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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식 허물고 분위기 UP… 중랑구청장 일일DJ 변신

    격식 허물고 분위기 UP… 중랑구청장 일일DJ 변신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자기 부모 형제를 끔찍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4초간 페이드아웃)/ 책을 가까이 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손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철 따라 자연을 벗 삼아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아침 청내 방송 등장에 직원들 “와~” 촉촉이 봄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오전 8시 20분, 중랑구청에 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병권 구청장이 청내 음악 방송의 깜짝 디제이로 나서 시그널 멘트를 하자 방송실 옆 홍보과 직원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경직됐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자치구에서 구청장이 일일 디제이로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안녕하세요. 중랑 가족 여러분과 함께하는 뮤직파크 일일 디제이 문병권입니다. 놀라셨지요.”라고 운을 뗐다. 한술 더 떠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로 시작하는 노래 ‘단발머리’를 한 곡조 멋들어지게 부른 뒤 “언젠가 한번쯤 디제이로 나서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게 됐다.”면서 “오늘은 소중한 친구처럼 항상 우리 곁에서 좋은 음악으로 즐겁게 해 주었던 ‘가수왕’ 조용필의 특집을 마련했다.”며 자축했다.문 구청장과 조용필은 1950년생으로 동갑이다. 귀를 쫑긋 세우며 듣던 직원들은 ‘7080’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명찬 행정국장은 “굉장히 자연스러운데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명디제이 이종환도 울고 가겠어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혹시 이러다가 국장들에게까지 (디제이) 하랄까 봐 겁나는데요.”라며 웃었다. ‘오늘도 해브 펀(Have Fun), 나도 일일 디제이’는 경직된 조직 문화를 전환해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조성, 고객 만족 행정 서비스를 펼치자는 의도에서 지난해 8월 첫발을 뗐다. ●직원 참여 가능…‘활기찬 직장’ 조성 구청 직원이면 누구나 일일 디제이로 나설 수 있다. 직원 생일과 경조사 등 개개인의 근황을 소개하고 오늘의 유머, 명상의 글, 미담 사례도 소개한다. 올드 팝에서부터 최신 가요, 클래식,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문 구청장은 “다음 곡은 제가 가장 아끼는 노래이자 좋아하는 노래 ‘꿈’이에요. 제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었던 꿈을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힘들어했을 때 항상 저를 위로해 주었죠.”라며 여유롭게 사연을 소개해 나갔다. “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부산시청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산에 대한 추억도 많고 그리움도 남았습니다. 그런 그리움을 잘 표현한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입니다.”라고 말하며 추억의 보따리도 풀어놨다. 아침마다 구청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김경원(49·풀무원 직원)씨는 “목소리가 낯설어 누군지 궁금했는데 구청장님이라 더 반갑다.”며 “매력적인 저음이 빗소리와 어우러져 너무 신선해요. 한 달에 한 번쯤 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8시 50분쯤.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이 불러 화제를 모았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마지막 곡으로 들려 주고 방송실을 나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방송 담당인 김혜원(총무과)씨는 아예 대놓고 “제 밥줄 끊어질까 걱정된다.”며 칭찬의 말을 건넸다. “문 구청장은 난생 처음 해 보는 거라 재미있었는데 직원들이 귀를 닫지 않았을까.”라며 껄껄 웃었다.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은 비 그친 싱그러운 봄날 아침과 닮아 있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추운 겨울날 등산하던 친구 둘이 길을 잃었다. 둘은 길을 찾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등산객 한명을 발견한다. 한 친구는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남을 챙길 겨를이 있느냐.’며 홀로 발길을 재촉했고, 다른 친구는 ‘그래도 함께 살아야지.’라며 조난자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섰다. 불행히도 앞서 간 친구는 동사했다. 그러나 조난자를 업은 친구는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가까스로 구조됐다. 극단적인 일화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려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비슷한 의미의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상생’이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노사 화합,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핵심이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에 지속가능 경영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나눔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2009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 비용은 2008년에 비해 22.8% 증가한 2조 6517억원에 달했다.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국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바로 사회공헌인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가스시설 취약계층, 국민기초생활수급자 9만여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3300여곳에 159억원을 투입해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를 살핌으로써 국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겠다는 두 가지 목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공사 이전 대상 지역인 충북 음성·진천 지역, 경남 거제 다포마을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1사1촌 농촌사랑 봉사활동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또 ‘워밍업 코리아’라는 독자적인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사축제를 열어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업과 수혜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진정성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금전을 떠나 기관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의 가르침 중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게 있다.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를 말한다.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적인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다. 사회공헌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고사가 아닐까 싶다. 단지 불쌍한 사람을 금전적으로 돕는다는 식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사회공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KT&G 상상마당, 신인 뮤지션 지원 콘테스트 접수 시작

    KT&G 상상마당, 신인 뮤지션 지원 콘테스트 접수 시작

    KT&G 상상마당이 5월 1일 참가 접수를 시작으로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잠재력을 지닌 뮤지션을 발굴, 1년 동안 지원하는 KT&G 상상마당의 대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신인 뮤지션들에게 절실한 전용 합주실 사용, 콘서트 개최, 음반 제작 지원, 상상마당 기획 공연 참가 등 포괄적 혜택을 제공하는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밴드문화의 부재에 허덕이는 한국 인디 음악계에 신선한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음반 제작 부분을 강화했다. 레이블과 매칭 기회를 제공해 더욱 전문적인 음악 제작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디와 언더의 중심인 록 뿐 아니라 국악, 재즈, 힙합, 일렉트로니카, 크로스오버 등 장르와 스타일에 구분없이 누구든 지원할 수 있으며, 선발된 3팀에게는 300만원의 상금과 부상도 수여할 예정이다. KT&G 상상마당 측은 “단발성이 아닌 1년간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밴드 서포트를 통해 신인 뮤지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한 프로그램”이라며 “4년 동안 꾸준히 발전하며 유지되어온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KT&G 상상마당 ‘제4회 밴드 인큐베이팅 콘테스트’는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상상마당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가능하며, 정규앨범을 발매하지 않았고 창작곡을 소유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KT&G 상상마당 홈페이지(www.sangsangmadang.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란히 장편소설 낸 쌍둥이 작가 장은진·김희진의 ‘유쾌한 수다’

    나란히 장편소설 낸 쌍둥이 작가 장은진·김희진의 ‘유쾌한 수다’

    국내 문단에 작가 부부는 꽤 된다. 얼핏 떠올려 봐도 구중서(평론)-김윤희(시), 조정래(소설)-김초혜(시)부터 시작해 남진우(시)-신경숙(소설), 홍용희(평론)-한강(소설) 등을 거쳐 김도언(소설)-김숨(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금세 여러 쌍들이 꼽아진다. 그렇다면 형제 작가는? 김원일(소설)-김원우(소설), 황현산(평론)-황정산(시), 박용재(시)-박용하(시) 등 흔하지는 않지만 드문 것 또한 아니다. 여기 쌍둥이 자매 소설가가 있다. 희귀한 예다. 스스로 “우리는 싱크로율(일치율) 95%예요.”라고 깔깔거리는 서른다섯 살의 장은진, 김희진이다. 30분 먼저 세상에 나와 언니가 된 장은진이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먼저 등단하면서 혹여 헷갈리지 말라고 성을 ‘김’에서 ‘장’으로 바꿨다. 문장(文章)의 ‘장’이거나 장편소설의 ‘장’(長)이라는 뜻이란다. “장이라는 성도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라고 천연덕스레 거드는 동생 김희진은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인터넷 웹진(인터파크)에서 나란히 연재했던 작품을 나란히 같은 출판사(자음과모음)를 통해 내놓았다. 언니의 작품은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동생의 작품은 ‘옷의 시간들’이다. 지난 20일 책이 나온 직후 쌍둥이 소설가들과 만나 나눈 유쾌한 대화를 옮겨 본다. 장은진(이하 은진) 광주 집 한방에서 같이 살고, 같이 소설 써요. 속옷하고 신발 빼고는 다 함께 쓰죠. 소설 구상과 창작 과정조차도 나누죠. 김희진(이하 희진) 그래도 소설 쓰는 장소는 달라요. 얘-두 사람의 호칭은 ‘야’, ‘너’다. 자매라기보다 친구에 가깝다-가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엄청 크거든요. 난 안 써져서 괴로운데 그 소리까지 들으면 더 기분 나빠져요. 그래서 얘는 방에서 쓰고, 저는 거실에서 써요. 은진 제가 좀 세게 치는 편이긴 해요. 헤헤. 희진 얘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좀 엉뚱해요. 학교(목포대 국문과)에서 단편소설 써 오라는 과제가 있어서 끙끙거리는데, 얘가 쳐다보더니 ‘꼴 같지 않은 짓을 하고 있네.’ 하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그래서 “너도 써봐.”라고 권했죠. 은진 전공(전남대 지리학과)은 달랐지만 바로 그날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희진 여차저차 설명한 뒤 그 소설을 대학 교수님(유금호)께 보여 드렸더니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보니까 제가 쓴 것보다 낫더라고요. 위기감을 느꼈지요. 은진 지금도 위기감 느끼는 것은 아니고? 하하. 장은진은 소설집 한 권과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등 세 권의 소설을 이미 낸 상태다. 2009년에는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반면 김희진은 등단이 늦은 만큼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이 유일한 작품이다. 뼈 있는 농담으로 들린다. 진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까. 희진 지난해 연재하는 동안 숫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댓글 숫자, 조회 수 등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은진 서로 눈치 보고 했죠. 하나라도 제 댓글이 많으면 희진이는 기분 안 좋아했고, 저는 조금 미안하고 그랬고요. 희진 얘는 이미 책을 3권 냈으니까, 뭐, 그럴 수도…. 그래도 속으로는 쟤 소설이 내 것보다 뭐가 낫다고 그래 하는 생각은 여전했지요. 은진 초기 작품들은 비슷하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각자 길을 찾아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희진 (상대방의 장점은 뭐냐고 묻자) 은진이는 문장이 맛깔스럽고, 작품이 단정해요. 은진 희진이는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대사도 유머러스하고, 사유하는 스타일도 저보다 나아요. 저희는 소설 창작 과정에 대해서도 늘 상의해요. 서로 첫 독자죠. 희진 설령 내가 쓴 게 아무리 형편없어도 다른 사람이 지적하면 기분이 안 좋잖아요. 근데 우리끼리는 가차 없이 말해도 괜찮아요. 상대방 컴퓨터 비밀번호까지 다 알고 있어요. 은진 성장과정도 같고 성격, 취향, 심지어 좋아하는 이상형까지 같으니까요. 싸울 일은 없겠다. 과연 그럴까. 희진 한번 다투면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서로 말도 안 하곤 해요. 한번은 너무 화가 나서 ‘노트북에 있는 소설을 몽땅 지워 버리면 쟤는 끝장이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차마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는데, 화해하고 난 뒤 내가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하려고 했더니 바로 말을 가로채더라고요. 은진 제가 그랬어요. “너, 내 소설 다 지워 버리려고 했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동글동글한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 까만 뿔테 안경, 전라도 사투리 담긴 음색까지 거의 비슷하다. 외모만으로는 영 구별이 쉽지 않다. “그냥 복제인간이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라고 김희진이 말하자 “공동 창작 소설은 쉽지 않겠지만 나중에 영화 시나리오는 한번 같이 써보려고요.”라고 장은진이 덧붙인다. 서로 거들고 다투며 성장하는 사이가 분명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울산 축구단 서산서 ‘홈’경기?

    프로축구 울산이 새달 15일 제주와의 K리그 10라운드 경기를 충남 서산에서 치른다.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장부터 경기가 열릴 서산종합운동장까지는 379.31㎞. 자동차로 무려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홈경기’란다. 서산에는 올 시즌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현대오일뱅크의 본사가 있다. 오일뱅크는 후원계약 때 프로축구연맹에 서산 경기를 요청했다. 직원 사기진작과 축구 외연 확대 차원이었다. 오일뱅크 사장은 울산 호랑이축구단의 사장. 처음엔 난색을 표했던 상대팀 제주도 결국 서산경기를 승낙했다. 제주는 SK이노베이션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정유업계 라이벌전’ 의미까지 더해졌다. 울산팬들은 분노했다. “홈팬을 무시한 처사다. 스폰서 눈치 보느라 연고지를 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항의가 아닌 남은 시즌 서포팅을 보이콧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팬은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울산을 좋아하는 죄밖에 없는데 내 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흥분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대기업의 입맛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 것. 일단 한 경기지만 ‘필요에 의해’ 어느 순간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K리그 골수팬들이 안양을 떠난 FC서울을 북패(륜), 부천을 떠난 제주를 남패(륜)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연고 무시 외에도 문제는 있다. 서산에는 야간라이트 시설이 없어 낮 경기로 치러야 한다. 원래 오후 5시로 예정됐던 경기는 그래서 두 시간 당겨졌다. 경기장도 엉망. 본부석 쪽 스탠드를 제외한 나머지 삼면은 모두 잔디다. 제대로 된 매표소도 없고 화장실도 좁다. 울산 구단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산 경기에 왕복차량을 제공할 예정이고, 다양한 지역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서산 경기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도록 공중파 방송, 최소한 울산지역방송 생중계를 알아보고 있다.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과거 울산이 마산, 창원 등지에서 치른 경기가 ‘경남FC’ 탄생의 발판이 됐다. 축구판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대의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다. 하지만 연고 개념이 확실한 프로야구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역연고 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팬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K리그라면 ‘개리그’ 오명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조용필 소록도서 감동의 공연, 한센인과 함께 히트곡 14곡 불러

    조용필 소록도서 감동의 공연, 한센인과 함께 히트곡 14곡 불러

    조용필이 소록도를 찾아 감동의 공연을 펼쳤다. 조용필은 15일 전속 밴드와 함께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자신의 히트곡들을 불러 300여명의 한센인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당초 10곡이 예정됐으나 14곡을 열창했다. 주민들은 ‘단발머리’,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고추잠자리’, ‘친구여’, ‘꿈’ ‘허공’ 등 대가수의 주옥같은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환호했다. ”친구여~.꿈속에서 만나자. 그리운 친구여….” 다시 만나자는 ‘친구여’ 가사는 이들에게 또다른 감명을 줬다. 공연 도중 조용필은 마침내 무대를 내려왔다. 이들의 손을 잡고 포옹하자 공연장은 삽시간에 환호성으로 달아 올랐다. 그는 객석을 두 바퀴를 돌고서야 무대에 다시 올라섰다. ‘허공’을 부를때에는 주민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몸이 불편한 한 주민은 ”우리 같은 사람들 위해 대(大)가수가 이렇게 약속을 지켜줘 너무나 고맙다. 이 섬에 수십년간 살면서 이런 감동은 처음”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조용필은 “지난해 어린이 날 영국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와 소록도에서 협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노래 두곡 부르고 떠나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제대로 된 공연으로 한센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고 소록도를 다시 찾은 이유를 밝혔다. 조용필은 이 공연 계획이 외부에 알려지면 행사의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소록도병원측에 비밀로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후원한 T셔츠 1500점과 익명의 기업인이 후원한 영양제 등이 선물로 전달됐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첫 대본 읽다가 헬레나 삶에 눈물 펑펑”

    “첫 대본 읽다가 헬레나 삶에 눈물 펑펑”

    반듯하게 자른 단발머리, 평온한 미소. 배우 예지원(38)을 처음 보자마자 눈에 들어온 모습이다. 2001년 ‘버자이너 모놀로그’ 출연 이후 10년 만에 연극 무대를 찾는 까닭일까. 그녀는 무척이나 설레 보였다. 그리고 곧 불혹의 나이로 접어든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는 ‘봄 처녀’ 같았다. 음악이 있는 2인 연극, ‘미드썸머’의 헬레나로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예지원을 지난 8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자 예지원, 여자 예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지원은 최근 한의원을 제집 드나들 듯하고 있다며 웃었다. 미드썸머가 음악극이다 보니 연극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일이 많아져 기타를 배우다 등 근육이 돌처럼 뭉쳤기 때문이라고. “제가 이번에 기타를 처음 배웠어요. 근데 처음에 기타를 가야금 연주하듯 눕혀 놓고 줄을 튕긴 거예요. 자연스럽게 등이 굽어진 상태에서 연습하게 됐죠. 두 시간 이상 내리 그러고 있으니 아플 수밖에요. 나중에 등이 돌처럼 굳어서 꽤 고생했어요. 뭐든지 쉬면서 일을 해야 한다, 괜찮다고 마구 달려선 안 된다는 걸 배웠죠.”(웃음) 연극 ‘미드썸머’ 첫 리딩 날, 대본을 읽다 그녀는 펑펑 울었단다. 이를 두고 지난달 제작발표회 당시 상대 배우 이석준이 “리딩 첫날 울기 쉽지 않은데, 예지원씨는 본인의 삶과 헬레나의 삶이 닿아 있다며 펑펑 울었어요. 단 한번도 이혼전문변호사(극 중 헬레나 직업)로 살아본 적 없으면서 말이죠.”라며 놀려대기도 했다고. “헬레나는 영국 여자이지만 국적을 초월해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여유를 갖고 뒤를 돌아보게 해요. 제가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 그런지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건 아닌가, 잠시 쉴 때 어머니랑 시간도 좀 갖고 여행도 다니면서 친구들도 많이 만날 걸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미드썸머’ 속 헬레나는 대체 어떤 여성이기에 예지원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다며 눈물을 흘린 걸까. “35세, 이혼 전문 변호사예요. 지적이고 돈도 많은 여자지만 가정을 이루지 못해 고립돼 있죠. 외로움에 찌들어 있어요. 가족은 없고, 나이는 찼고…. 젊음의 끝자락에 섰다는 느낌에 압박감이 크죠. 워커홀릭으로 일에 치여 살아요. 제가 기타를 정신없이 치다가 등이 돌처럼 굳듯이 말이죠.(웃음) 이혼 전문 변호사이기에 온종일 듣는 이야기가 부정적인 사랑 이야기일 것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사랑에 빠진 여자를 나약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그녀들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런 헬레나가 ‘밥’이란 이름의 말단 조직폭력배 조직원과 ‘원 나이트 스탠드’라는 사건(?)을 벌이고 만다. 공감이 가진 않지만, 심리적으로 헬레나가 왜 원 나이트 스탠드를 경험하게 되는지 분석하고 있다는 예지원. 꿈에서도, 생활에서도 그녀는 헬레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만나기 위해 애를 쓴다고. 그녀의 나이 이제 38세. 배우로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결혼 적령기도 조금(?) 넘겼다. “예쁜 사랑을 하고 싶어요. 왕년에 스캔들 날까 봐 너무 조심한 게 후회가 되기도 하고요.”(웃음) 그래서 후배들에게 연애를 많이 하라고 조언한단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아서 그래요. 사랑을 많이 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4차원 배우, 엉뚱한 배우, 특이한 배우.’ 그녀에게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제가 방송에서 샹송 ‘파로레’를 흐드러지게 부르고,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엉뚱한 캐릭터 등을 맡으면서 4차원이란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사실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딴생각하다 엉뚱한 대답을 자주 하고 그러다 4차원 이미지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집단에서 조금 포인트가 다를 수도 있는 건데 말이죠.” 예지원 하면, ‘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는 여자들이 꿈꾸는 도시잖아요. 그리고 서울예전 연극과에 다니면서 프랑스예술영화에 꽂혀 많이 봤어요. 자연스럽게 불어가 들어오고 샹송을 부르게 됐죠. 그때 제가 불어를 하면 사치스럽고 허영심 있다고 다들 비난했어요. 그래서 몰래 배웠죠. 한번은 프랑스에 놀러 갔다가 3개월이나 그냥 지낸 적도 있어요. 영화 ‘아나키스트’와 ‘생활의 발견’에서 샹송을 부르기도 했어요. 불어, 샹송…. 제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이 풍부해서일까.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힘든 적도 많았다. “좋은 작품을 끝내고 나서 그 작품이 신기루처럼 없어질 때 매번 많이 외로움을 느껴요. 그래도 늘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고 싶죠.” 지난 한해 시트콤, 영화 촬영 등으로 거의 하루도 쉬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려 왔다고 말하면서도 늘 새로운 작품을 마주하게 될 생각에 설렌다는 그녀는 영락없는 배우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탕웨이 어린시절은?… “최고의 자연미인”

    영화 ‘만추’에서 현빈과 환상호흡을 자랑하며 ‘현빈의 그녀’로 등극한 중화권 최고의 여배우 탕웨이(湯唯·32)가 과거사진을 통해 자연미인임을 입증 받았다. 한국 못지 않게 성형미인이 난무하는 중국 연예계에서 ‘현대의학’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탕웨이의 미모는 새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어린 시절 물놀이를 하는 천진한 모습부터 청초한 여중생·여고생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다수 올라와 있다. 발그레한 볼과 눈웃음이 주는 청순한 느낌은 지금의 모습과 차별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일자로 자른 앞머리와 짧은 단발머리의 어린 탕웨이 모습에 네티즌들은 “자연미인이 따로 없다.”, “어린 나이에도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편 탕웨이는 중화권 최고의 월드스타인 양조위(량차오웨이)와 함께 영화 ‘색, 계’(色, 戒)에 출연해 높은 수위의 베드신으로 소화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이후 현빈과 함께 영화 ‘만추’를 통해 국내에 다시 한번 얼굴을 알리며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여배우로 떠올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최근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엄청난 참사를 겪으면서도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아주 냉정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재난과 관련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의 처지에 서서 불필요한 자극이나 공포를 유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널린 처참한 광경이나 유가족들이 울부짖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유사한 재난을 당했을 때 이제까지 우리 언론이 보여주었던 단발성의 소나기식 보도나 속보성의 흥미 위주 보도,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한 선정적인 보도와는 사뭇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신속 정확하고 광범위한 언론보도는 궁극적으로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언론보도는 재난에 대한 공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방글라데시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 때문에 주기적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1970년 11월에 3등급 사이클론으로 무려 사상자 30만명 이상, 이재민 130만명이 발생했다. 1985년 5월엔 이전과 동일한 사이클론과 폭풍우가 이 지역을 강타했으나 언론을 활용한 조기 재난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어 1970년 피해자의 3%인 약 1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2010년 4월, 유사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도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덕택에 사상자는 89명으로 줄었다. 비록 동일한 강도의 자연재해였지만 언론을 활용한 각종 재난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초기 자연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언론이 얼마나 신속 정확하고 널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십만명의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같은 인재가 결합된 ‘복합 재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리히터규모 9.0에 달하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 조치들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예상치 못한 산업재해를 안겨줬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급격한 환경변화와 산업화로 인해서 예기치 못한 재난들이 자주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비슷한 재난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언론 성숙도에 따라 피해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언론을 활용, 재난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각종 재난에 대해서 운명론에 입각해 미리 절망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언론이 제공하는 재난정보를 3가지로 구분한다.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재난 예방정보’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난 응급정보’, 그리고 재난을 조기 복구하는 ‘재난 복구와 부흥정보’이다. 특히, 언론은 재난을 예방하고, 응급조치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재난 관련 언론보도는 재해현장의 비참한 장면이나 기물 파괴 등과 같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재난 예방이나 피해 복구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한 상황에 대해서 집중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두운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희망적인 측면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한 언론 역할 강화로 더 이상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은 곧바로 끔찍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 기존 언론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발전으로 자연의 포효 앞에 그냥 무력한 존재로 주저앉지 않는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언론 보도로 다소나마 피해를 줄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소통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함으로써 더 안전한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 뇌졸중 2년8개월간 7번입원… 어느 의료유랑민의 눈물

    뇌졸중 2년8개월간 7번입원… 어느 의료유랑민의 눈물

    2년 8개월. 일곱번의 입원과 여섯번의 퇴원. 천상훈(55·가명)씨는 병상에 누워 허공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마에서부터 턱까지 여기저기 굵은 주름이 팬 얼굴은 오랜 병원생활에 지친 듯 초췌했고, 수염을 말끔하게 깎았어도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였다. 지난 3일 서울 외곽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의 처지가 억울한 듯 웅얼웅얼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입을 떼지 못했다. 떨리는 팔로 병상을 부여잡고 어렵게 쇠잔한 몸을 곧추세웠지만, 입이 열리지 않자 힘들다는 표정으로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뇌졸중이 온 뒤로는 저렇게 말을 하지 못해요. 초등학생 지능 수준이지만 그나마 얼마 전부터는 지팡이라도 짚을 수 있는 게 다행이지요.” 천씨를 마주 보는 아내 이영자(53·가명)씨의 눈가에는 어느 새 눈물이 맺혔다. 수년간 도맡아 병시중을 하다 보니 남편의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자신에 대한 불편한 얘기를 듣기 싫다는 듯, 힘들게 몸을 일으키는 남편을 기자가 부축하려 하자 “화장실 가는 것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안쓰럽게 바라봤다. 2008년 7월 23일 아침. 예기치 못한 단 한번의 재앙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서울 중랑구의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아내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까맣게 몰랐다. 코까지 골면서 곤한 잠을 자던 그는 옷에 소변까지 지린 채 깨어나지 못했다. 급히 차에 태워 남편을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데려가자 의사는 ‘뇌졸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혈관을 뚫는 응급시술이 진행됐지만 혼수상태는 3일간 이어졌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는 이미 “아~”라는 단발음 말고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남편이 그렇게 쓰러진 뒤 아내는 병수발을 위해 6개월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인쇄소 사업을 접었다. 말도 못하고,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남편은 갑자기 난폭해져 때때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몸의 기능을 사용해 몸부림을 치곤 했다. 지금까지 경기를 일으킨 것만도 셀 수 없다. 뇌가 망가져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하는 그는 엉뚱하게도 밤만 되면 팔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 병상 밑에 숨었다. 아내 이씨는 “10년 이상 된 베테랑 간병인도 남편을 돌보려고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됐다.”면서 “그나마 예전에 보험 들어 놓은 것 쓰고, 아이들이 생활비를 벌어 줘서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파탄 난 가정생활보다 더한 고통이 있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15일만 되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퇴원을 재촉해서다. 남편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어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했지만 한달 이상 병원에 남아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장기 환자들이 많은 국·공립병원을 찾았지만 3개월만 되면 마찬가지로 ‘칼같이’ 퇴원을 권유했다. 영문도 모르고 내쫓기듯 병원 문을 나설 때마다 설움이 북받쳐 펑펑 울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병원에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었다. 병원에 다시 입원할 때마다 드는 100만원 안팎의 검사비는 그나마 감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겼다. 환자가 병원을 바꿀 때마다 화장실 위치나 복도 구조, 의료진의 성격 등 환경에 다시 적응하려면 또다시 설움에 눈물을 감추기 어려웠다. 의료진에게 사정을 알아보니 병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3개월 이상 받으면 ‘의료쇼핑’을 의심해 보건 당국에서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 적용분을 삭감해 버린다고 했다. 이씨는 “그나마 친절한 의사는 ‘건강보험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돈을 삭감당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까지 해 주고 주변 의사들에게 소개해 줘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울먹였다. 이어 “아마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대부분의 재활환자들이 3개월 기준 때문에 우리처럼 병원을 떠돌아다닐 것”이라면서 “1년 넘게 떠돌아다니면 건강보험 기록을 보고 아예 병원에서 받아주려고 하지 않아 10개월 넘게 입원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며 “차라리 암 환자라면 수술을 한 뒤에도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쥐어짜듯 말했다. 뇌졸중 환자의 80%가 후유증을 갖게 되고, 40%는 중증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천씨와 같은 ‘의료 유랑민’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뇌졸중 후유증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으니 묵묵히 환자 재활치료에 전념하는 수밖에 없다. 혼자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데만 최소한 2~3년의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이씨는 주변에서 “집에서 병원으로 왔다 갔다 외래치료를 받으면 되지 않나.”라며 속도 모른 채 말할 때 마음이 더 상한다. 그는 “겨울에는 몸 기능도 좋지 않고 집 밖을 나서려고 하지를 않아 운동은커녕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도 어렵다.”면서 “그나마 치료하러 열심히 다녀서 휠체어 신세를 벗어났는데, 혼자 동네라도 다닐 수 있도록 해 주려면 재활치료에 더 속도를 붙여야 하는 우리 환자 가족의 마음을 그렇게 몰라줄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더는 갈 곳도 없다. 어렵게 부탁해 예전에 들어갔던 병원을 나와 다른 병원으로 잠시 갔다가 3개월 전의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관례적으로 3개월이 되면 건강보험을 삭감한다고 하는데, 건강보험 담당자들이 환자들을 한번 제대로 보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그는 눈물을 흘렸다. 글 사진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한국 미용계 대모’ 그레이스 리

    ‘한국 미용계의 대모’로 불리는 헤어 디자이너 그레이스 리(본명 이경자)가 28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79세.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고를 졸업했다. 전업 주부로 지내다 1968년 서른여섯의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나 당시 유명 헤어 디자이너였던 폴 미첼에게 미용 기술을 배웠다. 뉴욕의 크림퍼스 미용실에서 일하다가 귀국, 1972년 서울 도큐호텔에 자신의 이름을 딴 ‘그레이스 리 미용실’을 열었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단발머리 커트로 이름을 알렸다. 1979년에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미용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고 같은 해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말년에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면서 2003년에는 경남 통영에 식당을 열기도 했다. 2009년 자서전 성격의 ‘오늘이 내 삶의 클라이맥스다’를 펴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7.
  • 송지효, ‘긴머리 싹뚝’ 단발머리 발랄 인턴기자로 변신

    송지효, ‘긴머리 싹뚝’ 단발머리 발랄 인턴기자로 변신

    배우 송지효가 긴머리를 자르고 단발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오는 3월부터 방송 예정인 KBS2TV 새 월화드라마 ‘강력반’에서 송지효는 생활력 강하고 겁 없는 인턴기자 조민주로 분한다. 강력반 형사 박세혁(송일국 분)과 우연히 만나는 조민주는 함께 사건 현장에 동행하게 되면서 특종을 잡는 인물이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송지효는 조민주 캐릭터를 위해 그동안 고수해온 긴 머리카락을 과감하게 자르고 단발로 변신했다. 최근 공개된 ‘강력반’ 촬영 현장 사진 속 송지효는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빅백을 들고 바쁜 모습을 보여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송지효는 “조민주는 굉장히 밝고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며 “기자라는 직업에 고군분투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나 세혁과 얽히면서 예상지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 상황에서도 자기중심을 잘 잡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로 살아가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현장에 나가는 게 설레고 기대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송지효 외에 송일국 김승우 선우선 성지루 김준 장항선 등이 출연하는 ‘강력반’은 강남경찰서 강력반을 배경으로 한 본격 수사드라마. 개성 만점 강력계 형사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수사 노하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쾌하고 현실감 있게 그린다. 사진 = 뉴데이픽쳐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땋은 머리’ 당신 귀여운 센스쟁이

    한복에는 올림머리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설에는 편견을 깨 보자. 헤어 스타일링기 로벤타의 고주현 과장은 “머리가 묶이지 않는 어중간한 길이라면 가발이나 젤을 사용해 억지로 올림머리를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풍성함을 살린 단발머리로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귀여운 이미지를 살리고 싶다면 양옆의 머리를 한두 가닥 땋아 뒤로 묶으면 좋다. 최근 유행하기도 한 양 갈래로 땋은 머리는 소녀처럼 순수한 느낌을 낼 뿐 아니라 한복과도 잘 어울린다. 한복에 땋은 머리를 할 때는 너무 촘촘히 땋으면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느슨하게 묶어 준다. 드라이어나 헤어 스타일링기로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만 다음 땋으면 더욱 자연스러운 머리 모양을 연출할 수 있다. 한복은 평소 입는 옷보다 화려하고 밝은 색이 많으므로 화장은 너무 진하지 않은 것이 좋다. 맥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변명숙씨는 “눈썹과 잔털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 표현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복과 어울리는 화장이 된다.”고 조언했다. 삶은 달걀처럼 윤기 있으면서도 잡티 없는 피부를 만들고 싶다면 손이나 스펀지보다 털이 가늘고 촘촘한 화장용 붓을 이용해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것이 좋다고 변씨는 설명했다. 미세한 털이 모공을 메우면서 파운데이션을 균일하게 발라 한복에 잘 어울리는 도자기 피부를 만들 수 있다. 눈 화장에서는 연한 분홍색이 한복에는 물론이고, 연령대를 불문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다. 입술은 한복 색깔과 가장 유사한 색으로 발라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MB 국정운영 호재”… 靑 ‘반색’

    청와대는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성공한 것을 반색하고 있다. 이른바 ‘아덴만 쾌거’는 새해 들어 처음 들려온 낭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운영에도 일단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대통령이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쌓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구출작전 성공만으로도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포인트 안팎은 올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이 대통령이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영향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이 분명 호재이긴 하지만 단발성 사건이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직후 청와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한때 6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곧 50% 안팎으로 떨어졌듯이 이번 사건 이후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잠시 보일 수는 있지만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덴만 쾌거’는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그 효과는 길어야 2~3주 정도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악재로 꼽힐 만한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 정국운영의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확산은 설 연휴를 앞두고 고비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상승 압박은 여전하고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바닥민심은 싸늘하다. 집권 4년차를 맞아 이 대통령은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가 반기를 들면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이후 당·청관계도 갈등국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고위급 군사회담이 곧 시작될 예정이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동안종결자’ 이청아, 7년 미모 변천사

    ‘동안종결자’ 이청아, 7년 미모 변천사

    배우 이청아(26)가 데뷔 시절부터 최근까지 7년 간 변함없는 미모 변천사를 공개했다. 21일 이청아가 소속사를 통해 선보인 사진은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교복을 입었던 풋풋한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 속에서 주로 앞머리가 있는 쇼트헤어나 베이비펌 단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이청아는 현재 출연하고 있는 SBS 일일드라마 ‘호박꽃순정’에서는 앞머리가 없는 단발펌으로 변신해 7년 전의 앳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동안 종결자’다운 베이비페이스를 과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해 찍은 사진에서 이청아는 드라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인 순정이 강준선(배종옥 분)의 레스토랑에 취직하게 되면서 드라마의 내용에 맞춰 강남의 모 헤어샵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모습으로 동안 외모에 어울리는 단발펌 스타일을 이청아만의 상큼함과 사랑스러움으로 소화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공개 한 사진 속 이청아는 실제로 오전까지 드라마 ‘호박꽃순정’ 촬영을 한 후 전혀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상태로 헤어를 바꾸기 하기 위해 미용실에 들렀다”며 이청아의 무결점 피부를 자랑했다. 앞서 이청아는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 ‘여우의 집사’에서 자연스럽게 민낯을 공개해 실제 나이와 다르게 어려보이는 동안외모로 이목을 끌었다. 당시 이청아는 잡티 하나 없는 꿀피부를 뽐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 = 킹콩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청와대 “대통령 여장사진, 사실 아니다”

    청와대 “대통령 여장사진, 사실 아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이슈가 된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여장 사진’에 대해 청와대 측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19일 오전 11시 반 경 공식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의 사진이 아니다. 닮은 분인지 합성인지는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재밌게 봤다.”고 전했다. 청와대 트위터에 언급된 사진은 지난 해 말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과거 학생운동 당시 여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흑백 사진이다. 일부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운동을 할 때 경찰의 미행을 피하려고 여장을 한 것”이라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도 적혀있어 궁금증을 더했다. 사진 속 인물은 머플러와 단발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눈매나 얼굴형 등이 이 대통령의 현재 모습과 매우 닮아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절대적으로 그가 맞다.”는 평을 받았다. 사진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도 ‘이명박 도플갱어’, ‘이명박 여장사진’ 등의 댓글과 제목을 붙이며 진위여부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명박 여장사진’ 중국서 인기…진짜? 가짜?

    ‘이명박 여장사진’ 중국서 인기…진짜? 가짜?

    얼마 전 중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여장사진’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큰 이슈가 됐다. 지난 해 12월 말 경에 현지 네티즌에 의해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학생운동 당시 여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라는 설명이 쓰여 있다. 또 다른 게시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운동을 할 때 경찰의 미행을 피하려고 여장을 한 것”이라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도 적혀있다. 사진 속 인물은 머플러와 단발의 웨이브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눈매나 얼굴형 등이 이 대통령의 현재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1964년 고려대 재학 당시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시위를 주도한 경영대 학생회장이었으며, 박정희 정부의 방침에 맞서 대학생들의 전국 시위에 참여한 바 있다. 중국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사진이 실제 이 대통령의 과거 모습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네티즌들은 그의 현재 모습과 비교하며 “절대적으로 그가 맞다.”고 믿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中企 해외통상지원센터 설립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6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마케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자 해외통상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장에서 중소기업인 30여명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중소기업 예산 지원이 단발성에 그치는 등 역량 있는 중소기업의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기술과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용산구청사에 들어설 해외통상지원센터는 유망 아이템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국외 마케팅 노하우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각종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업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등 국외 판로 개척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장근석 공항 패션, 너무 멀리간 패션센스 ‘난감?’

    장근석 공항 패션, 너무 멀리간 패션센스 ‘난감?’

    배우 장근석의 난감한 공항 패션이 화제에 올랐다. 중국의 한 매체는 지난 4일 CF 촬영을 위해 광저우를 방문한 장근석의 공항 입국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장근석은 드라마 속 뛰어난 패션 감각과 달리 선글라스와 반짝거리는 에나멜 소재의 검정색 바바리, 단발머리로 언매치한 느낌을 줬다. 반면 이 매체는 장근석의 공항패션 대해 “패션을 선도하는 주인공답게 화려한 모습을 보였다. 수백 명의 팬들이 공항에서 장근석의 입국을 환영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편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난 장근석은 중국에 이어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 = 중국 포털 사이트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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