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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올 280억 들여 도시녹화

    부산시가 도심 숲가꾸기 사업을 본격화한다. 시는 ‘명품도시 그린 부산’ 조성을 위해 ‘2010 그린 부산 추진계획’을 수립, 본격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올해 도시녹화사업에 170억원, 도시 숲 조성에 110억원 등 총 280억원을 투입한다. 녹화사업은 5개 유형 85개로 가로수 정비사업, 도로 중앙분리대 및 고가도로 밑 녹화, 화단과 녹지 녹화, 학교공원화 사업, 도시 숲 조성 등이다. 시는 가로수 정비사업으로 우선 낙동강로, 광복로, 부두로 등 3곳의 불량 가로수를 전면 교체하고, 석대로 (농산물 도매시장~새반송 구간 2㎞)에도 지형에 맞는 나무를 심는다. 특색 있고 걷고 싶은 가로수 길 조성을 위해 중앙동(중부경찰서~롯데백화점 광복점 800m 구간)에 다양한 계절감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조성할 방침이다. 중앙로 등 시내 5개 주요 간선로 중앙분리대 3.6㎞와 동서고가도로 밑 등 4곳 2.3km에도 나무 등을 심어 단절된 산과 도시를 생태적 녹지축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밖에 사상구 광장로 등 24곳 12만㎡에 화단과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시내 중심지 등에 있는 초·중·고교 등에도 공원을 만들어 주민 쉼터로 제공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 숲을 조성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고용대책, 더 좋은 일자리 고민이 부족하다

    정부가 어제 첫 국가고용전략회의를 갖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전략회의가 당·정·청의 고용관련 부서를 망라하는 만큼 날로 심각해지는 고용문제의 해결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처별 유사·중복 일자리 사업이 통폐합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 역시 과거의 일자리 대책과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일자리 양산에 편중돼 있고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당장에 일자리를 많이 늘려 고용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근로 및 구인 유인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1년간 취업장려수당을 취업자 본인에게 지급하고, 상시고용인원을 늘린 중소기업에 증가고용인원 1인당 일정금액을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고졸 이하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전문인턴제를 도입해 올해 안에 1만명 이상이 채용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단기적인 특별고용 부양책을 통해 신규 취업자 수가 당초 20만명에서 5만명 이상 늘어난 ‘25만+α’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당장 고용률 수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우리가 현재 처한 고용난은 구조적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전반적 제도 개혁 차원에서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노동시장은 경제·산업 구조가 고용창출력이 낮은 데다 노동인력의 양적·질적 수급 불일치가 심각하다. 이를 해소하려면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고용 창출여력이 큰 서비스부문의 선진화에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과 근로 빈곤층을 위한 맞춤형 고용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단기대책에만 주목하면 경제 효율성이 낮아지고 노동시장이 교란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더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 [씨줄날줄]페드로 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페드로 판/이순녀 논설위원

    1960년 11월 미국 가톨릭 마이애미대교구의 브라이언 월시 주교에게 한 쿠바 소년이 찾아왔다. 열다섯살 소년의 이름은 페드로. 쿠바 혁명으로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자 부모는 소년을 마이애미의 친척에게 보냈다. 그러나 가난한 이민자 친척은 그를 돌볼 수 없었고, 소년은 주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플로리다 주에는 자식만이라도 자유의 땅에서 살게 하려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으로 페드로처럼 혈혈단신 쿠바를 빠져나온 무연고 아동이 상당수였다. 월시 주교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쿠바 아동을 집단 이주시켜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60년 12월26일부터 1962년 10월23일까지 총 1만 4000여명의 쿠바 어린이가 마이애미 땅을 밟았다. 1961년 쿠바와 국교를 단절한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지원했다.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소년의 이름과 동화 ‘피터 팬’의 스페인어를 딴 ‘페드로 판’(Pedro Pan) 작전으로 불렸다. 전쟁, 지진, 테러 등 지구상의 모든 재난에서 최대의 희생자는 언제나 어린이다. 작고, 힘없는 아이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전쟁고아, 재난고아의 힘겨운 멍에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6·25전쟁 직후 수많은 전쟁고아들을 해외에 입양시켜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8만 80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는 560명의 지진 고아가 생겨났다. 당시 쓰촨성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고아 20명은 사건 발생 1주년인 지난해 5월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최악의 지진 참사로 고아가 된 수천명의 아이티 어린이를 돕기 위해 제2의 ‘페드로 판’ 작전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티가 프랑스어를 쓰는 점을 고려해 ‘피에르 팡’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무연고 아이티 어린이들을 플로리다로 집단 이송해 임시보호시설에서 돌보면서 가족을 찾아주거나 양부모를 맺어줄 계획이다. 마이애미 대교구를 중심으로 플로리다 사회복지, 교육 당국이 적극 나서 임시보호시설 후보지 4곳을 물색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입양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네덜란드는 재난 이전에 입양 승인이 난 어린이 100명을 신속히 데려오기 위해 특별기를 띄울 계획이고, 미국도 임시 비자를 발급하는 등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아이티 어린이들이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세계인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울산 농어촌공사지사 통폐합 반발

    한국농어촌공사가 정부의 경영선진화 방침에 따라 울산지사를 경남 김해양산지사와 통폐합한 뒤 ‘울산지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 농업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울산지역 농업인단체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최근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연내 전국 93개 지사를 70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다음달부터 울산지사를 경남 관할의 김해양산지사로 통합한 뒤 울산지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승은 한국농업경영인 울산시연합회장 등 농업인 대표들은 이날 농어촌공사 본사(경기 의왕시)에서 이상용 부사장과 면담을 갖고 울산지사 존치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들은 지역 농업인 및 지자체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통폐합 계획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지역 농민들과 함께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울산쌀전업농연합회도 “광역 행정구역이 다른 울산지사와 김해양산지사를 통폐합하는 것은 지역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울산은 농경지 대부분이 산악 및 구릉평야일 뿐 아니라 수리시설물도 광범위하게 산재돼 있어 시설의 현대화 등 각종 사업 시행을 위해 울산지사 존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농어촌공사 울산지사 노조도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울산지사가 김해양산지사로 통합되면 광역·지역특별회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의 예산 및 업무협조가 단절될 뿐 아니라 업무·관리 기능도 절반으로 축소된다.”면서 “통폐합 계획은 울산지역 농어촌 개발사업 차질뿐 아니라 시설물 관리 부재를 불러올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백두대간·정맥 개발 환경평가 강화

    백두대간·정맥 개발 환경평가 강화

    앞으로는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정맥에 대한 개발행위도 제한된다. 환경부는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부터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부터 적용한다고 17일 밝혔다. 그동안 개발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었던 9개 정맥에 대해 처음으로 규제조항이 만들어진 셈이다. 핵심지역과 완충구역을 개발할 경우 지형변형에 대한 규모와 적정한 지형변화지수를 적용해 지형훼손을 최소화하는 등 전략적 환경평가 기준도 제시했다. ●무분별 개발로 몸살 앓는 백두대간·정맥 경기도 장명산~황룡산 사이에 들어선 파주 교하신도시. 도시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산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한북정맥의 끝자락인 장명산은 대규모 토취장과 폐기물 매립장이 위치해 산줄기 대부분이 훼손된 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한북정맥인 성황당고개~백석이고개 역시 양주읍 택지개발지구와 도로건설로 산맥의 흐름이 단절돼 있다. 신갈인터체인지 부근까지 뻗쳐 있는 한남정맥도 택지개발로 산능선이 단절되거나 평평해지고, 골프장과 송전탑 등 시설물들이 가득 들어섰다. 이처럼 국토의 뼈대인 백두대간·정맥이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어 개발행위를 막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100㎞ 이상 연속된 산줄기인 정맥은 독특한 산지 분수계(두 하천 사이에 형성된 산줄기)를 형성해 동식물 서식과 이동 등 자연환경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백두대간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허용사업의 유형과 종류 등이 명시돼 있다. 대통령령에 의한 도로(임도 포함) 개설이나 신재생 에너지사업 시설, 수목원 조성 등은 허용된다고 돼 있지만 막상 개발사업이 시작됐을 때 환경평가 지침은 빠져 있다. 정맥 역시 광역생태축의 주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명칭이나 위치·범위가 지정되지 않는 등 법적 보호근거가 미흡했다.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이 이뤄질 경우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평가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부는 환경평가시 고려해야 할 백두대간과 9개 정맥에 대한 현황을 도면으로 제시하고 환경훼손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양호한 자연상태와 산지의 연결이 단절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경관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산지 정상부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완충구역으로 나눠 규제 구체적으로 백두대간·정맥을 능선축 중심으로부터 거리와 경관·생태적 중요도에 따라 핵심구역, 완충구역으로 등급을 나눴다. 평가 등급별로 지형변형 규모와 환경파괴 최소화 방안 등도 제시했다. 정맥의 핵심구역은 능선축을 중심으로 좌우 각각 150m 이내인 지역이며, 완충구역은 능선축 중심으로부터 좌우 각각 150m 초과 300m 이내 지역으로 규정했다. 모든 정맥 구간에 다 적용되는 게 아니고 생태자연도 2등급 이상, 녹지자연도 7등급 이상, 경사도 20도 이상 기준 가운데 하나 이상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국한했다. 핵심구역은 가급적 보전·복원을 원칙으로 하고 완충구역도 관련 법령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규제했다. 도로 등 선형사업의 경우 평가등급 지역 내에서는 터널화해 자연지형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특히 핵심구역은 전 구간을 터널화하고, 입출구를 동일 지역 내에 만들지 못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백두대간·정맥 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됨에 따라 산줄기인 정맥에 대한 보전방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공식적으로 제시하게 되었다.”면서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주요 능선과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용어 클릭]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두산부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설한령, 평안도 영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 회양의 철령·금강산, 강릉의 오대산, 삼척의 태백산, 충북 보은의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대동맥으로 국토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산줄기를 말한다. ●정맥(正脈) 백두대간에서 분기해 주요 하천의 분수계를 이루는 산줄기로 땅 위의 지형을 기준으로 삼는다. 산맥(山脈)은 융기·단층·습곡 등 지체 구조운동으로 형성되는 지질구조로서 땅 밑을 기준으로 삼는다. 형성과 변형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으나 낭림산맥 일대를 제외하고 한반도 산맥 중 동일 지질층으로 이뤄진 곳은 없다. ●음영기복도(Shaded Relief Image) 지형의 표고에 따른 음영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2차원 표면의 높낮이를 3차원으로 보이도록 만든 영상 또는 지도를 말한다. 2차원 평면영상에서 착시현상을 이용해 지형의 높낮이를 표현하므로 2.5차원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 [새영화] ‘사사건건’ 4편 단편… 현대인의 단절 노골적 묘사

    [새영화] ‘사사건건’ 4편 단편… 현대인의 단절 노골적 묘사

    현대인은 ‘단절’에 익숙하다. ‘소통이 중요하다.’, ‘종교적 구원으로 단절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식의 설교가 난무하지만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따로따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게 훨씬 편하다고 느끼니까. 영화 ‘사사건건’은 단절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풀어낸다. 물론 4편의 단편 영화를 묶은 작품인 만큼 서로의 연관성은 없다. 감독도 다르고 배우도 다르다. 하지만 참신한 시선으로 단절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 영화 조각들의 공통 분모다. 산책가 김영근·김예영 감독 작품. 시각 장애인 영광이는 세상과 단절돼 있다. 누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누나를 위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촉지도로 만든다. 촉지도 위를 짚어 가며 아빠와 함께 심었던 나무 앞을 걷기도 하고, 지하철도 탄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감동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실상 영광이는 단절과 분투한다. 아들의 여자 홍성훈 감독 작품. 군대 간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낯선 소녀가 불쑥 찾아온다. 소녀는 수술비용과 함께 아들을 대신해 병원에 동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버지는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자식’이라며 아들을 욕한다. 아버지는 이미 가족 간의 단절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소녀는 수술대 위에서 고민한다. 마치 낙태가 가족, 더 나아가 세상과 영원한 단절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 제31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진출작이다. 남매의 집 조성희 감독 작품. 부모 없이 스스로 갇혀 지내는 오누이의 반 지하 집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온다. 물 한 잔만 먹고 가겠다던 그들은 자신의 집인 양 마음대로 행동하고 남매를 위협한다. 영화는 철저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던 남매가 단절의 벽이 무너져 버릴 때 엄습하는 공포감을 박진감 넘치게 다룬다. 드넓은 세상에서 알지 못하는 존재를 마딱뜨렸을 때의 불안감, 이 불안감 밑에서 초라하고 나약해지는 두 남매의 모습은 단절된 현대인의 위태로움을 그대로 설명해 주는 듯하다.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7년 만에 대상의 주인공이 된 수작. 잠복근무 이정욱 감독 작품.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번데기 장수로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형사 하태주. 하지만 추억 속의 웬수 같은 친구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잊고 싶은 과거, 시간과의 단절을 원했던 태주는 이런 상황이 여간 불쾌하지 않다. 하지만 범인과의 추격전을 통해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과연 태주는 과거와 화해할 수 있을까. 감독은 재치있는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제공한다. 1월21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설] 실업자 330만명 정부·국회가 공동 해결해야

    사실상의 실업자가 330만명이라는 통계가 무겁게 다가온다. 공식 실업자 81만여명에다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합친 실업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5%(36만 7000명)나 늘었다. 실업률은 무려 12.6%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 3.3%의 4배 가까운 수치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실업률이 2001년 이후 거의 3%대에서 오르내리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도 입증됐다. 사실상 실업자는 앞으로도 줄기 어렵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 실업 형태가 복잡다양해 세분화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경기가 회복 중이라고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도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더 심각하다. 20~30대 실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회 발전의 단절을 초래하고 성장 동력도 갉아먹게 된다. 자동차, 반도체 등 현재의 주력 제조업으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다.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 신규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 파트타임, 탄력근로제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은 제거하고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의식 개혁도 중요한 시점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모든 대졸자들은 대기업과 전문직 등 ‘좋은 직장’을 찾으려 한다. 좋은 직장은 중소기업보다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국민적 의식개혁 등을 통해 일자리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없애야 한다. 노동부가 범정부차원의 국가고용전략을 마련할 때 꼭 참고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투자 때 국내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고용·사회안정이 없으면 기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실업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효율적이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국가적 고용전략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 성동구는 생태도시로 변신중

    성동구는 생태도시로 변신중

    녹지공간이 부족했던 서울 성동구가 주민 휴식공간인 공원과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조감도)를 만드는 등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5일 성동구에 따르면 응봉산과 독서당공원을 잇는 생태통로와 무허가 건물들로 난립되었던 자리에 독서당 생태공원을 개장했다. 독서당 공원부지는 무허가 건물 68동이 밀집된 지역으로 도시미관을 저해했던 곳이다. 구는 2008년 1월부터 사업비 44억원을 투입, 무허가 주택 68동을 헐어냈다. 그 자리에 초화류와 나무를 심고 화장실, 주민 쉼터 등을 조성해 8150㎡규모의 생태공원으로 꾸몄다. 중랑천과 한강이 합쳐지는 수려한 풍광이 펼쳐지는 응봉산과 독서당 공원은 4차선 도로로 단절됐고 응봉산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좁고 낡아 노약자들이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번 생태통로는 독서당공원과 응봉산 정상까지 수평형으로 연결했다. 야생동물 보호뿐 아니라 주민 접근성이 편리해져 누구나 응봉산정상에서 수려한 한강을 쉽게 볼수 있게 된 셈이다. 생태통로는 폭 8m, 길이 24.8m로 만들었다. 통로 양옆 2m에는 눈주목외 4종 나무 7300주와 관중외 초화루 5종 1400본을 심었다. 생태통로에서 응봉산으로 오르는 산책로 44m를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이용한 계단을 설치했다. 이로써 서울숲~중랑천~응봉산~생태통로~독서당공원~호당공원 간 녹도축이 완성된 셈이다. 구는 앞으로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그린건강벨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오는 8월까지는 응봉동에서 금호4가에 이르는 독서당길 650m를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이야기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독서당길 전신주를 지중화하고 기존 가로등(20개)은 멋진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호조 구청장은 “쓸모없이 버려진 나대지를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성동구를 미래형 친환경 녹색도시로 가꾸고 녹색관광코스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010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질문하는 소설, 경험하는 콜라주’-김중혁론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Butades of Sicyon)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여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빛에 비친 연인의 그림자를 따라 벽에 그린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옹기장이였던 여인의 아버지 부타데스가 딸의 그림을 본떠 빚은 점토 형상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 대상-그림자-회화-조소’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 속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 나아가 예술적 표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예술적 표현은 사적 욕망의 구체화라는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욕망의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면 할수록 그 대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간의 퇴적 속에서 예술적 표현의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제 우리는 시원(始原)의 욕망과 대상을 그저 희미한 화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적 영역(oikos)과 공적 영역(polis)의 경계가 깨지면서 발생한 것이 ‘사회’라는 아렌트의 지적대로라면, 이제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욕망조차 자아를 충족시키는 내밀함에서 벗어나 공적 담론의 장 속에서 공익적 측면을 수용하기를 요구한다. 역사의 진행을 개인 욕망의 발현 과정으로 본다면,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영역 속에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가 중요시된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개인적 욕망은 때로 성적(性的)인 원죄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집단적 도덕성으로 재단되기도 한다. 결국, 계량화가 가능해지고 공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것만이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순수하고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은 유아기적 망상으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더구나, 매스 미디어의 균질적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 다양한 욕망들은 서열화 속에서 재배치된다. 이제 욕망은 비교우위 없는 순수한 발현을 억압당한 채 잘못된 대상에 고착되거나 인터넷의 작은 화면 속에서 일쑤 신경질적으로 해소된다. 마치, 떠나고 없는 연인의 그림자를 향해 말없음을 타박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이다. 욕망조차 계열화된 현실에서 소설 행위(쓰기/읽기)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다양한 욕망이 부딪치는 공간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소설이 이야기와 달리, 이전 시대의 경험들과 분리되어서 후대의 경험으로 확장되거나 조언을 포함하지 않는 고립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의 소설은 정보가 그랬듯이 상품으로서 자본주의적 유통의 과정으로 포획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소설행위의 의미 역시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처럼 한 순간 안에서만 소비되고, 우리의 욕망은 자본주의적 만화경 속에 갇히고 만다. 이 글이 김중혁의 소설(‘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두 권의 단편집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창작과 비평, 2009년 봄), ‘C1+y=:[8]:’(문학과 사회, 2009년 여름), ‘유리의 도시’(현대문학, 2009년 8월), ‘1F/B1’(문학동네, 2009년 가을) 등이 있다. 단편집에서 작품을 인용할 때에는 작품의 제목과 면수만 밝히기로 한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소설 안에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반복·중첩시켜 가며 소설 공간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소설은 종국에 이르러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만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이 가벼움은 다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가로지른다. 김중혁의 이러한 작업은 부타데스 이후 멀어져 가고만 있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 대면케 하는 동시에 소설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여겨진다. 김중혁 소설의 근저에는 공통 취향을 가진 두 인물들의 반복과 변주가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가 그의 소설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소설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통 취향의 공간은 독자들을 무리없이 공감하게 만든다. 이 두 명의 중심인물들은 때로 쉽게 의기투합하기도 하지만(‘무용지물 박물관’), 결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협력의 지점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인물들은 만나지도 않거나(‘자동 피아노’), 아니면 아예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비닐광 시대’). 반면에 이럴 때조차 이들은 서로 여전히 “작고 가냘픈”(‘자동 피아노’, 29쪽)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두 인물들은 매개물을 통해 가까워진 두 개의 항이 아니라 매개물을 통해 반복되고 변주되는 하나의 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인물들은 ‘여성들의 서사적 비중이 축소된 남성적 유대관계’(신수정)나, ‘전형적인 남성 버디(buddy)소설의 면모’(심진경)로도 파악된다. 하지만 소설적 공간의 의미를 구축하는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여 살펴본다면 성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우리는 다만 반복적 이형태(異形態)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동참하게 될 뿐이다. 소설 속에서 상대자로 ‘나’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영어 이니셜이나 별명으로만 나타나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유명사를 부여받지 않은 대상은 독립적 역할보다는 ‘나-나’로의 반복과 변화를 이끈다. 가령, ‘나와 B’에서 ‘나’는 ‘B’와 음악으로 인해 ‘핵융합’을 한 것처럼 금방 친해진다. 하지만 실제 이 둘의 관계는 ‘B’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행위로 시작되고, 전개된다. 음반 가게 점원인 ‘나’가 음반을 훔치려던 ‘B’를 처음 만난 뒤, 몇 번의 이직을 겪는 ‘나’와 무명 기타리스트에서 주목받는 신인 기타리스트가 되는 ‘B’의 사이를 ‘하나로 합쳐’졌다고 보기에 둘 사이는 느슨하다. 음악이라는 공통 취향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B’는 ‘음반을 두 번 정도 듣고 난 다음엔 음반과 거의 똑같이 기타를 연주’(195쪽)하는 전문가이고, ‘나’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예 전기기타를 배우기도 힘든 인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나는 동영상을 보다가 내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화면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그를 볼 때마다 왼쪽 엄지로 나머지 왼손 손가락들의 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듯 매끄러운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런 행동이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의 손가락 끝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굳은살 하나 박여 있지 않은 내 손가락 끝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중략…) 한 달 전 기타를 한 대 샀다.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다. (…중략…) 아직 내 손가락 끝은 너무 무르다. -‘나와 B’, 210~211쪽.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재발견이다. ‘나’는 ‘B’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전에는 억압되어 있던 자신 내면의 어떤 지점을 발견하고 다시 이를 통해 내면에 감추어졌던 순수한 욕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갑자기 음악(기타)을 위해 생업을 내팽개치거나 하는 등의 결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른 손가락 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 순간은 우리가 전망을 가지고 억압과 대결을 펼치든, 현실을 비틀어 냉소적 거리를 두든 오히려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적 억압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망이나 목표는 그 자체로 억압되고 조작된 욕망에 노출되어 뒤틀린 결과물이 될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결말이 보여주는 의미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리거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과는 구별된다. 이제 우리는 조작된 욕망에서 벗어나 본래의 욕망, 즉 시원(始原)의 욕망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김중혁은 이러한 반복과 변주가 주는 새로운 의미의 발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가 자신의 작업에 붙이는 이름(제목)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첫 번째 소설집 ‘펭귄뉴스’에서 우리는 ‘무용지물/ 박물관’, ‘사백 미터/ 마라톤’이라는 제목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 같은 두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면서 묘한 호기심과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식의 명명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더욱 늘어난다. ‘자동/피아노’, ‘악기들의/도서관’, ‘유리/방패’, ‘무방향/버스’(제목의 /부호는 인용자) 등이 그것이다. 지적한 제목들은 모두 이질적인 두 단어가 A+B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을 읽은 뒤 우리는 소설의 내용이 A나 B 어느 한쪽과 관련된 이야기거나, A가 B(혹은 B가 A)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설이 전달하는 의미들은 사실, A∩B를 통해 파생되며 이를 통해 A나 B가 기존의 의미에서 벗어나고 그것들의 공통점에 기반하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A‘(또는 B’)가 무한대로 풀려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교집합적 운동이라고 새롭게 불러도 좋을 이와 같은 김중혁의 소설적 전략은, ‘반복(repetition)’과 ‘이접(離接.disjunction)’을 통해 모든 ‘토대’를 집요하게 해체하고자 했던 일련의 운동이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갖는 성과이다. ‘엇박자 D’의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이 성과를 분명하게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네 사람, 다섯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합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창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음이 맞질 않았다. 박자도 일치하지 않았다. (…중략…)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중략…) 22명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아마도 엇박자 D의 리믹스 덕분일 것이다. 22명의 노랫소리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목소리가 겹치지만 절대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 않았다. 노래를 망치지 않았다. -‘엇박자 D’, 280~281쪽. 공연기획자인 ‘나’가 20여년 만에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합창단 친구 ‘엇박자 D’를 만나 같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그 공연에서 ‘나’ 몰래 친구가 준비한 앙코르 장면은 소설속의 ‘나’가 그랬듯 예기치 못한 감동을 준다. 공연을 기획한 ‘엇박자 D’는 합창단 시절, 자발적으로 단장까지 맡을 정도로 유일하게 열성적이었던 친구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의 박치이자 음치’(255쪽)여서 실제 공연 때는 선생님에게 립싱크만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엇박자 D’는 결국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망친 장본인이 된다. 그 뒤 의도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던 ‘엇박자 D’는 전공으로 무성영화를 선택한다. 무성영화를 통해서, 영상과의 필연성에 얽매이지 않는 소리의 자유로움을 깨닫고 위에 언급한 장면을 연출하기까지의 소설적 과정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엇박자 D’의 의도를 알게 된다. 실상, 음치라는 것은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것’이며 ‘평생 그렇게 세뇌’(270쪽) 당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의 욕망이 자유롭게 표현된 것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억압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기준이 음치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억압이 작용하지 않는 시원의 욕망을 만남으로써 주체들이 자유롭게 해방되고 나아가 ‘서로의 소리’를 억압하지 않는 ‘화음’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김중혁이 보여주는 교집합적 운동의 힘이다. 교집합적 운동 속에서 억압되/하지 않는 욕망을 만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교집합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기이다. 운동성을 상실한 모든 것은 결국 그 힘을 잃고 다시 계열화 속으로 수렴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이러한 위험은 계시적인 교훈이나 전망으로 구체화되면서, 문학작품이 운동성을 상실한 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김중혁은 자신의 소설이 처할 수 있는 이 비극적 운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여 표준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전략이 지속적 운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억압적 현실⇒구체적 전망의 필연성’으로 이어지는 고정적 틀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망이 다시 억압으로 작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의 비트(beat)를 억압하기 위한 진압군과 이에 맞선 저항군이 전쟁 중인 현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각각 배경으로 삼은 ‘펭귄뉴스’와 ‘유리방패’처럼 비교적 억압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에서 이러한 의도는 더욱 잘 드러난다. 이는 억압의 체계에 포획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작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읽힌다. ‘전쟁 중인 현실→무감각한 나→저항군인 그녀→그녀와의 우연한 만남→그녀를 따라 저항군이 되는 나’로 이어지는 ‘펭귄뉴스’의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다소 의외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다. 전쟁 중인 현실조차 ‘지루하고 재미없’(263쪽)는 ‘나’에게 ‘그녀’는 ‘모든 살갗이 곤두서’(274쪽)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었기 때문에 그 의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제 곁에 있던 그녀는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극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감상을 말해야 한다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극히, 자연스럽게 그녀는 죽었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 ‘펭귄뉴스’, 357쪽. ‘비트’를 매개로 ‘나’와 ‘그녀’ 사이에서 이루어진 교집합적 상태는 필연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운동으로의 전환은 아니다. 교집합적 만남을 통해 변화된 주체는 다른 주체와 거리를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자유의 공간 즉, 운동성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죽음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 어디에도 ‘반납’할 수 없는 ‘정말 사적인 비트’(357쪽)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그 ‘비트’는 ‘그녀’와 ‘나’만의 매개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엇박자 D’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358쪽)거릴 수 있는 운동으로 변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지속적인 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파리의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공원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문학·철학·영화 등의 다양한 비건축적 개념을 적극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데, 이를 통해 오히려 건축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점·선·면의 세 체계를 따라 설계된 각각의 공간이 한 공간 안에서 중첩되고, 분열되고, 해체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어 있다. 설계의도에 따르면, 응집력 있는 구조들을 중첩시켰을 때 하나의 초응집적 거대구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될 수 없는 것, 즉 전체성에 반대하는 것이 생겨난다. 결국 이 공간은 반-맥락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실제 공원 내 기능들의 중첩은 고정된 시설물로서의 기능성과 편의성에서 벗어나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공간을 탄생시킨다. 일상 언어학에서 말하는 관습적인 절차나 효과로서의 ‘맥락(context)’을 파괴하는 이 공간은 2000년대 우리 소설이 새롭게 만들어 낸 소설적 공간, 이른바 ‘무중력 공간’(이광호)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소설들은 종래의 작품들에서 기피해 온 이질적인 소재나 인물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공간에 낯섦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소설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 자체가, 중력으로 작용하는 어떠한 억압적 기준 없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절적인 대화나 전통적 서사 구성을 거부하는 듯한 문체, 현실과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환상적 비현실 또한 그 결과물이자 원동력임은 물론이다. 김중혁의 소설 역시 이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실과 냉소적인 거리를 두거나 이질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현실들과 겹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는 변별성을 통해 보다 많은 욕망들을 해방시킨다. 따라서 비교적 전통 서사에 충실하게 진행되던 김중혁의 소설은 언제나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마음이 편안해’(‘자동피아노’, 35쪽)지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때의 ‘가벼움’이 바로 단순한 현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김중혁만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결과이다. 이 ‘거리두기’ 역시, 앞서 언급한 빌레트 공원에서 폴리(folie)라는 인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광기, 무분별한 짓이나 말, 정열 등의 의미를 가진 폴리는 이 공원의 설계 단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점 체계 속의 폴리는 실제 빨간색 철골 구조물들로 형상화되었는데 공원 내에서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이 폴리는 전체 공간을 나누고 분리시키는 동시에 면과 선 체계의 폴리들과는 상호충돌하고 왜곡되어, 애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공원전체가 탈통합적인 공간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준점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모든 것들과의 반복과 중첩, 그리고 다시 그것과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M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M과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순간 얘기를 했지만 그사이 M과 나는 어딘가를 지나온 것 같았다. 어떤 갈림길을 지나온 것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고, 발목에 묶여 있던 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풀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유리방패’, 180쪽. 위의 장면 속 ‘나’와 ‘M’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지내면서 취업을 위한 면접시험조차 같이 치른다. 심지어 한 명만 뽑는 회사의 면접시험도 ‘막무가내’로 같이 치르는 이 둘은 전형적인 김중혁 소설의 인물들이다. 이들이 면접시험을 위해 준비했던 일종의 퍼포먼스가 우연히 인터넷 신문에 예술적 시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이들은 면접관으로 불려다니는 유명인사가 된다. 서른 번의 입사시험을 치르는 동안 ‘한때 실패에 중독된 인간들’이었던 주인공들이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 주는 입장’(178쪽)이 된 것이다. ‘점수를 받는 사람’에서 ‘점수를 주는 사람’(176쪽)으로바뀌게 된 이 발랄한 치환은 현실의 체계를 뒤엎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적 서열구조의 확대·재생산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개취업의 기준에 함몰되어온 인물들이 그 틀을 자신들의 힘으로 벗어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 경우보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스무 번째였는지 스물한 번째였는지의 면접관 일을 마치고 나올 때’(178쪽)-에 ‘피곤’을 느끼고 만다. 애초부터 이들의 ‘자리바꿈’은 사실 무분별하게 정보를 생산해 내는 매스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벤트’였을 뿐이다. 자신들의 변화가 억압이 작동하는 체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체계 안에 다시 포획되고 말았음을 느낀 순간, ‘나’는 ‘M’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의 교집합적 운동이 다시 체계 내에 갇히고 말 때, 김중혁의 ‘거리두기’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성을 확보한다. 교집합적 반복과 변주, 그리고 거리두기까지 포괄한 김중혁 소설의 운동성은 작가 특유의 소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공간과 교직(交織)된다. ‘마니아적인 열정과 감수성’(박진), ‘사물들을 해방시키는 수집광’(김형중), ‘등장인물들의 마니아적 취향과 취미를 개성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물-예술’(심진경) 등으로 평가되는 김중혁의 사물에 대한 애착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소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공업적’ 성격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등장한 ‘정보’의 유통은 후대로 전달되는 경험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따라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던 시대에서, 진실과 관련 없이 사건만 난무하는 시대로의 변모를 지적한 벤야민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시간적 확산이 가능한 정보만이 중요시되고, 전생애에 걸쳐 축적된 개인의 경험들이 획득하는 의미와 그 깊이가 외면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때, 수많은 경험들이 구전적인 방식으로 축적되어 있는 이야기를 벤야민은 수공업적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의 특성을 빗대서 말한 ‘옹기그릇에 남아있는 손흔적’은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가치가 아닌 시스템의 오류로 취급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김중혁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소재들을 사용한다. 마치 벤야민의 ‘이야기’처럼 그의 소재에는 다양한 욕망과 경험들이 공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음에서 작가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먼저 살펴보자. “잠수함 설명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제가 집에 있는 잠수함 모형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비틀스의 영화 ‘Yellow Submarine’에 등장했던 잠수함이에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이걸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좀더 이해가 쉬울 텐데 아쉽네요. 전체적인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온, 심술 맞은 물고기 같아요. 심술난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한번 만져보세요. 잠수함 앞모습이 바로 그래요. 그리고 몸통은 비늘을 다 긁어낸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미끈하죠. 창문은 왼쪽에 여덟 개, 오른쪽에도 여덟 개가 있어요. 이 창문을 통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는 거죠. 그리고 꼬리 쪽에는 방향을 조종하는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쪽에는 잠수함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프로펠러가 두 개 달려 있어요. 프로펠러는 바람개비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위쪽에는 네 개의 잠망경이 올라와 있는데요, 잠망경은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바깥을 볼 수 있도록 기역자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굽힐 수 있게 만든 스트로 아세요? 그걸 잠망경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 그리고…….” (…중략…) “자, 이제 우리가 잠수함이 한번 돼 볼까요? 제가 자주 하는 놀이인데요.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스트로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 스트로가 잠망경인 셈입니다.” -‘무용지물 박물관’, 33~34쪽. 대상과 직접적 연관없는 “물고기, 바람개비, 스트로” 등을 동원하여 잠수함을 설명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과 경험을 총동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감각과 경험들 역시 대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잠수함’을 경험적 실체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대상을 보편화시키는 정의(定義)는 ‘무용지물’이 되고, 나아가 감각 주체가 스스로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방법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달리 “통조림”처럼 압축되지 않고 수많은 감각과 경험들이 중첩되면서 위의 긴 인용문에서처럼 필연적으로 비경제적이 된다. 김중혁이 선택한 소재들의 수공업적 성격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즉, 계열화된 체계 안에서 박제된 상태의 사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사물이 바로 작가의 탐구 대상이다. 먼저,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지도가 그것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이 지도는 에스키모들이 ‘기억과 소리’로 만들고 촉각을 동원하여 ‘상상하는 지도’이다. 일반적인 ‘지도’의 제작과 활용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의 반복적인 경험 안에서 유용한 이 지도는 그 자체로 수공업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지도로 인해 ‘나’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78쪽)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된다. 사물에 축적된 수많은 경험들이 ‘나’와 중첩되어 나만의 경험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사물 역시 갇혀있던 가치판단의 틀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이와 같은 탐구는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109쪽)는 생각이 든 ‘나’가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게 된 악기점에서 만든 이 ‘도서관’은 연주가 아니라 ‘그냥 악기 소리만’ 있는 곳이다. 악기는 애초에 인류가 감정표현과 전달의 도구인 신체를 보충하는 보조수단이었다. 여기에 악기를 사용해온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도구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악기가 분류되고 체계화되면서 점점 경험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전문연주자를 필요로 하기에 이른다. 체계 내로 편입되지 않은 개별적 경험들이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차단당한 것이다. 사실상 처음부터 박물관에 전시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되기 직전까지도 사물들은 오직 사용자들의 경험과 경험사이에서만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체제의 강제성을 보편타당성으로 받아들여 사물들을 분류하고 서열화해 왔던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적 질서로 재편된 박물관 안에서 사물들은 더 이상의 경험을 용납하지 않은 채 개별성을 상실하고, 인간마저 전시물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김중혁의 수공업적 사물에 대한 탐구는 이와 같은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박물관’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체계에서 소외된 모든 것들을 ‘악기도서관’으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긁거나 할퀴거나 두드리거나 뜯거나 쓰다듬거나 꼬집으면서’(127쪽) 억압되/하지 않는 개별적 경험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보다 더 처음으로, 더 처음” -‘유리방패’, 178~179쪽(인용자 재구성). 시원의 욕망을 꿈꾼다는 것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전도되고 억압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기억을 통해 더듬어 가는 ‘처음’은 언제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는 데리다는 기원을 아예 결정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부타데스의 딸이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던 순간부터 실제 대상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차라리 현존(presence)과 부재 사이의 ‘놀이’ 그 자체가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자본주의는 모든 차이의 진폭과 오류마저 자신의 안으로 포획하는 강력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는 체계이다. 자본주의적 금융시스템이 자체 내의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적 처방만이 유효하게 거론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중혁의 소설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모든 욕망들을 중첩시키면서 멈추지 않고 차이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는 그 전략으로 모든 경험과 욕망들의 ‘흔적(trace)’이 새겨진 사물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괴물에 가까’운 ‘타자기’(‘회색괴물’),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주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몸을 통째로’ 빌려주는 ‘투명’한 ‘피아노’(‘자동피아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이것이 다시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되는 작업을 하는 디제이들의 ‘비닐레코드’(‘비닐광시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들이 결국 무한대의 욕망들에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통해 우리들은 ‘처음’으로 이끌린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최근작인 ‘C1+y=:[8]:’에서 ‘보드빈터’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된다. 정글의 특성을 도시에 연결시켜 보다 쾌적한 도심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 연구가 ‘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심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 공간은 목숨을 걸고 정글을 탐사하면서까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이는 목적지로 충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도심 속 길들의 일부분이며, 수많은 익명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단 한 번도 신호등을 만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길의 연결일 뿐이다. 이 ‘길’이야말로 도시가 생성되기 이전 개인의 욕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던 ‘첫 길’이며, 그 ‘처음’은 억압 자체가 무화되고 인류전체의 경험과 개인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원의 욕망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 길 위로 부지런하게 걸음걸이를 옮기고 있는 작가의 행보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그의 소설행위가 하나의 답변이 아니라 ‘처음’을 향한 지속적인 질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끝>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시]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이길상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시]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이길상

    ■ 당선소감 - “詩가 말하지 않을 때 시가 왔다” 야구 시즌이 끝나고서야 잠자리가 사라진 걸 알았다.  인적 없는 공원. 불빛만이 맑게 새어나왔다.  내가 나를 피해 다녔으므로 바람 한 장도 햇살처럼 빛났다. 시를 쓰고 있었지만 시는 좀처럼 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언제나 나였고 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가 쓸 시간이다.  볼륨을 줄인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다. 내 숨결에 따라 소리가 변하는 변주곡.  대문에서 쉰다.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아닌, 그 때 골드베르크가 흘러나온다. 여기 대문 앞에서 모든 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미 문이 닫히고 길은 사라지고 없다. 저기 까맣게 타는 불빛이 길이 되는 건 아닐까.  커피를 붓는다. 밤에 쓰는 편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어둠이 커피향처럼 퍼져나간다. 덜컹거리는 창문에 마음을 놓는다. 당선 소식을 받고 산책을 나간다. 눈발이 반갑다. 밀감장수가 파는 귤이 보인다. 귤보다 귤빛이 만져지는 시를 쓰고 싶다. 먹지 않아도 따스한 그 귤빛을 맛보고 싶다.  우선 묵묵히 지켜봐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정배, 윤미, 의주, 재호, 석진, 많은 힘이 되어준 성우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채규판 교수님과 정영길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를 시의 길로 이끌어주신 강연호 교수님, 열심히 쓰겠습니다. 지켜봐주실 거죠?   ■ 약력 -1972년 전주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과,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사이버 신춘문예 시 당선 ■ 심사평 - 거친 행간 오늘보다 내일에 더 기대 시를 읽고 쓰지 않아도 시간은 잘 흐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경제는 미세하게나마 성장한다. 시하고 상관없이 삶은 잘도 돌아간다. 그리 시적인 나라는 아닌 것 같은데 시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놀라운 일이다. 이 땅을 마지막 시의 나라라고 불러도 지구인 중에 시비를 걸 자는 없을 것이다. 한국시의 풍요와 다양성을 이번 심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심에 열여섯 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이 중에서 류성훈, 강윤미, 김희정, 최설, 손현승, 이길상씨의 작품을 1차로 골랐다. 모두들 중요한 패를 하나씩은 움켜쥐고 있었다. 심사를 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당선자가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고 보았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가장 시적인 것은 무엇인가를 논의했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갱신할 뒷심이 있는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손현승씨의 시들은 안정된 호흡을 유지하고 있으나 어떤 규격화된 틀 속에 갇혀 있었다. 시에 가한 바느질 솜씨를 들켜서는 안 될 것이다. 선배시인의 흔적을 채 지우지 못한 점도 지적되었다. 이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 최설씨의 시는 시적 대상을 해석하려는 끈질긴 탐구심이 볼 만했다. 그러나 사유를 서술하는 방식이 일방적이어서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이길상씨의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는 때때로 거친 어휘와 난해한 이미지가 날것으로 드러나 있으나 속에서 올라온 어떤 ‘찐한 것’이 스며 있는 시이다. 자아가 세계를 통과할 때의 단절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일상 속에서 자기반성을 철저하게 밀어붙인 점을 좋게 읽었다. 안전하고 매끄러운 것보다는 불안하고 거친 것을, 오늘의 시보다는 내일의 시를 택한 결과다. 축하한다. 이제 좋은 시인으로서 그가 응답할 차례다.
  • 경제활동여성 2014년 60%로

    여성부와 노동부가 ‘돌봄과 고용’을 연계한 인프라를 구축해 오는 2014년까지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을 6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단시간 근로 등 유연근무제도 적극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여성부는 31일 여성정책조정회의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제1차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2010~2014)’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 지원서비스 강화를 위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오는 2012년까지 100개소(현재 72개소)로 대폭 늘어난다. 또 여성 구직자 및 직업 훈련자들이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 표준화 및 종사자 자격증 제도가 추진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남산팔경 영상물 빛의 향연 서울타워기둥 통해 31일부터

    서울 남산 산마루에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울시는 남산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남산팔경’을 영상물로 제작해 31일부터 남산의 서울타워 기둥을 통해 연출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남산팔경은 남산의 계절별 자연풍경과 유수한 문화유산이 담긴 8가지 빛의 테마로 만들어졌다. 남산의 소나무와 성곽, 봉화대, 각종 꽃, 서울 상징물인 해치 등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연출된 영상물이다. 시는 이와 함께 최근 서울타워와 팔각광장으로 인해 단절된 서울 성곽 자리를 따라 분수를 설치했다. 시는 분수에서 분출된 물 표면에 성곽의 모습을 재현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시스템을 최근 완성해 내년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용산참사 타결] 각계 반응·과제

    용산참사 협상이 타결된 30일 오후 7시 남일당 건물 옆에서 신자와 유족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마지막 미사가 진행됐다. 미사를 집전한 이강서 빈민사목위원회 신부는 “여러분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주게 돼 기쁘다.”면서도 “진상규명과 구속자 석방을 위해 계속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오는 6일 추모미사를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철수한다. ●종교·시민단체 “국민의 승리” 조계종은 대변인 원담스님 이름으로 낸 논평에서 “용산참사는 이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대립과 단절의 상징이었다.”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것을 적극 환영하며 많은 시간 고통받았던 유가족들이 하루빨리 다시 일어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도 성명을 통해 “올해 막바지에 이르러 용산 문제에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러운 선물”이라면서 “정부와 서울시는 무분별한 난개발 정책을 지양하고 서민의 삶을 보호하는 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민단체들도 협상타결을 일제히 반겼다. 장대현 진보연대 대변인은 “유가족 보상 등이 일부 수용됐고, 늦었지만 장례를 치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이런 가운데 용산참사의 원인이 된 도시재개발 정책의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발사업자와 원주민, 상가 세입자 간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개발 보상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최소한 상인이 시설에 투자한 비용은 보상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일본의 ‘퇴거료 보상제’처럼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규모의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권리금 문제 등을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故 김남훈 경장 부친 “장례식 찾을 것” 용산참사 진압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김남훈 경장의 아버지 김권찬(55)씨는 “나는 아들의 장례를 치뤘지만 용산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의 유족은 이제야 장례를 치르게 됐다. 유족들이 1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잘잘못을 떠나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잃은 뒤 아버지 김씨는 술에 의지하며 많은 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용산참사 현장을 지나갈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나서 눈물을 수차례 훔쳤다. 아들 또래의 경찰을 보면 더욱 아들이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강병철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박찬구 정치부 차장

    부고(訃告)의 한 해가 간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자들의 죽음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한 해는 가지만, 부고는 좀처럼 갈무리되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은 가슴과 역사에 묻는다지만, 용산참사 희생자는 만 1년이 되도록 안식을 찾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남은 자들의 분노와 회한, 일상과 비겁이 점점(點點)으로 흩어지는 연말이다. 시민에게 국가와 공권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 해였다. 국가와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 앞에서 개인의 신념과 견해, 정당한 비평,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종속변수로 전락한다. 공권력과 국가는 때로 시민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와닿는다. 과잉 진압, 피의사실 흘리기, 혐의 내용과 무관한 여론 재판, 반대파와 비판자 탄압…. 온·오프 라인에서 시민의 기본권은 위축된다. 항변은 소외된다. 검찰 수사와 여론 재판 사이에서 개인의 일상과 양심은 밑바닥까지 까발려진다. 합법적 폭력에 노출된 시민은 초라하고, 비루해진다. 강요된 질서는 강제된 굴종, 침묵과 다름없다. 제도화된 폭력에 개인으로서의 시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문(自問)하는 한 해였다. 한 해와 함께, 광장이 간다. 지금, 광장은 없다. 논쟁 속에 미로의 출구를 찾는, 사통팔달의 개방된 광장은 사라졌다.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은 이미 광장의 속성을 상실했다. 보여주는 대로 관람하고, 화살표대로 움직이는 건 광장이 아니다. 홍보전시장, 이벤트장일 뿐이다. 열린 토론과 사유의 분출, 자유정신과 이상의 지향이 넘실대는 광장이 잊히면서, 시민 사회는 무기력증에 빠져든다. 광장의 동력이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민주를 논하고, 가치를 얘기할 수 있는지, 답답한 한 해가 저문다. ‘서민’의 남발에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언제부터인가, ‘서민’이란 용어는 통치와 정치의 수단, 중도의 레토릭이 됐다. ‘서민’은 사회 변혁의 의지나 주체성을 상실한 채, 일방적인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묘사된다. 감세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서민’을 쫓아가는 여당의 몸짓은 어색하다 못해 기만적이다. 효율과 시장, 부자 정책을 희석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서민’의 실체가 낯설고 생경하다. 불통(不通)의 한 해가 간다. 소통 부재가 남긴 골은 깊다. 언어가 같아도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오가도 교감과 절충에 인색하다. 진정성이 막힌다. 일방의 속도전만 난무한다. 국회도, 정치도,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약자와 패자, 빈자(貧者)는 퇴출되고, 또 배제된다. 패자부활전은 없다. 착각이고 미망(迷妄)이다. 불신과 단절이 틈입한다. 공동체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되묻는 한 해였다. 4대강을 타고 한 해가 온다. ‘산은 그 자리에, 강은 그곳에, 그대로 흐르게 하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성당 앞에서 마주치는 경구다. 강산(江山)을 개발과 수익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와 토건주의를 꾸짖는다. 인위(人爲)와 성형에 국토가 움찔한다. 물길은 이미 촛불에서 막히고, 틀어졌다. 역류(逆流)의 시간이 반복된다. 세밑, 눈 덮인 도심 위로 구름이 아침 해를 가린다. 눈길에도, 서대문 할머니는 키를 넘는 폐지 더미를 고물상에 실어나르고, 홍은동 어머니는 아들이 탄 휠체어를 민다. 지하철역 출구 옆 수레에서는 주름 팬 아저씨가 오늘도 숨쉴 새 없이 토스트를 익힌다. 절망의 심연에서 희망을 본다. 방관과 침묵에서 깨어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가장 강한 힘은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나온다는, 해묵은 교훈을 되새긴다. 그렇게 한 해를 맞는다. 또 다른 절망이 나를 기다릴지라도…. ckpark@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도입·교원평가제 전면 실시

    [새해 달라지는 것들] 취업후 학자금상환제 도입·교원평가제 전면 실시

    ■복지 ▲치매 어르신 지원 강화 치매조기검진사업이 전국 모든 보건소로 확대된다. 60세 이상 노인은 관할보건소 치매상담센터를 통해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고 저소득 치매노인에게는 월 3만원까지 치료관리비가 지원된다. ▲햄버거·피자 등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 TV광고 제한 패스트푸드·피자·과자 등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의 TV광고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제한된다. ▲영양표시 대상 식품 확대, 인증 또는 보증 등의 문구 사용 금지 열량·포화지방·나트륨 등 영양표시 대상 식품이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빙과류·어육소시지·김밥·햄버거·샌드위치 등 기호식품까지 확대된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 심장 및 뇌혈관 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이 10%에서 5%로, 결핵환자 본인부담률이 입원 20%, 외래 30∼60%에서 10%로 내린다. 7월부터는 중증화상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입원 20%, 외래 30∼60%에서 5%로 낮아지며 10월부터 다발성 골수종, 유방암 치료제 등의 항암제와 B형간염치료제 등 희귀난치성 치료약제의 보험급여 범위가 확대된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운영 각종 사회복지 급여·서비스 지원 대상자의 자격 및 이력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본격 운영된다.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판정 체계 개선 의사 진단서의 치료기간에만 의존하던 기초수급자 근로능력 판정방식이 의사의 진단서와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활동능력평가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개선되고 재평가 주기가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다. ▲난임부부 지원 확대 1월부터 인공수정시술비가 1회당 50만원 범위 안에서 3차례까지 지원된다. 4월부터 임신·출산 관련 진료비를 전자바우처로 제공하는 ‘임신·출산진료비(고운맘카드)’ 지원액이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난다. ■교육 ▲교원평가제 실시 일부 학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교원평가제가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 시행된다. 학생·학부모가 평가에 참여한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 대학 등록금을 정부로부터 대출받아 공부하고 졸업한 뒤 소득이 생길 때부터 갚아 나가는 장학제도가 도입된다. 소득 7분위 이상 대학생 80만여명이 대상이 된다. ▲유아학비 지원 확대 소득 하위 70% 이하 가정의 모든 둘째아이에게 유아 학비 100%를 지원한다. 국립은 월 5만 9000원, 사립은 19만 1000원씩 지원된다. ▲야간 돌봄 유치원 운영 시도별 수요조사를 거쳐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5~10개 공·사립 유치원을 연계한 ‘야간 돌봄 전담 유치원’이 3월부터 운영된다. ■국방 ▲입영부대 본인선택제 폐지 입대 대상자가 입영부대를 선택할 수 있었던 본인선택제가 전면 폐지되고, 전산처리로 결정된다. 입영일자 선택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장병 A형간염 첫 접종 취사병과 충성클럽(PX) 근무병 등 식품취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장병 3만여명이 처음으로 A형간염 예방접종을 받는다. 국방부의 예산 확보 추이에 따라 일반병으로까지 접종 대상이 확대된다. ▲장병 체력검정 강화 군 체력 검정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기존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5㎞ 달리기 등 3개 종목 중 1.5㎞ 달리기를 3㎞로 늘리고, 특급~4급의 3개 종목 합격선을 특급~3급으로 한 단계 줄인다. ▲현역병 국제대회 입상시 공익요원 편입 지정 국제대회에 입상한 현역병이 본인 희망에 따라 예술·체육분야 공익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게 된다. ■법무 ▲사회·경제적 약자 과태료 경감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중 보호대상자, 3급 이상 장애인, 상이등급 3급 이상 국가유공자,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금액의 최대 50%까지 감경된다. ▲점수제에 의한 거주·영주자격 부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전문인력(E1~E5, E7) 중 점수제에 따른 평가를 거쳐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자에게는 거주자격(F2)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허용하고, 영주자격(F5) 신청 시 우대한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도입 국내 특정부동산에 일정금액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자격을 부여하고 국내 체류기간이 5년 이상일 경우 영주자격을 부여한다.(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우선 시행) ■문화·여성 ▲한국언론진흥재단 출범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 현행 3개 신문지원기관을 통합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새해 1월 출범한다. ▲동영상에도 ICOP 확대 적용 ICOPⅠ은 온라인 콘텐츠를 검색, 불법 복제물에 대해 자동으로 전송을 중단하도록 요청하는 프로그램으로 개인간(P2P) 파일공유 사이트나 웹하드 등 폐쇄형 서비스의 음원에만 적용됐다. ICOPⅡ가 가동되는 새해 1월부터는 포털, 블로그 등 개방형 온라인 서비스의 음원은 물론 동영상에도 적용된다. ▲국립현대무용단·국립어린이인형극단 창단 새해 6월쯤 국립단체로 현대무용단과 어린이인형극단이 창단된다. 발레나 한국무용과는 달리 국립단체가 없던 현대무용 분야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방문의 해 시작 새해부터 2012년까지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이 본격 시작된다. 코리아그랜드 세일, 체류기간 하루 더 늘리기(One Night More) 등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종합편성채널 선정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관계법 개정을 토대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선정·도입해 방송통신서비스의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 등 구체적 일정은 하반기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방송광고판매시장 경쟁체제 도입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한 독점적 방송광고 판매 체제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통한 경쟁체제가 이르면 새해 하반기부터 도입된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운영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촉진법’에 따라 육아나 출산 등의 부담으로 직장을 중단했던 여성들에게 직업상담 등 원스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센터가 전국 50곳에 마련, 운영된다. ■환경 ▲수도권 대기총량관리제 확대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해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으로 설정된 서울시, 경기도 등 24개 시를 대상으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가 확대 시행된다. 해당 사업장은 대기 1~2종 사업장 중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을 연간 4t 이상 배출하는 350개 사업장이다. ▲순환골재 재활용제품 의무사용 6월부터 순환골재 의무사용 대상기관에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회기반사업(SOC)이 포함된다.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투자 사업자가 건설공사를 할 때 재생 아스콘 등과 같은 순환골재 재활용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보훈 ▲보훈대상자 보상금 인상 국가유공자 보상금이 5% 올라 2009년보다 1100억원 늘어난 2조 6000억원이 50만여명에게 지급된다. 참전명예수당 인상도 추진되고 명예형 소액 수당이 기초수급자 소득산정기준에서 제외된다. ▲무주택 보훈대상자 지원 강화 무주택 보훈대상자를 위한 주택마련 자금 대부액이 기존 2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오른다. 임차대부 지원자에 대한 재대부 기간도 종전 3년에서 통상 계약기간인 2년으로 줄여 전세금 인상 등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독립유공자 등 지원 강화 친일귀속재산 753억원(공시지가 기준)어치의 부동산 중 100억원어치를 팔아 영주귀국 후손 정착지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장학사업 등에 지원한다. ▲국립묘지 안장능력 확충 현재 5만여기에 불과한 국립묘지의 안장 여력과 근접성 등을 고려해 이천호국원에 1만기, 영천호국원에 2만 5000기를 각각 추가 조성한다. ■외교·통일 ▲여권발급수수료 신용카드 납부 민원인이 여권발급수수료를 현금뿐 아니라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사용가능한 신용카드는 BC·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외환 등이다. ▲여권사무대행기관 확대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의 여권 사무 대행기관이 종전 168개에서 새해부터는 232개 기관으로 늘어나 전국 거의 모든 곳에서 신청 여권을 4~5일 내에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러시아 비자 유효기간 확대 한·러 단기복수사증협정 발효에 따라 새해 1·4분기부터 러시아 비자 발급 기간이 현행 ‘14일 이내’에서 ‘10일 이내’로 줄어든다. 비자 유효기간은 ‘최대 5년’으로 확대된다. ▲북한이탈주민 취업장려금 인상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지급되는 취업장려금이 기존 15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오른다. 1년차 북한이탈주민 직장인에게 450만원, 2년차 500만원, 3년차 550만원 지급되던 취업장려금은 각각 550만원, 600만원, 650만원씩 지원된다. ■행정 ▲고위공직자 쳥렴도 평가 도입 국민권익위원회는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 청렴도 평가제도를 도입한다. 고위공무원단 1500명,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 262명, 600여 공공기관 임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인허가·지도단속을 하는 일선 공무원도 평가받는다. 평가결과는 인사·보수·교부세 등에 차등 반영된다. ▲인·허가 ‘사후규제’ 방식 도입 기업투자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허가 법령에 대해 사전규제가 아닌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의 사후규제(네거티브 방식)가 도입된다. ▲온라인 생활민원 일괄서비스 확대 여러 기관에 걸친 다수의 민원 업무를 정부민원포털 G4C에 접속해 한 번에 처리하는 온라인 생활민원 일괄서비스가 확대된다. 2009년 12월 말 이사, 사망 민원을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장애인, 보훈, 개명 등 3종, 7월에 출생, 교육 등 5종, 12월에 자동차, 혼인 등 5종이 추가 서비스 된다. ▲지방세 납부 종이고지서 폐지 하반기부터 지방세 납세자들은 광학적문자인식(OCR) 방식의 종이 고지서 없이 은행 예금통장과 신용카드로 세금을 낼 수 있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 내역을 확인한 뒤 세금을 내면 된다. ▲가능한 모든 민원에 온라인 서비스 제공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민원을 처리하는 서비스가 확대된다. 신청 민원 3000종, 발급 민원 1000종이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온라인화된다. 부처 종합 ※ 일부 제도는 국회·정부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음
  • 리얼리즘으로 승화된 엇갈린 욕망

    리얼리즘으로 승화된 엇갈린 욕망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 안톤 체홉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인 ‘바냐아저씨’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새해 1월7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과 함께 안톤 체홉의 4대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체홉의 작품은 러시아 근대 리얼리즘을 완성하며 20세기 현대연극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어렵고 지루하다.’는 대중의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국적과 시대를 뛰어넘어 각국에서 공연될 만큼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바냐아저씨’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나 갈등 관계가 가족에게 상처받고 사랑에 좌절하는 우리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보다 이해가 용이하다. 주인공 바냐는 누이동생이 죽은 뒤 교수인 매부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성심껏 대했지만 배신당하고 괴로워한다. 교수는 은퇴한 뒤 독선과 아집이 더욱 세지고, 바냐가 교수의 애인 엘레나에 대한 연정을 품게 되면서 극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엘레나,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교수의 딸 소냐, 열심히 살지만 마음의 등불이 없어 괴로워하는 의사 등 등장인물 모두가 소외되고 단절된 관계를 상징한다. 특히 이 작품은 비현실적이고 최소화된 무대 공간을 통해 각 장면이 갖는 메시지와 인물들의 감정선을 전달한다. 무대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8개의 자아공간은 스스로에겐 자유롭지만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등장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며, 대화와 소통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은유한다. 마지막에서 8개의 자아공간이 무대 중앙으로 회전하는 장면은 ‘삶은 또 다시 반복되고 계속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심재찬 연출자는 “인간의 심리와 이중성을 꿰뚫는 체홉의 연극을 제대로 구현하고, 무엇보다 바냐라는 인물에 중점을 두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냐 역은 연극 ‘햄릿’, ‘파우스트’를 비롯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천추태후’ 등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김명수가 맡았다. 김명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기대 속에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인 현대인의 자화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바냐아저씨’”라며 “그동안 선 굵은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이번에 인간의 나약함을 밀도 있게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청량리 철도부지 덮개공원 만든다

    청량리 철도부지 덮개공원 만든다

    서울 청량리 민자역사 뒤편 철도 부지(위치도)에 대규모 덮개공원이 조성된다. 이 공원이 들어서면 그동안 철도로 인해 단절됐던 전농동과 제기동을 걸어서 오갈 수 있게 되는 데다 청량리 민자역사의 정원 역할을 하게 돼 서울 동북부의 새로운 명소가 될 전망이다. 동대문구는 27일 “그동안 청량리 일대를 단절시켜온 철도 부지에 덮개를 씌워 문화공원을 조성키로 했다.”면서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통합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생활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할 수 있는 데다 청량리 일대의 경관까지 확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으로 조성될 철도부지는 차량 정비, 검수, 차고 기능을 하는 철도시설이 있던 전농동 587번지 일대의 3만2000여㎡다. 구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인 철도부지를 덮어 하부의 철도시설은 그대로 두고 상부에 공원과 함께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조성할 방침이다. ●용역결과 철도공사 통보 철도부지 바로 옆에는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의 청량리 민자역사가 건립 중이다. 또 역사 주변 588 일대에는 지상 41~44층(최고높이 150m)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5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방태원 구청장 권한대행은 “철도부지 주변으로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면 철도부지가 건물들에 둘러싸여 묻히게 된다.”면서 “복개를 통해 생기는 공간에 영화관, 전시관 등 문화시설과 광장 등 주민 편의공간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지난달 중순께 개발 타당성 용역을 끝내고 최근 용역결과를 한국철도공사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철도부지를 덮어 새로 생기는 땅에 어떤 건물과 시설을 세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철도공사에 보냈고, 공사 측으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공원 조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행여건 크게 개선 공원이 완성되면 전농동과 제기동 주민들이 각각 양 지역을 오갈 때 왕산로나 홍릉길을 이용해 쉽고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특히 덮개공원 가장자리에는 자전거 도로까지 개설될 예정이어서 통행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지역 주민들은 철도 부지에 가로막혀 떡전교사거리나 청량리재래시장으로 우회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들 두 지역을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도로도 마땅찮아 덮개공원은 사실상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나 다름없다. 구 관계자는 “청량리 민자역사와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철도부지 덮개공원’, 문화공간 등이 완성되면 청량리 일대는 그야말로 서울 동북부의 명실상부한 트레이드 마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나라 안상수, 강공?… “준예산 막아야”

    한나라 안상수, 강공?… “준예산 막아야”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성탄절인 25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는 하루종일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했다. 그의 보좌관은 “오늘 딱 하루만 지역구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귀띔했다. 올해 회계연도 종료까지 불과 엿새 남겨둔 시점까지도 예산안 대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 원내사령탑의 ‘외부와의 단절’은 ‘여유’보다는 ‘심사숙고’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휴대전화 꺼놓고 심사숙고 한나라당은 지난 17일 민주당의 예결위 회의장 점거 이후 끊임없이 협상을 요구해왔다. 비록 ‘어설픈 제안’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대통령+여야 대표’ 회담을 먼저 제안했고 최근에는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2+2 회담’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게다가 여야간 쟁점으로 부상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관련 이자보전비 800억원의 일부 삭감, 보(洑) 설치공사 예산의 일부 축소 의사를 밝히며 진정성도 보였다. 한나라당과 안 원내대표로선 ‘할 만큼 했다.’고 내세울 만하다. 또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지켜내야 한다는 절실함과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당 안팎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예산안 강행처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이미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무작정 강행처리에 나섰다간 여야간 물리적 충돌과 정국 급랭이 불을 보듯 뻔해 그에 따른 책임을 원내 사령탑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예산에 반영하는 계수조정 작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도 떨칠 수 없다. 더불어 ‘보의 개수, 높이, 준설량’을 대야(對野) 협상 조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당내 권영세·김무성·남경필·이한구 의원 등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신임이유는 강성기질” 안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다만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원내대표가 당내 신임을 얻는 이유는 특유의 강성 기질에 있다.”면서 “부담이 겹치지만 결국 준예산 편성에 따른 폐해를 막는 게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유연근로제 도입 공공부문이 앞장서길

    여성부가 내년 3월부터 4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로제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연근로제란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장과 가정생활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한 근무형태를 가리킨다. 단시간 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재택근무 등 방법은 다양하다. 유연근로제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여성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다. 육아부담이 있는 여성들에게 적합하고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하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굳이 출산을 꺼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실제로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출산율을 0.19명 늘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유연근로제가 도입되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은 그만큼 수월해진다. 유연근로제는 직업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정규직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용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세제와 규제완화, 단시간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제도 개선 등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고 일·가정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유연근로제가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 확산되도록 지원을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제도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 정책 입안부서는 힘들지만 공기업이나 다양한 직군이 있는 지방 정부에서는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 [서울광장]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육철수 논설위원

    1990년 가을, 울산 현대중공업은 전쟁터였다. 파업 현장을 취재하던 나는 노조원들의 규모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압도당했다. 운동장에는 공장 단위의 깃발을 앞세운 노조원 수천명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뛰어다녔다. 노조원들은 쇠파이프와 작업용 공구로 무장하고 삼엄한 경비를 폈다. 높이 82m 골리앗 크레인 꼭대기에서도 수십명이 농성을 벌였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조 간부를 만나는 일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노조원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큰길에 중장비를 동원해 공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과 문을 봉쇄했다. 노조원들을 걱정하는 가족·친지의 전화가 빗발쳐 통신은 두절되다시피했다. 현대중공업은 외부와 단절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해마다 상습 파업을 벌이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골칫거리였다. 워낙 전투적이어서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번번이 공권력 투입으로 끝도 좋지 않았다. 그랬던 노조가 지금 14년째 무파업에다 가장 모범적으로 변신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 10월에는 1990년 파업의 상징물인 고공 크레인에서 당시 농성 노조원들과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이 모여 ‘화합의 골리앗’ 현판식을 가졌다. 20년 전 상황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몇년 전 민주노총과 결별한 현대중공업 노조를 어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꿋꿋하게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고, 울산 시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성원을 받고 있다. 손가락질하는 세력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 국회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다. 쟁점 중 하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항이다. 지난 4일 한국노총·경총·노동부는 전임자 무임금을 6개월 유예해서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하자고 의견을 좁혔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개정법안에서 전임자 임금을 사실상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재계의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민주당·민주노동당이 그제부터 합류한 다자협의체는 오는 28일까지 합의를 보겠다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연말까지 법 개정이 무산되면 현행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법과 현실이 다른 여건에서 부작용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13년 전에 제정된 현행 노조법의 핵심내용은 세 차례나 시행이 미루어 졌다. 정치인들과 노동단체는 시한만 되면 적당히 구실을 둘러댔다. 하지만 이제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는 집권 말기나 선거 등을 악용해 야합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노동계는 회사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을 타 가는 습성을 빨리 끊는 게 옳다. 더구나 대기업 노조는 정치화·권력화하고 활동비도 두둑하다. 전임자 무임금은 어차피 닥칠 것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을 질질 끌수록 구차해질 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와중에 일찌감치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다.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이달 중순 “자주성을 위해 전임자 임금을 벌어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전임자 55명의 한해 임금 34억원을 벌기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노조 조직을 벌써 12개 부(部)에서 7개 실(室)로 줄였다. 회사 측에서 볼 때 이렇게 듬직하고 고마운 노조가 어디 있겠는가. 노동계가 전임자 임금을 사측에 계속 의존하려는 분위기에서 홀로서기를 차분히 준비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견지명은 더욱 돋보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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