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도널드 클라크 지음
“그녀가 활동하던 시기 미국의 중요한 팝 가수들은 모두 어떻게든 그녀의 천재성에 영향을 받았다.”
“캔디 상자에 아편이 가득 있었는데, 그걸 한 움큼씩 집어 피웠습니다.…그것도 모자라 화장실에 가서 주사바늘까지 찔러 댔습니다.”
천부적 재능과 비극적 운명은 ‘디바’의 조건일까. 남을 즐겁게 하는 재능은 타고났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재주는 없었던 그녀. 최근 영화 개봉으로 다시 한번 이목을 끌었던 에디트 피아프와 마리아 칼라스에 이어 20세기 최고의 재즈 여가수로 추앙받는 빌리 홀리데이(1915∼1959)가 세인들을 찾아왔다. 을유문화사가 내놓은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15권의 주인공으로.
‘빌리 홀리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도널드 클라크 지음, 한종현 옮김)는 이 위대한 여가수에 관한 제대로 된 첫 번째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나온 전기 한 권과 다이애나 로스가 주연한 전기 영화가 한 편 있었지만 모두 “최악”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지은이는 흑인이 인격체로 대접받지 못하던 시대에 태어나서 억울하게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던 빌리 홀리데이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철저한 자료 고증을 거쳤고,1970년대부터 그녀에 관한 지인들의 인터뷰 녹음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불행한 유년기, 천재성, 뉴욕에서의 성공, 마약에 찌든 삶과 사랑,44세에 맞이한 비극적 최후 등 영욕으로 점철된 그녀의 삶을 회고하는 지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부수적인 소득도 생긴다. 책에는 그녀와 교류했던 쟁쟁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베니 굿맨, 테디 윌슨,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마일스 데이비스, 프랭크 시내트라, 윌리엄 포크너, 오손 웰스까지.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들과의 일화는 미국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녀의 복잡한 가족 관계와 출생 당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옮긴이도 지적했듯이 1930∼50년대 흑인들의 일상, 뒷골목 술집, 클럽 등 낯선 문화적 환경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3만 2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