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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그래도 1월은…/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시간은 간단없이 흐른다. 나눌 수 없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식으로 나눠놓은 것이 연대기적 시간이다. 분절된 시간이 때로는 위로가 된다. 슬픔이 깊을수록 고통스러운 과거와 단절하고 다가올 미래에 희망을 걸고 싶기 때문이다. 묵은 해와 새 해의 구분은 새해부터 변신을 결심하고 실천하기에 좋은 심리적, 문화적 계기를 마련해준다. 어제도 어김없이 뜬 태양을 오늘 또다시 바라보면서도 해돋이 의식과 같은 숭엄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1월1일의 태양이 주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1월처럼 마법적인 달도 없을 것이다. 영어권에서 1월(January)은 야누스 신에서 기원한다. 고대 로마의 야누스 신은 불연속적인 시공간을 연결하는 신이었다. 그는 표리부동의 두 얼굴을 상징한 신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출구와 입구, 내부와 외부 등 상반된 시공간의 공존을 상징한 신이었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1월은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가 공존하는 시간의 문이자, 공간의 달이다. 그래서 1월은 과거의 절망 가운데서도 미래의 희망을 갖도록 해주는 주술적인 달인 셈이다. 2005년을 바라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2004년은 예측불허의 잔인함을 드러냈다. 서남 아시아의 쓰나미는 인간의 슬픔과 애도의 능력을 넘어서는 참사였다. 이처럼 참담한 자연 재해나 세계 도처에서 발발하는 전쟁과 같은 잔혹한 인재에서 보다시피,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 자연의 자비와 타자의 선의에 볼모로 잡혀 있다. 자연의 횡포를 예측하고 인간의 변덕을 통제함으로써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려는 것이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었다. 옛사람들은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도 보고, 한 해의 신수도 점쳤다. 해와 달, 물과 돌에게 소박한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다. 별의 운행을 통해 지상의 삶을 가늠하기도 했다. 계몽담론에 의하면 그와 같은 행위는 비과학적인 미신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미래를 겸손하게 예측하고 싶어했던 옛사람들 나름의 과학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과학을 미신으로 간주하면서 현대의 과학문명으로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학문명은 엄청난 변화를 선도하는 만큼이나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 게다가 문명화의 척도를 고통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으로 간주한다면, 우리가 옛사람들보다 과연 얼마나 문명화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는 사회적 약자와 삶의 터전이 보내는 아픔에 둔감해지고 있다. 고통받는 존재들의 아픔을 고발하는 천막 농성장들이 해를 넘기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면서 단식하는 사람들의 천막, 군의문사 규명을 요구하는 천막,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한 천막, 비정규직 폐지를 위한 천막,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천막, 서해안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려는 천막 등. 이들의 외침에 국회는 귀막고 눈감는다. 건강은 아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픔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상태이다. 이와 유사하게 사회적인 건강상태는 갈등과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쓰나미의 참사 와중에도 동물들은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동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의 변화조짐과 고통파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고통뿐만 아니라 멧돼지와 도롱뇽과 산호초를 위시하여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보여주는 고통에 예민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되는 방법일 것이다. 지상의 가난한 자들에게는 슬픔도 힘이다. 비탄에 잠긴 아시아 사람들의 슬픔에 동참할 때, 희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자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선물은 희망이다.2005년은 절망한 자들이 새처럼 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 천성산공사 환경영향평가 민관합동 점검

    환경부는 11일 최근 재개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와 관련,“환경영향평가 협의서에 규정한 이행 방안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민관합동 특별점검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부산환경운동연합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등 일부 환경단체에 참여협조 공문을 보냈으며, 이들의 동의를 얻는 대로 다음달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별점검팀은 환경부를 비롯, 건설교통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철도시설공단, 국립환경연구원 등 민관인사 14명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민간단체와 함께 국책공사의 환경영향평가 이행관리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천성산 터널공사가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논란을 빚은 만큼 공사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기 위해 지역단체와 합동 점검팀을 꾸릴 계획”이라며 “그러나 지율 스님이나 천성산대책위원회 등 그동안 터널공사를 반대해 온 단체에는 참여협조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성산대책위 측은 “지율 스님이 7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하고 있는 와중에 특정 지역단체와 손잡고 합동점검팀을 꾸리겠다는 발상은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하프타임] 구대성, 연봉 최대 127만달러

    논란을 빚은 구대성(36·뉴욕 메츠)의 연봉은 최대 127만 5000달러이며, 일부 외신 보도와 달리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것도 최종 확인됐다. 짐 듀켓 메츠 부사장은 11일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 열린 구대성 입단식에서 “구대성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으며,80만달러의 보장된 연봉에 성적에 따른 보너스는 47만 5000달러”라고 밝혀 헐값 입단 논란을 일축했다.
  • [전원에 살어리랏다] 판교신도시 주변

    [전원에 살어리랏다] 판교신도시 주변

    한국의 ‘베벌리 힐스’를 꿈꾼다. 판교 신도시 아파트가 주목받으면서 주변 전원주택까지 뜨고 있다. 신도시 조성으로 주변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신도시 조성과 함께 값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지역과 달리 찾는 사람이 많아 팔기도 쉽다. ●남서울골프장 주변에 단지 속속 들어서 성남시 대장동 남서울CC안에 대규모 전원주택 ‘남서울파크힐’이 조성되고 있다.4만 5000여평에 150여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골프장 안에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오래 전부터 지목이 대지로 확정된 땅이라서 집을 짓는 데 별도의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도로, 상하수도, 오폐수 시설 등 기반시설을 모두 갖췄다. 몇몇 주인은 집짓기 공사를 마쳤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지나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단지가 나온다.30여년 동안 개발이 묶이는 바람에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남서향 계단식으로 조성돼 천혜의 전원주택단지로 꼽힌다. 경부고속도로 판교인터체인지에서 3㎞ 거리. 서울 출퇴근에 지장이 없고, 분당 신도시나 앞으로 조성될 판교 신도시 편익시설을 이용하기 쉽다. 필지당 규모는 200∼500평. 성남시로부터 주택건설에 필요한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분당 금곡동 광교산 자락에도 그림 같은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된다. 에스엠건설이 금곡동 쇳골마을에 고급 주택 ‘에스엠루빌 골든밸리’ 61가구를 짓는다.2만 1000여평에 들어선다. 산자락을 훼손하고 짓는 집이 아니라 동남향으로 트인 분지형 땅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오랫동안 개발 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던 땅이어서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상·하수도, 도시가스, 광통신 케이블 등 도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냇물이 흐를 수 있는 실개천도 만든다. 필지당 면적은 194∼519평 규모. 경부고속도로와 나란히 하는 서울∼수지 국도에서 승용차로 2분 거리. 궁내동 톨게이트 근처다. 분당 신도시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서울 접근이 쉽다. 중견기업 사장, 언론인 등이 분양 신청을 했다. 고기리 계곡으로 들어가는 동원동 곳곳에서도 전원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대부분 단지형 전원주택이고 이곳저곳 단독 전원주택도 눈에 띈다. 현재는 도로 사정이 썩 좋지 않다. 고기리에서 남서울파크힐을 거쳐 판교로 이어지는 곳이라서 도로가 정비되면 판교까지 승용차로 5분 거리다. 도로공사 주변 동판교 근처도 전원주택단지로 각광을 받는 곳.10∼20여가구 규모의 단지개발이 이뤄지고 있다.‘솔레빌리지’ 단지는 27가구가 들어선다. 필지당 200평 안팎이다. ●대장·백현·동원동 일대 투자유망 남서울파크힐을 개발하고 있는 김회태 KPC대표는 “판교 주변 전원주택단지는 서울을 오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거래가 잘되며 투자 가치가 큰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교 신도시 개발 추진 일정에 맞춰 주변의 전원주택 개발 붐은 열기를 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도시 개발 일정이 확정되고 전원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일대 땅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분당 신도시나 판교 신도시에 붙어 있을수록 땅값은 수직 상승한다. 승용차 접근이 쉬운 길가 전답은 평당 300만원 안팎을 호가한다. 도로가 없어도 평당 200만∼250만원을 부른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다는 고기리쪽 동원동 일대 전원주택 부지도 평당 300만원을 부른다. 분당이나 판교 옆은 웬만하면 평당 400만∼500만원을 넘는다. 김치영 공인중개사는 “판교 근처 임야나 논밭을 사서 전원주택으로 개발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대장동이나 석운동, 백현동, 동원동 일대가 투자 유망지”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전원주택 입지 선택은…자연지형 잘 살려야

    옹벽을 쌓고 다 자란 나무를 옮겨다 심는 등 인공으로 치장한 전원주택지는 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본래 지형을 살려 지은 전원주택에 비하면 자연미는 떨어진다. 무조건 비싼 땅을 찾지 말고 자연 지형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땅 모양새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한눈에 배산임수형이면 최고다. 하지만 지나치게 물을 고집하다 보면 마땅한 땅을 찾기 쉽지 않다. 작은 실개천도 다듬고 정리하면 훌륭한 물 자원이 된다. 도로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승용차 접근이 어려우면 전원주택 구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길을 내기 위해 주변 땅을 비싸게 사들여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나온다.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현재의 모양새만 보지 말고 ‘화장’을 시킬 생각을 하라. 겉으로 보기에는 움푹 패였거나 튀어나온 땅이라도 조금만 다듬으면 아름다운 전원주택지로 다시 태어난다. 패인 땅은 물길을 돌려 연못을 만들거나 어느 정도 메워 계단식으로 만들면 된다. 튀어나온 땅에는 작은 정자를 짓거나 정원수 또는 야생화를 심어 가꾸면 운치가 그만이다. 현장 확인과 함께 법적인 문제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시골 땅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지목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도가 다른 경우도 많다. 눈으로 보이는 경계선도 지적도와 다를 수 있다. 반드시 지적도나 등기부등본 등을 떼어본 뒤 일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형질변경 가능 여부도 계약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는 토지 매입에 제한이 따른다. 군청 등을 방문, 따져본 뒤 계약서를 써야 한다. 축사나 공장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MLB] 구대성 뉴욕 메츠 전격 입단

    [MLB] 구대성 뉴욕 메츠 전격 입단

    ‘양키 제국’의 문을 두드리던 ‘좌완 특급’ 구대성(36)이 전격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뉴욕 양키스와 지루한 입단 교섭을 벌이던 구대성은 9일 서재응이 소속된 ‘지역 라이벌’ 메츠와의 입단 계약서에 전격 사인했다. 계약기간 1년에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127만 5000달러(13억 2700여만원). 내년 시즌에 대한 옵션은 메츠가 쥐고, 내년 연봉은 200만달러로 정해졌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전 블루웨이브)와 계약을 종료, 빅리그 진출을 모색하던 구대성은 한달여 만에 지난 1994년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10번째로 ‘한국인 빅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이상훈에 이어 한국과 일본, 미국의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하는 두 번째 선수. 그러나 “계속 협상중이긴 하지만 구대성의 양키스 입단은 확정적”이라고 호언장담해온 에이전트 조동윤씨와 양키스간의 ‘진실게임’은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프 윌폰 구단주의 아들을 포함해 오마 미나야 단장, 에이전트 조씨와 함께 계약을 마친 구대성은 “나를 원하는 팀에 입단하게 돼 만족스럽고, 양키스에 대한 미련은 없다.”면서 “특히 결혼 10주년이 된 오늘 아내에게 좋은 선물을 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츠가 내건 조건에 대체로 만족한다.”면서 “일본 최고의 마무리 다카쓰 신고(시카고 화이트삭스) 역시 지난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만큼 나 역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구대성은 10일 입단식을 갖고 다음날부터 14일까지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의 미니캠프에 참가한 뒤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준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구대성이 메츠에 둥지를 틀게 됨에 따라 후배 서재응과의 마운드 경쟁도 관심을 끄는 대목. 그러나 둘의 자리는 일단 겹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재응은 길게 던지는 오른손 롱맨이지만 구대성은 짧게 던지는 왼손 셋업맨. 따라서 선발투수가 교체되면 서재응이 먼저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다만 미나야 단장이 “구대성은 다재다능해 선발도 충분히 가능한 선수”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 구대성의 선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스포츠라운지] 사재털어 선수단운영 차경만 전 LG씨름단 감독

    [스포츠라운지] 사재털어 선수단운영 차경만 전 LG씨름단 감독

    지난해 12월28일 경기도 구리시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전 LG씨름단의 고별 망년회가 열렸다. 차경만 전 감독의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어렵게 마련해준 자리였다. 차 감독은 이날 이기수 코치의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와 ‘영원한 소년장사’ 백승일의 드럼 반주에 맞춰 18번인 나훈아의 무시로를 구성지게 불러 제꼈다. 행여 선수들이 볼까봐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노래를 마친 차 감독은 어깨가 축 처진 선수들이 웅크리고 있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어깨를 두드렸다.14명의 덩치 큰 아이들을 다독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전 LG씨름단의 2004년은 저물어 갔다. 차감독의 아마시절은 화려했다. 진주상고 때는 1년 후배 최욱진과 함께 홍현욱-이봉걸이 버티고 있는 ‘절대 강자’ 대구 영신고를 잇달아 제압했다. 경상대에 진학해서도 명성을 이어갔지만 민속씨름판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채 84년부터 경남 의령중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선생님’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차 감독이 모래판으로 돌아온 것은 1990년.LG씨름단 코치로 고향 진주를 떠났다. ●씨름인생 30년 중 가장 쓰라렸던 2004년 전재성, 이준희 감독 밑에서 코치만 11년을 했다. 민속씨름 최장기 기록이다. 이 감독과 함께 임종구 박광덕 김경수 김영현 등 굵직한 스타를 배출했고,2002년부터는 신창건설로 자리를 옮긴 이 감독의 뒤를 이어 LG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3년 동안 37승을 올리며 탄탄대로에 들어섰으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세대 골리앗’ 최홍만이 설날, 함양대회 백두급을 석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고,2년 넘게 침묵을 지키던 백승일도 LG에 보금자리를 틀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LG카드 부실 여파는 소속사인 LG투자증권의 매각으로 이어졌고,“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참혹한 씨름단 해체라는 쓰라린 현실로 다가왔다.LG그룹을 설득하고, 단식 농성도 하고, 인수 기업을 찾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지만 허사였다. ●“최홍만 K­1서 잘하길 바랄 뿐” 최홍만의 이종격투기 진출은 그를 더욱 휘청거리게 했다. 처음에는 분노로 몸서리쳤다는 차 감독은 “자신의 길을 정했으니 잘 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일 새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여느 때라면 전지 훈련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을 시간. 그러나 최근에는 본업에서 벗어난 나날의 연속이다. 선수단 잠자리, 먹을거리 걱정에다 인수 기업까지 찾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둥지 잃은 선수 14명의 눈망울을 생각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는 그는 운영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지갑을 턴다.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독으로서 당연한 일 아니냐는 반문이다. ●다시 시작하는 씨름 인생 을유년 가장 큰 소망은 하루 빨리 인수 기업을 찾아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씨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는 “또 하나 작은 욕심을 부리자면, 선수들과 함께 지리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천왕봉에서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채 가졌던 벅찬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다. 차 감독은 “씨름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제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면서 “선수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있기 때문에 모래판에서 포효할 기회를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차경만은… ▲ 1959년 6월17일 경남 진주 출생 ▲ 175㎝ 92㎏ ▲ 진주봉원초-진주남중-진주상고-경상대 ▲ 부인 이희숙(42)씨와 현성(18) 현욱(15) 등 2남 ▲ 씨름 입문 72년(중 1때) ▲ 진주상고 코치(83) 경남 의령중 교사(84∼85) 진주남중 교사(86∼89) LG코치(90∼01) LG감독(02∼04.12) ▲ 전국체전 고등부 단체 우승(78) 전국체전 대학부 단체 우승(81) 최강단 3연패(01∼03)등 프로 감독 통산 37승(역대 4위) ■ 모래판 달군 명장들 민속씨름 22년 역사를 수놓은 지도자는 모두 26명이다. 이 가운데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사람은 황경수(사진 왼쪽) 감독.‘씨름의 황제’ 이만기를 발굴, 불멸의 모래판 스타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경남대 코치를 거쳐 1985년 현대 코끼리씨름단 창단 감독을 맡았고,10년 동안 96승을 거뒀다. 이후 4년여 동안 6개팀(상비군 2차례 포함) 감독을 번갈아 가며 13승을 보태, 역대 최다승(109승) 타이틀을 갖고 있다.2000년 지한건설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로서 사상 최초 연봉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 뒤를 바짝 좇고 있는 주자는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오른쪽) 신창 감독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의 감독. 이만기 이봉걸과 자웅을 겨루다 87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일양약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93년 LG 사령탑에 올랐다.LG에서 75승, 신창에서 26승을 낚으며 통산 101승을 거둬 최다승 기록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속씨름 선수로, 그리고 감독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 민속씨름 초대 태백장사를 지낸 박진태 감독이 96년부터 6년 동안 현대를 맡아 통산 56승으로 역대 랭킹 3위에 올라 있고,4위는 37승을 올린 차경만 전 LG 감독이다.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다.60∼70년대 모래판을 주름 잡았고, 민속씨름 출범과 함께 경남대를 이끌고 출전, 이만기를 천하장사 반열에 올려놨던 김성률 감독은 지난해 56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발굴 2005 유망주] 프로야구 김명제

    [발굴 2005 유망주] 프로야구 김명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겨울훈련이 한창인 잠실야구장 실내연습장. 바깥은 엄동설한이지만 시즌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로 후끈 달아오른 연습장에 연신 ‘퍽∼퍽∼’ 소리가 울려퍼졌다. 포수 미트를 묵직하게 파고드는 속구를 뿌리는 주인공은 ‘미완의 대기’ 김명제(19).188㎝ 95㎏의 당당한 체구에서 꽂아대는 시속 145㎞ 안팎의 강속구와 130㎞대의 슬라이더가 김경문 감독을 흐믓하게 한다.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두산이 무려 6억 2000만원을 베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계약금 6억원은 임선동(현대), 김진우(기아·이상 7억원)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많은 액수. 김명제가 오늘보다 내일이 밝은 이유는 타고난 ‘승부사 기질’ 때문이다. 지난해 5월1일 성남-휘문의 대통령배고교대회 16강전. 전날 3연타석 홈런에 이어 이날 첫 타석 홈런으로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성남고의 거포 박병호(LG)를 막기 위해 최주현 휘문고 감독은 김명제를 마운드에 올렸다. 자칫 실투 하나면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떨리는 순간이었지만 김명제는 거침없이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명제는 서울 학동초교 3학년때 처음 글러브를 끼었다. 부모님의 야구 반대에 단식 투쟁으로 맞선 끝에 승낙을 얻어낼 정도로 고집쟁이였다. 마스크를 쓰던 김명제는 휘문중 3학년때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했다. 한참 자랄 나이에 어깨를 혹사하지 않은 덕에 고교 2학년때 140㎞를 찍어 가능성을 엿보였다. 김명제는 요즘 체력훈련과 체인지업 연마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프로에 뛰어든 ‘슈퍼루키’ 가운데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든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독려하고 있다. 윤석환 투수코치는 “(박)명환이의 신인 때 모습과 흡사해 가르치는 내가 설렐 정도”라면서 “겨우내 잘 가다듬으면 10승은 충분히 해낼 재목”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윤석환(84년) 이후 끊긴 두산의 투수 신인왕이 기대되는 김명제의 “선발로 꾸준히 나서 180이닝에 10승을 꼭 채우고 싶다.”는 말에서 다른 루키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자신감이 배어났다. 김명제가 ‘병풍’으로 이탈한 자신의 우상인 박명환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차세대 특급으로 커 나갈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하프타임] 동계 U대회선수단 결단식

    오는 12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개막하는 2005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선수단이 6일 오후 태릉선수촌 선수회관에서 결단식을 갖고 필승 각오를 다진다. 이날 결단식에는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 등이 참석,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본부임원 15명, 경기임원 21명, 선수 88명 등 모두 124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7개를 노린다. 한편 대한체육회도 7일 오전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이연택 회장과 정동채 문화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05년도 국가대표선수 훈련 개시식을 연다고 밝혔다.
  • [발굴, 2005 유망주] 탁구 조언래

    “아테네에선 승민이형이었지만, 베이징땐 제 차례입니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탁구에서 유승민이 16년 만에 남자단식 금메달을 확정짓던 순간, 친선경기차 중국 창춘시에 머물던 ‘차세대 에이스’ 조언래(19·농심삼다수·창원남산고 졸업예정)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줄곧 정상권을 맴돌면서도 ‘끝장을 보겠다.’는 투지가 부족했던 그에게 ‘올림픽 금메달’이란 뚜렷한 목표가 생긴 것. “아직 거칠지만 서비스 리턴을 가다듬고 경험을 쌓으면 2∼3년 뒤 세계를 놀라게 할 재목”이라는 유남규 코치의 평가처럼 조언래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탁구의 미래’다. 펜홀더 전형의 유승민이 화려한 기술로 팬들을 매료시키지만 백핸드의 약점과 체력 부담으로 선수 생명이 짧은 반면, 셰이크핸드 조언래는 중국 선수들과 비슷한 스타일이면서도 유럽 선수들과 맞먹는 파워를 지녀 세계 무대에서 롱런할 기대주다. 조언래는 1·2회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연달아 단식 준우승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떠올랐다. 여느 선수들처럼 ‘중국 징크스’에 시달렸던 조언래가 지난대회 단체결승에서 ‘숙적’ 리후(18세 이하 3위)에게 통쾌하게 복수한 것은 ‘타도!중국’의 가능성을 밝게 했다. 리후는 2003선수권 단식결승에서 조언래를 꺾었던 중국 청소년팀 에이스.2003년 패배 뒤 절치부심했던 조언래는 구석구석 파고드는 드라이브로 리후를 몰아붙여 3-1 완승을 거뒀다. 조언래가 처음 라켓을 잡은 것은 함안 아라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놀러갔다가 처음 본 녹색 테이블에 놓인 2.7g의 작은 공은 평범한 시골소년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운동을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1년반 가까이 ‘서클활동’이라고 둘러댔던 조언래는 5학년때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커다란 트로피를 안고서 돌아온 아들의 행복한 모습에 어머니도 더는 말리지 못했다. 성인무대에 뛰어든 올해, 조언래의 목표는 두 가지. 첫째는 1월말 예정된 세계선수권선발전 통과고, 두번째는 ‘천적’ 마롱(18세 이하 8위)을 꺾는 일. 마롱은 조언래에게 3번 모두 패배를 안겼으며 지난해 중국선수권에서 왕하오(세계 1위)와 마린(3위)을 연거푸 꺾은 중국의 ‘떠오르는 태양’. 물론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사냥을 방해할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조언래는 요즘도 하루 6시간씩 묵묵히 담금질을 하고 있다.“깨뜨릴 목표가 없으면 무슨 재미”냐며 비지땀을 쏟는 그에게 3년뒤 금빛 드라이브를 기대해 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8세 샤라포바 “올해도 쭉~”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가 건재함을 과시하며 새해 ‘테니스 여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2일 쓰나미(지진해일) 참사를 겪은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벌어진 TAT(태국관광청)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9위)와 가진 라이벌전을 승리로 이끌며 올해도 상승세에 ‘이상 없음’을 증명해 보인 것. 비록 시범경기이긴 했지만 상대는 한 때 5개 메이저 정상에 선 세레나. 그러나 샤라포바는 세레나를 단식에서 2-0으로 가볍게 완파한 뒤 태국선수들과 각각 조를 맞춘 복식에서도 2-0으로 완승했다. 지난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마이애미대회 16강 패배 이후 윔블던, 투어챔피언십 결승에 이은 단식 3경기 연속 승리. 샤라포바는 이날 승리로 약 2주 뒤 호주오픈에서 한 번은 만나게 될 ‘라이벌’ 세레나에게 상대 전적 3승1패의 절대 우위를 굳혀 두번째 메이저 우승의 자신감도 갖게 됐다. 시아의 낯선 땅에서 거둔 시즌 첫 승으로 올해 또 다른 ‘돌풍’을 기약하고 있는 샤라포바. 그는 이제 18세가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발굴, 2005 유망주] 배드민턴 장수영

    [발굴, 2005 유망주] 배드민턴 장수영

    ‘내일이 아름다운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짊어 질 유망주를 발굴해 소개한다. 프로뿐 아니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는 아마추어에 이르기까지 각 종목의 전문가들로부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예’들을 골랐다. 당장 올해부터 두각을 나타낼 선수가 있을 수도 있고,3∼4년 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선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다가 올 ‘자신의 시대’를 위해 지금의 혹독한 ‘담금질’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겨울 태릉선수촌 배드민턴 체육관에 울려퍼진 한 소녀의 야무진 기합 소리는 ‘올림픽의 희망가’가 되고 있다. 차세대 ‘셔틀 퀸’으로 일찌감치 지목된 장수영(16·창덕여고 1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매섭게 라켓을 휘두르고 있는 것. 장수영은 서울 원촌중 3학년때인 2003년 전국 무대를 휩쓸며 방수현-나경민(대교눈높이)의 배드민턴 여왕 계보를 이을 걸출한 예비 스타로 떠올랐다. 나경민 이후 뚜렷한 스타가 없어 고민하던 ‘효자종목’ 배드민턴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장수영을 차세대 간판 스타로 낙점하고,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대표팀에 과감히 발탁했다. 여중생이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이다. 슈퍼스타 방수현과 나경민도 고교 1학년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관계자들을 특히 고무시킨 대목은 쭉뻣은 큰 키. 장수영은 지난해에만 3㎝가 자라 175㎝(56㎏)가 됐다. 벌써 나경민과 키가 비슷하다. 게다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어 초대형 선수 출현이 예고된다. 현재는 단식과 복식에 모두 출전하고 있지만 단식 선수가 제격이라는 것이 중론. 장수영은 아테네올림픽이 있었던 지난해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중국 등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지난해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예선 통과의 기쁨을 맛봤지만 스위스오픈·중국오픈·아시아선수권 등 모두 9개 국제대회에 거푸 출전해 16강에 오른 것이 전부다. 서명원 대교 여자배드민턴팀 감독은 “비록 성적은 초라하지만 아직 성장하는 어린 선수여서 패배가 오히려 보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수영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승부욕과 뛰어난 지구력이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신장에 비해 파워가 떨어진다는 게 약점이다. 본인은 결정타라고 날렸지만 상대가 받아내기 일쑤였다는 것. 따라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순간 파워를 보강해 스매싱을 배가시키는 데 훈련의 역점을 두고 있다. 장수영은 서울 대도초교에서 육상과 태권도에 매료돼 있다가 배드민턴 선수출신인 어머니 김선희(46)씨의 적극적인 권유로 라켓을 쥐게 됐다. 서울올림픽(1988년)때 태어나 올림픽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장수영은 “2008년과 2012년 올림픽때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통신업계 이젠 해외시장이다] 아시아 단일 통화권 구축 목표

    [통신업계 이젠 해외시장이다] 아시아 단일 통화권 구축 목표

    “올해는 해외로 간다.” 을유년 원단에 통신업계가 본격적인 해외진출 강화를 선언했다. 기존의 제조·장비업체는 물론 서비스업체도 저마다 해외 프로젝트를 다듬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은 ‘곳간’이 꽉 들어차 포화상태에 진입한 상태다. 세계시장도 우리의 최고 수준의 통신기술 노하우를 부르고 있다. 정보통신부 등 정책 부처들도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서 올해는 시장개척이 역동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선단식’ 공략 정부는 해외진출 방안으로 ‘선단식’을 주문하고 있다. 이 방식은 대기업·중소기업, 장비, 시스템, 서비스 등을 묶어 나가는 방식이다. 통신업체의 해외진출은 국가 인프라라는 점 때문에 진입 장벽이 크고 투자회수 기간도 긴 것이 특징이다. 통신 연구기관들은 “해외 진출국에 정부차원의 투자펀드를 결성하고 양국 기업의 합작법인에 투자하는 것이 모델”이라고 제시한다. 정부도 이에 따라 IT장관 회담,IT 기술·정책자문단 파견, 민관 시장개척단 파견, 국제기구 활동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동통신, 수출 전선에 나서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지하철 엄지족’으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제살만 깎아 먹는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국내시장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세계 최고의 CDMA 기술력을 무기로 아시아지역 단일 통화권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에도 인도차이나반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대륙과 오세아니아를 아우르는 CDMA 단일 통화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해외진출 전략으로 ▲무선인터넷 ‘네이트(NATE)’ 플랫폼 구축, 지분 인수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해외사업을 통한 브랜드, 네트워크 운영기술, 지적재산권 등을 내세우고 있다. KTF도 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 PTM-8사와 CDMA 네트워크, 마케팅, 무선인터넷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2006년 6월까지 1750만달러를 투자한다. 중국에도 CDMA 단말기 생산업체인 ‘CEC 모빌’에 15% 지분을 투자해 단말기 공동개발 및 공급에 나선다. ●KT,“최정상 초고속인터넷 심는다.” KT는 ‘아시아 제1의 통신사업자’라는 글로벌 비전으로 해외를 두드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급속한 보급 경험을 살려 초고속인터넷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런던, 하노이 등에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해외투자는 베트남 통신망 확장사업, 태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분 참여나 협력사업 방식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지역은 문화배경이 한국과 유사한 중국, 동남아를 위주로 인도, 러시아 및 중동지역을 고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 시장 잠재력이 큰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엄마 아테네金 꺾었어

    정재성-이재진조(이상 22·원광대)가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정-이조는 29일 서울 마곡배드민턴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대교눈높이배드민턴최강전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간판 스타인 김동문-하태권조(삼성전기)를 2-1로 격파하며 2회 연속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정-이조는 준결승에서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동수-유용성조(삼성전기)를 2-0으로 완파한 데 이어 금메달리스트인 김동문-하태권조마저 물리쳐 차세대 주역임을 한껏 뽐냈다. 정재성-이재진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다른 파트너와 손발을 맞춰오다 올해 짝을 이뤄 이번 대회에서 파란을 연출했다. 고교 졸업후 1년간 삼성전기에서 뛰다 대학에 진학한 정재성은 “김동문 하태권 선배에게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재진이와 뛰면 마음이 편한 데다 서로의 단점을 잘 커버해줘 우승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전주농고 출신의 정재성은 168㎝의 단신이지만 무려 1m의 서전트 점프를 앞세운 파워 스매싱과 헤어핀이 일품이다. 반면 밀양고 출신의 이재진(178㎝)은 재치 넘치는 플레이와 빼어난 수비력으로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멀티플레이어. 지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최강 김동문-하태권조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남복 결승은 패기가 관록을 꺾은 한판이었다. 첫번째 게임에서 14-17로 역전당한 정-이조는 두번째 게임을 4-8로 끌려가다 정재성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상대 범실로 세팅끝에 17-15로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기가 오른 정-이조는 마지막 3번째 게임에서 매서운 스매싱과 강력한 드라이브로 리드를 잡은 뒤 김-하조의 추격을 15-11로 따돌렸다. 이현일 손승모 등 간판 선수들이 빠진 남자단식에서는 박성환(한국체대)이 장영수(인하대)를 2-1로 꺾고 우승했고, 여자단식의 전재연(한국체대)은 황혜연(삼성전기)에 2-1로 역전승,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사설] 신중치 못한 李총리의 대선언급

    권위주의 정권 시절 집권측은 야당을 다루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동원하곤 했다. 이제 그러한 수단은 거의 사라졌다. 여권이 야당을 설복시키기 위해서는 명분과 함께 인내,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절제와는 거리가 멀어 안타깝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선 전망을 한 점도 그렇다. 야당을 자극하고, 생각이 다른 국민은 실망하고 싫어할 고도의 정파적 발언을 왜 총리가 하는가. 이 총리는 “2007년은 시대흐름으로 보면 2002년보다도 훨씬 좋아지는 상황으로,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다음 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나아가 정동영 통일·김근태 복지부 장관 중 누가 나으냐는 질문에 “누가 후보가 돼도 결과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대선전망을 해도 싸움이 나는 게 우리사회다. 국정의 중심에 있는 총리가 공식인터뷰에서 야당을 자극하고, 여권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어디로 봐도 적절치 못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총리가 어려운 나라 상황을 걱정하기보다 대선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이 총리가 오만하다고 성토했다. 지금 여야는 4대 입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치중이다. 총리가 정파를 떠나 중재자의 역할은 못할망정 도리어 간극을 벌려서야 되겠는가. 이 총리는 두달전쯤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발언해 정국을 한참동안 경색시킨 바 있다. 그런 이 총리가 지난 5일에는 지구당사무실에 경찰이 들어간 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단식농성중인 권영길 민노당 의원을 찾아 정중한 사과를 했고, 권 의원은 단식을 풀었다. 권 의원에게 보인 예의와 배려를 일관되게 갖는다면 정국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 ‘유승민 킬러’ 최현진 떴다

    ‘다크호스’ 최현진(25·농심삼다수)이 ‘탁구황제’ 유승민(22·삼성생명)을 넘어서 남자탁구 최강자로 등극했다. 최현진은 28일 충북 음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8회 종합선수권 마지막날 단식 결승에서 이정삼(KT&G)을 4-0(13-11,11-9,13-11,11-6)으로 일축하고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현진의 단식 우승은 지난해 전국체전에 이어 2번째이고 종합선수권에선 처음.‘복식전문’ 최현진은 이번 대회 혼합복식, 남자복식 준우승은 물론 단식까지 제패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최현진은 16강과 8강전에서 한국탁구의 양대산맥 오상은(KT&G)과 유승민(삼성생명)을 차례로 무너뜨려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16강에서 실업랭킹 1위 오상은을 4-1로 따돌린 최현진은 8강전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과 맞부딪쳐 침착한 플레이로 4-3,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유승민은 1,3,4세트를 따내면서 3-1로 앞섰지만 5세트를 듀스 끝에 10-12로 뒤지면서 ‘탁구황제’답지 않게 흔들렸고, 결국 5∼7세트를 거푸 내줘 고개를 떨군 채 체육관을 떠났다. 한편 남자단체전에서는 상무가 ‘수비의 달인’ 주세혁과 김정훈의 활약으로 KT&G를 3-0으로 일축하고 창단 20년 만에 종합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단식에선 김경하(대한항공)가 팀 후배 김정현을 4-3으로 꺾고 짜릿한 역전우승을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환경·생명] “참여정부 환경점수는 낙제점”

    정부와 환경운동 진영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율 스님의 단식이 60일을 넘어섰고, 환경단체의 풍찬노숙 농성이 한달여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환경·생명·생태적 가치의 존중이 경제개발 지상주의에 밀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이같은 환경갈등의 원인과 배경을 짚고 ‘녹색 진보’의 전망을 살피는 의미있는 성찰이 나왔다. 최근 발간된 계간 ‘환경과 생명’ 겨울호는 ‘진보의 재구성-녹색 진보’란 주제의 특집좌담을 실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와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외교학), 한면희 환경정의연구소장(녹색대학 교수), 서형원 초록정치연대 간사 등이 좌담에 참석했다. 환경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매몰돼 가다시피 하는 현실과 관련해 우선 정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조명래 교수는 “올해 들어 신개발주의를 전면적으로 확산시켜 온 정부의 ‘환경 불감증’과 (환경파괴에 대한)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무지가 환경담론과 정책, 현실적 상황 모두를 열악한 지경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권혁범 교수 역시 “(정부의)환경점수가 ‘빵점’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정부가 기반하고 있는 1980년대 운동권의 머릿속에 녹색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 “비록 그 시대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전개돼 온 녹색운동·녹색이념을 학습하거나 정책에 연결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동안 생태·환경운동 등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적 흐름이 있었지만 정부가 경제성장·개발에만 매달리며 이를 간과했다는 비판들이다. 환경운동단체에 대한 쓴소리와 자기반성도 나왔다.“현 문명의 권력체계를 비판하면서도 환경단체 스스로가 권위주의화돼 가고 있으며, 환경운동이 확장되면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길을 가고 있다.”(한면희 소장)거나 “여러 개발사업에 맞선 운동을 전개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이어서 정책적으로 제도화시키는 성과를 못 거둔 것은 반성하고 넘어갈 대목”(서형원 간사)이라는 것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탁구황제’의 귀환

    탁구황제가 돌아왔다. 10년 터울의 남복 ‘최강 콤비’ 유승민-이철승(삼성생명) 조가 국내 최강을 가리는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유-이 조는 27일 충북 음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정우-최현진(농심삼다수) 조에 3-2(11-13,9-11,11-8,11-7,11-4)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유승민(22)은 이번 우승으로 부진을 털고 ‘탁구황제’의 위용을 회복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몸을 만들지 못한 탓에 지난 10월 전국체전 4강 기권, 월드컵 16강 탈락, 중국대표 대 세계대표 대항전 패배 등 슬럼프를 말끔히 씻었다. 최현진은 지난 11월 탁구왕중왕전에서 유승민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했던 상대라 더욱 의미있는 승리.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유-이 조는 2001년 대회를 포함해 종별선수권 통산 세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 유창재-김정훈(상무) 조를 3-1로 가볍게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한 유-이 조는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11-13으로 내준 뒤 2세트마저 9-11로 빼앗겨 세트스코어 0-2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탁구황제’의 자존심을 자극했을까.3세트에서 배수진을 치고 나선 유-이 조는 베테랑 이철승의 안정적인 리시브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유승민의 호쾌한 파워드라이브가 위력을 되찾았다.3·4세트를 내리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유-이 조는 마지막 5세트에서도 이정우-최현진 조를 정신없이 몰아붙여 11-4로 마무리,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날 혼복 8강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김봉철(농심삼다수)-전혜경(대한항공) 조에게 일격을 당해 자존심을 구긴 유승민은 단식 16강에도 진출해 ‘대회 2관왕’으로 명예회복을 노리게 됐다. 여자복식에서는 이향미-전현실(KRA) 조가 이은실-문현정(삼성생명) 조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일축,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편 남자 단체전에서는 상무가 대회 8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삼성생명을 3-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상무는 포스테이타를 3-0으로 완파한 KT&G와 28일 우승을 다툰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삼성생명이 대한항공을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악인 박범훈씨 종합대 총장에

    한평생을 우리 가락의 현대화, 대중화에 매달려 온 ‘신 국악인 박범훈’이 중앙대 총장 자리에 올랐다. 국내 종합대학에서 국악인 출신 총장이 탄생하기는 처음이다. 중앙대 법인 이사회는 24일 직선제 투표에서 1위 후보로 올라온 박범훈(56) 국악대학원 창작음악학과 교수를 제12대 총장으로 뽑았다. 그는 고향인 경기 양평의 중학교 밴드에서 트럼펫을 불다가 17세 때 동네에 찾아온 남사당패에 매료돼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 가락과 인연을 맺은 그는 국악예고에 들어가려고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오면서 국악을 향한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인간문화재 지영희 선생에게서 피리를 배운 그는 예고 졸업 후 중앙대 음악학과(작곡)를 거쳐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서 석사, 동국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박 신임총장은 국악의 대중화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한영애, 송창식, 김수철 등 대중가수와 함께 국악 공연을 시도하고, 도올 김용옥의 시에 곡을 붙이기도 했다.86아시안게임,88올림픽,2002한·일월드컵, 대구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행사의 개막식 음악 작곡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MBC 마당놀이 ‘허생전’,‘홍길동전’ 등도 그의 작품. 그에게는 ‘첫’이라는 말이 늘 따라다닌다.93년 처음으로 아시아민족악단 창단식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12현 가야금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25현 가야금을 선보였다. 민간으로는 국내 최초인 중앙국악관현악단도 만들었다. 교육행정가로서도 능력을 발휘해 10년 남짓 서울국악예고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한국 최초로 서울국악유치원, 국악중학교, 국악대학, 국악교육대학원을 잇따라 설립했다. 발도 넓어 지난 11월11일 열린 그의 ‘음악인생 40주년 기념공연’에는 정·관계, 문화계 인사 1500명이 참가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그가 총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자 음악계 선후배들이 “작곡이나 지휘는 누가 하느냐.”며 말리기도 했다는 후문. 그는 “4년 동안 부총장직을 맡아 중앙대의 행정이나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다.”면서 “그래도 막상 총장이 돼 발전기금을 모금하러 다닐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껄껄 웃었다. 박 신임총장은 내년 초 40장의 CD로 구성된 ‘박범훈 소리연(緣)’전집을 내고 잠시 창작활동을 쉴 작정이다.“예술이 노래하고 춤추는 딴따라만이 아닌, 행정과 정치가 모두 담겨져 있는 분야”라는 그의 예술철학이 어떻게 대학 운영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시론] ‘환경갈등’ 부추기는 정부/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시론] ‘환경갈등’ 부추기는 정부/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에 대한 논쟁이 한창일 때 정부는 “더 이상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최근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건설을 허용하였다.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하던 환경단체 회원들을 경찰이 연행까지 하면서 정부는 이해찬 총리 주재로 원자력위원회를 개최하여 중·저준위 핵폐기장 건설안을 의결하였다. 환경단체는 지금 한달이 넘도록 거리에서 단식·노숙농성 중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의 대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말뿐이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환경단체에 대화제의를 해놓고 며칠 후 계룡산 관통도로 건설을 의결하였고, 핵폐기장 건설안이 통과된 것도 이해찬 총리가 환경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가진 지 불과 이틀 후에 나왔다. 정부의 대화강조는 이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정부의 행보는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2001년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자 당시 최종 조정기구인 ‘새만금 평가회의’에서 강행 또는 중단결정 여부를 ‘대통령’이 내리도록 의결하였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수질기획단은 ‘대통령’을 ‘정부’로 둔갑시키고 갯벌 매립 강행을 결정했다. 올여름, 천성산 관통도로 건설중지를 요구하며 58일간 단식 중이던 지율 스님도 정부의 약속을 받았다. 민관으로부터 전문가를 추천받아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동조사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환경부 단독의 일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물론, 기존 노선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뿐 아니다. 수년간 환경갈등을 불러온 경인운하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정부는 최근 발표하였다. 애초부터 터무니없는 사업계획이어서 모처럼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하는가 싶더니 방수로 건설 사업으로 대체하면서 말만 바꾼 운하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탄강 댐은 어떤가. 환경부는 물론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논의에서도 댐의 경제성과 홍수조절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도 최종 결정은 ‘한탄강 댐 건설’은 백지화하나,‘댐 건설’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기상천외한 것으로 귀결됐다. 핵폐기장에 대한 정부태도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부안사태로 빚어진 갈등을 사회적 공론화 논의 기구를 통해 해결하려던 정치권의 중재를 이번에는 총리가 나서 뒤집고 만 것이다. 이렇듯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비이성적인 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혹자는 환경단체들이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정책에 지나치게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를 기피하거나 방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대화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처럼 개발계획 직전에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 국토의 생태적 가치를 사전에 조사하여 개발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예방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전문가,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이를 반영함으로써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환경단체와의 협의를 개발사업 일정상 끼워 넣는 요식행위나 관례적 절차 정도로 여기는 우리 정부와는 딴판이다. 지금 정부중앙청사 맞은 편 공원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바람막이 천막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20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율스님은 다시금 50일이 넘도록 단식 중이다.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면 환경갈등은 치유될 수 없는 길로 빠질 것이다. 정부의 신뢰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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