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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역사를 갈랐다] (4)이승휴와 이제현

    [선택! 역사를 갈랐다] (4)이승휴와 이제현

    13세기에 고려는 몽골의 침략을 받아 오랜 항전을 벌였다. 세계 최강의 몽골 기마군단을 상대로 한 치열한 싸움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원 세조 쿠빌라이가 고려 태자를 만난 자리에서 “고려는 만 리나 되는 큰 나라이다. 옛날 당 태종이 친정했어도 이루지 못했는데 지금 그 태자가 내게 왔으니 이는 하늘의 뜻이다.”라며 기뻐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고려의 항전은 고대 동북아의 패자였던 고구려의 기억을 되살릴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역사상 최대의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과의 싸움은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왕과 조정이 강화도로 옮긴 상태에서 육지의 항전을 지휘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 갔고, 국토는 잿더미가 되었다. “강화도 하나를 지킨다 한들 어떻게 나라 구실을 하겠습니까?” 항전을 멈추고 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최씨 정권이었다. 최씨 정권은 몽골과의 강화가 곧 정권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항전을 고집했다. 항전론과 강화론이 대립한 끝에 결국 최씨 정권이 무너졌고, 강화의 조건으로 태자가 몽골에 파견되어 쿠빌라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태자는 쿠빌라이의 기쁨 대가로 앞으로 고려가 몽골 영토에 편입되지 않고 국가로서 유지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 냈다. 1231년부터 1259년까지 계속된 28년 항전의 결말은 이렇게 맺어졌고, 쿠빌라이의 이 약속은 뒷날 ‘세조구제’라고 불리었다. 이승휴(1224~1300)는 이처럼 긴박한 시대에 살았다. 전쟁의 피해를 누군들 피할 수 있었을까마는 이승휴의 경우는 좀 유별난 데가 있었다. 전쟁 중에 29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했으나 그 기쁨도 잠시, 고향인 삼척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몽골군 때문에 길이 막혀 서울로 돌아오지 못하고 10년 동안 발이 묶였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30대를 삼척에서 허송한 뒤 몽골과 강화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겨우 미관말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몇 해 뒤에 강화도에서 삼별초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는 반란군에 사로잡혔다가 탈출하는 극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몽골간섭기 이승휴 ‘제왕운기’ 단군신화 통해 역사의식 고취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관직이었음에도 이승휴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불의에 맞서 싸웠고,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강화 이후 고려에는 몽골의 간섭이 미쳐 오는 가운데 외세와 결탁한 새로운 권력층이 형성되고, 이들에 의해 불법과 비리가 자행되었다. 관리 인사는 청탁으로 얼룩지고, 권세가들이 백성들의 땅을 빼앗아 거대한 농장을 만드는 일이 성행했다. 이승휴는 수차례 간쟁하여 비리를 고발했으나 결국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관직에서 쫓겨났다. 그 뒤 삼척에 은거하면서 국왕에 대한 충정을 담아 ‘제왕운기’를 지었다. 제왕운기에서 이승휴는 고금의 사례를 들어가며 국왕이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와 더불어 이 책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이 실렸는데, 바로 단군신화이다. 단군신화는 우리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우리 역사가 중국의 역사와 시작부터 다르며 따라서 당시 고려가 몽골 영토에 포함되지 않고 국가로서 유지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제왕운기보다 5년 정도 앞선 일연의 삼국유사에도 단군신화가 수록되었으니, 대제국 몽골과 맞서 국가를 보존하고자 했던 당시 사람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국가의 유지와 바른 정치, 이 두 가지가 이승휴의 염원이었고, 이는 곧 당시의 시대적 과제였다. 정치 개혁의 염원은 연소기예한 충선왕의 즉위와 함께 이루어지는 듯했다. 충선왕은 부패한 권력층을 제거하고 정치를 일신하고자 했고, 삼척에 있던 이승휴도 부름을 받고 달려가 동참했다. 그때 그의 나이 75세였다. 그러나 곧 충선왕이 몽골에 의해 퇴위하면서 개혁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승휴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삼척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승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은 그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과제로 남게 되었다. ●문생 이색 “이제현 선생은 법 고치는 것을 싫어하는 성품” “짐이 보건대 지금 천하에 백성과 사직이 있고, 왕위를 누리는 나라는 오직 삼한(고려)뿐이다.” 1310년 몽골 황제 카이샨 카안이 보내온 국서에 나오는 말이다. 몽골제국 중심의 천하에서 유일하게 왕국으로 존재한 나라. 이것이 당시 고려의 국제적 지위였고, 전쟁과 강화를 거치며 고려 사람들이 쏟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그 지위가 저절로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졌고, 몽골의 위세는 더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고려를 없애고 몽골 영토로 편입해 들어가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를 몽골의 지방기구인 행성으로 만들자는 입성론이었다. 그것은 태조 이래 400년 넘게 이어져온 고려의 왕업을 단절하는 일이었으므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제현(1287~1367)은 당대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정치가로서 입성 반대의 선두에 서 있었다. 이제현은 15세에 과거에 급제한 영재였다. 전도유망했던 이제현의 일생은 충선왕과의 만남을 통해 커다란 전환을 맞게 되었다. 쿠빌라이 카안의 외손자로서 몽골 정치에도 참여한 충선왕은 카이샨 카안을 옹립하는 데 공을 세우고 몽골의 실력자가 되었다. 고려 왕위에 복위했지만 곧 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몽골의 수도인 대도에 머물면서 그곳에 만권당이라는 서재를 짓고 중국의 유명한 성리학자들을 초빙했다. 이제현은 28세 때 충선왕의 부름을 받아 만권당에 가서 공부했는데, 그 때문에 고려후기 성리학 수용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제현이 몽골에 있을 때 마침 입성론이 제기되었다. 그는 고려 국가의 유지가 일찍이 쿠빌라이 카안이 약속한 ‘세조구제’에 따른 것이란 점을 역설하여 입성을 막는 데 성공했다. 쿠빌라이의 유훈이 존숭되는 몽골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였다. 이제현은 국내 정치에도 개입하여 성리학 이념에 충실한 정치 개혁을 주도하였다. 권세가들의 횡포를 막고 민생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제현의 대내외적 지향은 이승휴의 그것을 계승하고 있었으며, 시대의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개혁군주 공민왕의 등장으로 이제현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공민왕은 몽골제국의 멸망을 예견했다. 그의 정책은 ‘세조구제’에 의지하여 국가를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몽골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356년에 공민왕은 기황후의 일족 등 친몽골 세력을 제거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쌍성총관부를 되찾았다. 몽골의 간섭을 받은 지 거의 100년 만에 자주성을 회복한 쾌거였다. 그런데 이제현은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했다. 오랜 몽골 생활의 경험과 성리학자로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몽골에 대한 사대를 당연시했던 이제현으로서는 젊은 국왕의 정치적 모험에 동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이제현의 나이 70세였다. 하지만 몽골제국은 생각보다 더 쇠약해 있었고, 공민왕의 모험은 성공으로 끝나고 고려의 새 시대가 열렸다. 국내 정치에서도 공민왕은 급격한 개혁을 추진했다. 몽골 간섭 아래서 왜곡된 사회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공민왕은 이 존경받는 원로대신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이제현은 여기에도 역시 소극적이었다. 몽골 간섭 시기의 오랜 관직생활을 통해 그 자신이 이미 보수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현의 문생인 이색은 이제현에 대해서 “옛 법을 지키는 데 힘썼고, 법을 고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권세가들이 법을 어기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지만,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데까지 이르지 않는 이제현의 성품을 잘 표현한 말이었다. 공민왕의 개혁을 위한 선택은 세속적인 연고가 없는 승려 신돈이었다. “유생들은 좌주니 문생이니 하면서 안팎으로 줄지어 서로 청탁하고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하는데, 이제현 같은 사람은 문생들이 문하에서 또 문생을 봄으로써 마침내 나라를 메운 도적이 되었습니다. 유생들의 폐해가 이와 같습니다.” 신돈은 이렇게 이제현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좌주와 문생은 과거에서 시험관과 합격자를 가리키는 말로, 이제현과 그의 문생들이 학연을 매개로 사사로이 당파를 만들고 서로 청탁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보수파 이제현, 공민왕 도움 요청에 소극적 신돈의 개혁은 권세가들이 백성들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억지로 노비가 된 사람을 양인으로 되돌리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돈을 성인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신돈의 개혁이 한창일 때 이제현은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평생 추구했던 ‘세조구제’의 유지는 이미 낡은 구호가 돼 버렸고, 자신이 오히려 구시대의 인물로서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 기막힌 역전을 이제현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시대의 과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승휴와 이제현은 모두 이 점에 충실했고,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록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더욱더 중요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시대의 과제 또한 변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 속에서 옳은 방향을 선택하고 역사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현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고, 변화를 모르는 사람을 역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옛날에도 그랬다. 이익주(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 [커버스토리] 예술인 증명은 각자? 산재 적용은? 복지기금은?

    상을 차린 쪽에서는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고 말한다. 정작 숟가락을 들 이들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인디뮤지션 달빛요정과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등 젊은 예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라도 하듯 예술인복지법이 지난해 11월 17일 제정됐다. 예술인의 지위를 법으로 규정하고 특정 직종의 복지를 다룬 법을 만든 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법을 통과시키는 데 급급했던 터라 좀처럼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자격증명·산재보험 규정 안갯속 법은 예술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증명할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밀어놓았다. 문화예술에 대한 자격증은 따로 없다. 결국 고용관계를 증명하거나 신춘문예나 각종 콩쿠르 입상경력, 각종 기금 수혜 이력, 납세 실적, 공식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발표한 창작물 등으로 예술가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예술인의 범위도 안갯속이다. 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공연·영상 분야에 종사하는 5만 7000여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제도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상은 천차만별이다.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한다. 캐디와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5월부터 택배 기사와 퀵서비스 기사도 포함)에 한해 사업주와 노동자가 비용을 반반씩 부담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도 특수고용직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지는 미지수다. 고용주가 불명확하거나 도급·출연계약 등 고용관계가 복잡하고 단절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용부와 함께 최근 연극과 드라마 분야의 고용관계 실태조사를 마쳤다. 산재보험 가입과 더불어 법안의 핵심인 예술인복지기금 설치도 겨우 첫삽만 뜬 상태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르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직업안정·고용창출 및 직업전환 지원 ▲원로 예술인의 생활안정 지원 등 취약예술계층의 복지 지원 ▲개인 창작예술인의 복지 증진 지원 ▲예술인의 복지 및 근로 실태의 조사·연구 ▲예술인 복지금고의 관리·운영 등 핵심 사업들을 위임할 태세다. 현재로서는 재원 조달을 오롯이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관련 예산은 10억원뿐. 그나마 1억원은 재단설립을 위한 연구용역비다. ●복지재단 설립도 첫삽만 뜨고 무관심 문화부 관계자는 “의미가 큰 법안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이 빠졌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 오는 11월 시행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게 사실이다. 시행령에 예술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어떤 식으로 결정하든 불만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재단의 정관을 만드는 작업과 중장기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예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커버스토리] 밥은 먹고 예술 하십니까 꿈만 먹고 눈물 흘립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다섯 명이 2007년 국악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깜깜했다. 연습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힘에 겨웠다. 겨우 음악학원을 빌렸다. 사용시간은 학원수업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로 한 달에 30만원이었다. 가끔 공연하고 받는 출연료가 수입의 전부였던 터라 이 돈마저도 빌려 내야 할 시기가 닥쳤다. 근근이 무대를 찾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만들며 기량을 다지기를 2년. 한 공연기획자를 만났다.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아예 고정 그룹을 결성했고, 자비를 털어 음반을 냈다. 조금씩 출연 제의가 늘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지난 11일에는 이 공연장 대극장에서 연출가 박근형, 무용인 이원국과 정영두, 국악인 백경우 등 쟁쟁한 국악인들과 공연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얘기다. 앙상블 시나위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나도….”를 목표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영화] 명문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A(32)씨가 영화판에 뛰어든 건 10년 전. 촬영감독을 꿈꾸며 2002년부터 조명부 막내로 현장에 입문했고 3년 전 촬영부로 옮겼다. 충무로 체계는 여전히 ‘도제식’이다. 보통은 촬영감독 밑에 팀장 격인 퍼스트, 그 아래 세컨드와 서드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퍼스트를 가장으로 둔 가족과 비슷하다. 퍼스트가 제작사와 ‘통계약’을 맺고 ‘짬밥’(경력)에 따라 스태프에게 돈을 나눠 준다. A씨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순작업부터 시작해 지금은 세컨드까지 올라갔다. 이 정도면 한 달에 300만원 안팎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일감이 없다는 것. 게다가 촬영 준비단계에는 테스트 촬영 몇 번이 전부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수입도 없다. 지난해 서드급으로 영화 두 편에 참여했다. 언제 촬영이 끝날지, 언제 쉴지 예측 불가능한 현장에서 주 60~70시간을 일하며 7개월을 보냈다. 지난해 총수입은 1600만원 남짓이다. 틈틈이 홍보영상 촬영 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버텨 낼 재간이 없다. “야외촬영은 해가 떨어지면 끝이니까 하루 12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그나마 행복하죠. 세트촬영은 짐작도 안 돼요. 3~4일 밤샘하면 쉬고, 장마가 겹치면 쭉 쉬는 게 휴일인 거죠. ‘통계약’이라 휴일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고요. 꿈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버티죠. 결혼하고 애가 있는 선배들은 생활이 되질 않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그래요. 나이 들어서 전직을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계도 명암이 엇갈린다. 뮤지컬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300만원. 유명해지면 쑥쑥 오른다. 지난해 배우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회당 1800만원대 개런티를 받아 화제가 됐다. 한 해 공연되는 뮤지컬은 100여편에 이르지만 이런 경우는 몇 명에 불과하다. 1~3차로 나눠 받는 출연료를 1차만 받고 끝나는 사례도 많다. 주연급이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의 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2년간 세 개의 작품에 출연한 B(27)씨는 총출연료를 따져 보니 740만원이었다. 그나마 140만원은 아직 받지 못했다. 2년 내내 공연과 연습에 매달렸지만 연봉은 300만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래서 작품하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뮤지컬 경력 7년차 앙상블(코러스) 배우 C(31)씨는 회당 5만~7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 기준이라 연습 기간엔 수입이 없다. 게다가 흥행이 안 돼 출연료를 아예 못 받은 일도 허다하다. “생계가 어려워 낮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서빙을 한 적도 있어요. 주변 동료 중에는 밤에 대리운전하는 배우도 있죠. 무대에 선다고 생활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죠.” [무용] 무용수들은 병이 친구요, 반창고가 피붙이다. 높이 뛰어 올라 착지하는 동작이 많은 공연이면 무릎과 허리엔 반창고투성이다. 현대무용을 하는 D(35)씨는 한 시간에도 십수 번 몸을 뒤척인다. “어떤 움직임에만 익숙해져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이 쑤신다. 이럴 때마다 다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니 자연히 ‘은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남들은 한창 일할 30대에 말이다. “현대무용 하는 사람들은 한국무용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발레 무용수들은 또 우리를 부러워하죠. 발레는 30대 중반만 돼도 은퇴 얘기가 나오거든요. 한국무용은 일흔을 앞두고도 무대에 오르잖아요.” E(29)씨는 이따금 무용수로서, 안무가로서 무대에 선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달 수입 50만원인, ‘예술하는 사회인’으로 몇 달을 버텼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무용 강사를 하고, 가끔 지인을 통해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한 달 가까이 연습하고 이틀 무대에 올라 4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1시간 30분에 5만~10만원을 받지만, 수업과 공연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공립 무용단에 들어가면 기본급에 무대수당 등을 받아 금전적인 상황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용수 생명이 길지 않은 현실을 따져 보면 ‘노후대책’ 따위는 꿈일 뿐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고 내 실력을 믿으니까 버티고 있어요. 아직은 젊다는 거 하나로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줄면 그 이후에는 어떡해야 할까요.” [미술] 미술은 단독작업이다. 스태프 같은 집단이 없다. 해서 작업은 더 어렵고 지원은 더 간절하다. 판매시장이 형성된 회화 쪽은 그나마 낫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판매가 제로에 가깝다. 동시대미술이라 각광받지만 수입은 제로인 셈이다. F(47)씨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다. 그럼에도 작업에 한번 착수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 한다. F씨는 “공연 분야는 티켓 수익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비록 적자라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겠지만 미술 쪽은 그렇지 않다.”면서 “나 역시 작품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균 수입이 얼마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늘 마이너스 인생이다. 거기다 작가들은 작업실 유지비용이 들어간다. “남는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작업실로만 쓰게 해 줘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F씨는 그나마 자기 사정은 낫다고 했다. F씨는 “그래도 미술계에서 쌓아 온 인지도 때문에 특강, 원고 청탁, 심사위원 활동 같은 것이 있어 간간이 수입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작품 경력인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세계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목숨과도 같은데 돈 문제에 치이다 보니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사실 미술 쪽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생계보다 포트폴리오의 단절이라는 문제가 더 크죠.” 시인 90%가 출판 업무·학원 강의로 생계 [문학]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 시인 G(32)씨는 올해부터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을 왔다갔다할 만큼 올랐다. ‘88만원 세대’보다 못한 무명 시인으로 어떻게 혼자의 힘으로 서울 생활을 꾸려 왔나 돌아보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은 훈장일 뿐 고봉밥을 주지는 않는다. 시인들의 원고료는 편당 계산된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등 대여섯 개 전통 문예 계간지는 편당 10만원을 준다. 한 번 게재될 때 3~5편이 실리니 30만원에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날은 운수대통한 날이다. G씨는 “시문학 잡지들이 많아 시인들의 창작 횟수는 많지만, 시가 게재돼도 고료를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두 편을 3만원에 퉁 치는 곳도 있고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을 권유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전업 시인’은 전업 소설가와 달리 거의 불가능하다. 시인의 90%가 출판사에서 일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는 등 시간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최근 문예창작과가 많아지면서 논술과 창작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첫 시집을 내려면 대부분이 등단 5년 이상은 돼야 한다. 소설가는 시인보다는 좀 낫다. 원고지 70~120장의 원고를 쓰고 보통 100만원의 원고료를 받는다. 조금 팔리는 성싶으면 두세 군데 출판사가 선계약하는 등 출판이 더 원활하고, 원고 청탁도 더 낫다고 G씨는 덧붙였다 문소영·최여경·조태성·김정은기자 symun@seoul.co.kr
  • ‘돈벌이 경제’ 인간관과 단절하라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효용성을 극대화할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통한다. 주류 경제학은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이윤 창출을 겨냥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시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해 주류 경제학은 또렷한 대책을 내지 못한 채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원인과 대안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많은 학자들은 주류 경제학의 모순과 폐해를 무한경쟁과 그로 인한 왜곡된 삶의 구조로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세상을 지배해온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논리에서 외면당해온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과 가치에 눈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그 흐름 중 하나. 인간 삶과 사회구조를 지배하는 경제의 근저인 상품화와 화폐 지상주의에서 눈길을 돌려보자는 ‘근본으로의 회귀’이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지식의날개 펴냄)는 그런 ‘근본으로의 회귀’에 줄곧 목소리를 높여 온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 낸 책이다. 상품화와 화폐경제에 매몰된 경제활동을 ‘돈벌이 경제’라고 부르는 홍 소장의 지론이 잘 드러나는 경제학 이론서다. 책 제목이 보여 주는 대로 이제 경제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경제의 본질과 방향을 제시해 온 선각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소신이 또렷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마련인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자는 새 경제 논리가 비교적 쉬운 이야기들로 풀어진다. 저자는 ‘살림/살이’야말로 원래의 경제를 가장 잘 정의한 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한자어 ‘경제’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에서 유래했고 영어 ‘이코노미’(economy)가 가정 관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비롯됐다고 할 때 결국 경제는 남을 살리고 나도 살아야 하는 ‘살림/살이’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우리 ‘홍익인간’도 같은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원래의 경제 개념을 살리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인간 존재의 전면적 발전’에서 찾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좋은 삶인가? 나는 정말 ‘자산’으로 태어났고 그것으로서의 가치를 불리고 또 불리는 것이 정말로 내가 이 녹색별 지구에서 태어난 이유와 목적인 것일까?” 저자는 그 대안에의 눈뜸을 현실에 대한 케케묵은 비판이나 욕망에 대한 부정으로 보지 말라고 한다. 대신 이렇게 주장한다. “사람을 쾌락과 고통의 계산기이자 선택자로 상정하는 돈벌이 경제의 인간관과 단절하고 진정 개인적·집단적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도록 산업사회를 재조직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각성이다.” 1만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담장 미설치땐 각종 인센티브

    서울 구로구는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건축허가 전 진행하는 건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주민들에게 담장을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적극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담장을 설치하지 않도록 유도한다고 14일 밝혔다. 담장 설치에 따른 골목길 주차난으로 주민 분쟁, 소방활동 장애, 조경공간 부족, 이웃 간 소통단절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서다. 특히 주민 자발참여를 이끌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에 담장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조경면적 산정기준 완화, 부설주차대수 설치기준 완화, 건축선 후퇴에 따른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건의했다. 뿐만 아니라 담장을 설치하지 않는 건물에 대해 건축허가를 보다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돕고, 담장 미설치로 인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줄 예정이다. 다만 주택의 경우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담장을 설치해야 하면 1.2m 이하의 낮은 투시형이나 울타리 조경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신축이 아닌 기존 주택은 기존 ‘그린파킹 사업’을 통해 담장 허물기를 유도할 방침이다.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이 자리 잡으면 일조량 증대, 개방감 확보, 녹색도시 조성, 주민화합 제고, 그린파킹 사업비용 감소, 소방활동 공간 제공, 노후담장 위험요소 제거, 미관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볼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으로 구가 지향하고 있는 소통·배려·화합의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지성인이란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습득하는 지식과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다음, 내면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분별의 마음(正心)을 세우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가치관의 소유자를 의미한다. 동양적 관점에서는, 어느 시대에 태어나든 자기가 해야 할 몫을 바르게 알고 그 몫에 따라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성인은 현실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스스로 강인한 자기 목소리의 실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이 그들의 목소리를 움츠러들게 했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게 만든 것일까? 눈치를 살피는 지성인들의 불편한 침묵은 그들 마음속에 깊이 숨기고 드러내기 싫은 또 다른 존재에서 연유한다. 이 존재는 스스로 내면에서 부끄러워 자책하는 이중적 마음이다. 탐욕과 자기보호에 급급했던 습성 때문에 양보라는 인식이 사라진 자기중심의 이기주의적 마음, 먼저 나서서 매를 맞을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다가 다른 이가 이뤄 놓으면 대충 무임승차하자는 간사한 마음, 이웃과 백성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만의 울타리에 숨어 버린 단절된 마음, 인간다운 삶이 피폐해지고 무너져 영혼이 상처받아도 거들떠보지 않는 파괴된 마음들이 그들을 침묵의 덫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부정확한 담론과 무분별한 정보의 확대 재생산으로 나라가 방향타를 잃은 채 혼수상태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진정 지성인들이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지성인들은 더 이상 침묵 속에 숨을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힘의 중심에 있는 한 비판의식으로 무장하고 현실에 참여하는 대승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혼란의 원인을 정확하게 꿰뚫고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균형 잡힌 목소리와 행동이 절실하다. 공동의 선은 흑백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좌절과 체념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함께 이롭게 아우르는 포용과 베풂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삶이 물질적 팽창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마음의 풍요로움에 맞춰져야 한다. 막귀우의(莫貴于義)란 묵자의 귀의편에 나오는 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어느 날 묵자가 친구를 찾아가자, 그 친구는 “지금 천하에는 의로움을 행하는 자가 없는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며 홀로 의로움을 행한다고 형편없는 행색을 하는가? 하던 일을 그만두게나.”라고 충고했다. 묵자는 “자식이 열인 사람이 있었는데, 아홉 아들들이 방에 들어앉아 있다고 해서 농사를 짓던 한 아들마저 중단한다면 모두가 굶어 죽을 것이니 농사를 짓는 것이 순리인 것처럼, 천하에 누구도 의를 행하는 자가 없으니 나라도 해야 한다.”라고 답한 데서 나온 말이다. 오늘의 지성인들이 가슴에 새겨둘 말이다. 총선을 앞두고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며 물고 늘어지는 비방이 난무하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어지간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분별하기가 무척 어렵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한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 나타나는 징조인지, 극심한 변화가 오기 전에 겪는 현상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땅의 지성인들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이끌고 가려면 정의와 자유 그리고 거짓과 진실에 대하여 분명한 경계선을 갖고 잘못될 경우 용감하게 맞서 싸워야 할 책임도 알아야 한다. 소수의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무기로 침묵하는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성인들의 마음 의지와 실천이 따르지 아니하는 비판과 구호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성인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불처럼 퍼져 어둠을 밝히고 백성들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면, 불확실성과 모순에 가득 찬 사회구조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꼭 필요한 일꾼을 뽑는 데 지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침묵함으로써 영혼을 반납했다는 비난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백성들의 삶의 본질을 물질적 풍요에 두기보다는 같이 나누고 베풀며 서로 이롭게 살아가는 양심의 풍요에 두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 ‘경력단절 여성’ 411개 과정 직업훈련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직업능력개발과 취업지원 강화를 위해 전국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13일부터 맞춤형 직업교육 훈련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101개 과정, 2055명이 늘어난 411개 과정, 9255명 규모로 운영한다. 지원예산도 48억원에서 72억원으로 대폭 늘린다. 올해는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개발한 17개 프로그램을 포함해 운영한다. 지역 전략산업 수요에 맞춘 과정으로는 경남 ‘R&D 기술번역 및 무역사무원 과정’, 전북 ‘광반도체(LED) 검사전문기능원 양성 과정’, 경북 ‘태양광산업 품질관리(QC) 전문인력 과정’ 등 17개 과정이 있다. 일반과정은 교육, 복지 등 여성이 선호하고 취업이 유망한 분야 263개 과정을 운영한다. 장애인전담 새일센터(강남 새일센터), 북한이탈여성을 대상으로 중국어 능력을 활용한 중국어 무역사무원(서울 서부 새일센터), 중국어 관광통역원(경기 새일지원본부) 등 특화 취업과정도 운영한다. 교육을 원하는 경력단절 여성은 누구나 무료로 훈련에 참여할 수 있고, 새일센터(1544-1199)로 방문하면 개인별 맞춤형 취업연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310개 교육과정을 운영해 6567명이 수료했고, 이 가운데 3899명이 취업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소통 나선 사법부… ‘불신의 벽’ 허물까

    소통 나선 사법부… ‘불신의 벽’ 허물까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 확산에 나섰다.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등을 계기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팽배해진 탓이다. 단절됐던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각급 법원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통해야 불신이 걷힌다.”는 취지에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강조한 ‘소통’도 계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법원마다 ‘소통’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거나 국민들을 법원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재판 안내서 제작… 만족도 설문 조사도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개편한 업무 분장 때 소통 보직을 신설했다. 기존에 대(對)언론 업무를 담당하던 공보관과 달리 국민을 상대로 한 행사 등을 기획·운영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소속 판사 20명으로 ‘국민소통업무 TF’를 구성한 데 이어 1월 ‘소통, 국민 속으로’라는 행사를 개최, 국민들의 쓴소리를 직접 경청했다. 대학생기자단, 시민 모의법정 등 각종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법원 업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법관들이 가사재판 과정에서 느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사랑을 꿈꾸는 법원’을 펴냈다. 시민자원봉사자, 통역자원봉사자, 소년보호 자원봉사자, 조정위원 등을 초청해 법원 개방 행사도 열었다. 서울행정법원도 난민재판과 조세소송 재판에 대한 안내서를 냈으며, 올해는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도시정비사건 재판에 대한 안내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어려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소장 작성에서부터 재판 진행 방식까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SNS 활용도 검토… 신뢰 되찾을 것” 서울서부지법이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만들기 TF’를, 부산지법이 ‘시민사법위원회 TF’를 출범시켰다. 시민들의 사법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서울남부지법과 서울동부지법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법원도 올해부터 자원봉사단체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법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15년만에 재취업 ‘정보화교육’ 덕분”

    주부 이인영(42·마포구 성산동)씨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한 ‘경력단절’ 여성이다. 그렇게 14년을 보내고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낸 뒤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끊긴 경력 탓에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런 이씨에게 힘을 보태준 게 ‘구민정보화교육’이었다. 덕분에 이씨는 정보처리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11개나 취득하고 정보화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구청 정보화교육 강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마포구가 구민 정보화를 위해 운영하는 정보화교육이 경력단절 여성, 만 5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등 정보취약계층 일자리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마포구는 취약계층 대상 정보화교육 운영 결과 수강생 중 40명이 관련 업계 취업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38명은 어르신들의 정보화 활용능력을 키워주는 ‘IT경로당’ 강사로 활약하게 됐다. 이씨 등 나머지 2명은 구민정보화교육 강사로 자리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정보화교육 수강생 중 41명이 취업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마포구는 올해도 2억 6000여만원을 들여 정보화교육을 운영한다. 정규반, IT경로당 강사 양성반, 장애인 가정방문 교육반으로 나눠 인터넷, 워드프로세서, 엑셀, 포토샵, 스마트폰 활용 등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주로 교육한다. 장애인에게는 강사가 직접 방문해 원하는 강좌를 지도한다. 야간반도 신설한다. 이명성 전산정보과장은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과 맞물린 맞춤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배우는 기쁨과 취업 연계를 통해 구민에게 희망을 심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신문(新門)과 신문(新聞)/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옴부즈맨 칼럼] 신문(新門)과 신문(新聞)/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트위터에서 팔로잉하던 목록을 싹 정리했다. 주요 일간지와 유명 정치인의 계정을 팔로어하며 정보도 얻고 의견을 제시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한동안은 잠시 접어두려 한다. 개강도 했으니 트위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타임라인이 ‘공천’으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저마다 비슷한 내용을 올리고, 봤던 내용이 리트위트되고, 그것이 또 리트위트되는 바람에, 좋아하는 가수가 올린 트위트를 보거나 오늘의 유머를 본다거나, 친구가 올린 재미있는 글을 읽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일주일간, 서울신문의 4, 5면을 채운 것은 모두 공천 관련 이슈였다. 헤드라인에 ‘공천’이라는 글자가 등장하지 않은 적이 손에 꼽았을 정도다. 물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공천은 그 꽃을 피우고자 흙을 고르는,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단계다. 게다가 예비 후보들의 단식농성과 삭발투쟁이 이어지고 후보의 도덕성 논란, 코드 공천 논란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3월 2일 자) 상황이니, 이것을 주요 기삿거리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문이 여기에만 집중하는 동안, 좋아하는 가수의 동향이나 친구가 올린 웃긴 이야기보다 중요한 무언가는 잊혀짐을 기억해야 한다. 큰 화젯거리에 집중된 신문의 보도 행태는 전통적인 신문의 역할에는 들어맞지만 스마트 혁명의 시대에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어긋난다. 신문(新聞)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매체다. 인터넷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신문은 그 역할에 적임인 매체였다. 강과 바다가 가로막는 먼 지역의 소식도,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던 정치판의 소식도, 현관 앞에 나와 허리를 굽혀 신문을 줍는 수고만 하면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먼 곳의 그리고 높은 곳의 소식은 곧 새로운 소식이었고, 따라서 그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신문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신문에 달라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의 새 소식은 내일 아침이 되면 어제의 소식이 된다. 장벽 바깥의 정치권 동향은 이제 클릭 한 번으로도 접할 수 있다. 종이신문은 자신의 전통적인 구실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에 신문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감히, 약자를 조명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독자가 보기에는 별다를 바 없는 비슷비슷한 공천 뉴스들에 쏟을 정성의 딱 반절만, 우리 곁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주문하고 싶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던 길의 바로 건너편에는 다만 노동자로 인정받으려고 1500일째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특수고용직 학습지 노동자들이 있었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관심이 쏟아지는 동안 트위터에서의 농담으로 구속당한 박정근씨에 대한 관심은 트위터 속에만 머물렀다. 도덕성 검증 공천을 외치고자 부산에서 올라온 이들보다(3월 5일 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평택의 쌍용자동차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다. 알리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실화(實話)들 속의 잃어버린 이야기(失話)를 보도하는 것이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의 신문이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슈퍼 차이나’의 위기와 ‘차르 푸틴’의 3선과 같이 먼 거리의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는 만큼,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지만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약자들과 독자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사는 어떨까. 어제의 소식과 정치적 이슈의 지루한 보도에 천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이 발 디딜 공간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날것의 정보가 시시각각 제공되는 시대에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설 자리를 줄이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신문(新聞)의 길은 인터넷 속보에 맡기고, 이제는 무심히 지나치던 발걸음을 잠시나마 따뜻한 머무름으로 바꿀 수 있는, 단절된 우리와 그들의 사이를 잇는 새로운 문(新門)이 되길 바란다.
  • [호남 지자체들 ‘숲’을 보다] 전북 ‘녹색도시’ 만든다

    [호남 지자체들 ‘숲’을 보다] 전북 ‘녹색도시’ 만든다

    전북도가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생태축을 연결하기 위해 도심 녹지축 구축과 생태환경 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6일 도에 따르면 올해 142억 3200만원을 투입해 도시숲 31㏊, 가로숲 45㎞를 조성하고 학교숲 15곳과 전통마을숲 복원 사업 1곳을 추진한다. 도시숲은 주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자연공간으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 속 녹색 숲’이다. 올해는 전북대 기숙사 옆 등 35곳의 국공유지에 이팝나무·소나무 등 우리 고유 수종을 심어 주민들에게 녹색 복지를 제공한다. 생활환경숲, 쌈지공원숲, 도심산림공원 형태로 관리한다. 도시의 관문인 기차역 주변에는 은행나무 등 지역을 상징하는 수종을 심어 역사숲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역사숲은 기차역 주변에 녹색공간과 쌈지숲을 조성해 쉼터를 제공하고 쾌적하고 특색 있는 도시 관문을 만드는 것이다. 도는 이를 위해 한국철도공사에 익산 함열역과 정읍 신태인역, 김제역, 임실역 등 4곳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가로숲은 느티나무·단풍나무 등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를 심어 도심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생활환경과 도심숲을 연결하고 야생동물의 이동통로 역할을 한다. 올해 30여곳에 조성된다. 이와 함께 도내 고속도로 1곳과 지방도 5곳 등 6곳을 생태축 복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생태축 복원은 훼손되고 단절된 보호동물 서식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되살리는 사업이다. 사업 대상지는 88고속도로인 장수 사치재, 지방도는 751호선 남원 복성이재, 861호선 남원 달궁, 49호선 정읍 추령재와 무주 적상면, 55호선 완주·임실 등이다. 마을숲 복원 사업 대상은 남원시 운봉읍 산덕리 삼산마을 재래종 소나무숲이 선정됐다. 도는 이곳 소나무숲이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노송을 옮겨 심고 공원으로 가꿀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 주고 평균 습도는 9~23% 높여 주는 등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라면서 “도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의왕시·내손동 주민들 “예비군 훈련장 이전을”

    경기 의왕시와 내손동 주민들이 예비군훈련장 이전을 들고 나섰다. 6일 의왕시에 따르면 훈련장이 내손동과 오전동 사이 시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발전을 해치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예비군 훈련 때 발생하는 사격소음과 예비군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모락중학교와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오전고등학교가 군부대 옆에 위치해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와 주민들은 국방 2020계획에 따라 2014년쯤에는 이전할 것이란 기대를 품었지만 국방부가 발표한 2030계획에 따라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뿔이 난 상태다. 이에 따라 내손1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1월부터 훈련장·유격장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며 최근 시민 1만 8000명이 동참한 주민 서명부를 군부대에 전달했다. 주민자치위는 당초 시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2014년까지 이전하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의왕시도 여론의 향방에 따라 앞으로 주민자치위와 긴밀히 협조해 조기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군부대 등이 이전하면 그곳에 공연장을 비롯한 교양문화시설과 다목적운동장 등 체육시설, 서바이벌 게임장, 야외캠프장 등 휴양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군부대 시설로 단절된 오전동과 내손동을 연결해 시 통합의 구심점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39만 1800㎡ 규모인 내손동 군부대는 1980년대 중반 들어섰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36) 대전청사 공무원들과 세종시

    [테마로 본 공직사회] (36) 대전청사 공무원들과 세종시

    정부대전청사 청 단위 기획조정관실 과장들은 일주일에 평균 1~3일 서울로 출장 간다. 법령제정권 등이 상급 기관에 있고 하위 내부 규정도 상급 부서와 협의토록 돼 있어서다. 국회나 관련 부처 업무협의도 빼놓을 수 없다. 예산철이나 국회 업무보고가 있는 날이면 대전청사 외청들 역시 중앙부처와 마찬가지로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된다. 간부들이 연일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세종시 이전이 마무리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중앙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대전청사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가깝게 있어 중앙부처와의 업무협의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청사 공무원들이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환영하는 이유다. 대전청사 외청의 상급기관인 중앙부처가 대부분 세종시로 이전한다. 외교통상부, 행정안전부 등을 제외하고 정부 부처 공통적으로 업무가 연계된 총리실·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법제처·권익위원회 등이 가까운 거리로 내려온다.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세종시 시대가 열리면 상급부서와 업무협의 편의를 최우선 기대 효과로 꼽았다.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나아졌다고 하지만 대전청사에서 서울로 출장가면 하루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강남이나 과천청사으로 갈 때는 불편이 더 크다. 세종시는 대전청사에서 채 20분이 안 걸린다. 수시 만남이 가능해져 정책 협의 및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 행정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은 가볍고 마음은 무거워 정책·실무 부처 간 소통 강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업무에 한정해 외청 공무원들이 찾아가는 형태였지만 세종시로 이전하면 거리간격이 좁아지면서 대면(對面)비공식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다. 외청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져 인사 교류도 활발해질 수 있다.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다.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그동안 국회나 정부부처가 대전이라는 지역적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는 것을 난감해했다. 하지만 대부분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국회도 일방적으로 공무원들을 불러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근무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부-청’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대전청사의 한 간부는 “대전청사 기관 입장에서는 세종시청사 개청이 단점보다 장점이 많고 특히 실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낙하산’ 인사 횡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외청이 연고가 없는, 지방의 소속기관으로 인식해 대전청사 근무를 꺼려했다. 그러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지역이라서 본부와의 정보 및 인맥 단절에 대한 우려가 사라져 대전청사 근무에 대한 반발이 누그러질 수 있다. 이는 곧 대전청사 주요 자리가 중앙부처 인사 해소처로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전청사 기관장들은 행동반경이 좁아져 각별한 몸조심이 필요하게 됐다. 그동안 청장들은 국회를 비롯한 각급 기관과 회의, 행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인적 네트워크 역시 서울이다 보니 외부 활동(?)이 많았지만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전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내년부터 기관장들이 대전에 머무는 시간이 지금보다 2배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무·차관회의 세종시에서? 세종시청사 개청을 앞두고 관가의 관심 중 하나는 국무회의와 차관회의의 변화다. 총리실이 오는 12월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행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대통령이 주재할 경우 청와대에서, 총리 주재 시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고 있다. 차관회의는 국무총리실장이 의장을 맡아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국무회의실에서 진행한다. 관례대로라면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세종시청사에서 열려야 한다. 차관회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감안해 총리실이 입주하는 신청사에 국무회의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관가에서는 특별히 대면이 필요한 사안이거나 대통령 주재 회의를 제외하고 서울에 있는 부처의 장·차관들이 매주, 그것도 평일에 세종시로 내려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영상회의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종시청사 국무회의실에도 중앙청사처럼 영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비가 구축된다. 국무위원들의 수결은 지문인식을 거쳐 전자사인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영상회의를 진행하는데 걸림돌은 없다.”면서 “세종시청사가 가동되면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이 수반돼 매주 대면회의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車, 욕망을 선물하다

    車, 욕망을 선물하다

    포디즘, 그러니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생산물을 올려놓고 시간단위로 제품을 찍어내는 거대 공장은 어떤 이미지인가. 영화팬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릴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해야 하는 포디즘의 비인간성을 풍자했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여기다 한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포디즘을 비판한 채플린도 빨갱이로 몰렸지만, 포디즘을 만든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빨갱이로 몰렸다는 점이다. 노동자 일당이 평균 2.34달러이던 시절, 무려 5달러나 줬기 때문이다. 여기다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고, 기숙사를 제공했다. ‘가장 늦게 채용되고 가장 빨리 해고되는’ 흑인, 장애인, 여성까지 채용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노동할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찮은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퍼주다보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은 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저주가 그때라고 왜 없었겠나.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정작 포드 자신은 철저한 마초스타일의 우파였다는 사실이다. 생산해낸 차도 오직 기계적 단순함이라는 남성적 스타일만 강조했다. 이는 나중에 GM에 역전당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고립주의, 반유대주의를 고집했고 노조를 혐오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격찬받은 미국인은 포드가 유일했고, 1938년 히틀러는 제3제국 최고의 훈장 독일독수리최고대십자장을 수여하기까지했다. 포드는? 감사히 받았다. 다음 해에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런 포드가 왜 노동자들을 후하게 대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차를 사야 시장이 커진다. 그럴려면 주머니에 돈도 좀 찔러주고, 과도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어야 주말 드라이브라도 나갈 것 아니겠나. 포드 차를 타고 말이다. 포디즘은 합리적 생산방식으로 주목받는데, 사실 더 주목 받아야 할 대목은 여기다. 대량생산 제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대중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드 스스로도 빨갱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했다.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기 전에 낮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야 한다. 대중시장은 얻기 쉬운 열매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자동차를 다루되 무엇보다 ‘대중의 욕망’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포디즘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쭉 읊는데, 단순한 산업사라기보다 도시문화사나 미국문화사로 읽힌다. 건축, 도시, 지리학 등을 기초로 문명사를 다루는 루이스 멈포드, 데이비드 하비가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뉴욕의 불도저’ 로버트 모제스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동차산업의 발달이란, 곧 도로의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생태계의 변화, 그 결과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포괄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외곽타운화, 고립, 단절, 보수화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포디즘의 영향은 강력했다. 바우하우스 초대 교장인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1923년 조립식 주택을 만든다. 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린 것이다. 이는 교외의 대단위 주택 건설로 이어진다. 1947년 부동산업자 윌리엄 레빗이 조립식 주택으로 이뤄진 대단위 거주지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오늘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외 풍경이 속속 생겨난다. 이들은 ‘레빗 타운’이라 불린다. 교외사는 사람들의 도심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거대 도시를 장식하는 리본’이라 불리는 복잡한 고가도로들도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와 도로가 팽창하면서 햄버거가게 맥도날드, 실용적 모텔 체인 홀리데이인, 그리고 대형 쇼핑몰, 스타벅스가 흥행에 성공한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자동차란 적혈구를 타고 도로라는 혈관을 따라 미국 전역에 흘러든 것이다. 욕망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급속한 교외화로 인해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슬럼화된다. 슬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기존 거주자들에게 혹독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재개발)은 도시 빈민들을 다시 외곽으로 밀어낸다. 어렵지 않게 뉴타운, 용산사태 같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에도 기여한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랜 시간 차를 몰고 통근해야 하는 백인들에게, 보수적 독설로 가득찬 라디오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독설가 러시 림보와 글렌 벡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처음에는 대중시장을 통한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 자동차가, 오늘날 민주주의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벼운 서술이어서 문화적 논쟁 못지 않게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지식도 재미있다. 가령 GM은 왜 창업자 이름을 본뜨지 않고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General Motors)라는 이름을 택했을까. 최초의 로드무비는? 고급승용차를 뜻하는 세단(Sedan)의 유래는? 히틀러의 아우토반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4년 영화 ‘제임스 본드 - 골든 핑거’에 등장해 최초의 간접광고(PPL)로 꼽히는 차는? 토요타가 내놓은 크라운, 코로나, 코롤라라는 자동차 이름의 공통점은? 책 속에 답이 있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북·미 합의 진정성 있는 실천 기대한다

    북한과 미국이 베이징에서 열린 3차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측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 비핵화 사전 조치와 미국의 영양(식량) 지원 등 6개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발표문을 통해 북측의 UEP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복귀를 통한 모니터링을 강조한 데 비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경수로 제공 문제를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 구체적인 이행조치를 둘러싸고 줄다리가 계속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전례 없이 워싱턴과 평양에서 동시에 합의 결과를 발표한 점으로 볼 때 대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무부의 발표대로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진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관심거리는 북·미 간의 합의가 이행되면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에 유용성을 가졌느냐는 논란도 있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정세를 논의하는 틀로서는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북한이 UEP 가동 중단과 IAEA 사찰단의 현장 접근 보장 등 미국과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데 따라 6자회담의 재개 여부나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에 발표한 미국과의 합의 사항들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 이번 북·미 합의는 김정은이 북한의 통치자가 된 이후 표출된 첫 대외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크게 보면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문제는 남측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를 단절한 상황에서 미측과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 정권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대북 제재 해제가 현실화되려면 북측은 남측과 마주 앉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미 합의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러 대선D-4 모스크바는 지금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러 대선D-4 모스크바는 지금

    “푸틴이 만든 지금 러시아는 꼭 ‘포템킨 마을’ 같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의 아르바트 거리. 서울 인사동과 닮은 전통 거리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세르게이(가명)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공과(功過)를 역사에 빗대 설명했다. 포템킨 마을. 러시아 여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가 1787년 새로 병합한 크림반도 시찰을 뱃길로 나서자 이 지역을 담당하던 그레고리 포템킨 장군이 빈곤한 마을 풍경을 감추려고 강변을 따라 잘 정돈된 ‘가짜 마을’을 꾸몄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다. 대선을 닷새 앞둔 수도 모스크바는 차분해 보였다. 이틀 전 푸틴의 대통령 3선에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 3만여명(경찰 추산 1만 1000명)이 시내 한복판에서 벌였던 ‘인간띠 시위’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위대가 서 있던 곳에는 겨울을 보내기 아쉬운 듯 진눈깨비가 내렸고 전통 털모자인 ‘샤프카’를 쓴 시민들만 걸음을 재촉했다. 기껏해야 집권 정의러시아당 후보인 푸틴 총리와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출신인 미하일 프로호로프의 지지를 호소하는 광고판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상기해줄 뿐이다. 평일인 이유도 있을 테다. 싸늘한 듯 보이는 모스코비치(모스크바 시민)들의 표정. 그러나 그 뒤에는 대통령 복귀를 앞둔 ‘차르’(황제) 푸틴에 대한 희망과 분노의 이중주가 흐르고 있었다. ●“3선 반대” 시위대 자리엔 진눈깨비만 푸틴식 정치를 마뜩잖게 여기는 목소리는 분명히 감지됐다. 핵심세력은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창조적 중산층’인데, 예술인·대학교수와 연구원·교사·의사·언론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물론 일부 사무직 근로자까지 반(反)크렘린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극동의 프리모르예 주의 푸틴 지지율이 20~30%대로 특히 저조하다. 때문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8일 그 책임을 물어 주지사를 전격 교체했다. 하지만 이들도 ‘푸티노믹스’(Putinomics·‘푸틴’과 ‘경제학’의 합성어) 덕에 러시아 경제가 부흥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푸틴이 언론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등 권위주의 통치를 한 탓에 민주주의의 근본가치가 훼손됐다고 비판한다. ‘러시아의 겉은 근사한데 속은 상했다.’는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어느새 일상이 돼 버린 수만명이 참가하는 주말 반푸틴 시위와 푸틴 반대 현수막 등에 대해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4~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여전히 ‘변화’보다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66%에 이르는 푸틴의 지지율(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첸트르가 24일 공개한 수치)에 러시아인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벌써 4~5번째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모스크바에서 사무직 직장에 다니는 빅토리아(여·29)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계속 출마하는 후보들은 공약이 한결같다. 또, 프로호로프는 국정을 사업가적 시각에서 봐 (만약 그가 집권하면) 어떤 상황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푸틴을 선호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 “재벌출신에 국정 맡기는 것도 불안” 푸틴 집권 이전인 1998년, 러시아는 국제투기자본의 유출 탓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었다. 2000년 이후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과 고유가 등이 맞물려 ‘집단적 수모’를 당했던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준 기억은 러시아인들의 뇌리에 뚜렷이 박혀 있다. 반발 속에서도 푸틴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받아들이는 러시아인의 태도를 역사적 원인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사방이 뚫린 대초원에 위치해 외세 침입이 잦았던 데다 추운 날씨 탓에 생존 자체가 급했다. 이 때문에 안팎의 위험으로부터 방어막이 돼줄 절대권력에 맞서기보다 받아들이는 삶을 택해 왔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러시아 전문가인 기연수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수난과 단절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생존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한곳으로 모아 끌고 가는 것이 역대 러시아 통치자들의 숙명적 과제”라고 평가했다. 푸틴에 대해 찬반을 달리하는 모스코비치들이지만 한 가지 동의하는 사실이 있다. 푸틴이 다시 크렘린궁(대통령 집무실)에 복귀해 향후 6년간 러시아를 이끌 것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dynamic@seoul.co.kr
  • 학부모 한학기 교사 면담 31% “한차례도 상담안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의 정기적인 만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학부모의 3분의 1가량이 학기 중에 교사와 단 한차례도 상담하지 않았다. 교사와 가정과의 단절인 셈이다. 또 부모와 학생과의 대화시간도 하루 평균 46분에 불과했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나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에 비해 중학생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가장 낮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7일 내놓은 전국의 초·중·고교생 학부모 1538명을 대상으로 한 ‘2011년 학부모의 자녀교육 및 학교참여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31.1%가 한 학기에 교사와의 면담이 한 번도 없었다. 한 차례가 47.5%, 두 차례가 15.9%, 세 차례가 3.5%, 다섯 차례 이상이 1.4%였다. 학교급별로는 학교폭력 문제가 가장 심각한 중학교의 면담 횟수가 가장 적었다. 중학교의 경우, ‘없다’고 밝힌 비율 39.5%, 고교는 35.3%, 초등학교는 23.1%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개인 및 그룹 상담을 학기별 1회 이상으로 주문했다. 면담 시간은 평균 21분으로, 초등은 10분 이하, 중학교는 11~20분, 고교는 21~30분이 가장 많았다. 교사와의 접촉 유형은 40.7%가 집단모임, 17.5%가 서신, 15.6%가 전화 또는 통신이었다. 면대 면 만남은 고작 14.8%에 불과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박근혜 “야당이냐는 비판에도 약속한 정책 지키려 노력”

    박근혜 “야당이냐는 비판에도 약속한 정책 지키려 노력”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국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국민에게 드린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일꾼들을 국민 여러분에게 추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을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는 정치·정책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의 변화가 미덥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며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정책을 바꾸려 할 때 ‘야당이냐’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켜내려 노력했던 이유도 정치는 신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각 장애인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티아트 카페’ 방문과 어려운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 황성화 집배원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국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환경을 만들고 그 역량을 모아 함께 발전하는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게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정직하게 살면 손해보지 않고 땀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예멘 대통령 선서식날 “쾅”

    시민의 힘으로 33년 철권통치를 끝내고 새 대통령을 뽑은 예멘이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대선에서 선출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신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수도 사나에서 의회 선서식을 가진 직후 남부의 한 도시에서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해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디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선서식 연설을 통해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설이 있은 뒤 사나에서 남동쪽으로 794㎞ 떨어진 하드라무트의 무칼라 대통령궁 외곽에서 차량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군 관계자는 “범인이 픽업트럭을 몰고 와 대통령궁 정문에서 차량을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화기를 동원해 대통령궁을 향해 발포하기도 했다. 예멘은 전국에 6~7개의 대통령궁이 있으며 폭발 당시 이 대통령궁에 정부 고위 관료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주재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는 “알카에다가 무칼라의 경비대를 상대로 ‘순교’를 실행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예멘 사회는 각 부족과 무장세력으로 분열돼 있으며, 특히 아비얀 주를 비롯한 남부 일부 지역은 알카에다 무장단체가 장악하고 있다. 선거 당시에도 남부에서 대선 반대 세력과 경찰의 충돌로 9명이 숨졌다. 이에 따라 예멘 사회의 통합은 하디 대통령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예멘의 앞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멘은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모범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와치는 “하디 대통령이 과거와의 즉각적인 단절을 통해 역사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하디 대통령은 27일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왕재산 결성은 무죄, 이적행위는 유죄”

    “왕재산 결성은 무죄, 이적행위는 유죄”

    북한과 연계된 간첩단을 조직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왕재산 간첩단’ 총책 김모(49)씨에게 법원이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결성했다는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염기창)는 23일 김씨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9년을, 이모(49)씨 등 3명에게 징역 5~7년의 실형 및 자격정지를 선고했다. 가담 정도가 가벼운 유모(47)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찰 기소 내용의 핵심인 반국가단체 구성, 즉 2005년 하반기에 ‘왕재산’을 결성하고 수괴 및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범죄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왕재산’ 부분은 피고인들과 함께 조직을 구성하고 입북해 1993년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접견 교시를 받은 뒤 북한 실태에 실망해 조직에서 이탈한 조모씨의 증언이 핵심인데, 이 증언만으로는 김씨 등이 2005년 반국가단체인 왕재산을 결성했다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는 1990년대 중반에 이미 피고인들과 관계를 단절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북한과 연계를 지속해온 점은 인정되지만, 조씨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왕재산’을 반국가단체로 확대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원은 주요 공소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민주당 등 국내 정치권과 전국연합, 한총련, 범민련남측본부 등의 내부 동향 등을 탐지, 수집한 혐의에 대해 “김씨에게서 발견된 북한 지령문과 보고서, 북한 공작원과의 통신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암호화 프로그램 등 제반 증거에 의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북한 공작원과 몰래 만난 혐의와 북한 공작원에게 LED 부품을 제공하고, 이적 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이 널리 보장되고 있으나, 이 같은 권리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해 대남 공작에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 탐지하는 등의 행위는 국가의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죄책이 몹시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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