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단절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과천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성룡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IMF 위기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소총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49
  • ‘아는 와이프’ 지성, 폐인모드 포착 “한지민과 동시 타임슬립 후폭풍”

    ‘아는 와이프’ 지성, 폐인모드 포착 “한지민과 동시 타임슬립 후폭풍”

    ‘아는 와이프’ 지성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자연인의 모습으로 포착돼 호기심을 자극한다.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연출 이상엽, 극본 양희승,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초록뱀미디어) 측은 13회를 앞두고, 폐인 모드의 주혁(지성 분)을 공개하며 달라진 현재의 조각을 엿볼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주혁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질 수도 있는 우진을 위해 다시 찾아온 기회에도 과거로 돌아가길 망설였지만, 우진은 엄마(이정은 분)에게 동전을 건네받고 “가서 운명을 바꾸겠다”며 과거로 향했다. 과거를 바꾸러 직진하는 우진과 그를 말리려 뒤를 쫓는 주혁의 차가 함께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두 사람은 2006년 운명의 그 날에 눈을 떴다. 공개된 사진은 새로운 현재에서 포착된 주혁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반듯하고 단정했던 은행원 주혁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 없다. 점퍼와 낡은 청바지를 입은 주혁은 세상과 단절된 채 유랑하는 자연인의 면모가 물씬 느껴진다. 생수로 물집이 나 엉망이 된 발의 상처를 씻거나 시골 마을 정자에서 나홀로 야외 취침에 나서는 모습까지 자연스럽다. 쓸쓸하게 잠을 청하던 주혁이 허공을 바라보며 짓는 애틋하고 아련한 표정과 쓸쓸한 분위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두고 과거로 돌아간 주혁과 우진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충격적인 주혁의 현재는 두 사람의 운명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주혁의 현재에 더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 한 사람의 선택이 불러왔던 나비효과의 파급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로 다가왔던 만큼, 주혁과 우진의 각기 다른 선택이 불러올 후폭풍은 더욱 거세고 변화의 폭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과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증도 커진다. ‘아는 와이프’ 제작진은 “달라진 현재에서도 결국 서로를 향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을 품고 과거로 돌아간 주혁과 우진.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드디어 공개되는 두 사람의 운명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13회는 오늘(12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현장 행정] ‘사람 숲’ 가꾸는 강동구청장

    [현장 행정] ‘사람 숲’ 가꾸는 강동구청장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청 잔디마당 앞 무대.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마을 활동가 30여명과 어울려 흥겹게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다 들고 있던 흰 종이판을 뒤집었다. 색색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함께 문장 하나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마을이다. 사람 숲에서 놀자.”이는 이 구청장이 구정을 펴며 ‘금과옥조’처럼 새기는 문구다. 이날 강동구청은 마을 공동체 사업지기와 마을 활동가, 주민 200여명을 구청 앞마당에 초청해 마을 활동가 대회를 열었다. 지난 5년간 마을 공동체 사업을 이끌어 온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축제였다. 18개 부스를 일일이 돌며 살갑게 주민들과 손을 맞잡은 이 구청장은 ‘마을 공동체가 왜 생겨났을까’란 화두를 던지며 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규모 12위로 지금껏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나’도 잃고, ‘이웃’도 잃는 등 많은 걸 잃었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께 정을 나눌 이웃, 이웃들이 어우러지는 마을 공동체를 가꾸려 노력한 것이죠.” 강동구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마을 만들기를 위한 조직 구성, 조례 제정, 마을 활동가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최근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서울시 마을상’을 받은 ‘웃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강동구에서 시작됐다. 강동구는 올해만 92개 마을 공동체 사업을 선정해 1억 9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 구청장은 그 이유로 ‘지역 내 소득 격차’를 꼽았다. “강동구는 중산층 지역과 저소득층 지역 간 교류가 단절돼 있어요. 이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삶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 사업을 선도적으로 펴 나가려 합니다. 내년에는 주민들의 삶이 더 풍요해질 겁니다. 함께 모여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유 공간들을 권역별로 퍼뜨릴 생각이거든요.” 그는 임기 내 주요 거점 5곳(길동, 강일동, 암사동 등)에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마을 활력소’를 세울 예정이다. 다음달 초엔 성내동에, 내년에는 천호동에 마을 활력소가 들어선다. 지난해 세운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에 이어 더욱 견고하게 마을 만들기의 뿌리를 내리는 셈이다. 이 구청장은 “다채로운 마을 공동체 활동에서 나눔, 공유의 가치란 씨앗이 뿌려지면서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강동구를 마을 공동체의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서울신문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연재를 시작한 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살인과 자살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 중 상당수는 ‘노노(老老) 간병’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노인 인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만성 질환자도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만성 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89.5%에 달했다. 노인 인구는 앞으로도 급속도로 증가해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노-노 간병 외에도 장애를 지녔거나 병에 걸린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의 굴레 속에 고통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전문가 5명을 본사로 초청, 해법을 모색해 봤다. 차흥봉(76)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형선(58)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신영석(5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효영(41) 성북미르사랑데이케어센터장, 이성희(59) ‘마을살림 가족지원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유영규 탐사기획부장이 좌담을 진행했다.→‘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이 일어나는 원인은. -차흥봉 전 장관(이하 차 전 장관) 거시적으로 보면 ‘인구학적 변화’와 ‘가족 부양 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980년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던 노인(65세 이상)은 지난해 14%로 급증했다. 당연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었다. 또 1980년에는 약 85%의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사는 등 가족 부양 체계가 급변했다. 이런 이유로 노노 간병이 증가하고, 간병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도 늘었다. -정형선 교수(이하 정 교수) 노인 인구 비중이 28%에 이르는 일본은 지역별로 고령 환자에 대한 간병 계획을 짜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등 아픈 환자와 가족간병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간병 부담을 대부분 환자 가족들에게만 떠넘긴다.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신영석 연구위원(이하 신 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 세밀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서울신문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간병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성희 대표(이하 이 대표) 현장에서 가족간병인을 만나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할 때다. 미국은 만성 질환자들을 관찰하다 힘겨운 간병으로 보호자가 먼저 사망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가족간병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울신문 보도를 계기로 우리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가족간병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이유는. -차 전 장관 서울신문의 분석처럼 간병 기간과 하루 간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이 상승한다. 치매 등 만성 질환자를 종일 돌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돌봄은 끝이 없지만 환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여기서 오는 절망감도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된다. -신 연구위원 가족이 환자들을 종일 돌본다는 건 경제적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간병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간병인을 고용했을 것이다. 결국 경제력이 낮을수록 간병 시간이 길어지고 우울감도 높아진다. -이 대표 경제력과 별개로 꼭 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도 간병인에게 족쇄가 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주간보호시설로 모시는 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종일 환자를 돌보다 우울증을 앓는다. 이런 가족들을 설득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환자들은 시설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그 시간만큼 간병 부담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역사회의 돌봄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박효영 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간병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도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기고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울감이 증폭된다. 일본이나 네덜란드에는 ‘치매안심마을’이 있다.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고 간병인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정 교수 결국은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회에서 적절하게 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간병 시간을 줄여 주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등 간병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정 교수 일본은 가족을 돌보다 폭행할 경우, 케어매니저(돌봄 전문가)가 곧바로 둘을 분리시킨다.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쇼트스테이(단기보호시설)에 보내거나, 심각한 경우 보호자에게 요양시설 입소 등을 제안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간병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이 대표 결국 폭력이 불행의 시작이다. 폭력이 습관화되고 극단적 사태로 치닫기 전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케어매니저 시스템도 사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있는 가정을 살피고 돌봄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차 전 장관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레스핏 케어’가 필요하다. 레스핏 케어는 간병인들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간병인을 투입하는 제도다. 영국 등에 잘 구축돼 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한계에 몰린 간병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단기 또는 주야간 보호시설이 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히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박 센터장 간병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간병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다른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간병을 해 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소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 프로그램이나 자조모임을 진행하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지원과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 남성간병인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간병인의 수치를 집계하는 데 우리나라는 없다. 그만큼 간병은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드러내서 말하길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간병의 어려움, 갈등을 털어놓는다거나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여성보다 적다. 실제 서울신문이 분석한 판결문을 보면 남성이 간병살인의 가해자인 경우가 약 74%다. 남성을 위한 간병교육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등이 필요하다. -정 교수 나아가 우리 사회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 간병자살 사건의 상당수가 노노 간병에서 발생했다.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인마저 병에 걸렸을 때 간병살인 비극이 다수 발생했다. 환자들에게 괴로운 삶을 강요하기보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죽음에 다다른 개인의 선택을 사회가 막으면서도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에게 선택의 출구를 열어 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경제적 어려움이 간병살인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인과 해결책은. -정 교수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을 활용해 저소득층 간병 비용을 줄여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국가 재정상 한계가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의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려 생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2000만원 정도의 돌봄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국 치매환자가 70만명에 달하니 14조원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한 해 편성되는 치매환자 관련 정부 예산은 모두 합쳐도 3000억원 정도다. -차 전 장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극단에 몰려 자살이나 범죄 위험군에 있는 환자의 가정만 지원 대상으로 하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럽게 생계 곤란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을 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로 위태로운 환자의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 대표 저소득층의 경우 특히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복합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간병하는 것만도 벅차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지역 단위의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심권50+센터’는 건강 코디네이터 60여명을 생활고를 겪는 치매 가정에 파견하고 있다. 치매 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돌보고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위원 이른바 ‘간병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평소에 아픈 사람을 돌봐 마일리지를 쌓고, 훗날 본인이 병들면 그만큼 간병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가족도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일리지가 남는다면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정 교수 현재 경로당 등에서 제한적으로 ‘노노 케어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신 연구위원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면 좋겠다. 저소득층에게 특히 도움 될 것이다.→주요 선진국들은 가족간병 해법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거론한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가 환자를 돌보는 개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대표 앞서 이야기 한 해외 제도 대부분이 커뮤니티 케어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직접 찾아 복지 시스템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시·군·구에 주민을 위한 약 4300개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의 케어매니저들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기보호시설이나 간병인, 요양원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돌봄 제도를 지원한다. -정 교수 환자들이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려면 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요양·간호 서비스 등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필수 조건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가 운영한다. 우리도 전국에 많은 복지기관과 시설, 인력이 있지만 제각각이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처럼 제도를 통일하고 산재한 민간단체에 가족간병 지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정 경력을 갖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케어매니저로 흡수해야 한다.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 센터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환자와 가족이 완전히 분리돼 지내는 건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좋지 않다. 주간보호센터에 치매 환자를 보내면서 돌봄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렇게 가족이 관심을 두면 환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고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족과 사회 모두 돌봄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환자들에게도 이상적이다. -신 연구위원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겠다는 커뮤니티 케어의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유럽이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한 건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로 일부 옮겨 재정 부담을 덜려는 목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환자를 보살피는 복지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향과 발전상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정 교수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경우 의사가 상근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요양시설 서비스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그곳에 있기를 거부하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괴롭다.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자가 2~3배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요양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 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 3137개로 전년 대비 202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들이 믿고 맡길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 교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시스템인 개호노인보건시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엔 입원 환자 1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둔다. 만성 질환자임에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머물렀거나 요양원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받던 환자들을 개호노인보건시설이 흡수한다.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집에서 돌보기 어려워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복지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신 연구위원 우리나라도 개노인보건시설과 유사한 시설로 보훈시설이 있다. 전국 5개의 보훈병원 인근에 보훈시설이 있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시설로 이동시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요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델을 확대해봄 직하다. -이 대표 요양보호사도 질은 낮고 숫자는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150만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30만~35만명 수준이다. 만성 질환자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활동한 지 1년 된 요양보호사나 10년 된 사람이나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 처우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직무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높여 전문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환자 보호자들도 전문성이 없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차 전 장관 교육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자격증 제도를 손질하면 좋겠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1만명의 간병 인력을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그러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우리는 현행 제도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고민하는 것이 좋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신속한 사당로 도로확장 추진으로 교통대란 막아야

    신속한 사당로 도로확장 추진으로 교통대란 막아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김기대)는 지난 10일 단절되어 있는 강남지역의 동서축을 연결하는 서리풀 터널 공사현장(서초역~방배로간 도로개설공사) 및 사당로 도로확장 공사현장을 방문하여 연계된 두 사업의 준공시기가 상이함에 따른 사당로와 인근 지역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력히 주문했다. 이날 도시안전건설위원들은 서리풀터널의 경우 2019년 2월 개통이 예정되어 있고, 사당로 도로확장은 2021년 11월 준공 예정으로, 준공시기가 달라 사당로에서 교통정체현상이 발생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이 지역 시의원인 박기열 위원(더불어민주당, 동작3)도 서리풀터널이 개통되면 내방역에서 강남역까지 출퇴근 통행시간이 약 20분 단축되는 효과도 있지만, 사당로 도로확장 공사가 완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서리풀터널이 미리 개통될 경우 강남·서초 방향에서 유입되는 차량이 증가하여 사당로를 포함한 이 지역 일대의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사당로의 조기 확장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력히 피력했다. 서초구 내방역사거리에서 서초역사거리를 잇는 서초대로를 잇는 서리풀터널 공사는 총사업비 1,485억원을 들여 2019년 1월 준공을 앞두고 있고, 사당로 도로확장 공사는 총사업비 334억 16백만원을 투입하여 현재 수용토지에 대한 보상을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11월 착공 예정 중에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로야구] 역시 해외파…‘1순위’ 이대은 KT로

    [프로야구] 역시 해외파…‘1순위’ 이대은 KT로

    이대은 “새달 전역… 10승 이상 목표” 이학주·윤정현 등 ‘국내 유턴파’ 6명 둥지 대졸 4라운드 첫 지명 “올해도 찬밥”경찰야구단 제대를 한 달 앞둔 이대은이 ‘국내 유턴파’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이대은은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행사에서 전체 1072명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며 KT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프로야구 성적 역순으로 우선권을 갖게 되는 규정에 따라 KT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다. 예년에 비해 고등학교 졸업 선수 중 ‘특급 유망주’가 적다는 평가 속에 이대은, 이학주(전체 2순위로 삼성), 윤정현(전체 4순위로 넥센)을 비롯한 국내 유턴파가 빠른 순번으로 이름이 불리며 눈길을 끌었다. 드래프트에 원서를 넣은 유턴파 10명 중 6명이 둥지를 찾았다. 이대은은 2007년 신일고를 졸업한 직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떠났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2015년에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로 이적해 9승을 기록했다. 같은 해 프리미어12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우승에 기여했던 이대은은 올 시즌 경찰청야구단 소속으로 18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미국·일본에서 뛰며 ‘즉시 전력감’임을 증명한 이대은을, KT는 일찌감치 점찍어 뒀다. 약점으로 꼽히는 토종 투수 자원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KT는 이날 호명한 10명의 선수 중 6명을 투수 포지션으로 뽑았다. 이대은은 최고 시속 150㎞대 중반까지 나오는 직구에다가 슬라이더·커브·스플리터까지 장착했다. 기복이 있는 플레이가 단점이지만 구종이 다양한 편이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해 스타성이 있단 평가를 받는다. 이대은이 KBO리그에서 뛰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래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바로 진출한 선수가 국내 구단에 입단하려면 2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KBO 퓨처스리그에 속한 상무나 경찰야구단에서 뛸 수 없었다. 이대은의 입대를 앞두고 KBO가 국가대표 출신 선수에 한해 퓨처스리그 출전을 허용하는 ‘이대은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면 야구 경력이 단절될 뻔했다.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는 국내 복귀가 조건이었던 ‘이대은 규정’을 어기고 해외 진출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결국 KBO리그를 택했다. 이대은은 “다음달 10일 전역한다. 주변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올겨울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잘 훈련해서 부상 없이 내년 시즌을 뛰겠다”며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서, 10승 이상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대호 형과는 일본에서 해 봤으니 다시 상대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드래프트에서도 대학 졸업 선수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졸 선수는 2014 드래프트에서 48.5%(105명 중 51명)를 기록했다가 2015년에는 37%(100명 중 37명), 2016년 34.5%(110명 중 38명), 2017년 23%(100명 중 23명)로 떨어졌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선 100명 중 18명(18%)에 그쳤다. 올해도 100명 중 대졸 선수가 20명(20%)에 불과했다. 4라운드 1순위(전체 31번째)에 가서야 국내 대학 졸업 선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상동(영남대)의 이름이 KT 구단 관계자에 의해 불렸다. 이날 전체 1072명 중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모두 100명이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또 극우당 약진… 스웨덴도 삼킨 ‘反난민 쓰나미’

    또 극우당 약진… 스웨덴도 삼킨 ‘反난민 쓰나미’

    39세 당대표 SD 3위… 캐스팅보트 잡아 獨·伊 이어 북유럽도 난민이 표심 갈라 내년 유럽의회 선거도 극우 돌풍 가시화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이 ‘난민 쓰나미’가 최대 쟁점이 된 스웨덴 총선에서 제3의 정치세력으로 약진하면서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잡았다. 10일 BBC 등에 따르면 극우당인 SD가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17.6%를 득표해 62석을 확보했다. 이는 2014년 총선 득표율인 12.9%를 5% 포인트 가까이 늘린 것이다. 2010년 5.7%의 득표율로 의회에 진입한 SD는 반이민 정서의 확산 속에서 2014년 총선에서는 의석을 두 배로 늘렸었다. 이번 선거 결과 중도좌파 성향의 현 집권세력인 연립여당이나 중도우파 성향의 야권연맹이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SD의 입장이 더 무게를 지니게 됐다. 스테판 뢰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립여당(사민당+녹색당+좌파당)은 40.6% 득표율로 144석을, 야권 4개 정당 연맹(보수당+자유당+중앙당+기독민주당)은 40.3%의 득표율로 143석을 각각 확보했다.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이어 북유럽의 리더 격인 스웨덴에서도 반난민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목소리를 높이게 됨에 따라 내년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돌풍 가능성이 더 가시화됐다. 유럽에 난민 쓰나미가 몰려온 2015년 이래 유럽 주요 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기성 정당을 위협하는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펼쳐 왔던 스웨덴은 2015년 한 해에만 16만명 이상의 난민이 들어오면서 복지 수준 하락 및 재정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 왔다. 임미 오케손(39) SD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여당은 복지보다 이민자를 우선했지만 우리는 복지에 우선순위를 둔다”며 표심을 흔들었다. SD는 북유럽 국가의 이민자만 수용하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경찰력을 강화해 범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선전해 왔다. 오케손 대표는 2010년 SD를 의회에 입성시킨 지 8년 만에 다시 제3당으로까지 끌어올려 스웨덴과 유럽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그는 2005년 26세에 SD 당대표로 선발돼 13년 동안 당을 이끌어 온 4선 의원이다. 신나치에 뿌리를 둔 SD를 신나치 세력과 단절시키면서 주류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스웨덴 민족주의자’로 자처하는 그는 이민, EU, 이슬람 등에 반대하며 “무슬림은 2차대전 이후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해 왔다. 유럽 의회에서 자유 진영을 이끌고 있는 전 벨기에 총리인 기 베르호프스타트 의원은 이 같은 선거 결과에 자극받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의 연합 등이 포함된 ‘반극우, 반민족주의, 친유럽 운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반면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엽합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유럽의 민주주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어떤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스웨덴 정국은 차기 정부 구성에 진통을 겪게 됐다. 연립여당과 야권연맹 모두 SD와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집권세력이 뒤바뀔 수도 있게 됐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정대화의 더 정치] 촛불의 본질은 개혁… 文, 경제·사회 영역서도 분명한 메시지 전해야

    [정대화의 더 정치] 촛불의 본질은 개혁… 文, 경제·사회 영역서도 분명한 메시지 전해야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모든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초에 80%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이 50% 안팎의 약보합세로 내려앉았다.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간단하게 말해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배경은 촛불혁명이다. 촛불혁명 없이는 박근혜 탄핵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촛불혁명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무슨 혁명이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거에 밤을 밝힌 수백만 개의 촛불을 야유회라고 불러야 옳을까? 촛불혁명이 기존 혁명과 다른 점은 조직적이기보다는 비조직적이고, 전투적이기보다는 평화적이고, 전위적이기보다는 대중적이라는 것이다. 혁명보다 덜 이념적이고 덜 급진적이라는 차이도 있다. 혁명이 갖는 급진적인 이미지와 달리 촛불혁명은 온건하다 못해 축제 그 자체였다. 혁명과 축제의 결합, 이것으로 촛불혁명은 혁명의 인식 지평을 크게 확장시켰다. 촛불혁명이 ‘축제형 혁명’이었다는 사실과 대통령을 탄핵하고 권력을 교체하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하나로 종합하면 ‘유쾌한 혁신’이 머릿속에 떠오름 직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촛불혁명이 그 이후의 정치 과정에서 온전하게 수용되지 못한 탓이다.정부와 여당은 촛불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 상황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방식,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촛불의 흔적이 강하게 배어난다. ‘촛불대통령’답다. 그러나 참모들도 대통령처럼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혹 촛불을 혁명으로 생각하지 않고 축제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놀고 있네’ 라는 표현이 뒤따를 것이다. 야당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양 촛불을 까맣게 잊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지워버린 것 같다. 야당은 촛불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지른 미증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 진정 어린 반성을 들어보지 못했다. 적반하장으로 김병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 고영주의 공산주의 발언, 김성태 원내대표의 신적폐 발언에서 지극한 망각증의 징후만 보았다. 과거 박정희의 정치활동정화법이나 전두환의 정치풍토쇄신법이 아니더라도 ‘포스트 촛불혁명’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과학 영역에 ‘경제결정론’과 ‘정치결정론’을 둘러싼 학문적 토론이 있다. 경제결정론은 경제가 정치적 결정의 토대라는 입장이고 정치결정론은 특수한 국면에서 정치가 경제에 독립해서 고유의 결정력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다섯 수레의 책으로도 토론을 정리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경제는 정치적 결정의 토대이되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는 정치적 결정이 경제를 압도한다는 정도로 요약하자. 정치결정론이 작동하는 역사적 국면은 혁명적 변화의 상황이다. 이 국면에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일이 정치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은 정치결정론이 강하게 작동할 시점이다. 만약 지금 경제결정론이 작동한다면 정부 정책은 재벌 친화적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결정론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부는 이 정치결정론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재벌체제 위에 선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재벌체제는 한국 경제의 ‘절대상수’이고 정치적 결정의 토대이다. 한국 정치는 재벌경제의 정치이고 정치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재벌체제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재벌체제가 존속하는 한 중소기업과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혁과 재벌체제는 빙탄불상용의 양립 불가능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벌체제를 능가하는 정치가 꼭 필요하다. 둘째, 정치결정론이 국내외 모든 정책에 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얼핏 경제와 무관해 보이는 외교안보와 남북관계 영역에서는 순수하게 정치결정론이 작동하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선도적이고 메시지는 명료하며 정책 집행상의 혼선도 없다. 반면, 경제 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은 모호하고 대통령의 메시지는 추상적이거나 간접적이며 정책 집행에는 혼선이 있다. 교육과 노동 등 사회 영역에서는 메시지 자체가 태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간결한 메시지로 국민에게 접근해야 한다. 정치는 메시지다. 남북관계에서 대통령이 보여준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경제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현안인 부동산, 일자리, 최저임금 문제를 포함해서 경제 혁신의 방향과 목표가 국민에게 가감 없이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도 이론이 아니라 실물로 들려주어야 한다. 이 메시지에 정부 각 부처,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자영업, 노동자와 농민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하는 대통령의 말이 포함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특별히,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전쟁사에서 보았던 것처럼 내우를 외환으로 다스리는 정치는 하급의 나쁜 정치이며 성공 가능성도 낮다. 내우의 조건에서는 외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정치의 불안정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외교의 성과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강대국의 개입이 고도화되는 유례없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국내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마땅히 대통령의 과제이다. 나라에 아무리 좋은 일이 많아도 곳간에 쌀이 떨어지면 함께 기뻐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족통일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북관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세력에게는 비판의 호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전쟁이론으로 비유하자면 무리한 속도전이 보급선의 단절을 초래하거나 포위공격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축제형 촛불혁명이 기대하는 촛불정치는 ‘유쾌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개혁이어야 할 것이다. 개혁은 여름 장마철 계곡을 흘러내리는 큰물과 같아서 우당탕거리며 흘러내린다. 이리저리 튀면서 흐르기에 일견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가는 길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 싸우듯이 소란스럽게 흐르지만 갈라지지 않고 함께 흘러간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법 질서 있는 개혁이 가능하다. 개혁이 혁명과 구별되는 점은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고치고 다듬고 씻어서 아나바다의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며 가면서 끊임없이 서로 조율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말하자면 여당과 야당이, 기업가와 노동자가, 사학의 운영자와 구성원이, 교총과 전교조가, 남과 북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조 사후 조선 후기 100년을 내우에 시달렸고 그 후 100년 이상을 외환에 시달린 비통한 역사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식민 지배와 분단과 전쟁을 연이어 겪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남단에서 고립된 섬으로 유폐되었다. 그 긴 세월 고생한 보람이 있어 경제를 키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여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려는 마당에 과거 독재와 불의가 횡행하던 시절에 사용했던 망령된 언어와 행태로 나라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의 진보를 향해 달려가는 마차를 막아서는 자는 말발굽에 밟히고 바퀴에 깔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상지대 총장직무대행
  •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어!”는 말을 익힌 유아가 처음 뱉는 몇 가지 단어 중 하나다. ‘엄마’가 관계맺기에 관한 생애 첫 단어라면, 유아에게 ‘싫어’는 주변 위협요소를 차단시킬 가성비 높은 무기다. 강간죄 기본 구성요건인 ‘싫다면 싫은 것(노민스노·No means no) 규칙’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금기를 규정한다. 이민을 모색하는 청춘을 그린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극복할 수 없는 싫음’이 결국 익숙한 터전에서 떠나야 할 숙명으로 작동하는 의식 흐름을 설명한다. ‘싫어’란 말이 ‘집단’이나 ‘낙인’이란 말과 결합해 ‘혐오’란 말로 진화하기도 한다. 20대가 선택한 ‘싫존주의’는 이처럼 복잡한 싫음의 여러 단계 중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놓고 공표되지 않던 단어 ‘싫어’를 커밍아웃시킨 20대에게 ‘싫음의 이유’를 들었다.싫다고 말하기…나를 깨우다 그저 싫어서 싫다고 했을 뿐인데 개설 하루 만에 페이스북 팔로어 3만명을 모으며 ‘싫존주의’를 세상에 알린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싫음은 “싫어!”란 한마디에서 멈추지 않는다. “냉면에 들어간 오이도 참을 수 없다”, “오이향이 싫어 오이 비누도 못쓴다”, “숫자 5와 2도 싫다”, “셜록에 나오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오이 닮았다니 싫더라”며 꼬리를 문다. 그러다 돌연 소비자 취향대로 오이나 피클을 빼 주는 S샌드위치 체인점 예찬으로 빠지거나, 보기도 싫은 오이를 오자이크(오이+모자이크)한 페이스북 관리자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10대 땐 급식에서, 20대 땐 군대에서, 더 커선 직장 상사 앞에서 싫다고 말 못한 ‘오.이.’를 품평하며 이들은 ‘오이와 결별한 나’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식 좀 그만”… 관행을 바꾸다 여전히 관행대로 작동하는 직장에서 회식이 싫다고 공개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큰 맘 먹고 ‘회식이 싫다’고 했다 무위에 그친 직장인 박모(29)씨와 같은 사례는 흔했다. 박씨는 딱 한 번 용기를 내 “원래 술을 싫어하는데다, 오늘은 유독 몸이 좋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상사에게서 돌아온 건 “몸이 안 좋으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셔라”는 지시였다. 그날 술에 취해 상사 등에 업혀 집에 돌아간 이후 박씨는 “싫다”고 말하는 대신 회식에서 요령껏 술을 피한다. 3년차 직장인 임모(27·여)씨는 회식에 앞서 “술을 잘 못 마시고, 마시면 바로 얼굴이 빨개진다”고 돌려 말했다. 상사들은 “그래도 첫 잔은 원샷”이라고 대꾸했다. 그렇다고 ‘회식 싫존주의’ 선언이 꼭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 차민영(23·여)씨는 응답을 받은 경우다. 첫 회식자리에서 용기 내 “구운 고기를 싫어한다”고 하자, 상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차씨는 “첫 회식에서 말하기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 말해야 앞으로가 편할 거란 생각에 그냥 질렀다”면서 “그다음부턴 회식 장소를 정하기 전에 미리 ‘이 메뉴는 어떠냐’고 물어봐 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직장 회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비혼·비출산 선언… 관습을 벗다 결혼이나 육아처럼 때 되면 해야 되는 숙제처럼 치부되는 관습의 영역에서도 ‘싫존주의’가 작동했다. 자의에 의해, 혹은 사회에 떠밀리듯, 자포자기하듯 ‘결혼 싫어’나 ‘출산 안 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자인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최희석(29)씨는 오랜 고민 끝에 비혼을 선택했다. 최씨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늦게 취업을 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서 “책임질 수 없는 미래라면 ‘싫어’ 선언을 하는 게 현실에 대한 예의 같았다”고 했다. 아직 주변에 이 결심을 털어놓지 못했다. 가끔 부모님께 “혼자 살 거야”라는 장난 섞인 진심을 내비치지만 최씨의 어머니는 “그래도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넌지시 결혼을 권한다. 반면 대학생 박도연(21·여)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다. 멋있게 살겠다는 꿈을 결혼이란 제도가 해친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박씨는 “부모님이 제게 했던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비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가 됐다”고 했다. 박씨는 “비혼 선언에 아빠는 ‘네 인생 살아라’고 응원해 주셨지만, 엄마의 반응은 지금도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랑 난 다른 사람이야. 내가 엄마일 필요는 없어’라고 자꾸 말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엄마상(像)과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아직 닮고 싶은 삶의 모델은 찾지 못한 박씨는 일단 싫어하는 것을 추려내는 데 열중한다. 그는 “싫은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적령기도 아닌데) 반복해서 ‘결혼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반복적으로 내 가치관을 말해 말의 무게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도 힘든데”… 내 것을 지킨다 그동안의 진보·보수 이념 구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싫은 감정’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선거나 여론조사 등에서 이주민·난민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이 발현되는 게 대표적이다. 난민 반대 시위를 하는 ‘난민대책 국민행동’ 스태프의 40~50%는 20대로 알려졌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싫음은 ‘이주민 자체’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간 일자리 경쟁’에 초점을 맞춘 양상도 보인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관계자는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부양 등 안 그래도 젊은층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자기들 세금으로 외국인까지 거둬야 하느냐는 식의 본능적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고 청년층의 인식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26·여)씨는 “요즘엔 최저시급이 올라서인지 알바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이 상황에서 난민까지 받아들이는 건 솔직히 싫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나 제 마음이 이기적이란 것을 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보면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남들도 그래”… 익명에 기대다 온라인은 기존 관례를 신경 쓰지 않고 ‘싫음’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다. 오프라인에서 ‘싫음’이나 ‘혐오’를 드러내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면, 온라인 게시판에선 ‘지지’를 드러낼 때 별종 취급을 받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78.5%, 온라인 혐오 표현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5%였다.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1.6%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 혐오 표현을 했다고 대답했다. 표현에 대해 입증·행동 책임을 잘 지우지 않는 온라인 게시판의 속성이 ‘싫음’의 속성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좋음’을 일단 표현하면 그 대상과 계속 관계맺기를 이어가야 하는 반면, ‘싫음’을 일단 선언한 뒤엔 관계를 단절해도 무방하게 여겨진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싫음’이 빈번하게 표현되는 이유에 대해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익명의 지지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내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선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내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는 하나의 객체로서만 간주된다”면서 “소통에 부담이 없으니 ‘싫다’ 혹은 ‘혐오한다’ 등의 감정이 더 잘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1인 가구 소통 프로그램 만든 자치구] 함께 취미 배우는 금천 ‘독거중년’

    [1인 가구 소통 프로그램 만든 자치구] 함께 취미 배우는 금천 ‘독거중년’

    서울 금천구는 중장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최근 40~60대 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 등 사회적 고립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지역사회가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금천구는 시흥4동 주민센터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솔로들의 아우성’(我友聲·나와 친구들의 소리) 운영을 시작한다. ‘혼밥의 달인’, ‘목공의 달인’ 등 기존 1인 가구 자조모임 회원들이 참여하고, 12월에는 공연과 작품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장년들은 개방형 공유공간에 모여 난타, 목공 수업, 나눔 활동 등을 하게 된다. 또 텃밭을 가꾸고, 심리검사와 전문가 상담도 받게 된다.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신체적, 경제적, 심리적인 고통을 겪지만 사회와 단절돼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은둔형 중장년층이 이웃과 상호작용하면서 지역사회 일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배우는 한국 ‘1인가구’의 내일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배우는 한국 ‘1인가구’의 내일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의 비중은 28.6%다. 7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18%로 가장 높았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도 2015년 총가구수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4.5%에 달했다. 역시 주로 혼자 사는 고령자나 중장년층이 많았다. 1인가구는 동거 가족이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고,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일본보다 7년이나 빠른 17년 만에 ‘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역시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런 점에서 신간 ‘1인가구 사회’(나남)는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미리 점쳐보는 참고 자료가 될 만하다. 책은 일본의 1인가구 증가 현황 및 1인가구가 안고 있는 생활 리스크를 분석하고 1인가구를 위한 새로운 사회 정책을 제안한다. 저자인 후지모리 가츠히코 일본복지대 교수는 민간 연구기관인 미즈호정보총합연구소 사회보장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일본의 1인 가구와 사회보장정책에 대해 연구해왔다. 일본의 80세 이상 여성 중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1986년 9%에서 2015년 26%로 크게 늘었다. 1985년 혼자 사는 50대 남성의 비율은 5%였던 것이 2015년에는 18%로 증가했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장례추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30년까지 80세 이상 1인가구수가 64%, 50대 1인가구수도 4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1인가구가 겪게 될 빈곤, 인간관계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의 사회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가족의 지원에 의존하는 가족의존형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척이 없는 고령 독신자들도 안심하고 독립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이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서 혈연이 아니더라도 서로 지원하는 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고령자들도 노동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입을 얻어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을 한다는 성취감으로부터 보람을 느껴 인생의 의미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발달장애인 자녀 둔 부모 4명 중 1명,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생활 못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발달장애인 자녀 둔 부모 4명 중 1명,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생활 못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4명 중 1명(24%)은 자녀를 돌보느라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우울증을 키울 수 있어 장애인 가족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경일대 대학원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이 지난 6월 발표한 논문 ‘발달장애인 부모의 돌봄스트레스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507명 가운데 121명(23.9%)은 월 1회조차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여가 활동 횟수는 월 1~2회가 49.1%(249명), 3~4회가 18.1%(92명)였다. 월 5회 이상 여가 활동을 한다는 응답자는 8.9%(45명)에 불과했다. 김 부회장은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행동을 억제하기가 더 어렵고 시설 등에 맡기기도 힘들어 부모들이 매일 상당 시간을 돌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집 밖을 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으로 고립된 부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16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는 하루 평균 평일에는 8.8시간, 주말에는 14.9시간을 자녀를 돌보는 데 쓰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의 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에 평생을 시달린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부모들은 ‘돌봄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6.3%) 보다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46.5%)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며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휴식 프로그램’(25.1%), ‘장애 자녀 양육 상담’(23.4%), ‘부모 자조 모임 또는 결연 프로그램’(13.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간병 스트레스, 외부와의 단절은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고립 예방을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 5명 중 4명,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울하다”

    쌍용차 해고자의 아내 5명 중 4명,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울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 당시 해고자와 복직자, 그리고 그 가족들은 9년이 지난 지금도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주제로 2018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인원위원회가 지원한 이번 연구는 쌍용차 해고자·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4월 22일∼5월 21일 진행됐고, 해고자 89명(전체 대비 74.1%), 복직자 34명(전체 대비 97.1%)이 조사에 참여했다. 6월 5∼29일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된 배우자 조사에는 해고자 배우자 28명, 복직자 배우자 38명이 참여했다. 권지영 ‘와락’ 대표는 “해고 당사자들의 건강과 경제적 상황, 삶의 수준 등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는 있었지만, 그 가족을 상대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조사 결과, ‘지난 1주일간 우울 증상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고자의 배우자 82.6%, 복직자의 배우자 48.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 교수는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참여한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해고자의 배우자는 8.27배, 복직자의 아내는 5.27배나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 배우자의 32.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응답률을 해고자와 복직자의 배우자로 나누면, 해고자의 배우자는 48.0%, 복직자의 배우자는 20.6%였다. 이는 지난 1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일반 여성들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인 5.7%보다 각각 8배, 3배씩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침몰한 천안함 생존 장병 가운데 50%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고자 배우자들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얼마나 건강한지를 물었을 때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해고자의 배우자가 42.3%, 복직자의 배우자는 17.1% 수준이었다.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해고 당사자들에게서 더 많이 나왔다. 해고자들은 50.0%가, 복직자들은 30.3%가 ‘나쁘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근로환경조사에 참여한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각각 20.8배, 12.6배씩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2015년 이들의 건강을 조사했을 당시(약 39%)보다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복직하지 못한 이들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조사 대상자 대다수는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해고자 배우자는 70.8%, 해고 당사자는 87.8%가 ‘소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소외감은 배우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해고자의 배우자는 33.3%가, 복직자의 배우자는 18.8%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각각 3.85배, 1.86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혀 고립되고 단절됐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의지하는 사람은 당연히 배우자”라면서 “남편과 아내가 모두 아프고 고통스럽다 보니 배우자에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9년 이후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해고자의 배우자 54.6%가 ‘그렇다’고 답했다. 복직자의 아내 역시 62.5%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들이 겪은 사회적 고립과 차별은 사측의 관제 데모 전략에 따라 더욱 심해졌다”면서 “경찰이나 국가로부터의 폭력은 견딜 수 있었을지 몰라도 같은 처지인 사람들로부터의 폭력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해고자의 42.3%, 복직자의 34.5%가 ‘그렇다’고 답했다. DNA 시료 채취 경험을 묻는 말에는 해고자의 32.5%, 복직자의 35.7%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쌍용차 해고자의 가족도 ‘이런 해고’의 피해자입니다

    쌍용차 해고자의 가족도 ‘이런 해고’의 피해자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지 올해로 9년이 흘렀지만, 많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제기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는 지금도 생계가 막연한 해고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그의 가족들 역시 절망감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고노동자의 가족들도 국가와 사회에 의해 버림 받은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가족들의 삶은 조금씩 파괴되고 있었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복직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에는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글자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앞서 2009년 쌍용차의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복직자의 건강 상태, 해고자의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등을 조사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들의 가족, 특히 배우자의 건강과 차별 경험 등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해고자의 배우자 28명과 복직자의 배우자 38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지난 1년 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 질문에 답한 해고자 배우자(25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0%(12명)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의 일반 여성(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일반 여성)과 비교했을 때 8배 이상 높은 숫자였다. 같은 문항에 응답한 복직자 배우자(34명) 중에서도 일반 여성보다 약 3배 높은 비율인 20.6%(7명)가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반 여성보다 자살을 생각한 정도가 많다’ 정도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의 일반 여성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8배 이상 높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1주일 간 우울 증상’ 유무를 묻는 질문에서도 해고자 배우자(23명) 중 82.6%(19명)가 ‘우울 증상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 비율이 일반 인구의 약 8배에 달했다. 같은 질문에 답한 복직자 배우자(31명) 중에서도 절반 가량(48.4%·15명)이 ‘있다’고 응답했다. 역시 일반 인구의 응답 비율보다 5배 이상 높았다. 특히 해고자 배우자의 경우에는 해고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있었다. ‘(남편의)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는 질문에 해고자 배우자(24명)의 70.8%(17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편의) 해고로 인해 내가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행동하게 될까봐 전처럼 사람들과 잘 사귀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45.8%(11명)에 달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응답한 비율도 45.8%(11명)였다. 김 교수는 “정리해고가 사회적 낙인이 되면서 해고자와 그의 가족들이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되고 고립되고 소외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낙인은 사회적 차별로 이어졌다. ‘2009년 이후 남편이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는지’를 물은 질문에, 해고자 배우자(22명)와 복직자 배우자(32명) 모두 ‘그렇다’는 응답(각각 54.6%(12명), 62.5%(20명))이 더 많았다. 주로 직장과 동네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권지영 대표는 “정리해고로 남편이 해고당한 이후 경제활동을 시작한 아내들이 식당, 어린이집, 작은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일터에서 ‘해고자들이 이기적이었다’, ‘해고자들이 잘못했다’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2009년 당시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해고자들이 경기 평택공장에서 파업을 하는 동안, 회사는 ‘살아 남은’ 노동자들을 동원해 데모를 일으켰다. 김 교수는 해고자 배우자들이 “얼마 전까지 남편의 동료였던, 가족 간 모임도 같이 했던 남편의 동료들이 육두문자를 날리는 경험들, 오히려 경찰이나 국가가 자신들을 힘들게 하는 경험은 견딜 수 있었지만 같은 처지를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폭력은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결국 해고노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해고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 국가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김 교수는 9년 전 쌍용차의 정리해고에 우리가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닙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했으니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향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는 한국 사회에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이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기업이 아니라 해고당하는 가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정리해고가 노동자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쌍용차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냈던 이정아씨는 눈물로 호소했다. “이 10년에 가까운 시간에 저희가 겪었던 일들, 감정들, 기억들. 이런 것들은 누가 보상해 주는 건가요. 저는 묻고 싶어요. 그냥 퉁 치고 지나가면 되는 일들인가, 그 10년의 시간들은 그냥 없었던 것처럼 지금 잘 지내는 것처럼 넘어가도 되는 건지. 경찰에게, 이명박에게, 권력자들에게, 국가에게 똑똑히 묻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8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경찰의 강제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승인으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된 해고자들의 옥쇄파업은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헬기, 기중기 등의 장비를 사용한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종결됐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발달장애인 자녀 둔 부모 4명 중 1명,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생활 못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발달장애인 자녀 둔 부모 4명 중 1명,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생활 못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4명 중 1명(24%)은 자녀를 돌보느라 한 달에 한 번도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우울증을 키울 수 있어 장애인 가족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경일대 대학원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이 지난 6월 발표한 논문 ‘발달장애인 부모의 돌봄스트레스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507명 가운데 121명(23.9%)은 월 1회조차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여가 활동 횟수는 월 1~2회가 49.1%(249명), 3~4회가 18.1%(92명)였다. 월 5회 이상 여가 활동을 한다는 응답자는 8.9%(45명)에 불과했다. 김 부회장은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행동을 억제하기가 더 어렵고 시설 등에 맡기기도 힘들어 부모들이 매일 상당 시간을 돌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집 밖을 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으로 고립된 부모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16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는 하루 평균 평일에는 8.8시간, 주말에는 14.9시간을 자녀를 돌보는 데 쓰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의 일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에 평생을 시달린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부모들은 ‘돌봄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6.3%) 보다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46.5%)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며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휴식 프로그램’(25.1%), ‘장애 자녀 양육 상담’(23.4%), ‘부모 자조 모임 또는 결연 프로그램’(13.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간병 스트레스, 외부와의 단절은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고립 예방을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4년 전 문상현씨 추석연휴 사건처럼…간병살인 18.5% 명절·가정의 날 발생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4년 전 문상현씨 추석연휴 사건처럼…간병살인 18.5% 명절·가정의 날 발생

    2018년 2월 19일, 2016년 5월 10일, 2014년 9월 8일, 2011년 5월 5일….각각 ‘간병살인’이 발생한 날짜다. 설 또는 추석, 가정의 날(어린이날, 어버이날) 기간이거나 직후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신문이 2006년부터 올해까지 ‘간병살인’(미수 포함)으로 선고가 난 법원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결과, 20건(18.5%)이 명절 연휴 또는 가정의 날과 맞닿아 있었다.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 가족을 간병하는 이에게는 오히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방아쇠가 된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가족과 떨어져 단절된 삶을 살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그간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 할 수 있다”면서 “간병가족 등의 경우 명절 등이 그런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추석(9월 8일)이었다.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주말 포함 닷새간 비교적 긴 연휴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문상현(당시 73·가명)씨는 대구 집에서 귀성한 자녀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자녀들이 돌아간 밤 11시. 문씨는 잠든 아내(70)를 애잔하게 바라봤다. 27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은 아내는 최근 증세가 심해져 숟가락조차 혼자 들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문씨가 곁에 없으면 매우 불안해했다. 아내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딴 남편이었지만 길어지는 간병에 지쳐 갔다. 문씨마저 뇌경색을 앓게 됐고, 한계에 다달았다는 좌절감에 빠졌다. 문씨는 공구함에 있던 둔기를 가져와 아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여보 함께 가자. 더 있어 봐야 애들한테 부담만 된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내가 숨을 거둔 뒤에는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내리쳤다. 더 내리칠 힘이 없자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된 아내 곁에 누워 죽음을 기다렸다. 문씨는 다음날 정오쯤 큰아들에게 발견됐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으로 자식들을 보고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문씨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취재진은 지난 7월 문씨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이웃들로부터 들었다. 집행유예 이후 이웃들과 교류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노인정을 가끔씩 찾았다는 게 문씨를 아는 이웃들의 기억 전부였다. 글 사진 대구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대구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누들 플랫폼·인처너… 어떤 정책인지 아시겠습니까

    인천항만公 ‘PORT OWNER’ 발족 어설픈 조합 정책명에 주민들 눈살 “대중성·효율성 반감” 지적 잇따라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정책을 만들면서 명칭에 영어나 국적 불문의 조어(造語)성 단어를 남발해 주민들이 정책 취지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외국어를 사용하면 세련돼 보이거나 눈에 띌 것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정책의 대중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PORT OWNER’를 발족시켰다. PORT OWNER는 인천항의 개혁과 변화를 꾀하는 공사의 전반적인 활동을 심의·자문하는 단체로, 한글로 풀이하면 ‘인천항 시민참여 혁신단’이 된다. 이런 말을 두고도 굳이 ‘PORT’(항구)와 ‘OWNER’(주인)를 어설프게 조합해 정식 정책명을 만든 것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게다가 공사 측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활동’을 강조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는 지난달 인천에서 신용카드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전자상품권인 ‘인처너(INCHEONer) 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상품권을 종이가 아닌 IC카드로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발음조차 헷갈리는 조어성 외국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 중구는 국내 최초로 누들(국수)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인 ‘누들 플랫폼’을 자유공원 일대에 내년 4월 개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단절됐던 북성동과 신포동을 포함해 동화마을∼차이나타운∼개항장문화지구∼누들 플랫폼∼신포시장을 잇는 원도심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명칭이 거슬린다는 말을 듣는다. 누들과 플랫폼(승강장)의 언어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국수는 대부분의 국민이 좋아하는 서민음식인데 굳이 영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은 6월 16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어린이 체험전시 ‘헬로 브릭’을 진행했다. 아동이 장난감으로 직접 공간을 계획하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행사인데 아이들이 브릭(brick, 장난감 벽돌)이라는 어려운 영어를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경기 부천실버인력뱅크는 지난달 시니어클럽 교육실에서 노인일자리 참여자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인 ‘시니어 리더스쿨’을 운영했는데 참가한 노인들은 더러 실망감을 표했다. 이모(66)씨는 “등굣길 교통지도와 주차위반 등을 단속하는 일을 하는 팀장들에 대한 의례적인 교육인데 리더스쿨이라는 거창한 말이 들어가 대단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줄 았았다”고 말했다. 권경주 건양대 교수는 “요즘은 공공기관이 오히려 외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책명에 외국어가 들어가면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예 공공기관 명칭을 영어로 바꾸는 현상도 흔히 벌어진다. 한국수자원공사는 K-water와 혼용돼 사용되지만 막상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한국수자원공사라는 말은 하나도 없고 K-water 일색이다. 한국철도공사 역시 잊혀진 지 오래며 KORAIL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LH에 주 명칭 자리를 내주고 보조명으로 전락했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는 SH공사로 탈바꿈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한결 선선해진 서울 광화문의 한밤, 하수도 정비 공사 소리가 늘 같은 고요를 비집는다. 노숙자가 모로 누운 화강석 벤치, 한 칸 건너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어둠 속에 잡담을 뿌린다. 어제는 가로등을 정비하더니, 맞은편에는 물청소차가 천천히 지난다. 폭염도 폭우도 갔나 보구나. 내일이 밝으면 또 몇 군데 크고 작은 시위가 있을 것이고, 이 가을에도 광화문 모서리에서 몇 구절 시구가 태어날 테지. 이 익숙한 도시의 밤 풍경은 150년 전 프랑스 제2제정 시대(1852~1870년)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나폴레옹 3세의 독재 치하에서 오늘날 파리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당시 파리 시장(정확하게는 센(Seine) 구의 수장)을 맡았던 외젠 오스만의 과감한 개조 사업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편이다. 그 소개에는 언제나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못 치게 하려고 대로를 뚫은 독재의 조력자, 빈민가를 순식간에 철거하고 집세를 급등시킨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평가가 덧붙는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스만이 잘못했다고 배웠어요.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철거민을 만들고 부자들 좋도록 재개발을 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돌이켜 보니까 당시에 오스만이라는 사람이 그나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오스만이 처음은 아니고, 나폴레옹 때부터 그런 구상을 했다고 해요.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자. 나폴레옹 3세도 좋은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연구했어요. 독재를 하면서 시위 진압하기 편하게 하려고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거로 끝나지 않고 결국에는 좋은 도시가 되게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독재자가 독재적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도시일 수 있는가? 좋은 도시라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도시라면, 우선 통해야 돼.” 음, 스승의 가르침은 이렇게 간단한 것인가? 발자크와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파리의 골목이라고 하면, 종로의 피맛골 같은 대로의 뒷골목을 상상하곤 하지만, 사실 1850년까지 파리라는 도시의 거의 모든 길은 평균 폭이 1~2m에 지나지 않았다. 4층 넘는 건물이 빽빽한 인구 백만의 도시에, 곧은 길이라고는 없이 구불구불하고 막다른 데다가 가장 넓은 도로라고 해 보았자 폭이 5m도 되지 않았으니 파리에는 오로지 골목밖에 없었다. 마차나 수레가 드나들지 못했다. 당시 한 보고서에 따르면 5㎡짜리 옥탑방 한 칸에 23명의 어른과 어린이가 바글바글 살면서 그 생활 오물과 폐수를 그냥 길 앞에 내다버렸으니, 하루 종일 해도 바람도 들지 않는 좁은 골목 환경이란, 사람들이 하수구 속에 사는 꼴이었다. 콜레라가 창궐한 것은 그 하수가 그대로 상수에 섞여들고 집들이 너무 다닥다닥했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성난 민중들이 집앞 바닥 포장돌을 파내서 쌓으면 바로 기마대를 막을 수 있었으니 그것이 혁명기에 고안되었다는 바리케이드의 정체였다.파리를 개조해야 한다는 제안은 18세기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전제 군주도 손댈 생각 없었던 도심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나폴레옹 황제였다. 콩코르드 광장부터 루브르를 지나는 리볼리 가를 닦기 시작했지만 마치지 못했다. 나폴레옹의 실각으로 유년기를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보냈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은 자유주의에 관심을 가졌고,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그 도시 경관에 크게 감동했다. 그가 1848년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데에는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향수에 더해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에 힘입은 바 컸다. 파리는 프랑스의 심장이고 위대한 도시라고 열을 올리며 불로뉴 숲을 런던 하이드 파크를 능가하는 공공 공원으로 조성하고 삼촌이 못 마친 리볼리 가의 연장 공사에 착수했지만 사업이 더뎠다. 임기 내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형편이 되자 재선이 불투명해졌고 불안감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종신을 선언한 나폴레옹 3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임 파리 시장을 찾는 것이었고, 그때 배짱과 열정에 충만한 오스만을 만났다. 1853년 취임 첫 주인 오스만에게 파리 지도를 펼쳐 보이며 “통하게, 통합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 보라고 명했다.“오스만이 처음에 한 일이 동서하고 남북으로 대로를 십자(그랑 크로아제)로 내요. 이렇게 하면 도시가 고르게 발전되죠. 그다음에 동서남북 네 길 끝에 역을 연결하고 도시를 순환하는 대로를 내요. 모든 게 연결되도록 만든 거지.” 6년 만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자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환영했다. 나폴레옹 3세는 오스만에게 어째서 같은 건축가와 계속 작업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던 사업이 갑자기 순조로워졌는지 오스만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자신만만하게 ‘시장이 다른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대로는 정말 독재자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뚫은 것일까? 나폴레옹3세 치하 파리에서 진압할 만한 봉기는 일어난 적이 없었다(파리 코뮌은 정작 실각 후다). 오스만은 훗날 보수적 의회에서 예산을 따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실로 오스만은 치밀했다. 폭 20m가 넘는 대로는 시위꾼 노동자들이 우글거리는 불량 주택만 없앤 것이 아니었다. 교통 정체와 오물과 매연도 사라졌다. 거기에 인도가 생겼고, 빛과 바람과 가로수가 도로를 채웠다. 오스만의 파리 개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대로의 지하, 보이지 않는 데 있었다. “첫 번째, 위생이다. 그래서 파리의 하수도 계획이 선 거예요. 굉장히 잘한 거죠.”파리 인구 전체에 배분될 분량을 계산해 상수원을 끌어왔다. 새로 판 거대한 하수도는 가스등과 다음 세기에 지하철이 지날 관이기도 했다. 시에서 받은 제복을 입은 인부들이 매일같이 하수에 모인 빗물로 도로를 청소하고 수만 그루의 가로수를 다듬고 가스등을 켜고 끄는 도시 풍경이 처음 탄생했다. “두 번째, 도시에 빈 데가 많아야 된다.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원도 숲도 만들었죠. 관통하고 호흡하게 만든 거예요. 오페라 극장이며 에펠탑도 서는 건 그다음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의 파리가 탄생했습니다.” 오스만은 공원 울타리, 벤치, 신문 가판대, 공중 화장실, 광고판 같은 도시의 공공시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계하고 도시 전체에 고루 일관되게 적용했다. 그것은 상하수도처럼 시민 모두가 누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가로변에 철거한 다음 새로 지은 건축물들이었다. 같은 길에 면한 건물들은 서로 주인이 달라도 모두 하나로 이어져 보이도록 짓게 했다. 실내에서야 아무리 개성적으로 호화판으로 살든, 대로변 외관에 건축주의 부를 뽐내는 조각품이나 맥락을 끊는 디자인은 엄격히 금했다. 외벽 마감은 인근에 흔한 석재로 통일하고, 같은 형태의 테라스 난간을 설치하게 했다. 모든 건물은 최소한 10년에 한 번씩 일제히 보수하고 청소해야 했다. 사소한 데까지 꼼꼼하고 일관된 규제 속에 지어져 ‘오스만 건축’이라고 불리게 된 이 건물들은 하나하나 튀지는 않지만 방문객을 파리의 장대한 원근법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광용 유물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다. 대로변 건물의 2~3층은 가족이 많은 부유층의 아파트고, 5층이나 6층에는 독신자나 노동자, 학생들이 살았다. 도시 전체가 상가이자 동시에 주택가고, 빈부가 한 지붕 밑에 공존했다.파리 도심에는 고층 아파트가 없지만 인구 밀도는 1㎢당 2만명이 넘어 서울보다 훨씬 높다. 근대의 수도, 파리 시민들은 추리닝 차림으로 자가용을 끌고 외곽의 대형 쇼핑몰을 가는 대신에 차려입고 1층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가게들을 산책하며 쇼핑하고, 길이 끝나는 데서 저녁의 오페라를 즐긴다. 위정자의 영광을 향한 길이 아니었다. 오스만은 파리의 오래된 역사적 건축들이 돋보이는 각도로 새 길을 냈고, 도시의 구마다 고르게 크고 작은 녹지 공원과 광장을 조성했다. 이 대대적 사업을 순식간에 시행하기 위해서 권력을 등에 없고 법을 개정하고, 자본가의 도움을 빌어 투자 회사를 설립했으며 수만 명의 노동자를 동원했다. “일을 끊임없이 벌이고 세금 많이 걷으니까, 결국 오스만은 그래서 실각하죠. 자동차 시대를 예견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던한 도시 계획인 거고, 유럽의 근대 도시가 여기서 출발하는 겁니다. 미국 시카고, 워싱턴, 바르셀로나, 빈…, 그런 대도시가 다 파리를 따르거든요. 그 기틀이 뭔지 자세히 봐야 할 거예요. 여러 사람을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도시를 문화적으로 굉장히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불도저 김현옥 시장을 오스만하고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은 한 세기 전에 오스만이 해 온 것을 비판도 하지만 새로 연구하고 근사하게 이어받아서 라데팡스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정도전이 만들어 놓은 서울이 확장될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친 건가….” 르코르뷔지에를 위시한 모더니스트들이 비난을 퍼부은 오스만의 파리 개조가 왜 모던한 도시의 출발인가. 데이비드 하비는 모더니즘의 본질을 획일적 전통에 대한 ‘창조적 단절’이라고 말한다. 황현산 선생이 평생 연구했듯, 누구나 뻔히 공감할 완결된 서정성을 과감하게 뚫는 아이러니가 프랑스 상징주의의 모던한 시 정신이고, 그 정신이 제2제정기의 파리에서 태동했다. 1960년대 쿠데타 이후 반세기, 서울이 낳은 시와 도로를, 서울이 남긴 역사와 어둠을 지운 야경을 떠올려 본다. 격자 대로를 가도 가도, 600년 전 북악과 광화문에 맞먹을 비스타를 마주칠 일이라고는 없는 강남과 여의도에서 터전을 닦은 중산층은 이제 그들이 세운 도시를 깨끗이 철거하고 역사를 지우는 데 바쁘다. 폭염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재개발과 폭등과 재생이 터져 겨루는 서울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 두테르테 “아름다워서 성폭행 당한다” 또 막말

    두테르테 “아름다워서 성폭행 당한다” 또 막말

    늘 ‘설화’로 논란을 일으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여성의 외모가 성폭행을 부른다’는 뜻의 막말을 내뱉었다. 1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세부 섬에 있는 만다웨에서 연설하던 도중 “다바오 시에서 강간 사건이 많다고들 한다. 아름다운 여성이 많이 존재하는 한 강간 사건은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가 시장으로 재직하던 남부 다바오시에서 범죄를 뿌리뽑았다고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나왔다. 필리핀 대통령궁의 해리 로크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농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이 농담으로 한 발언에 너무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인권단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필리핀 여성단체인 가브리엘라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필리핀 여성을 성폭행 위기로 내모는 여성혐오의 방증”이라며 “그는 최근 발언을 통해 여성의 아름다움이 강간 원인이라는 매우 위험하고 왜곡된 메시지를 던졌다”고 비난했다. 교사와 교육계 종사 여성을 대표하는 정당인 ‘ACT 티처스 파티리스트’도 별도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하며, 필리핀 정부는 성폭행 피해 여성을 위한 정의 실현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성폭행 문제에 관한 농담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러 차례 비난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는 그가 2016년 대선을 한 달 앞둔 유세에서 내뱉은 말이다. 당시 그는 1989년 다바오에서 발생한 교도소 폭동을 언급하며 “수감자들은 모든 여성을 성폭행했고, 그중에는 호주 선교사도 있었다”면서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때 나는 안타까웠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고, 나는 시장이 먼저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되기까지 한 호주 여성을 비하한 이 발언에 대해 호주와 미국 대사가 강하게 비판하자 “입을 닥쳐라”며 외교관계 단절까지 거론했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군사안보지원사령부 1일 창설…기무사 시대 27년만에 마감

    군사안보지원사령부 1일 창설…기무사 시대 27년만에 마감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1일 창설식을 하고 공식 출범한다. 기무사는 1991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단지 2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경기 과천의 기무사 청사에서 이날 오전 열릴 안보지원사 창설식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개최된다. 지난 6일부터 부대 창설준비단장을 해온 남영신(학군 23기) 전 특전사령관(중장)이 초대 사령관을 맡는다. 남 중장은 창설식에서 송 장관으로부터 새로 만든 부대기를 전달받고, 사령관으로서 임무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를 근본적으로 해편(解編)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그간 안보지원사 창설 작업이 진행돼왔다. 안보지원사 소속 인원은 2900여명이다. 이는 4200여명이던 기무사 인원을 30% 이상 감축하라는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현역 간부 군인 위주로 750여명의 기무사 요원을 육·해·공군 원 소속부대로 돌려보냈다. 지난달 24일까지 원대복귀 조치된 인원 중에는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 이른바 ‘3대 불법행위’에 연루된 240여명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앞으로 안보지원사는 군 정보부대 본연의 임무인 보안·방첩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양향자 인재개발원장 누구? “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임원”

    양향자 인재개발원장 누구? “삼성전자 최초 고졸 출신 임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으로 인선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전국여성위원장은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외부인사로 영입됐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양 원장에 대해 “학벌, 지역, 성별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하는 아이콘이며, 모든 월급쟁이, 고졸자, 직장맘들의 롤모델이 될 인물이다. 함께 청년들의 꿈의 크기를 키우고,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사회구조를 바꾸겠다”고 소개했다. 양 원장은 1985년 광주여상을 졸업한 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메모리 설계실에서 연구원 보조로 일했다. 설계팀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부장 등을 거쳐 2014년 삼성전자 첫 고졸 출신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며 학업을 병행해 2005년 한국디지털대 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성균관대 대학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광주 서구에 출마하였다가 낙선했다. 지난 3월에는 광주시장에 출마하였지만 당내 경선에서 이용섭, 강기정 후보에 밀려 3위로 탈락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겸 전국여성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남편 최용배씨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 전남 화순(51) △ 광주여상 △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 △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 더불어민주당 4·13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위원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광주미래산업전략연구소 초대 이사장.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