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토굴살이] 가끔 하늘 보며 살기
‘하늘’이란 말과 ‘태허(太虛)’라는 말은 동의어이다. 태허는 태초로부터 텅 비어 있는 시원이다.
우리가 온 곳도 그곳이고 돌아갈 곳도 그곳이다.
어떤 일로 인해 기가 막히면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면 막힌 기가 뚫린다. 어떤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에도 하늘을 쳐다보면 풀린다. 내가 얻곤 하는 모든 영감의 근원지는 짙푸른 하늘이다.
요즘 시장 바닥에 ‘어린’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고 그 하늘이 말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문에 ‘어린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놈이 많으니라.’라 했는데, 그 말 속의 ‘어린’은 ‘어리석은’이라는 뜻이다.
잡아놓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이 땅의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 알기를 잡아 놓은 물고기로 안다. 민심이 천심인데 하늘 알기를 우습게 아는 그들은 얼마나 어린 사람들인가.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 땅에다가 가로로 세로로 운하를 뚫겠다고 하고, 여론조사에서 항상 1등을 맡아 놓고 하는 사람과, 자기 당의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차기 대통령자리는 자기 것이라는 생각에 잠겨 있는 한 여인이 벌이는 샅바싸움, 뿔뿔이 흩어진 다음 다시 대통합을 이루어, 가시화해 있는 그 두 사람에게 이길 수 있는 무슨 묘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웅얼대는 우후죽순 같은 군웅들의 행태…. 저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이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선장으로 삼아야 할까.
모두들 대의를 가지고, 한 패거리는 이리 몰려가서 웅성거리고, 다른 한 패거리는 저리 몰려가서 웅성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에 줄서기를 해야만 차기의 국회의원 자리가 확보될 것인가 하는 눈치작전들만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시쳇말들이 나돌았다. 선생을 하려면 대학교수를 하고, 군대생활을 하려면 별을 달고 하고,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 노릇을 하여야 한다는 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공공의 큰 믿음과 희망을 미끼로 내걸어놓고 ‘나에게 한 표 주십시오.’ 하고 청하는 ‘구걸의 낚시꾼’, 혹은 ‘구걸의 벼슬아치’이다.
후보로 출마해서는, 표 가진 자들에게 굽실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미끼를 던져주며 구걸을 하지만, 당선이 된 다음에는 그 미끼들을 싸 짊어지고 여의도나 청와대로 입성하자마자,‘한푼 줍쇼’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목에 힘주고 떵떵거리며, 자기와 자기의 이익단체를 위해, 그동안에 쓴 밑천만 뽑으려고 든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법을, 정전기 없는 순 무명옷이나 명주옷처럼, 추울 때는 따뜻하고 더울 때는 시원하게 만들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들이 찔러준 돈만큼,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고 싶으면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다급하고 소중한 것일지라도 깔고 앉은 채, 자기와 제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질질 끌어가는 파렴치한 그 집단들.
지금 대통령님은 또 왜 남은 임기 동안의 다스리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고, 이미 문밖으로 나와 버린 당에 집착하고, 그 당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에게 시시비비나 하고 있는 것인가.
비자금을 잔뜩 모아 감추어 두었다가, 청와대를 떠난 뒤 물밑에서 그 비자금을 이용하여 사당을 만들어 운영관리하려 했다가 모두 실패를 했는데, 저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러는 것일까.
강을 건넌 다음에는 뗏목을 버리라고 했는데, 왜 지금까지 뗏목을 짊어지고 다니고 있을까. 금년 12월 전후에는 마음 하얗게 비우고 고향 김해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그 여러분들에게 하늘, 혹은 태허를 가끔 쳐다보며 살기를 권한다. 그 하늘이 순수해지라고,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쳐주고, 권력, 그것 새털 같은 것이라고 가르쳐줄 터이므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