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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 금융기관의 신뢰, 그리고 감독 당국의 역할/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In&Out] 금융기관의 신뢰, 그리고 감독 당국의 역할/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무릇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를 쌓는 일이다.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신뢰를 꾸준히 쌓아야만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금융기관들은 종종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가 있다. 중요 정보를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팔아 민원을 자초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금융은 고도의 전문성과 복잡성을 띠고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은 불완전 판매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금융 업무가 단순했던 시절에는 고객들이 금융상품의 성격과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상품 설계에 복잡한 금융공학기법이 동원되면서 금융상품의 속성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다.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의 성격과 원가, 현재 가치, 위험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 고객은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거래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러기에 각국은 감독당국을 두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감독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을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고객들에게 판매해 많은 피해를 입혔고, 그로 인한 부실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 참사였다. 미국 정부는 위기 수습 후 고수익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들에 대해 고강도의 제재를 내렸다. 지난해 미국의 4대 은행인 웰스파고 은행은 2011년부터 150만개의 유령 계좌를 만들어 실적을 부풀리고 고객 동의 없이 수수료를 챙겨 오다가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으로부터 약 2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는 물러났고 53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 한 재벌 증권사가 계열사의 부도 위험을 숨긴 채 그 회사가 발행한 증권을 팔아 5만여명의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다가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일부 금융사가 10만여건의 보험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계약해지와 환급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탓에 금전적 제재는 하지 못했다. 징벌적 배상이란 ‘고의적이고’(Intentionally), ‘부당하며’(Maliciously), ‘과도한’(Grossly Reckless) 위법행위에 대해 배상 규모를 넘는 벌금을 물려 처벌과 재발 방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다. 그만큼 우리는 금융기관의 신뢰 위반을 엄히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업은 여타 업종에는 없는 특별한 안정장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평소 업무를 감독하는 감독 당국,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 금융기관 부도시 예금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보험기구 등이 그것이다. 고객들은 이러한 기관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안심하고 금융기관과 거래한다. 그러기에 금융기관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혹한 제재가 뒤따르고, 감독 당국도 호된 질책을 받게 된다. 미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은 고객을 속인 웰스파고 은행에 벌금을 부과하면서 감독 당국인 연방통화감독청(OCC)과 캘리포니아주 감독 당국에도 각각 3500만 달러, 5000만 달러 등의 벌금을 부과했다. 은행에 대한 제재와 감독 당국에 대한 제재를 병행해 양측 모두에 고객들의 신뢰를 충실히 지키라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독 업무를 금융기관의 영업과 창의성을 누르는 규제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금융산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를 담보하는 감독 당국의 법 집행과 권위도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 블랙리스트, 그들이 꽃피운 독일 예술

    블랙리스트, 그들이 꽃피운 독일 예술

    독일 미술가와 걷다/이현애 지음/마로니에북스/320쪽/1만 6000원독일의 나치 정권은 “독일적인 예술의 순수성을 더럽힌다”는 명목으로 ‘퇴폐미술가’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20세기 독일 전위 예술가들을 감시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금지시켰다. 1937년엔 국공립미술관에서 그들의 작품을 철거한 뒤 독일 전역을 돌며 전시했다. 그 유명한 ‘퇴폐미술전’이다.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미술가들은 어떤 이들이었고, 나치는 어떤 이유로 그들의 작품을 혐오했을까. 신간 ‘독일 미술가와 걷다’는 나치에 의해 ‘퇴폐 미술가’로 낙인찍힌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주목한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책은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진 것에 맞춰 급조한 책이 아니다. 미술사가인 저자는 “좋은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정리하다 보니 대부분이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들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런지는 책을 읽으며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간다. 하나의 이름표를 붙였지만 다양했던 그들의 삶과 예술을 역사의 굴레 속에서 조망하기 위해 작가들을 사망연도 순으로 소개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1876~1907)다. 여성이 미술가로 교육 받기도 어려웠던 시절 파울라는 “좋은 그림 세 점을 그린 다음에 기꺼이 이 세상을 떠나겠노라”고 선언하며 치열하게 작업했다. 서른한 살에 요절한 파울라는 불과 15년 동안 18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서양 미술사에서 처음으로 기록된 여성 화가의 누드 자화상이다. 브레멘의 ‘파울라 모더존 베커 미술관’에 소장된 자화상에는 예술 세계에서나 일상에서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몸부림쳤던 예술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파울라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째 되던 해에 나치는 비정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해 독일 민족의 건강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울라를 퇴폐미술가로 판정하고 자화상 한 점을 보란 듯이 퇴폐미술전에 내걸었다.표현주의 미술가 에른스트 키르히너(1880~1938)는 20대에 드레스덴공대 건축학과를 함께 다니던 친구들과 미술가 공동체 ‘다리파’를 결성해 활동했다. 안락을 추구하는 낡은 힘에 대항하며 다른 세상으로 건너는 다리가 되겠다는 취지로 만든 다리파 작가들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한다. 나치는 표현주의 미술가들을 특히 적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이들이 자기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할 줄 아는 개인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치의 관점에서 키르히너처럼 표현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개인은 전체주의 체제 유지에 위험한 인물이었다. 1936년 작품 전시 및 거래를 금지당한 키르히너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합병해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3개월 뒤인 1938년 6월 권총을 자기 가슴에 쏘아 58년의 삶을 마감했다. 이 밖에 노동자와 여성의 밑바닥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 전쟁의 참상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적나라하게 옮긴 오토 딕스(1891~1969),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1891~1976) 등의 굴곡진 삶이 차례로 이어진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나치는 길들여지지 않는 눈을 두려워했으며 그 두려움을 다스리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부당한 살생부는 언젠가 삶의 이야기로 다시 쓰인다. 이 책이 그 증거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형주 후계자’ 유기, 심약하다는 이유로 후견인 둘 수 있나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형주 후계자’ 유기, 심약하다는 이유로 후견인 둘 수 있나

    유비가 유표에게 의탁한 지 7년. 병으로 쇠약해진 유표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배다른 아들인 유기와 유종 사이에서 후계를 고민한다. 유기는 심약하고, 유종은 너무 어리다. 유표는 고민 끝에 유기를 후계자로 정하면서 유비에게 유기의 후견인이 돼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유언장을 작성한 뒤 생을 마감한다. 유표의 후처이자 유종의 어머니인 채씨는 유기가 후계자로 정해진 것이 불만이다. 결국 유표의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 오빠인 채모와 함께 유언장을 위조한다. 그러곤 장수들 앞에서 위조된 유언장을 근거로 유종이 후계자라고 선포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유기는 유표의 병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워질까 걱정이다. 계모인 채씨가 유종을 후계자로 앉히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유기는 결국 채씨를 피해 형주를 떠나 강하 태수로 부임한다. 유표도 이런 상황을 알고 유비에게 유기의 후견인이 돼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사망 당시 유표의 나이는 67세. 유기는 유표가 본처에게서 얻은 아들이다. 따라서 유기는 이미 만 19세를 넘은 성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성년에 달한 사람도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을까. 또 유기가 심약하긴 하지만 강하 태수로 부임할 정도이니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심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을까. 한편 채씨가 위조한 유언장은 어떤 효과를 낳을까. ●성년인 유기의 후견인이 된 유비 미성년자나 정신적인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 잘못된 선택으로 재산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고, 엄청난 의무를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법은 이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후견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부모와 같은 친권자가 있기 때문에 후견인을 둘 필요성이 적다. 유종이 대표적이다. 어머니인 채씨가 미성년자인 유종을 대신해 모든 결정을 해 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종은 따로 후견인을 둘 필요가 없다. 문제는 큰아들인 유기다. 비록 성년이지만 심약한 데다 채씨로부터 암살 위협까지 받고 있다. 보호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전 민법에서는 유기와 같은 경우 한정치산(限定治産)이나 금치산(禁治産) 선고를 받아야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기에게는 법원의 선고 자체가 낙인(印)이 될 수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형주를 물려받겠다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부족하다는 선고를 받아야 하다니. 후견인을 선정해 보호해 주겠다는 취지에 어긋난다. 우리 민법도 2013년 7월 1일부터 새롭게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다. 성년 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인 후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한 제도다. 본인, 배우자,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청구하면 법원에서 후견인을 선임한다. 성년 후견은 정신적인 제약을 요건으로 하므로 신체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신체적인 불편은 도우미나 편의시설 설치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기처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후견인을 선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불쌍한 유기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법원의 관여 없이 유기와 유비 둘이서 후견 계약을 맺으면 된다. 후견 계약으로 유기의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에 관한 사항을 유비에게 위탁하고 대리권을 수여하면 된다. 다만 후견 계약은 법원의 관여가 없다 보니 약간의 제약이 있다. 먼저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한다. 또 후견인을 선임하는 데 감독인을 두어야 한다. 후견인이 된 유비가 유기에게 불리한 행위를 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비가 후견인이 된다면 채씨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유표의 유언에다 신하들의 지지까지 업은 유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표로서는 유기의 후견인으로 매우 적절한 인물을 지명한 셈이다. ●유기를 후계자로 지명한 유언장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하는 동시에 효과가 생긴다. 유언에 의해 유언자는 사후에도 자신의 의사를 실현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재산을 처분하게 된다. 하지만 유언도 법률행위이다 보니 형식과 내용에 제한이 있다. 유표가 남긴 유언은 적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먼저 형식 면에서 보면 유언은 다섯 가지 중 한 가지 형식으로 해야 한다. 가능한 형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이다. 유언자가 의사를 정확히 밝히고, 신중하게 유언하도록 만든 장치다. 유표는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적법해 보인다. 또 유언은 숨겨 놓은 아이가 있는데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려 달라든지(認知), 친아들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친아들이 아니라든지(親生否認) 하는 가족 관계에 관한 사항, 재산의 처분이나 상속, 유언의 집행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유표는 자필 유언장에 ‘후계자를 유기로 한다’고 기재했다. 어떻게 보면 내용상으로 유효한 사항에 관한 유언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유표가 다스리는 형주 지역에 대한 모든 재산적 권리를 준다는 의미도 있다. 상속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보아 적법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유종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유표가 유언 없이 사망했다면 형인 유기와 같은 비율로 재산을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채씨도 상속인이 된다. 즉 채씨 1.5, 유기 1, 유종 1의 비율로 상속이 된다. 즉 유표의 재산이 35억원이라면 채씨가 15억원, 유기와 유종이 각각 10억원씩 받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장자라고 해도 유기에게 모든 재산을 다 주다니. 이 경우 채씨와 유종은 유류분(遺留分)을 주장할 수 있다. 유표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법정 상속분의 전부가 아니라도 절반인 7억 5000만원과 5억원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계모 채씨가 유언장을 위조 안 했다면 여러 모로 불만이었던 채씨는 오빠인 채모와 공모해 유언장을 위조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유언장이 효력을 잃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제재가 더해진다. 유언서를 위조한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제1004조 제5호). 만일 채씨가 유언장을 위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채씨는 상속을 받을 수 없다. 같은 순위 상속자인 유기를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제1004조 제1호). 채씨는 가만히 있었으면 받을 수 있는 7억 5000만원의 유류분마저 상속받을 수 없다. 욕심이 지나쳐 자신에게 주어진 몫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용어 클릭] ■유류분(遺留分):상속재산 중 유언과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인정되는 최소한의 몫. ■한정치산(限定治産):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판단 능력이나 결정 능력이 부족한 사람. ■금치산(禁治産):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판단 능력이나 결정 능력이 없는 사람.
  • [퍼블릭 詩IN] 북한강에서

    [퍼블릭 詩IN] 북한강에서

    물뱀이 고요를 물고 나아간다 햇볕과 바람이 말려진 그물마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의 그림자만 어부의 손끝을 따라 엮어져 있다 강어귀에 전설이 닿았던 나무들도 그 속을 비워내다 쓰러져 가면 강은 터전으로 일군 사람들 차지다 나무의 빈 곳을 두드려 만든 배는 강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으므로 익숙한 안개의 군무를 지나 물고기의 이동을 따라 갈 것이다 달빛은 칡꽃향기를 따라 번져갔다 말질을 하던 사람들이 그물을 거둔다 비린 생선들이 살을 허물어 익어갔고 굴뚝연기는 별을 향해 내뿜었다 강에 흩어져 있던 소문을 물어 수다스러운 새들이 돌아오는 동안 늙은 잉어들은 강을 뒤집으며 거친 숨으로 안개를 끌고 갈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 강에 기억을 내리고 강이 터전을 거둬가기까지 강은 언제나 고요하다이상재 괴산경찰서 경위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 [사설] 사법개혁 당위성 보여 준 ‘뇌물판사’ 무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 전 부장판사가 항소심에서 뇌물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1심에서 적용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으면서 징역 7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받은 것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상품 제조·유통업자에 대한 엄벌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외제차 레인지로버 등을 포함해 1억 8100만원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뇌물죄를 적용한 근거는 김 전 판사가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지적재산권 사건을 담당하는 유일한 판사였고 항소심 판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는 점이었다. 금품 수수 시점과 가짜 위조사범이 구속기소된 시점도 맞물렸다. 이런 이유로 1심 재판부는 직무와의 대가 관계를 인정해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구체적인 청탁이 금품수수 시점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직무 관련성을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죄에 대해 관대하게 판결한 2심 판결이 ‘이례적’이란 분위기다.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판례의 경향이다.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하급심에서 뇌물수수 유죄를 선고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었던 부장검사 시절의 금품 수수로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이런 식으로 사안마다 잣대가 들쭉날쭉하다면 크게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요 재판에 대해 피의자 동의와 무관하게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확대하거나 미국식 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들은 ‘정운호 게이트’와 ‘진경준 파문’을 보면서 법조계 내부의 참담한 부정부패상을 목격했다. 이런 법조인의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가볍고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사법개혁의 출발점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현재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독단적 인사와 운영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 그래서 국민은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상식과 정의에서 벗어나 법조인을 감싸는 듯한 판결은 그러잖아도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더 떨어뜨릴 것이다.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비행기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환승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서너 시간 안팎이지만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대개는 공항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인데, 몇몇 공항에서는 환승 시간 동안 경유 도시를 돌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보통 각 지역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 혹은 항공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습니다. 이게 환승 여행입니다. 본인이 원해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스톱 오버’와는 다소 다릅니다. 스톱 오버의 경우 화물을 내렸다 다시 실어야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반면 환승 여행은 짐을 뺄 필요없이 단출하게 여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한 번에 두 도시를 여행하는 횡재를 하는 거지요. 그렇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을 돌아봤습니다. 뭐 수박 겉핥기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태 대륙의 용광로라는 이스탄불에 발을 딛지 못한 ‘촌놈’으로서는 그마저도 감동이었습니다.잘츠부르크의 키워드를 꼽자면 소금, 모차르트, 그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정도다. 잘츠부르크의 명소로 꼽히는 곳은 거의 어김없이 세 키워드와 연관이 깊다. 익히 알려졌듯 ‘잘츠’(Salz)는 소금, ‘부르크’(Burg)는 성(城)이다. 지금도 이 일대의 소금은 ‘명품’ 대접을 받으며 공급되고 있다. 잘츠부르크엔 유난히 멋쟁이들이 많다. 차 한 잔 마시러 외출하면서도 드레스에 정장 갖춰 입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 더위에 말이다. 흰색 재킷에 갈색 구두 맞춰 신고 시가를 입에 문 노신사를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래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지, 옛 제국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도시 전체에서 턱을 치켜들고 도도하게 걷는 귀족의 풍모가 느껴지는 건 분명하다.●모차르트와 카라얀을 길러낸 음악의 고장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를 길러냈고, 지휘자 카라얀도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거리의 속삭임’(Street Whispers)이라 불리는 거리의 악사들조차 시험 보고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할 만큼 클래식 음악은 도시 전체에 두루 퍼져 있다. 잘츠부르크 도시 여행의 들머리는 미라벨 정원이다. 아름다운 분수와 조각상, 그리고 빼어난 전망을 가진 정원이다. 정원의 중심이 되는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와 자녀를 위해 지었다. 소금무역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결혼할 수 없는 성직자의 신분이면서도 이를 무시할 만큼 절대자로 군림했다. 종국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고, 미라벨 궁전이란 현재 이름은 후임 대주교가 바꾼 것이다. 현재는 시 청사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미라벨 궁전 옆의 페가수스 분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여주인공인 마리아와 아이들이 부른 ‘도레미 송’의 촬영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카라얀의 생가가 있는 훔멜 거리를 지나면 잘자흐강이다. 신구 시가지를 가르는 강이다. 옥빛 강물 위로 옛 시가지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다. 마카르트 다리다. 난간 곳곳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숱한 연인들의 약속들이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자물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무너진 적도 있다니, 간절함의 무게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던 게다. 다리를 넘어서면 게트라이데 거리다. 여기서부터 옛 시가지가 펼쳐진다. ‘성당의 도시’로 불리는 옛 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좁은 길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외벽이 노란색인 데다 오스트리아 국기를 길게 늘어뜨려 단장한 덕에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1756년 태어나 17세 되던 해까지 살았다. 모차르트의 유년기 작품 대부분이 이 집에서 작곡됐다고 한다. 모차르트 생가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모차르트 카페’가 있다. 모차르트와 별 관계는 없지만 미모의 남성들이 서빙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소 대접을 받는 곳이다. 눈요기를 겸해 쉬어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곧잘 찾았다는 카페 토마셀리는 생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1703년 세워져 여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일대에 가장 오래된 약국, 초콜릿 가게 등이 어울려 있다. 옛 시가지의 구심점은 대성당이다. 모차르트도 이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성당과 성당 앞 무대에서는 거의 매일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1920년 모차르트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연주회는 지금까지 잘츠부르크페스티벌로 이어져 오고 있다.●호엔잘츠부르크성 아래로 흐르는 ‘보리수’ 카피텔 광장으로 간다.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오르는 푸니쿨라를 타기 위해서다. 광장에는 설치미술 작품 ‘발켄홀-모차르트 공’이 세워져 있다. 독일 조각가 슈테판 발켄홀의 작품이다. 황금빛 공 위에 남자 조각상이 서 있는 모양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면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묀히스베르크산(542m)을 타고 앉은 덕에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성문 앞 우물 곁엔 보리수가 서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의 내용 그대로다. 쉬어 갈 겸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들어 단꿈을 꾸는 것도 좋겠다. 성채 북쪽은 독일이다. 멀리 베르히테스가덴 일대가 아련하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별장인 ‘독수리 둥지’를 세웠던 곳이다. 차가운 피를 가진 그였지만 고향 가까이 머물고 싶은 마음은 장삼이사와 다르지 않았던 게다.●두 시간 비행 후 짧지만 알찬 ‘환승 여행’ 그리고 두어 시간의 비행 뒤 마주한 이스탄불. 항공사에서 마련한 투어 버스에 오른다. 아라스타 바자르가 짧은 여정의 출발점이다. 수다스러워 보이는 터키 아줌마가 가이드다. 향료 등을 파는 작은 바자르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아야 소피아다. 화엄사 보제루를 지나 각황전을 눈에 담았을 때의 감동이랄까. 나지막한 탄성이 무의식 중에 목젖을 스친다. 아야 소피아는 원래 성당이었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점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리고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젊은 술탄은 가장 먼저 아야 소피아를 찾았고 수많은 기독교인 앞에서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외쳤다고 한다. 젊은 술탄은 십자가를 떼고 네 개의 첨탑을 세워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인다.오후 5시 10분. 아잔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무슬림 국가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아야 소피아 맞은편은 술탄 아흐메트 사원이다. ‘블루 모스크’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왜 ‘블루’ 모스크인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알게 된다.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를 열망했던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사원 내부를 수십만 개의 푸른색 타일로 장식했다. 블루 모스크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극적으로 열린 중앙의 너른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교도인 탓에 벽 모서리에 기댄 채 목을 빼고 봐야 했다. 여기저기서 땀냄새와 발냄새가 진동했지만, 그 무엇도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사원 밖은 히포드롬 광장이다. 한때 10만명이 들어차는 전차 경기장이었다는 곳.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델피에서 가져온 기둥이 바늘처럼 솟아 있다. 이른바 ‘지하 궁전’이라 불리는 예레바탄 사라이를 보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영화 ‘인터내셔널’ 마지막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던 곳이다. 무려 7000여명의 노예가 동원돼 여러 신전에서 가져온 336개의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아쉬운 곳이 어디 여기뿐일까. 짧은 하루해가 유럽 서쪽으로 진다. 잘츠부르크·이스탄불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이스탄불 시티투어는 터키항공에서 환승 시간이 긴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교통과 식사 등 일체가 무료다. 이스탄불 환승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인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신청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투어 프로그램은 요일별로 다르다. 매일 5가지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전 8시 30분~11시, 오전 9시~오후 3시, 오전 9시~오후 6시, 낮 12시~오후 6시, 오후 4~9시 등이다. 현지 교통 상황에 따라 여정이 다소 단축될 수 있다. 신청자가 많아 최소 1시간 전에 신청해야 한다. 적정 인원이 차면 이용할 수 없다. 아타튀르크 공항의 1층 오른쪽 호텔 데스크에서 신청을 받는다. 유료 소지품 보관소도 옆에 있다. 인천~잘츠부르크 노선의 경우 잘츠부르크행은 화, 목, 금, 일요일(현지 기준) 운항편의 환승 시간이 약 11시간이다. 이스탄불에 오전 5시 5분에 도착해 오전 8시 30분~11시 또는 오전 9시~오후 3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인천 복귀 때는 월, 수, 토요일 운항편이 환승 시간 약 10시간 30분이다. 이스탄불 도착 시간이 오후 2시 50분으로, 이번 여정에선 오후 4~9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 [자치광장] 치산치수의 즐거움/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자치광장] 치산치수의 즐거움/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말이 있다. 산과 물을 다스려 재해를 막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치산치수의 의미를 안전 분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하천을 주민 행복 공간으로 관리한다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우리 동대문구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많다. 청계천과 성북천, 정릉천이 흐르고 있는데, 그중 중랑천이 대표적이다. 이곳에 나가 보면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즐기기 위해 하천을 찾는 주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동대문구가 2014년 지역사회 건강 조사 결과 주민걷기 실천율 전국 1위를 차지한 것도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하천이 많은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중랑천을 생활체육과 여가활동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시사철 남녀노소 누구나 가족, 연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중랑천 인근에 여름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3년 중랑천 야외 수영장을 개장했다. 개장 첫해 1일 평균 2000명의 주민들이 찾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요즘도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또 중랑천 도시농업 체험학습장은 도시 농부를 꿈꾸는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심 속 콘크리트 바닥에 익숙한 도시민들이 흙을 밟고 만지고 농작물을 가꾸는 체험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것이다. 중랑천변 군자교~배봉산 연륙교 3.4㎞ 구간에 펼쳐진 장안벚꽃길은 해마다 봄이 되면 하얀 벚꽃으로 장관을 이뤄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동대문구는 장안벚꽃길을 서울 대표 명소로 만들기 위해 벚꽃이 만개하던 지난 4월 동대문 봄꽃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장안벚꽃길에 설치한 경관 조명이 행사 기간 중 밤 11시까지 벚꽃터널을 물들여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지난해 말에는 어르신을 위해 중랑천 제1·4체육공원 내에 게이트볼장을 새로 단장했다. 인조 잔디, 차광막, 쉼터 등을 설치해 비가 온 뒤나 여름철 폭염, 겨울철 한파에도 구애받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이 밖에도 중랑천은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고 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있어 주말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중랑천이 동대문구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향상시키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중랑천 현장을 둘러보며 37만 구민의 소중한 꿈과 희망이 성취되는 동대문구를 구상해 나갈 것이다.
  • ‘스타워즈’ 출연 로봇 R2D2…31억원 낙찰

    ‘스타워즈’ 출연 로봇 R2D2…31억원 낙찰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스코트 'R2D2'가 30억원이 넘는 거액에 낙찰됐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에서 열린 할리우드 영화소품 경매에서 R2D2가 276만 달러(31억 6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경매에 출품된 R2D2는 지난 1977~1983년 사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소품'으로 출연했다. 물론 영화처럼 실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아니지만 스타워즈가 미국 내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반응. 경매를 주관한 '프로필스 인 히스토리'의 당초 예상가는 200만 달러로 거액의 돈을 지불한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경매에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광선검(lightsaber)과 다스베이더의 헬멧도 출품돼 각각 45만 달러(약 5억 1000만원), 9만 6000달러(약 1억 1000만원)에 낙찰됐다. 영화 소품 감정 전문가인 스테파니 콘넬은 "이번에 출품된 R2D2는 완벽한 상태로 단순한 영화 소품으로 치부할 수 없다"면서 "영화 소품 중 '최고 중의 최고'로 마치 피카소의 작품을 옆에 두고 있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화 속 R2D2는 지난해 작고한 케니 베이커(1934~2016)가 연기했다. 키가 1.1m로 매우 작은 베이커는 R2D2 안에 들어가 'C-3PO'(안소니 다니엘스 분)와 함께 실감나는 로봇 연기를 펼쳤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국서도 3대3…새달 전국대학농구대회 종목 추가

    3대3 농구 대회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3대3 농구가 최근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회를 신설하거나 기존 대회의 규모를 키우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아예 리그를 운영 중인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변이 약한 한국 3대3 농구에 ‘단비’다. 최근 대학농구연맹은 다음달 4일부터 전남 영광군에서 열리는 제33회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 3대3 농구 부문을 추가하기로 했다. 대회 막바지인 7월 13~14일 영광 스포티움 국민체육센터 외부에 있는 야외 코트에서 3대3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1985년 시작된 MBC배 대학농구대회에서 3대3 농구 경기가 펼쳐지는 것은 처음이다. 64개팀을 추려 조별예선을 거친 뒤 16강전부터 결승 토너먼트를 치른다. 결승전 하이라이트는 TV로 중계된다. 정태균 대학농구연맹 수석 부회장은 “3대3 농구의 올림픽·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으로 높은 관심을 끈다. 다소 늦은 듯하지만 이제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연맹에서 진행하는 대회로 공신력을 갖기 때문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국제농구연맹(FIBA)의 선수 랭킹 포인트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국제 대회에 나갈 때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오는 8월 초 6개 프로구단 선수들로 ‘3대3 농구 이벤트 경기’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여자 프로 선수들이 팀을 꾸려 진행할 예정인데 정확한 장소나 운영 방식을 곧 결정할 참이다. 국내 대표적 3대3 농구대회인 ‘아디다스 크레이지코트 2017’은 지난해 256팀에서 384팀으로 늘려 7월 8일부터 대회를 치른다. 팀당 4명씩 1500여명이 참가하는 것은 2012년 대회 시작 이후 최대 규모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그림퍼즐] 해양 생물 중 헤엄치는 물고기는 어디에?

    [그림퍼즐] 해양 생물 중 헤엄치는 물고기는 어디에?

    2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페이스북에 헝가리 일러스트레이터 게르겔리 두다스(Gergely Dudas)가 그린 바다 속 풍경 그림퍼즐을 소개했습니다. 그림 퍼즐에는 난파선을 배경으로 불가사리, 해마, 문어, 해파리, 수초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모습이 담겨 있네요. 두다스는 그림 속 헤엄치는 물고기 한 마리를 숨겨 놓았습니다. 과연 물고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편 게르게이 두다스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된 ‘판다찾기’ 그림 퍼즐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사진= Gergely Dudas 페이스북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봉준호 감독 “상영관 적어도 ‘옥자’는 큰 화면으로 보세요”

    “국내에서 찍은 네 작품이 운 좋게도 모두 디렉터스 컷이었어요. 데뷔 때도 힘 있는 프로듀서를 만나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행운이었죠. 처음 벽에 부딪힌 건 ‘설국열차’ 때였어요. 북미 배급을 맡은 곳 대표님이 ‘가위손’으로 유명했죠. 1년 가까이 밀고 당기다가 다행히 디렉터스 컷, 소규모 개봉으로 결론 났지요. ‘옥자’는 5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라 한국이나 아시아, 유럽에서 감당할 규모는 아니었고, 미국 회사를 노크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 몇 장면을 없애거나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 한 줄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넷플릭스가 유일했습니다.”왜 작은 화면, 온라인 스트리밍이 기본인 넷플릭스였을까, 궁금했다. 자신의 구상 그대로 ‘옥자’를 완성하는 외길이었다는, 봉준호(48)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도 많고 화제도 많았던 ‘옥자’가 개봉박두다. 29일 오전 0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격 공개되고 같은 날 일부 극장에도 걸린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봉 감독은 ‘옥자’가 어서 빨리 과거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칸에 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인터뷰만 100여 차례 하고 있어서인지 재개봉 느낌입니다. 배급 방식이나 영화의 본질 등 외적으로 화제가 집중됐고, 내용 노출은 상대적으로 덜 된 점은 좋은 것 같아요. 모든 감독들이 비슷한데 다음 영화 생각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개봉을 앞두고 여전히 심적으로 불안하고 떨리고 그렇습니다.”‘옥자’는 산골 소녀 미자가 식구나 다름없는 슈퍼 돼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동화 같은 판타지에 담긴 메시지는 다소 무겁다. “인류가 동물이랑 같이 살아온 지 오래됐는데 우리 편의에 의해 가족으로서의 동물과 음식으로서의 동물을 구분 짓고 있죠. ‘옥자’는 이런 것을 불편하게 합쳐 놓은 작품이에요. 그렇다고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동물을 존중하며 자연의 흐름 속에 이뤄지는 육식은 상관없다고 봐요. 대량 생산으로 이윤을 얻으려고 동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지요.” 전작들에 견줘 ‘깨알 재미’가 줄었다는 평도 있다. “워낙 무대 스케일이 넓기 때문에 연극으로 치면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용이라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변희봉 선생님의 자질구레한 행동들이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논의하는 미 행정부를 풍자한 장면 등 숨겨진 깨알이 적지는 않아요. 하하하.” 작은 화면으로 볼 때와 큰 화면으로 볼 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봉 감독의 설명. “아빠 엄마 무덤 앞에서 할아버지와 싸운 뒤 집으로 달려가는 미자를 잡은 롱샷 장면이 있어요. 미자가 점처럼 나오는데 스마트폰이나 PC로는 제대로 볼 수 없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장면을 많이 찍어야겠다고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콘지와 농담을 나누기도 했어요. 집에서 보실 때 당연히 큰 화면이 좋고요, 극장도 4k(초고화질) 스크린이면 최고죠. 지구상 어디선가 대형 화면으로 꾸준히 상영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초청하겠다는 영화제가 많거든요.” 한국 대표 감독이라는 소리에 불과 여섯 편만 찍었을 뿐이라며 큰 덩치를 한껏 웅크린다. “뉴욕에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분 나이가 일흔다섯 정도일 거예요. ‘택시 드라이버’ 40주년 모임을 했다고 하니 연세가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 이야기를,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로버트) 드 니로의 동작까지 직접 재현하며 열정적으로 해 주는 거예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죠. 저도 그 나이 때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옥자’는 전국 83개 극장, 10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빼고는 가장 작은 규모다. 어쩌면 멀티플렉스 등장 이전의 극장가 풍경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을 보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그 모습 말이다. “보조 출연자라도 풀어야 할까 봐요. 하하하. ‘살인의 추억’ 때만 해도 서울극장 2층 커피숍에 모여서 줄을 선 관객들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어 어느 시골의 한 50대 여성 관객이 버스터미널에서 시간이 남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옥자’를 보고는 ‘재미있네, 그 동물 귀엽네’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으면 정말 짜릿할 것 같아요. 영화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그런 분들이 어딘가엔 있겠죠? 하하하.”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박식한 ‘아재들의 수다’ 신드롬

    박식한 ‘아재들의 수다’ 신드롬

    ‘잡학 박사’ 4명의 수다 예능 표방 세대불문 지적 호기심 충족 경험 꼰대의 훈계 대신 내적매력 발산 우리 사회에서 40~50대 남성들은 대체로 주변에 인기가 없다. 학식이 아무리 높아도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훈계와 지적을 늘어놓는 터에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한 살 더 먹은 것만 앞세울 뿐 그 나이에 걸맞은 교양과 품격을 갖추지 못해 ‘개저씨’라는 비하적 뒷담화를 듣기도 한다.기성세대의 옳은 소리도 ‘소음’으로 취급해 온 젊은층들이 최근 중년 남성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식 예능을 표방한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MC 유희열을 비롯해 작가 유시민, 음식평론가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자 정재승 등 네 명의 출연자들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라 하더라도 ‘꽃중년’도 아닌 4050의 평범한 아재들이다. 예능과 담쌓을 것 같은 네 명의 아저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이토록 화제가 되고 호응을 얻으리라고는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나영석 PD의 신작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총 8회 분량 중 4회가 방송돼 반환점을 돈 이 프로그램은 지난 2일 첫 방송 이후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4회는 자체 최고인 6.6%를 찍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 네 명의 ‘잡학박사’들이 국내 여행지로 떠나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형식이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빛나는 역사, 인문, 과학,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들이 들어 있다. 탈권위적인 아재들의 수다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경험을 주기에 세대 불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방문한 여행지는 통영, 순천 및 보성, 강릉, 경주 등 네 곳. 여행지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정해진 대본은 일절 없다. MC인 유희열에게 질문지가 주어지지만 이마저도 다 소화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100% 출연자들의 내공과 지식에 의한 리얼 토크인 셈이다. ‘알쓸신잡’은 사실 나 PD와 함께 메인 연출을 맡은 양정우 PD의 아이디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나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모임에서 영감을 얻어 지식인의 수다를 엿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양 PD는 “제목에 굳이 ‘쓸데없는’, ‘신비한’이라는 말을 넣은 것도 지식이나 학식의 무게감을 덜고 예능 프로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자는 의미”라면서 “처음에는 스튜디오 녹화물로 기획됐지만, 권위의식 없이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야외 예능으로 포맷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잡학박사들은 온종일 각자 여행지를 돌고 오후 7~8시쯤 모여 식사를 하면서 녹화를 진행한다. 1회 통영편은 4시간이었지만 ‘수다’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4회 경주편에서는 본 토크를 5시간 동안 하고 나서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잡담’이 이어졌다. 5회 공주 촬영은 6시간 30분에 달했다. 여행지의 역사와 유적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지만, 유시민의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 뒷이야기나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예정에 없던 소재도 튀어나온다. 연출, 작가 등 총 17명의 제작진은 자료 조사, 확인, 검수에만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나 PD는 “네 분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이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의 진리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수다라는 콘셉트가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편하게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네 명의 아재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대접을 누리고 있다. 이들이 가는 촬영지마다 구름처럼 사람이 몰리고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 김영하 작가가 오래전부터 진행해 온 팟캐스트의 인기가 갑자기 급등했고, 그의 신간 ‘오직 두 사람’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었다. 유시민 작가가 과거 발간한 책들도 다시 조명받고 있으며, 정재승 역시 팬카페가 생겼을 정도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여성 출연자들이 없어서 균형이 깨진 것은 아쉽지만, 이들은 수다를 통해 평등한 성의식,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식과 상상력, 다양하고 성숙된 사고 등 내적 매력이 외모 못지않게 매력적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심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문준용 제보 조작’ 내분… 벼랑 끝 국민의당

    檢, 이준서 前최고위원 출금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국민의당의 ‘제보 조작’ 사건이 국민의당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 ‘메가톤급 폭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작을 시인한 국민의당은 지난해 2월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조작에 가담한 당원과 전 최고위원이 모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만큼 안철수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뜨겁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 “검찰, 나아가 특검은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로 했다. 전날 국민의당은 검찰에 체포된 당원 이유미씨가 청년위원장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조작된 제보 내용을 보고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이를 사실로 믿고 윗선에 보고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 모두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검찰 수사는 이씨의 개인적 범행인지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은 “전혀 보고받은 사실이 없고 내용도 몰랐다”면서 “(안 전 대표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를 받고 취업했다는 의혹은 지난 2007년에 이어 2012년 대선 때도 당시 여당 쪽에서 제기했었으나 사실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은 정국 돌파용으로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과 제보 조작 사건을 동시에 다루는 특검 카드도 꺼내 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특검에 긍정적인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도의 물타기 전략”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힘을 받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청와대도 전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특별히 할 말이 없다. 고소 철회는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선에 그쳤다. 대선 패배 이후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치’를 표방해 온 안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공작 정치’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창당 이후 줄곧 노출됐던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어정쩡한 동거’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 정계 개편으로 비화될 여지도 충분하다. 당장은 오는 8·27 전당대회, 궁극적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고비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 강정석)는 이날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검찰은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긴급체포한 이씨를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이씨는 조작 사실 등 혐의 일부를 시인하고 독자 판단에 의한 범행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당시 의혹 폭로에 관여했던 국민의당 관계자들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다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김동철 “제보조작은 국기문란…법정최고형 내려달라”

    김동철 “제보조작은 국기문란…법정최고형 내려달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 의혹’ 조작 파문에 대해 “제보조작은 국기문란사범으로서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려달라”고 말했다.김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더 나아가 특검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달라”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사회초년생들이 다른 것도 아닌 대선에서 증거를 조작해 뭔가 얻어보겠다는, 어떻게 이런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었나 경악스럽고 기막히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조건없는 추경안 심사를 비롯한 7월 임시국회의 ‘4대 원칙’을 제시하며 합의를 제안했다. 그는 “첫째, 부처별 업무보고를 통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둘째, 청와대 인사참사 관계자들을 국회 운영위에 출석시켜 검증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셋째,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넷째, 비록 그 요건과 내용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많지만,일자리 문제의 심각성과 가뭄대책 등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건 없이 추경안을 심사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으로 국회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빗나간 호기심, 몰카/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빗나간 호기심, 몰카/이동구 논설위원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라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호기심이 위대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호기심이 강한 민족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미국의 소설가 잭 런던은 “한국인의 두드러진 특성은 호기심이다. 그들은 기웃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구경이라고 한다”고 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인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어린아이 같은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말한 한국인의 호기심은 지적 호기심일까, 단순히 문화적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었을까. 아무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호기심이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호기심이 지나쳐 상대방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거나 사회 공동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이어진다면 법의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인 일에 간섭 또는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이를 침해한 행위는 세계 모든 나라가 범죄로 취급한다. 소형 카메라를 몰래 숨겨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몰카 범죄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여성들의 사생활이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찍는 관음증이나 다름없는 빗나간 호기심이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이면 더욱 기승을 부려 ‘몰카의 계절’이란 말까지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500여건이던 몰카 범죄가 2015년에는 7600여건으로 무려 5배나 많아졌다. 지난해에도 5200여건이 적발됐다. 몰카범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름이 길어진 탓에 올해는 몰카 범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몰카범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역사나 대합실, 지하철, 해수욕장 등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대학 교내에까지 몰카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참다못한 서울의 몇몇 대학 학생회는 직접 몰카범 퇴치에 나섰다. 학업과 취업 등 가뜩이나 신경 써야 할 데가 많은 대학생이 관음증 환자들까지 직접 잡아야 한다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몰카범이 설치는 것은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호기심은 호기심도 아니다. 법원은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
  • 칸 광고제 달군 제일기획의 창의력

    칸 광고제 달군 제일기획의 창의력

    아디다스 글리치 캠페인 등 호평 삼성전자 ‘타조의 꿈’ 7개賞 받아 제일기획이 지난 17일부터 8일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4회 칸 라이언스 광고제에서 은상 1개, 동상 10개 등 총 1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의 글로벌 브랜드 광고 ‘타조의 꿈’도 같은 광고제에서 7개의 상을 받았다.제일기획의 영국 자회사인 아이리스가 제작한 아디다스 ‘글리치’ 캠페인은 5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자신만의 축구화를 주문제작(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제품 콘셉트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 광고, 언론 등 전통 홍보매체 없이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글리치 캠페인의 특징이다. 소비자 투표를 통해 신규 출시 디자인을 결정하거나, 모바일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화제 몰이에 성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800만회 이상 캠페인이 언급됐다. 제일기획이 만든 유니클로 ‘히트텍 윈도’ 캠페인은 옥외 부문 동상에 선정되며 각종 국제 시상식에서 총 8개 상을 받게 됐다. 단열용으로 창문에 붙이는 에어캡에 브랜드 로고를 인쇄해 소비자들에게 나눠 주며 히트텍 속옷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스페인에서 난독증 진단 모바일 앱을 제작해 배포한 삼성전자 ‘다이텍티브 포 삼성’, 소비자들이 디자인한 패션 컬렉션을 SNS에서 공유한 아디다스 ‘마이 네오 라벨’ 등의 제일기획 캠페인도 상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타조의 꿈’ 캠페인은 비주얼 이펙트, 애니메이션, 디렉선, 음악 등 7개 부문에서 금상 3개, 은상 2개, 동상 2개를 수상했다. 날지 못하는 새인 타조가 가상현실(VR)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하늘과 비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한 뒤 하늘을 날려고 노력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 29일 갤럭시S8 공개 행사에서 첫선을 보인 뒤 2주 만에 1700만뷰를 넘어서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협치 절벽에서 벗어나려면

    [김형준의 정치비평] 협치 절벽에서 벗어나려면

    문재인 정부가 협치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 3당의 반대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이 빌미가 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강경한 수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협치 폐기를 선언했다. 여소야대 5당 체제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완패했던 야당들도 국정 협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협치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40일 만에 협치는 사라지고 대치가 판을 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의지가 약한 것도 문제지만 협치를 가로막는 파행적인 정치 구조가 더 큰 요인이다. 우선 잘못된 합의의 덫이다.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은 원내 교섭단체들 간의 협의에 의해 진행되도록 규정돼 있다. 합의를 존중하려고 만들었지만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모든 의사일정이 정지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상임위 보이콧 등 국회 파행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권이 교체돼 대통령의 스타일은 바뀌었는데 국회가 안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여야 모두 집단 기억상실증 환자가 돼 자신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 만연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둘째,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내각제식으로 운영되는 기형적인 권력 구조다. 대통령제에서는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야 건강한 정부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여당 대 야당’이라는 내각제 구도가 고착화돼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돼 있다. 여기에 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행정독주적 사고에 빠지면 협치는 그야말로 절벽을 만나게 된다. 집권당이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면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면 대통령 측근에 의한 국정 농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야당의 극한 대여 투쟁은 상수가 된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치란 빛 좋은 개살구다. 셋째, 임의 단체에 불과한 정당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비대해진 원외 정당이 강제적 당론을 앞세워 소속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하는 것을 막는다. 국민대통합위와 서강대가 실시한 20대 국회의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의원들의 75%가 “국회 의정 활동과 관련해 당론이 의원들의 표결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은 자율성이 사라지고 당 지도부의 판단과 전략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불쌍한 신세가 된다. 의원들이 상대 정당을 옹호하고 지지하면서 교차 투표를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런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 구조 속에서 협치란 허울뿐이고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제 운영의 핵심 원리가 견제와 균형인 만큼 견제 없는 협치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공허하게 들린다. 이 밖에 협치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협치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의 무조건 협조, 야당은 집권 세력의 담대한 양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협치(協治)의 원래 뜻은 ‘힘을 합쳐 잘 다스린다’는 것이다. 결국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세력이 꼬인 실타래를 풀고 협치를 주도해야 한다. 협치를 가로막는 파행적 정치 구조를 최우선적으로 개혁해 협치를 협치답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를 개혁하지 않는 협치란 없다. 집권 세력에겐 최소한 전략적 인내, 정직,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여당이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조급하게 야당을 적폐 세력으로 몰고 가면 협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잘못했다고 진솔하게 인정해야 협치 정신이 살아난다. 대통령이 탕평 인사를 하고, 중요한 정보를 야당에 제공하며,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할 때 협치가 살아 숨 쉬게 된다. 단언컨대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돼야 협치가 살아난다.
  • 은평 자활 근로자 셀프 리더십 교육

    서울 은평구가 자활 근로자들이 삶을 주도적으로 가꿀 수 있도록 셀프 리더십 교육에 나선다. 은평구는 오는 26~27일 이틀간 공공(뉴딜)일자리 사업 참여 근로자를 대상으로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위한 취업 지원 및 노동교육’을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근로자들에게 삶의 비전과 희망을 심어 주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첫날은 이미지와 첫인상, 이미지 구성요소, 면접의 중요성 등 면접에서 성공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가 준비됐다. 이튿날에는 노동권익을 높이기 위한 노동교육, 행복 구성요소 이해, 삶의 비전과 자기 성찰, 긍정적 마인드를 통한 삶의 변화를 주제로 취업 지원 강의가 진행된다. 교육 마지막 시간에는 웃음치료사를 초빙해 생활체조 등 구직자들이 함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구 관계자는 “대개 저소득층인 공공일자리 근로자들이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변화시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의는 구청 생활경제과 일자리지원팀. (02-351-6825).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실화라 더 끌린다 천만이 또 보인다

    실화라 더 끌린다 천만이 또 보인다

    실제 역사 조명 영화 상당수 올 첫 천만영화 기대감 상승 극장가 성수기를 알리는 무더위가 찾아오며 할리우드 대작과 국내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 속에서도 실제 역사를 조명한 영화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활동한 아니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동거인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다.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무고한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당하자 이에 대한 관심을 돌려 사태를 무마하려는 일본 정부에 의해 체포된 이들은 일본의 만행을 세계만방에 알리고자 일 왕세자 폭탄 암살 계획의 배후를 자처하며 사형 선고를 ‘쟁취’하려 한 실존 인물이다. 불과 5억원을 들인 전작 ‘동주’로 제작비 17배에 달하는 88억원(누적 관객 117만명)의 극장 수익을 올린 이준익 감독이 26억원으로 불러낸 ‘박열’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독립운동에 대한 엄숙주의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암살’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이제훈과 최희서의 열연이 돋보인다.올해 최고 기대작 ‘군함도’는 7월 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0년대 중반 돈을 벌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의 해저 1000m 깊이 막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노동을 착취당하던 조선인 수백명이, 자신들을 가둔 채 갱도를 폭파하려는 일제의 계획을 눈치채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쌍천만에 도전한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초호화 캐스팅이다. 순제작비 220억원에 마케팅 비용까지 합쳐 260억원을 웃도는, 순수 국산 영화로는 역대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 분기점만 해도 700만명이다. 흥행하지 않으면 안 될 요소를 두루 갖췄다. 하시마섬 강제 징용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이 영화를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언론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를 찾아 어느 정도까지 역사적 사실인지, 영화가 공개되면 한·일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이들 영화에 앞서 20일 간판을 올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군함도’에 필적할 전쟁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8일간의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을 배경으로 독일군에게 포위된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 40만여명의 극적인 탈출 작전을 담았다. 그간 스크린에서 자주 다뤄진 전투가 아니라 눈길을 끈다. 놀란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이후 한국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 해외 감독이다.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만 연거푸 네 개다. 2008년 ‘다크 나이트’ 408만명을 시작으로, 2010년 ‘인셉션’ 582만명,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639만명, 2014년 ‘인터스텔라’ 1030만명 등 누적 관객이 2600만명을 크게 웃돈다. ‘덩케르크’로 누적 3000만명을 돌파할지 관심이다. SF 영화를 찍더라도 아날로그적인 기법을 활용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놀란 감독이 첫 실화, 그것도 전쟁물에서 어떠한 스펙터클을 빚어낼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등 배우들의 티켓 파워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8월 초에는 ‘택시운전사’가 나선다. ‘의형제’로 잘 알려진 장훈 감독이 ‘고지전’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내거는 작품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1980년 5월의 광주로 향했던 택시기사의 실화를 영화적으로 풀었다. 1980년 그 시절을 정밀하게 재연하기 위해 제작비 150억원을 투입했다. 장 감독과는 ‘의형제’ 이후 7년 만에 의기투합한 송강호를 비롯해 독일의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최귀화 등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파키스탄에 62조원 퍼주는 中… ‘제2 동인도 회사’ 만드나

    [글로벌 인사이트] 파키스탄에 62조원 퍼주는 中… ‘제2 동인도 회사’ 만드나

    지난달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서부 라호르의 펄컨티넨탈 호텔 로비에는 ‘파키스탄·중국의 우정이여 영원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또 다른 플래카드에는 ‘양국의 우정은 히말라야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으며 꿀보다 더 달콤하다’고 적혀 있었다.모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한 부분인 ‘중·파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문구였다.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서쪽 끝인 신장 위구르자치구 카스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3000㎞ 길이의 도로와 철도, 가스관을 건설해 신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무려 550억 달러(약 61조 5200억원)를 파키스탄에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투자로 과연 누가 혜택을 얻는 것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심층 보도했다.세기의 프로젝트라고까지 불리는 CPEC의 최대 수혜자는 표면적으로는 파키스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투자에 따라 해마다 5%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국내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 성장을 이어 가는 인도나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방글라데시와 비교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각되는 파키스탄으로서는 중국의 거액 투자는 중요하다. 중국이 건설하려는 발전소와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은 파키스탄이 필요로 하던 것들이다. 쿠람 다스티르 칸 상무장관은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세계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중국이 싸구려 상품을 팔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우리 시장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키스탄 정책 당국자는 중국의 거액 투자가 자칫 작고 가난한 이웃 국가에 대한 자원 수탈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2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중 3분의2가량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2012~2015년까지 3년간 양국 간 교역규모는 77% 증가했는데 무역적자도 93억 달러에서 165억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XPCC가 동인도 회사로 변할까 우려 카라치의 한 사업가는 “중국은 물론 파키스탄 정부와 소원해지길 바라지 않아 누구도 CPEC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길 원치 않는다”며 “근처에 아주 덩치 큰 이웃이 있으면 파키스탄은 조그만 일개 성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우려는 CPEC 프로젝트 관련 문서를 파키스탄 언론이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면서 더욱 커졌다. 51개의 양해각서(MOU)와 8개의 부속서 등으로 이뤄진 관련 문서는 중국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産建設兵團·XPCC)을 최우선으로 계약대상자로 고려하도록 돼 있었다. XPCC는 인민해방군에서 떨어진 군대 조직으로 개간과 국경 방위를 하는 국가기관으로 신장지역만의 독특한 생산조직이다. 파키스탄의 한 관계자는 “XPCC가 동인도회사처럼 변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우리가 방심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부족 파키스탄에 발전소 21곳 투자 중국은 CPEC를 통해 파키스탄 남서부 항구도시인 과다르항의 확장을 원하고 있다. 과다르항의 확장과 이를 통한 운영권을 얻는 한편 이곳에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경제특별구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발전소와 같은 기반시설 건설은 파키스탄 스스로 하지 못하던 것이라 더 매력적이다.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은 최대 전력수요량이 6기가와트에 달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이 일어난다. 당장 12개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해야만 전력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쪽으로 85㎞ 떨어진 카롯 지역에 720메가와트 규모의 수력발전소 건설 등 모두 21개의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35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전체 CPEC 투자액의 3분의2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16기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파키스탄 전력수요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의 투자에 따른 낙수효과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인 아리브 하비브 그룹은 CPEC에 따른 건설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시멘트 생산량을 현재의 3배로 늘렸다. 아샨 이크발 기획처 장관은 “중국은 경제 규모를 확장시킬 것”이라며 “CPEC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에 질린 파키스탄, 치안 확보 기대 이런 상황에서 CPEC가 갖는 매력은 중국이 안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년간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파키스탄은 중국의 투자보호를 명목으로 치안 확보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CPEC에 따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근로자가 괴한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CPEC의 요충지 중 하나인 중부 퀘타의 진나어학센터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던 중국인 부부가 ‘이슬람국가’(IS) 출신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중국은 치안 강화를 위해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양도하고 있다. 또 과다르항 보호를 위해 2척의 초계함을 해군에 양도했다. 전 파키스탄 중앙은행 고문인 무스타크 칸은 “중국이 과다르항 보호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들은 CPEC가 실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 프로젝트에는 안보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제 투자전문가들은 CPEC를 둘러싼 조달과 입찰 절차가 중국에 매우 유리하게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중국 기업이 중국인을 고용해 중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런 계약을 파키스탄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언론이 보도한 CPEC 양해각서 등에는 중국이 서부 페샤와르에서 남부 카라치에 이르는 모든 파키스탄 도로에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또 이를 위해 인터넷 접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국적인 인터넷망 구축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런 모든 제반 시설 건설의 권한이 모두 XPCC에 있다는 점이다. 카라치가 있는 신드주 수석장관인 사이드 무라드 알리 샤는 “우리가 가진 위험은 철저하게 중국이 상황을 장악하고 나중에 그 대가를 우리가 치른다는 것”이라며 “대가를 치를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FTA처럼 손해보면 안된다” 내부 우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CPEC가 2006년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못지않은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비판한다. 파키스탄 제2당인 PTI당의 아사드 우마르는 유출된 문서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FTA를 통해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 그런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CPEC를 둘러싼 불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려를 낳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싱크탱크인 ‘지속가능한 개발정책기구’의 바카르 아메드 사무부총장은 “양국 간 체결된 양해각서의 세부내용을 얻고자 노력하고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를 확인하고 있지만, 정부가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CPEC를 둘러싸고 중국은 물론 파키스탄도 군부가 개입돼 있어 계약이 불투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키스탄이 지나치게 중국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건설에 따른 혜택은 파키스탄이 향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파키스탄 상공위원회 에흐산 마리크 위원장은 “중국이 우리에게 기회를 준 거 같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며 “지난번 FTA를 통해 많은 실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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