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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 영화제 아시아 최대 ‘무비축제’

    부산국제 영화제 아시아 최대 ‘무비축제’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올해로 열살이 됐다. 새달 6일부터 14일까지 해운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래서 어느 해보다 풍성한 규모를 자랑한다. 영화제 기간에 선보이는 작품은 역대 최대인 세계 73개국 307편. 영화의 편수보다도 더 주목할 대목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필름들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전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어 작품이 61편, 자국 아닌 나라에서 첫 상영되는 인터내셔널프리미어가 28편, 아시아 프리미어는 무려 87편이나 된다. #307편 가운데 월드프리미어가 61편 개막작은 타이완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쓰리 타임즈’, 폐막작은 황병국 감독의 우리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1911년,1966년,2005년 세 시대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쓰리 타임즈’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120분짜리 필름으로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에 부산에 오는 필름은 재편집을 거친 135분짜리 최종본.‘나의 결혼 원정기’는 신부감을 찾으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농촌 총각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멜로이다. 단 몇 편만으로 포만감을 느끼고 싶다면, 세계 각국의 신작을 모은 ‘월드 시네마’와 아시아권 화제작을 모은 ‘아시아 영화의 창’부문을 눈여겨봐두면 되겠다. 미카엘 하네케, 짐 자무시, 빔 벤더스, 라스 폰 트리에, 다르덴 형제, 스즈키 세이준, 스탠리 콴 등 ‘보증수표’ 감독들의 작품이 푸짐하다. 특별프로그램 쪽도 알차다.‘한국영화 회고전’에서는 고 이만희 감독의 30주기를 맞아 일반에 처음 소개되는 ‘휴일’ 등 대표작 10편이 나온다. 영화공부를 깊이 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아시아 작가영화의 새 지도그리기 1’을 기억해둘 것. 떠들썩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적 업적이 선명한 아시아의 주요 작가들을 발굴·조명하는 이색기획이다. 이란 소흐랍 샤히드살레스, 태국 라타나 페스톤지, 인도네시아 테그카리야 감독이 소개된다. ‘새로운 물결 10년 그리고 현재’는 영화제가 스스로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프로그램. 그동안 부산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을 수상했거나 크게 주목받았던 감독들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작품목록이 풍성하다 보니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어느 해보다 더 필요할 것 같다.‘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스즈키 세이준 감독) ‘섹스와 철학’(모흐센 마흐말바프) ‘안개 속의 기억’(부다뎁 다스굽타)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자크 오디아르) ‘브로큰 플라워’(짐 자무시) ‘더 차일드’(다르덴 형제) ‘로라’(아이라 잭스) ‘히든’(미카엘 하네케) ‘돈 컴 노킹’(빔 벤더스) ‘만델레이’(라스 폰 트리에) 등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열돌 잔치 빛낼 손님들 열돌 잔치에는 쟁쟁한 손님들이 줄줄이 찾는다. 허우 샤오시엔, 피터 그리너웨이, 스즈키 세이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크지스토프 자누쉬 등 세계적인 감독은 물론. 청룽, 장첸, 비비안 수, 쓰마부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등 아시아 톱스타들도 온다. 감독과 함께 영화보기 코너도 챙겨봐둠 직하다. #입장권 예매, 숙박 23일부터 일반 상영작들의 입장권을 인터넷 홈페이지(www.piff.org)와 부산은행 전 지점, 서울지역 임시매표소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함지골 및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등에서 저렴하게 숙박하려면 새달 4일까지 이메일(home@piff.org)로 신청하면 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생물학자 아빠와 식물학자 엄마, 그리고 아들의 신나는 가족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부자간의 신나는 동굴탐험. 엄마 몰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아빠와 아들 사이. 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최병진씨 가족에게서 듣는 부모와 자녀와의 특별한 대화법, 그리고 교육법을 들어본다.   ●대국민 약속 물은 생명이다(SBS 오후 5시30분) 제4회 ‘강의 날’ 대회 현장을 찾아 탐사, 교육, 정화와 복원 등 한 해 동안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 하천 살리기 사례들을 만나본다. 또 하천 변에 애완견의 배설물을 모아둘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오염을 방지하는 등 일본 ‘강의 날’ 대회에서 우수사례로 뽑힌 단체 관계자들의 사례도 들어본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북핵 타결, 한국 경제 청신호(YTN 오후 3시5분) 북핵 6자회담 타결로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가 신용도 상승에 따른 투자 활성화와 경제발전은 물론이고 대북사업을 비롯한 남북 경협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핵 타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본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전복을 먹던 이정과 진우는 진주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값비싼 천연 진주라는 사실에 놀란다. 대박의 기회를 잡은 이정과 진우, 그러나 진주알은 형돈이 만들던 만두소 속으로 빠지고 만다. 한편 수아에 대해 나쁜 말이 나오면 발끈해 하던 타블로는 수아의 선물을 산다. 수아는 그런 타블로가 멋있다며 칭찬한다.   ●HD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1965년 전북 익산의 왕궁리 5층석탑에서 국보급 유물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순금으로 제작된 금제금강경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진귀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금강경은 통일신라 양식인 탑에서 나왔지만 최근 백제시기 작품으로 밝혀졌다.40년간 묻혀졌던 유물을 통해 백제 말기의 역사가 새롭게 밝혀진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05분) 광고업계 ‘미다스의 손’ 현경. 전업주부인 동서들은 까닭 모를 열등감 때문에 일하기에도 바쁜 그를 한사코 괴롭힌다. 일 결혼 모두 성공하고 싶은 현경은 최선을 다해보지만 동서들로 인해 매번 곤란한 상황을 겪게된다. 이런 사정을 알리 없는 한석은 늘 집안을 시끄럽게 만드는 현경이 못마땅하기만 하고….
  • [골프소식]

    ●테일러메이드코리아의 브랜드 아디다스골프가 신제품 ‘투어메탈’과 ‘밸런스 니트로’골프화를 출시했다. 투어메탈은 쿠션 효과를 극대화했고, 밸런스 니트로는 외부의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제작됐다. 각각 32만원과 15만 6000원.(02)3468-7600.●골프 재고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골프스카이 아울렛 페스티벌’이 22∼2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150여업체가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재고 상품은 물론 가을 신제품과 중고제품도 함께 판매된다.www.golfsky.com.(031)719-3763∼5.
  • 儒林(43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0)

    儒林(43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0)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10) 이러한 묵자의 태도는 공자의 제자 중 비교적 후학에 속하지만 유학의 전승과 발전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쳤던 자하(子夏)와의 설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자하는 공자보다 44세 아래였고, 만년에는 서하(西河)에 살면서 제자들 교육에 힘썼는데, 공자가 죽을 무렵에 태어난 묵자는 자연 자하에게서 유학의 공부를 하기도 하고, 논쟁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특히 말년에 자하는 아들을 잃고 지나치게 애통한 나머지 너무 울어 눈이 먼 장님이 되었는데, 자하는 공자가 남기고 간 진귀한 구슬을 간직하고 있었던 수법제자(授法弟子)이기도 했다. 그러한 자하의 무리와 묵자는 어느 날 다음과 같이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자하의 무리가 묵자에게 물었다. ‘군자도 싸우는 일이 있습니까.’ 묵자가 대답하였다. ‘군자는 싸우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자 자하의 무리가 말하였다. ‘개나 돼지도 싸우는 일이 있는데, 어찌 선비에게 싸우는 일이 없겠습니까.’ 묵자가 대답하였다. ‘슬픈 일이군요. 말로는 탕임금과 문왕을 일컬으면서도 행동은 개나 돼지에 비유하다니, 슬픈 일이오.’” 이러한 유가에 대한 비난은 유학과 묵학을 함께 공부한 정자(程子)와의 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장면은 묵자의 ‘공맹(孔孟)편’에 두 대목이나 실려 있다. 그 중에서 묵자가 유가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비판한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묵자가 정자에게 말하였다. ‘유가의 도에는 천하를 잃게 하기를 충분한 네 가지 주장이 있다. 유가에서는 하늘이 밝지 않고 귀신은 신령스럽지 않다고 하며, 하늘과 귀신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데, 이는 천하를 잃기에 충분한 것이다. 또 후히 장사를 지내고 오래 복상을 하면서 관의 겉 관을 중후하게 하고 많은 수의(壽衣)를 마련하여 장사 지내는 일을 이사하듯 하며,3년 동안 곡하고 울어서 부축해 준 뒤에야 일어날 수 있고 지팡이를 짚은 뒤에야 다닐 수 있으며, 귀로는 듣는 게 없고 눈으로는 보는 게 없는데, 이는 천하를 잃게 하기에 충분한 짓이다. 또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가악(歌樂)을 즐기는데, 이것도 천하를 잃기에 충분한 짓이다. 또 운명이 있다고 하면서 가난함과 부함이나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과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지는 것과 편안하고 위태로운 것은 정해진 바가 있어서 덜거나 더해 줄 수가 없는 것이라 하였는데, 윗사람이 된 자가 그렇게 행동하면 반드시 정사를 다스릴 수가 없을 것이고, 아랫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반드시 일에 종사하지 않게 될 것이니, 이것도 천하를 잃기에 충분한 것이다.’ 스승의 말을 들은 정자가 말하였다. ‘너무 심하십니다. 선생님의 유가에 대한 공격은 지나치십니다.’ 그러자 묵자가 대답하였다. ‘유가의 본시 이와 같은 네 가지 주장이 없는데도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곧 그것은 공격하는 것이 된다. 지금 유가에서 본시 이러한 네 가지 주장이 있는 것인데, 내가 그것을 지적하여 말한다면 곧 이것은 공격이 아니라 모순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 [국제플러스] 세계인65% “국민이 국가 통치못해”

    세계 각국 시민의 65%는 국가가 국민의 의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15일 영국 BBC방송의 의뢰로 갤럽 인터내셔널이 세계 68개국의 5만명에게 물어본 결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국가가 국민의 의지에 따라 통치되고 있다고 대답했다.또 응답자 가운데 47%만이 선거가 자유롭고 공평하다고 답했는데 미국과 캐나다는 55%, 유럽연합(EU) 국가 국민들은 82%가 선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응답자 가운데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13%에 그쳤으며 응답자의 3분의1은 작가나 학자들에게,4분의1은 성직자에게 더 많은 권력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을 규정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분의1이 국적,5분의1은 종교라고 답했는데 라틴 아메리카는 54%가 국적을 중시했으며, 아프리카(56%) 미국 및 캐나다(32%) 등은 종교에 대한 소속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 [스포츠 라운지] 한솔테니스 이진수 감독

    [스포츠 라운지] 한솔테니스 이진수 감독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세계1위·러시아)와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의 슈퍼매치를 나흘 앞둔 15일 서울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초가을 뙤약볕 밑에서 부지런히 네트를 매만지고 있는 이진수(41·한솔테니스) 감독의 얼굴은 더욱 검게 그을려 있었다. 세기의 대결이 열릴 곳은 바로 옆 체조경기장 실내 특설 코트지만 16일 이들이 서울에 도착한 뒤 몸을 풀 장소는 샤라포바가 1년전 한국 팬을 열광시켰던 바로 이 곳이다. 지난해 윔블던대회를 통해 일약 세계 테니스팬들의 연인으로 떠오른 샤라포바로 하여금 한국땅을 밟게 한 주인공은 바로 그였다. 사실 그만큼 샤라포바를 잘 아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지난해 윔블던 이전부터 한솔여자오픈을 준비하면서 미완의 대기였던 샤라포바를 초청선수로 낙점,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고, 올해도 윌리엄스와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중학 시절 뒤늦게 선수로 테니스에 입문, 일본 대학팀에서 코치와 감독을 거친 뒤 걸출한 국제 감각으로 굵직한 대회들을 엮어낸 그는 ‘이벤트 제조기’로 불린다. 더욱이 한솔여자팀에 이어 지난달 남자팀까지 창단, 삼성증권(감독 주원홍)과 함께 한국 프로테니스의 양대산맥을 이뤄냈다. ●황금기 멤버, 지금은 ‘이벤트 제조기’ 이진수 감독은 한국 남자테니스의 전성시대였던 지난 1990년대 유진선 김봉수 송동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황금기 멤버’였다. 경남 영산중학교 1년때 뒤늦게 테니스에 입문했다. 노갑택 현 남자대표팀 감독과 함께 마산고에 입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3년때 노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오픈대회인 전한국대회에서 대학팀들을 거푸 쓰러뜨리며 복식 8강에 오르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1989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이 감독은 92년 일본 서키트대회에서 만난 긴키대학 테니스부장의 러브콜을 받고 코치로 부임, 한국 남자테니스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코트의 사령탑을 맡았다.40명의 선수들과 매일 1대1 시합을 하는 등 스파르타 훈련을 거듭한 끝에 간사이지방 꼴찌였던 팀을 2년 만에 정상에 올려 놓은 건 지금까지 대학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내년 세번째 한국무대 초대 추진 그가 샤라포바를 한국팬 앞에 세운 ‘거사’를 이뤄낸 건 각종 국제대회를 돌며 틈틈이 익힌 국제 감각 덕분이다. 지난해 윔블던대회와 한솔여자오픈으로 세계 톱랭커의 발판을 닦은 샤라포바는 또 한번 그의 손을 통해 내년에 세번째로 한국무대에 서게 될지 모른다. 현재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 규정에는 최상위 랭킹인 ‘골드멤버’ 20명 가운데에서도 핵심멤버인 6위까지는 1∼2급대회와 겹쳐질 경우 3∼4급대회(한솔여자오픈 포함)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묶여 있지만 각국 대회 디렉터들과 공조, 이를 완화시키도록 하겠다는 계획.‘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의 야심이 내년에도 발휘될지 세기의 대결을 코앞에 둔 지금 벌써부터 테니스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글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진수 감독은 ▲생년월일 1964년 12월11일 경남 마산생 ▲가족 부인 김미경씨와 1남2녀 ▲체격 178㎝ 78㎏ ▲출신학교 경남 영산초-영산중-마산고-성균관대 ▲경력1989∼90 테니스 국가대표, 1993 김봉수에 이어 한국 남자선수로는 두번째로 테니스메이저대회 (호주오픈) 출전, 1992∼96 일본 긴키대학 테니스팀 코치·감독, 현 대한테니스협회 홍보·마케팅이사, 한국 여자테니스대표팀 감독, 한솔남녀테니스팀 감독, 서울주니어테니스아카데미 대표, 한솔여자오픈 토너먼트 디렉터(TD), 샤라포바-비너스 슈퍼매치 TD
  • ‘하루 7시간 뜀박질’ 괴력의 3세

    인도에서 태어난 지 3년 6개월밖에 안된 남아가 하루 7시간씩 계속 달음박질을 하고, 간혹 한 달음에 48㎞를 주파하는 등 놀라운 마라토너 소질을 선보이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인도 동부 오리사주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태어난 부디아 싱은 아버지가 1년 전 사망하자 네 자녀를 모두 건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에 의해 단돈 800루피(2만 400원)에 낯선 남자에게 팔려간 불행한 아이였다. 어느날 장난을 치던 부디아는 지역 유도협회 임원 겸 코치인 비란치 다스의 눈에 걸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뛰라는 엄벌을 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5시간 뒤 돌아온 다스는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부디아가 계속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특별한 재능을 확인한 다스는 부디아를 산 남자에게 800루피를 주고 자기 집으로 데려와 엄격한 식사 조절과 함께 본격적인 달리기 훈련을 실시했다. 생모 밑에서 쌀 몇톨로 끼니를 해결하던 부디아는 이제 계란과 우유, 콩, 고기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쉬지 않고 정오까지 달린 후 점심 뒤 낮잠을 즐기고 다시 오후 4시부터 뛰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BBC 기자는 그가 “달릴 수 있고 마음먹은 만큼 먹을 수 있어” 유도 합숙소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스는 “부디아가 한 달음에 90㎞를 달리는 것도 조만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한가위 놀이공원

    한가위 놀이공원

    ■ 롯데월드서 ‘옥토버 페스티벌’ 즐겨볼까 문영진(36·보다스튜디오대표)씨는 이번 추석 고향인 충남 당진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롯데월드에서 달래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형님 강진(40·충북수산 대표)씨 내외, 조카들과 함께 한가위 기분도 내고 좋아하는 놀이기구도 타면서. 서울 송파구 형님댁 부근의 있는 롯데월드에서는 맥주를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옥토버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테마파크에서 놀고 어른들은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공짜맥주를 마시며, 오랜만에 이야기도 나누는 일석이조 추석즐기기. ●입장료는 이렇게 문씨 가족은 아이들은 우대쿠폰으로 1만9500원에 자유이용권을, 어른들은 자유이용권과 맥주 무제한 제공, 비어 기념컵이 포함된 3만원짜리 옥토버 패키지 티켓을 샀다. 다만 아내와 형수는 일단 무료입장 신용카드로 입장한 다음 9000원짜리 비어티켓(맥주 무제한 제공 및 컵)을 사서 이용하기로 했다. ●짜릿한 한가위 “서방님 아무리 급해도 설겆이는 끝내야죠.”“형수님 제가 갔다와서 할 테니 서두르세요. 좀 늦으면 사람이 많아 제대로 못 놀아요. 빨리 가세요.” 문씨는 부엌에 있는 형수와 아내를 채근해 롯데월드로 직행했다. “승업(성동초 5년)이가 제일 오빠니까 동생들 잘 챙겨. 알았지. 그리고 12시에 저기 보이는 시계탑 앞으로 오는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작은 아빠에게 전화해.”라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형수는 좀 불안해했지만,“다들 초등학생인데 괜찮아요.”라며 안심시키고 일단 자이로드롭으로 향했다. 꼭 한번 타보리라 마음 먹었던 놀이기구다. “애리아빠 난 못 타겠어.”하며 자이로드롭의 높이에 기가 눌린 아내가 말한다. 그래서 형과 함께 올랐다. ‘끼릭 끼릭’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간다. 손을 흔드는 형수와 아내가 콩알만해질 때쯤 아래로 떨어진다.‘우∼와’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렇게 오전에는 아트란티스, 자이로스윙 등 아이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데 시간을 보냈다. 12시에 아이들과 만나, 어드벤처 쥬라기 광장에서 하는 새끼꼬기와 송편만들기 대회에 참가했다.“아빠가 어렸을 때 많이 해봤거든. 응원 열심히 해.”라며 용감하게 새끼꼬기에 참가하는 형.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아빠 이겨라, 큰아빠 이겨라.”“큰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큰딸 애리(구지초 4년)의 지휘에 따라 합창한 우리 가족이 단연 돋보였다. 비록 순위에는 못 들었지만 열심히 소리를 지른 덕에 돌아온 것은 응원상. 곰돌이 인형은 막내인 예림(구지초1년)의 몫으로 돌아갔다.“새끼 꼬는 모습은 우리 아빠가 최고였어요.” 오후 2시 벌써 사람들이 월드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퍼레이드카와 무희들을 앞세워 등장하는 월드카니발 퍼레이드는 롯데월드의 자랑.50억원을 투자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마침내 옥토버텐트로 갔다. 입장할 때 나누어준 컵을 내밀자 가득 맥주를 따라준다.“다 드시면 또 오세요. 무제한 리필입니다.” 아이들은 한쪽에서 펼쳐지는 손인형극에 빠져있다. 오후 5시 옥토버 페스트 퍼레이드,5시30분 저먼밴드쇼 등도 놓치면 후회한다. 아이들은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보러 가고 어른들은 석촌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레이크뷰에서 ‘공짜’맥주를 즐겼다. 신나고 재미있는 한가위다.(02)411-2000,www.lotteworld.com ■ 에버랜드서 핼러윈축제 빠져볼까 우리나라 테마파크중에서 규모나 시설면에서 으뜸, 에버랜드는 동·식물원과 놀이기구, 각종 이벤트로 매일 잔치가 열린다. 이번 추석연휴가 너무 짧아 박찬규(37·청신학원원장)씨는 고향 전남 여수에 내려갈 엄두도 못 냈다. 그래서 부모님 모시고, 여동생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갔다. ●입장료 다 내면 바보 박씨는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할인정보를 찾았다. 신용카드 중에서 50% 할인 되는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다.‘나는 삼성, 아내는 비씨카드로 할인을 받으면 되겠군. 수민(7)이는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하면 1만 8000원….’ ●호박의 나라 가을 축제인 핼러윈파티가 한창인 에버랜드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설레게 하는 볼거리가 풍부하다.“아빠 저 호박 좀 봐.”하는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2.5m의 호박. 정말 크다. 호박 입으로 사람이 지나다닌다. 카메라는 이럴 때 쓰는 것. 군데군데 쌓아놓은 앙증맞은 호박들이 무섭기보다는 너무 귀엽다. 호박마차, 생호박 50개로 만든 생호박화단…. 그야말로 에버랜드는 호박천지다. 낮 12시30분 에버랜드에서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해피핼러윈파티’퍼레이드가 시작한다. 신나는 노래를 시작으로 종이꽃가루를 하늘 높이 날리며 분위기를 돋운다.“아빠, 호박아저씨 좀 봐. 나에게 손을 흔들어.”라는 수민. 아직 제대로 말 못하는 조카 민서(2)까지 아이들이 홀딱 빠졌다. 마치 동화 속에 온 기분이다. 천천히 걸어 물개공연장 옆에서 오후 1시30분에 하는 ‘판타스틱 스윙’ 공연을 보러 갔다. 제목 그대로 판타스틱하다. 저기 산꼭대기에서 날아오는 호루조, 뿔닭 등이 신기하게 수 백미터를 날아 조련사 옆에 내려앉는다.“참 멋지다!” 어머니의 목소리도 높다. 갑자기 바람이 부니 거의 뒤집어지듯 떨어지는 녀석, 머리부터 떨어지는 녀석. 뒤뚱뒤뚱거리며 빠르게 우리로 돌아가는 호루조를 보면서 공연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오후 2시의 매직퍼레이드를 본 뒤 숨가쁘게 걸어 새로 문을 열었다는 애니멀원더월드로 갔다. 오후 2시 30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연극이 있다.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골프치는 침팬지, 노래하는 앵무새, 얼룩말, 사자까지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동물공연이다. “나보다 골프실력이 낫네.”오랜만에 아버지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 같다. 수민이는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 윷놀이, 굴렁쇠 등 5개의 전통 민속놀이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한가위 릴레이 민속놀이’가 펼쳐지는 곳에 관심이 있는 듯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각각의 종목을 끝낸 후 스탬프를 찍는 것도 잊지 말 것.5개 종목을 모두 마치면 ‘에버랜드 해피 핼러윈 머그컵’도 받을 수 있다. 무료로 가르쳐 주는 짚신 공예와 상모 돌리기도 한번 들러볼 만하다. 포시즌가든을 가득 메운 국화를 보러 가자.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쿠션맘’‘실버스탠드’ 등 28종 11만 송이가 보는 이의 가슴을 뿌듯하게 만든다. 어둠이 내린 에버랜드는 더욱 아름답다. 조명발에 더욱 아름다운 국화, 앙증맞은 호박조명, 노래와 함께 춤추는 분수 등 그야말로 볼거리로 가득하다. 밤에 꼭 봐야 할 것이 문라이트 퍼레이드와 올림푸스 팬터지. 저녁 8시30분. 수백만 개의 전구로 치장한 퍼레이드카와 벌 나비모양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그야말로 황홀함 그 자체이다. (031)320-5000,www.everland.com. ■ 곳곳에 축제가 휘영청 과천 서울랜드에서는 한가위 축제인 ‘우리가락 우리놀이’가 17∼19일 열린다. 정겨운 사물놀이 퍼레이드가 추석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가운데 18일 낮 12시에는 선착순 50가족이 참여하는 허수아비 만들기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또 매일 오후 1시부터 세계의 광장에서는 밤, 사과, 배 등 오곡백과와 농수산물 상품권이 들어있는 선물상자를 입장객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행사도 열린다.(02)504-0011,www.seoulland.co.kr 한국민속촌에는 민속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18일 추석 당일에는 초청공연으로 ‘한가위 맞이 큰 굿 한마당’이 펼쳐진다. 가을 추수로 인해 곳간 가득히 쌓여 있는 곡식들을 보며 조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다. 길굿, 호방진굿 등 판굿과 상쇠놀음, 소고놀음, 장고놀음 등 개인기예공연이 조화를 이루는 신명나는 행사다. 한가위의 흥겨움을 만끽할 수 있다.(031)288-0000,www.koreanfolk.co.kr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대형 수족관에도 한가위 보름달이 떴다. 추석 연휴 기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다이버들의 특별 다이빙 쇼가 하루에 세 차례 펼쳐진다. 거북, 상어 등과 함께 물속에서도 한가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쇼다. 또한 19일까지 홈페이지에서 ‘달’과 닮은 ‘달 해파리’를 클릭하면 레고세트, 책 등 다양한 상품도 나눠준다.(02)6002-6200,www,coexaqua.co.kr 한강유람선 운영회사인 ㈜한리버랜드는 추석 당일인 18일 여의도선착장(20:40)과 양화선착장(20:10) 및 난지선착장(20:00)에서 출항하는 ‘퓨전국악 유람선’ 선상 공연을 한다. 우리악기와 양악기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가락을 들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다. 잠실선착장(20:40)과 뚝섬선착장(20:30)에서는 ‘민속놀이 체험 유람선’도 출항한다.(02)3271-6900,www.hanriverland.co.kr. 강원도 홍천의 비발디파크는 추석 연휴 동안 스키장 메인센터 광장에서 윷놀이와 제기차기, 굴렁쇠 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 마당을 마련한다. 설악콘도는 작년에 큰 호응을 얻었던 제기차기 대회를 17,18일 이틀 동안 개최한다. 당일 현장 접수를 받은 참가자는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본관 앞 분수대에서 기량을 겨루며 우승자에게는 아쿠아월드 이용권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한다.(033)434-8311.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6)미륵부처의 환생과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6)미륵부처의 환생과 ‘정감록’

    영조 19년(1743) 은진미륵불로 유명한 충남 은진의 관촉사에 세워진 사적비에 이런 구절이 있다.“은진미륵불은 국가가 태평하면 온몸에 광채가 나고 상서로운 기운이 공중에 어린다. 그러나 국가의 운수가 흉하거나 난리가 일어나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손에 든 꽃도 빛을 잃는다.” (‘조선금석문총람’ 하) 민중은 은진미륵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라의 운명을 점친다는 것이다. 도대체 미륵불이 누구이기에 한국 민중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인가. 미륵신앙에 따르면, 장차 미륵불이 지상에 강림해 수많은 사람을 일시에 구원해 준다고 한다. 이런 신앙은 석가모니부처 당대에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인데, 서기 100년쯤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서기 3세기에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미륵신앙은 북위 때 중국에 전파되어, 당나라 이후 보편 신앙이 됐다. 한국에는 불교가 처음 수용되던 4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많은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중은 미륵불을 통해 손쉽게 성불할 수 있고 현세에서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정감록’ 역시 지상낙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 미륵불과 ‘정감록’ 사이엔 흥미로운 접점이 있다. 역사상 스스로를 미륵부처의 환생이라고 주장한 이들은 늘 예언을 빙자했고, 직접 예언서를 조작하기도 했다. 환생 미륵불은 ‘정감록’에 예고된 진인의 원형이었다. 이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런 견해는 ‘삼국사기’를 비롯해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기록이 뒷받침해 준다.20세기에 창립된 여러 신종교의 교리를 조사해 봐도 결과는 역시 동일하다. 신종교 단체들은 자기네 교조를 미륵불로 간주한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미륵불은 바로 ‘정감록’이 말한 진인인 것이다. 예컨대 증산교의 교조는 자기 스스로를 천자 미륵이라고 했다. 미륵불인 동시에 세상을 직접 다스릴 최고의 통치권자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강증산은 제자들에게 “나는 미륵이니 나를 보고 싶거든 금산사 미륵불을 보라.”(‘대순전경(大巡經典)’ 초판 13장)고 직접 설파하기도 했다. ●고려후기 이금이 약속한 이상세계 신종교는 19세기 후반부터 역사의 무대 위로 등장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 엄밀한 의미로는 그렇지 않았다. 미륵신앙에서 갈라져 나온 신종교는 일찌감치 고려 후기에도 존재했다. 그때의 신종교도 예언과 절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었다. 고려 후기 신종교의 미륵불은 뒷날 ‘정감록’의 진인으로 변형된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고려 우왕 때였다. 경상도 고성 출신으로 이금(伊金)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를 미륵불의 화신이라고 주장했다. 이금은 몇 가지 새로운 주장을 폈다. “무릇 귀신에게 빌거나 제사하는 사람, 말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사람, 돈과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 사람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이금의 종교적 입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민간신앙에 대한 선전포고다. 당시 불교는 토착신앙에 관대했고, 그 일부는 불교 신앙에 흡수됐다. 산신이나 칠성을 모시는 민간신앙이 사찰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금은 이런 민간신앙을 근원적으로 배격했다. 둘째, 육식을 철저히 금한 것이다. 고려 후기에는 민간신앙의 제물로 고기가 바쳐진 것은 물론이고, 밀교의 승려들도 육식을 금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금은 고대 중국의 도교에서 기원한 채식주의를 강화시키려고 하였다. 셋째, 사회적인 구제활동을 신앙생활의 엄격한 규범으로 정했다. 이금의 신종교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강조했고, 그런 점에서 개혁적인 성격이 뚜렷했다. 빈농을 비롯한 대다수 민중의 지지를 받기에 족한 신종교였다. “만일 내가 하려고만 하면 풀에는 파란 꽃이 피고, 나무에도 곡식이 열릴 것이다.” 이금이 말한 파란 꽃은 상상의 꽃이며, 나무에 곡식이 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전능한 미륵불이기 때문에 자연계의 법칙을 마음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특히 가난한 민중을 배불리기 위해, 그는 “한 번 씨를 뿌려 두 번을 거둘 수도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금이 약속한 지상 낙원은 다분히 공상적이지만 ‘미륵하생경’에 묘사된 용화세계를 방불케 했다. 알다시피 미륵신앙은 상생(上生)신앙과 하생(下生)신앙으로 구분되는데,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생전에 공덕을 쌓아, 죽은 뒤 미륵보살이 주재하는 도솔천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상생신앙이다. 그에 비해 하생신앙은 현세에서 법을 깨치고 지상낙원에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차 석가모니불이 입적한 지 56억 7000만년이 지난 다음 미륵불이 세상에 내려와 세 번의 법회를 열게 되는데 그때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고려 후기의 신종교 지도자 이금이 약속한 이상세계는 20세기 초, 강증산이 말한 “조화선경”과 많이 닮아 있다. 그것은 ‘정감록’의 진인이 실현할 지상낙원이기도 하다. 강증산은 조화선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세상 사람이 하늘에 올라가고 밤과 낮이 막힘없이 환하게 통하고, 백 가지 곡식을 오래도록 거두어들이고 만 가지 과일이 굵고 크며 풍성한 음식이 저절로 생기고, 아름다운 옷이 스스로 이르고”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천지개벽경’) 실은 강증산의 생각은 ‘미륵하생경’을 표현만 달리해 옮겨놓은 것이다. 이금은 한 발 더 나아가 왜구의 침략으로 지쳐 있던 민중들에게 위안을 주려고 했다.“나는 산과 개울의 신을 동원해 왜적을 포획할 수도 있다.” 이 약속은 그가 사회정의와 더불어 평화로운 삶을 중시했음을 알려준다. 이것은 ‘정감록’에 진인이 나와 일본을 복속시킨다고 예언한 것과 흡사하다. 이금은 자기가 창건한 신종교를 효과적으로 전파시키려고 ‘폭력적인’ 경고도 남겼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계율을 어기면 목숨을 잃게 된다 했다. 뿐만 아니라,“만일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오는 삼월에 해와 달이 모두 빛을 잃고 컴컴해지리라.”고 했다. 이금의 가르침을 무시할 경우 세상은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이금의 신앙동지와 적들 이금의 예언은 섬뜩했고 효과도 컸다. 말세에 대한 ‘정감록’의 경고로 인해 수십만명의 정감록 신도가 탄생했듯, 수백·수천명이 이금의 가르침을 따랐다. 어떤 사람들은 후환이 두려워 말이나 소가 죽더라도 감히 고기를 먹을 생각조차 못했다. 잘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부자들 중에도 이금의 신도가 생겨, 그들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쌀과 베, 금과 은을 이금이 이끄는 신종교에 바쳤고, 활동자금이 풍부해진 이금의 신종교는 삽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금의 신도 가운데서 이채를 띤 것은 남녀 무당들이었다. 그들은 유난히 이금을 공경하고 따랐다. 그동안 자기들이 섬겨온 성황당이며 사묘(祀廟) 등 민간신앙의 성전을 일시에 허물어 버리고, 이금을 살아 있는 미륵불처럼 정성껏 모셨다. 현세의 복과 이익을 바라는 사람들도 앞을 다투어 이금에게 몰려 왔다. 이 신종교의 신도는 대부분 가난한 민중들이었지만, 부자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고급관리들 중에도 이금의 신도가 있었다. 정확한 수를 알 수는 없지만, 수천명이 이금의 제자가 됐다. 그들은 ‘미치광이처럼’ 열광적으로 전도에 열심이었다. 사회 정의를 선포한 신종교라서 전파속도가 매우 빨랐고, 급속히 사회세력으로 대두됐다. 이금의 제자들은 전국의 여러 곳을 누볐으며,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고을 관아에서 융숭한 대접을 베풀어 주었다. 심지어 어떤 고을에서는 수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이금과 고위간부들을 관사로 초청할 정도였다. 물론 이금 일파의 등장을 경계하는 이들도 많았다. 고려 왕실과 일부 귀족들은 이금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사교(邪敎)로 선포해 탄압을 전개할 경우, 도리어 이금 쪽에서 집단적인 무력저항을 펼 가능성이 없지 않아 적극적으로 손을 쓰지는 못했다. 그만큼 이금의 신종교는 성장해 있었다. 이때 청주목사 권화는 은밀한 꾀를 써서 이금을 처치할 생각이었다. 청주는 큰 고을로 중부와 남부지방을 잇는 간선도로상에 위치한 관계로, 이금 일행이 가끔 지나가는 곳이었다. 권화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이금 일행이 다시 청주에 들르기를 기다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금은 고위 간부들을 대동해 청주에 들렀다. 청주목사 권화는 이금 일행에게 향응을 제공할 뜻을 보여 그들을 관아로 유인한 다음, 재빨리 체포해 버렸다. 그는 이 사실을 황급히 조정에 알렸다. 개경에선 매우 기뻐하며 각도에 공문을 보내 이금의 신종교에 가담한 인사들을 몽땅 잡아들여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그 바람에 고위관료 양원격 같은 이도 결국 목숨을 잃게 됐다.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의 신도들이 이때의 박해로 희생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륵불을 자처했던 이금의 신종교가 표면상으로는 완전히 박멸됐다는 점이다.(‘고려사’ 권 107) 이금에 대한 박해는 19세기 말에 있었던 동학교도에 대한 탄압을 연상시킨다. 비록 한때였지만 이금의 신종교가 맹위를 떨친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지도자로서 이금이 가졌던 카리스마, 부정부패한 고려의 사회 현실, 그리고 내우외환으로 민생이 피폐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당시 사회에는 미륵신앙과 각종 예언이 유행했다고 본다. 미륵신앙과 관련해 특히 향나무를 해변에 묻는 이른바 매향의 풍속이 대단했다. 장차 미륵부처가 세상에 출현하면 그에게 향을 바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었다. 매향은 집단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행사 후 그 사실을 바위에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향비를 남겼던 것이다. 강원도 고성의 삼일포를 비롯해 경상남도 사천, 전라남도 영암, 목포 및 충청남도 서산 등 전국의 여러 해안 지방에서는 매향비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일포매향비(三日浦埋香碑)다. 그 비문에 따르면, 강원도 각 고을을 다스리는 지방관 10여명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 그밖에 남녀노소 수천명이 동해안 9군데에 모두 1500다발이나 되는 향나무를 땅속 깊이 묻었다고 했다. 위에서 살핀 이금의 신종교는 아마 이런 매향집단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하겠다. 매향비가 만들어진 지방마다 일종의 신종교 집단이 존재했을 법하다. 다만 그들 집단의 활동은 미륵신앙이라는 종교행위에 그쳤을 뿐, 사회 또는 정치적 운동을 자제했기 때문에 역사기록에는 언급되지 않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에 비해 이금이 이끈 집단은 예언을 내세워 사회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조정의 탄압에 직면했던 것이다.‘정감록’을 믿은 신앙집단은 무수히 많았지만, 정작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공식적인 역사기록으로 남은 경우는 일부에 국한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궁예도 미륵신앙 계통의 신종교 지도자 신종교란 관점에서 고대 한국의 역사를 좀더 바라보자. 미륵불을 자처한 교조가 국가를 직접 통치한 경우도 있었다. 태봉의 궁예 왕이다. 그는 신라 효공왕 5년(901)께 미륵불을 자칭했다. 엄청난 칭호에 걸맞게 왕은 외관을 특별한 모양으로 꾸몄다. 머리에는 금빛 모자를 쓰고 몸에는 승복을 걸쳤다. 왕은 궁성 밖으로 외출할 때마다 흰 말을 탔으며, 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비단으로 말의 갈기와 꼬리를 장식하게 했다. 또한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에게 일산을 받쳐 들게 하고, 향과 꽃을 가지고 앞에서 왕의 행렬을 인도하게 하였다. 그밖에 비구 200여명에게 명하여 부처의 덕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왕의 뒤를 따르게 하였다. 왕의 화려한 행렬은 ‘미륵하생경’에 예고된 용화세계가 이미 지상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궁예 왕은 경문(經文) 20여권을 지었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신종교의 교리서이자 예언서였던 것 같은데, 불교의 가르침과는 어긋나는 대목이 매우 많았다. 이를 참다못해 석총(釋聰)이란 승려는 “이것은 모두 이단의 주장이며 괴이한 말이므로 가르쳐선 안 된다.”라고 반발하였다. 분노한 궁예 왕은 석총을 철퇴로 때려 죽였다고 한다.(‘삼국사기’ 권 50) 결국 미륵불의 화신을 자처한 궁예 왕은 실정을 거듭한 결과, 부하인 왕건 장군에게 밀려났다. 이와 더불어 그가 창립한 신종 미륵불교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한국의 역사에는 수많은 자칭 미륵불이 출현했고 그때마다 예언서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조선후기의 자칭 미륵불 여환과 예언서 조선 후기에도 자칭 미륵불의 전통은 이어졌다. 숙종 14년(1688) 8월 승려 여환(呂還)이 관련된 변란사건이 주목된다. 그의 주된 활동무대는 경기도와 황해도의 몇몇 고을이었다. 여환은 양주목 청송면에 본거지를 두고 여러 곳을 오가며 신도를 포섭했다. 자기 자신을 “신령”(神靈)이라 일컫기도 하고,“수중 노인”(水中老人) 또는 “미륵 삼존”(彌勒三尊)이라고도 했다.“천불산 선인(仙人)”이라고도 하였다. 다양한 칭호에서 보듯, 여환의 신종교는 불교 특히 미륵불교에 기원을 두고 도교적인 측면도 가졌다. 본래 강원도 통천의 승려였던 여환은 “석가모니의 운수가 끝났으니 이제 미륵이 세상을 주관한다.”며 미륵세상을 선포했다. 그는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부린다고 했는데, 지관 황회, 평민 정원태 등을 동원해 많은 신도를 끌어 모았다. 여환은 “일찍이 칠성님이 강원도 김화(金化) 천불산(千佛山)에 강림하여 내게 3가지 국(麴·누룩)을 주었는데 국(麴)은 국(國)과 음(音)이 서로 같으니 짐작해 보라.”고 했다. 자기가 바로 새 왕조의 임금,‘정감록’에 기록된 진인과 다름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다만 그때는 아직 ‘정감록’이 출현하기 전이었으므로, 여환은 ‘진인’의 선구로 간주될 만하다. 자칭 미륵불인 여환은 직접 예언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구절도 포함돼 있었다.“7월에 큰비가 퍼붓듯 쏟아지리라. 그러면 큰 산도 무너지고 서울도 재난을 입어 쑥대밭이 되리라. 그러면 그해 8월이나 10월에 군사를 일으켜 서울로 쳐들어 가라. 대궐 한가운데 보좌를 차지하리라.” 현재 남아 있는 ‘정감록’에 이같은 구절은 없다. 그러나 유사한 구절은 얼마든지 있다. 따지고 보면, 여환이 지은 예언서는 ‘정감록’의 가까운 조상이었다. 결정적인 해 무진년(1688) 7월15일 여환은 참모들을 비롯해 양주와 영평의 광신자들을 거느리고 서울에 잠입했다. 그러나 기다리던 큰비는 오지 않았고, 쿠데타는 불발했다. 여환을 비롯한 신도 50여명이 체포됐다. 당국의 엄한 취조를 받은 끝에 그 중 11명이 사형을 받았다.(실록·숙종 14년 8월1일 신축) 그 사건이 진압된 후에도 자칭 미륵불은 계속 등장했다. 민중과 미륵불 그리고 예언서는 여전히 불가분의 관계였다.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도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동불암의 미륵불 배꼽에서 비장의 예언서가 나왔다고 한다. 고려 때의 미륵불이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의 선구였다면, 뒷날에는 진인의 별명이 되다시피 했다. 미륵불은 새 세상을 약속하는 영원한 상징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儒林(433)-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9)

    儒林(433)-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9)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9) 종교개혁(Refomation). 기독교에 있어 본격적인 종교혁명은 마르틴 루터에 의해서 진행되었다.‘금화가 현금 궤에 떨어지는 소리를 내는 순간 영혼은 연옥을 벗어나 하늘나라에 올라가리라.’ 하면서 가톨릭교회가 면죄부를 팔기 시작하자 루터는 1517년 10월31일 비텐베르크 성문에 ‘우리의 주님이시며 선생이신 예수께서 회개하라고 하실 때 그는 신자들의 전 생애가 참회되어야 할 것을 요구하셨다.’는 유명한 명제로 시작되는 95개의 논제를 내걺으로써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묵자는 비록 ‘유교의 학문을 공부하고 공자의 학술을 전수받았던’ 유자였으나 어느 순간 유가를 박차고 혁명을 일으킨 유교에 있어서의 마르틴 루터였던 것이다. 묵자가 공자에게 느낀 최초의 불만은 공자가 세상을 올바로 다스리는 데 애쓴 데 반하여 묵자는 그 자신이 천민의 출신으로 봉건제도가 지닌 모순으로 부당하게 고난을 겪어야 하는 백성들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떴던 것이다. 특히 유가가 통치계급의 입장을 옹호하며 예악을 위주로 하여 서주(西周) 초기의 봉건사회를 재현하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큰 반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묵자는 사람들의 친소(親疏)와 존비(尊卑) 관계를 엄격히 따져 봉건계급제도를 확고히 하려는 유가의 태도와 예악이나 따지며 귀족이나 제후들에게 기생하는 유가의 비생산성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묵자의 사상을 전하는 ‘묵자’라는 책 전체가 유가의 모순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제목그대로 ‘비유(非儒)편’에 집중되어 등장하고 있다. ‘비유편’은 원래 상하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나 상편은 없어지고, 하편만이 남아 전하고 있다. 이 속에서 묵자는 유가의 비생산성을 다음과 같이 공격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예의와 음악을 번거롭게 꾸미어 사람들을 어지럽히고, 오랫동안 상을 입고 거짓 슬퍼함으로써 부모님을 속인다. 운명을 믿어 가난에 빠져 있으면서도 고상하고 잘난 체하고, 근본을 어기고 할 일은 버리고서 태만하게 편안히 지내며, 먹고 마시기를 탐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르다. 그래서 굶주림과 헐벗음에 빠지거나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벗어나는 수가 없다. 이것은 마치 거지와도 같으니, 두더지처럼 음식을 저장하거나 하며 숫양처럼 먹을 것을 찾고, 발견되면 멧돼지처럼 튀어나온다. 군자들이 이것을 비웃으면 성을 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편없는 자들아, 너희들이 어찌 훌륭한 선비를 알겠는가.’ 여름에는 보리나 벼를 동냥하다가 모든 곡식이 다 거둬들여지면 큰 초상집만을 좇아다니는데, 자식과 식구들도 모두 거느리고 가서 음식을 실컷 먹는다. 몇 집 초상만 치르고 나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남의 집을 근거로 하여 살찌고, 남의 들을 의지하여 부를 쌓는다. 부잣집에 초상이 나면 곧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입고 먹는 꼬투리이다.’고 한다.” 이러한 유가에 대한 묵자의 비판은 마치 공자에 대한 안영의 비난과 흡사하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유가는 안영에서부터 묵자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이상 ‘허례허식을 일삼는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유자의 무리’로 비난받아왔음을 미뤄 짐작케 한다.
  • [M&A시장의 ‘큰손’들(2)] 자산11조 교원공제회

    [M&A시장의 ‘큰손’들(2)] 자산11조 교원공제회

    기업·금융 투자의 ‘큰 손’ 가운데 한국교직원공제회는 특히 주식투자에서 ‘미다스의 황금손’으로 통한다.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의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고, 올해 주식투자에서 40%대의 폭발적인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최근 진로 인수전에서 하이트맥주의 낙점을 예견하고 일찌감치 하이트맥주의 전환사채(CB)를 확보,‘우회 투자’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주식투자 4419억원… 올들어 두배 늘려 교원공제회는 지난해 말 2200억원에 이르던 주식 직접투자액을 올들어 조금씩 늘려 두배 이상인 4419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고, 마침내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증시 호조로 교원공제회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목표치인 7.0%를 뛰어넘어 장부가 평균잔액 기준으로 40%에 달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상당한 수익을 냈다. 반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에 대해서는 투자 비중을 동결했다. 진로 인수전(戰)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는 바람에 낭패를 본 기업이나 자본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교원공제회는 이같은 리스크(위험)를 피하기 위해 간접 참여의 길을 선택했다. 다만 인수 예상기업을 하이트맥주로 선택한 것은 모험이었다. 교원공제회가 진로 인수 3개월전에 하이트맥주에 자금을 밀어주고 받은 CB 규모는 2300억원에 이른다. 채권회수 시점에 두배 가까운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인수전이 시작되자 하이트맥주와 손잡고 진로 지분 5100억원어치도 직접 인수했다. 김평수 이사장은 당시 “진로 인수·합병(M&A)은 국민기업을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보호하는 성격이어서 공제회 자금운용의 철학과 부합된다.”면서 투자팀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11조원의 대기업 교원공제회는 총 11조 8228억원(9월1일 기준)의 자금을 굴린다. 규모에서 재계 16위권에 해당한다. 거액을 운용하면서도 올들어 8개월 만에 4583억원의 경상이익이 발생, 이미 올해 이익 목표액(6610억원)의 75%를 달성했다. 직·간접 주식투자에서만 3230억원을 벌었다. 자산액의 절반 가까이(47.5%)를 금융 부문에 투자해 증시 호조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삼성전자·포스코·LG필립스LCD 등 우량 대형주와 배당주 등을 선택한 투자 안목이 먹혀들었다. 놀라운 수익률의 산실인 교원공제회 주식자금금융부의 인원은 22명. 직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천억원을 벌었지만 성과급 한푼없이 교직공무원 수준의 월급에 만족한다. 이재윤 부장은 “교사들이 많지 않은 월급에서 몇푼씩 떼어 맡긴 돈인데 함부로 다룰 수 없다.”면서 “연 5.7%의 수익을 보장해 주고 공제회 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투자는 있을 수 없고 항상 9%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행담도 개발로 구설수에도 교원공제회는 진로 인수전에서 솜씨를 보였듯이 기업 M&A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316억원을 들여 이랜드와 함께 뉴코아를 공동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535억원을 회수하며 연간 8.8%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개발투자도 활발하다. 투자금은 1조 7942억원으로 총 자산에서 15.2%를 차지한다. 교원공제회가 최대 주주로 참여한 신공항하이웨이㈜에서는 연간 1000억원대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2011년엔 투자금 6706억원을 모두 회수하고 2030년까지 총 2조 20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경기도 여주에 교원을 위한 골프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에는 실버타운을 짓는다. 그러나 교원공제회는 ‘행담도 개발채권’ 매입과 관련, 고위층 압력설에 시달리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우정사업본부(투자액 615억원)와 함께 236억원을 투자했다가 말썽이 나자 6개월 만에 문제의 채권을 환매,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았다. 교원공제회 관계자는 “매입 당시 채권의 신용등급이 ‘AAA’인데다 보장 수익률도 5.7%로 높아 순수한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영상콘텐츠 ‘미다스 손’ 되나

    영상콘텐츠 ‘미다스 손’ 되나

    통신업계가 수년안에 영화, 게임, 음원 등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큰 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유·무선 통신업체인 KT,SK텔레콤은 최근 영상 콘텐츠 사업을 차기 성장 수익원으로 정해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사업은 올 한해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로 등장해 있다. 통신업계로서는 일반전화와 초고속인터넷, 휴대전화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블루오션’의 하나로 영상 콘텐츠 시장을 선택했다. 기존의 ‘유·무선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시너지를 내는 데 최고 강점이다.CJ 등 기존 영상 사업자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신업계,“콘텐츠는 필연의 블루오션 사업” KT와 SK텔레콤이 쌍두마차격으로 이 사업에 뛰어 들었다. 두 업체는 영상 콘텐츠분야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 영화, 게임, 음원 등 영상사업을 두루 포괄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초고속 망(網)을 하나로 통합하는 광대역통합망(BcN) 시대가 내년이면 열려 영상 콘텐츠는 차세대 사업인 인터넷방송(IPTV),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이동털티미디어방송(DMB), 차세대 이동통신(HSDPA) 등과의 연계로 전체 통신방송사업의 시너지가 커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KT보다 먼저 ‘콘텐츠 사냥’에 나섰다. 지난 2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IHQ에 144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 데 이어 5월에는 국내 1위 음반업체인 YBM서울음반을 인수했다. 음악펀드와 영화펀드에도 수백원씩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YTN 자회사인 케이블 채널 ‘YTN스타’ 인수도 추진 중이다. KT는 이 달 초 국내 최대 영화제작업체 싸이더스의 자회사인 싸이더스FNH에 출자, 지분 51%를 사들이면서 SK텔레콤과 경쟁의 불을 지폈다. KT는 싸이더스FNH 출자를 계기로 콘텐츠와 단말, 네트워크를 결합, 최대의 사업 시너지를 얻겠다고 밝혔다. 또 자회사인 KTF는 국내 2위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가 만든 3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에 80억원을 투자했고,KT는 세계적 영화연예그룹인 월트 디즈니사와 콘텐츠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KT의 파괴력은 최대 통신망을 보유, 자회사 KTF의 이동통신망과 KTH의 포털인 ‘파란’ 등과 연계하면 최대의 콘텐츠 관련 사업자가 된다는 점이다. 그룹 차원에서 ‘콘텐츠 전략협의회’도 만들어 두번의 회의를 마쳤다. 콘텐츠 통합브랜드를 만들 참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기존 영상 콘텐츠 업계를 의식, 행보를 조심스레 가져가고 있지만 영상 콘텐츠 업계에 불어닥칠 바람은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영상업계는 ‘긴장’ CJ, 오리온 등 대형 영화 투자배급 업체들은 긴장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와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두 통신업체의 영상 콘텐츠 사업 진출은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더스FNH는 영화배급사업에 진출하기로 돼 있어 이 회사와 사업을 해온 대형 투자배급사로선 거래선을 잃을 수 있다. KT의 경우 이들을 의식,“싸이더스FNH는 인수가 아닌 출자”라고 밝혔지만 언제든지 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SK텔레콤도 KT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이미 M&A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쉬어가기˙˙˙] 애거시 스폰서 아디다스 희색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미국)의 US오픈 4강 진출이 그의 새로운 스폰서인 아디다스에 기쁨을 주고 있다고. 애거시가 지난 8일 나이키 후원을 받고 있는 제임스 블레이크에게 세트스코어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면서 아디다스는 약 120만∼130만달러 가치의 광고효과를 얻었다는 것.19년 동안 나이키의 스폰서를 받아오던 애거시는 지난 7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 연장에 실패한 뒤 아디다스와 극적으로 후원 계약을 맺었다.
  • 儒林(429)-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

    儒林(429)-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 그리고나서 맹자는 인간이 가진 본성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며, 수오지심(羞惡之心)도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으며, 공경지심(恭敬之心)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으며, 시비지심(是非之心) 역시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으니, 측은지심은 바로 인(仁)이요, 수오지심은 의(義)이며, 공경지심은 예(禮)이며, 시비지심은 지(智)이다. 인의예지는 마음 바깥에서부터 나에게 녹아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이처럼 고자와의 논쟁을 통해 맹자는 그 유명한 사단론을 비로소 정립하게 된다. 사단론(四端論). 이는 맹자의 핵심사상 중 골수로서 맹자에 의하면 이 사단은 모든 인간이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선천적인 도덕적 능력인 것이다. 이는 성선설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같은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는 ‘공경하는 마음(恭敬之心)’을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만 다를 뿐이다. 이에 대해서 맹자는 다음과 같이 부언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지금 사람들이 갑자기 한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는 모두 깜짝 놀라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니, 그렇게 함으로써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함으로써 널리 명예롭게 되기를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그 비난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살펴본다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며,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는 것은 명예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때문이니, 이러한 마음이 있다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선한 것임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맹자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인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고 죄를 미워하는 마음은 의의 단서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단서이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 사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할 수 없다고 하는 자는 자신을 해치는 자이고, 자기 임금은 할 수 없다고 하는 자는 자기의 임금을 해치는 자이다. 무릇 사단이 나에게 있는 것을 모두 넓혀서 채울 줄 알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며, 샘물이 처음 솟아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진실로 이것을 채울 수 있다면 사해(四海)를 보호할 수 있거니와 진실로 이것을 채우지 못하면 제 부모조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맹자의 이 유명한 사단론은 네 가지 마음은 각각 다른 종류의 다른 마음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一心)’임을 가리키고 있다. 맹자는 이 사단론을 통해 유가에서 처음으로 인애(仁愛), 즉 사랑에 대해서 형이상학적인 논리를 정립하였던 것이다.
  • [논술이 술술]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글쓴이 : 이반 일리히

    새 모델의 차가 출시되면 사람들은 지금 타고 있는 차가 왠지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시대의 조류에 열심히 좇아가는데 왠지 나만 뒤처졌다는 느낌을 벗어나기 무리하더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끊임없이 욕망을 확대 재생산하는 과소비의 심리적 구조다. 이러한 과소비의 심리적 구조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의 삶은 불가능하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의 저자 이반 일리히가 말하는 공생은 인간과 인간의 어울림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이라는 생태학적 의미까지를 포괄한다. 일리히는 도구의 발전 역사가 크게 두 분수령을 거친다고 말한다.1913년경이 그 첫번째다. 근대적이고 간단한 도구가 인류 복지에 널리 기여하는 시대로 진입한 때로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인간의 자율 능력이 극도에 달했던 시점이다. 문제는 두번째 분수령. 도구가 과잉으로 발전되고 급기야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고 삶의 목표를 도구가 설정하면서 ‘공생’을 해친다는 것이다. 일리히는 생산과 소비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고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그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부합하는 방안이 ‘균형’이다. 생태균형, 근본적 독점을 깨는 균형, 배움의 균형, 권력의 균형, 목적의 균형만이 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는 인간과 생태계를 구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에서는 총에너지 사용량의 45%를 수송 수단이 소비한다고 한다.2억 9000만 미국인을 수송하기 위한 한 가지 목적에 사용하는 연료가 13억 중국인과 10억 인도인이 모든 용도로 사용하는 연료를 양적으로 압도한다. 이 연료의 거의 대부분은 가속을 촉진하는 데 사용한다. 에너지의 과소비는 인간의 자유와 자율적 능력을 빼앗고 사회적 불공정마저 초래한다는 것이 일리히의 주장이다. 에너지 과잉을 유발하는 자동차에 대한 대안으로 일리히는 자전거를 제시한다. 자전거는 인간의 신진대사 에너지를 이동력의 한도에 정확하게 맞춘 균형 잡힌 이상적인 변환기이다. 이 도구를 사용하면 인간은 모든 기계의 효율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의 능력을 능가할 수 있다. 열역학적으로 효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자전거 운행에 따르는 공공설비 비용과 고속도로에 맞춘 제반 시설의 건설비용을 비교해 보면 자전거가 훨씬 경제적이다.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여하라는 말은 결국 도구가 거대하게 성장하는 것을 막으라는 충고다. 물론 기술의 거대화나 대량화가 경제성과 효율성을 향상시켜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거대화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들은 거대 복합기술체계의 운영과정에서 불확실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꼼꼼하고 치밀하게 기술의 운용 과정을 계산한다고 하지만 여기에 개입할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빠짐없이 점검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과 같은 거대 기술체계가 일정 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운행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일상적이고 안전한 기술이라고 간주해서는 안된다. 거대 기술체계는 기술적·조직적 복잡성과 사소한 결함만으로도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불확실성의 요소 때문에 본질적으로 대규모 사고를 낳을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는 고위험 기술일 수밖에 없다. 거대 규모의 핵발전소 건설과 중앙집중식의 전력공급체계가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지양하고 소규모의 분산적인 태양 에너지에 의한 전력 공급체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곧 ‘거대기술에서 적정기술로의’ 전환이다. 오늘날의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자동차에서 자전거로´라는 일리히의 주장은 바로 비인간적인 ‘거대기술’에서 인간적인 ‘적정기술’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 ■ 생각해보기 -공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도구가 과잉으로 발전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 사용이 어떤 문제들을 일으키나. -속도를 무한정으로 추구하는 삶은 어떤 점에서 성찰이 필요한가. -도구의 성장에 한계를 부여하라는 일리히 주장의 근거는. -원자력공학, 유전공학, 전자통신기술 등의 ‘거대기술’이 가지는 위험성은.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3 -관련교과:인간사회와 환경, 윤리와 사상, 고등사회. -함께 읽어야 할 고전 및 원전:성장을 멈춰라(이반 일리히·미토), 위험사회(울리히 벡·새물결), 작은 것이 아름답다(슈마허·문예출판사), 내가 믿는 세상(〃), 자발적 가난(〃·그물코), 무소유의 경제학(아지트 다스굽타·솔) -기출 논제:2003학년도 경희대 인문계 논술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5) 고대의 비결 ‘고경참’은 ‘정감록’의 모태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5) 고대의 비결 ‘고경참’은 ‘정감록’의 모태

    서기 10세기경이 되자 천년을 버텨온 신라 왕조도 명이 다했던지 온갖 문제가 터져 나왔다. 국정은 기강을 잃었고 각지에는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 국토가 분할되었다. 생산에 종사하던 대다수 민중의 마음도 신라 왕조를 저버렸다. 한반도는 수습하기 어려운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때 지방에서 봉기한 여러 영웅호걸들 가운데 두 사람이 두각을 나타냈다. 북쪽에 태봉을 세운 궁예와 남서쪽에 자리한 후백제의 견훤이었다. 시국이 어지러웠던 만큼 여러 종류의 예언이 난무했다. 당시만 해도 예언의 힘은 현대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다. 특히 918년 봄, 궁예의 조정에 보고된 ‘고경참’은 태봉의 신하 왕건이 고려라는 새 왕조를 건립하는데 추동력으로 이용할 정도였다. 우리 역사에 ‘고경참’(古鏡讖)이란 예언서가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등극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하는데, 왕조교체를 예언하는 전통의 시작이었다. 이런 전통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정감록’까지 죽 계속되었다. ‘고경참’은 두 권의 역사책에 실려 있다.‘삼국사기’와 ‘고려사’에 나오는데 ‘고려사’의 기록이 훨씬 더 충실하다. 이 예언서는 우선 발견된 경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중국 당나라의 상인 왕창근(王昌瑾)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철원에 와서 상업에 종사했는데, 정명4년(918) 3월 철원 시장에서 기이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얼굴이 매우 잘 생겼고 수염이며 머리카락이 온통 새하얗다. 승복 차림에 옛날 관을 썼으며 고대의 복장을 하였다. 노인은 왼손에 세 개의 도마를 들었는데, 오른 손에는 사방 한 자쯤 되는 낡은 거울 하나를 높이 들고 있었다.(‘삼국사기’에는 노인이 왼손에 사발을, 오른 손에는 거울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 이상한 노인이 중국인 왕창근에게 “내 거울을 사겠는가?”라고 물어왔다. 왕창근이 쌀 두 말을 주고 얼른 그 거울을 샀다. 그러자 노인은 쌀을 길가에 있던 거지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급히 사라졌다. 왕창근은 신비한 그 거울을 자기 가게의 벽에 걸어두었다. 잠시 후 햇빛이 거울에 비치자 거울에 쓰인 작은 글씨가 은은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왕창근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울을 가져다 궁예 왕에게 바쳤다. 궁예로 말하면 당시 한반도의 최강자 가운데 하나였다. 궁예 왕은 담당 관리에게 명령해 왕창근을 데리고 그 노인의 행방을 찾아보게 하였다. 그들은 한 달이 넘도록 노인을 찾아 헤맸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하였다. 이 때 동주(東州)의 발풍사란 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절엔 여래상의 앞에 전성(塡星 또는 鎭星이라 함)의 신을 본뜬 오래된 조각이 있었다. 우연히도 그 모습이 문제의 노인과 같았다. 전성의 신 역시 왼손엔 도마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거울을 들고 있었다. 영락없는 그 노인이었다. 왕창근은 기뻐하며 궁예 왕에게 이런 사실을 그대로 알렸다. 궁예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신기하게 여겼다. 기대에 들뜬 궁예는 거울속의 예언이 궁금해졌다. 왕은 휘하의 담당 관리들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술관들이 풀어 보니 천만 뜻밖에도 ‘고경참’의 내용은 궁예 왕의 부하 왕건이 등극해 삼국을 통일한다는 예언이었다. 술관들은 만약 사실대로 왕에게 보고할 경우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이 예언서의 등장을 계기로 왕건의 추종자들은 쿠데타를 서둘렀다.“왕창근이 얻은 예언서가 그와 같은데 왜 가만히 앉아 있다 못된 궁예 왕의 손에 죽으려고 하십니까?” 이 말을 듣고 마침내 왕건은 혁명의 칼을 뽑았다 한다. ●고경참의 내용은 영웅 일대기 같아 ‘고경참’의 내용을 좀더 정확히 알아보자.‘고려사’에 한문으로 적힌 그 내용을 우리말로 풀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한 대목이 적지 않다. 영웅의 일대기와도 같은 ‘고경참’의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보면 이렇다. 1. 영웅의 하강을 읊은 부분이 눈에 띈다.“삼수 중 사유(四維)로 내려간다.(三水中四維下) 상제가 아들을 진(辰)과 마(馬)에 내려 보내는 것이다.(上帝降子於辰馬)” 그런데 그 영웅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는 어렵다고 했다.“자취를 어지럽히고 성명을 감추리라.(混跡遁名姓) 뉘라서 진(眞)과 성(聖)을 알까.(誰知眞與聖)”라고 말한 것은 그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뱀해에 두용이 나타난다.(於巳年中二龍見)”고 말해 영웅의 출현 시기는 밝혀졌다. 문제는 출현할 영웅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란 점이다.“하나는 푸른 나무에 몸을 감추리라.(一則藏身靑木中) 다른 하나는 검은 금(金) 동쪽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一則現形黑金東)” 그렇더라도 두 명의 영웅 가운데 마지막 승자는 한 사람이다. 그에 대해 “한 용은 성하고 다른 용은 쇠하리라.(或見盛或視衰)”라고 했다. 2. 영웅의 특별한 능력이 서술되어 있다.“밤이면 하늘에 오르고 낮이면 땅을 다스릴 것이다.(暗登天明理地)”라고 했다. 이 영웅은 “쥐해가 되면 큰일을 일으킨다.(遇子年中興大事)”고 했고,“법을 떨치고 뇌성이 진동하며 신령한 번개가 번쩍이리라.(振法雷揮神電)”라고 했다. 3. 영웅은 혼란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나라를 통일한다고 했다.“먼저 닭을 잡고 뒤에 오리를 잡으리라.(先操鷄後搏鴨) 이를 일컬어 셋을 하나로 만들 운수라 한다.(此謂運滿一三甲)”라고 말한 것이 그러하다. 물론 모든 일을 영웅 혼자서 다 해내는 것은 아니다.“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쏟으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정벌하리라.(興雲注雨與人征)”라고 하였듯,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데 영웅의 참된 능력이 있다. 마침내 영웅이 왕위에 오르면,“사유(四維)는 소의 해에 망하게 되어 있다.(此四維定滅丑)” 했고,“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가 항복해 오기는 닭의 해이다.(越海來降須待酉)”라고 한다. 주변 국가들은 소해와 닭해에 정복된다고 보았다. 4. 끝으로, 영웅이 일으켜 세운 왕조는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했다.“이 용의 아들 삼사(三四)가,(此一龍子三四) 대를 바꾸어 여섯 갑자에 걸쳐 왕위를 이으리라.(遞代相承六甲子)” 얼핏 보아서는 정확히 계산이 안 되지만,6갑자라고 했으므로 나라의 수명이 360년은 된다는 것이다. ●왕창근·궁예왕은 그 뜻 파악못해 대강 이런 내용의 ‘고경참’을 처음 읽어본 왕창근이나 궁예 왕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왕은 예언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송함홍(宋含弘), 백탁(白卓) 및 허원(許原) 등에게 연구해서 풀이하라고 명령하였다. 술관들은 궁리 끝에 이런 식으로 해석했다. 삼수는 삼면이 바다란 뜻이니 한반도다. 그 가운데인 사유(四維)는 신라의 ‘라’(羅) 자를 파자한 것이다. 요컨대 영웅이 신라 땅에 태어난다는 것이 첫 구절이다. 그 다음 구절에 나오는 ‘마진’(辰馬)은 진한과 마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옥황상제가 아들을 진한과 마한에 내려 보낸다고 보았다. 신라는 바로 옛날의 진한과 마한 땅이었다. 이어서 두 명의 영웅이 한 시대에 패권을 둘러싸고 다툴 것인데, 한 명은 ‘푸른 나무’ 즉 소나무가 많은 송악산 기슭에 태어난다는 예언으로 보았다. 술관들이 검토해 보니 송악 사람으로 이름을 용(龍)자로 지은 사람이 있었다. 왕시중(王侍中) 즉 왕건 장군이었다. 왕건은 본래 임금님 될 만한 관상이라 그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 명은 ‘검은 금’이라 ‘쇠 철’ 자로 시작되는 곳, 철원 동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태봉의 도읍 철원에 궁예가 즉위한 것을 상징했다. 처음에는 궁예 왕이 융성했다가 나중에 가서는 위태로워져 결국 왕건 장군에게 멸망당할 것이란 예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예언 가운데 “먼저 닭을 잡는다 했다. 나중에 오리를 잡으리라고 했다.”고 말한 부분은 이렇게 해석됐다. 닭은 계림을 상징하므로 신라, 오리라면 압록강을 뜻해 북부지방으로 여겨졌다. 요컨대 왕건 장군이 왕이 되면 먼저 신라를 무너뜨리고 나중에 압록강 지역을 거둔다는 뜻으로 짐작됐다. 세 사람의 술관은 ‘고경참’에 담긴 예언을 곧이곧대로 궁예 왕에게 보고할지 상의했다.“궁예 왕은 시기심이 많은데다가 걸핏 하면 아랫사람을 잡아 죽인다. 만일 사실대로 알린다면, 왕건 장군이나 우리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염려가 들어 술관들은 거짓말로 적당히 둘러대 왕을 속였다.(‘고려사’, 권 1) ●‘고경참’의 서술 전통은 ‘정감록’에 이어져 짧은 내용이지만 ‘고경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여섯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한국에는 천신숭배(天神崇拜)의 전통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옥황상제가 아들을 이 땅에 내려 보낸다고 했고, 천신의 아들이 “밤이면 하늘에 오르고 낮이면 땅을 다스린다.”고 한 것이 그 증거다. 이런 내용은 단군신화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이규보가 쓴 주몽신화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불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법을 떨치고 뇌성이 진동하며 신령한 번개가 번쩍이리라.” 했는데, 여기서의 “법”은 불법을 가리킨다. 예언서에 등장하는 신비의 동물 “용” 역시 불교에서는 호법(護法)의 상징이다. 셋째, 후삼국의 통일뿐만 아니라 새 왕조의 수명이 예언되어 있다.“이 용의 아들 삼사(三四)가 대를 바꾸어 여섯 갑자에 걸쳐 왕위를 이으리라.”라고 했다. 왕건의 자손이 12대 360년간 왕 노릇을 한다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왕조의 수명을 예언한 것은 ‘정감록’에도 자주 발견된다. 넷째, 해외의 여러 국가들이 새 왕조에 조공을 바치게 된다고 했다.“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가 항복해 오기는 닭의 해이다.”라고 한 대목이 그것인데, 고려 시대에 등장한 여러 편의 예언서에서도 외국의 조공이 논의된다. 현대의 ‘정감록’ 신앙에서도 이런 전통이 남아 있다. 다섯째, 예언서의 표현 방식이 다분히 운문적 성격을 띠고 있다. 표현 방식에는 “사유”(四維)라든가 “흑금”(黑金) 따위의 파자(破字)와 상징이 채용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고려 때 등장한 예언서들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정감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여섯째,‘고경참’의 원래 저자를 사찰에 안치된 전성(土星과 같음)의 조각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불교와 습합된 성신(星神) 신앙의 일단이 드러난다. 신라 경순왕 8년(934)의 기록을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성신을 신앙대상으로 삼았다.‘삼국사기’의 그 해 기록에는 “노인성(老人星 즉,南極星)이 보였다.”고 했고, 그 이듬해 경순왕은 시랑(侍郞) 김봉휴에게 명령하여 국서를 가지고 가서 고려 태조에게 항복을 청하게 하였다(‘삼국사기’, 권 12). 중국 고대의 기록을 살펴 보면 남극성이 나타나면 기존의 왕조가 전복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은 ‘정감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고대 고구려인들이 남긴 벽화에서도 감지되듯 한국인들은 성신이 인간의 운명을 주관한다고 믿었다.10세기만 해도 토성의 신이 ‘고경참’을 통해 신라의 멸망과 고려의 흥기를 예언한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정리하면,‘고경참’의 서사 구조와 문체에서 확인되는 몇 가지 특징은 그 뒤 한국사회를 움직인 예언서에 대부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이다.‘정감록’의 원형은 ‘고경참’에까지 소급된다. ●태조 왕건과 역대 고려왕들은 비결을 믿어 실상 ‘고경참’의 예언은 역사적 사실과 거의 일치하지 않았다. 궁예와 왕건이 등장한 시기는 뱀해가 아니었고, 닭해에 외국이 조공을 바쳐온 적도 없었다. 신라가 소해에 망하거나 고려가 12대 360년만에 멸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예언은 들어맞았다. 왕건이 등극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다는 예언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고려왕실은 대대로 ‘고경참’을 신성시했다. 역사 기록을 살펴 보면, 태조 왕건은 ‘고경참’뿐만 아니라 도선국사(道詵國師)의 영향을 받아 풍수설에 입각한 예언을 무척 중시했다. 심지어 후손들을 위해 지었다는 ‘훈요십조’에 왕건은 예언설에 관한 조항을 세 개나 끼워둘 정도였다. 우선 제2조에선 도선의 풍수지리설을 따라 그가 미리 지정한 곳 이외에는 절대로 절을 짓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제5조에서는 서경(西京)의 풍수가 좋기 때문에 철마다 한 번씩 순행하여 지기(地氣)와 수덕(水德)을 지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제8조에서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예언을 믿으라고 말했다. 여기서 보듯 태조 왕건은 단순히 민심을 선동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비롯한 각종 예언설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예언을 굳게 신봉했던 것이 분명하다. 고려의 역대 왕들도 예언서를 맹종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예종 같은 이는 예언에 빠져있다시피 했다. 그는 ‘해동비록’(海東錄)이라는 종합적인 예언서를 편찬하도록 조치했고, 상당수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경에 용언궁(用堰宮)을 지어 분사(分司)제도를 확립했다. 한참 세월이 지난 뒤 고려 왕실은 ‘고경참’에서 한 가지 고약한 대목을 발견했다. 고려의 운수가 12대 360년에 그친다고 돼 있어, 여러 왕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다. 이의민과 같은 무장은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고려왕조는 12대에 끝난다. 뒤이어 이씨가 새로 일어난다(龍孫十二盡 更有十八子).”는 예언을 조작해 냈다. 이의민은 경주에서 일어난 반란군과 몰래 야합했으나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어 목숨을 잃었다. ●근현대에도 위력을 떨친 비결 어느 책을 보았더니 현대 한국의 집권자들도 비결에 솔깃했던 모양으로 돼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아직 집권하기 전에 유명한 지관 한 사람이 그에게 비기(記)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귀의삼보(歸依三寶)나 삼이후예(三耳後裔)라. 입왕이십환(入王二十煥)이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니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귀의삼보”란 불교에 귀의한다는 뜻이다.“삼이후예”란 전(全)씨란 말이다. 시조의 이름이 섭(攝) 자인데 그 글자엔 이(耳)가 세 개나 들어 있어 그렇다.“입왕이십환”은 전두환 대통령의 이름을 파자(破字) 법으로 쓴 것이다. 요컨대,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이 돼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며, 본래 불교와 인연이 깊다는 말이다. 이 예언이 적중한 바람에 그 지관은 이름을 떨치게 됐다는 말이 있다. 믿을 말인지 모르겠으나, 박정희 대통령도 간혹 예언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게 됐을 때도 여러 종류의 예언이 나돌았다. 그 중에는 일제가 민심을 굴복시키기 위해 조작한 것도 있었다. 종묘 정문인 ‘창엽문(蒼葉門)’을 두고, 창(蒼)을 “이십 팔 군”(二十八君)으로, 엽(葉)을 “이십 팔 세”(二十八世)로 파자해 조선은 28임금(28대)만에 망한다고 했단다. 오늘 일도 모르거늘 하물며 내일 일을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런 까닭에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그러다 보면 예언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엄마 손은 ‘미다스 손’

    민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약손요법’이 미숙아의 성장과 안정에 실제로 탁월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양의 신생아 마사지 요법인 ‘GHT(Gentle Human Touch·부드럽게 만져주기)요법’보다 낫다는 것도 입증됐다. 약손요법이란 어머니가 자녀의 아픈 곳에 손을 얹고 쓸어주거나 주물러주는 것을 말한다.GHT요법은 보온기 등으로 두 손을 따뜻하게 한 뒤 아이의 복부 등에 가만히 손을 얹고 있는 방법이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약손요법에서는 GHT에는 없는 어머니의 기(氣)가 전달된다. 약손요법이 아이들의 가벼운 병을 예방하고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정도는 알려져 있었지만 미숙아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처음이다. 이는 최근 심사를 통과한 고려대 간호학과 임혜상씨의 박사논문 ‘약손요법이 미숙아의 성장 및 안정상태와 미숙아 어머니의 애착에 미치는 효과’에서 밝혀졌다. 임씨는 올 1∼5월 서울·경기 지역 4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생후 7일 미만 미숙아 29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15일 동안 15명에게는 약손요법을,14명에게는 GHT요법을 썼다. 실험 결과 약손요법을 받은 미숙아는 수유량이 하루 평균 11.60㏄ 늘었지만 GHT요법의 경우 5.55㏄로 약손요법의 절반이 채 안됐다. 둘 다 도움은 됐지만 약손요법이 훨씬 효과적인 셈이다. 약손요법은 심장 박동수에도 영향을 미쳤다.15일간의 실험 후 약손요법을 받은 미숙아들은 심박수가 평균 분당 151.7회에서 148.2회로 안정됐으나,GHT요법은 155.4회에서 154.0으로 변했다. 임씨는 “GHT 결과는 의학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애착도를 높이는 데도 약손요법이 효과가 컸다. 총 23개 항목으로 이뤄진 ‘모성애착조사표’를 적용한 결과 자녀에게 약손요법이 적용된 어머니들은 실험 전 3.25점에서 실험 후 3.73점으로 애착도가 0.48점 늘어난 반면,GHT요법 어머니들은 3.28점에서 3.50으로 0.22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체중의 경우는 약손요법이 1일 평균 20.1g,GHT요법이 18.3g 늘어 비슷했다. 임씨는 “전통적인 약손요법은 ‘엄마손은 약손’이라는 말처럼 미숙아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기를 심리적으로 이어주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를 활용해 많은 미숙아 부모들이 도움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책꽂이]

    |실용경제| ●쉽게 배우는 경제학(김상택 지음, 황금가지 펴냄) 어려운 학술용어나 공식이 없는 경제학서. 일상의 사례를 통해 세계화, 자유무역, 게임이론, 고용문제 등의 경제를 알려주는 경제입문서.1만 3000원. ●워렌 버핏 완벽한 투자기법(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구본성 옮김, 세종서적 펴냄) 주식 투자전략서. 주가가 1000포인트 넘은 시점에서 최고의 투자전문가는 주가를 보지 말고 기업 재무제표를 보라 등 12가지 방법을 강조한다.1만 3000원. ●이것이 과학고다(배희병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과학 현장에서 나온 과학교육 보고서. 공부벌레들이 모인다는 과학고 입학에서 대학 진학까지의 과정을 통해 본 기초과학교육·영재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1만 2000원.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이정환 옮김, 더난 출판펴냄) 마쓰시타 전기산업의 창업자가 전해주는 인생 지침서. 차선도 최선이고, 비관 속에도 길이 있다고 말한다.7500원. ●뮤직프로와 멀티미디어(송택동 지음, 예성 펴냄) 음악 실용서. 요즘 뜨고 있는 애니메이션 음악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안내한다.1만원. |유아·아동|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아기동물들(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윤미연 옮김, 삐아제어린이 펴냄) 자연과 사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유아에게 보여주면 좋을 자연관찰책. 다양한 동물들의 천연색 실물사진들을 통해 생명의 탄생과 성장 등 자연의 섭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3세∼초등저학년.1만 8000원. ●악어 숭숭이와 반짝이 칫솔(김현화 글, 이유진 그림, 연리지 펴냄) 이 닦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치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화. 이가 숭숭숭 빠져버린 꼬마악어 숭숭이, 개구리 의사에게서 세상에서 제일 큰 칫솔을 선물받는데….7∼10세.1만원. |초등·청소년| ●겨울 해바라기(유영소 글, 신민재 그림, 문학과지성사 펴냄) 제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입양아 문제, 청소년 성 문제가 통속 화법을 극복하고 진지한 실험정신으로 감각적으로 묘사됐다. 어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된 주인공 철현이가 혼돈스러운 세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 초등 고학년 이상.8500원. ●하룻밤에 읽는 만화세계사(전2권)(신수진 기획, 양창규 그림,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스테디셀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시리즈의 아동만화 버전. 속도감 있는 전개에 학습기능이 강화된 점이 돋보인다.1권 ‘원시문명에서 중세까지’,2권 ‘산업혁명에서 현대까지’. 초등생. 각권 9000원.
  • [알뜰살뜰정보]

    ●수협(shop.suhyup.co.kr)은 인터넷 활어회 판매를 시작했다. 회를 주문하면 3시간 내에 가정이나 사무실로 배달해준다. 배달 가능지역은 서울시 전역, 과천시, 하남시, 일산, 분당 등이다. 광어 1㎏가 3만 2000원, 도미 1㎏가 3만 4000원이다. 야채, 양념, 매운탕 재료까지 아이스팩에 넣어 갖다준다. ●워너 홈 비디오 코리아는 오는 10일 오후 2시와 5시에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미국 TV시트콤 ‘프렌즈’로 생활영어를 배우는 무료특강을 안병규어학원(www.abkenglish.com)과 함께 연다. 어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300명을 받는다.30일까지 프렌즈 시즌 1∼9를 50% 할인, 각 3만 3000원에 판매한다. ●한국쓰리엠은 다음달 16일까지 ‘코맨드’사용 후기와 활용 아이디어를 받아 경품을 준다. 코맨드는 수납 및 정리정돈을 도와주는 강력 양면 테이프. 인테리어 개조 지원비 50만원(2명)·150만원(1명), 코맨드 집안정리 제품 5종 세트(997명) 등을 내걸었다. 이메일(diy3mkorea@mmm.com)과 우편으로 접수 가능하다. ●하인즈(www.heinz.co.kr)는 13일까지 자사 참치제품을 이용한 요리법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한다.1 2 3등에겐 각각 휘슬러 프로 압력밥솥(40만원 상당), 휘슬러 솔라 전골냄비(30만원), 휘슬러 프라이팬(20만원)을 경품으로 준다. 입상자 20명에겐 하인즈 전 제품 20가지를 전달한다. ●아이세이브존(www.isavezone.com)은 30일까지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미니어처를 최고 8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명품 화장품 미니어처 초특가전’을 진행한다.SK-Ⅱ,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랑콤, 인나수이 등 모두 12개 해외 브랜드 기초화장품과 메이크업, 향수 미니어처가 1만 9000∼7만원. ●옥션(www.auction.co.kr)은 홈페이지 새단장을 기념,6일까지 옥션을 퀴즈형식으로 속속들이 체험하는 이벤트를 연다. 퀴즈를 모두 맞힌 정답자 304명을 추첨, 선물도 준다.SKY텔레텍의 위성 DMB전화(IMB-1000), 로봇청소기, 후지 디지털카메라 파인픽스 Z1, 아이리버 MP3플레이어,SK-Ⅱ 화장품 등이다. ●리바이스키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오픈기념으로 우수고객 초청 특별 경품행사를 갖는다.4일까지 DM 지참 소비자에게 10% 할인혜택과 경품 응모권을 주는 것. 경품은 리바이스키즈 엔지니어드진,501바지,3만원 상품교환권 등. ●CJ홈쇼핑은 3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10분 ‘경상북도 특산물전’을 생방송한다. 대구의 경북도청 앞마당과 스튜디오를 연결하는 이원방송이다. 안동 간고등어, 의성 마늘, 울릉도 오징어, 영주 풍기홍삼절편, 예천 옹골진 알찬미 등이 판매된다. ●G마켓(www.gmarket.co.kr)은 22일까지 삼성,LG,HP, 소니, 도시바 등 유명 브랜드 데스크톱, 노트북을 할인 판매하는 ‘브랜드별 인기상품 노마진 특가전’을 진행한다. 카시오 전자사전을 구입하면 캐논 프린터나 노트북 가방을 사은품으로 준다. ●목동 행복한세상은 3∼4일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한 ‘추석맞이 사랑의 대바자’를 연다. 먹을거리 장터와 더불어 죠프 가을맞이 초특가전, 아디다스 의류·용품 특별기획전, 바지 특집 남성 신사복 균일가전, 아동의류 특가전 등 행사도 푸짐하다.
  • [열린세상] 대통령 관리하기/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흔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미디어 선거라고들 한다. 후보가 미디어에 어떻게 비치는지가 당락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참모들은 미디어 작전에 온 힘을 쏟는다. 전당대회가 선거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대회를 TV카메라 앞에서 멋지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당대회마저도 하나의 미디어 이벤트일 따름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선거 기간의 그런 치밀한 미디어 작전을 당선 이후까지도 유지한다. 대표적인 예가 레이건 대통령이다. 그가 막상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참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의 직무 능력 자체에 확신이 가지 않으려니와 언론의 태도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비교적 중립적이던 언론까지도 마치 하늘의 독수리처럼 레이건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 디버와 데이비드 거진이 주축을 이룬 레이건의 공보 참모들은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제2의 작전을 펴기로 했다.‘사실’이란 레이건의 경력을 말한다. 레이건은 누군가가 써준 각본을 보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 출신이다. 비록 이름 없는 배우였지만 그의 연기력은 그래도 다른 정치인에 비해 뛰어났다. 참모들은 그의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대통령이 언론과 직접 대면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대통령의 미디어 노출은 단어 선택이나 제스처에 이르기까지 공보팀의 각본에 따라야 했다. 대통령이 기자의 성향을 꿰뚫게 해 골치 아픈 질문을 한 기자 뒤에는 반드시 부드러운 질문을 할 기자를 질문자로 직접 지명하도록 했다. 레이건은 이런 작전에 잘 적응했다. 초기에 백악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미국을 대통령이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팀이 다스린다고 수군덕거렸지만, 팀 시스템은 곧 시너지 효과를 냈다. 레이건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참모들의 지시 없이도 참모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연기해 참모들마저 놀라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레이건은 정치인으로서 초일류 배우였다. 이런 팀 시스템은 국민의 눈에 레이건의 이미지가 ‘이상적인’ 스타일로 자리잡게 하는데 이바지했다.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의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워싱턴 정가의 절제에 적응할지 참모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치밀한 공보작전은 ‘절제된 자유분방함’이라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학자 톰슨의 개념에 따르면 가시성의 관리(management of visibility)가 만든 기막힌 조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 선거로 변했다.TV에 비친 후보의 모습이 투표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각 정당의 참모들은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연출하고자 한다. 참모들은 후보가 TV토론을 할 때면 ‘늘 미소를 머금고 있어라.’‘상대 후보를 보지 말고 TV카메라를 보고 말해라.’ 등등 시시콜콜한 주문을 수도 없이 쏟아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다른 점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그런 연출 시스템을 가동하는지 여부가 아닌가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팀을 보완하여 그들의 연출에 따르지만,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일단 대통령이 되면 자기 스타일대로 밀고 가는 것 같다. 청와대에 나라의 내로라하는 인재를 모아두지만 그들을 대체로 상향 커뮤니케이션의 화자(話者)가 아니라 하향 커뮤니케이션의 청자(聽者)로 쓴다. 그래서 그런지 엊그제 밤 대통령 초청 여당의원 만찬에 관한 뉴스가 풍기는 분위기에 분방함은 있어도 절제는 없어 보인다. 사랑받는 대통령을 갖는 것은 국민의 소망이다. 팀 시스템이 화자의 자리를 찾아 가시성을 잘 관리할 때 그 소망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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