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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중견시인이 부르는 ‘가을의 노래’/정현종 ‘견딜 수 없네’ 천양희 ‘한사람을 나보다‘

    깊어 가는 이 가을 나이듦이 확 느껴진다면,그리고 외롭다면 최근 나온 두 중견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면 어떨지요.‘인생의 가을’을 맞은 그들이 부르는 곰삭은 노래가 당신만의 것으로 느껴지는 상념을 약간 가볍게 해줄지 모릅니다.그들은 개인의 상념을 날 것으로 토로하기보다는 시로 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시와시학사 펴냄)를 보면 그 동안 탁월한 이미지를 보여준 시인의 상상력이 단순함의 미학으로 숨은 듯 합니다. 그 징후인듯 이번 시집에는 유달리 ‘시간’이라는 시어가 자주 등장합니다.시인에게 시간의 모습은 “얻는 건 없고/잃는 것 뿐”이고 “흉악하다거나 야속하달 것도 없는” 슬픔이고 “욕망의 피륙”(‘밑도 끝도 없이 시간은’)입니다.때론 두 가지 얼굴로 변주되기도 하는데 “돈과 권력과 기계들이 맞물려/미친 듯이 가속을 해온”것이 세태의 시간이라면 시인에게는 “천천히 꽃 피고 천천히/나무 자라고 오래오래 보석”(‘시간의 게으름’)되듯이 느림으로 버팅겨 온 형상으로 그려집니다.그러나 시인도어쩔 수 없나 봅니다.“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사람의 일들/변화와 아픔들을/견딜 수 없네(…)”라고 노래하니까요. 천양희의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작가 펴냄)는 시인 내면의 은밀한 고백입니다.시집을 메우는 정서는 외로움,고독,슬픔,그리움 등입니다.“고독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고독할 때’)라거나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쓸쓸함은 고조됩니다.그러나 시인은 그에 갇히지 않고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바라봅니다.그래서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독을 잃어버렸을 때다.”라고 말하며 그것을 즐기라고 권합니다.이 도저한 여유는 아마 자기를 다스리는 여유에서 비롯되는가 봅니다.시인은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밥’)라면서 “마음아 아무 곳에나 널 내려놓지 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두 시인이 모두 65년 등단한 것도,꾸준히 자기만의 글무늬를 가꿔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 필연에서 우러나오는 숙성된 노래를 따라부르다 보면 어느새 ‘고독과 동거하는 법’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종수기자
  • [癌없는 세상]통증-호스피스

    ●말기 암환자란 말기 암환자란 수술과 약물요법,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개선될 여지가 없는 환자를 말한다.전이가 있거나 4기라도 항암치료를 통해 의미있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말기 암환자 가족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이다.그러나 실제로 얼마를 더 살 것인가는 판단하기 어렵다.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개별 환자에 대한 의사의 판단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악명높지 않은가. 그러나 일반적인 통계에 따르면 3∼6개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말기암환자 관리 현황 암은 워낙 치명적인 질병이어서 지금까지 주된 관심사는 완치율을 높이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삶을 의미있게 해 줄 의료 시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사망자 25만명 가운데 6만명의 사인이 암이다.이들의 대다수가 적절한 통증 조절이 안되거나 중환자실에서 외롭게임종한다.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하면 연간 20만∼30만명이 암으로 인한 통증과 죽음의 고통으로 삶의 질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란 호스피스·완화의료란,이런 환경의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극한상황에서 마주치는 신체·정신적 문제와 사회·영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공되는 전인적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즉,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여기에는 일정 자격기준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사회복지사,성직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팀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최근에는 임종 예상시점 이전이라도 투병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및 증상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담당 의사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하지만 아직도 일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대다수의 사람들이 임종 직전에나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함으로써,너무 늦게 호스피스 서비스를 의뢰하는 까닭에 많은 환자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것이다. 지난 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 삶의 질에 가장 효과적인 조치 중의 하나가 말기 암환자에게 제공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밝혔으며,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는 이 시스템이 제도화돼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활용하고 있다.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어떤 기관·단체가 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5년 강원도 강릉에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소속 수녀들에 의해 갈바리의원이 세워져 처음 호스피스라는 이름으로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지금은 전국적으로 70여개의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이 설립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런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치의와 상의 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02-818-6035),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02-3779-1412),한국호스피스협회(02-592-7893) 등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임종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있어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련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중이어서 머잖아 말기 암환자들에게도양질의 혜택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양질의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치매요양병원이나 정신보건센터 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듯,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육성책을 강구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말기 암환자들의 신체·정신적 고통과 이에 수반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이들이 여생을 더 뜻깊고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임종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죽음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맞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김대현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마취전문의 김종흔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전문의 ■환자 정신건강 안정되면 면역계 활성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은 사형선고였다.지금도 더러는 암의 경우 ‘진단’이나 ‘통고’라는 말 대신 ‘선고’라는 용어를 쓴다.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힘겨운 투병을 거쳐 결국죽는다는 의미의 표현이다.그러나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해 이제는 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완치되는 시대가 됐다.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이며,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일 뿐이다. 이처럼 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투병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과거에는 진단 결과 암일 경우 보호자에게만 통고하고 환자에게는 숨기는 게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환자에게도 처음부터 병명을 밝힌다.이런 추세는 불가피하게 환자들의 정신적 충격을 수반한다.이런 가운데 삶의 질에 대해 주목하는 사회 분위기는 암 환자의 정신건강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통상 암은 종양내·외과,방사선종양학과 등 3대 분과가 주축이 돼 치료를 시행했다.그러던 것이 70년대 초 미국에서 정신종양학이 암 치료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암 환자들의 정신 건강이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된 것.암환자들 중에는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섬망(착란),외상후 스트레스장애,심인성 성기능장애 등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처음에는 침착하게 대처하다가 갈수록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사례도 흔하다.그러나 암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해질 것이고,암이 낫기 전에는 우울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심리적으로 안정되면 면역계가 활성화되고 삶의 질뿐 아니라 암의 치료율이나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암은 각기 발병 부위가 다르지만 모든 암이 공통적으로 침범하는 장기가 있다.바로 마음(mind)이다.정신적인 안정에 기초한 적극적 투병의지가 성공적인 암 치료의 기본임을 알아야 한다.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초기 통증부터 투여를 암 환자가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은 통증이다.일반적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30%,진행된 환자의 70%가 통증을 호소한다.특히 이들의 80%는 두 가지 이상의 다발성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통증은 그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수면장애와 식욕부진,신체활동 감소,의욕상실,우울증,성기능 감소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단절시키는 등 삶의 질을 극도로 제한한다.따라서 암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증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정 및 사회로의 복귀를 돕고,이에 따른 가족의 고통과 경제·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증 원인은 크게 암에서 비롯된 것과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그리고 암과 무관한 만성 통증으로 나뉘는데,이중 암과 관련된 통증이 60∼80%나 된다. 이런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 차단,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혹은 정신·신경외과적 수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진통제 투여.진통제는 대부분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약물요법으로,90% 이상의 환자가 이 방법으로 통증을 조절한다.약물 중 아스피린 등 비마약성 진통제는 주로 가벼운 통증에 사용하며,통증이 상당히 심한 경우에는 코데인,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일부에서는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을 걱정하지만,의료용 마약의 경우 1만명중 한 명 꼴로 중독 현상이 나타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이런 까닭에 통증이 시작될 때부터 적극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항우울제와 항경련제를 투여해 통증을 다스리기도 한다. 주로 통증 원인이 신경계를 침범해 타는 듯하고,찌릿찌릿한 양상의 통증이 나타나거나,마약성 진통제가 잘 듣지 않을 때 사용한다.또 뼈에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방사선치료,췌장암 등 내장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신경을 차단해 통증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암 환자의 통증 조절이 어려운 것은 주로 의사와 간호사,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편견에 기인한다.그런 만큼 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보호자의 유기적인 협조와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 [건강칼럼] 한의원 제대로 활용하기

    ‘허준의 후예’들이 먼 이라크에서 생명의 수호신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한방 의무병’들의 인기가 단연 높단다.한방을 모르는 현지 주민들이 처음부터 한방 치료에 관심을 가졌을 리는 없다.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좋은 치료효과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환자가 늘어 이제는 장사진을 치는 정도라니 한의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다.하긴 가느다란 침 하나로 발목을 삔 사람부터 신경마비 환자까지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방의료에 생소한 현지인들이 감탄했을 법도 하다. 중국에는 한·양방이 공존하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거의 같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교과과정은 물론 질병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방법까지 양·한방이 확연히 다르다.이를테면 양·한방이 전혀 다른 진료체계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다른 두 진료체계라도 잘만 활용하면 단일 의료체계에만 의존하는 서구보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양방에서는 질병 원인을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보고 치료하는 반면,한방에서는 질병 원인을 인체 불균형으로 인한 자생력과 면역력 저하를 원인으로 본다.해서 인체 생리의 균형을 잡아 스스로 병을 이기도록 한다. 예컨대 아이가 열과 기침,가래가 끓는 초기 감기라면,양방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해 증상을 호전시킨다.하지만 여전히 코가 막히고,기침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인체의 면역·자생력이 떨어져 감기가 만성화된 경우다.이때는 한방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도 마찬가지다.1차적으로 양의를 찾아 코 안에 염증과 고름이 있는지 확인한 뒤 염증 치료를 받는다.그런 뒤에도 코막힘이나 콧물이 나타난다면 이번에는 한의원을 찾아 코 부위의 기체증(氣滯症)을 풀어주면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 예부터 ‘몸과 나라는 다스리는 이치가 같다.’고 했다.질환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양의나 한의를 선택해 치료한다면 질병 예방과 치료 범위가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 몸짓으로 그리는 가을 수채화/16~19일 국립무용단 ‘비어있는 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해질 무렵의 창(窓),빈 들판….이 가을의 이미지들을 어떻게 춤으로 형상화할 수 있을까.국립무용단이 16∼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비어있는 들’은,무대를 화폭삼아 무용수들이 몸으로 그리는 한폭의 가을 수채화같은 작품이다. 올초 부임한 김현자 단장이 지난 4월 이미지극 ‘바다’에 이어 두번째 선보이는 공연으로,전통과 창작의 구분을 벗어난 그만의 독특한 무용스타일이 이번 무대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공연은 ‘저물 무렵,창’‘숲’‘가는 비 오다’‘거울앞 누님’‘추상(秋像)’,그리고 표제작인 ‘비어 있는 들’등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가을의 우울한 창이나 하얀 국화꽃,가을 단풍,빈들을 가득 채운 갈대 같은 서정적인 정경들이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표현된다.특히 5장 ‘추상’은 무용수들이 그때그때 느낌에 따라 춤을 추는 즉흥 춤판으로 꾸며진다. 김단장은 절제되고,은유적인 한국 무용의 표현영역을 확대시켜 마임과 연기적인 요소까지 결합함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공연이 되도록 했다.무대미술가 박동우가 제작한 무대도 볼거리.앞쪽 객석 4줄을 뜯어내고 무대를 앞으로 당겨 깊이감을 살리는 한편 갈대를 활용해 가을 숲의 이미지를 살렸다. 강은구가 맡은 음악도 거문고 다스름,영산회상,피아졸라의 음악,범패,우크라이나 초원의 노래 등 장면에 따라 골고루 선곡돼 분위기를 맞춘다.최진욱,정윤 등 정상급 무용수와 함께 이소정,박미영,엄은진같은 차세대 무용수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자리로도 의미가 있다.(02)2274-3507. 이순녀기자 coral@
  • 말말말˙˙˙

    통치자들에게는 말이 매우 중요하지만 교황은 말보다는 머리로 다스린다. -주세 사라이바 마르틴스 포르투갈 추기경,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언어능력을 잃는다 하더라도 가톨릭 교회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 한글 인터넷주소·도메인 인기 ‘짱’

    대학생 이석규(22·서울 신수동)씨는 요즘 인터넷 주소창에 ‘www’ 대신 한글을 친다.웬만한 사이트 주소는 한글로 등록이 돼 있기 때문이다.이씨는 “복잡한 영문 사이트 주소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 인터넷 서핑이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했다.한글로 된 인터넷주소가 네티즌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여행사’ 등 영업용 이름 뿐 아니라 ‘이승엽’ 등 문화체육계 스타의 이름,아름다운 순수 우리말 이름 등 갖가지 한글 인터넷주소와 한글 도메인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오는 20일 마감되는 kr 도메인등록 신청에도 네티즌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갖가지 한글 주소 선보여 한글로 등록된 인터넷주소는 80만개를 넘어섰다.한달에만 1만여개씩 새 주소가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이 임의로 정한 한글을 인터넷 주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갖가지 기상천외한 한글 주소가 등장하고 있다.‘나도날아보자’,‘꿈은이루어진다’,‘심봤다’ 등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주소 뿐 아니라 ‘새해복많이받으세요’,‘사랑하고있어요’ 등 덕담 등도 주소로 등록돼 있다.‘우리가락다스름’,‘희망을파는사람’,‘그루터기’ 등 아름다운 우리말 주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글.kr’ 등의 형태인 한글 도메인이름에도 재미있는 이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올해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과 관련,‘www.56호홈런볼.com’,‘www.홈런왕56.com’이 선보였다. ●우리말 이름딴 주소도 선봬 한글도메인에서는 스타 이름도 인기를 끈다.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승엽,가수 이효리의 이름을 딴 ‘www.이승엽.kr’,‘www.이효리.kr’ 등의 주소가 현재 신청돼 있다.정우성,신승훈 등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도 예외가 아니다. 연예인들의 이름과 동명이인인 사람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이효리의 한글 도메인이름은 벌써 7개나 신청돼 있다.‘장다은’,‘이루리’,‘하다솜’ 등 순수 우리말 이름을 딴 인터넷주소도 많다. ●상업용 주소로도 인기 한글 인터넷주소와 한글 도메인이름은 상업적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소비자들이 인터넷 주소를 쉽게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긴 사이트 주소를 힘들게 입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바른손,한샘 등 업체들은 이미 한글주소 등록을 마친 상태다.딤채,다맛 등 상품명을 주소로 사용하기도 한다.‘좋은생각’ 등 잡지들도 한글 주소를 애용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체들도 사업의 성격에 따라 한글을 인터넷주소에 도입했다.‘핸드폰’,‘대출’,‘여행사’ 등은 한글도메인이름에 이용되고 있다.‘여론조사합니다’,‘부동산무료로주세요’ 등은 대표적인 상업적 한글 인터넷주소다. 넷피아 마케팅팀 김우석 부장은 “한글 인터넷주소는 하루 실제 조회건수만 1억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면서 “9일 한글날에는 아름다운 한글 인터넷주소를 선정,사이트에 게시한 뒤 별도의 시상식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의식차단 뇌 유전자 통증억제 규명/‘꿈의 진통제’ 개발 길 터

    인간의 의식을 차단해 각종 뇌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오히려 통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만성통증은 물론 뇌질환 치료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각기 다른 종류의 통증을 약 하나로 다스릴 수 있는 ‘꿈의 진통제’ 개발도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申喜燮) 박사팀은 뇌의식을 차단하는 유전자(‘T-타입 칼슘채널’)가 뇌에서 통증신호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인간이 잠잘 때나 간질 발작을 일으킬 때 무의식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이 ‘의식차단 유전자’ 때문이다. 치매·파킨슨씨병·우울증 등 각종 뇌신경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은 것으로 여겨졌던 이 유전자가 ‘통증 차단’이라는 효자 노릇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신 박사는 “생쥐의 뇌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통증신호가 여과없이 뇌로 전달돼 더욱 극심한 통증이 나타났다.”면서 “이 유전자가 활동하는 장소가 뇌의 시상핵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상핵(視床核)은 뇌로 들어오는 모든 감각신호를 심사해 전달하는 일종의 관문이다.이 때 정상적인 감각신호와 통증신호를 구별해 반응하는데,통증신호가 들어오면 ‘의식차단 유전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통증신호를 저지한다는 것이다.신 박사는 “대부분의 통증신호가 지나가는 길목이 시상핵인 만큼 이곳에서 활동하는 의식차단 유전자를 이용한다면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꿈의 진통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를 응용한 뇌질환 복합치료제 개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뇌가 수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자극을 받아들인다는 지금까지의 학설과 달리 능동적 조절능력도 있다는 주장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언스지(10월3일자)에 소개됐다. 안미현기자 hyun@
  • 韓方미인/얼굴에 바르는 칡 인삼 당귀 한방화장품 춘추전국시대

    ‘한국사람 피부는 한방(韓方)으로 다스려라.’ 가히 한방화장품 춘추전국시대다.국내 화장품업체들은 마치 지령이라도 받은 듯 잇따라 한방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색조·기초화장품에서도 수입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자 ‘한방’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이다.실제로 태평양 ‘설화수’는 출시 5년 만인 지난해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유명백화점에서 브랜드 단독매장을 여는 것을 검토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코리아나 관계자는 “한방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은 부작용이 적고 피부와 건강 모두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2005년에는 최고 80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 효과면에서는 어떨까.금산스킨클리닉 한승섭 박사는 “한방 재료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천연성분으로 약리 작용과 함께 미용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예컨대 칡뿌리는 모공수축 보습 미백 등의 작용을 하고,녹두는 살균 독소제거 등의 효과가 있다.당귀는 모세혈관의 탄력을 강화하고 피부조직을 재생한다.또 오미자는 수렴 향균 작용을 하며,인삼은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고 피부에 윤기를 준다. ●어떤 제품이 나왔나 지금까지 나온 제품은 태평양 ‘설화수’,한국화장품 ‘산심’,코리아나 ‘한방미인’,로제 ‘십장생’,나드리 ‘상황’ 등.여기에 최근 몇달사이 새로운 한방브랜드가 속속 시장에 진입했다.LG생활건강은 올초 백화점용 한방화장품 ‘더 후’를 출시하고,이달들어 더욱 저렴한 ‘수려한’을 선보였다.고급브랜드인 ‘더 후’에는 피부를 촉촉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공진단 당귀 녹용 산수유 사향초 오가피 등 다양한 한방 원료가 들어 있다. ‘수려한’은 백옥처럼 희고 고운 얼굴로 꼽히는 중국 4대 미인 ‘서시’의 피부처럼 만들어 준다는 동의보감의 처방 ‘서시옥용산’을 따랐다.30대초반 이후 여성들을 위한 것으로 피부 트러블을 완화하는 녹두,보습 작용이 있는 천화분,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백지,피부에 탄력을 주는 조각자로 구성됐다. 코리아나는 지난달 말 ‘자인’을 내놓았다.코리아나 R&D센터와 경희대한의대가 공동으로 개발,피부 재생 효과가 있는 ‘천정기보단’을 성분으로 하고 있다.한방제품으로는 드물게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주름개선 기능성 제품에 대한 인증을 땄다. 한국화장품 ‘산심’은 110년근 산삼을 조직배양한 추출물을 이용해 피부에 산삼 고유의 효능을 그대로 표현한다.특히 동양여성이 원하는 미백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이다.최근에는 천연벌꿀을 추가해 피부건조 현상을 개선하는 마사지팩을 출시,한방화장품 라인을 강화했다.로제도 십장생에 이어 최근 ‘천심’을 출시해 수입브랜드에 도전장을 냈다.가시오가피 영지버섯 인삼 녹용 등에서 추출해 낸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트러블을 최소화하고 탄력,모공수축,재생 등의 효과를 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불은 3년 이상의 개발을 거쳐 ‘비원’을 출시했다. ●효과를 내려면 아무리 뛰어난 효과를 지닌 화장품이라 해도 올바른 사용법을 따르지 않으면 효과를 느낄 수 없다.화장품의 사용량과 사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또 한약을 먹을 때 체질을 고려하듯이 한방화장품도 사용자의 체질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코리아나 한방미인 ‘단액 에센스’는 태음인 피부에 적합한 ‘호산단’과 소양인 피부에 맞는 ‘음청단’,소음인에 좋은 ‘양난단’으로 나뉘어 있다. 최여경기자 kid@
  • 전문가가 본 쿠체/추상성 빼어난 ‘제2카프카’

    쿠체의 소설을 접해본 이들은 그의 문체가 절제된 가운데도 폐부를 찌르는 힘이 있다고 한다. 탄탄한 구성과 사변적 깊이 그리고 존재의 밑바닥까지 울려오는 전율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보기 드문 거장의 대작을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또한 그 작품 배경의 추상성과 절망의 함정으로 점철돼 있는 상황들은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쿠체의 소설에서는 남아프리카와 닮은 상황들이 종종 재현되지만 구체적인 장소들은 언급되지 않는다.이런 독특한 설정 때문에 그는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핵심을 비껴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했을 때 남아프리카에서는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으며,그는 ‘정치적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이렇게 회피적 방편으로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작품의 추상성은 그러나 그의 작품에 깊이와 보편성과 사유적 공간을 부여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야만인을 기다리며’(1980)의 배경은 19세기의 어느 불특정한 시기 제국의 전초기지로 매우 추상적이다.이 변방의 요새는 ‘야만인’들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제국의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군사요원들은 지금까지 이 변방의 요새를 평화스럽게 다스려온 치안판사의 온건한 정책을 폐기하고 야만인들에 대한 강경한 탄압과 정복전쟁을 시작한다. 지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누구든지 이것이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가지는 망상적 공포와 그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반응 그리고 그런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추상성은 남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지 않지만, 백인들이 처한 거북한 입장을 억압적 지배자의 집단에 속하면서도 그 집단의 정당성을 믿을 수 없는 묘한 위치에 처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화시켜 순전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관심사가 가지지 못하는 사유의 깊이를 작품에 부여한다. 그 외에도 최근 한국의 강단에서 많이 논의되는 쿠체의 작품으로는 18세기 영국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쓴 ‘포’(Foe)라는 작품이 있다.이것은 고전적 작품을 패러디하며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 실험이라 할 수 있는데,‘야만인을 기다리며’에 비해서는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전수용 교수(이화여대 영문과)
  • [길섶에서] 과 욕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출마 예상자 명단이 오르내린다.친분이 있는 이들도 눈에 띈다.학창시절부터 알던 이도 있고,기자생활을 하며 만난 이도 있다.대개는 오래전부터 정치의 꿈을 다져온 사람들이지만 몇몇은 “아,그이도 정치 성향이었나.”하고 반문케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왜 정치인이 되려고 할까 생각해본다.흔히 말하듯 국가와 민족을 위해 육신의 고단함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걸까.대개는 평상시 정치인들을 폄하하는 데 적극 동참하지 않았던가.자신들은 새로운 정치를 할 자신이 있다는 뜻인지,아니면 웬만한 돈은 ‘대가성’만 없으면 받아도 되는 ‘그 좋은 자리’가 탐났다는 건가. 삼국지에서 서주 목사 도겸은 병이 들자 자신의 두아들은 재주가 모자란다며 유비에게 서주를 맡아달라고 몇차례나 간청한다.이문열은 이에 “어지러운 시대에 자기 힘밖의 중임을 맡는 것은 그 다스림을 받는 백성들을 괴롭히게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제 한 몸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도겸은 근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평했다.언제나 과욕이 화근이다. 김인철 논설위원
  • 삶의 생채기 따뜻한 감싸기/장철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

    “어둡더냐,살아가는 것이 쓰라리더냐.적적하지는 않겠구나,바람 속에 살을 씻기는 것을 보니.…” 지난 94년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한 시인 장철문(37)이 최근 펴낸 두번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창작과비평사 펴냄)에 실린 ‘작가의 말’은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그 속엔 ‘바람’이 상징하는 자연의 지혜에서 삶의 생채기를 다스리려는 여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98년 첫시집 ‘바람의 서쪽’에서 들려준 시인의 낮은 목소리는 여전하다.아니 이번엔 아예 목소리마저 내지않으려는 듯 차분하게 세상을 관조할 뿐이다.치열한 자아와의 속싸움을 다스리는 시인의 시선은 아침 안개 속 샛강을 보면서 “지난 밤낮의 열기와 툴툴거림을/내려놓는다”(‘아침 샛강’)고 노래할 때 잘 드러난다. 미얀마에서 체류하며 만든 노래는 구도송으로도 들린다.“비가 새는 집을/고치지도 않고/짐승처럼 살았지만/…/숲에 깃들여 숲과 함께 살았다/…/함께 서있는 것이 참 편안했다”(‘사람이 사는 숲’). 시인은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기차 안에서 수화하는 내외의 모습을 보며 “말 못하는 내외의/맞고함 속에/살고 싶은 것이 치밀어오른다”(‘추석,경춘선’중)며 그들의 답답한 속내를 노래하는 장면은 넉넉한 품을 보여준다. 남의 고통을 달래며 자신의 아픔은 삭이려는 시인의 웅숭깊은 속은 ‘내 복통에 문병가다’에서 꽃핀다.복통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대상화하고 관찰하면서 오히려 문병 온 친구의 걱정을 되레 걱정하는 시적 자아의 형상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통증에서 자유롭기 위해 노력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종수기자
  • [마당] 타자의 목소리

    당나라 최고의 치세로 손꼽히는 정관(貞觀)시기는 그야말로 군주와 신하 사이에 허물없는 대화와 진지한 토론이 격의 없이 진행된 시기였다.그 중심에는 겸허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했던 당 태종이 있었고 그 좌우에는 문관과 무관을 막론한 현명한 신하들이 포진,나라의 대소사를 논하며 치세에 전념하던 문치의 시대였다.후인들은 이 시기를 기려 ‘정관의 다스림(貞觀之治)’라고 하며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로 손꼽는다. 어느날 태종은 간의대부(諫議大夫) 위징(魏徵)에게 물었다.“무엇을 기준으로 현명한 군주라고 하고 어리석은 군주라고 하오?” 위징의 답은 명쾌했다.“군주가 현명한 까닭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널리 듣기 때문이고,군주가 어리석은 까닭은 편협되게 어떤 한 부분만을 믿기 때문입니다.‘시경(詩經)’에도 ‘선현들이 말씀하시길 풀을 베고 나무를 하는 사람에게도 물어 보라 하셨네.’라는 말이 있습니다.옛날 요(堯)임금과 순(舜)임금 시대에는 사방의 문을 활짝 열어 천하의 현명하고 덕망 있는 선비를 초빙하고,시야를 넓혀 민간의 소리를 들었으며,백성들의 정서를 살펴 정치를 맑게 했습니다.이와 같이 했기 때문에 성스럽고 현명한 군주는 무슨 일이든 분명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그래서 사악한 공공(共工)이나 곤 같은 사람들도 그 영명함을 가릴 수 없었고,간사한 자의 교묘한 말과 간계로도 그들을 어둡게 할 수 없었습니다.그러나 반대로 진나라 진이세(秦二世)는 깊숙한 궁궐에 숨어 있으면서 조정 신하들과 백성들을 물리치고 환관 조고(趙高)의 말만을 들었습니다.그래서 천하가 붕괴되고 민심이 돌아섰어도 실태를 알지 못했습니다.그러므로 군주된 자는 여러 다른 의견을 듣고 아랫사람들의 합리적인 건의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그렇게 하면 제아무리 권세가 큰 대신이라도 아랫사람들의 소리를 가리거나 군주를 어리석게 할 수 없으며,백성들의 실정이 조정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전격적인 탈당을 하였으니 곧바로 국민을 설득하면서 감사원장을 다시 인선하는 쪽으로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코드인사’니 ‘오기정치’니 하면서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더구나 통합신당을 제외하면 힘있는 여당이 없는 4당 체제에서 야당의 막강한 힘 앞에 다급한 민생법안들은 오리무중으로 전락할 것이다.또한 2004년 예산안부터 국민 연금법,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등 주요 현안들만 해도 각 당마다 토해내는 제 목소리 때문에 해당 각 부처들은 저마다 법안의 통과여부를 지켜보아야 하는 가슴앓이를 해야 할 처지이다. 여기에 타협의 정치와 상생의 미덕을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며 그야말로 비타협의 오만과 상극의 횡포만 있을 뿐이다.이런 정치권의 모순과 갈등 속에 우리가 1년 전 월드컵 경기 때 목 아프게 외쳤던 ‘위대한 대한민국’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는 노대통령이 보다 넓은 아량과 인내 그리고 자신을 비운 겸허함으로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여기엔 소위 코드가 맞는 일부 측근 인사들의 입에 발린 말보다는 자신에게 비판을 가하는 ‘타자의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용기가 진정으로 필요하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문과
  • [건강칼럼] 어린이 감기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에서 또래들과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공놀이하듯 서로 주거니 받거니 감기를 달고와 부모 속을 썩이곤 한다.요즘같은 환절기,애를 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특히 아이들의 경우 면역력과 체온 조절기능이 취약해 쉽게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곤 한다. 감기는 체내의 열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즉,사람의 몸은 심장에서 생성된 뜨거운 기운과 신장에서 생성된 차가운 기운이 막힘없이 순환해야 정상인데,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감기를 앓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시작되므로 이런 원인을 짚어 치료하는 것은 상식이다.우선,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열의 순환 통로가 막혀 오래가는 감기에는 전호,시호,질경(도라지) 등으로 해열을 한 뒤 사포닌 성분이 많아 해열과 편도선 염증에 좋은 도라지 등을 처방해 증상을 다스린다.목감기는 도라지를 삶은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하면 가정에서도 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열이 나는 어린이 감기에는 얼음찜질이나 찬 음료 등으로 열을 내리게 하는 것보다 땀을 후련하게 몸밖으로 배출시켜 저절로 열이 내리도록 하는 것이 좋다.따뜻한 국물이나 미음을 먹은 뒤 이불을 푹 덮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부모는 감기 기운이 있는 애를 한증탕에 데려가 실컷 땀을 빼내도록 하기도 하는데,땀 빼서 감기가 낫는 것은 어른의 초기 감기에나 해당되는 말이지,어린이에게 그런 방법은 금물이다.어린이는 열의 변화에 민감해 자칫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족 하나.예로부터 치료를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했던 한증요법이 요새들어 아무 데나 좋다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은 썩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무분별한 한증이 건강에 해로운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음식량도 조절해야 한다.아이들은 과식하면 체내 열량이 늘어나 열이 더 높아지므로 물을 자주,많이 마시게 하고 음식은 평소보다 약간 적게 먹이는 것이 좋다.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 ‘살인의 추억’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감독상/봉준호씨, 신인·최우수 2관왕

    올해 국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살인의 추억’(주연 송강호·김상경)의 봉준호(34)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거행된 제51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봉 감독은 2개 부문 수상으로 수상자 중 최고인 13만 77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봉 감독은 상을 받은 뒤 27일 오후 2시(한국시간)쯤 영화 제작자인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와 “너무 좋다.”며 “두 상의 심사위원이 달라서 동시 수상이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살인의 추억’은 현지 상영에서 팬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으며 봉 감독에겐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아시아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타임 투 킬’,‘폰 부스’ 등으로 국내외에 알려진 조엘 슈마허 감독의 ‘베로니카 게린’ 등 14편의 후보작과 경합을 벌였다.최우수 작품상은 인간의 고독을 주제로 한 독일의 ‘슈상스트’(Schussangst)에 돌아갔다. 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의 봉준호 감독은 단편영화 감독 시절부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작품성 높은 ‘모텔 선인장’(97)의 조감독과 극본,‘유령’(99)의 극본을 맡아 탄탄한 기본기를 다진 뒤 장편 ‘플란다스의 개’(2000)로 감독으로 입문해 홍콩영화제와 뮌헨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신인감독상 등을 각각 받았다. 이종수기자 viele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10)박경리-물질문명 시대, 생명의 가치 회복

    진영은 연기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는 것을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내게는 다만 쓰라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무참히 죽어버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진영의 깎은 듯 고요한 얼굴 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잡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내리고 있었다.“그렇지,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진영은 중얼거리며 잡나무를 휘여잡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다.-소설 ‘불신시대’중에서 혹시라도 선생을 그냥 찾아뵙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아 근방에서 슈퍼마켓을 찾는데 퍽이나 외진 곳이라 그런지 갖추어 놓은 게 없다.선생은 당뇨가 있다고 했던가.단 것을 드시지 못한다니 무과당 음료수 박스를 사들고 결전의 준비라도 마친 양 용감하게 토지 문화관으로 들어섰다. 선생의 집 문턱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소문이 아닌데 미리 약속을 얻은 탓인지 선생은 무척 친절하게 일행을 받아주신다.감읍할 지경이다. ●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화두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소설을 쓰시다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요.” “내가 ‘현대문학’ 잡지를 참 곤란하게 하고 있어요.‘나비야,청산 가자’ 연재를 시작해서 석 달,3회까지 연재했거든요.한 회 한 회 원고 분량이 많아서 3회까지 하니까 무척 힘들었어요.재작년에 넘어져서 다친 허리가,연재 시작하면서 더 안 좋았어요.절실하게 써보려 했는데.이걸 쓰면서 혈압이 200까지 올라갔어요.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요.결국 쉬고 있어요.독자들에게 제일 죄송해요.” “…….” 나는 선생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선생의 다음 말씀을 기다린다. “몸이 그러니까 의욕이 없어지고,그러면서 내 존재가 뭔가,굉장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새삼스럽게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선생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연히 새로운 문학지 ‘숨소리’를 편집하고 계신 연세대학교의 최유찬 교수를 만나뵙게 되었다.두 분에게 번갈아 시선을 옮기는 나로 인해 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선생은 ‘숨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문학이라는 것도 인류 전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생태계 없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요.최유찬 선생에게 부탁 드려서 ‘숨소리’라는 책을 내는 까닭도 그런 데 있어요.지금 이 토지 문화관도 다른 분들은 다 문학관으로 오해하고 있어요.내가 문학을 하니까 문학관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나는 처음부터 그건 반대고 문화관으로 하자고 했어요. 생태계,환경이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이 되어야 해요.거기에서 문학도 있고 모든 게 있을 수 있는 거죠.작년 초엔가,‘자연과 시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을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시인 선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선도가를 불러 달라,그런 의식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내가 당부를 드렸어요.예술가들이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무슨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사람들 임의에 따라서 참여도 하고 안 할 수도 있지만 환경문제라는 건 예외가 있을 수가 없잖아요.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되니까.하다못해벌레 한 마리나 풀 한 포기도 다 관련이 있잖아요.지구의 생명을 받은 것은 다 의무가 있는 거지요.” “예전에 손수 농사를 지으시는 걸 보았습니다.여기로 옮기고 나서도 계속하고 계신지요.” “물론이에요.여기는 농사가 더 많아요.밑에 밭뙈기가 상당히 있고 산 안에도 밭이 있어요.여기로 와서는 농사가 더 절실한 게,작가들 와서 묵는 창작실에 부식을 대야 하니까요.전부 다 댈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야채는 내가 농사지어 대고 있어요.금년에는 부토를 했는데 흙이 잘 안 맞아서 농사가 좀 시원찮게 됐어요.여기 와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는 절대 안 쓰고 작으면 작은 대로 땅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기왕이면 작가들도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서 먹거리도 무공해로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감자와 옥수수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옥수수와 배추를 실패하고.그래서 토마토,고추,상추 이런 것 좀 더 대고 했어요.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줄 수 있을 것 같아요.또 자연적으로 나는 것들이 있거든요.두릅이라든지.산에 도라지도 많이 심어놨어요.더덕,취나물,이름도 모르는 다른 나물들도 많아요.봄에는 냉이나 두릅 등 계속 농사지은 걸 먹죠.” 선생의 말씀에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리듬과 흥취가 있었다.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 멕시코의 칸쿤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심장에 칼을 꽂고 자결하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우리들은 모두 땅의 자식들인데 내가 무관심하던 사이에 농민들의 삶은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인터뷰를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선생의 말씀과 정신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을 순 없어 “선생님께서 농사를 지으시는 것은 자연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적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게 우리 삶의 본질 아니겠어요? 땅에서 가꿔서 우리가 존재한다는.농부를 찬양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아니고 전부 소비성이거든요.땅을 가꾼다는 것은 규모가 손바닥만 하더라도 거기에는 생산이 있어요.그건 뭐냐면,생산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땅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에요.지난번에 내가 여기 중·고등학교 캠프에 갔었어요.사실은 내가 어디 나가서 얘기를 잘 못해요.어지러워서.그래도 애들이니까 한마디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요.첫마디는 예절에 대한 것이었어요.예절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이다,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다,그것은 오랜 세월동안 정제된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그리고 또 하나가 이것이에요.옛날 농부들이 말하기로 내 자식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하고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그것은 땅도 내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땅을 사랑하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본질적인 거예요.지금 지구 온난화 현상도 있고 지구가 사막화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앞으로 곡식이 참 귀하게 되면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고 배를 불리겠어요? 한줌의 쌀이 있어야만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거죠.그런데도 없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옛날 말로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고,많은 분들이 그저 설마 설마하면서 남은 죽어도 나는 살아남겠지,내 당대에는 괜찮을 거야,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계신데,하지만 우리 자손들이 있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스위스에서는 만년설이 몇년도에 가면 다 녹는다고 그래요.이거 다 녹으면 노아의 홍수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남의 일 같이 생각들 하신단 말이에요.들으면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단 말이에요.일반 대중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자들부터 인식을 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끌고 나가야 할 지도자들이 일반 대중들보다 더 못해요.대중들은 절실히 인식하는데 지도자들은 표밭만 생각하니까.사람이 먹고 사는,곡식 나는 밭 생각은 안 하고 표밭만 생각하거든요.그렇게 생존하고 관계 없는 일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존해야 할 일은 뒷전에 밀리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닌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나는 연방 머리를 끄덕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시장을 가봅시다.둘러보면 직접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건보다도 없어도 되는 게 더 많아요.없어도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은 말도 못할 낭비예요.낭비하면 쓰레기가 나와요.낭비와 쓰레기 이중적인 문제지요.쓰레기는 뭡니까.숨통을 막는 거예요.새만금이나 시화호,이런 문제는 그렇게 야만적일 수 없는 일이에요.나 혼자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해요.몇 사람의 이득,화폐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학살하는 겁니까.그렇게 많은 생명을 학살하고 그것을 영구히 없애버리면 다시 재생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국인가를 입증하는 것이죠.지금 있는 농지도 농사 안 짓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서 새만금,그걸 죽여서 농지를 만든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어요.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내가 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또 사람만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에요.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다 살아야 해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세상 일을 소상히 알고 계신데요.어떻게 이렇게 먼 곳 원주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듣고 보시는지요?” “서울이 시골보다 더 좁아요.직장이라든지 아파트라든지 하는 공간은 넓어도 좁아요.나는 공간이 없으니까 산 보고 하늘 보고,그러니 알죠.” “옛날에는 물질이 없어서 고통을 겪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물질이 더 많아져서 고통인 것 같습니다.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이란 가두지 않고 풀어주는 것 “그렇죠.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순환이거든요.순환이라는 것은,먹이사슬도 하나의 순환이지만 우리 한 개인으로 보아도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먹고 하면 이게 순환이거든요.그럼 일은 뭐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증권 주식 한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있는 것,그것도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죽어 있는 일이지 살아있는 일이 아니에요.살아 있는 생명을 다스리는 일,그것이 일이에요.예술가도 생명이 주예요,사실은.문장 하나,상황 하나,인물 성격 하나,이게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정치라는 것도 살아있는 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죽음의 방향으로 가면 안 되죠.이 시대엔 전쟁과 핵무기가 있어요.이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에요.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게 죽음으로 몰려가고 있어요.모두 다 잘 살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게 잘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농약 주고 화학비료 주고 해서 질적으로 망가진 음식을 먹는 게 잘 사는 건지……모든 걸 가둬 놓는 것…… 생명이라는 건 가두는 게 아니라 풀어주는 거예요.이런 제도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한다는 게 정상일 수가 없죠. 농촌에도 얼마나 이상한 병들이 많은지 몰라요.농약 때문에 그러는지.지금 이런 상황의 먹거리가 절대 좋은 게 아니거든요.그런데도 잘 산다는 게 이게 전부 양(量)으로 말하는 거죠.사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거든요.행복의 축이라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그런데 지금 질은 점점 나빠지고 마치 옛날의 그 질을 옆으로 펴다 보니까 얇아져서 그게 양이 된 거예요.어떤 면에서 보면 더 생겨나는 건 없어요.있는 것에서 얇아지면양이 늘어나는 거고 양이 좁아지면 질이 좋아지는 걸 보여주는 거고.” 나는 사투리 억양이 강한 선생의 말씀을 교정하는 지금의 내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선생의 말씀을 들을 때 그것은 앞으로 나갔다 뒤로 가고 중복되거나 건너 뛰면서도 살아 있는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선생님 옛날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창작집 ‘불신시대’,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그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선생님 작품의 여주인공이 아주 결백한 성격을 갖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그것은 마치 선생님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기는 싫어요.결백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은 거죠.얽매이기 싫고.” 이하의 내 물음과 선생의 말씀은 생략이다.안타깝게도.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그렇게 많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내가 여쭈어 본 것은 더 내밀한 선생의 과거며 인생살이 같은 것이었으니까.선생의 사상에 관한 것이 아니니까.그러나 나는 선생의 사상만큼이나 선생의 인생을사랑하는 것 같다.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다 듣고 기록하고 싶은 것은 나의 감상벽인지? 탐구벽인지?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각 박경림 ●가혹한 운명 딛고 선 문학사 거봉 박경리는 1920년대가 낳은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작가이자 광복 후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높게 빛나는 설봉(雪峰)이다. 1927년 통영에서 출생,진주고녀를 졸업하고 잠시 후 결혼,황해도 연안에서 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으며 1950년에 ‘계산’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박경리를 오늘의 박경리로 만든 하나는 선생의 작중 인물만큼이나 결벽하고 의지적인 선생의 성품이며 다른 하나는 가혹한 운명이다.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남편을 잃고 이후 아들을 잃고 다시 생명의 위기를 넘기면서 여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가혹한 고통은 선생 문학의 산실이다. 창작집 ‘불신시대’(1963)와 장편소설 ‘표류도’(1959),‘김약국의 딸들’(1962)‘시장과 전장’(1964),‘성녀와 마녀’(1967),‘파시’(1967) 등으로 이어지는 선생의 초기 소설은피폐하고 불순한 현실을 배경으로 결벽성 있고 의지가 강한 여성 주인공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운명과 맞서는 삶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1969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5년에 이르기까지 5부작으로 완성을 본 대하소설 ‘토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생의 대표작이자 한국소설의 한계를 시험하는 의지의 극점이다.세대를 누적하면서 생을 이어가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는 ‘토지’의 인물들은 삶의 만화경이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다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인간은 속수무책의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피안의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박경리의 근본적인 사상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근원인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구경적 세계관이다.그것은 종교가 아니되 감히 종교와 ‘맞먹는’ 힘을 갖는다. ●시집에 담긴 또렷한 이미지 박경리 선생 댁은 몇 년 전에 찾아 뵈었을 때는 허허벌판 가운데 있었는데 이번에는 토지문화관 바로 옆에 있어 한결 찾기가 쉬웠다.그때 허허벌판 가운데 약간 둔덕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선생의 자택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것이 평생 외로운 삶을 살아온 선생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었다. 보통 사람들은 선생을 소설가로 생각하고 또 인정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시인으로서의 선생의 이미지가 또렷하다.나는 선생의 시의 애독자여서 몇 권 안 되는 선생의 시집을 새책방,헌책방에서 다 사보았고,그 간결한 어휘,담담한 어조,비약의 미(美),삶의 태도를 절절한 심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다.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박경리가 아니라 인간 박경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시집을 읽어야 하리라. 몇 년 만에 뵙는 선생은 무척 힘들어 하셨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다.예전보다 따뜻해 보이는 실내가 나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한다.나는 선생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의지적이고 결벽성이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가 보다.
  • 오장육부 다스리면 피부미인 된다?/한방 피부박사 이은미著 ‘셀프피부건강법’

    건강한 피부를 가꾸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이의 꿈이다.이런 꿈을 현실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까.돈 없이,수술 없이 피부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한방 피부박사 이은미씨가 쓴 ‘한방으로 해결하는 셀프피부건강법’은 집안에서,사무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108가지 피부문제 해결법을 담고 있다. ●속을 다스려야 피부가 고와진다 책에서 먼저 강조하는 것은 피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무조건 약을 찾아 바르기보다는 ‘내 피부에 왜 트러블이 생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피부에 생긴 트러블은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잘못된 것들에 대한 ‘항거’나 ‘신호탄’이라고 말한다.몸 안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먼저 신호를 보내는 곳이 바로 피부이므로,이 신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오장육부가 건강해야 피부도 맑아진다.’고 말한다.예컨대 선천적으로 열체질인 소양인이나 열이 많은 태음인이 아닌데도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라면 소화기 장애를 의미한다.이마에 나는 여드름은 심장이나 소장·대장에 열이 있거나 변비가 심한 것이고,코 주위에 나는 뾰루지와 까만 피지(블랙 헤드)는 폐에 열이 있다는 뜻이다.소양인에게 많이 나타나는,양쪽 뺨에 나는 여드름과 뾰루지는 위장에 열이 있다는 신호. 책에 따르면 인스턴트 식품은 피를 탁하게 하고,열독(熱毒)을 일으켜 피부 상태를 악화시킨다.특히 임신 중에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으면 열독이 그대로 태아에게 전해져 아이의 피부가 나빠지고 아토피 피부염을 생기게 하기도 한다. ●피부 트러블별 원인은 기미는 결혼한 여성,출산경험이 있는 여성,또는 강한 자외선을 받았을 때에만 생기는 것일까.아니다.신경이 날카롭고 화를 잘 내거나,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소화기능 저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부 노화를 촉진할 수 있는 시기는 심하게 앓고 난 뒤와 과로를 했을 때다.갱년기,자외선,지나친 화장 등도 피부를 자극해 노화를 일으킨다.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전자제품도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전자제품의 전자파뿐만 아니라 제품에서 나오는 열도 몸 속의 수분을 말려 피부에 잔주름과 각질을 늘린다. 이밖에 심한 다이어트의 후유증으로 살이 늘어지기도 하고,신장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피부가 쉽게 붓기도 한다. ●고운 피부,어떻게 만들까 책에선 나를 바꾸는 피부 명상과 피부에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한다.피부의 적,스트레스를 푸는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균형잡힌 식생활,한방팩,한방목욕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피부미용을 위한 재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쑥,감초,된장,매실,멸치,무청,당귀,녹두,유자,청주,감자 등이다.여드름에는 열을 가라앉히는 미역국이나 장의 숙변을 제거하는 된장차가 좋다.장미목욕으로 스트레스,소화불량,생리통을 해소한다.매실차와 무청목욕은 기미에 효과가 있다.임신 중 기미에는 검은깨,검은콩 등 블랙푸드로 피부의 기(氣)를 살린다. 자외선에 지친 피부를 달래는 오미자차,보습과 미백효과가 있는 당귀쑥팩 등은 피부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감자팩,은행잎차 등은 지나치게 예민한 피부를 달래준다. 피의 순환을 좋게 하는 지압을 위한 간편한 지압봉과 설명서인 지압 팸플릿이 포함돼 있다.김영사,1만 4900원. 최여경기자 kid@
  • 중대형 아파트값 뜀박질

    정부의 중소형(25.7평 이하) 의무비율 확대 조치로 서울 강남권의 4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은 잡혔지만 아파트 급등세가 강남권과 성남 분당 등의 중대형 아파트로 급속히 옮겨가는 형국이다. 일부 아파트는 한달새 1억원 이상 올랐는가 하면 수도권 남부지역의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는 ‘9·5대책’ 이후 날개 돋친듯이 팔려나가고 있다.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정부의 졸속 정책과 일부 투기꾼들의 농간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소형 의무비율확대 반사효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아파트 57평형은 8월 중순 가격이 12억 5000만원 안팎이었으나 최근 13억 7500만∼14억원대로 치솟았다.선경1차 48평형도 11억 5000만원에서 현재 12억원을 웃돌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 상승세는 서울에서 분당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분당동 샛별우방 67평형은 9월 초 9억 2500만원이었으나 최근 9억 9000만원으로 6500만원 올랐다. 죽전 등 경기 용인 일대도 영향권이다.분양가가 2억 7400만원인 포스홈타운 39평형은 8월 말까지만 해도 3억 1000만원대였으나 최근 3억 4000만원으로 3000여만원 올랐다.장기 미분양 물량이었던 상현리 금호아파트 중대형은 다 팔려 나갔다. 용인 구성 하나 부동산 장영식 대표는 “단국대 이전과 경전철 건설 등 호재가 있기는 하지만 ‘9·5대책’이후 중대형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40평형대 한달새 1억올라 강남권 아파트의 한 주민은 가격이 크게 뛰자 “우리 아파트가 ‘작전’에 걸린 것같다.”고 분석했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급등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재건축시 전용면적 25.7평이하 중소형 아파트 의무 건립 비율을 60%로 늘리면서부터다.이렇게 되자 상대적으로 중대형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틈새를 유동자금과 투기꾼들이 헤집고 나섰다. 실제로 강남권에서는 일부 투기꾼들의 미등기 전매 등 각종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투기꾼들이 20명 안팎의 투자자를 몰고 다니며 유망아파트에 입질을 한다.”면서 “매물이 적은 상태에서 단 몇 건만 거래돼도 가격이 크게 오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투기꾼까지 설쳐… 수도권 확산 투기는 단속으로 어느정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전문가들의 얘기다.다만 강남으로 몰리는 실수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계속 누르기만 하면 투자에너지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며 “대입내신제도를 강화하면 강남 선호현상이 상당부문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이제는 추가 억제 대책보다는 공공부문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9)현기영-남북한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지금이야말로 탈중심의 변방 정신이 필요한 때다.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본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려면 거부와 저항의 변방 정신이 아니고는 안 된다.왜냐하면 자본운동은 질주의 관성만 있고,자신을 멈출 이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여전히 흰 턱수염이 두덕두덕,면도한 지 이틀은 되었음직한 얼굴이시다.응접 세트며 책상이며 모두 길이 안든 물건이라 그런지 썩 편치 않게 보이는데 실은 그게 선생의 매력이다.어느 공식석상에서도 작가다운 모습. “문예진흥원 일은 어떠세요?힘든 일이 많으시지요?” “글쎄,꼭 내 일인가 고민하다 하게 되었어요.예술 활성화와 사회에 창조적 의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일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기금 배분의 어려움은 있지만 시민들이 순수문화와 예술을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지방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고.” ●민주주의엔 ‘무제한의 자유' 함정 도사려 “직무를 수행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으실 텐데요.” “예전에도 열심히 해왔습니다만 진흥원 활동을 조금 더 활기차고 적극적인 쪽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무엇보다 예술 자체가 몸을 비틀면서 굉장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미술·음악 등 고전적 의미의 장르 틀 속에 갇힐 수 없는 것이죠.문학과 미술이 만나기도 하고 미술이 평면에서 입체로 가기도 하고,비디오 영상과 음악·무용이 결합하고 있기도 해요.이러한 변화에 문예진흥원 같은 국민의 기관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작가로서 공인에 더 가까워지셨는데요.저는 한국과 북한의 민주주의에 관해 묻고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요즘 한국은 정치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요.” “아직도 한국사회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고 있어요.민주주의라면 우선 자유 아니겠습니까,자유.그전에는 독재정권 파시즘 속에서 개인 자유가 희생되고 억압되었습니다.지금은 정치적인 자유는 많이 확보되었죠.그러나 그 자유를 무제한,무책임의 자유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생겨났어요.무제한의 자유를 갈구하다 보니까 풍속도 문란해지고 개인도 도덕적인 해이를 보이는 면이 있지요.민주주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무제한의 자유에 자기 몸을 싣다 보면 일탈로 가게 되죠.그리고 일탈은 중독을 낳습니다.인터넷 게임,사이버 섹스,알코올,마약….그러니까 민주주의에는 무제한의 자유라는 함정이 있는 셈입니다.공동체도 개인도,책임과 셀프 거번먼트(self government),자신을 다스리는 자치 말이지요.이게 있어야 합니다.인내가 필요합니다.” 나는 평소에 가깝게 뵌 분께 이렇게 딱딱한 질문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문학인이나 문화인이 나라와 민족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그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사회가 이제까지 성장을 꾀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지나친 성장위주는 곤란하다는 거지요.성장을 꾀하면서도 공동체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합니다.성장이라는 게 인간 크기의 성장이어야지 인간을 훨씬 능가해 버리는 성장은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의 표현을 맛보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까 파시즘이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부상하잖아요.기업가도 노동자도 오늘의 상태를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진단해 주시지요.” “이제 외형상 민주주의는 확보된 것 같습니다.이제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심성이 구체적으로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정치적 파시즘이 없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죠.파시즘 정권은 사라졌어요.민중은 많은 자유를 갖고 있어요.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많은 국민이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하나의 예죠.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그것에 골몰하면 그 지역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파시즘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거죠.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개인의 내면이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지역과 지역이 어떤 표결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대결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교한 외교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내친 걸음이다.나는 4·3의 작가에게 미국이라는 오늘의 화두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기로 한다. “미국이라는 존재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문제 같은데요.”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도 중요한 책임이 있습니다.내면의 민주화는 외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것,부당한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죠.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세계 민주주의에 어떤 저해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한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가야 되는데,방법은 강대국과 약소국 일이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로 대처해야지 피맺힌 절규로 해결될 수 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지금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한다는 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일한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인데,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태만 봤을 때 미국이 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중에 어떤 사고의 전환이 올지는 모르지만계속 그런 사고와 행동을 밀고 나간다면 미국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지구가 파멸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전쟁이 있고 나면 반드시 테러가 뒤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이것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테러나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류의 재난이 온다고 생각해요.미국의 사고 전환이 중요합니다.미국 시민의 애국주의도 잘못된 편견의 소산입니다.수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미국 국민들이 사실은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그 두려움을 방어적·공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문제는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죠.두려움은 공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다원주의가 굉장히 큰 미덕이죠.남을 이해하고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이슬람 국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경할 수 있는 큰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지금이 중세 십자군 시대하고 뭐가 다릅니까.”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나는 평소에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으로서도 화해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던 참이다.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반면 북한체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응방법이 요구된다고 보는 사람들도 뚜렷한 집단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떤 포스터를 보고 느낀 건데,아마 중동의 팔레스타인 소년 이야기일 거예요.소년인 형이 아우를 등에 업고 있어요.그래서 ‘무겁지 않으냐,내려놓지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제 아우인데요.’라고 반문했단 말이에요.북한은,남한인 우리가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에요.그러니까 짐스럽게 느끼면 안 되죠.아우가 힘들고 빈사상태에 빠져있는데 업고 있어야지요.” “북한 인민과 체제로서의 김정일 정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사회주의 정권에서 중국은 많이 변모하고 있습니다.그게 모델이 되어서 북한사회도 그런 쪽으로 변모하면 되리라생각합니다.또 그렇게 수정되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러려면 지금 당면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것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北, 중국 모델 따라가도록 시간 줘야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체제만 살찌게 하는 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지 않습니까?” “예컨대 이슬람 국가들의 증오와 분노와 절망은 강요된 것이지요.북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봉쇄정책을 쓰면 그것은 북한의 집행부,지배 집단,김정일만이 아니라 북한사회 전체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절망이 깊숙하게 자리하면 증오에 의해 어떠한 범죄도 일어날 수 있어요.9·11테러는 깊은 절망에서 일어난 거예요.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절망과 분노로 내달리지 않도록 하면서 평화와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해정책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북한사회는 점진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니 중국 모델을 따라가도록,시간을 두고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통일은 궁극적인 목표죠.1국가 2체제든 1국가 1체제든.1국가 2체제는 먼 이정표일 뿐이고 지금은 화해와 교류가중요합니다.” “‘통일전망대’ 같은 TV 프로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금강산에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좀 낯설지만 그것이 우리 이전 모습이에요.1950년대,60년대의 남한 국민들의 표정과 심성 같은 거지요.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은 순박하고 타락하지 않은 심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선생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보았습니다.‘느낌표’라는 TV 프로그램 영향도 크겠지만 세상 많이 변했더군요.” “뭐,하도 안 팔려서 베스트셀러는 예술작품이 아니구나 생각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내 소설이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나는 내 문학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북한 관계를 위해서 문화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문화예술에는그 민족의 고유한 형식과 정서가 들어있고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담론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예술을 공유해야 합니다.앞으로 남북 화해나 통일을 생각할 때 문화와 예술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선생은 내방객들을 저녁식사 자리로 데려간다.딱딱한 인터뷰에 무척 지친 듯한데도 그 인자한 눈빛을 바꾸는 법이 없다.나는 그런 선생에게서 인(仁)을 느낀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가 현기영 현기영 선생은 나와 같은 마포 주민이다.선생은 망원동 사람이고 나는 합정동 사람으로 상암동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넓혀지는 바람에 내가 서교동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한두 달에 한번씩은 꼭 합정동 로터리 근처나 망원동 근처에서 합석을 해서는 문학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낯선 공간서 만난 낯익은 얼굴 선생은 귀가 크고 길어서 후덕하게도 생기셨지만 무엇보다 미덕은 젊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까지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문학과 인생의 길을 함께고민할 줄 아는 소인(素人)의 성품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선생이 언제까지나 마포구 망원동 주민으로서 나와 같은 문학도나 상대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고 잘 안 들리는 귀에 손바닥을 대고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실 줄 알았다. 그런데,이게 웬걸.선생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나뵙게 될 줄이야.그런데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옛날 그 자리에 있던 바로 그분이시다.자리가 달라지면 안색도 따라서 달라지는 소인(小人)이 아니라 언제나 희고 소탈한 소인(素人).그가 바로 현기영 선생이다. ●제주로 빚은 선굵은 문학세계 작가 현기영 선생은 1941년 제주 출생이다.제주가 낳은 많지 않은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선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무대로,4·3 문제를 화두로,인간과 역사와 자연을 대주제로 삼은 선 굵은 문학세계를 일구어 왔다. 서울대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선생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해병대 출신으로 사석에서 부르는 해병대가를 패러디한 노래는 이어도 노래와 함께 단연 일품이다.1975년에서야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니 이른바 늦깎이인 셈인데,학교 선생도 그만두고 문학에 매진하되 상업성과 허명을 멀리하고 역사와 인간에 대한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순이삼촌’‘마지막 테우리’‘변방에 우짖는 새’‘바람 타는 섬’,그리고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대변되는 현기영 문학은 한국문학사에서 단연 이채를 발하는 제주의 문학,‘변방’의 문학이자 새로운 탈중심의 문학이다.
  • 기고 / 태풍 ‘매미’와 지도자 역할

    중국 5경의 하나로 ‘尙書’라고도 불리는 서경(書經)을 보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나온다.이 말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쓰면서 유명해졌다.그러나 대부분 ‘철저히 준비하면 잘못된 결과를 줄일 수 있다.’는 정도로 의미를 알고 있으나 이 말은 전혀 다른 뜻을 담고 있다. 서경은 ‘유비무환(有備無患)’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이나 어지러워지는 것은 오로지 관리들에게 달려 있다.벼슬은 사적인 관계가 아닌 능력에 따라 주어야 하며,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현명한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스스로의 능력만을 뽐내다가는 오히려 그 공을 잃게 될 것이다.오로지 자신의 업무에 사심 없이 임하면 매사에 늘 철저히 대비하게 될 것이고,대비가 되어 있으면(有備) 우환도 없다(無患).” 태풍 매미가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짧은 시간 머물렀으면서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태풍의 강도가 워낙 센 탓이기도 하지만 인재의 측면도 강하다.도처에서 무사안일과 태만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감사원의 사전 지적에도 그대로 방치하다가 19명의 인적피해와 1900여억원의 재산 손실을 낸 마산에서는 해일이 닥쳐오는데도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낙동강 도진제 같은 지천둑의 붕괴나 김해시 한림면의 강물 범람에 의한 배수펌프장 정전 등의 사고도 이미 지적돼왔다고 한다.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강릉시 시사천 공원묘역 지역에서는 또다시 인명피해가 재발됐다. 이번 태풍의 직접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는 사망자가 한 명뿐이라는데 우리는 사망과 실종인원이 100여명을 넘어섰고 재산피해도 수조원에 이른다니 정말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이는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사심 없이 매사에 임함으로써 늘 철저히 자신의 맡은 바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적어 비롯된 인재인 것이다.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책임을 따지고 성토한다.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그런 문제점을 간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담당 공무원들에게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 공무원들을 지휘하고 통제했던 고위 관리들과 그런 공무원들을 감독하고 지도하라고 뽑아준 정치가들에게서 우리는 책임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그리고 그런 단체장이나 지도자,정치가들을 뽑은 국민들 모두가 궁극적인 책임을 나눠져야 할 것이다. 서경의 유비무환 구절이 있는 대목은 당시의 명재상이었던 열명(說命)이 당시의 왕이며 재상에 대한 임명권자였던 고종에게 자신의 인사관리의 기준을 보고하던 내용이다.지금은 어떤가? 누가 최종적인 임명권자인가? 바로 우리들 유권자이다.그런 단체장과 정치인들을 선택한 우리가 바로 사태의 책임자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끔찍한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도 쉽게 잊는다.그러고는 막상 선거를 할 때는 사적인 인연이나 지역적 연고에 의해 표를 던진다.그리고 그렇게 뽑힌,무능하고 게으르며,사적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뽐내는 사람들에 의해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인재를 막고 안전하며 건실한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드러난 과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래서 분명한 기준으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붕어가 좁은 어항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것은 방금 본 것도 잊어 버려 몸을 돌릴 때마다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우리도 그들의 무능과 부패와 게으름과 권력의 전횡을 잊으면 어항 속의 붕어처럼 깔보임을 당해,어떤 큰 재난을 겪게 될지 모른다. 유관웅 SMI 드림빌더 대표 자문위원
  • “北에 고고학 공동연구등 제안”/남북공동학술회의 한국 단장 맡은 이서행 교수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역사 해석에서 남과 북이 공통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분야를 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20∼27일 평양 고려호텔과 삼지연 베개봉호텔(양강도 삼지연군 소재)에서 열리는 남북공동학술회의의 한국 단장을 맡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이서행(사진·57)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는 남과 북이 시각을 달리하는 미묘한 문제들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과 북의 역사학계는 각각 고유한 민족이론의 틀 안에서 민족문제와 역사의식을 연구해 왔습니다.남한의 연구는 서구의 이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북한의 연구는 주체사상에 입각해 나름의 이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그 차이를 인정하면서 하나하나 공통분모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이번 남북공동학술대회에서는 민족 공동체 의식,항일운동사,일본의 역사왜곡등에 관한 논문 25편이 발표된다.이 중 남측에서 발표하는 논문은 공동체 의식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다룬 논문이 주가 되고 북측 논문은 항일투쟁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북한에 고고학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등 다양한 남북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단군신화에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세상을 다스렸다고 나오는데 그 태백산이 북한의 묘향산입니다.북한과 협조해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고 싶습니다.” 그는 개성특구에 남북 학자가 공동으로 강의하고 남북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민족대학을 세우는 일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1988∼1991년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현재 출간 준비 중인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 북한 관련 부분을 북한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온전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피력했다. “제가 북한 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일성대학에서 강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북측에서도 비공식적으로 한번 강의계획을 잡아보라고 하더군요.내년쯤 1∼3개월 일정으로 북한에서 강의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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