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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년만 최악의 참패”…수낵 英 총리 사임

    “190년만 최악의 참패”…수낵 英 총리 사임

    영국 하원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한 가운데, 리시 수낵 총리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과 보수당 대표직에 대한 사의을 표명했다. 보수당,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총리 공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연설을 통해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낵 총리는 “영국이 2010년보다 더 번영하고 공정해졌으며 회복력을 갖췄다”면서 보수당의 지난 14년간의 성과를 자평했다. 이어 차기 총리가 될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를 향해 “그는 우아하고 공공 의식이 있는 사람이며 그의 성공은 국가 전체가 공유할 것”이라고 찬사를 표했다.앞서 지난 4일 치러진 하원 총선은 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5일 오전 11시까지 총 650석 중 648석에 대한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노동당은 지난 2019년 총선 대비 214표 급증한 41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보수당은 직전 총선 대비 251석이나 줄어든 1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1934년 창당 이후 190년만의 최악의 성적이다. 수낵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를 간신히 지켰으나 그랜트 섑스 국방장관과 알렉스 초크 법무장관, ‘역대 최단명 총리’로 기록된 리즈 트러스 전 총리 등 거물들이 줄줄이 쓴맛을 봤다.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은 유럽 금융위기와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와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 14년간의 파동을 겪었다. 고물가와 공공 서비스 악화, 이민자의 유입 증가 등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민심을 잃어갔다. 특히 팬데믹 당시 보리슨 존슨 전 총리가 총리 공관 등에서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파티게이트’는 영국 국민들이 보수당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구원투수’로 나선 트러스 전 총리는 인플레이션이 극심한데도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펴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혼란을 일으킨 뒤 49일만에 물러나며 국민들의 환멸을 샀다. 14년만의 노동당 재집권 “변화는 지금 시작” 14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승리 연설에서 “변화는 지금 시작된다”면서 “우리는 혼돈을 끝내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넘기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 오늘 우리는 다음 장을 시작하며, 변화와 국가를 일신하고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 클럽서 낯선 男과 키스한 20대女 헛구역질 한 달… ‘키스병’ 뭐길래

    클럽서 낯선 男과 키스한 20대女 헛구역질 한 달… ‘키스병’ 뭐길래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키스한 뒤 병에 걸려 대학 졸업식을 망쳤다는 20대 영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데일리메일, 더선 등 현지 매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최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한 대학에서 저널리즘 학위를 받은 네브 맥레이비(22)가 친구들과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클럽에 갔다 병에 걸린 일화를 전했다. 맥레이비는 당시 클럽에서 한 남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추다 키스까지 하게 됐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목이 아픈 것을 느꼈지만 평소 편도염이 잘 걸리는 편이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가 더 지나자 증상이 악화해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고 이에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도 항생제 처방만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약 복용 후에도 차도가 없고 갈수록 증상은 악화했다. 고열에 림프절이 붓고 토를 했으며, 땀이 쏟아지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만큼 힘이 빠졌다. 결국 다시 찾은 병원에서 맥레이비는 ‘감염성 단핵구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증상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졸업식엔 참석하지도 못하고 침대와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감염성 단핵구증은 주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해 발생하며 발열, 편도선염, 림프절 비대 등 일련의 증상을 일컫는 진단명이다. 주로 타액을 통해 전염돼 ‘키스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키스뿐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매개 감염을 통해서도 전파되기도 한다. 성인이 될 때쯤이면 대개 혈액에서 EBV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생 동안 EBV에 감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이 질환은 청소년이나 성인 초에 진단된다. 처음에는 무기력감이나 쇠약감, 식욕 상실, 고열,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인후통, 발열, 이하선 부종 등도 나타난다. 편도가 심하게 붓거나 점액이 낄 수 있고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의 림프절의 통증과 부종 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드물게는 얼굴이나 몸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칫 급성 편도염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잘못된 치료 방법으로 피부발진 같은 합병증이나 비장비대로 인한 파열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면 저절로 호전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 박명수, 자녀 성적 고민에…“부모 DNA 따라가는 것”

    박명수, 자녀 성적 고민에…“부모 DNA 따라가는 것”

    박명수가 자녀의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청취자에게 조언을 건넸다. 24일 방송된 KBS Cool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는 DJ 박명수가 등장해 청취자들과 소통했다. 한 청취자는 “주변에 보험 하는 사람도 유난히 많고, 듣다 보면 다 필요한 것 같다. 보험료가 좀 과하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박명수는 “그렇게 불안하게 살면 단명하니까, 차라리 보험을 깨고 맘 편하게 사는 게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혼 후 ‘결혼이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으나, 주변에서 재혼을 권유한다는 사연에 박명수는 “사실 나도 혼자 사는 것에 대해 강력히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혼자 살 수 있으니,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다”고 했다. 박명수는 ‘아이가 수학을 못 한다’는 한 청취자의 고민에 “나는 국·영·수를 다 못했으니까 할 말이 없다”며 “(아이는 부모) DNA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명수는 2008년 의사 한수민과 결혼해 슬하에 1녀를 뒀다. 앞서 박명수는 라디오에서 “딸의 수학 질문에 아픈 척을 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 거머리로 목 디스크 흡혈 치료?…‘세균 감염’된 中 여성 [여기는 중국]

    거머리로 목 디스크 흡혈 치료?…‘세균 감염’된 中 여성 [여기는 중국]

    한 중국 여성이 동네 보건소에서 살아있는 거머리로 목 디스크 흡혈 치료를 받았다가 세균에 감염되었다. 22일 상관신문(上观新闻)에 따르면 헤이롱장 무단강(牡丹江)에 살고 있는 34세 자이(翟)씨는 6월 초 끔찍한 경험을 했다. 3일 동네 보건소에서 진료를 보러 갔다가 당시 의사의 권유로 거머리 흡혈 치료를 받게 되었다.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는 목 디스크로 인한 어깨 결림, 현기증 등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요법으로 혈액 속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사는 먼저 여성의 목에 거머리를 이용해 구멍을 낸 뒤 피를 짜고 거머리가 빨도록 했다.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의사는 “이 거머리는 정식 실험실에서 가져온 것으로 세균도 없고 살균 소독을 마친 상태”라며 안심시켰다. 반년 동안 갇혀 있었고 반년 동안 굶주린 상태로 매일 물을 갈아주며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설명했지만 막상 거머리는 의료용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혈 기계를 통해 약 200cc의 혈액을 채취한 뒤 오존과 혼합해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요법을 사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메스꺼움 호소했지만 “참아라”라는 답변만 있을 뿐이었다. 모든 치료를 받은 뒤 급격한 피로가 밀려왔고, 40도가 넘는 고열로 쇼크 상태에 이르러 응급실로 실려갔다. 병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3일 감염병 병동에 입원했고 진단명은 발열이었다. 다음날 검사를 위해 채취한 혈청 샘플에서 프로칼시토닌 수치가 0.88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감염이나 염증이 시작된 후 몇 시간 이내에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전신 세균 감염이 의심된다는 소견이다. 보건소 측은 입원 동안 치료비로 사용하라며 8000위안을 지급했지만 담당 의사는 진단 기록을 주지 않았다. 이후 보건소에 연락해 의사와의 소통을 원했지만 진료소로 직접 연락하라며 의사 연락처를 넘겨주지 않아 결국 관할 위생건강위원회에서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여성의 혈액 배양 검사에서는 감염된 세균 종류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거머리로 인한 상처를 토대로 세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치료 효과가 나타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중국에서는 두통 치료를 위해 거머리 여러 마리를 관자놀이에 올려놓고 치료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위생상의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 ‘경기도 어린이 축제’ 개최…“경기아트센터로 오세요”

    ‘경기도 어린이 축제’ 개최…“경기아트센터로 오세요”

    경기아트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는 4일과 5일 양일간 ‘경기도 어린이 축제’를 개최한다. 2일 아트센터는 ‘미래의 주인공’을 주제로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과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축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며 경기아트센터 광장 및 대극장·소극장 등지에서 진행된다. 입장료는 공연을 제외하고 무료이다. 대극장에서는 5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키즈콘서트 ‘플라잉 심포니’가 진행되며, 소극장은 3일부터 경기도극단의 연극 ‘단명소녀 투쟁기’를 공연한다. 두 공연은 미리 예매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각종 레크리에이션 및 야외공연을 진행한다. 이 공연에는 경기도무용단 및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어린이들에게 경기도를 대표하는 예술단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 에어바운스 등의 놀이시설과, 각종 만들기 프로그램 등의 체험활동이 진행된다. 도움관 지하 열린무대에서는 한국도자재단과의 협업으로 진행하는 어린이 도자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아트센터 관계자는“어린이날 주간을 맞아 아트센터의 광장 및 부대시설을 도민과 어린이에게 개방하고, 공연을 포함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보선 참패한 기시다 ‘벼랑 끝’… 집권계획 다시 짜야할 판

    보선 참패한 기시다 ‘벼랑 끝’… 집권계획 다시 짜야할 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지난 28일 치른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전패하면서 내각 운영에 치명상을 입었다. ‘내각 퇴진’ 수준의 낮은 지지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싸늘한 반응까지 확인한 셈이다. 집권 3년차에 큰 위기를 맞은 기시다 총리가 직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될지, 반전의 기회를 찾을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개표 완료 결과 도쿄 15구, 나가사키 3구, 시마네 1구 등 모두 3곳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전부 승리했다. 보궐선거가 치러진 곳은 단 3곳뿐이지만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는 컸다. 지난해 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로 자민당의 대처가 잘됐는지를 평가하는 자리인 까닭이다. 자민당이 3석 모두 입헌민주당에 내주면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당은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에는 아예 후보조차 내지 않았다. 대신 ‘보수 왕국’이라 불리는 시마네 1구에만 후보를 내며 수성하는 데 집중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곳을 두 번이나 찾아 유세했고, 지역 당원에게 직접 전화해 “어떻게든 이기게 도와 달라”는 읍소까지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절박하게 움직였는데도 시마네 1구 자민당 후보는 입헌민주당 후보에게 17.6% 포인트 차로 대패했다. 풍전등화 상태인 기시다 총리는 집권 계획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민당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신을 선거에서 확인한 만큼 6월 국회 종료 이전에 중의원 해산 후 조기 총선을 선택하는 건 어려워졌다. 대신 감세 정책 등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일으킨 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주 일본 최대 휴일 기간인 ‘골든 위크’를 맞아 다음달 1~6일 프랑스와 브라질, 파라과이 등을 방문해 그의 특기인 외교로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요미우리신문은 “6월 시작되는 감세 정책의 임금 인상 효과 등으로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비자금 방지책인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이 완료돼 내각 지지율이 일정 정도 회복되면 기시다 총리가 승부수(중의원 해산)를 띄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텃밭에서조차 참패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스가 전 총리처럼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가 전 총리는 2021년 보궐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임기 1년의 단명 총리가 됐다. 기시다 총리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면 그도 전임의 뒤를 이을 수 있다. 다만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등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이들은 많아도 유력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당내 ‘기시다 끌어내리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내분 중이라고 여겨지는 게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도 있어 그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은 자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NHK도 “(주요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책임론이라기보다는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완료가 우선이라 보는 분위기로, 당분간 (기시다 총리가) 정책 과제를 우선하려 한다”며 “기시다 총리는 당내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며 차기 총재 선거와 중의원 해산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다우’ 사명만 갖고 창업… 증권가에 벤처 씨앗, 재계 51위로 ‘키움’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다우’ 사명만 갖고 창업… 증권가에 벤처 씨앗, 재계 51위로 ‘키움’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업종도 정하지 않고 개업식 일화약속대로 10년 뒤 유가증권 상장다우기술, 한글화 작업으로 수익키움증권으로 온라인 시장 개척“광고보다 낫다” 야구단 6년 후원내년 초대형 IB 진출 재도전 목표 “제가 오늘 여러분 앞에서 약속하겠습니다. 다우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회사로 만들어 앞으로 10년 후에 기업공개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생각을 크게 갖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다같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갑시다.” 1986년 1월 청평댐 하류의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경기 가평 화야산 정상에서 등산복 차림의 청년 기업인 김익래(당시 36)는 10여명의 직원과 함께 개업식을 겸해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내며 호언장담했다. 당시엔 ‘세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뜻을 담아 ‘다우’(多佑)라는 사명만 정했을 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업종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10여년 뒤인 1997년 8월, 그는 다우기술을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며 약속을 지켜 냈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명단에 새롭게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 기준 재계 51위에 이름을 올린 다우키움그룹은 이렇게 출발했다. 국내 ‘원조 벤처기업인’으로 꼽히는 김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1950년 12월 16일 강원 강릉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경복고,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한 문과 어문계열 출신이다. 국내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인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스펙이다. 부인 이경애(69)씨와는 누나의 소개로 만나 1남 2녀를 뒀다. 대범하면서도 소신이 강한 성격이라는 평이다. 1976년 한국IBM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홍콩 출장길에서 만난 IBM 극동지역본부 사장의 “IBM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번 돈을 전부 본사로 가져가고 한국IBM이나 한국 발전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직언했다가 본사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퇴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IBM 퇴사 후인 1981년 1월 이범천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국내 1호’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큐닉스를 공동 창업한 데 이어 큐닉스 동료들과 함께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다우기술을 설립했다. 다우기술은 유닉스 한글화 프로젝트를 계기로 외국 유명 소프트웨어의 한글화 작업으로 수익을 냈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한국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던 현대전자의 고 정몽헌 회장을 직접 찾아가 6개월 안에 유닉스 한글버전을 만들겠다고 설득해 4억 8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1992년 IT서비스기업 다우데이타 설립을 시작으로 사세를 확장, 소프트웨어 개발툴 유통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즈음에 1994년 정부가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에 나서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를 견뎌낸 직후인 2000년 1월 “벤처 DNA를 증권업계에 심겠다”는 포부로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김범석 팀장을 초대 사장으로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을 설립했다. 주식 거래도 온라인으로 하는 시대가 올 것을 예상해 온라인 증권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영업점이 없다는 점을 활용해 저가의 수수료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2005년부터 19년째 주식위탁매매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2006년 이름에서 닷컴을 떼어 내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고, 2009년에는 코스피에 상장했다. 2022년 4월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 중 금융위원회의 지정을 받은 곳이다. 같은 해 7월에는 다우키움그룹이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고 2개 이상 금융업을 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2016년에는 우리은행 지분(4%) 인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8년 프로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의 구단명을 ‘키움 히어로즈’로 명명하는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6년째 키움 히어로즈를 후원하고 있다. 연간 스폰서 금액은 약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한국프로야구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MLB)까지 섭렵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해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컸다는 후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2군 선수들 이름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증권업계 최초로 야구장 펜스 광고를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야구단 스폰서십 체결은 개인적인 관심보단 비즈니스적인 입장에서 접근했다. 당시 키움증권은 약 60억원을 들여 6개월간 TV 광고를 진행했는데, 비슷한 금액을 들이면 야구단을 후원하는 쪽이 훨씬 큰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수차례 타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인터넷은행 직접 진출을 검토했다가 은산분리 정책에 발목이 잡혔고, 2019년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했지만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지난해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 의지를 다졌으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과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금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김 전 회장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해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배 한도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서 초대형 IB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증권 등 5곳이다. 키움증권 측은 내년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목표다.
  • “2m·230㎏ 레전드” 최홍만과 붙었던 스모선수…54세로 사망

    “2m·230㎏ 레전드” 최홍만과 붙었던 스모선수…54세로 사망

    일본 스모선수 아케보노가 최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국내에선 최홍만과 맞붙었던 상대로 알려져 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케보노는 일본 도쿄 지역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미국 하와이 출신으로 학창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하다 스모로 전향했다. 아케보노는 신장 2m 3㎝에 230㎏인 신체 조건으로 일본 스모계를 접수했다. 1993년 외국인 선수 최초로 요코즈나(스모의 프로 리그인 오즈모의 역사 서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위. 우리나라의 천하장사 격)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이후 2003년엔 K-1 선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산 전적은 1승 9패로 격투기에서 그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격투기 선수로 활동한 당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과 붙어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당시 아케보노와 최홍만의 경기는 일본 스모 요코즈나와 천하장사의 빅매치로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은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쳤고, 모두 최홍만이 이겼다. 이후 종합격투기 무대에도 도전장을 냈으나 4전 4패에 그쳤다.AP통신에 따르면 2017년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아케보노는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모계의 거인이자 자랑스러운 하와이인, 아케보노의 사망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추모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역대 72명의 요코즈나 가운데 메이지 시대(1868~1912년) 이후 출생자는 55명이었다. 이 중 2019년 55세로 사망한 제60대 요코즈나 후타하구로를 포함해 이미 사망한 요코즈나 39명의 평균 수명은 58.5세였다. 81.4세인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보다 23년 짧다. 하지만 모든 스모선수가 단명하는 것은 아니다. 1845년생인 제15대 요코즈나 우메가타니가 83세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정확한 기록 추적이 가능한 메이지 시대 이후 출생한 요코즈나 가운데 최장수 기록은 2010년 사망한 와카노하나의 82세 8개월 기록이다.
  • “젊음 유지돼”…111세 세계 최고령 男, 매주 꼭 먹는 ‘최애’ 음식은

    “젊음 유지돼”…111세 세계 최고령 男, 매주 꼭 먹는 ‘최애’ 음식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 남성인 111세 영국인이 장수 비결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912년 8월 영국 북서부 리버풀에서 태어나 현재 나이가 111세 223일인 존 티니스우드는 기네스세계기록(GWR)에 살아있는 최고령 남성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후안 비센테 페레스 모라가 지난 2일 11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타이틀을 물려받았다. 티니스우드는 장수 비결을 묻자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장수하거나 단명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답했다. 티니스우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식단은 없다면서도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곁들이는 영국 요리인 ‘피시 앤드 칩스’를 가장 좋아해 금요일마다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미러와 한 인터뷰에서도 “다음에 언제 피시 앤드 칩스를 먹으러 갈까 기다리면서 젊음이 유지된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그는 ‘절제’가 건강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티니스우드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두 차례 만났고, 지난해 생일에는 찰스 3세 부부로부터 생일 카드를 받기도 했다. 회계사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현재 요양원에서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상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타인의 도움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고, 뉴스를 따라잡기 위해 라디오를 들으며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 손주 4명과 증손주 3명을 두고 있다. 티니스우드는 젊은 세대를 향해 “무언가를 배우든 누군가를 가르치든 항상 최선을 다하라”며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최고령 남성은 일본인 기무라 지로에몬으로 116세 54일까지 살았다. 성별과 무관하게 현존하는 최고령자는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니아스 모레라(117세·여)다. 지난달 4일 117번째 생일을 맞은 마리아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사진과 함께 “노년은 일종의 성찬”이라는 글을 올렸다.
  • “마지막까지 합의 기대했는데 허망”… 의정 파국 우려에 중증환자는 절망

    “마지막까지 합의 기대했는데 허망”… 의정 파국 우려에 중증환자는 절망

    “우린 앞으로 어디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할까요.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어떤 질환인지도 자세히 몰라요.” 이른바 수도권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과 연계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줄사직’을 예고하면서 환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특히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의대별 정원 배분 결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2000명 증원을 확정해 의정 대화의 불씨가 꺼지자 중증·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은 더 큰 절망에 빠졌다. 난도가 높은 치료 특성상 상급종합병원에 의존하던 이들은 빅5 병원 교수들까지 이탈하면 의료재앙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빅5 병원 교수들이 단체로 사직서를 낸다는 것은 중증 질환자들을 포기한다는 뜻”이라며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동네 병원에서 항암제를 구할 수도 없는데 앞으로 어떡하냐’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환자들은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날 때부터 마음 졸이며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다렸지만, 대형병원 교수들까지 환자 목숨을 볼모로 잡는 것 같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김재학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희귀질환은 전공의보다 교수가 진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공의 집단행동 때는 피해가 적었다”면서 “하지만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마지막 통로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난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명과 치료를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결국 찾아간 곳이 빅5 대형병원”이라며 “일반 병원에서는 우리 질환에 대해 잘 모른다. 정부가 2차 병원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진료받기엔 여건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양성동 대한파킨슨병협회장은 “의료대란 사태 이전에도 파킨슨 관련 의사가 부족해 치료받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남아 있는 교수들까지 이탈하게 되면 우리 환자들이 겪는 피해는 훨씬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어 “극적 합의를 기대했는데 허망하다”면서 “이제는 의료대란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라고 했다.
  • 말기 암·요양병원 환자도…임종 맞으려고 ‘응급실’ 찾는 한국[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1>]

    말기 암·요양병원 환자도…임종 맞으려고 ‘응급실’ 찾는 한국[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1>]

    지난달 23일 80대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도 협진을 요청하던 중 숨을 거뒀다. 두 환자 모두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였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대란과 무관한 죽음이라고 밝혔지만, 만성 중증질환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가 왜 소생을 위해 응급 처치를 받는 응급실로 갔는지 의문으로 남았다. 응급실은 존엄한 임종을 맞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게다가 임종 환자까지 몰리면 촌각을 다투는 중증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말기 환자 ‘응급실 임종’의 배경으로 호스피스 진료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간적 죽음을 맞길 원하지만, 실상은 10명 중 7명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한다. 1년에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8만명이 넘지만 전국 호스피스 병상 수는 1600개에 불과하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4일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호스피스 진료를 사실상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부족뿐만 아니라 사망 진단과 시신 운구, 보험 문제도 있다. 집에서 숨지면 변사자로 처리되기 때문에 경찰 신고 후 병원에서 의사의 사망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말기 환자가 임종이 임박해 응급실에 간다. 대전 80대 환자 역시 가정 호스피스 진료를 받고 있었지만 상태가 악화하자 응급실에서 임종했다. 요양병원 환자 상당수도 임종을 앞두고 응급실을 찾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요양병원도 제대로 조치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임종을 맞기 전 말기 환자를 큰 병원 응급실로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금 문제도 걸려 있다. 이 교수는 “노화가 아니라 4대 중증질환, 심근경색 등 특정 질병으로 사망하면 보험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에게 특정 진단명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있다”며 “이런 진단서는 응급실에서만 떼주기 때문에 임종 전 환자를 모시고 응급실로 온다. 응급실에서도 보험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핑하다 ‘하반신 마비’된 의사…하루아침에 휠체어 타게 된 사연

    서핑하다 ‘하반신 마비’된 의사…하루아침에 휠체어 타게 된 사연

    한 치과의사가 서핑을 하다 하반신 마비가 된 사연을 전하면서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일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원샷한솔’ 채널에는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된 이유와 생각보다 너무 위험한 이 행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영상에는 휠체어를 타고 치과 진료를 하는 치과의사 김보현씨가 출연해 “진료를 마치고 퇴근했다가 다음 날 응급실에 환자로 들어왔다”며 하반신 마비가 된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토요일 진료를 마친 뒤 친구들과 강원도 양양에 서핑을 하러 갔다. 당시 김씨는 처음 해보는 서핑이었는데, 늦게 도착해 준비운동을 잘 하지 않고 합류했다고 한다. 서핑 전에는 서핑 보드 위에 엎드린 채로 원하는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목표지점까지 끊임없이 팔을 젓는 동작인 ‘패들링’을 한다. 이후 파도를 탈 때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접는 동작을 반복한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허리에 있는 혈관에 충격이 갔다고 한다. 그는 “혈관이 충격을 받아서 부으면 좁아지면서 혈액 공급이 안 된다. 그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서 신경들이 다 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 안에 있을 때는 부력 때문에 몰랐다가 백사장에 오니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며 “강습업체도 모르니까 ‘쉬면 괜찮아진다’고 했는데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김씨는 신경과에 있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는데,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119구급대를 불렀지만 이미 그때부터 혈액이 점점 공급되지 않아 발끝에서부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올라왔다. 김씨의 진단명은 ‘파도타기 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이었다. 서핑하다 생기는 신경병증으로, 국내에서는 발병사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신경과학회지에 따르면 주로 하와이 등 태평양 일대 휴양지에서 여러 사례가 보고됐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해 강습업체는 알지도 못했고, 응급실에서도 잘 모르더라”라며 “아프면 그만둬도 됐었는데 강사분도 ‘원래 처음에 그렇다’고 해서 계속 열심히 했다. 시키는 거 열심히 했는데 마비가 왔다”고 전했다. 그는 영상 출연 결심에 대해 “요즘 서핑 많이 가지 않냐. 제 얘기를 듣고 한 명이라도 마비 사고를 겪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논문을 다 찾아본 결과 서핑을 처음 가는 남자들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남성분이든 여성분이든 충분한 준비운동이 안 됐을 때 이런 증상이 오면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서핑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런 위험성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 “문제아라 불린 내 아이… 편견에 갇혀 ADHD 진단받기 주저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문제아라 불린 내 아이… 편견에 갇혀 ADHD 진단받기 주저했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ADHD 자녀 둔 엄마들의 이야기 ‘280조원’ 정부가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15년간 쏟아부은 돈이다. 매해 떨어지는 출산율을 붙잡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가운데 정작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돌볼 방법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뤄졌다. 그러는 사이 F코드(정신과적 질병코드) 진단을 받은 국내 아동·청소년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엄마들은 “F코드를 받은 아이를 ‘아픈 아이’가 아니라 ‘나쁜 아이’ 취급하는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태어날 아이를 늘릴 걱정만큼 태어난 아이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정서·행동 문제가 있는 가정의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해 정신 및 행동 장애의 일종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세모’(별난 아이)와 ‘터틀이’(느린 아이)라고 부르는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진단받고 나서 거의 죽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키울지 막막했어요. 교사일 때 ‘문제아’라고 불리는 애들을 보면서 부모 탓을 한 적도 있는데, ADHD 아들을 키워 보니 부모를 탓하는 게 얼마나 잔인한 건지 알겠더라고요.” 12년차 중등 교사이자 초등학교 3학년 ADHD 아들을 둔 엄마인 이정민(35·가명)씨는 지난달 서울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ADHD가 됨으로써 갑자기 제가 주류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ADHD라면 집중력이 낮아 성적이 안 좋고, 과잉행동 때문에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강한데, 공부를 못하고 인기도 없다는 건 한국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교직 생활에서 만났던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의 부모를 탓했던 과거를 후회한다고도 말했다.교육 전문가라고 자부해 왔지만 아들의 ADHD 증상을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역시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들이 다섯 살 때부터 어린이집에서 과잉행동을 자제하지 못해 힘들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자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너무 예민하다’고만 생각했다. 이듬해 야외활동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들이 일곱 살이 된 해, 새학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으로부터 또다시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전화를 받았다. 의심이 확신이 되자 이씨는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고 ADHD라는 진단명을 손에 쥐었다. 선생님의 첫 권유부터 병원에 가기까지 2년이나 걸린 셈인데, 교사조차 자신의 자녀의 정서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긴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 마침내 병원에 갔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편견이다. 이씨는 “진단받기까지도 힘들었는데 가족들의 편견하고도 싸워야 한다는 게 힘들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애를 정신과까지 데려갔어야 했냐’, ‘네가 긁어부스럼 만드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주변의 이런 반응을 겪은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아이의 정서·행동 장애 진단 사실을 밝히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서울신문이 ADHD 자녀를 둔 학부모 21명을 대상으로 ‘담임 교사에게 자녀의 ADHD 사실을 밝혔느냐’고 물었을 때 절반 이상(12명)이 ‘아니요’라고 답했다. 응답자 등 대부분은 교사가 색안경을 끼고 자신의 자녀를 바라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답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교사의 관찰을 ADHD 진단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권장하는 나라도 있다. 교사야말로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보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교사가 ADHD 진단을 추천하면 진료비를 깎아 주는 제도가 있다. 2012년쯤 이 나라에 살았던 김재윤 위드인넷 대표는 “유럽의 의료비는 비싸지만 ADHD 검사의 경우 교사 추천서를 지참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수도권으로의 의료 인프라 쏠림도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적기 치료를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다. 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이씨는 “저희 지역엔 소아정신과가 아예 없다”며 “근처에 있는 다른 도시로 갔는데 그마저도 소아정신과가 아니라 성인들이 가는 정신건강의학과였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 있는 유명한 병원의 초진 예약은 1~2년 대기가 기본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국의 교육제도가 정서·행동 위기학생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교육시스템 속에선 이들이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과목마다 교사가 바뀌는 중·고등학교에선 수업에 더욱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중3 ADHD 아들을 둔 김모(50)씨는 “과목 수가 많아지는 고등학교 입학이 벌써 두렵다”면서 “마감 기한이 있는 수행평가나 팀프로젝트에 굉장히 취약한 애들이라 수시는 이미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미국의 경우 ADHD를 진단받은 학생이 대입자격시험(SAT)을 볼 때 추가 시간을 주거나 진단서를 제출할 경우 별도의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해 주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별도의 지원책이 없다.
  • [세종로의 아침] 대표팀과 K리그

    [세종로의 아침] 대표팀과 K리그

    ‘부탁 말씀 덧붙입니다. 무대에서 진행되는 K리그 미디어데이 본행사에선 축구 국가대표팀 관련 질문을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막 분위기 고조와 올 시즌 리그 흥행 등 긍정적인 이슈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활력이 넘쳐야 할 프로축구 K리그가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문제에 얽혀 뒤숭숭한 분위기다. 새 시즌 개막을 나흘 앞두고 26일 마련한 미디어데이를 취재진에게 공지하며 K리그 관련 이슈에 집중해 달라고 이례적으로 읍소할 정도다.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여파가 K리그도 흔들고 있다.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현직 K리그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재계약 첫해, 팀을 바꿔 새 팀 지휘봉을 잡은 첫해, 수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첫해 등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는 감독들이 세평에 오르내린다. 겨우내 팀 조직력을 가다듬고 새 시즌 방향을 맞춰 놓았을 텐데 개막하자마자 선장이 중도에 하차하게 되면 팀은 물론 K리그에도 타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닐 터다. 그래서 ‘만만한 K리그가 또 희생해야 하냐’며 축구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축구협회가 있는 축구회관에 항의 문구가 적힌 화환이 배달되고, 트럭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내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시즌 중에 있거나 시즌을 마쳤더라도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K리그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프로팀 감독을 하다가 대표팀 감독을 하면 발탁 또는 영전으로 여기던 시기가 있었으나 언젠가부터는 그리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가장 논란이 컸던 ‘현직 K리그 감독 빼가기’는 2007년 여름 있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함께 맡던 핌 베어벡 감독이 사퇴하자 대한축구협회는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앞둔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 박성화 감독을 앉혔다. 박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은 지 보름 남짓 만의 일이라 파장이 일었다. K리그 사령탑 최단명의 역사를 쓴 박 감독은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조별리그에서 쓴잔을 들이켜고 말았다. 부산은 내상이 컸다. 창단 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2010년에야 재진입할 수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과정도 ‘빼가기’ 논란으로 얼룩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직후인 2010년 7월 시즌 중이던 조광래 경남FC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발한 대한축구협회는 이듬해 12월 아시아 3차 예선 1경기를 남겨 놓고 조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후임으로 앉혔다. 고사를 거듭하다 대표팀을 떠맡은 최 감독은 자신의 임기를 월드컵 최종예선 종료까지로 선을 그었다. 결국 본선은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으나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조별리그 최하위로 탈락하며 2002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 감독의 지휘 아래 2009년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2011년 다시 정상을 밟았던 전북은 1년 반 만에 최 감독이 복귀한 뒤 그 이듬해에야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 규정’을 보면 국내 감독이나 코치가 각급 대표팀 지도자로 선임될 경우 소속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협의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3월 A매치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는 것으로 선회하며 시간을 번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최종 선택이 K리그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홍지민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안보 지형 닮은 韓·대만… 주주친화 정책에 증시 성적표 엇갈렸다 [경제의 창]

    안보 지형 닮은 韓·대만… 주주친화 정책에 증시 성적표 엇갈렸다 [경제의 창]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과 비교 대상이 되는 나라가 대만이다. 지리적으로도 동아시아에 있는 두 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경쟁하듯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나란히 3만 달러 초반에 걸려있다. 반도체 등 국가 경제에서 특정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TSMC는 대만 자취안지수에서 약 24%를 차지한다. 심지어 두 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닮았다. 잊을 만하면 머리 위로 미사일 쏴대며 전쟁을 외치는 이웃(중국과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도 신기하리만큼 닮았다. 반도체 수출 비중·GDP 규모 비슷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유사하지만 글로벌 투자 지표·증시 흐름 희비 그런 대만 증시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 15일 대만 자취안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3% 오른 1만 8644.57로 거래를 마감해 2022년 1월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1만 8526.35)를 2년여 만에 넘어섰다.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만도 아니다. 대만 전체 상장사의 시가 총액은 이미 2022년 한국을 넘어섰다. 향후 대만 증시 전망도 밝다. 글로벌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에서 대만은 15.89로 신흥시장 24곳 가운데 3위다. 해당 지표는 향후 12개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역사상 최고점은커녕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MSCI 선행 PER도 10.20으로 대만은 물론 인도네시아·필리핀·페루 등 경제 규모가 더 작은 개발도상국에도 밀린 13위에 그쳤다. 정치와 경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닮은 우리나라와 대만의 증시 흐름을 갈라놓은 건 무엇이었을까. 서울신문은 19일 대만 현지 전문가와 글로벌 투자자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했다. “외국 투자자가 투자처를 고르는 주요인은 결국 ‘총수익’입니다. 즉 다 합쳐 얼마를 버느냐는 것인데 여기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은 물론 배당이익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글로벌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위베르 드 바로체스 수석연구원의 평가는 간단명료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 눈에는 한국은 대만에 비해 자본이익도 배당도 떨어져 돈을 벌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평균 주가 상승률에서 한국은 대만에 한참 뒤처졌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한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3.6%로 대만(12.3%)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12.0%), 유럽(4.7%)은 물론 중국(4.5%·상위 300대 기업으로 구성된 CSI300 기준)에도 밀렸다. 배당 역시 한국은 ‘짠물’ 수준이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코스피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 비율)이 2.2%에 그쳤을 때도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5%의 배당수익률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심지어 배당을 늘리는 속도도 더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대만은 최근 4년(2018~2022년) 동안 총배당금을 2.6배 늘렸지만 우리나라는 1.4배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중국(2.4배)과 인도(1.8배)보다도 상승 폭이 떨어졌다. ‘해외 자본 유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만 정부는 기업들에게 배당을 대폭 늘리도록 하고 있다.韓증시, 자본이익 등 한참 뒤처져“배당을 오너가 재산 뺏기로 인식”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도 하락 모하마드 하산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이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낮은 배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우려의 대상”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한국기업들은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변동성이 크거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배당을 정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배당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이면에는 지배주주 오너가 위주의 거버넌스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적은 지분만으로 기업을 장악한 사주들이 본인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적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배당 늘리는 걸 가로막고, 대신 사내에 현금만 차곡차곡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이동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금 지급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너가의 재산을 빼앗는 것처럼 잘못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0년 전 대만은 한국처럼 기업의 족벌 경영, 불투명한 재무 구조, 과도한 순환 출자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이어 2000년에도 연거푸 경제 위기를 겪으며 심지어 “대만은 아시아의 용 아닌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대만 정부는 재도약을 위해 주주 보호를 목표로 대대적인 제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대만의 ‘투자자보호법’과 ‘증권 및 선물 투자자 보호센터’(SFIPC)다. SFIPC는 특정 기업이 회사법이나 증권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20명 이상 일반주주를 대신해 해당 이사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한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투자자를 모아 중재자 역할은 물론 집단 보상을 요구하며 민사소송도 내준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 20년간 개미 투자자 18만명에게 총 75억 대만달러(3188억원)에 달하는 피해 보상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금융사고 예방할 제도 재정비 엄격한 투자자보호법·사외이사제 주주 이익 막는 ‘쪼개기 상장’ 억제 SFIPC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기업들의 행위도 막는다.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동시상장) 등이다. 린지엔중 대만 국립양명교통대 과학기술법률대학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도 한국처럼 쪼개기 상장과 비슷한 사례가 이따금 발생한다”면서 “다만 이런 일이 생기면 SFIPC가 개인 주주를 대신해 민사 소송에 즉각 나서는 등 기업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다. 덕분에 쪼개기 상장과 같은 주주 이익 침해 사례가 어느 정도 억제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대만은 2007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1998년 사외이사제를 본격 도입한 한국보다 9년 늦게 시작했지만, ‘회사를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사외이사제의 본래 취지는 우리나라보다 단단하다. 대만 회사법 193조에는 “이사회 결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참여한 (사외)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다만 반대 의견이 기록되거나 서면으로 표현된 이사는 책임이 면제된다”는 규정을 뒀다. 린 교수는 “대만의 규제 기관은 소액주주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압력을 가해왔다. 현재 대만 대부분 기업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3분의 1에서 최대 2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최근 인수합병법 12조를 바꿔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공정 가격’에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소액주주 주식 가격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평가하고 있다. 인수 합병과정에서 통상 ‘프리미엄’이 붙는 대주주 주식보다 일반주주 주식을 값싸게 평가해 차별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미들을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먼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2022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가 아닌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개정했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개미들이 소송을 제기할 근거를 마련했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사실상 폐기됐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재계의 거센 반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로 넘겨진 뒤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韓개미 권익 보호책 마련 하세월 재계반대 부딪쳐 논의 없이 폐기소액주주 피해 봐도 소송 어려워 그사이 중국도 지난해 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중국은 기존 회사법에 228개 조항을 추가하고 수정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는 국내 상법엔 없는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법은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가 없다. 단적으로 회사에만 손해가 없으면 개별 주주는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 어렵다”면서 “변화가 없다면 한국은 중국보다도 후진적인 법과 제도를 가진 국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 [경제의 창]‘닮은 꼴’ 대만과 엇갈린 韓증시…주주친화 배당·법이 승패 갈랐다

    [경제의 창]‘닮은 꼴’ 대만과 엇갈린 韓증시…주주친화 배당·법이 승패 갈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과 비교 대상이 되는 나라가 대만이다. 지리적으로도 동아시아에 위치한 두 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경쟁하듯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나란히 3만 달러 초반에 걸려있다. 반도체 등 국가경제에서 특정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TSMC는 대만 자취안지수에서 약 24%를 차지한다. 심지어 두 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닮았다. 잊을 만하면 머리 위로 미사일을 쏴대며 전쟁을 외치는 이웃(중국과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도 신기하리만큼 닮았다. 그런 대만 증시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 15일 대만 자취안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3% 오른 1만 8644.57로 거래를 마감해 2022년 1월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1만 8526.35)를 2년여 만에 넘어섰다.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만도 아니다. 대만 전체 상장사의 시가 총액은 이미 2022년 한국을 넘어섰다. 향후 대만 증시 전망도 밝다. 글로벌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에서 대만은 15.89로 신흥시장 24곳 가운데 3위다. 해당 지표는 향후 12개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역사상 최고점은커녕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MSCI 선행 PER도 10.20으로 대만은 물론 인도네시아·필리핀·페루 등 경제 규모가 더 작은 개발도상국에도 밀린 13위에 그쳤다. 정치와 경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닮은 우리나라와 대만의 증시 흐름을 갈라놓은 건 무엇이었을까. 서울신문은 19일 대만 현지 전문가와 글로벌 투자자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했다.외국인 투자 결정짓는 배당…한국 1.4배 늘릴 때 대만은 2.6배 “외국 투자자가 투자처를 고르는 주요인은 결국 ‘총수익’입니다. 즉 다 합쳐 얼마를 버느냐는 것인데 여기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은 물론 배당이익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글로벌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위베르 드 바로체스 수석연구원의 평가는 간단명료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 눈에는 한국은 대만에 비해 자본이익도 배당도 떨어져 돈을 벌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평균 주가 상승률에서 한국은 대만에 한참 뒤처졌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한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3.6%로 대만(12.3%)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12.0%), 유럽(4.7%)은 물론 중국(4.5%·상위 300대 기업으로 구성된 CSI300 기준)에도 밀렸다. 배당 역시 한국은 ‘짠물’ 수준이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코스피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 비율)이 2.2%에 그쳤을 때도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5%의 배당수익률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심지어 배당을 늘리는 속도도 더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대만은 최근 4년(2018~2022년) 동안 총배당금을 2.6배 늘렸지만 우리나라는 1.4배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중국(2.4배)과 인도(1.8배)보다도 상승 폭이 떨어졌다. ‘해외 자본 유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만 정부는 기업들에게 배당을 대폭 늘리도록 하고있다. 모하마드 하산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이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낮은 배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우려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한국기업들은 배당 자체를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변동성이 크거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배당을 정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배당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이면에는 지배주주 오너가 위주의 거버넌스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적은 지분만으로 기업을 장악한 오너가들이 본인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적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배당 늘리는 걸 가로막고, 대신 사내에 현금만 차곡차곡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이동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금 지급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너가의 재산을 빼앗는 것처럼 잘못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다시 꼬리를 물고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산 이사는 “한국 대기업을 지배하는 오너가로 인해 정작 일반주주들은 (배당 등의 이익 배분에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우려가 있다”고 털어놨다.금융위기 겪은 대만의 절치부심…‘주주 보호’ 제도 개혁 드라이브 “언제부턴가 국제사회서 대만은 ‘아시아의 용’ 아닌 ‘종이 호랑이’로 불린다.” ‘종이호랑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대만 현지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던 자조 섞인 문구다. 종이호랑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1990년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였다. 다만 대만은 국제 사회의 비아냥을 흘려듣지 않았다. 이후 정부와 학계는 머리를 맞대고 자국 기업 발전과 증시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원인 찾기에 나섰고, ‘부적절한 기업 거버넌스’를 지목했다. 20년 전 대만은 한국처럼 기업의 족벌 경영, 불투명한 재무 구조, 과도한 순환 출자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2003년 이후 대만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반주주 보호를 목표로 대대적인 제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만의 ‘투자자보호법’과 ‘증권 및 선물 투자자 보호센터’(SFIPC)다. SFIPC는 특정 기업이 회사법이나 증권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20명 이상 일반주주를 대신해 해당 이사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한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투자자를 모아 중재자 역할은 물론 집단 보상을 요구하며 민사소송도 내준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 20년간 개미 투자자 18만명에게 총 75억 대만달러(3188억원)에 달하는 피해 보상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FIPC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기업들의 행위도 막는다.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동시상장) 등이다. 린지엔중 대만 국립양명교통대 과학기술법률대학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도 한국처럼 쪼개기 상장과 비슷한 사례가 이따금 발생한다”면서 “다만 이런 일이 생기면 SFIPC가 개인 주주를 대신해 민사 소송에 즉각 나서는 등 기업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다. 덕분에 쪼개기 상장과 같은 주주 이익 침해 사례가 어느 정도 억제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대만은 2007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1998년 사외이사제를 본격 도입한 한국보다 9년 늦게 시작했지만, ‘회사를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사외이사제의 본래 취지는 우리나라보다 단단하다. 대만 회사법 193조에는 “이사회 결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참여한 (사외)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다만 반대 의견이 기록되거나 서면으로 표현된 이사는 책임이 면제된다”는 규정을 뒀다. 린 교수는 “대만의 규제 기관은 소액주주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압력을 가해왔다. 현재 대만 대부분 기업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3분의 1에서 최대 2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최근 인수합병법 12조를 바꿔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공정 가격’에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소액주주 주식 가격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평가하고 있다. 인수 합병과정에서 통상 ‘프리미엄’이 붙는 대주주 주식보다 일반주주 주식을 값싸게 평가해 차별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국내선 주주 보호 법안 폐기 수순…“韓 주식시장 제도, 이제 중국에도 뒤처져” 우리나라에서 개미들을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먼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2022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가 아닌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개정했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개미들이 소송을 제기할 근거를 마련했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사실상 폐기됐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재계의 거센 반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로 넘겨진 뒤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사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중국도 지난해 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은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일반주주를 보호하고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중국은 기존 회사법에서 228개 조항을 추가하고 수정했다. 개정안에는 우리나라가 입법에 실패한 ‘주주 이익’ 보호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실제 제192조에는 “회사 지배주주가 이사들에 ‘회사 또는 주주’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지시한 경우 이사와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적분할 상장처럼 회사에만 손해가 없으면 개별 주주는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 어렵다”며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 제도는 지배주주와 이사 등의 직접 책임을 규정한 중국보다도 후진적으로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 “평범하고, 다양한… 더 많은 여성 서사가 무대 오르길”[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평범하고, 다양한… 더 많은 여성 서사가 무대 오르길”[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호랑이띠 여성 극작가 셋이 뭉쳤다. 그래서 극단명이 ‘호랑이기운’이다. 저마다 사정으로 지금은 이오진(38) 극작가 1인 체제로 움직이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린다’는 원칙이다. 25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오진은 “더 평범하고, 더 다양한 여성의 서사가 더 많이 무대에 올려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내가 나인 것을 싫어했던 순간들. 어쩌면 나의 탓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었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가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계기는 2018년 ‘연극계 미투’다. 직전에 미국에서 촉발됐던 ‘미투 운동’의 여파가 한국의 연극판까지 밀려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이었다. 그런 이오진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킨 건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동료 극작가 김슬기다. 호랑이기운의 멤버이기도 했던 김슬기는 그에게 “(미투의 파도는) 한번 오면 오래 갈 것”이라고 말해 줬다. 이오진은 그해 처음 개최된 ‘페미니즘연극제’에서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라는 작품을 연출하며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일상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넘기는 게 중요하다. 나는 반대다. 현실에서 받은 고통과 충격은 내 안에 남았다가 훗날 극을 쓰는 동력이 된다.” 얼마 전 출간된 이오진의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제철소)에는 그가 14년간 써 왔던 작품이 실렸다. 이오진의 글은 남들이라면 덮어 두고 싶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기꺼이 들추고 관객과 독자가 그것을 직시하게끔 만든다. 여기서 이오진의 시선은 꼭 여성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내가 나이기를 부정당하는’ 모든 존재의 부조리한 상황을 포착하고 무대에 올린다. “춤을 춰서 기아가 사라진다면, 여성혐오 폭력이 사라진다면, 반려동물이 버려지지 않는다면….” 지난해 올린 연극 ‘댄스 네이션’의 한 대사다. 게이 청소년 ‘이레’가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희곡 ‘바람직한 청소년’도 읽다 보면 문득 뭉클해진다. 이오진은 “성별, 장애, 나이 같은 것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지금 이곳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개빻았다’는 천박한(!) 말부터 ‘1도 없다’는 귀여운 유행어도 그의 희곡에서 야무지게 쓰인다. 이오진은 “지금 이 말이 꼭 필요하기에 썼다”며 “연극을 쓰는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시·소설과 연극이 다른 점에 대해 이오진은 “극장에 있는 모든 ‘우리’가 그 순간 눈앞에 있는 것을 함께 보고 믿는 것”이라고 했다. “규칙적인 산책과 단백질 섭취를 통해 건강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제가 상금을 받았으니 연락을 주시면 밥을 사겠습니다.” 지난해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호명된 이오진은 소감을 말하면서 동료들도 살뜰히 챙겼다. 독감의 여파로 인터뷰 내내 잔기침하는 기자에게도 가방에서 ‘배도라지즙’을 꺼내어 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보듬는 태도는 작품에서나 일상에서나 매한가지였다. “연습실에서 혼자 되뇌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관객들이 좋아할 거야!’ 하고 싶은 이야기 정직하게 하면서 살겠다.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의식하지 않으면서.” #이오진 극작가·연극연출가 1986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 브루클린칼리지에서 연극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두산연강예술상(공연부문)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콜타임’ 등이 있다.
  • “더 평범하고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길”[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더 평범하고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길”[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호랑이띠 여성 극작가 셋이 뭉쳤다. 그래서 극단명이 ‘호랑이기운’이다. 저마다 사정으로 지금은 이오진(38) 극작가 1인 체제로 움직이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무대에 올린다’는 원칙이다. 25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오진은 “더 평범하고, 더 다양한 여성의 서사가 무대에 올려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내가 나인 것을 싫어했던 순간들. 어쩌면 나의 탓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었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가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계기는 2018년 ‘연극계 미투’다. 직전에 미국에서 촉발됐던 ‘미투 운동’의 여파가 한국의 연극판까지 밀려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이었다. 그런 이오진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킨 건 지금은 세상을 떠난 동료 극작가 김슬기다. 호랑이기운의 멤버이기도 했던 김슬기는 그에게 “(미투의 파도는) 한 번 오면, 오래 갈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오진은 그해 처음 개최된 ‘페미니즘연극제’에서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라는 작품을 연출하며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일상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넘기는 게 중요하다. 나는 반대다. 현실에서 받은 고통과 충격은 내 안에 남았다가 훗날 극을 쓰는 동력이 된다.” 얼마 전 출간된 이오진의 희곡집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제철소)에는 그가 14년간 써왔던 작품이 실렸다. 이오진의 글은 남들이라면 덮어두고 싶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기꺼이 들추고 관객과 독자가 그것을 직시하게끔 만든다. 여기서 이오진의 시선은 꼭 여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내가 나이기를 부정당하는’ 모든 존재의 부조리한 상황을 포착하고 무대에 올린다. “춤을 춰서 기아가 사라진다면, 여성혐오 폭력이 사라진다면, 반려동물이 버려지지 않는다면….” 지난해 올린 연극 ‘댄스 네이션’의 한 대사다. 게이 청소년 ‘이레’가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희곡 ‘바람직한 청소년’도 읽다 보면 문득 뭉클해진다. 이오진은 “성별, 장애, 나이 같은 것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관객들이 좋아할 거야!” ‘지금 이곳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개빻았다’는 천박한(!) 말부터 ‘1도 없다’는 귀여운 유행어도 그의 희곡에서 야무지게 쓰인다. 이오진은 “지금 이 말이 꼭 필요하기에 썼다”며 “연극을 쓰는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시·소설과 연극이 다른 점에 대해 이오진은 “극장에 있는 모든 ‘우리’가 그 순간 눈앞에 있는 것을 함께 보고 믿는 것”이라고 했다. “규칙적인 산책과 단백질 섭취를 통해 건강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 제가 상금을 받았으니 연락을 주시면 밥을 사겠습니다.” 지난해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호명된 이오진은 소감을 말하면서 동료들도 살뜰히 챙겼다. 독감의 여파로 인터뷰 내내 잔기침하는 기자에게도 가방에서 ‘배도라지즙’을 꺼내어 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보듬는 태도는 작품에서나 일상에서나 매한가지였다. “연습실에서 혼자 되뇌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관객들이 좋아할 거야!’ 하고 싶은 이야기 정직하게 하면서 살겠다.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의식하지 않으면서.”
  • 기내 안전안내, 전자책 출간까지… 현실로 나온 가상인간

    기내 안전안내, 전자책 출간까지… 현실로 나온 가상인간

    가상인간이 기내 안전 안내 영상을 촬영하는가 하면, 전자책을 출간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 인간이 이제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5일 스마일게이트는 메타휴먼 ‘한유아’가 전자책 ‘답장은 우편함에 넣어둘게요 : 메타휴먼 한유아가 사연에 답해드립니다’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전자책 첫번째 장은 AI 기반 한유아가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따스한 격려의 말을 건네는 글이 담겨있다. 두 번째 장 역시 여러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한유아의 감성적이고 위트 넘치는 글이 실려 있다. 출판물에 함께 실린 ‘부적’은 한유아가 생성형 AI프로그램을 활용해 그린 그림들이다. 전날엔 대한항공이 공개한 새 기내 안전 영상에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에프엔씨의 가상인간 ‘리나’와 4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가 승무원, 승객으로 등장한다. 하늘색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리나가 휴대 수하물 보관법, 기내 금연, 비행 중 사용 금지 품목 등 각종 안전 수칙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승객들은 승무원의 시연을 직접 따라해 본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버츄얼 휴먼, 메타 휴먼 등으로 불리는 가상인간이 수천명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셜미디어 팔로워와 팬덤을 보유한 가상인간 인플루언서들을 소개하는 미국 사이트 ‘버추얼휴먼스’엔 현재 196명이 등록돼 있다. 국내에만 150여명의 가상인간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인간은 ‘딥페이크’로 대표되는 AI 기술 등장으로 실제 인간과 흡사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예전엔 3D 툴을 이용해 얼굴을 만들고 대역 모델 몸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제작을 위해 너무 많은 작업이 필요해서 콘텐츠 양에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누가 봐도 3D 그래픽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겉모습의 정교함이 떨어져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상인간 1호로 인정받고 있는 로커스엑스의 ‘로지’도 2020년 탄생 초기엔 영상이 많지 않았다. 딥페이크 기술은 인물의 얼굴이 잘 드러난 고화질 영상들을 AI가 추출해 학습한 뒤, 가상의 얼굴을 실존하는 대역 모델의 얼굴에 프레임 단위로 합성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AI 모델은 인물의 눈, 코, 입 등 신체 부위의 모양과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학습해 얼굴을 합성하는 데에 특화된 모델이다.실존하는 배우나 정치인, 운동선수 등의 딥페이크 영상은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무수히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실물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AI가 생성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체포 장면은 가짜이지만, 실제 상황처럼 현실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가상인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AI 학습을 위해 3D 모델링으로 만든 가상의 얼굴을 수천~수만장 만들어 데이터로 쓰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딘가 어색한 점이 보이곤 한다. 가상 걸그룹 메이브의 경우엔 목소리와 춤을 추는 몸의 동작도 대역을 사용하지 않고 AI가 ‘딥보이스’, ‘바디스캐닝’ 기술로 만들어 낸다. 누가 노래를 불러도 메이브 고유의 목소리로 변환이 가능하다. 모델이 몸에 센서를 달고 춤을 추지 않아도 춤사위를 만들어낸다. 대역 가수, 모델이 바뀌어도 메이브 멤버들의 목소리와 춤이 변하지 않는 셈이다. 가상인간의 최종 목표는 대역 모델 없이 얼굴과 몸의 움직임, 목소리까지 스스로 만들어 내는 100% 가상의 인간이며 기술이 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유아의 경우 생성형 AI를 이용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등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가상인간은 기술적으론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처럼 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생활 리스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가상인간들도 대체로 ‘장수’하지는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열린 ‘비대면 시대’엔 등장 자체만으로 흥미를 끌었지만, 신선함이 떨어졌다.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만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특히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콘텐츠 제작 기간이 최소 2~3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 짧은 영상을 빨리 찍어 빨리 소비하는 ‘숏폼’ 콘텐츠가 유행인 요즘 같은 추세엔 더 맞지 않는다. 2022년 매출 40억원에까지 이르렀던 1세대 가상인간 로지는 최근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로커스엑스 측이 부인하긴 했지만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루머의 원인이다.
  • ‘굴욕’ 웨인 루니, 15경기 만에 경질…버밍엄시티 최단명 사령탑

    ‘굴욕’ 웨인 루니, 15경기 만에 경질…버밍엄시티 최단명 사령탑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버밍엄 시티가 83일 만에 웨인 루니 감독을 경질했다. 버밍엄 시티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루니 감독, 칼 로빈슨 1군 코치와 결별했다”면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루니 감독은 2023~24시즌 초반 경질된 존 유스타스 감독의 바통을 이어 지난해 10월 11일 버밍엄 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2일 리즈 유나이티드에 0-3으로 패한 것까지 포함해 15경기에서 2승4무9패에 그치며 승점 10점을 쌓는 데 그쳤다. 그 사이 전체 24개 팀 가운데 6위였던 순위는 20위(7승7무12패)까지 추락했다. 루니 감독은 132년 역사가 있는 버밍엄 시티에서 최단 기간 사령탑이라는 불명예를 쓰게 됐다. 그러나 2016~17시즌 막판 3경기를 지휘하며 팀을 챔피언십에 잔류시키고 2017~18시즌 10경기 만에 경질된 해리 래드냅 전 감독보다는 2경기를 더 치렀다. 버밍엄 시티는 당분간 스티브 스푸너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루니 감독은 BBC에 “축구는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이고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좌절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16세부터 선수나 감독으로서 프로축구를 뛰어왔다”면서 “이제 다음 기회를 준비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시절 주로 에버턴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며 잉글랜드 최고 공격수로 군림한 루니 감독은 2020~21시즌 더비 카운티(당시 챔피언십)에서 플레잉 코치로 뛰다가 감독 대행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2021~22시즌 더비 카운티 정식 감독이 됐고,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DC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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