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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준의 건강교실] 무좀등 여름질병 치료부터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한 여름의 정열 분출이 다듬어지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은 다름아닌건강관리일 것이다. 언제나 환절기가 되면 이런 저런 건강에 대한 준비를 한다.먼저,검게 그을린 피부에 대한 주의다.대개는 알맞게 노출되어 큰 문제가 없겠으나 더러 지나친 햇볕에의 노출로 인해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는경우도 있다.이때 무리하게 억지로 떼어내면 안된다.자연스럽게 벗겨지도록 놔두는 것이 상책이다.만일 피부에 손상이 났다면 가을을 당하여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에 기승을 부렸던 습진,무좀,발한이상 등의 조절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철 바뀌어 괜찮겠거니 방치하는 것은모든 병을 만성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이와 같이 가을로의 전환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의 문제들은 모두 생활리듬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낮과 밤의 길이의 변화,온도의 변화,주변 분위기의 변화와 같은 다양한 리듬의 변화가 온다.앞에 지적한두어 가지의 다듬질에 더할 것은 먹는 일의 추스림이다.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는 피하고 순한 것으로 바꾸어 먹도록 하는 것이좋다.대개 한여름의 자극에서 위나 장은 퍽 강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이러한 식품의 선택과 아울러 식사를 제 때에 드는 것도 다시 한번 되잡는 것이 좋다. 가을을 맞으며 한층 더 중요시해야할 것이 있다.바로 규칙적 생활이다.휴가 뒤끝에 더위에 밀려 쌓여있는 업무와 일더미를 욕심내지 않고 하나하나 해결해 내는 규칙성이 더 요구된다. 또한 가을이 다가서면 봄에 세웠던 건강계획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운동 계획은 제대로 시행되었는지,체중조절은 잘 되었는지,식사습관은 바로 고쳤는지,술·담배는 어떻게 됐는지,혹시 병이 있었다면 많이 좋아졌는지 등등을 두루 따져 보는 것이 좋다.만일 소홀한 부분이있었다면 새삼 분발하고 더 불량해진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이렇게 설명하면 다소 막연한듯 하나 건강의 점검은 병의원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무턱대고 맡기는 무작위 검사보다는 스스로 훑어보고 전문의와상의하여 문제가 있는것을 하나하나 챙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환절기,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가면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감기다.연중어느 때고 찾아들겠지만 하루 중의 기온차가 심한 초가을엔 세심한주의를 요한다. 몇 가지 측면에서 가을 건강관리를 알아보았다. 늘 이르듯이 지나침은 해롭다.느닷없이 가을부터 운동을 시작한다거나,더위가 사라졌다고 당장 우리의 육신이 튼튼해진다고 믿는 것은안된다. 어떤 경우든 스스로의 살핌과 노력이 없이 성인의 건강은 얻을 수없다. 유형준 한림대의대 부속 한강성심병원 내과학.
  • 파주 통일동산 문화예술인마을 어떻게 돼가나

    “너무 꿈만 화려했나보다.‘유토피아적 예술가촌’건설은 한국적 현실에서 역시 무리였나”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 들어서기로 한 문화예술인 마을 ‘헤이리’의 토목공사 착수가 5월로, 다시 7월로 기약없이 자꾸 늦춰지기만 하자 회원들은 자신들의 무모함을 내심 ‘반성’하기 시작했다.물론 할말은 있었다.현실을 돌아보면 숨막힐 듯 조밀한 주택,손바닥만한 녹지,높다랗게 가로막힌 담장들….거대한 ‘슬럼’처럼 팍팍한 도시속에서 그런 꿈을 꾸는 것이 그렇게 무모했나 억울하기도 했다. 조마조마하던 회원들에게 최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복잡한 행정절차 등으로 미뤄지던 ‘헤이리’토목공사가 10월말 본격적인 토목공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은 회원들의 기운을 샘솟게 했다. 토종꽃과 나무가 지천이고,마을 한가운데로 실개천이 소근대며 흐르는 ‘따스한 봄햇살같은’보금자리를 만들어보려는 ‘몽상가’들이모여 일을 꾸민지 6년째.시작은 당초보다 늦어졌지만 조금만 서두르면 2002년 초반엔 예정대로 그 아름다운 첫 모습을 드러낸다. 헤이리 아트밸리건설위원회(02-511-5642∼3)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언호 한길사대표가 94년 영국의 책마을 ‘헤이 온 와이’여행중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헤이리’총규모는 15만 3,000여평.음악의 거리,영화의 거리,책의 거리에는 수십개의 갤러리,박물관,음악홀이 들어서고 연일 다채로운 축제가 마련된다.3층이하로 제한된 나즈막한 건물에담장도,아스팔트도 없는 자연친화적 주거지다. 김 이사장은 “특정인들의 공동체에 그치지 않고 보통사람들이 찾아와 문화의 향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문화특구를 만들겠다.문화예술인이 아니더라도 관련 사업아이템을 갖춘 사람이라면 환영”이라며아직 50여명분의 여유지분이 남아있다고 귀띔한다. 헛된 꿈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이 사업에 동조한 회원들은 현재 260명으로 직업도 화가,소설가,교수,기자,사업가 등 각양각색이다.1인당배정받은 지분은 100평에서 2,000평.각자 형편껏 마련한 땅 한평한평에 소중하게 심어놓으려는 이들의 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윤후명(소설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서도 ‘헤이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운좋게도 내게 배정된 필지는 숲이다.분황사지 3층석탑을 본뜬 건물에서 후배 문학도들과 밤새워 문학을 얘기하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글도 쓸 작정이다. ◆한복려(궁중음식연구원 원장) 유럽여행중 동네마다 있는 커피박물관,치즈박물관,와인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박물관이란게 그리 거창한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생활문화인 음식을 순수예술과 접목하는 방법을 궁리중이다.케이크처럼 예쁜 우리 떡을 내세워 떡박물관을만들어볼까. ◆정병규(일산 동화나라 대표) 창밖으로 숲이 내다보이는 어린이 전문서점에서 매주 빛그림(멀티슬라이드)구연동화 공연을 열고 그림자인형극,어린이 문학 캠프를 열고 싶다.민박하면서 자연생활 가까이하기 등 체험을 풍성하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생각이다. ◆손봉숙(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은퇴후에도 나를 찾아온 벗들에게 향내나는 차 한잔을 대접하겠다는 생각에서 찻주전자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 이젠 제법 모였다.아담한 찻주전자박물관에서 좋은 이웃들과 함께 하면 외롭지도 않고 서울 가까운 곳이라친구들도 오가기 편할 것 같다. 허윤주기자 rara@
  • [굄돌] 풍납토성과 慶州 이야기

    올 봄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내 아파트 예정부지에서 초기백제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많은 국민이 1,500년 전 역사를 실감하며 흥분하기도 했다.그러나 한 주민이 유적 발굴현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사건이 일어났고 논란 끝에 정부 보상 방침이 정해졌다.한편 경주는 아직도 많은 신라의 역사유적을 매장하고 있는데,고고학 기술이 매장유물을 원형대로 발굴할 정도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유적보전을 위해 지역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그래서 고속전철이 지나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론이 분분했었다.더 나아가 고층아파트 신축은물론 전통가옥 개보수 말도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라 일부 주민은땅을 파다 문화재가 한 점이라도 나오면 쉬쉬하고 파괴해 버리거나다시 덮어 버리기도 한다. 풍납토성과 경주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는 이런 미봉의 해결방식을극복할 정부 당국의 종합적인 문화재 보호대책을 요망하게 된다. 문화재는 우리의 역사적 존재가치를 일깨워주며 민족의 자긍심을 세계에 높일 수 있는 실증자료이다.문화재 보전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없는 이득을 주며,문화재 사랑은 현실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 것으로이를 위한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런 자세를갖출 때 풍납토성 유적보존을 위한 국가보상 결단과 고도(古都)주민의 재산권 행사제한 조치 등을 직접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국가가 문화재 보호 비용을 전담하는 것이나,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다면 문화유적지 전문 건설회사 면허를 주는 방식은 어떨까.업체의 매장문화재 발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제공하여,적립된 인센티브에 따라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또한 전통가옥 전문가를 양성하여 전통가옥 개보수를 담당하게 하고,전통가치 보존을 위한 추가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수도 있다.특히 이러한 해결책은 모든 문화유적에 적용되어야 한다.특정지역만 특별법으로 묶어 놓은 채 그 이외 지역은 마구잡이로 개발한다면 이는 필시 나라의 미래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것이며,‘조상 탓에 개발이 묶인’ 고도주민들의 문화재 사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윤호 울산대 산업공학부 교수
  • [대한광장] 이 가을에

    가을이다.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귀뚜라미가 따라와 운다.문득 외로움을 느낀다.가을날 새벽에 지니는 이 외로움은 투명하다. 찻잔에 차를 내리며 은은한 차 향기에 나를 맡긴다.문 밖에는 비가내리고 바람이 문을 흔들며 지나고 있다.가을에는 모든 것이 슬퍼 보인다.어둠이 외로워 보이고,밤길을 걷는 사람의 뒷 모습이 그렇다.그토록 당당해 보이던 바쁜 일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사람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시간도 또한 가을이다.나뭇잎이 떨어지듯 우리 모두는떠나야할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가을에는 너무도 구체적으로 다가서기때문이다. 찻잔에 가득 고인 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수행자의 마음은 사라지고 일상에 묻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 모습이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또한 속되다.부처님 슬하에서 세월을묻고 산 지 십수년이 되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한 자락도 부처님의발 끝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일러 ‘중’이라고 할 수 있을지,이제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다. 가을이면 찻잔을 앞에 두고 나는언제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차 향이 잔잔하게 온 방안에 퍼지듯 내 삶의 향기가 그렇게 은은히 번지기를 바라면서.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와서야 비로소 향기를 머금은 차잎이 피어나듯 혹독한 자기반성과 눈뜸 없이는 자신의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없는 일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이기를 버리고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에 마음을 나누는 법을 잊어 버린 것만 같다.마음은 나눌수록 부유해지는 법인데,나는 스스로 가난을 택해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형식과 이기에 얽매인 자연스러운 삶의 결과이기도 하다.마음은 있지만 승려이기 때문에,하고는 싶지만 귀찮기 때문에 하는 전제들을 모두 버리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건네며 함께 웃고 울고만 싶다.가진 것이 없는 삶인데 마음마저도 넉넉하게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인색한 인생살이 아닌가. 며칠전 밤에 한 통의 전화를받았다.먼 제주도에서 바람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도반 스님이 일부러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기를 통해서 말없이 건네던 바람소리를 처음에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들려? 바람소리가”.도반 스님의 해석을 통해서야 나는 비로소 바람소리라는 것을 알았다.스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서울 살더니 바람소리도 잊었네.사람이 왜 그리 됐어.눈을 뜨고,귀를 열고 밖을 좀 내다봐. 제주도의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 일부러 전화했어”라고.바람소리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화를 준 스님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선물을 할 때처럼 시간과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된다.그러나 이 마음을 내는 일에 대개의 사람들은 서툴다.바쁜 일상속에서 타인과 자연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비워야만 한다. 그리고 그비워진 자리는 백지처럼 언제나 깨끗하게 간직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연으로이 세상에 와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에는 인연의 무게가 너무나 지중하다.마음을 열고,마음을 나눌 때 한 생명의 아름다움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수 있으리라. 가을이다.길을 떠나야겠다.이기와 형식에 얽매인 나를 버리고 따뜻한 나눔의 길을 떠나야겠다. 성전 조계종 옥천암 주지
  • [‘6.15’이후의 북한] (2)북한의 사회상

    9월 5일 황해도 구월산을 향해 달렸다.평양에서 약 48㎞.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 황주를 지나 신천쪽으로 꺾어든 차는 은율쪽으로 달렸다.연백평야 넓은 벌에는 누런 벼이삭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군데군데 나타나는 옥수수밭에는 온통 누렇게 말라들어간 옥수수들이서 있었다.안내선생은 “가뭄 때문에 올해 농사가 큰 일”이라고 했다.며칠전 황주에 다녀왔다며 “올해는 작황이 안좋다”고 고개를 내젓던 김순권 박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구월산은 지난 97년부터 해외동포,외국인들에게 개방됐다.1150년전에 건립된 고려시대의 사찰 월정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월정사관리인 길병호씨는 함흥화학공업대학에서 원유화학을 전공했으나 평생 월정사를 관리해온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평양을 떠나 산에 들어온 보기드문 인물이었다.그는 “월정사 극락보전은 북남을 통틀어 유일한 두공식 건물”이라며 “오대산 월정사도 이곳과 건립 연대가 유사한데 같은 월정스님이 지은 절이 아닌지,통일되면 꼭 가보려 한다”고 했다.부속건물인 명부전에는 주불인 지장보살 만이 휑뎅그렁하게 앉아있었다.주불을 보좌하는 금속제 부처 10쌍을 일제가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북에는 지금 ‘열대메기’ 열풍이 불고 있다.열대메기는 남아프리카원산의 민물고기로 4월에 부화하면 9,10월까지 최고 3㎏까지 성장한다.아무것이나 잘 먹고 고기맛도 좋아 각급 학교나 직장,기관들에서양어장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올해 3월 조성한 평양시내 서산호텔 양어장에도 어른 팔뚝만한 열대메기들이 우글우글했다. 호텔 부지배인 전룡운씨는 “호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가공해 사료로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호텔손님들이 양어장에서낚시도 즐기고 잡은 고기는 요구대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몇 마리를 얻어다 숙소에 와서 구이와 매운탕을 해먹었는데 가물치 맛과 비슷했다.농촌에서는 모내기 후에 논에 열대메기를 풀어 키우는데 메기들이 벼뿌리를 들춰주고 벌레를 잡아먹어 농사도 잘되고 배설물은 거름이 된다고 한다.가정에서도 봄에 비운 김장독에 열대메기를 키워서 이제 잡을 때가 다 됐다는 얘기였다. 조선중앙TV는 맹렬한 금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었다.그런데 슬로건이 ‘금연’이 아니라 ‘담배조절’이라는 것이 흥미롭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제로가 아니라,건강에 폐해가 있고 부인들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자각해서 스스로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김 위원장 자신은 재미언론인 문명자씨와의회견에서 담배를 끊었음을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TV가 권하는 담배 끊는 방법을 보면 “무 200g을 채 썰어서물은 짜버리고 설탕을 쳐서 먹은 후 담배를 피우면 담배맛이 없다”는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방법도 있다. 보통강호텔 식당에는 올해 29세의 처녀 접대원이 있다.모습도 태도도 아름다운 여성이다.왜 시집 안 가느냐고 했더니 “남자는 나이들수록 금값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식당의 28세 총각 접대원에게 “동무에게 장가 들면 어떠냐”고 했더니 “어린 처녀도 많은데 하필…”하면서 시큰둥한 표정이다.어찌된 일인지 북에는 처녀가 더 많다고 한다.명태가 넘쳐나던70년대에는 ‘조선에 많은 게 명태하고 여자’라고 했다니 말이다.남쪽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곧 처녀 기근현상이 심각해지리라는데이 문제도 통일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취재중 가장 놀라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대동강변에서 다운증후군 중학생을 목격한 일이다.학생은 행사연습을 하러 가는 듯 손에꽃을 들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걸어가고 있었다.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얼굴은 세계적으로 모두 같다.남쪽언론은 지금까지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미관상 이유로 모두 이주시켜 버렸다”라고 보도해왔다.기자는 안내인에게 물었다. “평양에도 장애인이 있는가요?” “장애인이오? 아,불구자 말입니까? 있습니다.우리 동네 이발사가벙어리인데….그런데 왜요?”남쪽 언론의 ‘정설’을 알 리가 없는 안내인이 되물었다.그 대답은못하고 다시 물었다. “불구자들은 어떻게 사나요?” “인민학교,고등중학교까지는 정규학교에 같이 다닙니다.그 후에는불구자에 맞는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거쳐 사회에 진출하는데주로앉아서 하는 직업을 많이 갖습니다.대학시험에 붙으면 대학 측에서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보장합니다.몸이 불편하면 교원이 집에 가서가르쳐 줍니다”평양에 ‘장애인’은 없다. 그러나 ‘불구자’는 있다.남쪽 언론의정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신준영기자 junyoung@. *평양서 만난 허혁필 민족화해협 부회장. 1961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지도원을 시작으로 조평통 부국장을 지낸 민족화해협의회 허혁필 부회장.현재 범민련 중앙위원과 민족대단결 잡지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러시어학과를 졸업한 허 부회장은 99년에는 민화협 부회장으로서 남측의전국어민연합회와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한 공동어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방북취재 마지막날인 8일 허 부회장은 기자일행을 위해 청류관에서오찬을 베풀어 주었다.그는 식사중 10여분간에 걸쳐 ‘톨스토이가 그린 구원의 여인상’에 대해 분석해 주기도 했다. ■평생을 통일문제와 씨름해 왔는데 6·15공동선언에 대한 소감은. 우리같은 통일일꾼 몇 천명이 40년 동안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일을두 분 수뇌께서 단 3일만에 이루어내었다.감격스럽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북측 인민들의 반응은. 신 기자도 이번 취재 중 느꼈을 것이다.우리 인민들은 이번 공동선언에 대해 진심으로 기대와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공동선언후 북남관계가 나같은 사람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진전되어 왔다.5개 조항중 적지 않은 조항이 이미 실현되었고 나머지 조항의 실현을 위해서도 우리는 모든 성의를 다할 것이다.그것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 서울 ‘세계무용축제2000’

    필립 드쿠플레DCA(프랑스)페드로 포웰스(벨기에)H아트 카오스(일본). 지난 2년간 세계무용축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끈 무용단들이다.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23일 사전특별공연을 시작으로 막올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무용페스티벌 ‘세계무용축제2000’(SIDance)’(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주최)이 그 무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이들을 포함한 해외 10개국 14개단체, 국내 16개 단체가 참가해 한달간 국립극장,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등 서울시내 7개 공연장에서 30여회 공연을 펼친다. 개막무대(10월2일)에 오르는 일본 여성무용단 H아트 카오스는 지난해재일동포 무용가 시라카와 나오코의 독무‘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깜짝놀랄 화제를 모았던 팀.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팬들의 요청으로 올해 다시 초청됐다.이번 서울공연에는 현대 사회의 성폭력을 빗댄 ‘봄의 제전’(97년)과 지난 9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초연된 복제양 이야기 ‘돌리’등 2편을 선보인다. 98년‘일식’으로 열광적인 박수를 받은 페드로 포웰스무용단은 신작 ‘빈사의 백조 8인연작’을 세계 초연한다.카롤린 칼송 등 세계유명 여성안무가 8명이 남성무용수 페드로 포웰스를 위해 각각 3분이내로 안무한 작품들을 모은 이색 공연.서커스와 무용을 결합한 실험적 작품들로 주목받은 필립 드쿠플레DCA무용단은 지난해 ‘샤잠’에이어 올해는 ‘트리통’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춤 문외한들도 단박에 흥겨움을 느낄 만한 대중적인 공연도 빼놓을수 없다.발레를 탱고와 재즈,플랑멩코와 결합시킨 프랑스의 파리재즈발레단,테크노음악과 DJ,현란한 무대조명까지 갖춘 스위스 링가무용단이 관심을 모은다.국내작으로는 이달초 프랑스 리옹댄스비엔날레에참가해 엄청난 호평을 받은 무용가 홍승엽의 ‘데자뷔’와 창무회의 ‘하늘의 눈’,극무용 ‘세월이 좋다’가 선보이고,기획공연으로 젊은 무용가의 밤,중견안무가 신작무대,진주명무전 등이 마련된다. 한편 23·24일 오후6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사전특별공연‘하야치네 카쿠라’(일본 무형민속문화재 제1호)는 본격적인 한일문화교류를 앞두고 일본 민속예능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드문 자리로기대를 모은다.(02)766-5210이순녀기자 coral@
  • 여기는 시드니

    그린 100m연습경기서 세계新◆‘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모리스 그린(미국)이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가진 100m 연습경기에서 9초78로 자신의 세계기록(9초79)을 경신해 화제.그러나 이날 기록은 전자장치가 아닌 수동식 스톱워치로 측정됐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느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복싱심판 일거수 일투족 녹화◆올림픽 때마다 논란이 돼온 복싱 경기의 판정문제가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해결될 수 있을 전망.국제아마복싱협회(AIBA)는 올림픽복싱경기가 열리는 링의 네 모서리마다 카메라를 설치해 심판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녹화하기로 했다.심판은 유효타가 터질 때마다 버튼을 눌러 점수를 가산하는데 이전까지는 점수를 주는 것을 확인할방법이 없었다. 계체량 지각 출전자격 박탈◆콩고와 가나의 복싱 선수가 계체량에 늦어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불운을 당했다.라이트급 카콩가 키반데(콩고)는 비행기를 놓쳐 아예 시드니에 제 때 도착하지 못했고 미들급 제임스 토니(가나)는 국제복싱연맹(AIBA)이 경기 전 반드시 받도록규정한 신체검사 및 계체량에 불참,출전 자격이 박탈됐다. 쌀쌀한 봄날씨 관중들 곤혹◆전세계에서 몰려든 관중들은 호주의 쌀쌀한 봄 날씨에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관중들은 스웨터 등으로 추위에 대비한 모습이었지만 개막 당일 흐린 날씨에 차가운 바람까지 불자 연신 손을 비비며 몸을 녹이기도. 모닝 “부인출산후 팀합류”◆미국 농구 ‘드림팀’의 유일한 센터 알론조 모닝(30)이 부인의 출산을 이유로 예선 두경기에 뛰지 않는다.모닝은 “사랑하는 아내가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싶다”며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TN2세계적 명사들 속속 도착◆세계적 명사들이 시드니에 속속 몰려 들고 있다.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아는 몰려든 면면에 비하면 비중이 낮은 편.시드니 방문 명사들의 대부분은 왕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날아온 왕족들이다.일례로 말레이시아 국왕 부처,스페인 왕비가 개막식 참석을위해 시드니에 왔으며 벨기에의 필립 왕세자와 마틸데 왕세자비도 모습을 드러냈다.네덜란드 윌리엄 알렉산더왕세자와 모나코 알베르트왕세자도 개막식을 빛낼 인물들이다. 시드니 특별취재단
  • 93세 노모·北送아들 애끊는 이별

    “꾹 참고 안 울어.내가 눈물 보이면 아들이 맘 편히 못가잖아.아들하고 훈련했어” 먹장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1일 낮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음식점 앞.북송을 하루 앞둔 신인영(辛仁永·71)씨의 노모 고봉희(高鳳喜·93)씨는 주름진 손으로 연방 눈자위를 부비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집을 나오기 전 “골수암으로 투병 중인 아들에게 내 손으로 지은따뜻한 밥을 먹이며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면서 “한번도 못본 며느리와 손주들 얼굴을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며 정갈하게 다린 와이셔츠를 챙기던 고씨였지만 막상 헤어질 때가되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며느리에게 보내는 한복과 40년 동안 간직한 금브로치 등 선물, 아들의 짐꾸러미를 챙기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없었다.지난 밤에는 아들과 마지막으로 한 잠자리에 들어 손을 잡고밤을 새다시피 했다. 전북 부안이 고향인 신씨는 서울대 상대 재학 중 6·25때 인민군에징집돼 월북,김일성대를 졸업한 뒤 지난 67년 공작원으로 남파,검거됐다.3남5녀의 장남인신씨가 98년 3월까지 30여년 동안 옥살이를 하는 동안 노모는 옥바라지를 하면서 아들과 함께 살 날만을 기다려 왔다. 다른 장기수들과 함께 식사를 마친 뒤 통일부가 지정한 장소로 떠날 때가 되자 신씨는 “어머니,이렇게 헤어지지만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예요”라면서 “내년 봄 북으로 초대할 때까지 건강하세요”라고어머니를 위로했다. 고씨는 “그래,그래 나는 서운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니 나는 괜찮아” 하면서도 아들 신씨가 얼마 전 선물한 금반지를 낀 손으로 계속 눈자위를 훔쳤다.신씨가 “제 생각이 나시면 이 반지를 보세요”라면서 ‘만수무강 신인영’이라는 글자를 새겨 선물한 두 돈짜리 금반지다. 신씨는 배웅나온 형제와 친지들에게 “다시 만날 때까지 어머니를잘 모셔달라”고 신신당부한 뒤 뒤돌아섰다.아들의 뒷모습을 힘 없이바라보는 구순 노모의 눈가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안동환 홍원상기자 sunstory@. *비전향장기수 北送 의미. 북송을 희망하는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2일 송환되는 것은 반세기동안 우리 민족을 옥죄고 있던 냉전구조의 해체를 본격 촉진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북송자 63명은 해방 전후 빨치산으로 활동했거나 60년대 남파된 간첩들이 대부분이다.이러한 인물들을 기꺼이 보내주기로 한 것은 우리사회의 자신감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체제 선전에 집착하는 북측의 오랜 숙원을 ‘화끈하게’ 풀어줌으로써 앞으로 국군포로,납북자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영행사 할까 93년 3월 이인모(李仁模·현재 83세)씨 송환때 북측은 판문점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여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정부는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감안,이번엔 자극적인 행사를 자제토록 북측에 당부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평양으로 향하는 연도변이나 평양 시내에서는 대대적인 행사가 상당 기간 잇따를 전망이다.63명이 무더기로 ‘이념의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북측으로서는주민들을 사상적으로 결속시킬 최대의 호재랄 수 있다. ■어떤 대우 받을까이인모씨의 전례에 비춰 보면 63명은 북한에서최상의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이씨에게 ‘김일성훈장’과 ‘국가훈장 1급’을 주고 ‘공화국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그가다녔던 양강도 파발인민학교를 ‘이인모학교’로 개칭했으며,이 학교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친필 비석과 이씨의 반신상을 세우기도 했다.병 치료를 위해 96년 그를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현재 부총리급 간부들에게 제공되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대한광장] 팔월의 하루

    팔월 중순의 날씨치곤 너무 덥다.투르판의 화염산 천불동 계곡을 걸을 때와 같은 열기가 방 안까지 밀고 들어온다.TV 화면은 울음바다이다.50여년만의 만남은 젊음을 빼앗겨버린 주름진 얼굴과 굽은 등만보여준다.잃은 것이 젊음뿐이랴.흐르는 눈물은 침침해진 눈을 더욱흐리게 하고,오열은 아물지 않은 가슴을 다시 헤집는다. 꿈에 그리던 만남을 지켜보노라니 꼭 짚어낼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에 가득해진다.다실로 나와 침향을 사르며 구레츠키의 3번 교향곡 ‘슬픈 노래의 심포니’를 듣는다.가슴 속에 묻은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애절함이,그 애절함을 승화시키는 소프라노 돈 업쇼의노래가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침향의 향내음을 타고 가슴으로 밀려온다. 비라도 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뜰에 나섰으나 타는 하늘은 구름 한 점 허락하지 않는다.나무들은 땀 흘리다 지쳤는지 축 늘어져 있고,늦게 피기 시작한 목백일홍만 빨갛게 익었다.옹기 속 수련은 졸고 있고,무궁화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으로 곤두박질 한다.개들은 숨쉬기도 귀찮은지 나무그늘 아래 땅에다 주둥이를 박고 있다. 맑은 날씨 덕분에 공항이 마당처럼 가깝다.저기 ‘고려항공’의 북녘 비행기가 와 있단다.다시는 넘지 못할 것처럼 생각했는데,몇 십만V의 고압선이 보이지 않게 하늘을 가로막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용케도 북쪽 비행기가 바로 넘어 왔단다.하긴 하늘에 무슨 남과 북이 있으랴.모두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허망한 장막일 뿐이지. 출가 이후 부처님 전에 서면 늘 해왔던 ‘국운융창 국태민안 남북평화통일속성취’의 축원 속에 나는 늘 바랑을 지고 금강산 묘향산을오르내렸다.그러나 뱃길로 금강산이 열리고 중국으로 백두산 길이 열렸어도 나는 아직 가지를 않았다.가끔 차를 몰고 자유로를 달리며,길게 가로막은 철조망을 보면서 용케도 걸리지 않고 넘어오는 확성기소리를 듣기는 했다.‘그래 언젠가 이 자유로를 달려 개성과 평양으로 가리라’ 다짐만 하면서. 내가 줄곧 꿈꿔온 통일은 이런 것이었다.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갈수 있는 북녘 땅을 지프를 몰고 임진강을 건너,산과 강,작은 포구와 외진 두메산골까지두루 밟아본 뒤,이윽고 허허로운 만주벌판을 떠돌다가 중국의 끝으로 가리.그리곤 뜨겁고 거친 사막을 넘어 혜초스님 가셨던 길을 따라가며 히말라야의 지붕에서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리.그리하여 한반도는 더이상 한 조각의 땅덩이가 아닌,온전히 세계와 하나임을 확인해보리. 푸드득 까치가 나는 소리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눈을 들어보니 능소화 꽃송이가 곧장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자태 그대로 툭 떨어지는 능소화는 꽃의 귀족이다.그 꽃송이를 주워들고 다실로 돌아와차를 달이며,프리치 분덜리히가 부른 슈베르트의 ‘시든 꽃’을 듣는다.가수는 35년 전 36세의 젊은 나이로 고인이 되었건만 그 목소리는 남아 지금 이렇게 심금을 울린다. “그녀가 준 꽃이여.나와 함께 무덤 속에 들어가자.너희들은 내 모양을 안다는 듯이 그렇게 슬프게 나를 보는구나” 노랫말과 함께 많은 영상이 스쳐간다.특히 김정일의 그 당당한 모습이,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그 모습이. “너희들은 왜 그렇게 시들고,바래고,눈물에 젖어 있느냐.아아,눈물도 5월의 녹색을,지나간 사랑을 되살리지는 못해.봄이 오고 겨울은가 들에 꽃이 피어도 그녀가 준 꽃은 내 무덤에 들어가 있는 거다” 다시 깊게 패인 주름 위에 눈물 흘리는 모습과 그들이 들고 있는 빛바랜 옛 사진들이 떠오른다. “그녀가 언덕을 헤매면서 ‘그 사람은 진실했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면 그때야말로 꽃이여,모두 피어라.5월이 되고 겨울은 간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나는 찻잔을 비운다.통일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지금있는 것 그대로 다 놓아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송강 개화산 미타사 주지
  • 윤영자 할머니 “비전향 장기수도 고향 간다는데…”

    부모 형제를 두고 월남한 할머니가 남쪽에서 얻은 아들마저 납북돼‘이중(二重)이산’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기간 내내 TV를 아예 끄고 살았어.북에 두고온가족과 북에 끌려간 큰아들 생각에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윤영자(尹英子·69·대구시 동구 백안동)할머니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누구보다 소중한 피붙이와 두번이나 찢어지는 생이별을 겪었다. 윤 할머니는 해방되던 해인 45년 14살때 홀몸으로 남쪽으로 내려오며 북의 부모·여동생과 헤어졌고,남쪽에서 얻은 큰아들은 그가 15살무렵인 68년 오징어배를 탔다가 북한에 피랍돼 30년이 넘도록 소식이끊겼다. 일제의 압제,그리고 해방,남북분단으로 점철된 우리 역사의 고난은할머니의 삶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황해도 평산군이 고향인 할머니는 지난 45년 봄 일제의 ‘근로정신대’징용을 피해 아버지 고향인 전라도 쪽으로 도망갔다가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우여곡절을 겪던 끝에 6·25전쟁에 휘말렸다. 할머니는 “해방되는 해 집을 떠날때 ‘언니,언니’하며 울던 하나뿐인 여동생만 생각하면 지금도 밥술을 뜨다가도 목이 멘다”고 회고한다. 혈혈단신으로 월남,부산항 도착후 육군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만난 남편과 결혼,두 아들을 낳았지만 할머니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불행했던 결혼생활 끝에 남편과 별거,혼자 서울로 올라와 온갖 궂은 일을 하던중 68년 7월10일 큰아들의 납북은 청천벽력이었다. 술주정으로 뱃일을 자주 못나가는 아버지 대신 당시 열다섯 어린나이로 부산에서 오징어배 ‘가나다호’를 타야했던 큰아들 박종업씨(47)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북한에 피랍됐다. 지난 82년 남편과 사별하고,작은 아들도 몇년전 결혼시켜 홀로 사는할머니는 “비전향 장기수들도 고향을 찾아간다는데 먹고 살려다 일이 잘못돼 납북된 아들놈은 왜 내려오질 못하는 거여…”라며 울먹였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北 국립교향악단 서울공연 폐막

    분단후 첫 남북 교향악단 합동연주회를 가진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이 22일 막을 내렸다.조선국립교향악단은 이날 오후 7시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남측 KBS교향악단과 두번째이자 마지막 합동연주회를 갖고 남북화합을 다졌다.이로써 지난 18일 서울을 방문해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첫 막을 올린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은 이날까지 모두 네차례의 단독 또는 합동연주회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공연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를비롯해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 등 각계 인사 1,700여명이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다.공연은 남측 손범수씨와 북측 방송인 전성희씨의 공동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연주된 곡들은 전날의 첫 합동공연과 거의 같았으나 마지막 합동공연이라는 점 때문인지관객들은 한곡 한곡이 끝날 때마다 더욱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이 공연은 KBS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돼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음악을 즐겼다. 먼저 1부에서 KBS교향악단이 연주를 마쳤고 2부에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이 이어졌다.특히 2부에서 남북의 대표적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와 남성고음(테너) 리영욱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합창하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남북 교향악단은 ‘아리랑’을 합주하면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관객들이 연이어 ‘앙코르’를 외치자 이들은 다시 한번 ‘고향의 봄’을 연주했다. 그 뒤에도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은 오래도록 이어졌고 결국 출연자와 관객 모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다같이 합창하며 끝을 맺었다.‘고향의 봄’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 일부 관객들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장택동 허윤주기자 taecks@
  • 알짜배기 아파트 쏟아진다

    하반기에 공급되는 ‘알짜배기’ 아파트를 찾아라.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신이 다음달 서울지역 8차 동시분양을통해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689가구를 분양하는 것을 비롯,대규모아파트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분양되는 아파트 가운데 입지여건이 뛰어난 대단지에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알짜배기 아파트 찾아라 다음달 선뵐 서울지역 아파트 가운데는 돈암동 동신아파트와 장안동 현대아파트가 눈에 띈다. 장안동 현대아파트는 시영아파트를 헐고 2,182가구를 새로 짓는 매머드급 단지.규모는 크지만 일반 물량은 242가구에 불과하다.반면 돈암동 동신아파트는 모두 689가구가 들어서는 중형 단지지만 일반 분양 아파트가 518가구에 이른다. 송파구 문정동 대우아파트도 눈에 띈다.150가구에 불과하지만 수요층이 두꺼운 32평형 아파트로만 이뤄졌다.국민은행이 부동산금전신탁 상품으로 개발한 아파트다.또 영등포구 당산동 철우아파트를 헐고새로 짓는 동부아파트도 여의도나 도심 진입이 쉬워 직장인들이 많이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에 분양 예정인 성북구 월곡동 두산건설 재개발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이 800여가구가 넘는다.주거환경이 쾌적해 많은 청약통장가입자들이 눈독들이고 있다.강서구 화곡동 새마을운동본부 부지에도 롯데건설이 일반 조합아파트 550여가구를 추가로 공급,다시 한번 롯데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11월쯤에는 강서구 등촌동 국군수도통합병원 자리에 들어설 현대산업개발 조합 아파트 일반 물량 760여가구가 기다리고 있다.대단지인데다 교통여건과 주거 환경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림산업은 동대문구 이문동 재개발지구에서 아파트 700여가구를 내놓을 계획이다. 대우건설이 창동에서 도급사업 아파트로 준비하고 있는 950여가구도관심가져볼 만하다. ■청약전략 대형 아파트 단지를 노릴 것을 권한다.각종 편의시설을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전경을 원하는 청약자라면 돈암동 동신아파트를 노려봄직하다.단지 규모는 작지만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도 있다.10월쯤 분양할 한남동 현대아파트,연말쯤 공급되는 용강동 삼성물산 재개발 아파트도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류찬희기자 chani@
  • 北 국립교향악단의 특징

    20∼22일 남한서 역사적인 데뷔무대를 갖는 북한국립교향악단은 어떤 음악을 하고 있으며 연주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분단 50년의 벽은 클래식음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는지 북한관현악단의 편성이나 연주 레퍼토리는 우리의 ‘정통 클래식’기준으로 보면 생소한 점이 많다.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편성은 장새납,젓대,개량대금 등 개량민속악기와 양악기를 적절히 조화시킨 ‘배합 관현악단’으로 이번에 서울에온 상임지휘자 김병화가 개발에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의 개량 민속악기들은 탁하고 흐린 '쐐소리'를 없애 청아하고고운 음색을 내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인민대중이 좋아하고 잘아는 곡을 교향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선율이 쉬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연주하는데 주력한다.국내창작곡과 서양작품을 7대3정도로 섞는 것이 관례다. 이번 공연도 창작곡 위주로 짜여있다.바이올린 협주곡 ‘사향가’는 정사인 작곡의 노래 ‘내 고향을 이별하고’주제에 의한 협주곡.관현악곡으로는 ‘아리랑’(최성환작곡),‘그리운 강남’(안기영 작곡)‘그네뛰는 처녀’(김윤붕 작곡)를 연주한다.‘그리운 강남’은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으로 시작하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노래가 바탕이다. 북한은 성악의 발성법도 우리와는 다르다.지난 70년 “깊은 정서없이 소리를 힘주어 내지르기만 한다”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비판에따라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과장하지 말고 쉽게,유순하고 곱게’내는 새로운 발성법을 채택하고 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지난 87∼90년 평양음악무용대학서 유학했던 박태영씨(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단장 겸 지휘자)는 북한국립교향악단의 연주실력이 상당하다고 귀띔한다.‘50년대 거장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던 시절의 레닌그라드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또한 지난 4월 평양의 봄 축전에 초청돼 협연하고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에 따르면 연습량도 엄청나 북한 창작곡은 악보를 거의 외우다시피 연주할 정도라고 한다.창작음악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않는 남쪽 오케스트라와 크게 다른 점이다. 허윤주기자 **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2)낯선 땅에서

    *농군집서 맛본 해남 별미 보리.매생이국엔 흙내음이. 해남은 공기는 물론 햇빛과 바람부터가 달랐다.아무리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도 볼에 닿으면 살랑대며 어루만져 주는 듯했고 햇빛은 마치석양이 그렇듯이 약간 비껴서 내리 쪼이는 것 같았는데 풀과 나무와꽃이며 땅이 제 색깔을 제대로 내는 것처럼 보였다. 비 온 뒤의 풍광은 더욱 투명해서 느끼한 유화가 아니라 묽게 채색된수채화로 아슴프레하게 그린 듯했다. 밤이면 댓잎이 서걱대고 댓가지가 서로 부딪는 소리가 밤새도록 들려왔고 비가 오나 하여 내다보면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그렇게 들렸다. 미리 작정하고 찾아 내려간 터이라 나는 슬슬 농민들과 접촉을 시작했는데 이들이 힘을 얻으려면 읍내 중간층들의 두터운 후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읍내에서 내가 사귈 사람은 일단 관리들과나이 든 사람은 빼고 학교 선생이나 의사 약사 아니면 대학을 나와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낙향하여 자영업을 하는 삼십대의 사람들을 정하였다.촌에서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언제나 술 한 잔이 매개였는데 그래서 벼라별 것을 다 먹어 보았다. 농민들과의 접촉은 주로 장날에 이루어졌다.읍내에 장이 서면 주위의면과 리에서 농민들이 장을 보러 나오고 그들은 우리 집을 방문해서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책도 빌려 보곤 했다. 나중에 시인 김남주나 전국 농민회 의장을 지내게 된 정광훈 형이며 동화작가 윤기현이 내 서재를 사랑방 농민학교로 만들어 장날마다 학습도 하고 토론도 하게 되었다.처음에는 집에서 대충 점심을 나누어 때우곤 하였는데 점점 많아지는 회원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방문자는 먹을 거리를 가져오게 되었고 그래서 더욱 정이 돈독해졌다. 내가 기현이를 알게된 것은 우연히 우슬재 넘어 어느 개척교회를 방문했을 때였다.어느 젊은 농민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처음에는 뒷전에서 무심코 듣고 앉았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되었다.자리가 끝난 뒤에 그에게 어디서 그런 동화를 읽었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되물었다.‘동화가 뭣이다요?’ 하여튼그가 책에서 읽은 건 아니고 그냥 농사짓는 틈틈이 ‘아그들에게보탬이 되는 이야그를 머릿속으로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나는 그에게 그런 얘기를 글로 써보라고 일렀고 초등학교를 다니다 말았다는그에게 맞춤법이며 원고지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얼마 안가서 그는 어느 잡지의 동화 현상공모에 당선 되었다.그의 첫 번째 동화 ‘개똥이’는 나중에 노래쟁이 김민기가 노래극으로 재구성해서 유명해졌지만.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전혀 낯설지만 대단히 맛갈스러운 것을 먹게되었다.서울에서 반도의 서쪽 끝자락인 전라도까지 천릿길이라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보리국이다.보리국이라면 무슨 보리 곡식으로 국을 끓이는가 할테지만,천만의 말씀이다.보리는 다 알다시피 전 해 가을에 벼를 베고 추수를하고나서 다시 갈아 엎은 뒤에 씨를 뿌리는데 겨우내 추위와 눈보라에 시달리며 싹을 틔운다.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올 보리 농사 풍년 들것네!’하고 얘기한다. 새 봄이 되어 햇볕이 포근해지고 밭두렁에는 아직 잔설이 덜 녹아서희끗희끗할 무렵이면 눈밭 사이로 파란 보리싹이 고개를 봉긋 내민다.바로 이 때에 보리를 잘라다가 국을 끓이는 것이다.먼저 쌀뜨물을받아 두고 다시를 내든지 아니면 홍어 ‘애’라고 부르는 홍어의 내장을 넣어 국물의 맛을 깊게 한다.보리는 된장에 무쳐서 맛이 배게두었다가 넣고 끓인다.아마도 봄의 생명력이 싱싱하게 들어있을 보리와 구수한 된장과 홍어애의 콤콤한 맛이 어우러져 전라도의 땅내음이배인 것 같았다. 국거리를 따진다면야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들 모두가 해장감으로도맞춤한데 그중에 매생이국이 있다. 매생이는 아주 여리고 부드러운해초다.톳이나 파래는 나물로 무쳐 먹고 그보다 가늘고 부드러운 감태는 장을 만들고 김도 장을 만든다.이들 모두가 해초인데 거의 김처럼 여린 매생이는 향기와 감칠 맛이 그만이다.조금이라도 더럽혀진바다에서는 자랄 수가 없으니 매생이는 남해의 맑은 연안에서 조금씩나온단다. 매생이국은 다시물을 내어 마늘과 무를 넣고 푹 끓여서 밭여내어 맑은 국에다 매생이를 넣고 살짝 끓여 낸다.너무 끓이면 아예녹아서 연약한 매생이가 물처럼 되어버린다고 한다. 거의 죽처럼 부드럽게 된 것이 제대로 된 것인데 입안에 호물딱 넣으면 저절로 녹아국이 되는 느낌이다. 장날에 읍내의 시장 모퉁이로 나가면 아주머니들이 이른바 ‘세발낙자’를 함지에 산채로 담아 팔고 있다.세발낙자라고 하여 무슨 다리가 셋이 달린 낙지인 줄 알기가 십상인데 발이 가늘고 몸통이 작은어린 낙지를 말한다.어리고 작기는 하여도 방금 갯벌에서 꼬챙이에패어져 나온 것들이라 흡판의 힘 세기가 보통이 아니다.여기 사람들은 다른 고장 사람들에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전에 언제나 잘못먹으면 죽는다는 엄포를 잊지 않는다. 심지어는 ‘요 얼마 전에’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이 ‘숨이 막혀서’ 죽는 광경을 목격했노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세발낙자를 먹을 때에는 우선 대가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로 낙지의 발가락들을 죽죽 훑어내린다.그러고나서 사정없이 대가리를 우적 깨물면서 두 손으로는 연신 낙지 발을 훑어내리면서 씹어먹는다.씹는 동안에도 흡판들이 간지럽게 볼따구니 안쪽과 혀에 간질간질 들러붙는다.도회지에서야 칼로 잘게 썰어놓은 산낙지 회를 먹는것만도 무용담꺼리가 되지만 세발낙자 먹기는 그야말로 엽기적으로보인다. 올림픽 때던가 국제 펜 클럽 모임 때에 수감된 문인들 석방시켜 보려고 해외 문인들과 몇 차례 자리를 같이 했었는데 누군가 짖궂게도 어찌하나 보려고 산낙지 회를 시켰다.그들이 소스라치던 얼굴이 생각나서 지금도 웃음이 난다.미국 회장이던 수잔 손탁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먹어 보고는 연신 맛있다고 했다.수년 뒤에 뉴욕에서 만났을 때에도 다시 그때의 낙지 얘기를 꺼낼 정도로 기억에 선명했던 모양이다. 이 세발낙자를 국으로 끓인 것이 목포의 저 유명한 연포탕이다.연포탕은 무와 양파와 마늘을 넣고 푹 끓이다가 맑은 국물에 어린 낙지를넣고 살짝 끓여 낸다. 파를 쳐서 먹는데 시원한 국물 맛이며 발갛게익은 어린 낙지의 살이 오돌오돌 씹히는 것이 술국으로도 그만이다. 낙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와 쌍벽이라고 할 수 있는 홍어를 빼놓을수가 없다.아니,홍어는 전라도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으뜸의 먹을 거리이다.경조사에서 홍어는 고기붙이 보다도 더욱 중요한품목이 된다.누군가 잔치에라도 갔다가 상에 홍어가 보이지 않으면그 집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투덜대고 홍어가 빠지지 않았으면 ‘잔치가 걸다고’ 만족해 한다.전라도 속담에 ‘만만하기는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있다.남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욱박지름을 당하면 항의조로나오는 게 이 말이다. 황석영.
  • 남북이산상봉/ 서울방문단 개별상봉 백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16일 북측 가족들은 숙소인 워커힐호텔에서 남측 가족들과 2시간 동안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남북의 자식들은 돌아가신 부모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거나,북에서 온형님의 생일잔치를 열었다.만남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사진과 비디오카메라 등으로 가족들의 모습을 담는 이들도 있었다. ■전날 치매에 걸린 100세 노모 조원호씨를 만났던 이종필씨(69)는호텔 객실에 동생 종국씨(53)가 가져 온 아버지의 영정과 술·건포·과일·향 등 제수용품을 놓고 그 동안 지내지 못했던 제사를 지냈다. 북에서 내려와 두 형을 만난 김인수씨(68)도 “형제가 함께 모여 부모님 제사를 모시는 것이 소원이었다”면서 호텔 객실에서 형님 가족들과 함께 제사를 올렸다. ■위암 2기로 서울중앙병원에 입원 중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50년전 헤어진 장남 안순환씨(65)를 만났던 이덕만(87·경기도 하남시 초일동)할머니는 순환씨가 묵고 있는 워커힐호텔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장남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이 할머니는 전날 아들을만나고 숙소인 올림픽파크텔로 돌아온 자리에서 자식들에게 “19일이 네 맏형의 음력 생일”이라면서 “상봉기간 중 맏형의 생일잔치를 열어주자”고 말했고,가족들은 케이크를준비해 조촐한 생일잔치를 마련했다.19일은 3남 문환씨(56) 생일도겹쳐 가족들은 합동 생일잔치를 벌였다. ■전날 노모를 만나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던 안인택씨(66)는앰뷸런스를 타고 워커힐호텔로 찾아온 병석의 어머니 모숙자씨(89)를극적으로 만났다. 안씨의 딱한 사정을 접한 대한적십자사는 모씨의 막내아들 안인석씨(58)에게 연락해 “16일 기회를 갖자”고 요청했고,결국 모씨는 이날오전 며느리 임영순씨(50)의 손을 잡고 앰뷸런스 편으로 워커힐호텔을 찾아 반세기 동안 헤어졌던 장남과 만났다. ■치매 때문에 상봉자 명단에서 제외됐던 김점희씨(79·경기도 연천군 전곡읍)는 아들 주준형씨(48)로부터 ”북에서 온 삼촌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기적처럼 정신을 차린 뒤 동생 영기씨(67)를 만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워커힐호텔로 달려왔다.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던 영기씨는 로비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던 누나를 발견하고 “누님” 하며 와락 끌어안았으며,점희씨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며 동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평양음악무용대학 교수 김옥배씨(62)는 15일 첫 상봉에 이어 하루만에 숙소인 워커힐호텔 1409호실을 들어서는 어머니 홍길순씨(87)를보자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옥색 한복을 입은 김씨는 어머니께 큰절을 올린 뒤 교수증과 박사증을 꺼내 놓고 “장군님께서 이렇게 키워주셨고 행복하게 살았다”고‘응석’을 부렸고,어머니 홍씨는 “시집갈 때 끼워주려고 했다”면서 옥배씨의 혼기가 차 40년 전 마련해 고이 간직해 오던 백금반지를옥배씨 손에 끼워주었다. ■류미영 단장을 비롯한 북측 가족들은 개별상봉이 끝난 뒤 오전과오후 2개 조로 나뉘어 잠실 롯데월드 민속관의 선사시대,고구려 유적지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북측 가족들은 민속관을 관람한 뒤 ‘저자거리’에서 롯데월드측이 제공한 식혜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롯데월드측은 ‘환영 남북 이산가족 상봉 서울방문단’이라는 대형현수막을 내걸었으며,26명으로 구성된 롯데월드 마칭밴드(marching band)는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연주하며 환영했다. 특별취재단
  • 황석영씨 이산가족 교환상봉 즈음 책 2권 출간

    “얄궂게도,태어나서 지금까지 격변의 현장에 꼭 있게 되는 팔자였다”고 말하는 황석영씨(57)가 책 두권을 새로 시중 서가에 꽂았다.그의 북한방문기인 가자 북으로,오라 남으로(이룸 펴냄)와,‘황석영의세상살이 이야기’라 부제를 붙인 아들을 위하여(이룸 펴냄).‘가자…’는 그가 투옥돼 있던 94년 석방대책위원회에서 펴냈다가 그의 요구로 절판된 방북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다시 간추린 것이고,‘아들을…’은 98년 3월 석방후 2년여 동안 신문 잡지 등에 실어온글과 대담들을 모은 것이다. 워낙 이야기를 몰고다니는 사람이라 별명이 ‘황 구라’라고,그를 아는 문사들이 농반진반 던져온 얘기는 영 허튼소리가 아니었던 듯싶다(소설가의 원형이 ‘이야기꾼’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불쾌해하지 않는 별명이란다).전쟁후 두번째 극적으로 이뤄지는 남북이산가족 교환상봉에 즈음해,그로서는 뭐라 한마디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시점이다. 분단상황으로 말미암아 꼼짝없이 10여년의 ‘사회봉사’(89년 평양방문과 이후 망명,수감생활 등을 그는 이렇게 부른다)를 해야 했던작가가 아니었나. “국면전환 시점이라 그런지 내 방북기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답디다.그래,졸고를 새삼 끄집어낸 겁니다.투옥돼 있는 동안 나왔던 책이 오탈자가 너무 많기도 하고 해서 출판을 중단시켰었거든요.그동안 이렇다할 방북기가 따로 나왔던 것도 아니고 해서요”10여년전에 쓰여진 글들(‘오라 남으로…’)은 그러나 신통하게도 여전히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특별히 원고를 손볼 이유가 작가에겐 없었다.“통일시각이 조금은 달라져 있지만,당시에 내가 여러 자료와사람들을 접하며 읽어낸 북한사회의 삶과 꿈은 지금도 여전히 변치않고 있기 때문”이라고,그는 앞질러 소회를 밝힌다. “남과 북을 다 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방북기는 내용얼개가 크게 둘로 나뉘어져 있다.1부에서는 89년 3월18일 방북을 위해중화인민공화국 민항기에 몸을 싣던 순간부터 북녘현장을 돌아본 순간의 절절한 사연과 나아가 작가의 통일소망을 담은 글들을 정리했고,2부에서는 방북 이후 해외체류 시절의 심경을 그대로 풀어내놓았다.이 책이 현재진행형 르포 형식으로 입담좋은 소설가적 면모를 보여준다면,‘아들을 위하여’는 다분히 사변적이다.한 주제 아래 작심하고 기승전결을 다듬어간 게 아닌,사면후 순간순간 자유에 환희하며 여기저기 선보인 조각글들은 속살같은 작가의 내면을 훨씬 더 깊이 엿볼 수 있어 반갑다.작가적 현실인식을 위해 종횡무진 활강하는 폭넓은 관점이 책 한권속에 통째로 포획된 것같다. 어둡고 치열했던 80년대를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그는 그 지점을 흘러간 옛노래처럼 흘려넘기는 아들세대들이 안타까웠다.“젊은 친구들에게 정치적으로 정당했던 그 시절 친구들의 입장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거지요”대담글을 빌려 그는 자신이 소설과 인연을 맺은 계기나 개인사적 이력들을 새삼 소개한다.그의 개인사가 그대로 현대사 인식의 한 부표가 될 수 있다는,대단한 자신감의 발로임에 틀림없다.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을 거쳐 서울 영등포에서 유년을 보내고 베트남전을 참전한 후 돌아와 부대낀 유신독재와 광주항쟁.그러고 보면 62년 문단데뷔 이후 그는 현대사의 맨앞줄에서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었던 작가였다.‘객지’,‘장길산’,올 봄의 ‘오래된 정원’에 이르기까지 저작 이면의 후일담같은 사연들도 들려준다.북에 친정을 두고 일찍 홀로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년기와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애절한 어머니,범어사 행자승이 되기도 했던 청년기고뇌의 흔적들을 그의 육성고백으로 듣는 일은 그닥 흔치가 않다. 80년대의 잃어버린 이름표를 달아주는 작업을 그는 직설화법으로 하지는 않았다.젊은 날의 고뇌를 함께 나눴던 시인 김남주,독일체류기간 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서 다독여준 윤이상,문익환 목사 등 지금은이 세상에 없는 이름들을 편지글을 빌려 나지막히 불러볼 뿐이다(감옥에서 보낸 세통의 편지). 지금,양각으로 도드라지게 들리는 대목은 아무래도 그가 편견없이 제시하는 남북문화교류 방안이나 통일관쪽이다.“(남북문화교류는)남한의 상업적 유행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민족적’이어야 하고,품위와격조에서 남한사회를 대표하는 ‘예술성’이 있어야 하며,나아가 문화교류가 길게는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식성’이 담겨야 할 것이다”실제 격앙됐을 때 툭툭 던지는 그의 말투처럼,격문같이 입바른 소리도 빼놓지 않았다.“우리가 한때 인생을 바쳐 사랑했다던 ‘민중’은 오늘 놀랍도록 성장했건만 우리는 자신이 꿈꾸었던 진정한 개혁의주체를 이루는데 실패했다.가난했지만 뜨거웠던 벗들이여,우리 다시한번 그날로 돌아가자”라고. 충남 예산의 덕산온천 가까이에 작정하고 틀어박힌 그에겐 요즘 시간을 쪼개 달려들고픈 ‘잡일’들도 많다.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젊은 문학도들과 입씨름 해보고 싶은 것도 잡다한 소망 가운데 하나다. 인터뷰 말미에 “이제 시간 좀 그만 뺐어줬음 고맙겠다”며 농삼아다그치는 그가 목하 넋을 빼고 써대는 글은,‘오래된 정원’에 밀려마무리되지 못했던 장편소설 ‘손님’.우리 굿 열두거리 형식의 전개양식을 빌린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올 안에 만날 수 있을 것같다. 황수정기자 sjh@
  • [새 경제팀의 진로](3)조정기능을 강화하라

    진념(陳稔) 재정경제부장관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는 대로 경제부총리로 승격된다.부총리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월급,사무실 크기,비서실장 등의 예우가 부총리급인 감사원장 수준으로 오르지만 부총리에 걸맞는 기능과 권한은 별로 없다. 예산·금융·조세의 경제정책 3권중 재경부가 갖고 있는 권한은 조세정책뿐이다.새 경제팀이 내걸고 있는 팀 워크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경제부총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그러나 재경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권한 강화보다는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많다. ◆경제수장(首長)의 한계=지난 봄 이헌재(李憲宰) 당시 재경부장관과 진념기획예산처장관,김영호(金泳鎬)산업자원부장관이 재경부장관실에서 머리를맞댔다.안건은 외국인의 지방투자에 대한 국고지원.외국인 투자를 유치가 절실한 김 산자부장관은 국고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고,이 재경장관도 국가경제 차원에서 뜻을 같이했다.하지만 진 예산처장관은 “중앙정부의 재정도 쓸데가 많다”며 반대해 실현되지 못했다.경제부처의 수장(首長)인 재경부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의 반대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한 사례는 허다하다.중국산 마늘 문제도 마찬가지다.이 재경장관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긴급관세부과에 반대했지만 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에게 밀렸다. ◆재경부장관의 조정기능 강화해야=새 경제팀은 출범하자마자 재경부장관이주재하는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매주 열기로 했다.의결권이 있는 조정회의를자주 열겠다는 것은 팀워크와 함께 재경부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의지를담고 있다.여기다 대외경제정책조정기능도 다시 보강돼 조정회의는 명실상부한 국내외 경제정책의 총괄 조정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경제부총리의 권한행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경제부총리의 부처조정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경제부총리가 실권을 가지려면 예산권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운영의 묘’를 살려라=재경부장관의 기능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오석홍(吳錫泓)교수는 “지위중심의 행정문화에서는 계급 하나로 어느정도 조정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제부총리에게 권한을 더 주면 외환위기같은 폐단을 다시 초래할 수 있다는것이다. 서강대 김광두(金廣斗)교수는 “대통령제 아래서 경제부총리의 위상은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경제부총리의 권한을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보다는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정현기자 jhpark@
  • [사설] 경제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새 내각의 경제팀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하고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새 경제팀이 제2기 경제개혁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국가경제의 앞날이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8·7 개각의 초점이 경제팀의 대폭 교체에 맞추어진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진념(陳념) 신임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7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 주목한다.진장관은 이 자리에서 은행구조조정 방식을 당초의 ‘부실은행간 통합’에서 ‘우량은행간 통합’으로 바꾸고,예금부분보장 한도(원리금 2,000만원)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는 정부의 기존 2단계 금융구조조정 틀이 바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어서 경제개혁이 사실상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는 새 경제팀이 ‘안정기조 속의 개혁 마무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안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새 경제팀은 “향후 6개월 내지1년 동안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짓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잇단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8일 개각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경제개혁은 결코 늦추어서는 안될 생존의 문제인 만큼 2기 내각은 전임 내각의 개혁추진 성과 위에서 내년 봄까지 개혁과제를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지 않았는가. 새 경제팀이 경제개혁을 일정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원칙 아래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야 할 것이다.거듭 말하지만 새 경제팀의 책무는 개혁드라이브를 새로 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여 놓은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란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금융·기업 구조개혁의 큰 틀과 방향은 이미 전임경제팀에서 마련해 놓았다.더구나 2기 경제팀에게는 역대 어느 경제팀 못지않게 많은 숙제가 쌓여 있다.그러나 숙제를 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대사태의 경우 전임 경제팀과 같은 정책기조 위에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이번 개각으로 현대사태 해결이 늦추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없다.기업개혁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들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기업·금융부실의 추가 확대를 막아야 한다. 물론 전임 경제팀이 벌인 금융구조조정 작업을 매듭지어야 하는 것도 새 경제팀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제 경제개혁은 그야말로 실천만 남아 있을 뿐이다.지금은 한발 한발 실천을 통해 개혁의 마무리 수순을 밟아야 할 때라는 사실을 새 경제팀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 산불 지킴이들의 진솔한 현장체험담 ‘아까시 꽃‘

    “남편 좀 쉬게 해주세요,봄이면 산불 때문에,산불이 뭔지요….산불이 난정상에 물펌프를 지고 도착했다.내가 이곳에 선 것은 직업의식 때문일까.생존의식 때문일까” 산림청은 4일 산불 지킴이들의 진솔한 현장체험 이야기를 담은 ‘아까시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발간했다.이 책은 지난 4월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화하면서 잿더미가 된 산야를 지켜본 산림공무원과 그 가족들의 산과 숲에 대한 애정과 애환을 수기 형식으로 엮었다. 책은 195쪽에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1부는 50편의 시를 통해 산불을 바라보는 애타는 심정을 그려내고 있다. ‘산불마당’으로 이름붙인 2부에는 산불 진화 체험담 17편을 담았다.또 3부는 수상 및 수필로,대형 산불이 다시는 이땅에 없기를 바라는 공직자의 글 16편을 실었다. 책의 제목은 아까시꽃이 피면 산천이 풀로 덮이고 산불이 일어나지 않아 매년 봄이면 산림 공무원들은 아까시꽃이 피기를 기다린다는 데서 따왔다. 산림청은 발간한 1,200권을 중앙부처 및 지자체,임업 기관 및 단체에배부했다.비매품. 정기홍기자 hong@
  • 全大 이틀째 이모저모

    이틀째로 접어든 1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의 키워드는 단연 ‘국가안보’였다.클린턴 행정부의 우유부단한 군사정책을 성토하고,군사력 강화를 촉구하는 공화당 ‘전쟁 영웅’들의 목소리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퍼스트유니언센터를 뒤덮었다. ■지난 봄 예비선거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 패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마지막 연사로 나서 ‘정적’이었던 부시 지사 지지를 호소하며 분위기를 주도.매케인 의원은 부시 지사를 “용기와 인격”을 갖춘 정치인으로 찬양하고 부시 지사를 위한 지원유세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혀 10여차례 박수를 받았다. ■부시 지사의 외교고문이자 핵심 브레인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부시 지사는 미군이 세계 평화유지의 최강 방패이자 칼이라는 점을알며 ‘승리’가 더러운 가치가 아님을 믿고 있는 인물”이기에 “군사력을사용해야 할 경우 주저하지 않을것”이라고 ‘힘의 우위’에 바탕한 부시 지사 대외정책을 예고.부시 지사가 당선될 경우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출신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그녀는 “부시 지사가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불법국가’들의 위협을 그냥두지 않을것”이라며 “새로운 핵전략 및 가장 효율적 미사일방위체제 배치를 이끌어낼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 ■이에 앞서 부시 지사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걸프전을 총지휘했던 노먼 슈워츠코프 예비역 대장은 화상연설을 통해 클린턴 행정부하의 군사기저하가 심각한 지경이라고 비판.퇴역한 미 전함 뉴저지호 함상에서 연설한 그는 10여년전 걸프전 당시와 현재의 급격히 악화된 육·해·공군 전력을조목조목 비교분석한 뒤 “조지 부시-딕 체니라는 이름의 사령탑을 다시 앉힌다면 군과 국가 모두에 위대한 일이 될것”이라 주장. ■이날 주최측은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 제럴드 포드,로널드 레이건,조지부시의 안보분야 업적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상영해 눈길.부시 지사는 비디오상영뒤 화상연설에서 “세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나가겠다”고 다짐. 대회장에는 포드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물론,알츠하이머로 투병중인 레이건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 대신 참석,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시내 중심부 대회장 주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충돌이 잇달아 최소한 90여명이 체포됐다.시위대는 대부분 사형제도,낙태관련등 공화당 보수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로 경찰의 곤봉에 주먹으로 맞서거나 경찰차량을 훼손하며 일부 정치인들의 대회장 입장을 방해. ■미국의 전례없는 호황을 반영하듯 전당대회 참석자들에 대한 물량지원이쇄도.AT&T,제네럴 모터스(GM) 등 대기업들을 필두로 약 2,000만 달러의 기업후원금이 쏟아져 참석 정치인과 대의원들의 숙식과 편의가 거의 공짜로 해결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필라델피아 최철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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