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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인의 숲’서 깔깔, ‘백두대간’에 진지… 즐거움이 방울방울[권다현의 童行(동행)]

    ‘거인의 숲’서 깔깔, ‘백두대간’에 진지… 즐거움이 방울방울[권다현의 童行(동행)]

    따스해진 바람결에 꽃소식이 들려오면 엄마는 조바심이 난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뛰어놀도록 봄나들이를 계획한다. 겨우내 한 살 더 먹고 한 뼘 더 자랐으니 견문도 넓혀 줘야지 싶다. 생태와 역사, 문화까지 알려 주고 싶은 게 너무도 많다. 경북 문경에 자리한 에코월드는 이런 엄마의 욕심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아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거대한 놀이터는 물론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생태 콘텐츠도 체험하고 광부의 하루를 통해 석탄산업이 번성했던 시절을 경험한다. 삼국시대를 실감나게 재현한 드라마 세트장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에 더해 가심비까지 만족스러운 여행지랄까.에코월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자이언트 포레스트’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 그대로 거인의 숲을 테마로 한 야외 놀이터다. 울퉁불퉁한 나무데크와 커다란 거인 발자국을 지나면 비탈을 활용한 대형 미끄럼틀과 나무줄타기가 기다린다. 경사가 꽤 심한 편임에도 아이들의 비명 소리는 금세 웃음소리로 바뀐다. 아찔한 속도에 겁을 냈던 둘째도 형과 함께 서너 번 도전하더니 깔깔거리며 가파른 언덕을 쉴 새 없이 오른다.미끄럼틀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거인의 손과 의자 사이를 연결한 출렁다리, 거인 옷 속에 숨은 미로가 아이들을 반겨 준다. 직접 물을 끌어올리거나 물길을 바꿀 수 있는 신기한 수도꼭지와 커다란 종이배에 올라 선장이 되어 볼 수 있는 연못은 여름이 오면 수영장으로 변신한다. 입장료만 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엄마, 여기가 아파트 놀이터보다 백 배쯤 좋아요!” 아이들은 여름에 꼭 다시 찾아오기를 단단히 다짐받은 후에야 걸음을 옮겼다.●생태의 소중함 일깨우는 ‘에코타운’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지나면 ‘에코타운’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낮의 햇살이나 더위를 잠시 피하기 좋은 이곳에는 백두대간의 생태를 주제로 한 미디어전시관 에코서클이 자리한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뜻하는 백두대간은 예부터 수많은 생명이 터전을 이뤘다. 울창한 숲이 자연스레 이어지며 생물이 옮겨 다니는 이동통로가 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발원지로 산자락을 따라 넉넉한 물줄기가 뻗어 나간다. 때문에 백두대간은 우리 역사에서도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다. 에코서클에서는 다채로운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이 같은 백두대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전시내용을 바탕으로 한 퀴즈를 맞히면 백두대간 환경지킴이 임명장도 메일로 받을 수 있다. 둥근 천장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백두대간의 사계절을 보여 주는 영상도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에코타운 1층 키즈플레이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에어바운스도 무료로 운영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날씨나 미세먼지에 상관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 반갑다. 시즌에 따라 블록이나 인형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2층에는 친환경 미래 농업기술을 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에코팜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자리한다. ●옛 은성광업소 자리에 ‘석탄박물관’ 이제 석탄박물관으로 향한다.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시절, 문경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탄전지대로 수천 명의 광부가 매일 갱도를 드나들었다. 연탄 모양의 외관이 인상적인 이곳은 1938년부터 1994년까지 석탄을 캐던 은성광업소 자리다.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던 날, 800여명의 광부들이 모여 아쉬움을 나눴다고 하니 문경에서도 꽤 규모가 컸던 탄광이다. 1999년 전문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석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석탄 운반용 증기기관차와 연탄제조기 등 관련 산업유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 에코월드의 전신이기도 한 석탄박물관은 지난달부터 노후 시설 정비와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공사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래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실제 갱도를 이용한 은성갱도와 거미열차, 탄광사택촌은 정상 운영된다. 1963년에 만들어진 은성갱도는 광업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사용됐다. 갱도의 깊이는 약 800m이지만, 석탄을 캐내기 위해 파고들어 간 전체 길이는 무려 400㎞에 달한다. 광부들은 석탄을 캐기 위해 이 갱도를 하루 3번 번갈아 드나들었는데, 이들의 검은 땀으로 해마다 질 좋고 열량 높은 석탄이 30만t 이상 생산됐다.●갱도 질주하는 ‘거미열차’로 시간여행 이제 은성갱도는 석탄을 채취하는 과정을 재현한 전시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광부의 하루를 영상과 노래로 재현한 실감콘텐츠에 아이들의 관심도 높았다. 갱내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폭발성 가스를 측정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검정장비가 나오기 전까지 가스에 예민한 카나리아를 사용했다는 설명은 어른들에게도 흥미로웠다. ●‘사택촌’ 당시 고단한 생활상 생생 거미열차는 거미 모양의 열차를 타고 갱도를 이동하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체험한다.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터널을 지나면 고생대 습지와 함께 지질운동을 통해 석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차례로 펼쳐진다. 이어 석탄의 발견과 이용, 굴진과 채탄 작업, 붕락 사고, 석탄 운반 장면이 실제 갱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표현된다. 열차가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속도도 빠른 편이라 아이들은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즐거워했다. 은성광업소 직원과 그 가족들이 살던 사택촌을 모델로 만들어진 공간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족 위해 근면하고 나라 위해 증산하자’는 문구가 적힌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으로 직원사택과 광원사택이 자리한다. 직원사택은 과장급 이상이 거주했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사택을 보수·개조한 형태가 눈길을 잡는다. 사택 가운데에는 공동우물이 있는데, 당시에는 집집마다 수도가 없었기 때문에 공동우물이나 공동수도를 사용했다. 은성광업소에는 공동수도가 있어 비교적 편리하게 물을 길었다고 한다. 오른쪽으로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구판장과 푸줏간, 주포, 목욕탕, 이발소가 이어진다. 구판장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광부들은 인감증을 보여 주고 외상거래를 주로 했다고 한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몸에 잔뜩 묻은 탄가루를 벗겨 내던 목욕탕과 한잔 술에 피곤을 달래던 주포는 광부들의 하루에 없어서는 안 될 장소들이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택촌 풍경에 호기심이 폭발한 모양이다. 엄마도 이 시절을 겪어 보지 않았건만 자꾸 질문이 쏟아진다. “그동안 광부는 옛날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우리 할아버지처럼 가까워진 기분이에요.” 맞다. 박물관에 갇힌 딱딱한 역사가 아니라 우리네 할아버지 이야기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지식들이 가슴을 두드리는 애틋함이 됐다.마지막으로 귀여운 모노레일을 타고 ‘가은오픈세트장’에 올랐다. 드라마 ‘연개소문’, ‘광개토대왕’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이곳은 고구려의 옛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현존하는 고구려성을 직접 답사한 것은 물론 오랜 자료조사와 치밀한 고증을 통해 세트장을 완성했단다. 분단 상황에서 고구려 유적을 만나기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볼거리다. 특히 첫째는 평양성과 안시성 등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고구려의 흔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신라, 백제 못지않게 화려한 고구려궁과 철기문화가 중심이 된 대장간마을 등 세트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연둣빛 새순과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 봄꽃들도 시간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주민 사랑방 변신한 가은역 ‘필수코스’ 에코월드 입구에 자리한 가은역도 꼭 들러 봐야 한다. 1956년에 처음 영업을 시작한 이 역의 원래 이름은 은성역이었다. 은성광업소에서 생산된 석탄을 운송하려는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깊고 어두운 갱도에서 힘겹게 캐낸 검은빛 희망을 싣고 화물열차는 부지런히 도시로 내달렸다. 광부만 수백 명에 사택촌 규모도 상당했으니 여객열차가 하루 12회나 운행될 만큼 북적이는 기차역이었다. 하지만 은성광업소 폐광과 함께 가은역도 운명을 다했다. 2004년 결국 폐역이 됐고, 이후 주거지로 사용되면서 숙직실 창호가 변형되는 등 훼손이 심각했다. 다행스럽게도 2006년 가은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건축물에 대한 보존이 결정됐다. 지금은 문경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만든 음료와 베이커리를 내는 카페로 변신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석탄산업으로 번성했던 문경의 과거를 조금 더 경험하고 싶다면 철로자전거를 추천한다. 지금은 레일바이크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철로자전거가 이곳 문경에서 처음 선보였다. 폐선된 가은선을 활용해 진남역에서 구랑리역, 구랑리역에서 먹뱅이 구간을 각각 왕복한다. 과거 석탄을 싣고 나르던 철길을 두 발로 달리며 만나는 풍경도 특별하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여도 부담이 적다.●문경새재 역사가 한눈에 ‘옛길박물관’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가은역 근처에서 운행하는 꼬마열차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앙증맞은 기차 위에서 담박한 박공지붕을 얹은 가은역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근처에 광부의 도시락을 내는 식당도 있다. 계란프라이를 얹은 추억의 양은도시락도 정겹고, 검은색 연탄 모양 두부구이가 아이들은 물론 엄마 아빠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문경의 봄을 만끽하기엔 문경새재가 제격이다. 탁 트인 잔디밭과 싱그러운 초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완만한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아이들과 걷기 좋다. 이왕이면 초입에 자리한 옛길박물관부터 들러 보자. 문경새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던 이곳은 지금의 경부고속도로보다도 길이가 짧았다고 한다.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향했던 이들 중에는 알려졌다시피 과거시험을 치르는 선비가 많았다. 그러나 당시 영남지역 과거 합격률이 13% 정도였다니, 장원급제의 길이라기보다 낙방의 길에 가까웠다. 하지만 낙방했다고 모두가 실망과 비관에 빠지지는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한양 명승지를 두루 유람하며 견문을 넓혔다. 그 가운데 한 뼘 더 성장한 이들도 있을 테고, 길 위에서 깊은 성찰과 사유를 이룬 끝에 벼슬길로 나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과거시험 없는 요즘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며 빙긋이 웃어 보였다. 4월 마지막 주에는 문경새재를 배경으로 찻사발축제도 열린다.●가슴 뜨거워지는 ‘박열의사기념관’ 박열의사기념관도 놓치면 안 될 장소다. 영화 ‘박열’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일제의 심장 한가운데서 마음껏 그들의 불합리한 식민정치를 비판하고 희롱했던 인물이다. 3·1운동 당시 지하신문을 발행하는 등 독립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그는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이곳에서 보다 급진적인 인식을 쌓게 되면서 무정부주의, 그러니까 아나키즘을 만나게 된다. 1923년 관동대학살이 발생하자 일본은 진상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조선 유학생, 그중에서도 박열을 주동자로 지목하게 된다. 그는 일본 법정에 조선시대 관복에 예복으로 입던 사모관대를 하고 나타나는가 하면 재판관을 그대라고 호칭하는 등 일본 재판 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을 벌인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재판장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 맘대로 죽이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하겠는가”라며 비웃고는 만세를 부르기까지 했다. 다행히 일본 패망과 함께 출감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면서 그의 이름은 오랫동안 잊히다시피 했다. 장난기 가득했던 아이들도 이곳에서만큼은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몰랐던 독립운동가를 또 한 명 알게 되었고, 우리 가족 모두 또 한 번 가슴이 뜨거워졌다. 여행작가
  • [지방시대] 광주에 ‘오월의 봄’은 오는가/서미애 전국부 기자

    [지방시대] 광주에 ‘오월의 봄’은 오는가/서미애 전국부 기자

    반세기 전 광주의 봄은 잔인했다. 1960년 4·19 광주학생의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광주의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다가 목숨을 잃고 몸을 다쳤다. 이들의 항쟁과 희생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켰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실은 그들 덕분이다. 광주항쟁 당시 현장을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 노먼 소프 기자는 “앞 세대가 자유선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의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라는 표현에 깊은 떨림이 있다. 그때 당시나 지금도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살상이고 트라우마였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잊고 있다. 내가 20대였을 때 ‘4·19’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세상을 몰랐기 때문이다. 43년이 지난 5·18도 저 멀리에 있다. 세월의 무게가 마음마저 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4월과 5월이 오면 가슴이 저린다. 기념식과 추념식이 열리면 당시의 아픔이 되살아난다. 올해 ‘광주의 봄’에는 화해와 용서가 화두가 됐다.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았다. 최근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를 찾아와 5·18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큰절하고 사죄했다.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전국적인 관심거리였다. 전두환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다. 자식도 아니고 손자가 대신했다. 전씨는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민주화운동 학살 주범입니다. 사죄할 기회를 줘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국민 대다수는 전두환씨가 주범이라는 사실을 이미 안다. 하지만 본인의 고백을 들으려고 기다렸지만 실패했고 손자의 고백을 듣게 됐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올해 광주의 봄은 전씨의 ‘사죄’와 5·18 유족들의 ‘따뜻한 포옹’으로 화창하게 맑아졌다. 전씨 일가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5·18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었으니 갈증이 심했다. 광주시민들은 “4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18을 잊지 못하고 전두환씨를 용서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의 손자를 품어 줬다. 고맙다고도 했다. 아픈 상처를 다시 후빈 듯 아프고 시리지만 전우원씨의 광주 방문과 사죄의 마음을 반겼다. 광주시민들은 5·18 진상을 모두 밝힐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얼마나 많은가. 인간적인 사죄와 포용을 넘어 냉정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광주시민들은 바란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5·18의 비극과 아픔을 치유하는 화해의 길은 이제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5월이 되면 광주시민들은 다시 ‘도청 분수대 광장’에 모일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우랴 함께 나가자’를 노래할 것이다. 서로를 북돋울 것이다. 새롭게 다가올 광주의 ‘오월의 봄’을 기다려 본다.
  • 소프라노 김성혜, 가곡 독창회 ‘사월 삼십이일’

    소프라노 김성혜, 가곡 독창회 ‘사월 삼십이일’

    소프라노 김성혜가 17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독창회 타이틀은 ‘사월 삼십이일(4월 32일)’이다.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하루를 새로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부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소프라노는 지난 2019년 한국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롯데콘서트홀에서 콜로라투라의 스킬을 드러낸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단독 독창회를 열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가운데 2020년 6월 비대면 콘서트 ‘힐링 아워’를 열었고,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당시 김 소프라노는 “예술가의 인생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것은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인데, 팬데믹 여파로 무대를 마련하지 못해 속상하다”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느끼며 이번 비대면 공연이 위로와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시 호흡을 맞췄던 피아니스트 김기경과 함께 다시 손잡고 두 사람은 외국 가곡과 한국 가곡을 함께 담은 음반을 제작해 녹음을 마쳤다. 4월 리사이틀은 이 음반에 녹음한 곡을 뼈대로 삼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음반을 미리 만나보게 되는 셈이다. 리사이틀에서도 김기경이 반주를 맡는다.1부는 외국 가곡으로 꾸며진다. 헨리 퍼셀 ‘Music for a while(음악은 잠시 동안)’, 주세페 조르다니 ‘Caro mio ben(사랑스러운 나의 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Ständchen(세레나데)’, 로베르트 슈만 ‘Widmung(헌정)’, 가브리엘 포레 ‘Clair de Lune(달빛)’, 프랑시스 풀랑 ‘Les chemins de l’amour(사랑의 길)’를 연주한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 ‘바야제트’에 나오는 ‘Sposa son Disprezzata(멸시당한 신부)’와 페르난도 오브라도스의 ‘Classical Spanish Songs(스페인 고전 가곡)’으로 이어진다. 김 소프라노는 ‘오직 나만의 라우레올라’ ‘사랑으로’ ‘내 마음은 어찌하여’ ‘질투에 찬 젊은이’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부드러운 머릿결’ ‘작은 신부’ 등 모두 7곡으로 구성된 스페인 고전 가곡도 선보인다. 2부에서는 한국가곡을 노래한다. ‘산유화’(김소월 시·김순남 곡) ‘얼굴’(신봉석 시·신귀복 곡) ‘보리밭’(박화목 시·윤용하 곡) ‘고향의 봄’(이원수 시·홍난파 곡) 등 귀에 익숙한 곡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곡들도 있다. ‘돌아가는 꽃’(도종환 시·임태규 곡) ‘봄비 젖은 벚꽃 길’(한상완 시·임긍수 곡) ‘위로’(고옥주 시·이안삼 곡) ‘어느 날 내게 사랑이’(다빈 시·이안삼 곡)는 최근 여러 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가곡들이다. 김 소프라노는 “이번 리사이틀은 음악이 주는 위대한 능력을 느껴봄과 동시에 음악의 힘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제 음악을 통해 치유와 위로, 평안과 행복,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앤엠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의 티켓은 R석 7만원·S석 5만원이며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 [데스크 시각] 받은 만큼 갚고 준 만큼 얻어내라/박상숙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받은 만큼 갚고 준 만큼 얻어내라/박상숙 산업부장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원래 투자액은 120억 달러였으나 3배 이상 몸집을 키우고, 생산품도 3나노 최첨단 반도체로 급을 높였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맞춰 계획을 확 바꾼 것이다. 투자 확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창업자 모리스 창이 내뱉은 멘트가 의미심장하다. “자유무역은 거의 죽었다.” 반도체는 대만에서 만들어야 경제성이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반도체는 인프라’라는 바이든의 선언 이후 가중되는 미국의 압박과 구애에 결국 손을 들었다. 창의 탄식(?)처럼 대중 견제 목적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최근 나온 장하준 런던대 교수의 저서(‘경제학 레시피’)를 보면 자유무역은 “경제학적 신화”였을 뿐이다. 장 교수는 영국과 미국이 자유로운 교역과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본다. 그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보호무역으로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킨 장본인들이 바로 영미 두 나라다. 그렇기에 국제무역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자유’라는 단어에 눈이 멀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사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언제는 유리했던 무역환경이 있었던가. 강대국들은 늘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고 자국 시장에서 이익을 거둔 만큼 유무형의 대가를 꼭 받아 냈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미국이 동맹 기업을 차별한다고 분개하지만 80년대 반도체 강국 일본을 누르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 기업을 키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다지 억울할 일도 아니다. 삼성이 뭐가 아쉬워서 기술유출 우려까지 감내하며 미국이 주는 보조금을 받냐며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크다. 그러나 보조금 거부는 미국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위험이 높다. 삼성이 세계적인 제조 기술을 가졌다 해도 반도체 원천 기술과 장비는 여전히 미국의 것이다.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미국이 새로 짜는 반도체 기술 표준에서 스스로 왕따를 택하는 건 어리석음을 넘어 자해행위다. TSMC처럼 차라리 화끈하게 주고 필요한 걸 얻어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미국 순방에 오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TSMC의 투자 확대를 내세워 바이든 행정부에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의 재선에 보탬이 되는 치적을 안겼으니 청구서를 내미는 것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이달 말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다. 용산은 최근 반도체 기업의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한 K칩스법 통과에 힘을 싣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강력한 후원자가 됐다. 지난 주말 공개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우리 기업의 요구가 대체로 반영된 것도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덕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개별 기업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반도체 산업이 국가 간 게임이 돼 버린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은 2인3각을 넘어 일심동체의 관계까지 요청받는 시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미 관계에서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이 어떻게 우리 기업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다시 장 교수의 조언으로 돌아가면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대처하는 길은 상호(相互)주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내는 데 있다. 바이든 취임 이후 한국 기업의 투자 러시로 우호적인 보따리는 던져 놓은 셈이다. 정식 외교 관계가 아닌 대만도 투자의 대가를 요구하는 판국에 70년 혈맹인 우리는 더 당당하게 주고받을 조건과 자격이 차고 넘친다. 이왕이면 한반도의 점증하는 불안정성을 고려해서 핵과 관련한 보다 발전적인 거래를 제안하는 것도 ‘글로벌 정경융합’ 시대에 고려해봄 직하다.
  •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페미니즘에 천착하는 시인은 많다. 형식과 내용에서의 시적 실험과 도전으로 고뇌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인들 또한 많다. 이러한 번뇌와 영광이 1969년 등단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력(詩歷)을 가진 시인의 몫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는 젊은 뭇 시인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웅숭깊은 사유 체계에 일상 속 존재로서 여성의 욕망을 시어로 덧입힌 시인 문정희(76)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립한국문학관장을 맡아 한국문학의 체계적 정리와 보전, 전시 등을 통해 대중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한국문학의 시각과 방향은 궁극적으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문학을 빼면 세계문학이 허전해질 정도로 위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지요.” 지난달 27일 ‘문정희 시인길’이 있는 서울 삼성동 경기고 앞에서 문 관장을 만났다. 그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알바니아어, 히브리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고, 외국에서만 시집 14권이 출간됐다. 덕분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할 일도 많았다.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봤던, 문학을 멋지게 분류하는 방식과 체계 등을 우리 문학으로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여전히 변방에 가깝다. 문 관장이야 꽤 주목받는 시인이지만 여전히 세계 문단에서 이름 석 자로 통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우리 문학의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그는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93)와 함께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난징에서 강연과 시낭송회를 한 뒤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함께 자리한 아도니스야말로 매년 단골손님처럼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문 관장은 그때까지 중국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집도 없었다. 한국문학의 중국어 번역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도 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겠거니 했는데 한 대학생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 ‘공항에서 쓸 편지’를 중국어로 낭송했고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 질문 중 “한국의 젊은 시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즉각 “나보다 젊은 시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자신이 54년 동안 구축해 온 시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문 관장은 “내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한국문학이 우리의 인식보다 위상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시인의 삶보다 ‘문학 행정가’의 삶에 가깝다. 문 관장이 맡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아직 ‘실체’가 없다. 한국문학관은 올가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17명 정도의 직원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건만 당장 문학관으로서의 건물이 없으니 많은 시민에게 존재감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만남 중에도 사무국 직원들의 전화를 연신 받았다. “건축 관련한 공정을 차질 없이 잘 챙기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문학 관련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집대성해 보관하고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면서 “돌아가신 하동호 공주대 교수, 김윤식 서울대 교수, 일본의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교수 등이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은 한국문학과 관련해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보전 및 정리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문학 전공자인 오무라 교수는 지난해 말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한국을 찾아 문 관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안타깝게 별세했다. 문 관장이 한국문학가를 대표해 정성 가득한 부의를 보냈음은 물론이었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김용직, 조연현을 비롯해 소설가 이문구, 최인훈 등이 생전에 모았던 주요 자료를 문학관에 기증하기로 해 한국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일궈 낼 예정이다. “이분들의 기증으로 문학관이 더욱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문학을 떠받친 기둥으로서 기억될 수 있도록 문학관 내부에 기둥을 세워 볼까 하지요. 궁극적으로는 시대와 현실과 엉켜 지낸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영광과 상처, 얼룩도 모두 안고 가야죠. 뛰어난 이도, 가여운 이도 모두 우리 문학의 자산입니다.” 시인 서정주(1915~2000)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학의 절대 경지에 올랐음에도 친일과 군사정권 시절의 얼룩진 행적은 그를 뛰어난 시인으로만 기억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복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정주 외에도 친일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가가 적지 않다. 한국문학관이 올해 준비하고 있는 기획전에서도 여전히 고민의 대상으로 남겨진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문학관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촌, 북촌을 근거지 삼아 활동했던 근현대 대표 문인들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등의 작품과 초상 등을 비롯해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 등이 전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가 문학의 공간이 되면서 3주 동안 64만명이 찾은 성대한 문학전이 됐다. ‘지금, 여기’를 사는 시인으로서 현실과 어떤 형태로든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또한 문학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자 했다. 실제 문 관장 역시 크고 작은 형태로 구체적인 현실과의 관계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쓴 ‘이별 이후’는 생때같은 어린 죽음에 대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의 추념을 담았지만 그 슬픔이 쉬 달래질 수는 없다. 1주기 때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 있다. 호곡! 온몸으로 온 심장으로’라는 추모시를 써야만 했다. 청와대 북악산 뒷길이 완전히 열린 지난해 5월 10일 낭송된 축시 ‘여기, 길 하나가 일어서고 있다’ 역시 문 관장의 작품이다.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상징처럼 돌아와/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노래했다. 더이상 막힘도 가려짐도 없이 열린 새로운 길에 대한 그의 감회가 조금은 남달랐으리라. 과거 군부정권과 얽힌 인연도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정치가들도 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군인 출신 대통령이 저녁 초대를 한 날/청와대 뜰로 들어가는/신분증 번호를 대다 말고/나는 그만 돌아서 버렸다’로 시작하는 그의 시 ‘초대받은 시인’은 과거 청와대 초청을 거절했던 사연을 담았다. 문 관장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우리 안에 응어리진 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문학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문학은 문화와 정신의 심장과도 같은 것인데 억지로 빨리 뛰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컬처라고 부르며 수익 얼마, 판매량 얼마, 무슨 상 수상 등 숫자나 외형적 성과에 연연한다고 되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소식만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국가대표를 보내 국가 간 경쟁을 하는 식이 아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간 안에 누군가 한 번은 노벨문학상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예컨대 오르한 파무크가 있었기에 세계가 터키 문학을 주목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발랄하고 실험적인 우리 문학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 분명히 있다”면서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은 그렇게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문학관이 120개에 이른다. 우리 문학이 이룬 위대한 성취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들이다.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국립한국문학관의 몫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이 본격화되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의 플랫폼으로서 곳곳에 산재한 문학 자료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 연계하면서 문학관이 더욱 건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매화와 벚꽃을 식별하는 건/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매화와 벚꽃을 식별하는 건/식물세밀화가

    연초가 되면 우리 집 우편함에는 각 지역의 종묘회사에서 보내는 연간 카탈로그가 모인다. 종묘회사에서 판매 중인 식물을 소개한 카탈로그를 한 장 한 장 넘겨 보며 요즘 사람들은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가늠한다. 화훼, 채소, 과수류가 한데 모여 있는 카탈로그도 있지만 과수 혹은 화훼 한 영역에 집중한 것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카탈로그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종류 중 하나가 벚나무속 식물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나무가 이토록 주목받는 계절이 또 있을까? 지금 사람들은 벚나무속 식물에 온 정신이 쏠려 있다. 벚나무속 식물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고, 오직 식물이 주인공인 사진 기록도 남긴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나무를 심을 만한 곳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왕벚나무만 심는다. 물론 벚나무속에는 왕벚나무 외에도 매실나무, 앵도(앵두)나무, 자두나무, 복사나무, 살구나무, 아몬드나무 등이 있다. 이들은 원산지인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대륙, 호주와 뉴질랜드, 북아프리카 외 전 세계 온대지역에서 육성돼 재배된다. 열매는 요리 재료로, 꽃은 관상용으로 그리고 목재는 가구로 널리 이용된다. 지금 이들은 아름다운 꽃으로 주목받는 중이다.사람들이 벚나무속 식물의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갈색 가지에 풍성히 달린 꽃이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초봄 다른 식물들보다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우다 보니 황량한 겨울 풍경 탓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까닭도 있다. 그래서 이맘때의 계절, 사람들은 내게 벚나무속 식물을 어떻게 식별하는지에 관해 자주 질문한다. 벚나무를 통해 알게 됐다. 사람들은 식물에 대한 관심만큼 식별 의지를 보인다는 것을 말이다. 이름을 아는 것은 존재를 인식하는 첫걸음이다. 식물의 이름을 알아야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또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동물에 매개하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벚나무속 개화 상태에서의 식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개화 시기가 계속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벚나무속 식물은 매실나무다. 우리는 이들 꽃을 매화라고 부른다. 매화는 다섯 장의 둥근 꽃잎이 서로 붙어 핀다. 우리나라 자생식물도 아니고 육성된 품종이 많은 가운데 매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꽃자루가 거의 없다시피 짧아 꽃이 가지에 붙어 난다는 점이다. 벚나무속 중 꽃 향도 매우 강한 편이다. 매실나무 꽃이 질 즈음 왕벚나무와 자두나무, 살구나무, 복사나무 등이 꽃을 틔운다. 살구 꽃도 매화처럼 꽃자루가 거의 없어 가지에 붙어 난다. 꽃받침통은 자주색이며, 꽃이 다 피면 꽃받침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점이 매화와 큰 차이다. 자두나무의 꽃받침은 연두색이며 꽃자루가 길고, 세 송이의 꽃이 모여 핀다. 복사나무는 꽃잎이 분홍색이며 꽃잎 끝이 뾰족한 편이다. 꽃도 지름 3㎝ 정도로 앞서 언급한 꽃들보다 크다. 5장의 꽃잎이 활짝 벌어지며, 암술 씨방에는 털이 있다. 그리고 벚나무 중 도시에 가장 많이 심는, 그래서 지금 다들 주목하는 왕벚나무는 꽃자루가 길고 잔털이 있다. 3~6송이 꽃이 모여 피며, 5장 꽃잎 끝부분 중앙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앵도나무는 꽃 안쪽이 붉은색이고, 흰색 혹은 연홍색 꽃잎이 서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정면에서 꽃을 보면 꽃받침이 잘 보인다.이 설명만으로 우리 주변의 벚나무속 식물을 완벽히 식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자두나무 중에는 꽃잎과 잎이 붉은빛인 자엽자두나무도 있고, 복사앵도나무처럼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종도 있다. 식물을 식별하는 일은 책상에 앉아 텍스트를 보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필드에서 실물을 오래 관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매화와 왕벚나무를 구별할 줄 알게 됐다면 내년에는 살구나무와 자두나무를, 그다음 해에는 올벚나무와 산벚나무를 식별하면 될 뿐이다. 벚나무속 식물 말고도 지금 꽃을 피우는 식물은 다양하다. 수수꽃다리속과 사과나무속 그리고 나무 아래 잘게 피어난 민들레속과 별꽃속, 제비꽃속의 풀꽃 등 앞으로도 우리의 식별을 기다리는 식물이 계속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오늘은 78번째 식목일이다. 나무 심는 날로 제정됐지만, 나무를 심을 여유가 없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다만 오늘만큼은 출퇴근길 지나치는 가로수나 회사와 학교 빌딩 앞 화단 풀꽃들에게 눈길이라도 한 번 더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식물 없이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도 없다.
  • [자치광장] 꽃도, 서대문도 다시 핀다/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광장] 꽃도, 서대문도 다시 핀다/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꽃이 활짝 피면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실감한다. 올해는 서대문구 곳곳에 벚꽃, 개나리를 비롯한 봄꽃이 여느 때보다 이르게 피어 많은 상춘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록 잠깐이더라도 꽃과 같이 보낸 시간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한철에 피는 꽃같이 짧은 마주침만으로도 여운을 남기는 만남이 있다.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40여년 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일 때 교내 특강 연사로 초빙하기 위해 처음 만났는데, 섭외까지는 무사히 이뤄졌으나 특강 당일 가택연금으로 인해 YS는 집회장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인연을 바탕으로 훗날 YS와 같이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오래 고민하되 고민의 결과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과단성이 있었다. 옳은 길이라 생각하면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그 길로 나아갔다. 나도 구청장으로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민의 행복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정치철학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 YS라는 거목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MZ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젊은층이 선한 영향력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서대문구는 관내에 9개의 대학이 있는 명실상부한 대학도시다. 또한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는 신촌동의 20·30대 인구 비율이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청년도시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대문구는 대학도시, 청년도시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지만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인근 지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과 상권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유행이 지난 곳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청년들이 활동할 기반을 새로 마련하면 된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지난달에 신촌지구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의류·잡화 소매점과 이·미용원으로 한정돼 있던 이화여대 일대의 권장 업종을 크게 늘렸다. 서울역부터 수색역까지 길이 5.4㎞의 경의선 철도 구간을 지하화해 유휴 부지에 문화·예술 공간, 산학연구 단지, 청년창업 지원 플랫폼 등이 들어서도록 ‘신(新)대학로’를 조성하는 방안 또한 마련하고 있다. 청년취업사관학교 서대문캠퍼스도 4~5월 중으로 교육생을 모집한다. 신촌을 기반으로 한 전국 대학생들의 대학 연합 축제도 기획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청년들이 다 같이 어울리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꽃나무가 제자리에 있으면 다음해에도 어김없이 꽃이 필 것을 안다. 꽃의 자리를 여름의 무성한 잎과 가을의 단풍이 대신했다고 낙담하는 사람은 없다. 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서대문에 젊은 활기가 다시 돌아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 보성군 벚꽃축제 오세요···5.5㎞ 대원사 벚꽃 터널길

    보성군 벚꽃축제 오세요···5.5㎞ 대원사 벚꽃 터널길

    전남 보성군이 벚꽃이 만개하는 4월 1일 군립백민미술관 일원에서 ‘제10회 보성벚꽃축제 및 제19회 문덕면민의 날’을 개최한다. 군립백민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보성벚꽃축제장은 보성에서 벚꽃 길중 가장 늦은 시기에 피는 구간이다. 천년고찰 대원사 가는 5.5㎞ 구비길을 따라 펼쳐진 벚꽃 터널길이다. 주변 산세의 풍광과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어 지역민은 물론 많은 상춘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날 축제는 보성군립국악단의 국악공연을 시작으로 색소폰공연 등이 펼쳐진다. 백민미술관 올라가는 언덕길에 문덕면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과 시화전이 열려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하는 풍경을 연출한다. 윷놀이, 투호 등의 전통놀이와 면민노래자랑, 초대가수 공연 등도 열린다. 향토음식점과 특산품 홍보부스를 운영해 관광객들도 쉬어 갈 수 있는 축제로 운영된다. 축제를 주관하는 조연옥 문덕면민회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4년 만에 멋진 축제를 다시 열 수 있어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추억을 많이 만드시고, 아름다운 문덕면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공군 축하 비행과 퍼레이드…영등포구 풍성한 봄꽃축제

    공군 축하 비행과 퍼레이드…영등포구 풍성한 봄꽃축제

    서울 영등포구가 다음달 4일부터 6일간 여의서로 벚꽃길과 여의서로 하부 한강공원 국회 축구장에서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한다. 구민 퍼레이드와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축하 비행이 축제의 개막을 알린다. 구는 올해 ‘다시 봄(Spring Again)’을 주제로 4년 만에 친환경 봄꽃축제를 개최해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펼치며 생동하는 봄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고 31일 밝혔다. 먼저 코로나19로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일상을 되돌아보는 의미로 4일 오전 11시 여의서로 벚꽃길(서강대교 남단~여의2교 입구, 1.7km) 입구에서 의용소방대, 시니어 예술단, 어르신 문해학교 학생, 자원봉사자, 동아리 등 각계각층 구민 백여 명과 마스코트 ‘영롱이’가 함께 벚꽃길을 걷는 퍼레이드를 시작한다.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가 퍼레이드에 흥겨움을 더하며 시민들과 함께 다시 온 봄을 반갑게 맞이한다. 또한 4일 오후 2시 30분 봄꽃축제 전면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블랙이글스가 봄꽃축제가 진행되는 여의도 상공에서 약 10분간 환상적인 곡예비행을 선보인다. 올해는 벚꽃길 위의 버스커를 별도 모집했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팀들의 버스킹도 만날 수 있다.메인 무대인 국회둔치축구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 월드 뮤직, 북 콘서트, 재즈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5일 오후 7시에는 KBS 라디오 ‘헤이즈의 볼륨을 높여요’ 공개 방송이 진행되며, 6일 오후 2시 30분에는 서울경찰청 기마대가 시민들을 찾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벚꽃길 곳곳에서는 ▲아름다운 한지등을 감상할 수 있는 ‘한지 아트웍’ ▲영등포구립도서관 및 국회도서관 사서가 추천한 도서를 살펴볼 수 있는 ‘책수레’ ▲상춘객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그린존’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야간에는 일몰 이후부터 오후 10시까지 벚꽃을 아름답게 밝히는 경관조명이 가동돼 봄꽃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구는 특히 푸드마켓의 모든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는 등 쓰레기 없는 ‘친환경 축제’로 운영한다. 이른 벚꽃 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 위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잔디광장 등에서 자유롭게 취식한 뒤, 반납 부스에 다회용기를 반납하면 된다. 개별적으로 텀블러 등 다회용기를 가져오는 시민들에게는 500원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봄꽃축제 메인 행사장 인근에 위치한 가족·교통약자 지원상황실에서는 유아차와 유아웨건, 휠체어 등을 빌려준다. 아기쉼터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아울러 봄꽃축제를 찾는 시민들이 다양하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4월 한달 간 관내 음식점, 카페, 호텔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영등포 봄꽃 세일 페스타’를 운영한다. 자세한 할인 내용 및 사용 장소는 ‘영등포 관광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봄꽃축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구청 홈페이지나 영등포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4년 만에 전면 개최되는 봄꽃축제를 위해 철저한 안전관리는 물론 평소 만나기 어려운 블랙이글스, 군악대, 경찰 기마대 등을 초청해 다채롭게 행사를 준비했다”며 “축하 비행으로 발생하는 소음은 시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리며, 여의도 일대 혼잡 방지를 위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열린세상] 기본권으로서의 ‘호흡권’/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기본권으로서의 ‘호흡권’/김세연 전 국회의원

    봄과 함께 미세먼지가 돌아왔다. 코로나 이후 일상이 회복되며 마스크를 벗는가 싶더니 마음껏 숨쉬기가 다시 조심스럽다. 폭염이 더 자주 오면 숨쉬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인체는 음식물 섭취 없이 한 달,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사흘을 버틸 수 있으나 공기 없이는 3분도 버티기 어렵다. 건강뿐 아니라 생명까지 해칠 수 있는 환경 조건에서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호흡권’(呼吸權)을 기본권의 하나로 정의할 때가 됐다. 다음 개헌에서는 생명권, 환경권, 건강권, 평등권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호흡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격상시키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호흡권과 관련된 논쟁은 대부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가’, 즉 ‘공기의 질’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 사막에서 편서풍을 타고 오는 모래바람, 즉 자연현상인 ‘황사’도 문제였지만, 이후 봄가을에 국내외에서 공히 자주 발생하는, 인체유해 성분이 뒤섞인 오염 물질인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성인에게도 문제지만 청소년ㆍ영유아에게 더 해롭고, 임신부가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인체유해물질은 혈관을 타고 태아에게까지 바로 전달돼 뇌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습격에 대한 대응으로 집안과 교실, 사무실에서 공기청정기는 점차 필수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대기 정체 상태에서 오염물질로 인해 하늘이 보랏빛으로 보이는 현상은 서울에서도 종종 관측된다. 그런 현상이 극심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는 주민들이 천식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이 지역의 ‘남부해안대기오염관리기구’(AQMD)라는 공공기관에서 2018년 제작한 ‘숨쉴 권리’(the Right to Breath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나쁜 식습관은 섭취하는 음식물을 변경해 개인이 통제할 수 있으나 숨쉬는 공기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책임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조만간 ‘깨끗한 공기로 숨쉴 수 있는 권리’를 넘어 그저 ‘숨쉴 수 있는 권리’ 이슈의 비중도 커질 것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1970년대 8.3일이었으나 2010년대 14.0일로 늘었다. 밤 동안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는 1970년대 4.2일이었는데 2010년대 9.0일로 늘었다. 기온 관측치 중 세계 최고기록은 2013년 미국 데스밸리, 2016년 쿠웨이트 미트리바에서 각각 관측된 섭씨 54도다. 지구온난화 추세를 고려할 때 최고기온 기록은 계속 경신돼 갈 것이다. 기온이 체온을 넘어설 때 호흡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까. 예년 기온보다 연 최고기온이 섭씨 10도 이상 올라갈 때 오존량 증가와 함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흡권과 인접한 권리로 ‘냉방권’, 즉 ‘열기로부터 생명이나 건강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들 수 있다. 역으로 혹한기의 ‘난방권’ 개념도 성립된다. 이렇게 ‘에너지복지’ 개념이 구체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보장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 그 자체를 보장하기 위해 폭염, 혹한 상황에서 냉방권, 난방권 개념이 포함된 안정적 주거권 보장 논의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규모는 점점 비대해지면서 자원을 낭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형 정부의 기능을 백지에서 새로 설계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근원적인 권리가 무엇인지 짚어 보고 그것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에 맞게 기능을 구현해야 함은 물론이다.
  • 인지능력 키워주는 운동, 건강한 사람에겐 예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인지능력 키워주는 운동, 건강한 사람에겐 예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운동 관련 논문 메타분석 검토 양쪽 간에 통계적 유효성 없어운동의 긍정적 효과는 분명해 다음달 5일은 24절기 중 하늘이 맑아지고 날씨가 좋아져 봄 밭갈이를 시작한다는 청명이자 식목일입니다. 가끔 꽃샘추위가 찾아오긴 하지만 4월을 코앞에 둔 요즘은 찬 바람에서도 온기가 느껴집니다. 지금 같은 환절기에는 몸이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점심 식사 후 춘곤증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춘곤증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봄나물 같은 제철 음식 섭취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은 차고 넘칩니다. 지난 2월 영국과 대만 연구진은 젊었을 때부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나이 들어서 치매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예방백신이라는 연구 결과를 신경·정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학, 신경외과학 및 정신의학’에 발표했습니다. 최근 들어 운동이 신체 건강은 물론이고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심심찮게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만으로는 ‘운동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대, 마드리드 자치대,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레이 후안 카를로스대, 스위스 로잔대 공동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고 해서 인지능력이 향상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운동과 인지능력 향상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3월 28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운동과 인지 기능의 관계를 연구한 271건의 연구 논문을 메타분석한 24개의 연구 결과를 재검토했습니다. 메타분석을 다시 메타분석한 것입니다. 메타분석은 특정 연구 주제에 대해 이뤄진 여러 연구 결과를 하나로 통합해 요약하기 위해 개별 연구 결과들을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와 비교 대상자 사이의 사회경제적 요소나 환경적 요인 등을 고려해 재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운동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운동이 지적 능력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인지능력 향상과 연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즉 통계적 유효성을 갖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루이스 시리아 스페인 그라나다대 교수도 “이번 연구가 규칙적인 운동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운동이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운동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주 69시간 일하든 하루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든 그런 상황에서 운동할 여유를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12시간 쉰다고 하더라도 직장인들은 출퇴근에 3~4시간을 쓴다는 점을 감안하고 8시간 적정 수면시간까지 계산한다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말입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고, 일의 효율도 오를 텐데 기계처럼 잠깐 전원을 끄고 잠든 시간 외에는 그저 일만 하라는 이야기일까요.
  • 윤중로 벚꽃 성큼… 주말부터 차는 두고 오세요

    윤중로 벚꽃 성큼… 주말부터 차는 두고 오세요

    서울 영등포구가 당초 예상보다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31일부터 여의서로(윤중로) 벚꽃길 사전 질서 유지를 시작하고, 다음달 1일 오전 10시부터 벚꽃길의 교통 통제를 앞당겨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구는 2019년 제15회 봄꽃축제 전면 개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 벚꽃길을 폐쇄했다가 4년 만인 올해 4월 4일부터 9일까지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한다. ‘다시 봄’이라는 주제로 일회용품 없는 푸드마켓 운영 등을 통해 친환경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온화한 날씨로 인해 벚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이른 3월 26일로 앞당겨졌다. 구는 축제 전 주말 벚꽃 나들이를 위해 많은 상춘객이 여의서로 벚꽃길을 찾을 것을 대비해 31일부터 하루 100여명의 인원을 투입, 벚꽃길 일대에서 집중 질서유지 관리를 실시한다. 봄꽃축제 사전 질서유지 기간인 4월 1일 오전 10시부터 여의서로 벚꽃길(서강대교 남단~여의2교 북단, 1.7㎞) 구간에서 교통 통제가 앞당겨 실시된다. 다만 하부도로(서강대교 남단공영주차장~여의하류IC 구간)는 당초 계획대로 4월 3일 낮 12시부터 통제된다. 벚꽃길 구간 내 따릉이 거치대가 폐쇄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벚꽃길 내 자전거·킥보드 등의 개인 이동 장치 주행이 금지된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벚꽃길을 찾는 분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관계 부서 및 유관 기관 등과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시민분들께서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기초 질서를 잘 준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 교통통제 4월 1일 10시부터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 교통통제 4월 1일 10시부터

    서울 영등포구가 당초 예상보다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오는 31일부터 여의서로(윤중로) 벚꽃길 사전 질서 유지를 시작하고, 다음달 1일 오전 10시부터 벚꽃길의 교통통제를 앞당긴다고 29일 밝혔다. 구는 2019년 제15회 봄꽃축제 전면 개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 벚꽃길을 폐쇄하다가 4년 만인 올해 4월 4일부터 9일까지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다시 봄’ 이라는 주제로 일회용품 없는 푸드마켓 운영 등 친환경 축제를 개최한다. 기후 변화 등 지구환경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생동하는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는 온화한 날씨로 인해 벚꽃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이른 3월 26일로 앞당겨졌다. 구는 축제 전 주말 벚꽃 나들이를 위해 많은 상춘객들이 여의서로 벚꽃길을 찾을 것을 대비해 31일부터 하루 1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벚꽃길 일대에 집중 질서유지 관리를 실시한다. 봄꽃축제 사전 질서유지 기간인 4월 1일 오전 10시부터 여의서로 벚꽃길(서강대교 남단~여의2교 북단, 1.7km)구간은 교통통제가 앞당겨 실시된다. 다만 하부도로(서강대교남단공영주차장~여의하류IC 구간)는 당초 계획대로 4월 3일 정오부터 통제된다. 벚꽃길 구간 내 따릉이 거치대가 폐쇄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벚꽃길 내 자전거·킥보드 등의 개인 이동 장치 주행이 금지된다. 또한 여의서로 노상주차장 사용이 불가하며 벚꽃길 전 구간은 임시 금연구역으로 운영된다. 구는 벚꽃길 내 종합상황실, 의료지원 상황실, 질서유지 부스 등을 설치해 보행로 안전 관리 및 기초 질서유지를 실시하며, 불법 주·정차 및 이동 노점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벚꽃길 산책을 위해 임시 화장실을 설치하고 국회의 협조를 받아 국회 개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4월의 첫 주말에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벚꽃길을 찾는 분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관계 부서 및 유관기관 등과 질서 유지 및 안전 관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벚꽃길을 찾는 시민분들께서도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기초 질서를 잘 준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가게마다 “이랏샤이마세”… 매출 44배 쑥, 돌아온 ‘명동의 봄’

    가게마다 “이랏샤이마세”… 매출 44배 쑥, 돌아온 ‘명동의 봄’

    관광객 입국 1년 전보다 18배 늘어화장품 가게 들어서기도 어려워 상가 공실률 22%… 절반으로 줄어 “중국인 적어 코로나 전보단 못해”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데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도 온다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명동 환전소 사장 이모씨)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침체를 이어 오던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2~23일 찾은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음식점 직원들은 연신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를, 화장품 가게 직원들은 “이치도 얏테 미테 구다사이”(一度やってみてください·한번 써 보세요)를 외쳐 댔다. 코로나19 여파로 비어 있던 상가들도 새 주인을 맞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인을 제외하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명동이 달라져 있었다. 분식 노점상을 하는 박모씨는 “일본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가장 많다”며 “아직 코로나19 이전만은 못하지만 많이 회복했다”고 전했다. 환전소 직원 강모(50)씨는 “지난 1월부터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이라며 “지금은 일본인 손님이 가장 많다”고 했다. 점심때부터 명동거리를 메우기 시작한 인파는 점점 불어나 저녁 시간에는 이동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유메이나 쇼쿠도데스”(有名な食堂です·유명한 식당입니다)라고 외치며 손님들을 끌어들이던 식당 직원 나모씨는 “중국인보다는 일본인이 많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그래도 손님이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자주 찾는 화장품 가게는 입구에 들어서기가 힘들 정도로 붐볐다. 일본인 안나(25)는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들렀다가 화장품을 사려고 가는 길”이라며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았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31만 2847명(1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8배 증가했다. 서울신문이 BC카드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이달 1~20일 명동의 BC카드 가맹점 외국인 이용 금액(카드 매출액)은 2년 전 대비 44배 폭증했다. 카드 이용 건수도 35배 늘었고, 고객 수는 44배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카드 이용 금액과 이용 건수는 각각 2배 넘게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103만명)과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아무래도 중국인 관광객이나 중국인 보따리 상인들이 오기 시작해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점상들도 “관광버스를 대절한 중국인들(단체 관광객)이 들어와야 이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해제된 데 이어 중국과의 항공 노선이 재개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2.1%였던 명동 상권 공실률(소규모 상가 기준)은 같은 해 4분기 21.5%로 낮아졌다. 그만큼 비었던 상가들이 다시 채워졌다는 얘기다. 명동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서모씨는 “스포츠 브랜드, 액세서리, 잡화, 화장품 같은 개인사업자들이 다시 입점하는 추세”라면서 “1~2년 내 코로나19 이전 모습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걸음걸음마다 추억이 춤춘다

    걸음걸음마다 추억이 춤춘다

    음악엔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여행지에서 만나면 특히 더 반갑다. 음악을 테마로 삼은 여행지 몇 곳을 소개한다. 음악 사랑이 남다른 우리에게 따스한 봄 햇살 같은 추억을 안겨 줄 공간들이다.●오늘은 나도 케이팝 스타-서울 청계천로 하이커그라운드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의 하이커그라운드는 케이팝과 미디어 아트 등의 콘텐츠로 국내외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곳이다. 5개 층에 걸쳐 한국 관광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데, 2층의 케이팝 그라운드가 특히 인기다. 뮤직비디오의 무대 같은 공간에서 케이팝을 듣고, 춤추고, 사진이나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화~일요일 하루 두 번 진행하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하이커 그라운드를 좀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1, 5층은 오전 10시~오후 9시(연중무휴), 2~4층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운영한다. 입장료는 없다.●음악, 여행이 되다-경기 파주 카메라타 & 콩치노콩크리트 대학가 다방, 동네 분식집 등에 DJ가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을 ‘애정하는’ 국민 정서가 남달랐다는 뜻이다. 경기 파주 헤이리의 황인용뮤직스페이스카메라타와 콩치노콩크리트는 그런 음악 애호가들의 귀를 만족시켜 줄 음악 감상 전용 공간이다. 두 곳 모두 최상의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이 자랑이다. 1920~1930년대를 풍미한 미국 웨스턴일렉트릭과 독일 클랑필름의 극장용 대형 스피커가 주인공이다. 디지털 음원이 재현할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광탄면 ‘이등병마을’도 묶어 돌아볼 만하다.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작곡한 김현성의 고향에 조성한 음악 마을이다.●추억 찾는 음악 여행-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과 하이마트음악감상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한 시대를 보듬은 뮤지션의 온기가 묻어나는 곳이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의 노랫말을 벽화로 꾸미고, 김광석 조형물 등으로 골목을 채웠다. 김광석스토리하우스에서는 그의 학창 시절 사진과 콘서트 영상, 음반을 만날 수 있다. 동성로의 하이마트음악감상실은 1957년부터 3대를 이어 온 음악 감상 공간이다. 클래식 동아리 회원들이 교류하던 공간으로, 복고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았다. 대형 부조와 빛바랜 LP판, 옛 오디오 장비, 신청곡을 적던 낡은 칠판이 연륜을 뽐낸다. 낮 12시부터 오후 9시 운영된다. 입장료 8000원에 다과를 제공한다.●음악과 떠나는 시간 여행-경북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국내 초기 대중음악부터 케이팝까지, 100년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상 3층과 지하 1층, 야외 공간으로 구성됐다. 핵심 전시 공간은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볼 수 있는 2층과 소리 예술 과학 100년 역사를 담은 3층이다. 1896년 녹음된 에디슨 실린더 음반부터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아픔을 담은 노래,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 등의 국내 대중음악사 관련 자료가 전시됐다. 시대별 음악도 직접 들을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1만 5000원이다.●봄 바다에 흐르는 클래식 선율-경남 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통영국제음악당은 주 공연장인 콘서트홀과 다목적 홀인 블랙박스로 이뤄졌다. 5층 규모의 콘서트홀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엄지를 세울 만큼 탁월한 음향을 자랑한다. 블랙박스는 이동식 수납 객석으로 조성돼 연극이나 대중음악 공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콘서트홀 로비는 늘 개방한다. 볕이 잘 드는 로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기노라면 몽글몽글한 감성이 샘솟는다. 올해 21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31일~4월 9일 열린다. 음악당 뒤엔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 추모 공간이 있다. 통영 시내 생가터 옆엔 윤이상기념관도 조성돼 있다.●지금은 트로트 전성시대-전남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영암 월출산기찬랜드 안에 자리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대중음악 대표 장르로 떠오른 트로트와 만나는 공간이다. 단순 관람에서 벗어나, 선곡부터 모창까지 체험 거리가 풍부하다. 1층에선 트로트의 역사를 시대별로 전시했다. 옛날 음악다방처럼 꾸민 공간에서 노래 실력도 뽐낼 수 있다. 2층은 영암 출신의 가수 하춘화 기념 공간이다. 무대의상, 트로피 등 60년 남짓한 노래 인생이 담겨 있다. 야외엔 남진, 장윤정 등 트로트 스타의 핸드 프린팅이 있다. 관람료는 어른 6000원. 50%를 영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 봄 찾아온 청와대, 문화예술공연 활짝

    봄 찾아온 청와대, 문화예술공연 활짝

    봄을 맞아 청와대에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진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오는 29일부터 4월 16일까지 ‘다시 봄, 설레는 청와대’ 문화예술공연을 선보인다고 23일 전했다. 휴관일인 화요일은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차례 공연이 열린다. 29일 민속풍 융합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두번째달’의 공연을 시작으로, 국악과 팝 음악의 변주로 유명한 ‘서도밴드’(3월 30~31일), 아슬아슬한 줄타기 묘미를 선보일 ‘권원태 줄타기 연희단’(4월 1~2일),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는 밴드 ‘이상’(4월 3~5일), 전통예술공연의 정수를 담은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4월 6~7일),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거둔 아카펠라 그룹 ‘나린’(4월 8~9일), 국내 대표 재즈 트리오 ‘젠틀레인’(4월 10~12일), 5인조 재즈 금관악기 연주단체 ‘미스터 브라스’(4월 13~14일)’ 등이 참여한다. 4월 15~16일에는 오후 3시 대정원에서 국방부 근무지원단이 대한민국 전통 의장과 군악의 진수를 보여 준다. 이번 공연은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봄을 맞이해 펼쳐지는 이번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이 봄 내음 가득한 청와대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상춘재의 매화, 관저의 진달래와 튤립, 소정원의 산수유 등 봄꽃들도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다.
  • 도민사회 분열…또 분열… 4·3은 아프다

    도민사회 분열…또 분열… 4·3은 아프다

    75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4·3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일부 극우단체 현수막으로 인해 도민사회가 분열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제주도교육청이 23일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이날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는 제주4·3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등 4·3 기관·단체들이 ‘제주4·3의 진실을 왜고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는 공동기자회견문을 냈다. 일부 일부 극우 단체들이 제75주기 제주4.3 추념일을 앞두고 도내 약 60여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4·3을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로 인해 도민들은 하필이면 4·3을 추념하는 주간에 되레 지역사회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특히 “어떤 발언은 망언이되고 어떤 발언은 진실이 된다”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발언을 해야 하는데 국가가 만든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제주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날 행정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와 입법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제주4·3은 온 국민이 함께 만들어 낸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역사”라며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오영훈도지사, 김경학 도의회의장, 김광수도교육감은 한 목소리로 “4·3은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7번의 개정을 이루고,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이어 2022년부터 국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등 여·야와 전 국민의 합의로 이뤄낸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의 기록”이라며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리고 화해와 상생의 손을 맞잡아 다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요구했다. 이어 “4·3의 아픔과 고통은 70여 년 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도 난무하는 증오와 적대는 4·3을 통한의 과거로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추념식에 참석해 국민의 통합을 이끌고, 낡은 이념의 갈등을 종결시켜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또한 제주4·3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등 4·3 기관·단체는 “오늘 이 자리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섰다. 70주년 추념식에서부터 제주에 봄이 온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제주4·3의 봄은 어디로 가고 손가락 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던 그 엄동설한 시절이 다시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민의힘 최고의원으로 출마한 태영호 국회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우리공화당 등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분노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3년에 발간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는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최고 의결기구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정식으로 채택한 보고서”라며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장관·국방부장관·행정자치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기획예산처장관·법제처장과 제주도지사 그리고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유족대표, 관련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만큼 공신력이 있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 어디에서도 북한의 지령설, 공산폭동이라는 용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법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수정당과 보수단체에서 국가에서 공식 채택한 보고서를 부정하고 제주4·3을 왜곡하는 만행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심지어 태영호 국회의원은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에서 배운 것을 아직도 신봉하는 자가 어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 4·3기관 단체들은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 선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4·3단체·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싸워 나갈 것”이라며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사과하라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제주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 ▲국회는 제주4·3특별법의 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당장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4·3기관 단체들은 이날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에 대한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며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 한국전력 PO 티켓 주인공… 2년 연속 우리카드 ‘업셋’

    한국전력이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PO)에서 우리카드를 돌려세우고 프로배구 남자부 PO에 진출했다. 한국전력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단판 준PO에서 우리카드를 3-1(25-19 25-18 18-25 25-22)로 제압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를 4위(승점 53·17승19패)로 마쳐 3위의 우리카드(승점 56·19승17패)와 맞선 한국전력은 이로써 2년 연속 준PO 같은 상대였던 우리카드를 따돌리고 챔피언결정전의 길목인 PO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준PO 연속 ‘업셋’(하위 시드 팀이 상위 시드 팀을 잡는 것)을 연출한 한국전력은 24일부터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PO에서 정규시즌 2위 현대캐피탈과 통산 첫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KB금융그룹과 PO에서 만났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3승3패로 팽팽하게 맞선 두 팀은 이 중 풀세트 접전만 네차례나 치른 데 이어 ‘봄배구’에서도 혈전을 벌였다. 한국전력은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팀 최다인 27점을 쓸어 담았고, 토종 날개 공격수 서재덕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13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1세트 한국전력은 낮고 빠른 토스로 우리카드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팀 공격 성공률은 70%에 달했고, 공격 범실은 단 2개뿐이었다. 타이스는 9점, 서재덕은 5점을 내며 어렵지 않게 첫 세트를 얻어 냈다. 2세트 역시 타이스와 서재덕의 강타로 경기를 풀어 가던 한국전력은 상대 미들블로커가 공격을 잡아내기 시작하자 속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신영석의 속공에 이어진 타이스와 서재덕의 쌍포가 불을 뿜었다. 한국전력은 19-18로 우리카드가 1점 차로 추격하자 타이스의 백어택 3개와 서재덕의 서브 득점, 상대의 범실을 묶어 연속 6득점해 승기를 잡았다. 우리카드의 블로킹에 고전하며 3세트를 내준 한국전력은 그러나 4세트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주인공은 임성진이었다. 3-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퀵오픈으로 동점을 만든 임성진은 10-8에서는 빽빽하게 올라온 상대 블로킹을 뚫고 결정적인 점수를 냈다. 임성진 덕에 15-10까지 점수를 벌린 한국전력은 타이스가 아가메즈를 가로막은 블로킹 득점으로 23-21로 달아나고 임성진의 백어택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든 뒤 타이스가 다시 아가메즈의 공격을 가로막아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 노오력하면 된다고? 채찍질해도 안 되던데

    노오력하면 된다고? 채찍질해도 안 되던데

    서점가에서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의 책들이 있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감동해 도와준다거나 지금보다 조금 더 ‘노오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들이다. 요즘은 원치 않는데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자기계발 동영상들이 계속 제공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기계발 동영상들 역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 ‘남 탓이나 사회 탓 말고 좀더 자신을 채찍질하라’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자기 계발 동영상을 하루에 수십 개씩 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보기만 하고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쯤 되면 신흥종교 수준이다. 교양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 봄호(33호)는 커버스토리로 이런 ‘자기계발 심리학의 명과 암’을 비판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인지신경과학자인 테런스 하인스 뉴욕 페이스대 교수는 ‘자기계발 심리학 다시 보기’를 통해 “수많은 자기계발식 심리학 이론들이 전적으로 허튼소리는 아닐지라도 심하게 과장되고 설익은 아이디어”라며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계발식 즉효 약들이 왜 효과가 없는지를 낱낱이 파헤쳤다.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를 비롯한 많은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당당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감이 넘친다는 소위 ‘파워 포즈’ 효과를 제시했다. 이들의 주장은 테드 강연과 자기계발서 곳곳에서 인용되며 퍼져 나갔다. 그렇지만 2016년 연구자 중 한 명인 데이너 커니 UC버클리 교수가 “파워 포즈 효과가 진짜라고 믿지 않는다”고 고백하면서 논문 검증을 한 결과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끈질긴 근성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내용으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그릿’은 저자가 입맛에 맞는 사례들만 취합한 것에 불과했으며, ‘넛지’ 역시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항상 효과적이진 않다고 하인스 교수는 밝혔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는 ‘행복의 과학은 가능한가’라는 글에서 주관적 감정인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따라 했을 때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 박사는 “행복이 과연 모두에게 같은 개념과 감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가 날 때 소리를 지르는 식으로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는 경우가 있다. 카타르시스 요법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예프게니 보타노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나쁜 심리 테라피들’이란 글에서 스트레스나 화에 대한 이런 접근이 오히려 분노와 고통을 증폭시킨다고 밝혔다. 대중적 심리요법들의 기대와 달리 불을 불로 끌 수 없듯이 화는 화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중 심리요법이나 자기계발 심리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부족하고 많은 경우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인스 교수 역시 “미심쩍은 심리학 개념에 의존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런 나쁜 심리학을 믿고 따랐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적개심만 낳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를 모두 내던져야 할까. 모든 문제는 ‘무한 의존’에서 나온다. 한 박사는 긍정 심리학과 행복 연구에서 이룬 발견과 자기계발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주장들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 또는 상황의 미세 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잠깐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 따뜻한 계절 따스한 감성… 봄과 함께 돌아온 마티네 콘서트

    따뜻한 계절 따스한 감성… 봄과 함께 돌아온 마티네 콘서트

    “작년 12월 이후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었는데요. 저는 안 바뀌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봄날처럼 따뜻한 목소리로 이금희 아나운서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객석에선 반가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따스해진 바깥의 온도와 함께 마티네 콘서트가 돌아왔다. 마티네는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유래한 단어로 마티네 콘서트는 오전 11시를 전후해 열리는 공연이다. 겨울에 잠시 쉬었던 마티네 콘서트가 새싹처럼 기지개를 켜면서 가볍게 즐기러 나선 이의 오전 감성을 채우고 있다. 국립극장에서 2009년부터 선보여 온 ‘정오의 음악회’의 올해 첫 공연에서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국립관현악단과 가수 정인이 함께했다. 정인은 “아기 저녁 챙겨줘야 해서 저녁 공연은 못 간다”면서 “저도 11시, 12시에 하는 공연을 찾아봤는데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나중에 관객으로 여기 오겠다”고 말했다. 정인의 말대로 마티네 콘서트는 저녁 공연을 보기 어려운 관객들의 문화생활을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공연의 질은 저녁 공연 못지않은데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점심까지 챙겨주니 주부나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다.올해 이탈리아 음악으로 꽉 채운 성남문화재단의 마티네 콘서트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는 마실 나온 주민들끼리 “왜 여기서 만나”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한 관객은 공연이 끝나고 “다시 가게 문 열러 가야 한다”며 바쁜 생활 속 마티네 콘서트로 문화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 줬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마티네 콘서트는 무대 위의 음악가들과 함께 소통한다는 점에서 저녁 공연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을 뽐낸다. 출연자들이 음악에 대해 해설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다 보니 상당히 인간적이다. 성남 공연에서 바리톤 이동환은 “음이 높아서 젖 먹던 힘을 부여잡고 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에선 지휘자 이병욱이 다음 달은 자기가 없으니 5월에 만나자며 관객들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티네 콘서트는 매년 1월 1일 11시 15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빈 필의 신년 음악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고양아람누리 등 주요 공연장마다 알찬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순항 중이다. 국립국악원도 오는 29일부터 시작하는 ‘다담’(茶談)을 통해 우리 국악의 매력을 뽐내는 마티네 콘서트를 선보인다. 마티네 콘서트는 여러 장점이 어우러져 예술의 생활화에 큰 역할을 한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수요층에 적절한 시간대인 데다 한국에서는 해설을 곁들인 마티네 콘서트들이 많아 클래식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공연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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