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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국 중앙은행도 역시 金…이자율 인하에 통화공급 늘리면서 금 비축 증대

    각국 중앙은행도 역시 金…이자율 인하에 통화공급 늘리면서 금 비축 증대

    베테랑 투자자인 마크 모비우스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인하함에 따라 금 투자가 희망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 설립자인 그는 “내 견해로는 통화 공급이 믿기지 않을 만큼 증가함에 따라 물리적인 금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금 값은 대체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는 1987년부터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에서 30년간 재직하면서 신흥국 투자를 개척했다. 은퇴 직후인 2017년 영국 런던에서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모비우스는 지난 6일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의 ‘스트리트 사인스’에서 “모든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내리려고 애쓰면서 시스템에 돈을 들이붓고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가상화폐)도 들어오고 있어 통화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1936년생으로 올해 83세인 그는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시장에 통화 공급을 늘리고 있다. 모비우스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로서 물리적인 금 10% 보유와 나머지는 배당 수익 펀드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것이다.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도 지난 4일 “미국에 마이너스 금리시대 도래가 시간문제”이라며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단단한 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93세인 그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간 연준 의장을 지내면서 세계경제 흐름을 좌우했다. 모비우스에 따르면 미 정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은 강한 달러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은 확실히 다른 통화에 대비해 달러화 약세를 시도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시도하면 다른 통화들도 약해지는 바닥 보기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통화가 그 가치를 잃었을 때 사람들이 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은 다른 어떤 통화 형태보다도 가치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전통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 안전한 피난처였다. 약한 달러화는 금 가치를 떠받칠 것이고, 세계 곳곳에서 이 노란 금속 거래가 많아지면 달러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그는 “마지막 날, 금은 교환 수단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안정된 통화”라고 말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늘었다. 올 상반기 중앙은행들은 374t의 금을 매입했다고 WGC가 보고했다. 이는 적어도 2000년 이후 같은 기간 최대 순증가다. 모비우스가 “내부를 깊이 들여다보면 중앙은행들은 금을 신뢰하고 있지만 새로운 통화를 창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금을 신뢰한다)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데서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WGC 조사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중단기 금 수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GC가 7월 발표한 조사 결과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의 11%가 다음 12개월 동안 금 보유고를 늘릴 의도라고 밝혔다. 이는 이들 중앙은행 12%가 652t의 금을 매입했던 2018년 상황과 유사하다. 이같은 금 수요는 현재의 국제통화 시스템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다.WGC는 보고서에서 “금 매입 계획은 경제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추동되고 있다. 중기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중국 위안화인 런민비(인민폐)와 금의 비중이 커지는 국제통화 시스템의 변화를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의 약 40%가 “국제통화 시스템의 변화가 예측됨으로써 금을 보유하는 결정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금 현물가는 미중 무역긴장이 고조된 지난 8월 온스당 1554.56달러였던 것이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반영된 9일 오전 아시아에서 1509.51달러 전후에 거래됐다. 중국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7월 노란 금속을 10t 쓸어담으면서 지난 12월 이후 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모비우스는 “중국은 처음부터 금의 최대 생산자였고 물론 그때도 금을 매입해 왔다. 중국의 금고에 금이 얼마나 보관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며 금값이 상당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업계 관계자는 지난 8월 로이터통신에 베이징이 금 수입 규제를 부분적으로 폐지했다고 밝혔다. 경제정보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8월 현재 중국의 금보유량은 6245만 온스로 954억 5000만 달러로 집게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과천시, 잇따른 재개발로 인구 큰 폭 증가, 복지인프라 확충

    경기도 과천시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큰 폭의 인구 증가가 예상되자 복지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과천시는 시립요양원 건립을 위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8억원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과천시는 2025년까지 현 인구 5만 8000명의 2배인 12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심 내 재건축과 갈현·문현동 지식정보타운, 과천동 일원 3기 신도시 등 잇따른 개발 사업때문이다. 시는 단기간 내에 큰 폭 인구 증가로 노인인구와 노인성질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전문요양시설 등 복지인프라를 확충한다. 이번 건립하는 시립요양원은 입소노인 140명과 부양가족 280명 등 총 42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시는 직접고용 등 고용유발 효과도 85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동 일원에 연면적 4937㎡ 지상 5층 규모로 2020년 7월에 착공해 2021년 10월 완공할 예정이다. 우정병원 건립이 무산되면서 노인전문 요양시설에 대한 요구가 지역 사회에 많았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실손보험 받기 너무 불편한데 의료계·보험사는 네탓 공방만

    실손보험 받기 너무 불편한데 의료계·보험사는 네탓 공방만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7)씨는 최근 아버지의 실손의료보험 청구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전남 완도에 계시는 아버지가 광주에 있는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치료비 10만원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관련 서류를 잘못 끊었다며 다른 서류로 다시 내라고 했다. 서류를 다시 떼려면 병원에 또 가야 한다. 완도에서 광주까지는 왕복 4시간이다. 차비도 아깝지만 자영업자인 아버지가 가게 문을 하루 닫아야 한다. 이씨가 광주로 내려가도 교통비와 시간이 만만찮다. 이씨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며 “병원에서 서류를 보험사에 바로 보내주면 되는데 환자가 병원에 꼭 찾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거동이 불편하고 병원과 먼 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더 불편하다”고 토로했다.실손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보험금 청구 방식이 너무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병원에 찾아가 진료비 영수증이나 세부내역서 등 필요한 서류를 떼야 한다.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서와 함께 관련 서류를 낼 때도 보험사 지점을 방문하거나 팩스로 보내야 한다.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서류를 낼 수 있지만 일단 종이 서류를 떼 온 뒤 사진을 찍어 보내는 방식이다. 서류를 잃어버리거나 잘못 발급받았다면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 수술비 등 받아야 할 보험금의 액수가 크면 발품을 팔 만하지만 소액이면 병원과 보험사를 오가는 교통비와 시간을 따져 볼 때 손해다. 보험금 청구를 스스로 포기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3422만명에 이른다. 국민(5163만명) 3명 중 2명은 실손보험을 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보험금 청구 건수는 총 8046만건으로 2년 새 1.6배로 늘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비급여 의료비)를 챙겨주는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준공공재 기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시스템이 전산화되지 않아 소비자는 물론 병원과 보험사 모두 불편하다. 병원과 약국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9만 3184곳이나 된다. 실손보험 청구 서류를 떼 주기 위해 대량의 종이 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민원인들로 원무과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 보험사도 진료비 영수증 등을 문서로 받아 심사한 뒤 전산에 입력하는 단순 업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추진되고 있다.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관련 전자증빙자료 발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각각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국회에 발의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원무과에 “실손보험 청구 서류들을 A보험사로 보내 달라”고 말하면 관련 서류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보험금 청구서만 작성해 보험사에 내면 된다. 서류를 잘못 떼거나 분실해 병원에 다시 갈 일도 사라진다.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시스템 개선인데 관련 법안은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었다. 다른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떠안기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한다. 더 큰 명분을 내세우는 건 환자 권익 보호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오히려 환자들이 보험금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리잡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 영수증 등을 보험사에 전송해 달라고 요청하면 병원이 일단 심평원에 서류를 보내고 각 보험사에 전달해 달라고 위탁하는 방식이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심평원이 병원의 환자 진료 내역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계도 국민 편의를 위한 순수한 의미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평원이 들어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심평원이 개입하면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과잉진료 여부를 심사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비급여 치료 중에는 급여 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들이 있는데 심평원에서 과잉진료 여부를 심사해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면 환자들이 실손보험을 통해 비급여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100만원짜리 비급여 레이저 치료가 있고 약만 먹으면 되는 몇 만원짜리 급여 치료가 있다고 치자. 간이 나쁜 환자는 약 대신 레이저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 “심평원에 실손보험 청구 관련 자료들이 가면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서 이런 레이저 치료를 못 받게 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또 소비자들의 건강 정보를 보험사가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건강 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가면 보험사들이 자주 아파서 보험료가 많이 나가는 환자의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시켜 주지 않고, 건강한 소비자만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오히려 소액의 보험금까지 소비자에게 챙겨 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보험사의 가장 안 좋은 이미지가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한다’는 것”이라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해 2000원이든 3000원이든 소액의 보험금까지 주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지 몰라도 ‘보험사가 적은 돈도 잘 챙겨 준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 줄 수 있다. 보험사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험 가입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비급여 치료 중심의 과잉 진료로 얻는 수익이 쪼그라들 것을 우려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진료비 체계가 투명해 문제가 없다. 이미 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은 보험사와 실손보험 청구 전산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면서 “일부 개인병원은 가격 통제가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를 터무니없이 높게 받아 수익을 올린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이런 행위를 심평원이 다 볼 수 있어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개인병원의 비급여 치료 과잉 진료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 도수치료의 최저금액은 1000원인데 최고금액은 30만원으로 병·의원에 따라 무려 300배 차이가 났다. 소비자단체들은 보험업계의 손을 들어 줬다. 금융소비자연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9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 성명서를 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건강정보 악용과 유출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현재처럼 종이 서류로 제출할 때만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전산으로 전송하면 위험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나영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청구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소액 보험금이 개별 소비자에게는 적은 금액일지 몰라도 소비자 전체로 보면 엄청난 금액”이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불편을 해결한다는 공익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크루그먼 “한국 디플레 막으려면 재정 투입 단기부양책 필요”

    크루그먼 “한국 디플레 막으려면 재정 투입 단기부양책 필요”

    크루그먼 “SOC 투자, 시간 오래 걸려 확장적 재정정책 통해 긴급 처방해야” 홍남기 “日 수출규제로 불확실성 가중” 크루그먼 “2차 대전 후 최대 보호무역 중국발 경제 위기 발생할 가능성 있다”세계적인 석학이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우리 정부에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대신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과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면서 스타 경제학자의 명성을 얻었다. 홍 부총리는 크루그먼 교수에게 내수와 수출 양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조언을 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 대비 -0.03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며 “SOC 투자 등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의 조치로 한국의 불확실성이 한층 가중됐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전체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여기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은 미중 무역분쟁에 비해 한일 긴장 관계는 이제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며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고 동의했다. 또 “당장 내년에 불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과거 일본은 경제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을 취해야 하며 그럴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소비 지출을 늘려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이 영향은 크지 않으며 지금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에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을 펴 경기를 부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가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도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한국 철강산업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저성장·저물가속 디플레 징후… ‘잃어버린 20년’ 日 전철 밟나

    최근 우리 경제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지난달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데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도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를 기록했지만 1분기 침체(-0.4%)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우리 경제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타이밍 실기와 추가경정예산 통과 지연 등 정책 실기,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연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재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 1.9%에서 하반기 2.3%로 다소 상승하겠지만 체감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물가 기조 역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악재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5%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38%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반기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더라도 올해 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 등이 나타난 2015년(0.7%) 두 차례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8월 말 기준 0.7%이고,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상승률 0.9%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해서 0%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요가 위축된 ‘사실상의 디플레이션’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와 투자가 축소되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와 내수 부진을 심화시킨다. 고령화는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조사 보고서에서 고령화는 2022년까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0.3% 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연은 “디플레이션 우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힘쓰는 동시에 집행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저성장 저물가 대응을 위해 재정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등 단기책은 이미 시행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내년 수출지원 예산 사상 첫 1조원 돌파, 수출부진 타개 ‘총력’

    내년 수출지원 예산 사상 첫 1조원 돌파, 수출부진 타개 ‘총력’

    내년 수출지원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다. 다음주에는 ‘수출시장 구조혁신 방안’을 내놓는다. 최근 9개월 째 이어지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한국무역협회와 ‘민관 합동 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고 내년 수출지원을 위해 1조 7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째 이어진 마이너스 수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7월 1168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예산은 수출활력 회복과 수출시장 다변화 등 시장구조 혁신을 위해 집중적으로 쓴다. 구체적으로는 전략시장·신흥시장·주력시장 등 3대 시장별로 산업과 무역정책을 결합한 맞춤형 수출지원을 추진한다. 신남방·신북방 등 전략시장은 한류를 활용한 전략적 마케팅을 지렛대로 삼아 현재보다 수출 비중을 30% 이상 확대한다. 교역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이 큰 중남미·중동 등 신흥시장은 공적개발원조(ODA) 등 정부 협력을 중심으로 상생형 수출을 확대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주력시장은 첨단제품·고급 소비재 등으로 수출 품목을 다각화하고 고급화해 수출 변동성 등 위험요인에 대비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위기에 처한 소재·부품·장비는 글로벌 연구개발(R&D)과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 수출성장동력으로 탈바꿈한다. 선진국이 참여하는 R&D 협력 플랫폼 등에 참여함으로써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단기 기술 확보가 어려운 분야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2조 5000억원 이상의 M&A 자금과 세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 중심의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은 외연을 더욱 확대하고 한국 기업이 신규 수입국 확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도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수출입 기업이 FT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FTA 해외활용지원센터 확대, FTA 네트워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FTA 2.0’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내년 무역보험 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3조 7000억원 더 늘려 이라크 등 대규모 국가개발프로젝트에 1조원, 중소기업 신흥시장 수출지원에 2조원, 소재·부품·장비 수입대체에 3000억원 등 투입한다. 또 소재·부품·장비기업 수출 바우처를 신설하고 수출마케팅 지원 대상 기업을 올해 5800개사에서 내년 6500개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시장 구조 혁신 방안’을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일본 수출규제 등 위험을 기회로 활용하려면 수입국 다변화와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일본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자유무역의 원칙과 분업체계에 기초한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혁신 방안을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활력과 산업경쟁력은 서로 뗄 수 없는 일체로 수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만을 바라보지 않고 국내 산업·기업·제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출시장 구조 혁신을 통해 어떤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수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지자체 주도 일자리사업에 최대 1000억… 맞춤형 고용 지원 강화

    지자체 주도 일자리사업에 최대 1000억… 맞춤형 고용 지원 강화

    고용위기 선제 대응 사업 연말까지 공모 내년 초 선정된 지역에 年 30억~200억씩 통합환경 상담사·환경측정분석사 등 환경 분야서 3년간 일자리 5만개 창출정부가 지역 주도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위기가 우려되는 지방자치단체에 5년간 최대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2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지역고용정책 개선방안’ 등 5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현재 고용위기 군산·창원 등 7곳 대상서 제외 우선 고용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지역 중심의 ‘고용 위기 선제 대응 패키지’ 공모사업을 신설해 내년 초 사업 대상을 발표하기로 했다. 고용 위기가 우려되는 지역의 기초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중장기 일자리 사업을 설계해 공모에 응하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평가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 규모는 연간 30억~200억원씩 최대 5년간으로 정했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위기가 우려되는 지역이 지원 대상이다. 다만 현재 고용 사정 악화가 현실화된 ‘고용위기지역’(군산, 창원 등 7개 지역)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김영중 고용부 노동시장기획관은 “고용 위기는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 문제로 쉽게 확장된다”며 “고용위기지역 전(前) 단계에 해당하는 지자체 중 몇 곳을 선정해 고용위기지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사업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서 정책 내고 사업 주도하면 정부는 지원 이번 방안은 지역별로 일자리 문제가 모두 다르다는 인식 아래 지자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내려보내는 일자리 예산은 정작 각 지자체의 중장기 사업계획과는 맞지 않아 단기 정책 위주로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지역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주도하면 중앙정부는 지원만 하겠다는 게 정책의 기본 방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환경 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환경부) ▲디자인 주도 일자리 창출 방안(산업통상자원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문화서비스·일자리 창출 방안(문화체육관광부) ▲일자리위원회 운영세칙 개정안도 의결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나 폐기물, 물 분야 환경 현안 해결과 산업 육성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통합환경허가제에 따른 통합환경 컨설팅 전문가 300명과 내년부터 채용이 의무화된 환경측정분석사 520명 등이다. 폐기물 수거·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환경지킴이 등 환경 현안 해결을 위한 공공일자리도 확대한다. 산업부는 디자인을 활용한 혁신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디자인학과에 공학과 경영학을 접목해 차세대 디자인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도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제도’를 올 하반기 도입해 사회적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내년 일자리예산 실업소득 유지·지원에 40% 2020년 일자리 예산은 위 4개 부처를 포함해 총 24개 부처에서 168개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데 쓰인다. 규모는 전년 대비 21.3% 증가한 25조 7697억원이다. 예산은 공적자금으로 실업자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실업소득 유지·지원사업(10조 4000억원·40.2%), 구직자의 취업과 실직 위험에 놓인 재직자의 계속 고용 등을 위해 쓰이는 고용장려금(6조 6000억원·25.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구인·구직 정보 제공 등으로 구직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쉽게 하는 고용서비스(1조 2000억원·4.7%)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정세호 PB의 생활 속 재테크] 금값 최대 변수는 美금리… 급하게 사지 말고 분할 매수를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에 이어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이어지면서 26~2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공포 속에 국내외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이런 리스크가 앞으로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금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경기 둔화기에 안전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금값이 연초보다 상당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은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수익을 올릴지 막막하다. 금에 투자하려면 우선 금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예측해 투자 계획을 짜야 효과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금 가격은 국내 수급에 영향을 받지만 큰 틀에서는 국제 금 시세를 따른다. 국제 금 시세를 결정하는 3대 요인은 리스크와 달러 가치,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위험 분산 기능을 갖고 있어 시장이 급변할 때 금값이 강세를 보인다. 금은 기축통화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지수화한 지표)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값과 가장 관련이 큰 지표는 실질금리다. 과거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탔을 때 공통적으로 실질금리는 하락세였다. 최근처럼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명목금리의 변수 역할이 커진다.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이 금값의 최대 변수라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지만 ‘중기 사이클 조정’이라는 표현으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다소 꺾였고 금 가격도 주춤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 국채 금리가 하락했고, 이는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7년 만에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경기가 10년 넘게 지속된 호황에서 둔화 국면으로 바뀌는 시점이어서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6~7차례 인하해 현 2~2.25%에서 0.25%~0.50%까지 내릴 수도 있다. 금리정책은 한번 방향을 잡으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금리 인하 시기에 금 가격은 2011~2013년 수준인 온스당 1700~19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최소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 시점까지 금 가격은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다만 금리 인하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은 급하게 금을 사 모으기보다는 금값 상승 국면에서 때때로 나오는 하락 시점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V 프리빌리지 PB팀장
  • 日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D-1…정부, 시나리오별 점검

    日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D-1…정부, 시나리오별 점검

    일본이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별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별 대책을 짜놓고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일본이 어떤 품목을 규제할지 모니터링하면서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자금을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에 신속히 지원하는 등 국내 산업의 타격이 크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 1194개를 비롯해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품목의 경우 한국으로 수출 시 일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전략물자 중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159개를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업종별로는 화학 40여개, 반도체와 기계 각 20여개, 금속 10여개 등이 포함됐다. 민관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는 백색국가 제외 시행에 대비해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또 일본의 조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대일 밀착지원을 할 방침이다. 28일에는 백색국가 제외 발효에 따른 당정청 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재점검하고, 소재·부품 연구개발(R&D) 투자전략 등 대책 추진상황을 논의한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지정해 규제했던 지난달과 달리 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영향은 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한 데 맞서 추가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견과 일본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산업연구원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은 전체 대 일본 수입액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일본) 기업의 신뢰성 상실로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일본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하면 오히려 수출규제가 자국(일본) 산업의 기반을 약화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혁신형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며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수입 다변화 전략 등 가능한 대응 카드를 모두 동원하고, 총 45조원에 이르는 예산·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다음 달 2일까지 의견수렴을 하고, 다음 달 중순쯤 시행할 예정이다. 또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행 시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선택할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상시화한 미중 무역전쟁, 대책도 상시 체제로

    미국과 중국의 추가 관세 보복전으로 어제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1.64% 내린 1,916.31로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도 4.28% 내린 582.91로 후퇴했다. 원·달러 환율은 7.2원 오른 달러당 1217.8원에 마감됐다. 중국이 지난 23일 밤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에 맞서 즉각 중국산 제품의 추가 관세 인상과 자국 기업들의 중국 철수를 압박하는 등 양국 갈등이 격화한 탓이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양국은 상대방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존심 대결이 팽팽하다. 이런 강경 기조가 지속된다면 합의는커녕 내년 미국 대선까지 협상조차 하지 않는 ‘노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홍콩 시위에 중국이 무력 개입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다. 미중 갈등 이후 세계 각국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경기하강 신호인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은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에 그쳐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중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을 경우 글로벌 경제가 어디까지 곤두박질칠지 걱정스럽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수출과 설비투자, 민간 소비가 모두 부진한 데다 한일 갈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연간 성장률 1%대 하락 경고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잖다. 정부는 어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충분한 복원력과 정책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책 당국이야 시장의 공포를 완화해야 하니 한가해 보이는 발언도 하겠지만, 관련 대책마저 한가해서는 안 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상시화하는 만큼 대책도 상시적이고 체계적이며 정밀해야 한다.
  • G2 ‘강대강’ 대치 지속…글로벌 침체 공포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무역협상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내년 미국 대선 전까지 미중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높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경기 불황과 일본 수출 규제 여파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라는 더 큰 악재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근본 원인은 기술 패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미중 양국이 일시 휴전으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내년 대선 전까지 지지 기반인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해 쉽게 매듭지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국이 협상에 일시 복귀할 수는 있어도 기술 패권과 관련한 미중 갈등은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다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추가적인 경기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에 이어 중국과의 경제 단절을 의미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 발동을 거론했고 중국도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대미 강경 기조는 홍콩 시위 무력 진압 가능성을 높이면서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선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단기전에서 지구전으로 전략을 바꾼 듯한 모습”이라면서 “자칫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를 밑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가 거의 소진된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 강도를 조절하는 게 거의 유일한 부양책”이라면서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日불매 본격 가시화…8월 나리타공항 입국 한국인 35%↓

    日불매 본격 가시화…8월 나리타공항 입국 한국인 35%↓

    지난달부터 시작된 일본 상품·여행 불매 운동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한 달간 방일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는 일본 정부 통계가 공개되자 예상보다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8월에는 이보다 감소 폭이 훨씬 클 것임을 예고하는 통계가 공개됐다. 도쿄출입국재류관리국 나리타지국은 23일 여름 성수기에 해당하는 지난 9~18일 도쿄 관문인 나리타(成田)공항을 거쳐 입국한 한국인 단기체류자가 1만2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단기 체류자의 대부분은 업무가 아닌 관광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이다. 나리타지국은 이 같은 급감 추세에 대해 “현재의 한일관계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후 ‘일본 불매’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지난 21일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일본에 온 한국인 여행자 수는 56만1천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6%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월간 단위로 가장 적은 수치이지만 감소 폭이 의외로 적어 일각에선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불매 운동이 시작된 7월에는 수수료 부담 등으로 예약 상품을 취소하기 어려운 현실이 통계에 반영된 것이라며 8월 감소폭은 두 자릿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お盆) 명절이 낀 지난 9~18일 나리타공항을 이용한 내외국인 출국자가 가장 많이 찾은 행선지는 미국, 중국,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나리타공항을 거쳐 한국으로 간 출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많아 일본인의 한국인 여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목적에 대한 국민인식’ 여론조사를 통해 일본 불매운동의 목적으로 응답자의 27.1%가 ‘일본의 과거침략 사죄 및 배상’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수출규제 철회’(19.4%)를 웃도는 수치로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보다 근원적인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고도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구베이타운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 직전 일본인 기자들과 일본 외무성 공식 사진기자에게 접근해 직접 카메라 상표를 확인하며 “캐논? 니콘?”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한국 취재진 사이에서 공분을 낳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한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단기적으론 한계”

    한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단기적으론 한계”

    신소재 테스트·공정 전환에 최소 수개월 특수목적용 기계·정밀화학제품 등 타격홍남기 “내년도 예산 510조 이상 검토 성장률 목표 2.4~2.5% 달성 쉽지 않아”한국은행이 22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 등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신규 소재 테스트와 공정 전환 과정에 최소 수개월이 걸려 생산 물량이 축소될 수 있다”며 “이는 관련 설비투자 지연 또는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회 현안 보고 자료에서 “일본 수출 규제 상황이 더욱 악화돼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 규제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로는 반도체 소재,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을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의 경우 일본산 수입 비중이 34.6%였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32.0%), 수치제어식 수평선반(63.5%), 산업용 로봇(58.6%), 머시닝센터(47.8%) 등도 비중이 컸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의 경우 일본산 비중이 82.8%나 됐다. 한은은 또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미래 신산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의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수입 규제 대상 품목이 확대되고 규제 대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의 경영 계획 수립에 애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금융 규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에 있는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 규제를 강화하는 간접적 규제를 우선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간접 규제가 현실화되면 현지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영업 활동 위축, 신인도 저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 “반도체 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되고 우리 반도체 수출도 연말까지 감소세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을 510조원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서울신문 8월 22일자 8면>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지금 경제 상황과 내년도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며 “내년 예산은 510조원 이상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올해 대비 내년 예산 증가율에 대해서는 “올해(9.5%)보다는 적겠다”고 전망했다. 또 올해 성장률 목표치 2.4~2.5% 달성과 관련해 “최근 여건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외환시장 급격한 쏠림 나타나면 선제 조치”

    정부가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외환시장에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선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의 재부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우리나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외환시장에서 급격한 수급 쏠림 등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며 “시장 불안 우려가 생기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침체를 예상하는 신호로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역전 현상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바로 해소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적도 많았다”며 “침체라고 말할수록 자기실현적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시위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국제금융센터로서의 홍콩 위상을 고려했을 때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최근의 고용률 개선이 단기 일자리 확대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구구조상 고령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 일자리가 늘었다”며 “노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단독] “농사하러 오세요” 불러놓고 나 몰라라… 공항에 갇힌 네팔인들

    [단독] “농사하러 오세요” 불러놓고 나 몰라라… 공항에 갇힌 네팔인들

    포천시, 농번기 대비 네팔서 노동자 모집 네팔 측 승인 거부… 입국 도중 비자 취소 노동자 5명 “일 원해” 8일째 공항서 생활 인력 기다리던 농가 자체적으로 구인 “포천시가 민간에 사업 맡기고 책임 전가”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농번기 일손을 보태러 한국에 온 네팔 노동자 10여명이 입국 도중 비자가 취소돼 인천공항에 갇히게 됐다. 이들 중 일부는 벌써 8일째 공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자체의 미숙한 일 처리 탓에 농민들은 인력난에 처했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20일 경기 포천시 등에 따르면 네팔 출신 노동자 13명은 당초 포천시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C4 단기취업 비자를 받고 지난 4월 입국할 예정이었다. 포천시는 민간 브로커에게 실무를 맡겼고, 이 업자는 시와 우호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은 네팔 판초부리시에서 노동자를 구했다. 이들은 시금치와 얼갈이 등을 기르는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네팔 당국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노동자들의 출국 승인을 미루면서 일이 꼬였다. 출국이 늦춰지자 포천시는 지난 13일 비자를 취소했다. 시 관계자는 “네팔에서 왜 출국 승인을 미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내부 지침에 따라 비자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 13명은 뒤늦게 출국을 허가받아 비자 취소 사실을 모른 채 지난 13일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출입국관리 당국은 이들의 비자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입국을 불허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중 8명은 영문을 모른 채 자비를 들여 네팔로 돌아갔지만 5명은 “애초 계약대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공항 송환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자체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숙한 일 처리 탓에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농민들이 피해를 봤는데도 포천시 측은 공항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우선 돌아가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네팔 근로자가 본국 승인을 제때 못 받은 탓에 비자가 취소된 것이라 당장 재승인은 어렵다”면서 “일단 돌아가면 판초부리시와 다시 논의해 재입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혜옥 의원은 “시 친환경농업과가 민간 브로커에게 일을 맡긴 채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천시 측은 “네팔 측에 공항 체류 노동자에 대한 입장을 공문으로 물어봤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인력난을 겪게 된 포천시 시설 채소 농가는 현재 자체적으로 일손을 구해 농사일을 하고 있다. 공항에 체류 중인 노동자 5명은 21일까지 자진 출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지오텍홀딩스,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 맞아 글로벌 리더와 기업 키워야 할 때”

    지오텍홀딩스,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 맞아 글로벌 리더와 기업 키워야 할 때”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데이터가 시장 활동의 추진제로서 돈을 대신하고 데이터가 돈이 되는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를 맞아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제 데이터 관련 리더와 기업을 키워야 한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자본과 재능, 최고 지식을 가진 이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하위 서비스 종사자는 불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시장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사라지는 첨단기술 집약산업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빅데이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이에 (주)지오텍홀딩스(대표 박은수)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신개념 포털 웹브라우저 ‘알롬’과 블록체인 기반의 ‘블록 도메인’을 개발해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지오텍홀딩스의 블록 도메인은 블록체인 기반에 도메인이 블록별로 콘텐츠를 담아 도메인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자산의 가치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도메인 거래소의 오픈은 도메인도 상장할 수 있는 시장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박은수 지오텍홀딩스 대표는 “블록 도메인 거래소에서는 블록 도메인에 자신의 데이터를 설계해 거래소에 올리면 가치에 따라 모든 가상화폐로 도메인과 데이터를 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으며 도메인 경매 방식과 도메인 주주방식 등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데이터’가 권력과 부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누구나 갖고있는 데이터 가치를 평가받고 거래되면 정리된 데이터가 늘어나고 늘어난 개인의 데이터가 자산으로 평가돼 거래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오텍홀딩스는 데이터를 탑재한 블록 도메인 시장을 전 세계로 알리기 위해 해외 미주한인연합회, 유럽의 언론채널, 동서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을 겨냥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블록 도메인과 블록 도메인 거래소 관련 특허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커지는 R의 공포, 대비책 서둘러야

    경기 침체(Reccesion)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년 만기 국채금리보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낮아졌다. 통상 돈이 오랫동안 묶이는 장기채권이 단기채권보다 싸 금리가 높은데 투자자들이 앞으로 경기가 나빠져 시중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 보고 장기채권을 비싸게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 금리를 밑돌면 경기 침체의 신호로 여겨졌다. 이 여파로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4일 3.05%나 빠졌다. 올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그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성장을 이끌었던 독일과 중국의 경제지표도 심상치 않다. 독일은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로 역성장했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4.8% 증가했는데 이는 2002년 2월 이후 17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대선 정국인 아르헨티나는 금융시장이 폭락했고, 세계 금융중심지의 하나인 홍콩의 시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한국은 여기에 일본의 무역보복까지 더해져 어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전 거래일보다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차이도 0.077% 포인트 차이로 2008년 8월 12일 이후 가장 적어 금리 역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경제 위기가 아닐지라도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는 위험하다. 경제는 심리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5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예산은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고 경제침체를 막을 수 있는 곳에 쓰여야 한다. 4년 동안 계속되던 세수 호황이 끝나고 올 상반기 세수가 지난해보다 1조원 적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1원이라도 허투루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이 먼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돼있다고 하지 말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라. 지원조건 등을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홈페지에 올렸다고 만족하지 말고 취약계층이 자주 찾는 장소에 찾아가서 알려줘라. 대·중소기업 상생을 말로만 떠들지말고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핫라인을 정비해라. 통화당국도 다양한 통화정책의 수단을 검토해 필요할 경우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 금융위, 미국 금리역전에 금융시장 점검회의…“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대비”

    금융위, 미국 금리역전에 금융시장 점검회의…“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대비”

    금융위원회가 16일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오전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해외 금융시장 상황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손 부위원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 홍콩 시위 등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는 등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1.623%까지 떨어져 2년물 미 국채 금리(연 1.634%) 아래로 내려갔다. 1978년 이후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은 5번 발생했고, 모두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금리 역전 발생 이후 침체가 찾아온 시기는 평균 22개월 뒤였다. 가장 최근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이 시작된 것은 2005년 12월로 2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불황이 온다면 어떻게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까/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불황이 온다면 어떻게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까/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최근 미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은 흥미로운 보고서 한 편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뉴욕연은은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1년 뒤의 불황확률’을 예측했는데, 여기서 장단기 금리차란 장기금리에서 단기금리를 뺀 것을 의미한다. 과거 미국 경제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 다시 말해 장기금리보다 단기금리가 더 높아질 때 불황을 경험했던 것에 착안해 ‘1년 뒤의 불황확률’을 추정한 것이다. 뉴욕연은의 계산에 따르면 1년 뒤에 불황이 출현할 확률이 31.5%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불황확률이 아직 30% 초반 수준에 불과하기에 2020년에 불황이 꼭 시작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 나아가 미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황의 위험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이 10년 넘게 지속된 만큼 꼭 2020년이 아니더라도 불황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불황의 가능성이 높아질 때 정책 당국과 가계가 어떤 대응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예행연습을 해 보자. 전쟁에 대비해 주요국의 참모본부가 이른바 ‘워 게임’ 하듯 불황이 닥칠 때를 대비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수출의 흐름에 주목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선진국 경기의 악화로부터 경기 둔화가 시작될 때에는 항상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이게 다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수출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때에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물론 통화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의 시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통화정책 시행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계는 불황의 위험성이 높아질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일체의 빚을 다 줄이고 현금 혹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한국이 다시 1997년같이 ‘통화정책 주권’을 잃어버리며, 고금리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금리를 25%까지 인상하는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고금리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1997년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며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2019년 7월 말 현재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데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를 제외한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 1168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19년 상반기에만 217억 7000만 달러의 경상수지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연간 기준으로도 1997년 이후 22년째 경상흑자 행진을 벌이고 있어 한국이 1997년 같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 덕분에 지난 10년간 한국 정책 당국은 경기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기존 5.25%였던 정책금리를 단번에 4.25%로 인하했으며, 2009년 2월에는 2.0%까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7월 유럽 재정위기 때에는 기존 3.25%였던 정책금리를 3.0%로 인하했고, 2016년 6월에는 1.25%까지 금리 인하를 지속한 바 있다. 따라서 불황이 출현한다면 정책금리 등 주요 지표 금리는 지금보다 더 떨어져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금리 인하가 원화의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있었던 2008년과 2012년 모두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한 바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불황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판단할 때에는 한국 채권 그리고 달러 등 선진국 통화 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자산배분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서울광장] 남·북·미·중·일, ‘위기의 사다리 게임’/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남·북·미·중·일, ‘위기의 사다리 게임’/장세훈 논설위원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얽히고설킨 난맥상을 누가 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한반도 주변 정세가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마리부터 찾자. ‘낙엽이 지기 전에’라는 제목의 책은 1차 세계대전 발발 과정을 조명하고 시사점을 얻으려 했다. 저자인 김정섭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1차 대전은 왜 일어났을까”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의 사라예보 암살 사건이 터진 1914년 6월 28일부터 영국이 독일에 전쟁을 선포한 8월 4일까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흔히 연합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과 동맹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 등) 간 대결이었던 1차 대전의 원인을 독일의 팽창주의 정책에서 찾는다. 하지만 책을 보면 독일은 전쟁을 막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심지어 전쟁이 터진 뒤에도 ‘방어 전쟁’으로 간주한다. 공교롭게도 이는 주요 참전국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각국의 왕실은 혼인·혈연 관계로 얽혀 있고 상호의존적인 국제무역 체계를 갖췄음에도 어느 나라가 일으켰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불분명한 전쟁이 결국 터져 버렸다는 것이다. 저자가 1차 대전을 ‘침략자 없는 전쟁’으로 규정한 이유다. 각국의 수많은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억제 노력이 가져올 위기 증폭의 효과에는 정작 무지했기 때문이다. 8월에 전쟁을 시작하면서 “낙엽이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 독일 빌헬름 황제의 판단이 대표적이다. 프랑스를 제압한 후 러시아를 공격하는 속도전을 자신했으나 현실은 지루한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1000만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계산되지 않은 위험,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가져온 결과다. 여기에는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집단적 오류와 잘못된 믿음도 깔려 있었다. 결국 1차 대전은 누군가 의도하고 준비한 전쟁이 아닌 위기관리 실패로 인한 전쟁인 것이다. 현 우리나라 주변 정세가 물리적·군사적 충돌을 우려해야 할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1차 대전 당시의 전개 과정과 역학 관계를 보면 경제적 갈등을 촉매로 다양한 대립 구도를 낳고 있는 현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까지 모두 ‘피해자 코스프레’ 중이다. ‘누가 먼저 칼을 뽑았나’의 문제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갈등을 유발하는 대책, 갈등에 대비하는 대책 간 차이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자국의 자위적 조치가 상대국에는 위협적 행위로 인식되는 억제 전략의 딜레마, 억제 전략의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관세전쟁으로 표면화한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5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계기로 환율전쟁으로 번졌다. 또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아시아 배치를 추진하는 이유로 중국을 콕 집으면서 미중 갈등은 군사 분야로도 확대됐다. 두 차례 휴전을 거쳤음에도 치고받기식 난타전으로 상대국은 물론 스스로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비대칭적으로 기운 대미, 대중 관계는 우리의 생존 공간을 옥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지웠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비핵화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5일 이후 다섯 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다. 이 와중에 미국은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호르무즈해협 파병,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을 요구한다. 남·북·미·중·일 각국이 상대국을 의식해 ‘위기의 사다리’를 한 발씩 오르는 형국이다. 경제적, 외교적, 전략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원하지 않는 분쟁, 의도하지 않은 갈등이 속출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희생이나 불이익은 감내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멈출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기 어렵다. 위기관리의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숙제다. 단호한 대응과 상응적 조치가 해결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 위기의 사다리에서 먼저 내려올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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