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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정치인들, 불륜·막말·폭행 드러났을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은?

    日정치인들, 불륜·막말·폭행 드러났을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은?

    한국에서 정치인들의 막말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발언 주제나 강도 등 차이를 제거하고 빈도만 놓고 보면 일본이 한술 더 뜨는 경우도 많다. 집권 자민당에서 소속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자 이를 막기 위한 매뉴얼까지 만든 것이 현 상황을 보여준다. 의도된 것이든 우발적인 것이든 잦은 망언·실언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당사자는 집중공격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최고 막말 정치인으로 등극한 인물은 30대 중반의 3선 의원 마루야마 호다카(35) 중의원 의원이다. 그는 지난 11일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남쿠릴열도 4개 섬 중 한 곳인 쿠나시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토를 되찾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전쟁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망언을 했다가 거대한 파문을 자초했다. 일본에서 ‘북방영토’라고 부르는 남쿠릴열도 4개섬은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다”며 줄곧 돌려줄 것을 요구해온 곳으로, 현재 양국 사이에 반환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전쟁’을 입에 올린 것이다. 마루야마 의원은 문제의 발언을 한 지 사흘 만에 소속 정당인 일본유신회에서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일본유신회를 포함한 6개 야당은 마루야마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 권고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이에 그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 쿠나시르 현지에서 만취한 상태로 천박한 성적 발언을 하고 러일 분쟁지역이어서 외출이 금지돼 있는데도 “여성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싶다”며 외출을 시도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몸싸움까지 벌인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문제가 계속되자 여야 정치권은 당사자를 불러 진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마루야마 의원은 지난달 24일 예정됐던 중의원 의원운영위원회 이사회 청문회 출석을 ‘2개월간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고 거부했다. 의원운영위 이사회는 “그렇다면 우리가 30일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의료진과 상담한 결과 현재로서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행태에 대해 자민당의 한 의원은 도쿄신문에 “정말로 병원에 있는 건지, 호텔에 있는 건지조차 불분명하다. 누구라도 꾀병이라고 밖에는 생각할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마루야마 의원은 의원운영위 이사회에는 자신의 병명을 ‘적응장애’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기록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적응장애는 최소 1개월 정도는 환자의 상태를 지켜봐야 확진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의료계의 설명을 곁들이며 부적절 발언의 발생시기 등을 감안할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마루야마 의원 이전에도 각종 파문을 일으킨 뒤 몸상태 불량을 이유로 잠적하고 위기를 모면해온 다른 정치인들이 적잖았다고 전했다. 2016년 아마리 아키라 당시 경제재생상이 현금수수 정황이 발각되자 ‘자택요양’을 이유로 모습을 감춘 것을 비롯해 2015년 동료의원과 부적절한 교제가 보도됐던 여성의원 나카가와 유코, 2017년 남성비서에 대한 폭언·폭력 행위가 문제됐던 여성의원 도요타 마유코 등도 아무런 질병의 전조가 없었는데도 갑자기 와병을 이유로 행방을 감췄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는 “대부분 정치인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비밀이 보장되는 단골의사를 확보해 놓고 있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단서 작성을 부탁하면 의사는 해당 인사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요청을 들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의사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정치인이 불상사를 일으킨 뒤 진단서를 제출하고 자취를 감추는 풍조는 정말로 병을 위해 휴양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혹의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반환자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쓰레기 1600t 몰래 버려…경기도 불법투기 업체 3곳 적발

    쓰레기 1600t 몰래 버려…경기도 불법투기 업체 3곳 적발

    야산에 음식물쓰레기를 몰래 버리거나 농지에 폐기물을 무단으로 쌓아 놓은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경기도 수사망에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지난 2월부터 ‘불법방치 폐기물 전담수사팀’을 꾸려 불법으로 폐기물이 방치된 파주, 화성, 연천, 안성, 가평 등 5개 시군 6곳에 대한 수사를 벌여 3개 업체를 형사입건하고 3개 업체를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들 6곳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은 1600여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에서 폐기물수집운반·처리업을 하는 A 업체는 서울, 경기 등에서 불법 수거한 25t 덤프트럭 8대분의 음식물쓰레기 200여t을 안성시 야산에 무단 투기했다가 적발됐다. 파주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B 업체는 지난해 12월 주물공장에서 사용했던 375t의 모래를 폐기물처리 신고를 하지 않고 파주시 밭에 농지정리를 위한 복토재로 무단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가평군에 사는 C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무허가 폐기물 수집·운반을 하며 고철, 폐목재, 폐가전제품, 폐합성수지 등의 혼합폐기물을 가평군 밭과 창고 부지에 25t 덤프트럭 16대분인 약 400t을 불법 야적하다가 수사망에 걸렸다.특사경은 이들 3개 업체를 형사입건하는 동시에 관할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나머지 3건에 대해서도 추적수사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병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포크레인과 드론을 이용해 폐기물을 조사하고 발견된 단서를 바탕으로 인천, 강원, 충남 등에 소재한 30여개 의심 업체를 추적했다”며 “정당한 처리비용 없이 불법으로 사익을 취하는 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월 “특별팀을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추적해서 불법을 저지르고서는 절대 이익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불법 방치 폐기물에 대해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한상대·윤중천 유착 입증 단서 불분명… 검찰총장은 고심 중

    한상대·윤중천 유착 입증 단서 불분명… 검찰총장은 고심 중

    내일 중간수사 발표… 총장 숙고 촉각5년 만의 재수사 끝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진상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가운데,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들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의혹 대상자들은 강력 반발하며 민형사상 조치로 맞대응에 나섰다.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재판에 넘긴 뒤 공소 유지 기능만 남겨 놓고 정리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던 수사단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윤씨와의 유착 의혹이 의심된다며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등의 수사를 촉구한 뒤로 형사 고소에 이어 민사 소송까지 제기됐다. 한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과거사위 정한중 위원장 대행과 김용민 변호사,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윤 전 고검장은 지난달 30일 이 세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이 과거사위의 수사 촉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명예훼손 고소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착 의혹의 진위가 일부 확인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한 전 총장의 경우 민사 소송을 택하면서 검찰 개입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어 한 전 총장에 대한 수사로 범위를 넓히려면 총장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 총장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면 수사를 멈출 수 없지만 수사를 하자니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 구속 만료 기한인 4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어 총장의 숙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총장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수사 개시 여부에 관한 판단을 맡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로부터 과거사위 결정문을 전달받아 검토 중”이라면서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특별검사와 달리 활동 기한이 설정돼 있지 않아 김 전 차관 기소 이후에도 추가 수사를 이어갈 수는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보이스3’ 이용우, 가면 벗은 살인마 ‘예측 불가한 전개’

    ‘보이스3’ 이용우, 가면 벗은 살인마 ‘예측 불가한 전개’

    ‘보이스3’ 이진욱이 마음속에 가득 찬 살의를 고백했고 이용우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며 새로운 파란을 예고했다. 지난 1일 방송된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보이스3’(극본 마진원, 연출 남기훈, 제작 키이스트) 7회에서 도강우(이진욱)는 송장벌레(이민웅)를 향한 살의를 드러냈고, 나홍수(유승목) 계장이 이를 목격하고 말았다. 나홍수는 혼란 그 자체였지만, 도강우는 “송장 놈 겁줘야 말할 놈인 거 알잖아. 괜히 오버하지 마”라고 무마했다. 그저 함정일까 봐 혼자 수사했다는 것. 또다시 거짓을 말하고 혼자임을 선택한 그가 향한 곳은 성당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은 욕망에 미칠 것 같다”며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속마음을 고백했다. 반면, 나홍수 계장이 나타난 틈을 타 도강우로부터 도주한 송장벌레. 하지만 그 자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또 한 사람, 가면을 쓴 자에게 납치당했기 때문. 그는 송장벌레를 결박한 채 망설임 없이 살해했다. 그런데 현장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두 명이었고, 이중 한 사람이 마침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 금발 머리에 한쪽 눈에 긴 흉터를 가진 이 남자(이용우)가 그동안 무수한 의문을 자아냈던 ‘와이어슌’인 걸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충격적인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강권주(이하나)와 나홍수의 불안 역시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도강우가 송장벌레를 혼자 추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권주는 진서율(김우석)에게 비밀리에 그의 핸드폰에 위치추적을 걸어달라고 한 것. 나홍수 역시 “네 후배 이제 곧 살인 본능이 가득 찬 존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라던 친구 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걱정했다. 두 사람 모두 도강우를 향한 불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풍산청에서는 본청 사이버 수사대 요원까지 합세해 ‘옥션 파브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닥터 파브르’ 다크웹에서 ‘버터플라이’의 아이피를 수집,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게다가 인터넷 가입자는 전국 수배중인 강력범인데 방제수가 체포되던 날부터 정보에 잠금이 걸려있어 정확한 신상 확보가 어려웠다. ‘닥터 파브르’ 회원 중 유일한 생존자, ‘버터플라이’는 누구인지, ‘와이어슌’과는 어떤 관계인 것인지 궁금증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도강우는 역시 ‘와이어슌’의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송장벌레의 진술에 따르면, 그가 다녀간 후 “화장실 탈취제 같은 솔잎 향이 진하게 났다”는 것. 그리고 그 향은‘레인보우 캔들’이라는 신종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 나는 냄새였다. ‘버터플라이’와 ‘마약’이라는 새로운 단서를 찾았지만 여전히 ‘와이어슌’을 특정하기엔 어려운 상황. 그런데 뜻밖에도 출동팀이 보복운전 및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클럽 블랙홀에 ‘와이어슌’도 있었다. 용의자는 성정그룹 오필수 회장의 아들 오진식(최승윤). 상습 음주운전에 중증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의 기분을 망쳤다며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보복을 가했고, 급박한 상황에 운전자에게 심장마비가 왔다. 그가 이런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르고 클럽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출동팀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동안, 강권주는 공청을 통해 지포 라이터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게 됐다. “도 팀장님. 숲에서 들렸던 그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가 확실해요. 지금 거기에 진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무전과 동시에 지나가던 검은 우비를 쓴 남자를 발견한 도강우. 놓칠세라 빠르게 뒤를 쫓는 순간, 도강우가 지나간 복도에 지포 라이터를 든 또 다른 사람의 손이 드러나며 새로운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다. 같은 시각, 진서율은 센터에서 ‘와이어슌’을 찾았다고 소리쳤다. 한편 이날 방송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9% 최고 4.6%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OCN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에서도 평균 3.4%, 최고 3.9%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예측 불가한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보이스3’ 제8회, 오늘(2일) 일요일 밤 10시 20분, OCN 방송.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과천경찰서, 손석희 대표 ‘뺑소니 의혹’ 무혐의 결론

    과천경찰서, 손석희 대표 ‘뺑소니 의혹’ 무혐의 결론

    ‘뺑소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손 대표의 ‘도주·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손 대표는 2017년 4월 16일 과천의 한 교회 주차장 부근에서 A씨가 운전하던 견인차와 접촉사고를 내고도 도주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지난 2월 이런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의 인적·물적 피해가 없고 진술 외에 손 대표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했다는 것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 A씨가 병원이나 정비소에서 상해진단서, 차량수리 견적서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또 견인차 기사가 사고 직후 손 대표를 따라가 아무런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난 데 대해 항의하고 손 대표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손 대표가 사고를 인지하고도 도주했다고 보기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유연대는 고발장 제출 당시 “사고의 실체뿐 아니라 동승자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동승자 여부는 사고와 무관하다고 판단해 조사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다만 이 사고와 관련한 취재를 하던 프리랜서 기자 김웅(47)씨를 올해 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식 주점에서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다가 최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지붕 밑 익선동 한옥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시간을 잊고 멈춰 있다

    지붕 밑 익선동 한옥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시간을 잊고 멈춰 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5회 서울의 영화1(이형표 감독의 서울의 지붕 밑)’ 편이 지난 25일 종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지하철 종로3가역 14번 출구 서울극장 앞에 모인 참가자 40여명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서울극장을 출발, 피맛길을 거쳐 한의원 가업을 7대째 잇는 춘원당 한방박물관을 방문했다. 이어진 유진식당~허리우드극장~낙원떡집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미래유산 코스다. 운현궁을 지나 떡박물관 10층 ‘지붕 위’에 올라 ‘지붕 밑’ 익선동 한옥 기와 지붕을 내려다봤다. 익선동 골목길을 돌고 돌아 호텔로 변한 ‘서울 3대 요정’ 오진암 터를 만났다. 인파로 넘치는 익선동 골목에는 1920~30년대 경성시절 모던보이, 모던걸 차림의 청춘들이 활보했다. 해설을 맡은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영화 속 서울거리를 열성적으로 재현해줬다. 투어가 끝난 뒤 설문에 응한 참가자들은 “서울에 살면서도 모르던 것을 알게 돼 보람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던 종로거리에 이런 사연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1000평에 건물 90채… 쪽방 780개에 740명 살기도 1960년대 서울은 영화도시였다. 영화 속 서울은 산업화시대 도시공간의 원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영화는 조선시대 한양이나, 일제강점기 경성, 한국전쟁의 폐허가 아닌 근대 산업화 시기 서울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산업화가 곧 도시화였으며, 영화는 문명세계의 첨병이었다. 주인공들은 한옥과 양옥, 한의학과 양의학이 공생하는 도시의 지붕 밑을 어슬렁거렸다. 좁은 골목을 오가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는 새것에 대한 찬미와 낙오된 부적응자의 절망이 담겼다. 종로3가에서 을지로를 지나 충무로로 이어지는 길은 1980년대까지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스카라, 국도극장, 명보극장, 대한극장 등이 밀집된 한국 영화산업의 메카였다. 이 시기 영화는 도시와 군중을 관찰하는 만보객(漫步客)의 역할을 해냈다. 영화를 통한 서울읽기가 가능한 까닭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한옥 기와, 탑골공원, 시내 교차로, 도심의 높은 빌딩 등 서울의 상징물이 등장한다. 특히 한옥과 양옥이 마주 보는 골목 풍경은 전통 생활 방식과 서구적 과학 문명이 어우러지고 충돌하는 현장을 예고한다. “서울의 지붕 위에 아침 해가 솟으면 오늘도 새로운 시대와 낡은 시대가 어깨를 겨누고 사는 이 골목 안에 서울의 희한한 꿈과 사랑과 웃음과 눈물이 살아서 숨결 짓는다”는 내레이션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1961년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지붕 밑’은 1956년 작 ‘서울의 휴일’이 ‘로마의 휴일’(1955년 작)의 제목을 모방한 것처럼 ‘파리의 지붕 밑’(1930년 작)에서 제목을 딴 복제품처럼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선망의 도시 로마와 파리의 낭만을 서울에다 옮겨놓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조흔파 원작 ‘골목 안 사람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마부’의 김승호와 성격배우 허장강, 합죽이 김희갑이 동고동락하는 골목 안 ‘세 영감’으로 출연했다. 김승호의 부인은 한은진, 딸은 최은희, 딸을 사랑하는 최 박사는 김진규, 아들은 신영균, 아들과 결혼하는 점례는 도금봉, 점례의 어머니 황정순, 골목 안 전파사 주인 구봉서, 떠오르는 ‘신성’ 신성일까지 깜짝 출연했다. 이형표 감독은 해박한 영화이론과 영어 실력 그리고 다큐멘터리로 다져진 실력파였다. 1961년 신상옥 감독 연출 ‘성춘향’의 촬영감독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은 영화에 어떻게 투영됐을까. 영화는 서울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삶을 대폿집, 실비집, 선술집에서 보여준다. 또 주인공들이 식당에 들어갔을 때 메뉴에는 돼지갈비 50환, 빈대떡 100환, 냄비우동 100환이라고 적혀 있다. 만둣국, 순댓국, 떡국과 함께 벽에 ‘양조장 술’이라는 광고 문안도 붙어 있었다. 초동교회 옆 돈의동 쪽방촌은 1960년대 영화의 세트장처럼 시간의 흐름을 잊고 멈춰 있다. 10여년 전 자료에 1000평 부지에 골목, 교회, 가게를 포함한 90여채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니 집 한 채가 10평이 안 된다. 방 1개를 나눠서 1평짜리 방을 여러 개 만들었는데 쪽방 780개에 740여명이 거주한 적도 있다고 한다. 본래 이곳은 땔감과 숯을 팔던 시탄(柴炭)시장이었다가 1930년대 폐쇄되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종삼’이라고 불리는 윤락가였다.●익선동 삼국·조선의 역사 지층 간직… 문화도 다층적 1968년 서울시가 ‘나비작전’을 펼쳐 사창가를 철폐하기 전까지 종로 3, 4가를 중심으로 하는 봉익동, 훈정동 일대는 2000여명에 이르는 윤락녀와 150여명의 포주, 200여명의 삐끼(호객꾼)들의 터전이었다. 당시 종삼에는 15~20평 정도의 단층 짜리 낡은 한옥이 300여채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지금은 금·은 세공과 판매 점포 300여개에서 일하는 사람만 1500여명에 이르는 서울 최대의 금·은 세공, 판매 단지다. 이날 투어단이 찾은 익선동은 역사적 다층성, 사회적 다층성, 문화적 다층성이 혼재된 공간이다. 서울은 다양한 층위(層位)를 가진 역사도시이고, 오래된 도시는 다층적이기 마련이다. 기원전의 도시 서울에는 삼국시대 백제와 고구려, 신라의 역사지층이 드문드문하고, 조선의 지층과 유구, 유적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일제강점기의 근대적 지층과 1960년대 이후 산업화시대 때 생성된 지층 또한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사회적 다층성과 문화적 다층성, 생태적 다층성도 서울이라는 도시를 기억하는 다층성의 요소이다. 한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굽이치며 정겨운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 익선동 중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익선동은 정확하게 ‘익선동 166번지’ 누동궁 터이다. 조선 제25대 철종이 태어나 14살 때 강화도로 쫓겨 가기 전까지 산 곳이다. 등극 이후에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사당을 짓고, 형 영평군이 살면서 제사를 지내도록 지어준 집이다. 2500여평에 이르는 이 궁의 익랑(대문 좌우에 붙은 행랑)이 특이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익랑골’, ‘익랑동’, ‘익동’이라고 불렀다. 익선동이라는 지명은 동네 이름인 익동의 ‘익’에 이 지역을 관할하는 정선방의 ‘선’을 넣어서 만든 지명이다. 바로 옆 낙원동 58번지 종로세무서는 옛 대빈궁 터였다. 경종의 생모 장희빈의 사당이 칠궁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 경성측후소와 요정 천향원을 거쳐 원불교 종로교당과 종로세무서로 변신했다.●익선동 한옥 정세권 작품… 서울 最古 100년 한옥마을 누동궁 터는 영평군의 4대손으로 일제로부터 후작의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해승이 소유하다가 한국 최초의 부동산 디벨로퍼 정세권에게 팔렸다. 정세권은 오늘의 북촌과 서촌, 창신동, 왕십리, 충정로, 휘경동에 남아 있는 도시형 한옥을 지은 사람이다. 익선동에는 1883년부터 3개월간 한성판윤(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종로의 도로를 점령하고 있던 가가(假家)를 철거하는 등 서울 개조를 꾀한 개화파 박영효의 영향이 남아 있다. 박영효는 선 도로확보 후 필지 분할, 일정한 폭으로 곧게 뻗은 도로를 계획했으며, 대지경계선에 맞춰진 주택배치와 방 2칸, 부엌 1칸, 마루 1칸을 기본으로 행랑채가 덧붙여진 개량 집짓기를 추진했다. 익선동 한옥은 북촌보다 먼저 지어졌다. 100년을 버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다. 30평 미만의 필지들 중 53.8%가 정세권 소유의 필지였고, 여기에 지은 한옥 64채 중 정세권이 지은 한옥이 절반이 넘는다. 정세권이 없었더라면 서울은 한옥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한 볼썽사나운 도시가 됐을지도 모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6회 서울의 소설1(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일시 및 집결장소: 6월 1일(토) 오전 10시 6호선 광흥창역 1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개한테 물려 죽은 개, 견주들의 책임은?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원고 vs 피고: 잭 러셀 테리어 주인 A씨 vs 진돗개 3마리 주인 B씨 반려견끼리 다툼이 일어 상처를 입은 한쪽 반려견이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문 쪽보다 물린 쪽 반려견 주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진돗개 3마리에 물려 패혈증 사망 경기도에 사는 A씨는 2017년 11월 한 자전거도로 보행로를 산책하다가 자신의 반려견(잭 러셀 테리어)이 B씨의 진돗개 3마리에 물려 상처를 입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던 반려견이 패혈증으로 숨지자 A씨는 B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253만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는 재판에서 “진돗개들의 목줄을 당겨 잡았고 큰 목소리로 A씨의 개에게 주의를 주고 주위에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주워 던지면서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A씨의 개가 진돗개들을 공격해 다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759조는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주의를 해태(게을리)하지 않은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단서 조항을 달고 있는데, B씨는 이 단서 조항에 근거해 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물린 개 목줄 안 했다면 견주 70% 책임” 1, 2심은 이러한 면책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특히 2심인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부장 최창석)는 “(영상 자료 등을 보면) 혼자서 사나운 맹견을 세 마리씩이나 끌면서도 개들에게 입마개를 씌우거나 개줄을 특별히 짧게 하지도 않은 채 일반 도로를 걷는 등 B씨에게 상당한 과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B씨의 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A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 것입니다. “사고 당시 A씨도 목줄을 제대로 묶지 않아 목줄에서 벗어나게 하는 등 반려견을 위험 요소로부터 적절히 보호 및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사고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인다”는 판단입니다. 법원은 반려견 분양가격 50만원과 치료비 57만원을 합친 107만원의 30%인 32만원에 위자료 30만원을 더한 62만원을 B씨가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 민주당 대선주자 “트럼프 대신 베트남 간 영웅 만나고 싶다” 저격

    미 민주당 대선주자 “트럼프 대신 베트남 간 영웅 만나고 싶다” 저격

    미국 민주당 2020년 대선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병역 기피 의혹을 파헤치며 공세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년 시절 베트남전 징집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 진단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민주당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젊은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세스 몰튼 민주당 하원의원과 함께 총대를 맸다. 부티지지 시장은 지난 26일 MSNBC에 출연해 “나라를 위한 봉사 의무를 저버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애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신 베트남에 간 미국의 영웅을 만나고 싶다. 난 그 영웅이 아직 살아있길 바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전 징집을 피하기 위해 의료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는 문제 제기는 그의 애국심과 청렴성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젊은 시절 학업을 이유로 4차례 징집 유예를 받은 끝에 22세였던 1968년 발뒤꿈치 뼈돌기가 덧자라는 ‘골극’ 진단을 받았다. 2007년 사망한 족부 전문의 래리 브라운스타인의 딸 엘리사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50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군 면제를 도왔다고 폭로했다. 엘리사는 아버지 래리가 부동산 재벌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디 트럼프(1999년 사망)에게 호의를 보이기 위해 베트남전 당시 그의 아들에게 골극 진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전했다. 래리는 당시 프레디가 소유한 뉴욕 건물 1층에서 족부 병원을 하고 있었다. 엘리사는 “(진단 이후) 아버지는 건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프레디에게 전화했고 그는 즉시 조처를 취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면제 사유와 관련한 정부 의료 문서가 남아 있지 않고, 래리 또한 의료 기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병 때문에 병역 면제를 받은 게 아니라 당시 시행했던 징병 추첨제에서 끝 번호를 받아 운 좋게 징집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병역제도가 전 국민 징병제에서 추첨제 방식으로 바뀐 시점은 그가 진단을 받은 1년 뒤인 1969년이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살인마 잡으려고 살인을 은폐한 형사…‘비스트’ 1차 예고편

    살인마 잡으려고 살인을 은폐한 형사…‘비스트’ 1차 예고편

    범죄 스릴러 ‘비스트’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다. 배우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공개된 예고편은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의 “하나만 기억하면 돼. 얼마 전까지 숨을 쉬던 미진이가 13조각이 나서 버려졌다는 거…”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이어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그의 상황을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가 등장한다. 범인을 잡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신념은 다른 두 남자의 신경전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아파트에서 격돌하는 형사들과 범죄자들의 모습이 예측 불가 전개를 궁금케 한다. 영화는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 탁월한 스릴러 장르적 감각을 입증한 이정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범죄도시’, ‘비밀은 없다’, ‘마녀’ 제작진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6월 말 개봉 예정. 영상부 seoultv@seoul.co.kr
  • 부처간 이견 보인 ‘게임중독 질병 분류’ 논란 총정리

    부처간 이견 보인 ‘게임중독 질병 분류’ 논란 총정리

    세계보건기구(WHO)가 ‘Gaming disorder’(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습니다. 2014년 게임 등 디지털의 과도한 사용이 공중 보건학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지 5년 만에 게임이용장애의 정의와 진단기준이 명시된 ICD-11(International Classification Disease·국제질병분류) 최종안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입니다. 이 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건 2022년 1월부터이고요. WHO는 게임이용장애 진단기준도 내놨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이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라고 밝혔는데요.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거나 오래하는 것을 질병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고려해 진단 기준을 제시한겁니다. 즐기면서 단순히 많이 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직장을 가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정도로 과몰입 돼 있으며 게임을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 한정한 것이죠. 적용시기는 2022년 ICD 발효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법에 따르면 KCD(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는 ICD 기준을 따르도록 되어 있거든요. 물론 권고안인데 꼭 따라야 하느냐는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요. 여하튼 KCD 변경은 5년마다 하는데 2022년 이후에 예정된 고시와 발효는 2025년, 2026년입니다. 아직까지 6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겁니다. 순차적으로 절차가 이뤄진다고 하면 KCD 변경을 통해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가 되는거죠. 그러면 질병코드가 생기고 우울증이나 다른 질병들처럼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국내 게임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 정부 차원의 관리·예방 활동이 강화될 수 있겠죠. 5년마다 세우는 ‘정신질환 종합대책’에서 게임중독 예방 사업의 비중이 커지고, 학교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상담활동이나 의료기관 연계가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지난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를 놓고 이견을 보이자 경고를 날리기도 했죠. 복지부가 주도하려던 민관협의체 구성도 국무조정실이 하기로 조정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체부와 게임업계는 ‘WHO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아동권리박탈 행위다’, ‘게임에 대한 낙인 효과로 게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등의 반대 의견을 내놨고요. 복지부와 의료계는 ‘도박 중독보다 게임이용장애 관련 논문이 2.5배 많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건 가짜뉴스에 가깝다’, ‘뇌과학적으로 봐도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산업과 질병은 별개다’라고 말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관련부처, 전문가 등이 모여 이견을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WHO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입니다. 권고안 일 뿐이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권고안인 건 맞지만 통계법 22조 ‘ 통계청장은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ㆍ사인(死因)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ㆍ고시하여야 한다.’를 거론하며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측이 있습니다. 과거부터 ICD 기준이 변경될 때마다 반영해왔다는 의견도 덧붙이죠. 정리하면 시간상 미룰 수는 있지만 기준을 받아들일지 안받아들일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게임 꾀병’이 늘어날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복지부는 꾀병이 쉽지 않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에서도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코드에 등재될 경우 진단서를 받아 병결 사유로 제시하는 일이 가능은 하지만 이미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상황이 장기간 계속된 경우에 나오는 진단이기 때문에 이런 진단이 내려지는 사람은 전체 게임 인구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겁니다. 사회적으로도 가정 내 돌봄 공백,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놀이 공간 부족에 대한 논의나 예방 교육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필요할 듯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게임하는 사람 모두가 환자로 낙인찍히는 낙인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잘 집행해 나가야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지침 위반” vs “허위 아냐”···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손배소 재개

    “지침 위반” vs “허위 아냐”···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손배소 재개

    2017년 8월 첫 변론 이후 2년 만에 다시 변론 기일 열려 고 백남기 농민 유족 측과 백선하 교수 입장 팽팽히 맞서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의사에게 유족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이 약 2년 만에 다시 점화됐다. 유족 측은 병사 기재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의사 측은 허위 기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심재남)는 28일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 4명이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2017년 8월 첫 변론이 진행된 이후 다시 열린 이날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주장의 요점을 다시 법정에서 진술했다. 유족 측은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 기재 내용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사망원인과 관련해 심폐정지를 기재하지 않도록 돼 있는데 심폐정지로 기재했다”면서 “외인사로 기재할 수 있는데도 병사로 기재해 부검 영장 신청 등의 빌미를 제공했고, (일부 네티즌이) 가족들을 기망하는 글을 인터넷상에 올려 가족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게 됐다”고 지적했다. 2016년 백씨 사망 당시 병사 기재에 대해 시신 검시에 참여한 법률가들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고, 결국 2017년 6월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외인사로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백 교수 측은 진단서 작성 과정에 허위나 위법한 점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백 교수 측 대리인은 “직접 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는 게 지침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리인은 “백 교수는 (백씨의 사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급성신부전증을 치료하지 못해 사망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일 뿐, 급성경막하출혈을 부인한 적이 없다”면서 “쇼크사를 부정할 수 없다면 이건 허위의 진단서로 볼 수 없어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족 측 대리인은 서울대병원 측이 의료기록 무단 유출 내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7년 초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대병원 직원 161명이 백시의 의무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이 중 한 명은 열람한 내용을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인은 “서울대병원이 (관련 자료 제공을) 안 해주시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지검장, 국회의원에 이메일… 9개 개혁방안 제시 “검찰총장, 법무장관, 청와대 檢권력집중 개혁해야”“법무부장관에 수사, 처리 사전보고를 해야 하나”“민정수석실, 사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위선”“표만 의식 검찰 해체… 세월호 해경 해체와 같아”송인택(56·사법연수원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담은 e-메일을 국회의원 모두에게 보냈다. 송 지검장은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9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송 지검장은 26일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 개혁 건의문’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문서엔 A4용지 14장에 달하는 장문의 건의가 담겼다. 송 지검장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돼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다”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송 지검장은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 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다.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 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보고 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조만간 이뤄질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현재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라기보다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했다. 다음은 송 지검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분야 9가지 건의다.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설특검 회부 요구 장치 마련 ▲부당·인사권침해 수사를 한 검사를 문책하는 제도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검찰 불신을 야기한 정치적 사건과 하명 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독립적인 위원회의 인사 제도 등이다. 다음은 송인택 지검장이 보낸 e-메일 전문이다.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 저는 진실을 밝혀 옳은 것을 옳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직업,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 직업이 좋아서 검사의 길을 택했고,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사건과 기록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제는 집보다 사무실이 더 편한 그런 검사입니다. 공안·기획이나 특수 전담을 제외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는 긍지 하나로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왔음을 저는 잘 압니다. 저 스스로가 검사라면 주말도 하루정도는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고 강요하던, 후배들이 힘들어 하던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논할 사건보다는 사기, 횡령, 공갈, 폭력, 강·절도 등 보통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사건들, 그러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더러는 속고, 더러는 범죄자에게도 마음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밀려오는 사건의 대다수가 기록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거나 보완할 점이 너무 많기에, 때로는 경찰에게 수사방향과 보완할 점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수사를 통해, 더러는 꿈에서조차 진실을 찾아 헤매면서 죄가 밝혀지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는 일만 해오던 대다수의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주범으로 취급되는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되었고,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누구든 검사를 고발할 수 있고,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으며, 상설특검제도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이제 공수처까지 더 생긴다니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논란은 곧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의 수사에서 생겼는지, 검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하는 잘못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의 불편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검사제도의 근간인 수사지휘제도와 영장통제제도,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검사의 권한이 크고, 그게 문제여서 이를 경찰 등에게 나누어주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될까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수사가 왜곡되는 것인가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진상을 잘 모르시는 국민께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논의되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있어서는,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과 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경찰이든 검사든 국민에 대한 수사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어 돈을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일 뿐입니다. 평범한 국민들간의 분쟁사건 수사에 있어서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사종결제도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지휘제도 때문에 검찰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가 책임지고 최종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도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들이 국민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비용은 늘어나게 하며, 수사기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으로 인하여 진실과 다르거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하여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만일 그런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검사를 적폐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하며 검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절대 금물은 일단 시행해 보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가서 고친다거나,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감수하고 간다는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를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는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반영해야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대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할 가치이기에 국가의 수사구조에 관한 제도의 변경이 섣부른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승진을 위해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보도자료만 배포하려는 수사,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니면 말고식 떠넘기기 수사,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와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고, 저도 비록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사이지만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사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고,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 지에서부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되고 처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이나 미운 사람들을 쳐내고 손보려는 소위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 진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법기관들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데 이용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인 저 조차도 일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권이 가장 관심 갖고 싸우는 분야인 공안사건과 특수사건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누구에게는 신속하고 가능하면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에게는 가급적 천천히 가급적 안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한 예가 없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비판도 있겠지만, 특검에서 뒤집힌 사건,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된 사건 등 국민들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러한 비판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검사들이 다 정치적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수사팀 모든 검사가 그럴까요? 검사들은 다 인사에 목을 매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다. 과연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데 단지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검사들의 인성을 비난하며 모든 검사가 선비가 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본성을 전제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들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 제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 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과연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보고시스템 아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터 잡아 추진해야만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 “이 한 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진행과정과 처리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합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만일 꼭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굳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어서라기 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함에 있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 특검에서 결정이 번복된 사건들은 모두 대검의 지휘를 받은 사건임에도 공정성 시비 문제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검의 손을 타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봐야 할 사건들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인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초래한, 그래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직접적 분야인 공안, 정치, 특수 사건 수사에 대한 개혁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들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직접수사권 폐지하고,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집권 경험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들을 검찰개혁으로 추진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께 다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이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환부에 대한 수술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도입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인지 입니다. 만일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고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집권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비록 공안·특수의 요직을 거친 검사는 아닙니다만, 검찰에서 24년 넘게 근무한 검사장으로서 검사로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심정에서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표현이 과하더라도 충정으로 이해해 주시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롯된 검찰개혁 논의가 본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깊이 있게 논의되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첫째, 검찰총장 임면절차를 개선하여 정권에 충성서약하거나 빚을 진 총장이 아니라 국민과 검찰 구성원 모두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는 분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권력의 옷을 벗어버렸을 때 참모습이 드러나 제대로 된 인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가급적 이번 총장부터 당장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검찰업무에 관하여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을 바라보는 고검장들, 정치권력과 관계되는 수사를 가장 많이 맡게 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여건을 마련해 주고, 검사장 이상에게는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다가 퇴직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렇게 임명된 검찰총장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구체적 사건마다 모두 만기친람하며 수사의 착수여부, 구속여부, 기소여부는 물론 어디를 압수수색하고 누구를 불러 조사할 것인지조차 총장 또는 총장의 위임을 받은 대검 참모의 사전지휘를 받게 하는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합니다. 검찰총장이 참모를 내세워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고 지휘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관행은 총장에게는 편리하나, 문고리권력만 양산하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큽니다. 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청법 제4조와 제21조를 형해화시키지 못하도록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지휘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서로 직접하고 참모에게 위임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문서로서 지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휘권을 행사한 때에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과 함께 총장의 서면지휘 내용이 그때마다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의무화하여 반드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오래전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폐지한 상명하복과 구속승인제도 조차 지금은 그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침 하나로 사실상 과거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지침과 예규 제정에 관한 총장의 무제한적 지휘권한도 그것이 조직 전체의 업무와 밀접히 관계된 제도라면 검사장회의와 평검사대표 기구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절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치권력에게는 내 편의 사람에 대한 수사정보를 사전에 알려서 개입을 유발하는 일이 불가능하도록 수사에 관한 현행 보고 시스템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나 청와대의 소속 직원이 사전에 보고를 받도록 허용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에 불문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보고를 한 사람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수사해야하는 구조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국민의 뜻으로 특별검사제도와 상설특검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는 늘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은 검찰에 제출합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로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특검이나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자처해서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장관이나 총장에게 맡겨서는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차제에 일정 수 이상의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등의 회부를 요구하면 특검에 회부되도록 하여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의욕이 앞서서, 또는 상관의 지시에 굴복하여 부당하거나 인권침해 수사가 벌어진 경우에는 그 검사를 문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검사는 정의로움이 지나쳐 잔인하게 수사할 우려가 있고,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1년마다 하고, 재판결과는 몇 년이 걸려야 확정되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 현행 인사시스템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유발하고 있으니,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직후에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청와대, 국회,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실질적으로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파견금지를 위해서는 그러한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아예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표내고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오는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검사의 권력기관 파견제도는 정치권력과의 유착만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현재 검사장 이상은 대부분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들입니다. 지금 같은 공안기획 및 특수 분야 출신 검사를 우대하는 인사제도는 잘나가는 간부에게 잘 보이게 하여 결국 검사들을 말 잘 듣는 검사로 순치되게 하고 있으니,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의 검사장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일반사건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온 정치적 사건과 하명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개혁 논의가 촉발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개선책은 없이 검찰에 왜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것인지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오랫동안 독자적 수사 종결권을 갖고 마음대로 수사하고 싶어하는 영역인 만큼 경찰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반면 설사 경찰이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의 민생과는 무관한 힘 센 분들에 관한 것이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니 검사가 그분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일정기간 이내에 수사를 끝내지 않고 계속할 경우, 그 즉시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송치명령까지 할 수 있게 한다면 부작용도 최소화될 것입니다. 아홉째,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사에 대한 인사제도와 달리 검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정작 업무 수준은 검사에게 판사와 같은 정도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고, 장관이나 총장이 전횡할 수 없도록 프랑스 등 외국처럼 독립적 위원회에 검사에 대한 인사를 맡긴다면 검사장 직급을 강등시킨다 한들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검사들은 대통령의 정무적 인사권 행사가 가능하게 하는 차관급 예우보다는 검찰의 인사독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검찰 개혁에 관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국민적 관심사건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처리되는 원인은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검사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만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없는 잘못된 영장재판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사건이 된 당사자들은 잃을 것이 많고 힘도 세므로 스스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참고인조차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결국 압수수색과 통신 및 금융계좌 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판사 들 중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한 영장도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처럼 범죄사실의 입증부터 먼저 소명하라고 기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자료를 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등에 대하여 혐의부터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 인지사건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까지 그들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임의수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진실규명이 안되므로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 그것이 국민적 관심사건이고 상식에 반하는 결과일 때 수사기관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면 개인의 주거가 아닌 공공기관 등에 보관중인 자료에 대하여는 범죄혐의 유무 판단에 필요한 압수수색에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부터 먼저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국민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영장재판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늘도둑은 가진 것이 없다보니 주거가 부정으로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소도둑도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현실은 이렇다 할 불복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조차도 구속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영장재판의 현실임을 알아야 합니다. 차제에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하게 하여 구속여부든 압수수색이든 국민이 영장심사에 참여하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영장재판에 대한 합리적 국민통제 제도를 도입해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학의 성접대냐 성범죄냐...일주일 안에 결판난다

    김학의 성접대냐 성범죄냐...일주일 안에 결판난다

    김학의 구속 기한, 다음달 4일검찰, 윤중천과 일괄기소 계획폭행·협박 인정돼야 강간 적용증거 없어 성접대로 끝날 수도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에 촉각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일괄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이 윤씨와 함께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뇌물수수 혐의 외에 강간치상 혐의도 적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의 구속 기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달 3일 전에 김 전 차관을 기소하면서 지난 22일 구속된 윤씨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 3월 29일 이후 2개월가량 이어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기소한 뒤 중간 수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관심은 김 전 차관의 공소장에 성범죄 혐의가 포함되느냐다.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뇌물)를 받은 선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윤씨와 마찬가지로 김 전 차관에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우선적으로 ‘강간’이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피해 여성 이모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이 윤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2007년 11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강간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김 전 차관이 현장에 있었고 이씨와 성관계를 한 것으로 봤지만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증거를 못찾아 공범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에게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피해 여성이 윤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받아 그때까지도 제압이 돼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 해도 피해 여성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점을 이용해 간음했다면 준강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검찰은 당시 피해 여성이 만취 상태이거나 약물에 취해 자고 있는 등 아예 저항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윤씨는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강력 부인하고 있고, 김 전 차관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전날 윤씨는 구속 수감 뒤 첫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변호인 접견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전 차관도 전날 구속 뒤 네 번째 소환됐지만 진술을 하지 않아 3시간여만에 서울동부구치소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날 윤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한 반면, 김 전 차관은 부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술을 거부한 김 전 차관을 상대로 다른 전략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남은 기간 동안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대질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피해 여성 A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대질신문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간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입증할 단서가 발견돼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오는 27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 진상조사단도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최종 보고를 한다. 보고서에 성범죄 관련 조사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수사 권고 여부를 떠나 검찰이 참작할 만한 의미 있는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국정농단 피해” 박근혜 겨눈 시민 4000명 손배소 패소

    국정농단 사태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시민 4000여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김인택)는 23일 정모씨 등 4138명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배상 청구 액수는 1인당 50만원씩, 총액 약 20억원이었다. 이번 소송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원고 측 대리인으로 참여했다. 원고 측은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직무를 이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사인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썼으며 그로 인해 국민이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5000여명이 제기한 또 다른 국정농단 손해배상 소송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에는 곽 변호사가 당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소송 대리인 2명을 비롯해 원고 측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사건 관계인 중 유일하게 법정에 나온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선고 직후 “정당한 결론이었고 용기 있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도 변호사는 “피해자 범위가 전혀 특정되지 않았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민사소송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사건이었다”면서 “원고 측은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흔한 진단서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근황에 대해서는 “마지막 접견이 지난해 8월이어서 잘 모른다”면서 “조만간 소송 결과를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단독] 사립대들 ‘3대 세습’ 중…이사장은 ‘당연’, 친인척 채용은 ‘기본’

    [단독] 사립대들 ‘3대 세습’ 중…이사장은 ‘당연’, 친인척 채용은 ‘기본’

    3대 이상 이사장 대물림 사립대 전국 28곳비리 저지른 이사장 아들이 이사 ‘대물림’보고서 “이사회 친인척 비율 제한 강화해야”교육부 “사립대 개혁안 발표 예정”설립자 일가가 3대 넘게 총장이나 이사장을 독식하며 ‘세습’하고 있는 사립대가 전국에 2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물림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특정 가문이 견제없이 대 이어 학교 운영을 독점하면 비리 가능성이 커지고 인사 등에서도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체 사립대 중 64.9%는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23일 서울신문이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교육부 정책연구 보고서 ‘사립대학 개혁방안-부정·비리 근절방안을 중심으로’(박거용 상명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설립자의 손자·손녀가 학교법인의 이사장이나 총장, 부총장 등을 맡은 사립대(전문대 포함)는 고려대와 국민대, 건국대 등 모두 28곳이었다. 이 중 고려대와 우송대, 경성대 등 3곳은 설립자의 증손자가 이사장·이사를 맡고 있었다. 4대째 세습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교 법인에 친인척을 채용한 사립대도 흔했다. 전국 299개 사립대 학교법인 중 설립자·임원·총장의 친인척이 총장, 교수, 교직원 등으로 일하는 곳은 194곳(64.9%)에 달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해당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사정수 3분의2 이상 찬성과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는 단서를 이용해 ‘족벌 경영’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육부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부정과 비리가 터진 사립대들은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체제 탓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학 총장의 임명을 법인이 좌우할 수 있는 현실도 사립대의 세습·족벌 경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사립 일반대 138개교 중 교수, 학생 등 대학 구성원에 의견을 묻지 않고 법인이 직접 총장을 임명하는 대학은 99곳(71.7%)이었다. 총장추천위 등에서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간선제를 실시하는 학교가 32곳(23.2%)이고, 직선제하는 곳은 7곳(5.1%)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사립대 교수 8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직선제(교수 직선제 38.8%, 구성원 직선제 35.6%)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자 일가가 견제없이 대학을 경영하다보면 비리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마련된 교비가 줄줄 새기도 한다. 명지대를 운영하는 명지학원의 유영구 전 이사장은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명지학원 설립자이 유상근 전 총장의 장남이다. 유 전 이사장은 2007년 본인 소유 명지건설 부도를 막기 위해 법인의 수익용 재산인 명지빌딩을 2600여억원에 매각하는 등 학교 재산을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유 전 이사장은 비리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유 전 이사장의 아들(40)이 여전히 학교법인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보고서는 사립학교법에서 ‘이사회에서 친인척 비율이 4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규정을 5분의 1로 강화하고 이사장 친인척이 총장에 임명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이사의 친인척’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히는 등 사립학교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사학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사학개혁의지를 밝혔다. 교육부는 이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오는 7월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사학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를 포함해 내부 연구 등을 거쳐 종합적인 사립대학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보함사기 가담한 의사 실형...부산법원

    멀쩡한 사람을 수술한 뒤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한 정형외과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신형철 형사11단독 부장판사는 사기와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정형외과 의사 A(50)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A씨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타낸 4명에게 징역 8개월,징역 6개월,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벌금 50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보험사기 브로커로부터 ‘장애인증을 발급받도록 무릎 수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이들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1억7000여만원을 받도록 했다. A씨는 또 9명의 무릎 부위 피부만 절개,봉합해놓고도 무릎 연골 절제 수술을 했다고 속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3600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신 판사는 “A씨는 자신과 공범 이익을 위해 외과 질환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여러 차례 수술하고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하는 등 범행의 핵심 역할을 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북한 납치 가능성’ 실종 일본인, 27년 만에 일본 국내서 발견

    ‘북한 납치 가능성’ 실종 일본인, 27년 만에 일본 국내서 발견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던 실종 일본인이 일본 국내에서 27년 만에 생사가 확인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바현 경찰은 20일 1992년 실종됐던 50대(실종 당시 20대) 남성이 올해 4월 일본에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북한이 납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종자 883명에 포함돼 있었다. 지바현 경찰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실종 및 발견 경위 등에 관한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남성의 소재가 일본 국내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일본 경찰이 관리하는 실종자 수는 882명으로 줄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 중 33명을 관리하는 지바현 경찰은 이 남성처럼 관계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 26명의 이름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70년부터 일본에서 실종된 사람 중 일부가 북한에 의해 납치당한 것으로 보고 문제 제기를 해오고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13명의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은 총 12건 17명이다. 또 국내·외에서 실종 신고된 883명이 북한이 납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상’으로 분류해 놓고 단서를 찾고 있다.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납치 피해자 17명의 경우 고이즈미 총리 방북 후에 일시귀환 형태로 귀국한 5명을 제외한 12명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북한은 12명 중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사망하고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 않아 납치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남아 있는 피해자가 없는데도 돌려보내라는 억지 요구를 일본 정부가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납치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는 아베 정부는 북한이 사망 사실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등 실상을 숨긴다고 맞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애초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국교정상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무조건 만나자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두려움 벗어던진 6만명…벗지 못한 혐오의 색안경

    두려움 벗어던진 6만명…벗지 못한 혐오의 색안경

    2000년 성소수자 50명 첫 퍼레이드 “축제엔 존재 자체 축하하는 의미 담겨” 가족 참가… 공동체 일원 수용 넓어져 5년 전 동성애 반대 집단서 행진 반대 행사 커질수록 혐오와의 전쟁도 커져가을비가 내리는 대학로에 우산을 받쳐 든 시민 50여명이 행진하고 있다.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과 얼굴을 드러낸 사람들은 손에 무지개색 현수막을 나눠 들었다. 현수막에는 ‘무지개 2000’이라는 낯선 이름 아래 ‘한국성적소수자(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2000년 9월 9일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모습이다.조촐하게 문을 연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 스무살이 됐다. 올해 축제는 서울광장에서 21일부터 6월 9일까지 열린다. 50명으로 시작한 작은 축제는 지난해 6만명(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참여하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또 존재감도 커졌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돼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쟁들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축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한국 사회에 남긴 의미와 과제를 짚었다. ●“존재 긍정하기… 축제의 가장 큰 목적” 20년째 축제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한채윤 서울퀴어퍼레이드 기획단장은 “매년 축제를 기획할 시점이 되면 ‘과연 축제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한다. 한 줌의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시작해 자금이 부족했고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과도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동성애는 지금보다 더한 금기어였다. 두려움을 넘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서였다. 존재를 긍정해야 사회 속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 단장은 “축제와 퍼레이드에는 소수자로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존재 자체를 축하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벽장에 숨어 있던 성소수자들이 길 위로 쏟아져 나와 “우리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같이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다. 2000년 거리로 나오기까지 1990년대 대학 내 모임들과 인권 단체에서 싹튼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밑거름 역할을 했다. 첫 회 때는 축제를 제대로 다룬 언론보도가 한 줄도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축제를 열다 보니 50명이던 참가 인원이 300명, 2000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20년간 개인 후원도 꾸준히 증가했다. 참가자수와 주체들이 다양해지며 퍼레이드 규모도 커졌다. 2002년 1t 트럭 1대에서 시작해 올해는 2.5t 트럭 11대가 거리를 메울 예정이다. 코스도 확대돼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을 거친다. 두 광장이 시민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전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규모만큼 참가자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조직위 구성도 인권단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축제 기획자 개개인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 첫 회 10명으로 시작한 기획단은 현재 48명까지 늘었다. 축제 초반 행사 명칭에 자주 쓰였던 동성애자라는 단어도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양성애자 등 더 많은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다. 2010년부터 조직위를 맡은 강명진 위원장은 “초창기에는 동성애자라는 단어가 그나마 익숙했지만 대표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며 “축제 내부도 더 많은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 변해 왔다”고 말했다. 축제의 외연도 넓어졌다. 장애인,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약자들이 축제의 틀 안으로 들어왔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나 아이를 데려온 부모, 이성애 커플 등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이 축제에서 더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후 무지갯빛 행렬은 2009년 대구를 비롯해 2017년 부산과 제주, 2018년 전주, 광주, 인천 등 서울 밖으로 확산됐다. ●성소수자 혐오 넘을 방법 고민해야 축제의 역사와 함께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달라져 갔다. 한 단장은 “동성애라고 하면 20년 전에는 아예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변태라고 욕했지만, 지금은 최소한 성소수자가 주변에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며 “가족단위 참가자들을 보면 성소수자를 공동체 일원으로 수용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마음을 여는 것은 성소수자들이 실질적인 시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현재 유통되는 문화 콘텐츠들은 마치 일상 공간이 모두 이성애자로 메워졌다는 듯 이성애 서사로 가득 차 있다”면서 “이 관습을 깨고 성소수자를 드러내는 것은 정치적 시민권과 생존권을 인정받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있다.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설수록 ‘동성애 혐오’도 짙어졌다. 일부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동성애 반대 집단은 2014년 신촌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처음 현장에 등장했다. 길 위에 누워 행렬을 막고 차량을 향해 물건을 던졌다. 이후 참가자 보호를 위해 주최 측은 퍼레이드 차량을 더 크고 높은 것으로 바꿨다. 2015년 처음 서울광장에 장소를 잡은 것도 혐오 세력에 떠밀린 측면이 컸다. 강 위원장은 “언젠가 서울광장에서 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학로에서 하려다 동성애 반대 단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하는 바람에 서울광장에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회 축제를 앞두고도 서울시 공무원 10여명이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혐오의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혐오와의 전쟁은 스무살 축제 앞에 놓인 과제다. 한 단장은 “혐오에 대한 생각을 묻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소수자를 괴롭히는 분명한 폭력인데도 우리 사회는 혐오를 하나의 의견인 것처럼 인정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던져 온 ‘동성애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혐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바꾸기 위한 문제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문화 운동의 성과에 비해 제도 변화는 미흡한 교착상태”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국회가 구체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퀴어 담론은 여전히 지식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축제가 일상 속의 인권 문화에 완전히 녹아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친부모 허락 없이는 아이 진단서도 뗄 수 없는 위탁 부모

    “위탁 부모는 친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위탁 아동에게 휴대전화조차 마음대로 만들어줄 수 없어요. 병원에서 진단서도 뗄 수 없고요.” 위탁모 이진희(49)씨는 19일 위탁 부모들이 위탁 아동을 키울 때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로 권한 제한을 꼽았다. 위탁 부모들의 법적 신분은 ‘후견인’이 아닌 ‘동거인’이다. 친부모와 다름없지만 친권은 행사할 수 없다. 위급한 상황에서 위탁 아동의 친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적지 않다고 위탁 부모들은 털어놓는다.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친부모와 위탁 아동이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또 다른 위탁모 송순향(60)씨도 “아이의 친모와 7년간 연락이 끊겨 애를 태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와 연락하지 않는 친부모의 친권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위탁 부모에게 법적으로 아이 양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한이라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만남에 강제성을 부여하려면 적어도 연락을 끊은 친부모의 친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수준으로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적은 양육보조금도 문제다. 정부는 위탁 가정에 월 20만원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하지만 위탁부모들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보다 적은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재정에서 지급하는 지방이양 사업이어서 지역마다 양육비가 들쑥날쑥하다. 국고지원 사업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수년째 그대로다. 송씨는 “(위탁) 아이의 학원비를 대려고 부부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하! 우주] 태양계 형성 초기 울티마 툴레는 왜 눈사람이 됐을까?

    [아하! 우주] 태양계 형성 초기 울티마 툴레는 왜 눈사람이 됐을까?

    지난 1월 1일 전세계가 새해맞이에 들썩이던 사이 태양계 끝자락에서는 인류의 피조물이 미지의 세계를 떠도는 천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났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공동연구팀은 지구와 약 66억㎞ 떨어진 미지의 세계인 ‘카이퍼 벨트’(Kuiper Belt·태양계 끝자락에 수많은 천체가 도넛 모양으로 밀집해 있는 지역)에 위치한 2014 MU69의 연구결과를 유명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울티마 툴레’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천체는 마치 눈사람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1일 뉴호라이즌스호는 5만㎞/h 속도로 울티마 툴레를 순식간에 지나치며 이미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왔다. 이번 연구는 이중 지구에서 다운로드된 10%의 정보를 분석해 얻어진 공식적인 첫번째 논문이다.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45억 년 처음 태양계가 형성될 시 카이퍼 벨트를 떠돌던 울티마 툴레는 원래는 각기 다른 2개의 암석 덩어리였다. 그러나 부드럽게 충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길이 30여㎞의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에 연구팀은 큰 것은 울티마, 작은 것은 툴레로 각각 명명했다. 다만 울티마의 경우 사진처럼 구형이 아니라 팬케이크처럼 다소 납작하다는 것인 연구팀의 설명. 또 표면에는 메탄올과 톨린 같은 유기물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물도 극미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울티마 툴레는 작은 크기로 위성이나 고리, 먼지 구름 등을 가지고 있지않아 과학자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천체는 아니다. 그러나 울티마 툴레는 태양과의 멀고 먼 거리 때문에 그 영향을 거의받지 않은 '타임캡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울티마 툴레가 태양계 초기 역사에 대한 단서를 보존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버지니아 대학 앤 버비서 박사는 "뉴호라이즌스호가 울티마 툴레를 근접비행하기 전까지 인류는 카이퍼 벨트 천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역시 공동저자인 NASA 에임스연구센터 제프 무어 박사도 "올해 초 뉴호라이즌스호는 마치 타임머신처럼 우리를 태양계 탄생 당시로 되돌렸다"면서 "울티마 툴레를 연구하는 것은 태양계나 우리은하의 다른 별들을 공전하는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총 7억 달러가 투입된 뉴호라이즌스호는 지난 2006년 1월 장도에 올랐으며, 9년을 날아간 끝에 2015년 7월 역사적인 명왕성 근접비행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 1월 1일 뉴호라이즌스가 울티마 툴레의 근접비행에도 성공하면서 뉴호라이즌스는 역대 인류의 피조물 중 가장 먼 곳의 천체를 근접비행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울티마 툴레는 명왕성에서도 16억㎞ 떨어져있으며 태양을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300년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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