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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입액 낮추고 가입 가능 나이 높인 ‘한화생명 웰다잉 종신보험’

    납입액 낮추고 가입 가능 나이 높인 ‘한화생명 웰다잉 종신보험’

    한화생명이 최근 저렴한 보험료로 높은 사망보장금을 보장하는 ‘한화생명 웰다잉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 대비 납입보험료는 줄이고 가입 가능 나이는 높여 종신보험이 꼭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설계됐다. 이에 따라 사망 보장금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가입 가능 나이를 최대 80세로 확대했다. 납입보험료는 해약환급금이 있는 종신보험 상품 대비 약 70% 저렴하다.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을 미지급하는 대신 저렴한 보험료로 종신보험 본연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가입 가능 최대 나이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인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10세가량 높였다. 한화생명 웰다잉 종신보험은 가입 시 더 높은 보장금액을 원할 경우 ‘기납입플러스형’을, 납입 보험료 할인을 받고 싶은 경우 ‘기본형’을 선택할 수 있다. 기납입플러스형은 사망 시 보험가입금액에 사망 시점까지 납입한 보험료의 50%를 더한 금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완납 기간까지 사망보험금이 체증해 물가 상승으로 인한 보험금 가치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 예컨대 기납입플러스형 1억원에 가입한 후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그 시점까지 납입한 보험료가 2000만원인 경우 가입금액 1억원과 납입한 보험료의 50%인 1000만원을 더해 총 1억 1000만원을 보장받는다. 기납입플러스형으로 50세, 20년납,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 가입 시 남성 월 보험료 26만 3000원, 여성 21만원이다. 주계약 5000만원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무진단이다. 기본형의 경우 고액의 보험금액 가입 시 보험료 할인을 제공한다. 1억 이상 3억 미만은 2.5%, 3억 이상 5억 미만 3.0%, 5억 이상은 5.0%의 할인을 적용해 납입 부담을 낮췄다. 기본형은 50세, 20년납,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 가입 시 남성 월 보험료 20만 850원, 여성 월 보험료 16만 5750원이다.
  • 중증 질환자 보살피는 호스피스 예산, 4년째 제자리

    중증 질환자 보살피는 호스피스 예산, 4년째 제자리

    이번주 토요일 ‘호스피스의 날’4년 동안 전체 예산 7000만원 증가“누구나 존엄하게 삶 마무리할 수 있어야”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증 질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 관련 예산은 4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보건복지부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9억원이었던 호스피스 관련 예산은 올해 49억 7000만원이 책정됐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은 지난해와 같은 88곳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 3월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을 95곳까지 늘리겠다는 시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는 얘기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사회적·영적 어려움을 돕는 의료 서비스다. 주로 암 환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오는 14일이 호스피스의 날이다. 서 의원은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8년 대비 2022년 5.3%가 증가했는데, 입원형이나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자 수는 5년 내내 여전히 각 1만 8000명, 2000명대 수준”이라며 “누구나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온전함, 시니어 ‘사전케어계획’ 서비스 추석맞이 할인 이벤트

    온전함, 시니어 ‘사전케어계획’ 서비스 추석맞이 할인 이벤트

    지난 5월 ‘온전함:내 뜻 전달서’ 서비스를 런칭한 리걸테크기업 온전 주식회사(대표 차형진 변호사)가 추석을 맞아 ‘사전케어계획’ 서비스 한정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전케어계획’은 노후에 발생하기 쉬운 뇌졸중, 갑작스러운 수술, 교통사고, 치매 등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을 대비해 의사결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 관련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국내에서는 온전이 사전케어계획을 ‘온전함:내 뜻 전달서’라는 내용으로 서비스를 출시했다. 온전함은 변호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친 여섯 범주(건강·의료·경제·생활·죽음·보호자), 100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내 뜻 전달서 서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돌봄·의료를 넘어 재산 관리와 대리인 선정 등 고객의 웰다잉을 돕는 부가서비스도 이용이 가능하다. 내 뜻 전달서는 온전함 회원에 가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작성할 수 있다. 작성된 내 뜻 전달서가 법적 효력까지 얻게 하려면, 온전함의 부가 서비스를 통해 공증, 후견 등 법률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온전 주식회사는 이번 추석을 맞아 12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33,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파격세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천 명 한정 수량으로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구매 가능하다. 온전 주식회사 임찬희 대외협력팀장은 “내 뜻 전달서는 노후에 대한 부모님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며, 부모님의 뜻을 확인해 법적으로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편안한 노후”… 전북, 웰다잉 정책 착착

    전북도가 편안한 노후와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문화 조성에 나선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도의회에서 통과된 ‘전북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 및 웰다잉 문화조성 조례안’이 지난 7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도는 편안한 생애 말기 보장을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웰다잉 문화 조성에 필요한 정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전북도 정책은 웰다잉 교육과 호스피스 지정·운영, 연명의료 결정, 고독사 예방 등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먼저 웰다잉 인식 개선을 위한 체험 제공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임종 준비 등을 교육하게 된다. 또 도는 전북대병원을 호스피스센터로 지정, 운영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연명의료 결정 참여를 높이기 위한 홍보도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84만 1795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가운데 전북은 11만 2747명이 등록했다. 참여 비율이 6.1%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고독사 예방 활동도 더 강화된다. 도는 고독사 예방·지원계획 수립, 인공지능(AI) 안부전화 서비스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네이버㈜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 전북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1만 2747명 등록…웰다잉(Well-Dying) 정책 본격 시행된다

    전북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1만 2747명 등록…웰다잉(Well-Dying) 정책 본격 시행된다

    전북도가 편안한 노후와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문화 조성에 나선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도의회에서 통과한 ‘전라북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 및 웰다잉(Well-dying) 문화조성 조례안’이 이번달 7일부터 시행됐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및 웰다잉 문화조성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해 호스피스 대상환자 등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에 따라 도는 편안한 생애 말기 보장을 위해 웰다잉 문화조성에 필요한 정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전북도 정책은 웰다잉 교육과 호스피스 지정·운영, 연명의료 결정, 고독사 예방 등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먼저 웰다잉 인식개선을 위한 체험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임종 준비 등을 교육하게 된다. 또 도는 전북대학교병원을 호스피스센터로 지정, 운영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연명의료결정 참여를 높이기 위한 홍보도 진행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84만 1795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한 가운데 전북은 11만 2747명이 등록했다. 참여비율(6.1%)이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향후 연명의료 중단 결정 등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히는 수단이다. 도는 제도 시행과 등록 방법 등을 안내해 참여를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고독사 예방 활동도 이번 웰다잉 조례 통과를 계기로 보다 강화된다. 도는 고독사 예방·지원계획 수립, AI 안부전화 서비스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네이버(주)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AI 안부전화’를 통해 민간클라우드인 네이버 클로바 플랫폼을 활용해 AI가 고독사 위험군 대상자에게 주 1회 전화를 걸어 건강, 식사, 수면, 운동, 외출 등에 대한 안부를 묻고 안전을 확인하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 및 웰다잉 정책은 여러 실국의 협조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웰다잉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교육·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누적 매출 증가한 갤럭시… 올해 ‘캐주얼’ 비중 늘린다

    누적 매출 증가한 갤럭시… 올해 ‘캐주얼’ 비중 늘린다

    갤럭시는 지난달 누적 매출 기준 전년비 10% 가까이 신장했고, 캐주얼 상품만 비교하면 같은 기간 30% 가까이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올해는 캐주얼 비중을 8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갤럭시는 최근 ‘컴포터블 럭스’(Comfortable Luxe)를 테마로, 편안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데일리 비즈니스웨어를 선보였다. 소프트한 테일러링을 강조한 저지 재킷, 다잉 팬츠, 코튼 혼방 블루종 등의 아이템들을 내놨다. 해당 제품들에는 노스텔지아적 휴양지 무드 색상과 소프트 브라이트 색상을 적용했다. 아울러 ‘지속가능’이라는 키워드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패션 듀오 ‘강혁’(KANGHYUK)과 협업한 캡슐컬렉션도 선보였다. 갤럭시의 기술력에 강혁의 독창성·창의성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제품들은 오버사이즈 스타일, 구조적 실루엣, 볼륨감을 토대로 젠더리스 실루엣과 디자인적 포인트를 더했다. 특히 슈트와 코트를 중심으로 컷아웃, 벨트디자인, 구조적 실루엣을 강조한 미래적 디자인을 강조했다. 제품 종류로는 ▲아웃 포켓과 짧은 기장의 재킷, 종모양 실루엣과 하이웨이스트 팬츠로 구성된 ‘아웃 포켓 슈트’ ▲오버실루엣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투턱 와이드 팬츠로 구성된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세미 오버실루엣 재킷과 디테처블 벨트로 디자인한 재킷과 기본 실루엣의 노턱 팬츠로 구성된 ‘벨티드 슈트’ 등으로 슈트 라인을 구성했다. 또 ▲오버실루엣과 노치드 라펠, 세미 더블브레스티드, 히든버튼으로 디자인된 ‘히든버튼 코트’ ▲코트의 앞쪽과 뒤쪽 부분에 둥근 사이드 컷아웃 디테일이 인상적인 ‘라운드 라인드 코트’ 등 코트 라인을 내놨다.
  • 손지창 “아내 오연수, 매일 술 마신다” 팩폭

    손지창 “아내 오연수, 매일 술 마신다” 팩폭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음주에 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10일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에서 손지창·오연수 부부는 건강 검진에 앞서 함께 문진표를 작성했다. 웰다잉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서 각종 검사를 받는다는 오연수는 “6개월에 한 번은 꼭 하는 것 같다”며 “무언가 발견되면 빨리 발견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어디가 안 좋은지를 알아야 음식 등도 조절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반면 손지창은 “매년 검사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고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이어 문진표를 작성하며 손지창은 “주 2회 정도 고강도 운동을 한다”고 말했고, 오연수는 “솔직하게 써라”라고 나무랐다. 또 ‘음주는 주 몇 회?’라는 문항에 고민하는 오연수를 향해 손지창은 “매일”이라고 팩폭을 가하자 오연수는 “내가 무슨 매일 마시냐”고 주장했다. 이에 손지창은 “맨날 반주로 맥주를 마시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연수는 끝까지 “맥주는 그냥 물이다. 가끔 마실 뿐”이라고 발끈하자, 손지창은 “맥주가 어떻게 물이냐, 술이다. 그리고 매일 마신다”고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1998년 당대 톱스타였던 손지창과 오연수는 6년 연애 끝에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 [단독] 그는 왜 스위스서 죽음을 준비하나 [금기된 죽음, 안락사②]

    [단독] 그는 왜 스위스서 죽음을 준비하나 [금기된 죽음, 안락사②]

    <2> 그린라이트를 기다리는 사람들 ‘죽음의 선택권’이 주는 희망 “나답게 살고 싶어 스위스로 간다” 10명. 2016년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의 숫자다. 그리고 300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조력사망을 신청하기 위해 스위스 조력사망 지원 단체에 가입했다. 그들은 왜 8770㎞를 날아 그 먼 곳으로 죽기 위해 떠나려는 걸까.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스위스 조력자살 지원 단체 가운데 하나인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 중에는 암, 신부전, 뇌종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의 질환을 앓는 사람도 있었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했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사회가 존엄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저는 간호사였어요. 내과 병동에서 일할 때 마약성 진통제로도 통증을 조절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말기암 환자들을 자주 봤어요. 그랬던 제가 환자가 되고 보니 한국에서 죽는 게 두렵더라고요.” 이소연(41·가명)씨는 13년째 만성골수성백혈병과 싸우고 있다. 2021년 11월 갑작스레 암 수치가 증가했을 때 디그니타스 가입을 결심했다. 치료제가 듣지 않는 급성기나 말기가 되면 스위스로 가 조력사망하기 위해서다. 한때 간호사였던 이씨가 마지막 순간에 병원 대신 안락사를 택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병원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이씨 남편 역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빨리 죽여 달라고 할 만큼 고통을 호소해도 병원에서는 환자의 의식이 떨어질까 봐 진통제를 쓰는 데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통증 조절을 해 줘도 환자가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 지난 2월 경북 왜관의 자택에서 만난 이씨는 “의료계에 있어 본 사람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스스로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여년을 투병하며 그런 고통을 때때로 경험했기 때문이다.2010년 겨울 이씨는 회사 복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살짝 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시커먼 멍이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수치가 이상하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 두 곳을 찾아 검사한 결과 백혈병이었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글리벡’이라는 혁신적인 표적 항암제가 개발된 덕에 관리만 잘하면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고통과 두려움이 옅어지진 않았다. 약 부작용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만큼 독했고, 때때로 죽음과 맞바꾸고 싶을 만큼 심한 통증과 맞닥뜨려야 했다. 평소엔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피로감에 시달렸다. 이씨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몸 상태를 예측할 수 없어 약속을 잡거나 장시간 외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틀 전부터 배가 아파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라고 했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처음 사용한 약이 글리벡이었다. 이 약은 숱한 백혈병 환자를 살린 기적의 치료제로 불렸지만 피부와 장기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근육이 파열되고 인대가 늘어났다. 배란이 출혈로 이어져 두 번의 난소낭종 파열 수술을 받고 나선 평생 피임약을 복용해야 했다. 이씨는 “어딘가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유리처럼 부서지는 영화 ‘글래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이 덜 고될 듯해 초등학교 보건 강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2016년 무렵엔 아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루 대여섯 번씩 찾아오는 설사는 외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새로운 일을 해 보려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던 어느 날, 학원에 도착해 강사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설사가 터진 일도 있었다.#통증항암치료와 부작용 반복에 죽음과 맞바꾸고 싶은 고통“후회 없을 만큼 다 해봤어요” “신호도 없이 나오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다행히 패드를 하고 있어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에 너무 놀랐어요. 그 무렵 터널을 지나면 뱅글뱅글 돌며 어지럽더라고요. 공황장애가 생긴 거예요.” 글리벡의 부작용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씨는 2019년 두 번째 항암제인 ‘타시그나’로 약을 바꿨다. 이번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담석이 생겼다. 결국 지난해 3월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세 번째 수술이었다. 그는 “수술 후 깨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팠다. 통증이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얘기하는데도 경증환자 대하듯 참으라고만 하던 주치의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대항하고 적응하며 십 년 넘게 암과 싸워 왔는데, 2021년 가을 정기 추적검사에서 암 수치가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다. 항암제가 듣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약에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심해지면 세 번째 약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부터는 골수이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히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씨는 오래전부터 생각한 디그니타스 가입을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애초에 골수이식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더는 부작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골수이식을 하고 나면 자기 몸에서 하나 정도는 잃어버려요. 실명하는 분들도 있고, 숙주 반응으로 폐나 장이 망가지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분은 골수이식을 하고도 재발해 세 번이나 이식했어요. 몸이 건강한 상태이고 처음이라면 시도해 보겠지만 이제는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빤히 알거든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골수이식 대신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뜻을 남편과 언니에게도 전했다. 이씨의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는 ‘잘 죽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진단을 받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이제는 예측된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요. 갑자기 코로나나 폐렴에 걸려서 죽지 말고, 마지막에 스위스까지 무난히 갈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기를 바라요.”#일상15개월 ‘시한부 선고’ 받았지만항암치료 대신 ‘남은 일상’ 선택“말기 환자에게 선택지 너무 부족” “항암치료를 꾸준히 했을 때 15개월 정도 예상됩니다.” 2020년 1월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의사의 말에 최수진(52·가명)씨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병원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어머니 생각뿐이었다.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는 평소 절대로 하지 말라던 의료 장치들을 두 달째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이거 다 치워라.’ 어머니가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시 깨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형제들은 어머니를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씨는 일 년에 한두 번 받던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서 우측 신장 옆에 종양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과 조직검사 결과는 육종암이었다. 이름조차 낯선 육종은 악성 종양 중에서도 1% 정도밖에 안 되는 희소 암이었다. 이미 대장과 대정맥, 복막 등 장기 주변에 퍼진 4기였다. 의사는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는 병이라고 말하면서도 수술로 육종을 완전히 제거하긴 어려우니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더 큰 병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암을 하면 나을 수 있나요?” 최씨의 질문에 의사는 ‘고식적 항암’이라는 어려운 말로 답했다. 치료 단계는 이미 지났으니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춰 생존 기간을 늘리자는 뜻이었다. “그럼 항암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항암치료를 받다가 체력 소진과 부작용으로 몸이 더 안 좋아지는 사례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최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한다면 괜찮겠지만 회사까지 그만둬야 한다면 진짜 시한부 환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게 싫어 병가도 내지 않고 수술한 뒤 직장에 복귀한 터였다. 의사는 “항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주의를 주듯 “이 상황에서 항암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온 최씨는 다음 진료일을 앞두고 주치의 앞으로 편지를 썼다. 마음은 이미 항암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나답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에게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다. 병원은 계속 다니면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고 싶은데,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의사 말을 듣지 않고 진료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듯했다. 게다가 3분도 안 되는 진료 시간은 이런 뜻을 충분히 전달하기에 너무 짧았다. 그는 A4 용지 한 장짜리 편지를 써서 진료일 전에 도착하도록 했다. ‘저는 항암치료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제 삶을 일상생활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한 채 사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단축될 수 있고, 수개월 안에 위중한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지만 이제부터 의미 있는 일정으로 채워 나가며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최씨에게 한 가지 고민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병원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문득 친구들과 먼 훗날쯤으로 생각하고 얘기했던 ‘안락사’를 떠올렸다. 어렵사리 스위스 조력자살 단체를 찾아 가입하고,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준비했다. 지난 1월 경기도에서 최씨를 만났다. 1년 반도 안 남았다는 시한부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어머니는 최씨가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머니를 보낸 게 너무 힘들었는데 적어도 난 준비할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병원의 예측과 달리 항암치료 없이도 직장과 일상생활 모두 그대로 이어 가고 있었다. 암세포가 요관을 누르고 있어 이를 확장하는 스텐트 시술을 한 것 외엔 별다른 통증 없이 건강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항암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병을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제가 걱정하는 안 좋은 기간을 늘릴 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암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하면서 항암을 권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더라”라며 말기 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부족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씨에겐 일상의 삶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은 마지막 3개월을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임종한 어머니를 보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최씨는 스위스행을 준비하게 되면 그 여정을 빠짐없이 기록할 거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 먼 나라까지 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력사를 합법화한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제가 남길 기록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국내 다른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생존고문 같은 통증… 진통제만 24알조력사망 승인받고 삶 달라져“오늘 하루도 더 최선 다하게 돼” “주변에서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얘기가 30명 넘게 들렸어요. 어느 순간 트라우마보다는 이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태(43)씨는 11년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다. CRPS는 특정 부위를 다친 후 극심한 신경성 통증이 계속되는 만성질환으로,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환자는 정신을 잃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희소질환이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과 치료도 쉽지 않다. 김씨의 통증은 2013년 5월 자전거 사고로 왼쪽 팔을 다친 뒤 시작됐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은 “가스레인지 불에 손을 올려놓은 듯” 뜨거웠다. 이후로도 수시로 몰려드는 통증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중에는 통증을 참느라 손톱과 발톱을 남김없이 뜯었다. 김씨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하루에 먹는 약만 24알이다. 모르핀, 옥시코돈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 안정제, 근육 이완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하루하루 사는 게 고문을 받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김씨가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2019년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안락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공개적으로 조력사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임종 직전이 아니지만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진정을 넣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통증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다른 대안이 없을 땐 안락사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웰다잉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모두 회피하고 있어요.” 김씨는 2021년 12월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해 ‘그린라이트’(승인)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스위스행을 계획하던 중 ‘신약이 개발되고 있으니 3년만 더 참아 보자’는 의사의 권유로 조력사망을 보류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선택권이 주어지자 역설적으로 삶에 최선을 다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디그니타스 회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사업을 시작했다. 체력을 기르려고 무에타이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설계하고 나면 오늘 하루도 더 알차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거예요.”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옳고 그름을 떠나…모두에게 ‘어떻게 살아낼 건가’ 묻고 있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②]

    옳고 그름을 떠나…모두에게 ‘어떻게 살아낼 건가’ 묻고 있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②]

    <2> 그린라이트를 기다리는 사람들 심리부검 전문가가 읽은 다그니타스 회원의 심리 서울신문은 심리부검 전문가인 박지영 상지대 교수에게 디그니타스 한국인 회원 20명의 인터뷰(진술)에 대한 질적 분석을 의뢰했다. 조력사망을 선택했거나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를 기자가 아닌 전문가의 눈을 통해 보다 깊게 분석하고 읽어 내기 위해서다. 심리사회적 경험 분석은 익명화 과정을 거쳤다. 최종 분석 내용은 최대한 박 교수의 분석문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20인의 이야기 속에는 누구든 한 번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삶과 죽음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경험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늘어난 시간 대부분을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과학에도 질병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존재 의미에 대한 갈등은 의료적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인의 사연을 읽으며 비록 조력사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바로 나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디그니타스 회원 20명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이들 중 조력사망까지 신청한 사람은 7명이었다. 신청 결과 2명은 승인, 1명은 거절됐으며 다른 4명은 신청 과정에서 서류 작성의 어려움, 공증 등 절차상 어려움으로 인해 일시 중단한 상태였다. #투병하루 사는 만큼 더해지는 고통 “병든 상태로 나이는 들어가고 몸은 점점 아픈데 약은 안 듣고 처방도 안 되고 돈도 없어지는데 일은 할 수가 없고….” (회원 5) 살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랜 기간 치열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0년이 넘도록 이들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며 일상이 된 투석을 버티고 ‘받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치료를 받으며 투병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선택한 치료는 시간을 거듭해도 병과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살아갈 만한’ 일상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랜 약물 복용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했고 마약류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겨 고문 같은 통증을 혼자서 참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더는 약물과 증상을 견뎌 낼 체력과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반신 통증은 마약 패치도 효과가 거의 없어 못 견디겠고 병원에서는 진통제 용량을 늘리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참으라고 합니다. 상반신도 복부 압박이 심해 호흡이 불편하고 위를 눌러 식욕도 없어요. 소변줄을 차고 있으나 소변이 안 나와서 응급실에 가 소변줄을 갈고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회원 9) “유방암 항암제 부작용이 심해 자율신경계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아요. 현재는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심각한 이명, 청각과민증, 청력소실로 동네 마트 외출도 힘든 상태가 됐어요.”(회원 10) 평생을 환자로 살아야 하는 삶에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 온 ‘나’란 존재가 사라진다. 목숨을 이어 가는 ‘연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병은 평범한 일상을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조차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통증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은 두렵고 치료 과정에서 생긴 공황, 설사, 탈모, 발진 등은 자신이 최소한 지키고 싶었던 ‘인간다운 삶’과 멀어지게 했다.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다양해지고 돌봄시스템이 확장되고 있다지만 이들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환자의 증상보다는 질병 유형만을 기준으로 약물이나 치료비 수준이 결정된다. 이 때문인지 젊은 암 환자나 혈액투석 환자들은 사회가 자신을 후순위 환자로 여긴다고 말한다. “호스피스도 알아 봤지만 혈액투석은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을 단계가 아니면 투석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연결해 주진 않더라고요.”(회원 12)#희망일그러진 일상, 대안의 탐색 “간병 문제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안락사를 고려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기 암 환자나 식물인간처럼 사는 사람은 경제적 문제로 인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라도 가족에게 부담을 덜 주고 질 좋게 죽는 것을 바랄 거예요.”(회원 11) 처음부터 죽음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졌던 희망은 병전(病前) 생활로의 복귀였다. 완치가 어렵고 평생 약을 먹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견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두 달도 아닌 수년, 수십 년 동안 치료와 일상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무리였다. 점점 약해지는 체력 때문에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쉬어야 할 시간에 투석을 하고 웃을 일에도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경우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직장에도, 주변 사람에게도 미안해졌다. “열여덟 살부터 (서른여섯 살인) 지금까지 혈액투석을 하고 있어요. 4시간씩 소요되는 투석을 직장에 다니며 하루 걸러 진행하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요.”(회원 12) “새 직장 출근 5개월 만에 공황과 우울,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기면서 체중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대인 기피증까지 왔어요. 잠깐 쉬려 했던 게 2년째 쉬게 됐고 이제 완치에 대한 희망을 접었어요.”(회원 13)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고통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까지 확대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상황을 끝낼 방법은 자살뿐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이들은 자신의 마지막을 존중하고 가족에게도 충격과 상처가 덜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남의 도움 없이 살기 어려운 상태에서 연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내가 사는 게 아니거든요. 안락사의 기회가 없다면 저는 자살할 것 같아요.”(회원 2) #선택나를 위한 마지막 권리 이들이 조력사망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내 의지’였다. 그래서 의식이 명료하고 기력이 남아 있는 지금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조력사망 신청 절차를 진행하고자 했다. 이는 자신을 위한 마지막 권리이자 언젠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해야 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 여겼다. “통증으로부터 탈출할 수도, 견딜 수도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디그니타스 문을 두드렸어요.”(회원 3) “평소 웰리빙보다 웰다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조력사망은 그런 점에서 준비된 죽음이에요. 내가 의식이 없으면 안락사하게 해 달라고 평소 자녀들한테도 말해 뒀어요.”(회원 6) 조력사망의 결정은 역설적으로 삶을 버티는 새로운 동기가 됐다. 환자로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치료와 고통에 압도되지 않고, 언제든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조력사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여지가 현 상황을 버티며 살아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됐다. “저는 투병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치료에 전념할 것입니다. 다만 조력사망 승인은 앞으로의 투병 여정에 꼭 필요한 마음의 큰 위안이자 안전장치입니다.”(회원 8)이제 우리 사회도 죽음의 질을 이야기할 때다. 이는 제3자로서 조력사망을 옹호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디그니타스 회원들의 경험을 빌려 누구나 죽음 앞에서 맞닥뜨릴 질병과 고통의 시기에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고 개개인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작은 틈으로나마 드러내 보자는 것이다. 여기 스무 명의 이야기가 그런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영 상지대 교수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안락사 희망 20인의 사연…결국 우리 이야기였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안락사 희망 20인의 사연…결국 우리 이야기였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서울신문은 심리부검 전문가인 박지영 상지대 교수에게 스위스 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 한국인 회원 20명의 인터뷰(진술)에 대한 질적 분석을 의뢰했다. 조력사망을 선택했거나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를 기자가 아닌 전문가의 눈을 통해 보다 깊게 분석하고 읽어 내기 위해서다. 심리사회적 경험 분석은 익명화 과정을 거쳤다. 최종 분석 내용은 최대한 박 교수의 분석문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20인의 이야기 속에는 누구든 한 번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삶과 죽음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경험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늘어난 시간 대부분을 노인으로 살아야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과학에도 질병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존재 의미에 대한 갈등은 의료적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인의 사연을 읽으며 비록 조력사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바로 나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디그니타스 회원 20명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이들 중 조력사망까지 신청한 사람은 7명이었다. 신청 결과 2명은 승인, 1명은 거절됐으며 다른 4명은 신청 과정에서 서류 작성의 어려움, 공증 등 절차상 어려움으로 인해 일시 중단한 상태였다.①투병, 하루 사는 만큼 더해지는 고통 “병든 상태로 나이는 들어가고 몸은 점점 아픈데 약은 안 듣고 처방도 안 되고 돈도 없어지는데 일은 할 수가 없고…” (회원 5) 살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랜 기간 치열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0년이 넘도록 이들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며 일상이 된 투석을 버티고 ‘받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치료를 받으며 투병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선택한 치료는 시간을 거듭해도 병과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살아갈 만한’ 일상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랜 약물 복용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했고 마약류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겨 고문 같은 통증을 혼자서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더는 약물과 증상을 견뎌 낼 체력과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반신 통증은 마약 패치도 효과가 거의 없어 못 견디겠고 병원에서는 진통제 용량을 늘리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참으라고 합니다. 상반신도 복부 압박이 심해 호흡이 불편하고 위를 눌러 식욕도 없어요. 소변줄을 차고 있으나 소변이 안 나와서 응급실에 가 소변줄을 갈고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 (회원 9) “유방암 항암제 부작용이 심해 자율신경계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아요. 현재는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심각한 이명, 청각과민증, 청력소실로 동네 마트 외출도 힘든 상태가 됐어요.” (회원 10) 평생을 환자로 살아야 하는 삶에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 온 ‘나’란 존재가 사라진다. 목숨을 이어 가는 ‘연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병은 평범한 일상을 중단시켰을 뿐 아니라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 욕구조차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통증에 대비해야 하는 시간은 두렵고 치료 과정에서 생긴 공황, 설사, 탈모, 발진 등은 자신이 최소한 지키고 싶었던 ‘인간다운 삶’과 멀어지게 했다.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다양해지고 돌봄시스템이 확장되고 있다지만 이들이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환자의 증상보다는 질병 유형만을 기준으로 약물이나 치료비 수준이 결정된다. 이 때문인지 젊은 암 환자나 혈액투석 환자들은 사회가 자신을 후순위 환자로 여긴다고 말한다. “호스피스도 알아 봤지만 혈액투석은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을 단계가 아니면 투석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연결해 주진 않더라고요.” (회원 12)②‘보통의 삶’에 대한 희망…그리고 죽음을 고민하다 “간병 문제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안락사를 고려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기 암 환자나 식물인간처럼 사는 사람은 경제적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라도 가족에게 부담을 덜 주고 질 좋게 죽는 것을 바랄 거예요.” (회원 11) 처음부터 죽음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가졌던 희망은 병전(病前) 생활로의 복귀였다. 완치가 어렵고 평생 약을 먹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견뎌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한두 달도 아닌 수년, 수십 년 동안 치료와 일상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무리였다. 점점 약해지는 체력 때문에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쉬어야 할 시간에 투석을 하고 웃을 일에도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경우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직장에도, 주변 사람에게도 미안해졌다. “18살부터 (36살인) 지금까지 혈액투석을 하고 있어요. 4시간씩 소요되는 투석을 직장에 다니며 하루 걸러 진행하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회원 12) “새 직장 출근 5개월 만에 공황과 우울,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기면서 체중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대인 기피증까지 왔어요. 잠깐 쉬려 했던 게 2년째 쉬게 됐고 이제 완치에 대한 희망을 접었어요.” (회원 13)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고통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까지 확대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아프고 힘든 이야기를 꺼내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상황을 끝낼 방법은 자살뿐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이들은 자신의 마지막을 존중하고 가족에게도 충격과 상처가 덜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남의 도움 없이 살기 어려운 상태에서 연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내가 사는 게 아니거든요. 안락사의 기회가 없다면 저는 자살할 것 같아요.” (회원 2)③나를 위한 마지막 선택 이들이 조력사망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내 의지’였다. 그래서 의식이 명료하고 기력이 남아 있는 지금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조력사망 신청 절차를 진행하고자 했다. 이는 자신을 위한 마지막 권리이자 언젠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해야 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 여겼다. “통증으로부터 탈출할 수도, 견딜 수도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디그니타스 문을 두드렸어요.” (회원 3) “평소 웰리빙보다 웰다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어요. 조력사망은 그런 점에서 준비된 죽음이에요. 내가 의식이 없으면 안락사하게 해 달라고 평소 자녀들한테도 말해 뒀어요.” (회원 6) 조력사망의 결정은 역설적으로 삶을 버티는 새로운 동기가 됐다. 환자로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치료와 고통에 압도되지 않고, 언제든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조력사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여지가 현 상황을 버티며 살아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됐다. “저는 투병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치료에 전념할 것입니다. 다만 조력사망 승인은 앞으로의 투병 여정에 꼭 필요한 마음의 큰 위안이자 안전장치입니다.” (회원 8) 이제 우리 사회도 죽음의 질을 이야기할 때다. 이는 제3자로서 조력사망을 옹호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디그니타스 회원들의 경험을 빌려 누구나 죽음 앞에서 맞닥뜨릴 질병과 고통의 시기에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고 개개인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작은 틈으로나마 드러내 보자는 것이다. 여기 스무 명의 이야기가 그런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한국에서 죽는 게 두렵다…” 안락사 원하는 사람들[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한국에서 죽는 게 두렵다…” 안락사 원하는 사람들[금기된 죽음, 안락사]

    10명. 2016년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의 숫자다. 그리고 300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조력사망을 신청하기 위해 스위스 조력사망 지원 단체에 가입했다. 그들은 왜 8770㎞를 날아 그 먼 곳으로 죽기 위해 떠나려는 걸까.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스위스 조력자살 지원 단체 가운데 하나인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회원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 중에는 암, 신부전, 뇌종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의 질환을 앓는 사람도 있었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에 가입했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사회가 존엄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데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통증 “저는 간호사였어요. 내과 병동에서 일할 때 마약성 진통제로도 통증을 조절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말기암 환자들을 자주 봤어요. 그랬던 제가 환자가 되고 보니 한국에서 죽는 게 두렵더라고요.”이소연(41·가명)씨는 13년째 만성골수성백혈병과 싸우고 있다. 2021년 11월 갑작스레 암 수치가 증가했을 때 디그니타스 가입을 결심했다. 치료제가 듣지 않는 급성기나 말기가 되면 스위스로 가 조력사망하기 위해서다. 한때 간호사였던 이씨가 마지막 순간에 병원 대신 안락사를 택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병원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양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이씨 남편 역시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빨리 죽여 달라고 할 만큼 고통을 호소해도 병원에서는 환자의 의식이 떨어질까 봐 진통제를 쓰는 데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통증 조절을 해 줘도 환자가 아픔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 지난 2월 경북 왜관의 자택에서 만난 이씨는 “의료계에 있어 본 사람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스스로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여년을 투병하며 그런 고통을 때때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2010년 겨울 이씨는 회사 복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살짝 부딪혔다고 생각했는데 시커먼 멍이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수치가 이상하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 두 곳을 찾아 검사한 결과 백혈병이었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글리벡’이라는 혁신적인 표적 항암제가 개발된 덕에 관리만 잘하면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생존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고통과 두려움이 옅어지진 않았다. 약 부작용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만큼 독했고, 때때로 죽음과 맞바꾸고 싶을 만큼 심한 통증과 맞닥뜨려야 했다. 평소엔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피로감에 시달렸다. 이씨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몸 상태를 예측할 수 없어 약속을 잡거나 장시간 외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틀 전부터 배가 아파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라고 했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처음 사용한 약이 글리벡이었다. 이 약은 숱한 백혈병 환자를 살린 기적의 치료제로 불렸지만 장기와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근육이 파열되고 인대가 늘어났다. 배란이 출혈로 이어져 두 번의 난소낭종 파열 수술을 받고 나선 평생 피임약을 복용해야 했다. 이씨는 “어딘가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유리처럼 부서지는 영화 ‘글래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이 덜 고될 듯해 초등학교 보건 강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2016년 무렵엔 아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루 대여섯 번씩 찾아오는 설사는 외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새로운 일을 해 보려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던 어느 날, 학원에 도착해 강사에게 인사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설사가 터진 일도 있었다. “신호도 없이 나오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다행히 패드를 하고 있어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에 너무 놀랐어요. 그 무렵 터널을 지나면 뱅글뱅글 돌며 어지럽더라고요. 공황장애가 생긴 거예요.” 글리벡의 부작용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씨는 2019년 두 번째 항암제인 ‘타시그나’로 약을 바꿨다. 이번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담석이 생겼다. 결국 지난해 3월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세 번째 수술이었다. 그는 “수술 후 깨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팠다. 통증이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얘기하는데도 경증환자 대하듯 참으라고만 하던 주치의를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대항하고 적응하며 십 년 넘게 암과 싸워 왔는데, 2021년 가을 정기 추적검사에서 암 수치가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다. 항암제가 듣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약에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심해지면 세 번째 약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부터는 골수이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히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씨는 오래전부터 생각한 디그니타스 가입을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애초에 골수이식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더는 부작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골수이식을 하고 나면 자기 몸에서 하나 정도는 잃어버려요. 실명하는 분들도 있고, 숙주 반응으로 폐나 장이 망가지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분은 골수이식을 하고도 재발해 세 번이나 이식했어요. 몸이 건강한 상태이고 처음이라면 시도해 보겠지만 이제는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 빤히 알거든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골수이식 대신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뜻을 남편과 언니에게도 전했다. 이씨의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는 ‘잘 죽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진단을 받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이제는 예측된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요. 갑자기 코로나나 폐렴에 걸려서 죽지 말고, 마지막에 스위스까지 무난히 갈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기를 바라요.” #자기 결정 “항암치료를 꾸준히 했을 때 15개월 정도 예상됩니다.” 2020년 1월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의사의 말에 최수진(52·가명)씨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병원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어머니 생각뿐이었다.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는 평소 절대로 하지 말라던 의료 장치들을 두 달째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이거 다 치워라.’ 어머니가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시 깨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형제들은 어머니를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씨는 일 년에 한두 번 받던 산부인과 정기 검진에서 우측 신장 옆에 종양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과 조직검사 결과는 육종암이었다. 이름조차 낯선 육종은 악성 종양 중에서도 1% 정도밖에 안 되는 희소 암이었다. 이미 대장과 대정맥, 복막 등 장기 주변에 퍼진 4기였다. 의사는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는 병이라고 말하면서도 수술로 육종을 완전히 제거하긴 어려우니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더 큰 병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암을 하면 나을 수 있나요?” 최씨의 질문에 의사는 ‘고식적 항암’이라는 어려운 말로 답했다. 치료 단계는 이미 지났으니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춰 생존 기간을 늘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면 항암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항암치료를 받다가 체력 소진과 부작용으로 몸이 더 안 좋아지는 사례를 더러 봤기 때문이다. 최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한다면 괜찮겠지만 회사까지 그만둬야 한다면 진짜 시한부 환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게 싫어 병가도 내지 않고 수술한 뒤 직장에 복귀한 터였다. 의사는 “항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주의를 주듯 “이 상황에서 항암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집으로 돌아온 최씨는 다음 진료일을 앞두고 주치의 앞으로 편지를 썼다. 마음은 이미 항암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1년 반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을 ‘나답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에게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다. 병원은 계속 다니면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해 나가고 싶은데,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의사 말을 듣지 않고 진료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칠 듯했다. 게다가 3분도 안 되는 진료 시간은 이러한 뜻을 충분히 전달하기에 너무 짧았다. 그는 A4 용지 한 장짜리 편지를 써서 진료일 전에 도착하도록 했다. ‘저는 항암치료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제 삶을 일상생활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한 채 사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단축될 수 있고, 수개월 안에 위중한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지만 이제부터 의미 있는 일정으로 채워 나가며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최씨에게 한 가지 고민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병원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문득 친구들과 먼 훗날쯤으로 생각하고 얘기했던 ‘안락사’를 떠올렸다. 어렵사리 스위스 조력자살 단체를 찾아 가입하고, 필요한 절차와 서류를 준비했다.지난 1월 경기도에서 최씨를 만났다. 1년 반도 안 남았다는 시한부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어머니는 최씨가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셨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머니를 보낸 게 너무 힘들었는데 적어도 난 준비할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병원의 예측과 달리 항암치료 없이도 직장과 일상생활 모두 그대로 이어 가고 있었다. 암세포가 요관을 누르고 있어 이를 확장하는 스텐트 시술을 한 것 외엔 별다른 통증 없이 건강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항암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병을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제가 걱정하는 안 좋은 기간을 늘릴 뿐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암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하면서 항암을 권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더라”라며 말기 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부족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씨에겐 일상의 삶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은 마지막 3개월을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임종한 어머니를 보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최씨는 스위스행을 준비하게 되면 그 여정을 빠짐없이 기록할 거라고 말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 먼 나라까지 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력사를 합법화한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어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제가 남길 기록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국내 다른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생존 “주변에서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얘기가 30명 넘게 들렸어요. 어느 순간 트라우마보다는 이 사람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태(43)씨는 11년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다. CRPS는 특정 부위를 다친 후 극심한 신경성 통증이 계속되는 만성질환으로,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환자는 정신을 잃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희귀질환이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과 치료도 쉽지 않다. 김씨의 통증은 2013년 5월 자전거 사고로 왼쪽 팔을 다친 뒤 시작됐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은 “가스레인지 불에 손을 올려놓은 듯” 뜨거웠다. 이후로도 수시로 몰려드는 통증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중에는 통증을 참느라 손톱과 발톱을 남김없이 뜯었다. 김씨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하루에 먹는 약만 24알이다. 모르핀, 옥시코돈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 안정제, 근육 이완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하루하루 사는 게 고문을 받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김씨가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2019년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안락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후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 공개적으로 조력사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임종 직전이 아니지만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진정을 넣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통증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다른 대안이 없을 땐 안락사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웰다잉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모두 회피하고 있어요.” 김씨는 2021년 12월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해 ‘그린라이트’(승인)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스위스행을 계획하던 중 ‘신약이 개발되고 있으니 3년만 더 참아 보자’는 의사의 권유로 조력사망을 보류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선택권이 주어지자 역설적으로 삶에 최선을 다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디그니타스 회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사업을 시작했다. 체력을 기르려고 무에타이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설계하고 나면 오늘 하루도 더 알차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거예요.”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데스크 시각] 어머니의 버킷 리스트/유영규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어머니의 버킷 리스트/유영규 기획취재부장

    “사랑하는 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온갖 장치를 몸에 연결하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침묵하면서 두려워할수록 죽음은 더욱더 끔찍해진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중·하이더 와라이치 지음) 어떤 기억은 마치 뇌 속에 각인된 듯 지워지지 않는다. 내겐 어머니의 죽음이 그렇다. 15년 전 일이다. 주치의는 어머니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폐암 말기입니다. 환자에겐 절대 6개월 남았다고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3개월도 못 사실 겁니다.”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병원 한구석에서 오열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먹먹하다. 의사의 조언은 거역할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죽음에 대해서 너무 아는 게 없었다. 그에 비해 의사는 국내 폐암 전문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권위자였다. 무엇보다 의사 말을 따라야 환자를 하루라도 더 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공식적인 어머니의 병명은 폐암이 아니라 폐렴으로, 표적항암제는 소염제로 변했다. 마지막 희망이던 표적항암제는 효험 없이 부작용만 남겼다. 살갗이 벗겨지는 부작용에도 약을 끊을 수는 없었다.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환자 스스로 느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기저기에 빠르게 번지는 암세포가 쉼 없이 귀띔하는 듯했다. “꼭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숨기긴 뭘 숨겨…. 약만 잘 드시면 된대요.” 때가 되면 말하려고 했다. 영화에서처럼 모자 간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그런 작은 바람조차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폐 속 암세포는 등과 허리를 거쳐 뇌로 전이됐고 어느 순간 어머니는 본인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6개월간 어머니는 모르핀으로도 듣지 않는 통증을 견디다 예순다섯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말 이후 조력사망 취재를 하며 되뇔수록 괴롭기만 한 기억들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그만큼 후회가 컸다는 방증일 테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아셨다면 어머니는 어떤 일 들을 하셨을까. 근사한 호텔에서 40년 지기인 아줌마들과의 계모임을 하셨을 수도, 문주란 디너쇼에 가셨을 수도 있다. 가족들과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거나 또는 언젠가부터 관계가 틀어진 당신 어머니와의 화해를 준비하셨을 수도 있다. 어머니의 버킷 리스트 조차 헤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해진다. 뒤늦게나마 확신한 것도 있다. 적어도 병원에서 주렁주렁 호스를 꽂은 채 마지막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그렇게 못 해 드린 점이 죄스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당신이 결정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의 선택은 어머니의 마지막 자기결정권을 앗아갔다. 많은 이가 웰다잉을 외치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하려 들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살기도 바쁜 마당에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냉혹하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죽음의 질은 곧 마지막 삶의 질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발달한 의료 수준에 비해 죽음의 질이 현저히 낮다. 지금도 수많은 환자가 가족들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통증을 견디다 세상을 떠난다. 모두가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죽는 걸 원하지만 잘 죽는 사람은 많지 많다. 어떤 것이 좋은 죽음인지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봤으면 한다. 지난 8개월간의 취재가 ‘금기된 죽음,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6회에 걸쳐 연재된다. 정답은 없다. 다만 독자들은 나처럼 바보 같은 이별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단독] 암 그리고 정신질환… 연령별로는 2030 가장 많아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단독] 암 그리고 정신질환… 연령별로는 2030 가장 많아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1>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언어장벽에 서류 준비부터 난관병력 리포트도 써야 ‘그린라이트’질병 없는 60세 부부 미리 가입도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중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5세부터 84세까지 20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디그니타스를 통해 한국인 회원 150여명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뒤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스무 명 규모의 디그니타스 회원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사업가, 공무원, 주부, 전직 간호사,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이유로 스위스에 있는 존엄사 단체에 가입했을까.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터뷰한 회원의 절반은 20대와 30대였으며 65세 이상은 84세 남태순(가명)씨뿐이었다. 스위스의 경우 조력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84.3%(2003~2020년 통계)에 달하고, 1998년부터 통계를 축적해 온 미국 오리건주 역시 65세 이상이 74.9%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국내에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영어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 고령층에겐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인터넷 검색에 능한 젊은층에서도 외국어의 벽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디그니타스에 가입해 조력사망을 신청하려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교생활, 가족,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등을 담은 ‘라이프 리포트’와 자신의 병력과 치료법, 예후 등이 적힌 ‘메디컬 리포트’를 영문(독일어나 프랑스어도 가능)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조력사망 승인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영어가 익숙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만만찮은 작업이다. 어릴 때부터 신장병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해 유방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민세령(36·가명)씨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신청 서류를 준비했지만 ‘더 구체적인 메디컬 리포트를 보내 달라’는 답변을 받은 뒤로는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26년째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겪고 있는 이정인(53)씨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열심히 써서 보냈는데 또 보내라고 해 중간에 멈췄다”며 “서류 작업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역시 일반인들에겐 큰 부담이다. 디그니타스가 공개한 조력사망 비용을 보면 준비 착수부터 의사 진단과 면담, 시행 과정, 사후 장례 비용까지 7500~1만 500스위스프랑(약 1000만~1500만원)이 든다. 스위스로 가는 경비까지 고려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닌 셈이다. 20명 중 7명은 조력사망을 신청한 적 있거나 진행 중이었다. 주요 병명은 암이나 백혈병(6명)이었으며 신장병(2명), 뇌종양(2명), 척수염(1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1명) 등 다양한 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디그니타스를 찾았다. 현재 건강하지만 ‘웰다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가입한 60세 부부도 있었다. 조력사망이 허용되고 있는 국가에서도 암은 조력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의 가장 주요한 질환으로 꼽혔다. 오리건주 존엄사 보고서를 보면 조력사망을 택한 10명 중 7명 이상이 암(72.5%)이었다. 루게릭병 등을 포함한 신경계 질환이 11.2%로 나타났고 심장질환(6.2%),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 질환(5.7%)이 그 뒤를 이었다. 우울증·강박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7명)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스위스는 2006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정신질환자의 조력사망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디그니타스와 같은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를 찾았다. 정신분열과 심한 강박증으로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했지만 거절된 이나경(27·가명)씨는 “말기 환자에게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며 “정신질환자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별은 여성이 12명, 남성이 8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성별에 따른 비중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는데 스위스는 2003~2020년 여성이 57.8%로 남성보다 많았다. 반면 미국 오리건주는 1998~2021년 남성이 53.0%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성별에 따른 경향성을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스위스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종교를 가진 사람보다 조력자살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연구가 영국정신의학저널(BJPsych)에 나온 바 있다. 오리건주도 이혼(23.6%), 사별(21.8%), 미혼(8.3%)인 상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한국인 조력사망 희망자 살펴보니…2030·암 가장 많았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한국인 조력사망 희망자 살펴보니…2030·암 가장 많았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디그니타스 회원 20명 심층 분석25세부터 84세까지…암·정신질환 등 고통영어·복잡한 서류 준비에 난관질병 없어도 ‘웰다잉’ 위해 미리 가입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중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5세부터 84세까지 20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디그니타스를 통해 한국인 회원 150여명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뒤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스무 명 규모의 디그니타스 회원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사업가, 공무원, 주부, 프리랜서, 전직 간호사,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이유로 스위스에 있는 존엄사 단체에 가입했을까.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터뷰한 회원의 절반은 20대와 30대였으며 65세 이상은 84세 남태순(가명)씨뿐이었다. 스위스의 경우 조력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84.3%(2003~2020년 통계)에 달하고, 1998년부터 통계를 축적해 온 미국 오리건주 역시 65세 이상이 74.9%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국내에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영어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 국내 고령층에겐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인터넷 검색에 능한 젊은층에서도 외국어의 벽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디그니타스에 가입해 조력사망을 신청하려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교생활, 가족,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등을 담은 ‘라이프 리포트’와 자신의 병력과 치료법, 예후 등이 적힌 ‘메디컬 리포트’를 영문(독일어나 프랑스어도 가능)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조력사망 승인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영어가 익숙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만만찮은 작업이다. 어릴 때부터 신장병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해 유방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민세령(36·가명)씨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신청 서류를 준비했지만 ‘더 구체적인 메디컬 리포트를 보내 달라’는 답변을 받은 뒤로는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26년째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겪고 있는 이정인(53)씨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열심히 써서 보냈는데 또 보내라고 해 중간에 멈췄다”며 “서류 작업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역시 일반인들에겐 큰 부담이다. 디그니타스가 공개한 조력사망 비용을 보면 준비 착수부터 의사 진단과 면담, 시행 과정, 사후 장례 비용까지 7500~1만 500스위스프랑(약 1000만~1500만원)이 든다. 스위스로 가는 경비까지 고려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닌 셈이다. 20명 중 7명은 조력사망을 신청한 적 있거나 진행 중이었다. 주요 병명은 암이나 백혈병(6명)이었으며 신장병(2명), 뇌종양(2명), 척수염(1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1명) 등 다양한 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디그니타스를 찾았다. 현재 건강하지만 ‘웰다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가입한 60세 부부도 있었다. 조력사망이 허용되고 있는 국가에서도 암은 조력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의 가장 주요한 질환으로 꼽혔다. 오리건주 존엄사 보고서를 보면 조력사망을 택한 10명 중 7명 이상이 암(72.5%)이었다. 루게릭병 등을 포함한 신경계 질환이 11.2%로 나타났고 심장질환(6.2%),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 질환(5.7%)이 그 뒤를 이었다. 우울증·강박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7명)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스위스는 2006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정신질환자의 조력사망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디그니타스와 같은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를 찾았다. 정신분열과 심한 강박증으로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했지만 거절된 이나경(27·가명)씨는 “말기 환자에게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며 “정신질환자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별은 여성이 12명, 남성이 8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성별에 따른 비중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는데 스위스는 2003~2020년 여성이 57.8%로 남성보다 많았다. 반면 미국 오리건주는 1998~2021년 남성이 53.0%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성별에 따른 경향성을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스위스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종교를 가진 사람보다 조력자살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연구가 영국정신의학저널(BJPsych)에 나온 바 있다. 오리건주도 이혼(23.6%), 사별(21.8%), 미혼(8.3%)인 상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허리우드극장 고전영화를 집에서도… B tv, 시니어 전용 공간 운영

    허리우드극장 고전영화를 집에서도… B tv, 시니어 전용 공간 운영

    SK브로드밴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서울 종로 허리우드극장과 제휴를 하고 시니어 행복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제휴를 통해 양측은 현재 허리우드극장에서 상영 중인 고전영화를 SK브로드밴드 B tv 해피시니어 내 ‘추억을 파는 극장’ 메뉴에서도 제공한다. ‘보리수’,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마야’ 등 시니어에게 인기가 높은 수십 편의 해외 명작영화를 일반 영화보다 두 배 이상 큰 자막으로 제공한다. 또한 오는 18일까지 B tv 해피시니어에서 OCEAN 시니어 월정액 상품에 가입하면 스타벅스 쿠폰과 함께 허리우드극장에서 명작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티켓과 극장 매점에서 즐길 수 있는 다방커피 할인쿠폰을 준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허리우드극장 내 ‘낭만극장’에서 시니어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강사가 음성인식으로 작동하는 B tv AI 셋톱박스와 리모컨 사용법을 교육하고 극장 무대에서 실제로 체험해보는 교육과정을 올해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허리우드극장 매점 키오스크에 디지털 코치 2명을 배치해 시니어들이 실제로 메뉴 주문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존을 운영한다. 특히 허리우드극장 매점 키오스크 단말기로 제품 구매 시 영화 및 음료 할인쿠폰을 제공함으로써 시니어들의 키오스크 사용법을 지원·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박일준, 전영록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 가수들의 공연과 함께 떼창 부르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건강체조, 명상 및 웰다잉(Well-Dying) 등의 시니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B tv 시니어 고객을 지속적으로 허리우드극장에 초대할 방침이다.
  • “아름다운 하늘소풍, 준비해볼까요?”…용산 청춘학교

    “아름다운 하늘소풍, 준비해볼까요?”…용산 청춘학교

    고령친화도시 서울 용산구가 오는 17일 존엄한 나이듦에 대한 해답을 찾는 ‘용산 청춘학교’를 연다. 14일 구에 따르면 용산 청춘학교는 보람 있게 오래 살다 존엄하게 마무리 하고픈 주민들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 7일까지 55세 이상 구민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80대 8명, 70대 9명, 60대 16명, 50대 5명이 신청했다. 최고령 학습자는 무려 86세, 수강생 평균 연령은 70세다. 용산 청춘학교 수강생 78세 최순란씨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지만 취미 강좌가 대부분”이라며 “건강·마음관리는 물론 웰다잉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양강좌라 기대된다”고 수강 이유를 밝혔다. 이번 강좌의 주요 내용은 이른바 시니어 건강생활 백서, 한국실버교육협회가 위탁 운영한다. 장소는 용산구평생학습관(이태원로 224-19, 2층)이다. 수강료는 무료다. 1회 신체 건강, 2회 뇌 건강, 3회 감정관리, 4회 회상과 치유, 5회 웰다잉 문화 이해, 6회 아름다운 하늘 소풍 준비 순으로 회차 당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김선수 용산구청장 권한대행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개인의 일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며 “어르신들이 배우고 나누며 주변과 능숙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구는 지난 3월 지역 경로당 총 88곳에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셋탑박스 설치를 완료했다. 4월부터 경로당 15개소에서 스마트 밴드 활용, 저염식 조리 실습, 반려식물 키우기, 힐링 요가, 키오스크 정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뵌다. 용산구보건소에서는 60세 이상 구민 40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를 측정해 근력 강화를 돕는 ‘실버운동교실’을 별도 운영한다.
  • 봄·여름 시즌 남성복 트렌드… “실용성 갖춘 ‘젠더 플루이드룩’ 주목”

    봄·여름 시즌 남성복 트렌드… “실용성 갖춘 ‘젠더 플루이드룩’ 주목”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올 봄·여름 시즌 남성 컬렉션에서는 컴포트 무드와 ‘젠더 플루이드’(성 정체성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 트렌드가 지속하는 가운데 진화한 테일러링(재단)이 제안된다”면서 “스트리트 감성을 더한 프레피룩(미국 명문고 교복을 연상시키는 심플하고 클래식한 패션 스타일)과 운동복에서 영감받은 평상복풍이 지속 등장하며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창의적인 패션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남성복’이라 읽고 ‘젠더 플루이드룩’이라 쓴다 성별 구분을 넘은 젠더 플루이드룩이 화제다. 성별과 무관하게 신체 크기나 체형에 맞도록 조절 가능한 끈과 여밈 등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특히 여성복의 실루엣을 수용한 테일러드 슈트가 주목된다. 여성복에서 최근 부상한 컷아웃 디테일, 짧은 재킷 기장, 드레시한 부츠컷(나팔바지 형태) 팬츠, 스커트 레이어드(겹쳐 입기) 팬츠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GALAXY)는 강혁(KANGHYUK)과 협업해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남성복의 범주를 넘어 젠더리스(중성) 실루엣과 디자인적 포인트를 더했다. 오버사이즈(큰 치수) 스타일, 구조적 실루엣, 볼륨감을 토대로 중성적인 남성복을 제안한다. 갤럭시와 강혁은 남성복의 대표 아이템인 슈트와 코트를 중심으로 컷아웃, 벨트 디자인, 구조적 실루엣을 강조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여유로운 크기와 구김 적은 소재 적용… “편안함이 대세” 남성복의 재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복장이 포멀룩(격식을 갖춘 복장)을 대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실루엣과 구김이 적고 편안한 소재를 적용했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우터(겉옷), 히든(숨은) 밴딩이 들어간 슬랙스 등에 실용성을 강조한 점이 두드러진다. 갤럭시는 ‘컴포터블 럭스(Comfortable Luxe)’를 테마로, 편안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데일리 비즈니스웨어를 선보였다. 부드러움을 갖춘 저지 재킷, 다잉 팬츠, 코튼 혼방 블루종 등 안락한 느낌의 아이템들을 내놨다.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은 올 봄·여름 시즌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아우터와 팬츠를 출시했다.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강조한 가먼트다잉(완성된 옷에 염색을 입히는 방법) 아우터에 여유로운 실루엣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더 했다. 수트서플라이는 기존보다 넉넉한 크기와 긴 기장감이 특징인 재킷 ‘로마(Roma)’를 선보였다. 함께 선보인 클래식 팬츠 ‘소티노(Sortino)’는 여유 있는 팬츠 밑위와 허벅지 라인에 원턱 사양을 적용했다. 슬로웨어는 여유로운 실루엣과 편안한 착용감을 더한 풀밴딩 실루엣의 팬츠를 내놨다. 밴딩 팬츠와 함께 캐주얼한 분위기로 보이는 것을 예방하고자 벨트루프로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3고(高) 시대 ‘하이브리드 아이템’ 뜬다… “실용성 강조” 편안한 실루엣과 깔끔한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아이템’도 주목받고 있다. 실용적인 소재를 갖춰 폭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테일러링 쇼츠 셋업이 인기다. 로가디스는 뉴트럴 계열의 색상뿐 아니라 라이트 그린, 라벤더, 블루, 오렌지, 레드 등의 색상을 활용해 다양한 셋업 스타일을 제안한다. 어깨 패드, 몸판 심지를 빼고 저지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편한하게 구성했으며 재킷과 셔켓, 초어재킷, 아우터 등의 캐주얼 셋업 스타일을 선보였다.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은 화이트 데님 소재를 사용한 오버 셔츠, 아우터 대용 반팔 셔츠 등 셔츠형 아우터와 함께 필수 티셔츠를 코디해 젊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제안한다. 핑크부터 형광색까지… “활기 넘치는 컬러 인기” 남성복에서 기존에는 착용하기 부담스러웠던 핑크, 민트, 라임에서부터 네온 컬러까지 대담하게 사용한 도파민룩(활기찬 느낌의 채도 높은 의류)이 호응을 얻고 있다. 생기 넘치는 블루·바이올렛에, 활력을 주는 그린, 옐로우, 레드 색상들을 더했다. 갤럭시는 휴양지 분위기의 색상과 소프트 브라이트 컬러를 적용했다. 페레니얼 블루, 스킨 베이지, 소프트 그레이, 디지털 라벤더, 피오니, 아이시 블루 등의 색상을 사용한 컬렉션을 내놨다.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은 베이지 계열의 컬러뿐 아니라 선셋 오렌지, 밤나무 브라운 등 오렌지 계열과 브라운 계열 컬러를 활용했다. 로가디스는 봄철에는 라이트 그린, 라벤터 색상을 중심으로 상품화했고, 여름철에는 블루, 오렌지, 레드 등 비비드한(강렬한) 색상을 포인트로 활용했다. 아미는 1960년대의 복고풍 분위기를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했다. 특히 다양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특징을 바탕으로 레드, 핑크, 그린 등의 색상을 활용한 다채로운 상품을 내놨다. 르메르는 크림, 테라코타, 레드, 진저, 베이비 블루, 프레시 핑크 등 빛바랜 느낌의 컬러 팔레트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베이비 블루와 프레시 핑크 컬러를 새롭게 적용한 상품을 출시했다.
  • ‘各自圖死’… 알아서 잘 죽어야 합니까

    ‘各自圖死’… 알아서 잘 죽어야 합니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죽음은 집에서 맞는 것이었다. 집 밖은 물론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도 꺼렸다. ‘객사’의 범주에 들기 때문이다. 통계가 확연히 바뀌었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9년 병원사의 비율은 90%까지 치솟았고, 재택사는 10%대에 머물렀다.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 보험이 광범위하게 자리를 잡으며 생긴 변화다. 한때 ‘집안일’이었던 한 인간의 생애 말기 돌봄과 죽음은 이제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일’이 됐다. 덩달아 존엄사, 안락사 같은 섬뜩한 단어들도 일상으로 들어왔다. ‘각자도사 사회’는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를 ‘죽음’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책이다. 집, 노인 돌봄,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 등 생애 말기와 죽음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각자도생’이란 표현을 비튼 책 제목은 ‘각자 알아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자’는 주장이 아닌, 먼저 존엄한 사회를 만들어야 존엄한 죽음도 말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모든 인간은 의존적이다. 한데 우리는 유독 노인만 의존적인 존재인 것처럼 딱지를 붙인다. 책은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노인에게 집에서 죽어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정부 정책이 노년에게 취약한 삶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임종 처리’ 기관이 되다시피 한 호스피스제도, 존엄사 관련법 등도 살핀다. 나아가 무연고자, 현충원, 웰다잉 등의 키워드를 제시한 뒤 죽음을 둘러싼 국가와 개인의 관계와 불평등 문제도 짚는다. 정책 당국자뿐 아니라 개인도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다. 저자는 “왜 사람들이 일·가난·학대·고립·차별로 죽는지, 그 ‘사건 사고’가 어떻게 나의 노화·질병·돌봄·죽음과 연결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존엄한 죽음을 말하기 앞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누구에게나 충분한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는 송파 ‘행복사진관’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는 송파 ‘행복사진관’

    “잠깐만요. 예쁘게 좀 하고요. 일부러 마이(웃옷)까지 입었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한파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스튜디오에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표정의 어르신들은 거듭 머리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사진사인 이준우(49) ‘올댓스튜디오’ 대표는 어르신들을 향해 “웃으면서 찍어야 더 잘 나온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대표가 “우아, 모델이시네”라고 하자 어르신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활짝 웃어 보였다. 이날 이 대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는 가락본동 주민센터가 추진한 ‘행복사진관’이 차려졌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평소 사진 촬영이 어려웠던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장수사진(영정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주는 사업이다. 청장년들의 취업, 입시, 주민등록증 발급 등에 필요한 증명사진 촬영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도 한다. 가락본동 주민센터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웰다잉(well dying)을 돕는 취지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장수사진을 촬영한 김모(80)어르신은 “전부터 영정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이렇게 사진관에서 양복을 입혀 주고 사진도 멋지게 찍어 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행복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은 이 대표의 보정 작업을 거쳐 고급 액자 형태로 제작된다. 이 대표는 “백발이나 숱이 듬성한 머리는 회색빛으로 풍성하게 한다”며 “이른바 ‘뽀샵’(포토숍으로 이미지를 수정하는 행위) 작업을 거치면서 유료로 촬영한 사진보다 더 정성을 쏟는다”고 밝혔다. 행복사진관을 통해 어르신 18명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액자에 담긴 장수사진을 전달받은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동네에 많았던 사진관들이 문을 닫아 어르신들이 사진 찍을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스튜디오는) 촬영소로 문을 열었지만 행복사진관에 참여한 뒤 더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구역이 달라 혜택을 못 받는 어르신이 없도록 이런 사업이 주기적, 정기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명단 공개는 이중 충격···지금은 유가족 지켜줘야 할 때”

    “명단 공개는 이중 충격···지금은 유가족 지켜줘야 할 때”

    이태원 참사에 ‘애도’ 논란 분분애도 상담 전문가 “유족 지켜줘야”“애도는 현실 인정·일상 회복 과정”참가자 “충분히 슬퍼할 시간 주자” ‘이름을 불러야 애도할 수 있다’며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애도 상담 전문가인 윤득형(사진) 각당복지재단 애도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이중적인 충격을 줘 슬픔을 가중시키고 유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애도 상담 교육을 맡았던 윤 소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유가족이 상실로 인한 슬픔을 마주하고 각자의 방법과 시간으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사회가 유가족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유족이 충격과 혼란을 겪는 ‘비탄’의 단계를 지난 뒤 현실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애도’의 단계에 들어서는데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대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유족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윤 소장이 말하는 ‘애도’란 상실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는 관점이 아니라 죽음을 인정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사람마다, 죽음의 상황마다 애도의 기간이나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젊은 나이의 희생자가 많았던 이태원 참사처럼 자녀의 사망과 트라우마가 겹친 경우 유족의 애도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참사에 꼬리표처럼 붙는 ‘지겹다’는 말이 절대 금물인 이유다. 윤 소장은 “성수대교 붕괴 참사의 유족이 참사 5년 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고, 가족이 사망한 지 20년이 지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겪으며 자신만의 추모 의례를 통해 애도를 하는 과정에는 저마다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정부와 사회의 지지도 필요하다. 윤 소장은 국가애도기간을 정하고 분향소를 임의로 설치하는 것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처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 공간이 진정한 사회적 애도의 방향이라고 봤다. 윤 소장은 “일반 국민이 각자의 방법으로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정부는 추모비나 기억 공간 등 추모 의례의 상징물을 만들고 안산 트라우마센터처럼 정책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각당복지재단에서는 애도 상담 교육을 받는 참가자 9명이 모여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함부로는 할 수 없었던 추모였기에 참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마음 속에 담아뒀던 추모의 글을 포스트잇에 적어 모았다. 한 장에 빼곡하게 적어도 쓸 말이 넘쳐 추가로 포스트잇을 요청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 채세연(56)씨는 “기가 막히고 슬픈 참사라 추모에 동참하고 싶던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무작정 분향소에 가야 할지, 어떻게 추모를 시작해야 할지 혼자서는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도 위로를 받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웰다잉(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기) 강사로 활동하는 김미정(65)씨는 “상실을 경험한 주변 지인이 ‘힘내야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에 더 힘이 들었다고 한 적이 있어 유족에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함부로 이름이 공개되는 등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모습에 유족들이 차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을 것 같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지인 중 세월호 참사 유족이 있는 유연철(63)씨는 “이태원 참사로 세월호 때 겪었던 충격과 아픔이 다시 떠오르면서 일부러 관련 뉴스를 보지 않고 사건을 잊으려고만 해왔는데 추모 시간에 제대로 슬픔을 직면하면서 마음 속 응어리가 누그러졌다”며 “저처럼 이번 참사의 슬픔이 너무 커서 회피하는 시민들이 있을텐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자연스럽게 아파해야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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