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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1 라운드)] 시간 연장책이 패착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1 라운드)] 시간 연장책이 패착

    장면도(166∼172) 흑이 지나치게 실리를 취하면서 중앙 흑 대마가 위험해졌다. 백166으로 잡으러 간 장면. 백은 기존에도 실리가 부족했는데, 이 대마를 잡으러 가면서 더욱 손해를 봤기 때문에 반드시 대마를 잡아야만 이길 수 있다. 과연 흑 대마의 사활은 어떻게 될까? 실전진행1(173∼181) 초읽기에 몰린 김지석 3단은 활로를 찾기 위해 173부터 178까지 선수 활용을 하면서 시간을 벌어들인다. 그리고는 마침내 흑179로 끊었다. 자체로는 살 길이 없기 때문, 그러자 이번에는 윤준상 4단이 백180으로 시간 연장책을 쓴다. (참고도) 다음 백1,3을 선수하고 5로 뚫어서 차단했으면 중앙 흑 대마는 살 길이 없었다. 흑10으로 단수 쳐도 11에 이으면 그만. 흑은 더 이상 어떤 수단을 부릴 여지가 없다. 실전진행2(182∼195) 윤 4단은 정확한 수읽기를 위해서 또 다시 백182에 끊어서 시간을 벌려고 했다. 그러나 김3단이 이를 외면하고 흑183,185로 보강해서 살아버리자 승부가 결정됐다. 백194까지 하변에서 백이 큰 이득을 봤지만 이것으로는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292수 끝, 흑 4집반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인터뷰] 하늘빛 새 영혼으로 영원을 그리는 화가 - 박항률

    [인터뷰] 하늘빛 새 영혼으로 영원을 그리는 화가 - 박항률

    박항률 화백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모닥불을 읽으면서 소녀를 실어 나르는 뗏목의 슬프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하여 흘러내린 눈물 방울 사이로 그의 그림은 아련하게 푸른빛을 띄며 내게 다가왔다. 어디선가 겨울 강가에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보시면 소녀를 기다리는 내 기다림이 타오르는 것이라 생각해 주세요.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단발머리 소녀는 뗏목의 이 애절한 마음을 알고 있을까? 이렇게 나는 모닥불을 통해 박항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바람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성북동 길상사에서 우연히 화가 부부를 만났고 청담동에 있는 그의 화실로 초대를 받았다. 고은별 |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요함 속에 어떤 애수(哀愁)가 느껴져 옵니다. 그림은 작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아련한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박항률 | 1994년부터 명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제가 경험한 죽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시골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사촌 여동생을 만났는데 저보다 한 살 어린 박금란이라는 이름의 소녀입니다.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사촌 여동생이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제가 객지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요. 서울로 올라올 때 동생도 같이 와서 무학여고를 다녔는데 곱사병을 앓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촌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습니다. 고은별 | 작품 속의 주인공이 바로 그 소녀일 수도 있겠네요. 박항률 | 어떤 그림에서는 나오지요. 두 번째는 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것이에요.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제게는 큰 슬픔이었습니다. 고은별 | 명상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시는데…. 박항률 |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데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리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도화녀와 비형랑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신라 진지왕이 길을 걸어가다 소문으로만 듣던 아름다운 도화녀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왕이 도화녀를 유혹하지만 도화녀는 유부녀였기 때문에 왕의 청을 거절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던 진지왕은 도화녀에게 남편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녀를 그리워하다 왕이 먼저 죽게 되지만 남편이 죽은 후에 진지왕의 혼이 도화녀를 찾아와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뒤로 도화녀가 아기를 낳게 되는데 그 아기가 바로 비형랑입니다. 비형랑은 귀신을 잘 다룹니다. 고은별 | 진지왕이 도화녀를 얼마나 사랑했기에 죽은 후에도 혼령이 되어 찾아왔을까요. 박항률 | 역사학자의 말에 의하면 비형랑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생사관이 담겨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사회였다는 이야기지요. 만주에 가면 씨족수(氏族樹)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단수(神壇樹) 개념이지요.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 같은 큰 나무들이 있는데 발해에 가보니까 거기에도 있었어요. 그 마을의 나이 든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되어 씨족수 나무 위에 앉았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의 영혼 속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고은별 | 정호승 시인의 시집과 동화책 항아리에 그림이 실리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박항률 | 91년 《비공간의 삶》이라는 첫 시집(詩集)을 낼 때, 펜화를 그려 넣었는데 그 시집을 보고 정호승 시인이 찾아 왔습니다.(화가는 세 권의 시집을 책장에서 꺼내어 보여주었다.) 고은별 | 그림을 그리면서 시도 쓰시고…. 박항률 | 시라고 할 수도 없지요. 고은별 | <네잎 클로버>라는 시가 있네요. 오랜 시간 고이고이 간직해 왔던 책갈피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는 잊혀진 내 마음의 갈피 속에 앳된 가시내의 소맷자락 사이로 드러난 살빛 같은 살며시 입술을 대고 멈추고 싶은 네잎 클로버 박항률 | 그림 그리는 것은 자기가 갖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화가가 되는 것은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성향이나 자기가 그릴 것을 이미 내면에 갖고 있는데 이것을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도 너의 본성을 찾아라. 개성을 찾아라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자기 안에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그릴 것을 자기 안에 갖고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전업작가였다가 교수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박항률 |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있다가 학교에 나가니까 연구실에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적응이 잘 안 되었지요. 이제는 좀 괜찮아졌습니다. 제자들이 많이 생겨서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끼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대학에 오는데 저는 화가가 되는 것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그려야 하고 매일 그려야 합니다. 붓을 하루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현대 미술관 관장님이셨던 임영방 선생님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네덜란드 작가 반. 리에는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했답니다. 창작이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지와 힘이다. 지금까지도 그 뜻을 제 마음에 간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고은별 | 처음부터 이렇게 고요한 그림을 그리셨나요? 박항률 | 40대 초반에 그림을 바꾸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표현적인 그림들이 많아 원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시집을 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용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전시회를 할 때 길가던 사람이 무심코 들어와서 제 그림을 보고 그냥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은별 | 학창 시절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하셨습니까? 박항률 | 피카소와 모딜리아니를 좋아했습니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면 슬픔이 깊숙이 깔려 있습니다. 눈 안에 슬픔이 꽉 차 있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피카소의 그림 중에서도 청색시대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청색을 좋아하고 청색으로 그림을 그리면 편안합니다. 고은별 | 서양화인데 소재나 주제가 동양적인, 우리의 정서가 담긴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박항률 | 서양화다 동양화다라고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물감의 재질에 따라 구분이 되어야지요. 한국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니까 그냥 한국화라고 할 수 있지요. 고은별 | 그림 속 여인의 시선이 아래를 보거나 바깥쪽을 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동양적 겸손함이라고 할까 다소곳하고 공손한 태도가 느껴집니다. 박항률 | 인도에 갔을 때 어느 미술 평론가가 제 그림이 분명 어디를 보고 있는데 전부 바깥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 인도 화가들의 그림은 그 인물이 그림 안쪽을 보는데 제 그림은 왜 전부 바깥쪽을 보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제가 바깥을 바라보면 그림이 더 커 보이고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대답을 했지요. 고은별 | 꽃과 새와 나무와…. 박항률 | 새를 많이 그렸고 그중에서도 머리 위의 새를 많이 그렸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여행 자체를 좋아합니다. 92년에 베니스의 산마르코 성당 앞 광장에서 비둘기떼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사람 머리 위에 앉더라고요. 그 순간 저게 그림이다, 하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머리 위의 새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 그림과 새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된 셈이지요. 94년에 몽골에 가서 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만주의 에웬키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작은 영혼 상자를 만들어 나무를 깎아서 만든 새를 넣어 줍니다. 이 새의 영혼이 아기에게 들어간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 민족하고 새는 연관되는 것이 많습니다. 신라 금관에 비취가 걸려 있는데 이것을 새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의 왕관(王冠)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거슬러 올라가면 스키타이 민족까지 연관됩니다. 무덤에서 같은 형태의 왕관이 출토되었어요.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인면조(人面鳥)도 그렸는데 고구려 벽화에 딱 한군데 나옵니다. 불가(佛家)의 가릉빈가(迦陵頻伽 - 극락정토에 살고 있다는 새. 미녀의 얼굴 모습에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함.)는 부처님 곁에서 항상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다는 천상의 새입니다. 고은별 | 지금 행복하시지요? 박항률 | 한편으로는 행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은 취미로 그릴 때가 제일 좋습니다. 그림을 직업으로 그리다보면 싫어도 그려야 할 때가 있어요. 사실은 아마추어 화가들이 제일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입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네”라고 대답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화가 박항률은 마지막까지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새는 지금 어디로 날아가려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파르르 날아 올라 새 생명으로 태어난 아기의 영혼 속으로 사르르 스며드는 것은 아닐까?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0 라운드)] 통렬한 건너붙임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0 라운드)] 통렬한 건너붙임

    장면도(96) 백96으로 지킨 장면이다. 좌상귀의 백 실리가 좋기 때문에 실리는 확실하게 백이 좋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에 떠있는 거대한 백 대마이다. 백 대마는 중앙에 후수 한집이 있을 뿐, 아직 기본적인 삶을 위한 두집을 확보하지 못했다. 과연 백 대마를 그로기로 몰아 넣을 수 있는 공격의 맥점은 어디일까? (참고도) 흑1의 건너붙임이 통렬한 급소이다. 백2로 젖혀서 받는 것이 제일감이지만 흑3으로 끊으면 다음 응수가 없다. 백4,6으로 흑 한점을 잡는 것은 7로 끊겨서 중앙 백 대마의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실전진행(97∼109) 흑97로 붙여오자 응수가 곤란한 윤성현 9단은 백98,100이라는 궁여지책의 수를 들고 나와서 108까지 간신히 백돌을 연결했다. 그러나 흑은 이미 우변에서 백 한점을 따내면서 충분히 이득을 봤고 흑109의 단수도 거의 선수여서 흑이 기분 좋은 국면이다. 더구나 우변 백 대마는 여전히 미생의 형태. 이후 백은 안간힘을 쓰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곳에서 입은 손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윤성현 9단은 이 바둑을 패하면서 탈락,5위로 순위가 마감됐다. 한편 윤준상 4단은 이 바둑까지 10연승,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169수 끝, 흑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 하이라이트(10 라운드)] 절묘한 자충 유도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 하이라이트(10 라운드)] 절묘한 자충 유도

    이제 드디어 10라운드째, 생존자는 5명뿐이다.5명의 생존자는 9승의 윤준상 4단과 원성진 7단,8승1패의 박정상 9단과 김지석 3단, 그리고 7승2패의 윤성현 9단이다. 이중 행운의 부전승은 박정상 9단이 뽑았다. 장면도(77∼78) 흑77의 들여다 봄은 선수활용인데 이때 백이 78로 비틀어서 받았다. 그냥 이어주기 싫을 때 흔히 두는 수인데 지금은 흑에게 좋은 수단이 있었다. (참고도1) 흑1로 그냥 잇는 것은 평범한 수이지만 지금은 백에게 4의 반격을 허용해서 좋지 않다. 이렇게 되면 흑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누가 공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진다. 실전진행(79∼89) 흑79로 먹여치고 81의 단수를 먼저 활용해서 백돌을 자충으로 유도한 뒤에 흑83,85로 연결한 수순이 좋았다. 결국 백은 86의 곳을 틀어 막을 수 없어서 기어나왔고 결국 흑이 선수를 잡아서 89로 봉쇄했다. 흑 호조의 국면이다.(82=79) (참고도2) 만약 백1,3으로 두면 흑에게 8의 맥점을 당해서 하변 백 대마가 전부 잡힌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8라운드)] 너무 아꼈다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8라운드)] 너무 아꼈다

    장면도(131∼139) 좌변 흑 대마가 타개하는 동안 좌상귀 흑 대마는 자연스럽게 잡히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흑131부터 137까지 상변 백 한점도 흑의 수중에 크게 들어가게 되어서는 이미 하변에서 큰 실리를 얻은 흑의 우세가 확연하다. 더구나 백은 138로 좌상귀에 한번 더 두어야 흑돌을 잡을 수 있다. 흑이 선수까지 확보해서는 흑의 승리가 눈앞에 놓이게 됐다. 이때 흑139가 큰 실수. 백은 흑의 실수를 어떻게 응징하여야 하며, 또 흑은 이 수로 어떻게 두었어야 승리를 굳힐 수 있었을까? 실전진행(140∼146) 백140으로 단수 친 수가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잡았던 흑 두점을 도로 살려주면서 역으로 백 두점이 잡히지만 상변을 뚫으면서 얻은 두터움이 훨씬 더 크다. 우변은 한번 손을 뺐지만 흑145로 뚫을 때 백146으로 막아서 큰 탈이 없다. 패배를 눈앞에 뒀던 백이지만 단숨에 추격해서 바둑이 미세해졌다. (참고도) 흑1로 따내서 백2와 교환하고 흑3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이렇게 두었으면 흑은 A,B 등의 활용도 할 수 있어서 좀더 수월하게 중앙 백 세력을 지울 수 있다. 프로기사들은 흔히 ‘아끼다가 진다’는 말이 있는데 흑1, 백2의 교환을 너무 아낀 것이 이 바둑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되고 말았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8라운드)]강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8라운드)]강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제 8라운드이다. 생존 선수는 19명. 종반으로 가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한게임배 마스터즈는 우승부터 105위까지 순위에 따라 대국료가 차등 지급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대국료의 차이도 크다. 따라서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원성진 7단은 현재 7연승. 파죽의 연승가도로 우승 후보 1순위이다. 반면 홍성지 5단은 5승 2패. 벼랑 끝에 서서 배수의 진을 친 각오로 대국에 임해야만 한다. 장면도(82∼95) 백82,84로 좌변 흑진을 갈라서 94까지 흑 대마를 양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할 수 없이 흑95로 살자고 한 장면이다. 실전진행(96∼105) 원 7단은 백96으로 단수 쳐서 단번에 끝장을 보자고 했다. 흑이 굴복을 해준다면 A로 한칸 뛰어서 지키는 자세가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5단은 흑97에 붙여서 팻감을 좀더 확실하게 만든 뒤에 흑99로 끊어서 패싸움을 결행했다. 결국 103까지 하변 백 대마와 좌변의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백은 중앙이 엄청나게 두터워졌지만 흑이 하변에서 얻은 실리가 워낙 커서 이 바꿔치기는 흑의 성공이다. 이후 백104로 좌변 흑돌을 공격했지만 흑105에 붙여서 무난히 타개하면서 흑이 유리하게 전개됐다. (참고도) 백은 1,3으로 둬서 흑에게 4의 삶을 강요하고 백5로 공격하는 것이 좋았다. 이 진행은 좌변 흑 대마가 워낙 약해서 백 유리. 강수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느림의 미학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느림의 미학

    장면도(88) 좌변 흑의 두터움이 전판을 압도하지만 아직 실리로는 백이 앞서기 때문에 흑이 크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백88로 미끄러져서 우변 백 두점을 안정하고자 한 장면이다. (참고도) 유리함을 의식하고 곧이곧대로 흑1에 받아주는 것은 너무도 나약한 응수이다. 백이 2,4의 단수를 마저 활용하고 6으로 붙이면 하변에 백의 두터움이 생겨날 조짐이다. 실리로는 백이 뒤질 게 없었으므로 이곳에서 백이 두터움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 좌중앙 흑의 두터움을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금방 형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실전진행(89∼97) 흑89로 붙여서 백90과 하나 교환해 놓고 흑91로 백 한점을 따낸 수가 매우 두터운 수로 인내력의 극치를 보여준 한수이다. 백은 92,94를 활용하고 96으로 한칸 뛰어서 우변 백돌을 안정하고자 했다. 이런 식으로 흑의 두터움만 지울 수만 있다면 균형 잡힌 바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동안 충분히 두터움을 확보하며 힘을 비축한 박정상 9단이 흑97이라는 맥점을 구사하며 우변 백돌을 공격하자 형세는 단숨에 흑쪽으로 기울었다. 흑91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두터움의 결정체와 같은 한수였다.239수 끝, 흑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생각하기 힘든 강수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생각하기 힘든 강수

    5승1패끼리의 대결. 두 기사 모두 아직은 여유 있는 상황이다. 장면도(54∼58) 백이 발빠르게 두면서 곳곳에 실리를 챙기는 동안 흑은 좌변에만 집중 투자를 했다. 바로 그곳에서 백홍석 5단이 54부터 58까지 움직이기 시작한 장면이다. (참고도1) 백이 단수를 쳤으므로 흑1에 잇는 것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그대로 백의 주문에 걸려들게 된다. 백2부터 6까지 간단하게 수가 난다. 실전진행(59∼69) 흑59로 끊고 백60으로 따낼 때 흑61로 틀어막는 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강수이다. 백은 더 이상 중앙 탈출을 시도할 수 없다고 보고 64,66으로 이단 젖혀서 패의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억지로 패를 만든 꼴이어서 백이 크게 불리하다. (참고도2) 백1,3으로 단수 치고 중앙으로 탈출하려 하는 것은 12까지 연단수로 백돌이 전부 잡히고 만다. 그나마 실전이 최선이었다는 결론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강력한 반발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강력한 반발

    장면도(27∼30) 백은 발 빠른 포석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흑은 느리지만 두텁게 반면을 이끌고 있다. 흑27로 한칸 뛰어서 상변 백 두점을 은근히 압박했을 때 백28로 붙이고 30으로 젖힌 장면이다. 이 수의 의도는 무엇이고 이에 대해 흑은 어떻게 응수하는 것이 최선일까? (참고도1) 흑1로 단수 치고 3으로 뻗어서 귀를 지키는 것은 가장 평범한 응수이지만 이것은 백의 주문이다. 백4로 넘어서 상변 백돌이 실리를 챙기며 너무도 간단하게 안정됐다. 실전진행(31∼41) 흑31로 단수 치고 33으로 밀고 나간 수가 백의 의도를 거스른 강력한 반발이다. 백34로 꼬부릴 수밖에 없을 때 흑35로 한번 더 밀고 나간다. 백은 36,38로 흑 한점을 빵따냄했지만 흑39까지 좌상귀 흑의 실리가 커져서 백의 불만이다. 게다가 백40으로 연결할 때 흑41로 밀고 나가니 백의 응수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참고도2) 실전 백28의 붙임은 본도 1과 같이 그냥 한칸 뛰는 것이 정수였다. 흑2로 씌워서 공격하면 백3을 선수하고 5로 붙여서 타개한다. 이 백돌이 가볍게 수습되면 긴 바둑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더 강력한 수단이 있었다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더 강력한 수단이 있었다

    장면도(44∼49) 백44부터 47까지는 쌍방 기세의 충돌로 제 갈 길을 가면서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 백48로는 가에 끼우면 알기 쉽게 흑 석점을 잡을 수 있지만 이처럼 단수 치는 것이 더 강력하다. 흑도 49로 뻗은 것은 당연. 백은 다음 어떻게 두어야 할까? 실전진행(50∼57) 목진석 9단은 백50으로 단수 쳐서 중앙 흑돌 넉점을 잡는 것에 만족했다. 흑53의 후수 보강이 불가피할 때 백54로 하변에 선점하면 충분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흑55까지 두터운 세력을 만든 뒤에 흑57로 쳐들어와서 백 한점을 고립시킨 수가 좋아서 형세가 만만치 않아졌다. (참고도1) 실전 백50으로는 1로 미는 것이 더 강력했다. 흑2로 중앙 흑돌을 살리면 백3으로 흑 두점을 잡는다. 흑4 때 백5로 가볍게 탈출해서 이 진행은 백의 기분 좋은 흐름이다. (참고도2) 백1 때 흑2를 선수하려는 것은 욕심. 백3으로 반격하면 7까지(△의 곳) 패가 되는데 초반에 팻감이 없어서 흑이 곤란하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Metro] 고양 일산동·서구 30시간 단수

    고양시는 31일 밤 10시부터 11월2일 새벽 4시까지 30시간 동안 일산동·서구지역 대부분(고봉·식사·풍산동 제외) 18만여가구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이번 단수가 일산정수장내 원수를 한강에서 팔당으로 변경하는 데 따른 도수관로 연결공사 때문이라고 밝히고, 사전에 충분한 생활용수를 확보하도록 당부했다.
  • [Metro] 고양 일산동·서구 30시간 단수

    고양시는 31일 밤 10시부터 11월2일 새벽 4시까지 30시간 동안 일산동·서구지역 대부분(고봉·식사·풍산동 제외) 18만여가구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이번 단수가 일산정수장내 원수를 한강에서 팔당으로 변경하는 데 따른 도수관로 연결공사 때문이라고 밝히고, 사전에 충분한 생활용수를 확보하도록 당부했다.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끊는 강수로 위기 탈출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7라운드)] 끊는 강수로 위기 탈출

    이영구 6단은 87년생으로 2001년에 입단했다. 현재 한국바둑리그에서 한게임팀의 주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현재 전적 10승 2패로 다승 공동 1위, 송아지 3총사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기사이다. 한편 김환수 2단은 85년생으로 이6단보다 2살 많지만 2003년에 입단해서 오히려 프로기사로서는 2년이나 후배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04년 한국바둑리그에 선수로 선발됐기 때문에 실력은 검증됐다. 프로기사들 가운데에서 최고의 멋쟁이로 손꼽힌다. 장면도(69∼73) 흑69로 하변 백 두점을 위협하자 백70,72로 백이 먼저 이득을 본 장면. 그러자 흑73으로 뻗어서 하변의 양쪽 백돌들을 양곤마로 몰아서 공격할 태세이다. 백은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최선일까? 실전진행(74∼78) 백74로 끊은 수가 강수로 백을 위기에서 구한 멋진 맥점이다. 흑은 75로 잇는 정도. 그때 백76으로 나가서 흑77과 교환한 뒤에 백78로 하변의 흑 한점을 제압하자 양쪽 백 대마가 연결되면서 간단하게 타개에 성공했다. (참고도) 만약 흑1의 단수로 몰면 백2로 기어나간다.6까지 중앙에서 어지러운 전투가 벌어지겠지만 흑은 당장 양쪽의 흑돌을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공수가 전환된 느낌이다. 이 전투는 아무래도 흑이 부담스럽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 빠뜨린 수순 하나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 빠뜨린 수순 하나

    장면도(64∼69) 박지은 6단은 ‘여자 유창혁’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전투에 능한 기사이다. 백64부터 68까지 흑돌을 끊어서 다짜고짜 싸움을 걸어간 장면이다. 일단 흑도 69로 지키고 볼 자리. 여기에서 백은 초반에 끝내는 수가 있었다. 어떻게 두어야 했을까? 실전진행(70∼87) 박 6단은 처음부터 백70으로 끊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귀중한 선수 교환을 빠뜨렸다. 실전은 87까지 상변에서 흑이 살면서 백의 공격이 무산됐다. 흑의 미생마가 많지만 그것은 백도 마찬가지. 특별히 백이 더 강하다고 주장할 수 없는 형세이다. (참고도1) 백1로 하나 끊어 놓고 3에 끊는 것이 정수였다. 흑4로 단수 치면 이때는 백5로 돌려치는 수가 성립한다(흑8=3의 곳 이음). 백A의 절대 선수를 발판으로 13까지 잡으러 가면 이 수상전은 백이 이긴다. (참고도2) 수순을 바꿔서 백9, 흑10까지 교환한 뒤에 백11로 끊으면 이때는 흑도 12로 후퇴한다. 백A가 선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백13으로 지키면 이때는 흑14로 안에서 산다(흑6=1의 곳 이음). 이 진행은 백의 약점이 너무 많아서 백이 오히려 불리하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3)업(業 카르마)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3)업(業 카르마)

    ‘내가 생각한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이 실상이 아닌 허상이라고 나는 여러 번 지적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생각한다’고 지난 글(17회)에서 언명하였다. 좀 어려운 내용인 듯 보이나, 이것의 이해가 인생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보통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유식삼십송’을 쓴 인도의 고승 세친(世親=바수반두)(4~5세기)의 가르침에 의하면, 오감각(前五識)의 지각활동으로 제6식인 의식이 발동하는데, 그 의식의 발동으로서의 생각은 서양철학이 말한 것처럼 이성의 소산이 아니라, 제1차 무의식 상태로 의식되지 않고 있는 제7식인 말나식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말나식은 생각하고 계산하는 사량식(思量識)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말나식이 온갖 의식의 표상(表象)을 무의식적인 자기의 심상(心象)대로 그리게 하는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 제7식인 말나식이 사량하는 대상은 먼저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제7식보다 더 깊숙이 저장되어 있는 가장 심층적인 제8식인 아뢰야식(藏識)이다. 물론 제9식인 순수불심인 아말라식(無垢識)을 말하기도 하나 여기서 중요치 않다. 아뢰야식이 저장식인 것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과거의 생각과 행동의 습관들이 저장되어 지금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오감의 자극으로 내가 지금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생기된 업의 습관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의 습관이 지금 나의 생각을 결정하는 숙업(宿業)으로 작용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이데거도 이와 유사하게 인간의 마음을 습기(習氣=disposition)라고 지칭했고, 마음의 습기가 현재완료형(having beenness)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그의 ‘존재와 시간’에서 갈파했다. 현재완료형의 본질은 과거가 지금까지 계속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생각과 느낌도 과거부터 아뢰야식 속에 저장된 습기의 종자가 자아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말나식의 사량으로 현행화(現行化)되어, 그 말나식의 무의식적 심상(心象)이 의식과 오감각식의 표상(表象)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또 요별경식(了別境識=의식과 오감각식)의 새 활동들이 다시 아뢰야식에 종자로 저장된다. 이처럼 아뢰야식과 요별경식은 서로 돌고 도는 윤회의 바퀴를 형성하는 셈이다. 여기서 잠깐 아뢰야식의 종자에 대하여 설명한다.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가 삼인칭 단수인 ‘그것’이다. 이 ‘그것’은 특수한 기질(氣質)로서 어떤 성향의 욕망을 지니고 있다. 이 우주는 기(에너지)의 힘이다. 지공무사한 기의 힘이 무(無)의 욕망이다(42회 글). 이 무의 욕망이 곧 부처의 기다. 그 기는 지공무사함으로써 삼라만상에게 존재의 힘을 보시하는 대자대비의 힘과 같다. 그러나 중생의 기는 지공무사하지 못하고 부분적이고 편파적이다. 그 까닭은 중생이 무의 욕망을 잃고 너와 대립된 사회적 분별심인 소유욕으로 채색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의 경쟁과 질투가 이런 아상(我相)을 갖게 한다.‘나’라는 아상은 ‘너’라는 생각이 있기에 생긴다. 이것이 소유적 기의 시작이다. 소유적 기는 말나식의 무의식에서 자란다. 그런데 비록 말나식이 아뢰야식의 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 ‘그것’을 항상 ‘내’ 것이라고 사량하기에 오염되어 있지만, 업을 짓기 전에는 아직 중립의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더구나 아뢰야식에는 선악의 업이 저장되어 있지만, 다 오염이 안 된 중립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결정된 숙업이지만, 또한 마음의 새로운 기획투사에 따라 과거의 종자도 변하게 하는 가변적 존재다. 다만 과거에 선의 종자가 많으면, 비록 그것이 중립의 상태에 있어도 선을 일으킬 수 있는 증상연(增上緣=도와주는 인연)이 큰 만큼 좋은 경향성을 가능성으로 품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뢰야식에는 결정과 자유가 모순없이 공존하고 있고, 부처종자와 중생종자가 함께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육조 혜능선사(7세기)가 그의 ‘단경’에서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깨달으면 중생이 부처’라고 거듭거듭 밝혔다. 이것은 아뢰야식 속에 저장된 종자가 중립상태이므로 그것을 잘 활용하면 부처고, 그렇지 못하면 중생이라는 말과 같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나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뢰야식 속의 종자가 생각하고 느낀다. 그래서 ‘그것이 생각하고 느낀다’는 말이 옳다.‘그것’이 부처의 길로 생각하기도 하고 중생의 길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의 종자는 곧 욕망의 힘인 기의 다른 이름이다.‘그것’이 어째서 윤회하면서 저장되나? 중생의 기로서의 ‘그것’은 소유론적 욕망이므로 탐욕의 갈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부처와 같은 존재론적 욕망(원력)인 기는 무의 욕망이므로 소유론적 탐욕이 없다. 그래서 부처는 모든 것을 무한히 보시하려는 대자대비의 기 자체이므로 자기 것이 전혀 없는 허공의 기와 같다. 그러나 중생의 기는 집착으로 엉켜 있다. 이것은 육신이 죽어도 윤회한다. 이 탐욕적 기의 덩어리가 다시 육신을 빌려 태어나고 싶어한다.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삼악도(축생/아귀/지옥)에도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천상의 신(神)들이나 인간이나 축생들도 다 같은 기(氣)의 다양한 욕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옥의 아귀들도 거기가 좋아서 태어나고 싶어 안달하는 기의 욕심이 그랬을 뿐이다. 소유의 욕망을 존재의 욕망으로 바꿔야만 부처가 되어 소유의 탐욕이 갈망하는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는다. 우리의 관심은 이런 불교의 교학보다 오히려 그 철학적 상징이다. 세친은 가르친다. 업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말나식이다. 의식의 수준에서 우리가 알고 있지만, 우리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 까닭은 의식의 표상이 말나식의 무의식적 심상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나식에 잠재되어 있는 네 가지 번뇌인 아치(我痴), 아견(我見), 아애(我愛)와 아만(我慢)에 의식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적 판단으로 행동하려 해도 이 네 번뇌의 집합인 아상(我相)의 소유욕으로부터 이성적 판단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것이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성적 의식이 무의식을 억압하면, 오히려 말나적인 아상은 더 흥분하여 사태를 악화시킨다. 그러므로 우리가 숙업의 영향을 지우기 위하여 이 말나식의 영향을 줄이는 길을 가야 한다. 업의 종자는 우리가 공동으로 살아온 삶의 역사적 기록과 같다. 오늘의 우리는 업을 통하여 어제의 우리를 본다. 오늘의 우리는 갈기갈기 찢겨지는 길을 치닫고 있다. 계급으로, 지연으로, 이념으로, 종교로, 성별로, 나이로 서로 등을 돌린다. 이것은 점잖은 표현이다. 토론을 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져갈 뿐이다. 우리는 아상이 너무 강하다. 각자가 다 살기 위해 모래처럼 분주히 흩어진다. 왜? 나는 들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계급적 차별이 중국보다 우리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서자는 우리처럼 극심한 차별을 당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관노의 자식에게도 사회생활을 하도록 벼슬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계급차별이 심했으나 일본 사회학자인 무라카미 야스스케가 지적했듯이, 봉건영주의 일가(一家)문화에 바탕을 둔 일가계약정신(kintractship)으로 영주가 자기의 봉토 안의 모든 계급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생계를 유지케 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행히도 백성들이 국가의 은혜와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버림받아 왔다는 불행한 기억을 길게 간직하고 있다. 문중의식은 있었으나, 그것이 혈연을 벗어난 국가사회의식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래서 가(家)의 개념이 일본과 한국이 다르다. 우리는 역사적 공동업의 무의식으로 비슷하게 생각한다. 이성적 의식은 허울좋은 장식일 뿐이다. 아상이 강한 우리의 공동 숙업은 국가적 일가를 형성해 보지 못한 마당에서 각자는 자기의 생각을 철저히 옹호하는 자가성(自家性)의 명분을 튼튼히 하고, 옹고집으로 자기를 수호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겠다. 자가성 옹호의 명분은 동시에 자존배타성을 키우는 것과 같다. 이 옹고집과 같은 아상의 극복 없이는 우리가 일심(一心)으로 화쟁(和諍)하는 국민상을 창출할 수 없으리라. 철옹성과 같은 자가성의 역사와 그 숙업에서 자유롭게 되는 길은 혜능선사의 가르침처럼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는’마음에서 가능하리라. 약과 독이 별개의 둘이 아니듯이, 시/비(是/非)와 선/악(善/惡)과 정/사(正/邪)도 본디 아뢰야식이 진망화합식(眞妄和合識)이기에 가능한 대대법에 지나지 않는다. 번뇌를 떠나서 보리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선은 악의 선이고,‘시·정’(是·正)은 ‘비·사’(非·邪)의 반작용에 대한 작용인 것과 같다. 선과 ‘시·정’의 이면이 또한 악과 ‘비·사’인 줄 알아야 한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생기지 않는다. 이 말은 하나가 다른 하나를 결코 지우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상의 사실이 대대법이라는 것은 아뢰야식이 곧 부처와 중생이 함께 공동으로 동거하고 있는 진망화합식임을 아는 이치와 같다. 혜능조사가 가르친 것은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않고 밝음 때문에 어둡고, 어둠이 스스로 어둡지 않고 밝음이 변화함으로써 어둡고, 어둠으로써 밝음이 나타나는’ 상관적 차이가 세상의 대대법이라는 것이겠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노릇이다. 왜냐하면 ‘선’과 ‘시’와 ‘정’에 집착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뢰야식이 진망화합식이라는 것은 중생과 부처가 동시에 대대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중생은 이 대대법을 대립투쟁의 마음으로 집착하여 스스로 옳고 타자는 틀렸다고 배척하는 전투의 마음을 갖는 것이고, 부처는 대대법을 택일하지 않고 또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다. 택일하면 말나식이 ‘험해지고’, 험해지면 중생이 되고, 둘을 환영(幻影)으로 보며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으면 곧 말나식이 ‘평온하여’ 부처가 된다. 부처가 된 마음은 그리스도가 된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 종교는 교세확장에 기를 쓰지 말고, 마음의 공통적 본성을 찾는 데 집중해야겠다. 남북한 통일 이전에 우선 갈기갈기 찢긴 우리의 마음을 화합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큰 업장을 후대에 또 물려주는 어리석은 선대가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 축머리 활용이 포인트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 축머리 활용이 포인트

    장면도(22) 어제에 이어서 백22로 한칸 뛴 장면. 하변에서의 안정을 취하는 것보다 좌변 흑의 세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더 많은 수이다. 이 장면에서 흑은 어떤 작전이 좋을까? (참고도1) 흑1로 그냥 받아주는 수는 가장 평범하지만 책략이 부족하다. 백2로 벌리면 백은 좌변 흑 세력도 견제하고 하변에서도 안정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게다가 우하귀 흑 두점도 약해졌기 때문에 이 진행은 흑의 포석 실패이다. (참고도2) 흑1로 들여다봐서 백돌을 무겁게 만든 뒤에 이 백돌 석점이 쉽게 안정하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것이 옳다. 흑3으로 한칸 뛰는 것은 행마의 틀이지만 빠뜨린 수순이 있다. 백4가 통렬한 씌움으로 지금은 흑5의 건너붙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백8로 단수를 치면 흑 한점이 축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전진행(23∼33) 흑25, 백26을 미리 교환해서 축머리 활용을 한 뒤에 흑27로 두는 것이 정확한 수순이다. 백은 할 수 없이 28부터 32까지 자체 안정을 도모했는데, 그동안 흑은 좌변과 하변 양쪽을 모두 뒀다. 흑의 포석 성공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마지막 위기를 넘지 못하고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2006년 하이라이트]마지막 위기를 넘지 못하고

    장면도(197∼200) 중반 패싸움의 바꿔치기에서 흑이 이득을 본 뒤로 흑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 흑197,199는 흑의 권리로 선수 끝내기이다. 그러나 이런 수를 모두 받아주다가는 영영 기회가 안 온다고 판단한 김지석 3단이 흑의 단수를 외면하고 백200으로 치중하는 승부수를 날려왔다. 흑은 어떻게 받아야 마지막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실전진행(200∼212) 흑201로 잇고 버텼는데 결국 이 수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백202로 찔러서 파호하고 206에 두자 좌변 흑 대마가 차단됐다. 좌변 흑 대마의 사활은 212까지 패. 멀쩡하게 살아 있던 대마의 사활이 패가 됐으니 형세가 역전된 것은 당연하다. (참고도) 흑1로 꼬부려서 받는 것이 정수였다. 백2로 흑 한점을 잡힌 손해가 크지만 흑3으로 하변 백 한점을 따내는 끝내기 이득도 커서 형세에는 변함이 없다. 다음 백4로 젖혀서 좌변 흑 대마를 차단하자고 할 때 흑5에 끊어두면 좌변 흑 대마는 무사하다. 이 진행이었다면 흑은 무사히 이겼을 것이다. 이 바둑의 패배로 이상훈 9단은 5연승 끝에 처음으로 1패를 당했다. 그것도 초반의 시간승을 무효로 해주고 시종 유리했던 바둑을 역전패 당한 것이니 더욱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이 9단은 바둑계의 신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일 것이다. 234수 끝, 백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패를 키운 것이 실수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패를 키운 것이 실수

    상당히 복잡한 난전이 연속되고 있다. 김지석 3단은 소문난 싸움바둑이지만 이상훈 9단은 원래는 차분한 집차지 바둑에 강한 스타일이다. 그러나 오늘 바둑에서는 형세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정신없이 상대방 대마를 몰아붙이며 오래간만에 완력을 보여주고 있다. 장면도(145∼147) 흑145로 잇자 정확하게 맞보기가 됐다. 백146은 단번에 수가 나므로 이쪽을 보강한 것은 정수. 그러자 147로 끊어서 우중앙 백 대마가 갇혔다. 단 이 백 대마는 상변에 패의 모양이 있어서 패싸움으로 백 대마의 운명이 결정된다. 실전진행(148∼162) 김 3단은 백148로 단수 치고 나와서 157까지 좌상귀 흑 대마도 끊어 놓은 뒤에 백158로 패싸움을 결행했다. 패의 덩치를 최대한 키웠기 때문에 이 패싸움의 결과가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당연히 만패불청의 큰 패인데 김 3단은 백160이라는 손해팻감을 준비하고 있었다. 흑이 A로 따내면 큰 손해이다. 그렇지만 이 패만 이기면 상관없다는 계산이었는데 이 9단은 이 팻감을 모른 척하고 161로 패를 해소해 버렸다. 백162로 흑 넉점을 따내며 백도 큰 득을 봤지만 상변에서 얻은 흑의 이득이 커서 흑이 크게 우세해졌다. (참고도) 백1로 참고 흑2로 따낼 때 백3으로 흑 한점을 잡은 뒤에 흑4로 끊기를 기다려서 패싸움을 해야 했다. 이때는 백5로 잇는 팻감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백은 패를 져도 큰 부담이 없다. 이 진행이었다면 아직 박빙의 승부였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과감했으면 잡을 수 있었다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과감했으면 잡을 수 있었다

    장면도(67∼70) 흑67로 끊자 백 대마가 빈사지경에 이르게 됐다. 외곽으로의 탈출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자체 도생을 꾀해야 하는데 공간이 거의 없어서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수용 초단이 선택한 길은 백68로 찌르고 70에 끼운 수. 하긴 이 수 외에 달리 시도할 만한 방법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장면이다. (참고도) 흑은 1로 단수 치고 3으로 백 한점을 따내는 것이 정수였다. 백4,6이면 중앙에서 한집을 만들 수 있지만 그뿐이다. 흑7로 젖히면 백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또 하나의 한집을 만들 수가 없다. 유일한 희망은 백12로 뛰쳐나가는 것인데 흑13,15로 끊어서 그만이다. 흑1부터 15까지의 수법은 다소 무식해 보이지만 가장 알기 쉬운 방법으로 백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길이었다. 실전진행(71∼82) 흑71로 단수 친 뒤에 흑73으로 끊은 수는 중앙의 뒷맛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둔 수이다. 그러나 이 덕분에 백에게는 활로가 생겼다. 백76이 선수로 들어서 우상귀에 선수 한집이 생긴 것이다. 그러고는 백80,82로 중앙에서도 한집을 만들자 다 죽어가던 백 대마가 거뜬히 살아난 것이다. 대마가 살아나자 형세가 확 바뀌었다. 곳곳에 있는 백의 보가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 졸지에 형세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완벽한 사전 준비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6 라운드)] 완벽한 사전 준비

    장면도(99∼105) 우변 흑돌이 양분되면서 흑이 위기에 처하자 흑은 우변 넉점은 방치한 채 좌중앙과 좌하귀 백돌을 양곤마로 몰아치면서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흑99로 좌중앙 백 대마는 하변으로의 탈출로가 봉쇄됐다. 중앙이 엷은 만큼 당연히 중앙을 보강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윤혁 5단은 백100을 선수해서 흑101과 교환하더니 백102로 하변을 지켜 버렸다. 그러자 흑103,105로 백의 엷은 곳을 찔러간 장면 백은 과연 어떤 수습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실전진행(106∼118) 백106을 하나 선수한 뒤에 백108로 나간 수가 준비했던 타개책이다. 흑109로 한번 더 밀어서 뚫었지만 백110으로 이으니 흑111이 불가피하다. 이때 백112로 밀고나가고 흑113으로 끊을 때 백114로 끊으니 중앙 흑 석점과 끊어간 흑 한점이 맞보기로 잡혀 있다. 흑115,117로 발버둥을 쳐봤지만 118까지 마찬가지. 사실상 여기에서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참고도) 계속해서 흑1로 아래쪽 석점을 살리면 백2로 단수쳐서 위쪽 흑 석점이 축으로 잡힌다. 사전에 백△와 흑▲를 교환해 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62수 끝, 백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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