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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막내의 빈방… 오월, 가족을 생각한다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막내의 빈방… 오월, 가족을 생각한다

    딸과 아들이 제각기 동반자를 소개하고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집을 떠났다. 결국 자식 혼사에 아비는 말 한마디를 보태지 못했다. 예식 장소며 형식 순서 하나하나까지 저들이 결정해 나는 결혼식 당일 두어 시간 가족 사진을 함께 찍은 일이 전부다. 쿨한 가족들이 전개하는 생뚱스러운 연극의 한 장면에 내가 쑥 들어가게 될 줄이야. 집안에 여느 어른들이 계셨다면, 이렇게 대사를 치르다니 ‘천하의 불상놈’ 보았나 하며 돌아앉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 언제였나. 내가 고향집을 총총히 뒤로한 것은 부모님이 차례로 먼 길을 떠난 직후였다. 부모님이 부재한 집은 전혀 우리들의 집이 아니었다. 안방은 쳐다볼 수도 없었다. 집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어머니가 태연히 계셔야 하고 대청 옆방에서는 아침마다 아버지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야 한다. 지난해 정년 퇴임한 고향의 사촌 아우가 집이 쇠락해 귀퉁이가 무너졌더라는 소식을 전했다. 짐짓 무심한 척 대꾸하지 않았지만 세월, 그냥 눈을 감았다. 한국동란 이후 지어진 나라 안 전통 주거 건축 중에 가장 큰 한옥이라는 자랑 깊었던 집이다. 춘양목 하나하나로 보와 도리를 올렸던 팔작지붕집에는 남에서 북에서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잠시도 끊긴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교토와 나라의 일본 궁궐목수들과 편하게 교유하는 것도 어린 시절 전통 가옥에서 익힌 눈썰미가 바탕이 됐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시 집을 찾지 앉는다. 다른 형제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전래의 우리 가족은 해체됐다. 오십여 년 전에 미래를 예견한 듯 포스트모던의 삶을 시작한 형제들. 떠났고 흩어졌다. 온 동네 아이들로 종일 왁자지껄했던 마당의 자갈 밟던 소리, 솟을대문 무겁게 삐걱거리던 소리도 이제 사라졌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이, 일가 친척들이 법석을 떨던 그 집의 풍경은 내 마음에만 남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파른 탈가족화 추세는 구닥다리 내 시선으로는 도무지 따라잡기 힘들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형적 4인가구는 10% 미만이며 1인가구 33.4%, 2인가구는 28.8%라고 한다. 목공소에서 가구 제작 추이를 보며 세상이 바뀐 것을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십 여년 전쯤부터인가, 목공소에 여섯 자 그러니 2m보다 짧은 규격의 다이닝 테이블 주문이 들어왔다. 가족 구성이 변하자 식탁의 규격이 작아진 것이다. 그뿐 아니다. 목공소에서 지금 가장 많이 짓는 집은 컨테이너 모양의 8평형, 트레일러에 실어 현장으로 배송이 가능한 크기의 집이다. 마이크로 하우스 제작이 이제 목공소의 주 품목이 됐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1인가구가 또 다른 1인가구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그들은 혈연이 아니라 가족마저 선택하고 있었다. 건축가들은 흔히 “공간과 건축이 사람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거장 안도 다다오도, 한국의 승효상도 자주 인용하는 이 클리셰의 원전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그럴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족 구성이 변해 식탁의 규격이 바뀌듯 건축도 사람의 뒤를 좇을 뿐. 매해 봄바람이 시작되면 산골짜기의 내 집은 겨울이 언제 있었냐는 듯 꽃동산으로 변한다. 아내와 둘이서 심은 복숭아, 사과나무, 철쭉, 산매화에다 산여울가로 터잡은 귀룽나무 흰꽃이 휘영청 마당을 덮고. 또 골바람 설핏 불면 방향 없이 흩날리는 밀향. 이 향기를 더듬는 큰 골의 봄날에 나는 동양화 속 어느 느릿한 신선이 된다. 그런데 금년 봄 뜰의 복사꽃도 귀룽나무 흰꽃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막내의 빈방이 어른거려서…. 초등학교 어린아이는 저 방에서 꽃씨 봉투를 사방팔방 나누더니, 밤늦도록 이어폰 끼고 앉아 있던 책상은 그대로 남긴 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섰다. 아이의 빈방 앞 들고 나며, 산매화 흰꽃 온 뜰에 가득해도 사람 없으니 눈에 들지 않는다. 여덟 자 참나무 식탁을 함께했던 다섯 식구가 이제 다섯 집으로 나뉘었다. 고향을 언제 떠났는가 헤아리니 반백년, 어머니의 집을 떠난 절절함은 맺히고 맺히더니 이 모양 저 모양의 신(新)가족을 만들었다. 어떤 표현이 맞을까, 다섯 연합가족. 해체되고 선택하며 변화해 온 가족의 모습이다. 김민식 내촌목공소 고문
  • 마음이 자박자박… 그 향기가 닿다, 풀꽃이 산들산들… 그 사색에 잠기다[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마음이 자박자박… 그 향기가 닿다, 풀꽃이 산들산들… 그 사색에 잠기다[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봉황산 남쪽, 일본식 가옥 한 채 뒤뜰엔 철쭉·금낭화·매발톱꽃…시화·시집·풍금 등 소박하게 채워딸 나민애씨에게 보낸 손편지도자세히 보고 오래 봐 온 존재 ‘가족’미운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기도사람의 열기 빠져나간 한적한 숲늦봄은 이른 여름 향해 다가간다충남 공주시 태화산 기슭의 오뉴월 초록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신록’ 하고 발음할 때 입안에 푸름이 깊은숨처럼 스며 옵니다. 신록의 오월, 공주는 마곡사의 시간입니다. 저는 마곡사솔바람길을 시나브로치유길과 겹쳐 걸으며 신록의 계절을 누려야지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민천의 공주풀꽃문학관으로 발길이 먼저 향했습니다. 시인이 딸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마음이 움직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나태주 시인을 만났습니다. 시인의 풍금 연주는 흑백영화 같아서, 편지는 자박자박 딛는 마음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제민천은 공주의 도심을 가로질러 금강과 만납니다. 그 중심의 봉황동과 반죽동 일대에는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1923년까지 충남도청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충남의 중심이었지요. 여느 구도심이 그렇듯 지금은 층층이 쌓인 마을의 시간이 여행자를 부릅니다. 이 동네에서는 차보다 두 발로 걷는 게 좋습니다.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발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겁니다. 토종 곡물을 탐구하는 그로서리(grocery) 카페 곡물집集, 건축사무소가 만든 독특한 외관의 북카페 블루프린트 북, 정원이 예쁜 한옥 찻집 루치아의뜰, 60년대 한옥을 다듬은 봉황재 게스트하우스 등 탐스러운 곳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렇게 느린 달팽이처럼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봉황산 남쪽에 작은 일본식 가옥 한 채가 보일 겁니다.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던 공주사대부고 바로 옆이지요. 그 소담한 집이 바로 나태주 시인의 공주풀꽃문학관입니다. ●숨죽여 사랑에게 ‘미안해요. 여보… 미안하구나 얘들아.’ 오늘 다시 읽은 시의 일부입니다. 시인은 자신을 ‘최소한의 아버지 초라한 남편’이라고 칭합니다. 시의 마지막은 ‘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고개 숙인다’로 끝이 납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고개 숙일 줄 아는 이의 ‘미안해’는 ‘고마워’의 다른 표현일 겁니다. 제가 읽던 책은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답장 같은 딸 나민애씨의 산문이 실린 책 ‘나만 아는 풀꽃향기’(앤드)입니다. 저는 지금 공주풀꽃문학관에 와 있습니다. 시인 부녀의 편지가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제 안에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태주 시인은 풍금 앞에 앉아 있습니다. 좀 전에는 초등학생 가족이 시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인이 뒤뜰로 난 방문을 활짝 엽니다. 화사한 정원이 나타납니다. 철쭉, 금낭화, 매발톱꽃, 조개나물꽃 등이 잔뜩 피었습니다. 시인이 운을 뗍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발소리는 어떨 것 같아요. 저벅저벅할까? 자박자박할까? 자박자박하겠지요. 그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작은 발걸음으로 걸어갈 거예요.” 시인이 정원을 가리키며 꽃이 피니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디딤돌을 따라서 자박자박 걸어들 다닙니다. 또 꽃 앞에서 멈추고 꽃과 꽃 사이를 넘나들지요. 진짜 풀꽃의 문학이 그곳에 있습니다. 공주풀꽃문학관은 2014년 문을 열었습니다. 뒤편 새 건물은 개관을 앞둔 나태주문학창작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이 문을 열어도 문학관은 그 자리에 있겠지만 시인과의 소박한 만남은 왠지 지금이 나을 것만 같습니다. 문학관 하면 시인의 육필 원고와 창작 도구, 연대표 등으로 나뉜 전시실이 떠오릅니다. 이곳은 다릅니다. 시인이 그린 시화와 시집들 그리고 풍금과 시인이 사랑한 공주 예술가들의 작품이 대신합니다. 시인에게 문학관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니라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터전인 듯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시가 그런 의미일까요. 또 시인은 문학관에서 약속을 잡곤 합니다. 인터뷰도 있고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도 하지요. 무심히 들르기도 할 겁니다. 그런 날은 문학관을 찾는 이들과 격의 없이 소통합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봅니다. 매일은 아닐 테지만 기대보다 자주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공주풀꽃문학관은 나태주 시인의 집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문학관보다는 시인의 집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꽃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시인이 풍금의 건반을 누릅니다.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시인이 노래하는 풍금 위에는 딸 나민애씨의 사진 액자가 보입니다. 시인은 지금껏 받은 손 글씨 편지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인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안부를 묻거나 자녀의 교육을 위해 부모가 편지를 쓰곤 했어요. 교육의 방법이기도 했지요. 나도 딸아이가 집에서 같이 지낼 때는 편지를 안 썼어요. 그런데 바깥에 나가 살게 되니 배운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나에게 하시듯이 편지를 썼어요.” 그러니 ‘나만 아는 풀꽃 향기’는 그가 딸에게 건네는 안부고 당부입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만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겠지요. 저는 이 책 속의 많은 편지가 ‘민애야’ 하고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좋았습니다. 나민애씨는 아버지의 마음에 꽃처럼 피었겠지요. 향기로운 풀꽃이었겠지요. ‘나만 아는 풀꽃 향기’는 나민애씨가 중학교 수학여행에서, 또 결혼을 앞두고 쓴 네 통의 편지로 끝을 맺습니다. 시인에게 유독 귀한 편지였을 겁니다. 나민애씨는 문학평론가이기도 한데요. 자신에게 있어 ‘평생의 시 공부는 평생의 아버지 공부’라고 말합니다. 시인 아버지에게 이보다 큰 사랑 고백이 있을까요. 시인의 정원을 자박자박 걷다 나오는 길, ‘자전거 탄 풍경’ 조형물 앞에서 ‘풀꽃’을 다시 읽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가족이야말로 자세히 보고 오래 봐 온 존재입니다. 공기처럼 흔한 풀 같고 또 무지개처럼 화려한 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밉기도 하고 미운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기도 하지요. 그 풀꽃에 나만 아는 향기가 있다는 시인의 편지가 마음 한편에 고이 내려앉습니다. ●한글로 쓰인 마음의 편지 제민천 마을에서는 충남역사박물관이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쓰인 곳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은 2층 창가에 돌출한 종 모양의 외관이 두드러집니다. 현재는 ‘한글, 마음을 적다’라는 제목의 전시가 한창입니다. 조선시대 가족 사랑을 표현한 한글 편지 전시입니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정조가 외숙모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첩입니다. 서툰 글과 글씨의 어린 원손이 어엿한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읽고 보는 즐거움이 각별합니다. 반면 어머니의 유언을 아들이 정리한 ‘선비유언’은 가슴 뭉클한 사연이지요. 죽음을 앞둔 어머니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맥 보아 약명 내어 두었으니… 잘 먹고 쉬 낫기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또 순원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밤다식’, ‘오미자병’ 등 생전에 덕온공주가 좋아하던 제수 음식을 적어 보낸 글은 그 어떤 편지보다 구슬프고요. 박물관을 나서는데 자꾸만 마음이 들썩입니다. 언덕 위 박물관의 한적한 정원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보고픈 가족에게 용기 내어 편지 한 통을 써 나갈 수밖에요. 기어이 가가책방을 찾습니다. 가가책방은 여행자를 위한 책이 있는 쉼터였습니다. 하숙집과 신문 보관 창고로 쓰이던 빈방을 개조했습니다. 무인책방으로 운영하면서는 방명록용으로 엽서와 색연필을 뒀더니 어느 날부터 그것들이 벽을 뒤덮기 시작했고요. 먼저 찾은 이가 남긴 엽서는 이제 공간의 인력으로 다음 사람들을 부릅니다. 각기 다른 사연은 순서를 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하나로 이어진 릴레이 편지일 테지요. 서동민 대표의 말을 빌리면 족히 1만장은 넘을 거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가책방을 편지의 방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책방 안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남긴 엽서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서동민 대표에게 쓴 감사 편지, 같이 온 친구끼리 나눈 엽서, 또 위태한 자신에게 추억하듯 이곳을 다시 찾겠노라고 결심하는 고백도 보입니다. 댓글처럼 달린 응원의 엽서도요. 오늘의 저와 닮은 이들이 여행의 책방에 앉아 마음을 적어 나갔겠습니다. 우선 전화로 예약하며 받은 열쇠의 비밀번호를 누릅니다. 이곳의 공식적인 이용료는 5000원입니다만 강제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공간을 아끼는 여행객들은 기꺼이 이용료를 지불하거나 약 200m 떨어진 가가상점을 일부러 다녀갑니다. 저는 정성스레 엽서를 꾸미는 이들 곁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먼저 엽서로 가득한 방에 있노라 적습니다. 또 나태주 시인을 만나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고 자랑합니다. 시인의 소년 같은 유쾌함이 좋았노라고 분명 MBTI는 ‘E’로 시작할 거라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에서 내 어머니의 유언 같은 편지를 읽었다고 씁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도 결국 누군가의 자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나브로, 신록의 숲에서 공주를 떠나기 전에는 마곡사를 찾습니다. 왠지 한참을 돌아온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고 신록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요. 저는 마곡사신록축제가 막 끝난 이 시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열기가 빠져나간 한적한 숲에서는 오롯하게 초록만이 반깁니다. 북적임은 그것대로 흥겹지만 적막 속에서 산들산들한 초록을 한층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까닭입니다. 신록은 마곡사솔바람길을 따라 걸으며 누립니다. 백범명상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백범길과 명상산책길, 송림숲길 3개의 코스가 있습니다. 짧게는 50분에서 길게는 4시간 가까운 코스입니다. 푸른 숲과 암자는 짙고 깊어 마음의 평화를 안깁니다. 목적 없이 숲에 머무는 것만으로 근심은 씻겨 나갑니다. 그 길에 붙은 ‘명상’을 조금 더 깊이 체험하고 싶을 때는 시나브로치유길을 따릅니다. 시나브로치유길은 마곡사솔바람길 가운데 은적암, 백련암, 군왕대 등의 명상과 사색을 하기 좋은 장소를 제안합니다. 저는 백련암 가는 길의 불모비림에 멈춰 섭니다. 마곡사에서 미술을 담당하던 화승들의 비석을 모은 자리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먼 데서 노래하는 새와 개울 물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또 백련암과 은적암을 잇는 숲길에서 잠시 눈을 감습니다. 숲에 이는 여린 바람은 숨길이 돼 주고, 잠에서 깨어난 신록들은 개구쟁이 아이의 볼처럼 실룩댑니다. 늦은 봄이 이른 여름을 향해 다가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로 가는 걸음 또한 자박자박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풀꽃문학관 -오전 10시~오후 5시(3~11월), 월요일 휴관, www.gjliterary.org
  • “예뻐서 키웠는데” 60대女 입건…마약 원료 ‘이 꽃’ 조심하세요

    “예뻐서 키웠는데” 60대女 입건…마약 원료 ‘이 꽃’ 조심하세요

    꽃이 예쁘다는 이유로 양귀비를 아파트 화단에서 재배한 60대 여성이 불구속 입건됐다. 15일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아파트단지 안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재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6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봄부터 최근까지 부천시 오정구 한 아파트단지 내 화단에서 마약 원료인 양귀비 31주를 재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한 주민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양귀비가 화단에서 자연 발화했고 올해 주변에서 ‘양귀비인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꽃이 예뻐서 계속 길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50주 미만의 양귀비를 재배할 경우 즉결 심판에 회부하라’는 내부 지침에 따라 A씨를 검찰에 송치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 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 청구로 약식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재배하거나 소지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양귀비는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당해 꽃을 제거하더라도 이듬해 주변 지역에 다시 자라난다. 4월 중순에서 7월이 개화기다. 양귀비에는 모르핀, 코데인 등 체내에서 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열매가 익지 않았을 때 나오는 유액을 모아 아편을 만든다. 단속용 양귀비는 비단속용 개양귀비에 비해 꽃 가운데 검은 반점이 넓고 선명한 특징이 있다. 양귀비가 관상용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울 때는 즉시 112로 신고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경찰에 문의해야 한다.
  • “사별의 슬픔도 갑상선 수술 후유증도 훌훌… 합창단서 백발도 주름도 잊어요”

    “사별의 슬픔도 갑상선 수술 후유증도 훌훌… 합창단서 백발도 주름도 잊어요”

    봄비가 내리던 지난 9일 오후 제주목관아 옆 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3층 강당에서는 ‘홀로 아리랑’ 피아노 반주(반주자 고다현)에 맞춰 아름다운 화음이 강당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목소리만 듣고선 젊은 청춘남녀들이 부르는 사랑의 하모니라고 어림짐작하며 강당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곳에는 예상밖 희끗희끗한 백발에 주름진 얼굴의 7080 황혼세대들이 모여 노래하고 있었다. 평균 연령 약 78세. 아흔에 가까운 최고령 할아버지도 낀 한마디로 인생2막을 여는 ‘청춘합창단’이었다. 대한노인회 제주도연합회 부설 노인대학원은 지난달 28일 노인대학원생들 300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친 뒤 총 43명을 뽑아 노인대학원합창단을 구성해 창단식을 열었다. 창단을 제안한 김인순(83) 대한노인회 제주도 연합회장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소년소녀처럼 악보 든 손을 덜덜 떨면서도 행복한 미소로 노래를 부르는 노인대학원생들이 너무 아름답고 가슴 설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에 찌들어 꿈을 잃고 남편걱정을 하던 누구의 아내도, 집안걱정하던 누구의 아빠도 어깨에 놓인 짐을 훌훌 벗어던지기를 바랐다”며 “한순간만이라도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초 30명만 뽑으려다 결국 43명 전원을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노인대학원 박규헌(75) 원장은 “합창단 창단 취지는 첫째는 소속감을 가지는 것이고, 둘째는 잠재된 재능을 발휘해 자아실현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마지막 셋째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향의 봄’을 지휘하던 지휘자 강윤희(69)씨는 갑자기 엘토를 담당하는 어르신들을 향해 “다시 해보세요. 꽃피는 산골!~~ 미미솔~솔도시~. 고향의 봄은 쉬운 노래가 아니다. 계속 연습하면 잘 하실 것 같다”고 이내 힘을 북돋운 뒤 “우리합창단은 열정만큼은 청춘이다. 어떤 합창단들을 보면 스페셜한 전공자들 몇몇이 끼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반면 우린 노인대학원 학생들로만 구성된 아마추어지만, 어릴 적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고 전했다. 5년 전 갑상선 수술을 한 뒤 목소리가 안 나오던 문정복(72)씨는 “합창하며 목소리를 다시 되찾게 돼 기쁘다”면서 “손자와 함께 1·3세대가 함께 하는 8월 8일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했다. 대정에서 제주시까지 한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오며 열정을 불사르는 강창유(88)씨는 “6월에 있을 합창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했다. 변정열(76·부단장)씨는 “심장시술하고 최근 남편과 사별한 슬픔에 빠져 있었다”면서 “허전한 마음을 메우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는데 치유의 삶을 찾은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43명의 단원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는 단장 양호선(70)씨는 “침대 밖으로 빠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면서 “가보지 않는 길이지만 도전은 시작됐다. 노래를 못하지만 합창은 호흡이고 소통 아니냐”며 각오를 다졌다. 노인대학원합창단원들은 1시간 넘게 노래연습하는 내내 백발도, 주름도 잊고 젊은 날로 돌아가 있었다. 이들의 인생2막 첫 데뷔 무대는 오는 6월 13일 노인학대예방의 날 초청공연이다.
  • ‘홀로코스트 생존’ 103세 프리틀렌더, 독일 훈장 받는 날 별세

    ‘홀로코스트 생존’ 103세 프리틀렌더, 독일 훈장 받는 날 별세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에서 살아남아 100세가 넘도록 반인종주의 운동을 벌인 마르고트 프리틀렌더(103)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그에게 최고 등급 훈장인 대공로십자장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그는 지난 7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연설했다. 프리틀렌더는 1921년 11월 5일 독일 베를린의 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단추 제조공이었던 아버지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브라질·중국으로의 이민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부모와 남동생이 모두 나치에게 끌려갔다. 홀로 남은 프리틀렌더는 유대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코를 교정한 채 숨어 살았다. 하지만 1944년 봄 거리에서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가 고용한 유대인에게 붙잡혀 현재의 체코 땅인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 1945년 종전과 함께 풀려난 그는 수용소에서 만난 아돌프 프리틀렌더와 결혼한 뒤 이듬해 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88세 때인 2010년 독일로 다시 돌아와 나치 잔혹사를 알리고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전념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102세의 나이로 패션 잡지 ‘보그’ 독일판 전면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 자연으로 돌아간 암수 점박이물범 한 쌍 ‘각자 갈 길’

    자연으로 돌아간 암수 점박이물범 한 쌍 ‘각자 갈 길’

    동해서 구조해 작년 10월 가로림만에 방류수컷 봄이, 태안 머물다 북으로 이동“생태 연구 자료 활용 기대” 충남 서산·태안 가로림만에서 함께 바다로 돌아간 점박이물범 ‘봄’이와 ‘양양’이 방류 직후 헤어져 제 갈 길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서 구조한 두 점박이물범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활어 사냥 등 자연 적응 훈련을 받으며 합사돼 자연 방류됐다. 8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6일 가로림만에 방류한 두 점박이물범 위성 추적 결과 가로림만을 떠나 각각 북쪽과 서쪽으로 향했다. 수컷 ‘봄’이는 백령도 인근을 지나 10월 27일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포착, 11월 15일 평북 신의주 인근에 도착했다. 이틀 후 남하를 시작해 백령도~강화도~가로림만 인근 등을 거쳐 한 달 만에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신호를 드러냈다. 다시 북쪽으로 머리를 돌린 봄이는 경기·인천 앞바다를 거쳐 신의주 인근에 서식하다 지난 3월 17일 위성 신호가 끊어졌다. 암컷 ‘양양이’는 방류 이틀 후인 10월 18일 경기 제부도 인근에서 다음날 인천 덕적도와 가덕도 인근으로 내려왔다. 10월 20일 태안과 가덕도 중간 지점에서 신호가 끊겼다. 도는 두 점박이물범에 부착한 위성 추적 장치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먹이활동 과정 중 손상 때문으로 추정했다. 도 관계자는 “위성 추적 내용으로 볼 때 두 개체 모두 건강하게 바다를 누볐던 것으로 보이고, 동선이 갈린 것은 서로 다른 무리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봄이는 2023년 3월 31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해안가 구조물 위에서 심한 탈수 상태로 발견돼 치료받았다. 양양이는 지난해 3월 22일 강원도 양양군 물치항 인근 해안가에서 기력 저하로 표류하다 구조됐다. 점박이물범은 식육목 물범과 속하는 포유류로,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해양보호생물 등으로 지정돼 있다. 2021년 고래연구소 조사에서 최대 12개체까지 확인됐다. 도는 국내 최초·최대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 산불 분석·유튜브 기획 눈길 끌어… 설명 없이 전문 용어 나열 아쉬워[독자권익위]

    산불 분석·유튜브 기획 눈길 끌어… 설명 없이 전문 용어 나열 아쉬워[독자권익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5차 회의를 열고 4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낡은 헬기·늙은 인력… 이마저도 야간 강풍에 산불 진화 손 놨다’ 기사와 ‘할머니는 재난 문자를 읽었을까’ 오피니언 등 대형 산불 이후 불거진 각종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시각 자료로 풀어낸 보도를 높이 평가했다. 탄핵 선고를 앞두고 헌법학자와 정치전문가 각 10명이 바라본 전망 기사와 ‘유튜브 창립 20주년, 특별 기획 기사’ 시리즈 등은 시의성은 물론 독자의 눈길까지 끌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베를리너판 전환 이후 한 면에 기사 한 개를 집중해서 다루는 ‘통면 편집’이 늘어나면서 국제 뉴스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 코인 시대’ 기획 기사에서 ‘STO’(토큰증권)와 같이 독자가 모든 전문 용어를 안다는 전제로 기사를 쓰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교수 산불 짚은 기사 그래픽·표 뛰어나‘뉴 코인’ 기획 ‘지식의 보고’ 역할3일자 ‘낡은 헬기·늙은 인력… 이마저도 야간 강풍에 산불 진화 손 놨다’ 기사는 산불 방지에 대한 현재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해 눈길을 끈다. 기사에 들어간 표와 그래픽, 사진 등도 뛰어났다. 산림청 자료를 기반으로 산불 진화 헬기 현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날 ‘할머니는 재난 문자를 읽었을까’라는 오피니언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산불 당시 대피 명령과 관련해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에게 재난 문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꼬집으면서 비상 상황 시 노인 등의 대피를 돕는 사람을 지정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24일자 ‘뉴 코인 시대’ 기획 기사는 국내 가상자산 제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했다. 신문이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좋은 기사다. 다음날 이어진 이 기획의 두 번째 기사에서도 정치권 등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STO’를 재빨리 포착한 후 훌륭한 기사를 썼다. 다만 기사를 너무 전문적으로 잘 쓰다 보니 정작 STO가 무엇의 약자인지 등의 쉬운 부분을 놓쳤다. 항상 말하지만 독자를 위한 별도의 설명은 꼭 필요하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 계엄~尹파면 화보 편집 인상적열정적인 스포츠 컬러면 배치를이달은 탄핵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특히 선고 날 관심을 가지고 지면을 살펴봤다. 4일자 4·5면에 ‘“인용 뒤집을 증거 없어 탄핵”, “헌재 정치적 재판, 기각 가능성”’과 ‘“헌법 수호 의지 없다 판단해 파면”, “중대한 법 위반 아니라 기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헌법학자와 정치전문가 각 10명에게 선고 결과를 전망하도록 하고 그 이유를 들은 것이다. 독자에게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해 볼 기회와 법률 지식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7일자 기사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사진이다. ‘피 말렸던 계엄의 겨울, 다시 지켜낸 민주의 봄’이라는 제목의 사진 8장이 12면에 실렸다. 신문의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역사의 기록이다. 이 지면은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8일자 ‘NHL 오베치킨, 895득점 그레츠키 넘어 통산 최다 역사’ 기사도 사진과 편집이 눈에 띈다. 오베치킨의 등번호인 8번 뒤에 숫자 ‘95’를 넣어 895득점에 성공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울신문은 스포츠면이 가끔 흑백으로 나온다. 스포츠 사진은 색이 있어야 열정적인 모습이 제대로 전달된다. 이 부분은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재희 변호사 유튜브 20주년, 시의적절하게 풀어87체제 기획 피상적 대안 아쉬워21~23일자 ‘유튜브 창립 20주년, 특별 기획 기사’ 시리즈를 가장 재밌게 봤다. 시의성과 구성을 잘 잡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3일간 집중적으로 보도한 게 늘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유튜브의 역사를 총괄적으로 잘 훑어 준 기사였다. 나영석 PD 인터뷰를 통해 제작자의 입장도 충분히 기사에 담았다. 다음으로 연중 기획인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기사의 사회 분야 세 번째 기사가 17일자에도 실렸다. ‘유튜브·SNS 가짜뉴스에 정치인 편승… 진영 양극화 부추긴다’는 기사인데 이 기획을 계속 보면서 드는 생각은 ‘87년 체제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라는 점이다. 기사가 계속되면서 본질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이 기사는 양극화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대안은 피상적이다. 전문가 인터뷰도 기계적으로 나열했다. 연중 기획 취지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달 좋은 오피니언과 칼럼도 많았는데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은 필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조금 더 소개해 줬으면 한다. 사진 밑에 경력을 넣는다면 독자들이 보기 편할 것 같다. 윤광일 숙명여대 교수 ‘녹지에 하얀 숲…’ 의미 있는 지적경마식 보도로 중요한 뉴스 놓쳐16일자 ‘녹지에 하얀 숲·340년 보전 숲…지역 경제에 우거진 희망의 숲’ 기사를 보면서 숲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독자가 숲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기사다. 다만 경상도에서 대형 산불이 나면서 역대급 피해가 발생했는데 사진은 굉장히 울창한 숲을 보여 주고 있어 마치 화마를 다 극복한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기사인데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산불 피해에 대한 내용도 두세 줄 나오는 데서 그쳤다. 비판하고 싶은 부분도 말하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관련 기사다. 한 대행에 대한 기사가 1면에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특정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경마식 보도’와 ‘흥미 유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지 않았나 싶다. 이로 인해 가장 중요한 경제 위기나 미국 관세 등의 기사가 주목받지 못했다. 4일자 ‘알박기 대 공백 차단… 정권마다 공공기관장과 불편한 동거’ 기사는 팩트 위주로만 써서 오히려 아쉬웠다. 기관장이 공석인 주요 공공기관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사를 다뤄야 했다. 비판의 날이 굉장히 무뎠다. 23일자 ‘가입자 2300만 SKT 해킹, 유심 정보 털렸다… 당국 조사 착수’ 기사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 달리 비교적 늦게 기사화됐다. 이재현 이화여대 석사과정 자극적인 제목 앞세워 본질 흐려‘숏폼 정치’로 젊은 독자 관심 끌어21일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 기사의 제목이 ‘홍준표 “키도 크신데 키높이 구두 왜”… 한동훈 “유치하시다”’였다. 토론회의 본질과 무관한 내용을 제목으로 뽑아 독자에게 정치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토론회는 제대로 챙겨 보기 어렵기에 정리된 내용을 기사로 접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을 앞세운 탓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같은 날 ‘짧고 굵게 파격 숏폼… 밈·패러디로 MZ 표심 잡는 대선 주자들’ 기사는 젊은 독자의 관심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다만 단순히 후보들의 모습을 나열하는 데 그쳤고 이들이 억지스러운 패러디로 청년들과 소통하려는 부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정치 마케팅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25일자 오피니언면에 ‘이것은 대선인가, 정책 듣기평가인가’는 대선을 듣기평가로 비유하면서 제대로 비판했다. 단편적 비판이 아닌 시스템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김영석 연세대 명예교수 ‘대선과 레거시 미디어’ 좋은 칼럼국제 등 다양한 뉴스 실리지 못해서울신문이 베를리너판으로 바뀌면서 신문이 작아졌다. 지면에 들어갈 수 있는 기사가 한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한 면을 전부 하나의 기사로만 편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국제 뉴스와 같은 다양한 기사가 지면에 실리지 못하고 있다. 독자가 서울신문만 보고도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례로 14일자 ‘6·3 대선과 레거시 미디어의 시험대’와 같은 칼럼이 굉장히 중요하다. 갑질 논란에 사퇴한 일본 효고현 지사와 관련된 내용인데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서울신문에서만 이 내용을 다뤘다. 칭찬해야 할 부분이다. 끝으로 다른 위원들도 계속해서 말하지만 새로운 단어를 쓸 때는 꼭 풀어서 써야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이달에도 그런 게 부족했다. 기사의 질은 높은데 독자가 모든 전문 용어를 알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기사를 쓰는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하다.
  • 어쩌면 마지막이 될 발걸음… 통신사 옛길 따라 ‘우호의 길’ 걷다[이종락의 이슈 톺아보기]

    어쩌면 마지막이 될 발걸음… 통신사 옛길 따라 ‘우호의 길’ 걷다[이종락의 이슈 톺아보기]

    올해 10회… 서울~도쿄 53일 대장정옛길 되짚으며 한일 교류 토대 마련통신사 파견 횟수인 12회 못 채우고참가자 고령화 등으로 중지할 수도평화의 흔적들 세계문화유산 등재日막부, 1년 예산 들여 통신사 환대이번 여정도 가는 곳마다 환영받아“양국의 우정 교류 노력은 계속돼야”서울에서 도쿄까지 1158㎞를 걸어가는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 걷기’가 30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 도착하는 걸로 막을 내렸다. 한국체육진흥회(회장 선상규)가 주최한 이 행사는 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이 되는 2007년, 선조들의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격년제로 실시했다. 원래 조선통신사의 파견 횟수인 12차례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참가자들의 고령화 등으로 53일간 계속 걷는 행사는 10회인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204년간 이어진 조선통신사 행렬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의 국교를 회복하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요청으로 1607년 시작됐다. 조선은 포로의 송환 등과 함께 일본의 국정을 살피는 전략적인 의도가 있어 임진왜란이 끝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일본에 외교사절단을 파견했다. 당시 조선통신사의 규모는 정부 대표인 정사, 부사, 종사관을 비롯해 보통 400~5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외교사절이었다. 파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렸다. 1811년까지 204년간 12차례 파견됐으며 이 기간 양국 간에는 평화가 유지됐다. 올해 행사는 서울에서 도쿄까지 걸은 35명의 완주자를 비롯해 코스별 참가자 등 2000여명이 함께했다. 조선시대 옛길 11대로를 완주한 기자도 주말마다 행사에 참가해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대구시 군위군 의흥면 행정복지센터 구간 59㎞,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미시마 구간 63㎞ 등 122㎞를 일행단과 같이 걸었다. 양국 참가자들은 ‘21세기 조선통신사’, ‘세계평화’라고 적힌 붉은색, 노란색 깃발들을 펄럭이며 양국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낭에 ‘꽃길’(花道), ‘한일 우정’(友情), ‘평화의 길’(平和の道) 등 각자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를 적어 매달고 이동했다. 매일 20~38㎞를 걷는 강행군 속에서도 양국의 참가자들은 ‘아리랑’과 ‘후루사토’, ‘고향의 봄’과 1960년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수주간 1위를 차지한 ‘위를 보고 걷자’를 번갈아 부르며 피곤함을 달랬다. ●양국의 소통 창구… 뜨거운 환대 이어져 현직 교사인 나카오키 아이코는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 시대 등 복잡한 역사가 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함께 걸어온 동료라는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배낭에 ‘함께 걸으면 친구’라고 쓴 리본을 달고 걸은 사토 다카네는 “한일 양국은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정치와 과거사 문제로 일순 긴장 관계에 빠진다”면서 “지난해 한국인 881만명이 일본을, 일본인 322만명이 한국을 방문한 것처럼 이런 민간 레벨의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연세학당에서 1년 반 동안 한국어를 배운 나카니시 하루요는 “조선통신사 길을 걸으면서 문경 옛길박물관, 일본의 동해도 역원(宿場)을 둘러보며 역사 공부를 많이 한 게 좋았다”고 밝혔다. 고교에서 화학 교사로 재직했던 엔료 료코는 남편이 서울에서 10년간 근무한 것이 인연이 돼 10회 모두 참석했다. 행렬단은 가는 곳마다 양국의 시민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조선시대부터 조선통신사 행렬의 전별연을 베풀었던 경북 영천시는 이번에도 행사단을 반갑게 맞았다. 조양루에서 열린 전별연에서 어린이들의 부채춤을 비롯해 태평무, 영천 아리랑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단원들과 출연진 모두 손을 잡고 강강술래 춤을 함께 추며 양국의 우애를 다졌다. 이런 환대는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2017년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조선통신사가 일본 사회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덕분이다. 행사단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시민이 말을 걸며 손을 흔들어 격려해 주고 간식거리와 음료수 등을 제공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사와 시장들이 직접 나와 환영식을 열어 줬다. 나고야시 다치바나초 주민들은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한국인들을 환대하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시즈오카현 시마다시에서는 시청의 남녀 직원 십수 명이 손에 작은 태극기를 든 채 한복을 입고 열렬히 환대했다. ●조선통신사 행사는 교민사회의 자부심 각 지역 민단 관계자들도 조선통신사길 걷기 행렬단을 따뜻하게 맞으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오사카 민단 환영식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합창단이 ‘아리랑’ 등의 노래를 부르자 일부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졌던 한국체육진흥회 김월호 이사는 “교민들이 일본에 살면서 얼마나 많은 차별을 견뎌내며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는 교민들이 상당수 참가했다. 행사 진행의 리더와 통역을 맡았던 이영수, 경수 형제는 각각 조총련과 민단 소속이지만 조선통신사의 행렬에 마음을 함께했다. 이성임씨는 10차례의 행사 중 4차례나 서울에서 도쿄까지 완주했고 이혜미자씨는 1회부터 매회 참가했다. 92세로 최고령 참가자인 김순남씨는 8년 전 6회 행사 때 경북 의성의 한 음식점에서 6·25 때 전우를 우연히 만났는데 4년 전에 고인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약식으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쇼군만 통행하던 길도 통신사에 내줘 일본 막부는 당시 쇄국정책을 폈기 때문에 선진문물을 전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인 조선통신사 일행에 지극한 정성을 기울였다. 통신사 일행을 맞이하는 데 1400여척의 배와 1만여명의 인원이 동원되는 등 막부가 쓴 돈이 1년 예산에 필적했을 정도였다. 1711년 일본 최고의 유학자인 아라이 하쿠세키는 통신사에 대한 환대가 중국 사신보다 높은 데 불만을 품고 이를 시정할 것을 막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림과 시에 능통했던 조선통신사 일행은 가는 곳마다 일본의 지식인, 문사들과 필담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서화·시문·글씨 등을 남겼다. 이러한 유산들은 병풍·회권·판화 등의 형태로 만들어져 널리 유행했으며 2017년 조선통신사 행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조선통신사 관련 책들을 출간한 니시니폰신문 기자 출신인 시마무라 하쓰요시는 “국서를 교환하며 만들어 낸 조선통신사 평화의 길은 세계에서도 유일하다”면서 “서로 속이지 않고, 싸우지 않고, 진실로써 교류한다는 통신사의 성신교린의 정신을 오늘에 계승해 원만한 한일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후배들의 책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일부 구간에 동행한 그는 이를 위해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2017년 10월 31일을 조선통신사 기념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조선통신사길은 교토에서 에도(도쿄)로 가는 동해도를 주로 이용하는데 시가현 야스시의 유키하타에서 히코네에 이르는 41㎞는 ‘조선인가도’(朝鮮人街道)라고 명명된 길로 걷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전투에서 승리한 후 천황을 만나러 지나간 길이다. 쇼군과 조선통신사에만 통행이 허용됐다고 한다. 기자가 걸었던 시즈오카현 삿타고개도 에도 막부가 조선통신사를 위해 위험한 바닷길을 피해 새로 만든 길이다. 우측 깎아지른 듯한 절벽 너머로 태평양 바다와 후지산이 펼쳐져 있어 조선통신사 일본 구간 중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기로에 놓인 조선통신사 걷기 행사 조선통신사 우정 걷기 행사를 2007년부터 기획한 선 회장은 “서울에서 도쿄까지 53일간 계속 걷는 행사는 사실상 막을 내리지만 의미가 있는 일부 구간들을 걷는 등의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조선통신사가 오갔던 길이 한일 젊은이들이 자주 찾아 두 나라를 이해하는 평화의 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부인 김정현씨와 함께 완주한 정문호씨는 “이번 여정은 양국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한 인생기행이었다”면서 “이런 역사적인 민간 이벤트가 지속돼 흔들리지 않는 한일 간 유대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지원을 담당한 다카하시 도시아키도 “한일 시민들이 허심탄회하게 지내는 이렇게 좋은 행사가 이번에 끝나는 것이 아닌 일시 중단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일 양측 집행부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다시 모여 향후 행사 진행 여부와 변경 방안을 최종 논의하기로 했다.
  • “박서준님의 기부금으로 아이가 조혈모이식 수술 받았다” 감동 사연

    “박서준님의 기부금으로 아이가 조혈모이식 수술 받았다” 감동 사연

    “박서준님의 귀하신 후원이 저희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배우 박서준이 뇌종양 환아의 조혈모이식 수술을 후원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서준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뇌종양 환아 A군의 가족이 보내온 손편지를 공개했다. A군 가족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월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투병을 이어왔다. A군 가족은 “수술, 항암, 방사선, 혈소판 등 무서운 단어들에 이어 엄청난 치료비까지 마음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조혈모세포 이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치료비를 들었을 때의 막막함은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고 돌이켰다. A군 가족은 병원 사회복지사를 통해 박서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A군 가족은 “처음 아이의 병을 알았을 때는 세상에 우리 가족만 불행하다 생각하고 좌절했지만, 1차 수술을 마친 지금은 조금씩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군은 박서준이 후원해줬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깜짝 놀랐다고 A군 가족은 전했다. A군은 “열심히 치료받아 건강하게 회복되면 꼭 만나서 인사드리고 싶다”면서 “나도 유명해져야겠다”고 다짐했고, 이 말을 들은 가족들 사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A군 가족은 전했다. A군 가족은 “박서준님께서 보내주신 기부금 덕분에 저희 아이가 조혈모이식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면서 “저희도 아이와 함께 꼭 도움을 주는 가족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서준은 이 편지와 함께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네요. 꼭 건강하게 회복해서 만나요”라는 글귀를 적었다. 박서준은 이어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의지가 꺾이고 절망에 빠져 메마르고 갈라져있던 누군가의 삶에 다시 일어날 용기, 다시 살아갈 기대를 전해주신 기부자님이 저희에게는 봄”이라면서 “기부자님의 따스함으로 일상을 되찾아가는 사람들의 고마움이 담긴 편지에 저희 또한 같은 마음을 얹어 전해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서준은 2018년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서준이 모델로 활동하던 도미노피자가 삼성서울병원에 희귀난치질환 환아를 위한 희망나눔기금 1억원을 전달한 데 이어 2년 뒤인 2020년에도 1억원을 전달할 당시 박서준이 함께했다. 희망나눔기금 전달식을 위해 병원을 찾은 박서준이 병동을 찾아 환아들과 만난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 한국 찾은 日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선 신인 감독이 잘 안 보여”[인터뷰]

    한국 찾은 日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선 신인 감독이 잘 안 보여”[인터뷰]

    “한국 영화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휩쓸린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진흥위원회(KOFIC)처럼 국가적인 지원이 부러워 일본에도 이야길 많이 하고 다녔는데…” ‘한국 영화 위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63) 감독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예술영화관 씨네큐브에서 ‘개관 25주년 기념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을 위해 방한한 그는 “주변 동료들의 추천으로 ‘서울의 봄’을 보고서 (김성수 감독이) 힘 있는 감독이라 생각했다. ‘파묘’도 봤는데 세계관이 참 독특했다. 한국에도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온다는 인상을 받아서인지 영화 침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서도 “좋은 작품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새로운 감독이 등장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짚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독립영화 ‘벌새’(2019)를 콕 집어 “(김 감독의) 신작이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이와 반대로 일본에서는 신인 감독들의 외국 유력 영화제 등의 수상이 이어진다. 이와 관련 “일본엔 OTT에 휩쓸려가지 않은 채 극장용 영화를 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그래서 젊은 감독이 계속 나온다.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고지, 하야카와 치에 등 이른바 ‘4세대 감독’이 나오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나도 응원하는 한편,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한은 씨네큐브를 운영하는 배급사 티캐스트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티캐스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세 번째 살인’(2017), ‘어느 가족’(2018),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 총 6편의 영화를 수입, 배급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날 ‘우리가 극장을 사랑하는 이유’를 주제로 스페셜 토크에 나선다. 30일에는 영화학도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내달 1일 ‘브로커’(2022)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 이주영 등과 함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2018)을 주제로 ‘씨네토크’에 참여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씨네큐브가 지금까지 제 작품을 한국에서 많이 상영해줬다. 마침 최근 작품의 촬영이 끝나 고마웠던 분들을 다시 만나러 왔다”고 했다. 한국에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국내 팬도 상당하다. 2023년 11월 개봉한 ‘괴물’은 전국적으로 5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데뷔하던) 1995년부터 매번 작품을 만들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였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외국에 왔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오늘도 짐을 풀기 전부터 간장게장을 먹었다. 먹으러 오는 김에 상영도 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영화는 소외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내포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찍겠다’ 생각하면서 작업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으면 부풀려 나가면서 영화로 만드는 게 나만의 룰인데, 그런 게 (결과적으로) 사회 현상들과 맞물리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넷플릭스 시리즈 ‘아수라처럼’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기회가 되면 OTT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도 생각했다”면서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앞으로 5년간은 영화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영화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를 시작한 지 30년째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한국·중국 배우가 나오는 작품도 구상 중”이라며 장기 계획을 귀띔했다.
  • “봄꽃 혼란·식물의 경고… 수목원, 교과서 밖 교육 허브로 나선다”

    “봄꽃 혼란·식물의 경고… 수목원, 교과서 밖 교육 허브로 나선다”

    손연아 한국환경교육학회장정원, 이젠 지속 가능 발전의 쇼룸지식 공간 ‘식물원’ 역할도 재조명김주환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자생식물 활용 맞춤 도시숲 조성생물다양성 보전은 생존의 문제임영석 국립수목원장환경교육·산림교육 융복합 시대식물계의 반란 미세 신호 읽어야천권필 한국과학기자협회 부회장미디어 ‘식물-경제-삶’ 연결 주목식물원, 인류 생존 교육 공간 진화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동시에 엄습한 시대, 식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오는 6월 열리는 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 D-50일을 맞아 지난 21일 국내 식물·환경 교육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물이 보내는 경고와 교육·연구 중심으로서 수목원·식물원의 역할 확장을 논의했다. 동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수목원과 식물원이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손연아 한국환경교육학회장, 김주환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장, 천권필 한국과학기자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서울신문은 ‘계절실종, 식물은 답을 알고 있다’ 기획기사로 이상기후의 전 지구적 영향을 조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4월의 폭설, 이상한파 뒤 기온 급상승으로 봄꽃의 혼란이 더 심화된 모습이다. 임영석 원장 자연이 보내는 SOS가 분명해지고 있다. 봄꽃이 피었다가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눈을 맞아 고개를 숙이는 일들이 일어났다. 침엽수 등에서 가지마름과 같은 피해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해 전국 수목원 사례를 수집하며 원인을 파악 중이다. 병리학적인 조사와 해부학적인 조사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권필 부회장 식물에 대한 관심이 언론에서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봄꽃, 가을 단풍 같은 계절 현상이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식물은 경제지표로도 부상했다. 개화 시기 변동은 농산물 가격이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맥락에서다. 식물이 과거 생장 습관에서 벗어나는 게 경제 그리고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미디어가 주목하고 있다. -식물들이 보내는 이 경고신호의 원인은 무엇인가. 김주환 협회장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다. 식물은 온도와 빛의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지만 환경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식물의 생존에 결정적인 것은 가을의 최고기온, 봄이 오기 전 땅이 어는 온도인데 기후변화로 이 패턴이 완전히 교란되고 있다. 식물계는 이미 기후 임계점에 가까워졌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임 원장 ‘식물계의 반란’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가을에 벚꽃이 피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국립수목원에서도 36종의 식물에서 ‘가을 불시개화’가 나타났다. 2009년 이후 관찰 데이터를 보면 과거에는 순차적으로 피던 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꽃의 대혼란’ 양상도 뚜렷하다. 이런 현상들이 급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식물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읽어야 인류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식물이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자 여러 지자체가 너도나도 도시 정원을 가꾸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도시 녹지는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한편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시민들의 정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보기에 좋다. 임 원장 화려한 디스플레이 정원도 아름다운 느낌을 줘 좋지만 다양한 생명체가 찾아오는 생물다양성 정원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국립수목원은 지자체와 협력해 모델정원을 조성한다. 이 모델정원의 성공을 ‘처음 찾아온 생물이 다시 찾아오느냐’로 측정해야 한다. 일회성 경관이 아닌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는 정원이 지속 가능한 정원이다. 김 협회장 오늘날 정원은 ‘생태계 인프라’로 재정의돼야 한다. 유럽처럼 도시-교외-자연을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로 인식해야 한다. 도시에는 공중보건에 기여하는 식물을, 교외에는 식용 가능한 열매 식물을 심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버스 정류장 위에 작은 녹지를 조성해 인왕산, 남산 등 주변 산의 자생식물을 심는 ‘버스스톱 그린 루프’가 있다. 새들이 정류장을 ‘도심 속 식물 휴게소’로 활용해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뜨리는 생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연중 한철 피는 꽃을 보려고 같은 종류의 나무를 전국에 도배하듯 심는 건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탄소 저감 강박증’의 결과다. 자생식물을 활용하는 주변 맞춤형 도시숲 조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손연아 학회장 정원이 ‘지속 가능 발전의 쇼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항목을 지역별 정원 테마로 구현하면 어떨까. 어떤 지역에선 건강과 웰빙을 테마로, 다른 지역에선 양질의 교육을 주제로 꾸미면 정원이 SDGs를 직관적으로 체험하는 공간이 돼 교육과 관광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원과 녹지가 기후위기 대응에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식물이 보내는 경고신호가 분명한 지금 식물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손 학회장 아쉽게도 우리 교육은 ‘식물맹’을 양산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식물의 한살이’를 가르치지만 관찰기록에 치중돼 있고 생명체로서의 가치나 생태계 내 역할에 관한 관심은 적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광합성을 화학 공식처럼 암기하고 식물을 분류학적 대상으로만 여긴다. 학생들이 식물이 어떻게 주변과 소통하는지와 같은 생태적 맥락이나 생명체로서의 특성을 경험하거나 식물이 다른 동물이나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할 기회가 거의 없다. 식물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생태계의 주체임을 가르치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임 원장 교과서에서 물관, 체관은 가르치지만 살아 있는 식물의 생명력은 간과되기도 한다. 지난해 수목원에서 121년 된 오리나무가 쓰러졌다. 하지만 나무 외곽부의 절반이 아직 연결된 걸 보고 베어 내는 대신 부러진 부분만 방부 처리를 하고 나무를 가꿨다. 기적처럼 새잎이 나고 하늘로 다시 가지를 뻗어 냈다. 지금 이 나무는 ‘소원나무’로 불리고 주변에 조성한 작은 정원은 치유정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런 생명의 지혜를 알아야 한다. 김 협회장 정답 찾기에 집중하는 우리 교육이 살아 있는 식물의 복잡성을 교과서에 욱여넣었다.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한국인들은 나무에서 열리지 않는 한해살이라며 “채소”라고 답하지만 사실 서구에서는 식물학적으로 꽃이 핀 뒤 맺히는 열매라는 면에서 과일로 분류하기도 한다. 십몇 년 전 학회에서 이 혼란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입시 위주 교육에서 이렇게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다루기는 힘들었다. 결국 ‘토마토 분류의 문제는 시험에 출제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으로 논쟁이 끝이 났다. -식물이 보내는 기후 경고를 수용할 교육이 새롭게 필요한 시점이다. 6월 총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손 학회장 ‘인간이 자연을 소유한다’는 관점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미래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 마침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늘면서 수목원이 교육의 새 무대가 될 여지가 커졌다. 총회는 지식 공간으로서 식물원의 역할을 재조명할 계기가 될 것이다. 임 원장 환경교육과 산림교육의 벽이 무너지는 융복합 시대다. 나아가 우주 식물, 식물 외교까지 교육 스펙트럼은 확장 중이다. 식물은 생태맹을 치유하는 현장 교육의 허브가 될 것이다. 김 협회장 생물다양성 보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코로나19는 인간, 동물, 식물 간 질병의 연결을 보여 준 리트머스시험지였다. 총회는 다양성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범사회적 합의의 장이 될 것이다. 천 부회장 식물원이 ‘인생샷’ 명소가 아닌 ‘인류 생존의 열쇠’를 가르치는 교육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미디어도 부처의 칸막이를 넘어 식물-경제-기후의 연결고리를 심층 보도하기 위한 노력을 늘려 갈 것이다.
  • 우순경 사건 43년 만에 추모공원 완공…경남경찰은 “모든 분께 사죄”

    우순경 사건 43년 만에 추모공원 완공…경남경찰은 “모든 분께 사죄”

    “경찰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과의 말씀을 전하지 못했다. 더 늦기 전에 유가족과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 지난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열린 의령 4·26 위령제·추모공원 준공식에서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경찰 조직을 대표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유가족, 지역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위령제에서 김 청장은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성찰하고 쇄신하겠다. 국민께 더욱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 김 청장은 경남경찰 지휘부와 함께 유가족 대표 50여명을 따로 만나 류영환 유족대표 등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유족대표 측은 “경남경찰청장이 직접 방문하여 진정성 있게 사과하니 오래 묵은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며 “4·26 사건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추진에도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다. 이른바 ‘우순경 사건’이라 불리는 4·26 사건(궁류 총기 사건)은 경찰로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이 1982년 4월 26일 마을 주민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에 주민 56명을 숨지게 한 비극적인 일이다. 당시 27세였던 우 순경은 파출소(치안센터) 옆에 있는 예비군 무기고에서 소총과 수류탄 등을 들고나와 궁류면 4개 리를 돌아다니면서 총기를 난사했다. 당시 정권은 보도 통제로 이 사건을 철저하게 덮었다. 이후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행사 한번 열지 못했다가, 지난해 42년 만에 군 주최 위령제가 처음으로 열렸다. 볕 잘 드는 널찍한 추모공원 완공의령군 “군민과 함께 기억할 것”희생자 가족·군민 찾는 명소로명예회복·특별법 추진 계속위령제가 열린 4·26추모공원은 궁류면 궁류공설운동장 인근(궁류면 평촌리 9번지 일원)에 있다. 총 8891㎡ 규모로, 지난해 위령탑에 이어 올해 전체 추모공원이 준공됐다. 앞서 유족들은 ‘볕 잘 들고 사람 많이 모이는 널찍한 곳’에 추모공원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군이 이 뜻을 받아들여 공을 들인 결과다. 공원 내 위령탑은 석재벽으로 둘러싼 모양에 두 손으로 하얀 새를 날려 보내는 형상으로 표현했다. 석재벽 등은 높이 426㎝로 설계해 추모 의미를 더하고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총기 사건 배경, 결과, 위령탑 건립취지문을 새겼다. 군은 추모공원을 휴식·편의시설 등이 복합된 새로운 개념의 공원, 희생자 가족과 함께 군민이 일상적으로 지속해 찾는 군민 친화적 공원으로 ‘명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놀이 시설, 쉼터, 사계절 녹지공간을 추모공원에 포함한 이유다. 유가족들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많은 사람이 추모공원을 찾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유영환 유족회장은 “허허벌판에 위령탑 하나도 감격스러운데 멋진 공원으로 떡하니 지어주니 유족들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볕 잘 들고, 널찍하고, 오고 싶게 정말로 잘 꾸며 주셨다”고 말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위령탑 하나를 건립하는데 42년 세월이 걸렸지만 추모공원 전체를 완성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하나 매듭지으니 희망의 새로운 미래가 오고 있다”며 “완공된 추모공원이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교육의 장이자 매년 봄 기운을 느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준오 서울시의원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사업 통합심의 통과 환영”

    서준오 서울시의원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사업 통합심의 통과 환영”

    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일명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이 지난 24일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올해 11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사마을의 통합심의 통과에 앞장선 서울시의회 서준오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4)은 “이번 통합심의 통과는 노원구 주민들의 숙원이 마침내 현실화되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백사마을이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16년이라는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진정한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1960년 서울 도심개발로 인한 철거민 이주정착지로 형성된 백사마을은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사업시행자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며 난항을 겪었다.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정상화에 참여하며 2021년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 2024년 3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쳐 2025년 4월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SH공사의 사업 참여 이후에도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당초 서울시는 주거지보전사업과 통합개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착공시기가 4~5년 더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서 의원이 서울시와 노원구청, 주민대책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조율하며 임기 시작 1년 만에 신속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과 상반기 동안의 도시계획균형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또한 산림청 부지 매입문제로 자칫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노원갑 국회의원)이 산림청과 수차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다. 그리고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의 인가권자인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더해져 신속한 사업추진이라는 좋은 성과가 나오게 됐다. 이번에 통과된 변경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백사마을은 ▲지하 4층~지상 35층 ▲26개동 ▲총 3178세대의 자연친화형 대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당초 2437세대에서 741세대가 증가되어, 사업성 확보와 더불어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롭게 변경된 정비계획에 따라 사업 완공 시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백사마을은 불암산 근린공원과 어우러지는 고품질 주거단지로 변신하게 된다. 도보로 15분 내외 거리에 은행사거리 학원가 및 학군을 갖춘 교육 환경, 왕십리까지 20분대에 진출할 수 있는 경전철 동북선 건설까지 완료되면 교육·교통·자연환경이 충족되는 소셜믹스 단지가 탄생한다. 서 의원은 “제가 시의원이 되고 재개발·재건축 현안들 중에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곳이 바로 백사마을이다. 이번 성과는 서울시와 노원구청, 주민대책위 모두의 헌신과 협력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노원구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현안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백사마을 재개발사업은 올해 2월 우선철거구역의 건축물해체 인허가를 시작으로 5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철거를 진행, 올해 11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029년 상반기에 준공되며, 일반분양 입주자 모집은 2026년 6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은?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은?

    2025 제5회 화엄사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이 발표됐다. 이번 콘테스트는 ‘화엄! 홍매화의 향기를 머금고’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 콘테스트는 총 1178점(전문작가 부문 493점, 휴대폰 카메라 부문 685점)이 응모 접수됐다. 지난해에는 1141점, 2023년에는 897점이 응모했다. 전문작가 사진부문 대상(총무원장상)에는 ‘홍백의 만남’ 서재민씨, 최우수상(교구장스님상)에는 ‘매화향 가득한 밤’의 김찬일씨, 우수상(부주지스님상)은 ‘인연, 어울림’의 이기성씨가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휴대폰 카메라부문 최우수상(교구장스님상)은 출품작 제목 ‘나도 홍매화다!’ 최석민씨, 부주지스님상은 ‘불심에 스민 홍매/몸은 흙에 닿고 마음은 하늘에 닿는다’의 한현주씨, 총무국장 스님상은 ‘홍매화의 아침, 그리고 나’ 유진영씨가 수상했다. 이외 교무국장스님상에는 ‘다시 봄’ 장태두씨, 포교국장스님상은 ‘우리도 소녀들 마음으로’ 이정재씨, 특별상(리더스포럼상임대표상)에는 ‘무제’ 김은희씨가 각각 선정됐다. 덕문 교구장스님은 “홍매화는 코로나 시기에는 지친 심신을 위로했고 올해는 분열된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국민 홍매화’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덕문스님은 다음달 8일 지리산 대화엄사 주지 소임을 마치고 회향한다. 차기 주지는 우석스님으로 5월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화엄사 홍보기획원회 성기홍위원장은 “지난해는 25만 5000명, 올해는 22만명이 화엄사 홍매화를 관람하면서 천연기념물 홍매화 가지 꺾어가기, 허가받지 않고 몰래 드론 촬영 등이 옥에 티로 남는다”며 “2026년에는 좀더 성숙한 관람과 사찰내 촬영 질서, 국가문화유산 보호를 꼭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 낯섦이 찾아왔다 새로운 계절처럼… 설렘에 물들었다 비밀의 숲속에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낯섦이 찾아왔다 새로운 계절처럼… 설렘에 물들었다 비밀의 숲속에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홍차 향이 봄빛처럼 번지는 경북 안동의 한옥에 있습니다. ‘기록상점 낯선’을 운영하는 두 기록가 도성원, 원희래씨와 마주 앉아 도란도란합니다. 그들의 등 뒤로는 모란이 그려진 민화 병풍이 놓여 있습니다. 제 뒤로는 한갓진 한옥의 마당이 보일 테고요. 고요하고 차분한 봄은 간신히 찾은 평안일 겁니다. 440년 전 안동에서 살던 원이 엄마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이렇게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라고 편지를 남겼다지요. 지난 3월의 산불은 이들과 안동과 이웃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이었을 겁니다. 기록상점 낯선의 입구는 10m 남짓의 막다른 길입니다. 벽과 벽 사이의 좁은 골목에는 하얀 조팝나무꽃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앙증스러운 꽃 타래는 버드나무에 눈이 내린 모양 같아 ‘눈버들’(雪柳)이라고도 부른다지요. 팔등을 간질여 한들한들 말을 걸어옵니다. ●더디게 온 안동의 봄… 조팝나무꽃·눈버들 등 한들한들 말 걸어와 조팝나무에는 도성원씨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기록상점 낯선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숲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세상과 나 사이의 여정, 길 떠나는 마음들은 꽃길 지나 기록의 숲에 다다르겠습니다. 저는 그의 바람대로 조팝나무와 대문 옆 장미 넝쿨과 마당의 목백일홍(배롱나무) 곁을 지나며 크게 심호흡합니다. 당신 또한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좁쌀처럼 핀 꽃 위의 시간을 천천히 누리므로 낯섦을 새로운 계절처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은 진즉 안동의 봄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월영교의 봄밤이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이는지, 낙강물길공원이 왜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지, 그리하여 봄날의 사랑을 안고 기록상점 낯선에 이르기를 바랐지요. 불행히도 봄보다 먼저 산불이 번지고 말았습니다. 도성원, 원희래씨가 살던 교외의 주거 또한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전소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기록상점 낯선은 한동안 예약제로만 운영했습니다. 다행히 4월의 첫 주 토요일은 온전히 문을 열었습니다. 덤덤하게 꺼내어 놓은 이들의 말 속에는 무던할 수만은 없는 심정이 있었을 테지요. 이 또한 삶의 기록이 될까요? ●기록으로 잇는 전통과 현대… 한옥에 터 잡고 그 안에 젊은 감각의 문구들 안동은 조선의 성리학을 대표하는 고장입니다.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농암 이현보 등의 철학과 문학이 깃들고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우리나라 대표 서원과 종택, 고택이 많아 문화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강합니다. 이는 안동의 자랑이지만 장벽이 되기도 해요. 기록상점 낯선은 호기심을 가지고 몰래 지켜봐 온 공간입니다. 이들은 ‘기록’이라는 행위를 빌려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를 잇습니다. ‘아날로그 아카이빙을 지향하는 기록 공간’에는 그런 의미가 녹아 있지요. 민화 그림의 기록노트는 모시종이를 둘러 고전미를 살려내고, 동판의 그림이나 글자를 눌러 제작하는 옛날식 인쇄 방식(letterpress)으로 양감이 두드러진 액막이 명태 부적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기록상점 낯선의 정체성일 겁니다. 한옥에 터를 잡고 병풍이나 고가구로 세월을 더한 것도, 그 품 안에 젊은 감각의 문구를 디자인해 조화를 추구한 것도 그 연장입니다. 저는 그 가운데 한옥의 처마 아래에서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낯선레터와 찻상’이 좋습니다. 쉬운 말로 건넬 수 없는 진심은 손으로 적는 글이라서, 편지를 빌려 사랑하는 이에게 가닿게 되겠지요. 또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답장을 써 내려가는 것일 테고요. 조금 더 특별한 편지를 원할 때는 직접 편지 봉투를 디자인해 만들 수도 있습니다. 쓰임을 다한 종이를 재활용해 종이 죽을 빚고 이를 한지 틀 위에 뜬 후 꽃잎 같은 자연물로 장식합니다. 자투리로 사라질 뻔한 종이는 투박한 질감으로 자연의 생명력을 드러낸 나만의 봉투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링 왁스에 하회탈 문양을 찍어 ‘안동’을 기록하지요. 저는 고심 끝에 기록상점 낯선의 편지지 한 장을 골라서는 문 앞 창가에 앉습니다. 가향차 한 잔을 청한 후 딥펜(철필)을 들고 원고지의 칸칸을 채워 나갑니다. 4월의 꽃과 햇살과 바람과 자연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적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써나가기 시작한 글은 어느새 ‘궁서체’로 바뀝니다. 곧 여름이 될 것이고 스산한 가을에 이를 것이며 머잖아 다시 계절의 끝에 서게 되면, 그때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과 이 고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습니다. ●세상일에 헛된 수고·노력은 없어… 성취와 회복의 시간이 존재할 뿐 당신에게 건넬 편지를 쓰고 나서는 여유롭게 기록상점 낯선을 만납니다. 안쪽 선반에 놓인 탈 엽서 시리즈는 하회탈의 머리 위에 화관을 디자인하고 계절의 감성을 담았네요. 양반탈은 봄날의 기쁨을, 백정탈은 여름의 더위와 열정을 표현합니다. 탈의 형태로 주변 사람들을 기록하는 ‘탈생부 노트’나 하회탈의 표정을 빌린 ‘희로애락 노트’ 등은 근엄하고 진지한 안동을 친근하게 전달하네요. 어쩌면 ‘낯선’이란 이름은 이 모든 것을 감각하는 단어일 수 있겠습니다. 짧은 편지와 문구에 여행지의 낯선 시간을 담아 낯익은 일상으로 떠나보내는 거지요. 그리하여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낸 선물 같은 양분이 도달했을 때, 그 낯섦은 설렘이 되어 있겠지요. 내부를 두루 둘러본 후에는 바깥으로 나와 기단에 걸터앉습니다. 한옥의 봄은 마당에 더 짙고 넓게 퍼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원희래씨가 쓴 귀촌 일기의 몇 장을 펼쳐보고 또 도성원씨와 식물과 꽃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활짝 핀 조팝나무꽃에 관해서도요. 조팝나무의 꽃말은 ‘노력’입니다. 그리고 ‘헛수고’라는 의미도 있다지요. 상반된 의미가 모순 같습니다만 세상일에 헛된 수고와 헛된 노력이란 없다고 믿습니다. 다만 어떤 일에는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영광일 때는 성취의 시간이고 상처일 때는 회복의 시간이 될 따름입니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되지 않는 고래야. 그럴지라도 그대를 향해 나는 돌진한다.’ 오늘은 기록상점 낯선을 떠나기 전에 읽은 마지막 글이 오래 남습니다. ‘모비딕’의 한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습니다. 전지전능해 보이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불길을 잡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지요. 그럴지라도 그 땅 위에 다시 순이 돋고 꽃이 피기를 희망합니다. 꽃과 나무가 상처받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내일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요. 먼 데 사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라면 우선은 여행으로서 이 땅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또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산불의 뜨거움이 아니라 따스한 내면의 온기가 안동과 우리를 이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살아생전 전하지 못한 그리움… 월영교는 잊지 못할 사랑의 증표 ‘자내 샹해 날다려 닐오대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쟈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당신, 항상 나에게 둘이 머리 하얘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기록상점 낯선을 나와 월영교에 가기 전, 안동 국립경국대학교박물관(옛 안동대)에 들릅니다. 1998년 안동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정상동에서 조선시대 시신 한 구를 수습합니다. 서른한 살의 이응태로 밝혀진 미라의 머리맡에선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 적힌 편지, 그리고 미투리(일종의 짚신) 한 켤레가 발견되었지요. 그의 아내 원이 엄마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전한 편지와 선물이었습니다.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도 못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와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미투리는 둘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알 수 있는 유품이었습니다. 또 한지 위에 빈틈없이 써 내려간 한글 편지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는 글귀가 그 깊은 사랑을 짐작하게 합니다. 월영교는 둘의 사랑의 증표라 하겠습니다. 보행 전용 다리로, 안동댐 건설 당시 월영대를 옮겨 오고 인근 월곡면의 지명 등을 따서 이름 붙였지요.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안동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꼭 찾는 밤 산책 명소입니다. 다리를 건너서 원이엄마테마길이나 안동시립박물관 너머 영락교까지 발끝의 불빛을 따라 걸어 볼 수 있습니다. 밤의 강물 위를 지나는 문보트 또한 낭만이 어립니다. 마치 ‘물 위에 비친 달’(月影)처럼, 그리운 마음처럼 떠다니지요. 원이 엄마는 뱃속의 아이를 두고 떠난 남편이 얼마나 그립고 야속했을까요? 그래서 나무로 만든 목책교는 미투리를 닮아 낙동강의 동과 서를 잇습니다. ●그윽한 봄날의 오후…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 같은 낙강물길공원 만일 밤이 아닌 낮이라면 저는 당신을 월영교 가까운 ‘비밀의 숲’으로 데려갈 겁니다. 낙강물길공원은 물빛의 반영으로 은밀하고 아직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비밀스럽습니다. 누군가는 아담한 규모에 지레 실망할 테지만 당신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분명 좋아할 거라 장담해요. 기록상점 낯선을 떠나기 전 원희래씨가 꼭 들러 보라 말한 곳도 낙강물길공원이었으니까요. 낙강물길공원은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연상케 합니다. 댐과 수로로 연결된 물길은 공원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키 큰 전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깊은 공간감을 연출합니다. 저는 정원 북쪽 쉼터에 앉아 철쭉과 꽃창포, 수련 너머의 무지개다리를 바라봅니다. 정말 모네의 그림 같습니다. 얼마간은 또 한국적이고요. 무지개다리는 다시 연못의 징검돌로 이어집니다. 징검돌 위에서 공원의 반영을 배경 삼아 사진 남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메타세쿼이아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봄날의 쉼입니다. 모네는 ‘내가 잘하는 건 그림 그리는 일과 정원일 뿐이다’라고 했다지요. 욕심만으로 해낼 수 있는 건 우리의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 모릅니다. 또 그가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며 그린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떠올립니다. 끝내 발표하지 않은 채 서명조차 없이 침실에 놓여 있던 그림이지요. 그는 훗날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순간조차 ‘무의식중에 빛과 그림자’를 구별하고 있었노라 고백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그림은 원이 엄마의 미투리와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낙강물길공원에서 모네와 지베르니를 떠올리는 건 억지만은 아닐 겁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은 후백제의 견훤을 물리치고 동쪽이 안정화되었다고 해 안동(安東)이라 이름 붙였다 합니다. 잔잔한 물길 위로 번지는 낙강물길공원의 자연 분수를 바라보며, 저는 이 봄날 당신과 나란히 앉아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또 지나갈 시간을 그려 보고 싶어집니다. 그 사랑이 원이 엄마만은 못할지라도 서로를 ‘자네’(자내) 하고 다정히 부르며 동쪽의 평안한 땅, 안동에 있다는 걸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기록상점 낯선 토요일 오후 1~ 6시(상시오픈), 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예약제) www.instagram.com/nachseonnote
  • [길섶에서] 신록의 의미

    [길섶에서] 신록의 의미

    목련이 지고 벚꽃이 흩날린다. 화려했던 계절은 퇴장하고, 도심의 가로수와 공원에는 초록빛이 새롭게 자리를 채운다. 시선을 사로잡던 꽃 잔치는 끝났지만 눈에 띄지 않던 잎들이 어느새 가지마다 얼굴을 내민다. 며칠 전 내린 봄비가 그 잎들을 깨운 듯하다. 공기에서는 이른 더위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연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옮겨가는 빛은 단지 색의 변화가 아니다.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 낸 생명의 결이다. 봄비는 그 시간을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힘이다. 꽃이 피는 순간은 찬란하지만, 신록이 되는 과정은 고요하고 깊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누구나 한때는 피어나고, 언젠가는 져야 한다. 하지만 그다음 시간을 품고 다시 자라나는 잎처럼 우리는 조용히 또 다른 모습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른 봄을 기억하며 아쉬워하지만, 누군가는 초록으로 물든 숲길을 따라 새로운 걸음을 뗀다. 신록은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방식이다. 화려함보다 깊이를, 순간보다 지속을 선택하라는 조언이다.
  • 골밑 지배한 마레이 vs 관중과 기 싸움 프림…4강 PO 쌍둥이 사령탑 첫 대결, 조상현 LG 감독 승

    골밑 지배한 마레이 vs 관중과 기 싸움 프림…4강 PO 쌍둥이 사령탑 첫 대결, 조상현 LG 감독 승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서 골밑의 지배자는 아셈 마레이(창원 LG)였다. 마레이는 봄 농구 역사상 처음 펼쳐진 쌍둥이 형제 사령탑 대결에서 형인 조상현 LG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마레이와 맞선 게이지 프림(울산 현대모비스)은 관중과 기싸움을 벌이다 집중력이 무너졌다. LG는 24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프로농구 4강 PO 1차전 현대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 67-64로 이겼다. 역대 4강 PO를 보면 첫 경기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에 진출할 확률은 77.8%(54회 중 42회)다. 2차전은 26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정규시즌 최소 실점 1위(72.9점) LG는 성공률 20.8%(24개 중 5개)에 그친 3점슛 난조를 강력한 수비로 만회했다. 마레이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7점 1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코트를 누빈 가드 양준석(8점 6도움)은 4쿼터 막판 다리 경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유기상이 3점 9개 중 1개(성공률 11.1%)만 넣은 부분은 아쉬웠다. 6강 PO를 3연승으로 통과한 현대모비스의 조동현 감독은 조상현 감독의 벽에 막혔다. 특히 실책 18개가 발목을 잡았다. 게이지 프림이 20점 5리바운드, 이우석도 3점 3개 포함 13점으로 분전했지만 숀 롱이 8점(8리바운드)에 그쳤다. 1쿼터 장재석이 페인트존 안에서 프림에게 공을 받아 첫 점수를 올렸다. 반면 LG는 타마요와 마레이의 2대2 공격이 상대 수비에 막혔다. 양준석이 경기 시작 3분 19초 만에 3점으로 LG의 첫 점수를 올렸지만 프림이 속공 레이업으로 반격했다. 이우석이 높게 띄운 공을 받아 득점한 프림은 스핀무브에 이은 패스로 함지훈의 골밑슛을 도왔다. LG는 유기상의 외곽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1쿼터를 11-22로 밀렸다. 2쿼터엔 마레이가 공격리바운드와 포스트업으로 점수를 올렸지만 유기상의 슛이 침묵했다. 현대모비스는 벤치에서 나온 롱의 공격으로 해법을 찾았다. 타마요와 마레이가 골밑을 공략한 LG는 타마요와 교체된 박정현까지 힘을 보탰다. 박무빈이 양준석의 수비에 연속 실책을 범하면서 현대모비스는 전반을 5점 차까지 추격당했다. 3쿼터 마레이가 프림을 등지고 리버스 레이업을 올렸다. 프림은 공격자 반칙을 범하면서 롱으로 재교체됐다. 마레이의 팁 인으로 균형을 맞춘 LG는 유기상이 6개 만에 첫 3점을 꽂아 역전했다. 박무빈이 미들슛으로 급한 불을 껐으나 롱, 이대헌이 골밑 수비에서 빈틈을 보였다. 이우석의 외곽포로 쫓아간 현대모비스는 이우석의 실책이 나온 다음 정인덕에게 코너 3점을 맞았다. 하지만 이대헌이 연속 5점을 올리면서 현대모비스가 다시 3쿼터 1점 우위를 점했다. 4쿼터 초반엔 정인덕이 이대헌의 슛을 막은 뒤 미들슛에 성공했다. 이에 프림이 자유투 라인에서 공을 높게 던져 림을 갈랐다. 현대모비스는 서명진이 실책을 범했다. 이어 골밑 수비가 무너지며 마레이에 연속 실점했지만 위기의 순간 이우석이 3점슛을 넣었다. 마레이가 양준석의 노룩 패스를 받아 슛을 넣었는데 이후 양준석이 다리 경련을 호소했다. 그리고 마레이가 상대 스위치 수비의 틈으로 파고들었고 덩크슛으로 승기를 가져왔다.
  • 박춘선 서울시의원 “강일동 가래여울 한강으로 봄 소풍 나오세요”

    박춘선 서울시의원 “강일동 가래여울 한강으로 봄 소풍 나오세요”

    서울시의회 박춘선 의원이 지난 22일 열린 제330회 임시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에서 미래한강본부의 적극 행정을 높이 평가하며, 변화된 강일동 가래여울 한강변과 광나루 한강공원이 시민의 봄나들이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속적인 관리를 제안했다. 박 부위원장은 그 간 수십 차례 지역 한강 현장을 방문한 후 가래여울 한강변이 산책로, CCTV, 가로등, 벤치 등의 정비 필요 제안을 통해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방치되었던 나무들을 정비한 것만으로도 한강 전망이 확연히 달라졌으며, 마치 숨겨진 보물섬을 발견한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가래여울 한강변 정비상황을 재차 점검하면서 주민들로부터 “누가 이렇게 예쁘게 바꿔 놓았냐”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며,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미래한강본부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아직 고장 난 운동기구나 미정비 구역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짚으며, 임산부, 영유아, 몸이 불편한(장애인, 어르신, 휠체어) 이용자, 유모차 보호자 등 이동약자를 위한 보행로 개선에도 함께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 생태수변공원 조성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다른 생태공원이 약 1년간의 설계 기간을 거쳤던 점을 언급하며, 고덕 생태수변공원 또한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시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 반영된 효율적인 설계를 제안했다. 이에 미래한강본부는 예산과 계획 간의 일정 차이를 감안하여, 필요시 일정 조정이나 설계의 정밀도를 높여 완성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그동안 방치돼 있던 고덕천 끝 한강 전망공간을 현장 확인 후 곧바로 미래한강본부에 정비를 요청했고, 신속한 조치로 전망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자, 시민들이 노을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박 부위원장은 오는 4월 29일 개통 예정인 암사초록길과 관련한 현안도 짚었다. 자전거길과 암사선사유적지길의 통행 연계 방안에 대한 제안을 다시 언급하며, 많은 시민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통 이후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조속히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용 증가에 따른 안전 문제와 쓰레기 발생에 대비한 사전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쓰레기 안 버리기 인식 개선 캠페인”이나 “줍깅 바로 알기 주간”과 같은 시민참여형 활동을 통해 깨끗하고 쾌적한 한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행부의 선도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미래한강본부는 관련 제안을 명심하고 적극 반영하겠다고 응답했다. 광나루한강공원에 대해서는 ▲광나루 웰니스 프로그램 ‘오·운·한(오늘 운동 한강에서)’ ▲맨발 걷기길 ▲우리동네 한강 가꾸기(줍깅)활동 ▲책읽는 광나루 한강공원(5월10일) 등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맨발걷기길의 경우 마사토 포장으로 인해 신발을 신고 걷는 주민들과 맨발 이용자 간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안내 표지 및 세족장 등의 추가 설치를 제안했다. 끝으로 박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점검하겠다”면서 “시민들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하게 한강을 즐길 수 있도록 행정기관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 이재명 “공공의대 설립…의대 정원 합리화”

    이재명 “공공의대 설립…의대 정원 합리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합리화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플 때 국민 누구도 걱정 없는 나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은 의료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우리나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건강보험 보장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는 밤낮없이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의 헌신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거주 지역과 민간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도 갈 병원이 주변에 없고, 병원 문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면서 “의료접근성이 실질적인 환자의 필요보다 지역 여건, 소득 수준, 의료기관 분포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이제 ‘아프면 병원으로’라는 당연한 상식이 제대로 통용돼야 한다”면서 환자의 필요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개혁과 요양과 돌봄까지 이어지는 포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을 내걸었다. 이 대표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가겠다”라면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공공의료 거점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응급·분만·외상치료 등 필수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건강보험 제도도 개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합리화’도 내세웠다. 이 대표는 그간의 의정 갈등을 언급하며 “이제 갈등과 대립, 정쟁을 끝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중심으로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시대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요양·돌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돌봄통합지원법’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건강돌봄체계를 완성하겠다”라고 밝혔다.
  • [김동률의 정원일기] 잔디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하지만…

    [김동률의 정원일기] 잔디에게 굴복하지 않겠다. 하지만…

    사월에 들며 볕이 점차 강렬해진다. 마당과 씨름해야 할 시간이다.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 올 때는 자연이 주는 낙을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 일이 너무 많다. 스스로 게으르다고 판단되면 정원 있는 집은 포기해야 한다. 매일매일 손볼 것이 터진다. 잔디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은 잔디는 그냥 툭 갖다 던지면 스스로 자라는 줄 알고 있다. 천만의 말씀, 정말 어렵다. 해마다 잔디를 깔면 절반은 죽는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잔디만 취급하는 조경원에 몇 년째 들락거렸다. 사장님이 질책한다. 잔디 장사 이십년에 나처럼 잔디 못 키우는 사람 처음 봤다고.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다짐한다. “차라리 부서질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헤밍웨이 말씀이다. 다시 깔기로 했다.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포기다. 굳게 다짐했다. 그래도 또 깔까 봐 내심 찜찜하다. 죽은 잔디와 잡초를 뽑고 땅을 쇠스랑으로 고르고 잔디를 넓게 깔았다. 아침저녁, 물을 흠뻑 준 뒤 발로 꾹꾹 밟았다. 보리처럼 잔디도 꾹꾹 밟아야 잘 자란다. 문제는 잔디 틈에 있는 잡초다. 쪼구려 앉아 잡초 뽑는 시간은 고문에 가깝다. 봄볕은 며느리 주고 가을볕은 딸 준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땡볕에 작업하다 일어서면 어지럽다. 머리가 핑 돈다. 알랭 드 보통은 “정원은 인간의 영혼을 위무하는 공간”이라고 근사하게 정의했지만 현실은 개고생이다. 불쌍해 보였는지 딸아이가 쭈구리 의자를 사다 줬다. 밭일할 때 사용하는 동그란 스툴이다. 쭈구리 의자에 앉아서 하는 정원 손질은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문득 생각난다. 초등 6년 음악 시험은 노래 부르기였다. 그때 내가 부른 노래는 ‘푸른 잔디’였다. 풍금에 맞춰 불렀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보면/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즐거워 즐거워 노래 불러요” 소년이 부른 노래는 창밖으로 나가 푸른하늘로 멀리 퍼졌다. 그날 낡은 교실에서 같이 불렀던 반 아이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일락 향에 정신이 어질어질한 봄이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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