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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열차 56년만에 달렸다] 北열차 본 80代 “추억속 기차 꿈만 같다”

    ●‘김일성수령 오르셨던 차’ 현판 이날 오전 동해선 시험운행을 앞두고 금강산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측 기관사 노근찬씨는 열차 시험운행 소감을 묻는 남측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도 손사래까지 치며 질문을 피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열차 탑승 직전 우리측의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역사적인 순간인데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을 받고서야 “조국 분단 역사에서 잊지 못할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씨가 운전하는 열차는 낮 12시21분 군사분계선을 통과,9분 뒤인 12시30분 남측 제진역에 도착했다. 북측 열차는 내연 기관차 1량과 발전차 1량, 객차 4량 등 모두 6량으로 ‘위대한 김일성 수령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는 붉은 현판이 기관차 측면에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열차에서 내린 북측 탑승객들은 기자들을 향해 “반갑습니다.”“감사합니다.”라며 짧은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오찬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객차 문을 열고 나선 열차원 김혜련(28)·이혜경(28)씨는 “한민족의 핏줄은 속일 수 없다.”면서 “6·15 북남선언이 잘 지켜져 통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김용삼 북측 철도상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날씨가 참 좋다. 통일의 좋은 징조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열차내부는 노란색과 회색 의자가 단정했고 테이블마다 과일과 북한산 생수, 사이다, 콜라병이 놓여 있어 짧은 시간 남북 탑승객들끼리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하게 했다.한편 열차에 탑승한 명계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로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원칙과 상식 대표 직함으로 이날 동해선 행사에 참석한 명씨는 기자들이 ‘탑승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바다이야기 대표로 온 사람이다, 나는 바다이야기 이후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오후 3시 기적 울리며 북으로 아침부터 환영행사에 참석한 고성군 간성읍 상리마을 주민들은 반세기 만에 북한 열차를 둘러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고성에서 살았다는 유순덕(80)할머니는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열차를 타고 고성·제진역에서 원산을 통해 평양과 서울을 오갔다. 죽기 전에 옛날 타던 기차를 다시 보니 꿈만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 일행은 한식에 반주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날 오후 3시 타고 온 열차편으로 다시 돌아갔다. ‘고향의 봄’과 ‘반갑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북측 일행은 기차에 올랐고 고성 명파초등학생들이 한반도기를 흔들자 손을 흔들며 아쉬워했다. 북한 기차는 오후 3시쯤 기적소리를 여러 차례 울리며 미끄러지듯 북으로 움직였고 플랫폼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다음 만남을 기약하듯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북한 언론 짤막하게 보도북한은 17일 반세기 만에 이뤄진 남북 열차운행을 극히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남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이 17일 동서해선에서 각각 있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시험운행이 금강산청년역에서 남측 제진역까지, 남측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진행되었다.”면서 “여기에는 우리 측에서 철도상 김용삼, 내각책임참사 권호웅을 비롯한 관계부문 일꾼(간부)들이, 남측에서 건설교통부 장관 이용섭, 통일부 장관 이재정 등 관계자들이 참가하였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그러나 열차 시험운행의 역사적 의미나 평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측이 축제 분위기를 띄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경의선 동해선 공동취재단파주 한만교·고성 조한종·문산 한상우 정서린기자 mghann@seoul.co.kr
  • [문화마당] 꽃이 져야 열매가…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교정에 만발했던 철쭉조차 어느새 져버렸다. 이래저래 꽃 진 자리를 남기고 계절은 신록으로 무르익겠지만 꽃이 져야 결실의 시절이 다가오므로 분분하게 날리는 이 봄의 낙화가 늦가을을 휘몰아가는 낙엽처럼 쓸쓸하지만은 않다. 천체의 운행은 만고(萬古)에 변함이 없어, 때가 되면 풍화설월(風花雪月)을 어김없이 흩날려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옛 시에 “산중에 달력이 없어도 꽃과 잎이 봄 가을을 알린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그것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인간사의 질서조차 우주의 맥박에 실려 있음을 깨우치는 일이다. 낙화(落花)는 동백이나 능소화처럼 망울째 툭툭 꺾어져 버리는 것도 있지만, 목련이나 철쭉처럼 어질러진 꽃잎자리가 너저분해지는 경우도 많다. 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므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에게 무수한 찬탄을 받아왔다. 고려 말의 문신 이조년은 청초·결백·냉담·애상 등의 속성을 지닌 ‘배꽃’을 제재로 봄밤의 애상을 사무치게 노래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라고 시작되는 그의 시조는 고독과 애련의 심리가 배꽃의 흰색에 표백되어 봄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인의 심경을 그림이듯 환하게 펼쳐 보인다.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 한 구절도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은 지는 꽃의 숙명을 노래한 것이지만, 인간사의 섭리로도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이별은 어느 누구도 회피할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낙화조차 여기서는 분별하며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심미적 영상으로 아름답게 되비춘다. 꽃은 져야 하므로, 지기로서니 어찌 바람을 탓하랴. 꽃이 저렇듯 사람 사는 이치도 그러하리라. 대체 인품이란 놓인 위치에 따라 평가의 기준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겪어보아야 아는 것이라면, 그가 남긴 뒷자리로 그 됨됨이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비운 자리가 깨끗하고 넓을수록 그는 인격이 남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도량이 큰 그릇이었으리라. 그릇은 텅 비어야 수확물들을 다시 갈무리할 수 있다. 높은 공직을 살았거나 거나하게 한재산 모은 사람이라도 뒤가 너저분하다면, 그가 누린 평생은 오물(汚物)로 뒤덮였을 것이다. 꽃이 져야 비로소 열매가 맺힌다. 꽃이 열매를 갈무리하려 드는 모순을 본 적이 있느냐. 누려야 할 시절을 제대로 누린 뒤에 깨끗이 꽃자리를 비워줄 때, 비로소 나무는 튼실한 열매를 기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는 이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낙화가 없는 삶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억지로 꽃 시절을 이어가려 한다면 결국 살아온 일생의 뒷자리마저 넝마로 만들 뿐이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느새 대선의 파장이 시정(市井)에까지 소용돌이치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전·현직 대통령들까지 저마다의 정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고 혈안들이다. 국민은 안다. 사욕과 책략으로 얼룩진 정치가 나라를 안락하게 이끈 적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말로써는 누굴 위한다고 떠들어대면서도 정작 형편없는 궁리로 제 잇속을 차리거나, 언젠가는 탄로날 복심을 감춘 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대는 오합지중들이 자칭 지도자라며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무엇을 맺지 않아도 좋다. 한번 옹골차게 국민을 감동시키고 흔쾌히 물러나 앉는 배꽃 같은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인가. 열매를 거두는 것은 꽃의 몫이 아니라 그 열매를 추수하는 농부, 곧 국민의 몫이다. 떠난 자리조차 오래 향기로운 나라의 사표(師表)가 진정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이종현의 나이스샷] 라운드 자주 한다고 좋은건 아니다

    자주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명심보감을 보면 하칠동삼(夏七冬三)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부부가 관계를 가질 때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숫자를 일컫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부 관계는 여름엔 일주일에 한번, 겨울엔 3일에 한번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골프에서는 동칠하삼(冬七夏三)이 좋다. 이 역시 골퍼들이 라운드를 나갈 때 겨울엔 일주일에 한번이 좋고 여름을 비롯해 봄, 가을 시즌엔 3일에 한번이 좋다는 것이다. 골프나 섹스 모두 지켜야 할 횟수를 지켜가며 정기적으로 진행한다면 더 없는 행복과 건강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겐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경쟁심리로 인해 모든 것에 있어서 지나칠 때가 많다. 다시 말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넘치는 것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섹스 역시 잦게 되면 건강을 해치게 되고 ‘혈성 사정’등으로 인해 원만한 부부 관계는커녕 한동안 관계를 갖지 못해 오히려 손해다. 골프 역시 지나친 라운딩은 피로 누적 탓에 짜증이 나고 근육과 몸의 탄력도 떨어져 오히려 스코어가 줄어든다. 자주 골프를 하면 쇼트게임이 좋아지고 감각이 살아날 것 같지만 이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가졌을 때의 현상이다. 잦은 골프는 반대로 감각도 둔화시키고 무엇보다도 스윙 폼을 망가뜨린다. 의학 전문의는 아마추어 골퍼가 일주일에 3회 이상 라운드를 하면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한번씩은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골프 여행을 가거나 3,4일을 연이어 골프를 치는 경우 이상하게 볼이 잘 맞지 않는다. 이럴 땐 무조건 쉬면서 정신·육체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물론 충분히 체력을 쌓고 정기적으로 영양을 고루 섭취하며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프로 골퍼들도 매주 4일씩 라운드하기 때문에 연이어 플레이를 펼치는 것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보통 40개 대회가 있으면 적게는 20개 대회, 많게는 30개 대회 정도만 참가한다는 것이 프로 골퍼들의 생각이다. 자주 나간다고 해서 결코 좋은 성적과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돌아왔다. 국내 골퍼들도 이젠 사냥하듯이 필드에 나가 좋은 스코어만 바랄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골프를 위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 라운드 횟수를 지키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총알에 날개를 달았다. 날카로운 부리도 있다. 어떤 계략이나 은폐·엄폐가 필요없다. 잔잔한 호숫가를 그저 바라보는가 싶더니 ‘쉬익∼’ 하고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예술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파문과 현란한 날갯짓에서 펼쳐지는 청록색 향연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이 광경을 보고 아마 ‘비(翡)’라고 했을 터.0.002초의 승부사 물총새, 바로 그 색깔(翡)에 우리 조상들은 넋을 놓았을 것이다. 천년 세월을 이어온 ‘고려청자’가 세계의 으뜸인 까닭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형언할 수 없는 천하제일의 비색(翡色)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석의 비취색보다 더 고운, 태고의 신비감이 자랑이다. 그 비색을 좇아 살아온 40년 세월이다. 고려인의 비색청자를 가장 가깝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생동감 있는 문양창조로 청자의 품격을 한층 세련되게 끌어올려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정상들로부터 ‘보물급’이라는 찬사를 듣는다.‘청자의 거장’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美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작품 영구전시 혁산(赫山) 방철주(85)옹. 경기도 이천의 ‘동국요’에서 나이를 잊은 채 여전히 ‘작업중’이다. 선생은 요즘 어느 때보다 ‘청자인생’에 보람을 느낀다. 다름 아닌 다음달 7일 선생의 작품 ‘지구무늬 항아리(Global Jar)’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전시(등록번호 2043527)된다. 1998년 제작된 이 ‘지구무늬 항아리’ 표면에는 물방울 모양이 점점 확대되거나 축소되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듯한 현대적인 문양이 그려져 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고려청자의 고전적인 아름다운 비색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생은 2000년 일본 도자기상이 연출한 희대의 고려청자 사기극을 밝혀내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이 된 바 있다. 지난 9일 도자기 축제가 벌어지는 경기도 이천시내를 거쳐 신둔면 수하리에 위치한 ‘동국요’를 찾았다. 마당 한가운데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지금까지 선생과 동고동락을 같이해 온 세월의 버팀목인 듯했다. 그 주위로 전시장, 작업실, 사무실 등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낯선 기척에, 수제자이자 딸인 방문숙(43)씨가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이어 선생이 “멀리서 왔다.”며 손을 내밀었다.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피부가 무척 젊고 고왔다. 아름다운 비색과 함께 살아서 그럴까. ●수제자인 딸과 함께 작업 작업실에 들어섰더니 마침 딸과 함께 작업중인 ‘지구무늬 항아리’가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될 작품과 똑같은 크기로 전체 작업단계 중 약 80%라고 선생은 설명했다. 이어 전시실로 들어섰다.40평 남짓한 공간에는 온통 비색으로 가득찼다. 가장 아낀다는 ‘벚꽃무늬 항아리’를 비롯한 각종 꽃들이 비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또 주병(酒甁), 장경병(長頸甁) 등 여러 가지 병류와 매병(梅甁), 각종 주전자 등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진열대 중간 중간에 찰스 영국 왕세자,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일본의 나카소네·후쿠다·호소가와, 고이즈미 전 총리 등 혁산의 비색청자를 선물받은 각국 정상 12명의 사진과 관련 기사들이 액자로 쭉 놓여져 있었다. 그의 작품이 세계 정상들의 안방에 놓여져 있다는 생각에 경외스럽게 느껴진다. 잠시 그의 도록집을 살폈다. 도자사학가 강경숙씨는 “선생의 작품세계는 절정기의 비색청자의 모방과 재현에서 출발했으나 현대의 미감이 충분히 발현돼 있다.”면서 “기형은 전통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늬는 젊고 생동감이 넘치며,4월의 등나무 꽃을 연상시키는 연이은 구슬무늬 등 현대인의 감각에 잘 와닿는다.”고 평가했다. 또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비색을 빚어내는 오묘한 기술은 단절되고 그 영롱한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금 같은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기법 또한 상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문숙씨는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에 주로 사용된 박지기법(백토를 문양 위에 바른 후 다시 얇게 벗겨내는 것)이 상감과 어우러지며 진사채(辰砂彩)와 함께 고고(孤高)하면서도 화사하게 아롱진다.”고 설명했다. ●계룡산 점술가 “평생 깨지는 물건 취급할 팔자” 선생의 도예인생은 어쩌면 숙명적이었다. 충남 논산 출생인 그는 27세때 우연히 계룡산 근처의 노(老) 점술가를 만난다. 이때 점술가한테 “자네는 평생 깨지는 물건을 취급할 팔자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정말로 우연하게 유리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같이 일하던 중 1954년 서울 을지로2가에 ‘유리상회’를 차렸다. 이어 대전에 3000평 규모의 유리가공 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을 오가며 기술개발도 하며 나름대로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이 악화되자 문득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다 때려치우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옹기그릇을 잔뜩 이고 있던 할머니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할머니는 우리 집에 와서 그릇을 다 줄 테니 곡식과 바꿔달라고 했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1967년,45세 나이에 유리사업가에서 도예의 길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4년 동안 유약과 흙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1971년 귀국해 현재의 ‘동국요’를 만들었다.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자재현에 매진했다.1973년, 일본에 사는 지인이 가끔 왔다 가곤 하더니 하루는 5만달러를 불쑥 보내왔다.“부담없이 받고, 혹 (도자기)구워지는 거 있거든 하나 둘 보내달라.”는 짤막한 서신도 동봉했다. 빚 아닌 빚이 된 셈. 이후 일본으로 완성품 청자를 몇번 보냈다. ●1974년 고 이병철 회장과의 만남 1974년 봄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갑자기 사람을 보내 잠시 만나자고 해 이 회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셋째 아들 이건희씨와 그의 장인이자 당시 중앙일보 사장인 홍진기씨 등도 함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 국내 어디에서 도자기를 팔고 있느냐.”고 물었고, 혁산은 단 한점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회장은 “도자기는 여러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장소를 내줄 터이니 그곳에 전시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극구 사양하고 돌아왔지만 며칠 동안 사람이 찾아와 설득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신세계에 직매장을 설치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본의 지인에게 보냈던 작품이 도쿄시내에 전시됐고 이 회장이 이를 우연히 보고 혁산을 부르게 됐다. 선생은 평소 ‘도자기의 생명은 흙이라는 단미(單味)에 있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품었다.1975년 전남 강진군 일대를 샅샅이 답사하던 중 또 한번 숙명적으로 고려시대의 ‘태토’와 만났다. 고려청자에 가장 근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미 800년의 긴 세월 동안 단절돼 버린 그 전통기법의 맥은 과연 무엇이며, 과연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저를 괴롭힌 숙명적 화두였지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2년 논산 출생 ▲65∼70년 일본의 세토(瀨戶), 교토(京都), 마쓰자카(松阪) 등지에서 도예 수학 ▲71년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수하리 현 위치에 ‘동국요’ 설립 ▲73∼2007년 일본에서 개인전 80여회 ▲73년∼현재 12개국 정상들에게 해외 수교예술품으로 증정 ▲75년 전남 강진에서 최고의 청자용 태토 발견, 채취에 성공 ▲76∼79년 신세계백화점 내 미술관에서 개인전(4회) ▲84∼88년 미국, 남미 등지 순회그룹전 ▲85년 한국의 전승공예도예 5대 작가 초대기획전 ▲97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주최 한국 전승 도자전(한국학과 설립 100주년 기념) ▲97∼2002년 한국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한·중·일 작가 특별전 ▲02년 프랑스 파리 한국도자전 ▲05년 청자 초대전(롯데 에비뉴엘 갤러리) ▲06년 한국도자기 런던 특별전 ▲07년 6월 ‘지구무늬 항아리’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영구전시
  • [HAPPY KOREA] 충남 금산군 수통·도파마을

    [HAPPY KOREA] 충남 금산군 수통·도파마을

    금강의 물길은 열려 있지만, 땅길은 막혀 있는 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 수통·도파마을은 자연스레 이곳에선 육지 속 ‘땅끝 마을’이다. 이는 마을 발전을 가로막았던 한계이자, 앞으로 발전을 이끌어 낼 장점이기도 하다. ●한반도 중앙에 자리잡은 ‘땅끝 마을’ 수통·도파마을을 들어서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붉은 기암절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수분재 정상 뜬봉샘에서 발원, 이곳부터 층암절벽으로 이뤄진 산 사이를 뚫고 흐른다. 주민들은 이 절벽을 적벽, 그 아래 흐르는 금강을 적벽강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적벽강’으로 불리는 곳은 이곳을 포함해 전남 화순과 전북 부안 등 모두 3곳이 있다. 이 중 금산의 적벽강은 바위가 붉은 색을 띠고 있다는 데서 명칭이 유래됐다. 수통·도파마을에서 적벽강 물길을 따라 3∼4㎞가량 거슬러 올라가면 전북 무주와 충북 영동, 충남 금산 등 3도(道)가 만나는 곳에 방우리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행정구역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이지만, 금산에서는 마을로 들어갈 수 없다. 무주 쪽으로만 도로가 닦여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 떨어지지만 환경보존은 우수 최정석 중부대 도시학부 교수는 “수통·도파마을은 외부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이로 인해 자연 환경에 대한 보존 상태는 매우 우수하다.”면서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점이 이 지역 최대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곳에는 멸종 위기종인 수달을 비롯해 쉬리, 감돌고기, 동사리, 꺽지, 너구리, 원앙, 쇠오리, 고라니, 긴꼬리제비나비 등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동식물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주민들도 공동 정화조를 마련, 생활 하수가 강으로 흘러들어 가지 않는다. 길지석(37) 수통마을 이장은 “80년대 이후 강변에 울창하던 소나무숲을 농지로 바꾼 것은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도시와 달리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농촌 경쟁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삼 생산자 실명제 도입 계획 수통·도파마을은 금산에서 손꼽히는 인삼 재배지다. 길경모(45) 도파마을 이장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인삼 100칸(200평)을 농사지으면 논 7마지기(1400평)와 소 5마리를 살 정도로 수지 맞았다.”면서 “어릴 때 인삼을 엿장수에게 팔아 엿과 바꿔 먹었을 정도”라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인삼 재배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현재 인삼 가격은 20∼30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도라지·고추·배추·콩 등 특용작물도 재배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흉물로 변한 빈집, 허물어져 가는 담장, 대부분 70∼80년대 지어진 낡고 열악한 주택 등 마을의 주거 환경은 뛰어난 자연 경관과 비교할 때 ‘옥에 티’에 가깝다. 변변한 편의 시설을 찾기도 어렵다.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진입로는 왕복 2차로도 안 되는 ‘5m 도로’에 불과하다. 때문에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마을을 지키는 주민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심지어 국제 결혼한 40대 노총각이 올 초 딸을 낳았는데, 마을에서 아기 울음이 들리기는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노봉오(48)씨는 “20년 이상 현실에 안주해 있었으면서도 마을이 발전하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꿈일 뿐”이라면서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인삼 유통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자 실명제’ 도입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씨는 또 “인삼 부산물을 활용해 수박과 딸기 등 특화상품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산 이천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폐교가 휴양시설로… 年 8000만원 수익 대부분의 농촌이 방문객 유치에 혈안이다. 전통적인 소득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민들의 호주머니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문객 유치 경쟁에 대한 수통·도파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양보다 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되새겨 봄 직하다. 적벽강을 끼고 있는 수통·도파마을은 지금도 방문객 수가 연간 3만명에 이르고 있다. 방문객 1인당 3만∼4만원씩만 쓰더라도 주민들의 소득은 연간 10억원 가량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부 음식점 등을 제외할 경우 주민들이 방문객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극히 미미하다. 방문객 대부분이 마을에서 지갑을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쓸거리, 살거리가 태부족하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길경모 도파마을 이장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오히려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니 땅값은 오르고 있지만, 이미 목 좋은 곳은 외지인 소유로 바뀐 상황이라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만 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수통마을은 방문객 유치를 통한 새로운 소득 기반을 찾았다. 폐교로 방치돼 있던 부동초등학교 수통분교를 지난해부터 숙박시설인 ‘적벽강 휴양의 집’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 한 해에만 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수익금은 일한 만큼 주민들에게 품삯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는 모두 마을공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주민들은 뜻을 모으기 위해 청년회와 노인회, 부녀회 등으로 쪼개져 있는 10여개 마을자생단체를 ‘수통마을사랑모임’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노봉오(48)씨는 “농사꾼이 갑자기 장사치로 바뀔 수 없고, 관광지가 아닌 이상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방문객만 있으면 된다.”면서 “기존 생산 활동과 더불어 방문객 유치를 통한 공동 소득기반을 만들어 농촌도 이제는 ‘투잡(Two Job)’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박동철 금산군수 “주택모델 개발 보급 계획” “현재 농촌의 모습은 양복을 차려입고, 고무신을 신은 꼴입니다.” 박동철 금산군수는 “주거 환경부터 바꿔야 농촌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60∼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은 초가지붕을 벗고, 슬레이트가 얹어졌다. 흙과 돌을 버무려 쌓아올렸던 담장은 블록 담장으로 대체됐다.30여년이 지난 지금, 농촌 황폐화의 주범은 슬레이트 지붕과 블록 담장으로 대표되는 시멘트다. 이에 따라 금산군은 최근 연세대에 의뢰, 자연 경관과 어울리는 주택 모델도 개발 완료해 보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모델은 농촌형·산촌형·강촌형 등 3종류를 다시 주거형·수익형으로 세분화한 6가지 유형이다. 여기에 기타형 모델이 추가됐다. 박 군수는 “비용이 들고 지원이 필요한 일을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슬레이트 지붕을 바꾸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자체 예산 6억원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촌 마을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폐가는 환경을 좀먹는 ‘퇴출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80년대까지만 해도 150여가구 1000여명이 모여 살던 수통·도파마을은 현재 100여가구 240여명만 남아 있다. 지역 주산물인 인삼은 연이어 재배할 경우 소출이 급감하는 ‘연작 장애’가 있어 주민 상당수가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외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흉물과 같은 폐가는 현재 20채가 넘지만,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길지석(37) 수통마을 이장은 “폐가는 이주민이나 외지인 소유라 손쓸 수 없고, 소유주를 찾기도 쉽지 않다.”면서 “마을이 발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매입·철거 비용도 치솟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군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를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과는 별도로 10억원을 확보한 만큼 빈집 철거 등 주거 환경 개선에 우선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산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별난 직업] 애견미용사 민병숙 원장

    먼발치로 북한산 남쪽 기슭이 보이는 평창동. 민병숙 원장을 찾은 그날은 왠일인지 햇살에서 봄 냄새가 묻어났다. 풍경(風磬)도 건드리지 않은 채 사방을 휘감는 소슬한 바람이, 해를 우러르는 창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애견 숍은 마치 동화 속 정원 같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럴까? 애견숍 전체에 활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잘 정돈된 곱슬한 털을 가진 강아지가 얌전히 앉아 원장의 여문 보살핌 아래 만족스러워 보인다. 애견숍 ‘두코캔넬’를 운영하는 민병숙 원장은 10년 전에 창업한 뒤,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성공적인 창업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애견숍을 창업하기 전, 민병숙 원장은 그저 동물이 좋아 취미 삼아 7년 동안 동물병원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의사의 보조자로서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고 동물의 간호 관리를 맡으면서 애완동물을 돌봤다. 이후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경험을 쌓고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애견미용사가 되는 방법에는 애견숍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는 방법과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법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버텨내기 힘든 직업입니다. 한때 애견사업이 번성했던 적이 있었지만 1년도 못 견디고 없어지는 숍이 많았습니다. 육체적으로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거든요. 개의 발생과 갈래, 성격, 특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요!” 먼 옛날부터 개는 그 영리함과 충성심으로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로 자리해 왔다. 개는 용감하고 의리 있는 동물의 대명사로서 비겁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과 곧잘 비교되기도 하며, 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한 견공(犬公)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통해서 전해오고 있다. 그만큼 개는 인간과 함께 생활했고,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이다. 그러나 과거 마당 한구석에서 먹다 남은 밥을 먹으며 집을 지키던 것이 이제는 주인과 같이 자고 밥을 먹는 수준으로까지 인간과의 관계가 발전하였고,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완견을 예쁘게 가꾸고 건강 관리를 하는 데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또 이러한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민병숙 원장은 여성 특유의 감성경영에 중점을 두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개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외모를 다듬어준다. “애견미용사가 되려면 다양한 품종을 접하고 다뤄 봐야 합니다. 애견들 고유의 매력을 끄집어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거죠. 그러려면 애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합니다. 저는 애견을 애견이라 생각하지 않고, ‘말 못하는 사람이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대합니다.” 개는 전신이 털로 덮여 있고, 맨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우 더러워질 수 있고 냄새도 난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씻어주고 털을 깎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일이 여간 힘들고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하나의 직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아주 행복해 보이시고 연세보다 한 20년은 젊어 보이세요.”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고나 할까요? 동물과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편안히 가요. 어찌 보면 이게 내가 원했던 최고의 삶과 꿈이 아니었나 싶어요. 경제적, 육체적, 감정적으로 내가 온전히 독립했다는 자유의 느낌이 굉장히 좋습니다. 눈이 안 보여서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습니다.” 민병숙 원장의 모토는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다. 그런 행복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겐 또 다른 꿈이 있다. 작업실 한켠에 쌓아 올려진 수많은 책들…. 그녀가 동물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심리학을 공부해서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애견숍이기 이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녀의 편안함에 매료된다. 상업적인 영업이 팽배한 요즘, 편안함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이곳, ‘두코캔넬’이야 말로 삶과 꿈이 꽃피는 소우주가 아닐까? 애견 숍 ‘두코캔넬’(02-395-1083)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평지의 저편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더할 나위 없이 강파르다. 인내나 포용 따위와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산은 제왕의 권좌처럼 거칠 것 없이 솟아오른 능선으로 말한다. 낮게 깔려 있는 평야의 중앙, 산은 하늘을 향해 비수라도 들이대듯이 홀로 솟구쳐 있다. 그러나 산은 그렇게 생뚱맞게 홀로 솟구친 것이 아니다. 넓은 평야가 땅 밑으로 힘을 모아 이곳에 이르러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받아 오른 것. 이 땅의 지심(地心)이 월출산을 만들었다. 달뜨는 산 월출산의 원래 이름은 ‘달나산’. 달을 낳는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는 월내악,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 이 산의 북쪽과 서쪽 발치에 사는 영암 사람들에게 달은 언제나 사자봉, 매봉,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이 불꽃처럼 솟아오른 ‘달나산’ 위로 떠오른다. 1988년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접해 있다.812.8m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영암벌 들판 한가운데 웅장하게 솟구쳐 있는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았다.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적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속리산 등 여러 명산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은 다양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 국보 50호 해탈문이 있는 도갑사, 구정봉 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 등의 문화재도 월출산의 자랑이다. 봄에는 도갑사 입구의 벚꽃길이 아름답고, 여름철에는 금릉경포대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가을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란 별명처럼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사랑을 받는다. 미왕재 주변 억새밭과 겨울철 상고대 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도갑사’ 코스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월출산의 주능선을 밟는 대표적인 종주 코스다. 천황사에서 도갑사 쪽으로 가는 방향이 조망도 뛰어나고, 문화재관람료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산을 오른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오름길이 가파르다. 그리고 가파른 오름 길마다 급경사의 쇠사다리가 놓여 있다. 통천문을 통과해 오르는 천황봉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되어 있고 조망이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쉰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정상부는 어느 산이나 빨리 지나가는 게 예의다. 천황봉에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 쉼터가 있으므로 좀 더 다리품을 판 뒤에 쉬는 것이 좋다. 통천문 오르기 직전과 천황봉 아래 남근바위 지나 있는 바람재에서 금릉 경포대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람재를 지나면 베틀굴을 가기 직전에 구정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곧장 향로봉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뉜다. 오랜 시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힘이 빠질 즈음이지만 월출산에서 베틀굴과 구정봉을 보지 않는 것은 후회할 일이다. 구정봉 아래 마애여래 좌상을 보려면 500m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억새밭이 아름다운 미왕재까지는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서 도갑사까지는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총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걸린다. 글 이영준 사진 김도훈(월간 MOUNTAIN기자) # 여행정보 영암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갈낙탕을 들 수 있다.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탕인데, 영암의 별미로 꼽힌다. 영양탕을 대신할 만큼 건강식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맛이 진하다. 학산면 독천리에 갈낙탕과 세발낙지 음식점이 많으며 영암군은 앞으로 이 지역을 낙지거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낙탕으로 유명한 집은 독천식당 064)472-4222, 영명식당 472-4027 등이 있다. 하눌타리가든에서는 생오리 소금구이와 토종닭 양념불고기와 닭육회를 맛볼 수 있으며 식사 후 나오는 흑임자죽 맛이 일품이다.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영암 월출산

    평지의 저편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은 더할 나위 없이 강파르다. 인내나 포용 따위와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산은 제왕의 권좌처럼 거칠 것 없이 솟아오른 능선으로 말한다. 낮게 깔려 있는 평야의 중앙, 산은 하늘을 향해 비수라도 들이대듯이 홀로 솟구쳐 있다. 그러나 산은 그렇게 생뚱맞게 홀로 솟구친 것이 아니다. 넓은 평야가 땅 밑으로 힘을 모아 이곳에 이르러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받아 오른 것. 이 땅의 지심(地心)이 월출산을 만들었다. 달뜨는 산 월출산의 원래 이름은 ‘달나산’. 달을 낳는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때는 월내악,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이라 했다. 이 산의 북쪽과 서쪽 발치에 사는 영암 사람들에게 달은 언제나 사자봉, 매봉,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이 불꽃처럼 솟아오른 ‘달나산’ 위로 떠오른다. 1988년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접해 있다.812.8m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영암벌 들판 한가운데 웅장하게 솟구쳐 있는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추앙받았다. 국립공원 가운데 가장 적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속리산 등 여러 명산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은 다양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 국보 50호 해탈문이 있는 도갑사, 구정봉 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 등의 문화재도 월출산의 자랑이다. 봄에는 도갑사 입구의 벚꽃길이 아름답고, 여름철에는 금릉경포대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가을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란 별명처럼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사랑을 받는다. 미왕재 주변 억새밭과 겨울철 상고대 핀 산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천황사∼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구정봉∼억새밭∼도갑사’ 코스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월출산의 주능선을 밟는 대표적인 종주 코스다. 천황사에서 도갑사 쪽으로 가는 방향이 조망도 뛰어나고, 문화재관람료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곳으로 산을 오른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오름길이 가파르다. 그리고 가파른 오름 길마다 급경사의 쇠사다리가 놓여 있다. 통천문을 통과해 오르는 천황봉 정상은 넓은 암반으로 되어 있고 조망이 좋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쉰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정상부는 어느 산이나 빨리 지나가는 게 예의다. 천황봉에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 쉼터가 있으므로 좀 더 다리품을 판 뒤에 쉬는 것이 좋다. 통천문 오르기 직전과 천황봉 아래 남근바위 지나 있는 바람재에서 금릉 경포대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바람재를 지나면 베틀굴을 가기 직전에 구정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곧장 향로봉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뉜다. 오랜 시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힘이 빠질 즈음이지만 월출산에서 베틀굴과 구정봉을 보지 않는 것은 후회할 일이다. 구정봉 아래 마애여래 좌상을 보려면 500m 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억새밭이 아름다운 미왕재까지는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서 도갑사까지는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총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걸린다. 글 이영준 김도훈(월간 MOUNTAIN기자) # 여행정보 영암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갈낙탕을 들 수 있다.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탕인데, 영암의 별미로 꼽힌다. 영양탕을 대신할 만큼 건강식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맛이 진하다. 학산면 독천리에 갈낙탕과 세발낙지 음식점이 많으며 영암군은 앞으로 이 지역을 낙지거리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갈낙탕으로 유명한 집은 독천식당 064)472-4222, 영명식당 472-4027 등이 있다. 하눌타리가든에서는 생오리 소금구이와 토종닭 양념불고기와 닭육회를 맛볼 수 있으며 식사 후 나오는 흑임자죽 맛이 일품이다.
  • 어린이가 되는 행복이 있는 5월의 소식

    어린이가 되는 행복이 있는 5월의 소식

    # 사실은 먹고 살기 바쁜 때일수록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속에 제대로 먹고 올바로 사는 길이 다 나와 있다. 훤히 뚫린 그 길은 거들떠도 안 보고 공연히 딴 데만 기웃대다 청춘을 탕진하고 인생을 허비한다. 책 속에는 없는 것이 없다.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다. 그래서 책 읽기는 세상 읽기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세상 읽기도 엉망이다. 생각의 힘이 책에서 나온다. 삶의 깨달음이 책에서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 곁에는 늘 책이 있다. 그들은 아무리 바빠도 책을 달고 산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중심이 딱 잡힌다. 눈빛이 깊어지고 마음속에 샘물처럼 차오르는 것이 있다. 책 한 권과 만나 인생이 뒤바뀐다. 책 한 권 때문에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책의 한 대목 앞에서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고, 감전된 것처럼 전율을 느낀다.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존재 차원의 업 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이다 ◈ 정민교수의 <스승의 옥편>에 들어있는 ‘독서의 보람’(마음산책)에서 정민 교수의 글을 읽고 아직 할 수 있을 적에 독서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실 요즘은 깊이 공들여 읽는 책 보다는 대충 눈도장만 찍으며 가볍게 보는 책이 더 많은 것 같아 저도 걱정입니다. 5월의 나무 아래서든, 홀로 머무는 방에서든 좋은 책을 많이 골라 읽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 해 봅니다. TV 보는 시간을 1시간만 줄여도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거에요. 주부 여러분들은 따로 서가가 없으면 부엌 한 모서리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책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합니다. ▶ 요즘 제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은: <세계5대종교 개관>(박양운/가톨릭 신문사), <삶의 지혜를 나누는 40가지 멘토링>(로버트 J. 윅스.황진아 역/바오로 딸), <40대여 숲으로 가자>(안미경.공선옥 외/바오로 딸), <섬에서 보낸 백년>(조용미/샘터), <세계의 명언1.2>(이동진 편역/해누리), <위대한 결정>(앨런 액셀로드. 강봉재 역/북스코프), <오늘은 맑음>(박경학 외21인/샘터), <안중근>(이상현 글. 노희성 그림/영림 카디널),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화가 오병욱 산문집),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프라임 키숀. 반성완 역/마음산책), <상실수업>(A.퀴블러로스. 김소향 역/이레), <바다를 품은 책>(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시인 손택수가 풀어씀/아이세움), <홀로 앉아 금을 타고>(이지양/샘터), <호랑이 발자국>(손택수/창작과 비평사), <둥글이 누나>(권영상 소년소설/사계절), <지금은 공사중>(박선미 동시집/21문학과문화), <영원한 아이>(필립 포레스트. 이상해 역/열림원)등입니다. ▶ 포도나무 뒤에는 포도주 빚는 이가 있고/그 뒤에는 세월을 이어 온 그의 기술이 있고/그 모든 것 뒤에는 포도나무를 키우는/햇빛과 비 그리고 창조주의 뜻이 있노라 -작자 미상-<복있는 사람>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올 조이스 럽 수녀의 <느긋하게 걸어라>는 책에서 소개된 글인데 좋아서 나눕니다 ▶ 지난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라고 명명하고 싶을 만큼 안팎으로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듯 아프고 어둡고 고통스런 체험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인식하며 좀 더 겸손해 질 수 있고 다시 삶의 의미를 배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 예들을 여기서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도 제가 종종 게시방에 올린 내용들로 짐작하시리라 믿어요) ▶ 올 봄에는 지난 일 년 간 밀린 편지 회신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비록 늦었지만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며 지인의 도움을 받아 우선 봉투 작업을 하였는데 시일이 너무 지나 이미 제대를 한 군인도 있고, 병원에서 퇴원을 한 독자도 있고, 교도소에서 출소를 한 재소자도 있고... 더러는 때를 놓쳐버려 안타깝기도 하였는데 전화번호가 적힌 곳은 전화로라도 잠시 인사를 하니 매우 놀라는 눈치였지요. 불의의 사고로 장기 입원한 청년에게 답을 보내도 되돌아올 것 같아 겉봉에 적힌 손전화로 연락을 하며 편지 속의 여자 친구 안부까지 물었더니 너무 감동하면서 ‘바로 2달 전에 헤어져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라기에 주소를 물어 책 2권을 작은 위로로 보내 준 일도 있답니다. 편지쓰기가 저에겐 언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보면 이 일을 통하여 사랑의 사도직을 하도록 부름 받은 것으로 제 나름대로 해석해 보기도 합니다. ▶ 곤지암에 있는 성분도 복지관 20주년 기념 도예전(2007.5.2-8)에 이어 6.15일에는 요즘 부쩍 사랑 받는 가수 바비킴(김도균 안토니오)의 컨서트를 복지관 잔디밭에서 하기로 하였으니 그 근방에 사시는 분들은 오셔도 좋을 것 같네요. KBS ‘낭독의 발견’에서 이분이 해인의 시 ’나를 위로하는 날’을 낭송하면서 실의에 빠졌을 적에 이 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미국에서의 이민생활 체험과 10년간의 무명시절을 돌아보며 서울 주보에 이 가수가 쓴체험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 가수의 파랑새라는 노래를 다들 좋아 하는 것 같고,<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의 주제곡이기도 했던 ‘소나무’라는 노래로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Follow your soul’이라는 2집 앨범발매 기념 컨서트도 성황리에 마쳤다고 하던데... 공교롭게도 (제 어머니가 머무시는) 여동생 집과 본당이 같아서 바비킴의 어머니와 먼저 전화하고 만남을 약속하였지요. 여러분도 관심 갖고 노래를 한 번 들어보세요. 지난번에는 <부활>을 소개하더니 이번에는 바비킴을... 제가 무슨 가수 소속사의 홍보대사 같기도 하네요. 호호호... 참 5월19일 오후 4시에는 안양 성 라자로 마을 25주년 기념 자선 음악회 ‘그대 있음에’가 서울 세종 문화회관에서 있는데 마침 특강으로 서울에 있을 무렵이라 가 보려고 합니다. ▶ 4월 24일 부산 시민회관에서 있었던 ‘휴 컨서트’ 후반부에 소리꾼 장사익님이 노래를 하여 해운대해변 관광도서관 주부들과 같이 감상을 하러 갔었답니다. 수녀원의 조팝나무 꽃으로 저의 시집 두 권을 장식하여 선물로 들고 갔더니 매우 기뻐하시며 ‘고마워유! 한 달 간 미국에 잘 다녀 올게유 ‘하셨지요. 시인들의 시가 이분의 목소리를 통하여 아름답고 깊이 있고 구성진 울림으로 살아나는 목소리의 예술! 계속 좋은 노래를 많이 불러야하는데 이분도 건강이 안 좋다니 걱정입니다. ▶ 기도청합니다 ♥ 성주간에 화재가 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빠른 안정과 재건을 위하여... ♥ 결혼식 준비를 다 마치고 갑자기 예비사위가 죽어 실의에 빠진 화가 박윤숙(베아타) 모녀를 위하여... ♥ 그리고 며칠 전 난소암 수술 받고 입원 중인 화가 김점선(글라라)님을 위하여... ♥ 그리고 나날이 힘들게 야위어가시는 저의 모친 김순옥(펠리치따스)님을 위하여서도... 동생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별 일 없도록- ▶ ‘사람이란 무릇 사람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아프고 가난한 자에게 자신을 낮출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은 높아진다’ <자산어보>에 나오는 정약전의 이 말에 한참 동안 마음과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노력한다고 해도 저 역시 부족함이 많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몫만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려는 섬김의 사랑을 실습하기로 해요. 늘 감사하는 마음 5월의 눈부신 신록 안에 기도와 함께 담아 드립니다. 5월엔 모처럼 부산 바위섬 소모임도 고즈넉한 전통찻집 <나비춤>에서 할 것입니다. 저의 동시 한 편으로 5월 소식을 마무리 합니다. <해인 글방>에서 안녕히! ♡ 엄마를 부르는 동안 - 이해인 -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 좋다고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이고 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 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 죄를 짓지 않아 좋대요 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 엄마가 없는 이도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 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1)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 (1) 입점업체 울리는 ‘유통 공룡’

    세상은 평등하다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결코 그렇지 못하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를 바 없는 분야들이 있다. 강자의 횡포 앞에서 무력하기만 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경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10회에 걸쳐서 경제적 ‘골리앗’에 억눌린 ‘다윗’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해 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서울 청담동에서 고급 여성복점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최순녀(가명·48)씨는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운영하던 매장 2개를 철수했다. 처음 백화점에 매장을 낸 뒤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다. 백화점 입점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디자인이나 품질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당시 최씨는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최씨는 백화점에 입점했던 2년간 경제적·인격적으로 모욕에 가까운 일들을 겪었다. 최씨는 예상치 못했던 인테리어 비용을 3500만원이나 지출했다. 백화점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매출의 37%나 됐다. 백화점 행사 협력 등의 명목으로 이런저런 경비가 계속 늘어났다.100만원짜리 옷 한 벌을 팔면 40만원쯤이 백화점에 들어갔다. 자신에게 남는 것은 5만원쯤에 불과했다. 백화점이 8배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최씨는 “할당된 매출이 차지 않자 봄·가을에 두 차례씩 저가의 기획상품전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와의 차별도 견디기 어려웠다. 한 고객이 구입해간 옷을 한달 만에 교체해 달라고 왔다. 옷 상태를 보니 도저히 바꿔줄 수가 없었는데, 백화점 측에서는 교체를 강요했다. 억울했지만 받아들였다. 나중에 백화점은 해외 브랜드인 버버리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기자 버버리의 손을 들어주어 최씨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백화점을 나왔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도한 수수료와 각종 부대비용을 요구하며 입점업체들을 억누른다. 최소 33%에서 최대 40%에 이르는 입점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디자이너 김경희(가명·57)씨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부분의 백화점에 있던 매장을 최근 몇년 사이에 거의 정리했다. 김씨는 “백화점이 좋은 위치에 매출이 많은 브랜드를 배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구석으로 내몰기 때문에 월말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령, 지인들의 카드로 매상을 올린 뒤 나중에 취소하는 일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의 브랜드는 크게 비싸지 않고 50,60대의 단골 고객도 있어 매출이 적지 않았는데도 백화점의 강압은 지속됐다. 김씨는 “중견 디자이너이고 제법 팔리는데도 백화점의 영업과장에게 쩔쩔맸다.”면서 “젊은 디자이너들은 입점도 어렵지만 입점해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의 한 후배 디자이너는 어렵게 입점했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자 1년에 매장을 3차례나 옮겼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매장을 옮기는 것은 단순히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대리석으로 바닥공사를 하고 조명과 가구 등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결국 후배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다시피 백화점을 떠났다. 김씨는 “백화점은 디자이너나 제조업체를 발굴해 육성해야 할 책임과 자본,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임대업자가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보석 디자이너 이진주(가명·52)씨는 지금은 모두 철수했지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삼성플라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등에 입점했었다. 남보다 적은 25∼27%를 수수료로 주었지만 원가(33%)와 직원 인건비(35%)를 빼고 이씨는 단 5% 수준의 이익만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도 계절별로 디스플레이와 매장 인테리어를 바꿔야 했다. 또한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에 맞춰서 해야 하는 고객 사은행사, 끊임없는 백화점의 이벤트에 녹초가 됐다.”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 브랜드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씨 매장을 떠밀어냈다. 이씨는 “우리는 디자인전문회사이지 유통전문회사도 아닌데 계속 백화점의 요구를 견디고, 경쟁사의 견제를 받아가면서 유지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허리를 올려라 S라인이 산다

    허리를 올려라 S라인이 산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패션계에서도 통한다.‘밑위 길이’가 한 뼘도 안될 정도로 한없이 내려만 가던 허리선이 요즘 거침없이 높아지고 있다. 세븐진, 디젤, 구치, 디스퀘어드, 스텔라 매카트니 등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S/S 시즌 패션쇼를 통해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선보였고, 이에 질세라 TTa´L(티티에이엘), 에고이스트,SJSJ, 신원 등 국내 브랜드들도 하이웨이스트 팬츠나 스커트, 원피스를 쏟아내고 있다. 연예인은 유행의 ‘바로미터’. 가수 서인영이 파격적인 하이웨이스트 진을 입고 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가수 이효리 역시 허리 선이 높은 숏팬츠를 입고 나와 일명 ‘배바지 패션’의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퓨처리즘과 더불어 올 봄·여름 패션 경향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복고풍.1980년대를 풍미했던 여가수 마돈나나 신디 로퍼가 즐겨 했던 스타일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하이웨이스트 패션의 가장 큰 장점은 밑위가 길어 활동적인 데다 허리선이 높아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것. 또한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S라인을 강조해 여성스러우면서 섹시미를 발산하기에는 그만이다. 삐져 나오는 옆구리 살과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속옷으로 인해 압박이 심했던 로 라이즈 패션에 비해 옷입기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는 하지만 이런 옷차림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군살 없는 아랫배와 날씬하게 쭉 뻗은 다리가 요구되니 어쩌면 여성들을 더욱 고민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청바지… 하이힐 함께 신으면 길~어 보여요 하이웨이스트 패션 중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바로 진이다.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 속에 등장한 해외 유명 스타들, 한때 촌스럽게 여겨졌던 ‘배바지 청바지’도 이들이 입으니 달랐다. 국내에서는 가수 서인영이 무대 의상으로 입고 나와 극과 극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엉덩이의 볼륨과 허리선을 강조해 주고 하이힐을 함께 신으면 길어 보이는 효과가 그만이다. ●원피스… 키 작은 그녀들과 통했다 허리선이 가슴 아래까지 올라온 원피스는 키 작은 여성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가슴 부분을 강조하고 풍성한 치마 아래에 뱃살과 굵은 허벅지를 감춰 늘씬하고 키가 더 커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카디건, 블라우스, 티셔츠, 스키니진, 레깅스 등 여러 아이템을 활용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펜슬 스커트… 엉덩이가 작아서 걱정이라고? 하이웨이스트 펜슬 스커트야말로 몸매를 가장 글래머러스하게 보이게 해주는 아이템. 빈약한 엉덩이와 깡마른 다리가 걱정인 사람에게 알맞다. 허리를 잘록하게 처리하고 엉덩이 라인을 살린 스타일로 작은 엉덩이를 커버해 굴곡 있는 몸매로 만들어 준다. 무릎 길이의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입고 와이드 벨트까지 매주면 세련 그 자체다. 블라우스나 톱은 너무 두껍지 않은 소재로 골라 매무새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한다. ●벨트… 하의와 같은 색상으로 매치해야 하이웨이스트 라인을 완성시켜 주는 최고의 아이템은 벨트. 허리선보다 약간 높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넓은 벨트는 하체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한다. 주의할 점은 의상 분위기에 맞춰 연출해야 한다. 캐주얼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꼬아 만든 가죽 벨트나 헝겊 소재를, 정장 분위기에는 부드러운 스웨이드나 실크 벨트가 좋다. 금속성 소재의 벨트는 도전적이면서 화려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상의와 같은 색상의 벨트는 상체를 길어 보이게 하므로, 바지와 같은 색상의 벨트를 착용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20&30] ‘3분의 위안’… 내 마음의 비타민

    [20&30] ‘3분의 위안’… 내 마음의 비타민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젊은 영혼들의 영원한 주제가다. 누구나 삶이 괴롭고 고단할 때, 혹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 힘이 돼 주는 노래 한 곡쯤은 있다. 요즘 ‘20&30’들의 삶의 나침반을 끌어당기는 노래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노래는 고단한 삶의 동반자 최모(32·여)씨는 캐나다에 온 지 얼마 안 돼 오랜 연인과 이별했다. 최씨는 이민을 원했지만 남자친구는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했던 것. 낯선 타향에서의 향수병과 이별의 고통까지 겹쳐 길고 춥기로 유명한 토론토의 겨울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이때 우연히 한인 타운의 술집에서 들은 노래가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부른 ‘봄이 오면’이었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봄이 오면 연둣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 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최씨는 “CD를 구해 듣고 또 들으면서 봄이 오면 나는 뭘 하고 싶은 지 노트에 빽빽하게 적어 나갔죠. 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별의 아픔과 겨울의 시림, 외국 생활에서 오는 향수도 극복할 수 있었어요.”라면서 지금도 봄이 오면 이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김모(27·여)씨의 동반자는 윤상의 3집 앨범에 실려 있는 ‘달리기’다. 어학연수 갔을 때 김씨는 한여름 집에서 역까지 30분 거리를 돈을 아끼기 위해 걸어 다녀야 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그늘도 없는 고통스러운 거리였지만 속으로 ‘달리기’를 흥얼거리면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1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이란 가사가 마치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졌다고 김씨는 말했다. 대학생 장모(29)씨의 MP3에는 언제나 바뀌지 않는 노래가 있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다. 장씨가 제대하고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한 평이 조금 넘는 고시원에 틀어 박혀 책과 씨름하던 2002년 주위는 온통 월드컵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당시 단과학원 선생님은 “너희가 지금은 맘 놓고 월드컵도 보지 못하는 재수생 신분이지만 4년 후에는 멋진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내라.”고 했지만 장씨에게는 되레 비수가 됐다. 군대에 가기 전인 98프랑스월드컵 때 다니던 재수학원 선생님이 같은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울적했던 장씨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손바닥만 한 창문 밖으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이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이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었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장씨는 “성난 파도 아래 깊은 곳에 한 번만이라도 이르기 위해 외롭게 헤엄치며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는 가사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죠. 지금도 힘든 일을 마주할 때면 처음 ‘민물장어의 꿈’을 들으며 흘렸던 눈물을 기억하고 힘을 얻습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프로골퍼 허모(30)씨는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를 들으면 축 처진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이야/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란 가사가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한다. 체육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골프를 늦게 시작한 그가 클럽을 내던지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 노래를 듣고 힘을 냈다.“조금 늦었지만 결국에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생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인생의 나침반을 돌려놓은 노래 초등학교 교사인 강모(28)씨가 교직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영어 시간에 일어났다. 평소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줘 인기가 많았던 영어 선생님이 “너희는 공부를 왜 하니?”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강씨는 “그때야 그냥 남들이 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를 했을 뿐이죠. 특별한 공부의 목표를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던 시절이니까요.”라고 떠올렸다. 그때 선생님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he troubled water)’를 들려 주셨다. 강씨는 “선생님께서 ‘언제나 사람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험한 물결 위의 다리처럼 자신을 낮추어 사람들을 도와 주기 위해 공부했고, 교사가 됐다.’면서 ‘너희들도 무슨 일을 하든 험한 물결 위의 다리처럼 되기 위해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죠.”라고 회상했다. 결국 강씨는 교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인생의 징검다리를 놓아 주고 있다. 최모(29·회사원)씨가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찾아 듣는 노래는 천지인의 ‘청계천 8가’다.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선배가 기타를 치며 가르쳐준 이 노래는 난생 처음 들어 보는 민중가요였다. “‘파란 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로 시작해 ‘우리들의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로 끝을 맺는 가사는 세상에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줬습니다. 보이는 것만 보던 내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 셈이죠.”라고 최씨는 고백했다. 그는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고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뱃심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고 한다. ●‘어쩜 그리 내 상황과 똑 같은지’ 누구나 한 번쯤 유행가 가사가 자신의 처지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 법하다. 요즘 젊은 술꾼들에게 사랑을 받는 노래는 남성 듀엣 바이브의 ‘술이야’다. 시스템 통합(SI) 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1)씨는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란 부분은 정말 딱 저랑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내 생활을 그대로 담은 노래 같아 좋아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장난처럼 불렀는데 점차 가사처럼 술에 찌들어 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회사원 오모(30)씨는 싸이의 ‘연예인’ 덕분에 결혼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여름 세 살 어린 신부를 맞이했는데 연애할 때부터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평생을 웃게 해줄게요.’란 가사에 힘을 주어 불렀다고 한다. 오씨는 “지금도 내 마음은 그 노래 가사처럼 평생 아내를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가끔 둘이 같이 노래방에 가면 항상 이 노래를 불러 주곤 하는데 아내도 너무 좋아합니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광석 노래의 힘 그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리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최루가스에 녹다운된 대학생들은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를 부르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먼지 구덩이 연병장을 구르던 이등병은 그의 노래 편지를 받고 찔끔거렸다. 어설픈 사랑에 가슴 찢어진 청춘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며 통곡했다. 고 김광석.‘서른 즈음’이던 32세의 나이로 먼 길 떠난 지 11년. 그의 이름 석 자와 그가 토해낸 노랫말을 사람들은 왜 아직도 잊지 못할까.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김광석의 이야기’ 회원들로부터 그의 노래에 대해 들어 봤다. 아이디 ‘msk204’는 “형의 노래는 삶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그의 노래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삶에 끼어들어 삶 자체가 됐기 때문이다. 김광석처럼 사람들의 인생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긴 가수도 흔치 않다. 아이디 ‘09zzz’는 “대학 1학년 때 대학로 ‘학전’에서 처음 광석 오빠의 콘서트를 본 후 오빠가 떠나기 전까지 마치 중독처럼 콘서트를 다녔던 때가 늘 그립다. 마치 대화를 하는 듯한 작은 소극장 안에 웃음과 눈물이 가득 고일 때면 광석 오빠와 그리고 옆에 앉은 사랑하는 이와 한 하늘 아래 살아 간다는 게 참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그도 김광석이 떠난 뒤부터는 누구의 콘서트에도 가본 적이 없다. ‘햇살나무’는 군대 이등병 시절 훈련 복귀 도중 선임병이 노래를 시켰던 때를 기억했다.“고민하다가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다.1절을 부를 때는 혼자였는데,2절을 부를 때는 동행했던 선임병이 따라 불렀고,3절을 부를 때는 트럭 안에 타고 있던 모든 병사들이 같이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병사들 모두는 가슴에 품고 있던 초코파이를 하나씩 꺼내 내게 줬다.” 김광석이 살았다면 43세.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이들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젠 그의 노래를 들어도 눈물나지 않을 만큼 딱딱하게 굳은 심장이지만, 사람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를 보내지 못할 듯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해인 녀 ‘해인글방’ - 4월소식

    이해인 녀 ‘해인글방’ - 4월소식

    봄길과 동행하다 - 이기철 -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 볼 일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이기철 시인의 시로 인사드립니다. 부활축제가 있는 4월 우리 수녀원은 온통 영산홍 꽃무리로 가득 할 것입니다. 3월 24일부터 30일엔 집중적으로 사순절 특강을 하고는 4월 한 달은 집에 있을 것이니 특히 부산에 계신 분들은....우리 수녀원의 봄꽃들이 보고 싶으시면 4월 8일일 부활절 지나고 (미리 연락하시고) 우리 수녀원을 다녀가셔도 좋습니다. 아래의 글은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록그룹 부활의 노래 (11집)뮤직 비디오의 마지막에 부분적으로 들어갈 글이랍니다.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굶주리는 세계의 어린이들, 전쟁에 이용 당하는 어린이들의 희생 등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4분짜리 비디오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1) 나는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네/우리 함께 행복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친구여 이제 우리는/한 톨의 사랑이 되어/배고픈 이들을 먹여야 하네 언젠가 우리 사랑/나누어 넉넉한 큰 들판이 될 때까지,오,친구여 2) 나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네/우리 함께 기뻐 해야 할 아름다운 세상 목마름에 괴로워하는 이웃 있음을/ 나의 무관심으로 조금씩 죽어가는/이웃 있음을 알지 못했네 오,친구여 우리는 이제/한 방울의 사랑이 되어/목마른 이들을 적셔야 하네 언젠가 우리 세상/흘러서 넘치는 큰 강이 될 때까지,오,친구여 지금 저의 책상에 있는 책들은: <처음처럼>(신영복/랜덤 하우스 코리아), <청소부 밥>(토드 홉킨스.레이힐 버튼.신윤경 역/위즈덤 하우스),<고양이 철학자 요미우마>(조안나 샌즈마크.부희령 역/실천문학사), <눈 이야기>(김도연/열림원), <스승의 옥편>(정민/마음산책), <나를 부르는 소리>(김영진/성서원), <집으로 가는 길>(지아오 보/박지민 역/다산초당), <천년학>(이청준/열림원), <우리 겨레의 위대한 스승 김구>(이상현 글.노희성 그림/열림카디널), <꼬마 천사 매티>(매티 스테파넥.지미 카터/이 진 역/예담), <중학생이 읽어야할 만화 국어교과서>(글 고흥준.그림 마정원/스콜라), <호미>(박완서.열림원),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삼인), <사막 교부>(루시앵 레뇨.허성석 역/분도),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안 영/동이) 등입니다. <눈물꽃> 잘 울어야/눈물도 꽃이 됩니다 나를 위해 울지 말고/너를 위해 울 때 너무 오래 울지 말고/적당히 울 때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으로/감동하거나 안타까워서 울 때 허영심을 버리고/숨어서 울 때 죄를 뉘우치는 겸손으로/착하게 울 때 눈물은/진주를 닮은/ 하나의 꽃이 됩니다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강물꽃/눈물꽃이 됩니다 기쁨꽃 대신 문득 눈물꽃이란 꽃시를 읽으면서 봄 인사 드리고 부활축제의 기쁨도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고 기쁨꽃을 위해서도 눈물꽃이 필요함을 다시 기억하면서... 평화를 잃어버린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을 각자의 삶의자리에서 더욱 열심히 찾아보기로 해요. 일상생활의 건강하심과 평화를 비옵니다. 사랑의 기도 안에 여러분을 기억하면서 안녕히! 이해인
  • [하이 서울 축제] 美러클! 味러클! 미樂클!

    [하이 서울 축제] 美러클! 味러클! 미樂클!

    서울 관광객 1200만명 시대를 이끌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이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6일까지 열흘 동안 펼쳐진다. 지금까지의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지역축제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국제적인 규모로 확대됐다.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거리의 양이 늘어나고 질이 높아졌다.1000만명이 사는 서울같은 메트로폴리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축제는 초유의 시도이다. 봄의 한가운데 서울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보다 쉽고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특집을 준비했다. ‘축제에 빠진 서울.’ 올해로 5번째를 맞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서울의 봄을 달군다. 올해 행사는 규모와 내용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관광 서울’‘한강 르네상스’를 알리는 세계의 축제로 마련했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무대가 한강과 도심 고궁으로 확대됐다. 축제 기간도 지난해 4일에서 10일로 늘어났다. 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20세기 경제기적을 이룬 서울이 21세기에는 문화의 기적을 선도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27일 오후 8시 여의도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선박 10척이 한강을 오가고 북의 대합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비행선 30여 대에서 레이저 불빛이 한강을 수놓는다. 인기가수,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한류스타 특별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세계적인 도시 축제로 육성한다 2003년 시작된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그동안 진행해 오던 10월 서울 시민의날 행사를 5월로 옮기면서 하이서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울시는 앞으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이나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처럼 세계적인 도시 축제로 육성할 방침이다. 서울시 박희수 문화과장은 “세계적으로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의 종합적인 도시축제는 찾아 보기 어렵다.”면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발전시켜 관광객 1200만명을 달성하는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기간에 외국 관광객 25만명을 포함,600만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6만명 등 130만명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찾았다. ●‘역사’‘한강’이 축제의 축 올해 축제는 고궁과 북촌 한옥마을, 서울광장 등 역사성이 깃든 공간을 중심으로 ‘서울역사축제’와 한강을 무대로 한 ‘한강미러클축제’가 양대 축으로 진행된다. 역사를 테마로 한 축제의 간판 행사는 ‘정조 반차 재현’이다.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선 ‘북촌 조선시대 체험’이 준비됐다. 서민촌·양반촌·장터·포도청 등 조선시대 마을을 재현해 놓은 재동초교에서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한강 미러클축제로는 뚝섬 난지 여의도 노들섬 등 한강시민공원 6개 지구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손에 손잡고… “놓치면 후회할 걸” 10일동안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행사에는 48개의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화려한 불꽃놀이, 인순이와 SG워너비, 이효리, 싸이 등이 펼치는 ‘개막제’행사와 신명나는 축제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폐막식’사이에 있는 많은 행사 가운데 놓치면 후회할 프로그램이 있다. 표재순 총감독이 추천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서울시가 “시간이 없어도 이것만은 꼭 봐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있게 준비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소개한다. ●서울의 전통을 재현한다 가장 기대되는 행사는 단연 ‘정조 반차 재현’이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리며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가 묻힌 화성(현재의 수원)까지 문무백관 나인 호위군사 1779명, 말 799필을 동원해 8일 동안 행차하는 내용이다. 29일 오전 11시부터 창덕궁 돈화문에서 시작해 종로 3가·보신각·명동·남대문·서울역·용산역·한강둔치 이촌지구를 거쳐 노들섬까지 12.57㎞에 이르는 거리에 역사의 한 장면을 현대로 옮긴다.212년 만에 재현되는 정조반차에는 시민 930명이 참가하고, 말 120필이 동원된다. 규모는 다소 축소됐지만 번잡한 서울거리에서 시도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볼거리다.27∼29일에 종로구 가회동과 계동 등 북촌을 찾으면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종로구 가회동 재동초등학교에 만들어진 ‘북촌마을 조선시대 체험장’에 들어서면 서민촌 양반촌 포도청 장터 등 조선시대 길이 열린다. 이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이용해 상거래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옥마을 일대를 걸으며 전통공방, 박물관 등을 들러 역사와 문화 속으로 산책해도 좋다. ●문화와 미래를 느껴 보자 젊은층의 문화를 접하면서 서울의 미래를 가늠해도 좋을 것 같다. 밤새도록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고 싶다면 5월 4∼6일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을 찾아가자. 독일의 닥터 모트(Dr.Motte), 일본의 몬도 그로소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DJ가 추축이 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행사다. 최고의 DJ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몸을 맡기는 댄스 페스티벌, 힙합 문화가 총출동하는 비보이 파크, 인디밴드들이 참가하는 라이브 공연으로 구성했다. 28∼30일 여의도지구에는 공연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인 국악과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비보이댄스가 만나 ‘서울의 몸짓’(28일), 빛·소리·영상이 어우러진 ‘논버벌 퍼포먼스’(29일)가 진행된다. 명성황후·그리스·오페라의 유령·미스 사이공 등 인기 뮤지컬 배우들이 총출동해 극중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하는 ‘오!해피 뮤지컬’(30일)도 입맛 당기는 프로그램이다. ●기적을 만난다 차를 타고, 또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한강을 즐기는 기회도 있다. 강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미러클 수중다리 건너기’가 행사기간 내내 열린다. 노들섬과 이촌지구 사이에 놓인 철제 수중다리를 이용해 맨발로 한강을 건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가장자리 난간에 수중식물을 설치하고, 수중 안전 요원을 배치해 안전성도 높였다. 시민들이 강 위를 걷는다면 세계 줄타기 명인들은 하늘을 걷는다. 한강 생태공원인 선유도에서는 ‘제1회 세계 줄타기 대회’(5월 3∼5일)가 열려,18명의 줄타기 명인들이 외줄에 의지해 1㎞에 이르는 한강을 횡단하는 아찔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장거리 외줄타기 기네스 기록(400m)이 깨질지도 관심사다. ●나도 잊지 말아 주오 대형 프로그램에 가려진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워 만든 다리를 건너는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30일∼5월6일)와 각국의 모형배를 등불로 장식한 ‘유등 선박 퍼레이드’(27일∼5월6일)도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간행사인 유등 선박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수도방위를 담당했던 중앙군의 군례 대열의식(28일∼29일)이나, 우리나라의 전통의식과 역사속 주요장면을 드라마 형식으로 재현한 ‘왕실문화재현’(28∼5월 6일),8도의 민속놀이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8도 대동 민속놀이’(28∼29일)는 외국관광객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시민들에게도 훌륭한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예약후 대중교통 이용하세요 ●지하철 이용 ‘하이 서울 페스티벌 2007’의 모든 행사 장소는 지하철로 통한다. 지하철역을 따라 알짜배기 축제를 즐겨 보자. 축제의 첫날 28일 일정을 이렇게 짜 보면 어떨까.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왕실 문화재현을 보고, 걸어서 서울예술체험장터, 북촌 조선시대 체험을 즐긴다. 이어 가까운 시청역을 찾아 청계광장에서 You토피아를 구경하면 시간과 체력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시티투어 버스이용 지하철이 싫증난다면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타 보자. 시티투어 버스는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해진 코스를 순환 운행한다. 원하는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관광한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 어린이날 코스를 추천하자면 광화문에서 궁중의 일상을 즐긴 뒤, 덕수궁 정거장에서 서울 예술체험장터를 체험해 보자. 이어 경복궁에서 세종대왕 즉위식을 관람하고, 용산역에서 내려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를 구경하자. 버스가 다시 서울시청으로 오면 한류스타 패션 페스티벌이 기다릴 것이다. ●예약은 필수 여유로운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예약을 서두르자.48개 프로그램 중에는 주말에 시민들이 몰려 혼잡할 것을 예상, 예약 접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열기구 체험이나 미러클 수중다리 건너기, 충효의 배다리 건너기, 소망띄우기, 성곽밟기, 한강수영대회가 대표적이다. 성곽밟기는 접수가 이미 종료됐다. 또 인터넷 접수와 현장 접수를 동시에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열기구 체험의 경우 현장 접수분은 전체 30% 정도. 주말을 피해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뚝섬 곰탕·비빔밥 원조집 ‘군침’ 코엑스 세계 음식 경연 ‘눈요기’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만큼이나 맛있고 별난 먹거리가 넘치는 맛의 향연이다. ‘서울을 맛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을 내건 ‘서울사랑 음식축제’가 여의도와 뚝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다. ●4월27∼30일, 여의도 젊은 연인이나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부스가 여의도 일대에 40곳이 생긴다. 주 메뉴는 치킨류, 소시지류, 순대, 떡볶이, 빈대떡 등이다. 밤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한강축제를 즐기며 입을 즐겁게 하는 퓨전음식도 많이 선보인다. ●5월5∼6일, 뚝섬 어린이날이 낀 다음달 5∼6일 뚝섬에는 ‘하동관 곰탕’‘오장동 냉면’‘인사동 전주비빔밥’ 등 서울의 원조·유명 음식점 44곳이 야외부스를 차린다. 시중보다 10∼20% 싸게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 한강 주변에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되도록 국물이 있는 음식을 피했다. 한쪽에서는 김치에 이어 제2의 한류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떡을 주제로 ‘한국 전통 떡 한마당’도 열린다. 예쁜 떡 전시회, 떡 찧기 체험, 즉석에서 찐 떡 맛보기 등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4월25∼29일, 코엑스 이 기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는 ‘세계관광음식박람회’가 열린다. 메인 행사인 국제요리경연은 세계조리사연맹(WACS)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요리대회. 국내외 대학과 음식학원, 호텔, 외식업체 등 50여팀이 경합을 벌인다. 찬요리·더운요리, 해산물 요리 등 총 10개 부문이다. 군인 요리대회, 대사부인 요리 페스티벌, 얼음조각 경연 등도 이색적인 여흥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입장권은 일반 8000원, 학생 5000원. ●4월28∼5월6일, 시청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지구촌한마당’은 빼놓을 수 없는 도심 음식잔치다. 시청뜰에 48개국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세계음식전이 열린다. 인도의 카레, 터키의 캐밥, 멕시코의 토리토나 파히타스 등이 참가자들을 이색적인 맛과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8일∼5월5일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에서도 세계 전통음식 레스토랑들이 참여하는 음식축제가 열린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中노동절·日골든위크 맞춰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집중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 조성용으로 기획됐지만 축제 프로그램 마련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축제 기간을 한국행 관광객이 급증하는 중국의 노동절(5월1∼3일)과 일본의 골든위크(4월28일∼5월6일)에 맞췄다. 또 개막식을 제외한 축제일을 지난해 4일에서 9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이에 따라 축제 참가자는 총 600만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50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참가자를 지난해보다 5배 정도 늘려 잡은 셈이다. 그러나 항공기 예약현황 등을 감안하면 축제 기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약 25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축제 프로그램 선정이 늦어지면서 현지 설명회가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지 못하고 이미지 홍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흔히 해외 홍보는 6개월 이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24일 현재 중국과 일본의 황금연휴 덕분에 서울 시내 호텔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서울시는 모텔을 개조해 호텔급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간부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축제의 진행과 홍보는 사실상 내년 이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신문·강북구 주최 ‘우이령 마라톤’ 2000여명 꽃길 만끽

    서울신문·강북구 주최 ‘우이령 마라톤’ 2000여명 꽃길 만끽

    봄 기운이 완연한 22일 삼각산 우이령에서 서울 강북구와 서울신문이 공동주최한 ‘제2회 삼각산 우이령 마라톤 대회’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 노진환 서울신문사 사장, 김현풍 강북구청장을 비롯한 2000여명의 남녀노소 참가자들은 진달래가 만개한 우이령길을 함께 달렸다. ●가족과 함께한 축제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덕성여자대학 대운동장. 참가자들은 출발에 앞서 경쾌한 리듬에 맞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은 들뜬 분위기였다. 오전 10시 스타트를 알리는 대포가 울리자 라인 앞에 선 참가자들은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쌍문1동에 사는 허봉(70)씨는 “10년 이상 매일 아침 조깅을 해서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수유1동 최재혁(40)씨는 “우이령을 가족과 함께 달리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출발한 지 15분쯤 지나자 4.19㎞ 출전자들이 속속 골인점에 도착했다. 마라톤동호회 출신의 건장한 어른들 틈 사이로 박송미(11·강남초교5)양이 운동장에 들어서자 환호성이 터졌다. 박양은 당당하게 여자부 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수유영어마을의 캐나다 교사인 웰시 크리스천(24·여자부 6위)은 4.19㎞ 코스에서 입상권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는 “재미있는 체험을 한국에서 하게 돼 기쁘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영어마을의 외국인 교사 30명이 단체 도전장을 던졌다. ●오세훈 시장 vs 김현풍 구청장 프로급 마라토너로 알려진 김현풍 강북구청장과 오세훈 시장의 10㎞코스 ‘빅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출발 전 사회자는 ‘10㎞를 1시간 7분에 주파하는 김 구청장과 철인3종 경기를 즐기는 오 시장의 대결’을 예고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4㎞쯤 달리다 다른 행사일정 때문에 완주를 포기해 대결은 불발로 끝났다. 이날 풀코스(21.0975㎞)는 덕성여대를 출발 가오사거리∼삼각산문화예술회관∼국립 4·19묘지∼교통광장∼우이령∼유격교를 거쳐 덕성여대로 돌아오는 코스. 참가자들은 교통광장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 표정이 굳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긴 하지만 명색이 산악마라톤이기 때문이다. ●40년만에 열린 우이령길 회원 105명이 참가한 도봉구육상연합이 단체참가상과 금 돼지를 부상으로 받았다. 만 72세로 완주를 한 황옥인(중랑구 면목동)씨가 최고령상을, 최준서(4·수유6동)군이 최연소상을 각각 받았다. 이 밖에도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우이령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침투한 뒤 40년동안 일반의 통행이 금지됐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해금됐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김현풍 강북구청장 “맨발로 다니는 생태환경 만들것” “천혜자연을 간직한 삼각산 우이령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생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22일 김현풍(67) 강북구청장은 삼각산 우이령 마라톤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각오를 다졌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 우이령길 6.8㎞는 어린이들도 맨발로 밟고 다닐 수 있는 최고의 환경보호 구역으로 지키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과의 한판 승부가 불발된 데 대해 김 구청장은 “잠시 뛰는 모습만 봐도 프로급임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다음 기회에 다시한번 대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아베 신사참배 여부 ‘촉각’

    |도쿄 박홍기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시작되는 야스쿠니신사의 봄 축제인 ‘춘계대제(春季大祭)’에 참석,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지에 일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관방장관 재직때 춘계대제 직전, 신사를 참배한 전례가 있다. 총리 이후 처음 맞는 춘계대제이기도 하다. 특히 “(참배) 자체가 외교 문제가 되는 현실에 있는 이상 참배할까, 하지 않을까를 말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애매모호한 입장도 관심을 불러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도 또 참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큰 흐름은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무엇보다 지난 11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으로 모처럼 다져진 양국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굳이 깨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오는 26·27일의 방미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주관한 신주쿠교엔 벚꽃감상회에 가기 전에 신사를 찾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자신이 벚꽃감상회를 주관했지만 야스쿠니신사는 참배하지 않았다. 원 총리의 방일 직전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중국 인민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했다. 두번 다시 없기를 희망한다.”는 ‘경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터이다. 외무성 한 간부는 “만약 신사를 참배한다면 (중·일 관계개선에 나선) 중국의 후진타오 정권의 기반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중국 관계에 신경을 쓰는 이상 춘계대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의 ‘소신 행보’가 가장 큰 미지수다. 또 자민당 일각에서 터져나오는 “중국의 말에 따라 참배를 피해서는 안 된다. 종전 기념일인 8·15에는 당당하게 참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8월15일이나 추계대제 기간에 참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20일 교도통신이 전했다.hkpark@seoul.co.kr
  • [윤설영 기자의 고시 블로그] 고시생 웃고 울리는 ‘노량진 블루스’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하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다시 노량진 고시촌으로 돌아온 박씨. 그는 빨간 트레이닝복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늘 후즐근한 차림이다. 이름은 잘 모른다. 그냥 사람들은 그를 ‘고시원 박’이라고 부른다. 이웃에 사는 ‘창식이 형’은 장수생이다. 고시공부보다는 엉뚱한 사고나 치고 다니는데 더 소질이 있는 듯하다. 요즘 방송사의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방영되고 있는 ‘노량진 블루스’라는 코너에 등장하는 두 인물이다. 이 달 초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코너가 수험생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 전엔 비가 온다며 두 사람이 술을 마셨다. 하지만 술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 이 나이 먹도록 아들의 시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등골이 휜다. 고시원 생활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못하는 건 더 고생하는 부모님이 있기 때문이다. “괜찮아. 시험만 붙으면 다 잘 될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하는 한마디는 고시생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먼저 사법시험에 붙은 친구가 판사에 임용됐다며 파티를 벌였다.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차비라도 하라며 1만원을 전해 주는 친구에게 “우리집은 부산”이라며 택시비로 50만원을 뜯어낼 때는 통쾌함마저 느낀다. 지난 주 9급 국가직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에게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영화, 데이트, 여행 등 다양한 답이 있었지만 압도적인 대답은 “쉴 틈이 없다. 다음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였다. 국가직 다음으로 가장 큰 경기도 공채가 28일이기 때문이다. “밖은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고시생에게 봄은 없습니다. 시험 보는 날과 시험을 준비하는 날만 있을 뿐입니다.” 개그프로 주인공의 마지막 내레이션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snow0@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 포천 광덕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 포천 광덕산

    그동안 포천 광덕산은 근처 백운계곡으로 유명한 백운산에 가려 있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있어 그다지 알려진 산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두대간에 이어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늘어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중·장년층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 이유는 수도권에서 당일 산행이 가능하고, 광덕동 등산 시작 지점이 630m로 높기 때문에 산행 시간이 길지 않고, 기상관측소까지 임도가 닦여 길이 순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행 후에 포천 이동면에서 이동갈비와 일동면에서 온천으로 피로를 푸는 코스가 산꾼을 유혹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광덕산은 겨울 설경이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몇 년 전부터 복수초, 앉은부채, 너도바람꽃 등 야생화들이 알려지면서 봄철 꽃산행 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꽃이 많은 곳은 광덕동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회목현 입구까지의 계곡에 몰려 있다. 등산로 들머리는 철원 서면 자등리 원아사 입구와 포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316번 지방도 광덕고개 아래 광덕동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등산객은 교통이 편리하고 원점회귀가 가능한 광덕동을 찾는다. 광덕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회목현∼상해봉∼기상관측소∼광덕산∼남동릉∼광덕동 원점회귀 코스가 좋다. 광덕동은 광덕고개 정상에서 화천 방향으로 100m 내려가면 나온다. 눈에 잘 띄는 ‘광덕산가든’을 이정표 삼으면 된다. 가든 왼쪽 길로 접어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길을 지나 300m 오르면 번암교가 오른쪽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왼쪽을 자세히 보면 등산로가 보인다. 이곳이 하산 지점이다. 다시 200m 오르면 ‘해발 700m’라고 쓰여진 목판이 서 있는 산속가든이 나오고 이어 감투바위 펜션을 알리는 바위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식수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물 구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식수를 준비하지 못했으면 산속가든에서 구할 수 있다. 길은 임도다. 급경사에는 부분적으로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이전에도 군사 작전도로 관계로 깔린 임도에 2003년 12월 ‘광덕산 레이더 기상 관측소’가 생기면서 확장된 것이다.200m 임도 비탈을 올라 회목현 직전까지 길섶 참나무숲 아래에는 봄의 전령인 복수초가 아주 많다. 복수초는 3월 중순, 혹은 하순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초순까지 볼 수 있다. 상해봉(上海峰)은 육산인 광덕산에서 돋보이는 암봉으로 먼 옛날에는 이곳이 바다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헬기장에서 보면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보여 그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상해봉 정상은 가팔라 고정로프를 잡고 제법 힘을 써야 한다. 상해봉은 광덕산 최고의 전망대로 한북정맥 능선과 경기도의 주요 봉우리들의 첩첩 산그리메가 장관이다. 북동쪽으로 커다란 축구공을 머리에 올려놓은 것 같은 기상관측소가 보이고, 남서쪽으로 회목봉과 그 너머 복주산이 웅장하다. 남쪽으로 경기 최고봉 화악산, 백운산, 국망봉이 잡힌다. 광덕산은 전망이 없기 때문에 상해봉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이영준 월간 MOUNTAIN 기자 ●여행정보 자가용은 북부간선도로 신내나들목, 태릉, 구리, 퇴계원 등에서 47번 국도를 탄다. 이 국도를 타면 진접, 베어스타운 입구, 온천이 많은 일동, 이동갈비가 즐비한 이동면 시내를 지나고 316번 지방도가 갈라진다. 지방도로 갈아타면 백운계곡이 나오고 광덕고개로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시작된다. 광덕고개 정상에서 100m 화천 방향으로 가면 왼쪽으로 광덕동이 보인다. 포천 이동면의 이동갈비는 맛과 풍부한 양으로 유명하다. 백운계곡 입구에는 송씨네(031-535-4872)가 유명하다. 일동면에 새로 생긴 명지원(031-536-9919)은 넓은 한옥집으로 아늑하고 넉넉하다.1인분 8대 2만 4000원. 일동면에서 온천이 많아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다. 일동사이판(031-536-2000), 일동하와이(031-536-5000), 용암천(031-536-4600).
  • [신나는 과학이야기] 불타는 종이기둥 왜 떠오를까

    [신나는 과학이야기] 불타는 종이기둥 왜 떠오를까

    가지 끝마다 부드럽고 여린 새싹이 돋아나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계절이다. 붉은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 하얀 목련은 바라만 봐도 눈이 즐겁다. 꽃비가 내리는 거리를 꽃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몸이 가벼워져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다. 흔들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는 봄의 정취에 한 층 더 빠져들게 한다. 소리없이 올라가는 것이 아지랑이뿐이겠는가? 몇 가지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봄의 기류를 느껴 보자. 먼저 마술을 보여 준다면서 분위기를 띄워 볼 수 있는 실험을 하나 해보자. 선물포장으로 이용되는 습자지를 준비한다. 차를 우려내고 난 뒤 티백을 말려서 사용해도 된다. 습자지의 한쪽 모서리에 풀칠을 해 동그랗게 말아 원기둥을 만든다. 평평한 바닥에 흔들려 넘어지지 않도록 세우고 습자지 원기둥 윗부분에 불을 붙인다. 서서히 타내려가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각자 희망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도록 유도한다. 습자지 원기둥이 다 타기 직전 남은 종이 기둥은 위로 둥실 떠오르게 된다. 습자지 기둥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해보면 더욱 극적이다. 손바닥에서 종이 기둥이 다 타버려 살이 데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종이 기둥이 다 타기 직전 남은 종이 기둥은 떠오르게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종이 기둥의 윗부분에 불을 붙이면 종이가 타면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종이 기둥 위쪽의 공기를 데워 팽창시킨다. 공기가 위로 상승하면 일시적으로 습자지 윗부분의 공기 밀도가 낮아진다. 즉, 상승 기류가 생긴 것이다. 차차 종이 기둥이 타 들어감에 따라 상승 기류는 점점 강해지고, 남은 종이 기둥은 기류를 타고 위로 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습자지가 모두 연소되면 남은 재는 다시 아래로 내려온다. 상승 기류를 이용하면 종이 회전목마를 만들 수 있다. 너무 무겁거나 얇지 않은 재질의 종이 위에 원을 그린다. 원의 중심에 지름 1㎝ 정도의 작은 원을 그린 다음, 지름을 4개 그어 원을 8개의 부채꼴로 나눈다. 각 부채꼴 안에 하나씩 모두 8개의 삼각형을 그린다. 큰 원의 바깥 부분을 가위로 오려내고 8개의 삼각형을 칼로 잘라, 삼각형의 잘린 면을 45도 정도로 구부린다. 작은 원의 중심에 구멍을 뚫고 실을 끼워 매듭을 만든다. 색종이에 말그림을 오려 원의 사방에 연결해 꾸민다. 종이컵으로 촛대를 만들어 고정시키고 만든 종이 회전목마를 촛불 중심 위에 올려 놓으면 회전 목마는 서서히 돌게 된다. 촛불 위의 종이 회전목마는 왜 회전하는 것일까? 양초에 불을 붙이면 촛불이 연소하면서 이산화탄소, 수증기와 함께 열이 발생한다. 열은 촛불 주변의 공기를 데운다. 따라서 더운 공기가 불꽃 위로 올라가 일시적으로 촛불 주변의 공기 밀도가 낮아진다. 이때 차갑고 산소가 풍부한 주변의 신선한 공기가 촛불 주변으로 모인다. 액체와 기체 같은 유체는 열의 전도율이 작기 때문에 물질이 열을 직접 가지고 이동함으로써 전달된다. 이를 대류 현상이라고 한다. 촛불 위에 상승 기류가 도화지의 기울어진 삼각형 면에 닿아 잘라낸 부분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생긴 힘 때문에 도화지가 회전할 수 있다. 한편 불꽃 모양이 뾰족한 이유도 이런 대류 현상 때문이다. 즉 촛불의 열 때문에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계속 올라가면서 주변의 공기가 불꽃 아래로 모여들기 때문에 불꽃 모양이 위쪽을 향해 뾰족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 내부와 같이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이와 같은 대류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고른 비율로 연소되면서 불꽃이 구 모양이 된다. 김연숙 부평고 교사
  • [6월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민운동 거듭나야”

    [6월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시민운동 거듭나야”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양심수, 구속 수감자, 복지시설 수용자, 비정규직 노동자….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살아가는 이유인 사람이다. 달리 말해 권력과 독재와 불의와의 싸움에 평생을 건 사람이라고 하겠다. 시커먼 얼굴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말하는 박씨의 인생 밑바닥에도 6·10항쟁의 도도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87년 6월은 평생 노동현장을 지키고 싶었던 ‘촌놈’을 인권운동가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박씨는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하자마자 학생운동권이 됐고 강제징집을 당했으며 감옥을 갔다온 전형적인 투사였다. 그에게 87년 6월은 어떤 의미일까. 박씨는 86년 5월30일 해고 노동자 16명과 함께 한미은행 서울 영등포 지점을 점거농성한 죄로 2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됐다. 항소심 선고를 받고 지프차로 대전교도소에 이감될 때 4·13호헌조치를 듣게 됐다고 한다. ‘이제 죽었구나.’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털어놨다.6·10항쟁도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냈다. 안 그래도 감옥은 정치상황에 예민한 공간인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에는 더더욱 바깥의 정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거기다 양심수의 희망까지 섞여 있던 때라 상황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박씨는 “박종철 사건 때문인지 교도관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메고 근무하기에 뭐가 있긴 있나 보다라고만 여겼다.”고 말했다. 좀 지나니 교도소 안으로 최루가스가 날아오는 걸 보고 박씨는 비로소 ‘4·19’때 보다 더 큰 시위가 있었다는 것을 체감했다.6·10항쟁에 굴복한 군부독재정권이 6·29선언을 내놓으며 백기를 든 덕에 박씨는 가석방됐다. 박씨는 6·10항쟁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시민운동가의 입장에서는 항쟁 이후 시민사회의 영역이 확장됐다는 낙관적인 평가도 해봄직하다. 그러나 항쟁의 성과가 고스란히 자유주의 정권으로 넘겨지면서 시민운동의 밑바닥부터 다져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박씨는 “군사독재를 깼다는 승리감은 곧바로 대선분열로 이어져 노태우정권의 집권으로 드러났다.”며 몇달 사이에 승리와 좌절을 동시에 겪었던 경험을 들려줬다.88년 4월 치러진 총선결과도 여소야대였다. 박씨는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88년 6월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이었던 동생 고 박래전씨가 “광주는 살아 있다. 군사파쇼 타도하자.”며 분신하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박씨는 노동운동 대신 유가협을 택했다. 특히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에 몰두했다. 책임자 처벌과 배상 중심이던 의문사를 인권문제로 고민하던 시점이었다고 한다.93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국내 인권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해 국내 의문사를 알리는 성과도 이뤄냈다. 박씨는 “이 대회를 다녀온 뒤 인권운동이 반독재 민주화투쟁에만 매몰돼 독자적인 운동으로 존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박씨에게는 인권운동이 87년 6월정신이 남긴 민주화의 성과물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한 셈이다. ●6월정신 살려 ‘네트워크형´ 운동 필요 그는 6월 정신이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서도 대선을 앞두고 국본이 분열했던 불철저함과, 군사독재정권을 결국 막지 못한 점은 후회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항쟁의 기세를 몰아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과제를 뿌리뽑지 못했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그는 “집시법, 국보법, 노동악법이 여전히 살아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6월 정신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항변은 특히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는 “6·10항쟁을 통해 제시했던 국민들의 꿈을 배신하고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단 채 개인적 출세만 다졌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월 정신의 함의처럼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네트워크형’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한때 80년의 달력을 90년대로 바꿔 걸 수 있을지조차 의심했었다. 그때마다 89년 모교 ‘연세지’에 기고했던 “산 사람과의 약속은 바꿀 수 있지만 죽은 사람과의 약속은 바꿀 수 없다.”는 글을 보며 며 87년 6월과 열사들 앞에서 했던 다짐을 떠올린다고 했다. 그때만큼 벅차게 신뢰하며 그때만큼 승리의 기억을 가졌던 때가 없다는 말과 함께.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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