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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하이라이트

    ■특집 열창 나도 스타(OBS 일요일 오후 1시 55분) 지역의 명소와 특색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지역 밀착형 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번 주 강화편에서는 지역민의 노래실력과 함께 강화 낙지, 강화 약쑥, 고인돌 등 강화의 특산물, 관광명소를 재치 있게 소개한다. 또한 김범룡, 배일호, 유지나, 윙크, 우연이 등 화려한 초대 가수들과 함께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다큐극장(KBS1 토요일 밤 8시) 1988년 서울 올림픽에 공산권 국가가 대거 참여했다. 12년 만에 열리는 전 세계의 화합이었다. 전 세계에 중계된 1988년 서울의 모습은 동구권 사람들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분단국가, 1년 전만 해도 군사독재 아래 있었다는 서울의 모습은 그들이 상상한 것처럼 경직되거나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정애는 친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미령이 어이없고, 미령 또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정애에게 오기가 생긴다. 결국, 정애는 순신을 찾아가 연기와 자신 중 하나를 택하라지만 순신은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금 나와라 뚝딱(MBC 토요일 밤 8시 45분) 몽희는 동생 몽현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계약에 응하기로 한다. 몽희는 좀 더 완벽한 유나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 현수와 훈련을 받기로 한다. 한편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현태로 인해 몽현은 속상하지만 현태는 몽현의 집에서는 성격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잘 먹고 잘사는 법(SBS 토요일 오전 8시 45분) 경기 용인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송씨의 전원주택은 일반 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독특하다. 사방이 식물로 가득한 거실부터 언제든 싱싱한 채소를 맛볼 수 있는 싱크대 위 채소코너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특별한 전원주택에서 자녀의 아토피를 치유한 가족을 만나본다. ■진짜 사나이(MBC 일요일 오후 6시 25분) 긴장하라, 지옥 같은 훈련이 시작된다. 고된 훈련 덕분에 지쳐 가는 몸과 마음으로 어느샌가 진짜 군인이 돼버린 이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의 소용돌이까지. 이제부터는 함께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10분) 노래하는 기린, 15년차 래퍼, 생목 로로 등 왕년에 좀 놀아본 멤버들의 ‘런닝맨 노래자랑’이 시작된다. 한편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제작자 미다스의 손 이경규가 런닝맨들 기선 제압에 나선다. 그리고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두 예능 신(神)의 만남과 개성 만점 배우 김인권, 류현경의 초능력 노래자랑이 시작된다.
  • MB, 재산46억에 ‘수상한 빚’ 34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산 총액을 지난해보다 11억 6800만원 줄어든 46억 3146만원으로 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일자 관보에 이 전 대통령 등 공직자 33명의 재산등록 및 변동 내역을 게재했다. 이 전 대통령의 예금은 1억 7619만원이 늘어난 9억 5084만원이었다. 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새로 지은 집값은 54억 4847만원으로 공개했다. 반면 ‘사인 간 채무’는 26억원이 증가했고 농협 대출금 6억 1270만원이 발생하는 등 34억 5070만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했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재산변동 신고 내역이 공개됐지만 세부 내용이 명쾌하지 않아 여러 의문점도 함께 제기됐다. 아들 시형씨에 대해서는 독립생계 유지라는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일단 ‘사인 간 채무’ 내용이다. 사인 간 채무는 금융기관이 아닌 친척, 지인에게서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다. 이 전 대통령 부부는 당초 논현동 집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2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누군가로부터 26억원을 빌려 이 돈을 갚은 것으로 추정된다. 26억원을 빌려준 사인이 누구인지, 이자 지급 계약은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은 알 수가 없다. 26억원은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받을 경우 주택 담보로 0.5%의 금리만 적용해도 월 이자만 1300만원에 이르는 돈이다. 만약 무이자 약정을 했다면 사실상 매달 1300만원을 증여받는 셈이다. 대통령 재직 시 무이자로 빌렸다면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 성격을 띨 수도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전 대통령을 수행하는 임재현 비서관은 전화 통화에서 사인 간 채무 26억원과 관련, “논현동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돈이었지만 누구에게 빌렸고 차용증 작성과 이자 지급은 어떻게 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8년 대통령 취임 재산신고 때부터 사인 간 채무로 잡혀 있던 2억 3800만원은 퇴임하면서까지 계속 유지했다. 9억여원의 현금성 예금을 보유하고도 이를 갚지 않은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또 대통령 취임 직후 밝혔던 ‘월급 전액 기부’ 약속도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증가된 예금액 1억 7619만원은 지난해 대통령 연봉 1억 9255만원과 거의 비슷하다. 임 비서관은 “청계재단에 출연한 뒤 급여가 필요해 기부 액수를 줄이곤 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내곡동 땅 판매 대금의 행방도 묘연하다. 불법 논란을 일으켰던 내곡동 사저 땅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1억 2000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특검 조사 결과 시형씨는 내곡동 부지 매입자금 12억원 가운데 6억원은 큰아버지(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빌렸고 나머지 6억원은 어머니(김윤옥 여사)가 논현동 집을 담보로 농협에서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기재부로부터 받은 11억 2000만원 중 6억원은 이상은씨에게 갚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농협 대출은 남아 있는 상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샛재로 되짚어 갔다는 만기 일행이 말래 도방으로 되돌아온 것은 술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월천댁은 병자의 부러진 다리에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를 붙이고 감발로 싸 동여 놓았다. 만기 일행은 어찌나 황망히 길을 줄였던지 그 한절에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였다. 그들은 행수가 누울 아랫목 자리에 병자를 뉘었다. 월천댁의 알뜰한 구완에 병자는 얼추 기신을 차린 듯하였으나 어찌 된 셈인지 감긴 눈은 제출물로 뜨지 못했다. 얼굴이 죽장같이 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시 옷깃을 차근차근 뒤져 보았으나 역시 본색을 알아차릴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동무하는 행중이 푸념하였다. “기필코 궐자의 본색을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정신 차리고 일어나면, 제 가던 길을 찾아가겠지요. 우리도 그만하면 도리를 할 만치 했지 않습니까.” “생선과 나그네는 사흘만 되면 냄새가 나는 법인데… 이 위인은 우리들이 업어 온 날짜만 되어도 사흘이나 되는데 도무지 본색을 모르겠네요.” “활인했으면 되었지, 구태여 본색은 알아서 뭣하겠나.” 모두 중구난방으로 한마디씩 거드는 말을 가만히 듣던 행수가 손사래치며 나직하게 말했다. “구완했다는 생색내려 하지 말고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게 도리일세.” 부기가 얼추 가라앉아 어섯눈을 뜨고 묻는 말에 대꾸할 만하게 된 것은, 의원이 당도하여 꼬박 뜬눈으로 구완하며 밤을 새운 그 이튿날 해질 무렵이었다. “이제 기신을 차릴 만하오?” 병자는 알아들었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십이령 비알진 기슭에서 노형을 발견하였소. 함자는 무엇이고 생업은 무엇으로 연명하오?” 위인이 내키지 않는 듯 한동안 대답을 주저하는 기색이더니 끙 하고 반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몸뚱이를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남행하는… 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초행길이라 조바심 나서 용수 걸린 집을 찾아 천방지축으로 헤매던 중에 험구를 만나 실족하고 말았습니다. 비알진 기슭에서 어찌나 곤두박질하였던지. 정신이 올지갈지해서 다른 것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초행길이라 하더라도 어째서 이곳으로 노정을 고쳐 잡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습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필경 길송장이 되어 개호주에게 물어뜯기거나 까마귀밥이 될 초개 같은 목숨을 성의를 바쳐 활인하여 주셨으니 그 은공 평생 잊지 않으리다….” “낯을 내자고 활인한 것은 아니오만, 입성이며 온몸에 어혈 자국이 낭자하니, 노형의 처지가 범상치 않음이오. 몸에서 누린내까지 나는 걸 보면 실족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싸다듬이로 된불조차 맞은 듯한데, 산속 길을 헤매던 중에 적변을 당했거나, 악소 패거리들을 만나 대판 시비가 붙었던 것은 아니오?” “….” “우리들은 울진 포구에서 검은 돌 마을 거쳐 현동 저자나 내성으로 가는 십이령길을 수시로 넘나드는 원상들이오. 댁의 본색을 알려고 아득바득 파고드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 십이령길에서 어떤 작폐가 일어나든, 그 내막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할 처지가 아니겠소. 적변이 있었다면, 그 패당들을 소탕해야 할 것이고, 무뢰배들이 숨어 있다가 길손들을 등쳐 먹고 행리를 탈취한다면, 그 작폐 또한 저지시켜야 할 것입니다.” “시생은 원상도 아니고 농투성이도 아닙니다… 남도 쪽에 시생의 인척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도중에 이런 환난을 겪게 되었으나, 박이 터진 것처럼 도무지 기억이 희미할 뿐입니다.” 위인의 말투는 조근조근했으나 겪은 사연이란 내막이 허황되고 동에 닿지 않아 본색을 숨기려 한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굳이 기억에 없다고 모르쇠로 버틴다면, 더이상 파고들 빌미가 없었다. 박을 다쳐 기억상실이 되었다면, 사매질로 다스리지 못하는 이상 그대로 믿는 수밖에 용뺄 재간이 없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는 줄곧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하였다. 말래 도방 거리에 당도해 보았자, 호들갑스럽게 맞이해줄 호박 갈보가 있다거나 갈롱을 떨며 육허기를 채워줄 동자치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핀 구들장에 허리를 굽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더라고, 10냥짜리 소금 두 섬을 덧거리로 얻게 된 것도 걸음을 빨리하게 만들었다. 그가 향도하는 행중 식구들은 흉·풍년에 따라서 들쭉날쭉하였지만 대개 4, 50여 명을 헤아렸다. 그 동사하는 식구들을 탈없이 영솔하기 위해선 어떤 경난에도 자신을 지체없이 던지는 희생이 필요했다. 소년 시절부터 행상들에게 익히 보아온 범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시에서 억매흥정으로 뜸베질하는 떠돌이 행상을 부상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징치하고, 신표 없이 부상 행세를 하며 눈먼 돈을 노리는 자들을 찾아내 장시에서 내쫓는 일도 모두 그가 앞장서서 해온 일이었다. 그랬기에 언문밖에 모르는 그가 내성 행상에서 도감의 직책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날씨는 차가워 콧날이 시큰거릴 정도였으나 저녁거미가 내려올 무렵 그는 장대 끝에 내걸린 용수들이 바람에 시달리는 말래 숫막거리에 당도하였다. 거느린 식솔도 없고 정처도 없는 부상들이 묵을 처소라면 조선 팔도 어디서나 숫막뿐이었다. 이토록 스산하게 해질 무렵에는 필경 객회가 쓸쓸하기로, 가랑이 벌리고 앉아 지분이나 다스리는 동자치라도 있다면 먼발치에서 힐끗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심란함을 달랠 수 있으련만, 도방 봉노에는 고린내 등천하는 사내들만 우글거리고 있었다. 마침 문틈으로 조용조용 읊조리는 배고령(裵高靈)의 신세타령이 가만가만 새어나왔다. 주인 주인 나오소 좌사 손님 들어가오 서해안에 사는 사람 서로서로 형제인데 고을 백민끼리 남남 보듯 할 수 있소 산토끼가 죽어가면 여우도 슬퍼하네 금수도 그러한데 한심하다 우리 세상 무거운 등짐 지고 이곳저곳 떠돌면서 아침에는 동녘 하늘 저녁에는 서녘 땅 어쩌다 병이 나면 구완할 이 전혀 없네 사람에게 짓밟히고 텃세한테 괄시 받고 언제나 숨겨두면 까마귀의 밥이 되고 슬프다 우리 인생 이럴 수가 어찌 있소 우리네 산다 한들 몇만 년을 살 것이오 한데 묶어 단결하고 기율로써 다스리면 형도 좋고 아우 좋고 서로서로 도울제면 동네방네 좋을시고 우리 고을 좋을시고…… 문 닫은 봉노에서 살담배들을 어찌나 피워댔는지 매캐한 연기가 샛재 잔허리에 아침 안개 끼듯 하였다. 봉노 한쪽에는 저녁거미 내리는 것을 보고 켜둔 산초 기름등잔이 타고 있었으나 담배 연기 때문에 사람들 얼굴도 분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행수가 들어서자, 호박고누를 두고 있던 축들이나 술푼주를 가운데 놓고 추렴을 하던 동배간들이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두었던 술푼주와 섞박지 그릇을 치우고 윗목으로 썩 비켜 앉았다. 어슥버슥 누웠던 동무들도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고 앉았다. 봉노 안에는 쉰내와 고린내가 등천하여 코를 들이댈 수 없을 정도였으나 그것을 가지고 고약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무 하나가 벌떡 일어나 시렁에서 목침을 내려 행수에게 건넸다. 내왕 길목에 있는 숫막에는 행수만 차지하는 목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제법 결기가 있다는 길손도 얼떨결에 행수의 목침을 범접했다간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봉변을 당할 수 있었다. “포주인은 만나보았습니까?” “몇십 년째 염막에 틀어박혀 울 밖 출입도 않는 사람이 어딜 가겠나.” “흥정은 아퀴를 지었습니까?” “소문이 자자한 자린고비가 값을 눅게 잡아줄 리가 없지… 대신 소금 두 섬을 덧거리로 얻었네.”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임자들 요기는 하였나?” “장떡에 술국으로 얼요기를 하였습니다.” “만기는 어디 갔나?” “아침 선반머리에 곁꾼 둘을 데리고 샛재로 되짚어 갔습니다. 얼추 올 때가 되었는데요……” “그 숫막에 눕혀 두어도 월천댁이 아금받게 구완을 해줄 텐데?” “만기가 의원이 가까운 말래로 업어 와야 하겠다고 아득바득 우기는 통에 만류할 수 없었습니다. 구억터 소동에서 나귀조차 놓아버리는 실수에 미련하게 굴었던 것이 제깐엔 부담이 되었던가 봅니다.” “국에 덴 놈 물 보고 분다더니… 그럴 테지…” “위인이 뉘집 행랑것이나 장물림 같아 보였지만, 얼추 기신을 차리고 나면 그만한 허우대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말인즉슨 언중유골이었으나 행수는 귀여겨듣지 않고 슬쩍 넘겼다. “경황중이라 난 간색도 해보지 못했다네.”
  • [커지는 경제민주화 갈등] “창조경제 하려면 불공정 관행 엄히 다스려야” “해외엔 없는 제약… 한국 기업만 역차별당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책 이슈였다.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한 고민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고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책들이 추진되자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각기 입장에 따라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학계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재계 및 일부 학계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과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로 인식해 공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방식을 두고는 입장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 대책은 너무 획일적이고 규제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기업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는데 총수 지분 30%를 기준으로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중 하나가 중소기업과 벤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줄이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성향에 따라 입장이 나뉘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일감 몰아주기 금지와 하도급 거래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면서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반발이 심한 것은 역설적으로 대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포퓰리즘적인 일감 몰아주기 금지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스럽다. 해외에서는 내부거래도 정상적인 활동의 하나로 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없는 규제를 우리만 시행하면 결국 한국 기업들이 역차별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민주화’로 포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다. 무작정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동백섬이 선연하게 보이는 해운대는 싫었다. 대신 자갈치 아지매가 손짓하는 ‘남포동’과 부산 속 작은 섬인 ‘영도’를 단 하루 만에 돌았다. 화통한 남포동 꼬불꼬불 미로엔 ‘없는 게 없다’ 부산에 몇 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도 ‘부산 가이드북’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종종 허풍을 떤다. 그건 부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내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누군가 부산 여행을 도와 달라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나는 넓은 오지랖을 쫙 펴곤 여행 멘토를 자처했다. 부산 초보자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멀어?”다. 멀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면 최소 45분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운대에선 맨얼굴의 부산을 느낄 수 없다.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신평행 1호선 지하철을 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5분이면 남포역과 자갈치역에 도착한다. 큰 도로를 중앙에 끼고 왼쪽이 자갈치시장, 오른쪽이 남포동이니 두 역 중 어디에 내려도 무관하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 남포동의 초입은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광장에는 현재 영화인 48명의 손이 박제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 홍콩의 욘판 감독도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했다. 남포동 인근의 낡은 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제’ 앞에는 이제 ‘국제’라는 호칭이 붙는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영화인의 손도장을 찾다 정신을 차리니 구불구불한 골목 안이었다. 얼키설키 뒤엉킨 골목은 거대한 미로 같았다. 지하철역을 등지고 남포동 BIFF광장에 서면, 앞으로 창선동 먹자골목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부평동 족발골목, 오른쪽으로 광복동 패션거리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씨앗호떡과 굵직한 부산 떡볶이가 차려진 노점상을 비집고 쭉 직진하면 ‘아리랑거리’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빔당면, 국수 등을 흡입하고 있다. ‘도떼기시장, 깡통시장’ 등 다양한 별명을 자랑하는 국제시장도 아리랑거리와 멀지 않다. 1945년 해방 이후 각종 군수 물자가 시장을 통해 풀렸는데,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일제, 미제 등 각종 수입품이 팔리고 있다. 왁자지껄 수다스러운 남포동을 떠나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니, 찾아가기 참 쉽다. 오랜만에 찾은 자갈치 시장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최민식 사진작가가 그리워졌다. ‘날 것의 사진’을 고집한 그가 왜 그토록 자갈치 시장을 사랑했는지, 시장 주변을 한 바퀴만 돌면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물고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언제나 역동적이다. “회 한 접시 먹으소.” 권하는 호객행위도 여기선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겹다. 자갈치 시장 뒤편에선 영도다리가 훤히 보였다. 1 자갈치시장에선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이 분주하다 2 신신한 해산물이 가득한 시장 남포동 길거리 음식 트로이카 씨앗호떡 BIFF광장엔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 하나.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흥건하게 둘린 판 위에 찹쌀 반죽을 떨어뜨리면 금세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쭉! 그 속으로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의 견과류가 두둑하게 들어간다. 뜨끈뜨끈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찹쌀이 입 안에 엉겨 붙고 견과류가 오도독 씹힌다. 위치 부산시 중구 남포동 5가 BIFF광장 일대 가격 900~1,000원 비빔당면 국수만 비벼 먹는 건 아니다. 새하얀 당면도 부산에서는 새빨간 양념 옷을 입는다. 들어가는 내용물은 거창하지 않다. 면과 양념장을 분주하게 섞은 뒤 토핑으로 올라온 김치, 시금치를 곁들여 젓가락질 하면 된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2,000원 충무김밥 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김밥’과 함께 부추 김치, 무 김치, 오징어 무침이 반찬으로 나란히 따라 나온다. 하얀 종이가 깔린 쟁반 위로 검정, 빨강의 조화는 참 곱다. 정신없이 김밥 하나, 반찬 하나를 떠 먹는 동안,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는 남기지 말고 다 챙겨 무래이, 안 그럼 혼낸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3,000원 영도등대는 태종대 여행의 메인요리다 ©나명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줍은 영도 한 맺힌 다리 너머, 외로운 섬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화자는 영도다리를 서성이는 어느 사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흥남부두에서 누이 금순이의 손을 놓친 오라비는 영도다리 난간 위에 걸린 외로운 초승달을 보며 흐느꼈을 것이다. 어디 금순이와 금순이의 오라비만 헤어졌을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피란민들은 하나같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잔인한 약속은 마음의 덫이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영도다리를 서성거렸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피란민의 애끓는 애환이 덕지덕지 붙은 영도다리를 건넜다. 그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말절영도·絶影島이 살았다는 섬이 바로 영도다. 실제 신라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선 말이 자랐다고 한다. 신석기 사람들에게도 영도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 유적인 ‘동삼동 패총’은 영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국립 해양대학교 입구에 들어선 동삼동 패총 박물관에 바로 그 ‘패총’이 잠들어 있다. 먼 길을 온 여행자가 영도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뻔하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곤 했다는 ‘태종대’가 영도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던 버스가 태종대에서 멈췄다. 나는 태종대와 무려 세 번이나 만났다. 자갈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태종대 축제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太宗臺태종대’라 쓰여 있는 묵직한 대형 돌덩이도 그대로였고, ‘다누비’ 열차도 여전히 손님을 태우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경사를 따라 쭉쭉 뻗은 나무가 조성돼 있고 그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던 바다는 남항 조망지에서 인심을 썼다. 부산의 대표 항구인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항 조망지’는 야경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남항 조망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태종대 최고의 명당인 전망대와 영도등대가 나오니까. 전망대엔 두 아이를 끌어안은 모자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로 나가면 모자상의 비밀이 풀린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바위와 자살바위가 양쪽으로 보였다. 모자상을 세운 건 다 자살바위 때문이다. 한때 한 해 평균 30명이 자살바위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자상을 세운 뒤로는 자살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주전자섬’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내 눈을 따라다녔다. 어느 지점에서 보든 바다 위에는 주전자섬이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정중앙엔 주전자섬, 그 뒤로 대마도, 거제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론 대마도와 거제도는 날씨가 쾌청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영도등대는 놓쳐선 안 된다. 영도등대를 봐야 태종대를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영도등대는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태종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도등대 위에 자리한 태종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던 순간, 신기하게도 배 멀미를 느꼈다. 1 영도등대 일대는 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다 2 바다가 펼쳐지는 태종대 산책로에선 봄을 만끽할 수 있다 3 여행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다누비 열차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www.koreatravel.or.kr 태종대 짬뽕 태종대에 도착하면 범상치 않은 중화 요릿집이 하나 버티고 있다. 이름부터 정직한 ‘태종대 짬뽕’.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 분명하다. 짬뽕을 주문하면 종업원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태종대 짬뽕 맞지예?” ‘태종대’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이 오른 꽃게, 입을 살짝 벌린 홍합, 도톰한 오징어 등….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살아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건 암묵적인 예의다. 찾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식당이 보인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동삼 2동 986-9 문의 051-405-2992 대표메뉴 일반 짬뽕 4,500원, 태종대 짬뽕 6,000원, 태종대 짜장 5,500원, 하얀 짬뽕 6,000원 ▶travie info 추천 여행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약 3시간. 비싼 기차 비용을 들여서 내려갔건만, 초행길이라 헤매면 곤란하다. 더구나 주말이면 부산행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도권 거주자라면 열차 티켓부터 현지 이동까지 도와주는 여행사의 힘을 빌려도 좋다. 기차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홍익여행사는 다양한 부산 여행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가격도 KTX 왕복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문의 홍익여행사 www.ktxtour.co.kr 02-717-1002 태종대 탐방 코스 태종대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걷기, 다누비 탑승, 유람선 탑승. 이중에서 4.3km의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열차 ‘다누비’를 타면 태종대 관광은 훨씬 편하다. 단, 주말이면 탑승객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 주요 코스 광장 승차장→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정문 입구 하차장 탑승료 1,500원 부산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9번 출구, 시내버스 88번, 101번 남포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6번 출구, 시내버스 8번, 30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스티븐 호킹 “1000년 내 지구 못떠나면 인류 멸망”

    스티븐 호킹 “1000년 내 지구 못떠나면 인류 멸망”

    영국 출신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71)가 향후 1000년 내에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호킹 박사는 미국 LA에 위치한 루게릭병 치료법을 연구하는 줄기세포 연구소 ‘세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 이같이 밝히고 인류의 미래는 우주 탐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는 “우리는 계속해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면서 “점점 망가져 가는 지구를 떠나지 않고서는 인류의 새천년은 없다.”고 밝혔다. 호킹 박사는 그간 꾸준히 제 2의 지구를 찾는 우주 탐사 계획에 대한 지지를 밝혀왔다. 그 이유는 향후 지구가 환경오염, 전쟁, 소행성 충돌 등으로 상처받아 인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2010년에도 호킹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호킹 박사는 “앞으로 지구는 수 백 년 내에 엄청난 재앙에 맞닥뜨려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외계로 대피해야만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DB를 열다] 1963년 전무후무한 군인들의 데모

    [DB를 열다] 1963년 전무후무한 군인들의 데모

    전무후무한 군인들의 데모 현장을 담은 사진이다. 1963년 3월 15일 낮 12시 10분 국가재건최고회의 건물 앞마당에 권총을 찬 현역 군인 6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라, 군정을 연장하라, 박정희 의장은 민정에 참여하라,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즉시 중지시켜라 등의 6개 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지프 위에 오른 소령이 건의문을 외치자 다른 군인들이 복창했다. 사병 30여명이 이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박정희 의장은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인들을 철수시키라고 지시했고 이에 사령관이 직접 현장으로 나갔지만, 이들은 본 척도 하지 않고 시위를 계속했다. 시위에 가담한 군인 49명은 당일 체포되어 구속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석방되었다. 박정희는 5·16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정치에 참여하지 말고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 결국, 1963년 2월 박정희는 민정에 참여하지 않고 군은 중립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지못해 한 것이었다. 그리고 보름 남짓 지나 군인들이 데모를 벌이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박정희는 겉으로는 데모를 한 군인들을 엄중히 다스리라고 지시했지만 속으로는 좋아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군인 데모가 있은 바로 다음 날 군정 연장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며 중립 선언 약속을 파기하고 말았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CEO 칼럼] 해현경장/박상진 ㈜한양 부회장

    [CEO 칼럼] 해현경장/박상진 ㈜한양 부회장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요즈음 경제 상황을 보면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악전고투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건설업계의 경우 지난 30여년 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극심한 침체에서 빠져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건설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져 가는 현실 속에서 과연 어떠한 마음 자세로 현실을 직시하고 타파해 나가야 할 것인가. 어쩌면 모든 경영자가 지닌 고민 중 하나일 테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중국 옛 성현들이 남긴 말에 나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해현경장은 한나라 시절 학자인 동중서가 황제인 무제에게 올린 ‘현량대책’ 중 하나로, 초심의 자세를 강조한 말이다. 동중서가 진언하기를 “거문고를 연주할 때 느슨해져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일이 심해지면 반드시 줄을 다시 풀어서 단단하게 고쳐 매어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애초의 마음으로 돌아가 개혁해야 하는데도 실행하지 않으면 대현(大賢)이라 하더라도 잘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라며 부패한 세습으로 얼룩진 진나라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한을 비판한다. 황제에게 전면 개혁을 권고한 동중서의 해현경장에 대한 말의 의미는 느슨한 거문고 줄처럼 초심을 잊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뛰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하나의 기업이나 개인이 성장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고, 커졌을 때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큰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점이 그 기업에는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그 시점에 현실에 안주하고 기득권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면, 추락의 위기는 더욱 빨리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제의 1등이 오늘의 1등이 아니고, 어제의 꼴찌가 오늘의 꼴찌라 할 수 없다. 불과 몇 달 전의 첨단 기술이나 이슈 메이커가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리는 세상이다. 한순간이라도 자만하는 순간, 나태해지는 순간 그 기업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경영자라면 기업을 처음 일으킬 때를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돈이 없고 기술도 없던 원점의 시절, 그때를 돌이켜 보고 그때 품었던 뜻과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할 때의 눈으로 보고, 열려 있는 마음으로 다가가자. 작은 일도 쉽게 여기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시 창업한다는 각오로 뛰어야 한다. 임직원들은 맨 처음 그토록 원하는 취업을 이뤘을 때의 마음을 기억하자. 간절하게 입사하고 싶었던, 목표가 뚜렷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보자.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된 지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당시 가지고 있던 간절함과 두근거림은 어느 순간 굉장한 안도감으로 바뀌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을 꿈꾸던 그 마음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는 얼마나 맨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있나,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스스로 항상 자문해 보고 채찍질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환경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재정비하고 개선해야 한다.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고, 초심의 자세로 무장한다면 지금의 수많은 어려움은 불청객이 아닌 또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더 나은 내일을 이루게 해 줄 반가운 기회라는 사실도 가슴에 담아 두자.
  • “약 한알 먹지않고 108배로 고혈압 정복”

    “약 한알 먹지않고 108배로 고혈압 정복”

    중앙 부처 공보관 출신이 일상에서 몸에 좋은 음식 섭취, 운동, 마인드컨트롤로 질병 예방법을 다룬 ‘생활건강 사용설명서’(사진)를 내놓았다.  주인공인 류영창(59) 전 건설교통부 공보관은 상하수도 공학을 전공한 공학 박사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기술고시(토목직)를 수석 합격하고 환경부 상하수도 국장도 지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물 박사’이다.  류 박사는 의사로부터 심장이 약하니 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으며 지냈다. 부모가 뇌졸중을 앓는 등 가족 병력 때문에 그는 늘 고혈압과 뇌졸중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당연히 건강에 관심이 깊었다.  그러던 중 본인도 고혈압 증세로 병원에 갔다. 진단을 받고 난 뒤 의사에게 약물 복용뿐 아니라 생활요법도 가르쳐 달라고 했으나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는 ‘약을 먹지 않고 고혈압을 고치겠다’고 결심한 뒤 약을 한 알도 먹지 않고 생활요법으로 3년 만에 고혈압을 치유했다.  그가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는 108배(拜)는 고혈압 치유에다 운동 효과가 크고, 마음 다스리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류 박사는 이 책에서 만성병 발생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각종 약의 부작용을 다뤘다. 탄산음료, 식품첨가물의 폐해, 생활습관병, 자연 치유 및 음식과 건강의 관계도 담았다. 건강관리법에서는 비만, 혈액·혈관 건강, 소화기, 암, 뇌·정신 건강, 성 문제, 운동과 호흡 등 생활 속 건강 유지법을 설명하고 있다.  류 박사는 색스폰 연주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생활습관만 잘 가져도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실패에서 찾는 기업 생태계 진화

    2005년, 하이트그룹이 진로를 인수한 뒤 가졌던 첫 번째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이트 그룹 측 최고위 관계자가 돌연 진로 측 임원들을 향해 듣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제 진로에서 체득한 습관들은 버리라는 요지의 쓴소리였지만, 듣기에 따라선 모욕이라 느낄 만한 언사였다.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를 섞어서 폭탄주를 마시려던 양 사 임원들은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날 술자리는 점령군 하이트와 피정복자였던 진로 간의 심리적 격차를 줄여보자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진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승자와 패자 간 간극은 이전 보다 더 벌어졌다.  ‘사라진 실패’(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가 전하는 당시 풍경이다. 두 회사 간 결합은 당시 주류 시장의 태풍의 눈이었다. 하이트는 맥주 시장에서, 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1등이었다. 시장 점유율도 각각 50%가 넘었다. 경쟁업체들은 양사 영업망이 합쳐지면 역대 최강의 공룡 주류 기업이 탄생할 거라며 긴장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조직은 사사건건 반목했다. 진로의 정예 인력들이 줄줄이 새 나갔다. 당연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올 리 없다. 옛 조선맥주 시절부터 오비맥주에 끌려다니다 가까스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하이트였지만, 결국 시장 지배자의 지위를 다시 오비맥주에 넘겨주고 만다.  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도 진화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봉건적이고 제왕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참담한 실패 사례를 지우고, 승리의 기록만 남기려 애쓴다. 미화를 거듭하면서 한국 기업은 실패를 모른다는 그릇된 신화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됐다.  책이 전하는 기업의 실패사는 놀라울 만큼 세밀하다. 경영진의 치부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던 오리온 그룹을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왕국’으로, 국내 소비재 사업의 강자였다가 난데없이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했던 웅진그룹을 두고 ‘한국 기업 생태계가 빚어낸 실패’로 묘사하는 등, 한때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을 장식했던 기업들의 ‘실패의 추억’을 마치 ‘핵심 관계자’처럼 꿰뚫고 있다. 책은 흔히 진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NHN조차 ‘삼성이 버린 가치 체계를 들고 삼성처럼 추격자의 길을 걷는 기업’으로 혹평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 간 경쟁은 이제 정부와 정부 간 대결이 아니라 기업을 통한 대리전 양상으로 변화됐다”며 “더욱 진화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국가와 사회라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외국인 개그맨 1호’ 샘 해밍턴의 홀로서기

    ‘외국인 개그맨 1호’ 샘 해밍턴의 홀로서기

    27일 오후 8시 20분 방영되는 EBS ‘화제의 인물’은 개그맨 샘 해밍턴을 초청했다. 샘 해밍턴은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인만큼이나 한국을 사랑하는, 그래서 대한민국 1호 외국인 개그맨에 등극한 남자다. 한국 생활 11년차에 접어든 샘 해밍턴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샘 해밍턴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다 얼마 전 한 문장을 남겼다. ‘독도가 일본 땅이면 일본은 한국 땅이다.’ 언뜻 손쉬워 보이는 표현이지만,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한국의 역사나 문화나 어법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있어야 표현 가능한 문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한국에서 살아가고, 행하는 모든 것이 화젯거리로 떠오르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이기에 이런저런 인터뷰에 다큐멘터리 촬영 등 바쁜 일정으로 벌써 한 달 정도의 스케줄이 다 차 있을 정도로 바쁘다. 사실 샘 해밍턴은 호주에 사는 게 더 나을 뻔했다. 그의 어머니는 호주 방송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러셀 크로, 휴 잭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배우들을 발굴해낸 사람이다. 만약 방송 같은 데 욕심이 있었다면 오히려 호주에서 활동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샘 해밍턴의 선택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이었다. 스스로 이뤄내라는 어머니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그도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기도 있었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가 없었다. 일거리가 끊기자 당장 생활도 어려워졌고 호주로 되돌아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날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됐다. 가장 필요했던 최후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사서 고생한다.” 이제야 샘 해밍턴은 터줏대감 구실을 한다. 친구들 사이의 별명도 ‘이태원 이장’이다. 한국 생활 11년차에 접어드니, 어디가 불편하면 어느 한의원을 찾아가고 하는 식의 소소한 생활정보에도 강하다. 거기다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고, 이런저런 고민 상담에도 능하다. 한국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샘 해밍턴의 얘기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佛 경찰, 라가르드 IMF총재 자택 압수수색

    佛 경찰, 라가르드 IMF총재 자택 압수수색

    프랑스 경찰이 크리스틴 라가르드(왼쪽·57)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자택을 전격 수색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기업이 보상금을 받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의 변호사 이브 루피케는 프랑스 경찰이 라가르드 총재의 파리 자택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2008년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의 전 소유주 베르나르 타피가 2억 8500만 유로(약 4100억원)의 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는 라가르드 당시 장관이 1990년대 타피와 국영 크레디리요네은행 간 잘못 이뤄진 아디다스의 매각을 놓고 벌인 분쟁을 중재하도록 심사위원회에 지시한 과정에 집중돼 있다. 경찰은 라가르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려 결과적으로 타피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루피케 변호사는 “라가르드 총재는 숨길 것이 없으며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며 이날 경찰 수색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프랑스 사회당 정부에서 ‘탈세와의 전쟁’을 주도해 온 예산장관이 탈세와 돈세탁 의혹으로 자진 사퇴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롬 카위자크(오른쪽·60) 프랑스 예산장관은 19일 검찰이 자신의 스위스 비밀 계좌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사퇴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카위자크 장관은 성명에서 “최선을 다해 결백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위자크 장관은 유명 인사들의 세금 망명을 비난하고, 역외 탈세를 엄단하는 등 올랑드 정부의 탈세 전쟁을 진두지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인터넷언론 메디아파르트가 그의 스위스 비밀 계좌 의혹을 폭로하면서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시·리시대, 중국식 발전 실현… 군림은 없다”

    “시·리시대, 중국식 발전 실현… 군림은 없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7일 취임 일성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신임 총리는 “중국이 발전하더라도 군림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연설을 통해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애국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민족정신을 확산시키고, 단결 가능한 모든 힘을 응집시켜야 한다”며 국민적 단결을 호소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됐을 때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고 외친 바 있다. 다시 한번 중국의 꿈과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한 것은 국가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중국의 길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우파 간 이념논쟁이나 정치개혁 논의 등 분열 요소는 철저히 배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열 2위인 리 총리는 전인대 폐막 후 처음으로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의 발전은 세계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13억 인구와 함께 현대화의 길을 완성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평화로운 세계 환경이 필수적”이라면서 “중국은 발전하더라도 절대 힘을 앞세워 군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임자인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매년 기자회견 때마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리 총리의 목소리 톤이 높았다. 그는 문답이 끝난 뒤 스스로 문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또 “부패 행위와 부패분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다스릴 것”이라며 부패 척결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그는 “부패와 정부 신뢰는 물과 불의 관계와 같아서 부패는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처럼 중·미관계를 고도로 중시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관계를 희망했다. 전날 마무리된 새 정부 진용 구성에 대해서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대두된다. 전체 25명의 부처 수장(장관급) 가운데 무려 16명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리(시 주석·리 총리)체제’가 공고한 권력기반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진적인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선에서는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유임자가 많았다는 특징도 있다. 25개 정부 부처 수장의 평균 연령은 60.8세로 10년 전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 출범 때의 58.7세보다 노쇠했다. 5년 후 2기 ‘시·리 체제’에서 대대적인 개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통’ 이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밝은 양제츠 외교부장이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승진했고, 외교부장에는 예상대로 ‘일본통’인 왕이(王毅) 타이완사무판공실 주임이 임명됐다. 또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유임돼 당분간 통화정책 등의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소년 강력범죄 기승…형사처벌 나이 낮추면 줄어들까

    소년 강력범죄 기승…형사처벌 나이 낮추면 줄어들까

    지난 9일 강원 원주에서 만 11세 초등학생 세 명이 20대 지적 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소년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연령 및 수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만 14세 이상으로 돼 있는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흉포화하고 있는 데다 과거에 비해 어린이들의 신체 발육이 빨라졌다는 점 등이 이런 주장의 논거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처벌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죄를 지은 아이들을 무조건 엄히 다스리기보다는 예방하고 교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觸法)소년’에 해당한다. 이들은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수강교육, 소년원 송치 등 결정을 받는다. 만 12세부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지만 수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촉법소년이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처벌이 ‘소년원 2년 수용’인 것이다. 촉법소년의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호처분을 받은 14세 미만 소년범은 2002년 2564명에서 2011년 3924명으로 늘었다. 고등학생을 성폭행하고 미행한 뒤 핸드백을 빼앗는 등 범죄 수법도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2011년 12월 청주에서는 13세 소년이 장난을 치다 자신의 발을 밟고 넘어진 친구의 가슴을 발로 밟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에는 남자친구를 시켜 아버지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으려 한 12세 소녀가 붙잡히기도 했다. 촉법소년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형사 처벌 가능 연령은 일본과 함께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덴마크·스웨덴 등의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만 15세이고 영국·독일 등은 만 18세다. 소년원 구금 등 소년사법 적용연령 기준도 한국은 10세로, 구금 가능 연령이 12세인 일본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현행 보호관찰제도 등을 정비해 촉법소년의 범죄가 성인 범죄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모방심리가 강한 아이들의 특성상 1차 범죄가 일어난 뒤 신속한 교정 시스템이 운영돼야 한다”면서 “촉법소년들만 따로 격리해 재활 및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현행 보호처분 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소년범죄 예방은 형사 처벌 가능 연령의 조정으로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보호관찰 인력을 늘려 집중 보호관찰을 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파닥파닥. 경남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금속성 볕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근육을 푼 흙, 툭툭 터져 오르는 기운들. 남녘은 완연한 봄이다. 이즈막, 납작모자에 옷깃을 닭 벼슬처럼 세우고 통영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잠시 묻어놓았던 내면의 풍류와 객기를 끌어내는 것이며 가슴속에 낭만을 채우는 일이다.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봄은 통영 도다리쑥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된장 살큼 푼 말간 국물에 통영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 국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딱 두 달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 그래서 통영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는다. 첫새벽. 시락국 집은 밤새 다찌에서 술을 마셨거나 서호시장 4시 경매를 끝낸 사람들이 아린 속을 움켜잡고 몰려드는 ‘해장 성지’다. 서성서성 포장마차에서 콩국과 빼대기로 허기를 때우는 모습도 흔히 만난다. 그 먹먹한 서민의 시간.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시켜놓고 객지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방 노란 냄비에서는 국물이 새벽잠처럼 끓고 토막 친 도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국물 속으로 던져진다. 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익숙하게 퍼내는 손놀림이 재봉틀 실 땀처럼 빈틈없다. 앞자락에 김 모락모락 오르는 도다리쑥국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해쑥 향이 멀미처럼 올라온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는다.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댄다. 봄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박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준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달다.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 통영 사내들은 복이 많다.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두부와 무쳐낸 톳나물이며 통멸치 젓갈, 간이 센 남도 김치가 국에 밀려 그대로 남았다. 30년간 맑은 국을 끓여왔다는 사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음식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아요.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말마따나 통영 도다리쑥국은 바다를 건너온다. 봄이 이른 욕지도나 한산도, 소매물도 등 섬에서 해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도 제법 나가서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맛을 아는 토박이 미식가들은 “2월 쑥국은 이르다”고 말한다. 도다리 살이 얇기 때문이다. 먼 바다 살집 두터운 도다리로 끓여야 국물 맛이 깊은데 2월 도다리는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용이다. 육지에서 늦은 쑥이 나오는 4월 초순 도다리가 더 뭉근한 맛이 나온다는 얘기다. “살갗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최고지요. 지금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 힘들어요. 바닥부터 싹 쓸어 올리는 고대구리 배로 조업할 때는 싸고 많았는데, 이 옴도다리로 끓인 쑥국의 깊은 맛은 궁중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4월로 가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멍게 때문이다. 이때가 돼야 멍게가 속이 차기 시작하니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멍게 비빔밥을 맛봐야 통영이 시리게 다가올 테니까. 거개는 멍게 비빔밥이 생물인 줄 알지만 제법 알려진 주방에선 속과 향이 그렁그렁한 ‘그해 5월 것만’ 쓴다. 숙성해놓고 1년을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적다. 갓 건져낸 멍게는 미끌미끌하여 밥과 겉돌아 비벼지지 않는다. 간을 하여 숙성시키면 참기름만 얹어 내도 그 향이 몇 시간 입안에 머문다. 멍게 비빔밥에 유곽을 넣는 곳도 있다. 유곽 얘기가 나오자 커피 집에서 만난 최진혁(62)씨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어머니 손맛이 떠올랐던가 보다. “유곽은 손이 많이 가서 예로부터 제법 사는 집이 아니면 해먹지 못하던 음식이에요. 개조개를 다져 된장에 물기 없게 볶아 내지만 본래는 개조개 외에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게살을 함께 썰어 넣었어요. 여기에 방아이파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개조개 뚜껑에 담아 숯불에 구워 낸 것이 정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내는 집이 없어요.” 도다리쑥국 나오는 집은 어김없이 졸복국을 낸다. 졸복은 크기가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 터지는 생선이다. 한 입 크기다. 하지만 속 달래는 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만한 것이 없지 싶다. 또 통영 대표음식 시락국은 장어머리를 푹 고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낸 건강식이다. 방아이파리나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500원에서 시작한 시장밥상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이다. 밥 말아 뚝딱 비우게 되는데,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밥상이다. 서호시장의 시락국 전통은 반찬이 뷔페식이다. 찬 통에서 스스로 덜어 먹는데 가짓수가 10여개는 된다. 그 외에도 어부들의 점심이었던 충무김밥이며 우짜, 꿀빵 등 종일 입에 달고 다닐 만한 ‘한 끼형 간식’이 수두룩하다. 먹을 것 천국이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선 길은 곳곳이 ‘꽃 편지’다. 통영의 바람은 너무나 달아서, 동백꽃처럼 붉어서 사랑도 피우게 되었으니 먼저 간 풍류객들 동선을 따라 가는 것도 봄날의 애상이지 싶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그녀 ‘경련’을 기다린 백석의 시가 핀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정운’의 맘을 얻기 위해 5000여통의 시를 부쳤다는 중앙우체국에서 ‘행복’이라는 시비를 읽어보는 일은 애잔한 즐거움이다. 잠시 스쳐간 사랑의 상처로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끝내 명정동에 안기지 못한 박경리의 아리고 쓸쓸한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숨어있는 곳이 통영이고 보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도 연정이 묻어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해는 길어지고 도다리는 살찌고 있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 [이슈&이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D-40…준비상황 보니

    [이슈&이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D-40…준비상황 보니

    국내 최고 자연 생태관광지인 순천만 일대에서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다음 달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6개월간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국제행사다. 전체 공정률 94%로 시설물 공사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정확히 40일 후면 세계 23개국 84개의 정원이 화려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정원박람회장의 총면적은 111만 2000㎡로 크게 주박람회장과 국제습지센터, 수목원으로 구분된다. 주박람회장은 세계 전통 정원 11곳과 62개의 참여정원, 11개의 테마정원이 조성되고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들과 설치예술가들이 참여해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조경 설계가인 찰스 쟁스가 설계한 순천만 호수와 바람의 언덕 등 정원들이 하나씩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어 완성된 박람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수목원에는 한국정원, 정원나무도감원, 편백휴양숲 등이 조성돼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고, 피톤치드 가득한 자연 속의 휴식을 체험할 수 있다. 수목원 전망대는 순천만에서 박람회장과 도심까지 조망할 수 있어 사진작가들의 필수 방문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방체험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622㎡ 면적에 전시관, 체험관, 치유관, 한방 카페가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야생 한방 재료와 정원의 식물들을 활용해 방문객들이 직접 웰빙 생활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국제습지센터와 주박람회장을 연결하는 꿈의 다리도 볼거리다. 컨테이너 30개를 활용해 평범한 다리에서 세계 최초의 다리 미술관으로 변신한 꿈의 다리는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을 디자인한 강익중 작가가 외부를 디자인했다. 내부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작품 14만여점으로 꾸며졌다. 정원박람회 기간 중 지역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시내 일원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진다.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 모두 136개 프로그램으로 95개 팀이 참여한다. 거리 공연과 격조 높은 실내공연, 정원박람회 취지에 맞는 전시회 등이 마련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는 또 정원박람회 기간 동안 박람회장이 생태 놀이터가 되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박람회장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먹거리, 즐길거리 외에도 주차문제 등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여성 관람객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마련됐다. 영·유아를 데리고 온 관람객을 위해 박람회장 2곳에 수유실과 미아보호소를 설치, 필수용품과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이와 함께 여성 및 장애인 화장실도 별도로 마련해 여성이 행복한 정원박람회로 만들 계획이다. 정원박람회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정원박람회만이 가진 자체 경쟁력 때문이다. 정원박람회는 산업박람회와 달리 개최 이후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할 필요 없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수목과 꽃이 풍성해져 그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워지는 박람회장은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후손에게 유산으로 남는다. 정원박람회 가치를 일찍이 간파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50여년 전부터 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왔으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10년 또는 2년 주기로 전략적으로 박람회를 개최해 도시를 생태적으로 디자인해왔다. 일본은 1990년 오사카에서, 중국은 1999년 쿤밍에서 정원박람회를 최초로 개최해 각각 2300만명,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한 성공적인 행사로 치러냈다. 특히 쿤밍박람회장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1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순천시에서도 참가해 정원을 조성한 지난해 중국 서안박람회는 178일 동안 1572만명이 방문했다. 정원박람회는 1조 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6700억원의 부가가치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원박람회를 전후로 1만 1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 5곳을 비롯해 71곳에 6860실을 확보해 1일 1만 6000여명의 숙박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제 수준에 걸맞은 안락한 숙박시설 확보를 위해 기존 모텔을 중저가 고급 숙박 시설인 가족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자연을 벗 삼아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장도 조성하고 있다. 도·농 통합도시인 순천은 농촌지역에 만들어 놓은 펜션, 한옥 등이 있어 숙박하면서 농촌 체험도 할 수 있고, 단체 숙박은 청소년수련소와 유스호스텔, 에코촌 등으로 유도한다. 정원박람회 조직위는 정원박람회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 가지 않고 중세 유럽의 전통정원과 현대 예술이 갖는 정원의 역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힐링으로 우리의 몸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도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입장권 판매는 현재 62만여장으로 목표 80만장에 77%에 이르고 있다. 6개월간 400만명 관람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7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티베트는 유토피아라는데 진짜, 진짜, 진짜일까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로 상징되는 티베트. 때묻지 않은 성정의 사람들이 사는 독특한 색채의 불교 국가로 인식되는 티베트는 흔히 샹그릴라로 통칭한다. ‘잃어버린 낙원’과 ‘부처가 다스리는 행복한 땅’ 쯤의 그 샹그릴라는 정말 신비와 순수의 땅일까. 이제 서방세계에서는 티베트학이라는 독립 영역까지 생겨날 만큼 티베트의 종교, 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사의 하나가 됐다. 대중문화에서도 티베트는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심슨 가족’의 달라이 라마 고속도로며, ‘스타 워즈’에서 이워크가 쓰는 티베트어는 대중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정도이다. 이처럼 ‘티베트’의 세계적인 확산에도 여전히 티베트 자체를 보는 서구의 시각은 엇갈린다. ‘신비의 땅’과 서구문명의 우월적 지위에서 보는 ‘미숙한 고립의 영역’이란 구분이다. ‘샹그릴라의 포로들’(도널드 S 로페즈 주니어 지음, 정희은 옮김, 창비 펴냄)은 그 양쪽에 편승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티베트를 보여준다. 1998년 영어로 발간돼 티베트의 ‘두 얼굴’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른 책의 한국어판. 서방세계가 티베트를 신비와 순수의 땅으로 보게 한 대표적 서적인 ‘티베트 사자의 서’며 ‘잃어버린 지평선’과는 사뭇 다르게 티베트 미화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과감하게 파헤치는 구성이 흥미롭다. ‘티베트학의 현대적 고전’이라는 이 책에서 미국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인 저자는 7가지의 키워드로 티베트 사회·역사·문화에 메스를 들이댄다. 이름·책·눈·진언·미술·학문·감옥의 영역 별로 해부한 티베트의 속살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티베트와는 영 딴판이다. 대표적인 예가 티베트 불교 이해의 핵심열쇠라는 마니차를 보는 시각이다. ‘옴 마니 파드메 훔’이 적힌 기도 바퀴를 놓고 흔히 교리 체계·형식이 불분명한 ‘미개한’ 종교란 인식과 ‘신비로운 수행체계’란 시각이 엇갈린다. 그러나 저자는 불교문화권에서 진언은 수행과 교화의 한 방편인데 티베트만의 고유한 것으로 보려는 시도 자체가 환상에 갇힌 결과라고 본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불교의 보편화, 티베트의 자유, 전 세계 티베트 애호가들의 유토피아적 염원을 모두 겨냥한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객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저자. 결국, 그는 책에서 티베트인이 사는, 실재하는 공간으로서의 티베트를 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티베트 역시 전쟁과 패권주의, 정교일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티베트 독립’도 국민의 영적 성취가 아닌, 기본적인 인권, 즉 민족자결권과 문화적·종교적 자유권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3만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中 ‘공안’이 국방보다 중요

    극심한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중국이 사회안정에 투입하는 공공안전(공안) 예산을 국방 예산보다 내리 3년째 높게 책정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다스리는 데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안전 부문 예산을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7690억 8000만 위안(약 134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국방 예산(7406억 2200만 위안)보다 약 300억 위안 많은 금액이다. 공공안전 예산은 2011년부터 국방 예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공공안전 예산은 공안(경찰), 검찰원, 법원 등 정법 기관들이 사용하는 돈으로 치안유지 등 일종의 사회안정 비용이다. 중국에서는 빈부격차, 이익충돌 등으로 사회갈등이 증폭돼 매년 시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데 이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불법 토지수용·환경오염·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압하거나 민족갈등의 화약고로 통하는 신장(新疆)과 시짱(西藏·티베트) 지역 등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것이다. 타이완의 중앙통신사는 6일 “사회안정과 관련한 예산이 증가 추세인 것은 경찰력 동원이 필요한 시위 사태가 급증한 것과 관련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공산당 일당독재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삼시충을 기억하라!/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삼시충을 기억하라!/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어렸을 때 섣달 그믐날 밤이면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었다. 즉, “오늘 밤 잠자면 아침에 눈썹이 하얗게 된다”라는 말이다. 그 말대로 잠을 자지 않는 아이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버티다가 결국 잠을 자게 된다. 그런 아이한테는 할머니나 누나가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들이 눈썹이 하얘졌다고 놀려댄다. 거울을 보니 정말 그렇게 된 것 같아 낙담했던 기억이 있다. 고려시대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이 습속(習俗)은 도교의 ‘사명신앙’에서 유래한 것이다. 도교에서는 ‘사람이 죄를 짓고 그 죄가 쌓이면 죽는다’는 전제 아래 조왕신(竈王神)과 삼시충(三尸蟲)이 죄를 해마다 천상에 보고해 인간이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설명한다. 조왕신은 부뚜막 신, 곧 ‘부엌의 신’으로 집안에서 생기는 모든 일을 꿰뚫고 있고, 삼시충은 사람의 뱃속에 있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인데 우리가 몰래 저지르는 소소한 잘못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존재는 삼시충이다. 전해오는 그림을 보면, 삼시충은 세 마리의 기생충인데 두 마리는 흉측한 괴물 모습이고 한 마리는 사람처럼 생겼다. 이놈들은 회충, 요충처럼 실물의 기생충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존재이다. 이놈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들의 숙주인 인간이 빨리 죄를 많이 짓고 죽어 그 제삿밥을 얻어먹는 데에 있다. 그래서 이놈들은 인간이 가급적 죄를 많이 짓도록 뱃속에서 우리의 감정을 부추기고 충동질했다. 옛 사람들은 우리가 ‘욱’하고 성을 내거나 일을 저지를 경우 그것을 뱃속에 있는 삼시충의 소행으로 생각했다. 다시 말해 삼시충은 우리의 감정을 충동해 죄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조왕신과 삼시충은 경신일(庚申日)이나 섣달 그믐날에 하늘로 올라가 그동안 우리가 지은 죄를 고해바쳐 수명을 깎도록 한다. 특히 삼시충은 사람이 잠들 때 몸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영악한 우리 인간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러면 삼시충이 천상에 올라갈 수 없고 죄를 고해바칠 수 없게 되어 수명이 깎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삼시충은 인간의 잘못이 주로 충동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파악한 데서 생겨난 존재이다. 옛 사람들은 일찍부터 충동이 인간행위에 미치는 중요성을 실감하고 이러한 신화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매사에 조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잠을 자지 않도록 하는 습속에도 욕망을 억제하고 인내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의도가 있었으리라. 오늘도 우리는 집을 나서자마자 각종 충동에 휩싸인다. 특히 한국에서는 운전대를 잡으면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어느 순간 제어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의 운전은 단순한 교통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인격을 건 자존심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속에서 나오는 행위이다. 많은 사람이 매번 순간을 참지 못하고 본의 아닌 거친 언동을 한 후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은 그놈의 삼시충, 아니 충동 때문이다. 정말 ‘모래야, 나는 얼마나 작으냐?’ 하는 김수영의 시구가 이렇게 실감나게 다가올 수가 없다.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직접적 동기에 관한 통계는 대부분의 경우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충동이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최근 층간 소음, 사소한 언쟁 등이 살인으로 번진 일련의 사건은 우리의 심성이 그 어느 때보다 충동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태는 단순히 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층적으로는 장기간의 경제 불안과 양극화 등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상태로부터 기인한 바 크겠지만, 충동 조절이 이제 개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출판계의 힐링(치유)서적 붐은 우리 마음의 취약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시점에서 충동을 삼시충이라는 뱃속의 기생충으로 상징화하고 구성진 스토리를 만들어 그놈을 제어하는 기술을 아이들에게 은연중 가르쳤던 선인들의 지혜가 새롭게 음미된다. 상징화는 신화시대부터 충동을 다스려온 가장 검증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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