시한다. 어떤 이는 규제를 풀어 5대 그룹이 쌓아둔 현금성 자산 20조원 중 3분의1만 투자하도록 한다면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비스분야의 규제 완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측도 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역시 이러한 산술적 계산을 근거로 7% 공약을 장담하는 듯하다. 하지만 산술공식과 경제 현실은 별개다. 산술공식대로 성장률이 현실화되려면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수많은 정책이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테면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는 것은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데다, 경영권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모델을 보장해주려면 수도권집중 규제를 비롯, 환경·노동시장 등 각종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또 경영권 위협에서 해방시키려면 출자총액제한제, 재벌소유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등 모든 재벌규제를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려면 먼저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고리가 단절되면서 성장과 일자리의 함수관계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과거의 도식에 따라 5% 성장이면 3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신규 일자리는 30만개를 밑돌았다. 이밖에 서비스분야 규제 완화는 교육평준화, 의료사업 영리화 등과 맞물려 있다. 결국 7% 성장의 열쇠는 정책내용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정책이 빠진 리더십 강화나 규제완화, 정부 규모 축소, 감세 등의 주장은 한마디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은 어떤 법을 개정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것인지 정책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문가 집단도 정책의 현실성 여부를 따져야지 숫자놀음으로 신기루에 편승하려 해선 안 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정부, 중유 5만t 지원절차 착수

    정부는 북핵 ‘2·13합의’에 따라 북측에 제공할 중유 5만t을 지원하기 위한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키로 하는 등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5만t 지원에 드는 비용은 중유에 함유된 유황 비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수송비를 합쳐 2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26일 이런 방침을 밝히고 “오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북핵 6자회담의 ‘2·13합의’의 비핵화 초기조치가 이행돼야 쌀·비료 등 대북 지원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쌀·비료 등의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비핵화 초기조치 이행기간인 4월 중순까지는 쌀·비료 등이 북측에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2·13합의에 따른 북핵 초기단계 조치가 이뤄져야 대북 쌀·비료 등 지원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비료는 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고, 쌀도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쌀·비료 등의 지원 문제를 넘어 핵문제 해결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십자회담 및 경추위, 군사회담 등을 정상가동하고 장관급회담은 정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지원은 6자회담 진전과 남북관계 진전 상황, 국민의 이해 등을 감안해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장관급회담이 제 역할을 해서 비핵화 조치를 가속화시키는 등 6자회담과 남북회담이 서로 선순환적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20차 북남상급회담, 단절된 관계 정상화 토의’라는 기사에서 이번 회담에서 참관지 제한 철폐 등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는 문제가 중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남북장관급회담 재개에 발맞춰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다음 달 1일부터 2박3일간 방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2·13합의 이행방안 등에 대해 협의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살림살이 여전히 ‘팍팍’

    살림살이 여전히 ‘팍팍’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데, 왜 가정경제의 주름은 펴지지 않을까.” 40대 회사원 김모씨의 의문이다.4인 가족의 가장인 김씨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것은, 연간 8만달러(7520만원, 환율 940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으로 단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의 명목수입은 몇년째 4000만∼5000만원에 고정돼 있다. 최근 김씨처럼 거시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5%를 달성했지만, 실제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탓이다. 이유가 뭘까. ●유가상승으로 교역조건 나빠져 이에 대해 안길효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소득팀장은 “국민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의 괴리에서 발생하고, 그 괴리는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활동의 정의에 따르면 국민총생산과 국민총소득은 일치해야 한다. 실제 2002년 GDP와 GNI는 모두 7.0% 성장했다. 그후 두 거시경제지표는 괴리가 발생해 2005년에는 GDP(4.0% 성장)와 GNI(0.5% 성장)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 차이에 대해 안 팀장은 “수출상품의 가격은 낮아진 반면 고유가로 수입단가가 크게 오르면서 최악의 교역조건이 매년 갱신되고 있다. 즉, 교역조건의 악화로 2001년 이래로 무역손실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안정되고 있어서 지난해 GNI 성장률은 2.1∼2.2%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전체 GDP의 10∼15%를 차지하는 공공행정서비스와 국방서비스의 확대도 실질 GNI를 낮추는 요인이다. ●수출·내수 연결고리 단절 수출의 호조가 내수로 연결되지 못하는 사회환경을 원인으로 찾기도 한다. 과거에는 수출호조가 투자·고용을 촉진시키고, 이것이 소비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연관관계가 약화됐다.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수출은 8.3배 늘었지만, 내수는 겨우 2.03배 늘었다. 임호열 한은 구미경제팀장은 “수출과 내수의 비연결성이 독일·일본보다도 더 심화된 형태”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비슷한 기간에 수출이 2.4배, 내수는 19% 증가했고, 일본은 2001년 이래 수출은 51%, 내수는 4% 성장했다. 연계 약화는 설비의 자동화,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중간재의 해외조달 등으로 고용창출의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독일의 경우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제조업의 생산이 20% 늘었지만 고용은 40%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6년간 제조업 생산성은 3.8배가 늘었지만, 고용은 13% 감소했다. 고용수 한은 아주경제팀장은 “수출호조가 내수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통 소매업·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