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다스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이재오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과부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자택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 검찰
    2026-04-0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57
  • [독박(讀博) 육아일기](14) 수능 성적표보다 가슴 떨렸던 아이 검진표

    [독박(讀博) 육아일기](14) 수능 성적표보다 가슴 떨렸던 아이 검진표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일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한 적도 없던 것 같다. 아기가 내 품에 찾아온 순간부터 미안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늘 미안했다. 엄마가 되면서 갖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어쩌면 죄책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의 모든 것이 다 나만의 책임인 것 같았다 아이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모유가 잘 안 나오고 아기가 젖을 제대로 못 무는 것이 당연한데도 나의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심지어는 왜 아기가 쉽게 물지 못하는 가슴을 달고 살았는지 자책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한 70일 전후, 가장 극한의 시간을 보낼 때엔 하루종일 30~40분 간격으로 수유를 했다. 잠은커녕 밥 한 끼도 못 먹고 꾸벅꾸벅 졸면서 젖을 먹이는 와중에도 “내가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 아기가 계속 배고파 하나보다” 걱정이 됐다. 일찍부터 피부에 트러블이 생긴 아기를 보면 임신했을 때 매운 음식을 먹어서 이렇게 된 건지, 커피를 마셔서 이렇게 된 건지. 어쨌든 좀 더 조심하지 못했던 엄마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미안하다. 육아의 결과물이 숫자로 매겨지는 것이 아기의 몸무게였다. 나의 어깨를 가장 짓눌렀던 것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기마다 시행하는 영유아 검진이 마치 엄마의 육아 실력을 검증하는 고시 같았다. 고작 아기의 키와 몸무게, 머리둘레를 재고 육아 정보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검진인데 결과지를 받는 순간,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들 때처럼 참담했다. 4개월 검진 때 아기는 키 하위 15% 몸무게 하위 18%였다. 100명 중에 뒤에서 15등이라는 말이었다. “정상 체중(3.15kg)으로 태어난 아기 치고는 작은 편”이라는 말이 가슴에 팍 꽂혔다. 그 날 일기에는 “충격”이라는 단어와 함께 “(지금까지의 육아가) 완전히 잘못된 것 같아 후회되고 마음이 무겁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9개월 검진 때는 성적이 더 떨어졌다. ‘뒤에서 5등’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들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키가 하위 5% 몸무게는 하위 12%였다. 의사 선생님이 아기의 몸무게를 늘리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데 말 한 마디마다 “엄마가 그동안 뭘 했느냐”는 걸로 들렸다. 당시 몸무게가 8kg에서 몇 달이나, 아주 한참 동안 머물렀다. 17개월인 지금 겨우 9kg가 넘는다.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갈 때마다 아기를 체중계에 올려놓기가 겁이 났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산후조리원 ‘동기’ 아기들이 쑥쑥 커나가는 것을 보면 움츠러들었다. 발달이 빠르고 너무 활동적이고, 밤에 잠을 잘 안 자는 아기여서 몸무게가 안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사들마다 별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혼자서만 아이를 보다 보니 제대로 먹이지도, 재우지도 못했다”는 자책이 쌓였다.  아기가 가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먹는 것과 자는 것인데 그게 모두 나의 잘못된 육아방식 때문인 것 같았다. 100g도 늘지 않는 몸무게가 너무 초조하고 겁이 나 제발 이유식 한 숟가락씩만 더 먹어 달라고 갖은 애원을 했다. 그런데 겨우 입에 집어넣은 걸 툭 뱉어버리면 아무리 엄마라도 속에서 불이 났다. 한 번은 밥을 뱉고서 찡찡대며 매달리는 그 어린 아기의 엉덩이를 찰싹 밀어버린 적도 있다. 그 즈음 육아 카페에 고민 글을 여럿 올렸다. “제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아기를 혼내는 저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너무 힘이 들어요” 지금봐도 참 암울한 제목들이다. 그래도 그렇게 글을 올리고 나면 비슷한 경험을 했던 엄마들에게 살이 되는 조언을 들었고 “힘내세요”라는 한 문장에 마음을 좀 다스릴 수 있었다. 새벽에 자다 깨서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도 잘 진정이 안 될 때가 많다. 그러면 당장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남편 눈치도 보였다. “도대체 애 하나 못 달래고 뭐하는 건가”라며 짜증을 낼 것 같았다. 우는 소리가 덜 들리도록 거실로 데리고 나와 “엄마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너라도 나를 도와달라”고 울부짖은 적도 있다. 모두가 깜깜한 새벽 4시, 그 때는 정말 이 세상 나와 아기 밖에 없었다. 나홀로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외로움이었는데, 모든 책임을 나 혼자 지고 있다는 데서도 그 감정이 더해졌다. 책임감, 부담감을 나눌 곳이 없으니 아기의 모든 게 온전히 내 탓이라는 무게감이 너무 컸다. 때로는 힘들고 그래서 우울하지만 이런 감정을 아기에게 내비쳐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다. 아기의 정서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말도 못하는 아기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고 아기가 있는 앞에서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더 큰 후회가 밀려왔지만 말이다. 평소와 똑같이 울더라도 “역시, 내가 짜증내니 아기가 불안해서 더 우는구나”라고 생각됐다. 13개월쯤 정신 없이 소리를 질러대는 아기를 보며 그동안 스트레스를 감추지 못한 나의 탓인 것 같아 괴로웠다. 나중에 보니 그 시기 아기들의 비슷한 특징이었을 뿐이다. ●유리 같은 예민한 마음…알아주는 사람 없어 더 고독 이렇게 아기를 키우는 동안 내 마음은 아주 얇은 유리 한 장 같았다. 누군가가 아기를 향해 툭 던지는 말들이 쉽게 상처가 됐다. 나는 온 신경이 아기에게 집중돼 있고 모든 게 내 탓으로 여겨져 너무 무거웠는데, 남들은 쉽게 이야기하니 거부감부터 들었다. 아기 몸무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편도 걱정이 되니 “영양제를 먹여보자”고 했는데 “역시 내가 먹이는 모유와 이유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거구나”하고 받아들였다. 특별히 더 유난스럽게 아이를 키운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덜 신경을 써준 것 같은 미안함까지 보태져 있었는데 누군가 “아기한테 너무 집착해서 더 힘들어한다. 편하게 키워라”라고 말하면 말이 전혀 안 통하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편하게 키워도 먹고 자는 것에 소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일부러 갖지 않으려고 해도 달려오는 죄책감인데 편해지라니 한참 힘이 들 때에는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나마 도와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만큼 간섭하는 사람들도 적어서 한편으로는 편한 쪽에 속하기도 했다. 육아 카페에서 시댁이나 친정 부모들의 육아 간섭에 부딪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간접 경험이지만 너무 답답했다. 내 아기를 누구보다 생각하는 것도 바로 엄마인 나고, 제일 잘 아는 것도 바로 엄마인데 옛날 방식의 육아를 강요하다 보면 당연히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아기가 밥을 안 먹으면 누구보다 속상한 게 엄마인데 그 옆에서 “엄마 밥이 맛이 없어서 애가 밥을 안 먹는다”고 하거나, 모유를 못 먹여서 누구보다 속상한 것도 엄마인데 아이가 다 큰 뒤에도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 젖을 못 먹어서 저렇게 아프다”는 등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엄마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아기가 돌이 지나고 단유를 하자 가장 고민거리였던 식욕이 거짓말처럼 왕성해졌고, 두 세 시간마다 깨던 것도 간격이 넓어졌다. 몸은 조금 편해졌지만 복직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루종일 남의 손에 아기를 맡기고 아침 저녁으로만 얼굴을 보게 될 엄마를 과연 아기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까지 쌓아온 애착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커서 엄마가 왜 자기 옆에 있지 않았느냐고 평생 원망하진 않을까 여전히 걱정이다. 그런데 “엄마랑 같이 못 있어서 불쌍하다”는 등의 말을 건넨 사람들을 보면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고 저런 말을 하는 건지, 나더러 일을 그만두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함과 죄책감, 엄마가 가져야 할 평생의 짐 영아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감정에 대한 비슷한 연구 결과들이 많다. 엄마들이 육아를 통해 얻는 긍정적 감정도 있지만 이와 함께 부정적인 감정이 함께 있고, 특히 아빠에 비해 엄마들의 감정 변화 폭이 훨씬 크다는 내용들이다.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나 돌아봤을 만큼 낯선 감정들이었다. 나의 기분과 감정이었지만 그것조차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아기들에게도 모두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처음보단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당장 밥 한 숟갈 덜 먹어도 아기가 먹고 싶은 때가 있고, 기다려주면 자기에 맞게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엄마라면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고비가 찾아온다. 그러면 새로운 걱정과 죄책감도 따라온다. 아마도 아이가 커서 공부를 못하면 직장다니느라 신경을 못 써준 내 탓이 될 것이고, 엇나간 행동을 한다면 그것도 바쁜 엄마 탓이 될 것 같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다 키워놓고도 지금껏 늘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정 엄마의 자책을 당연한 듯 삼켜 넘긴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안해 하면서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엄마의 영원한 숙제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 불금 뒤흔든 예능 드라마… 현실성 떨어지는 로코?

    불금 뒤흔든 예능 드라마… 현실성 떨어지는 로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밥상은 아니었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KBS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가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러브라인의 결말이 초미의 화제를 모은 마지막회는 17.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듀사’는 여러모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KBS 예능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예능 드라마인데다 보통 16부작인 미니시리즈보다 짧은 12부작이었다. 여기에 드라마와 예능계의 미다스 손인 박지은 작가와 서수민 PD가 의기투합했고 한류스타 김수현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면서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둔갑’했다. 배우 및 제작진들은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감에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이 같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금요일 밤에 뒤늦게 뛰어든 KBS는 ‘프로듀사’ 카드로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던 SBS ‘정글의 법칙’을 누르고 시청 흐름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박중민 KBS 예능국장은 “예능과 드라마의 시너지가 잘 발휘됐고 금요일 밤 판세를 흔들겠다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앞으로 이 흐름을 어떻게 유지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도 “요즘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10%를 넘기기 어려운데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로 좋은 성적을 거둬 내부 평가도 좋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능 작가 출신인 박지은과 예능국에서 잔뼈가 굵은 서수민 PD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은 물론 PD와 연예인, 매니저들의 알력 다툼을 현실적으로 그려 흥미를 끌었다. 동시간대 맞붙은 tvN ‘삼시세끼’와의 대결도 호재로 작용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프로듀사’는 콩트 같은 상황 설정과 방송가 뒷이야기가 웃음과 흥미를 유발하는 등 예능적인 측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면서 “방송 전부터 KBS 출신 나영석 PD의 ‘삼시세끼’와의 경쟁 구도가 관심을 높이며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자기 몫은 확실히 챙겼다.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의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어리바리하고 수더분한 신입 PD의 매력을 잘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자타 공인 ‘로코퀸’ 공효진과 예능인으로 각인되는 듯했던 차태현도 배우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가수 출신인 아이유도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로 배우로서 교두보를 확보했다. 회당 4억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드라마는 광고가 완판됐고 간접광고와 중국어판권 등으로 총 84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관점에서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잘 살았지만 드라마로서의 완결성은 다소 떨어졌다. 초반 KBS의 간접 홍보 드라마, 예능 다큐 같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러브스토리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결국 예능의 옷을 입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지적도 나왔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씨는 “에피소드가 나열식이고 이를 하나로 관통하는 내러티브나 함축성이 떨어져 12부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면서 “PD들의 애환이나 현장감도 의도만큼 잘 드러나지 않아 예능도 드라마도 아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그려졌지만 PD를 ‘을’로 묘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졌다. ‘프로듀사’에 등장한 수십명의 카메오만 봐도 PD의 영향력을 잘 알 수 있다”면서 “연예인이 PD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과격한 음악 들어도 ‘온화’해질 수 있다

    과격한 음악 들어도 ‘온화’해질 수 있다

    비디오 게임 이전에 청소년 폭력 범죄의 원흉으로 지적되곤 했던 ‘단골’ 미디어는 단연 과격한 록 음악이었다. 단적인 예로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당시 일부 미국 언론은 범인들이 즐겨 들었던 과격한 음악을 범죄 원인으로 꼽았다. 정말 오랫동안 폭력적 가사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에 준하는 공격성을 띠게 되는 것일까? 최근 호주 퀸스랜드 대학 심리학자들이 이러한 가정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메트로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평소 헤비메탈 등 과격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는 18세에서 34세 사이 참가자 39명을 대상으로 해당 장르의 음악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과학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과거 힘들었거나 짜증났던 경험을 되새겨 분노한 상태에 이르도록 요청한 뒤 원하는 곡을 골라 10분 간 청취하도록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음악을 들은 뒤 이들의 공격성과 과민성, 스트레스가 모두 감소한 것은 물론 긍정적 태도와 활력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기할 만 한 점은 참가자들이 선택한 곡의 절반은 분노와 호전성, 나머지 절반은 슬픔과 외로움 등 ‘암울한’ 정서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연구를 이끈 레아 샤먼은 이에 대해 “과격한 음악의 마니아들은 자신이 느끼는 분노의 크기에 상응하는 수준의 과격한 음악을 들어 화를 다스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음악은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느껴 이를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결국 과격한 음악을 통해 긍정적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첨단 인간 신경과학’(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저널에 소개됐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열린세상] 때늦은 후회의 교훈/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열린세상] 때늦은 후회의 교훈/소진광 가천대 대외부총장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얼개를 든다면 시간과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통념적으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배타적이면서도 세상일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틀’로 인식돼 왔다. 시간의 의미는 역사를 통해 해석되고, 공간의 의미는 지리를 통해 인식된다. 즉 시간과 공간은 인류 문명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좌표’인 셈이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공간을 잘 활용하면 발전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보한다는 법칙은 더이상 검증이 필요 없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사물의 인식 근거로 ‘있다’, ‘없다’를 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있다’, ‘없다’는 분명 다른 차원의 현상이다. 이는 존재 영역인 ‘우주’의 범위를 설명하면서 ‘우주 밖’을 부존재(不存在)의 영역으로 대응시키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공간을 시간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고, 시간을 공간 차원에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종종 시간과 공간을 같은 차원에서 대비하며 각각의 상호작용을 기대한다. 이렇듯 인간은 살아 있으면서도 사후(死後) 세상을 상상하고, ‘삶’과 ‘죽음’을 같은 차원에서의 서로 다른 현상으로 인식한다. 세상의 모든 신비는 이러한 착각에서 비롯된다. 모든 현상은 시간 흐름에 따라 존재 방식을 달리하고 의미 변화를 겪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속도로 흐르는 것처럼 인식돼 왔다. 즉 시간은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추상적 얼개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틀’로 여겨진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고, 1시간은 누구에게나 60분이어야 하며, 동일한 시간대에서 오후 3시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사람에게 중요한 이유는 같은 흐름 속도, 동일한 시작과 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면서 깨닫게 되는 ‘의미’ 때문이다. 누구에게 일생은 95년이 될 수 있고, 누구의 일생은 50년이 될 수 있다. 누구는 하루를 한 달처럼 활용하고, 누구는 하루를 1분처럼 활용한다. 따라서 양(量)적인 시간보다는 질(質)적인 시간 관리가 더 중요하다. 다양한 시간 활용 방식은 사람의 삶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중국의 시경(詩經)이 전하는 ‘(하루가) 3년 같다’(如三秋兮)라는 구절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느껴질 수 있다. 앞부분에 ‘그님은 나물을 캐겠지(彼採蔬兮), 하루라도 못 보면(一日不見)’이라는 상황을 떠올리면 3년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을 뜻하며, 만약 ‘따분하여 잠을 못 이루고’(倦而不眠)라는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하루는) 3년같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 흐름 단위가 누구에게나 같은 느낌의 절대 척도가 아니라 사람마다 일마다 일의 순서에 따라 다른 의미를 띠는 상대적 척도인 셈이다. 시간 관리에 따라 세상은 크게 달라진다. 개인보다도 집단 공동체의 경우 시간 관리는 더 중요하다. 통상 집단 공동체는 개인에게 각자 다를 수 있는 인식 범위를 한정하는 큰 얼개와 같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지방, 지역 혹은 국가와 같은 집단 공동체의 시간 흐름은 ‘발전’이라는 의미와 연계돼 있다.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고, ‘100년을 얻은 10년’이 될 수도 있다. 시간 흐름은 어느 경우에나 같은 의미로 적용될 수 있는 척도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동일한 시간 흐름이 갖는 의미가 다르다. 경우란 일의 순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이룬다. 일의 순서는 단순히 시간 흐름이 아니라 일이나 현상의 속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중요한 결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서로 다른 차원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의 순서를 잘못 정하거나 시간 흐름을 놓치면 비용은 많이 들고 엉뚱한 결과가 초래된다. 동일한 척도로 서로 다른 차원의 현상을 다스릴 수 없다. 제때를 놓치면 다른 차원의 현상을 그만큼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염려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정도와 경로를 숨겼다는 주무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정직하지 못한 한국’ 이미지를 온 세상에 퍼뜨린 꼴이 됐다. ‘국가 이미지 실추’와 ‘질병의 확산’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현상이다. 이를 같은 차원에서 다루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허비한 시간을 일부라도 만회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 아바타 원격 도박… 전화로 판돈 베팅

    아바타 원격 도박… 전화로 판돈 베팅

    필리핀에 있는 카지노를 국내와 연결, 판돈 100억원 규모의 원격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현지에 속칭 ‘아바타’로 불리는 대리인을 내세워 도박에 참여시키고, 국내에서 전화를 걸어 실시간 판돈을 거는 수법을 썼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신종 불법 도박장 운영 국내 총책 고모(43)씨 등 3명을 도박장소 등 개설 혐의로 구속하고, 손님 모집 등을 담당한 최모(28)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필리핀 현지 카지노에 원격 도박 시스템을 구축한 김모(48)씨와 한모(47·여)씨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한씨는 지난해 12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미다스 카지노’에 지분 투자를 하고 바카라 게임 테이블 20개에 영상장치를 설치하는 등 원격 도박장 시스템을 구축했다. 같은 시기 고씨 등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 컴퓨터 7대를 둔 사설 도박장을 개설하고 도박 참가자를 모집했다. 국내 도박 참가자들이 사설 도박장에서 필리핀 카지노의 영상을 보며 전화로 3000∼150만 페소(약 7만 5000~3750만원)를 판돈으로 걸면 현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바타’들이 이들을 대신해 현장에서 돈을 걸고 게임을 했다. 사설 도박장에 오기 어려운 참가자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영상을 보며 도박을 했다. 이들이 올 1월부터 최근까지 끌어모은 도박 참가자는 총 200여명으로 판돈은 1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아바타 역할은 필리핀에서 직업 없이 지내는 한국인들이 주로 맡았으며 대가로 월 250만원 정도를 받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메르스 비켜! 글루타민으로 면역력을 높여라

    메르스 비켜! 글루타민으로 면역력을 높여라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걸릴 경우,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감기처럼 지나갈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즉, 면역력을 높이면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은 면역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여기에 적당한 운동을 매일 꾸준히 해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원조 헬스 스타이자 ‘머슬 여신’ 이라고 불리는 머슬마니아(머슬매니아) 월드 챔프 이소희 선수는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휴식, 철저한 식단 관리를 통해 건강은 물론 볼륨 넘치는 몸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난 3월부터 획일화 된 다이어트에서 탈피, 3개월에 걸쳐 자신이 원하는 몸매를 건강하게 디자인하는 워너비 보디 메이킹 프로젝트 ‘슈퍼체인지’의 오렌지 팀 고수로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소희 선수는 “고강도의 운동을 하다 보면 회복도 중요한데, 그 회복 기간 동안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챙겨먹고, 근육의 손실을 방지하고자 틈틈이 단백질 헬스보충제와 글루타민을 챙긴다”며 영양소 보충의 중요성과 글루타민 같은 특수 영양도 추가로 섭취할 것을 강조했다. 그녀가 추천하는 글루타민 제품은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 사이트 ㈜스포맥스의 글루타민 플렉스골드이다.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기업 ㈜스포맥스 건강기능연구원 이보형 원장의 말에 따르면, 글루타민 플렉스골드는 글루타민 99%에 BCAA, 아르기닌 등 10가지의 주요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아미노믹스가 첨가되어 근육손실을 예방해주기 때문에 단백질 헬스보충제 제품과 함께 이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글루타민은 인체의 혈액, 근육 내에 가장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서 신체 내 암모니아가 해독되면서 면역력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근육의 산화를 방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필수 보충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슬마니아(머슬매니아) 국내대회를 주관하는 단백질 헬스보충제 전문 기업 ㈜스포맥스(www.spomax.kr)는 글루타민 플렉스골드를 비롯해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헬스보충제를 공급·판매해 전문 보디빌더 선수 및 헬스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한편, ㈜스포맥스에서 발행하는 국내 최고의 헬스 잡지 ‘머슬맥&맥스큐’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최대 50% 할인 혜택과 아디다스 짐볼과 푸쉬업바(6만2천 원 상당)를 증정해 인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름 패션피플의 센스 샌들, 男心을 사로잡다

    여름 패션피플의 센스 샌들, 男心을 사로잡다

    올여름 패션피플의 센스는 발끝에 모일 듯하다. 편안하고 시원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샌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데다 쿨비즈(Cool-biz) 옷차림이 확산되면서 샌들을 신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민 슬리퍼 ‘버켄스탁’의 시대는 저물고 스포츠 샌들이 그 왕좌를 차지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테바와 차코의 샌들이 인기다. 테바 샌들과 차코 샌들의 공통 특징은 평평하면서도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굽에 신는 사람의 발에 딱 맞게 스트랩을 조절할 수 있어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레포츠 활동에도 안성맞춤이다. 때문에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온라인 공식 판매처 스트리즘 홈페이지(www.strism.com)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금강, 남성 샌들 판매량 26% 증가 샌들 자체를 신는 남성들도 늘었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지난 4~5월 남성 샌들 판매량은 6200켤레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00켤레에 비해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여성 샌들 판매 신장률이 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판매량으로 따지면 구두가 여전히 많이 팔리지만 판매 신장률로 보면 남성 샌들의 인기가 높다”면서 “쿨비즈의 확산으로 쾌적함을 원하는 남성들이 출퇴근길에 신는 신발로 샌들을 구입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성 샌들이 편안함에만 초점을 맞춘 슬리퍼나 스포츠 샌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비즈니스룩이나 캐주얼룩에 두루 신을 수 있도록 고급 가죽을 소재로 세련되게 출시되는 게 특징이다. 금강제화가 올여름 출시한 에스쁘렌도 샌들은 지난 4~5월 남성 신발 판매 순위에서 상위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다. 이 샌들은 브라운 색상에 발등 부분이 넓은 가죽 스트랩으로 돼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시원함은 원하지만 발등이 훤히 드러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남성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크록스, 크로슬라이트 제품 출시 여름에 특히 인기 있는 브랜드인 크록스도 신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 ‘듀엣 스포츠 마블 아웃솔 클로그’는 기존의 ‘듀엣 스포츠 클로그’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밑창이 이중 처리됐고 특히 밑창 부분이 기존 제품과 다르게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됐다. 또 발등 부분은 부드러운 크로슬라이트 소재가 적용돼 편안함을 더했다. LS네트웍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은 슬립온, 삭온, 락온 등 스트랩 샌들 3종을 출시했다. 슬립온은 생김새가 기존 슬리퍼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신어 보면 자체적으로 고안한 구조의 두꺼운 웨빙끈이 발등을 고정시켜 걸을 때 발뒤꿈치가 신발로부터 들어올려지지 않아 걷기 편하다. 삭온은 이름처럼 양말을 신을 수 있도록 S자 형태의 웨빙 끈이 달려 있다. 슬립온의 개방적인 착화감과 걸어도 발뒤꿈치가 들어올려지지 않도록 기능성을 살리고 고정감을 높인 샌들이다. 락온 샌들은 발뒤꿈치를 잡아주는 백스트립을 더해 3가지 종류의 스트랩 샌들 가운데 가장 안정성이 높다. ●여름철 신개념 아쿠아슈즈도 인기 여름철 전통의 아이템 아쿠아슈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스베누는 스니커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아쿠아슈즈 스플래시 4종을 출시했다. 기존 아쿠아슈즈와 다르게 운동화 같은 푹신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고 갑피에는 통기성이 뛰어난 홑겹 메시 소재를 사용해 물가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용으로도 신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게 착용 가능하다. 또 초경량 몰드를 사용해 일반 운동화 3분의1 정도의 무게로 가볍고 미드솔 옆라인과 배수구멍, 깔창 등에 스베누 자체 배수시스템을 적용해 물빠짐이 좋고 건조 속도가 빠르다. 아디다스 아웃도어는 ‘클라이마쿨 워터 슈즈’를 출시했다. 메시 소재를 활용해 360도 모든 방향에서 공기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는 아디다스만의 ‘클라이마쿨’ 기술력을 적용해 뛰어난 통기성으로 배수 기능은 물론 발의 열기를 식혀 주고 습기를 줄여 쾌적하게 신을 수 있다. 또 접지력이 좋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풀밭, 계곡 등 어떤 지형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특히 여성용 제품인 ‘클라이마쿨 보트 슬릭’은 핑크, 블루, 그린 등 3가지 색상으로 출시돼 여성들의 여름 스니커스 대용으로 적합하다는 게 아디다스 아웃도어 측의 설명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美10세 소녀, 롤러코스터 탑승 후 사망 충격

    美10세 소녀, 롤러코스터 탑승 후 사망 충격

    미국의 10세 소녀가 서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매직 마운틴 식스플래그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후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LA 지역언론에 따르면 충격적인 사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이날 부모와 함께 공원에 놀러온 자스민 마르티네스(10)가 롤러코스터 레볼루션을 탄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곧바로 소녀는 LA에 위치한 세다스-시나이 의료 센터로 후송됐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다음날 숨졌다. 논란은 마르티네스의 사인이 롤러코스터 탑승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다. 놀이공원 측은 "롤러코스터 탑승 후 마르티네스는 의식이 없었을 뿐 숨은 쉬고 있는 상태였다" 고 밝히며 직접적인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검시관인 에드 윈터는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기 어렵다" 면서 "조만간 부검을 실시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볼루션은 2분의 시간 동안 시속 88km의 속도로 급강하하는 롤러코스터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스타뷰] 형제대결 동반홈런으로 ‘나성범의 형’ 수식어 날린 LG 나성용

    [스타뷰] 형제대결 동반홈런으로 ‘나성범의 형’ 수식어 날린 LG 나성용

    지난 2일 경남 마산에서 열린 KBO리그 LG-NC의 경기. LG 나성용(27)이 팀선배 박용택(36)의 대타로 7회 타석에 들어섰다. 무사 주자 1루 상황, 나성용은 상대 투수 김진성의 6구를 힘차게 밀어쳤다. 공은 왼쪽 담장을 넘어 120m를 날았다. 이 홈런은 평범한 홈런이 아니었다. 동생 나성범(26·NC)의 1회 투런 홈런에 이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형제 대결 동반 홈런’이었다. 지난달 22일 롯데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리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아직 ‘나성범의 형’이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한 나성용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홈런이기도 했다. 이튿날 나성용-성범 형제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프로 데뷔 후 나성용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날이었다. 경기가 없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나성용을 만났다.●체격 좋고 잘 뛰어 야구 입문… ‘형제 배터리’의 탄생 “솔직히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진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날 못 쳐서 속상했어요.” 소감부터 물었다. ‘형만한 아우 없다’지만 지금까지는 늘 동생 나성범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그랬던 그가 1군에 올라온 지 2주 만에 동생과의 맞대결에서 동반 홈런을 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라는 정도의 답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어요. 다음날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데 정말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무뚝뚝한 분들이신데…” 형제는 광주광역시에서 양장(여성용 맞춤 정장)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웨이트트레이닝이 취미인 아버지와 학창시절 핸드볼 선수를 했던 어머니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았지만 여느 야구선수 형제처럼 캐치볼 놀이를 했던 기억은 없다. “오히려 성범이와 축구를 자주 했어요. 저희가 워낙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거든요. 야구장은 유치원때 가족과 함께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예요.” 초등학생 시절, 계주 시합이 있을 때마다 늘 반 대표로 뛰었던 형제는 자연스레 야구부 감독의 눈에 띄었다. “감독님과 체육부장 선생님이 체격 좋고 잘 뛰는 애들을 선발해 야구부로 보내곤 했어요. 제가 반에서 두 번째로 키가 컸는데 저를 안 뽑으시는 거예요. 화가 나서 감독님을 찾아갔죠. 저도 한번 해보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더라고요.” 딱히 야구를 할 생각이 없었던 그는 자존심 때문에 야구에 입문했다.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형이 야구를 하는게 멋져 보여서 따라한 건 아니었다. “동생도 달리기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어요. 제 동생인지 몰랐던 감독님이 성범이에게 다가가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면서 야구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성범이가 덥썩 하겠다고 한 거죠. 성범이는 야구를 하면 매일 이렇게 용돈을 받는 줄 알았대요.(웃음)” 10여년 뒤 연세대의 전설이 된 ‘형제 배터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타로 성장한 동생 나성범의 그늘에 가려진 설움 연세대 에이스 나성범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평범한 투수였다. 당시 광주 진흥고에는 150㎞를 던지는 특급 투수 정일영(28)이 있었다. 진흥고 시절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나성용과 달리 나성범은 간간이 타자로 시합에 나가야 했다. “성범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게 그러더라고요. 내가 투수이고 형이 포수인데 형과 배터리를 못해본 게 한이 된다고요.” 형을 따라 대학에 입학한 나성범은 1학년 때 구속이 10㎞ 이상 붙으면서 투수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성범이와 방을 1년 동안 같이 썼어요. 그때 둘 다 야구 선수로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보통 포수와 투수는 연습할 때나 대화를 하기 마련. 하지만 둘은 24시간 함께 붙어 다니며 야구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는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게 됐습니다. 제가 볼 배합을 다했는데 한 번도 싫은 티를 낸 적이 없었어요.” 나성범이 대학야구 에이스로 성장하는 사이 나성용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임의 주인공인 투수와는 달리 늘 장비를 차고 경기에 임하는 포수 특성도 있었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연세대가 나성범을 받기 위해 나성용을 받았다”며 비교를 하기도 했다. “하루는 감독님께 찾아가 진짜냐고 물었죠. 물론 감독님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많이 속상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나성용에게 ‘나성범 형’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쫓아다녔다. 나성용은 2011년 한화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이듬해 송신영의 보상선수로 LG로 이적한 뒤 경찰청에 입대해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사이, 동생은 프로 2년 차에 외야수 부문 골든글로브를 수상할 정도로 스타로 떠올랐다. “친한 친구들이 제 앞에서는 일부러 성범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물론 형으로서 동생이 잘하니 좋았죠. 하지만 저도 프로야구 선수잖아요. 나성용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싶은 욕심이 왜 없었겠어요 ” ●2군 경기 중 ‘콜업’… 롯데전 첫 타석 만루포로 존재감 기회는 불현듯 찾아왔다. 지난달 22일 퓨처스리그 LG-상무전, 부상 중인 최승준(27·LG) 대신 1루를 보고 있던 그에게 2회초 갑자기 빠지라는 사인이 들어왔다.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덕아웃에 들어가니 감독님이 당장 짐 싸서 빨리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갑을 챙길 새도 없이 그는 손에 휴대전화와 방망이 도구만 달랑 들고 그대로 사직 구장으로 향했다. 3년 반 만에 서보는 1군 무대였다. ●“화려한 선수보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 되고 싶어” “형 1군 간다 하니 동생이 ‘축하한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별 기대 안 한다고 답했어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해부터 홈런을 하나도 못치고 있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도 12게임을 소화했지만 모두 단타, 2루타에 그쳤다. 한화 시절 초반에 1군 무대에서 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첫 타석에서 만루 홈런을 때리며 그간의 설움을 떨쳤다. 이제 1군에 올라온 지 3주 차, 본격적인 야구 인생 출발점에 서 있는 그의 각오를 듣고 싶었다. “한화에 있을 때 박정진 선배가 그러셨어요. 프로는 어떻게 해서든지 오래 버티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요. 지난 시간 힘들었지만 참고 버텨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화려한 선수보다는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2군을 거치며 깨달은 거에요.”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나성용은 1988년 1월 5일생 183㎝, 94㎏ 동생:나성범(NC 다이노스) 학력:광주 진흥고-연세대 경력:2008년 제4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1년 한화 이글스 입단, LG트윈스 이적 2012~2014년 경찰야구단
  • 살릴水도 죽이氣도

    살릴水도 죽이氣도

    물/베로니카 스트랭 지음/하윤숙 옮김/반니/292쪽/1만 5000원 공기/피터 애디 지음/임지원 옮김/반니/328쪽/1만 5000원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시인, 의학자였던 엠페도클레스는 이 세상이 공기, 물, 불, 흙의 4대 원소로 이뤄졌으며 이 물질들의 사랑과 다툼 속에서 세상 만물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이지만 수시로 인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음을 꿰뚫어 본 셈이다. 꺾일 줄 모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국을 타들어가게 하는 극심한 가뭄은 공기와 물의 위협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신간 ‘공기-신비롭고 위험한’과 ‘물-생명의 근원, 권력의 상징’은 공기와 물의 실체를 과학이론은 물론 지리, 역사, 문화, 예술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탐구한다. 책은 특히 공기와 물을 장악하려 했던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두 가지 기본적인 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구적 고민을 촉구한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체가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존재하고 유지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기의 수수께끼 같은 특성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공기를 이해하고 탐구하고 응용하고 장악하려 했던 수많은 시도들을 낳았다. 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0.96%와 기타 기체나 원소 0.04%로 이루어진 공기는 휘발성, 유동성, 압축성, 전도성 등 놀라운 특성을 갖는다. 영국지리학자협회와 왕립지리학회의 사회·문화 지리학연구 의장을 맡고 있는 피터 애디 런던대 교수는 그것이 훌륭한 메타포가 되어 인류의 과학과 사회,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공기를 인류문명의 동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저자는 “공기는 단순히 놀라운 물질이나 흥미로운 자연현상, 혹은 기술적 성취로 보지 않고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지탱하게 해 주는 존재”로 바라본다. 책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시대, 장소, 배경을 무대로 공기의 발견, 연구, 이용, 표현에 관해 탐구해 온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간다. 공기는 자연철학, 의학, 철학, 화학, 물리 연구에 불을 지피고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촉발제가 된다. 19세기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공기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공기를 통해 질병이나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현상을 설명해 주는 ‘독기이론’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건강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공기의 순기능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면서 신선한 공기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공기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물질을 운반하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공기의 성질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무기를 낳았다. 방사능의 발견과 핵무기의 발명이다. 방사능 낙진에 의한 오염은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비선형적이며 우리가 숨쉬는 대기를 무기로 탈바꿈시킨다.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와 호흡기 전염병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더램대학의 베로니카 스트랭 교수가 쓴 ‘물’은 물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한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다양한 문화적 잣대로 물을 숭배했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정치권력에 필수적이었다. 물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물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사용하게 됐지만 인구팽창은 사회와 정치조직에 영향을 미쳤고 권력관계에도 불균형을 가져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물의 흐름을 바꿨고 이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엄청난 물을 가둬놓고 있지만 1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안정적인 식수공급을 받지 못하고 수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 인류는 어떤 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 속에서 흐르던 물은 사라졌고 댐에 갇혀 썩어가는 물에 인류는 역공을 받고 있다. 모든 물이 모이는 바다조차도 기후변화와 오염의 압박을 받고 있다. 물은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 사이를 흐르며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러나 인간 사회와 생태계를 거치면서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물의 흐름은 무질서해졌다. 이는 곳곳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쓰나미, 지진,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사회는 물이 정말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면서 “실용주의적인 환원주의를 버리고 물을 시간과 기억과 운동과 흐름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스라엘 보이콧’ 찬반 격화

    지난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로켓포로 공격→4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폭격→6일 팔레스타인 살라피가 이스라엘을 로켓포로 공격→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 가자지구에서 양측 간 전운이 고조되는 것과 맞물려 민간외교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보이콧 캠페인’과 이에 대한 친이스라엘 세력의 공방전도 격화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10여곳이 2005년부터 추진한 ‘이스라엘 보이콧’은 이스라엘 활동 기업을 상대로 불매, 투자철회 등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을 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업·운동팀·예술 행사 등을 국제사회가 기피, 남아공이 분리 정책을 폐기하도록 견인한 전례에서 비롯된 캠페인이다. 가자지구 상황에 따라 이스라엘 보이콧 활동도 한층 고조되면서 이스라엘 관련 기업들은 곳곳에서 소비자 저항에 맞닥뜨리고 있다. 유명 탄산수 제조사 소다스트림은 영국 소매점에서 퇴출된 데 이어 미국 소로스 재단의 투자철회 등의 압박을 못 이겨 지난해 10월 요르단 서안지구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에서 경비 업무를 하던 영국 보안업체 G4S도 미국 빌앤멜리다게이츠 재단 등이 거래중지를 천명하자 이스라엘 내 사업을 접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선박 입항을 나흘 동안 중단시킨 일이 생겼고, 유럽 업체들은 이스라엘 과일 수입 계획을 철회했다. 급기야 지난달 말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요구로 이스라엘 제명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친이스라엘 세력들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대계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친이스라엘 인사들과 함께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는 이스라엘 보이콧을 차단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아옐렛 사케드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 보이콧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3년내 1억 벌자”… 북한 新부유층 급부상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3년내 1억 벌자”… 북한 新부유층 급부상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27일 ‘2015 세계의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영양 부족 상태인 북한 주민이 10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인구의 41.6%에 해당된다. FAO는 지난 3월에는 북한에 필요한 곡물량이 40만 7000t으로 올 10월까지 부족분을 충당해야 주민들이 굶주림을 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일반 주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생활을 즐기는 계층도 늘고 있다. 2400만 북한 주민 가운데 수도 평양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은 약 20만~3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평양 주민이 3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가운데 약 10분의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유층’을 형성한 셈이다. 지난 4월 평양을 다녀온 재미교포출신 대북사업가는 5일 “공화국이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사회로 변한 지는 오래됐지만 요즘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외화벌이 종사자들과 이들로부터 달러를 상납받고 있는 간부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돈주’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주들은 기본적으로 당 간부들과 담합관계를 유지해왔다. ●평양 5억~11억 부자 급증… 20만~30만명 추정 1990년대 이전 배급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임금과 배급으로 생활을 영위했기 때문에 고위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일반 주민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위기로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구매력을 갖춘 이른바 ‘부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계층 출신으로 장사나 사채업 등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당이나 기업소 간부 등 전통적인 상류층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수년간 하나의 사회 계층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전통적인 상류층과 구분해 북한 사회의 ‘신(新)부유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이나 중동 등 해외로 파견돼 외화를 벌어온 노동자들도 구매력을 갖춘 부유층으로 분류된다. 특히 중동지역으로 파견된 북한 의사나 기술자의 대다수는 수년 전부터 ‘3년 동안 10만 달러(약 1억 1000만원) 벌기’를 목표로 삼을 만큼 많은 돈을 모은 사실은 북한 사회에선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외화벌이 의사 등 가세… 1인 5만원 음식점 북적 현재 평양 부유층의 재산은 평균 10만 달러 수준이며 50만∼100만 달러(약 5억 5000만~11억원) 수준의 재력을 지난 부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부유층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고가 업소들도 등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평양 르포기사에서 북한 매체가 ‘인민의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문수 물놀이장을 소개하며 입장료는 북한 돈 2만원(약 10달러), 이곳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북한 말로는 ‘고기겹빵’) 가격은 1만원(약 5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물놀이장에는 안마실·자외선치료실 등 각종 편의시설과 서양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고급식당도 들어섰다. FT는 평양 시내 곳곳에서 아우디·폴크스바겐·BMW·벤츠 등 고급 외제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최신식 주민편의시설 ‘해당화관’은 한 끼에 1인당 50달러를 넘는 비싼 음식 가격에도 사람들이 붐벼 발 디딜 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경우 구찌, 발리, 프라다, 폴로, 아디다스, 나이키, 뉴발란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를 고급 인테리어와 가구로 꾸미며 부유한 생활을 과시하는 주민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지방 부호 평양 구경 와 외제 명품사냥 신의주, 평성, 원산, 남포 등 지방의 부자들은 자체 구입한 버스로 평양 구경에 나서기도 한다. 비싼 돈을 내고 평양의 고급 호텔에 묵으면서 문화오락시설을 즐기고 호텔과 외화상점에서만 파는 명품들을 대량 구입해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서양음식은 적어도 부유층에게는 더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다. 2008년에는 평양에 스파게티와 피자를 파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 전문식당이 등장했다. 한때 당 간부들의 특권으로 여겨졌던 서양 요리가 최근에는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외부세계와의 인터넷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통용되는 자체 인트라넷을 활용하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꾸준히 출시되고 휴대전화 보급도 지난해 5월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정보통신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중산층은 오랜 기간 꾸준히 부를 축적해왔지만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당국이 부의 출처를 캐내기보다는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면서 최근 부상한 것”이라며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빈부격차 문제를 피할 수 없겠지만 이들 중산층은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심 계층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흥 부유층의 등장에도 고질적 빈곤과 인권문제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무역이 활발한 중국 접경지역이나 평양에 부가 집중되면서 오히려 지역·계층 간 격차는 날로 심화하는 추세다. 북한 내 고질적 빈부격차에 대해서는 여러 증언이 있지만 소위 중산층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대중 무역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기류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박정란 카자흐스탄 유라시아국립대 한국학과 교수가 3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 ‘김정은 시대 북한사회 변화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에 체류한 북한 주민 100명 가운데 98명이 ‘빈부격차가 크다’고 답변했다. 지역 간·계층 간 빈부격차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확산된다. 계층 간 갈등이 ‘증오 범죄’로 이어지는 셈이다. 2008년 탈북한 강모씨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당 간부 한 명이 이웃에게 ‘갑(甲)질’을 하다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등 빈부격차와 지위고하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꽃제비’ 문제 여전… 인신매매 희생 여성 늘어 이와 함께 ‘꽃제비’로 불리는 고아들도 여전히 지방을 전전하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지만 국가로부터의 보호는 꿈도 꿀 수 없다. 일부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고아들에게 돈을 주면서 마약밀매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중국 공안 당국에 적발돼도 북한 당국이 방치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북한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4월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 행위가 암암리에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린성 지방에서 탈북자 구출활동을 하고 있는 정모씨는 “중국 인신매매단이 북한 군인들과 짜고 어린 북한여성들을 중국으로 도강시키고 있다”면서 “나이 먹은 여성은 1만 위안(약 2000달러 수준), 나이 어린 20대 여성들은 2만~3만 위안(약 4000~6000달러 수준) 정도”라고 증언했다. 중국 노총각들에게 팔려간 북한 여성들은 현재 중국 허베이성과 헤이룽장성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이들이 낳은 아이들의 신분이나 국적 문제가 중국 내 또 다른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메르스, 신장 망가뜨려 노폐물 축적… 신부전 환자 더 위험

    메르스, 신장 망가뜨려 노폐물 축적… 신부전 환자 더 위험

    2003년 2월 13일, 홍콩 메트로폴호텔 911호에 투숙한 손님은 밤새 고열에 시달리며 기침과 재채기를 하고 구토를 하는 등 크게 앓았다. 증세는 심각했다. 911호 투숙 손님의 병은 다름 아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였다. 단 하룻밤만 투숙했는데도 사스는 삽시간에 번져 16명에게 전염됐다. 16명의 감염자는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수백명의 다른 사람에게 옮겼다. 적어도 32개 국가에서 수천명이 감염됐고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 손님은 현대사에 가장 유명한 ‘슈퍼 스프레더’(슈퍼 전파자·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자)가 됐다. 중동을 다녀와 경기도의 B병원에 입원한 국내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68)도 적어도 한국사에서만큼은 유명한 ‘슈퍼 스프레더’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감염시킨 환자만 30명에 가깝다. 다행인 건 중동에서 40%에 달했던 치명률이 한국에서는 아직 10%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는 공포가 전국을 뒤덮었지만 건강한 사람까지 공포에 떨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은 것은 메르스의 주요 증상인 신장 이상과 호흡기 질환이 노인 등 취약환자에게는 특히 치명적이어서다. 사망자 중 6번째 환자(71)는 메르스에 걸리기 전 이미 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고 2011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적출해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사망자 25번째 환자(57)는 천식, 고혈압이 있었고 관절염을 다스리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오래 복용한 탓에 그 부작용으로 생기는 의인성 쿠싱증후군이 있었다. 세계 최초 3차 감염자 사망 사례로 기록된 82세 남성은 천식과 세균성 폐렴을 앓고 있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37.5도 이상의 고열, 기침, 호흡곤란, 메스꺼움,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감과 증상이 비슷하다. 다만 메르스는 일반 독감과는 달리 폐뿐만 아니라 신장 기능도 망가뜨린다. 노폐물을 걸러내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신장이 망가지면, 노폐물이 몸 안에 축적돼 심장이나 뇌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신종플루보다 높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당뇨병이나 천식, 신장 질환 등 기저질환(기존의 병)이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한국에서 메르스가 빨리 전파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지만, 병원 내 감염이어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수많은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의 취약한 환경도 한몫을 했다. 대한감염학회는 “국내 발생 환자의 대부분은 감기 몸살 정도로 메르스를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치사율은 외국의 통계자료와 달리 10%가량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메르스에 감염된 3명의 국내 환자가 병을 극복했다. 즉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은 독감처럼 앓고 지나갈 수도 있어 ‘메르스에 걸리면 죽는다’는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걸리면 고생이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취약군인 만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3명은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고령 인구도 많아 취약군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2013년에 발표된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평균 기온 20도, 상대습도 40%일 때 최대 72시간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묻은 손을 눈, 코, 입 등에 가져갈 때 전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취약자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보통 2차에서 3차 감염으로 갈수록 전파력이 떨어진다고도 알려졌지만, 이 부분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3차 감염은 어차피 똑같은 바이러스가 2차 감염자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파력에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3차 감염된 82세 남성도 지난 6일 사망했다. 과도하게 불안해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며 무관심할 일도 아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위치상표 개념과 권리 범위

    판례의 재구성 30회에서는 특정한 문양은 아니지만 특정 위치에 부착돼 상품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표장인 위치상표를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2010후2339)을 소개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2년 12월 아디다스가 스포츠 셔츠 옆구리의 삼선무늬를 상표 등록하게 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위치상표도 상표로 기능을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대한 해설과 함께 위치상표 및 상표권에 관한 설명을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듣는다.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는 검은색 혹은 흰색 바탕에 세 개의 선이 그어져 있는 삼선(三線)을 운동화, 셔츠 등에 새겨 넣는다. 소비자들이 아디다스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다. 아디다스는 2007년 특허청에 삼선 셔츠에 대한 상표등록을 요청했다. 옆구리에서 허리까지 아디다스의 상징인 세 개의 굵은 선을 넣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특허청은 위치상표 출원 및 등록에 대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상표등록을 거절했다. 이에 아디다스는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당시 위치상표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었던 터라 법원이 상표권의 권리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특허법원은 “옆구리에서 허리까지 연결된 세 개의 굵은 선이 있는 스포츠 상의라도 아디다스 상표가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과연 이것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상표인지 의문”이라며 “독립적인 하나의 식별력 있는 도형이 아니라 상품을 장식하기 위한 무늬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세 개의 굵은 선을 국내에서 아디다스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해 아디다스의 상표로 널리 알려졌다고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위치상표에 대한 국내 첫 대법원 판결(2010후2339)은 아디다스가 최초로 상표등록을 요청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2년 12월 아디다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 특정한 문양은 아니지만 특정 위치에 부착돼 상품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표장인 위치상표가 대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상의 옆 부분의 세로 줄무늬는 위치상표에 해당해 식별력을 지닌다”며 “원심은 상표의 식별력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삼선을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상표로서 기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 규정에 따르면 ‘기호·문자·도형 각각 또는 그 결합이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을 이루고 이러한 일정한 형상이나 모양이 지정상품의 특정 위치에 부착되는 것에 의해 자타상품을 식별하게 되는 표장’”이라며 “위치상표도 상표의 한 가지로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치상표의 출원 및 등록에 대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그러한 이유로 위치상표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표장에 표시된 지정상품 형상 부분의 구체적인 의미를 따지지 않고, 이를 일률적으로 표장의 외형을 이루는 도형이라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는 변경됐다. 위치상표 심사에 관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도 출원인이 위치상표로 출원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출원된 표장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한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아디다스 상의 셔츠의 삼선을 실제 아디다스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이후 상표권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4년 3월 운동화 회사인 뉴발란스가 유니스타를 상대로 낸 권리 범위 확인소송 상고심(2011후369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니스타는 ‘N’ 로고가 새겨진 운동화로 유명한 뉴발란스와 유사한 ‘N’ 로고 아래에 UNISTAR라고 새긴 운동화를 판매했다. 이어 유니스타는 2011년 3월 자신의 상표가 뉴발란스의 상표권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 범위 확인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일부 유사한 ‘N’ 로고가 있지만, 간단하고 흔한 표장으로 식별력이 없다”며 유니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뉴발란스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뉴발란스가 상표를 등록할 당시 식별력이 없던 ‘N’ 로고 부분이 유명세를 타 상표권 분쟁 당시에 식별력이 생겼다면 식별력을 가지는 부분으로 보고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새 영화] ‘엘리펀트 송’

    [새 영화] ‘엘리펀트 송’

    그의 아버지는 늘 부재했다. 어린 시절 딱 한 번 만나 함께 아프리카 초원을 여행했다. 사냥꾼이던 아버지는 따뜻한 부성애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끼리에게 총을 여러 발 쐈고, 유일하게 눈물을 흘리는 육상 동물이라는 코끼리는 어린 마이클(자비에 돌란) 앞에서 육중한 몸을 무너뜨린다. 어머니 역시 사실상 부재했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지만, 아니 유명한 가수였기에, 사람들 앞에서 자식의 존재를 부정해야 했다. 누구의 사랑도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성장하던 아이는 어느날 문득 느낀 찰나의 행복감 속에서 알게 됐다. 어머니가 ‘코끼리 노래’를 자장가로 불러주던 어느날, 어머니 역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었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영화 ‘엘리펀트 송’은 미스터리 드라마다. 마이클은 정신병원에 수감돼 있는 20대 청년이다. 마이클의 주치의 로렌스 박사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그의 마지막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이 마이클이다. 로렌스의 동료인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는 자초지종을 파악하기 위해 마이클과 대화를 나눈다. 마이클은 퍼즐 맞추기를 하듯 한 조각, 한 조각씩 사실을 꺼내 놓는다. 마이클과 그린 박사가 벌이는 사실과 거짓의 줄다리기 속에 진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마이클에게 부모가 부재했듯, 그린 박사 역시 자식을 상실한 부모의 한(恨)이 깊은 곳에 내재돼있다. 미스터리를 표방했지만 실은 저마다 품고 있는, 그러나 차마 바깥으로 털어놓을 수 없는 농밀한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면 잠시 덮어둘 수는 있을지언정 근본적 치유는 불가능하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마이클은 그린 박사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항목을 내건다. 자신의 진료기록을 보지 말 것, 간호사 피터슨(캐서린 키너)을 배제시킬 것, 초콜릿 박스를 선물해줄 것, 이 세 가지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린 박사와 대화를 시작한 순간, 아니 그전에 로렌스 박사가 사라진 뒤 이미 마지막 파국을 준비했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내건 세 가지 조건은 누구도 달래줄 수 없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장치였다. 윤리적 가치와 방법적 호불호를 떠나 마이클의 상처는 그렇게 치유된다. 남은 것은 그린 박사다. 그리고, 그린 박사와 아픔과 슬픔의 무게를 공유하고 있는 피터슨 간호사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상처를 다스린다. 상처를 완전히 덮지도 않고, 완전히 까발리지도 않은 채 곁에 두고 가끔씩 꺼내보는 것이 성숙한 이들이 보편적으로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11일 개봉. 15세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정리수납 자원봉사자 양성… 배려계층 주거환경 바꾼다

    서울 중랑구가 이달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2~5시 구청 자원봉사센터 교육실에서 ‘정리수납 전문봉사자 양성교육’을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올해 서울시 자원봉사교육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번 교육은 ‘행복한 방 만들기’ 등 구에서 추진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파견할 전문봉사자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배려계층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 교육은 이론교육 5회(15시간)와 현장실습 1회(4시간)로 구성돼 있고 총 6주간 한국정리정돈협회 소속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수강생들은 정리수납의 필요성, 공간의 목적에 맞는 수납 방법, 수납도구 만들기 등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고, 강사와 함께 저소득 가구를 찾아 정리수납 실습을 한다. 이번 교육은 여성 직능단체 회원 26명이 대상이며 이들은 수료 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정리코디네이터 2급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임희정 한국정리정돈협회 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다자녀 저소득 가정 등의 경우 어지럽고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건강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정리수납은 마음을 다스리는 계기도 된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이번 교육을 통해 향상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윤영달 회장, 새출발 10년 ‘아트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 도전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윤영달 회장, 새출발 10년 ‘아트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 도전

    올해는 해태제과가 해방둥이 기업으로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2005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합쳐져 새 출발을 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인수 당시 크라운제과의 매출액은 2800여억원으로 제과업계 4위, 해태제과의 매출액은 6100여억원으로 제과업계 2위였다.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키는 꼴이었다. ‘과자’를 만든다는 공통의 업(業)이 있다 하더라도 각자가 역사가 깊은 회사이기 때문에 조직이 쉽게 융화되기 어려웠다. 같은 듯 다른 두 조직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던 데는 윤영달(70)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윤 회장은 2004년 말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남산에 있는 타워호텔(현 반얀트리호텔)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두 회사의 간부급을 모두 부른 뒤 외부 강사의 강의를 듣게 했다. 테이블마다 크라운제과 간부와 해태제과 간부를 섞어 앉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고 이런 모닝아카데미는 250회 이상 이어지고 있다. 간부급이 융화됐다면 이번엔 직원이었다. 윤 회장은 두 회사의 직원들을 조를 짜 매주 주말마다 북한산에 오르게 했다. 윤 회장도 함께 산에 올랐다. 힘들게 산에 오르는 과정을 서로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등산경영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최근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해태제과 인수 직후 크라운제과의 2005년 그룹 매출은 9436억원에서 지난해 1조 841억원으로 상승했고 업계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크라운산도’로 성장하고 ‘해태제과’의 인수로 한 단계 더 도약한 크라운·해태제과는 윤 회장의 ‘아트(Art)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월 출간한 ‘AQ 예술지능’이라는 책에서 “나는 우리 크라운해태를 단순한 기업이 아닌, 프로페셔널 예술가 집단으로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AQ는 ‘예술지능’(Artistic Quotient)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기업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스스로 예술가가 돼 창의력을 발휘해야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아트경영이 나온 배경에 대해 “성숙기에 이른 국내 제과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예술이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제과업계의 품질이나 마케팅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과자 제품 선택은 계획적인 구매가 아닌 매장에서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제품의 우수한 품질에 예술의 감성을 더한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바로 아트경영이라는 얘기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은 실제 제품으로도 이어져 좋은 성과를 냈다. 2007년 ‘오예스’ 포장에 심명보 작가의 ‘백만송이 장미’를 그려넣어 연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이어 밋밋한 과자였던 비스킷 ‘쿠크다스’에 초콜릿으로 물결 모양의 움직임을 넣었더니 매출이 두 배 이상 신장했다. 물론 겉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은 품질 그 자체인 맛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자사의 신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의 과자를 늘 맛보고 평가하고 있다. 윤 회장이 과자를 먹을 때는 철칙이 있다. 반드시 식사를 다 하고 과자를 먹고 한 입만 먹고 버리는 게 아니라 한 봉지를 다 먹는다는 철칙이다. 이는 배고플 때 과자를 먹으면 뭐든 다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봉지를 다 먹을 때 맛이 꾸준히 느껴져야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에서다. 포스트 윤 회장에는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44) 크라운제과 대표이사가 꼽힌다. 그룹 측은 윤 회장의 후계를 말하기에는 윤 회장이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이르다는 평이다. 하지만 윤 회장이 26세의 나이에 이사 직함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아들과 사위가 모두 대표이사 직함을 달며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후계구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이사는 미국 뉴욕의 미술대학인 플랫 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교대학원(IDAS)에서 디자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크라운제과 이사, 상무 등을 거쳐 2010년 7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윤 대표이사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크라운제과의 지분은 없다. 크라운제과는 윤 회장이 최대 지분(27.38%)을 보유하고 있고, 그다음이 연양갱을 만드는 두라푸드(지분 20.06%)다. 이 두라푸드는 윤 대표이사가 59.60%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윤 회장에 이어 그가 모기업인 크라운제과를 물려받을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허니버터칩의 대성공을 주도한 윤 회장의 사위 신정훈(45) 해태제과 대표이사는 재계의 손꼽히는 능력 있는 사위로 불린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한 뒤 삼일회계법인과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했다. 신 대표이사는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를 주도했다. 그는 2008년 해태제가 멜라민 파동으로 휘청될 때 문제를 수습한 1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회사 내 지분이 전혀 없다. 차남 윤성민(41) 두라푸드 이사는 두라푸드 지분 6.32%를 보유 중이다. 그는 두라푸드 외에도 제빵에 관심을 보이며 현재 서울시내 한 베이커리 지점을 맡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장 공사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중 157명이 사망했으며, 전체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9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엠네스티 등 단체 수 곳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안티-로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소니, 비자, 현대, 기아 등 각국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공식 후원 업체들의 로고는 현지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로고로 편집됐다. 예컨대 맥도날드의 경우 ‘스마일’을 형상화 한 기존의 로고는 긴 채찍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아디다스의 ‘삼선’은 공사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묘비를 상징하는 그림을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자(VISA)는 노예들이 고통스러운 자세로 무릎을 꿇고 ‘비자’ 로고를 떠받치고 있으며, 현대는 ‘H’로고에 수갑을 찬 손이, 기아는 높은 건물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노동자들이 추가로 그려져 있다. 일부 이미지는 로고와 더불어 후원사들을 비난하는 교묘한 멘트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한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는 이민 노동자들이 상당수 참여하는데, 얼마 전 네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공사장에 머물러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국제축구연맹(FIFA)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위임원 7명이 체포되면서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체포된 고위 임원들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결정 과정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를 혐의가 적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잇따른 구설에 오른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FIFA와 카타르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카타르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카타르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장 공사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중 157명이 사망했으며, 전체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9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엠네스티 등 단체 수 곳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안티-로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소니, 비자, 현대, 기아 등 각국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공식 후원 업체들의 로고는 현지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로고로 편집됐다. 예컨대 맥도날드의 경우 ‘스마일’을 형상화 한 기존의 로고는 긴 채찍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아디다스의 ‘삼선’은 공사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묘비를 상징하는 그림을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자(VISA)는 노예들이 고통스러운 자세로 무릎을 꿇고 ‘비자’ 로고를 떠받치고 있으며, 현대는 ‘H’로고에 수갑을 찬 손이, 기아는 높은 건물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노동자들이 추가로 그려져 있다. 일부 이미지는 로고와 더불어 후원사들을 비난하는 교묘한 멘트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한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는 이민 노동자들이 상당수 참여하는데, 얼마 전 네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공사장에 머물러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국제축구연맹(FIFA)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위임원 7명이 체포되면서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체포된 고위 임원들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결정 과정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를 혐의가 적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잇따른 구설에 오른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FIFA와 카타르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커버스토리] 공! 너의 예민함에 ‘神’은 기도하고 ‘황제’는 쩔쩔맨다

    [커버스토리] 공! 너의 예민함에 ‘神’은 기도하고 ‘황제’는 쩔쩔맨다

    구기종목에서 공은 경기의 주인공이다. 수백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도 공 앞에서는 작아진다. 넘어지거나 다치면서도 공을 쫓고, 차고, 던지고, 때린다. 관중은 공의 움직임에 따라 열광과 환희, 좌절과 실망 등을 쏟아낸다. 스포츠 드라마에서 공은 엄격한 규정과 잣대를 적용받는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골프공 지름을 42.67㎜ 이상, 무게는 45.93g 이하로 명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규정을 두고 있다. 한국야구협회(KBO)가 정한 야구공의 반발계수는 소수점 넷째 자리인 0.4134~0.4374다. 구기종목이 세밀하게 공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은 미세한 차이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야구공의 경우 반발계수가 0.001 높아지면 타구 비거리는 20㎝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공은 포신에 장착해 초속 75m로 콘크리트벽을 향해 쏜 뒤 튀어나오는 속도로 반발계수를 측정한다. 초속 75m의 10분의4인 초속 30m로 공이 튀었다면 반발계수는 0.4다. 왜 초속 75m가 기준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반발계수 측정을 의뢰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 관계자는 “오래된 관례다. 초속 75m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270㎞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시속 150㎞까지 나오고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속도는 120㎞ 정도다. 둘을 합친 속도가 초속 75m이기 때문에 지표로 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정에 어긋난 공은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위배된다. 프로야구 롯데는 최근 반발계수 기준치를 초과한 업체의 공을 공인구로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시즌 초반 롯데 타자들의 홈런이 많은 이유가 공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탱탱볼’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올해 초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우승컵을 거머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공기압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공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간판스타 톰 브래디와 구단 직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공기압이 낮은 공은 던지거나 받기가 수월한데, 쿼터백 브래디를 위해 구단이 고의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디플레이트(deflate·공기를 뺀다는 뜻) 게이트’로까지 불리며 큰 이슈가 됐다. 국제대회나 프로리그에서는 공인구 제작을 스포츠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1970년 멕시코대회에서 월드컵 최초로 공인구를 제조한 아디다스는 지난해 브라질대회까지 44년간 공인구 공급을 전담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에서는 축구와 배구가 아디다스와 스타스포츠의 공을 각각 공인구로 쓰고 있다. 야구는 스카이라인 등 4개 업체에 공인구 제조를 맡기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단일화할 계획이다. 농구는 원년인 1997년부터 스타스포츠 공을 공인구로 쓰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나이키로 교체를 시도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조건에서 이견이 발생했고, 결국 계약에 실패해 공인구 공급 업체 없이 시즌을 치렀다. 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는 “새 업체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한핸드볼협회는 일본의 스포츠용품 제조사인 몰텐, 대한럭비협회는 국내 업체 한스스포츠 제품을 각각 공인구로 쓰고 있다. 메이저리그(MLB)는 롤링스, 미국프로농구(NBA)는 스팔딩,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나이키가 공인구 업체다. 공은 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월드컵 첫 공인구는 32개의 가죽조각으로 만들어졌으나 14조각, 8조각으로 줄더니 브라질 월드컵의 브라주카는 6조각으로 제작됐다. 이처럼 조각을 줄이는 것은 공을 완전한 구형에 가깝게 만들어 불규칙성을 없애기 위함이다. 대부분 구기종목 공이 흰색인 것과 달리 농구공은 주황색인데, 코트 색깔과 비슷하게 해 선수들의 눈 피로도를 줄이려는 의도다. 야구공의 108개 실밥은 공기 저항을 줄여 구속을 더 빠르게 한다. 공이 얼마나 빠른가는 많은 이의 관심사다. 1954년 스피드건이 개발된 후 사람들은 온갖 공의 속도를 측정했다. 셔틀콕의 순간 속도는 시속 300㎞가 넘어 양궁 궁사들이 쏜 화살보다 빠르다. 무게가 4.74~5.5g에 불과해 라켓에 맞는 순간 엄청난 가속도를 낸다. 그러나 날아가는 동안 깃털이 펴지면서 일종의 낙하산 작용을 하고, 금세 속도가 줄어 멀리 날아가지는 않는다. 탁구공의 무게는 2.7g에 불과하지만, 라켓이 가벼운 탓에 셔틀콕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래도 시속 180㎞에 달한다. 역시 무게가 가벼운 골프공(45.93g 이하)은 250㎞, 테니스공(56.70~58.47g)은 240㎞까지 나온다.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인체가 속도를 만드는 야구공은 최고 160㎞, 축구공은 130㎞ 정도다. 공인구를 가장 구하기 어려운 종목은 야구다. 프로야구 한 경기에서 사용되는 공인구는 평균 100~120개나 되지만 일반인에게는 판매되지 않고 파울볼이나 홈런볼만을 습득할 수 있다. 구단에 공급되는 공인구 정가는 6000원이 약간 넘지만, 파울볼 등은 약간 프리미엄이 붙어 온라인상에서 8000~1만원에 거래된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은 ‘황금’보다 비싸다. NBA 전설적 스타 윌트 체임벌린이 한 경기 100득점의 대기록을 달성할 때 사용된 볼은 경매소에서 55만 1844달러(약 6억원)에 낙찰됐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한 시즌 70호 홈런볼은 300만 달러(약 3억 3000만원)에 거래됐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사용된 공인구 자블라니는 온라인 경매에서 4만 8200파운드(약 8170만원)에 팔렸다. 반면 사람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은 공도 있다. 미국의 사업가 그랜트 드포터는 2003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시카고 컵스-플로리다의 6차전에서 쓰인 공 한 개를 1억원이 넘는 거액에 사들인 뒤 방송국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폭파시켜 버렸다. 8회 초에 사용된 이 공은 컵스의 외야수가 잡을 수 있었으나 한 관중의 방해로 파울이 된 공. 3-0으로 앞서던 컵스는 이후 뭔가에 홀린 듯 8점을 내줘 역전패를 당했고, 7차전에서도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100년 가까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보지 못한 컵스 팬들의 분노가 이 공에 집중된 것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