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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日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우나기’‘나라야마 부시코’‘간장선생’ 등을 연출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75)감독이 12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PPP(부산 프로모션 플랜)프로그램을통해 차기작 ‘신주쿠 벚꽃 환타지’의 투자유치를 위해 영화제를 찾은 쇼헤이 감독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짤막한 인삿말로 운을 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4번째 마련하는 PPP는 영화제작 전단계에서 제작사와 투자자를 미리 연결해주는 특별프로그램.세계적 거장감독인 만큼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제작비는 얼마든 유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쇼헤에 감독은 “젊은 영화인들이 일본에 비해 월등히 많은 한국의 제작분위기를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고 답을 대신했다.제작기간 2년 예정으로 내년 4월촬영에 들어갈 새 작품은 2차대전이 한창인 일본 신주쿠의 유곽이 배경.한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매춘부들의 차별받고 소외된 삶을 그릴 계획이다.그가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검은 비’,‘간장선생’에 이어 세번째다. “총 제작비 6억엔 가운데 4억엔을 PPP프로그램에서 지원받을것”이라는 그는 자신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영화학교의 한 한국인 졸업생의 권유로 부산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부산영화제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 극중 역사학자로 우정출연하기도 했다”면서 한국과의 영화적 교류에 평소관심이 많았음을 시사했다. 말년에 탐미적 소재의 작품으로 선회하는 많은 거장들과는 달리,변함없이 시대적 증언을 담는 작업에만 몰두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유난히 또박또박 답변을 했다.“한마디로 설명하기는힘들다.그러나 역사의 흐름에 차별받고 휘둘리는 인간군상에 대해 애착이 많았고,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불편한 몸이지만 그의 영화열정은 여전했다.“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5편 정도는 더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이번 부산영화제에 감독은 올 봄 칸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붉은 다리아래 따뜻한 물’을 다시 선보였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
  • [월세대란] (2)내년이 더 심각하다

    ***전셋집 아예 '실종'. ‘월세대란,내년에는 더 심각하다.’ 올봄부터 서울 등 수도권지역의 소형 공동주택에 세들어사는 서민들을 엄습했던 월세대란이 내년 봄에는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소형 주택의 공급 물량이 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수급불균형이 한층 심화되는데다,올 한해 월세전환의 유·불리를 저울질한 집주인들이 대거 월세전환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부 차양혜씨(29·서울 강서구 가양동 도시개발9단지)는“지난 8월 집주인에게서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악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그후 가양동,내발산동,등촌동,방화동 일대의 부동산을 발이 닳도록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전셋집을 구한 차씨는 “올초 실직한 남편이 금방재취업한다는 보장도 없고 내년에는 월세대란이 더욱 심해진다고 주변에서는 아우성이니 앞일이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출판업종에 종사하는 이종화(李鍾和·31·인천 남동구 구월동)씨는 최근 3년사이에 세번이나 집을 옮겼다. 이씨는 “월세에 떠밀려 수도권 외곽까지 밀려난 것 같아씁쓸하다”면서 “출퇴근에 시달리다 보니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지금의 박봉으로는 기약할 수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년 중 서울등 수도권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모두 12만3,802가구로 올해(13만5,336가구)보다 8.5%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특히 서울의 경우 신규 공급물량이 3만6,665가구에불과,올해(5만907가구)보다 28%나 줄어들어 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경제연구원,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도 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2000년 주택건설 실적이 연평균 38만1,000여 가구로 이전에 비해 평균 40%나감소한 점을 들어 내년의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수요에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중 잠실과청담,도곡 등 서울 5개 저밀도지구의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되면 최대 1만여 가구의 이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서울의 월세대란을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강남구 논현동 김정권부동산 대표 김정권씨는 “저밀도지구의 경우 세입자의 80% 이상이 자녀의 학교문제 등 때문에 강남지역에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주가본격화되면 엄청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새내기 비애와 새 풍속. ‘전세는 OK,월세는 NO,내집 마련은 글쎄.’ 월세대란을 헤쳐나가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맞벌이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월세 부담으로 전셋집을 선호하지만 부모세대와는 달리 내집 마련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월세대란이 가져온 현실은 신세대 부부들에게도 가혹하기만 하다. 지난달 13일 결혼식을 올린 새내기 신부 윤성혜씨(가명·30)는 아직 남편(32)과 주말부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결혼 두달 전부터 신혼집을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마땅한전셋집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지금도 틈틈이 인터넷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거나 중개업소에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50여명이나 되는 대기자 순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있다. 윤씨는 친정에서 직장이 있는 역삼동까지 출퇴근하고 남편은 시댁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면서 신혼의 단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윤씨는 “신혼생활이 이처럼 악몽이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지었다. 월세대란은 결혼풍속도마저 바꿔놓았다.최근 결혼정보회사인듀오가 미혼 남녀 446명을 대상으로 신혼 주거지에 대한의식을 조사한 결과 미혼 남성의 53%가 ‘신혼 주거지 마련 후 결혼 날짜를 잡겠다’고 응답해 ‘결혼 날짜를 잡은후 신혼 주거지를 마련하겠다’(32.1%)는 응답을 압도했다. 듀오의 이상호 팀장(33)은 “신세대 부부들은 집을 후세에게 남겨줄 유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문화적 여가활동과 소비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에 결혼하는 정현우씨(29·프로그래머)도 전셋집을마련한 뒤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신혼 둥지를 틀 전셋집을 구하는 데 무려 4개월이나 걸렸다. 지난 4월부터 서울강남·서초·관악구 등 70여 군데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전세로 나온 집이 없었던 탓이다.가계약을 해 놓고도 중간에 다른 대기자가 웃돈을 주며 끼어들어 계약이 깨진 경험도 있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치른 이재훈씨(가명·32·무역업)는 최근 결혼 전에 마련한 경기도 산본의 30평형 아파트를팔아버리고 경기도 수원시 영통지구의 17평짜리 전세아파트로 이사했다.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아내(27)도 집을 파는 데 흔쾌히 동의했다.아직 자녀계획이 없는 이씨 부부에게는 평수가 큰 집은 불필요한 지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이씨는 아파트를 판 돈에서 3,000만원을 떼내 1,340㏄짜리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구입했다.지난 추석 연휴에는 아내와 함께 싱가포르로 여행을 다녀왔다.주말이면 스킨스쿠버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씨부부는 장비구입에만 1인당 200만원씩 투자했다.이씨 부부는 매월 맞벌이 수입 350만원 중 절반을 여행과 레저비용으로 쓴다.허리띠를 졸라매고 세월을 보내기에는 인생이너무 짧다는 게 이씨 부부의 생각이다.다만 여유가 생기면한적한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는것이 주택에대한 유일한 꿈이다. 맞벌이인 3년차 신부 김소미씨(가명·28·서울 송파구)는전세금 1억2,000만원짜리 30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신혼 초기에는 내집 장만을 서둘렀지만 몇 차례 이사를 하면서 인생 계획을 바꿨다.내집 마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하는 대신 즐기면서 살기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자연적으로 지출내용도 달라졌다.남편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김씨는 여행과 헬스,문화생활에 돈을 쓰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임대사업자 “입주지연금 대신 내라” 횡포. 서울 H중학교 최모 교장(54)은 지난 5월 신규 분양된 32평형 아파트를 전세로 얻는 과정에서 주택임대사업자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횡포를 당했다. 마침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사를 한 최 교장은 임대업자인 집주인에게 전세 잔금을 건네주었다.그러나 집주인은‘입주기간이 20여일이나 지났으니 잔금에 대한 이자를 물어내라’고 생떼를 부리면서 아파트 열쇠를 내주지 않았다.실랑이 끝에 최 교장은 200만원을 추가로 주고서야 열쇠를 받았다.임대업자는 영수증도 써주지 않았다. 최 교장은 “말로만 듣던 악덕 임대업자로부터 횡포를 당하고 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면서 “주변에서는 소송을 걸라고 했지만 번거로울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매매가 3억원을 호가하는 은평구 신사동의 다세대주택에7,000만원을 주고 세들어 살던 황모씨(43·자영업) 등 12가구는 지난 봄 임대계약기간 2년이 만료돼 임대업자에게전세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다른 세입자를 구하든지,그대로 살든지 알 바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대책위를 결성해 ‘투쟁’에 나섰지만 결국 공동명의로 집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다세대주택 임대업자가 전세금을 챙긴 뒤 ‘배째라’며 버틴 전형적인 사례다. 재력이 있는 일부 부동산중개업자가 임대사업에 뛰어들거나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위탁관리하면서 횡포를 부리는사례도 많다. 서울 포이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전세금 3,000만원을 주고 세들어 사는 김모씨(32)는 2년전 계약서를 써줬던부동산업자로부터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전세로 계속 살려면 법정 중개수수료의 절반을 내라’는 요구에 12만원을뜯겨야 했다. 김씨는 “포이동에 다세대빌라 500여 가구를 가진 한 중개업자는 ‘재계약때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항목을 넣어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한 뒤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임대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등에서 세제혜택을 부여하면서 임대주택사업자는 크게 늘었다.지난 7월 말 현재 등록된 임대주택사업자는 1만4,129명.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51만1,192가구에 이른다.대부분 퇴직자이거나 자영업자들이며,부동산중개소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윤호창(尹鎬昌)간사는 “임대차 계약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없으므로 임차인 스스로가 계약 조항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월세대란] (1)무주택자 ‘겹설움’

    ***‘셋방 서민들’ 등휜다.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의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 아파트의 85%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월소득의 30%를 넘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올봄 이사철부터 불어닥친 ‘월세대란’은 집주인에게는 정기예금 금리(연 4%대)보다 2배 이상 높은 월세 수익(연 11∼14%)을 안겨준 대신 집없는 서민들은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등뼈가 휘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승오씨(37·중소 장난감업체 근무)는 세식구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7평형에서 전세보증금 3,600만원에 살다 지난 6월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2동으로 쫓겨나듯 이사했다.지난해 9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25만원을 추가로 요구,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용했다가 10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250만원만 까먹은 뒤 이삿짐을 싼 것이다. 이사비용과 부동산중개수수료 등을 빼고 남은 3,300만원으로 지금의 14평짜리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튼 김씨는 “봉급 150만원으로는 월세 25만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신곡2동에서 10년째 구멍가게를 해온 강부상씨(50)는 “주민 대부분이 창동 등 서울 외곽지역의 소형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이사온 사람들”이라면서 “이곳에서도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다시 경기도 양주군 백석면,주내면, 덕계리 등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보증금 1,900만원에 월세 6만원을 내고 서울 중랑구 상봉2동 주상복합다가구주택에 세들어 사는 장영달씨(46·노동)는 한달전 주택임대업자인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40만원을 내든지 아니면 방을 비워 달라’는 통첩을 받고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장씨는 “집사람이 파출부 일을 해서 벌어오는 50만원을 몽땅 월세로 빼앗아 가겠다는 심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올봄 이사철부터 시작된 월세대란의 후유증은 서울 등 수도권의 ’엑소더스’를 촉발하면서 서민층의 생활양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올 상반기중 275만여명이 신용카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도 돈을 빌려월세를 내야 하는 서민들의 생활고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4분기중 서울 거주자 4만3,000명이 경기도 등으로 전출한 반면 경기도의 인구는 133만4,000명이나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부천, 의정부에 사는 월소득 180만원 이하인 전·월세 세입자 331가구의 4분의 1가량이 전·월세값의 상승과 소득감소 등으로 인해 내집 마련의 꿈을 접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젊은층이 빈곤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공공임대주택을 얻기 위해 앞다퉈 청약에 가입한다든지,월세 부담 때문에 주부들이 경쟁적으로 파출부 등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월세대란이 낳은 새로운 풍속도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자가주택보유율이 54%,공공임대주택 보급 비율이 5.9%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형아파트의 재고물량은 절대 부족해 앞으로 최소 3년 동안은 월세대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주석기자 joo@. ■무주택 서민 실태/ 15→9→7평 “쫓겨나는 삶”. “‘살인적인’ 집세 때문에계속 쫓겨 다녔습니다.” 지난 99년 대학원을 마치고 시민단체에서 상근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모씨(31·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3년4개월동안 15평에서 9평으로,다시 7평짜리 월세집으로 계속 주거 규모를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 98년 6월 관악구 봉천동에 전세금 2,000만원을 내고 15평짜리 집을 마련했을 때만 해도 그런대로 버틸 만했던 박씨는 다음해에는 전세금이 2,500만원인 9평짜리 집으로 쫓겨가듯 옮겨갔다.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 7월에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마포·도봉·노원구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허탕쳤다. 박씨는 결국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만원인 지금의 7평짜리 집으로 옮겼지만 80만원에 불과한 자신의 월급봉투를 생각하면 허탈하기만 하다. 두달째 배우던 웹디자인 과정을 그만두고 저축액도 줄여야 했던 박씨는 “집없는 설움이 미혼이라고 해서 비켜가지는 않았다”며 쓴 웃음을 지은 뒤 “내년 봄 예정된 결혼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25평짜리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윤성희씨(가명·44)는 매월 40만원씩 내야 하는 월세 부담을견디지 못하고 6개월만에 다시 전세집을 구하고 있다. 지난 4월 계약만료 한달을 앞두고 집주인이 5,500만원인 전세집을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했을 때만 해도 어떻게든 전세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선뜻 받아들였다. 전세집이 없어 쫓겨 나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면서 집을 찾아 나섰던 윤씨는 2주만에 집주인에게 월세라도 살겠다고 사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고말았다.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싼 송파구 마천동, 거여동 등 인근지역부터 상계동 일대에 이르기까지 샅샅히 뒤졌지만 전세로 나온 집은 아예 없었다. 어쩌다 나온 전세도 20∼30명씩 대기자가 밀려 있어 윤씨는 허탈감만 안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집주인이 내민 월세 조건으로 1년 계약을 한 윤씨는 전기설비기사인 남편(46) 수입의 3분의 1을 월세로 날리면서 새롭게 맞닥뜨린 생계고에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월세 생활 두달만에 더이상 초등학생 자녀를 영어학원과 피아노학원에 보낼 수 없게됐다.그동안 이를 악물고 매월50만원씩 부었던 주택청약부금도 절반으로 줄였다. 석달째에는 아이들이 받아보던 학습지도 끊어야 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송파구 지회장 오만섭씨는 “수십만원이나 되는 월세 부담을 못이겨 불과 몇달만에 쫓겨가는 세입자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대학 교직원인 김모씨(35)는 지난 5월 재계약 때 전세 6,000만원인 24평 아파트에 대해 주인이 2,000만원을 더 올리겠다고 하자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돌렸다.김씨는 “주인이 월세로 바꾸지 않는 대신 전세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해 두말없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면서 “집을 살 때까지는 어떻게든 전세로 버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00년 및 2001년 전월세 주택시장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대비 월세 부담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가구는 중·상위 계층에서는 다소 줄어든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35.9%로 전년보다 7.7%포인트나 높아졌다.또 소득이 낮을수록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직장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는 등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세입자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집없는 설움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집주인으로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 전환 요구를 당해도,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세물량이 없다는 매몰찬 답변과 함께 수수료를 많이 내는 세입자에게 경매하듯 셋집을 배당하는 횡포를 당해도 세입자들은 누구를 붙잡고 한탄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할뿐이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보다 높은 수익을 찾으려는 집주인들의 ‘월세 재테크’와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에 따른 각종 세제혜택을 누리면서 월세대란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임대사업자 사이에 끼인 세입자들을 구제해줄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임대차 분쟁은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상대로 임대차보호법 준수를 요구하던 양태에서 벗어나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주택명도소송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전용면적 18평 이하인 소형주택의 의무건설 비율을 폐지 3년9개월만에 부활하고 전·월세 보증금의 70%까지 대출해주는 보호대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당장 갈 곳이 없는 서민들에게 소형주택이 언제 공급될지 기약할 수 없는데다,까다로운 보증조건 때문에 금융기관대출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확정일자와 임대차기간 등 전세 거주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망을 제공하고 있으나 월세 전환이라는 집주인들의 ‘합법적인 횡포’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장순옥 간사는 “올들어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서 아파트 세입자의 85% 이상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등 월세대란이 일어났는데도 관련 상담문의는 이상하리만큼 드물다”면서 “구제수단이 없어 자포자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이정우 교수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소형아파트 건설의무화 폐지,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부족,택지개발 소홀 등에서 비롯됐다”며 정부의 정책 혼선과 수요예측 잘못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노주석기자 joo@
  • 방배동 신흥 아파트촌 탈바꿈

    ‘서리풀 공원을 안 마당으로’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서리풀 공원 일대가 아파트 촌으로탈바꿈하고 있다.1,200여가구의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추진되고 있는 곳은 단독주택과 저층 연립주택이 빼곡한일반주거지역.16만여평의 서리풀 공원 서쪽 자락에 위치,주거환경이 쾌적하고 대중 교통이 편리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공원 동쪽은 이미 고급 빌라가 촘촘하게 들어섰다. ■재건축 사업 활발=황실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기존 40가구를 헐고 60∼80평형 아파트 70가구를 건립한다.조합은 LG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데 이어 내년 봄 이주를 마치고상반기 중 일반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동남향으로 설계,모든 가구에서 서리풀 공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황실 아파트 앞에는 3개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다.시행사가 단독주택을 사들여 이를 헐어낸 뒤 아파트를 짓고 있어 100% 일반 분양이다.황실 아파트 바로 앞 대림 아파트는 199가구로 지난달 동시분양 때 공급됐다. 세진푸드시스템도 공원 옆 단독주택을 사들인 뒤 LG건설을시공사로 내세워 재건축사업을 펼치고 있다. 136가구이며다음달 초 서울시 동시분양으로 내놓는다.롯데건설이 짓는120평형 롯데캐슬 54가구 건립공사도 한창 진행중이다. 황실 아파트 위쪽 방배4동 881-1에는 대림산업이 아파트89가구를 분양한다.12월초 서울시 동시분양 때 공급될 계획이다. 효령대군릉 북쪽에 있는 10여개의 연립주택과 단독·다세대주택 220여가구는 서리풀재건축조합을 설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9,000여평에 620여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공원과 효령대군릉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동·남향으로는 설계할 계획이다.시공은 LG건설이 맡았다.조합은 내년 4월사업승인을 얻고 11월쯤 분양한다는 계획이다.일반 분양아파트는 300여가구다. ■빼어난 입지=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빼어난 조망,편리한 교통,우수한 학군.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는 모두동향 또는 남향으로 배치된다. 공원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경사를 이루고 있어 조망이 최대한 확보된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있다. 시내와 강남을 오가는 간선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다.황실 아파트 입구에서 서초역까지 공원 밑으로 지하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다.이 길이 뚫리면 바로 테헤란로로 이어진다. 방일초등학교를 비롯해 동덕여중고,서울고,상문고를 걸어 다닐 수 있다.‘8학군’에 속하는 곳이다.예술의 전당,센트럴시티 등도 멀지 않다. ■시세는 강세=대형 아파트 위주로 건설돼 분양가격이 비싸다.이번에 공급되는 방배LG 빌리지 평당 분양가는 1,025만∼1,286만원.서리풀재건축 대상 정자 연립 27평형은 연초 3억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부르는 값이 4억원이나 된다.알파원 공인중개사 이방원 사장은 “대지 지분이 작은땅은 평당 1,500만원,지분이 큰 땅은 평당 1,000만원을 주어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그나마 매물이 귀해 가격은강세를 띠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서리풀재건축조합의 사업 승인 앞뒤로 가격이 다시 한번 뛰고 거래도 활발할 것 같다”고전망했다. 류찬희기자 chani@
  • 美 아프간 공격/ ‘부시독트린’왜 나왔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공격의 목표가 바뀐 것일까, 아니면작전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일까. 아프간 공습이 개시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대신 내용상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부시 독트린’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단체나 나라는 미국의 적이 된다”는 식상한 내용이다. ‘생사불문’하고 빈 라덴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던전시내각이 갑자기 전쟁교본에서나 봄직한 ‘독트린’을 들고나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무엇보다도 빈 라덴에공격 초점을 맞출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한마디로 말해 잡을 수도,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워싱턴의 군사소식통은 9일 빈 라덴을 조기에 사살하거나생포할 경우,미국은 전쟁을 중단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당면할 것이라고 밝혔다.확전을 바라지 않는 국제사회는 아프간공격의 목표가 빈 라덴의 제거이며, 추가적인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행동이 아닌 외교·정보전 등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이다.빈 라덴이 당장 제거될 경우 이슬람권의 반발과 추가 테러공격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게 뻔하다. 반면 미국은 빈 라덴을 1차 목표로 세웠지만 아프간에 근착된 추종세력과 아랍권에 포진한 테러단체들을 완전히 뿌리뽑으려 한다.빈 라덴이 모습을 드러내면 당연히 제거하겠지만 이로 인해 전쟁의 최종목표까지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또한 지상군을 투입하더라도 40명의 무장경호원과 3,000여명의 병력을 거느린 빈 라덴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소재파악이 정확한지도 불투명하며,빈 라덴이 산악지대의 은신처에 숨어 있을 경우 찾는 데만 수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빈 라덴의 추적이 소기의 성과없이 해를 넘길 경우 전시내각은 ‘전쟁무용론’에 시달리며 국내외 지지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반미·반전 시위가 예상외로 크게 확산되자 부시 대통령은전쟁의 목표가 빈 라덴에 국한된 게 아니라 테러세력과 이들을 지원한 국가들임을 다시 규정할 필요가 생겼다.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자위권 차원에서 다른 조직이나 국가에 대한 추가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당장 확전에나선다기보다 조기 종전론에 미리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시 독트린이 확전 가능성을 시사,오히려 반전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아직 대내외적으로 전쟁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동맹국내에서조차 평화단체 등을중심으로 반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동시에 독트린의 대두가 전시내각 내부에서 군사작전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내포할 수도 있다. mip@
  • [여성일기] 배우자 선택 눈높이 낮춰라

    누구나 인생에 있어 한번은 큰 고비를 겪는다고 한다. 내겐 서른 살 무렵이 그랬다.슬슬 노처녀 소리를 듣기 시작한 때라 결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폐암에 걸려 난 5년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서른 셋.아기자기한 가정을 꾸리지도,번듯한 직업을 가지지도 못한 상태였다.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정신적 고립감을 느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오빠가 한 결혼정보회사의 안내책자를 가져왔고 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 곳을 찾았다. ‘학벌은 명문대졸 이상,키는 180cm 이상,단순사무직은 싫고 경제력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여야 함’ 이것이 내가 내세운 남편감의 조건이었다.커플매니저는 조용히 다 듣고 나더니 한마디로 내 기를 꺾었다. “현주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자 나이 서른 셋에 그런것들을 모두 갖춘 남자 만나기 쉽지 않아요.가입하기 전에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난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날 홀대하나 싶어 대뜸 일자리없냐고 물었다.지금 근무하고있는 결혼정보회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던 터라 커플매니저라는직업이 적성에 맞았다.1995년 취업 당시 단 7명이었던 직원이 170명으로 늘고 성혼 커플수도 수천명으로 늘면서 일에대한 보람은 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노처녀면서 일년 내내 남들의 짝을 맺어줘야 하는 슬픈 딜레마에 빠졌고 급기야 퇴사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늦었지만 나에게도 사랑의 전령이 왔다.서른 일곱살이 되던 해 봄에 친언니의 소개로 1년 연하인 공무원과맞선을 보게 됐다. 어색한 첫 만남 후 뜻밖에 애프터 신청을 받았고 마음이따뜻한 그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우린 만난 지 몇 달 만에초 스피드로 결혼식을 올렸고 작년엔 내 보물 1호인 딸까지낳았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나는 개인적 경험과 직업적 노하우를 토대로 두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배우자감으로 나는 어떠한가’,‘배우자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우선시하는가’. 참된 결혼은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누구나 욕심이 있어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상대를 찾기 마련인데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결혼은정말 힘들다. 10가지 조건 중에 5∼6가지만 맞으면 화창한 가을을 맞아우선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현주/ 결혼정보회사 듀오 종로지사장
  • 김운용씨 부산AG위원장 또 사퇴 시사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2002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직 사퇴설이 또 다시 불거져 1년여 남은 대회 준비에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간간이 사퇴설이 나돈 김 회장이 최근 측근들에게 “아무래도 정리해야겠다”며 조직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내비친 데따른 것. 김 회장은 부산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95년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아왔으나 지난 봄 조직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부산지역 인사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김 회장이 사임할 경우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는 북한의 참가 유도를 위한 설득작업 및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과의원활한 협력 등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회장은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은 상태다.
  • NGO/ 귀농학교 마치고 농촌정착 유정란씨

    “사람은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98년부터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유정란(柳貞蘭·41)씨는 귀농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처럼 선문답하듯 말했다.유씨는 “생태계의 순환 고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환경의 파괴자이자 피해자로 전락한다”고 덧붙였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던 루소가 생각났다.유씨도 어느듯 철학자가 됐나 보다.하지만 겉보기에 유씨는 영락없는 ‘농촌 아낙’이었다. 장마 끝에 내리쬔 뙤약볕으로 유난히도 무더웠던 26일 오후.이곳에서 만난 유씨의 남편 신대우(申大雨·44)씨는 연신땀을 쏟으면서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토마토를 포장하는재빠른 손놀림이 농촌생활에 익숙해졌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신접 살림을 차리고 9월말 출산 예정일을 앞둔 유씨는 부풀어 오른 배를 부여잡고서도 “한나절만 시간을 놓쳐도 토마토의 출하가 불가능해져 몽땅 버려야 한다”면서 잠시도 손놀림을 그칠 줄 몰랐다. 이들이 가꾼 토마토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첨가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작물이다.가지,오이 등도 모두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생산성은 다소 뒤지지만 유기농업은 유씨가 귀농을 결심했던 첫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유씨는 현재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팔당유기농업운동본부에서 교육·홍보활동을 하며 농촌 살리기,흙과 더불어 살기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이들은 이곳에서 대규모 유기농 단지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유씨가 귀농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지난 96년 봄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 맨처음 열었던 ‘귀농학교’에 1기로 참가하면서부터.‘귀농’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었던 당시,환경운동연합의 일을 보면서 흙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고 있던 유씨에게 ‘귀농학교’는 복음 그 자체였다. 뛸듯이 기쁜 마음에 유씨는 귀농학교 1기로 등록하고 두달동안 강의와 실습과정을 섭렵했다.그뒤 1년여 동안 주말 농장을 하면서 농사에 대한 감각을 익혔고 결국 귀농의 꿈을현실화시켰다.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넉넉지 않은 주머니 탓도 있지만 부족한 노동력을 다량의 농약과화학 비료로 메워야 하는 농촌 현실과 그가 꿈꾸던 유기농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특히 ‘노처녀’로서 겪는 어려움도컸다. “어쨌든 성공한 것 아닌가요.이웃들과도 잘 어울리며 마을에 정착했고 노총각 한명도 구제해줬구요.” 농담섞어 이야기했지만 귀농의 가혹함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도피성 귀농’을 했던 사람들이나 막연한 환상만 갖고 농촌으로 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시도시로 돌아가거나 농촌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떠돌기 일쑤였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농촌에 대해 어느 정도 환상이 있기 마련인데 농사는 육체노동이 기본입니다.땀 흘리는 노동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정으로 귀농을 꿈꾼다면 마을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유씨는 강조했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경우 생산성은 절반 가까이 떨어집니다.소득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죠.어떤 사람들은 유기농작물은 비싸게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반드시그렇지만도 않습니다.좌절하거나 현실과 타협해야할 경우가많이 발생합니다.”이때 남편 신씨가 한마디 슬쩍 거들고 지나간다.“유기농법을 하려면 우리나라 농민 숫자가 지금보다 적어도 3배는 늘어야 해.식량자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에서 유기농법은 배부른 소리지.” 하지만 이처럼 열악한 현실에서도 전국에는 유씨와 같은 수많은 ‘귀농자’들이 생태계의 순환 고리에 편입돼 살림과생명의 농사를 실천하면서 그들의 가치관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자연 하천’사업 폭우 힙쓸려 무산위기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월드컵 주경기장 주변 자연 하천 정비작업’이 15일 새벽 내린 집중호우로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주민들은 “현실성 없는 사업에 예산만 축낸 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불광천,홍제천 등 상암동 주경기장 주변 하천 바닥에 잔디 씨앗을 뿌려 ‘자연하천’을만들고 있다.마른 하천에 잔디씨를 뿌려 잔디가 나오면 그위로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뭄에도 고기가 살 수 있도록 하천 중간에 폭 3∼4m의 곡선실개천을 만들고 주변에 수초를 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내년 5월말까지 89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7년만의 집중 호우가 휩쓸고 지나간 불광천은 자연 하천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16일 오전잔디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 바닥에 깔아 놓은 야자나무로 만든 자연망사체는 여기저기 급물살에 뒤집혀 있었다. 군데군데 잔디가 뿌리를 내린 곳도 있지만 한강에서 신사오거리까지 공사 구간4.5㎞ 대부분은 맨 땅을 드러냈다. 공사 시작 지점인 은평구 증산동 와산교 주변 제방은 망사체와 함께 토사까지 떠내려가 ‘흙절벽’만 남아 있었다.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바로 앞도 잔디는 커녕 돌더미위에 찢어진 망사체만 걸쳐 있는 모습이었다. 하천 가운데 만들어 놓은 실개천도 윤곽만 남았다. 나무말뚝을 박아 경계를 삼고 말뚝 주변에 창포 등 수초를 심어 ‘전통 개울’을 재연하려 했지만 수초가 뿌리째 뽑혀버렸다. 산책삼아 불광천변을 자주 찾는다는 박필순씨(60·여·서대문구 북가좌1동)는 “지난봄 잔디를 심는다고 했을 때부터 여름되면 다 씻겨갈걸 뭐하러 심느냐고 따지고 싶었다”면서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수해 대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평구 응암4동 주민 박문규씨(60)도 파헤쳐진 강바닥을가리키며 “월드컵을 맞아 찾아오는 외국손님들에게 잘 보이겠다는 생각은 좋지만,자연하천이 제대로 완공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측은 “실질적으로 공사를 시작한건 불과 3개월전”이라면서 “이번 비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월드컵 경기 전까지는 푸른 불광천을 만들어 놓겠다”고 밝혔다. 공사를 맡고 있는 D건설 관계자는 “이달초 100㎜ 정도의비에 수초와 망사체가 상당 부분 유실돼 보강공사를 하는도중 또다시 비가 와 차질을 빚게 됐다”면서 “고정핀을보강해 다시 망사체를 깔겠지만 장기간 장마에는 뾰족한대책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한국에 산다] 라리사 자브롭스카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무분별한 서구문화 베끼기 우려. “러시아인들은 이제 서울의 거리에서 더이상 희귀한 존재가 아닙니다.동대문시장에 갔을 때는 러시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지난 95년부터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한·러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라리사 자브롭스카야(50·러시아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어린 시절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한국동포들과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관심 덕분에이제는 몇 안되는 ‘한·러 관계 전문가’가 됐다.뿐만 아니라 한국에 머물 때면 주말에 어김없이 서울 종로의 조계사를 찾고 육류는 절대 삼가는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세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시기별로 한국의모습은 확연하게 달랐지만 한국과 러시아가 보다 가까와진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첫 느낌은 한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인들이 서로에 대해 무척 실망하고 있다는 것.“러시아는한국인들이 러시아 경제의 주요 투자자로 나서지 않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에 실망했고 한국 기업인들은러시아식 비즈니스 관행·공정치 못한 관세 등에 불쾌해했던 것 같다”는 그는 당시 6개월간 한국에 머물며 한·러 정치·경제 교류의 초기단계를 분석,‘러시아와 한국,대립에서 협력으로’라는 논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1998년 봄,그의 기억 속엔 IMF 금융위기로 도산한 기업들,갑자기 닥친 재난 속에 절망하던한국인,거리를 헤매는 걸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는 때와 장소를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이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했다. 또 노랑머리의 한국 젊은이들도 그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인에 대한 무분멸한 모방이 한국 고유의 문화를 빈곤하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것이 그의 새로운 걱정거리다. 그는 ‘연해주 토박이’답게 한국 기업인들에게 새로운투자장소로 연해주를 적극 추천했다.그는 “지난해 한국과연해주간 무역규모는 양국 전체 교역량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기업인들이 이익의 기반인 연해주 농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 양국 경제교류가탄탄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동미기자 eyes@
  • 문화재정비 예산배정 너무늦다

    정부의 문화재 보수·정비사업 예산배정 시기가 적절하지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고보조사업 예산은 통상 사업 전년도 10월에 확정되지만 문화재 보수·정비 예산은 사업이 추진되는 그해 2∼3월에야 뒤늦게 확정·통보되고 있다.시·도에서는 문화재 보수·정비를 위한 예산 편성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에서 시·도로 내려준 예산을 다시 넘겨받아야 하는 일선 시·군은 추경예산을 편성한 뒤 9월쯤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보수 적기를 놓쳐 장마철에 문화재 훼손이심각한 실정이다.게다가 9월쯤 사업을 시작하다 보면 곧 동절·해빙기라 실제 상당수 공사는 다음해 봄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전북도와 시·군은 83건의 문화재 보수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익산 입점리 고분 전시관 건립과 남원 교룡산성 보수 등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52건이 올해로 넘겨졌다.올해 179억원을 들여 마칠 예정인 74건의 보수·정비사업도 지난 3월에야 예산이 확정됐다.절반 이상이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도지난 5월에야 국고 보조금 30억원이 처음으로 도에 내려왔다.올해 책정된 문화재 보수 사업비는 국비 223억6,480만원과 지방비 등 368억원9,600만원이다. 지난해 넘어온 사업은 총 163건 가운데 70여건이다.경북도도 올해 160건의 문화재 보수에 모두 207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원된 것은 30억원에 불과하다.경북도 관계자는 “올해도 계획건수의 30% 이상이 내년으로 넘어갈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 사업 계획이 세워지면 내년 초까지 예산이 확정돼 통보돼야만 이월 사업이 적어지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자치단체가 본예산에 사업비를 편성할 수 있도록 늦어도 전년도 11월에는 통지돼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일이 무령왕릉 발굴 30주년이지만 하룻밤만의 졸속 발굴로 천추의 한을 남겼다”면서 “문화재가 장기 계획하에 정밀하게 관리되기 위해서는 보존·정비 예산부터 편성과 집행이 정상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비·보수 대상이 많고복잡해 예산배정이 늦어지고 있으며 때문에 갖가지 부작용도 있는 걸로 안다”며 “내년부터는 이를 개선하겠다”고밝혔다. 전주 임송학·대구 한찬규·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기자 shlim@
  • “하찮은 가시고기의 위대한 父情”

    “하찮은 생명이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라.너희 중 누가나만큼 사랑을 받고 세상에 태어났더냐.”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유유히 바다를 향해가는 손톱만한어린 가시고기가 이야기함직한 말이다. KBS1은 27일 오후 10시 방영할 ‘자연다큐멘터리’에서‘부정(父情)의 상징’인 가시고기의 생태를 밝힌다. 회유성 어종인 가시고기에는 큰가시고기와 가시고기,잔가시고기의 세 종류가 있다.이번 ‘자연다큐멘터리’에서는큰가시고기에 초점을 맞췄다.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암수 무리지어 올라온 뒤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들어가고 수컷은 수초를 이용해 둥지처럼 생긴 집을 짓는다.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둥지를 트는 것이 바로 가시고기다.집이 완성되면 암컷을 맞아들이지만 암컷은 3∼4초간의짧은 산란을 마치면 기력이 다해 죽는다. 이때부터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약 보름간 아무것도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면서 침입자를 막고, 앞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을 해 둥지 안에 신선한 물을 넣어준다.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알이 제대로 부화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수컷은 둥지를 지키는 동안 어떤 침입자도 막아낸다. 커다란 거북이마저 눈을 쪼아 쫓아내는 가시고기의부정의 힘에 시청자들은 감동하게 된다. 알이 부화된 뒤에도 수컷은 집밖으로 나오려는 새끼들을입으로 물어 ‘아직은 안된다’는 듯 다시 둥지 안에 집어넣는다. 마침내 새끼들이 세상에 나온 지 5일이 지나 하나둘씩 집을 떠나자,수컷은 임무를 다했다는 듯 죽음을 맞는다.사력을 다했다는 듯 몸 빛은 푸르스름하게 볼품없이 변해버렸다. 새끼들은 죽은 아빠의 살을 파먹으며 바다로 나갈 채비를서두른다. ‘자연다큐멘터리’의 안희구 PD는 “가시고기가 하천 얕은 곳이 아니라 깊은 곳에 둥지를 튼다는 점, 수놈이 알을자극해 부화를 돕는다는 점 등 전혀 알려지지 않은 많은사실을 밝혀냈다”면서 “단순히 부정의 감동을 떠나 학계에도 도움이 될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11)‘무공해 엄마’ 이진아씨의 환경생활

    ◇그 전원도시 다른 사람들도 같은 증상을 느꼈을텐데요. 제가 살던 집이 숲 속이었으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분명 같은 증상이 있었을 겁니다.그러나 그분들은 원인을정확하게 알려고하지 않더군요.재미있는 것은 그 도시의 모 고등학교 대입 합격률을 관심 가지고 봤더니 해마다 떨어지더군요.그것도 아주 큰 폭으로··,특히 그 학교가 마루바닥을 모노륨으로 바꾸고 교실 내부를 새로 단장한 뒤 더안 좋아졌습니다.저는 그것을 유해 화학물질 탓으로 봅니다.새 인테리어 가구들이 전부 플라스틱 제품이거든요. ◇유해화학물질이 두뇌할동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군요. 물론이지요.우선 집중이 안 됩니다.화학물질이란 단백질로 구성된 우리 몸의 신경전달 체계를 교란 시키거든요.같은원리인데 식품첨가물이 학습능률을 저해한다는 앨러지 전문의사 파인골드 (Finegold)박사의 임상실험이 있습니다.1965년 당시 미국에서 격증하고 있는 ‘학습부진을 동반하는 과잉운동성 증후군’을 보이는 아동들이 많았습니다.파인골드 박사는 이 아이들에게 약 2주에서 2개월 동안 공기가 맑은 곳에서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제공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켰더니 놀라운 효과가 나타 났습니다.그 후 이 치료법으로 400만∼500만명 정도가 치유됐고 파인골드 박사는 이를 앨러지 학회 총회에서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먹거리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상당히 넓어졌습니다.여성이시니까 관심을 가졌을텐데 ‘생태적 패션’이라는 말도 있습니까? 사람들은 식품을 통해서만 유해한 것을 섭취하는 줄 알지만 현대문명 자체가 반생태적이라면 의·식·주 전반에 반생명적 요소가 스며들었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입는 것이 건강한 옷 입기일까요. 개괄적인 문제부터 얘기해 볼까요.우리나라는 이탈리아 다음으로 섬유산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그래서 이탈리아와우리나라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세계에서 알아 줍니다.그것 까지는 좋은데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여성들이 새 옷을 너무 좋아 합니다.우리보다 잘사는 세계 어느나라 여성들도유행 따라 옷을 입지 않습니다.거리에 나가보면 구닥다리옷 그대로 입고 다녀요.그런데우리는 1∼3년 지나면 그 옷 못 입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연예인도 아닌데 어느 가정이나 장롱빽빽히 옷이 걸려 있어요.그것이 왜문제냐,돈도 돈이지만 새 옷에는 나염 하면서 첨가된 포름알데히드라고 하는 화공약품과 곰팡이를 막기위한 방부처리 등이 돼있어 인체에 해롭습니다.따라서 새 옷을 좋아 하는 것은 건강한 옷입기와는 반대 됩니다. ◇백화점 좋아하면 가계부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위험 하군요. 세계에서 여성들이 백화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거에요.전에는 10대학생들은 고궁이나 음악감상실을 많이 갔는데 요즈음은 학생들도 시간 나면 할인매장으로 달려 간다고 해요.문제는유모차 속의 아기입니다.백화점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나른하고 두통 같은 것이 오잖아요.그 게 섬유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인데 그 가스에 마취돼 혼곤하게 잠든줄 모르고아이 엄마는 싼 물건 하나 사겠다고 몇시간을 백화점에서보냅니다.그 아이에게 몇년 후,아니면 몇십년 후 어떤 부작용이 올지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생명친화적 쇼핑 요령을 좀 소개해 주시죠. 제 경우라면 가능한한 쇼핑을 줄이는 겁니다.또 하더라도소비자의 목소리를 내고 소비자의 요구대로 기업을 바꾸는주체성 있는 소비자가 되라는 겁니다.예를들면 미국,일본이탈리아 등에서는 고급 옷이면 안감을 천연섬유를 쓰는데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소비자들이 모르기 때문에 속는 겁니다.저는 백화점에 가면 사지 않을거면서도 “안감레이온으로 된 거 있느냐”고 묻습니다.그렇게 묻는 사람이 많으면 제품에 반영이 되거든요. ◇안감 소재가 그렇게 중요 합니까? 천연섬유 안감은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속옷의 겉면과 외투의 안감이 마찰하면서 생기는정전기에 포위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하찮은 것이지만 제품을 골랐으면 자기가 입어 본 것,즉진열대에 걸려 있는 옷이 좋습니다.창고에 쌓였던 옷은 여러가지 독성이 휘발되지 않고 그대로 있거든요,◇환경 파수꾼들이 내 놓은 ‘주부들을 위한 수칙’같은 것은 없습니까? 다 아는얘기지만 유럽의 유명한 환경단체인 ‘글로벌 액션 플랜’(Global Action Plan)에서는 ‘세탁 자주 하지말자’ ‘목욕 자주 하지말자’ 등 지극히 평범하고 누구나마음 먹으면 지킬수 있는 수칙을 정한바 있습니다.요즈음은 하루 입고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데 물,전기 낭비는 물론 세제 부작용도 굉장하거든요.하루 이틀 입은 옷은 통풍이잘 되는 곳에 걸어 두었다가 입으면 자원절약 뿐 아니라 건강에 더 좋습니다.다만 새 옷은 바로 입지 말고 한 번 세탁해서 입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청결 부작용도 있군요. 이웃의 한 아이가 이상하게 두통과 피부병으로 고생 했어요.그 엄마와 애기 하면서 그 아이가 최근에 전에 안하던것을 새로 한 것이나 먹기 시작한 음식이 있느냐고 물어 봤어요.그랬더니 ‘라이너’를 새로 시작했다는 거예요.팬티안에 착용하는 1회용 탈취제인데 한창 민감한 나이의 여학생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갈아 끼거든요.그것을 사용한 후부터 그런것 같다는 거에요.그래서 그것을 중지해 보라고 했어요.그랬더니 씻은듯이 그 증상이 없어졌어요.그밖에 결벽증이 있는 여성들을 노리는 생리용품들도 유해한 것들이 많습니다. ◇무공해 엄마가 권하는 환경친화적 생활수칙을 말씀해 주시죠. 저는 제일 먼저 ‘새 제품은 가능한 한 천천히 사라’고권합니다.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모르니까요.그건 약품도 마찬가지 입니다.1960년대에 개발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yde)라고하는 임산부용 수면제가 있습니다.그런데 한참 후에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팔!다리가 없는 아이를 출산하는임산부가 속출했어요.조사를 해 봤더니 바로 그 수면제를복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다시 옷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저는 백화점에 가도 최신 패션 보다는 전년도 이월제품을골라 입습니다.값도 싸고 덜 해로우니까요.또 TV 등 상업광고에 의한 충동구매를 하지말라고 권합니다. ◇우리 삶이 온통 독성에 포위된 셈이군요. 2차대전 후 신개발 상품등록 된 것이 8만5,000종 입니다. 요즈음은 하루 2,000종씩 쏟아 진다고 해요.이것들이 거의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들입니다. ◇인테리어,생활용구 등의 화학제품이야 사용안할수 없잖아요. 우리 몸 속의 신경전달 물질은 화학물질 입니다.쉽게 말해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단백질도 화학물질이지요.그런데이 외부 화학물질이 몸 속의 화학물질과 만나면 교란을 일으킵니다.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환경단체와 같이 하는 프로젝트는 없습니까? 시민운동은 그 매카니즘 때문에 이슈 중심이 되더군요.저는 주부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문제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주부가 눈을 뜨면 부엌에서 세상이 다 보이지요.‘다음을지키는 엄마 모임’이 저같은 사람들의 모임인데 그런 분들과 열심히 연대하고 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이진아씨 약력. ▲1956년생▲서울대학교 독문학과 학사,동 대학원 인류학 석사▲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사무국장,UN 지속가능위원회NGO 네트워크 아시아지역 간사및 여성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역임▲저서,‘딱 1년만 자연주의로 살아보기’여성과 환경 총서 1,2,3’‘여성환경네트워크’‘지방화와 여성’(공저),‘사회환경교육교재’(공저),▲역서,‘녹색 세계사 I,II’(C.폰팅지음)‘여성과 환경,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공역,R.브라이도티 외 지음) 등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이진아씨 자연주의자가 된 사연. 이진아씨의 ‘무공해 엄마’는 최근 ‘딱 1년만 자연주의로 살아보기’라는 책을 출판한 뒤 얻은 별칭이다.독자들의 요청으로 출판사 홈페이지에 별도로 마련한 상담실 문패가 ‘무공해 엄마 이진아씨와 대화’인 것이다.그 배경에는또 입시생 딸을 둔 주부의 특수한 경험이 있다. 1995년 여름,이씨 가족은 서울근교의 작은 전원도시의 산바로 밑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집 뒤로 벚나무 산책로가 있고 주위는 온통 풀이며 꽃이어서 평소에 늘 꿈 꾸던 환상적인 내집 이었다.아이들도 좋아 했다.그런데 어찌된일인지 그 해 가을 쯤부터 아이들이 우울하고 소극적으로변했다.다행히 겨울이 되면서 아이들의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성적도 올라가 그 일은 금새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듬해,앞,뒷산에 진달래가 만발한 봄이 되자 아이들은 다시 시들어 가는 것이었다.그 어느날 “나무가 이렇게 많은데 왜 새소리가 들리지 않을까?”집구경 온 친구가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이씨는 정신이 들었다.아닌게 아니라 새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그무렵 이씨는 거의 매일 그도시 어디선가에서 살충제 뿌리는 장면을 목격 한다.이씨는 시청에 살충제를 과다하게 살포하는 게 아니냐고 계속 항의 했으나 막무가내였다.오히려 어떤 해는 전년도에 비해예산이 두배로 증액되기도 했는데 업자들과 결탁때문이라고들 했다.결국 이씨는 그 도시를 탈출할 것을 결심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그 때 까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씨 가족의 전원도시 탈출기회는 큰 딸이 학교에서 쓰러지고 나서야 기회가 왔다.병원에서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채 퇴원시킨 후 큰 아이를 인근 마을 원룸으로 옮겨 주었다.그랬더니 단 하루만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아이의 얼굴에 핏기가 돌고 손이 따뜻해 졌다.이렇게 된 이상 하루라도 그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은 이씨 가족은 서둘러 그 곳을 떠났다.이 일이 있은 후 이진아 씨는 환경 전도사가 됐다.
  • 2001 길섶에서/ 지혜

    한 노인이 세 아들에게 낙타 17마리를 물려주었다.그는 장남에게 낙타의 절반을,둘째에게 3분의 1을,막내에게 9분의 1을 준다는 말을 남겼다.세 아들은 전전긍긍했다.17마리의 절반이면 8마리하고 남은 1마리를 절반으로 잘라야 할 판이었다.장남이 낙타를 반으로 잘라 가진다고 해도,또 3분의 1은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이들은 결국 촌장을 찾았다.촌장은 낙타 1마리를 내주었다.낙타가 18마리가 되자장남이 절반인 9마리,둘째는 3분의 1인 6마리,막내는 9분의1인 2마리를 나눠 가졌다.그러고 나니 1마리만 남고 계산이맞았다.세 아들은 남은 한 마리를 다시 촌장에게 돌려주었다.그러자 촌장은 미소를 띤 채 “이제 너희 부친의 말대로 되었느냐”며 낙타를 끌고 갔다.‘마음을 열어주는 소중한 이야기’란 책에 나오는 일화다. 집권당 내부를 뒤흔든 국정쇄신 운동이 어떤 식으로 가닥이 잡힐지 관심거리다.쾌도난마(快刀亂麻)식 해결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마는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준 촌장의지혜는 되새겨 봄직하다. 박건승 논설위원
  • 중부지방 봄가뭄 현장/ 물 1車 20만원… 힘겨운 延命

    경기북부에선 강우량을 재기도 힘든 감질나는 비가 지난 22일 내렸으나 해갈에 도움이 못돼 들녘엔 농민들의 애타는물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가뭄이 극심한 연천과 포천의 22일 강우량은 0,식수난을 겪는 동두천은 0.3㎜에 불과했다. 물이 부족해 모판에 방치해둔 모가 못쓰게 되는가 하면 모를 낸 논도 가뭄으로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 연천군 전곡읍 은대 1리 농민들은 지난 21일 상류 연천읍신답리 농민들이 고문양수장으로부터 내려오는 농수로 물줄기를 막아 농업용수 공급이 사흘간 끊겼던 데다 비마저 내리지 않아 분뇨차에 1대당 20만원의 비용을 주고 인근 차탄천에서 물을 담아와 논물대기를 했다. 은대리에 물을 전혀 대지 못한 논은 290㏊중 230여㏊에 이른다. 경기북부에선 통현리를 포함한 연천읍 일원과 파주시 군내면,포천군 관인면 등이 물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경기도 제2청은 이들 지역 340여곳에 관정을 새로 파고 오는 31일까지 모내기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으나 영농현장에선 ‘탁상행정’으로 치부되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말까지 가뭄이 지속될 경우 모내기 차질은물론 식수·공업용수의 공급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날 현재 경기도내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의 70%보다 낮은 64%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11곳은 저수율이 30%를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천수답으로 농사를 짓는 강원도 철원군 농민들도 모내기를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철원지역에는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한 전체 논면적 1만㏊가운데 수리시설이 갖춰진 9,000㏊ 논에서만 모내기가 끝났을뿐 1,000㏊는 아직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제한급수가 계속되고 있는 동두천시의 급수 사정도 여전히부족하고 불안한 상황.팔당댐에서 양주군을 거쳐 넘어오는물 1만t과 함께 취수가능 수위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취수장에서 채수하는 물 2만t을 공급 중이나 소요량 5만1,000t에 크게 모자라고 언제 취수장 채수가 다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연천 한만교 수원 김병철 철원 조한종기자mghann@. *건교부 수자원장기계획안/ 5년후 물기근 심각해진다. 봄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5년 후엔 낙동강과 한강 권역의 물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같다.더욱이 댐 건설이추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06년부터는 세계적인 물 기근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24일 밝힌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안’(2001∼2020년)에 따르면 낙동강과 한강의 물 부족은 올해부터시작돼 해가 거듭될수록 부족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측됐다. 낙동강 권역의 경우 올해 6,500만t의 물 부족이 발생하는것을 비롯,2006년 1억2,900만t,2011년 7억4,800만t,2020년10억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한강 권역도 올해 1,000만t,2006년 1,800만t,2011년 7억2,600만t,2020년 11억4,900만t 등극심한 물 부족을 겪게 될 전망이다. 영산·섬진강 권역의 예상 물 부족량은 올해 900만t,2006년 7,200만t,2011년 2억1,500만t,2020년 2억5,600만t 등이다.금강 권역은 그나마 올해 1억4,600만t,2006년 1억2,100만t의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금강 권역도 댐 건설 등 수자원 확보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011년 1억400만t,2020년에 1억8,600만t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건교부는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에 홍수조절 및 용수공급 위주의 댐을 조기에 건설하는 등 2011년까지 전국에 10여개의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물 부족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댐 추가건설이 불가피하다”며 “환경도 중요하지만 수자원 개발도등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대한포럼] 홍수피해 겪는 물부족국가

    경기 북부 지방을 비롯,전국이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을 바라보는농부는 시름에 빠져 있다.며칠새 내린 단비로 남부는 해갈이 됐으나 중부와 경기북부는 아직도 멀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봄이면 가뭄으로 고생하고 여름이 되면어김없이 물난리를 겪는다. 6,7,8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 연평균 강수량(1,274㎜)은 세계 평균의 1.3배에 이르지만 이용률은 2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국토가 산악지대라유속이 빨라 시간당 10∼20㎜만 내려도 홍수가 나고 2∼3주만 가물어도 갈수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1980년이후 우리나라 물 수요량은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2006년경부터 심각한 물부족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유엔 기준에 의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다.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26개국 대부분이 사막국가들인 데 비해우리나라는 해마다 홍수피해를 당하는 특이한 물부족 국가인 것이다.이는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만 한다면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부족 사태는 다른 문제와 달라 발등에 떨어진 다음에는대책이 없다.따라서 물사용량을 줄이고 시설 교체로 누수를최소화하는 단기 대책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함께 벌이는 물절약운동은 2006년까지 연간7억9,000만t을 절약한다는 방안이다.이는 동강댐이 공급할수 있는 물의 2배가 넘는다.그 방안은 우선 국민의 물사용습관을 바꾸는 일이다.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물사용량은 395ℓ로 독일(132),프랑스(281),덴마크(246)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들보다 훨씬 많다.우리가 물소비 습관을 바꿔 10%만 절약해도 연간 4억1,000만t,즉 영월댐 저수량(2억t)의 두배가 넘는 수돗물을 아낄 수 있다. 공급체계 개선을 통해서도 상당량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도관 총연장은 11만㎞.이중 20%가 넘는 2만4,000㎞가 15년 이상 된 것이어서 연간 10억t(약 18%)의 누수가일어난다. 물관리 체계도 개선이 시급하다.현재 전국 20개 댐 가운데발전시설댐은 산자부가, 다목적댐은 건교부가 관리를 맡고있다.한강수계도 다목적댐인 소양·충주댐은 수자원공사가,수력댐인 화천·춘천·의암·청평·팔당댐은 한국전력이 맡고 있어 우기가 되면 한 쪽은 물 보관에,다른 한 쪽은 발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하수도 마찬가지다.광천수는 환경부,온천수는 행자부,농업용수는 농림부,일반지하수는 환경부와 건교부가 각기 나눠서 맡는 바람에 무분별한 개발로 지하수 오염과 고갈을초래하고 있다.이 시스템을 일원화해서 관리하면 연간 5억t의 절약과 함께 2억6,000만t의 홍수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절약과 관리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이런 대책들은 대개 5년 안팎이면 다시 한계에 봉착할 것이기때문이다. 물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인구 60억명돌파 후 물부족은 식량·에너지와 함께 지구촌의 새로운 고민으로 등장한 것이다.댐,하천 등 대규모 시설을 건설하는데도 5∼10년이 걸린다.따라서 발등의 불을 끄는 단기 대책과 함께 5∼10년 후를 대비하는 장기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문제는 댐이나 호수를 만든 후 물이 썩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점이다.실제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시화호는 아예 사용 한번 못해보고 방치한 상태다.상대적으로 주민반대가 적은 중소규모의 댐 건설,지하수의 활용,절수와 같은 수요관리 등을 주요정책으로 추구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방법은 환경친화적인 개발밖에 없다.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선진국이면서 동시에 환경 선진국이기도 한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이제 개발과 환경의 ‘윈윈전략’을 도입할 때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사설] ‘경기 바닥 찍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작년 가을 이래 냉각된 경기가 급속히 살아난다는 것이다.화창한 봄 날씨처럼 밝고 반가운 소식이다.경기가 본격 상승세로 돌아설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회복세가 이어지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최근 국제 투자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한국 경제가 1·4분기 중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고 밝혔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생산과판매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대형 자동차가 잘 팔리고 외식산업 매출이 느는등 소비 심리도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어음부도율이나 실업률도 줄고 있다고 한다. 반면 정부 당국자들은 ‘경기 하강세는 멈췄지만 경기 회복으로 돌아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수출과 투자는 아직 감소세이며 저소득층의 소비 역시 부진하다.미국과 일본 경제가 회복되지 못해 국내 경기의 변수로남아 있다.국내 소비가 수출 부진의 틈을 메워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게 경기 바닥론의 실체일 것이다.차가웠던 아랫목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아직 윗목까지 미치지 않은 양상이다.따라서 수출 증대,저소득층 생계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한다. 조심스러운 경기 바닥론의 전제에서 우리는 몇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첫째 경제 주체나 여론 주도층들은 모처럼살아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잘 살려야 한다.특히 작년 하반기 경제 불안이 지나치게 유포되는 바람에 크게 위축됐다가다시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소비를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 수출과 투자가 아직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마저 가라앉을 경우 경제 회생은 늦어지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현재 고소득층 중심의 과소비를 비판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에 주목해야한다. 둘째 대기업들은 경기 회복 조짐을 맞아 본격적으로 수출과내수 판매 증대에 노력해야 한다.‘경기 침체’를 정부 정책과 규제 탓으로 돌리면서 재벌정책을 바꾸라는 등 지나친요구에 골몰하는 구태를 삼가길 바란다.
  • [대한광장]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광주민중항쟁 21주년을 맞으며 사람들은 두 종류의 시간을살아간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본다. 단순히 봄 여름 가을겨울 반복되는 비가역적 시간의 흐름을 단순히 기록할 뿐인그런 자연의 시계와,쉴새없이 과거를 상기시키며 미래는 지금 우리의 자각과 결단에 달려 있다고 외치기에 바쁜 그런시계다. 내가 갓 스무살때,누구 말마따나 세상이 돈짝만하게 보이던 시절에,오월은 그저 푸른 오월이었다.마음은 ‘종달새처럼’ 하늘을 날고,햇빛과 바람이 하늘을 ‘이랑이랑’ 주름을 잡던 그런 계절이었다.저 푸르던 오월의 청춘에겐 시간이란 단지 생리적인 것이었다.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장소가 어떤 역사의 한 부분이며 내가 바로 역사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그리고 말없는 다수 민중’이란 것을자각하기 전까지는, 시간은 단지 낮이 가면 밤이 오고 일년이 지나면 키가 자라는 그런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흡사 함정에 빠지듯이,피해갈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시간의 균열,그 상처를 제대로 봉합하기 전엔결단코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역사의 수렁이 우리 삶의 장소에 너무도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내가 원치 않아도 시간은 우리를 잡고 과거로 끌어당긴다.단지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한없이 발목을 잡아채어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도무지진도를 낼 수 없는 우리 역사는,거의 고장난 시계와도 같다. 오월의 시계는,그리하여 언제나 오월에 머물러 있는 역사의 시계는,끊임없이 우리에게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것을,다음 시간으로 건너갈 수 없다는 것을 하소연한다. 다시 말해, 해결되거나 청산되지 않고서는 결단코 미래는오지 않는 그런 시계이다. 그러므로, 광주항쟁 21주년이라는 달력의 시간 앞에 나는갑자기 할 말을 잃는다.현재진행형인 이 상처를 어떻게 기념하자는 것일까.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엔 아직도 붉은 피가 솟는데,사람들은 오월이 이젠 다시 종달새 울고 바람이 부드러운 계절의 여왕이라 생각하고 싶어한다. 오월은 가정과 스승의 달이며,오랜 겨울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도시락 싸들고 놀러가는 달이다.그 붉은 피는 나같은좀생이들의 가슴에나 솟는 것이니 이젠잊어도 되는가? 단언하건대,절대로 그렇지 않다.역사는 언제나 수렁이다. 머리 위에서 째각거리는 무서운 태엽은 언제라도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는,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처다.이 상처는,단순히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아무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고,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해주어야 하며,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어야만치유된다. 광주는 우선,제대로 불려야 한다.모든 국민들에게.광주사태,오월 광주,5·18,광주민주화운동,그리고 광주민중항쟁. 내가 광주사태라 부를때 나는 아직 저 살인자들이 만들어놓은 시계 위에서 나의 생리를 조절할 뿐이다.내가 광주를 민주화운동이라,항쟁이라 부를때,나는 앞으로도 그 어떤 독재나 억압에도 굴종하지 않으리라는 나 자신에 대한 다짐을역사로부터 얻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광주를 아무런 가치평가도 포함되지 않은숫자 5 ·18이나 폭도들의 난동이란 함의를 지닌 광주사태로 부르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저항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오월은,다시는그 어떤 곳에서도 국가가,그리고 강자가 국민이나 약자를 착취하거나 폭행하지 않는다는약속과 실천 없이는 치유되지 않는다. 도처에서 ‘작은 광주’가 머리를 들고 있다. 대우자동차노동자들을 내리찍는 국가의 폭력이,판잣집을 철거하는 건설회사의 폭력이,아내에게 면도칼을 들이대는 남편의 폭력이,그 너무 많은 ‘새끼 광주’가 오월 광주를 서둘러 달력속의 기념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달콤한 수사 뒤에 가려진 광주는 도처에서 되풀이되고,역사의 시계는 계속 거꾸로 돌아가는 이 악순환을,우리가 이 오월에 자각만이라도 하면 정말 좋겠다. 노혜경 시인
  • MBC ‘낮에도 별은 뜬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아름다우면서도 아프다.20년이 넘는세월이 흘렀건만 ‘5월 광주’의 생채기는 지워질 줄 모른채 또렷하게 남아 아직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MBC가 18일 오후 9시55분 방송하는 2부작 특집극 ‘낮에도별은 뜬다’는 5·18 민주항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그러진민초들의 삶을 통해 그날의 참뜻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한다. 80년 5월17일,중학교 중퇴 후 산전수전 다 겪은 중졸의 나이트클럽 웨이터 갑수가 외상값을 받기 위해 광주로 떠나면서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서 만난 빚쟁이는 그를 달래려 술집으로 안내해,양미라는 아가씨를 불러 질펀한 술자리를 마련해 준다. 두 남녀가 막 뜨거워지려는 순간,피투성이의 전남대생이 뛰어들어와 숨겨달라고 애원한다.엉겹결에 침대 밑에 숨겨주지만 들통이 나고,둘은 계엄군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받는다. 얼마 후 훈방으로 풀려나온 갑수와 양미는 양미의 동생 은철의 자취집에서 하룻밤을 지새게 된다.다음날 은철은 계엄군에 의해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분노한 갑수가 시체를 리어카에 실은 채 군중들과 함께 도청으로 내달리는 모습이 우연히 외신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고,갑수는 국가 전복을 노린 반국가사범으로 몰려 교도소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된다.양미는 갑수의 옥바라지를 해나가며 유족협의회에서 동생의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한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출소한 갑수가 “고문 탓에 남자구실을 못한다”고 고백하지만 양미는 “당신이 내 옆에 있어만 주면 괜찮다”며 넉넉하게 받아들인다.하지만 고통을견디지 못한 그는 다시 10여년을 술에 의지한 채 방황하다가,20여년 전 자신을 고문했던 강상사를 찾아가 칼로 찔러 죽인다. 연출을 맡은 임화민 PD에게는 80년 5월의 봄 당시 대학 1년생으로 서울역까지 태극기를 들고 행진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나는 그 시대의 목격자이자 방관자이자 참여자였다”는 임PD는 “역사에 진 빚을 갚는 마음으로 드라마를기획했다”고 말했다. 극본은 ‘서울의 달’등 서민적인 이야기를 써온 김운경 작가가 맡았다.주인공 역의 감우성(갑수)과 김여진(양미)등 연기자들은 대본을 읽으며 숱한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이다.고문 기술자 강상사 역은 연기파 배우 명계남이 열연한다. 허윤주기자 rara@
  • 잠을 잊게하는 단편영화 ‘감칠 맛’

    “잠을 잊은 그대에게 아침이슬 같이 싱싱한 단편영화 두편을 선물합니다.” KBS-2TV가 봄 개편을 맞아 준비한 ‘단편영화전’(금요일밤 12시50분∼1시40분)이 잠을 잊은 영화 마니아들의 넋을쏙 잡아 끌었다. 심야에 방영된다는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9%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독립영화전’은 극장 흥행영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TV영화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이다. 이번주에 방영될 첫영화는 한동네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세 여자가 겪는 세가지 이야기다.세 여성은 같은 날 각기 황당한 일을 당한다.집앞의 좁은 골목에 차가 가득 세워져 있어서 한참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전철 안에서 행패를 당하거나 남편이 귀가하지 않은 늦은 밤,생면부지의 술 취한남자가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일이 생긴다.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세여성은 서로를 스쳐가지만 무기력하게 외면할 뿐이다.한가지 주제로 세 이야기를 묶는 치밀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두번째 영화는 첫번째 영화와 달리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중시한 작품이다.겨울밤,어촌의허름한 가게가 배경이다.가게 앞에서 전화를 걸던 젊은 여자가 떠나가고 가게의 늙은여자는 전화를 떼낸 뒤 가게 불을 끈다.일상적인 하루를 지내는 가게의 여자와 한복집에서 일하며 하루를 보내는 젊은여자.젊은 여자가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전화를 걸다가 사라지면 늙은 여자는 전화기를 떼낸다.가게의 불은 꺼진다. ‘단편영화전’은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20분 내외의 짧은영화 두편을 보여준다.중앙대 영화학과 주진숙 교수가 진행하며 이효인 영화평론가가 특별출연해 감상할 때 유의할 점,영화의 의도,색다른 기법 등의 설명도 간단하게 덧붙인다. KBS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독립영화를 ‘단편영화전’ 홈페이지에서 한달동안 다시 볼 수 있도록 했다. ‘단편영화전’의 최수형 책임 프로듀서는 “참신한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려는 의도로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면서 “단편영화에 대한 제작환경을 지원하고 상업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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