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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논현동 사저 ‘추징금 환수 공매’서 112억원에 낙찰

    이명박 논현동 사저 ‘추징금 환수 공매’서 112억원에 낙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가 공매에서 111억 5600만원에 낙찰됐다. 논현동 사저는 이 전 대통령의 벌금·추징금 환수를 위해 공매에 넘어간 상태였다. 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에 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과 토지가 낙찰됐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후 5시까지 이뤄진 공매 입찰에서 유효 입찰이 1건 나와 낙찰됐다. 캠코가 정한 최저 입찰가 111억 2619만 3000원보다 0.27% 높은 가격이다.검찰은 2018년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실명 자산과 차명재산에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논현동 사저, 부천공장 건물과 부지 등을 동결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로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함께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가 뇌물로 인정되면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여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 인니 남녀 혼전 성관계 발각…공개 회초리 100대 맞고 실신

    인니 남녀 혼전 성관계 발각…공개 회초리 100대 맞고 실신

    혼전 성관계를 가진 인도네시아 남녀가 공개 매질을 당했다. 트리뷴뉴스는 28일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위반한 남녀에 대한 공개 태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혼전 성관계를 하다 적발된 남녀는 이날 각각 회초리 100대씩을 맞았다. 평소 같았으면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었을 집행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찰과 관계 공무원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해 태형을 지켜봤다. 검은 두건과 복면을 쓴 집행관은 등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러나 혼전 성관계 혐의로 태형대에 오른 여자는 꼿꼿함을 잃지 않았다. 형 집행 중간 의료진의 확인에도 괜찮다는 표시를 하며 묵묵히 고통을 감내했다.하지만 100대나 되는 회초리질을 당하고도 멀쩡할 리가 없었다. 마지막 한 대까지 참아냈지만 결국 정신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태형대에서 실려 나갔다. 샤리아 집행을 담당하는 이슬람 종교 경찰은 “여자가 회초리 100대를 맞은 후 실신해 태형대에서 끌어 내렸으며, 곧 정신을 차렸다”고 밝혔다. 특별행정구역인 아체주는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으로, 주민 500만 명 중 98%가 무슬림이다. 2003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를 합법화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샤리아를 적용하는 유일한 지역이 됐다. 샤리아는 음주, 도박, 동성애, 간음,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법 위반이 적발되면 공개 태형으로 엄하게 다스린다. 지난 3월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남녀 4쌍 역시 공개 태형을 받았다.국제 인권단체들은 태형의 잔혹함을 꼬집는 한편, 인도네시아가 급진적 이슬람화로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샤리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동성애자에 대한 첫 공개 태형 집행 이후, 올 1월에도 동성 성관계를 가진 남성 2명에게 각각 태형 77대가 선고되자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체주 지역 주민들은 태형을 적극 지지한다. 2019년 당시 아체주 시장은 “서구 사람들은 샤리아법을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 “나라 무너지는 것 한순간”…이명박 옥중 편지 공개

    “나라 무너지는 것 한순간”…이명박 옥중 편지 공개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고려대학교 후배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30일 고려대 재학생·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한 이용자가 이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답장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그는 자신이 이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내용과 함께 답장을 사진 찍어 올렸다. 작성자는 자신을 2002년에 고려대에 입학해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내세울 업적이 없는 이들이 북쪽의 그 부자들처럼 큰 동상, 큰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낯부끄러운 미화와 왜곡을 한다”며 “선배님의 업적을 지우고 싶어 수해와 가뭄을 막고자 애써 만든 보를 부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선배님이 대통령이던 시절을 그리워한다”며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 간 줄 알았습니다’, ‘각하, 그립읍니다’ 라는 문장은 선배님 관련 게시물에 유행처럼 따라다닌다”고 썼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자필 답장을 통해 “보내준 격려의 글은 잘 받아봤다. 이 모든 것은 저 자신의 부족 탓이라 생각하지만 진실만은 꼭 밝혀지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무 안타깝다”며 “일으켜 세우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란 것을 우리 눈으로 보고있다”고 적었다. 이어 “시간이 지나 내가 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그곳(후배의 병원)을 방문하고 싶다. 그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글을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다스(DAS) 자금 횡령,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 실형이 확정돼 현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 “아빠 기다렸는데”…인도서 7, 8살 아동 성폭행 살인 잇따라

    “아빠 기다렸는데”…인도서 7, 8살 아동 성폭행 살인 잇따라

    인도에서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22일 인도 NDTV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마을에서 8살 여아의 변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사망한 여아의 시신에서 강간미수를 의심할 만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할머니와 염소를 치러 나갔다가 사라진 여아는 실종 당일 밤 락힘퍼 케리 지역 사탕수수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아동의 할머니는 “손녀가 피곤하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염소들이 풀을 뜯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혼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에 갔을 때 손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혹시 동네 혼인잔치 구경갔나 했지만 손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손녀를 찾았을 땐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다”고 울먹였다. 발견 당시 손녀의 다리는 묶여 있었으며, 출혈이 심했다고도 말했다.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직접적인 성폭행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폭력이 가해진 신체 부위 등을 감안할 때 강간 미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누군가 피해 아동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삼남매 중 첫째인 피해 아동은 다른 지역으로 일을 나간 아버지를 손꼽아 기다렸으며,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딸의 죽음 앞에 어머니는 오열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내 딸은 순진무결했다. 우리 가족이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한 적도 없다. 동네 주민과도 사이가 좋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가슴을 쳤다. 하루 전인 19일 밤에는 잠무카슈미르주 외딴 마을에서 7살 여아 납치 강간 사건이 벌어졌다. 타흐리 쿤디-치랄라 마을 혼인잔치에 참석했다가 옆 마을 남성에게 납치된 피해 아동은 인근 숲에서 성폭행당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피해 아동은 병원 치료 중이다.인도 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인도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은 3만3977건으로, 15분당 1건의 발생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강간 공화국’이다. 피해자 중 25%는 아동이었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2012년 아동 성학대에 관한 성범죄 방지 법안(POCSO)을 통과시키고 처벌을 강화했다. 일반적인 의미의 성폭행 외에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사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성적 의도로 아동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 역시 성추행으로 간주, 최소 3년의 징역형으로 다스리도록 했다. 하지만 법 적용이 느슨한 탓에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 1월 뭄바이 고등법원은 간식을 주겠다며 12세 여아를 유인해 가슴을 더듬고 속옷을 벗기려 한 39세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기고] 신개념 하천기본계획이 필요하다/오윤근 유신 부사장

    2022년은 우리나라 물관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원년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하천관리 일원화로 27년간 논의돼 온 숙원 사업인 통합 물관리의 완성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하천 관리의 일원화는 오랜 기간 단절된 댐과 하천을 연결해 유역 내 물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인자의 통합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유역 차원의 물 문제가 국가 정책으로 연계된다면 진정한 통합 물관리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다. 이에 필자는 물관리의 기본 단위인 유역의 통합 물관리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하천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관련 법령의 정비와 연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수자원법(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등)과 하천법(하천기본계획)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 통합 물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 이외의 환경 법령과 계획 등의 연계도 필요하다. 둘째, ‘댐 유역 관리’와 댐 상·하류 유역에 대한 ‘하천기본계획’을 접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천 본래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하천 정비는 기본으로 하되 치수 안전성 확보와 생태·문화·하천환경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수계별·지역별 특성과 지역 발전 전략을 종합한 유역 맞춤형 하천 정비를 필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치수(治水) 경제성 평가의 개선이다. 치수란 하천, 호수를 잘 다스려 범람을 막고 관개용 물의 편리를 꾀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 시행의 효과는 여러 영역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기존 치수 중심의 평가는 한계가 있다. 유역 통합에 따른 다양한 효과를 분석하려면 새로운 변화에 걸맞은 정성적·정량적 분석 기법을 제시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넷째, 시설물 유지 관리 강화를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댐과 하천을 연계한 스마트한 유역 통합 물관리 시스템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다양한 수행 주체들의 상호 이해와 협조를 통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특히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핵심이다. 정부는 통합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민간은 물관리 조사·정보체계 점검, 전문인력 육성 등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진일보한 하천기본계획으로 댐과 하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효과적인 재난대응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뚝심의 강동궁, 사파타와의 리턴매치 대역전승으로 18개월 만에 투어 2승째 신고

    뚝심의 강동궁, 사파타와의 리턴매치 대역전승으로 18개월 만에 투어 2승째 신고

    뚝심의 강동궁(41)이 스페인의 3쿠션 강호 다비드 사파타(29)와의 ‘리턴매치’에서 설욕전에 성공하며 18개월 만의 투어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첫 3개 세트를 내주고 내리 4개 세트를 쓸어담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강동궁은 21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 투어 2021~22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7전4선승제)에서 사파타를 4-3(3-15 10-15 14-15 15-2 15-14 15-13 11-10)으로 제치고 투어 2승째를 신고했다. 2020~21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3월 6일 9전5선승제로 열린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3시간 42분 동안 이어진 혈투 끝에 사파타에 4-5로 패해 투어 두 번째 우승은 물론 상금 3억원의 ‘대박’을 놓쳤던 강동궁은 1년 6개월 만에 가진 이날 세 번째 맞대결에서 지난 월드챔피언십 패배를 설욕하며 올 시즌 개막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우승 상금 1억원이다.강동궁은 이날 우승으로 상대전적도 1승1패의 균형을 깨고 우위를 점했다. 그는 PBA 투어 원년인 2019년 12월 SK렌터카 챔피언십 결승에서 사파타와 첫 맞대결 승리 이후 1승씩을 주고 받았다. 이날 오전 먼저 ‘20년지기’인 서현민(39)과의 4강전을 마치고 결승에 선착한 강동궁은 “사파타와 결승에서 또 만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한 번 더 즐겁게 경기할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한 강동궁은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리턴매치에서 거짓말 같은 역전승으로 경기장을 들썩거리게 했다. 공교롭게 결승에서만 강동궁과 세 차례 마주쳤던 사파타는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초반 리드를 잇지 못하고 강동궁에게 우승컵과 함께 설욕의 기회를 내줬다.초반 사파타의 기세가 무서웠다. 거푸 9점짜리 하이런(연속득점)을 폭발시키며 1, 2세트를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6-3으로 앞서가던 1세트 네 번째 이닝 9점 하이런으로 세트를 먼저 가져간 사파타는 2세트에도 6-10으로 밀리던 6이닝 다시 9점을 한꺼번에 몰아쳐 15점을 채웠다. 3세트에서는 13-14로 끌려가다 옆돌리기로 균형을 맞춘 뒤 다시 옆돌리기로 세트를 따내 완승을 예고했다. 그러나 강동궁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1-2로 밀리던 4세트 세 번째 이닝에서 보란 듯이 10점짜리 하이런으로 단박에 앞서나갔다. 그는 사파타의 공타에 이어진 자신의 네 번째 이닝에서 다시 5점을 한꺼번에 보태 15-2의 큰 점수 차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5세트도 초반 10-4로 앞서다 상대에게 14-10의 챔피언십 포인트까지 허용했지만 침착하게 2점을 보태 세트 3-2로 따라잡았다. 6세트도 13-13 동점에서 야심차게 돌린 사파타의 뱅크샷이 불발된 뒤 2점을 한꺼번에 따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맞이한 마지막 세트. 5-9로 끌려가던 강동궁은 5점짜리 하이런으로 10-9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든 뒤 침착하게 돌린 뒤돌리기로 피말리는 대역전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실존의 심연에서 건져낸 언어…견고하게 빚어낸 문학의 주름

    실존의 심연에서 건져낸 언어…견고하게 빚어낸 문학의 주름

    더위가 일찍 찾아온 초하(初夏)에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시인 정현종 선생을 나희덕 시인과 함께 뵀다. 건강하신 스승의 말씀을 들으며 식사를 하는데 나 시인이 연필을 선물했다. 언제나 무언가를 들고 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좋아하는 그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 목사가 목수가 되어 만든 연필을 바다 건너 구입해 스승과 친구에게 나누어 줬다. 순간 ‘연필’이라는 상징이 세 사람의 글쓰기를 환하게 이어 주었는데, 그것은 언제나 나희덕만이 만들어 내는 순간이다. 그의 첫 시집 ‘뿌리에게’(1991) 발문에 정현종 선생이 쓴 한 구절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의 나희덕은 시를 열심히 쓰는 학생이었고 산문을 봐도 우선 문장력이 마음 놓이는 학생이었다. 말이 그렇지 대학 시절에 눈에 거슬리지 않는 글을 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벌써 상당히 견고한 문장은 눈에 띄게 마련이었다.”인터뷰는 그의 ‘견고한 문장’이 빛을 발하는 신작 산문집 ‘예술의 주름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지만 자연스럽게 그의 삶과 시 전체로 번져 갔다. 그는 이제 막 종강을 해서 한숨 돌리고 있다면서 벌써 세 학기째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좀 지치기도 했다고 한다. “책을 내고 나서 한동안 행사나 강연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어요. 방학에는 조용히 시인의 자리로 돌아가 살아 봐야죠.” ●시인의 눈으로 읽어 낸 오솔길 같은 책 이번 산문집에서는 ‘아름다움’과 ‘주름’의 의미가 각별하다. “예술의 여러 장르들을 넘나드는 책을 낸 것은 사실 무모한 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시나 문학이 아닌 다른 예술장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헤아려 보는 일이 많은 공부와 즐거운 경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예술적 성취를 논하는 비평가의 역할보다는 예술적 순간이 시작되어 창조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시인으로서의 느낌을 책에 가득 채워 넣었다. ‘주름’은 무슨 뜻일까? “희로애락과 온갖 기억이 깃들어 있는 우리 몸과 마음의 주름처럼 예술작품에 새겨진 주름을 찬찬히 펼쳐 보면 결국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예술이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돼요.” 그 주름 속에 감춰진 심연이나 온기를 제 방식으로 길어 올린 기록들인 셈이다. 책에서 호명한 여러 예술가들은 시대도 장르도 성별도 국적도 개성도 모두 다르다. 한때 피아노를 치고, 유화를 그리고, 사진에도 남달리 심취했던 나 시인의 예술적 경험이 다른 예술언어에 대한 이러한 차근한 기록을 가능케 했을 성싶다. 그리고 그 결실은 그가 지상에 남기는 또 한 권의 시집인 것 같기도 하다.●전위적 언어가 가닿을 수 없는 세계의 비밀 그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종교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실현하려 했던 분이었고 그러한 인생관으로 경북 산골에서 신앙공동체를 일궜다. 아버지는 거기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고 산을 내려와서 정착한 곳이 논산이었다. 그의 시에 줄곧 나타나는 현실과 종교의 갈등적 공존이라거나 타자를 향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의 마음은 부모님으로부터 온 유전자와도 같은 것이었을 터이다. 그에게 종교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성장기에 갈등도 심했다. 문학을 하게 된 것도 “종교적 수행과 사회적 혁명 사이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한 자의 경계인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한동안 그에게 종교와 문학은 서로 건널 수 없는 간극을 지닌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양자의 갈등이 더이상 자신을 억압하지 않게 됐다. 그는 “흔히 제 시에 대해 붙어 다니는 ‘생태적, 여성적, 공동체적’ 특성이 넓은 의미의 ‘영성’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더이상 종교성에 갇히지 않으면서 다양한 영성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예술의 주름들’ 서문 첫 행에는 “피아니스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어린 시절 예배당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던 가녀린 손이 써 내려간 시가 진정한 찬미(讚美)의 노래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초의 예술적 꿈이었던 음악적 선율이 그만의 시로 펼쳐져 간 것이니까 말이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뿌리에게’가 당선돼 30년 넘는 시력을 일구어 왔다. 그의 초기 시는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1994), ‘그곳이 멀지 않다’(1997)에 담겨 있다. ‘형식적 단정함과 따뜻한 모성’이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고단함과 기다림과 상처와 통증으로 버텨 온, 나희덕만의 시간이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사라져 감으로써 존재의 빛을 남기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애착, ‘시’를 향한 자기 엄격성의 산물로 진화해 갔다.오랫동안 이러한 지속과 변이를 거듭해 온 그의 시에서 우리는 한동안 시단을 잠식했던 분열과 환각, 우울과 공포, 광기와 모멸, 전위적 포즈 같은 것들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언어들이 가닿을 수 없는 세계의 비밀스러움을 탐색했고, 그만큼 그의 시는 다양한 폭과 깊이를 담고 있으면서도 언어 선택에서만은 고전적인 청교도적 자세를 유지해 왔다. “저의 문학 수업은 어쩌면 등단과 함께 시작됐고 늘 학생의 마음으로 지내 온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빛에서 어둠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 낙관주의자에서 비관주의자로 조금씩 변화했죠.” 그 점에서 그는 네 번째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2001)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고 말한다. 가장 힘들고 불안할 때 비명처럼 한숨처럼 토해 낸 시들이어서인지 그 시집은 자신에게도 애틋하고 독자들에게도 가장 공감을 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시인은 ‘사라진 손바닥’(2004)과 ‘야생사과’(2009)에서 자신의 시를 변화시키려는 모험과 도전을 새롭게 보여 준다. 그 안에는 나희덕 시의 속살이 지속하고 변이하는 충일하고도 격렬한 교차 과정이 펼쳐져 있다. 그는 이 시집들을 통해 ‘가이아’에서 ‘사이렌’으로, 상처를 ‘다스리는 것’에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뿌리’로부터 ‘가지’로 ‘잎’으로 끝없이 시적 원심을 확장해 갔다. 그러면서 가장 실존적이고 종교적인 심층으로서의 ‘죽음’과 ‘사라져 감’의 형이상학에 대해 노래하는 성숙한 시인이 되어 갔다. 그 뚜렷한 귀납적 결실이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2014)이었을 것이다. 그는 시집 뒤표지 글에 “떼어낸 만큼 온전해지는, 덜어낸 만큼 무거워지는/ 이상한 저울, 삶” 그리고 “이미 돌이킬 수 없거나 사라진 존재를 불러오려는/ 불가능한 호명, 시”라고 썼다. 그렇게 이 시집은 한 시대의 죽음을 넘어 애도와 치유라는 이중 기능을 충실하게 담아낸 결과로 남았다.●진퇴의 왕복을 벗어날 수 없는 시의 힘 여덟 번째 시집 ‘파일명 서정시’(2018)는 ‘눈과 얼음’으로 시작해 ‘서른세 개의 동사들 사이에서’라는 시로 끝난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간신히 살아내면서, 현실의 그 한기와 단단함을 조금씩 녹여내면서, 마침내 허공과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눈과 얼음이라는 고체적 상태에서 어떤 기화와 액화를 위한 몸부림을 쳤다고 말한다. 이 작품들을 쓰는 동안 개인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다양한 죽음과 폭력을 통과해야 했는데 막상 시집으로 내고 나니 그런 시간에서 조금은 놓여나게 되었다고 한다. 나희덕 시의 찬연한 결실이다. 그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가끔 배시시 웃기를 잘한다. 물론 그것은 발랄한 성정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고통을 지나고 나서 얻어 낸 어떤 넓음 같은 것에서 온다. 그의 이름처럼 웃음은 ‘희’(喜)고 넓음은 ‘덕’(德)이다. ‘파일명 서정시’의 ‘시인의 말’에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라고 썼다. 아름다움을 향한 간절한 그의 언어를 가장 적정하게 담은 말이 아닐까 한다. “저를 머물게 하기도 하고, 나아가게 하기도 하고, 결국 그 진퇴의 왕복 작용에서 끝까지 벗어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시는 참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시보다 앞장서지 않고 겸허하게 시의 뒤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기를 바란다. 그럴 것이다. 그나 나나 정현종 선생을 만난 것은 문학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감사한 인연이다. 선생은 시인이 지녀야 할 자존과 주름까지 낱낱이 보여 준 스승이시다. 불가피하게 이 글은, 스승과 제자들이 모처럼 만난 초여름 저녁에 시인 친구와 나눈 우정의 기록도 되는 셈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여성패션 매출 20배 신화… 주인공은 원피스 입는 두 남자

    여성패션 매출 20배 신화… 주인공은 원피스 입는 두 남자

    “여성 원피스를 직접 입어 보니 왜 여성들이 항상 원피스를 찾는지 알게 됐습니다.” 매일 거울 앞에서 원피스, 블라우스, 치마를 입어 보며 스타일을 고민하는 두 남자가 있다. 롯데온 여성패션 상품기획자(MD) 장선우(37) 책임과 김지완(33) 대리다. 두 사람은 올해 1월 매출 500만원이던 쇼핑몰을 4개월 만에 1억원 매출을 올리는 쇼핑몰로 변신시켰다. 롯데온에 입점한 스타일온미(2791%), 메리바움(1758%), 온더리버(1235%) 등 의류 업체의 ‘매출 대박’을 이끌어 내며 ‘미다스의 손’이란 별칭도 얻었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장 책임과 김 대리를 직접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롯데온은 그간 백화점에 들어가는 고급 브랜드에만 집중했다. 가성비를 좇는 이커머스 소비자의 수요까진 신경 쓰지 못했다. ‘가성비 소비자’의 갈증을 해결하라는 특명을 안고 투입된 장 책임과 김 대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트렌드 패션 쇼핑몰 위주로 공략했다. 장 책임은 “트렌드 패션은 변화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이 생명이다. 매일 새벽 동대문에 가서 어떤 옷이 출고되는지 ‘눈팅’도 많이 했다. 여성 옷을 직접 구매하고 입어 보면서 스타일과 재질을 꼼꼼히 따졌다. 그러다 보니 어떤 스타일이 통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대리는 ‘공대남’(공과대학 출신 남성)답게 숫자를 강조했다. 자주 검색되는 키워드, 계절마다 팔리는 소재나 색상, 잘 팔리는 패턴 등 관련 데이터를 모아 유행을 예측한다고 했다. 입점한 업체에 그런 제품이 없으면 직접 제작을 의뢰했다. 특히 김 대리는 ‘8대2 법칙’을 강조했다. 무채색 위주의 대중적인 옷을 80% 배치하고 나머지 20%는 독특하고 강렬한 색상의 옷으로 채운다는 것. 그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옷의 외연을 넓히는 디자이너와는 달리 패션 MD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중적인 옷’을 잘 고르고 추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온에는 140개가량의 패션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고급 브랜드가 여전히 다수이지만, 앞으로는 중저가 부문을 더욱 키워 나갈 계획이다. 이커머스 시장에는 네이버, 쿠팡 등 ‘공룡’이 즐비하지만 이들도 아직 패션 부문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장 책임은 “이커머스 가운데 아직 패션을 압도적으로 잘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 기회”라면서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어 압도적인 ‘패션 1등’이 되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길섶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10여년 전만 해도 계절마다 전국의 명산들을 찾아다녔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분기별 모임을 산행 일정으로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때마다 늘 일행 중에 가장 힘들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만에 부실한 체력, 고소공포증 등으로 험한 산길은 피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산의 아름다움과 모임의 즐거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엔 주말이나 휴일 등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혼자서 인근의 산을 찾는다. 젊은 날의 산행이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요즘의 산행은 좀더 오랫동안 산속에 머물러 있는 것을 즐긴다. 빠른 발걸음 대신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싶어진 것이다. 산꼭대기를 향해 허겁지겁 쫓기듯 오르지 않아도 되고 위험한 곳은 찾지 않아 여유롭다. 등산로만 보고 걷던 산행이 아니라 숲의 변화를 보고, 시시각각 바뀌는 경치도 즐길 수 있다. 산의 색깔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도 매번 다르다. 물론 산행에서 얻는 즐거움이나 깨달음도 달라진다. 지난 주말에는 한켠에 숨겨 놓은 듯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글’을 읽느라 오랫동안 멈췄다. “지나간 일에 대해 근심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집착하지 말라. 현재에 얻어야 할 것만을 따라 바른 지혜로 최선을 다하라.”
  •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아니, 어찌 이러오? 봉오동 독립전쟁도 청산리전투도 우리 아버지 최운산이 창설한 부대가 치른 전쟁이고, 총사령관은 큰아버지 최진동이지 않소? 어찌 한국에서는 봉오동 전쟁 총사령관은 홍범도라고 하고 청산리 전투 사령관은 김좌진이라고 하오?” 중국에 살던 최운산의 첫째 딸 청옥은 1990년대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TV를 보고 이렇게 흥분했다고 한다. 역사가 왜곡되거나 폄하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독립운동사도 사료 불충분에 정치적인 이유가 더해져 그런 일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봉오동 전투는 진실과 괴리된 측면이 많다. 홍범도만 영웅이 된 데는 정치적 배경도 있고 잘못된 교과서의 탓도 크다. 극적 효과를 추구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왜곡의 정점을 찍었다.●독립운동사 사료 불충분·정치적 이유로 왜곡 청옥의 말처럼 봉오동 전투는 사령관 최진동과 동생인 참모장 최운산이 지휘한 대한북로독군부가 이끈 전투였다. 김좌진과 홍범도는 각각 제1연대장, 제2연대장이었다. 교과서는 홍범도가 사령관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가르쳤다. 국민의 뇌리에 두 사람만 화석처럼 굳어져 남아 있는 이유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와 김좌진의 활약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들만을 영웅화하면서 최진동·최운산은 사라져 버렸다. 굳어진 인식은 바뀌기 어렵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후손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최운산의 맏아들 최봉우는 광복 후 평양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다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의 딸 최성주씨가 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파묻힌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이라는 책을 펴내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최씨를 만나 독립운동에 바친 비운의 가족사를 들었다. 최진동 형제의 아버지 최우삼은 함북 온성이 고향으로 1860년에 태어났고 1880년 무렵 만주 옌볜 도태(道台)로 봉직했다. 도태는 조선 말기에 옌볜 지역을 다스리던 관리였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최우삼은 일가를 이끌고 봉오동으로 이주, 한인 마을을 건설했다.최진동은 중국인 부호 밑에서 일해 큰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만주 군벌 장쩌림 부대에 있었던 최운산은 장쩌림의 목숨을 구해 주는 등의 각별한 인연으로 봉오동 일대에 부산 면적의 6배나 되는 땅을 갖고 있었다. 또 국수 공장, 콩기름 공장, 양조장, 성냥 공장, 비누 공장을 운영했다. 대규모 목장도 소유해 러시아 군대에 곡물과 소를 수출하는 등 간도 제일의 거부(巨富)였다. ●홍범도 영웅 묘사한 영화 봉오동전투 ‘정점’ 형제는 1912년 비적들로부터 동포들을 지킬 목적으로 독립군의 모태가 되는 100여명 규모의 자경단을 만들었다. 또 봉오동 사관학교와 사관연성소를 창설해 독립군 지휘관들을 양성했다. 1915년에는 연병장과 막사를 만들고 두께가 1m가 넘는 토성을 건설해 독립군 기지를 구축했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이 되자 최진동 형제는 670명 규모의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독립전쟁을 시작했다. 임시정부가 출범하고 통합 논의가 일어 1920년 대한군무도독부를 비롯한 북간도 일대의 독립군 부대는 조직을 합쳐 대한북로독군부로 거듭났다. 최진동이 부장(府長·사령관), 둘째 최운산이 참모장, 셋째 최치흥이 참모가 됐다. 막대한 재력을 가진 최운산은 각 부대에 주둔지를 제공하고 식량과 피복을 지급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해주까지 진출했던 체코군의 무기를 사들였다. 독립군들은 신형 무기로 체계화된 군사훈련을 받았다. 독립군들은 1920년 초부터 봉오동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인 5월까지 두만강을 건너 일제의 관서를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일제는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다. 최진동 형제는 보름 전 전투 준비를 완료하고 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한 달 전부터 주민들도 이주시켰다.대한북로독군부는 참호를 파고 의무부대도 후방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1920년 6월 7일 새벽부터 일본군은 봉오동을 습격했지만 그들의 패배는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157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패주했다.총사령관 최진동 등 지휘부는 최고봉인 봉초봉에 자리잡고 전투를 지휘했다. 전체 작전은 사령관 최진동과 참모들이 세웠다. 뒤늦게 합류한 홍범도는 작전을 준비할 위치도 아니었고 시간도 없었다. 홍범도도 격렬히 싸웠지만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갑자기 그가 이끌던 2중대를 퇴각시킨 것이다. 이 바람에 자리를 사수하던 신민단 대원들이 수적 열세로 전사하고 말았다. 일종의 전술일 수 있지만 최진동은 항명이라며 홍범도를 엄벌하려 했고 동생 운산이 말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당시 독립군은 영화에서처럼 찢어진 군복을 입고 굶주린 게릴라가 아니라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했으며 사격술이 뛰어난 정예군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적(독립군)은 전부 러시아식 소총을 갖고 탄약도 상당히 휴대하였으며 사격도 상당히 훈련되어 있다. 거리 측량이 불확실한 700~800m 거리에서도 사격을 하며…”라고 ‘봉오동부근전투상보’에 썼다. 거기에는 최운산의 부인인 김성녀와 봉오동 주민들의 헌신이 있었다. 김성녀는 수천 독립군의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제조한 병참 책임자였다. 재봉틀 8대로 군복을 만들었다고 한다. 군복 모자에는 태극 견장이 달려 있었고 매화형 금장이 박힌 견장을 단 예복이 있을 정도였다. 최운산은 1930년대에도 무장 세력을 유지하며 우수리강 전투, 대황구 전투, 안산리 전투, 대전자령 전투 등을 이끌며 독립 투쟁을 계속했다. 1945년까지 대황구삼림지역에서 무장독립군을 양성했다. 1937년에는 보천보 전투의 배후로 지목돼 투옥됐다. 광복 직전까지 6번이나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받았다. 매번 극심한 고문을 당해 수레에 실려 나오곤 했다고 한다. 최운산은 광복을 한 달 열흘 앞둔 1945년 7월 5일 평양으로 갔던 길에 고문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최진동은 일제와 싸우는 동안 부인과 맏아들, 맏며느리를 잃는 아픔을 겪다가 1941년 일제의 압박과 감시 속에서 병마로 사망했다. 최진동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받았다. 공훈에 비해 등급이 낮다. 최운산은 1977년에야 서훈(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5등급)으로 서훈이 올려졌지만 역시 너무 낮다. 홍범도는 2등급인 대통령장, 김좌진은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왜 이렇게 최진동 형제는 낮은 서훈을, 그것도 늦게 받고 공적이 파묻혔을까. 최운산의 손녀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 “1961년 보훈 업무 담당 직원이 최운산에게 서훈을 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자 격분한 아버지(최봉우)가 주먹을 날렸답니다. 그 바람에 서훈도 취소됐다고 합니다.” ●부인 김성녀, 군복 제조 병참 책임자 활동 또 최운산의 부인 김성녀는 정부에 낸 진정서에서 이렇게 썼다. “독립운동 당시 하급 지휘관 및 졸병으로 생존한 독립인사가 자신의 공적을 과대 선전하기 위하여 허무맹랑한 사실과 왜곡되고 과장된 조작 사실로 인하여 오점을 남겼으며 일생을 독립운동과 조국 광복을 위해 생명과 재산을 총투입하여 투쟁하였으나 공적이 뒤바뀌어져 있기에 독립운동을 하시고 생존해 계시는 분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이때가 1969년이다. 하급 지휘관이란 철기 이범석을 지칭한다. 이승만과의 친분으로 광복 후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범석은 ‘우둥불’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자신을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과장하고 최진동 형제의 공적을 깔아뭉갰다. 이범석은 당시 20세의 군사학교 교관이었다. 최씨에 따르면 최진동의 자녀가 역사를 소설처럼 써서 왜곡했다며 출판을 말리고 이범석과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얼굴을 보면 최운산의 서훈을 거절하지 못할 것 같아 엄마(최운산의 며느리)가 당고모(최진동의 딸)와 세 번 찾아갔는데 만나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진동 형제의 공적이 매장된 배후에는 이범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진동의 후손들은 중국과 미국에 살고 있다. 일부는 한국으로 들어와 어렵게 살고 있다. 최운산의 자녀들도 만주와 북한으로 흩어졌고 최운산의 부인과 아들 최봉우만 남한으로 내려왔다. 최봉우는 1984년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만주에 있던 누나, 동생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최운산의 딸 계순과 아들 호석은 한중 수교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거부였던 최진동 형제가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빈털터리가 되었는데도 중국에 남았던 후손들은 지주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쓰고 핍박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처럼.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 남성 카르텔 깨뜨린 사모아 여성 총리의 탄생 [김정화의 WWW]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 남성 카르텔 깨뜨린 사모아 여성 총리의 탄생 [김정화의 WWW]

    지난 5월 24일,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서사모아)에선 ‘천막 취임식’이 열렸다. 4월 열린 총선에서 당선된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64) 신임 총리의 취임식이었다. 선거에서 진 틸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전임 총리가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를 봉쇄해버리자 마타아파는 하는 수 없이 천막을 치고 총리직에 올라야 했다. 그는 수백명 앞에서 “우리는 실망스럽지만 놀랍지는 않다. 선거 결과를 지키려면 용감한 사모아인들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천막 취임식이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지를 놓고 앞으로 공방이 예상되지만, 마타아파의 당선은 그 자체로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깊다. 1982년부터 20년 이상 권좌를 차지했던 말리엘레가오이를 합법적으로 몰아냈을뿐 아니라 여성 인권이 낙후된 사모아에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기 때문이다.첫 여성 장관·부총리·총리…“놀랍고 어마어마한 사람”마타아파는 사모아 초대 총리를 지낸 아버지와 여성 인권 운동가 어머니 사이에서 1957년 태어났다. 제주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총인구가 20만명에 불과한 사모아는 영국과 독일 제국에 이어 뉴질랜드의 지배를 받다 1962년 독립했는데, 할아버지 역시 독립을 위해 비폭력 운동 ‘마우’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이처럼 걸출한 집안에서 큰 마타아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게 될 것임을 알았지만, 그 순간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18살 무렵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공부하던 마타아파는 1978년 ‘피아메’(Fiame) 칭호를 받았다. 이는 사모아 우폴루 섬 로투파가 마을의 족장(chief)에 해당하는 칭호다. 사모아의 정치 제도는 약간 독특한데, 특별한 지위를 가진 가문의 족장은 사모아 사회에서 큰 의미를 지니며 이들만이 의회의 피선거권을 얻게 된다. 족장 칭호의 대부분은 남성이 가지고, 여성은 가정에서 아내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모아에서 스무살의 미혼 여성 마타아파가 피아메 칭호를 얻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마타아파는 27살 때 처음 하원 의원으로 선출됐고, 교육부 장관과 여성사회부, 법무부 장관 등에 이어 부총리를 지냈다. 사모아 내각의 첫 여성 각료이자 첫 여성 부총리였다.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RMIT)의 선임강사 세리드원 스파크는 “마타아파는 놀라울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는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에 무섭지 않으면서도 위협적”이라며 “한번 보고 기억 속에서 잊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십년 동안 태평양의 다른 나라들이 긴장 상태와 쿠데타를 겪는 동안, 사모아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했다. 상징적 존재인 국가원수가 있고 이와 별도로 총리와 의회가 나라를 다스렸다. 인권보호당(HRPP)과 말리엘레가오이 전 총리는 1982년부터 권력을 잡았고, 30여년 동안 마타아파도 그 힘의 일부였다. 말리엘레가오이 정부가 뉴질랜드, 호주와의 무역을 활발히 하기 위해 사모아의 표준 시간대를 옮기고, 이웃 국가에서 중고차를 수입하기 위해 도로의 운전 방향을 바꿀 때 마타아파도 함께 했다. “법치 망가졌다” 30년 몸담은 집권당 떠나 새로 창당이처럼 인생의 대부분을 HRPP에서 보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마타아파는 CNN에 “최근 몇 년 동안 법치주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고, 집권당이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 현직 판사가 한 남성의 머리를 병으로 내리쳐 유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당시 국회는 이 판사에 대한 해임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국회의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결국 별다른 처분 없이 복직하게 됐다. 마타아파는 “나에게 그 사건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의 시위처럼 보였다. 법정의 존엄성은 사라졌다”며 “그 판사와 같은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람 중 감옥에 있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으며 결국 마타아파는 지난 총선을 한달 앞두고 사모아 한 신을 위한 믿음당(FAST)을 창당해 새로운 리더가 됐고, 사모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양성평등을 주장했으며, 거리 유세를 하거나 집권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FAST와 HRPP는 총 51석의 의석 중 25석씩 차지했는데, 무소속 1명이 FAST로 합류하며 집권당이 뒤집혔다. 하지만 사모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여성 할당제 기준에 미달한다면서 HRPP 여성 의원 한 명을 당선시켰고, 대법원이 나서서 FAST가 이겼다고 판결했는데도 말리엘레가오이 등은 여전히 이에 불복하고 있다. 케린 베이커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사모아의 첫 여성 총리 당선인이 말 그대로 열쇠가 없어 의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고 했다.중동보다 여성 인권 열악…“남성들만의 정치 체계 바꿀 것”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의 태평양 국가에서 마타아파의 당선은 더욱 의미가 크다. CNN은 “마타아파의 당선은 세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가장 낮은 태평양 지역에서 더 많은 여성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태평양제도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고작 6.4%에 불과하다. 여성에 대한 인권 의식이 거의 없는 중동(17.2%)이나 서아프리카(15.8%)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2018년 사모아의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60%가이 친밀한 파트너에게서 폭력을 경험한다고 답했고, 20%는 강간을 당한 적 있다고 했다. 가정 내에서 주기적으로 폭력이 발생한다고 답한 여성은 무려 90%였다. 국제 자선단체 글로벌시티즌은 “사모아는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부장적 성 역할을 가르친다. 소년에겐 성적 권리를 장려하며 소녀에겐 복종을 강요한다”며 “이런 성 불평등은 가정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고, 남성 우월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라고 지적했다.이 때문에 마타아파의 취임은 사모아의 전통적인 정치 체계를 뒤흔들며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 있을 희망으로 점쳐진다. 마셜제도 전 대통령으로 태평양 지역 첫 여성 지도자인 힐다 하이네는 마타아파를 향해 “당신의 승리는 태평양 여자들의 승리다”라며 “변화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으로 벌어진 정쟁은 슬프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했다. 뉴질랜드의 최연소 여성 총리인 저신다 아던 총리 역시 “중대한 순간”이라며 “여성 지도자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리는 걸 지켜보는 건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대 법학 강사인 푸이마오노 딜런 아사포는 “이번 헌정 위기에서 밝은 측면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을 지키겠다는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라며 “새로 선출된 총리는 폭정에 맞서 당당하고 품위 있게 행동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나오미 마타아파는 누구 · Naomi Mata‘afa1957 사모아 출생1975 ‘피아메’ 칭호 받음1979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졸업1985 총선 당선1991~2006 교육부 장관 (사모아 내각 첫 여성 각료)2006~2011 여성사회부 장관2011~2016 법무부 장관2016~2020 사모아 첫 여성 부총리 / 환경부 장관2020 HRPP당 내각 사퇴, FAST 창당2021 총리 선거 당선 후 취임
  • 정세균 “야당서 윤석열에 타격 줄 사람? 홍준표가 천적 수준”

    정세균 “야당서 윤석열에 타격 줄 사람? 홍준표가 천적 수준”

    “간단하지 않아…치열하게 싸울 것”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복당해 대권 경쟁을 펼친다면 윤 전 총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총리는 4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에게 데미지(타격)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야당에서 봤을 때 홍 의원”이라는 김어준의 말에 “천적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정 전 총리는 “(홍 의원) 스타일이 정반대인 데다가 본인이 검사 출신”이라는 김어준의 말에 “그렇다. 간단하지 않다. 경선 때는 할 말 다하고 따질 것 다 따지게 되면서 치열하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후보를 봤지 않느냐. 남의 당 사람보다 더 치열하게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찰개혁을 하라고 임명했더니 그건 안 하고 검찰 권력만 지키는데 몰두하다가 정치로 직행한다? 그런 사람이 누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대해서는 “매력이 있다”면서도 “몇몇 실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진주 의료원을 셧다운(폐쇄) 한 것은 제가 봤을 때는 중대한 실책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 전 총리는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 대해서도 당선이 된다면 향후 직무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당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아마 정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치에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정당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데 그분들과 합의를 끌어내고 선거에 승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힘든 과제”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앙투카 코트, 권순우 vs 페더러 맞대결은 성사될까

    앙투카 코트, 권순우 vs 페더러 맞대결은 성사될까

    남자 테니스 ‘빅3’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가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진출했다.조코비치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92위·우루과이)를 3-0(6-3 6-2 6-4)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작 2시간 6분 만에 3회전 진출을 확정한 조코비치는 3회전에서 리카르다스 베란키스(93위·리투아니아)를 상대한다. 이 대회 5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나달도 리샤르 가스케(53위·프랑스)를 3-0(6-0 7-5 6-2)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17전 전승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나달의 다음 상대는 캐머런 노리(45위·영국)다. 페더러는 조코비치, 나달보다는 비교적 접전 끝에 2회전에서 승리했다. 마린 칠리치(47위·크로아티아)를 상대로 3-1(6-2 2-6 7-6<7-4> 6-2)승을 거두고 32강에 합류했다. 페더러는 도미니크 쾨퍼(59위·독일)를 상대로 16강 진출을 다툰다.페더러는 또 이날 승리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통산 364승을 달성하며 이 부문 1위도 질주하고 있다. 그가 16강에 오르면 마테오 베레티니(9위·이탈리아)-권순우(91위·당진시청) 경기 승자와 만나게 돼 경기 결과에 따라 권순우와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코비치와 나달, 페더러 가운데 한 명만 결승에 오를 수 있다. 대진표상 이들 세 명이 계속 이겨나갈 경우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8강에서 만나고, 그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가 나달과 준결승을 치른다. 여자 단식에서는 지난해 우승자 이가 시비옹테크(9위·폴란드)가 레베카 페테르손(60위·스웨덴)을 2-0(6-1 6-1)으로 제압하고 3회전에 올랐다. 시비옹테크는 아넷 콘타베이트(31위·에스토니아)와 32강전을 치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美의회 “NBA 농구스타들, 중국 브랜드랑 계약하지마!” 압박

    美의회 “NBA 농구스타들, 중국 브랜드랑 계약하지마!” 압박

    미국 상하원 의원으로 구성된 초당파 위원회가 NBA 농구 선수들에게 중국산 스포츠브랜드에 대한 지지와 계약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NBA 측에 보낸 서한에서 NBA 선수 12명 이상이 중국에 기반을 둔 스포츠 브랜드인 안타, 리닝, 피커 등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들에게 계약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신장 면화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신장 지역 면화 생산에 강제노동을 강요했으며, 특히 소수 무슬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NBA 시장의 ‘큰손’인 중국 브랜드와 자본이 NBA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은퇴한 NBA 올스타인 드웨인 웨이드는 리닝과 2012년부터 평생 계약을 맺었다. 당시 리닝은 웨이드와 계약하기 위해 거액의 계약금은 물론, 회사 주식 일부를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클레이 톰슨은 안타 스포츠와 8000만 달러(한화 약 888억 1600만 원) 규모의 계약관계에 있다. 이밖에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소속 드와이트 하워드 등 총 12명의 NBA 선수가 중국 브랜드와 홍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제프 머클리 오리건주 상원의원과 짐 맥거번 매사추세세츠주 하원의원은 서한에서 “우리는 신장에서 면화를 공급받는 회사와 NBA 선수들간의 상업적 관계가 NBA 전체의 평판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믿는다”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대량 학살과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판단하고, 신장에서의 면화 수입을 금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NBA 선수들은 이러한 끔찍한 인권 침해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된다”면서 “NBA선수협회(NBPA)는 선수들과 협력해 신장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인권침해 및 문제의 브랜드 제품 생산에서의 강제노동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NBA와 중국은 3년 전 홍콩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2019년 10월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홍콩의 반중국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계기였다. 모리 단장과 NBA 측은 이에 대해 곧바로 사과했지만 일부 중국 기업은 NBA의 후원 계약을 철회하고 1년간 텔레비전에서 NBA 경기 중계를 중단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이 문제는 미국 정치권까지 번져 공화당 의원들은 NBA가 중국의 돈 앞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나이키와 아디다스, H&M 등 다수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신장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더 이상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덕분에 리닝 등 현지 브랜드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다스베이더 가면 닮은 美 주택, 매물로 나와…가격은?

    다스베이더 가면 닮은 美 주택, 매물로 나와…가격은?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다스 베이더의 가면과 외관이 비슷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화제다. 미국 CNN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다스 베이더 하우스라고 불리는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지역의 이 주택의 매물 가격은 430만 달러(약 47억6870만원)다.다스 베이더 하우스는 부유층이 많은 베드 타운 아래 웨스트 유니버시티 플레이스 시내에 있다. 대지 면적은 약 1700㎡(514.25평)이다. 1992년 지어진 이 주택은 침실 4개, 욕조 딸린 화장실 5개, 차량 4대분의 차고를 갖추고 있다. 개방형 구조와 넉넉한 수납 공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거실 공간과 함께 커다란 창문이 특징이다. 영화 속 영웅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크사이드(포스의 어두운 면)에 빠져 다스 베이더가 되는 스토리와 달리 이 주택은 양지바른 곳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마사 터너 소더비스 인터내셔널 리얼리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스트레스와 통증 줄인다

    [달콤한 사이언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스트레스와 통증 줄인다

    어렸을 적 아플 때 엄마나 할머니가 ‘엄마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하면서 아픈 곳을 문질러주면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아팠던 것이 실제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아픈 사람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통증을 줄여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브라질 ABC연방대 자연·인문과학연구센터, 모지다스크루즈대 교육학과, 기술연구센터, 상파울로 연방대 실험심리학과, 무리아에 암 병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컴퓨터과학연구소, 리오데자네이루 도르연구교육연구소,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 심리학부, 미국 팔로알토 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아픈 사람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줄거리 있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5월 25일자에 실렸다. ‘이야기하기’(storytelling)는 오래 전부터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특성 중 하나로 종교나 신화, 전설부터 현대 영화나 소설도 이야기하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옮겨가는 것으로 고통을 분산시키고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것에 대한 심리적, 육체적 장점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천식, 기관지염, 폐렴 등 각종 중증질환으로 집중치료실(ICU)에 입원해 있는 2~9세 남녀 어린이 81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하루 25~30분씩 한 집단은 동화구연사가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나 동화책을 실감나게 읽어주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수수께끼를 내거나 코미디를 보여주거나 스토리가 없는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아동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과 후에 침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사랑호르몬으로 알려져 진통효과가 있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수치를 측정하고 통증과 스트레스의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코르티솔 수치는 낮아지고 옥시토신은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지만 동화구연가들에게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수수께끼나 코미디를 들은 아이들보다 통증이나 스트레스 지수는 절반 이하로 낮아졌으며 옥시토신 분비는 두 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통한 상호작용이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통증을 분산시키고 심리적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속설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브루킹턴 브라질 ABC연방대 교수는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이에 반응을 보이는 과정에서 ‘서술전달’(narrative transportation)이라는 현상을 통해 자신이 있는 병실, 입원이라는 상황과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브루킹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원에서 환자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방법이 이야기하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 환자들도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줄 대상이 있다면 치료효과가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여기는 남미] 3만원에 바닷가 주택 소유?…복권같은 부동산 판매 인기

    [여기는 남미] 3만원에 바닷가 주택 소유?…복권같은 부동산 판매 인기

    칠레에서 새로운 부동산 판매 기법이 유행하고 있다. 부동산을 판매하려면 중개업체에 매물로 내놓는 게 보통이지만 새 기법은 추첨제를 이용한다. 추첨권을 발행해 판매한 뒤 당첨된 사람에게 주택을 양도하는 방식이다. 참가하는 사람은 1등 상품으로 부동산이 걸린 복권을 사는 셈이다. 칠레 코킴보 지방 라세레나에 주택을 보유한 알레한드라 바스티다스는 주택을 추첨제로 팔기로 하고 추첨권을 판매하고 있다. 1등 경품으로 내건 주택은 면적 330㎡ 대지 위에 건축한 95㎡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다. 카지노에서 약 400m, 바닷가에서 150m 지점에 위치해 있어 입지는 최고다. 코로나19 유행 전 주택의 감정가는 2억5000만 페소(약 3억8500만원)였다. 17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다는 소유자 바스티다스는 “아이들도 다 성장해 이젠 집을 정리하고 작은 곳으로 옮기려 한다”며 “코로나19로 부동산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 추첨제를 통해 판매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추첨권은 복권 비슷한 일종의 행운권인 셈인데 일반 복권에 비해 당첨될 가능성은 꽤나 높은 편이다. 집주인은 최대 1만4000장까지만 추첨권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장당 2만 페소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만800원 정도다.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추첨권의 매수에는 제한이 없다. 아깝게 집을 놓쳐도 2등과 3등이 있다. 2등 1명에게는 상금 500만 페소(약 770만원), 3등 5명에게는 각 100만 페소(약 154만원)가 지급된다. 집주인은 “손 볼 게 하나도 없어 거주 목적이라면 최고의 물건이고, 주변에 유명한 식당도 많아 주택을 식당으로 개조해도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첨제를 통한 부동산 판매는 칠레에서 유행하는 조짐이다. 칠레 푸니타키에서도 면적 3헥타르 땅에 지어진 255㎡ 규모의 단독주택이 추첨제 1등 상품으로 나왔다. 방 4개, 화장실 3개, 자쿠지, 벽난로까지 갖춘 이 주택의 추첨권은 파격적인 가격인 장당 1000페소(약 1540원)다. 집주인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추첨권의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금요칼럼] 스승이 말릴 수 없었던, 이재 황윤석의 호기심/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스승이 말릴 수 없었던, 이재 황윤석의 호기심/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충청도 전의 현감 황윤석이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한 죄로 벼슬에서 쫓겨났다. 그는 업무에 미숙해 고을 아전과 좌수에게 휘둘렸다. 가난한 백성에게 환곡을 배정하는 일도 틀렸고, 심지어는 관노가 죄수에게 곤장을 칠 때 뇌물을 받아먹었으나 알지 못했다. 한마디로 행정 실무에 꽝이었다. 암행어사 심환지의 보고에 따라 정조는 황윤석을 파면했다(실록, 정조 11년 4월 8일). 아직 정조가 세손이었던 시절, 황윤석은 시강원 익찬(정6품)으로 세손을 보좌했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훗날 정조는 황윤석의 학문을 칭찬했다. “옛일을 자세히 살피는 데 있어 내가 (황윤석에게) 도움받은 점이 많았다.”(정조 22년 2월 6일) 그런 맥락에서 왕은 말하기를, 전라감사가 왜란 때 조헌과 의병의 의로운 죽음을 제아무리 철저히 조사해도 황윤석이 나라에 보고한 것보다 충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황윤석의 저술은 후세에 호평을 받았다. 북학파의 후예로 개화파의 스승이기도 했던 박규수 역시 황윤석을 존중했다. 고종 12년(1875) 선비 윤사연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환재집’ 제9권). 그 집안이 화재를 입었으나 “이당(황윤석)의 글씨와 저술이 무사하다니 기쁩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소장한 황윤석의 ‘이재난고’(?齋亂藁)와 장차 비교 검토할 뜻을 보였다. ‘이재난고’는 황윤석 필생의 저작이었다. 10세 때부터 별세하기 이틀 전까지 54년 동안에 쓴 방대한 기록이었다. 날씨와 농사 형편, 날마다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 주고받은 편지며 여행 기록이 빼곡하다. 사실적이고 총체적인 기록이라 18세기의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알려 주는 자료다. 아직껏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못한 사실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황윤석은 진취적인 학자여서 18세기 조선에 전해진 서양의 천문학과 수학에도 해박했다. 그런데 그는 서양 학문의 원류를 중국 고전 문명에서 찾았다. 이러한 지적 흐름은 이미 17세기 중국 명나라의 황종희에서 비롯했다. 황윤석의 선배인 서명응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는 북학파의 비조요, ‘임원경제지’의 저자 서유구의 할아버지였다. 황윤석은 신지식에 심취해 과학백과사전에 해당하는 ‘이수신편’을 저술했다. 그 책에서는 사칙산법과 삼각측량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사칙인데 수준이 다양했다. 삼각측량법은 두 점의 거리를 재보지 않고도 알아내는 방법으로, 정말 새로운 지식이었다. 신학문을 추구한 때문에 황윤석은 스승 미호 김원행과 노선 갈등을 빚었다.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였던 김원행은 편지를 보내 황윤석의 학문적 취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미호집’(제9권)에 보면 보수적인 스승과 진취적인 제자의 심적 갈등이 피부에 와닿는다. 스승은 책을 읽더라도 성리학적 의리, 즉 도덕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면서 제자를 나무랐다. “널리 읽고, 지나치게 많이 읽는 것을 추구하지 말게.” 또 “이제부터는 지난날의 널리 잡다한 지식을 추구하던 습관을 버리게.” 오직 성리학적 도덕의 연구와 실천에 힘을 쏟으라는 명령이었다. 스승 김원행의 눈에는 제자 황윤석이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걱정스러운 점이었다(‘미호집’ 제9권). “자네가 수년간 옛 성인의 책을 읽었는데도, 아직 이점을 환히 알지 못하는가.” 스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황윤석은 신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헌것에서 새것이 나온다. 견해와 시각 차이로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피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선각자라고 해서 일상에 만능이 되지도 못한다. 잘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고,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람의 일이다. 세사를 볼 때마다 나는 너그러움을 그리워한다.
  • 나도 중산층 될 수 있다…자본주의의 교활한 속임수

    나도 중산층 될 수 있다…자본주의의 교활한 속임수

    중산층은 없다/하다스 바이스 지음/문혜림·고민지 옮김/산지니/272쪽/2만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에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나는 땀 흘려 일하고 겨우 월급을 손에 쥐는 데 반해 누군가는 그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손가락 몇 번만 놀려 우습게 내 연봉이 넘는 돈을 거둬 간다. 그러다 보면 마치 “당신은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 ‘벼락거지’ 될 거냐”고 조롱받는 기분마저 든다. 좀더 여유롭게 살고 싶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은 결국 ‘나도 열심히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으로 이어진다. 직장 다니면서 아끼고 모은 돈으로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사들이기 힘든 시대다. 그렇다면 종잣돈을 마련해 투자에 성공하면 나도 부유한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인류학자 하다스 바이스는 신간 ‘중산층은 없다’에서 “중산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 이데올로기의 핵심으로 지목한 것은 투자다. 투자만 잘하면 달콤한 보상이 올 것이라는 이런 믿음이 계층 상승이라는 희망을 키우는 원동력이란 이야기다. 저자는 그러면서 당신이 하는 투자가 사회적으로 강요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하는 것인지 묻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 생각과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산의 가치를 끊임없이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예전처럼 열심히 일해 정기적금에 넣어 두면 따박따박 15%에 이르는 이자를 더는 주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으로 저축 이자가 낮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 손해 보지 말고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부동산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나마 남들 따라 허겁지겁 들어간 코인은 대폭락해 투자한 이들의 피눈물을 짜낸다. 이어지는 투자로 사람들은 지속적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 과로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투자에서 손을 뗄 수 없다. 큰 손실을 보더라도 내가 선택한 것이어서,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내 자녀가 사회에 나가서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려서부터 투자에 동참해야 한다. 누군가는 교육도 자본이라 할 수 있느냐고 물을 법하다. 저자는 여기에 이렇게 반박한다. “사회적 관계, 기술, 취향, 역량을 표준화된 측정 가능한 단위로 바꿔서 이를 자본이라는 물질적 표현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질들과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역학”이라고. 적절한 통계 분석, 친절한 사례 등은 부족하고 피상적인 표현이 다분하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쭉쭉 읽어 나가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가 날카롭게 파헤치는 자본주의의 속성,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하는 자본주의식 셈법, 그리고 이면에 감춰진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곱씹으며 읽어봄 직하다. 저자의 모국인 이스라엘과 한국은 높은 생활비, 주택가격 상승 등 일련의 상황이 비슷하다. 피로사회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며, 우리는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또 공동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치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연스레 고민하게 될 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영상] 공습 사이렌 울리자 새끼 에워싸 보호한 동물원 코끼리들

    [영상] 공습 사이렌 울리자 새끼 에워싸 보호한 동물원 코끼리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20일 전격 휴전했다. 11일간의 충돌은 양측 모두에 상처를 남겼다. 2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론 사파리 동물들도 피해를 봤다. 휴전 성사 직후인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라마트간 사파리는 공습 순간 사파리의 분위기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무력 충돌이 이어진 11일 내내 사파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습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 사파리 전체가 술렁였다. 코끼리들도 새끼 보호에 분주했다. 다 자란 코끼리 대여섯 마리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 무섭게 새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끼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후 주위를 에워싸고 보호벽을 만들었다. 이윽고 하늘을 뒤흔든 로켓포 소리에 놀란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올라 몸을 피할 때도 코끼리들은 동요하지 않고 새끼를 지켰다. 라마트간 사파리 사육장 가이 크피르는 “코끼리들은 무리에서 가장 어린 14개월 새끼를 보호했다. 야생 코끼리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밝혔다. 사육장은 “코끼리들은 위험을 감지하면 새끼를 가운데로 몰아넣고 에워싼 뒤 일종의 보호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현충일에 1분간의 묵념 사이렌이 울렸을 때도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사육장은 또 “코끼리의 청각은 사람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 발바닥으로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면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일도 금방 알아차리고 위험을 감지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공습 기간 다친 코끼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충돌 초기 사파리에 로켓이 떨어졌을 때 원숭이가 로켓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사파리 수석 수의사 이갈 호로위츠 박사는 “처음에는 전쟁과 관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엑스레이 촬영 결과 원숭이 몸에서 로켓 파편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파편 제거 수술을 받은 원숭이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회복 중이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1일간의 전투에서 가자지구 테러세력이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향해 발사한 로켓포는 4360발이며, 50대 민간인 1명 등 13명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자지구는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 전투기 습격으로 248명이 사망하고 1900여 명이 부상당했다. 가자지구 전체가 폐허로 변해 주민들은 갈 곳을 잃었다. 휴전이라고 갈등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조건 없는 휴전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대규모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반정부 시위 및 소요사태에 가담한 사람들을 원칙에 따라 다스리는 것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보복성 작전임은 분명하다. 이스라엘 경찰은 라마단 기간부터 현재까지 시위 가담자 1500여 명을 체포하고 이 중 200여 명을 기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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