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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窓] 아름다운 것들의 힘/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아름다운 것들의 힘/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방송을 하는 나는 매주 서울에 간다. 서울에 있다가 이곳에 내려오면 온몸에 생기가 도는 것을 느낀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코끝을 스치는 맑은 공기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꽃들의 미소와 연둣빛 산색. 그렇지, 바로 저것들이었어. 내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가슴에 행복을 남기는 것들이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밤이면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아침이면 투명한 햇살들과 새들의 울음소리. 이 모든 것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의 빛들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모든 생명이 빛을 의지해 크듯이 나의 마음에도 빛들이 찾아오고 그 속에서 평화롭게 성장해 가는 나를 느낀다. 내가 사는 곳은 남쪽 끝에 자리한 섬, 남해다. 이 섬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는 가깝다. 이들은 다 친구고 친척이다. 이방인이 별로 없는 섬에서 나는 이방인이다. 나는 이들의 친척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7년을 살고 있다. 100년을 살지 못하는 인생에서 7년은 긴 시간이다. 7년 동안 이곳 사람들과도 친숙해졌지만 이곳의 산하와 더욱 가까워졌다. 남해의 바다와 산을 보면 이제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낀다. 내가 어딘가 가 있으면 이곳의 바다와 바람과 햇살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내게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일으키는 곳이 남해가 되어버렸다. 본시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기를 좋아하는 우리네 삶에 고향처럼 타향이 다가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수채화 같은 남녘의 섬이 내 마음속으로 나도 모르게 들어와 향수를 일깨우는 것이다. 화전. 이곳의 옛 이름은 화전이었고, 그 옛 이름을 통해 이곳이 얼마나 꽃이 많았던 곳인가를 상상할 수 있다. 두모 마을에는 유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다정 저수지 앞에는 해마다 오월이면 튤립이 한창이다. 군에서 관리하는 튤립 군락지는 자그마한 저수지를 앞에 두고 있어 꽃들이 더욱 예쁘게 보인다. 물빛 머금은 튤립의 그 신선함. 튤립이 한창일 때면 나는 이른 아침에도 나가서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일몰 시간이면 다시 꽃들을 찾아가고는 한다. 그때마다 나는 꽃구경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꽃들과 만나고 있다. 이들이 어디서 그토록 환한 미소를 지어 보았겠는가. 지치고 두려운 세상 속에서 이들이 짓는 이토록 환한 미소는 꽃들이 보내는 선물인 것이다. 사랑도 잠시인 것이 되고 정직도 지키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그들은 튤립이 건네는 정직과 영원한 사랑의 언어를 듣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꽃처럼 행복하게 미소짓는 곳. 이제 그곳이 과거로 사라져 갈 형편이 되었다. 내년이나 후년이 되면 그 아름다운 꽃밭을 4차선 도로가 관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꽃대를 짓밟으며 아스콘 도로가 깔리게 되고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와 꽃들의 영원한 사랑의 말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야 말 터이다. 남해는 그 옛 이름이 화전이었듯 사람들이 꽃처럼 모여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의 하나이다. 도로보다는 꽃길 하나 더 내는 것이 현명하고, 자동차들의 질주보다는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머물게 하는 것이 더 남해에 맞는 일이다. 법정 스님은 남해를 수채화 같은 섬이라고 했다. 언젠가 불일암에서 뵈었을 때 제주도보다도 더 친근감이 간다고 했다. 남해는 수채화 같은 서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그것을 아름다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있고 별이 돋는 곳에서 사람들은 영혼의 힘을 얻는다. 삶에 지친 자,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다시 평화롭게 일어서는 것을 보라.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힘인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름다움을 잃는 것은 곧 생기를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산사에서 만난 별들과 다정에서 만난 튤립들. 그들은 모두 내게 영혼의 힘을 선물한다. 그것이 어디 나에게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이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맑은 생명의 힘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도심 쇼핑몰 옥상에 풋살 경기장 열렸다

    도심 쇼핑몰 옥상에 풋살 경기장 열렸다

    도심 복합쇼핑몰 옥상에 풋살 경기장이 들어섰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아디다스와 함께 건물 7층 옥상에 5인제 미니축구 형식으로 풋살 경기를 할 수 있는 ‘아디다스 올인 파크’를 개장했다고 26일 밝혔다. 아디다스 올인 파크는 국제 규격에 맞는 길이 41m, 너비 22m의 인조잔디 구장으로 관중석도 갖췄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유통시설 옥상에 풋살 전용 경기장이 조성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있는 데다 백화점과 영화관, 전문 식당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 안에 있어 여가생활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은 유소년 축구교실과 성인 프로그램을 상시로 운영하고 향후 정기적으로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평일과 주말에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파크몰 홈페이지(www.iparkmall.co.kr)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주간(오전 8시~오후 6시) 기준 1경기(2시간)에 평일 7만원, 휴일 8만 5000원이다. 개장식에는 정몽규(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아디다스 코리아 지온 암스트롱 대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 전 축구 국가대표 안정환·송종국 등이 참석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LFP] ‘레알 호날두’ 짜릿한 결승골…메시와 득점경쟁서도 1골차로 앞서

    ‘스피드 레이서’ 같았다. 메수트 외질이 오른쪽에서 찔러준 공을 이어받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정확히 골망을 갈랐다. 수비수 두 명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빠른 발이었고 몸을 날린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팽팽한 1-1 균형을 깨뜨리는 짜릿한 결승골. 그러나 호날두는 화끈한 골 세리머니 대신 흥분한 관중과 팀 동료를 자제시키는 제스처를 취하며 스스로를 다스렸다. 그만큼 승리가 절실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호날두는 맘껏 웃었다. “아주 위대한 경기였다. 모두 기뻐하고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는 멋진 소감도 곁들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엘 클라시코’에서 이겼다. 2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바르셀로나를 2-1로 눌렀다. 레알 마드리드가 정규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은 건 200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캄프 누 원정에서 이긴 건 2007년 12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이날 승리로 승점 88(28승4무2패)이 된 레알은 바르셀로나(25승6무3패)와의 승점 차를 7로 벌렸다. 네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은 셈. 리그 11연승을 달리며 역전 우승을 꿈꾸던 바르사의 꿈은 흔들리게 됐다. 주인공은 단연 호날두였다. 후반 28분 결승골로 마음고생을 날려버렸다. 호날두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바르사와의 대결에서 화력이 떨어졌던 것도 이유였다. 지난 18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내준 뒤 또 입방아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골로 엘 클라시코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비난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득점 단독 선두(42골)로 리오넬 메시(41골)와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섰다. 레알은 프리메라리가 한 시즌 최다 골(109골)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 역시 레알. 1989~90시즌 우고 산체스와 부트라게뇨 등을 앞세워 기록했던 107골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꽃잎 날리는 봄날의 부끄러움/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열린세상] 꽃잎 날리는 봄날의 부끄러움/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심한 독감으로 며칠을 끙끙 앓다가 이따위 감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공원에 줄넘기를 하러 갔다. 조금 움직이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어린 소녀가 다가와 앙증맞은 손으로 뭔가를 내게 내밀었다.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공원 저편 벚꽃 나무 아래 소녀의 어머니와 어린 동생이 자리를 깔고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요구르트를 마셨다. 땀 흘리는 나에게 마실 것을 주려고 한 소녀의 어머니, 예의 바르게 음료수를 건네는 소녀. 그들의 머리 위로 하얀 벚꽃이 훈훈한 봄바람에 눈처럼 날리고 있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춤을 추듯 뛰어노는 아이들. 꽃이 사람이고 사람이 꽃인 황홀한 세상에 사는 천사 같은 이들.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고귀한 예술’이라고 목청껏 떠들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초롱초롱한 학생들 머리 위로 꽃잎이 춤을 추듯 내리고 있었다. 남에게 베푼다는 것이 이렇게 큰 감동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펼쳤다.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채 물질만능주의에 오염되어 부끄러움을 잊고 살아가는 이기적인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작품을 읽는 순간, 나는 지독한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아무 사심 없이 정말 선의로 요구르트 한 병이라도 선물한 적이 있는지. 돌이켜 보니 예전에는 남에게 베푼 적이 그래도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만 편하면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삶만을 살아온 듯하다.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기는커녕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이제는 제 자신에게조차 정직하지 못한 그런 속물이 되어 있었다. 딸도 독감이 들어 힘들어했다. 너무 아파하기에 아르바이트를 쉬라고 했다. 그런데 딸은 약속한 것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된다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딸에게 정직해라, 나쁜 짓 하지 마라, 남을 괴롭히지 마라고 가르쳤던 내가 이제는 딸에게 정직함과 신의를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나는 시간 없다고 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몰았고, 내 잘못을 남 탓으로 돌렸고,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따지면서 살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도 참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해왔다.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되었다고 과감히 비판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정작 나는 불의를 외면해 왔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자신까지 속이면서 삶의 진정한 감동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나는 바담 풍(風) 해도 너는 바람 풍(風) 해라’ 하면서 살아온 격이라 할까. 제자들에게는 젊었을 때 많이 여행 다니고 견문을 넓혀라 말하면서, 정작 대학생 딸에게는 밤에 늦지 말고 일찍 들어와라, 위험하니 여행 다니지 마라 따위의 잔소리를 하는 나는 영락없는 거짓말쟁이에다 이중인격자임에 틀림없다. 수신제가(修身齊家)라 했건만, 내 한 몸조차 제대로 닦지 못하면서 무엇을 다스린다는 말인가. 하물며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이들을 보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금수보다 못한 인간들이라 욕했건만, 나 또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난다. 벚꽃 날리는 봄날, 나에게 이런 부끄러움을 깨우쳐 준 소녀와 그 가족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들이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나도 오늘의 이 부끄러운 감정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딸에게, 제자들에게 제대로 된 아빠와 스승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될 수 없겠지만, 순결한 꽃 앞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한국재발견(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한반도의 남쪽 끄트머리 통영과 이웃하고 있는 경상남도 고성군. 이곳은 금관가야의 김수로왕과 함께 구지봉에서 태어난 여섯 아들 중 막내 김말로가 나라를 세운 이후 아홉 임금이 461년 동안 다스린 소가야가 있었던 곳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바다 위를 수놓은 무수한 섬들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고장 경남 고성을 소개한다.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식구들 눈치 보는 윤희가 마음에 걸린 귀남. 형제들과의 자리를 만들어 그동안의 어색함을 좁혀 가며 잘 지내 보고자 노력한다. 한편 우연히 일숙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된 윤희는 깜짝 놀라고 만다. 순애는 라디오 출연을 위해 간 방송국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팬들 ‘엄반사’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2003년 11월 한 여인이 자신의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일명 꽁지라 불린 여인이었다.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몸에는 무려 26군데의 칼로 찔린 상처가 있었다. 집은 강도 살해로 보이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찌른 횟수에 비해 깊은 상처는 적었는데….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건(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당마다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시기 정치성은 처절할 만큼 엉망으로 망가지며 당 대표의 기분을 맞춰 주고 있다. 그는 오늘도 조은 저축은행 회장에게 받은 검은돈을 당 대표에게 건네며 공천권 획득에 여념이 없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놀이터에서 순식간에 아이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놀이터에는 범인이 남긴 흔적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지던 날 범인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된다. 과연 그 사진 속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누구였을까.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사노 아미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발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건넨다. 그녀는 1990년 손과 발이 없는 사지무형성 장애로 태어났다. 하지만 22살인 지금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속눈썹 화장을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놀랍고도 가슴 뭉클한 그녀의 일상을 엿본다. ●OBS 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4·11 총선으로 주요 격전지에서 당선된 당선자들과 함께한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초대 대변인과 민주개혁 인천시민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인천 남동을 지역의 윤관석 당선자를 만나 본다. 새로운 길로 들어선 정치 초년생 윤 당선자. 그가 꿈꾸는 인천과 대한민국의 발전, 포부를 들어 본다.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목수 양성 사관학교’ 청도한옥학교를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목수 양성 사관학교’ 청도한옥학교를 가다

    우리 고유의 전통 주거가 사라지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비롯해 서양식 주택이 들어선 지 오래다. 간혹 길을 가다가 한옥을 마주하면 문득 그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을 놓고 누울 수 있는 널찍한 마당과 시원한 대청마루, 햇살이 은은히 비치는 창호. 그리고 처마 밑 풍경이 아름다운 ‘한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느끼는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창호·처마·대청마루의 건강함을 찾아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내 손으로 직접 한옥을 짓는 방법을 배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찾아간 곳은 경북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산 중턱에 위치한 ‘청도한옥학교’. 전통 한옥의 맥을 잇기 위해 설립한 지 10년째 되는 일명 ‘목수(木手) 양성 사관학교’다. 정문 구실을 하고 있는 일주문을 뒤로하고 학교에 들어서자 나무 향기가 물씬 풍긴다. 목재를 쌓아 놓은 실습장과 실습생들이 만든 사모정과 육모정이 곳곳에 눈에 띈다. 지금 47∼49기(기별 3개월 과정) 교육생 80여명이 한옥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참선과 요가로 마음을 다스린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야 한옥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일념에서다. 교육생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학생부터 공무원, 중소기업 사장, 교사, 교수, 금융인,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 변숙현(52) 교장은 “간혹 손수 한옥을 지어 살고 싶어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목수의 길을 걸으려는 전업 희망자, 한옥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옥학교의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한옥에 대한 꿈과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다. 대구에서 온 한의사 신명훈(61)씨는 “노부모를 모시고 아파트에서 일곱 식구가 사는데 식구들의 건강을 챙겨 주는 집을 짓기 위해 지금 짬을 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풍수에 맞는 한옥 마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전남 순천의 마흥식(54)씨와 서울에 살다 귀농을 결심한 강정수(39)씨는 전업 목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교육생은 대학생부터 사장까지… 9년간 2000명 졸업 목수로서의 기초과정을 배우고 나면 30여명의 수강생이 직접 나무를 깎고 기둥을 세워 한옥을 짓게 된다. 심화과정은 6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기초이론 과정을 마친 2학년생들의 실습장에선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다. 홍일점인 고선미(33)씨는 서울 대치동의 영어 학원 강사 출신이다. 그녀는 “아직은 대패질이 서툴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는 교수님 칭찬에 어깨가 아픈 줄도 모른다.”며 웃는다. 교육과정이 끝나면 교육생들이 함께 한옥 한 채를 짓는데 그렇게 해서 세운 한옥건물이 많기도 하고 양식도 갖가지다. 청도한옥학교는 2003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2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중 70%가 목수가 됐다. 변 교장은 “선조들의 멋과 지혜에, 현대인의 가치관과 기술을 접목해 시대에 걸맞은 한옥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툰 솜씨로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을 하며 저마다의 꿈을 담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멋을 배우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 이들 초보 목수들이 흘리는 땀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창조했던 한옥의 문화를 재음미해 본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김수현 한국관광홍보대사로

    김수현 한국관광홍보대사로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 김수현을 한국관광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8일 밝혔다. 위촉식은 서울 청계천로 관광공사에서 열렸다. 김수현은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 ‘해품달’에서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순애보와 나라를 다스리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왕 이헌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 극찬을 받았다.
  • [문화마당] 한류와 레이디 가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한류와 레이디 가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기억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짝이 음반 한 장을 들고 왔다. 주다스 프리스트였다. 모든 음반이 불타고 달랑 한 장 남았다며 피식 웃었다. 집에서 이런 난잡한 음악을 들으면 대학도 못 가고 폐인이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이해하진 못 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며 웃어넘겼다. 그렇다고 우리는 집을 나가겠다거나 비뚤어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헤비메탈 음악을 더 열심히 들었다. 그 후로 친구는 대학에 진학해 학군단 장교가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해 결혼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현재 학원 사업을 하는 어엿한 가장으로 매주 아이들과 캠핑을 다닐 만큼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2012년 2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콘서트에서 주다스 프리스트를 만났다. 20년도 더 된 추억을 공연장에서 끄집어내면서 40대의 두 남자가 감회에 젖었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하지 말라고 성화를 부렸던 어르신 덕에 무엇이든 더 깊이 있게 알려고 했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편으로 참 고맙게 여겨진다. 언뜻 보기에 해롭다고 여기신 것들에 대해 무조건 손사래를 친 것이 어찌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하며, 걸러 들었던 삶의 연속이었던 같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가진 10대의 추억은 아마도 그런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학교 앞 만화방에서 도색 잡지를 훔쳐보거나 미성년자 출입 금지였던 동시 상영 영화관에서 에로티시즘 영화를 봤던 것이 인생에서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왔다며 가슴을 치는 40대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그러한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호기심과 상상력들을 키워냈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삼은 예술가들이 참으로 많은데 말이다. 어떠한 일탈도 허용하지 않고 공부만 했던 10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혜안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레이디 가가 공연이 만 18세 미만 관람 금지 판정을 받은 것은 재미난 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레이디 가가의 공연 등급을 이같이 판정한 것은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레이디 가가의 노래 ‘저스트 댄스’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했고, 이 노래가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유해매체로 지정된 문제의 가사는 ‘나 오늘 좀 많이 마신 것 같아.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네. 흔들리는 춤 속으로 달려들어 내 술이 없잖아.’였다. 또 공연 영상들의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는 것도 이유였다. 더 재미난 것은 레이디 가가의 아시아 6개 공연국 가운데 유해 공연 판정을 받은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2009년 그녀의 내한 공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분류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로 남는다. 2008년 여름 잠실에서 열린 메릴린 맨슨 무대와 지난달 주다스 프리스트의 공연은 청소년 무해 판정을 받았다. 광기 어린 독설과 공격적인 가사는 오히려 레이디 가가의 선정성을 뛰어넘고도 남지만 일관성과 형평성에 상당한 의혹을 남기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낯뜨거운 광고를 즐비하게 방치한 것에 비하면 차라리 세계의 트렌드를 잡아낸 한 아티스트의 무대 퍼포먼스를 보도록 하는 것이 떳떳해 보인다. 이 같은 판정에 레이디 가가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은 결정인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알렸다. 전 세계 2000만명이 넘는 그녀의 팔로어들이 이 글을 보았으니 의미심장하다.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누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마당에 이 같은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불신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류라 떠들고, 위해라 눈을 감는 오늘의 잣대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예능은 행정의 잣대가 아니라 감성의 안목이어야 한다.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 천식은 촌각 다투는 질병···아토피·비염보더 더 위험

    천식은 촌각 다투는 질병···아토피·비염보더 더 위험

     과거와 비교하면 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완치가 어려운 질환들이 있다. 아토피, 비염, 천식 등 3대 알레르기 질환도 이에 해당한다. 이들 질환은 서로 다른 질병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릴 때 잘 발병한다는 것과 면역력이 약할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질병을 꼽으라면 천식을 들 수 있다. 아토피와 비염도 치료가 어렵고 환자를 괴롭히는 질병이긴 하지만 천식처럼 촌각을 다툴 만큼의 응급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식은 응급실과 입원실을 반복해서 가야 할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천식은 폐 속 기관지에 알레르기성 염증이 생긴 것으로 기관지 점막이 붓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통로가 좁아지는 호흡기 질환이다. 천식을 앓는 환자가 감기에 걸리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더욱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천식의 주요 증상은 호흡 곤란과 기침, 가래다. 천식에 걸리면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거치며, 숨을 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기도 한다. 또 가래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마른기침을 자주 한다. 천식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심한 발작이 일어나 숨이 멎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천식에 걸리면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처음에는 목감기나 코감기에 걸렸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침, 가래와 호흡곤란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천식은 주로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물질인 알레르겐에 의해 유발된다. 집먼지진드기는 소아 천식 발병 원인의 8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알레르겐이다. 이외에 꽃가루, 동물의 털과 비듬 등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천식은 유전적인 영향도 크다. 가족 구성원 중 과거 천식 병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하는 것이 좋다.  천식 치료 방법으로 항염증제와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좁아진 기관지를 넓히는 치료를 흔히 하는데 이러한 치료는 잠시 증상을 완화할 뿐이다.  한의학에서는 천식을 몸의 균형과 면역체계가 무너져 특정 알레르겐에 과민 반응하는 상태로 본다. 따라서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한의학에서는 호흡을 관장하는 기관인 폐를 오장육부 중 으뜸으로 보고 있으며, 으뜸장기인 폐가 건강해지면 인체의 면역력이 증강하고 자가치유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본다.  천식과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은 외부의 기운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폐를 강화시킴으로써 근본적으로 다스린다. 폐가 상했을 때 우리 몸이 내보내는 신호가 기침이므로 건조해진 폐를 촉촉하게 적셔주고, 기관지의 가래를 묽게 해 기침을 줄이는 처방을 한다.  치료와 더불어 평소 건강 전반과 폐를 튼튼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순환기와 호흡기를 튼튼하게 하는 유산소 운동이 좋은데, 처음부터 무리하면 위험하므로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천식환자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바로 수영이다. 수영은 따뜻하고 포화 수증기가 많은 곳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호흡 운동을 통한 수분의 손실이 적으면서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이므로 천식을 치료하는데 최적의 운동이다.  또 매일 따뜻한 물을 적당히 마시면 가래를 묽게 하여 기도에서 가래가 쉽게 배출된다. 과식은 천식 발작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음식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으며, 너무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 편강한의원 명동점 박수은 원장>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씨줄날줄] 바람/임태순 논설위원

    바람만큼 인류 문명이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없다. 삼국유사에 보면 환웅이 인간을 다스리려 하늘에서 내려올 때 우사(雨師), 운사(雲師) 등 비와 구름을 가져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람인 풍백(風伯)이었다. 비, 구름보다도 바람이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기 순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이다.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찬 공기가 내려와 빈 공간을 메워주게 된다. 바람은 바다와 육지, 고도 등 지표면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물론 지구 회전 에너지의 영향도 받는다. 바람은 위도에 따라 규칙적인 흐름을 보이는데, 적도 위아래의 아열대 지역에서 적도를 향해 서서히 부는 바람이 무역풍이다. 이 북동무역풍을 이용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은 사람이 콜럼버스다. 15~17세기 대항해의 시대에 유럽 항해가들이 무역풍으로 지구의 지평을 넓혔으니 무역풍(貿易風)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당연하다. 반면 적도 북반구와 남반구 각각 위도 30도와 60도 사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이 편서풍이다. 편서풍은 따뜻하고 온난한 북대서양 해류를 유럽대륙으로 몰고 와 유럽지역은 위도가 높은데도 겨울철에 우리나라에 비해 덜 춥다. 삼국지에서 조조에게 적벽대전의 패배를 안긴 것도 바람이었다. 강하게 불어오는 남동풍에 조조의 배는 싸움 한번 변변히 해보지 못하고 불길에 휩싸였다. 바람은 시인들의 인문학적 상상력, 감수성을 자극한다. 영국의 셀리가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서풍부’(西風賦)의 시상을 떠올린 곳도 이탈리아 피렌체의 숲에서 불어오는 서풍이었다. 서정주도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윤동주가 ‘서시’에서 부끄러운 과거를 통절히 반성하면서 괴로워한 것도 ‘잎새에 이는 바람’이었다. 바람은 이처럼 희망에서 시련과 역경이 되기도 하고, 고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국 곳곳에 많은 피해를 안긴 사상 유례 없는 봄 강풍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4월이면 약해져야 할 시베리아 고기압세력이 늦게까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이상 저온 현상까지 몰고와 희망과 생명의 봄을 사납게 만든 것이다. 농작물이 해를 입은 것은 물론 강풍으로 전력 공급이 끊겨 지하철이 멈추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오늘은 향후 4년을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민심은 선거 때마다 요동쳐 변화를 가져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심은 바람을 탈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무슨 바람이 불어 어떤 정치 지형도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신라시대 남자기생 그 도발적 캐릭터… 나부터 끌리고 말았죠”

    “신라시대 남자기생 그 도발적 캐릭터… 나부터 끌리고 말았죠”

    ‘신라시대에 진성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 기생이 있었다?’ 독특하고 도발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신선한 공연이 올봄 관객들을 찾아간다.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의 이야기, 뮤지컬 ‘풍월주’가 바로 그것. 작품은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이 높은 신분의 여성들을 접대하는 ‘운루’를 배경으로 한다. 운루에서 각자 사연을 품고 생활하는 남자 기생을 ‘풍월주’(風月主)라 부른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풍월주인 ‘열’은 핏빛 개혁을 한 ‘진성여왕’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운루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사담’을 향해 있다. 소재가 독특해서인지 몰라도 풍월주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본 공연 전 프리뷰 공연 8회차의 티켓 2400장이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을 정도다.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창작 뮤지컬 ‘풍월주’에서 주인공 ‘열’ 역을 맡은 배우 성두섭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성두섭은 풍월주 대본을 받자마자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원래 계약 직전까지 간 다른 작품이 있었지만, 풍월주의 대본을 읽게 되면서 풍월주 ‘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다른 작품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풍월주를 하고 싶었어요. 남자 기생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신선했고, 열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팠거든요.” ●“남녀 모두에게 매력적인 모습 전달” 그가 맡은 ‘열’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성두섭은 요즘 고민이 크다고 했다. 관객들에게 열이 왜 남자와 여자 양쪽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을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가 분석한 열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인물이란다. 그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지만 상처가 있는 진성여왕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담이라는 오랜 친구와 깊은 우정이자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바로 열이란 인물이에요. 매력적이죠.”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성두섭은 그간 꾸준히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05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그리스’(2007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2007년), ‘김종욱 찾기’(2008년), ‘내마음의 풍금’(2009년), ‘빨래’(2010~2011년), ‘늑대의 유혹’, 연극 ‘옥탑방 고양이’ 등에 출연하며 쉴새 없이 달려온 것. ●“아버지 덕에 중학생 때 방황 대신 댄스 몰입” 지금의 성두섭이 있기까지는 아버지의 지지와 응원의 힘이 컸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갑자기 전학을 갔다. 다소 방황할 뻔했던 그 시기 아버지가 지역 신문에 조그마하게 난 복지회관의 중학생 댄스팀 오디션 공고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 길로 복지회관으로 달려가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 전국대회까지 나가는 수준급 댄서가 됐다. 그때의 무대 경험 등이 밑바탕이 돼 그는 연예인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서울예술대학 연극영화과에 수능 없이 100% 실기로 합격했다. 재수생 시절, 연기학원에서 만난 친구 3명과 함께 입학시험을 봤는데 홀로 붙게 됐다고. 그때 함께 시험 본 친구들 가운데 2명이 tvN 코미디 빅리그의 ‘따지남’ 개그맨 윤진영, 김필수이다. 그는 “사실 대학에 안 가려고 했는데, 진영이랑 필수가 연기하려면 서울예대를 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얼떨결에 시험 보러 갔다가 저만 합격해 엄청 미안했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면접시험에서 특기 하나 준비하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 무대 위에서 갈고닦은 춤 실력과 각종 개인기로 심사위원들에게 그를 알린 게 합격의 비결이란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의 출발은 아버지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었다는 게 성두섭의 설명이다. 성두섭의 아버지는 지금도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아들의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영화·드라마서도 활동하고 싶어” 그는 대학 생활을 1년 정도밖에 누리지 못했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했고, 프로 공연 무대에 조금씩 서게 되면서 제때 복학하지 못해 제적된 상태라고. 하지만 짧은 대학생활을 통해 그는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신입생 시절 학교 선배들의 뮤지컬 ‘페임’ 무대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되겠노라 다짐했다고. “강태을 선배 주연의 ‘페임’ 공연을 보고 가슴이 뛰었죠. 제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게 바로 뮤지컬이더라고요.” 그는 지금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생활이 아주 행복하단다. 뮤지컬 무대는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성두섭의 변화가 기대된다. 한편 뮤지컬 ‘풍월주’는 5월 4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에서 공연된다. 4만~5만원. 1577-336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사회에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사회에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연암 박지원은 1780년에 열하에 갔다가, 청나라 건륭제의 70세 탄신일에 맞춰 여러 연희 집단이 날마다 거리에서 환희(幻戱)를 하는 것을 보았다. 환희는 요술에 가까운 연극을 말한다. 연암은 20여개의 연극에 관한 목록인 ‘환희기’를 작성하고, 그 서문으로 ‘환희기제사’(幻戱記題辭)를 적었다. 이 글에서 연암은 광피사표(光被四表)라 쓰여 있는 패루 아래를 지나갈 때의 일을 기록해 두었다. 당시 패루 부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땅을 흔들 정도로 웃어댔고, 싸우다 죽었는지 한 사람의 시신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연암은 참혹한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연암의 시중을 드는 종자가 뒤에서 급하게 쫓아오며 괴이한 구경거리가 있다고 하였다. 연암이 멀찌감치 서서 그게 무엇이냐고 묻자, 종자가 말하기를 “어떤 사람이 하늘에서 복숭아를 훔치려다가 파수꾼에게 맞아서 땅에 떨어졌다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연암은 해괴하다고 꾸짖으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길을 갔다. 유학의 이념에 따르면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허탄한 것은 입에 담지도 말아야 했으므로, 요술에 가까운 연희는 금지해야 마땅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길, “이런 재간을 부려 생계를 꾸리는 자들이 나라의 법률로 처단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연암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국은 땅이 크고 넉넉하여 기괴한 자들도 포용해서 함께 길러내므로 그런 것이 정치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천자가 좀스럽게 이런 것들을 일일이 따져서 추궁한다면 그자들은 도리어 깊고 으슥한 곳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때때로 나와서 야단을 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천하의 근심이 아주 커지게 될 것입니다. 날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장난삼아 구경하게 하면 아낙네나 어린아이라고 하여도 이것이 요술인 줄 알아서, 마음으로 놀라게 하고 눈으로 보고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군주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환희기제사’는 열하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공연예술을 거론하면서 실은 중국과 조선의 통치원리에 대해 비교한 정치문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암은 중국이 환희를 용납하는 것은 ‘사람마다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각각 그 그릇에 맞게 함으로써 모두 다 극(極)에 모이고 극으로 돌아오게 하는’오묘한 방식이라고 판단하였다. 극이란 일정한 푯대를 뜻한다. 그렇다고 고착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연암은 조선의 당시 정치문화가 관용적이지 못하여, ‘군주가 좀스럽게 일일이 따지고 추궁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암암리에 비판한 것이다. 연암은 민중들이 신비주의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되, 그 원인이 일상 경험의 편협성에 있다고 여겼다. 그 자신도 조선을 벗어나 드넓은 세계를 여행함으로써 경험 세계의 폭을 넓힘으로써 인식을 확대할 수 있었다. 연암은 경직된 이념을 앞세우기보다는 지식인이든 민중이든 ‘주어진’ 세계를 폭넓게 받아들임으로써 비이성의 논리에 현혹되지 않는 심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경직된 이념이나 원리의 관점에서 보면 세간의 잡다한 언설과 행동은 비이성적이고 퇴행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고전에 따르면, 정치의 원리는 그러한 잡다한 언설과 행동을 금압하는 데 있지 않다. 특히 민중의 대항언론 등 모든 언설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너그럽게 포용하여, 그 언설이 현실에서 유효성을 검증받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가르치기도 하였다. 세간의 잡다한 언설과 행동들 가운데는 이성의 논리인지 비이성의 논리인지 판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의 언설과 행동을 일일이 추궁하기보다는 그 언설과 행동이 자신의 논리를 갖추어 현실에서 검증받을 때까지 지켜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정치사회는 관용의 정신이 부족한 듯하다. 타인의 언설과 행동을 비이성의 것으로 치부하고 타인을 억압하려는 경향이 곳곳에 드러난다. 하지만 연암의 말을 빌리자면, 각 계층이나 각 개인이 자기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각각 자기 그릇에 맞게 살아 나가서 저절로 극에 모이고 저절로 극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리라고 본다.
  • [인사]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담당관 박노익△위원장비서관 김경만◇과장△방송통신진흥정책 정현철△전파정책기획 오용수△주파수정책 최준호△통신이용제도 홍진배△네트워크기획 최성호△인터넷정책 김정렬△시청자권익증진 엄열◇팀장△지능통신망 김정태△ITU전권회의준비 배중섭◇국립전파연구원△전파자원기획과장 허원석△정보운영팀장 구영섭◇중앙전파관리소△전파보호과장 허성욱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주중화인민공화국 대한민국대사관 하현봉 ■국세청 ◇고위공무원 <직무대리>△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신재국◇부이사관 <전보>△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김현준△광주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황용희<승진>△국세청 법무과장 이은항◇서장급 <국세청>△전산기획담당관 이준오△법규과장 김주연△소비세〃 유재철<중부지방국세청>△조사1국 국제거래조사과장 이홍로△화성세무서장 이천길△분당〃 강성준△천안〃 전재원<광주지방국세청>△조사1국장 이준일<부산지방국세청>△세원분석국장 안광원△서부산세무서장 강수구◇복수직 서기관 <중부지방국세청>△조사1국 국제거래조사과 이원봉[조사4국]△조사1과 박금구△조사2과 김성수 최대열△조사3과 김광수 ■한국투자공사 ◇임명 △투자운용본부장 이동익 ■에너지관리공단 ◇부이사장 △경영전략이사 나용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감사 김해수 ■국립예술자료원 △사무국장 정철 ■서울메트로 △기획지원본부장 이무영△고객서비스〃 황춘자△안전관리단장 안세련△신사업추진〃 정수영◇처·실장급 <처장>△전산정보 오영명△성과관리 오재강△영업전략 전영일△영업관리 양회근△고객만족 김종태△기술조정 박한용△전기통신 최승봉△궤도신호 고영환△기계전자 김정기△토목건축 구본우△철도사업 권환동△사업개발 박태성△부대사업 이승범<실장>△감사 배종한<원장>△인재개발 송개평△기술연구 김성수<센터장>△자재관리 장상덕<사업소장>△군자차량 이병두△신정차량 이도선△전기통신 소선영△궤도신호 오희완△기계전자 한기중△토목건축 이태수 ■세계일보 ◇전산제작단 △총괄제작국장 지찬희 ■뉴시스 △이사(부사장 겸임) 엄지도 ■코리아타임스 △상무 이창섭△논설주간 사동석△편집국장 오영진 ■KBS N ◇본부장 △마케팅 조봉호△콘텐츠 이기원◇국장△편성 김정환△스포츠 이기문△광고1 직무대리 김병관◇실장△전략기획 서경원 ■신한금융투자 ◇신임 △호남충청영업본부장 황명선 ■메리츠종금증권 ◇승진 <전무>△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 김기형<상무>△지점1지역본부 김상철△지점2지역본부 송영구△지점3지역본부 정해덕△광화문지점 문필복△자산운용본부 김병주<상무보>△자금관리본부 권유훈△경영지원본부 이동진△리스크관리본부 길기모△특수투자금융팀 김석순◇전보△지점4지역본부장 권경만 ■KTB투자증권 ◇승진 <상무>△전략기획본부 이화열<상무보>△IT기획팀 김영호△비서실 정영철△리스크관리팀 정원식△법인영업팀 정기원△기업분석팀 송재경△Credit Market센터 김인석<이사대우>△WM팀 현재욱△회계팀 평기호△영업추진팀 김상철△역삼지점 박종탁△법인영업팀 위성창△자산운용팀 이재윤△CM팀 이동훈△채권운용팀 정준 ■키움증권 ◇승진 <상무>△리서치센터 김성인<이사부장>△법인영업1팀 우재준△투자금융팀 구성민△AI팀 김우형 ■교보생명 ◇승진 <신규 집행임원(상무)> [본부장]△호남FP 김호욱△법인2 이재홍△법인3 신연재△방카슈랑스 유영진△소매여신사업 류삼걸[팀장]△SIU 서성렬△리스크관리지원 배우순△경리 신상만△노경협력 강석정<임원보> [FP지원단장]△용산 김동찬△동래 이상기△경남 최화정△청주 이종진[팀장]△디지털마케팅지원 김성수△투자자산심사 민욱◇전보△부산FP본부장 박영진△퇴직연금마케팅팀장 김정태△법인4본부장 이광승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 △마케팅 오퍼레이션즈 사업본부 박정우△기업고객사업본부 김양섭◇이사△공공사업본부 최수호 신종회△일반고객사업본부 이정민△온라인 서비스 사업본부 최태형 ■씨앤앰 △전략부문장(씨앤앰미디어원 대표이사 겸임) 성낙섭 ■한국애보트 △EPD의약품사업부 제너럴매니저 이명세 ■보령제약 ◇이사대우 △NEPHRO MKT 윤안미△해외업무팀 이주한△CLINIC 3 Biz Unit 강경호 ■보령제약그룹 전략기획실 ◇이사대우 △Lagal Part 김진수 ■보령메디앙스 ◇이사대우 △생산부 백남용△TC그룹 김동혁 ■보령바이오파마 ◇이사대우 △생명공학 연구1팀 정용주 ■킴즈컴 ◇이사대우 △홍보팀 이준희 ■동양 ◇전보 △상무 이종석◇선임 <건설부문>△대표이사 사장(동양시멘트이앤씨 대표이사 겸임) 김정득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전보△이사대우 박재용 ■동양시멘트 ◇승진 △전무 김종오△상무 박승수◇전보△상무보 왕성호 이상화 ■동양증권 ◇승진 △전무 최영수 서명석△상무보 남영보 고성일 신남석△이사대우 임민수 민경배 ■동양인터내셔널 ◇승진 △이사대우 한효덕◇선임△대표이사 부사장(전략기획본부 부사장 겸임) 황현택 ■미러스 ◇승진 △이사대우 김성훈 ■동양레저 ◇전보 △상무보 이정호 ■한성레미콘 ◇전보 △대표이사 상무 전홍기 ■동양시스템즈 ◇선임 △상무보 성재원 ■동양생명 ◇전보 <사업단장>△방카서부 고기탁△방카중부 장우진<센터장>△엘리트 윤준호△에이스 박인규△HB 마이다스 왕상호△빅토리 박종린
  • 깊은 가락·정제된 춤, 藝의 완성을 보이다

    깊은 가락·정제된 춤, 藝의 완성을 보이다

    새하얀 한복을 입은 무용수 12명이 원형을 그리며 명상을 하듯 앉아 있다. 공간을 메우는 것은 조심스럽게 튕기는 가야금 선율과 그에 반응하는 장구의 두드림뿐이다.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의 첫머리인 ‘다스름’ 뒤에 이어지는 진양조에서 천천히 무용수들은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상체를 숙였다가 젖히고, 절반쯤 일어났다가 앉기를 반복하면서, 봄 기운을 느낀 매화가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듯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언뜻언뜻 속살이 비치는 얇은 저고리에는 색색의 가슴띠로 포인트를 주고, 노랑·주황·파랑·보라 등을 은은하게 녹인 풍성한 치마 차림에는 당의 저고리 아래로 보색 천을 덧댄 것이, 의상만으로도 패션쇼를 보듯 멋스럽다. 중중모리에서 휘모리까지 빨라지는 장단에 따라 움직임도 속도감을 더한다. 무용수들의 목에서 어깨를 타고 손으로 흐르는 곡선이나 손 모양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다가 멈칫하는 모습은 가야금 선율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절제미까지 느껴진다. 장구로 장단을 맞추는 황병기 명인 입에서 “얼쑤”, “좋다”, “그렇지” 등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지난 1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체육관에서 미리 맛본 김명숙 늘휘무용단의 ‘상·상(想·想)Ⅲ’은 연습 장면만으로도 기대감을 끌어냈다. ‘상·상’은 김명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대작 가야금 산조로 만든 무용작으로, 1999년 20분짜리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2006년엔 마지막 단모리 부분을 제외하고 1시간짜리 작품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이번 ‘상·상Ⅲ’은 70분을 모두 담았다. ‘춤으로 그리는 사계’를 부제로 달고 봄-섬진강의 매화, 여름-담양의 대나무, 가을-해인사의 노란 은행나무 숲, 겨울-오대산의 하얀 눈꽃을 그려낸다. 김 교수는 “이 곡을 듣고 매료돼서 무용작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감동을 담아내기에는 솔직히 내 역량이 부족했다.”고 고백하면서 “차근차근 만들고 다듬는 작업을 거쳐 이제야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턱에 턱턱 걸릴 때마다 황 명인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황병기)선생님께 ‘공연을 포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예술은 아무리 어려워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책임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황 명인도 본 공연에서 수제자 지애리의 가야금 선율에 장단을 맞출 예정이다. “예전에는 관객들에게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이 공연도 가야금 산조에 취하고 한국의 춤을 느끼면서 명상을 하듯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 ‘상·상Ⅲ’은 오는 1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3만~5만원. (02)3277-259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삼화저축銀 정·관계 로비 브로커 구속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삼화저축은행 정·관계 금융브로커 이철수(53)씨를 검거,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가 도주 1년여 만에 검거됨에 따라 삼화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를 전날 밤 10시에 경기 일산의 임시 주거지 앞에서 검거했다.”며 “이미 받아놓은 구속영장을 집행해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삼화저축은행의 실질적 대주주인 신삼길(54·구속 기소) 명예회장을 통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175억원을 불법 대출받거나 불법 대출을 기업체 등에 알선하고 오문철(59·구속 기소) 보해저축은행 대표 측으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비상장주식 52억원어치를 임의 처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씨는 평소 가명 5개를 사용하며 전문적인 ‘금융 브로커’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검거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도 이씨가 삼화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등 부실 저축은행들의 퇴출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제3의 인물들을 내세워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관계 로비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가 로비스트로 내세운 제3의 인물들과 로비 대상 인사들이 드러나면 또 한 차례 정·관계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씨 검거로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47)씨가 연루된 정보기술(IT)업체 ‘씨모텍’의 주가 조작 및 횡령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도 주목된다. 전씨는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사위다. 이씨는 2009년 7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모펀드인 ‘나무이쿼티’를 만든 후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전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씨모텍을 300억원에 인수한 뒤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571억원을 조달해 이 가운데 280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씨를 시세 조종 혐의로, 전씨를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승훈·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불법 정치후원금 英·佛 정계 강타

    불법 정치후원금이 유럽 정계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대선을 4주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시 불거진 ‘베탕쿠르 스캔들’이라는 대형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300만 파운드(약 416억원)의 기부금을 낸 재벌 등 보수당 후원자들을 총리 공관에 4차례나 불러 사적으로 만찬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근 프랑스 툴루즈 지역에서 발생한 국제적인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알제리계 프랑스인에 의한 연쇄 테러사건으로 보수 표 결집에 성공하며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와의 격차를 줄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때맞춰 터진 불법 선거자금 문제로 타격을 입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의 모녀 간 상속권 소송 사건의 특별검사로 지명된 판사가 사르코지가 2007년 대선 당시 로레알 상속녀인 릴리언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80만 유로(약 12억원)를 받았다는 의혹을 입증할 새 증거를 입수했다고 인디펜던트가 프랑스 언론을 인용,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르도에서 활동하는 장미셸 장티 수사판사는 베탕쿠르가 2007년 2월 파리의 한 술집에서 당시 사르코지의 선거운동본부 회계 담당자였던 에릭 뵈르프(전 노동장관)에게 40만 유로를 건넸으며 같은 해 4월 27일 두 번째 40만 유로는 사르코지 자신에게 직접 줬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장티 판사는 베탕쿠르의 내연남인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의 일기를 입수했는데 사르코지가 두 번째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날 바니에가 자신의 일기에 “베탕쿠르가 사르코지가 또 돈을 요구하길래 알겠다고 말했다.”고 썼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장티 판사는 또 지난 22일 베탕쿠르의 전 재정관리자였던 파트리스 드 메스트르를 체포해 조사했다. 그가 2007년 뵈르프에게 불법자금을 건넸다고 인정한 날짜보다 이틀 앞서 베탕쿠르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비밀리에 돈이 인출됐다는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베탕쿠르 스캔들’은 2009년 베탕크루와 그녀의 딸 프랑수아즈가 재산 분쟁에 들어가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사르코지는 “근거 없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한편 캐머런 총리도 정치헌금에 발목이 잡혔다. 이번 사건은 보수당의 재무책임자인 피터 크루다스가 재단 관계자라고 위장 접근한 영국의 선데이타임스 기자에게 “1년에 20만~25만 파운드의 정치헌금을 내면 총리와 다른 주요 인사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 동영상이 공개되며 촉발됐다. 지난 24일 크루다스는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영국 총선이 끝나고 2개월 뒤인 2010년 7월 기업인들과 미디어 대표 등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관으로 초대해 ‘감사의 만찬’ 자리를 마련한 데 이어 2011년 2월 28일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 더 이렇게 후원자들과 특별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에 떠밀린 캐머런 총리는 26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고 “어떤 저녁식사 자리도 정치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으며 국민들의 세금을 쓰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당은 내부 조사에 나서겠다는 집권 보수당의 계획을 묵살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보수당이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한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캐머런 총리가 직접 의회에 나와 기부자들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너무 늦은 결단… 추세반전 쉽지 않다”

    통합진보당 이정희(서울 관악을) 공동대표가 23일 야권 단일 후보를 사퇴하면서 야권의 단일화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총선 판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야권 경선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서울 은평을, 노원병, 고양덕양갑 예비후보들을 만나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다만 앞으로 20일도 채 남지 않은 4·11 총선 때까지 그 후유증을 얼마만큼 다스릴 수 있을지가 문제다.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올릴 동력까지 단시간 내에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야권 지지율은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에 연이은 통합진보당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일이 터지지 않는 한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이 공동대표의 사퇴 결단이 너무 늦어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공동대표 본인으로서는 결단을 내린 것일 수도 있지만 구도적으로 볼 때는 이미 늦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사퇴했어야 했는데 야권 연대가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요건인 총선 구도와 후보 경쟁력 면에서 이미 흠집이 났다.”고 지적했다. 야권이 이번 일로 갈등을 빚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동안 새누리당이 총선을 주도하고 야권은 끌려가는 구도가 돼버렸다고 분석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공동대표의 결단으로 이탈하려던 정당 투표자들을 다시 불러세울 수는 있겠지만 지지를 더 확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야권 입장에서 관악을 판세는 이미 망가졌고, 누가 출마한들 승산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프리메라리가] 레알 덮친 레드 폭탄

    레알 마드리드가 ‘레드카드 폭탄’을 맞았다. 레알은 22일 스페인 엘마드리갈 경기장에서 열린 비야 레알과의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감독과 코치, 선수 둘 등 모두 4명이 퇴장당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후반 17분 메수트 외질의 절묘한 힐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 디에고 로페스를 따돌리고 선제골을 뽑았지만 후반 38분 마르코스 세나에게 절묘한 프리킥골을 얻어맞고 1-1로 비겼다. 호날두는 리그 33골로 선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또 팀은 2위 바르셀로나(승점 66)와의 승점 차를 ‘6’으로 좁혔다. 레알의 퇴장 폭탄은 동점골 직후 터졌다. 프리킥 판정에 항의하던 조제 모리뉴 감독이 조롱하듯 파라다스 로메로 주심을 향해 박수를 보내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4분 루이 파리아 피트니스 코치가 대기심에게 뭔가를 항의하다 그라운드에서 쫓겨난 데 대한 감정이 쌓여 있던 상황이었다. 2분 뒤에는 이미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은 세르히오 라모스가 니우마르와 공중볼을 다투다 손을 써 퇴장당했고 이 순간 외질이 주심에게 뭔가를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모리뉴 감독은 기자회견을 거부하며 경기장을 떠났고 호날두는 “도둑맞았다.”고 연신 소리를 질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로메로 주심이 지나치게 흥분한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스페인축구협회(REFE)는 곧 징계위원회를 열어 레드카드 발급의 적정성을 따지기로 했다. 한편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으로 첼시를 불러들인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서 6개월 만에 출전한 카를로스 테베스의 절묘한 공간 패스를 받은 사미르 나스리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선두 맨유와의 승점 차를 1로 좁혔다. 박주영이 결장한 아스널은 에버턴을 1-0으로 이겨 스토크시티에 1-1로 비긴 토트넘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전속 요리사·전용 농구장… 카다피 차남 ‘호화’ 감옥생활

    ‘전속 요리사, 전용 농구장, 24시간 의료시설….’ 리비아의 독재자 고(故)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인 샤이프 알이슬람(40)을 위한 1인 감옥이 고급 휴양 리조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호화롭게 지어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가 18일 보도했다. 카다피 생전 권력 후계자로 민주화 시위 진압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샤이프는 지난해 11월 베두인족으로 위장해 리비아를 빠져나가려다 체포된 뒤 진탄의 산악 지대에 있는 빌라에 구금된 상태이며,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범 재판을 위해 수주 내 트리폴리의 감옥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옵서버가 단독으로 현장 취재한 이 수감시설은 샤이프 한 사람만을 위한 ‘감옥 내 감옥’으로 철통 같은 경비와 호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가장 큰 감옥인 알아다스를 통째로 비우고, 중심부에 정원이 딸린 요새를 신축했다. 마당에는 실내 축구장과 농구장이 있으며, 헬리콥터를 이용한 구조 시도에 대비해 견고한 철재로 지붕을 만들었다. 개인 이슬람 사원과 위성TV 채널 등 모든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비병들은 “감옥이 아니라 휴양 리조트”라고 꼬집었다. 옵서버는 “국가과도위원회 등 리비아 지배층의 마음에 여전히 카다피 가족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돈벌이 경제’ 인간관과 단절하라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효용성을 극대화할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통한다. 주류 경제학은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이윤 창출을 겨냥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른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시화되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해 주류 경제학은 또렷한 대책을 내지 못한 채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 원인과 대안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많은 학자들은 주류 경제학의 모순과 폐해를 무한경쟁과 그로 인한 왜곡된 삶의 구조로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세상을 지배해온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논리에서 외면당해온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과 가치에 눈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그 흐름 중 하나. 인간 삶과 사회구조를 지배하는 경제의 근저인 상품화와 화폐 지상주의에서 눈길을 돌려보자는 ‘근본으로의 회귀’이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지식의날개 펴냄)는 그런 ‘근본으로의 회귀’에 줄곧 목소리를 높여 온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 낸 책이다. 상품화와 화폐경제에 매몰된 경제활동을 ‘돈벌이 경제’라고 부르는 홍 소장의 지론이 잘 드러나는 경제학 이론서다. 책 제목이 보여 주는 대로 이제 경제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경제의 본질과 방향을 제시해 온 선각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소신이 또렷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마련인 ‘돈이면 다 된다.’는 인식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자는 새 경제 논리가 비교적 쉬운 이야기들로 풀어진다. 저자는 ‘살림/살이’야말로 원래의 경제를 가장 잘 정의한 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한자어 ‘경제’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경세제민’에서 유래했고 영어 ‘이코노미’(economy)가 가정 관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미아’(oikonomia)에서 비롯됐다고 할 때 결국 경제는 남을 살리고 나도 살아야 하는 ‘살림/살이’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우리 ‘홍익인간’도 같은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원래의 경제 개념을 살리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인간 존재의 전면적 발전’에서 찾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좋은 삶인가? 나는 정말 ‘자산’으로 태어났고 그것으로서의 가치를 불리고 또 불리는 것이 정말로 내가 이 녹색별 지구에서 태어난 이유와 목적인 것일까?” 저자는 그 대안에의 눈뜸을 현실에 대한 케케묵은 비판이나 욕망에 대한 부정으로 보지 말라고 한다. 대신 이렇게 주장한다. “사람을 쾌락과 고통의 계산기이자 선택자로 상정하는 돈벌이 경제의 인간관과 단절하고 진정 개인적·집단적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도록 산업사회를 재조직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각성이다.” 1만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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