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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재(전 서울시검도회 부회장)씨 별세 수근(JTBC 야구 해설위원)수성(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선수)씨 부친상 25일 건국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2030-7905 ●최찬규(전 강릉시의회 의장)씨 별세 종영(학원 원장)종호(강릉영동대 교직원)종관(롯데피에스넷 이사)씨 부친상 노승인(한국토지주택공사 준법감시인)씨 장인상 이정혜(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장)씨 시부상 25일 강릉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33)610-5981 ●배승원(전 국제신문 논설주간)씨 별세 민근(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씨 부친상 이기명(동양자산운용 차장)씨 장인상 2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2258-5940 ●최현묵(국방부 정보단장)씨 모친상 2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14 ●송종승(건국대 관재처 부처장)씨 모친상 이순익(경보공영 대표이사)씨 장모상 25일 건국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10시 30분 (02)2030-7902 ●이은윤(에드워드시스템즈 대표이사)씨 모친상 정해일(경기고 교사)박승욱(튼튼영어 서초방배교육본부장)씨 장모상 이효진(서울성모병원 의사)수진(영림임업 팀장)씨 조모상 정이든(문현중 교사)영수(대한항공)씨 외조모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8일 오전 7시 (02)3010-2262 ●조윤정(삼성증권 테니스단 코치)씨 모친상 25일 경북 안동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54)840-0010 ●이기호(아디다스 코리아 부사장)씨 모친상 25일 동국대 일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30분 (031)961-9412 ●이준삼(전 KBS 정책기획본부장)씨별세 25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3779-1526
  • 말레이시아-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말레이시아-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평일 낮, 말라카 거리는 왁자지껄한 아이들 무리로 활기에 차 있다. 우리가 경주에 가서 역사를 배우듯,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라카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 물론 수학여행 온 아이들에게는 수백년 전의 역사유적도 그저 오래된 놀이터일 뿐이지만 말이다. 말라카 강변에 펼쳐진 책 한 권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말라카에 도착한다. 지도상에서 이 도시는 말레이반도 왼편에서 인도양을 향하고 있다. 거대한 함선과 포탄을 앞세운 14세기 정복자들도 말라카를 거쳐,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 좁은 물길을 지나야만 더 깊숙한 동쪽에 닿을 수 있었다. 말라카는 그들이 처음 발을 디딘 동양의 땅이었고 동양과 서양, 거대하고 상이한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과거 수백년간 말라카는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무역항이었다. 무역량으로 따지면 수에즈 운하에 비견됐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수심이 너무 낮아져 항구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여행객들도 간척개발이 한창인 해변보다 오래된 가옥이 늘어선 말라카 강변의 분위기를 더 선호한다. 말라카강 리버크루즈는 40여 분 동안 9km에 이르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잘 꾸민 액세서리 상점, 한적한 노천 카페들 사이사이 중국풍 홍등을 매단 집들이 보이고 화려한 원색의 벽화가 펼쳐진다. 먹음직스런 열대 과일과 음식부터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인도, 중국, 아랍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까지, 움직이는 배 안에서 보면 그 자체가 한 권의 그림책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건 나무로 지은 붉은 지붕의 전통가옥촌 ‘캄풍모텐Kampung Morten’이다. 우리나라 한옥에 해당하는 것이 캄풍인데 바닥이 지상에서 1~2m 높이에 있고, 천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비가 많이 와도 물에 잠기지 않고, 통풍이 잘돼 위생적이라고 한다. 1922년 지은 빌라 센토사Villa Sentosa는 그중 가장 오래된 집인데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 가옥이지만 집주인이 평생 동안 공들여 모은 골동품과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저녁에는 불을 밝힌 노천 카페에서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한차례 소나기 후, 불어난 강물이 일렁이는 모습도 여기선 한없이 매력적이다. 강변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하다. 운이 좋은 날에는 반딧불이나 월광욕을 하고 있는 도마뱀도 볼 수 있다. 강변의 카페와 연결되는 존커 스트리트Jonker Street와 히런 스트리트Heeren Street는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존커 스트리트에는 골동품점과 작은 미술관, 특색 있는 식당들이 많다. 매주 금토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존커 워크 스트리트 바로 옆 골목이 히런 스트리트다. 저렴한 호텔과 예쁜 네덜란드풍 건물이 많다. 네덜란드어로 ‘존커’는 하인을, ‘히런’은 주인을 뜻한다. 존커 거리는 히런 거리의 부자들을 위해 일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메나라 타밍 사리 전망대에서 보는 말라카 해협의 모습. 시가지와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2 존커 워크 스트리트는 골동품점, 기념품점, 카페와 술집이 늘어선 전형적인 여행자들의 거리다 3 말라카 리버크루즈 는 9km에 이르는 말라카 강줄기를 따라간다. 노천카페와 전통가옥, 벽화가 말라카의 분위기를 전한다 4 비오는 늦은 밤, 조명을 밝힌 말라카 강은 한없이 매력적이다 5 재즈가 흘러나오는 존커 워크 스트리트의 라이브 카 ▶travie info 말라카 리버크루즈Melaka River Cruise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30분까지 운항한다. 어른 기준 15RM으로 저렴한 편이며, 왕복 40분 정도 소요된다. 크루즈 선상 공연이 포함된 티켓(Bot VIP/ 매주 일요일 오후 8시~오후 1시/어른 기준 30RM), 하루 동안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Ho-Ho Service/ 오전 9시~밤 11시30분/어른 기준 30RM)도 판매한다. 해양박물관 앞에서 승선하면 된다. www.ppspm.gov.my 메나라 타밍 사리Menara Taming Sari 전망대 80m 높이까지 올라가는 메나라 타밍 사리 전망대에서는 말라카 시가지와 항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60도 회전식이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방의 정경을 볼 수 있다. 푸른 말라카강과 붉은 지붕 가옥, 세인트 폴 언덕의 옛 유적지들로 대표되는 육지 모습과 달리 바닷가는 부산하게 변화 중이다. 연륙도에는 마리나 리조트가 들어섰고, 갯벌에는 간척공사가 한창이다. 낮은 곳에선 볼 수 없던 말라카의 현재진행형 모습이다. 개장시간 오전 10시~밤 10시 입장료 어른 기준 RM20 홈페이지 www.menaratamingsari.com 1 15세기 말라카 왕궁의 모습. 바닥이 지면에서 1~2m 떨어져 있고, 나무로만 지어진 점이 전통적인 말레이시아 건축 구조를 보여 준다 2 도시 이름의 어원이 된 말라카 나무 3 네덜란드 통치 시기 공관으로 쓰였던 스태이더스 빌딩은 현재 말라카 민족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4, 5 포르투갈의 흔적은 볼 수 있는 세인트 폴 성당. 벽채만 남은 모습에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6 말라카는 한때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동서양을 잇는 관문 역할을 했다. 당시 교역량은 수에즈 운하와 비견됐을 정도다 7 말라카에서 꼭 경험해 봐야 할 인력거 ‘트라이쇼’. 화려한 꽃과 음악으로 장식하는 게 특징이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있는 언덕 말라카는 아시아에서 가톨릭의 세례를 받은 첫번째 도시이며, 400년간의 식민 지배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생명력의 땅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는 최초의 왕조가 탄생한 곳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말라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말레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흔적이 한 덩어리를 이룬 도시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이주 중국인들이 말레이 사람들과 결혼해 낳은 ‘페라나칸’의 문화까지 더해져 이색적이다. 본격적인 말라카 시간 여행은 독립기념관 앞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마트라섬 스리비자야 왕국에서 건너온 파라메시바라Paramesvara왕자가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한 곳이 바로 이 나무 아래 서였다. 그는 이곳에서 궁지에 몰린 아기 사슴이 자신의 사냥개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작은 힘으로도 용맹하게 맞서면 큰 힘을 이길 수 있다는 것. 나무의 이름을 딴 말라카왕국이 건국된 것이 1402년인데, 역사학자들은 이때를 말레이시아 역사의 시작점으로 본다. 독립기념관 앞 말라카 나무 주변에는 포르투갈의 요새와 15세기 말라카왕궁The Melaka Sultanate Palace이 있어 여러모로 역사 여행의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파라메시바라 왕의 바람대로 작은 왕국 말라카는 전세계의 큰 도시들을 상대하며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말라카 사람들은 해상 교역 활동에 관련된 ‘말라카법’을 만들어 교역 기반을 다졌으며, 앞다퉈 이슬람교로 개종해 멀리서 온 아랍 상인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말라카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국 백여 년 만인 1511년 포르투갈에 의해 멸망했고 뒤이어 1641년 네덜란드, 1795년부터는 말라카를 포함한 말레이시아 전역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포르투갈은 당시 황금보다 더 귀했던 향료를 독점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왔는데,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발견한 지 겨우 9년 만의 일이다. 그들은 말라카를 시작으로 아시아 침략의 포문을 열었다. 말라카를 점령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한 일은 안전한 거주지 겸 요새 ‘에이 파모사A’Famosa’를 짓는 것이었다. 원주민 노예를 동원해 술탄의 왕궁과 왕릉, 모스크를 철거하고, 성벽 두께가 3m나 되는 요새와 다양한 용도의 건물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뒤이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화 속에 살아남은 것은 성문Porta de Santiago과 성당St.PaulChruch 한 채뿐이다. 성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언덕 위로 벽채만 남은 세인트폴성당이 보인다. 이 성당은 가톨릭을 처음 포교한 성 자비에르와 관련된 일화로 유명하다. 자비에르는 말레이반도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가톨릭을 알리는 데 힘쓰다 1552년 중국 광저우에서 사망했다. 시신은 말라카에서 6개월간 안치된 후 그의 첫 해외 포교지였던 인도 고아로 가게 됐는데, 관을 열어 보니 전혀 썩지 않았다고 한다. 또 자비에르가 바다에 십자가를 던지자 사나운 풍랑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는 일화도 있다. 얼마 후 어부가 같은 자리에서 게를 건져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자비에르의 십자가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말라카에서는 등에 십자 모양의 무늬가 있는 게는 성스럽게 여겨 잡지 않는다. 에이파모사 요새는 전체적으로 붉고, 거칠게 풍화된 듯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녹이 슨 듯 보이는데, 철성분이 함유된 홍토 벽돌로 만들어서 그렇다. 이 벽돌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로 수백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요새 아래쪽에는 멀리서도 붉은 벽이 눈에 띄는 스태이더스The Stadthuys 빌딩이 있다. 원래 네덜란드 총독의 공관이었는데, 현재는 말라카 민족박물관이자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말라카 이전부터 식민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유물과 옷차림을 전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식 거실과 당시 사용했던 생활용품들도 볼 수 있다. 베이커리에서는 갈색빵을 파는데 네덜란드 점령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탄 빵을 나눠주었던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주말에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다양한 군복 코스프레도 볼 수 있다. 스태이더스와 맞붙어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18세기에 세워졌다. 거대한 대들보와 시계탑에서 네덜란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travie info 트라이쇼Trishaw 스태이더스 앞에는 말레이시아와 페낭에서만 볼 수 있는 인력거 ‘트라이쇼’가 줄지어 서 있다. 평범한 인력거가 아니다. 오디오에서는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최신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지붕이며 좌석을 각종 꽃과 인형, 깃발로 치장하고 있다. 잘나가는 트라이쇼는 광고판까지 달고 성업 중이다. 트라이쇼를 타고 말라카의 골목골목을 돌아보다 보면, 아직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트라이쇼┃이용요금 시간당 40RM(30분 25RM), 어른 2인까지 탑승 가능 에이파모사┃입장료 무료 말라카왕궁┃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입장료 어른 기준 2RM 스태이더스┃개장시간 오전 9시~ 오후 3시30분(금~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입장료 어른 기준 5R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나라가 사는 법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레이시아에서 진한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나라에선 한국인의 영어가 유독 잘 통한다. 우리나라 콩글리시 버금가는 게 바로 말레이시아의 ‘맹글리쉬’.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가지 언어로 이뤄지는 완벽한 의사소통보다 다양한 언어로 이뤄지는 유연한 의사소통이 더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 여러가지를 포용한다. 가장 전통적인 것을 가장 현대적인 것으로 재구성하고, 감추고 싶은 역사를 가장 매력적인 역사로 소개한다.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본떴고, 쇼핑몰을 활보하는 여자들은 검정색 대신 온갖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치장한 차도르를 둘렀다. 이곳에서 이슬람 전통은 속박의 족쇄가 아니라,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된다.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이나 광장 이름에서 독립을 뜻하는 ‘메르데카’라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매년 8월31일 독립기념일에 성대한 축제를 치를 정도로 독립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반면 쿠알라룸푸르와 말라카 곳곳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 통치 유적들이 버젓이 관광상품화 돼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부러 이런 곳들을 찾기도 한다. 식민 역사에 대해 예민한 우리로서는 이런 모습이 양면적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 모습이 너무 양면적이지 않은지 묻자 나이 지긋한 관광가이드 노마가 적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용서에 관대한 편이예요. 아마 종교의 영향도 크겠죠.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식민시대에 아무런 악감정도 없어요. 역사 그대로의 과거에 얽매어 있기보다 새롭게 보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거지요.” 오랫동안 하나의 영토를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아온 역사 속에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포용을 배웠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종교와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는 데 가장 뛰어난 국민이다. 그리고 그런 관용적인 태도 속에는 다양한 삶의 어떤 형태든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강인함이 있다. “나는 10년 동안 트라이쇼 운전을 해왔어요. 운전 기술로 치면 말라카에서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거 알아요? 말라카 최고의 직업이 바로 트라이쇼 운전사라는 거. 난 매일 ‘이녀석’과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곳에 대해 알아 가죠. 난 정말 이 일이 좋아요.” 적도 부근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매일 12시간씩 인력거 운전을 하는 만MAN 씨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말라카에서 트라이쇼를 타며 만씨와 함께한 시간은 유쾌함으로 가득했다. 처음 만나는 말라카의 신선한 풍경 때문이기도 했고, 비온 뒤 씻은 듯 갠 하늘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많은 자전거 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룩한 그의 배와 넉넉한 웃음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화려하게 뽐낸 ‘이녀석’의 아늑한 품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전거와 만씨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베크만BECHMAN’. 그것은 어느새 만씨 자신이 돼 버린 녀석에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도선미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말레이시아관광청 www.mtpb.co.kr ★MALAY FOOD & SWEET DESERT MALAY FOOD 말라카의 음식 계보는 복잡 다단하다. 인도, 포르투갈, 네덜란드, 중국의 조리법이 말레이시아 특유의 향신료와 만나 새로운 퓨전 요리로 탄생했다. 달콤한 ‘자연주의’ 디저트도 말라카에선 꼭 맛봐야 한다. 단맛을 내는 데 코코넛 우유와 팜나무 수액으로 만든 흑설탕 ‘굴라Gula’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인공적이지 않고 몸에 좋다. 입 안에 감도는 두 가지 맛 ‘뇨냐푸드NONYA FOOD’ 중국인과 말레이인이 결혼해서 낳은 2세를 남자는 바바, 여자는 뇨냐라고 한다. 뇨냐음식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음식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아마 혼혈 가정 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으리라. 주로 중국 조미료에 코코넛 우유, 말레이 향료를 함께 넣어 조리한다. 태생이 가정식 요리기 때문에 겉보기에 매우 단출하다. 레스토랑에서 먹더라도 휴대용 찬합에 담겨 나온다. 튀김요리인 바이띠Baidee, 중국식 야채볶음인 찹차이Chap Chye, 커리잎을 넣어 구운 치킨IncheKabin 등이 대표적이다. 뇨냐 음식은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말라카와 페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데, 말라카식은 코코넛 우유를 많이 사용해 달달한 반면, 페낭식은 태국의 영향으로 매운 고추가 사용되는 점이 다르다. 뇨냐 식당은 존커 스트리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향에서 맛보는 원조 ‘아쌈페다스ASAM PEDAS’ 말라카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즐겨 먹는 아쌈페다스의 고향이다. 아쌈은 타마린드 열매즙을, 페다스는 ‘매운’을 뜻한다. 파인애플, 스타프루트 등 열대과일, 아쌈, 토마토, 절인 갓으로 만든 소스에 생선과 채소를 넣고 조리하는데, 겉보기엔 생선찌개에 가깝다. 맛은 전혀 비리지 않고 깔끔해 카레처럼 국물을 밥에 얹어 먹으면 맛있다. 아쌈페다스를 맛보고 싶다면 카페 루마말라카KafeRumah Melaka를 추천한다. 다양한 말레이, 말라카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며, 20년 된 캄풍의 풍취도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일요일 제외(영업시간 이후는 사전 예약 필수) 홈페이지 www.keferumahmelaka.com SWEET DESERT 코코넛밀크의 감미로운 맛 ‘사고Sago’ 바바 뇨냐들이 어렸을 때부터 즐겨먹는 간식이다. 사고팜 나무에서 나오는 전분을 하루동안 물에 담그면 젤리처럼 되는데, 이걸 동그랗게 뭉쳐서 은단만한 알갱이로 만들고, 코코넛 우유에 넣어 먹는다. 여기에 과일과 팜나무 설탕인 ‘굴라Gula’를 넣으면 매우 고소하고 달콤하다. 굴라는 메이플 시럽과 같은 방법으로 팜나무에서 추출한 설탕으로, 디저트에 주로 사용된다. 말레이시아식 팥빙수 ‘첸돌Cendol’ 첸돌은 말라카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얼음에 팥을 올리는 것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팥빙수와 흡사하다. 다른 점은 연유 대신 코코넛 밀크를, 시럽 대신 굴라를 사용한 자연식이라는 것. 특히 향료의 하나인 판단잎 즙으로 만든 녹색 젤리를 짧게 채썰어서 넣는 게 특징이다. 이 젤리는 해독 성분이 있어 몸에도 좋다. 독특한 향을 지닌 두리안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첸돌에 두리안을 토핑해서 먹기도 한다. 존커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산슈공San Shu Gong’의 첸돌이 유명하다. ▶travie info 말라카 가는 방법 인천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까지 이동한 후 현지에서 버스, 기차를 타면 편하다. 1 쿠알라룸푸르 버스터미널 TBSTerminal Bersepadu Selatan에서 말라카행 버스 이용. 1시간45분 소요되며 매일 7:00~23:00 사이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2.3RM. www.tbsbts.com.my 2 쿠알라룸푸르 기차역KL Central에서 싱가포르 우드랜드Woodland행 열차South Line를 이용하면 된다. 반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에 1대만 운행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쿠알라룸푸르발 말라카행은 오전 9시 출발, 2시간 30분 소요, 23RM. 싱가포르발 말라카행은 오후 1시45분 출발, 4시간 소요, 38RM. www.ktmb.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정보마당] 쇼핑·구인구직·교육소식

    쇼핑 ●GS25 이달 말까지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할인판매한다. 1만원권 상품권은 15% 할인된 8500원, 그루폰과 제휴된 신용카드(롯데·삼성·KB)로 결제하면 20%까지 할인해 준다. GS25에서 상품권 사용 때 제휴 통신사 카드(LG유플러스, KT)로 15% 중복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최대 35% 혜택을 받는다. 상품권은 1인당 10개까지 살 수 있다. ●크록스 23~25일 온라인몰(www.crocs.co.kr)에서 방한화를 50% 할인한다. 크록스는 남아용·여성용 부츠와 털 슬리퍼 등 3가지 제품을 날짜별로 매일 0시부터 선착순 100명에게 판매한다. 크록스는 시즌오프 세일을 실시해 겨울 제품을 30% 할인하고 있다. ●홈플러스 다음 달 6일까지 과일, 생선, 고기 등 주요 제수용품 22개 가격을 지난해보다 평균 26.2% 싸게 판다. 사과와 단감은 최대 38% 낮춘 개당 2480원, 600원에 판매하고 조기는 51.4% 할인해 마리당 3000원에 판매한다. 동태포는 1㎏에 7130원, 황태는 한 마리에 3800원이다. 탕국용과 산적용 소고기는 100g당 각각 3167원, 3000원이며 고사리는 100g당 2300원에 판다. 두부 한 모는 725원, 떡국떡은 100g에 300원으로 반값 수준이다. ●맥도날드 ‘호주 바베큐’ 버거와 스낵랩을 출시해 3월 3일까지 한정 판매한다. 호주산 순 소고기 패티에 베이컨과 체다치즈를 곁들인 제품으로 앞서 런던 올림픽 기간에 한정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 다음 달 말까지 가공우유 9종을 1000원에 판다. 정상가에서 400원 할인된 가격이다. 모카라떼와 카푸치노 등 덴마크 가공유(310㎖) 7종과 건국유업 카페네모(300㎖) 2종이 해당된다. ●W몰 24일까지 겨울 의류 등을 싸게 판매하는 ‘겨울상품 마감전’ 행사를 진행한다. 여성의류를 중심으로 80%까지 할인 판매하며 ‘나이키 팩토리 아웃렛 창고 대공개’ 행사에서는 나이키 전 품목을 최대 80% 저렴하게 선보인다. 신학기를 맞아 아디다스, 뉴발란스, 르꼬끄의 가방 각 20개를 2만 9000원부터 한정 판매한다. ●이마트 24일까지 참돔 회, 코다리, 오리백숙 등 겨울철 식재료를 할인 판매한다. ‘한마리 참돔회’는 2만 1800원, 코다리는 10마리를 시가보다 32% 인하한 8500원에 선보인다. 오리백숙은 마리당 8500원이다. ●CJ제일제당 다음 달 11일까지 식용유, 부침가루 등 주요 제품 13가지를 최대 54% 할인 판매한다. 식용유와 올리브유 등은 10~20%,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는 20%, 고추장은 54%, 만두·햇반·조미료 산들애는 30%씩 할인해 준다. 온라인(www.cjthekitchen.co.kr)에서 경품 이벤트를 열어 100명에게 참기름 세트를 준다. ●초록마을 다음 달 3일까지 ‘제주도 특산물전’을 연다. 감귤, 한라봉, 채소 등 농산물과 옥돔, 은갈치, 무항생제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 25가지 제주산 특산물을 최대 15% 할인한다. ●KGC인삼공사 설을 앞두고 정관장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24일부터 2월 9일까지 전국 정관장 매장(직영점 및 가맹점)과 농협에서 15만원 이상 구매하면 1만원 할인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20만원당 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 30일까지 구매하면 금액대별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정관장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 준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뷔페식당 오랑제리에서는 졸업철인 2월 한 달 동안 오랑제리를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졸업생(초등학교 이상)에게 무료 식사권(1인 1매)을 제공한다. 식사권을 받으려면 학생증을 제시해야 하며, 무료식사권은 제공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오랑제리를 재방문해 사용해야 한다. ●한샘몰(www.hanssemmall.com) 집안정리 소품을 990원에 판매하는 ‘990원샵(가칭)’을 상시 운영한다. 일주일마다 상품은 새롭게 교체되며, 매일 990, 3990, 5990, 7990, 9990번째 응모 고객에게는 정상상품을 990원에 파격할인해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편 990원샵 코너 이름 공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어울리는 이름을 제안한 고객 중 2명을 뽑아 한샘몰 마일리지 5만원을 증정한다. ●삼광유리 친환경 유아용품 브랜드 ‘얌얌’의 아기 모델을 뽑는다. 다음 달 17일까지 커뮤니티 ‘유하스에 담다’(cafe.naver.com/iloveglasslock)에서 접수를 받는다. 만 4세(48개월 미만)의 아기라면 신청 가능하며 카페 게시판에 1장 이상의 사진과 간단한 사진 소개글, 아기 월령 등을 작성해 응모하면 된다. 아기 모델은 1년간 활동하게 된다.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얌얌 제품과 함께 일동후디스, 매일 유업의 유아용 제품을 선물로 증정한다. 결과는 다음 달 22일 발표. ●옥소 굿그립 새달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쿠킹 클래스 참여 고객을 모집한다. 참가자는 새달 2일까지 공식 쇼핑몰인 옥소몰(www.oxomall.com)과 블로그 옥소하우스(www.oxohouse.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당첨자는 새달 4일 발표. 요리 교실은 2월 14일 CJ제일제당센터 1층에 위치한 백설요리원에서 열리며, 참가자에게 옥소 굿그립 제품을 증정한다. ●카페네스카페(www.cafenescafe.co.kr) 이달부터 매월 2회 홍익대 직영점 4층 ‘카페네스카페 아카데미’에서 예비 창업자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진행한다. 체계적인 매장 운영 노하우와 브랜드 연혁, 상권별 입지 전략 등 유용한 정보를 개인별 맞춤 형태로 전달한다. 설명회는 매월 2·4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사전 예약 필수. 참가 신청은 본사 전화(02-525-0020)로 하면 된다. ●쟈뎅(www.jardin.co.kr)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홈스타일 까페모리 2+1 이벤트’를 실시한다. ‘홈스타일 까페모리 카라멜향 카푸치노(10개입)’ 2박스와 ‘홈스타일 까페모리 프렌치바닐라향 카푸치노(10개입)’ 1박스를 묶어 약 20% 이상 할인된 4990원에 판매 중이다. 행사는 제품 소진 때까지 진행된다. ●다하누촌(www.dahanoo.com) 한우를 파격특가에 판매하는 ‘만원의 행복’ 이벤트를 27일까지 경기 김포 다하누촌 중앙광장 내에 위치한 본점과 명품관점에서 진행한다. 등심, 안심, 채끝, 차돌박이가 100g을 기준으로 2980원부터 판매되며 국내산 삼겹살과 오겹살은 각각 1200원부터 판매한다. ●유피스 수유용품전문브랜드 유피스는 다음 달 4일부터 4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2회 베이비페어에서 방문고객을 위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페이지(www.upisbaby-mainevent.co.kr/main.asp)를 카페 혹은 블로그로 스크랩하거나 페이스북 ‘좋아요’, ‘공유하기’ 이벤트에 참가하면 추첨을 통해 ‘폴프랭크 스타터 3종 세트’를 증정한다. 모든 구매고객에게는 일회용 턱받이와 수유 패드를 제공한다. ●쿠팡 소셜커머스 쿠팡은 다음 달 5일까지 ‘설 선물 기획전’을 연다. 1만원대 미만·1만원대·2만원대 등 가격대별로 분류돼 있다. 1만원 미만으로 ‘참존 클렌징크림 세트’ 6900원, ‘아모레퍼시픽 고운 2호세트’ 8500원이다. ‘동원 참치선물세트(2만 3500원)’ 구매 때 상품 1개당 2000원이 적립된다. 이달 말까지 매일 오전 11시 방문고객에게 영광굴비, 한우·과일세트 등을 파격가에 선보이는 ‘광딜’ 이벤트도 진행한다. ●지마켓(www.gmarket.co.kr) 다음 달 5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마다 식품, 생필품, 뷰티용품 등 설 인기 선물세트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지마켓 모바일을 통해 다음 달 1일까지 설 선물세트 한 개를 사면 상품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 모바일 전용 이벤트도 진행한다. 회원이면 최대 5000원 할인받는 10% 할인 쿠폰과 카드사별 최대 12개월 무이자할부도 받을 수 있다. 구인·구직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분야 전문위원(계약직) 2명(경력·4급)을 공모한다. R&D 전략 수립과 예산 심의, 신규 정책 어젠다 발굴과 대형선도 과제를 발굴 추진한다. 박사 학위 취득자 및 학사학위 취득 후 관련 분야 7년 이상 경력자가 대상이다. 원서접수는 오는 31일까지이며, 이메일(ebkim@osp.go.kr) 또는 방문, 우편으로 접수받는다. 채용담당자(02-6009-8735). ●대한주택보증 홍보전문가(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한다. 계약기간 1년(연장 가능). 홍보관련 업무 5년 이상 종사자, 영상물 제작·편집 등 가능자를 우대한다. 원서접수는 오는 2월 1일까지다. 이메일(gwhong@khgc.co.kr)로 접수한다. 홍보비서실(02)3771-6328. ●서울시 금천구 감사담당관(개방형직위)을 채용한다. 일반직(5급) 또는 계약직(5호) 공무원이다. 임용기간은 최초 2년이나 근무성적에 따라 모두 5년 범위 내에서 연장도 가능하다. 원서접수는 2월 1일부터 8일까지. 직접 방문 접수해야 한다. 행정지원과(02)2627-1013. ●대검찰청 검찰주사보(공인회계사 자격 소지자) 4명을 경쟁채용한다. 근무지는 부산·대전·광주이며, 기업회계 분석과 일선 검찰청 기업수사 지원 등을 한다. 원서접수는 28일부터 2월 8일까지. 운영지원과(02)3480-2037. ●국립과천과학관 전문계약직(전시·우주과학교육·영상콘텐츠 기획)을 모집한다. 채용기간은 채용일로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며, 행정안전부와 협의결과에 따라 근무실적 등을 고려해 연장도 가능하다. 원서접수는 23일부터 28일까지. 운영지원과(02)3677-1314. ●보건복지부 국립서울병원 의료부장(일반직고위공무원)을 공개 모집한다. 의사 면허 소지 후 관련 분야 근무·연구 경력 10년 이상인 자로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 소지자가 대상이다. 원서접수는 오는 31일까지. 접수기간은 기관 사정과 서류검증 소요기간 등에 따라 단축 또는 연장 가능하다. 인사과(02)2023-7058.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문계약직 5명(나급 2명, 다급 2명, 마급 1명)을 채용한다. 채용기간은 채용일로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며 연장은 계약직공무원규정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가능하다. 원서접수는 24일부터 28일까지. 문화도시정책과(02)3704-3410.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전산직(9급) 공무원을 공개 채용한다. 정보처리 분야 산업기사(전자계산기제어·정보통신·사무자동화·정보처리) 이상 자격증 소지자가 대상이다. 원서접수 29일부터 31일까지. 관리과(02)2650-6211, 6214. ● 한국중부발전 사무, 기술 분야 4(을)직급 채용을 진행한다. 지원은 24일까지 사람인 채용 홈페이지(komipo.saramin.co.kr)로 하면 된다. ● 일진그룹 경영지원, 판매, R&D 등 5개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는다. 30일까지 홈페이지(www.iljin.com)에서 지원할 수 있다. ● 영원무역 수출영업, 수출서류, 디자이너, IT 부문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접수는 30일까지 홈페이지(www.youngone.co.kr)에서 하면 된다. ● 한미약품 임상, 연구개발 등 4개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지원은 24일까지 홈페이지(www.hanmi.co.kr)나 우편으로 할 수 있다. ● 삼표그룹 삼표와 삼표E&C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접수는 홈페이지(www.sampyo.co.kr)에서 27일까지 받는다. ● 일신방직 영업부 신입사원을 뽑는다. 24일까지 홈페이지 (www.ilshin.co.kr)에 접수하면 된다. ● 위니아만도 마케팅, 디자인, 국내영업 등 14개 분야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지원은 27일까지 홈페이지(www.winiamando.com)에서 할 수 있다. ● 전력거래소 사무직, 기술직, 전문직 신입사원을 뽑는다. 24일까지 홈페이지(kpx.jobagent.co.kr)에 접수하면 된다. ● 안랩 네트워크보안제품 엔지니어, CERT 등 4개 부문 인턴사원을 모집한다. 접수는 홈페이지(www.ahnlab.com)로 28일까지 하면 된다. ● 모아텍 생산기술, 관리 등 5개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 사람인 홈페이지(www.saramin.co.kr)에서 25일까지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 아프로파이낸셜그룹 종합관리직, 전산직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는다. 지원은 25일까지 홈페이지(www.aprofg.com)에서 할 수 있다. ● 자트코코리아 전자제어, 설계 등 8개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접수는 24일까지 홈페이지(www.jatco.co.kr)에서 하면 된다. ● 유풍 제품기획, 구매 등 7개 분야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지원은 25일까지 채용 홈페이지(recruit.yupoong.com)에서 할 수 있다. 교육소식 ●지구촌민속교육박물관 서울시교육청 지구촌민속교육박물관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은 유·초등학생이 세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교실을 다음 달 2일까지 연다. 가족단위 또는 단체로 접수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아메리카를 만나다’ 특별전시와 연계 프로그램 및 세계 여러나라의 새해 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달 30일과 다음 달 1일에 운영되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되어보자’ 프로그램에서는 인디언 머리띠를 만들고 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02)3111-316. ●서울 남부교육지원청 다음 달 7일까지 영등포구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에서 특수교육 고등학생을 위한 성인 직업전환 교육프로그램 ‘이미지메이킹’을 실시한다.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4시 2시간씩 총 6회가 진행된다. 학생들은 직업에 대한 기본자세·태도, 헤어·메이크업, 의복관리, 표정, 말투 등 사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소양을 배운다. (02)2165-0264. ●‘2013 스마트 에듀위크’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열린다. 다양한 교육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로 ▲교육박람회 ▲랭귀지월드 ▲방과후학교박람회 ▲예체능교육박람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디지털 교육 시스템과 제품, 변화 트렌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eduweek.or.kr)나 전화 (02)6000-6696∼7. ●한자자격시험 금성출판사(www.kumsung.co.kr)는 오는 3월 16일 치러질 국가공인 한자자격시험(사단법인 한자교육진흥회 주관)의 응시원서를 28일까지 접수한다. 응시가능 급수는 3∼8급으로 응시료는 급수에 따라 1만 2000원∼2만원이다. 접수는 금성출판사 전국 지점 방문 또는 전화. (080)969-1000. ●후마니타스 칼리지 무료 공개 경희사이버대는 다음 달부터 네이버 TV캐스트에 교양강좌를 무료로 공개한다. 경희사이버대는 교양수업 프로그램인 ‘후마니타스 칼리지’ 가운데 우기동 철학과 교수의 ‘시민교육’과 이정우 철학과 교수의 ‘우리가 사는 세계’, ‘인간의 가치 탐색’ 등 인기수업 위주로 공개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등 동·서양, 근·현대를 넘나드는 탁월한 교양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02)3299-8725. ●2014 대입 재수생 전략설명회 입시전문업체 메가스터디가 2014학년도 수능 재도전을 결심한 재수생을 대상으로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대입전략 설명회를 연다. 손주은 대표가 직접 나서 재수 성공을 위한 입시전략, 수능성적의 중요성 등 재수생들이 알아야 할 핵심전략을 들려줄 예정이다. 참가신청은 오는 25일까지 홈페이지(www.megastudy.net).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어린 학생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놀이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1월 옛놀이 책놀이 한마당’을 준비했다. 오는 26일 오후 1~3시 서울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초등학교 1~4학년 학생과 가족 등 25개팀 내외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에버러닝 홈페이지(everlearning.sen.go.kr).
  • 대법 “오픈마켓 짝퉁, 운영자 책임 없다”

    인터넷 거래 중개 사이트인 오픈마켓에서 ‘짝퉁’ 상품이 판매돼도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독일의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 신청을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한 인터넷 공간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 판매 정보가 게시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 해도 곧바로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아디다스는 2009년 G마켓에서 자사 상표권을 침해한 위조품이 판매되고 있는 데도 이베이코리아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1심은 “대량의 상품을 일일이 확인해 위조품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2심도 1심 결정을 유지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지자체 백화점식 부패 언제까지 봐야 하나

    감사원이 그제 밝힌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인허가 비리 실태를 보면 과연 이러고도 조직이 제대로 굴러왔나 의문이 들 정도다. 지자체장이 근무성적 평정을 조작해 부당 인사를 하는가 하면 골프장 용도변경 등 인·허가 특혜, 부당 수의계약 등 막장 행태는 끝 간 데를 알 수가 없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109곳의 지자체를 선정해 행정서비스 취약 분야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1차로 점검한 61곳 지자체에서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대전 중구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자자체의 비리는 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지자체 내부감사를 통해 수없이 적발됐다. 하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처럼 자라나는 악순환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고질적 병폐라는 얘기다. 이번에 적발된 인사 비리를 보면 일부 단체장은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측근을 업무 특성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승진자를 내정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부당한 자리를 차지한 측근이 인사와 예산을 마음대로 주물렀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측근을 특정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바꾸고 근무성적 평정 시뮬레이션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방선거철만 되면 으레 공무원 사회의 정치권 줄서기병이 도지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외부의 유혹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장 업무 종사 공무원뿐만 아니다. 그야말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너나없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3~5년에 한 번씩 ‘의례적인’ 지자체 정기감사를 벌인다. 지자체의 비리가 이 지경이라면 그와 별개로 비리의 개연성이 큰 분야를 선별해 ‘기획 감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번 감사에서도 드러났듯 지자체의 부패 구조는 갈수록 교묘화·지능화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담은 백서를 발간해 지자체 등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서가 한갓 책꽂이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성찰과 반성의 교본으로 삼기 바란다.
  • [사설] 택시법 거부권 행사는 당위의 문제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근로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택시법’ 이상의 법적 보호장치도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택시법이 어떤 법인가. 정치권이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 밀어붙인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 아닌가. 국회는 정부의 반대 속에 변변한 공론화 절차도 없이 연간 1조 9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택시법으로 인한 대중교통 정책의 혼란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수송분담률 9%인 택시가 수송분담률 31%인 버스나 23%인 지하철·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대접을 받는 데 선뜻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 형평성의 기준이 사라졌으니 연안 여객선 업체들이 너도나도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 달라고 나선다고 탓할 수만도 없다. 맞교대 근무 속에 저임금에 시달리는 택시 운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택시사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택시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 택시업계에 필요한 것은 속보이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병의 뿌리를 다스리는 원인요법이다. 택시업계의 근본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택시 공급 과잉에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5만여대의 택시가 공급 과잉이라고 한다. 감차(減車)라는 구조 개선 노력 없이 지원을 늘려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택시법 통과로 감차 보상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남아도는 택시를 줄이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택시법을 강행하기보다는 감차 보상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요금을 현실화하고, 운수종사자의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택시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임기 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더욱 심리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택시법 후유증의 심각함을 감안하면 거부권 행사 외에는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다.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배두나 “연기할땐 쫄지 않아 난 배우니깐”

    배두나 “연기할땐 쫄지 않아 난 배우니깐”

    눈이 휘둥그레질 미인은 아니다. 관객 넋을 빼놓는 ‘여우주연상 연기’와도 거리가 멀다. 그런데 수많은 감독이 그녀에게 반했다. 봉준호(‘플란다스의 개’ ‘괴물’)와 박찬욱(‘복수는 나의 것’), 정재은(‘고양이를 부탁해’) 고레다 히로카즈(‘공기인형’)까지. 일상에서 한 발 비켜선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관객이 몰입하게 하는 그만의 매력 때문일 터. 배두나(34)가 주인공이다. 2011년 5월, 임필성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미국 유명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했다. 시나리오 표지에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의 이름이 있었다. 500년 동안 되풀이된 운명적 만남을 윤회적 세계관으로 그려낸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클라우드 아틀라스’(작은 9일 개봉)였다. ‘매트릭스’의 광팬 배두나는 팬의 처지에서 스카이프(인터넷 화상전화)로 처음 라나·앤디와 미팅을 했다. 그들은 배두나에게 주인공인 복제인간 ‘손미’의 부분을 영상에 담은 ‘셀프 테이프’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중이 훨씬 작은 ‘유나’(저우쉰이 연기) 역이라고 생각했던 배두나는 깜짝 놀랐다. CF 감독을 하는 오빠의 도움으로 “눈 뜨고 못 볼 정도의 영어 대사”로 연기한 영상을 보냈다. 다음 달, 워쇼스키 남매의 사무실이 있는 시카고로 날아갔다. 스크린 테스트였다. 워쇼스키 남매는 시나리오 속 두 장면을 실제 촬영하듯 연기 지시를 하면서 화면에 담았다. 훗날 라나 감독은 “클론의 최후를 보고 나서 침대에 누운 손미가 독백하는 장면을 보고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인데다 톰 행크스, 할리 베리, 짐 스터게스, 휴 그랜트 등과 공동주연인 만큼 무혈입성일 리는 없다. 할리우드에서는 감독만큼 캐스팅디렉터의 목소리가 크다. 때문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한국계 배우가 손미 역의 오디션을 본 것은 당연했다. 캐스팅디렉터는 배두나의 ‘셀프 테이프’를 보더니 라나 감독에게 “무슨 생각으로 이 배우를 쓸 생각을 했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배두나가 배역을 낚아챈 건 ‘고양이를 부탁해’부터 ‘복수는 나의 것’ ‘괴물’ ‘공기인형’ 등 출연작을 섭렵했던 라나의 강력 추천 덕이다. “일종의 ‘특채’였다”고 배두나는 설명했다. 중국계 프로듀서 필립 리의 역할도 컸다. 그는 “5월에 시카고에서 스크린테스트를 봤다. 6월쯤 한국에 필립이 왔다. 시간이 되면 보자더라. 내 영어가 짧아서 일본어로 대화했다. 필립은 8년을 일본에서 살았는데, 내가 발음이 더 좋다며 놀라더라. 필립이 감독에게 ‘두나는 영어대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히로카즈 감독도 나보고 귀가 좋아 말을 빨리 배운다고 하더라”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톱스타들이 득실거리는 현장에서 동양에서 온 낯선 여배우는 자칫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될 법도 했다. 웬만한 배포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한국에선 선배 대접을 받고, 좋은 대우를 받았는데 처음엔 스태프들이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프로페셔널하게 해내니까 곧 존중을 해주더라”고 했다. 이어 “대스타들 때문에 기가 죽은 적은 없다. 영어가 안 돼 처음엔 머뭇거렸지만, 연기에서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송강호 선배랑도 했다. 어디에 가든 배우 대(對) 배우로는 기죽지 않는다. 외려 신이 났다”고 설명했다. 역시 비현실적인 캐릭터다운 배짱이다. 가장 많이 재촬영을 한 장면이 궁금했다. 영화 막바지 반(反)정부 혁명에 가담한 손미가 취조당하는 장면을 꼽았다. “연기에 몰입하기만 하면 사랑했던 장혜주(짐 스터게스)가 떠올라 눈물이 쏟아졌다. 나를 보던 라나는 화장지 두 통을 다 쓸 정도”라고 했다. 상대역을 맡은 제임스 다시는 “넌 티어스틱(눈 주위에 발라 눈물이 나게 하는 화장품)이 아니고 드라이스틱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단다. 배두나는 이내 큭큭 웃었다. “대부분 10번씩은 다시 찍었다”면서 “처음에는 정말 당황했다. 라나는 정말 섬세한 편이어서 조금씩 바꿔가면서 다르게 요구했다. 알고 보니 톰 행크스도 15번씩 같은 장면을 찍었더라”고 했다. 배두나가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얻은 것은 무얼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입안에서 한번 곱씹는 듯했다. “내가 운이 좋아서 어렸을 때 봉준호·박찬욱 감독과 작업했고, 그분들이 세계적인 감독이 되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히로카즈 감독과 연결됐고, 워쇼스키 남매 눈에도 띄었다. 모든 게 운이라고 생각했다. 난 특별할 게 없는 데 과대평가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오디션을 봐서 역할을 따냈고, 혼자 유럽에서 적응하고, 연기하고, 좋은 평가도 받았다. 뭐랄까. 처음으로 ‘내가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연기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다만, 과정을 칭찬해주고 싶다. 되지 않는 영어로 죽을 힘을 다했는데, 관객에게 진심이 전해질 만큼은 안정적으로 연기한 것 같다.” 그의 나이 서른넷. 어느덧 16년차 중견배우가 됐다.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큰 작품을 끝내면 1년쯤 확 쉬어버리곤 해요.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집에 박혀서 보내죠.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2011년 11월에 끝났으니 1년도 더 놀았네요. 영화 홍보 때문에 올해는 두 번(‘코리아’ ‘클라우드 아틀라스’)이나 동굴을 빠져나왔어요. 이제 촬영장 가서 미친 듯이 놀 때가 된 것 같아요. 한국말 대사가 간절해요. 하하하.”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입학 대신 서울대 취업… “고졸 성공신화 보여줄 것”

    입학 대신 서울대 취업… “고졸 성공신화 보여줄 것”

    새해를 하루 앞두고 값진 선물을 받은 이들이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 1년 만에 뽑은 첫 9급 공채시험에서 당당히 고졸자로서 합격한 김민규(18·세명컴퓨터고)군과 장하얀(18·서울여상)양이다. 서울대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우수 인재의 조기 사회진출을 위해 고졸 채용을 추진, 서울시내 모든 특성화고로부터 학교장 추천을 받은 뒤 두 차례 면접 전형을 거쳐 행정과 전기 방송요원 분야에서 1명씩 합격자를 선정했다. 서울대는 고졸 채용 외에도 2636명의 지원자 가운데 전산 ,회계 등 10개 직렬에서 8·9급 43명을 더 뽑았다. 김군은 합격통보 소식에 “카페에서 확인했는데 수십명의 손님이 쳐다보는 가운데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양도 “합격자 수험번호를 보고 믿기지 않아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재차 확인했다”며 웃었다. 합격증을 쉽게 거머쥔 건 아니다. 김군은 직무와 관련된 방송엔지니어 동아리를 1학년 때 앞장서 만들고 실무감각을 익혔다. 축제 때면 조명 및 음향 기기 관리를 도맡았다. 처음 5명에 불과했던 동아리 인원도 김군의 실력이 널리 알려져 현재 25명에 달한다. 총학생회에서 학급별로 의견을 모아 학교 측에 건의하는 등 전교부회장으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군은 “면접에서는 낯선 사람들과 만났던 3년간의 학교 홍보 도우미 활동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양은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약 200명의 고교생이 참가한 동서울대학교 주최 고교생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장려상을 받았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선생님들이 발표를 준비하거나 업무가 너무 많을 때면 장양에게 도움을 구할 정도다. 장양은 “다방면에서 훌륭해야 인정받는 사회라 회계·경영 등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웹디자인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면서 “이러한 부분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신규 직원 연수로 시작될 첫 조직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김군은 “솔직히 서울대라는 이름에서 오는 자부심이 있지만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상사와의 관계 설정 등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양은 “같이 뽑힌 동료들이 회계사 등 뛰어난 분들이라 나보다 업무 습득이 빠를 것 같다”면서 “학생 때보다 개인의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내 실수로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새내기만의 희망찬 포부는 빼놓지 않았다. 김군은 최고의 음향과 조명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무대를 만드는 ‘미다스의 손’ 엔지니어가, 장양은 서울대 학생들의 ‘친절 도우미’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이미 취업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졸자는 아직 국내에서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야간대학을 다니는 등 끊임없이 배워 고졸 취업자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2013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하트/김보름

    “그럼 내일 감정 실기시험 잘 보세요.” 거실 벽 스크린 속에서 감정 과외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선생님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왼쪽 가슴에 달린 ‘하트’ 배지엔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다. ‘적정 감정 수준’ 차분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20년에 나온 감정 조절기 ‘하트’는 이제 초등학생들에겐 제2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내 하트는 계속 초록빛이다. 후훗, 나도 이제 감정 조절의 대가가 된 건가. 1학년 때부터 5년째 하트를 사용한 보람이 나타나는가 보다. 앗, 괜히 기분이 좋아 하트를 만지작대다 뒷면의 단추를 눌러 버렸다. 음성 녹음된 하트 사용 설명서가 흘러나온다. 하트는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의 파장을 실시간 감지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중 하나로 나타냅니다. 빨강은 가장 흥분된 감정, 보라색은 가장 침체된 감정입니다. 초록은 기준이 되는 색으로서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을 나타냅니다. 화가 나거나 마음이 들뜨면 그 정도에 따라 노랑, 주황, 빨강 순으로 색깔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앉으면 파랑, 남색, 보라색 순으로 내려갑니다. 가장 위험한 상태인 빨강 단계에 이르면 경보음과 함께…. 나는 다시 단추를 눌러 음성 설명을 껐다. 엄마가 거실로 나왔다. “은찬아, 내일 하트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엔 꼭 점검 받아. 벌써 두 달이나 미뤘잖니.” “알았어요, 엄마.” 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정기 점검은 딱 질색이다. 가슴에 달린 하트에 푸른 광선을 쬐는 것인데, 아무리 정신 건강에 좋은 알파파가 나온대도 난 속이 메스껍다. “은찬이 너 대답만 하지 말고…. 하트가 개발된 시대에 사는 걸 복인 줄 알아. 엄마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하트 같은 건 상상도 못했어. 애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알아? 만날 학교 폭력이 일어나고, 전쟁 게임을 실제로 따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기도 했어. 정말 무서운 시절이었지. 하트가 나오고 나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하트 예찬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얼마 전 하트사랑학부모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얼마나 침착하고 세련됐니? 그게 다 하트 덕이야. 마음이 차분한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잖아. 이번에 전교 1등한 규빈이는 벌써 명상전문가 자격증도 땄다더라. 마음공부가 자기 계발의 기본이 된 이 시대엔, 감정 통제력이 성공의 밑바탕이라는 거 항상 명심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엄마는 벽에 설치된 가훈 액정 화면을 눈으로 가리켰다. 거기엔 엄마가 존경하는 세계적인 리더, 수잔나 윌파워의 명언이 적혀 있다. 세상을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자신을 다스리려면 먼저 감정을 다스려라. 엄마는 자동명상소파에 앉아 스크린을 텔레비전 모드로 바꿨다. 뉴스가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오후 서울 ○○동에 사는 일흔두 살 한모씨가 소주를 마시고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한씨는 인근 초등학교를 돌며 하트를 부수라고 고함을 질러….” “어머, 우리 동네잖아!” 엄마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세상에, 정말 정신없는 양반이네. 소주까지 마셨다니….” 알코올 도수가 1도 이상인 술은 금지돼 있다. 1도가 어느 정도인지 난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허가를 받아야 구할 수 있는 소주라는 술은 알코올이 20도나 된다고 한다. 엄마는 소주를 마시면 미치광이가 된다고 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보면 얼른 피해. 저런 사람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야.” “네, 엄마.” 하지만 나는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얼마 전에 길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땐, 재미있는 놀이 기구가 많았어. 너희들은 그네, 시소, 미끄럼틀을 책에서만 봤지? 할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다 타 봤단다. 가장 재미있는 건 퐁퐁이었어.” “퐁퐁이요? 그게 뭐예요?” “넓고 쿨렁쿨렁한 매트에 올라가 퐁퐁 뛰는 거야. 정식 이름은 트램펄린인데, 한때는 올림픽 경기 종목이기도 했지. 퐁퐁이 불법이 되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퐁퐁을 태워 주는 일을 했단다.” “와, 그런 직업도 있었어요?” “그럼. 퐁퐁은 마법의 기구란다. 퐁퐁을 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하늘로 날아오를 듯 행복해지지.” 할아버지는 퐁퐁을 타던 옛날 어린이들 얘기를 해 주었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나는 ‘사라진 놀이 기구들’이라는 책에서 그 기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트램펄린은 위험한 놀이 기구로 소개되어 있었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을 듣고 보니 퐁퐁이 그렇게 나쁜 기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뉴스를 보다 딴 생각에 빠졌구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내일 보는 감정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방에 들어가 매직북을 켜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클릭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단계로 배열된 감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실기시험에선 ‘빨강’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평가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해 주면, 그때 일어나는 기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연기해 보이는 것이다. 나는 빨강에 속하는 감정들을 읽어 보았다. “도취, 광란, 분개, 분노, 북받침, 극도의 흥분, 가슴이 터질 듯함….” 가슴이 터질 듯함? 이건 못 보던 거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감정인가 보다. 그런데 가슴이 터질 듯한 게 뭐지? 심장병이라도 일으키는 기분인가? 다음 날, 나는 가슴이 터질 듯한 감정이 어떤 건지 짝 미루에게 물어보았다. “나도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그건 아주 많이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래.” 미루가 말했다.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왜 빨강이야? 빨강에 속한 건 위험한 감정들이잖아. 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나도 그게 이상해서 엄마한테 다시 물어봤더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은 좋지 않대. 그렇게 마음이 들뜨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된다고.” “그렇구나. 기쁨도 나쁜 감정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을 열어 보았다. 다른 행복한 감정들은 초록이나 노란색에 들어 있었다. 만족감, 뿌듯함, 유쾌함, 즐거움, 쾌적함, 편안함, 흐뭇함…. 그런데 빨강에 속한,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은 얼마큼 큰 기쁨일까? 이것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렬한 걸까? “야, 우리 감정 실기 연습해 보자.”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미루가 툭 쳤다. “그래. 네가 먼저 상황을 말해.” “음, 오늘은 너의 결혼식 날이야. 네가 예복을 잘 차려입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위층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어. 너는 쫄딱 젖어 버렸지. 그럼 기분이 어떨까?” “화가 욱 치밀겠지. 하지만 그 순간 하트가 찌릿찌릿 신호를 보내주니까,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뭐야, 이건 네가 어른이 됐을 때 얘기잖아. 넌 결혼할 때까지 하트 달고 다닐래?” “아차! 그렇지, 참.” 나는 멋쩍어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휘성이가 실실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얘들아, 나 어제 재밌는 일 있었다.” “무슨 일?” “내가 얼마 전에 최신형 하트로 바꿨잖아. 근데 그걸 달고 나서 어제 처음으로 빨간불이 들어왔거든.” “왜? 어쩌다가?” “우리 형이랑 해적판 만화영화를 보는데 너무 웃겨서 배를 쥐고 웃다가.” “어, 정말? 너무 웃어도 빨간불이 돼?”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껏 웃다가 빨간불이 들어온 일이 내 기억엔 없다. “그것도 몰랐어? 넌 실컷 웃어 본 적도 없냐, 이 감정 샌님아!” 휘성이가 약을 올렸다. “하트는 감정의 파장만 읽어 내니까, 웃는 것도 심하면 빨간불이 되지. 그건 아마 ‘극도의 흥분’에 포함될걸.” 앞자리에 있던 솔비가 돌아앉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기분이었다. 심하게 웃어도 빨간불이라니? 웃는 것도 잘못인가? “야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휘성이가 말을 이었다. “하트가 빨갛게 삐삐거리는데, 내가 웃느라고 하트를 끄지도 못하고 한참 데굴데굴 굴렀더니….” “어떻게 됐어?” “병원에 가라고, 이 똑똑한 신형 하트가 정신과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거야.” “하하하하.” 아이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트들이 줄줄이 노랑, 주황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야, 강은찬! 넌 왜 그래? 재미없어?” 내 굳은 얼굴을 본 휘성이가 물었다. “아, 아냐. 재밌어.” 나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하트를 속일 수는 없었다. 나는 파랗게 질린 내 왼쪽 가슴을 손으로 감싸고 복도로 나왔다. 하트를 점검 받을 때처럼 속이 메슥거렸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았다. 며칠 뒤였다. 수업이 끝나고 미루, 솔비, 휘성이와 함께 우주 체험관에 가는 길이었다. 저만치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퐁퐁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는 얼른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 얼굴이 전보다 많이 수척해 있었다. “은찬아, 너 저 할아버지 알아?” “우리 엄마가 저 할아버지한테 가까이 가지 말랬는데….” 미루와 솔비가 속닥거리며 물러섰다. 휘성이도 놀란 눈치였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다시 꾸벅 절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할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야윈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나는 몸을 홱 돌려 할아버지한테 뛰어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냐. 무슨 일이냐?” 할아버지가 푸근하게 웃으며 물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퐁퐁 가지고 계세요?” “으응? 아, 아니….” 할아버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퐁퐁 있는 거 맞죠? 저 퐁퐁 한 번만 태워 주세요.” 나는 할아버지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할아버지, 제발요. 정말 꼭 타 보고 싶어요.” “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할아버지는 말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왜소한 등이 장군처럼 당당해 보였다. 나는 할아버지를 뒤따랐다. 아이들도 멀찍이서 주춤주춤 따라왔다. 할아버지의 집은 낡은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크고 둥근 퐁퐁이 있었다. 가슴이 콩콩거렸다. “얼마 전에 수리하고 용수철도 다 고쳤다. 허름해 보이지만 타 보면 괜찮을 게야.” 나는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매트에 발을 디뎠다. 올라서자마자 몸이 저절로 출렁거렸다. 퐁퐁이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너희도 올라와!” 나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미루, 솔비, 휘성이도 머뭇머뭇 퐁퐁에 올라왔다. 우리는 힘차게 발을 굴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방방 뛰기만 했다. 몸은 점점 더 높이 튀어 올랐다. “와우!” “와하!” 우리는 신이 나서 맘껏 소리쳤다. 말할 수 없이 커다란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하늘까지 날아오를 듯 짜릿한 기분이었다. “삐삐삐삐….” 빨갛게 흥분한 네 개의 하트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우리는 가슴에서 하트를 떼어 던져 버렸다. 검게 죽은 하트들이 땅바닥에 뒹굴었다. 맨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슴이 터질 듯했다. ■당선소감 세상에 따뜻한 빛 전하고 싶어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을 치유하고 인간을 내면의 고향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한낱 ‘동화’에 불과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법과 환상이 자재로이 활개 치고 영혼이 굴레 없는 자유를 누리는 이상향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그러나 결코 쇠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무엇이어서, 인간은 삶과 노동을 통해 자기 안의 낙토를 조금씩 넓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시간을 홀로 방황하였다. 그리고 그 길에서 동화를 만났다. 동화는 어둠 속의 불빛이었다. 어둠은 크고 짙었지만 끝내 작은 빛을 이기지는 못하였다. 어둠은 빛에 의해 흐려졌고 빛은 어둠에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우주의 밤하늘에 촛불 한 자루 세우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나 처음에는 문학이 아니었다. 고민과 잡념을 내리 쓴 일기였다. 내부에서 들끓는 무언가를 꺼내 놓지 않을 수 없어 하릴없이 적어 온 일기들이 창작의 밑거름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동화를 습작하면서, 흔히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진리들이, 어떤 면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리얼리티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맑고 밝은 기운이 나 자신과 이 세계를 조용히 감싸고 있음을 느끼면서, 주변을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비전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으로 세상에 따뜻한 빛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더 많이 사랑하고 부딪치고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졸고를 너그러이 거두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서울신문사, 그리고 힘이 되어 주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부단한 정진으로 모든 분들의 후의에 보답하고 싶다. ●약력 ▲1981년 경기 부천 출생 ▲한양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심사평 시의성 띠고 상상력 출중해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에 과연 좋은 동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많은 동화작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당선작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232편의 응모작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다.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동화를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썼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모이기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회장’과 ‘춤추는 수건’은 둘 다 휴대전화와 수건이라는 사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간 공통점을 가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동화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몇몇 표현 때문에 탈락했다. 후자는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게 감동적이고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동일화의 덕목을 놓쳐 어른들의 동화가 되어버린 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작품 ‘하트’를 골랐다. 후반부에 급박하게 대화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 서술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다는 흠은 있었다. 하지만 시의성을 잘 띠고 있으며, 동화적 상상력이 출중하고, 동일화의 덕목도 지켜냈다. 재치 있는 이야기 구사 능력에서 보여주는 대성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며 축하해마지 않는다. 사족으로 ‘속담왕’ ‘엄마의 별’ ‘짜잔 정훈이’ ‘꿀벌이 되면’ ‘길잃은 아이’ ‘까마귀와 배시시’ ‘자귀나무 이야기’ 등도 아까운 작품들이었음을 밝히고 싶다. 더욱 분발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미덕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 [주목할만한 문화계 인사들] 보고싶어, 봉 감독 설국열차… 궁금해, 싸이 후속곡

    [주목할만한 문화계 인사들] 보고싶어, 봉 감독 설국열차… 궁금해, 싸이 후속곡

    서울신문은 최근 문학·학술·영화·공연·방송·가요·클래식·미술 등 각계 전문가 52명에게 ‘올해의 문화예술인’을 설문(지난 12월 24일 자 19면 참조)하면서 새해에 가장 주목해야 할 문화계 인사도 물었다. 총 39명(혹은 단체)이 후보로 거론됐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은 영화감독 봉준호(44)다. 6명이 추천했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이후 ‘살인의 추억’(2003년·서울 191만명), ‘괴물’(2006년·1301만명), ‘마더’(2009년·301만명)까지 한 번도 실망을 시킨 적이 없다. 평단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낸 것은 물론 데뷔작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흥행도 놓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봉 감독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건 올여름 다섯 번째(옴니버스영화 ‘도쿄’ 제외) 장편영화 ‘설국열차’로 돌아오기 때문. 봉 감독의 첫 공상과학(SF)영화인 데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간판 박찬욱(50)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CJ E&M의 책임투자로 순제작비만 4000만 달러(약 429억원)가 들어갔다. 송강호와 고아성을 비롯해 크리스 에번스와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의 A급 배우들이 동참했다. ‘설국열차’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에서 1200만 관객을 동원해 봤자 순제작비도 못 건지기 때문. 지난 11월 ‘킹스스피치’와 ‘아티스트’를 배급했던 미국의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배급권을 확보함에 따라 한국영화로는 처음 북미 등에서 대규모 개봉(와이드 릴리즈) 형태로 배급된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는 물론, 소설가 임성순과 뮤지컬제작자인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 등도 “봉 감독의 ‘설국열차’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의 문화예술인’ 조사에서 영화감독 김기덕에게 1표 뒤진 2위를 했던 가수 싸이(36)가 올해 기대되는 인물에서도 ‘넘버 2’를 지켰다. 4명이 그를 꼽았다.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조회건수 10억뷰 돌파를 비롯해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2위, 영국 UK차트 1위를 정복하는 등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던’ 싸이에겐 후속곡 성패가 관건이다. 싸이는 2~3월쯤 미국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해 새 음반을 내놓을 계획이다. 싸이의 미국 활동을 총괄하는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최근 한 시상식에서 “(싸이에게 힙합뮤지션 겸 프로듀서인) MC 해머와의 협업을 제안했다. 영어가 조금 들어가겠지만 한국어 가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싸이가 곧 출시할 세계 앨범이 또 얼마나 큰 열풍을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도 “올 초 전 세계에 앨범을 발표하는 싸이가 또 다른 재미와 비주얼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스토커’로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르는 박찬욱 감독은 3명의 추천을 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던 박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복귀작이자 그의 첫 영어 영화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썼고, 니콜 키드먼을 비롯해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가 출연했다. 3월 1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17일부터 열리는 제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된다. 이 밖에 피아니스트 김선욱(25)과 김다솔(24), 손열음(27)도 나란히 2명의 지지를 얻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부 비난했으니 나가” 이란 홍일점 장관 해임

    이란 정부가 홍일점 여성 각료인 마르지 바히드 다스트제르디 보건장관을 해임했다고 국영TV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다스트제르디 장관이 의약품 및 의료 기기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외화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중앙은행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단초가 됐다. 다스트제르디 장관은 지난달 국영TV에 출연, “올해 필요한 의료 예산이 외화 기준으로 25억 달러(약 2조 6700억원)인데 보건부에 실제 배정된 예산은 겨우 6억 5000만달러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고급 승용차를 수입하기 위해 외화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들었는데 정작 의약품을 수입하는 데 필요한 외화는 왜 지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스트제르디 장관은 최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리알화 가치가 폭락해 의약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건의했으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보건부에 이미 예산을 충분히 배정했다.”면서 이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로부터 각종 경제 제재를 받은 이래 리알화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의약품은 서방 국가의 대(對)이란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일부 의약품은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다스트제르디 장관은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있은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2009년 여성 보건장관에 임명됐다. 한편 다스트제르디 장관이 해임된 직후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의 동생인 바게르 라리자니 역시 테헤란 보건당국 책임자 자리에서 해임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화만 내며 살기엔 우리인생 너무 짧지 않나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인간의 좋지 않은 기분상태인 ‘화’에 대해 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현인들은 ‘화’를 나와 남을 해치는 악으로 경계해왔다. 하지만 한쪽에선 아주 적은 경우이지만 거꾸로 ‘선을 위한 방편’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동서양을 떠나 화는 대체로 미리 예방하고 물리쳐야 할 보편의 해악이다. 그러면 화는 왜 생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화에 대하여’(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사이 펴냄)는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대표적 철학자인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 65년)가 화의 생성 원인과 속성, 그리고 예방하고 물리치는 법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정리한 책이다.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책으로 써달라.’는 동생 노바투스의 부탁에 써낸 서간집. 요즘 철학자며 종교인들이 쏟아내는 ‘화’에 대한 정의며 대처법이 망라된, 어찌 보면 화를 천착한 최초의 철학적 통찰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세네카라면 ‘고대 로마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정치인’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비운의 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34세에 정계에 입문한 뒤 연루된 음모로 8년간 유배 생활, 정계 복귀 후 네로 황제 소년 시절 5년간 가정교사 생활, 네로의 황제 등극 후 10년간 자문 역할을 했지만, 제자였던 네로 황제로부터 자살 명령을 받고 가족 앞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범상치 않은 삶 때문에 세네카가 유배 시절 썼다는 이 책은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 화는 왜 생기는 걸까. 이 질문에 세네카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과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그래서 그 화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의지다. 모든 이들이 화는 어쩔 수 없이 생기고 피할 수 없다지만 본인의 의지에 의해 그 해악을 방지하고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이라고 볼 때 어려서부터 양육이 중요하다는 당부도 눈길을 끈다. 물론 화를 막고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유예와 숨김’이다. 노예를 채찍질하려다 자신이 화의 노예가 되었음을 바로 알아차리곤 채찍 든 팔을 공중에 치켜든 채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는 플라톤의 일화가 그 치료의 한 방법이다. 잔혹성으로 악명높은 칼리굴라 황제를 비롯해 화로 인해 자멸과 비극을 불렀던 인물, 그리고 거꾸로 화를 다스려 후대의 존경을 받는 인물들을 대비시켜 ‘화는 인간의 의지와 이성을 통해 다스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독자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화의 다스림법일 수 있지만 결코 평탄하지 않았고, 누구 못지 않게 비극적 생을 살았던 세네카의 이 말은 예사롭지 않다. “화를 내 이기는 것은 결국 지는 것이며 화를 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다” 1만 3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잔도(棧道)/진경호 논설위원

    잔도(棧道)란 깎아지른 벼랑에 나무를 얼기설기 엮거나 바위를 깎아 만든 길을 뜻한다. 중국 황산을 3.2㎞에 걸쳐 둘러친 잔도는 만드는 데만 21년 걸렸다니, 그 옛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낭떠러지에 매달려 잔도를 만들고 오가다 목숨을 잃었을지 짐작도 어렵다. 중국 전국시대, 기원전 3세기 후반 때 얘기다. 중원을 평정하고 초나라를 세운 항우가 유방을 지금의 쓰촨(四川)성 지역인 한중(漢中)을 다스릴 한왕(漢王)에 책봉했다. 말이 책봉이지 자신에게 맞서 천하의 패권을 넘보던 유방을 변방의 오지로 내쫓은 셈이다. 항우의 위세에 눌린 유방은 입도 뻥긋 못한 채 길을 떠났고, 도착해서는 책사 장량의 말에 따라 곧바로 자신이 지나온 잔도를 모두 불태워 없앴다. 중원으로 돌아갈 길을 끊어 달아나는 군사들의 퇴로를 막고, 자신이 더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을 항우에게 내보인 것이다. 그렇게 항우를 안심시킨 유방은 훗날 대장군 한신의 계략에 따라 잔도를 다시 만드는 척하며 항우의 군사를 한쪽으로 몰아넣은 다음 멀리 돌아가는 옛길을 택해 군사를 일으키고 초·한 전쟁 4년의 서막을 열게 된다. 정비석이 소설로 재구성한 ‘초한지’에 나오는 이 잔도의 고사를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이 얼마 전 꺼냈다. 18대 대선 패배의 충격에 신음하던 며칠 전 ‘친노(親)의 잔도를 불태우라’는 장문의 격문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중도 성향의 그는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를 졌다. 이제라도 친노의 잔도를 불태우라.”고 촉구했다. 5년 전 스스로를 ‘폐족’이라 했던 친노 세력이 다시 당을 장악하고 대선의 전면에 섰던 게 대선 패배의 핵심 요인 중 하나였다며, 친노 세력의 ‘유폐’를 요구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은 숱한 잔도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힌 전장이었다. 그 천길 벼랑에서 누구는 잔도를 끊었고, 누구는 지켰다. 박근혜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며 정계 은퇴의 배수진을 쳤다. 잔도를 끊었다. 문재인은 주위의 애끓는 요구에도 지역구(부산 사상) 의원직을 끝내 고수했다.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는 안철수도 잔도만큼은 놔뒀던 모양. 문재인 옆자리에 걸터앉는 둥 마는 둥 하다 미국으로 떠나 “정치는 계속하겠다고 했다.”는 말로 잔도의 존재를 분명히 했다. 이정희는 보수표를 있는 대로 끌어내고는 27억원을 챙겨 예정(?)해 놓은 잔도에 올랐다. 선거는 끝났고, 52대 48, 2030대 5060으로 나뉜 국민들만 남았다. 이들 사이에 잔도가 보이질 않는다. ‘대통합’의 함성만 아득할 뿐.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사설] 이제 ‘차이’를 넘어 세대공존의 지혜 모을 때

    인터넷상에 노인복지 축소 청원운동이 벌어져 대선 이후 세대 간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누리꾼이 포털사이트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청원을 올리자 1만여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이 누리꾼은 “노인들이 국민 복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50~60대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으니 그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패배한 데 따른 상실감과 박탈감이 크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런 식의 무분별한 ‘욕구분출’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무임승차 폐지운동에 대한 20~30대의 호응은 만만치 않다. 당초 7000여명 서명을 목표로 했으나 이틀 만에 9000여명을 넘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발 더 나아가 노인들 역시 선별적 복지가 필요하다면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방송3사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유권자의 65.8%, 30대의 66.5%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62.5%, 72.3%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줬다. 노인복지 축소 청원은 이 같은 세대 투표의 후유증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선거 이후까지 세대별 편가르기를 어어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박 당선인이 보편적 복지에 반대했으니 선별적 복지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이후 새누리당 역시 0~5세 무상보육정책을 펴는 등 선별복지에서 무상복지로 나아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소수이지만 세대 간 갈등을 우려하며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50~60대는 20~30대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이다. 20~30대는 미래세대답게 욕구와 분노를 다스리고 성숙한 시민의식,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하기 바란다. 박 당선인과 그를 선택한 50~60대 기성세대 또한 2030세대와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한층 진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고 공존의 지혜를 모을 때다.
  • 동아시아의 유구한 관료제, 민주주의 장애물

    동아시아의 유구한 관료제, 민주주의 장애물

    자생적 근대화에 실패하고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역사적 아픔 때문이라 한다면 어떨까. 역사를 해석할 때 어떤 대목을 지나치게 우상화하거나 지나치게 자학하는, 자존감 부족에서 나오는 조울증 같은 태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가 다른 얘길하다 툭 던져둔 문장 하나가 가슴을 때린다. “위기가 외부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형성해온 기질 자체에 위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근대성들’(알렉산더 우드사이드 지음, 민병희 옮김, 너머북스 펴냄)은 근대성을 중국, 베트남, 한국 3개국 간 비교 설명으로 파고들었다. 근대성을 분석하겠다는 대상은 동아시아 3개국이고, 수식어는 ‘잃어버린’이고, 복수형 표현 ‘들’을 붙였다. 이쯤이면 ‘서구 중심의 일직선상 역사 개념으로서의 근대’에 대한 비판이란 것쯤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도 “자본주의자들 및 그들과 연계된 산업과 과학 부문만이 근대성의 유일한 창출자라고 보는 식의, 세계사를 자본주의의 역사로만 축소시키는 접근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동아시아는 과연 몇시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뒀다. 여기까지였다면 사실 좀 뻔한 얘기다. 저자의 차별성은 서구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혐오와 반성(?) 차원이건, 해당 지역 연구자로서의 단순 립서비스(?) 차원이건 ‘앞으론 동아시아 시대!’라는 식의 뻔하고도 지겨운 레퍼토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열관계가 싫다고 역우열관계를 그려내는 대신, 저자는 민주주의에 방점을 찍는다. 동아시아의 오래된 근대성에는 오늘날 서구사회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 오랜 근대성에는 민주주의가 없어 동아시아 자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해보자. 위기는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형성해온 기질 자체”에 있다. 이 미묘한 균형감각이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해준다. 저자는 ‘이원제 시대’란 표현을 쓰는 데 우리에게 더 익숙한 표현은 ‘근세’다. 서양사에선 이 시기를 17~18세기쯤으로 본다. 신분, 혈통, 봉사의 중세봉건사회에서 공부, 지식, 성취의 근대시민사회로 넘어가는 사이에 낀, 짧은 기간이다. 이 잣대를 동아시아사에 가져다 대면 어색해진다. 중국, 베트남, 한국 등 3개국의 근세는 10~12세기쯤 이미 시작됐고, 14~15세기쯤 성숙한 형태를 갖췄고, 19세기까지 지속됐다. 사이에 잠깐 끼어 있다기엔 길어도 너무 길다. 그러니 중세와 근대가 병존했다는 의미에서 이원제 시대라 불러뒀다. 근대적 요소가 그렇게 일찍 나타났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식 관료제’, 과거시험을 통해 선발된 학자-관료가 정치가나 행정가의 지위에 오르는 제도의 채택이다. 이는 동아시아 3개국이라면서 일본 대신 베트남을 집어 넣은 이유와도 연결된다. 일본은 유학을 거부했고, 따라서 과거제와 관료제가 없었다. 저자는 인문학 열풍 시대를 맞아 오늘날 우리가 즐겨 입에 올리는 유학이나 유학자의 뛰어난 주장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저자의 초점은 유학의 존재 자체가 상징하는 바, 그러니까 “책에 기반을 둔 박식함, 이 세상을 순전히 행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전통적인 관료주의 신념”이다. 능력있는 행정으로 존경을 얻는다는 관념, 그 능력을 표준화된 시험을 통한 선발로 가려낼 수 있다는 관념 자체가 더 의미있다는 것이다. 유학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관료제는 관료제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여러 문제와 부딪힌다. “관료들의 자부심이 귀족적 덕성을 성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에 따른 것이 아닌” 시대에 유학은 “점점 더 빈약해져만 갔던 관료들의 자부심을 관료제 이전의 윤리를 통해 고양시키려 했던 위대한 실험장”이었기 때문에 가치 있다. 주의해서 볼 점은 “위대”하지만 여전히 “실험장”이라는 대목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능력주의 사회는 정치적으로 사회를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습 왕자는 아버지나 다름없지만, 여피족은 과도한 특권을 가진 동기간에 불과”해서다. 능력에 따른 차별이라 말하지만, 차별이 능력에 따른 것이라 받아들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어느 수준 이상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말이다. 그래서 “인식론적 독선”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품위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습 재산과 사회적 지위보다 인식론적 독선에 의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파벌·당파로 상징되는 이데올로기적 극단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 문제를 행정의 문제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중국식 관료제란 결국 모든 문제가 “이성적인 통제를 위한 관리자적 기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여러 이익집단과 이권이 정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위선”으로 연결된다. 이런 전통이 없는 서구에서는 정치가 지나칠 정도로 “폭력적 행동주의”에 매몰돼서 문제였다면, 동아시아에서 정치란 많이 배우고 훌륭하신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 것이어서 곧장 “공중의 무관심”, “대립없는 소외”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저자가 “귀족제가 지니고 있던 소소한 원칙들이 너무나 일찍 관료제 원칙으로 대체된 데 따른 대가”라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4장에다 ‘중국식 관료제와 경영이론의 위험한 만남’이란 제목을 붙여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음미할 내용이 수두룩한데, 한국인으로서 더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책 여기저기 흩뿌려둔 중국, 베트남, 한국 3개국 간 비교다. 저자는 3개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봉건적이었다고 평가하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직접 읽어 보길. 이 문제는 당연히 오늘날 이 땅의 민주주의와 연결된다. 분단 상황을 감안해 저자의 질문을 흉내내자면, 북한은 지금 몇 시인가? 그리고 한국은 지금 몇 시인가? 다시 한번 더 반복해보자. 위기는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형성해온 기질 자체”에 있다. 필요한 건 조울증이 아니라 이 ‘기질’에 대한 깊은 시선이다. 동아시아 연구의 최고 권위자에게 주어지는 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강의에서 2001년 발표한 내용을 보충해 2006년 출간된 책의 번역본이다. 1만 7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덜 익혀라” “바싹 익혀라” 고기 구워먹다 총질

    “덜 익혀라” “바싹 익혀라” 고기 구워먹다 총질

    ”고기는 덜 익혀야 부드럽다.” “고기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 고기를 얼마나 익혀 먹어야 좋은가를 놓고 벌어진 실랑이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갈비 조리법을 놓고 싸움을 벌인 게이커플 사이에 총격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동거 중인 커플이지만 갈비조리에 대한 취향은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은 약간은 덜 익혀 연안 고기를 원했지만 정작 요리를 한 사람은 갈비를 바짝 조리해 완전히 익혀 먹으려 했다. 의견충돌이 생긴 두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며 격한 언쟁을 벌였다. 그러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한 사람이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갈비요리를 한 사람은 총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은 이들 게이커플과 함께 살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내가 총을 쐈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갈비조리법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변신은 장점이자 단점… 배우 인생 행복해요”

    “변신은 장점이자 단점… 배우 인생 행복해요”

    “호를 짓는다면 ‘역시’라고 하고 싶다.” 툭 던진 농담 속에 ‘욕심’이 느껴진다. 그럼 앞으로 ‘역시 신영숙’ 선생이라고 불러야 하나. 단언컨대 그는 많은 뮤지컬 팬들에게 이미 이렇게 불리고 있을 것이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에서 유쾌하고 인정 많은 라리시 백작부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신영숙(37)은 신영숙이라는 이름 석자만 보고 그가 출연하는 공연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만드는 배우다. 여성 관객이 많아 남성 배우들이 부각되는 뮤지컬계에서 그래서 더더욱 빛이 난다.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신영숙은 그의 별칭이 된 ‘귀족 전문 배우’의 면모를 지니고 나타났다. 이날 저녁 열리는 뮤지컬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 한 진한 스모키 화장과 굵게 웨이브 준 긴 머리가 우아했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딱 고등학교 때 친구 같은 느낌이다. 뮤지컬 ‘스팸어랏’에서 맡은 ‘호수의 여인’처럼 안개 사이로 고상하게 나타나서는 “했던 노래 또 하고 또 하고, 완전 영원한 망할 노래, 이 노래하다 죽겠지.”라는 코믹한 노래를 하는 ‘반전’ 같다고나 할까. 뮤지컬 배우 신영숙의 연기는 한마디로 꼭 집어 표현하기 어렵다. 그만큼 폭넓게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래서 그가 전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다.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에서는 수다스럽지만 지적인 제인 왓슨이었다가 이어 오른 ‘모차르트!’에서는 화려한 금색 드레스를 입고 ‘황금별’을 부르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됐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혁명군의 선봉, 마담 드파르지 역을 맡아 분노를 폭발시키더니 순식간에 분노는 사라지고 인정이 넘치는 라리시 백작부인으로 변해 관객 앞에 섰다. 내년 1월 개막을 앞둔 ‘레베카’에서는 우상을 향한 집착과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댄버스 부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이런 자신의 변신을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표현한다. “가끔은 ‘이런 성격의 역할이라면 이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강한 개성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어서 걱정될 때도 있다.”는 그는 “바람직한 배우의 길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확신의 바탕에는 노력이 깔려 있다.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뒤 서울예술단에 들어가 수많은 대작에 출연했다.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2010)을 받을 만큼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았지만 요즘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 성악을 전공해 성량이 풍부하고 폭넓은 음역이 강점이라 해도 역할에 맞는 음색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노래뿐 아니라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작품과 인물에 대한 분석에 많은 공을 들인다. 마담 드파르지의 복수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잔혹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간접 체험하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체력이 달리는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그는 “몸이 축축 늘어져 고기를 달고 다녔는데 이제는 소설을 들고 다닌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뮤지컬 ‘레베카’의 원작인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을 읽으면서 댄버스 부인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13년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명성황후’ 이후 2009년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할을 맡을 때까지 10년 동안 무명 배우였고 인지도가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에 붙고도 캐스팅되지 않은 우울한 경험도 물론 있다. 그래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함께 공연하는 후배들이 같이 공연하게 돼 꿈만 같다고 할 때면 정말 힘이 솟고 책임감이 생기죠.” 오지랖이 넓다는 그는 ‘모차르트!’에서 연기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단다. “세상을 알고 싶으면 도전해야 하고, 성벽을 넘어 날아올라야 한다.”고 노래하며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장난전화의 비극/최광숙 논설위원

    2008년 세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대선 기간 중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캐나다 개그맨의 장난전화였다. 그는 통화 도중 노골적으로 성적 농담을 하는 등 장난전화임을 여러 차례 알렸으나 페일린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사르코지와의 통화에 들뜬 페일린은 “당신의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등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 일로 페일린은 온 국민의 웃음거리가 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지난 9월 유엔총회 한 토론회 도중 캐나다 총리를 사칭하는 캐나다 개그맨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반 총장은 개그맨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려는데 ‘크레이지 글루’(초강력 접착제)로 머리를 빗느라 바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장난전화임을 알아채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미 공화당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연방 하원의원은 2008년 말 거꾸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전화를 장난인 줄 알고 두 차례나 끊어 화제가 됐다. 오바마의 전화에 “흉내를 잘 낸다.”며 끊었고, 이어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전화를 걸어 “대통령 당선자의 전화를 끊다니 믿을 수 없다.”고 하자 그때에도 “장난전화를 걸어줘 영광”이라며 끊었다. 지난해 말 남양주의 한 노인요양원을 방문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119로 전화를 했다가 ‘수모’를 당했다. 남양주 소방서 근무자들은 김 지사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전화를 두 차례나 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문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장난전화에 속아 영국 왕세손비의 진료기록을 유출한 영국의 한 간호사가 숨졌다. 자살로 추정되는데, 장난전화를 건 호주 방송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목소리를 흉내 내 간호사를 속인 방송 진행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쉽게 성공한 장난전화”라며 떠벌렸다고 한다. 이번 일은 언론의 취재윤리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한다. 혹 장난전화를 건 이들은 ‘웃자고 한 일’이라고 할지 몰라도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해 외국에서 사이버상에서의 ‘거짓말’을 엄히 다스리는 추세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소년들은 장난으로 개구리에게 돌질을 한다 하더라도 개구리는 장난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참말로 죽는 것이다.”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CEO 칼럼] 뿌릴 때와 거둘 때/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뿌릴 때와 거둘 때/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2012년, 임진년도 이제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흑룡의 해’라며 커다란 희망을 안고 힘차게 출발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을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1년을 마무리하는 때, 누구나 지난 일을 돌아본다. 누군가는 자신의 계획이 이뤄진 것에 만족하고, 누군가는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에 아쉬워한다. 또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도 할 것이다. 성경에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의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뜻도 함께 들어 있다. 씨를 뿌릴 때의 마음가짐,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 초심(初心)이다. 초심의 한자 ‘초’(初)는 옷을 짓는 일이 칼로 옷감을 마름질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에서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됐다. 치수대로 재단되지 못한 옷감으로 만든 옷은 몸에 맞지 않거나, 아예 옷으로 완성되지 못한 채 버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시작이 중요하며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씨를 뿌리면서 항상 거둘 때를 염두에 둔다. 농부가 씨를 뿌리면서 풍성한 가을을 바라는 것과 같다. 희망이고 기대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때맞춰 씨를 뿌리고 물을 대며, 풀을 뽑는 등 결코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없다. 이런 농부의 마음이 초심이다. 그래서 초심은 겸허하다. 겸허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또 겸허는 배려와 소통과도 통한다. 이렇게 하여 초심은 배려와 소통의 의미까지도 아우른다. 640년(정관 14년), 고창국을 정벌한 당 태종은 신하들과 함께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를 가졌다. 이때 태종이 작은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긴 것에 도취하여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대의 명신인 위징은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의 예를 들어 초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어느 날 환공은 제나라의 중신인 관중과 포숙아, 영척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환공은 대신들에게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며 장수를 빌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포숙아는 환공에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나라 밖을 떠돌아다니던 때를 잊지 말 것을 충고했다. 관중은 노나라와의 전투에서 패한 후, 포로로 잡혀 죽을 뻔했던 일을 잊지 말라고 했다. 영척은 벼슬에 오르기 전, 소에게 여물을 주던 때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모두 제 환공에게 초심을 잃지 말 것을 말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제 환공은 더욱 분발해 마침내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하나가 되었다. 위징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당 태종은 신하들 앞에서 황제가 되기 전에 가졌던 초심을 잘 지킬 것을 약속했다. 당나라 태종이 천하를 다스리던 시대가 정관의 치(貞觀之治)라 불리며, 중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대의 하나로 기록된다.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초심을 말하며 자신을 믿어주고 선택해 달라는 정치인들을 만난다. 초심을 말하는 만큼 초심이 중요하고 또 초심을 지켜가는 일이 어렵다. 그리고 초심을 잃어버릴 때 혼란이 오고 초심이 변할 때 갈등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경험으로나 잘 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초심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말이 있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 끝날 때까지 처음의 마음을 놓치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이다. 한 해의 마무리가 가까워지는 지금, 초심을 돌아본다. 그리고 초심에 비춰 무엇을 거두고, 또 무엇을 버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동양과 서양의 신화(神話)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많다고 한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한 서양의 신화들이 주로 인간의 근원적 탐욕을 비추고 있다면 동양의 신화는 대개 협력과 합심을 통한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담고 있다. 그 속성의 차이는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적 배경의 다름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옛 사람들이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란 점에서 공통의 맥이 통한다. 연세대 김선자(55) 교수는 그 신화의 묘미에 흠뻑 빠져 사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난 10여년간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이 간직해 온 신화를 발굴해 그 속의 메시지를 건져내는 작업을 벌여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화학자’다. 그 작업의 결실로 펴낸 ‘오래된 지혜’(어크로스 펴냄) 역시 요즘 사람들이 잊고 살지만, 되새김 직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신화에 흥미를 갖고 덤벼들기 시작했을 때는 문헌적 접근에 치우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니 중국 소수민족의 신화들이 국가와 민족주의에 이용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소수민족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10여년간 그 현장을 돌며 체험해 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 신화는 박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생활 속에 이어지고 있는 산 교훈이었어요. 그네들의 제의며 풍습,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서양 신화 속 주인공들은 정복과 통치의 영웅으로 드러난다. 김 교수가 만나고 파악한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의 신화 속엔 그 정복과 압제의 다스림 대신 소통과 희생이 짙게 깔렸단다. 그리고 김 교수가 알아낸 그 소통과 희생의 바탕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철학이다.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자연과 생태를 훼손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씁니다. 마을 뒷산의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낼 때도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땅을 파헤칠 때면 꼭 다시 흙으로 덮어줘야 한다고 믿지요.” 현대인들은 그 노력을 미신이나 오래된 종교의 흔적으로 볼 수 있을 터. 하지만 김 교수는 그들의 몸짓과 습관을 오랜 세월 축적돼 온 배려와 공존의 지혜로 본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들의 먼 조상들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차원에서 자연과 환경을 무시한 채 훼손하는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을 테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재앙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들의 신화는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교훈과 다름없다고 봐요.” 그들 소수민족이 지금도 새와 쥐에게 먹을 것을 남겨주는 배려의 풍습은 우리에게도 스며 있다. 감나무에 까치 몫으로 남겨두는 감이 그 배려와 닮았다. 그래서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순기능과 역기능의 교훈은 우리도 눈여겨볼 대목이 많단다. “흐르는 물을 억지로 제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댐을 쌓았다가 대 재앙을 만난 신화 속 사례는 벌써 후유증이 일고 있는 우리의 4대강사업을 다시 보게 만들지 않나요.” 타고 다니는 차와 살고 있는 집의 크기에 따라 능력과 수준이 저울질되는 세태. 그 무한경쟁의 살벌한 현실에서 ‘나눔과 배려를 보라.’는 외침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강의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그 나눔과 배려엔 공감하지만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김 교수. 그래서 그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오래된 지혜’가 더 빛이 나는 것 아니냐며 웃는다. “아직도 미처 만나지 못한 소수민족 사람들이 많아요. 동아시아 소수 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추악한 인간 본성을 끄집어내 거꾸로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업을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를 별로 찾지 못한 것 같아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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