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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두타(頭陀)/손성진 논설실장

    탐욕에서 비롯된 끔찍한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줄을 잇는다. 맘 놓고 걸어다니기도 겁나는 세상이다. 육욕과 물욕. 인간은 어찌해서 이 말초적인 욕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의 노예가 되는가. 우리는 다 걸어다니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 수양으로 탐욕을 다스릴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제정신, 육신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늘고 있는 게 문제다. 이럴 때 우리는 종교를 생각한다. 성경 말씀에는 “너희는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여 몸의 사욕에 순종하지 말고…(로마서 6장)”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죄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전에 내가 먼저 죄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에는 두타(頭陀)라는 말이 있다. 탐욕을 버리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말한다. 우리의 선조는 산 이름, 물 이름에 두타라는 말을 붙였다. 강원 양구에는 두타연이 있다. 강원 동해·삼척, 충북 진천·증평에는 두타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근자에 가 본 두타연에 이어 두타산에 가서 잠시 수양을 해야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무심코 그린 그림에… 뜻밖의 내가 묻어 나왔다

    무심코 그린 그림에… 뜻밖의 내가 묻어 나왔다

    “상담을 받으러 온 분들께 ‘휴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것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 집이 아니라 자연을 그려요. 두 사람도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네요. 자신도 모르게 휴식이 절박하다는 마음을 나타낸 거죠.”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나무미술심리상담센터. 서울신문 이성원(31) 기자와 김희리(28) 기자가 미술치료를 취재하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체험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길은영(47) 소장에게 마음을 들켜 버렸다. 버거운 업무량을 바쁘게 처리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고 가벼운 우울감을 느낀 터였다. 여행이나 독서, 잠깐의 휴식만으로는 일상의 답답함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기자 주변 사람들, 특히 직장인 대다수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생각에 이들을 대신해 대안 심리치료를 찾아 나섰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독서치료 등 종류는 다양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관련 자격증만 1694개다. 이 중 미술치료를 체험하기로 한 이유는 그나마 두 기자가 다른 영역보다 그림을 조금 더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기호 때문이었다. 무심코 그린 그림을 보면서 이렇게 정확하게 속내를 짚어낼 줄이야. 길 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 기자, 이상·현실의 조화를 조언받다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라”며 길 소장이 준 종이와 그림 도구를 받아 들고는 잠시 당황했다.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본 적이 없어서다. 곧 크레파스와 파스텔 중 파스텔을 집어 들고는 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뾰족한 봉우리가 특징적인 산 3개를 크게 그리고 왼쪽 아래 귀퉁이에 작은 집을 그려 넣었다. 집에서 시작된 길은 3개의 산봉우리 정상과 이어졌다. 왼쪽 위 귀퉁이에 큰 태양을 그렸고 하늘은 기러기와 비행기로 채웠다. 이것저것 그리다 보니 20분이 훌쩍 지났다. “대부분 크레파스를 집어서 그리죠. 파스텔로 그리는 사람은 정서가 메마른 상태인 경우가 꽤 있어요.” 길 소장이 그림을 집어들며 말했다. 미술치료는 진단, 설명, 분석, 해석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진단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 중에 궁금한 의식이 생기는 단계다. 환자가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 등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직접 그림에 대해 말하는 단계가 ‘설명’이다. 많은 환자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설명’ 단계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분석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치료사가 개입해 그림의 조형 요소, 소재, 주제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 ‘해석’은 심리학적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이 갖는 근원적 혹은 사회적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 기자는 처음부터 진한 색 선으로 뾰족하게 산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무, 풀 등 ‘그 장소에 있을 법한 것들’로 여백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대로 생활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길 소장은 일반적으로 산의 정상은 목표를, 집은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고 했다. “작은 집에서 목표를 향해 길게 길을 냈네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나 새는 자신의 이상을 상징합니다. 이 기자는 자신의 현실적 직업과 이 직업을 갖게 된 자신의 철학을 잘 버무리고 싶은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한 상태예요. 삶이 뾰족한 산처럼 딱딱하게 느껴지는 거죠. 하지만 산과 비행기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건 스스로 곧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비행기와 새를 보며 그는 설명을 이었다. “하늘의 비행기와 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건 순탄하게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다만 인공적인 꿈(비행기)과 자연적인 꿈(새)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겠네요.” ●김 기자, 내 감정을 위로할 여유를 충고받다 역시 파스텔을 집었다. 왼쪽 위에서 중앙 부분까지 바닷물을 그렸고 오른쪽 아랫부분에 내 모습을 그려 넣었다. 옆에는 강아지 한 마리와 강아지가 물고 노는 작은 인형도 그렸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길 소장은 이 그림을 두고 “이 기자의 그림이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의 그림이라면 김 기자의 그림은 굉장히 감정적인 사람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치료에서 그림 속 동물은 주인공의 보조자입니다. 발자국을 보니 김 기자와 강아지는 도화지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왔네요. 내면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죠. 감정의 영역인 왼쪽 면을 바다로 가득 메운 것을 보니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우울감이 다소 느껴지네요.” 그는 도화지의 각 영역에 대해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조안 켈로그 등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종합해 알려줬다. 도화지의 오른쪽은 현실·이성·미래의 영역이고 왼쪽은 감정·내면·과거의 영역이라고 했다. 또 그림의 아래쪽이 현실·일상을 뜻한다면 위쪽은 이상·꿈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림 속 강아지는 17년째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라고 했더니 길 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갔다. “그렇다면 바다는 가족 같은 개를 마음에 묻어야 할 때가 올 거란 불안감일 수도 있겠네요. 바다와의 거리가 가까운 건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무의식이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그는 자기감정을 다스릴 여유도 없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권했다. “오랜 시간 분신처럼 함께 지낸 개는 사회적인 영역이 아닌 개인적인 영역의 ‘나’를 대변해요. 또 개 옆에 서 있는 자신을 현실보다 어린 소녀로 그렸어요. 개와 나 모두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어요. 기자라는 직업 속에서 정서적으로는 자기감정을 위할 여유가 없다는 결핍이 내재돼 있습니다.” 길 소장은 그림 속 소녀가 신은 신발에도 주목했다. 신발은 현실에서 자신의 위치나 사회적 역할을 상징한다고 했다. “신발이 소녀의 몸에 비해 유난히 커요. 스스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는데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어른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죠.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틈틈이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림 속 개가 장난감을 가지고 온 것처럼요. 휴가 같은 물리적 유희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또 내 마음속의 ‘아이’를 죽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림을 그리고 질문을 주고받는 1시간 30분간 길 소장은 뚜렷한 처방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피상담자가 자신을 반추하게끔 조언하는 게 미술치료의 역할이라고 했다. 일차적인 목표는 피상담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해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통상 미술치료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치료에 쓰이고 언어 표현에 서툰 아동이나 장애인의 심리를 살피는 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치료에는 잊거나 왜곡된 기억을 스스로 짚어내고 해석을 덧입히는 과정이 필요해요. 결국 자기에 대한 앎이 확장되는 게 치료의 시작인 셈이죠.”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일본 최초의 현대식 공원으로 조성된 도쿄의 우에노 공원은 벚꽃 시즌의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오래 된 나무들이 안정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곳에는 넓은 호수와 판다곰으로 유명한 동물원 외에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당 등 문화 공간들이 밀집해 있는 ‘우에노 문화지역’으로 도쿄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휴식과 정서함양,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예전의 우에노 지역은 도쿠가와 가문의 신사인 간에이사와 그 말사들로 가득 찼다고 한다. 길하지 않은 북동방향을 다스리기 위해 절을 짓는 관습에 따른 것이었다. 에도 막부가 쇠락하고 전쟁으로 사찰들이 파괴되자 메이지정부는 1873년 이 지역을 일본의 1호 공원으로 지정해 현대식 공원으로 조성했고 1882년엔 국립박물관과 부속 동물원을 건립해 일반에 공개했다. 우에노 일대는 1924년 쇼와 천황의 결혼을 기념해 도쿄시에 공원 관리를 양도한 것을 계기로 우에노온시고엔(上野恩賜公遠·주군에게 하사 받은 공원)이라는 명칭을 갖게 돼 오늘에 이른다.  공원으로 들어오면 오른편에 국립서양미술관(國立西洋美術館)이 위치해 있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미술관 건축으로 1959년 6월 완공됐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의미있는 장소임에도 지금까지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일제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리나라의 국권을 빼앗고 자원을 약탈하던 시기에 조성된 컬렉션이 주를 이루고 있고, 유럽에서 건너온 서양미술 작품을 굳이 일본에서 볼 일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음을 고쳐 먹고 지난 5월 하순의 주말을 이용해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국민 품에 안긴 ‘마쓰카타 컬렉션’  국립서양미술관 앞마당에는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지옥의 문’과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과 ‘칼레의 시민’,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가’가 설치돼 있다. 일본은 잘 알다시피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유럽 회화, 특히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을 유난하게 좋아해서 많은 일본 자본가들은 20세기 초 유럽 현지에서 작품을 사 모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인 가와사키 조선소 대표이사였던 마쓰카타 고지로(松方幸次?,1865~1950)다. 국립서양미술관이 상설전시하고 있는 걸작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마쓰카타 컬렉션’을 만든 장본인이다. 메이지 시대 정치가의 아들로 태어나 예일대학과 소르본대학에서 수학한 마쓰카타는 1916년부터 1923년까지 유럽미술품과 공예품, 그리고 유럽의 일본 열풍으로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 우키요에(목판 풍속화) 작품을 수집했다. 프랑스 정부가 국립장식미술관 문으로 쓰기위해 로댕에게 주문했다가 계약 파기로 석고 상태로 방치돼 있던 ‘지옥의 문’을 브론즈로 주조하는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그는 도쿄에 미술관을 세운다는 목표를 갖고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열정적으로 작품을 사모았지만 1927년 세계 대공황 여파로 가와사키 조선이 파산하자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부채를 정리하기 위해 사재를 내놓게 되면서 일본에서 담보로 잡혔던 작품들은 여기저기로 팔려 나갔다. (우키요에 컬렉션 8000점은 일본 황실에 헌상했고 , 현재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런던 수장고에 보관하던 작품은 1939년 화재로 소실됐고, 프랑스에 보관하던 작품 400여점은 우여 곡절 끝에 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범국의 책임을 물어 프랑스 정부에 귀속됐다. 일본정부가 개인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1951년부터 반환노력을 펼친 끝에 1959년 반환이 결정됐다. 프랑스 정부는 고흐의 ‘아를의 침실’ 등 주요 작품 몇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도 공공을 위한 미술관에 공개한다는 조건하에 ‘기증 반환’했다. 회화 196점, 소묘 80점, 판화 26점, 조각 63점, 서적 5점 등 총 370점이 이때 일본으로 돌아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앞둔 근대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일본 정부는 이미 사망한 소유주를 대신해 르 코르뷔지에에게 도쿄의 우에노 공원 내에 환수 작품들을 전시할 미술관 설계를 의뢰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속도를 중시하게 된 시대상의 문화와 생황양식이 건축에 반영돼야 한다고 확신했던 그는 콘크리트로 된 고층 공동주거 건물을 파리시내에 건설하는 대단히 파격적인 구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오래 전부터 미술관 건축을 꿈꾸며 프랑스 정부에 여러 차례 계획안을 제안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기만 했던 그에게 뜻하지 않게 기회가 온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단일 건물은 파리 근교 프와시에 있는 빌라 사브와(1928~31년)에서 보듯이 평평한 지붕을 가진 정방형의 건축물이 필로티(건물 하단부에 기둥을 세워 텅비게 하는 구조)로 지탱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지상 3층, 지하 1층의 국립서양미술관 건물도 필로티로 지탱한 개방적인 공간과 나선형 복도, 재연채광을 이용한 건축양식 등 곳곳에 르 코르뷔지에의 개성이 녹아있다.  무표정한 정방형의 건축물을 필로티로 들어 올리고 그 하부의 입구로 들어가면 중앙홀에 이른다. 높은 천정에 삼각형 창문을 만들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앙홀을 지나 지그재그로 난 경사로를 따라서 2층 전시공간에 이르도록 하는 구조다. 르 코르뷔지에는 평면과 단면의 모든 요소에 ‘모뒬로르’의 치수를 적용했다. 천장이 낮은 경우 유럽 성인 남자가 손을 뻗는 높이(2.26m)로 하고, 높은 경우엔 그 두 배, 더 높으면 그 세배로 했다. 단위 전시공간의 폭은 기둥간격 6.35m의 격자 두 개, 길이는 격자 하나로 하고 자연광과 그늘이 드는 공간을 적절히 배치했다. 고전적인 전시공간과 달리 자유로운 평면 개념을 도입해 가변적인 칸막이로 일정한 넓이와 단면을 가진 공간들을 병치시켰다가 칸막이를 조정해 공간을 자유자재로 확대, 축소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건물 전체를 지반에서 분리해 지진의 진동에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본관건물에 대규모 면진 장치를 설치했고 2007년 일본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이 미술관의 가치를 인정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정식등록될 전망이다. 중앙홀의 한 구석에는 미술관의 역사와 건설 당시의 미술관 모습,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들을 알리는 홍보물이 전시돼 있다.  서양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  본관의 1층과 2층이 상설전 공간이고, 지하는 기획전시 공간이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일본인이 유난히 좋아하는 인상파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쿠르베, 세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폴 고갱 등의 원화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런 명작들 대부분이 기구한 여로를 거쳐 쳤다. 소장 작품 중 모네의 1916년작 ‘수련’은 마쓰카타가 모네의 지베르니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1922년 작가로부터 구입한 작품으로 프랑스 정부에 몰수됐다가 1959년 일본에 돌아왔다. 지오토, 루벤스 등 중세 후기 작품에서 18세기 말 까지의 성서를 주제로 한 종교화도 훌륭한 것이 꽤 많다. 이밖에 피카소, 미로, 뒤뷔페, 폴록 등 20세기 후반의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 전반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자랑한다. 회화 외에 조각, 소묘, 판화 작품 컬렉션도 알차고 기획전도 매우 수준이 높다. 방문 당시 지하의 기획전시실에서는 일본·이탈리아 수교 150년을 기념해 열리는 ‘카라바죠 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가 본명인 카라바죠(1573~1610)는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의 대표적인 화가다. 치밀한 사실기법과 함께 빛과 그림자의 날카로운 대비를 기교적으로 구사하는데 능해 17세기 유럽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되지만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가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의 ‘박쿠스’, 밀라노 브레라미술관의 ‘ 엠마우스에서의 식사’,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성모의 죽음’, 바티칸궁전에 있는 ‘ 그리스도의 죽음’ 등 걸작을 남겼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新국토기행] 산천어만 있다? 볼 것 많은 강원 화천

    [新국토기행] 산천어만 있다? 볼 것 많은 강원 화천

    휴전선을 지척에 둔 인구 2만 7000여명의 산골마을 강원 화천군이 감성 여행지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산천어와 수달이 있고, 문학과 청정 자연의 아름다운 고향 정취가 물씬한 고장으로 알려져 사계절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한겨울 산천어축제는 15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한여름 북한강 상류에서 펼쳐지는 쪽배축제와 토마토축제는 피서객들을 화천으로 불러들인다. 긴장감 돌던 휴전선 일대 파로호와 평화의댐 일대는 힐링과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작가 이외수를 만날 수 있는 ‘감성마을’,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 ‘붕어섬’, 물 위를 걷는 낭만 ‘산소100리길’이 관광의 필수 코스다. 최근에는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호수변 등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휴양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산천어회, 쏘가리 매운탕, 어죽탕, 초계탕, 다슬기 해장국이 지역 대표 먹거리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천의 숨은 명소를 찾아 초여름 여행을 떠나 보자. >>볼거리 ●청춘의 멘토 이외수가 사는 감성마을 100만 팔로어의 파워 트위터리안이자 청년들의 멘토 작가 이외수씨가 머무는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은 문학마을이다. 감성마을에는 이외수의 문학작품, 미술품 및 친필원고 등 소장품이 전시된 ‘이외수문학관’이 있다. 국내 최초의 생존 작가를 위한 문학관이다. 감성마을은 조용하지만, 이외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마다 8월에 열리는 ‘감성마을 5일장’은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문학의 장이다. 5일장(場)은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지만, 5일장(章)은 글 장(章)을 쓴 만큼 5일간의 문학 축제를 말한다. 문학 강연과 음악회, 문학 기행, 독서 백일장, 밴드 공연 등 5일의 축제에 각기 다른 주제로 행사가 이루어지는 점도 재미있다. ●붕어를 닮은 섬 붕어섬 섬이 마치 붕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붕어섬은 북한강 상류인 화천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있어 걸어다닐 수 있다. 화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에는 축구장, 족구장, 테니스장, 수변산책로, 공연장 등 레포츠와 자연휴양을 고루 즐길 수 있도록 휴양지로 꾸며 놓았다. 섬 주변은 배스 낚시터가 유명해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붕어섬 안에는 자연과 물이 어우러진 붕어섬 놀이 휴양소 ‘에어링 화천’이 운영되고 있다. 에어링 화천은 맑은 공기와 물이 살아있는 화천에서의 산책이라는 뜻으로 수상 자전거, 카약, 카누, 하늘가르기, 자전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사계절 색다른 모습 ‘산속의 바다’ 파로호 파로호는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인공 호수이다. 호수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상상 속의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대붕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대붕호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북한지역에 속했던 호수는 6·25전쟁 때 되찾아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이름을 새로 붙였다. 파로호는 10억t의 엄청난 담수량과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품고 있어 왜 ‘산속에서 만나는 바다’라 불리는지 실감 할 수 있다. 파로호를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으로는 물빛누리호가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뱃길이 친절한 선장의 설명과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겨울 파로호는 녹음으로 일렁이던 여름의 모습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파로호의 모습을 보려고 계절마다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함 ‘산소 100리길’ 산소 100리길은 자전거 마니아들과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자전거 전용 길이다. 북한강 상류를 따라 이어져 있다. 길이는 총 100리(39.27㎞)로 완주하고 100세까지 장수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산소 100리 길을 따라 돌아보면 화천의 명소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길 중에는 물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북한강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폰툰 길’이 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물 위를 걷는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다. 특히 북한강 물안개의 아름다움은 몽환적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자전거 마니아를 비롯해 트래킹을 나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길이다. 산소 100리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 25곳’에 포함될 만큼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화천 평화의 상징, 힐링의 공간 ‘평화의댐’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찾는 곳이 ‘평화의댐’이다. 평화의댐으로 가는 길은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수달연구센터와 비수구미를 지나 24㎞를 달려 이르는 종착점이다. 물빛누리호를 타고 푸른 물길을 1시간 남짓 호수를 미끄러져 가야 한다. 평화의댐은 북한의 금강산댐이 붕괴될 것을 염려해 국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댐이다. 수달이 비무장지대(DMZ)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댐 옆으로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평화의 종은 실제로 전쟁에 사용되었던 탄피와 포탄, 무기류의 쇠붙이를 전 세계 30여 개국 분쟁 지역에서 모아 만든 종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는 날 화천에서는 ‘세계 평화의 종’에 사람들이 모여 타종식을 한다. 평화의댐과 세계 평화의 종 공원에서 광활하고 푸른 자연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 산천어축제 눈·얼음으로 덮인 한겨울에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해마다 1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잡았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의 슬로건 아래 2003년 처음 열린 산천어 축제는 갈수록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미국 뉴스 채널 CNN에서 ‘불가사의한 7대 겨울 축제’로 산천어축제를 꼽아 세계적인 화제로 발전했다. 30cm가 넘는 두꺼운 얼음을 뚫어 산천어를 잡는 얼음낚시와 얼음물에 뛰어들어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맨손잡기가 대표적이다. 얼음 썰매, 봅슬레이, 스케이트, 눈썰매 등 30여 종이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체험 프로그램 이외에도 창작썰매 콘테스트, 겨울문화촌, 산이와 진이가 만나는 날 등 문화이벤트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화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산천어 모양의 등(燈)이 화천읍의 밤하늘을 수놓는 ‘선등거리’도 장관이다. >>먹거리 겉은 섹시, 맛은 순수… 반전 매력 산천어회 술푼 내속 다스려줘!… 청정 다슬기 해장국 ●영양 풍부한데 칼로리는 낮은 산천어회 산천어는 송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몸길이는 송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산천어는 옆으로 납작하고 옆줄은 몸통 옆면 가운데를 지난다. 수온이 섭씨 20도를 넘지 않고, 산소량이 9을 넘는 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만 사는 청정 어종이다. 산천어회는 맛이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속살이 불그스레한 빛깔을 지니고 쫀득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 덕분에 산천어회를 자주 찾는다. 산천어회는 성인병 예방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산천어회 맛집은 화천읍내에 있는 북한강횟집과 간동면에 있는 파로호횟집이 있다. ●민물계의 황제 쏘가리 매운탕 쏘가리 매운탕은 매운탕의 황제다. 육질이 단단한 쏘가리는 씹는 맛이 있어 회로 먹어도 좋지만 역시 매운탕이 제격이다. 쏘가리는 담수어로 머리가 길고 입이 큰 편이며 등에 회색 무늬가 있다. 맛이 담백하고 잡냄새가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운탕으로 으뜸이다. 쏘가리는 단백질, 칼슘, 인이 풍부하여 영양식으로도 매우 좋다. 쏘가리 매운탕 맛집으로는 재료를 아낌없이 푸짐하게 담아내는 화천읍내 명가, 동촌식당이 있다.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마성의 어죽탕 어죽탕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물고기를 갈아 끓인 것으로 지역 나물이 곁들여진 밑반찬까지 더해지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매운탕을 못 먹는 사람도 어죽탕은 생선이 갈려져 나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다이어트 음식으로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어죽탕 맛집으로는 북한강 자락에 위치한 ‘화천어죽탕’이 있다. ●쿨해서 더 매력적인 초계탕 뜨거운 삼계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초계탕은 화천에서 유명한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초계탕은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살코기만을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 음식이다. 초계는 식초의 ‘초’(醋)와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인 ‘계’를 합친 이름이다. 초계탕 맛집으로는 화천읍 산소길 옆에 위치한 ‘평양막국수’가 있다. ‘평양막국수’는 살코기를 다 먹은 후 메밀면을 넣어주는데 이것이 이 집만의 별미이다. ●일급수에만 살아 몸값 높은 다슬기 해장국 계곡류와 평지하천 등 물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는 다슬기는 화천의 또다른 명물이다. 자갈, 호박돌 등으로 이루어진 곳을 선호하고 돌 틈이나 모래 속에 숨어 있기도 한다. 다슬기는 청정 일급수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숙취와 신경통, 시력과 간 기능을 도우며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다. 다슬기를 하나씩 모두 손질해서 끓여 나오는 해장국으로 화천을 찾는 사람들은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힌다. 다슬기해장국 맛집으로는 북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월미 달팽이 해장국’이 있다.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34회 교정대상 수상자] ‘자비상’ 김효종 원주교도소 교정위원

    [34회 교정대상 수상자] ‘자비상’ 김효종 원주교도소 교정위원

    불교회관 성불원 원장으로 1982년부터 불교 종교 봉사활동을 통해 수용자들을 교화해왔다. 불교 법회를 주관해 교리를 가르치고 신앙상담을 통해 수용자들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왔다. TV와 선풍기, 탈수기, 방송 장비들을 지원해 수용자의 복지 향상에도 기여했고 영치금 지원, 교화 행사 시 특식 제공, 생필품 지원을 통해 수용자들이 안정적으로 수용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부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끌면서 다문화가정의 교육을 돕고 취업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 [新국토기행] 여덟 봉우리서 다도해 굽어보니… 절로 흥이 난당께

    [新국토기행] 여덟 봉우리서 다도해 굽어보니… 절로 흥이 난당께

    전남 고흥은 예로부터 기름진 땅과 청정 바다, 따사로운 햇살, 바닷바람으로 상징되는 곳이다. 세계 일류 상품이 된 고흥유자를 비롯해 깨끗한 바다에서 나오는 김, 미역 등의 농수산물, 전국 최대 일조량과 연평균 13~14도를 보이는 온화한 기후, 수려한 경관 등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수산물 지리적 표시 8종을 보유했을 정도로 친환경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2013년 1월 30일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두 번의 실패와 열 번의 연기 끝에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최초의 우주선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지역이기도 하다.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우주천문과학관 등이 집적화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 고흥’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져 가고 있다. 발사전망대 등 전국에서 유일한 체류 테마형 우주 체험 관광지 및 교육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첨단 시설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문화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땅값과 사통팔달의 고속도로 등 편한 교통망, 잇따른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기업 투자의 최적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행·해안·낚시·문화유적 코스 등 테마별 관광과 특색 있는 계절별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풍광이 아름다워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고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볼거리 ●구름도 쉬어 가는 팔영산 오르면 대마도까지 보여 고흥을 상징하는 명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국내 최대 규모인 416㏊ 편백림이 조성돼 있다. 높이 608m로 전남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릴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옛날 중국의 위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감탄해 신하들에게 찾게 했으나 중국에는 없어 우리나라로 와 발견했고, 위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와 제를 올리고 팔영산(②)이라 이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8개의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 있고 암봉으로 이뤄진 팔영산은 1봉에서 8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종주 산행의 묘미가 특별하다. 산세가 험하고 기암괴석이 많다. 정상에 오르면 일본 대마도까지 보이는 등 눈앞에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진다. 남동쪽 능선 계곡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산행 시간은 4시간 정도로 잡으면 된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테라피센터(2460㎡), 치유의 숲길, 에코 물놀이터, 기 채움 타워, 전망대 쉼터 등 다양한 산림 치유 시설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덧 100년… 아픔 딛고 도약하는 소록도 한센병(나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이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고 해 소록도(③)라고 불린다. 2007년 연륙교가 완공돼 승용차로 쉽게 갈 수 있다. 1916년 조선총독부가 한센병 환자 100명을 강제로 이주시켜 자혜의원(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한센병의 섬’ 소록도는 많을 때는 6000명까지 모여 살았던 격리의 섬이었다. 지금은 병동과 한센인 마을 7곳에 539명의 환자와 직원, 가족 등 700여명이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17일은 국립소록도병원이 생긴 지 100년 된 날이다.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는 등 역사기념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 환자들의 애환과 박애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이 곳곳에 있다. 중앙공원은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인원 6만여명의 환자가 강제 동원돼 1만 9800㎡(6000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환자들이 직접 가꿔 놓은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잘 정돈돼 빼어난 조경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이 잘 어우러진 소록도해수욕장도 있다. ●금강산 옮겨 온 듯 나로도 해상 경관 동일면과 봉래면을 이루는 섬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기암절벽이 금강산을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뤄져 있다. 깨끗한 바다, 소나무숲, 유자나무, 계단식 논밭과 사철 따뜻한 날씨 등이 특징이다. 1994년 포두면과 내나로도를 연결하는 380m의 연륙교인 나로대교가 놓이고, 이듬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잇는 450m의 나로2대교가 완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바다에서 보면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다고 해 나로도(老島)라 불렸다고 하며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섬 전체가 관광지라고 할 만큼 곳곳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나로도·덕흥·염포해수욕장 등 수심이 얕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많다. 이들 해수욕장에서는 간조 때면 백사장에서 조개를 주울 수도 있고, 주변 바다에는 어족이 풍부해 연중 낚시꾼들로 붐빈다. 봉래면 하반마을 일원에는 나로우주센터가 건립돼 있다. 나로도항에는 2대의 유람선이 운행되는데 뛰어난 해안 절경, 나로우주센터, 봉래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거금대교 개통… 학습·휴양 공간 인기 2011년 국내 최초로 차량과 자전거·보행 도로의 2층 복합 워런트러스 교량으로 건립된 길이 2028m의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 섬에 있는 생태숲과 해양낚시공원 등이 자연 학습과 휴양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금대교는 중앙 부분에 167m에 이르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탑 2개가 케이블로 연결된 번들형 5경관 연속 사장교로 만들어져 독특한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름다리, 자생식물 군락지, 전시관 등을 갖춘 생태숲은 주요 난대 수종인 후박, 이팝 등 11종의 자생군락지가 있는 등 동식물 자원의 식생 특이성과 식물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숲환영소 1동(386㎡), 숲관찰로(3.2㎞), 계곡관찰로(147m), 캐노피하이웨이(230m), 숲놀이체험원(1곳) 등이 있다. 거금 해양낚시공원은 해상 레저활동과 어촌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해양레저시설이다. 해상 낚시터와 해상 펜션, 황토방 등이 있다. 또 거금도 인근 연홍도는 연홍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40억원이 투입돼 국내 유일의 미술섬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둘레길과 미술관 구조 변경, 예술 조형물 설치 등을 통해 남도의 작은 ‘예술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 ●나로호 발사·다도해 볼 수 있는 우주발사전망대 영남면에 있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7층, 해발 100m 높이로 2012년 만들어졌다. 전망대 7층에는 광주·전남권역 최초로 턴테이블을 설치했고 2층에서는 다도해 절경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우주도서관과 우주 체험 공간, 지하 1층에는 가족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와는 해상으로 17㎞ 직선거리에 있어 나로호 발사(①)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건축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우주선 모양의 전망대다. 인근의 남열 해돋이해수욕장과 우미산, 다랑이논, 사자바위, 몽돌해변, 용바위 등과 연결돼 있다. ●별자리 여행 떠나는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최첨단 800㎜ 주 망원경을 비롯해 6개의 보조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60석 규모의 천체투영실(10m, 돔스크린), 전시실, 시청각실, 야외 전망대 등을 갖췄다. 밤에는 성운·성단 등 각종 별자리를 볼 수 있고,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투영실에서는 가상 별자리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청소년들 꿈 키우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봉래면의 우주과학관은 나로우주센터 방문자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우주과학 전시 및 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우주과학에 관한 기본 원리, 로켓, 인공위성, 우주 탐사 등을 주제로 한 90여종의 전시품이 있다. 또 4차원(4D) 돔영상관과 야외 로켓 전시장, 정보 검색존, 별자리 관측 체험존, 로켓 발사 체험존 등 다채로운 시설이 준비돼 있어 우주과학 관련 교육과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손쉽게 만지고 즐기면서 최첨단 우주과학의 원리를 직접 실험해 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장소다.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하는 우주과학교실,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특별전시회와 같은 다양한 기획 행사를 마련하는 등 명실상부한 체험 학습의 장으로 자리 매김해 가고 있다.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2016년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 먹거리 ●해풍·햇볕 가득 품은 유자 고흥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2006년 지리적 표시제 14호로 등록됐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최적의 기후 및 토양에서 재배돼 맛과 향이 뛰어나다. 유자의 빛깔이 좋으며 해안의 적당한 해풍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향기가 진하다. 394㏊의 재배 면적에서 4000t이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의 25%, 전남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흥은 유자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얇게 저며 차를 만들거나 소금이나 설탕에 절임을 해 먹는다. 과육은 잼, 젤리, 양갱 등을 만들고 즙으로는 식초나 음료수를 만든다.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어 감기와 피부 미용에 좋고, 노화와 피로를 방지하는 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다. ●여성에게 특히 좋은 석류 생산 전국 80% 따뜻한 기후와 기름진 토질이 석류 재배에 적합해 53㏊의 면적에서 195t의 석류가 생산된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높아 점차 재배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석류주, 석류차, 식초, 음료 등 제품이 다양하고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재배돼 웰빙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고흥의 석류 생과 생산량은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열매와 껍질 모두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좋으며 부인병, 부스럼에 효과가 있다. ●황토에서 자라 맛·향 뛰어난 마늘 풍양·도덕·점암·두원면 등을 중심으로 고흥군 전역에서 재배한다. 2645㏊의 재배 면적에서 3만 1000t을 생산한다. 황토 땅에서 생산된 마늘은 굵고 품질이 뛰어나 전국에서 최고로 친다. 맛과 향이 뛰어나며 위장병, 변비, 고혈압, 암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군은 마늘의 품질 향상을 위해 굴, 꼬막, 조개껍데기를 분쇄해 만든 패화석 비료를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3년 발효액에 한약재 더한 유자향주 유자향주는 3년간 발효시킨 유자액 및 5종의 각종 한약재를 섞어 만든다. 고흥 유자와 감초, 당귀 등의 한약재 및 간척지 쌀을 주원료로 3주간 숙성시켜 만든 전통주로 부드럽고 그윽한 유자향이 그만이다. 일반 탁주와는 달리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며 숙취가 거의 없는 깨끗한 청주다. 유자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술이라는 부담감도 없다. 유자술은 예로부터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거나 위 속의 악취를 제거하는 약술로 여겨져 왔다.
  • 트럼프 지지자는 악당뿐?…풍자 그림 화제

    트럼프 지지자는 악당뿐?…풍자 그림 화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로 올라설 만큼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의를 일으키는 발언도 많아 ‘안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도널드 트럼프를 풍자한 삽화 하나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삽화를 만든 이는 미국 만화와 게임 등에서 활약 중인 미국인 작가 스티븐 바이른이다. 평소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그림이나 영상을 공개하는 그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작품이 바로 ‘트럼프 풍자 그림’이다. 공개된 그림을 보면, 단지 트럼프가 연설하는 모습이 카툰(미국 만화)풍으로만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뒤에 있는 지지자들은 ‘다스 베이더’ ‘조커’ ‘레드 스컬’ ‘한니발’ 등, 미국 만화·영화사를 대표하는 악역들이다. 작가는 공개한 그림에 단지 ‘트럼프 랠리’(Trump Rally)라고만 적어놨다. 이는 트럼프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악당 같은 사람들뿐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번 일러스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크게 주목받았는데, 이틀 만에 페이스북에서만 약 2만8000회가 넘게 공유되고 있다. 물론 언론 보도에서는 트럼프의 기세만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스티븐 바이른과 같은 반대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과연 트럼프는 공화당 지명을 획득할 수 있을까? 그 뒤에 치러질 대선 결과는? 당분간 트럼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을 것 같다. 사진=Artwork of Stephen Byrne/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로봇 손잡은 아디다스, 다시 독일로

    ‘라이벌’ 나이키도 로봇라인 개발 독일의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가 24년 만에 독일에서 대량 생산을 재개한다. 아디다스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17년부터 독일에서 로봇을 활용해 운동화 대량 생산을 시작해 2020년까지 연간 3000만 켤레씩 추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말부터 독일 자동차 부품·의료기기 제조업체와 협력해 본사가 있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안스바흐에 4600㎡(약 1392평) 규모의 ‘스피드 팩토리’를 설치해 신발 500켤레를 시험 생산했다. 시험 생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백만 켤레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6개월 만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2018년에는 미국에서도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을 이용하는 덕분에 24시간 쉬지 않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유행 선도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디다스 측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스피드 팩토리는 산업계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소비자는 새롭고 최신 유행 제품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디다스는 앞서 1993년 독일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 라인 대부분을 옮겼다.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는 연간 3억 100만 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20여년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온 아시아 지역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자, 그동안 개발해 오던 로봇 생산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아디다스는 유럽과 미국 등 소비시장에 가까운 곳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로봇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인더스트리 4.0’ 움직임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로봇 생산 외에 점포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운동화를 고를 수 있게 하는 등 최신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라이벌 미국의 나이키도 로봇 대량 생산 라인을 개발 중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골프 단신]

    [골프 단신]

    ‘父子 골프 대회’ 참가자 모집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아버지와 아들이 참가하는 ‘파더 앤드 선 팀 클래식’ 골프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아버지와 아들로 구성된 총 50개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6월 27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다. 6월 19일까지 젝시오(www.xxio.co.kr) 또는 스릭슨(www.srixon.co.kr)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발표는 6월 20일. 참가비는 1인당 10만원이다. (02)3462-3957. ‘투어360 프라임부스트’ 출시 아디다스골프가 뛰어난 접지력은 물론 완벽한 통풍력을 가진 골프화 ‘투어360 프라임부스트’를 선보인다. 특수 니트 소재의 갑피 설계로 양말을 신은 것과 같이 부드럽고 봉제선이 없어 가볍고 편안하다. 내부에는 etc소재를 사용, 마찰을 감소시켜 습기와 열 발생을 최소화하고 통풍성을 극대화했다. 올림픽 오륜마크 색깔인 블루와 레드 두 가지로 출시된다. (02)3415-7300.
  • 역사 속 일본 장수의 말을 인용한 색다른 광고 눈길

    역사 속 일본 장수의 말을 인용한 색다른 광고 눈길

    탈모예방 음료수 브랜드 ‘모왕수’가 과거 일본 전국시대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을 인용해 색다른 광고를 선보여 화제다. 모왕수의 전단광고를 보면 “나는 일본 통일의 주인공이다. 늘 일본 전체를 다스리고 싶었다”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말에 이어 바로 “큰 일 하시느라 머리가 다 빠지셨군요”라는 코믹한 멘트가 이어진다. 당시 일본 상위 무사계층의 특권인 촘마개 즉, 앞윗머리를 밀고 정수리쪽에서 머리를 묶는 스타일을 마치 스트레스성 탈모로 비꼰 것이다. 이어서 공개된 또 다른 전단 광고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명이 같이 나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이유는 단 한가지 숙원 때문이다. 난 조선인의 머리숱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어찌도 그리 풍성한지....” 광고를 기획한 모왕수 관계자는 “조선시대 남자들은 긴 머리 상투를 틀었다. 하지만 왜군의 상투는 촘마개 형태로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며 “국내 탈모예방 음료수인 모왕수가 머리숱 많은 비결이라고 가정해 재미있는 스토리 광고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금주령 내린 영조도 송절주만 보면 술술~

    금주령 내린 영조도 송절주만 보면 술술~

    #1. 조선의 영조대왕은 강력한 금주령을 시행했다. 백성의 주식인 쌀을 술 빚는 데 쓰는 것, 관료들이 반주를 하다 폭행으로 비화돼 당파싸움이 심해지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주령을 어긴 사람을 최대 사형에 처할 정도로 중죄로 다스렸다. 하지만 정작 영조 자신은 소나무 여린 가지의 마디로 담근 송절주(松節酒)를 즐겨 마셨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대왕이 송절차를 즐겨 마셨다’고 기록돼 있지만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예술학부 교수는 영조가 자주 마셨다는 ‘송절차’가 실제로는 차가 아니라 송절주라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문인 성대중의 ‘청성잡기’에는 ‘영조가 송절차를 내렸는데 취기가 돌았다’고 적힌 대목이 나오고, 암행어사 박문수가 영조에게 술을 적게 마시라고 권유했던 것 역시 영조의 이러한 ‘이중생활’이 사실임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은은한 솔 향기와 함께 쌉쌀하고 새콤한 맛에 뒤끝이 깨끗한 송절주는 관절통과 근육경련, 타박상, 관절과 발의 만성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 교수는 “영조는 하반신 관절이 약했는데, 여기에 송절주가 효과적이었다”고 전한다. 영조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은 법주를, 연산군은 녹파주, 숙종은 삼해주, 고종은 이강주를 즐겨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2. 18세기 프랑스 지성의 토론이 ‘살롱’에서 활발하게 펼쳐졌다면, 조선의 실학은 다산 정약용의 ‘사의재’(四宜齋)에서 꽃피웠다. 사의재는 다산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동문매반가’라는 주막집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4년 동안 기거했던 주막의 골방이다. 사의재는 생각·용모·말·행동의 네 가지를 올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은 이 주막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경세유표와 애절양 등을 저술했다. 비록 유배지의 누추한 주막 골방에 거처를 마련했지만, 사의재는 다산이 풍류를 즐길 수 있는 희망과 창조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조선에 온 서양 선교사들, 금주를 제1계명으로 우리 민족은 술을 좋아한다. 희로애락(喜哀). 기쁠 때와 즐거울 때는 물론, 화나고 슬플 때도 술을 마셨다. 얼마나 술을 좋아했으면, 조선을 처음 찾은 서양 선교사들이 성경을 가르치기 전에 술부터 끊으라고 ‘금주’를 제1계명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아이가 태어나도, 어른이 돌아가셔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것은 술이었다. 갑신정변의 뒷얘기를 담은 ‘윤치호 일기’를 보면 김옥균 등 당시 급진 개화파들은 살 떨리는 ‘혁명’의 대사를 앞두고도 술잔을 주고받다 ‘대취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다 보니 국내 전통주는 조선시대에 그 종류만 수백 가지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 들어서면서 술이 과세 대상이 되고, 조선총독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걷기 위해 양조장을 통폐합하면서 전통주의 명맥도 급격히 끊어졌다. 잊혀져 가는 전통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행사가 20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렸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농림축산식품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서울시의 후원으로 ‘제9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축제’를 개최했다. 전통주 종류가 가장 다양했던 조선시대 주막을 재현, 각 지역의 다양한 전통주를 소개했다. 조선시대는 전통주가 가장 다양하던 시기다. 집집마다 술을 직접 양조해 마시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발달했다. 지방과 가문의 명주들도 이때 등장했다. 서울의 춘주, 평양의 벽향주, 김제의 청명주, 충남의 소곡주가 특히 유명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서는 전통주 종류만 600여 가지에 달했다. 현재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전통주는 모두 32가지다. 문배술, 송절주, 안동소주, 진도홍주, 한산 소곡주 등 잘 알려진 술도 있는 반면 대구의 하향주, 경기의 계명주 등 대중에게 생소한 술도 그 종류가 적지 않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 명인들은 조선의 전통주를 폄하하고 대대적인 밀주단속을 벌이기도 했던 일제 치하에서도 명맥을 잇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런데 그 엄혹한 시대에도 맛으로 일본을 홀린 술이 있었으니, 바로 김천 과하주다. 일본인들이 나서서 합작회사를 만들어 대량생산하고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다. 과하주는 조선 초기부터 왕에게 진상됐고, 상류층이 즐기던 접대용 술이었다고 한다. 살짝 맛을 보니 쌀(찹쌀, 멥쌀)과 누룩으로만 술을 빚었다는데 신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은은한 국화향까지 풍겼다. 송강호 명인은 그 비법을 “보통 술을 만들 때 발효를 돕기 위해 일정하게 온도를 올려주는 것과 달리 과하주는 반대로 술을 천천히 발효시키기 위해 저온을 유지한다”면서 “일반적인 제조법과 반대로 고두밥도 완전히 식혀서 사용하는데, 당질이 모두 알코올로 바뀌지 않고 약간 남아 있을 때 발효를 끝내기 때문에 기분 좋은 단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하주도 일제 말기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군량미 수탈이 심해지면서 생산이 금지되는 고초를 겪었다. 국권을 되찾은 뒤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제 성장기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가 양곡보호 조치(1965년)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전면 금지했고, 대신 밀가루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가 보급됐다. ●한옥마을서 한국판 소믈리에 ‘주향사’선발대회 한옥마을에서는 ‘주향사’ 선발대회도 열렸다. 주향사는 와인으로 치면 라벨을 보지 않고, 생산연도와 포도 품종을 맞히는 소믈리에와 유사한 직업이다. 8명의 참가자는 무대 위에 둘러앉아 신중한 표정으로 술의 향과 맛을 음미했다. 제공된 술은 감미로운 향과 특유의 감칠맛 때문에 ‘앉은뱅이 술’로 알려진 한산 소곡주였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골똘한 생각에 잠겼던 8명의 주향사 지원자 가운데 정확하게 한산 소곡주를 맞힌 이는 4명이었다. 주향사는 우리 술의 맛을 감별하는 것 외에도 전통주에 맞는 우리 음식을 선별하는 전문가이다. 예를 들어 한산 소곡주에는 술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미나리전을, 신맛이 감도는 과하주에는 고추장 양념 불고기 등을 조합·추천하는 것이다. 또 ‘소폭’(소주+맥주)보다 막걸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셀프 칵테일 제조법도 갖가지다. 막걸리의 텁텁한 맛을 사이다로 잡아내고, 망고나 오이 등을 갈아 넣어 과일의 맛을 내는 식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부부를 비롯한 각국의 대사들도 행사장을 찾아 우리 전통주의 맛과 제조과정을 체험하고는 엄지를 추켜세웠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우리 술의 맛과 향은 와인이나 사케보다 더 깊고 다채롭다. 백곡, 조곡, 이화누룩 등 2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누룩 때문”이라면서 “누룩으로 발효시키는 것으로 고두밥만 생각하지만, 고두밥 대신 죽, 백설기, 우엉떡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재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맛과 향을 낸다”고 설명했다. 올 초 정부는 전통주 문화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령을 완화했다. 맥주로 한정한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 대상에 탁주, 양주, 청주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양조장의 담금·저장용기가 탁주·약주는 5㎘ 이상, 청주는 12.2㎘ 이상인 경우에만 전통주를 제조할 수 있었다. 이젠 1㎘ 이상 5㎘ 미만 저장용기를 보유하면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를 얻으면 음식점에서 팔거나 병에 담아 외부에 판매할 수 있다. 이날 한옥마을에서는 국세청 직원의 주류면허 취득에 관한 컨설팅, 창업 설명회도 열렸다. 윤 소장은 “이제 우리의 술과 음식으로 식문화를 되살리는 한편 전통주의 상품화도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면서 ”지역별 고유의 술 혹은 집안의 내림술을 발굴해 상품으로 개발하는 일은 한식 세계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여기는 남미] 멕시코 배수로 공사장에서 매머드 화석 발견

    [여기는 남미] 멕시코 배수로 공사장에서 매머드 화석 발견

    도심에서 선사시대에 살던 거대한 매머드 화석이 발견됐다. 멕시코 국립인류사연구소가 매머드 화석 발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매머드 화석이 발견된 곳은 멕시코 지방도시 툴테펙의 산안토니오 지역이다. 화석은 배수로를 설치하는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거대한 동물의 뼈 같은 게 나왔다는 신고를 받은 국립인류사연구소는 공사현장으로 달려가 화석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약 3주 전인 지난달 25일의 일이다. 발굴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루이스 코르도바 바라다스는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화석을 모두 수습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20일 정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인류사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굴된 화석은 갈비뼈와 상완골, 비골, 대퇴골, 견갑골, 척골 등 60여 점이다. 화석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바라다스는 "지하의 침전물 덕분에 화석은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체가 발견될 지는 미지수다. 국립인류사연구소는 화석이 발견된 곳이 선사시대 늪지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된 매머드는 늪에 빠졌다가 육중한 몸을 빼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바라다스의 설명이다. 바라다스는 "죽은 사체가 또 다른 동물이나 인간의 먹잇감이 됐을 수도 있다"면서 "발견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인류사연구소는 발견된 매머드가 선사시대 1만4000~1만2000년 전 지금의 멕시코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멕시코 국립인류사연구소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빗나간 풍습…중국, ‘여자시체’ 3000만원에 팔리는 이유?

    빗나간 풍습…중국, ‘여자시체’ 3000만원에 팔리는 이유?

    중국 산시(山西)성 등지에서는 미혼 남성이 세상을 떠나면, 부모가 죽은 여성의 시체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사후세계에서라도 아들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시키기 위해서다. ‘명혼(冥婚)’이라 불리는 이 풍습으로 인해 미혼여성의 시체가 고가의 ‘인기 상품’이 되고 있다. 산시성 린펀시(临汾市) 홍동현(洪洞县)의 한 병원직원은 “여자시체를 화장하는 것은 가장 큰 낭비”라고 말한다. 젊은 여성의 시체는 흔치 않아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병원에 중병이 걸린 여성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수십 명의 인파가 몰린다. 결혼을 하지 못하고 숨진 아들의 부모들은 병든 여자의 부모를 찾아 시체 가격을 놓고 흥정을 벌인다. 정작 그 여성환자는 아직 치료 중인데도 말이다. 한 달 전 산시성의 후칭화(胡青花) 씨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 18만 위안(한화 3200만원)을 주고 여자시체를 사들여 명혼식을 올렸다. 후씨는 이 거금이 한푼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며느리’ 삼은 여성은 젊고, 아름다우며, 아들과 동갑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후 시체를 두고 가격흥정을 벌였던 여자집안과는 사돈지간이 된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명혼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다. 1990년대 초에는 명혼을 위한 시체 가격이 5000위안(약 90만원) 정도였으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5만 위안(약 900만원)으로 뛰더니, 2010년에는 10만 위안(약 1800만원)까지 올랐다. 급기야 올해는 15만 위안(한화 2700만원)이면 ‘뼈 한 조각’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후씨는 현재 주변인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웃주민은 “이렇게 훌륭한 여자시체는 흔치 않고, 18만 위안에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여자시체 가격은 나이, ‘신선도’, 시체훼손 정도, 용모, 집안 배경 등에 따라 결정된다. 병으로 죽은 시체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시체에 비해 비싸다. 또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가격이 ‘신선도’가 높아 비싸게 팔린다. 따라서 젊고, 아름다우며, 병사했고, 여기에 집안 환경이 좋은 여자시체의 가격은 10만~수십만 위안에 달하는 ‘최고 명품’으로 꼽힌다. 후씨 부부는 둘 다 도시에서 일하고 있어, 농촌에서 일하는 농민들과 달리 집안 환경이 좋은 편이다. 이에 여자집안도 선뜻 ‘저렴한’ 가격에 딸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명혼’을 위해서는 집안에 돈이 많을수록 며느리 찾는데 돈이 적게 들고, 집안에 돈이 적을수록 며느리 찾는데 돈이 많이 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아들에게 훌륭한 명혼식을 치뤄준 후씨의 고민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여자시체가 귀한 만큼 시체 도굴꾼들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후씨는 매일 아들과 며느리를 합장한 묘지를 순찰한다.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홍동현에서는 지난 3년간 27구의 여자시체를 도둑맞았다. 후씨 말로는 보도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여자시체를 묻고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을 당하고, 이는 수년간 예외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최근에는 남녀 합장을 할 경우 묘를 깊숙이 파고 시멘트를 부어 막는다. 이런 과정에도 수천 위안의 비용이 든다. 그러고도 신랑측 집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시로 합장묘 주위를 감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명혼이 이렇게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이 지역 풍습에 따르면, 죽은 미혼 여성은 조상묘에 들일 수 없어 논밭에 방치해 둘 수 밖에 없다. 이에 죽을 딸을 서둘러 명혼 시키면 남편측 조상묘에 합장할 수 있고, 꽤 많은 수입도 올릴 수 있다. 한편 남자 집안에서는 대를 이을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현지의 신귀학(神鬼学)에 따르면, 짝을 이룬 남녀가 세상을 떠나면 그 영혼이 일가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가족 중 혼인을 하지 않은 영혼은 외로움과 증오에 악령으로 변해 가족에게 저주를 내리며, 불행을 가져 온다고 믿는다. 명혼 풍습은 산시성 외 광동성(广东省)과 저장(江浙) 일부 지역에서도 여전히 성행한다. 명혼의 기원은 과거 은상(殷商)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대(商代)의 통치자는 죽은 은왕을 위해 명혼을 올리고, 순장했다. 이것이 현대 명혼의 기원이다. 이후 무왕(武王)이 상나라 주왕을 멸망시키면서 명혼은 차츰 사라져갔다. 그러나 한말(汉末) 천하가 어지러운 틈을 타 명혼이 다시 성행했다. 조조(曹操) 역시 아들 조충(曹冲)의 죽음을 기려 견씨(甄氏) 집안의 여자와 명혼을 올린 고사가 유명하다. 이후 수당(隋唐) 시기 불교의 성행으로 극락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서 명혼이 성행했고, 송대(宋代) 이후에 이르러 본격적인 ‘명혼시장’이 형성됐다. 사실상 죽은 영혼을 달래는 영혼결혼식은 고대 그리스, 수단, 일본 등지에서도 성행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중 지금까지 명혼 풍습이 남아있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경제가 발전할수록 명혼풍습이 새로운 변화를 거치며 성행하고 있다. 이에 중국정부는 지난 3월22일 “명혼으로 인한 시체도굴, 유골훼손 등의 범죄행위를 엄격히 다스린다”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시체도굴 뿐 아니라, 시체매매, 시체 매매알선도 단속 대상이다. 이를 어길 시 ‘시체모독죄’로 최고 유기징역 3년형에 처한다. 사진=중국주간신문(中国新闻周刊)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평양의 맨해튼, ‘평해튼’을 아시나요?

    평양의 맨해튼, ‘평해튼’을 아시나요?

     북한에도 1% 부유층이 있으며 이들은 수도 평양에서 마치 뉴욕 맨해튼과 같은 삶을 누려 이들이 사는 세계는 ‘평해튼’(Pyonghattan)‘이라 부를 만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평양발로 보도했다.  최근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한 WP 기자들은 평양 주체탑 근처 독일식 레스토랑에 갔을 때 메뉴판에서 구운 감자와 같이 나오는 프라임 스테이크 가격이 48달러(약 5만 6000원)인 것을 봤다.  또 려명단지에는 스시바와 바비큐 식당이 있었고 주민들이 무리지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이곳 여종업원은 WP 취재진에 1인분에 50달러나 하는 쇠고기를 평양 소주와 함께 추천했다.  18개월 전만 해도 평양에서 이런 삶을 누렸다는 탈북자 이서현(24·여)씨는 WP에 “북한에서는 옷을 보수적으로 입기 때문에 (대신) 헬스클럽같은 곳에 가서 몸매 자랑하는 걸 좋아한다”며 여성들은 레깅스와 꼭 끼는 타이트 톱을 입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는 ‘엘르’이고 남자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좋아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씨의 오빠 현승(30 씨는 “보통 ‘평해튼’에서는 유니클로와 자라, H&M 같은 브랜드가 인기”라고 전했다.  젊은이들은 중국에 갈 때 운동할 때 입는 브랜드 제품을 사려고 목록까지 만들어 간다고 한다.  평양 중심부에는 볼링장 옆에 레저 단지가 있고 여기서는 러닝머신에서 달리면서 디즈니 만화를 모니터로 보거나 요가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시간당 500달러의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는 호화 레스토랑과 아이스모카를 9달러에 파는 커피숍도 보인다. 영국인으로 북한에 금융교육 교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은 “거기는 멋진 장소다. 거기 있으면 세계 여느 나라에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며 “하지만 싸진 않고 돈이 꽤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평양에서도 공식 급여는 월 10달러가 채 안 되지만 최근 수년 간 상인 계층이 평양에서 신흥 부유층을 형성했다.  ’돈주‘(돈의 주인)로 불리는 이들은 시장 경제로 가는 잠정적 조치들과 함께 15년 전에 출현했으나 지난 2011년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서 계기를 잡았다.  돈주는 보통 정부 부처나 군부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해외에서 국유기업을 운영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평면 TV와 아파트같이 자신들이 거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거래한다.  이들이 굴리는 돈이 사회 전체로 흘러들어 장마당에서 평양 고급 레스토랑까지 스며든다.  평양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국민대)는 “김정은은 매우 시장 친화적이다. 그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시장에) 선의적 방관”이라고 설명했다.  평양의 한 외국인은 “김일성·김정은 배지만 안 달고 있다면 그들도 한국 사람과 같다”며 “그들은 한 끼에 10~15유로(약 1만 3000원~2만원)하는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는 벌이가 아직 시원찮다고 해도 택시회사가 대여섯 곳 영업 중이고 한 기자는 몇몇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WP는 전했다.  여성들은 김정은의 부인으로 패션 감각이 있다는 리설주를 본떴는지 좀 더 밝고 유행을 타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북한인 2500만 명 가운데 300만 명 정도가 아리랑 스마트폰 등 핸드폰을 갖고 있어 가족에 대해 물어보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성형 수술도 평양에 상륙해 쌍꺼풀 수술과 코높이 수술은 기본이다. 쌍꺼풀 수술은 의사의 실력에 따라 50∼200달러를 호가한다.  평양 중심 김일성광장 부근 창전단지에서 미래과학자거리까지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멀리서 보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지은 지 1년도 안 돼 타일이 떨어져 가고 전기 공급이 잘 안 돼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저층 호수다.  WP는 “이 모든 것이 진실을 숨기기 위한 겉치레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가난은 더 이상 공평히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비박 “자정 능력 실종”… 정진석 “싹 다 바꾼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당 혁신과 20대 국회 협치, 계파 청산이라는 3각 고민에 빠졌다. 원내지도부는 전날 ‘비상대책위+혁신위’ 투 트랙으로 4·13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추스르기로 결정했지만 당 주류인 친박근혜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원내대표가 계파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 웨이’로 혁신과 협치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정진석 “단순 땜질식 혁신위 아니다” 정 원내대표는 12일 아침 예정에 없던 티타임을 자청해 전날부터 터져 나온 ‘혁신 무산’ 우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기자들과 만난 정 원내대표는 “단순히 총선 참패에 대한 ‘굿판’만 벌이고 끝내는 미봉책이나 땜질식 혁신안을 내놓는 게 아니다”라며 “마누라 빼고 다 바꿀지 두고 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임무로 총선 참패 원인 진단, 계파 해체 방안 마련,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혁신안 마련을 꼽으면서 “혁신위의 활동 시한을 못 박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혁신안을 여과 없이 수용토록 장치를 마련하되 의지와 역량을 갖춘 혁신위원장감을 물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혁신위’ 투 트랙 운영에 친박계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선에 대해 “가소로운 얘기”라고 일축한 뒤 “계파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가 전대 출마를 자제하고 당분간 자숙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친박계 지도급은 책임이 있는지 몰라도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식화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두언 “이러니 새누리는 안 변할 것” 이런 태도를 두고 당내에선 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혁신위의 권한과 위원장 외부 인선, 활동 기한을 놓고도 논쟁 수위가 높아졌다. 비박계는 실권 없는 혁신위가 결국 무용지물로 전락해 친박계에 좌지우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혁신위가 공천 개혁, 쇄신안은 물론 당권·대권 분리 등 내년 대선 주도권 싸움에 민감한 사안들까지 다루게 되는 이유에서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계파 이기주의와 공천 추태에 대한 국민 심판이 가벼이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두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을 해야 되니까 혁신위원장을 만들었는데 누가 (실권이 없는 자리에) 오겠느냐”면서 “새누리당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선된 하태경 의원도 친박계를 겨냥해 “혁신적 비대위를 구성했을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 아니겠느냐”면서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고 당의 자정 능력이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상임고문단 오찬서도 쓴소리 오가 이날 정 원내대표가 상임고문단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에서도 ‘투 트랙’ 운영에 대한 쓴소리가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혁신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정치판에 만병을 다스릴 수 있는 편작(고대 중국의 명의)이 없다”며 “애당심을 갖고 희로애락을 같이한 사람 중에 뽑아서 시키면 되지, 집권당에 사람이 없어서 외부에서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故 배우 김진구 누구? ‘친절한 금자씨’ ‘마더’ ‘도희야’ 강렬한 인상

    故 배우 김진구 누구? ‘친절한 금자씨’ ‘마더’ ‘도희야’ 강렬한 인상

    원로 배우 김진구(71)가 한달 전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배우 김진구는 지난 4월 6일 경북 울진에서 KBS 2TV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촬영하고 서울로 올라가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함부로 애틋하게’ 제작사는 11일 “고인이 당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한 장면 단역으로 출연해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쓰러지셨다”며 “과거에도 뇌출혈로 쓰러진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당일에도 홀로 기차역 인근에서 쓰러지셨다고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의 출연 분은 드라마 후반에 한차례 등장할 예정이며 해당 방송이 될 때 자막을 통해 고인을 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구는 이로써 단역으로 출연한 ‘함부로 애틋하게’가 유작이 됐다. 김진구는 1971년 KBS 공채 9기로 데뷔한 후 수십년간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평범한 역할보다는 강렬한 느낌을 주는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로 영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 등 굵직한 작품에도 출연한 바 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금자에게 법구경을 건넸던 남파간첩 고선숙 역으로 등장했다. 또한 ‘마더’에서는 여고생 아정(문희라 분)의 할머니로, ‘도희야’에서는 배두나가 연기한 도희의 계할머니이자 송새벽이 연기한 용하의 어머니로 등장한 바 있다. 이밖에도 영화 ‘오아시스’, ‘목포는 항구다’, ‘통증’, ‘행복’, ‘플란다스의 개’, ‘할머니는 일학년’, ‘할매는 내 동생’, ‘돌연변이’ 등이 고인의 필모그래피다. 특히 ‘복날’, ‘할머니는 일학년’, ‘할매는 내 동생’ 등에서는 주인공을 맡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각종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배우 김진구의 뒤늦은 별세 소식에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작품성·상업성 사이… 프로듀서는 관객이 원하는 트렌드 읽어야죠”

    “작품성·상업성 사이… 프로듀서는 관객이 원하는 트렌드 읽어야죠”

    “프로듀서는 식지 않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트렌드를 파악해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공연계의 미다스 손’ 박명성(53) 신시컴퍼니 대표가 꼽은 프로듀서의 핵심 자질이다. 프로듀서 개념조차 뚜렷하지 않던 시절부터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프로듀서의 위상을 정리해 온 국내 1세대 프로듀서인 그가 최근 자신의 프로듀서 철학을 담은 책 ‘이럴 줄 알았다’(북하우스)를 냈다. 작품 선택 기준, 배우 기용 원칙, 팀워크 관리 등 프로듀서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실려 있다. 책 제목엔 성공이든 실패든 ‘이럴 줄 알았다’ 하며 의연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는 박 대표의 평소 지론이 담겨 있다. 2013년 뮤지컬 ‘아이다’를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집필에 들어갔다. “30년 넘게 공연계에 몸담아 오면서 프로듀서로서 작품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혼돈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다’ 재공연 때 문득 지난 세월 스스로에게 던졌던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공연계의 현실과 제작 시스템도 점검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기형적입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축이 돼 뮤지컬 시장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죠.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을 부단히 시도해야만 건강한 공연 시장이 형성됩니다.” 프로듀서의 길을 걷고 있거나 걸으려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누구나 고만고만한 공연을 만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프로듀서가 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위험한 도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만 있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무대에 올린 수많은 작품 가운데 뮤지컬 ‘원스’를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맘마미아!’를 제일 가슴 뿌듯한 작품으로 들었다. ‘원스’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시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케 해줬고, ‘맘마미아!’는 중·장년층의 뮤지컬 문화를 개척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연극쟁이로 연기도 해보고 프로듀서로 연출도, 제작도, 기획사 운영도 해봤습니다. 공연 예술 발전을 위해선 ‘예술 경영가’를 시급히 발굴, 양성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작품 제작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사람을 찾는 것도 위대한 일입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과자·빙과류 줄인상…식품값도 들썩

    과자·빙과류 줄인상…식품값도 들썩

    과자 빙과류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소주값 인상에 이어 올해 초 두부, 달걀, 탄산음료, 햄버거 등의 가격이 오르다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최근 과자류와 빙과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롯데제과가 지난 3월 제크, 빠다코코낫 등 비스킷류 가격을 2011년 이후 5년 만에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렸다. 이어 삼양식품이 지난달 사또밥, 짱구 등 과자류 4종의 가격을 약 30% 인상했다. 다른 업체들도 과자값 인상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산도, 쿠쿠다스 등을 만드는 크라운제과 측은 “원가 인상 요인이 있다”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제과와 삼양식품은 가격 인상에 맞춰 중량을 늘렸다고 항변했지만 소비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빙과류 가격도 올랐다.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슈팅스타 등 3종, 롯데푸드의 구구콘, 빠삐코 등 7종, 빙그레의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 7종의 가격이 최근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약 100원씩 올랐다. 앞서 지난 3월 롯데제과는 월드콘과 설레임의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가격 인상에 나서며 잠시 잠잠했던 맥주와 라면 가격 인상설도 다시 점화됐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측은 “원자재 가격 압박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격 인상 논의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라면 가격은 지난 4년여 동안 오르지 않은 만큼 향후 인상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하반기에 맥주와 라면 가격이 5~6%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길섶에서] 말(言)/박홍기 논설위원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탈 때 눈에 들어오는 패널이 있답니다. 승강장 벽에 걸려 있지요. 글 제목이 ‘말’입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종종 읽곤 합니다. ‘말이 많았다고 후회하지 마십시오. 말이 많은 것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생긴 습관입니다. … 들뜬 마음이 고요해지면 차츰 말이 조절됩니다.’ 불교 명상록에 나오는 글귀랍니다. 화종구출(禍從口出).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뜻이지요. 화를 다스리고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말을 아끼는 것이라는 경구나 다름없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친구나 동료와 이야기하다 “이거 해도 될 말인지 모르겠는데…”라면서 비밀스럽게 꺼내는 말은 대개 하지 않는 게 좋은 말일 겁니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절대 아닙니다. 말을 적절히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진짜 필요한 말보다 불필요한 말이 많아지고, 그 말이 오해를 낳아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말을 참는 일은 쉬워 보여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말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자기 수양의 길과 같습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미신 맹종한 죄’…中 고위직 20명 낙마

    ‘미신 맹종한 죄’…中 고위직 20명 낙마

    점괘 보고 다리 건설…길일 골라 뇌물수수… 역술인은 부패 브로커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의 정법위 서기였던 셰칭춘(謝?純)은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한 촉망받는 당 관료였다. 유능하고 청렴해 조만간 중앙 정치 무대로 승진할 것으로 기대됐던 셰 서기가 지난해 말 돌연 낙마한 이유는 미신을 맹종했기 때문이다. 2009년 승복을 입은 ‘대사’(大師)가 셰 서기를 찾아와 “크게 될 인물”이라고 예언한 이후 그는 아침마다 점괘를 보고 출근할 정도로 미신에 빠졌다. 셰 서기의 환심을 산 대사는 각종 이권사업과 연관이 있는 이들을 알선해 주며 ‘브로커’를 자처했다. 조사 결과 셰 서기는 171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나, 대사는 매번 “작은 정성”이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중국이 ‘미신과의 전쟁’에 나섰다. 낙마한 관료들을 조사한 결과 많은 이가 미신에 빠져 있었고, 소위 대사라고 불리는 역술인들이 부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중국 건설 이후 최대 부패 스캔들의 주인공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옆에도 ‘신장 3대 신선’으로 불리는 역술인 차오융정이 있었다. 부정부패로 사형을 선고받은 류즈쥔 전 철도부장은 역술인이 정해 주는 길일에만 뇌물을 받았다. 미신 타파에는 당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원회가 나섰다. 미신 추종을 뇌물 수수만큼 엄격히 다스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율위는 최근 미신 때문에 낙마한 고위직 20명을 소개하며 관료 사회에 경고장을 날렸다. 산둥성 타이안시 서기 후젠쉐는 역술인이 “부총리 운명을 타고났는데, 다리 하나가 부족하다”고 하자 국도 노선을 변경해 일부러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았다. 선전시 정법위 서기 장중위는 방에 수많은 불상을 모셨는데, 불상 속에는 돈다발이 가득 차 있었다. 기율위는 ‘현처급(중앙기관 처장급) 공무원 소양 조사 보고’를 인용해 “현처급 공무원 중 52.4%가 미신을 믿고 있다”면서 “고급 관료들이 관상, 해몽, 별자리 운수 등을 일반인보다 더 신뢰한다”고 지적했다. 미신 타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마르크스주의 강화 운동과도 맥을 같이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종교공작회의에서 “공산당원들은 절대로 종교 안에서 자신의 가치나 신념을 구해서는 안 된다”면서 “확고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로서 당의 목적을 확실히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지시가 나오자 기율위는 지난달 30일 즉각 감찰보를 발표했다. 기율위는 “당원이 종교를 가져도 되는지를 놓고 자주 토론이 벌어지는데, 여기서 확실히 답을 주겠다. 절대로 종교를 가지면 안 된다”면서 “오직 마르크스 이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이 95년 동안 강건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마르크스주의에서 가치와 신념을 찾았기 때문”이라면서 “관리들이 점을 치고 향을 태우는 것은 가장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부패 사정이 강화될수록 신변에 불안을 느낀 관료들이 더욱더 미신과 역술인에 의존하고 있어 마르크스주의로 미신을 타파하려는 시 주석의 계획이 성공할지 미지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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