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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71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1)

    儒林(71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1)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1) 그러므로 그토록 그리워하던 매분이 마침내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자 퇴계가 매화를 ‘빙설 같은 그 얼굴(氷雪容)’로 표현했던 것은 문자 그대로 눈처럼 깨끗하고 결백하였던 두향을 떠올리면서 실제로는 두향의 모습을 노래하였던 것이 아닐까. 또한 퇴계는 한성에서 그 매분과 이별할 때 증답가(贈答歌)를 통해 매화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임이 돌아간 뒤에 천향을 피우리라(待公歸去發天香)” 천향(天香). 문자 그대로 천하제일의 향기를 가리키는 말. 천향이란 말도 원래 ‘천향국색(天香國色)’이란 말에서 나온 것.‘천하제일의 향기와 자색’을 가리키는 말로서 ‘모란꽃’을 비유한 용어지만 또한 ‘절세의 미인’을 가리키는 은어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삼국지’에 나오는 왕윤의 가기(歌妓)였던 초선(貂蟬)을 ‘천향국색’으로 불렀던 것이다. 왕윤은 간신 동탁을 죽이기 위해서 초선을 동탁에게 진상하는 한편 동탁의 호위대장이었던 여포에게도 추파를 보이게 함으로써 삼각관계를 통한 미인계로 동탁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천향’이라 함은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과 같은 절세미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퇴계가 매분을 마치 그 절세미인처럼 사랑하고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2년 전 두향이가 보내준 그 매분이야말로 퇴계에게 있어 ‘빙설 같은 그 얼굴’이었으며, 천하제일의 향기였던 것이다. 퇴계는 그 매분을 볼 때마다 20여 년 전 단양군수를 끝낼 때 마지막으로 본 두향의 ‘얼음과 눈’같은 얼굴을 떠올렸으며, 또한 그 매분을 볼 때마다 두향의 향기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퇴계는 남의 눈이 있어 그 매분을 ‘매형(梅兄)’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매분은 퇴계에게 있어 ‘매처(梅妻)’였던 것이다. 퇴계는 서탁 위에 놓인 매분을 쳐다보며 생각하였다. ―이제 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며칠이 남지 않았구나. 예부터 조선의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란 그림을 벽에 붙여두고 봄을 기다렸다. 동지로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하여 81일간이 구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흰 매화 꽃 81개를 그려놓고 매일 한 봉오리씩 붉은 색을 칠해서 81일째가 되면 백매가 모두 홍매로 변하는 그림으로 이때가 대충 3월12일 무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끄러미 매분을 바라보면서 퇴계는 중얼거리며 말하였다. ―봄이 올 때까지 내가 살 수 있어 너의 빙설 같은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네가 뿜어대는 천하제일의 향기를 내가 다시 맡을 수 있을 것인가. 두향이가 보내준 최고의 백매. 육화(六花)의 엽이 모두 흰눈처럼 새하얀 단엽(單葉)으로 매화를 좋아하던 퇴계로서도 처음 보는 빙기옥골(氷肌玉骨)의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인가.
  • 儒林(714)-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0)

    儒林(714)-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0)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60) 한양에 두고 온 분매를 그리워하면서 지은 퇴계의 영매시는 다음과 같다. “잊혀지지 않는구나, 지난해 봄 서울에서 분매 두고 돌아오는 소매 신선 바람에 스쳤더니, 어찌 오늘에서야 시냇가 나의 서재 속에, 황종률로 변했으니 그 조화 무궁하여라.(痛憶京師二月中 盆梅歸袖仙風 那知此日高齋裏 幻出黃鐘律未窮)” 이처럼 퇴계는 한양에 두고 온 분매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그 무렵 퇴계의 천거로 성균관 대사성으로 근무하고 있던 고봉. 고봉 역시 지병으로 대사성을 사임하고 있었는데, 스승이 한성에 두고 온 매화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고봉은 이 매분을 퇴계의 문인이었던 김이정에게 전해주어 스승에게 돌려드리도록 하였던 것이다. 김이정은 한성에서 퇴계의 손자 이안도(李安道)를 만나 부탁하며 이 분매를 배로 운반하여 온계리의 본제(本弟)로 돌려보내도록 하였는데, 이 분매가 퇴계에게 도착하였던 것은 바로 올봄. 퇴계는 1년 만에 다시 상봉하는 이 매화꽃을 보자 너무 기뻐서 다음과 같은 시제의 시사를 짓는 것이다. “서울의 분매를 호사자 김이정이 손자 안도에게 부쳐 배에 싣고 오니, 기뻐서 한 절을 읊노라.(都下盆梅好事金而精付安道孫兒船載寄來喜題一絶云)” 그러고 나서 퇴계는 그의 일생일대의 마지막 영매시를 짓는다. “붉은 티끌 일만 겁을 초연히 벗어나, 속세 아닌 이곳 찾아 이 늙은이와 벗하니, 일을 좋아하는 그대(김이정을 가리킴)가 나를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빙설 같은 그 얼굴을 어찌 볼 수 있으리오.(脫却紅塵一萬重 來從物外伴濯翁 不緣好事君思我 那見年年氷雪容)” 퇴계가 노래하였던 ‘빙설 같은 그 얼굴(氷雪容)’은 이미 한양에서 분매와 이별할 때 읊었던 ‘청진한 옥설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주오.(玉雪淸眞共善藏)’란 내용의 시를 되풀이하여 표현한 것. 그렇다면 퇴계는 어째서 이 매분을 그처럼 그리워하였음일까. 평소에도 매화를 매형, 매군, 매선으로 의인화해 부르면서 인격체로 대접할 만큼 매화를 사랑하여 살아생전 ‘매화시첩(梅花詩帖)’이란 시집까지 간행하였던 퇴계였지만 어째서 이 매분만은 각별히 상사하였음일까. 그렇다. 그 매분은 2년 전 봄. 두향이가 은밀히 남의 눈을 피해 보내왔었던 바로 그 매화. 이 세상에서 그와 같이 얼음과 같은 살결과 옥과 같은 뼈대를 지닌 화괴(花魁)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그 매분은 퇴계와 헤어진 20여 년 동안 오로지 임을 보고 싶은 상사 하나로 분매를 가꾸고, 임을 생각하는 상사 하나로 분매를 가지치고, 임을 그리워하는 상사 하나로 꽃을 피워 퇴계가 평생 동안 처음으로 본 아취고절의 매화 한 그루를 가꾸어낸 두향이가 보낸 사랑의 정표가 아니었던가.
  • 中 거장 ‘바진’ 다시 읽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1904∼2005). 반혁명분자로 몰려 문화대혁명 10년 내내 혹독한 시련을 겪은 그는 ‘문혁’을 이렇게 압축한다.“그것은 바로 ‘좌’라는 외투를 걸친 종교적 열광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짐승이 뒤바뀐 과정 역시 ‘혁명’이라는 외투를 걸친 봉건주의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비극의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지식인의 고뇌를 그대로 보여주는 바진의 대표작들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도서출판 황소자리에서 펴낸 수상록 선집 ‘매의 노래’와 장편소설 ‘가(家)’.‘매의 노래’(홍석표 등 옮김)는 중국 산리엔(三聯)서점에서 출간한 ‘바진수상록선집’ 중에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산문들을 골라 실었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추악한 실상과 혁명의 광기 속에 죽어간 동료 작가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바진의 말대로 아무리 수천, 수만 송이 꽃으로 치장해도 거짓말이 진리로 변할 수는 없다. 바진은 문혁의 야만성을 소리 높여 고발한다.“10년 문혁 중에 나는 수성(獸性)의 대발작을 충분히 보았으며, 언제나 조반파가 어떻게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늑대’가 되는지 사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사람과 짐승이 뒤바뀌는 과정을 똑똑히 보았다.” 요컨대 문혁은 ‘혁명’이 아니라 ‘광란’이며, 인성과 문화를 철저히 파괴한 한바탕의 대재앙이었다는 것이다. 막심 고리키의 ‘매의 노래’에 나오는 상처입은 매는 율모기를 향해 이렇게 내뱉는다.“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창공을 날아보지 못한 네가 어찌 자유의 희열과 창공을 나는 삶의 쾌락을 알겠느냐.” 떨어져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벼랑 끝에서 최후의 비행을 시도하는 매. 바로 그 절체절명의 매처럼 끝까지 창공을 나는 매로 살고 싶었던 작가가 바로 바진이다. 바진의 본명은 리야오탕. 바진은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과 표트르 크로포트킨을 존경해 그들 이름의 한자음을 따 필명을 지었을 정도로 무정부주의에 심취한 급진적인 청년이었다.소설 ‘가’(박난영 옮김)에는 바진의 젊은날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20세기초 격동기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새로운 사상에 눈뜬 젊은이들이 봉건적 가부장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인민의 독초’라는 조반파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중국 신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꼽혀온 작품이다. ‘중국 현대소설선’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 황소자리는 ‘가’와 더불어 바진의 ‘격류삼부작’으로 불리는 ‘봄’‘가을’을 비롯, 선총원(沈從文)의 ‘변성(邊城)’ 등 그동안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중국 현대 소설들을 잇따라 펴낼 계획이다.김종면기자jmkim@seoul.co.kr
  •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가을에는♡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나오면 읽어주셔요!’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 [北 핵실험 파장] 중국 순찰 강화… 휴가 금지령설

    |단둥 이지운특파원|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땅 신의주와 마주한 중국 단둥은 평온하기만 했다. 오히려 북한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많았다. 북한으로 물건을 부치려는 사람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열차도 평소와 다름없이 압록강 철교 위를 오갔다. 차량 통행에도 이상징후는 없었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압록강 국경지대를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선양군구가 각 부대에 휴가와 외출금지령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북한 소식도 들려왔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핵실험을 전후한 북한의 변화상을 “달러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말로 요약했다.1달러에 북한돈 2700∼2800원쯤에 거래되던 것이 며칠새 2900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교역량이 줄거나 하는, 당장 눈에 띄는 변화랄 건 없습니다. 특별한 동요도 없고요. 그러나 모두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요….” 북·중 무역을 하는 한 인사는 “말들은 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닫는 곳이 생겨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혼내주긴 할텐데, 그러다 보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북한을 왕래하는 화교 무역상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과거 거래된 물건값을 다 결제받은 이들은 당분간 쉬면서 상황을 살펴봐야겠다고들 한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새로 물건을 넘겼다가 자칫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61돌 휴일을 맞아 하루 휴업했다가 이날 다시 문을 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해관(세관)은 유난히 북적였다. 국경절 연휴기간 처리하지 못한 업무까지 밀려 보따리장사 등 무역상 200여명이 아침부터 북적였다.8시 문을 열고 통관서류 작업을 마치자 평안북도 번호판을 단 트럭 50여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해관 소속 직원과 공안(公安) 100여명이 제식훈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계자는 “상부의 검사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여러 중국쪽 무역상들은 “북쪽도 별 변화가 없다.”고 했다.“우선 핵 실험을 얘기하거나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실험은 공화국의 긍지”라는 북한의 한 무역상은 “무역과 핵실험이 무슨 관계냐. 중국이 무역 문제까지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북의 핵실험 이후 국경 경비가 강화됐다고는 해도 “압록강 밀무역도 여전히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인은 전했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 국경경비대가 일부 군기 문란과 관련,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일부 조선족 동포들은 올 겨울 식량난의 가중을 걱정하고 있었다. 지난 여름 극심한 수해가 복구되지 않아 올 겨울 최악의 식량난이 예상됐던 터였다.“그래도 수확기니까 겨울까지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요. 문제는 내년 봄이지요….” 이 파국적 상황이 내년 봄까지 이어지면 대기근과 함께 민심 동요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가을철이 되면서 농작물 도난사건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미 일부 수재민들이 굶어죽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전하고 있다. 쌀, 보리, 옥수수, 감자 등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최소 200만t 이상으로 추정된다. jj@seoul.co.kr
  • 그림의 떡? 그림 같은 떡!

    그림의 떡? 그림 같은 떡!

    요즘 떡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침 지하철역에서 샌드위치, 김밥과 함께 떡을 파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직장인 이명진 씨(26세)도 두 달 전부터 아침으로 떡을 먹기 시작했다. 바쁜 아침 시간 밥과 국을 챙겨서 먹자니 번거롭고, 빵과 우유는 먹고 나면 속이 불편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떡을 얼려놓았다 해동시켜 아침마다 차와 함께 먹고부터는 속이 그렇게 편안하고 든든할 수가 없단다. 몇 년을 괴롭히던 위염 증상도 나아졌다.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식탁 밖으로 밀려났던 떡이 다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웰빙붐을 타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로푸드의 하나로 떡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아요 “어머 너무 이쁘다.” “와인 케이크는 어때?” 유리 진열대 앞에서 어떤 것을 고를까 한참 고민하는 두 여자 손님. 흔히 보는 카페의 풍경이지만, 조금 다른 것은 지금 이들이 고르고 있는 것이 떡이라는 점. 케이크보다 더 예쁜 떡을 차와 곁들여 파는, 카페보다 더 세련된 떡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떡 카페 ‘질시루’. 예전의 떡이 ‘푸짐함’을 으뜸 덕목으로 했다면, 요즘의 떡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가 기본 조건이다. 천연재료로 낸 은은한 빛깔도 빛깔이지만 한 입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작아졌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빛깔과 모양으로 탄생한 다양한 떡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반달 모양의 바람떡은 고깔떡, 쌈지떡, 매화꽃떡으로 자태가 달라졌고, 단자團 도 재료를 특성화시켜 초코단자, 꽃사과단자, 흑미단자, 녹차단자로 다시 태어났다. 뭐니뭐니 해도 질시루의 인기 메뉴는 퓨전 떡인 떡 샌드위치와 떡 도시락. 백설기로 만든 떡 샌드위치는 이곳의 특허품으로 색다른 샌드위치의 맛을 선사한다. 그리고 떡 샌드위치에 김치말이 떡, 떡 맛탕 그리고 각종 떡을 한데 모은 떡 도시락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사랑을 받고 있다. 떡집도 달라지고 있다. 떡집 하면 시장 골목의 허름한 방앗간을 떠올리지만 분당의 ‘행복떡방’은 내추럴 모던 풍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찾는 이의 시선을 끈다. 떡방을 들어서면 청바지 차림에 두건을 쓴 젊은이가 손님을 맞는데, 그가 바로 사장 한승수 씨(37세)이다. 전직 음반 프로듀서인 그는 우연히 떡과 인연을 맺어 2004년 4월 떡방을 오픈했고, 지금은 대박떡집 CEO로 유명해졌다. 그는 맛과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된 떡을 추구한다. 한약을 다릴 때 쓰는 지장수를 떡물로 쓰고 저가의 가공된 재료가 아닌 원재료를 들여와 전통방식 그대로 떡을 만드는 것이 이 집 떡맛의 비결이다. 맛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포장. 한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포장을 선보일 정도로 그가 포장 디자인에 쏟는 노력은 상당하다. ‘너무 예뻐서 혼자 먹기에 아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 떡을 만들고 싶다’는 한승수 사장. 전통적인 느낌에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포장이 오색형형한 떡 빛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떡들이 행복떡방에는 가득하다. 열 사람이 만들면 열 가지 맛이 나는 떡 지난 봄 있었던 제1회 대한민국 창작떡 경연대회에서 ‘블루베리 떡 케이크’로 입선한 박금원 씨(48세). 놀랍게도 그는 전문적으로 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주부였다. 한 요리 사이트에서 우연히 떡 레시피를 보게 되었고 시험 삼아 한번 만들어보았는데, 대성공이었다. 그 뒤 보다 체계적으로 떡에 대해 알고 싶어 떡 강좌를 듣고 떡 동호회도 만들어 활동했다. 혼자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얻으며 떡을 만든 지 2년,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떡의 달인이 된 것이다. 박 씨가 말하는 떡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무엇보다 빛깔과 모양이 너무 예뻐요.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디자인도 무한히 응용할 수 있고요. 게다가 고구마, 호박, 뽕잎가루 등등 어떤 것도 떡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흔히들 떡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할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일단 시작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그는 귀띔한다. 쌀가루를 비롯 웬만한 재료는 다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하고, 손에 익으면 1시간 정도면 떡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요즘 박씨처럼 떡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떡 만드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렌지쿡(www.orangecook.co.kr)에서 떡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강사 구경아 씨(42세). “처음 강좌를 시작할 때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혼과 신혼의 30대 여성 분들이 떡을 배우러 많이 오시더라고요.” 홈베이킹처럼 취미로 떡 만드는 법을 배우러 오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당뇨나 아토피 등 건강상의 이유로 떡 강좌를 듣는 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설탕이나 버터, 우유가 안 들어가고 주재료가 찹쌀이나 멥쌀이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떡만큼 안전한 먹거리가 드물기 때문이다. 다른 요리들은 ‘정량’이 있어서 레시피대로만 하면 같은 맛을 낼 수 있지만 떡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맛을 내고, 넘치면 넘치는 대로 맛을 내는 떡. 그래서 떡을 만드는 일은 쉬우면서도 또 어렵다고 한다. 열 사람이 만들면 열 가지의 맛이 나는 것, 그것이 떡의 매력이라고 떡을 만들어본 이들은 입을 모은다. 예전 사람들은 떡을 나누어 먹으면 떡의 찰기가 서로의 마음을 붙여줄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한 날 떡을 돌려 먹으며 동심일체를 다졌던 것이다. 떡이 슬로푸드로 조명되면서 그 빛깔과 맛깔이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지만, 원래 떡이 가졌던 ‘나눔’의 의미는 빛바랜 채로 남아 있는 듯하다. 다가오는 추석, 직접 만든 떡으로 가족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어보는 건 어떨까?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월간<샘터>2006.10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IQ 210의 천재소년서 야학교사로 김웅용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IQ 210의 천재소년서 야학교사로 김웅용씨

    인생에 있어서 숫자란 과연 무엇일까. 태어나고 죽음이 다들 같을진대 굳이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을 가려내는 것도 틀에 박힌 숫자의 장난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본다. 묘비의 글을 ‘진달래가 만발한 봄날 태어났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어느 청명한 가을날 조용히 잠들다.’라고 하면 어떨지. 지능지수(IQ) 210, 흔치 않은 숫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재라 했다.1980년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지능지수로 등재될 정도였다.5세에 4개국어를 구사하고,6세때 일본 후지TV에 출연, 수학 미적분을 척척 풀어냈다.7세까지 청강생으로 한양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8세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초청으로 콜로라도 주립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12세부터는 5년간 NASA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 언론은 연일 ‘신동’‘대단한 천재소년’으로 보도했다. 그러던 78년, 갑자기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천재는 81년 지방대인 충북대에 입학했다. 언론과 주위에서는 ‘실패한 천재’로 표현했다. 전공 역시 물리학에서 스스로 토목공학으로 바꿨다. 그뒤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충북개발공사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낸다. 최근 그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즉 미국인명연구소(ABI)의 ‘21세기 위대한 지성(Great Minds of the 21st Century)’에, 미국 마퀴스 세계 인명사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3판과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가 선정하는 ‘21세기 우수 과학자 2000’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그러자 언론은 ‘60년대 신동’이 ‘세계의 지성’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김웅용(44)씨. 귀국하기 전까지 천재라는 ‘박제’ 속에 살았다. 주위 시선도 내내 부담스러웠고 인명사전 등재도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저 ‘보통 사람’이고 싶었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3년째 야학교사로 남모르게 봉사활동하고 있다. 직장인으로,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장으로 살면서 미처 배움의 기회를 놓친 50∼60대의 아주머니들을 위해 아름다움을 베풀고 있는 것. 쇄도하는 언론 인터뷰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거부하는 그에게 ‘진실한 인생 얘기 한번 해보자’며 설득했다. 지난달 27일 낮 그가 다니는 직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성암야학’입니다. 중학과 고교과정의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죠.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2교시를 가르치는데 과학과 수학을 맡았습니다.” 야학교사가 된 동기가 궁금했다. 충북대학에 다닐 적에 ‘청심회’라는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대학 졸업후에는 이 대학에서 시간강의를 맡게 됐는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야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지원했다. 그러나 야학교사의 기준이 ‘대학 재학생’으로 정해져 있어 탈락했다.3년 뒤 어느날 규칙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어 다시 지원했다. 자신이 초·중·고교과정의 검정고시를 거쳤기에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알고 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시작된 지 3년. 나이든 제자들도 많다. 그는 “합격한 아주머니가 휴대전화 메시지로 ‘소주 한잔 사겠다.’는 연락이 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면서 어른들도 영어나 수학 등 암기과목을 싫어하더라며 빙그레 웃는다. 아울러 야학교사들 중에는 대학 제자들도 있으며 비록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만학의 자세가 다들 진지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어른 분들을 가르치다 보면 오히려 배우는 것도 많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화제를 바꿔 ‘천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무엇이냐고 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숫자로 성적 매기는 것, 그리고 공부를 얼마만큼 빨리 하느냐 등등 자꾸 비교하는 것, 또 천재가 왜 그 대학에 안 가고 지방대학에 갔느냐 하는 시선들이 정말 싫었다.”고 털어놨다. 충북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 자체로 봐줘야지 자꾸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느낌이 못마땅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부 사람들이 “연세대 나온 부인이 충북대 졸업한 사람과 어떻게 결혼했느냐.”고 질문할 때는 정말 황당했단다. 자신은 현재 가정적으로나 직장에서 행복과 보람을 만끽하며 지내는데 그런 식의 편견을 접할 때마다 많은 실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숫자나 성적순이 결코 행복이 아닐 텐데 왜 자꾸 이상한 잣대로 평가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영재교육과 관련,“우리나라의 영재학교는 자기실력을 계발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 보니 영재학원이 난립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소질이 어디에 있는지 관찰하고 기다려주지도 못한 채 그저 박제된 틀에 밀어넣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무조건 소문난 피아노학원에 보내면 한두달 뒤 아이는 ‘손가락 아파서 못하겠다’는 광경이 그렇다고 했다. 또 “1∼100까지 써오라는 숙제를 왜 그렇게 많이도 주는지….”라고 덧붙였다. 김씨 자신도 뼈저리게 경험했듯이 또래 집단과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영어단어 암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배워야 하는 까닭을 알려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끔 똑똑한 아이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김씨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초·중·고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 건너갔다. 주위의 부추김과 화려한 시선에 짓눌려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 홀로 된다는 것도 그렇지만, 매일 쳇바퀴처럼 꽉 짜여진 일정 속에서 대학원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이어 NASA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에 빠졌다.NASA에서는 ‘계산과 예측’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그의 재능을 필요로 했다. 결국 미국에서의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귀국결심을 했다. 이후 끌려다녔던 시절을 뒤로 하고 다시 처음부터 목표를 세워 진정한 자신의 길을 걸었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연이어 치렀다. 이때에도 천재가 검정고시를 보느냐며 언론에서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 때문에 20점 만점에 13점밖에 못받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학교를 건너 뛰다 보니 검정고시 보면서 생소한 것을 많이 접했다. “노천명의 시 중에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어느 동물인가요’ 하는 문제가 있었어요. 사슴과 기린 중 기린에 동그라미를 쳤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사슴이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친 후 김씨는 자신을 특별하게 봐주지 않는 지방대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하며 모처럼 인간다운 참맛을 체험했다. 김씨는 요즘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직장에서의 무한한 기대감, 그리고 8명의 팀원들과 동고동락하는 생활이 무척 만족스럽다고 했다. 천재라는 말도 잊은 지 오래고, 또 잊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주위에서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부러웠다.”고 했다. 충북대 재학시절 원주고 출신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나중에는 동창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해줘 너무 고마웠단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원주고 교가를 배웠고 원주고 25회 모임에 나갈 자격증(?)까지 땄다며 밝게 웃었다. 부인이 연세대 연구교수(인지과학)로 재직 중이어서 주말부부로 청주에서 지낸다. 충북대 봉사활동 중에 부인을 만났으며 슬하에 아들만 둘을 두었다. 초등 2년생인 첫째는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라고 귀띔한다. 건국대와 이화여대 교수였던 부모는 정년퇴임하고 서울에서 살고 있다. “어떤 맞춰진 틀에 사는 것이 과연 인생일까요? 지금 이대로가 진실이고 가장 행복합니다.” ■ 그가 걸어온 길 ▲1962년 서울 출생 ▲66년 한양대 물리학과 특별입학 ▲69년 건국대 4년 편입 ▲70년 콜로라도대학원 물리학과 입학 ▲7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선임연구원 ▲78년 귀국, 이후 초·중·고교 검정고시 합격 ▲81년 충북대 토목공학과 입학 ▲85년 동대학 졸업 ▲91년 육군병장 만기제대 ▲98년 동대학원 토목공학 박사학위. 이후 충북대 시간강사, 카이스트 대우교수,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위원 근무 ▲2006년 7월∼현재 충북개발공사 근무 km@seoul.co.kr
  • 연못속 생물들의 생태 보고서

    “봄 밤에 내 노래를 들어봐요. 촉촉한 밤. 비오는 밤. 고요한 밤에 내 노래를 들어봐요. 난 밤중에 노래를 불러요.” 어지러운 물풀 사이로 개구리들이 울음주머니를 풍선껌처럼 불어대며 노래한다. 이들의 정체는 ‘고성 청개구리’. 이 친구들의 합창은 봄이 왔다는 신호탄이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이야기’(조이스 시드먼 글, 베키 프랜지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는 생태그림책이다. 그러나 접근방식이 색달라서 마치 음악책을 펼쳐든 것같은 즐거운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고성청개구리가 등장하는 첫장. 그들의 생태를 노랫말로 압축해 들려준 뒤(물론 지면의 대부분이 고성청개구리 삽화로 채워진다.) 다음 페이지에 생태정보를 더 꼼꼼히 덧붙여주는 식이다.“크기가 약 2.5센티미터 정도 되는 이 청개구리는 겨울에 몸이 거의 얼어붙은 상태로 지내요. 하지만 세포 속에 어는 것을 막아주는 ‘부동액’같은 특별한 액체가 있어서 피와 세포는 완전히 얼지 않아요.” 어떤 대목은 동시만큼이나 재미있는 운율을 구사하기도 한다.“콕, 콕, 딱, 딱, 푸르르, 푸르르, 꼬물, 꼬물, 꾸벅, 꾸벅…. 엄마가 부르네!” 다정히 둥지를 튼 아기 미국원앙새 삽화 옆으로 다시 정보가 더해진다.“미국원앙은 원래 잘 놀라고 겁이 많아서, 사람이 방해하지 않는 연못이나 습지대를 좋아한답니다.” 이 책의 무대는 사계절이 지나가는 연못.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쉼없이 이어달리기로 등장하는 아이디어 많은 책이다. 물방개, 푸른무늬왕잠자리, 물곰, 개구리밥, 날도래…. 먹선이 단정한 목판그림이 흥미진진한 생태정보들과 조화를 잘 이뤘다.200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5∼8세.9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009년 오서울씨 가족 한강나들이

    2009년 오서울씨 가족 한강나들이

    “아빠, 잠수교로 하이킹 떠나요. 낙하분수와 ‘물위에 떠 있는 정원´을 보고 싶어요.” 2009년 4월 어느 주말 오후. 회사원 오서울(48)씨는 한강에 놀러가자고 보채는 중학생 딸 시민(14)양과 함께 한강 나들이에 나섰다. 오씨는 집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3년 전인 지난 2006년 9월26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여가·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한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간단한 음료수를 챙긴 뒤 버스를 타고 집에서 가까운 한남대교로 향했다. 다리 위의 차도와 보도 사이에는 1개 차로를 줄여 만든 ‘그린웨이´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했다. 오씨는 남단 다리 위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민공원을 가려면 500m 이상 떨어진 버스정류장에 내린 뒤 지하연결통로를 10분 이상 걸어야 했지만 무척 편리해졌다. 또 정류장에 엘리베이터까지 있어 쉽게 공원에 도착했다. 함께 내린 노인들은 ‘노인전용 셔틀버스´를 이용해 한강 나들이를 즐겼다. 오씨와 시민양은 ‘무료 자전거 대여점´에 들러 자전거를 빌린 뒤 한강 하이킹에 나섰다. 시멘트 블록으로 뒤덮였던 한강 옹벽 경사면은 푸릇푸릇한 야생화와 봄꽃으로 화사하게 빛났다. 무려 76㎞에 이르는 호안과 옹벽을 흙(보호포)으로 덮고 거기에 초화류를 심었단다. “어이야, 어이야디야∼딩가딩가….” 고개를 돌려보니 강물을 지나가는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전통 민요가 관광객들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옆으로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도입된 ‘수륙겸용 버스´와 ‘관광 콜택시´가 부지런히 외국인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다. “아빠! 저기 보세요.” 봄 정취에 빠져 있을 무렵, 멀리 반포대교 난간 아래로 아치를 그리며 떨어지는 ‘낙하분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상·하행 각 960m, 총 1920m 구간에 노즐이 설치돼 다리 위에서 폭포처럼 물이 쏟아졌다. 낙하분수는 지난 2007년 잠수교가 보행자 전용다리로 바뀌면서 설치됐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잠수교를 건너자 ‘물위에 떠 있는 정원´과 생태학습장이 북단 양측에 자리잡고 있었다. 닻을 이용해 물위에 고정한 수상공원은 756평(2500㎡)에 달했다. 시민양은 공원에 들어서자 야외조각품과 어린이놀이터, 전망대, 수상카페 등을 돌아보며 즐거워했다. 다시 잠수교를 건너 하류로 향했다. 노들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 ‘문화콤플렉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어 여의도 지구에 도착하니 샛강 4.6㎞가 생태공원으로 복원됐다. 4∼5시간의 하이킹이 끝나고 양화대교에 이르자 날이 어둑해졌다. 오씨는 “우리 아빠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활짝 웃는 딸의 모습에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상쾌함을 느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건 ‘정치권 빅뱅의 핵’ 되나

    고건 ‘정치권 빅뱅의 핵’ 되나

    24일 미국에서 귀국한 고건 전총리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다시 불이 붙으면서 그가 향후 정계개편의 핵으로 서서히 부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지율 하락과 함께 ‘고건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던 시점이라 캠프내는 모처럼 활기를 찾은 듯하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올 12월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치권 빅뱅 조짐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정파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그에 대한 ‘러브콜’도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도 비슷한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의 주요 ‘등장 인물’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접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한화갑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당이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한다.‘포스트 한화갑’에 대비한 ‘고건 카드’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기존 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 봄까지 ‘희망연대’와 ‘경제와 미래’ 등 자신의 외곽단체들을 확충하면서 세력 확대에 몰두한다는 전략이다. 고 전 총리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그의 승부수는 ‘비(非)호남, 비(非)정치권’을 망라하는 ‘중도 실용세력의 창출’이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는 당분간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공략보다는 비호남 세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고 전 총리는 ‘중도개혁 실용주의’ 노선을 고리로 여야 정파를 떠나 폭넓은 지지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동진(東進)전략’을 통한 전국적인 지지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봄까지 전국적 지원세력을 바탕으로 결국 범여권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최종 승부를 겨룰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儒林(69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1)

    儒林(69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1)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1) 그러나 이연평이 1162년 10월15일 복주(福州)에서 71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주자는 불과 34세의 나이에 스승을 잃어버린 사상적 고아가 되어 버린다.24세에 처음으로 이연평을 만났으므로 1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스승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주자는 이후부터 어쩔 수 없이 자립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후부터 6년 동안 주자는 스승이 없는 상태에서 홀로서기를 단행하였는데, 그의 나이 40세 때에 이르러 마침내 자신만의 독자적인 철학체계를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추정의 근거는 1172년 그의 나이 43세 때에 작성한 ‘중화구설서(中和舊說序)’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연평 선생한테 배웠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중용’이란 책을 받았다. 그러나 희로애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때의 기상을 구하는 것에 대해 채 이해하고 있지 못했을 때 선생님이 돌아가시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의 명민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으나 그 당시 나의 처지는 마치 돌아갈 곳이 없는 궁핍한 사람과도 같았다.” 이처럼 주자는 스승 이연평이 죽자 자신의 처지를 ‘돌아갈 곳이 없는 궁핍한 사람(若窮人之無歸)’의 신세였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주자는 다시 다음과 같이 말을 잇고 있다. “장식(張)이 호남학(湖南學)을 배웠다는 것을 듣고 그에게 가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1169년 봄 친구 채원정(蔡元定)과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 도중 나는 갑자기 호남학의 이론에 의구심이 들었다.…다시 정호와 정이의 책을 잡고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안정시키며 읽었는데, 몇 줄 읽지 않아서 마음이 얼음 녹듯 풀어지며 감정과 본성의 본래 모습과 성현들의 오묘한 가르침이 이와 같이 평이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단지 내가 깨달은 것을 이연평 선생님에게 물어볼 수 없는 것이 한이 될 뿐이다. 그렇지만 이미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근거해서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아직 하지 않으신 말씀도 아마 나의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자가 그의 나이 43세 때 작성한 그 유명한 ‘중화구설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자는 스승 이연평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고아처럼 궁인(窮人)이 되었으며, 그 후부터는 어쩔 수 없이 떠돌이 학자가 되어 방황하다가 장식을 만나서 호남학의 학맥과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장식은 재상이었던 장준(張浚)의 아들로 좋은 가문의 출신이었으나 무엇보다도 주자가 장식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독특한 철학체계를 정립하게 된 것은 장식을 통해 호남학의 신유학을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정호(程顥)와 정이(程 ) 두형제(二程子)의 제자 중 철학적으로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었던 양대 제자는 바로 양시와 사량좌(謝良佐)였다. 정호는 제자인 양시가 학업을 마치고 남쪽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내 도가 남쪽으로 간다.(吾道南矣)’라고 말함으로써 양시계열의 신유학을 이로 인해 ‘도남학’이라고 부르고, 이에 대비하여 사량좌로 흘러내린 신유학을 ‘호남학’이라고 구분해서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 [KOVO컵 양산 프로배구] 가을 코트 용병들 잔치

    ‘다시 스파이크가 시작된다.’ 한국배구연맹(KOVO)컵 양산 프로배구대회가 14일 경남 양산에서 막을 올린다.KOVO가 컵 대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울에 시작해 봄에 끝나는 정규 시즌인 V리그의 공백 기간이 긴 점을 고려, 비시즌에도 배구의 묘미를 팬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마련된 대회.KOVO는 앞으로 매년 비시즌 때 컵 대회를 열 예정이다. 25일까지 12일 동안 남자 6개 팀(15경기), 여자 5개 팀(10경기)이 출전, 각각 풀리그를 펼친다. 승점과 점수 득실률에 따라 1,2위 팀이 결승에 나서며 1위 팀이 패하면 최종 결승전을 치른다. 각 팀들에겐 오는 12월24일 개막하는 06∼07시즌 V리그를 앞두고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남자부에선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을 챔피언으로 이끈 숀 루니를 제외하고 외국인 선수가 모두 교체된 터라 새 얼굴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부상 선수가 많아 최고의 승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장영기, 주전 센터 이선규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고, 루니가 개인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한다. 삼성화재는 신진식, 석진욱(이상 레프트), 신선호, 김상우(이상 센터) 등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해 2진을 대거 기용한다.LIG만이 레프트 이경수를 중심으로 레프트 프레디 윌킨스(캐나다)가 호흡을 맞추는 등 베스트 멤버가 나선다. 대한항공은 라이트 보비(브라질)를 코트에 세운다. 여자부에서도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다.GS칼텍스와 KT&G가 각각 브라질 출신 센터 안드레이아 스포진과 레프트 루시아나 아드르노를 시험 가동할 예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기철 기자의 쇼핑 트렌드] ‘결혼의 계절’ 달라진 풍속도

    [이기철 기자의 쇼핑 트렌드] ‘결혼의 계절’ 달라진 풍속도

    올해 유난히 결혼이 많다. 입춘이 두번 든 쌍춘년(雙春年)인 까닭이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부부가 평생 금실 좋게 잘 산다는 속설이 있다. 통계청은 올해 모두 30만쌍이 결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시장도 덩달아 함박웃음이다. 결혼 관련 시장 규모는 연간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거액을 과감히 쓰기 때문이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랑·신부 모두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바쁜 직장 일을 제쳐두고 결혼 준비만 전념할 수가 없다. # 바쁜 예비 부부의 ‘천사 같은 존재’ 웨딩 플래너 이럴 때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웨딩 플래너이다. 결혼식장 예약부터 예복, 화장, 사진촬영, 신혼여행, 신혼살림 준비물까지 다양하게 취향에 맞게 준비해준다. 일정도 관리하고 필요 이상으로 비용이 지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수집, 제공해준다. 단순히 결혼식을 진행하는 차원을 넘어 한 부부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지난달 26일 결혼한 김진경(28·여)씨는 결혼 직전 직장을 옮겨 결혼 준비를 일일이 하기가 어려웠다. 부모·친구들도 모두 직장인이라 부탁할 수가 없었다. 웨딩 플래너에 의뢰하니 사진, 미용실, 예식장, 혼수까지 모두 척척 해결해주었다. 김씨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웨딩 플래너가 반품하거나 환불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해 줬다.”며 “사진 촬영과 드레스 선택 등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항상 같이 있으면서 챙겨줘 친구보다 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 자매 웨딩플래너가 말하는 3대 트렌드 자매 웨딩 플래너로 주목받는 차세영(30)·명희(28) 마리에 실장으로부터 결혼 트렌드를 들어봤다. 언니 차세영 실장은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호화롭게 하거나 아니면 아주 실용적으로 한다.”며 말머리를 열었다. # 결혼은 럭셔리하거나 아주 실용으로 새침해 보이는 동생 차명희 실장은 “고급 호텔이나 해외에서의 채플(교회) 웨딩은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위주로 최고급의 혼수, 나만의 맞춤 청첩장 등 럭셔리한 결혼도 많다.”고 말했다. 차세영씨는 “실용적인 커플들은 시계나 반지 같은 예물·예단 등을 거부하고, 현금을 들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며 “현금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내집마련을 통해 생활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있는 집’은 주위의 눈치를 살펴 눈높이를 낮춰 보통 수준으로 맞췄는데 이젠 굳이 눈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떠들썩한 결혼은 No, 우리만의 결혼 소규모 결혼식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들 자매의 공통 의견이다. 차세영씨는 “호텔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결혼식에는 초대 리스트에 오른 하객만 참석이 가능하다.”며 “주로 가까운 가족과 친구 위주로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혼 부부들은 주로 외국 생활을 오래한 고학력에 전문직 종사자들이란 게 이들의 귀띔이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결혼’을 위한 다양한 장소를 줄줄이 꿰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작은 파티 풍은 서울 평창동 아트 브라이덜, 전통 혼례는 삼청각, 영화에서와 같은 채플 웨딩은 제주 하얏트 리젠시호텔에서 가능하다며 예를 들었다. # 오붓한 첫날 밤은 시내 호텔에서 짓궂은 장난이 가득한 피로연도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결혼식 후 시내 호텔에서 1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신혼여행을 다음날 떠나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어찌보면 특급호텔에서의 첫날밤이 진정한 허니문인 셈이다. 특급 호텔들은 신혼부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있다. 와인과 과일 선물을 비롯해 풍선과 장미꽃을 장식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선물부터 면세점 쇼핑, 결혼 1주년 챙기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chuli@seoul.co.kr ■ 유통업체 “결혼상담 백화점서 하세요” ‘혼수시장을 잡아라!.’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혼수시장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가 뛰어들었다. 백화점들이 웨딩플래너 등 전문 상담요원을 채용해 웨딩센터를 두는 등 예비 신혼부부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웨딩센터를 국내 최초인 2004년 8월 압구정점에 설치한 이후 롯데와 신세계, 갤러리아백화점 등도 잇따라 마련했다. 김정윤 롯데 웨딩센터 매니저는 “웨딩 행사가 전에는 봄·가을에만 진행하던 백화점의 1회성 이벤트였으나 올해에는 1년 내내 상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혼수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신혼부부들이 결혼해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다시 사러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혼수를 산 예비 부부들에게 일정 금액을 적립, 재구매를 하게 하는 ‘웨딩 마일리지’ 제도를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진아 신세계 웨딩 매니저는 “웨딩 마일리지 적립금 사용기한을 다른 적립금보다 긴 6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마케팅팀 최광보씨는 “외부의 웨딩 플래너는 영리 목적인 반면 백화점의 경우 상담이 무료인 고객서비스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 웨딩 플래너는 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촬영과 화장, 신혼여행, 한복과 예물을 알선하는 정도이지만 백화점은 가구·가전·예단·예복까지 100% 다한다. 신세계는 본점 12층에서 웨딩 살롱을 설치했다. 강남점은 14일까지 ‘LG전자 혼수 가전 특가 기획전’을, 영등포점도 14일까지 ‘레체퍼니처 혼수기획전’을 각각 연다. 또 9월 말까지 웨딩 마일리지 적립행사를 계속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다음달 말까지 자사 웨딩 카드 소지 고객을 대상으로 ‘웨딩 스페셜 세일 쿠폰’을 발송한다. 상품을 살 때 갤러리아 웨딩 카드를 제시하면 참여 브랜드별로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다이아몬드에 올인할까 결혼 트렌드가 변화면서 예물도 많이 바뀌고 있다. 불과 몇년 전 예물을 준비할 때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순금 3세트가 기본이었다. 동시에 예물 세트가 많으면 ‘시집 잘 간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실용화 바람이 강한 최근에는 부부가 반지로 다이아몬드 커플링을 고급스럽게 사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인 삼신다이아몬드의 이정은 팀장은 “세팅의 완성도와 디자인의 질이 좋은 1캐럿(0.2g) 다이아몬드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캐럿 다이아몬드 광산이 고갈되는데다 희소성 때문에 ‘미래의 투자’ 대상으로도 매력적이다. 결혼 생활 5년 뒤,10년 뒤에도 가치가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3500만원이었던 최고 품질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2006년 8월에는 6670여만원이다. 삼신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사람으로부터 시세의 80%에 되사고 있다. ■ 향기 나는 조명 달아볼까 신혼 집에서 조명은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홀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감각적인 공간을 위해서는 조명도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특별한 조명을 가지고 연출하고 싶다면 향기조명제품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꽃모양의, 섬세하게 제작된 외관도 눈길을 끌지만 조명이 향기까지 뿜어낸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톡톡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나 때론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건강까지 생각하는 조명도 있다. 미미라이팅의 내추럴시스템조명 시리즈 중 건강제품 ‘심플 UV’는 오염도 감지 센서가 달려 있다.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살균조명으로 살균한다. 또 바이오세라믹 입자가 조명기구에 내장돼 있어 공기탈취의 기능도 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소니 PS3 유럽출시 또 연기 ‘타격’

    |도쿄 이춘규특파원|지난해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 뒤 ‘V자형 회복’ 가능성을 보였던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잇단 악재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소니는 최근 노트북PC용 배터리의 대량 리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올해 최대의 야심작으로 준비했던 차세대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3(PS3)마저 생산차질이 빚어지자 시름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7일 소니의 PS3 유럽 출시 일정이 당초 올 11월에서 4개월가량 지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PS3는 이미 올 봄 출시하려다 한차례 미뤄진 적이 있어 올해만 두 차례나 출시가 연기되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계획대로 오는 11월쯤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공급물량이 당초의 절반으로 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영재건을 서두르는 소니의 전략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많다.taein@seoul.co.kr
  • [눈에 띄네] 사진집 낸 영화 ‘괴물’의 배두나

    [눈에 띄네] 사진집 낸 영화 ‘괴물’의 배두나

    “이 배우 최초의 흥행작이 되길 바랍니다.”(송강호) 어째 놀리는 것 같던 덕담 덕택일까. 영화 ‘괴물’이 지난 주말 역대 흥행1위에 올랐다. 화끈하게 굴러온 이 복덩이, 당사자인 배두나는 정작 볼멘소리다.“그러게요. 여러 차례 나눠주시지. 한번에 너무 몰아주셨어요.” 이전 출연작의 성적을 들먹이려자 화들짝 손사래친다.“저 (그런 부분에) 예민하거든요. 하핫∼.” ‘괴물’ 이전, 호평받았으나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작품들이 못내 가슴 아픈가보다. 이번엔 11월 OCN에서 방영예정인 16부작 드라마 ‘썸데이’를 택했다. 케이블 채널임에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맡은 역할은 일본인·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란 만화가 ‘야마구치 하나’. 사랑은 호르몬 장난에 불과하다는 냉소적인 캐릭터다. 원래 성격은 엉뚱한 무정부주의자 ‘영미’(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 가깝단다.“그래도 재밌어요. 한번 보시면 알 거예요.” 요즘은 새로운 재밋거리, 사진에 빠졌다. 마니아들이 그렇듯,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장만한 장비 두고 좋다고 희희낙락이다. 아예 ‘두나´s 런던놀이´라는 사진집도 냈다. 올 봄,‘괴물’ 촬영을 끝내고 런던을 돌며 찍은 사진들이다. 이게 또 베스트셀러 조짐을 보인다. 이래저래 최고점을 찍고 있는 시절인데, 본인은 얼른 다시 놀러가서 사진 찍고 싶을 뿐이란다. 속세 사람들이 성공을 부러워할 무렵, 배두나는 이미 사진의 세계로 ‘유체이탈’(다른 생각하느라 멍∼해질 때마다 주변에서 이렇게 부른단다.)해버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농부시인 이종만 ‘시집’ 류기봉 ‘산문집’ 출간

    시인 이종만(사진 오른쪽·57)과 류기봉(41)의 시에서는 땀냄새가 난다. 몸을 움직여 노동하는 자의 정직한 땀방울이 느껴진다. 이 시인은 전국을 돌며 벌을 치고, 류 시인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포도를 키운다. 양봉과 포도농사는 이들이 30년 가까이 매달려온 생업이다. 주경야독으로 농사와 문학을 겸업하는 두 농부시인이 나란히 책을 냈다. 이종만 시인은 등단 15년 만에 첫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문학세계사)를 묶었고, 류기봉 시인은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예담)를 냈다. 꽃과 벌을 연인처럼 따라다니고, 포도를 자식처럼 키우는 농부의 일상에서 깨달은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진솔하고, 담백한 언어에 담았다. ‘벌 치는 시인’ 14년만에 첫 시집 “나는 눈보라처럼 날리는/아카시아 꽃잎 사이를 가는 사람/꽃보라처럼 날리는 생을/괴로워하지 않는다//아카시아 꽃 시들어도/벌이 있어 꿀이 있어/꽃은 지지 않는다/꿀 먹은 사람 속에서/아카시아꽃 다시 환하게 핀다”(‘꽃은 지지 않는다-양봉일지9’중) 이종만 시인이 벌을 치기 시작한 건 스물아홉살 때부터다. 경남 사량도에서 태어나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시인은 동네 어른에게서 벌 키우는 법을 배워 고향을 떠났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초등학생때 동시를 곧잘 쓸 만큼 일찍 문학에 눈을 떴다. 봄에는 꽃소식을 따라 전국을 떠돌고, 여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로열젤리를 수확하고, 가을에는 벌의 월동을 준비하는 빡빡한 일상에서도 시를 놓지 않은 끝에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인의 꿈을 이뤘다. “시를 꾸준히 써야하는데 일이 없는 겨울에만 쓰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 시집 한 권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시인은 “자연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욕심 부리지 않고 썼다.”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시집에는 소박하지만 정겹고, 단순하지만 울림이 깊은 시들이 많다.“생각하기보다 기도하기로 한다/기도하기보다 미소짓기로 한다/미소짓기보다 손을 잡아주기로 한다”(‘별’전문)라거나 “귀뚜라미 울음에 방문을 열다//휘영청 달빛에 방문을 열다//소복소복 내리는 눈에 방문을 열다//소리 없는 봄비에 방문을 열다”(‘방문을 열다’전문)에서는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된 시인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포도시인’ 농부를 이야기하다 류기봉 시인의 포도밭은 유명하다. 포도 수확철인 9월 첫째 주말에 문인과 일반인을 초청해 여는 ‘포도밭 작은 예술제’가 올해로 9년째다.1993년 ‘현대시학’에 그를 추천한 김춘수 시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는 시 낭송과 그림전시, 흙 밟기 등 자연과 사람, 문화가 하나되는 잔치마당으로 인기가 높다. 30년 전 시인의 아버지가 남양주 장현리의 거친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은 부자가 함께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흙이 건강해야 포도나무가 건강하고, 그 열매를 먹는 사람도 건강해진다.”고 믿는 시인은 농약을 한방울도 치지 않는 자연산 포도만을 고집한다. ‘장현리 포도밭’‘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는 포도나무를 키우면서 터득한 인생 철학과 이 땅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포도밭 일은 복잡할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단순한다. 그 단순함 속에서 우주와 자연의 진리는 더 분명하게 보인다.”(57쪽) “포도밭에는 가뭄이 최악의 재해다. 타들어가는 포도밭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깊게 타들어간다. 이때의 애타는 심정을 농부말고 또 누가 알 것인가”(79쪽) “올여름 햇볕이 좋아서 예년에 비해 수확이 좋다.”는 시인은 “포도 수확에 맞춰 산문집을 내다 보니 올해는 자식농사를 두번이나 지은 듯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반 고흐는 지금 태백에 있다

    항상 계절이 바뀌어 갈 때쯤,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을 안고 강원도 태백의 고원자생식물원으로 떠나보자. 초록의 도화지에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아름다운 해바라기밭이 기다린다. 굳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말하지 않더라도 강렬하고 애잔한 노란 물결로 비어있는 가슴 한쪽을 노란물로 덧입혀 보자. 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과 의욕으로 당신의 몸과 마음이 채색될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며 화폭에 담아냈던 노란 해바라기. 광기어린 눈으로 생명과 태양을 바라보며 그려낸 걸작으로 노란색이 그토록 강렬하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그 후로 노란 해바라기는 강렬한 생명을 의미하게 되었다. 또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소피아 로렌이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의 흔적을 좇아 헤매던 영화 ‘해바라기’에서 펼쳐진 광활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밭.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그녀의 눈망울을 닮은 ‘해바라기’는 이젠 애잔함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양신 아폴로를 사랑한 요정 크리티에가 9일 동안 자신이 흘린 눈물만 마시며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해바라기가 됐다. 그래서 꽃말은 ‘열정과 그리움’. 역시나 이런 가슴 아픈 전설 때문인지 더욱 해바라기의 바다가 그리워진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을 가로지르는 삼수령 아래 위치한 강원도 태백의 ‘구와우’(九臥牛)마을. 아홉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붙여진 편안한 마을의 구봉산자락에 고흐의 사랑이 가득 담긴, 소피아 로렌의 애잔함이 잔뜩 묻어 있는 ‘노랑’의 물결이 가득하다. # 노란 천국으로 떠나는 여행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 이정표를 보고 들어선 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식물원을 찾았다.12만평이나 되는 식물원 전체에 해바라기밭은 아래쪽 2만평, 위쪽 3만 5000평.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12만평은 얼마나 크고 3만평은 또 얼마나 되나. 하여간 무지하게 넓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선 식물원 입구. 처음 만난 것은 코스모스였다. 하늘하늘 화사한 웃음이 보는 이의 마음을 밝게 만든다.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의 가녀린 코스모스의 위태로운 몸짓은 언제 보아도 오래된 누이를 만난 듯 정겹고 반갑다. 관람로를 따라 식물원에 들어서자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쑥대밭’이 된 해바라기밭이 눈에 들어온다. 한창 해바라기가 피어 있을 때인데 이게 웬일인가. 놀란 마음으로 다가서니 주인장의 ‘속상한 소리’가 노란 해바라기를 대신해서 서 있었다. “긴 장마에 자식 녀석들이 제대로 태양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더니 지난주의 태풍 ‘우쿵’ 때문에 녀석들 대부분이 누워버렸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가슴이 ‘찡’해온다. 그래도 위쪽 해바라기밭은 분지여서인지 아직 쓰러지지 않고 노란 잎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한여름 꽃구경은 뜨거운 땡볕과 무더위로 고생을 하는데 역시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인지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고 날씨마저 선선해 꽃구경을 하기에는 ‘딱’이다. 쓰러져 있는 해바라기를 뒤로하고 산등성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자 여기저기서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구절초, 편안한 연보랏빛의 벌개미취의 모습에 걷는 고생은 씻은 듯 사라진다. 잣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숲길이 끝나니 노란 해바라기가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 감동의 노란 물결 숲을 빠져나오자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원두막이 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쉬라고 지어놓은 모양이다. 원두막 앞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눈앞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림으로 보았던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더욱 강렬함을 준다. 오두막에 앉아 불어오는 노란 바람에 온몸을 맡기며 세상 시름을 잠시 내려놓는다. 참 평화롭다. 크고 부드러운 능선의 굴곡을 따라 난 산책로. 손을 꼭 잡고 걷는 중년의 부부, 어깨를 감싸고 사진을 찍는 연인,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이 지나간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고 좋았다.3만평이 넘는 밭의 절반에 피어 있는 노란 해바라기는 한 방향만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다. 참 이상하다. 어찌 저 수많은 해바라기꽃이 한결같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 여행정보 태백 고원자생식물원(www.guwow.co.kr)의 해바라기 축제는 아마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듯싶다.‘자연의 일을 인간이 어떻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는 김남표 원장은 9월12일까지 축제를 열고 싶은데 긴 장마와 태풍 때문에 다음 주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식물원 관람로를 따라 한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2시간이면 넉넉하다. 식물원에서는 해바라기 다음으로 인기있는 것은 해바라기 산야초 비빔밥. 더덕, 당귀, 메밀 새싹 등에 밥과 고추장, 해바라기씨 기름을 넣고 비비면 매콤달콤한 비빔밥이 완성된다. 밥이 진짜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 따로 나와 이색적이다.15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낸 장국도 시원하다.7000원. 각종 산나물과 약초, 해바라기씨를 넣고 노릇노릇 붙인 산야초전도 별미.5000원. 이밖에도 동동주, 메밀전, 도토리묵 등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 “내년엔 유채바다 만들터” 누가 첩첩산중에 이렇게 광활한 해바라기밭을 만들었을까. 얼마나 해바라기를 좋아했으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을까. 고원자생식물원 김남표(41)원장이 직접 가꾸고 심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접고 5년전 고랭지 배추를 재배했다가 수지가 맞지 않자 친구와 함께 식물원을 차렸다. “뭐 큰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배추 농사보다 낫겠다 싶어 해바라기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머리는 길어 늘어뜨렸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 마디 굵은 손가락을 보면 고생했던 세월이 쉬 느껴진다. “식물원을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일을 해도 끝이 없어요. 저기 보이는 언덕 돌담, 불과 1㎞도 안 되지만 혼자서 3개월을 고생한 끝에 만든 거예요. 처음에는 40㎏짜리 해바라기씨 10포대를 아주머니 30명이 열흘동안 심었어요.” 이 많은 해바라기는 어떻게 할까. 일단 해바라기씨를 전부 채취해서 기름도 짜고 다음해 심을 종자로 쓴다. 또 간단하게 음식도 만든다. 씨를 빼고는 모두 밭을 갈아 엎는다. 해바라기는 단년생으로 내년에 또 다시 씨를 뿌려야한다. 내년 봄에는 유채꽃 씨를 뿌려 다시 자생식물원을 노란 바다로 만들 작정이다. “뭐 사람이 산다는 것이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면 그게 제일 아닌가요.”
  •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인 사람. 다른 인종의 장점이 합쳐진 사람.’미국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지난봄 내한할 당시 TV 전파를 탔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다. 혼혈 가수 인순이의 눈물을 배경으로 한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성공한 혼혈 스타에게 환호를 보내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냉대와 괄시를 받는 평범한 혼혈인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김중미의 첫 장편소설 ‘거대한 뿌리’(검둥소)는 혼혈인을 대하는 이중적인 사회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달동네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친숙한 동화 작가 김중미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동두천 미군 기지가 낳은 혼혈의 아픔과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도시 빈민촌에서 태어난 정아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묵묵히 폭력을 견디는 어머니 밑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자랐다. 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정아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온 ‘나’는 정아를 이주노동자 축제에 데려가는 등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아가 네팔 이주노동자 자히드의 아기를 가졌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다. 정아와 자히드, 그리고 태어날 아기가 겪을 고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동두천에서 자란 ‘나’는 혼혈인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곳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에는 첫사랑 재민도 있다. 백인 혼혈인 재민은 동네 사람들의 심한 멸시를 받았다.“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 도대체 튀기가 뭐 어쨌다는 거야? 물건은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왜 우리 같은 애들은 싫어해?”(150쪽) ‘나’는 정아를 위해, 그리고 동두천에서의 기억이 시시때때로 가슴을 내리누르는 자신을 위해 중학생 때 떠나온 이후 한번도 가지 않았던 동두천을 찾아간다. 미국으로 간 줄 알았던 재민을 다시 만난 ‘나’가 그에게 털어놓는 속마음은 바로 작가의 목소리다.“재민아, 동두천은 말이야.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곳이야. 여기 살던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아.(중략)왜냐하면 동두천은 현실이거든. 이 땅 어디를 가도 지워버릴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189쪽) 1963년생인 작가는 동두천에서 열네살때까지 살았다.“사춘기 이후 내 안에 큰 의미로 자리잡은 동두천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동두천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이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2001년 ‘작가들’에 발표했던 중편 분량의 소설을 다시 손질해 내놓은 그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걸맞게 사회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3)강역(江域)-자연상징(상)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3)강역(江域)-자연상징(상)

    한반도의 모양은 흔히 대륙으로 도약하려고 웅크린 호랑이에 비유된다. 이때 호랑이의 등뼈에 해당하는 것이 백두대간(白頭大幹)이다. 백두대간이란 용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신경준의 저술로 알려진 ‘산경표(山經表)’에 처음 등장한다. 민족의 발상지 백두산 우리 조상들은 산을 이어지는 줄기로 파악하였는데, 우리 국토의 뿌리인 백두산에서 시작해 낭림·금강·설악산 등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속리·덕유산으로 이어져 지리산에서 멈춘 가장 크고 뚜렷한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불렀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생명선이다. 한반도의 주요 강이 백두대간에서 시작되고, 대부분의 산이 백두대간으로 연결되어 생명의 통로가 된다. 또한 백두대간은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의 저장고이다. 옛 사람들에게 백두대간은 신앙의 대상이자 수련의 장소였으며, 의식주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고달픈 삶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백두대간은 가장 중요한 자연유산이며, 여가와 관광, 그리고 교육의 공간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백두대간의 시작인 백두산(白頭山)은 우리나라 산의 시조(始祖)이다. 백두산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조선왕조실록’에는 1597·1668·1702년에도 백두산에서 분화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큰 산으로, 머리에는 천지(天池)라는 커다란 호수를 이고 있어 사람들이 외경심과 신비감을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백두산을 민족의 발상지로 여기고, 성산(聖山) 또는 영산(靈山)으로 신성시해 왔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에 걸쳐 있다. 그래서 백두산을 둘러싼 양국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중국이 백두산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편치 않다. 백두대간에 속한 산 가운데 경치로는 금강산(金剛山)이 최고로 꼽힌다. 화강암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를 받아 만들어진 ‘일만 이천 봉’과 기암괴석, 그리고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중국에까지 알려져 중국인들도 금강산을 직접 구경하는 것을 소원하였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도 금강산 구경을 평생의 소원으로 간직한 이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금강산의 빼어난 경치뿐 아니라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금강산은 사찰과 문화재, 전설을 많이 간직한 산으로도 유명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산 여행이 오늘날의 해외여행보다 더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기행문을 통해 간접 여행하는 ‘와유(臥遊)’가 유행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금강산은 남북화해의 상징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아직 금강산의 절반인 외금강만 구경할 수 있는 반쪽 관광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더 좋아했고 그래서 더 많이 찾았던 내금강을 하루빨리 구경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며칠 전 광복절을 맞아 생각나는 강역으로 독도(獨島)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국토의 동쪽 끝인 독도는 동해(東海) 한가운데 있는 섬이다. 독도는 행정구역 상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이며, 우편번호는 799-805이다.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독도는 하나의 섬이 아니라,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섬과 주위에 89개의 부속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독도(獨島)’라고 표기해 ‘외로운 섬’,‘홀로 섬’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돌섬’을 ‘독섬’으로 발음하면서 ‘독도’로 표기한 것이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측 자료에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일본은 계속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강역과 관련된 민족문화상징으로 독도를 꼽은 것은 이러한 일본의 억지로부터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 국토의 막내이기 때문이다. 일본자료에도 “한국땅” 독도 독도를 품고 있는 동해(東海)도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바다이다. 동해를 둘러싼 문제는 영역이 아닌 명칭 때문인데, 같은 바다를 두고 우리는 동해(East Sea),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동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기원전 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에 대한 기사에 동해라는 이름이 사용되어 약 2000년 전부터 동해라 부른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자체가 7세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동해 명칭이 일본해에 비해 역사적으로 선행하는 만큼 동해는 동해로 불러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지도에서 동해 표기는 90% 이상이 일본해로 되어 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가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문화상징에 해양강역으로 동해가 선정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살펴본 우리 강역에 대한 정보를 조선시대 사람의 눈으로 집대성한 것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이다. 이 지도는 한반도를 북에서 남까지 동서로 끊어 22폭으로 나누어 담았다. 이 22폭을 상하로 모두 이으면 가로 약 3.3m, 세로 약 6.7m의 거대한 대축척 전국지도가 만들어진다. 대동여지도는 한반도의 윤곽을 정확하게 그렸을 뿐 아니라 백두대간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망·역·창고·성곽 등 각종 인문지리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어 19세기 중엽 우리 국토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의 고지도 중 최고의 걸작으로,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자연경관으로는 황토, 갯벌, 풍수 등 3가지가 선정되었다. 황토(黃土)는 한국인과 가장 친한 흙이다. 우리 조상들은 황토로 만든 집에서, 황토로 빚은 옹기에 저장한 음식을 먹으며 평생을 보냈다. 황토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할 뿐 아니라 습도도 저절로 조절된다. 가을에 수확한 곡식을 종자로 쓰기 위해 황토벽에 걸어두면 이듬해 봄까지 온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화·산업화의 바람 속에서 황토벽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시멘트벽에 걸린 종자는 겨울을 나는 동안 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황토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적당히 가열된 황토가 몸에 이로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고 하여 ‘황토침대’,‘황토방’이 유행한다. 옛날 어른들이 온돌방에서 ‘지지고’ 나면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자연경관 ‘황토·갯벌·풍수’ 황토는 바다의 적조 제거에도 한몫을 하며,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황토의 흡수력, 해독력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사람과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황토를 사용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한하운의 시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이라는 대목이 나오듯이, 우리나라 황토가 누런색이 아닌 붉은색을 띤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술용어로는 ‘적색토’라 불린다. 황토는 전국적으로 나타나지만, 특히 서해안의 해발 150m 이하의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에 넓게 분포한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운반해온 미세한 흙이 쌓인 해안의 평평한 땅을 말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발달한 갯벌은 그 규모에서 세계적이다. 우리는 과거 갯벌을 쓸모없거나 간척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갯벌은 일찍부터 ‘바다밭’이라 불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갯벌에 자라는 각종 조개를 캐거나 어살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일은 서남해안 어민들의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우리가 갯벌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무분별한 대형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많이 사라지고 나서부터이다. 갯벌은 어민들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며, 다양한 동식물이 자라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동시에,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거대한 정화조’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국토면적의 2.5%를 차지하는데, 돈으로 따지면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갯벌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이다. 보존과 함께 지속가능한 이용도 필요할 것이다. 풍수(風水)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전통적 환경사상이다. 풍수는 그 이론들이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나,8세기경 우리나라에 도입된 뒤, 우리 나름의 생각과 가치가 더해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풍수를 묘 자리나 보는 지술(地術)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풍수는 죽은 사람의 쉴 자리보다는 산 사람들의 살 자리를 찾는 일종의 입지론이다. 풍수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도에서부터 마을의 터 잡기까지, 그리고 도시와 마을의 공간배치와 구성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따라서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상징이 풍수인 것이다. 정치영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영화 해변의 여인

    영화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일곱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 전원사·31일 개봉)은 이제까지 나온 그의 작품중 가장 대중과 가까워진 영화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관계맺기에 급급한 느낌이나, 뭔가 ‘닦지 않은 듯’한 마무리에 대한 찜찜함이 한결 덜하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행동을 보여주어 ‘안티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오해를 샀던 전작들에 비해 이 영화 속 여성들은 보다 ‘개운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동상이몽 로맨스’를 표방한 이 영화는 첫 만남에서 짜릿한 눈맞춤을 한 영화감독 중래(김승우)와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서로 호감을 갖는 두 남녀는 입맞춤에 몸맞춤(?)까지 간다.‘이제, 이 남자 내꺼야.’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남자의 태도가 이상하다. 다시 서해안을 찾은 중래, 그와 만난 ‘문숙을 닮은’ 선희(송선미). 그리고 또다른 밤, 이어지는 세 남녀의 미묘한 관계. 시나리오 없이 하나의 큰 그림을 잡고, 상황에 따라 그 속에 아이디어들을 녹이는 홍상수표 영화는 늘 생각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일상인 그것들을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도 ‘발생 가능한’ 일상 속에서 연애에 대한 심리를 직접화법으로 끌고간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보여준, 첫 만남이 바로 잠자리로 연결되는 다소 공감 안 가는 부분과, 가끔 조금 짧게 끊었으면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애정’을 기본으로 한 남녀의 관계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라 2시간(127분)이라는 약간 긴 상영시간이 지루함보다는 공감으로 가득해진다. 홍 감독 자신의 모습이 녹아 있기도 하다는 중래와, 그 중래가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강좌’, 문숙의 술주정 등 곳곳에 재미가 숨어있다.15세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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