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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심부터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부장판사’가 재판한다

    1심부터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부장판사’가 재판한다

    앞으로는 1심 때부터 경험이 풍부한 법관이 재판장을 맡는 등 법원이 좀 더 ‘친절’하게 바뀐다. 대법원이 30일 밝힌 사실심(1·2심) 강화를 위한 주요 추진 과제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외에 ▲단독재판장 부장판사급 배치 확대 ▲전문심리관 제도 및 특성화 법원 도입 ▲위자료 기준 공개를 비롯한 사법 투명성 증진 등 크게 네 가지다. 재판 결과에 대한 소송 당사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무분별한 대법원 상고를 줄여 상고심 부담을 덜겠다는 게 대법원의 목표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도 해석된다. 대법원은 우선 1심 재판 역량 강화를 위해 2018년까지 단독재판장의 50% 이상을 부장판사로 채울 방침이다. 현재 단독재판장은 경력 5년 이상의 법관이 맡고 있으며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부장판사가 맡는다. 대법원은 경륜 있는 부장판사가 단독재판을 담당하게 되면 재판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당사자 역시 재판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심인 고등법원 재판의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고법 법관 전원을 경력 15년 이상으로 구성한다. 서울고법의 경우 이르면 2016년 중 전체 법관을 경력 15년 이상으로 채우기로 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경력 15년 이상의 소액전담법관 제도는 가사·소년보호 사건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소액전담법관에 요구되는 경력도 20년 이상으로 강화된다. 또 법관 정원을 단계적으로 370명 증원해 판사 1인당 사건 부담을 줄여 심리를 더욱 충실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사실심 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특허법원 기술심리관 제도에 착안, 전문 분야 재판에 의사나 건축사 등 비법관 전문가가 전문심리관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국제거래(서울중앙지법), 증권·금융(서울남부지법), 언론·개인정보침해(서울서부지법), 해양 사건·사고(부산지법) 등 특정 분야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특성화 법원 제도를 운영하고, 전국 지법에서 각각 처리하고 있는 특허침해소송을 고법 소재지 5개 지법이 전속 관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밖에 법관의 자의적인 재판을 방지하는 동시에 재판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신사고와 인격권 침해 사건 등의 위자료 인정 액수와 요약된 사실관계 등을 정리한 위자료표도 발간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민사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패소한 측이 부담하는 소송비용 중 최소 80만원 안팎인 변호사 보수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예산안 막바지 심사] ‘예산안 합의’ 이끈 3인의 정치 기상도

    [예산안 막바지 심사] ‘예산안 합의’ 이끈 3인의 정치 기상도

    여야가 2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 부의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 시한 준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국면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지정 강행이라는 ‘돌직구’를 던지며 원내 정치의 강력한 중재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세월호 3법 합의를 이끌어 낸 데 이어 연말까지 예산안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원내 사령탑 역할을 과시했다. 여의도 원내 정치를 이끌어 온 3인의 최종 성적표는 향후 ‘입법 전쟁’이 예고된 남은 의사 일정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고비마다 ‘결기’… 뚝심정치 통했다 ‘강력한 중재자’ 정의화 국회의장 “제가 수술만 3000명 이상을 했습니다. 칼잡이인데 성질이 있지 않겠습니까.”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9월 정기국회가 개회 직후부터 여야 이견으로 공전하며 ‘반쪽국회’ 우려가 제기되자 한 포럼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5선 의원인 자기 경력에 빗대 단호한 결단력을 강조하며 여야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정 의장의 이러한 ‘결기’는 지난 세월호 정국에 이어 이번 예산 정국에서도 통했다. 꽉 막힌 정국마다 강력한 중재자로 등장해 국회의장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는 ‘뚝심 정치’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 것이다. 여당 비주류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정 의장은 ‘비주류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5월 의장에 취임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계속해 왔다. 정 의장의 존재감이 여야에 확실히 각인된 건 지난 9월 26일 본회의 때였다. 의사일정을 거부하던 야당을 의회로 불러와 90개 계류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중재에 나섰던 정 의장은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회의를 열고도 법안 처리는 강행하지 않은 채 회의 연기를 선언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는 당장 이완구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고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 사태를 계기로 야당도 더 이상 의사일정을 거부하지 못하고 국회로 들어왔고 세월호 3법도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도 정 의장은 논란이 됐던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14개 예산부수법안에 ‘예외적으로’ 포함시켰다. 그간 정 의장을 지지해 왔던 야당에서 당장 ‘날치기 의장’ ‘거수기 의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은 이 때문에 여야의 담뱃세 인상 및 법인세 복구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지난 28일 담뱃세 인상, 법인세 비과세 축소 등을 포함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 사항이 도출됐다. 이로써 정 의장은 임기 첫해 정기국회에서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이끈 국회의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취임 직후부터 정기국회 초반까지 법률안 처리 ‘제로’(0)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국회선진화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도입 첫해에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여야 충돌 때마다 등장하는 정 의장의 결기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의식한 ‘존재감 키우기’가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 정신과 재량권을 축소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여야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독단에 가까운 형태로 활용해 여야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정기국회 기간인 지난 10월에는 여야 대립이 한창인데도 우루과이와 멕시코 등으로 출국해 여야 양측의 집중 비난을 받았다. 올 연말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정조사 공방 등으로 다시 한번 격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연말 정국에 정 의장이 또 어떤 방식으로 결기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궂은일도 거부 않고 직접 총대… 공무원연금 개혁 등 넘을 산 많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궂은일도 거부하지 않고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서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올해 정국 최대 화두였던 세월호특별법 타결을 이끌어 냈다는 점만으로도 원내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충남·북 경찰청장과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면서 갖춘 ‘리더십’이 협상력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원내대표의 정국 기상도는 ‘맑음’이다. 현재 여권 내 최고 우량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지난 5월 이 원내대표가 단독 후보로 출마해 원내에 ‘무혈입성’했을 때만 해도 이 원내대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원내대표가 돼 놓고선 마치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와의 소통 문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을 줄이고 판사 출신의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검사 출신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각각 정책적, 정무적으로 잘 활용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 10월 31일 세월호법 협상 타결 직후 정치권에는 ‘이완구 국무총리설’이 나돌았다. 이 원내대표가 연말 개각에서 총리로 지명되고, 이에 따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도 조기에 치러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상도 나왔다.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2일 예산안이 별 탈 없이 처리될 경우 이 원내대표 총리설은 한층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도 총리 지명을 내심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고비는 남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 원내대표가 임기 중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의 저항을 가라앉히는 것이 핵심이다. 여권에서는 세월호법 협상에서 유가족들을 설득해 낸 이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호된 질책을 면전에서 맞아 가며 소통을 시도해 타결점을 찾았고,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원칙도 지켜냈다. 공기업·규제개혁 법안을 비롯해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도 이 원내대표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박 대통령이 처리를 당부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 ‘박근혜표’ 법안들의 연내 처리 여부에 따라 이 원내대표의 향후 정치적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강경파 반발에도 끈기의 리더십… 野 한계 딛고 ‘사자방’ 국조 초석 우윤근 새정치연 원내대표 자칭 타칭 의회주의자인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일 자체는 여당에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가 세운 마지노선을 넘는 합의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당에 있어 우 원내대표는 협상을 함께 시작하기 수월하되 협상 마무리를 이끌어 내기는 껄끄러운 대상이란 뜻이다. 지난 28일 누리과정 순증액(5233억원) 대체사업 예산 확보, 법인세 감면액 중 5000억원 규모 철회, 소방안전교부세 신설과 함께 담뱃값 2000원 인상 등의 2015년도 예산안 쟁점 사안 여야 합의를 마친 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일면이 드러났다. 우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국회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야당으로서 한계가 있었고 주장이 많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직전 여야 합의에 의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자축하며 “야당의 공”이라고 덕담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머쓱해졌다. “야당의 한계”라고 했지만 ‘정기국회 종료 직후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 국정조사 협의를 시작한다’는 조항이 여야 합의문에 삽입된 것은 우 원내대표의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식 은근과 끈기’가 발현된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 29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사자방이라는 말을 소개한 뒤 우 원내대표의 공개 발언 기회는 23차례 있었다. 사자방을 언급하지 않은 적은 3차례 뿐인데, 3차례 모두 사자방 발언이 미리 나와 우 원내대표가 언급을 자제한 경우다. 여당의 ‘무반응’에도 불구하고 우 원내대표의 언급이 이어지며 이제 사자방 국정조사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협상을 중시하되 시한이 되면 양보하는 우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야당 내에서 전폭적인 환영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내에서는 예산안과 사자방 국정조사를 연계하지 않았거나 누리과정 순증액의 액수를 합의문에 명기하지 않은 것을 놓고 “너무 많은 카드를 양보했다”는 불만 기류도 있다. 여야 합의 내용을 설명하던 28일 의총에서도 “담뱃값 2000원은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고, 반발 수위가 높아질 기미가 보이자 박수로 여야 협상안을 추인하며 급하게 의총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담뱃세 인상 실무 합의를 담당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 의원 4명이 법안심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 측은 30일 “안행위 소위 입장도 이해한다”면서도 “예산부수법안이기 때문에 담뱃세는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국가사회 현안 해결방안으로서 정보화설계도(EA) 활용/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사회 현안 해결방안으로서 정보화설계도(EA) 활용/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사회 현안 해결방안으로서 정보화설계도(EA) 활용/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사람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심장도 머리도 아니다.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정에서도 아픈 환자가 있으면 온 가족의 관심이 쏠려 중심이 된다.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현안이 생기면 국가적 역량이 집중된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2008년 5월 촛불시위를 일으킨 미국산 소고기 수입협상이 그랬다.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 전체가 큰 손해를 보고 더 큰 국가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정보화시대를 거쳐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다. 초연결시대는 온라인 네트워킹을 통해 사람-사람, 사람-정보, 정보-정보 등의 연결이 무한히 확장된다. 네트워킹을 통해 개방과 협업의 기회가 늘어나서 사회 전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복잡성이 증가하고 의사결정의 참여주체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복잡성을 여하히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  미국에서 2001년 발생한 9·11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많은 사전징후가 있었는데 조기에 발견하여 조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정보기관에서 독자적으로 관리하던 정보들을 모으니 상당히 유력한 정보가 되어 테러에 대한 대비를 할 수도 있었다. 그 뒤 미국은 국토안보부를 창설하고 국방, 경찰, CIA, 소방대, 해안경비대, 공항, 항만시설 등 정보, 안보, 치안, 재난 등을 담당하는 기관 간의 정보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정보화설계도(EA)는 정보의 소통과 공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다. 정보를 처리하는 정보체계와 정보가 흘러 다니는 길인 네트워크가 기술표준을 통해 기술적 상호운영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각 조직의 업무처리 절차와 데이터에 대한 표준을 채택하고 효율화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재난과 테러에 대비하여 국토안보부를 중심으로 관련기관들이 EA를 통해 실태를 진단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가고 있다. 주기적인 회동과 훈련을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히고 시스템을 점검한다. 각자 독자적으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되 위험 상황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여 분석하고 상황 발생 시 효율적인 협력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한다.  세월호 사건에는 많은 조직이 관련되었다. 사건 발생 전에도 항만청, 한국선급, 해경, 해운조합 등 4개 기관이 한 군데만 원칙을 지켰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사건 발생 직후에도 해경과 해군 그리고 민간 선박 간에 충분한 정보공유가 되고 협력체계가 가동되었다면 신속한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발족되었다. 안전처 한 조직만으로는 국가 재난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안보 상황 관리까지 포함하여 정보, 안보, 치안, 재난 등 관련 기관 간의 정보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관련 조직들 간의 업무체계와 정보체계에 대한 진단을 하고 발전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방부의 지휘통제체계인 C4I 시스템과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연동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보화설계도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국가행정서비스 전반에 걸쳐서도 부처 간 긴밀한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한 기관을 통해 제공이 되지만 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여러 기관을 상대해야 하므로 매우 불편하다. 앞에서 예로 든 미국산 소고기 협상의 경우에도 외교통상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여러 조직이 관련되어 있다. 이들 간에 원활한 협업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초연결사회의 특성 상 한 개 기관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줄어들 것이다. 존 마에다 교수는 단순함의 법칙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로 ‘단순함’을 들었다. 늘어나는 복잡성을 관리하여 상대적으로 단순화시키기 위해 EA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다만 EA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이를 수단으로 삼아 관련조직 구성원 사이의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의 대비가 국가사회의 현안을 해결할 지름길이 된다.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여야 지도부 예산정국 강·온 역할 분담

    연말 예산 정국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도 각각 강온파로 임무를 나눠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예산안 협상 전권은 원내대표에게 있다”며 협상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27일 예산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할 말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물밑에서 원내대표단의 협상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완구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5233억원(누리 예산 증액분)이라는 숫자를 우리 당에서 제시한 바도 없고 그런 숫자를 뽑아낼 재주도 없다. 따라서 합의를 번복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세 인상 문제를 담뱃세 인상과 연계해 교환하자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강경파’, 우윤근 원내대표가 ‘온건파’의 역할을 맡아 탄력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시간만 끄는 것도 모두 국회선진화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새누리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 유혹에 빠지면 그 결과는 ‘사자방’ 혈세 100조원의 낭비처럼 비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여당의 상임위원들이 뒤집는 것은 명백한 의회주의의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화모드’를 유지하며 여당을 향한 날 선 각 세우기를 자제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 강행할 의지를 밝힌 정의화 국회의장을 겨냥해 “정부의 잘못을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결정”이라며 비교적 낮은 수위의 공격력을 보였다. 이런 야당의 ‘강온 전략’은 여당의 협조와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는 풍토

    [문소영의 시시콜콜]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는 풍토

    아파트 주민들끼리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 가벼운 목례 정도는 한다. 아이들은 때로 “안녕하세요” 하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 “안녕!” 하고 답례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과도 출근길에 인사를 주고받는다. 연세가 있는 경비원들이 워낙 깍듯하고 절도 있게 행동해 예의를 차리지 않을 수 없다. 눈을 마주 보고 인사하는 행위는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떠나 서로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배려하려는 기본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 어릴 때 수리공들이 오면 여름에는 얼음을 띄운 미숫가루 음료를, 겨울에는 따뜻한 믹스커피를 내갔다. 점심 시간이 맞물려 있으면 엄마는 간단하게 밥상을 차려 내는 일도 있었다. 내 돈 주고 일을 시킨다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휴일에는 걸인이나 탁발승이 대문을 두드리곤 했는데 어른이 없어도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를 퍼 자루나 바랑에 조심스레 넣어 주곤 했다. 우리 집이 유난했던 것이 아니라 1970~80년대 청주 같은 중소도시의 단독 주택지에서는 사람 사는 모습이 대강 그러했다. 그 무렵에는 칼갈이나 양산·우산을 고쳐 주는 사람, 양은 솥을 때워 주는 사람, 고장 난 재봉틀을 손봐 주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규칙적으로 나타나 마술처럼 고쳐 주곤 사라졌다. 강풍에 살이 부러진 우산들이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등을 모아 놓고 주부들은 애타게 그 기술자들이 출몰하길 기다렸다. 미국 등에서는 인건비가 비싸 기술자들이 먹고살기가 수월하다며 어느 날엔가 한국의 인건비도 비싸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에서 인건비는 미국만큼 비싸지지 않았다. 저임금의 해외 근로자들이 국내에 들어왔고, 또 ‘소비자가 왕’이라며 과잉 서비스가 당연하다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특히 TV나 에어컨, 냉장고, 인터넷, 케이블TV 등의 설치를 하는 기술자들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주문에 떠밀려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비정규직에 위험이나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지만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냐’는 콜센터의 소비자만족도 조사를 의식해 감수하며 일한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에어컨을 설치해도 “냉수 한잔 하라”고 권하거나, “추위에 고생하시네요”와 같은 따뜻한 위로도 기대할 수 없단다. “당신, 내 덕에 밥 먹고 산다”는 심사인가 싶다. 그 기술자는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다. 왜 이리 삭막해진 것일까.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野 예산안 심사 참여… 국회 정상화 물꼬

    국회 예산안 심사가 잠정 중단 하루 만인 27일 재개됐다. 여야는 담뱃세 인상안 협의에도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석했다. 새누리당 소속 홍문표 예결위원장은 “여야 간 타결 안 된 현안이 있음에도 야당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시간은 없고 예산을 여당 의도대로 편성하게 둘 수 없어서 예결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이 결단을 내렸다”고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오후 5시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예결소위를 개최했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회의는 30분 만에 정회됐다. 새누리당 김재원·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전날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담뱃세 인상을 우선 협의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8일 안전행정위 법안소위를 열고 담뱃세 인상 폭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사 기한(11월 30일)이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아 여야는 졸속 심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 준수 입장을 거듭 공언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새누리당의 담뱃세 인상 주장에 맞서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국회 파행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안 심사는 이틀째 파행 중이다.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로 협상의 줄다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법인세·담뱃세·누리과정 등 현안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8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예결위원장과 양당 간사를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돼도 헌법을 지켜 (법정시한 내 처리) 할 것”이라며 “12월 2일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국회 법안전쟁] 시간은 없고 뾰족수는 더 없고… 野 “이러다 빈손” 배수진

    [국회 법안전쟁] 시간은 없고 뾰족수는 더 없고… 野 “이러다 빈손” 배수진

    새정치민주연합의 26일 ‘국회 일정 보이콧’은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가 10여분 만에 파행되며 어느 정도 예고됐다. 2주 만에 속개된 교문위는 우회 지원으로 증액되는 교육부의 누리과정 예산 규모를 5233억원으로 적시하자는 새정치연합과 “액수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로 넘기자는 새누리당이 충돌하며 예산 정국에 대한 여야 간 접근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드러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시작과 함께 여당을 몰아쳤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긴급대책회의를 곧바로 소집한다”고 밝힌 뒤, 당은 “전체 상임위 일정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태껏 모든 상임위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미리 경제부총리의 승인을 받고 나서 그 금액을 확정한 적이 있느냐”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추후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정 발목 잡기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야당의 보이콧 선언이 전해지자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상황 파악을 위해 회의실을 나온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야당이 이런 게 하루 이틀인가”라고 불쾌해했다. 야당이 예산 정국을 ‘강대강’으로 전환한 표면적인 이유는 누리과정 예산에 관한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반발이지만 이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근거한 예산안 자동 처리 방침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보이콧은 ‘배수진’의 성격이 강하다. 당 일각에서는 여당과의 전날 우회 지원 합의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새해 예산안 처리(12월 2일)가 6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마땅히 쓸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이날 담뱃세 관련 법이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며 국회와 여당이 나란히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법인세 인상’ 등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더욱 줄고 있다. 여당은 이달 말까지 예산안 논의가 중단되더라도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이 경우 추후 여야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공부문 3대 개혁도 사실상 처리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여당도 해법 찾기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오는 주말을 고비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 이날 상임위 일정 중단을 ‘전면’이 아닌 ‘잠정’ 중단이라고 바꿔 표현한 것은 야당도 국회 일정 중단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는 27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갖고 합의점을 찾는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누리과정이 (논의의) 주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이슈&논쟁] 종교인 과세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지만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강행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시선부터 종교인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는 것은 조세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각계의 입장이 다르다. 현실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거대 종교단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이 있는가 하면, 세금을 내기 어려울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한 종교인도 있다. 단순한 과세 문제를 떠나 종교의 사회적 책임 등까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다. 찬성과 반대의 논지를 함께 살펴본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예외 없는 과세가 사회적 분위기… 일부만 안 내면 조세 정의 흔들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 성직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에게 소득세를 매기는 것으로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1년 기준 566개 종교단체, 23만 2811명의 성직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고 2005년 기준 인구 및 주택센서스 집계상 신도 2407만 766명, 2012년 기준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576만 8083명과도 연결된 문제다. 세법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면 종교인이라도 종교 활동 등을 통해 받는 금품에 대해 소득세가 과세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득세도 1799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될 때는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세금이라고 해서 저항이 심했다. 소득세는 나폴레옹전쟁이라는 급박감이 사라지고 나서 폐지됐다가 나중에 다시 되살아나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47조원의 세수입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세금이 됐다. 종교인에게 사실상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 종교계의 반발은 단순히 세금을 안 내려는 차원보다는 종교 고유의 영역을 존중받는다는 마음, 반종교적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인 과세운동이 전개되는 데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세금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돈을 국민 모두가 법에 따라 분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는 더 부담을 해야 한다.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반대에 따른 종교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에서도 적극적으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현역병이 받는 급여 같은 일부 소득에는 세금이 안 붙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비과세가 돼야 할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소득에 대해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종교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고, 신도에게 교회세라는 세금을 별도로 매긴 뒤 종교단체에 이를 분배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도 종교인 과세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때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예외 없는 과세, 비과세 및 감면 축소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다.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과의 형평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종교와 종교단체에 따라서는 종교인에게 주는 돈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해 소득세를 내는 곳도 있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 누구는 세금을 내고 다른 누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조세 정의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소득세를 어떤 방식으로 매길지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법상 근로소득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대통령의 봉급에 대해서도 매겨지고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 이외에도 3가지의 근로소득을 열거해 놓고 있다. 종교인의 소득이 이런 근로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도 법 개정 없이 과세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종교인이 받는 금품에 대해 일반적인 근로자가 받는 봉급과는 다른 것임을 인정해 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 다름 때문에 소득세 과세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법상 어떤 방식으로 반영해 줄 것인가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종전에는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서 과세관청에 그 짐을 모두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회 단계에서 종교인 과세 논의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적 열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종교단체와 종교인에게 매기는 세금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反] 장헌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원장 “종교인 비과세 이유 있어 해 온 것… 자발적 납세 확산되도록 도와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행 소득세법 체계 내에서 종교인 과세를 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에 따라 수차례 세목 변경을 시도하면서 원천징수를 자진 신고·납부로, 가산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종교인 개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배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소득세법상 ‘종교인 소득’을 따로 신설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15년 새해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 전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새누리당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심의를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또다시 급부상한 것이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는 종교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을 다루는 자리에 각 종교계에 속하는 세무사 등 전문가들의 참여는 배제하고 종교인들만 초청해 의견을 청취한 것이다. 이것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데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고 당사자들의 정체성 훼손은 물론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커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인 과세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지난 4월 11일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함께 개진됐고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정부와 전문가 그룹의 정례 모임을 제안했다.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종교인 과세 방안을 계속 심의해 밀어붙이는 모습은 종교인들을 마치 세수 부족을 메우는 대상이나 지하경제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여 그 의도가 순수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특히 예산안 처리 시한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조세소위가 심사 중인 세입예산 부수법안과 함께 처리하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정부가 오랫동안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았던 것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가 세금을 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자진 납세를 실천하는 목회자도 적지 않다.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 납부운동에 참여하게 해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독교 55개 교단의 의견이다. 정부는 자진 납부운동이 확산되도록 종교계를 북돋아 줘야 하고 종교인 과세를 명분으로 종교의 고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시행을 미리 결정하고 강행할 사안이 아니다. 종교계의 자발적 실천을 통해 성직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지켜 나가도록 명분을 쌓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정부는 종교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지켜봐야 한다. 한국 교회도 종교인 과세 문제를 계기로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대적 사명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 [단독] ‘신종 쪼개기’에 위험한 통장 속 내돈

    [단독] ‘신종 쪼개기’에 위험한 통장 속 내돈

    # 50대 중반의 가장 김모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금융범죄수사팀 검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 명의로 대포통장이 발급됐으니, 인터넷에 접속해 본인 확인을 하라”는 말에 금융정보를 입력한 김씨는 몇 분 뒤 상황을 눈치채고 경찰서와 금융회사에 서둘러 연락했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으로 모아둔 A은행 계좌의 4900만원이 이미 사라진 뒤였다. 김씨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은 12개 은행, 17개 계좌로 200만~600만원씩 잘게 쪼개져 전액 인출됐다. 김씨가 확인해 보니 금융사에 ‘비상상황’임을 알린 뒤부터 지급정지가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3분이나 됐다. 얼마 전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피해 사례다. 이렇듯 ‘신종 쪼개기 인출 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쪼개기 인출’은 자동입출금기의 일일 인출 한도 600만원에 걸려 고액을 찾을 수 없자 여러 계좌로 소액씩 나눠 빼가는 방식이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 당국이 ‘금융사기 계좌 신속 정지 시스템’(가칭)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사 이기주의와 당국의 미흡한 일처리 등에 막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계좌로 피해액이 분산될 경우 맨 처음 사기 신고를 받은 은행 직원이 일일이 (돈이 송금된) 다른 은행 계좌를 찾아 전화로 지급정지를 요청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최초 신고 접수에서부터 지급정지까지 수십분 걸릴 수밖에 없어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부서 직원이 통화 중이거나 잠시 자리라도 비운 상태면 처리 시간은 더 지연된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전화 대신 금융결제망을 통해 전산으로 실시간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산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급정지가 늦어져서 돈이 다 빠져나간 상태라면 막상 신고를 해도 구제받을 길이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일부 피해 사례 때문에 전산까지 꼭 개발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속사정도 있다. 전산 개발에만 두 달 넘게 걸리는데 기술금융, 은행 혁신성 평가, 모범규준 등 금융 당국에서 내려오는 ‘숙제’가 너무 많아 여력이 없다는 항변이다. 새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를 비롯해 은행연합회 등 관련 기관까지 전부 협의를 해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다. 금융사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금융 당국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와중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싱 사기’(금융기관 등에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악용하는 수법)는 2012년 2만 2351건, 2013년 2만 6123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6월 기준 벌써 1만 3330건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외통위, 北인권법 일괄 상정 10년 만에… 연내 처리 주목

    외통위, 北인권법 일괄 상정 10년 만에… 연내 처리 주목

    여야가 10년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북한 인권 관련 법’이 과연 올해는 통과될 수 있을까.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법안과 북한인권증진법안을 회의 테이블로 올리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집단 퇴장과 단독 처리가 등장했던 과거와 달리 모처럼 ‘신사적인’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돼 연내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부안을 두고는 이견이 여전해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외통위는 이날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과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여야의 법안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지역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규정한 점에서는 닮았다. 새누리당 안은 통일부 장관이 ‘북한인권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새정치연합 안은 북한 주민 인권 증진의 책무가 대한민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與 “북한인권재단 설립해야” vs 野 “삐라 살포 지원 우려” 하지만 새누리당 안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 고조 등을 강조한 반면, 새정치연합 안은 생존권 증진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위해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은 재단 활동이 ‘대북 삐라’ 살포 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이 부분은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은 “새누리당 안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추진해야 할 두 개의 수레바퀴 중 생존권 부분이 미흡하다”며 “대북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할 수도 있는 근거가 마련돼 남북 관계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도 하는 것”이라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법이 장애가 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유기준 외통위원장 “패스트 트랙 처리 있을 수 없는 일” 외통위원의 3분의2 이상이 새누리당 소속인 만큼 ‘강행 처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이 패스트 트랙(신속 법안 처리)을 이용해 강행 처리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돌려 말하자 유기준 외통위원장은 “패스트 트랙으로 북한인권법을 처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외통위는 오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두 법안을 회부해 이견을 조율할 방침이다. 북한 인권 관련 법 처리는 2005년부터 여야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국제형사재판소 회부까지 포함한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주변 분위기가 달라진 상황이다. 이에 여야 지도부 모두 관심을 가지고 협상 상황을 지켜보는 만큼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게 되면 이후 외통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처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단독] “정치가 국민을 거지로 내몬다”

    [단독] “정치가 국민을 거지로 내몬다”

    “지금 정치는 국민을 거지로 만드는 정치야. 우리 생각은 안 하고 싸우고만 있잖아. 기자들도 똑같아.” 늦가을 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입구에서 만난 80대 환전상, 일명 ‘정진어머니’는 한국 정치를 두고 이같이 일갈했다. 50여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그는 “지금껏 이렇게 살기 힘든 때가 없었다”며 “새누리당은 지들이 잘해서 정권 잡은 걸로 알면 안 된다. 야당도 싸움 그만하고 이제 그만 국민들 좀 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는 서울 여의도(국회)이지만 이제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은 언급조차 새삼스럽다.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여의도 정치를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서울신문은 연말을 앞두고 남대문 시장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물었다. 희미해진 여의도 정치의 방향 감각을 ‘서민 생활 1번지’ 남대문 시장에서 찾자는 취지에서다. 남대문 시장의 바닥 민심은 예상대로 냉랭했다. 선거 때만 되면 반복해서 정치인들을 만나 온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저질 행태’에 불만을 드러냈다. 30여년 가방 장사를 했다는 김영소(68)씨는 “나는 여야가 서로 헐뜯고 싸우는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며 “누가 옳고 그르고, 좋고 싫고를 떠나서 매일 서로 욕하는 꼴을 보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싸우는 걸 좋다고 매일 틀어대는 기자들도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묵 장수 나승창(53)씨는 “도둑질만 하지 말라고 해라. 정치는 다 ‘본전’ 뽑을라고 하는 거다”며 깊은 불신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만난 52명의 상인·시민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 현안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시급한 처리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20년째 이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했다는 한 60대 상인은 “의원 누가 일 안 했다고 자기 세비를 반납했다고 하던데 그런 건 다 쇼라고 생각한다”며 “세비 말고도 이것저것 먹고살 만한 의원이 월급 한두 번 안 받는 게 대수냐. 받고 안 받고가 아니라 진짜 딱 일한 만큼만 돈 받아가게 법 좀 바꿔라”고 꼬집었다. 또 노점 단속 완화, 시장 주차 공간 확보 같은 ‘생활 밀착형’ 정책 제안부터 노후 연금 문제, 국민건강보험 구조 개혁 등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에 대한 개편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옷을 파는 노점상 이봉옥(56)씨는 “국회의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국회에 들어가니까 일선·이선(초·재선) 때는 우리 말이 아니라 윗선의 말을 듣는다”며 “국민들은 정치인 될 사람을 가르쳐야 하고, 정치인들은 배지를 달기 전에 먼저 우리 생활부터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단독] 4대강 관련 6169억도 안전예산… 예비비 2조 포함 ‘뻥튀기’

    [단독] 4대강 관련 6169억도 안전예산… 예비비 2조 포함 ‘뻥튀기’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지목돼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오는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이 국민안전을 위한 ‘안전예산’이라고 하면 납득할 만한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안전예산에는 국가하천정비사업과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이 6169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폭 증액했다고 주장하는 내년도 안전예산 가운데 적지 않은 규모가 성격 자체가 다른 예산항목을 안전예산에 포함시킨 것이거나 안전을 빙자한 토건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신문이 정의당 김제남 의원,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부가 밝힌 안전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도 안전예산은 23개 부처 327개 사업에 걸쳐 모두 14조 6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안전예산 12조 4000억원에 비해 2조 2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예산규모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7.5%(4조 36억원)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농림축산식품부(16.4%, 2조 3837억원)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객관적으로 안전예산이라고 보기 힘든 항목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 4대강 관련 예산이 안전예산에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는 이 사업을 통한 기대효과가 ‘국민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둔치 정비’와 ‘문화, 관광자원개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으로 국토 재창조’로 돼 있어 안전과 무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평화의댐 치수능력증대에 331억원을 비롯해 댐건설 사업 10건(3470억원)을 안전예산으로 책정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댐은 홍수예방 기능도 있지만 환경파괴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자칫 댐건설을 위한 방패막이로 안전예산을 이용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안전예산 규모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한 부풀리기 사례도 있었다. 김 의원은 예비비 2조 97억원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예비비는 사용 목적을 정해놓지 않아 재해가 없으면 불용처리하기 때문에 예비비를 안전예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사업인 뇌과학 원천기술개발의 경우 실제 안전예산에 해당하는 것은 뇌인지 분야 47억원에 불과한데도 전체 사업예산 140억원을 모두 안전예산으로 계산해 버렸다. 국제기구 부담금과 산하기관 출연금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교통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식품안전정보원 등 5개 산하기관에 대한 재원보전 출연금 736억원을 안전예산에 포함시켰다. 소방방재청은 국내에 유치한 유엔 재해경감 국제전략사무국(ISDR) 동북아사무소와 유엔방재연수원 활동지원을 위한 국제부담금 16억원을 안전예산으로 분류했다. 외교,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의 예산을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안전예산에 몰아넣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기념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과 기본설계 명목으로 2억원을 편성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면서 기념관이란 이름을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세부 계획 없이 일단 예산만 확보하고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부처 공무원 당직보고 영상회의로 한다

    부처 공무원 당직보고 영상회의로 한다

    정부가 부처 공무원들의 당직 근무에 PC 영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안전행정부는 17일 공무원 당직근무 보고 체계 개선을 위해 범정부 의사소통 시스템인 ‘나라e음’을 활용해 PC 영상회의로 당직 보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공무원 당직 및 비상근무 규칙’에 따르면 안행부는 모든 국가행정기관의 당직근무자에 대해 근무 상태와 전달사안, 근무자 확인 등을 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단독청사 14곳 등 모두 26곳으로부터 유선전화로 보고를 받고 전달사안을 전파해 왔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이뤄지는 당직 근무 시 모두 세 차례 유선전화를 통해 보고가 이뤄진다. 각 기관 당직자들은 당일 근무자 명단과 이상 유무 및 특이사항을 보고하지만 26곳을 모두 확인하다 보면 30분 이상 소요되는 등 ‘비효율적인 업무처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정작 긴급상황 발생 시 전화가 통화 중이면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안행부는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나라e음’을 활용해 PC 영상회의로 당직 보고를 대체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이날부터 나라e음 영상회의방을 개설, 각 기관 당직자들을 모두 접속시켜 직접 얼굴을 확인하고 문서공유 시스템을 통해 지시사항 등을 전달했다. 한번에 100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나라e음에서는 영상회의 화면을 통해 당직자 이름과 직급은 물론 최대 60명까지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음성 대화의 경우 최대 1000명까지 가능하다. 안행부 관계자는 “30분 넘게 걸렸던 유선전화를 이용한 보고에 비해 5분 정도로 시간이 단축되는 데다 대면 확인까지 가능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서울청사 당직실이 일정 시간만 되면 통화중이었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우선 정부 부처 간 당직 근무 보고 체계에 해당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도 매뉴얼을 보급할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불법체류자 최대 500만명 추방 유예”

    “불법체류자 최대 500만명 추방 유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 후반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워싱턴 정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상원까지 장악한 공화당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의 단독 행정명령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힌 터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 한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국토안보부 등과 최종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말쯤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까지 의회가 이민개혁법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본 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중간선거 직후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독단적 행정명령 추진은 ‘전쟁 선포’이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예산 삭감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 내용과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최대 500만명의 불법 체류자 추방 유예가 골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는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으로 “미 시민권 또는 합법적 체류 권한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정 기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숙련 기술을 가진 외국인에게 더 많은 비자를 발급하고, 불법 이민을 막고 범죄자 추방을 강화하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민정책연구소 통계를 통해 불법 체류 기간을 최소 5년으로 잡으면 330만명이 혜택을 보고 10년으로 좀 더 까다롭게 하면 250만명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어릴 때 불법 입국한 이민자와 부모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100만여명이 더 추가돼 추방 유예 대상자가 최대 5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기소…검찰 “사고난 뒤 뒷바퀴 빠져…차량 결함 아니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기소…검찰 “사고난 뒤 뒷바퀴 빠져…차량 결함 아니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박모(26)씨가 구속기소 됐다.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김용정 부장)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 했다. 박씨는 지난 9월 3일 오전 1시 32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편도 5차로의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 2차로에서 12인승 그랜드스타렉스 차량으로 시속 135.7㎞로 질주하다 빗길에 미끄러지며 방호벽을 들이받아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지점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이고 당시 야간인 데다 비가 내리고 있어 시속 80㎞ 미만으로 감속해야 했지만 박씨는 제한시속을 약 55.7㎞ 초과하며 과속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멤버 은비(21)와 리세(22)가 숨졌고, 다른 멤버 3명과 코디 등이 다쳤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사고 직전 차량의 뒷바퀴가 빠진 것 같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는데 바퀴는 사고 이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좌석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지만 이는 차량 옆부분이 방호벽을 들이받았기 때문으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씨는 차선과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조향이나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사고를 냈다”며 “차체 결함이 아닌 빗길 과속에 의한 단독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에 레이디스코드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매니저가 구속된 것은 맞지만 아직 판결이 난 것은 아니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는 아니고, 사항이 워낙 중대하다 보니 구속 결정이 난 것 같다. 아직 조사 결과가 모두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말을 아꼈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소식에 네티즌들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과실이었어?”,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과실 인정되면 죄책감 심할 듯”,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다른 멤버들 근황 어떤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빗길에 과속까지 당시를 계속 후회할 것”,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되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뒷바퀴 빠지더라” 차량 결함은? 알고보니..충격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뒷바퀴 빠지더라” 차량 결함은? 알고보니..충격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교통사고 원인이 차체결함이 아닌 매니저의 ‘과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겸 운전기사 박 모(27)씨를 구속기소했다. 레이디스코드와 코디 등 7명이 탄 스타렉스 승합차는 지난 9우러3일 오전 1시30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 2차로를 달리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우측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레이디스코드는 전날 밤 대구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량은 박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빗길에 미끄러졌다. 차량이 1차로로 급히 미끄러지자 놀란 박씨가 핸들을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중심을 잃었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한 차량은 최초 승합차 운전석 쪽이 갓길 방호벽에 충돌했다. 이어 운전석 뒷부분이 방호벽에 다시 부딪힌 뒤에야 멈춰섰다. 경찰 조사 결과 매니저 박씨는 제한속도 100km인 영동 고속도로에서 135.7km로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은 비가 내리고 있어 시속 80km로 감속해야 했지만 55.7km나 과속했다. 이 사고로 박씨 뒷열에 타고 있던 멤버 리세(23ㆍ권리세)와 은비(21ㆍ고은비) 2명이 숨졌다. 또 코디 이 모(21ㆍ여)씨와 예빈(22ㆍ에슐리), 소정(21ㆍ이소정), 주니(19ㆍ김주미) 등 멤버 3명이 전치 2~8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레이디코드 소속사측은 “운전석 쪽 뒷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충돌사고가 일어났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차량 정밀감정 결과 충돌 이후에 뒷바퀴가 차량에서 떨어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차선과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조향이나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를 냈다”며 “차체 결함이 아닌 빗길 과속에 의한 단독사고”라고 설명했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비오는 날 과속이 사고 원인이었네요”,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빗길에 너무 밟았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무리한 스케줄 때문?”,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안타깝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레이디스코드 다시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기소) 연예팀 chkim@seoul.co.kr
  •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기소…검찰 “사고난 뒤 뒷바퀴 빠져” 에어백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기소…검찰 “사고난 뒤 뒷바퀴 빠져” 에어백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박모(26)씨가 구속기소 됐다.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김용정 부장)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박씨를 구속기소 했다. 박씨는 지난 9월 3일 오전 1시 32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편도 5차로의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 2차로에서 12인승 그랜드스타렉스 차량으로 시속 135.7㎞로 질주하다 빗길에 미끄러지며 방호벽을 들이받아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지점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이고 당시 야간인 데다 비가 내리고 있어 시속 80㎞ 미만으로 감속해야 했지만 박씨는 제한시속을 약 55.7㎞ 초과하며 과속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멤버 은비(21)와 리세(22)가 숨졌고, 다른 멤버 3명과 코디 등이 다쳤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사고 직전 차량의 뒷바퀴가 빠진 것 같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는데 바퀴는 사고 이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좌석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지만 이는 차량 옆부분이 방호벽을 들이받았기 때문으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씨는 차선과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조향이나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사고를 냈다”며 “차체 결함이 아닌 빗길 과속에 의한 단독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에 레이디스코드 소속사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매니저가 구속된 것은 맞지만 아직 판결이 난 것은 아니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도주의 우려가 있어서는 아니고, 사항이 워낙 중대하다 보니 구속 결정이 난 것 같다. 아직 조사 결과가 모두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말을 아꼈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소식에 네티즌들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결국 구속됐네”,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빗길에 왜 과속을 했지?”,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결국 과속이 문제였나?”, “레이디스코드 매니저 구속, 너무 안타까운 사고”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반기문 꿈꾸는 붉은 대륙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반기문 꿈꾸는 붉은 대륙

    지난달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본회의장.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고 의결기구인 ITU의 수장을 뽑는 자리인 만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사무총장 후보로 단독 출마한 자오허우린(趙厚麟) 사무차장에 대한 찬반투표가 실시됐다. 자오는 158표 중 152표의 찬성표를 얻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내년 1월부터 4년간 ITU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게 된다. 과거 서구 선진국들이 주도한 ITU의 통신정책 결정 과정에 중국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중국이 국제기구 최고위직을 속속 접수하고 있다.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서서 측면 지원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 6월 리융(李勇) 재정부 부부장이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사무총장에 오른 데 이어 그해 8월 이샤오준(易小準) 상무부 부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9월 장샤오강(張曉剛) 안강(鞍鋼)그룹 총경리(사장)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의장, 11월에 하오핑(?平) 교육부 부부장이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총회 의장에 각각 선출돼 1년반 만에 5명이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올랐다. 수창허(蘇長和)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관계·공공사무학원 교수는 “중국인들이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진출하는 것은 국제 문제가 중국의 참여 없이는 원만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중국인들이 국제기구의 요직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둥(山東)성 지닝(濟寧) 출신인 리융 UNIDO 사무총장은 회계 전문가이다.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에서 회계학 석사를 받았다. 1984년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외국재정연구실 부주임을 거쳐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에서 1등서기관 등을 지냈다. 세계은행 고문 등을 지낸 뒤 재정부로 복귀해 세계은행사(司·국)장 등을 역임했다. 재정부 부부장 때 정부의 지원 사격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UNIDO 수장에 올랐다. 이샤오준 WTO 사무차장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출신으로 통상 분야 전문가이다. 1977년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베이징시 경제연구소를 거쳐 1987년 주미 중국대사관 등에서 통상 및 대외무역 업무를 주로 맡았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상무부 부부장을 지내는 등 이 사무차장이 통상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장샤오강 ISO 의장은 야금기술 전문가이다. 1977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대 금속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강철연구총원에서 금속재료 및 열처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강강철연구소 소장조리(보), 안강기술개발부 부장 등을 거쳐 안강그룹 총경리를 지내 이론과 현장에 두루 밝다. 그는 “중국인이 ISO 의장에 당선된 것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 세계 2대 경제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선진국들이 표준을 제정하면 개발도상국이 그저 따라가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개도국도 표준화 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 2015년부터 의장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산둥성 칭다오(靑島) 출신인 하오핑 유네스코총회 의장은 베이징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부터 베이징대 외사처, 총장조리 등을 거치며 1999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도 받은 교육행정 전문가이다. 베이징대 부총장과 베이징외국어대 총장, 교육부 부부장을 역임했다. 중국인이 국제기구의 최고위직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직후부터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영향력이 커지자 국제 사회에서 점점 더 중국인의 참여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2003년 2월 스주융(史九鏞)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부소장이 재판소장에 선출되면서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해 12월 우젠민(吳建民) 전 중국외교학원장이 세계박람회기구(BIE) 의장에 당선됐고 2005년 10월에는 장신성(章新勝) 교육부 부부장이 유네스코 이사회 의장에 선출됐다. 2006년 11월에는 홍콩의 마거릿찬(陳馮富珍) 보건부 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고(故) 이종욱 총장의 뒤를 이은 그녀는 장관 재직 당시 세계 최초로 발생했던 H5N1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처하기 위해 홍콩 내 가금류 전체 150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 결정을 내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2월 사쭈캉(沙祖康) 스위스 주재 중국대사가 유엔 사무차장에 임명됐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그는 2010년 9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술주정을 한 사실이 확인돼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장웨자오(張月?) 변호사는 2007년 5월 어렵사리 WTO 대법관에 올랐다. 그녀는 특히 WTO 대법관으로 선출될 당시 타이완의 거부권 행사로 어려움을 겪었다. 타이완은 중국인이 선출되면 타이완과 관련된 문제에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 탓이다. 2008년 8월에는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가 세계은행 부총재에 임명됐다. 타이완 귀순 용사 출신인 그는 대표적인 개혁파 경제학자이다. 타이완의 최전방인 진먼다오(門島)에서 군복무 중 1979년 타이완 군사기밀을 가지고 바다를 건너 중국에 귀순했다. 미국으로 유학,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베이징대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가 맡은 국무원 참사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자문역이다. 2009년 11월에는 허창추이(何昌垂)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태평양지구 대표가 FAO 사무차장에 임명됐다.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대를 졸업한 허는 유엔기구 전문관료 출신이다. 2011년 7월에는 주민(朱民)이 IMF 부총재로 임명됐다. 주는 푸단대를 졸업한 뒤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인민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khkim@seoul.co.kr
  • 朴대통령·여야 지도부 29일 회동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후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 직후 여야 지도부와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 새누리당은 26일 “박 대통령이 29일 국회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끝낸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등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해 9월 16일 국회에서의 3자 회동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공무원 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 내년도 예산안 법정 기한 내 처리 등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따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론 ‘헛발질’과 김태호 최고위원 사퇴 등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화해하는 모습의 회동을 통해 대표로서의 정통성을 확인받는 그림을 꿈꿨지만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그런 자리를 깔아 주기 싫다는 뜻으로 회동을 거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김 대표의 개헌 발언 파문으로 사이가 틀어진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영수회담’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열리는 것은 통상 대통령이 국회에 줄 선물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회담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국회 회동이 여당에는 김 대표의 개헌론 촉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야당에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선에 그치는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슈&이슈] 이름값 못하는 울산 ‘명품 혁신도시’… 기반 시설물 하자 수두룩

    [이슈&이슈] 이름값 못하는 울산 ‘명품 혁신도시’… 기반 시설물 하자 수두룩

    내년 6월 준공을 앞둔 울산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이전과 아파트 입주로 신도시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1단계 조성 결과 좁은 도로와 접근성 떨어지는 공원, 엉성한 가로수 심기, 배수 불량 등 기반시설 곳곳에 하자가 발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명품도시를 추구하는 울산 혁신도시가 곳곳의 하자로 이미지 퇴색마저 우련된다. 울산 혁신도시는 1, 2단계로 나눠 건설되고 있다. 1단계는 주택건설용지(54만 9900㎡), 상업업무용지(7만 3900㎡), 공원·녹지(22만 7100㎡), 도시지원시설용지(53만 5300㎡)로 조성해 지난 6월 준공됐다. 혁신클러스터용지(45만 870㎡)와 공원·녹지(56만 2200㎡)를 조성하는 2단계는 내년 6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 도로 문제로 시끄럽다. 중심 도로인 ‘그린애비뉴’ 일부 구간 차선의 폭이 3m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여기에다 도로 선형까지 맞지 않아 교통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제한속도 60㎞인 도로의 경우 폭을 3m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유곡동 동원로얄듀크 2차에서 장현동 골드클래스까지 7㎞ 구간의 일부 도로 폭이 3m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산동 성지아파트 맞은편 도로의 경우 차로 폭이 2.7m에 불과했고, 한국동서발전 맞은편 도로 역시 2.8m가량으로 조사됐다. 좁은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 운전자들은 옆 차선에 트럭 등 대형 화물차량이 지나가면 부딪힐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운전자 이모(44·울산 남구)씨는 “일부 구간의 도로 폭이 좁아 사고 위험을 느낀다”면서 “지금은 공공기관 이전이나 아파트 입주가 많지 않아 차량이 적지만, 앞으로 입주를 마치면 운행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구간의 경우 일부 차선이 제멋대로 그려져 갑자기 중앙분리대가 나타나거나 인도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특히 교차로를 전후해 도로 선형이 맞지 않아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초행길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위협할 수 있는 도로 구조다. 실제로 중구청 맞은편 구간의 경우 차량이 1차선으로 교차로를 통과하면 곧바로 중앙분리대와 맞닥뜨리게 된다. 약사고등학교 인근 직진차로는 교차로를 통과하자마자 차선이 왼쪽으로 변경된다. 운전자들은 “테크노파크에서 장현동 방면으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안전보건공단 인근 교차로를 지날 때면 1차선 직진 차로에서 갑자기 중앙분리대가 나타나 핸들을 급히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면서 “2차선에 다른 차량이 있었으면 부딪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로·교통 전문가들은 “계획도시는 운전자들의 편의에 맞춰 도로를 개설한다”면서 “하지만 울산 혁신도시 중심도로를 보면 노폭은 물론 선형도 들쭉날쭉해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골드클래스, 동원로얄듀크, 에일린의 뜰 등 대규모 신규 아파트단지가 준공됐고, 함월고와 울산초등학교, 외솔초등학교 등도 개교했지만, 기반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안전보건공단을 비롯한 근로복지공단, 산업인력공단, 한국동서발전 등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 확보되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버스승강장이 있어도 안내판은 물론 버스노선표와 버스도착 안내 시스템조차 없다. 야간에는 가로등 외 조명시설도 거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 당시에는 도로 폭을 3m 이상 충분히 확보했지만, 교통안전규제심의위원회 요구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서 일부 구간의 도로 폭이 좁아졌다”면서 “도로 규정상 3m 이상의 폭을 확보해야 하지만, 가변차선 구간의 경우 2.75m만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로 선형이 맞지 않는 것은 도면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 현장에서 발생했고 도면과 현장이 맞지 않는 것은 흔히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경찰과 교통공단, 울산시 등과 협의해 차로 선형변경(개량)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 도시’를 꿈꾸며 조성된 혁신도시가 1단계 조성을 마쳤지만 곳곳의 하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LH는 혁신도시를 가로지르는 그린애비뉴에 아름다움을 입히려고 가로수를 심었다. 하지만 이 길의 화단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너무 좁다. 울산시 조례에 따르면 나무 뿌리 너비의 1.5배 이상의 화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턱없이 좁은 공간에 가로수를 심었다. 이렇게 되면 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힘들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뿌리가 커져 보도를 들어 올릴 수도 있다는 게 조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녹지공간의 빗물관로 용량이 부족, 장마철에 인근 태화동 일대가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하천 물길을 돌리려고 설치한 암거구조물은 틀어지거나 균열도 발생했다. 경관지구의 수목은 말라 죽고, 주민들의 진출입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원 등 확인된 하자만 수십 건이 넘는다. 울산시는 지난 7월 혁신도시 택지개발 1단계 현장을 부서별로 점검한 결과 시공불량과 미시공 등 63건의 부실을 적발해 LH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시가 개선을 요구한 사안은 시공불량 23건, 미시공 4건, 확인불가 4건, 기타 등 모두 63건이다. 시 조사 결과 혁신도시 동쪽인 장현동 인근 하천과 절개지 등에 시공된 암석은 강도가 기준보다 낮았고, 남쪽 유곡동 가로수는 잘못 심어 고사됐다. 호반베르디움 인근 공원은 접근성이 떨어졌고, 주요 간선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맨홀 미설치, 배수 불량 등이 확인됐다. 이번 점검은 LH가 1단계 사업 준공과 관련해 시에 요청해 이뤄졌다. 시설물 이관을 앞두고 진행하는 통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시와 LH의 입장이 달라 앞으로 하자 보수와 관련한 갈등이 예상된다. 시는 63건의 하자 가운데 47건만 보수를 완료한 것으로 보지만, LH는 1건을 제외한 모든 하자에 대한 보수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양측은 2단계 준공 뒤 시설물 이관 때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하자 부분을 모두 처리했고, 1건만 시와 국토부의 기준이 달라 처리를 못 하고 있다”면서 “시설물 이관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양쪽이 하자를 보는 시각이 달라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종 준공 때까지는 모든 하자가 보수돼야 시설물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단독주택 허가를 놓고 행정기관의 형평성이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중구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단독주택 건축허가 때 건축물의 바닥 높이를 울산 우정혁신도시 지구단위계획 시행 지침 제5조 2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1층 바닥의 마감 높이는 지형적 이유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면도로 평균 지반과의 차이를 10㎝ 이내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중구는 26일 현재 혁신도시에 분양된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 총 800필지 중 71건가량을 건축허가를 내줬거나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중 경사면 부지를 소유한 30건은 도로보다 10㎝ 이상 높은 땅을 깎아 내고 난 후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주들은 “경사지에 1.2~1.8m의 높이로 성토한 상황에서 다시 깎아내고 집을 지으면 반지하 집처럼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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