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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러티브 리포트] 이별 살인에 딸 잃은 날… 아빠 엄마는 삶을 잃었다

    [내러티브 리포트] 이별 살인에 딸 잃은 날… 아빠 엄마는 삶을 잃었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이 헤어진 애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고, 이 가해자는 6일 1심 법원의 단죄를 받았다. 무기징역. 7일 아침 대부분의 조간신문엔 그가 응분의 죗값을 받은 사실이 짤막하게 보도될 것이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아예 세간의 관심에서 지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건은 잊혀도, 피해자 가족들이 안고 가야 할 고통은 그 어떤 응징에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비극이 시작돼 법의 심판이 내려진 6일까지 피해자 가족들이 겪은 고통의 궤적을 되짚어 본다. 셀 수 없이 터지는 강력 사건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뎌져 있는지, 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실은 우리가 보듬어야 할 비극과 상처가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며…. ●7월 4일 “4월 19일 아침,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내 딸 정은(31)이가 살해됐습니다. 주민과 경비원이 보고 있었지만 180㎝를 훌쩍 넘는 거구의 ‘악마’를 막지 못했습니다. 9개월 정도 정은이와 만났다는 그 스토커는 출근하려는 애를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흉기로 배를 수차례 찔렀습니다. 시신은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어요. 아파트 복도 폐쇄회로(CC)TV에 그놈을 피해 황급히 도망가는 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맨발이었어요.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그놈의 가방 속에서 흉기들을 찾았다고 말하더군요. 혀가 바싹 마르고 가슴에 지옥 불이 일었습니다. 그날 우리 가족도 모두 같이 죽었습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의 한 병원 인근에서 만난 어머니 조모(58)씨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 스토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응어리진 가슴이 풀리지 않는 듯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했다. “딸이 죽고 두 달이 지난 6월 23일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미어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법정에 나갔습니다. 한데 그 악마가 로펌 소속 변호사를 무려 4명이나 불러 세웠더라고요. 미국에 있는 부모가 잘산다더니 변호사를 4명이나 산 거예요. 우린 고통 속에 아무 일도 못하고, 미용실 월세도 못 내 파산하기 직전인데 말이죠.” ●7월 1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 ‘악마’ 한모씨의 변호사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신 병력에 의한 우발적 살인’…. 변호사는 그가 미국에서 보낸 학창 시절 때 자해를 한 적도 있다며 정신질환에 따른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조씨는 피가 솟구쳤다. “그놈이 딸은 물론 우리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한 녹취가 (딸의) 휴대전화에 생생하게 남아 있고, 현장에서 발견된 그놈 가방에서 염산과 로프까지 발견됐는데 우발적이라니요. 아무리 돈 받고 하는 변호사라지만 그게 말이 되나요.” 조씨는 그날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공판이 끝난 뒤 아버지 김모(58)씨는 “스토커를 엄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만들어 돌렸다”며 “딸이 죽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스토킹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무작정 찾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5월 여성혐오 논란을 낳았던 강남역 살인 사건 때문에 반짝 주목을 받았다가 이내 흐지부지됐다. ●8월 9일 3차 공판이 끝나고 만난 아버지 김씨는 당시의 악몽을 고통스럽게 얘기했다. 지난 3월 초 딸이 이별을 통보한 이유는 무직이었던 한씨가 증권사에 다닌다고 했다가 동대문 옷시장에서 일한다고 말을 바꾸는 등 결혼 상대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쳤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한씨를 정은씨는 되도록 차분하게 달래며 이별을 진행했다. 당시 정은씨는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총괄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악마’는 집요했다. 병원과 집 근처에서 스토킹을 했다. 정은씨의 집 맞은편 교회 옥상에서 감시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정체도 모를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3월 중순에는 빌린 돈 340만원을 갚겠다고 정은씨를 잠실대교 위로 불러내더니 “전 여자친구는 다리를 부러뜨렸다. 다시 만나자. 죽겠느냐 나를 택하겠느냐”며 협박했다. 김씨는 “딸이 실어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몇 주 내에 5kg 이상 살이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도 딸에게서 스토킹 사실을 전해 듣고 1개월간 직접 차를 태워 출퇴근을 시켰다. “하루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며 운동에 나선 게…. 그날 딸과 함께 있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9월 5일 4차 공판. 부부는 사건 이후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쪽잠을 자다가 딸이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놀라 깬다고 했다. 어머니 조씨는 “수면제도 소용이 없다”며 “(한씨가 수용된) 성동구치소를 길 하나 건너에 두고 사는데 언제 우리 가족을 죽이러 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괴로운 마음에 이사도 생각했지만 살인 사건이 난 집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딸의 방은 정리도 못 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조씨는 “차마 정리할 엄두가 안 난다”고 밝혔다. ●9월 20일 다섯 번째 공판,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화도 내고 울어도 보고 어디 분풀이라도 하고 싶어요. 머릿속에선 이미 가해자를 수차례 죽여 봤죠. 하지만 내 딸은 돌아오지 않아요. 죽은 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무능력한 가장이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아빠예요. 내가 좀 더 잘났으면, 내가 좀 더 힘이 있었으면…. 생계비를 벌면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불평 없이 부모 생각부터 했던 나의 작은 아가. 우리 딸 정은아.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해자 한씨 측은 여전히 ‘너무 사랑해서 너무 좋아해서 벌어진 실수’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10월 6일 오후 2시 동부지법 1호 법정에서 이동욱 재판장이 선고를 했다. 무기징역. 이 재판장은 “몇 차례 기회를 줬지만 피고인이 단 한 번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했으나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온몸에 힘이 빠져 버린 것처럼 어깨를 늘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형이 나올 때까지 항소하고 싶어요.” 아버지 김씨는 신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범죄는 7692건이었고 이 중 살인은 102건이었다. 2011년부터 5년간 평균 108.4명이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어머니 조씨가 말했다. “‘엄마는 지금 행복한데 너는 행복하니’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몰랐어요. 먼저 간 자식이 계속 부모를 걱정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언젠가 저도 우리 딸에게 가서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도 잘 살았다고 꼭 얘기해 주고 싶어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짝짓기하는 사자 한 쌍 근접 포착

    짝짓기하는 사자 한 쌍 근접 포착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의 야생동물보호구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사자 한 쌍의 짝짓기 모습이 근접으로 포착됐다.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영상들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크루거 사이팅스’(Kruger Sightings)는 ‘도로 옆에서 짝짓기하는 사자들 - 초근접 촬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 3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사파리 여행 도중 사자의 모습을 촬영하던 관광객이 우연히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가만히 엎드려 휴식을 취하던 사자들은 갑작스레 자세를 바꿔 짝짓기를 시도한다. 보기 드문 광경을 가까이서 목격하게 된 관광객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사진과 영상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사자의 짝짓기는 약 30초 만에 끝이 난다. 한편 수사자는 암사자가 발정하는 기간이 되면 적어도 5~6일간 따라다니며, 하루에 무려 40번 이상 교배를 시도한다. 녀석들이 짝짓기를 자주 하는 이유는 수정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들게 낳은 새끼마저도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꼴로 생존하기 때문에 수사자는 한 마리의 성체 사자를 낳으려면 3천 번 이상의 짝짓기를 해야 한다. 사진·영상=Kruger Sighting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문화마당] 손이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일/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손이 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일/김민정 시인

    마흔 넘어 처음으로 네일숍에 가봤다. 타고난 손톱의 모양새가 워낙 못나다 보니 일찌감치 가꿀 의지조차 포기한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묘한 부끄러움에서 시작되는 낯섦이 내겐 더 컸던 듯싶다. 목욕탕 세신사와의 만남도 딱 그랬거니와 매일같이 손톱은 자라나고 한번 재미에 들리니 틈이 날 때마다 숍을 들락거리게도 되는바, 그래서 생긴 일상이라면 누군가의 손을 유심히 살피는 취미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손을 훔쳐보는 버릇이 든 뒤부터 누군가의 얼굴을 다르게도 기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백화점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1층 화장실을 찾고 보니 입구 한쪽에 자리한 의자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복장으로 보아 화장실 청소 업무를 맡고 계신 게 분명했는데 휴대폰을 쥐고 있는 한 손이 한눈에도 너무 빨갰다. 헉, 괜찮으세요? 아 뜨거운 물에 좀 데어서요. 그런데 왜 여기 앉아 계시는 거예요? 화장실이 더러우면 전화를 하라는 메모를 보기는 하였으나 그래서 달려온 것 같지는 않고 칸칸이 너무 깨끗해서 그럴 이유도 만무해 보였다. 편한 데 가서 좀 쉬시지 왜 여기 앉아 계시냐고요. 아주머니는 화장실로 들어서는 누군가에게 불편을 초래할까 두 다리도 잔뜩 오그린 채였다. 내가 몰라서 물었을까, 아주머니가 몰라서 답을 안 했을까. 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이더니 이내 우물쭈물한 억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연신 붉게 데인 한 손을 쓸어내리는 거였다. 내 잘못으로 커피 쏟은 거예요. 정말이에요. 내 물음과 달리 아주머니의 자책이 뜬금없지 않음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내가 오지랖을 떠는 순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입이 있는데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보이지 않는 완력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최소한 커피는 화장실이 아니라 방에서 마시게 해주면 안 될까. 그게 왜 그렇게 무리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이유지만서도 붉은 손은 아픈 손, 그날 내 일기는 그랬다. 지난달 이사 때의 일이다. 이삿짐센터에서 사람들이 와서 보니 아홉에 다섯이 몽골 남자들이었다. 책짐이 많다 보니 몽골 사람들을 데려왔어요. 요새 한국 사람들은 힘든 일 안 하려고 해요. 몽골 사람들은 또 그렇게 착할 수가 없어요. 다들 다부지게 힘도 좋고요. 이사는 시작되고 방에 박힌 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응응, 그들은 시키는 족족 대답을 꼬박꼬박 해가며 묵묵히 땀을 흘려대면서도 저기요, 하고 부르면 환한 미소를 지어 가며 친절하게 응대했다. 그중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던 한 몽골 사내가 내 짐더미 속에 엉켜 있던 고양이 털에 연신 재채기를 해대면서 옥상에서 눈물을 흘려대는 것이었다. 식염수로 세수 좀 할래요? 뭐? 식염수 몰라. 소금물이요. 눈이 빨개진 몽골 사내가 손에 끼고 있던 면장갑을 벗는데 왼쪽 손의 검지, 중지, 약지가 뭉텅 잘려나가 있었다. 아팠겠다. 아파. 어디서 다쳤어요? 천안. 많이 힘들죠? 아니 나 괜찮아, 밤가시에 가족 있어, 딸도 있어. 아 결혼해서 일산 사는구나. 몽골 사내는 결혼반지를 자랑하며 그제야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몽골 좋아. 한국 더 좋아. 손 없어도 좋아. 딸이 좋아해 코리아. 돈 벌어야 해. 돈, 그렇지 벌어야 하지 그렇긴 한데 씁쓸해져서 말없이 건너편 집이나 쳐다보게 되는 헛헛함은 어찌할거나. 딸 이름이 달래라고 했다. 박태일 시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달래는 몽골 이름으로 바다라고. 바다는 예서나 게서나 역시나 짠 이름이 맞다 싶다.
  • [문화마당] 입과 발 사이에 우리가 있다/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입과 발 사이에 우리가 있다/김민정 시인

    마흔 넘어 처음으로 네일숍에 가 봤다. 타고난 손톱의 모양새가 워낙 못나다 보니 일찌감치 가꿀 의지조차 포기한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묘한 부끄러움에서 시작되는 낯섦이 내겐 더 컸던 듯싶다. 목욕탕 세 신사와의 만남도 딱 그랬거니와 매일같이 손톱은 자라나고 한 번 재미에 들리니 틈이 날 때마다 숍을 들락거리게도 되는바, 그래서 생긴 일상이라면 누군가의 손을 유심히 살피는 취미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손을 훔쳐보는 버릇이 든 뒤부터 누군가의 얼굴을 다르게도 기억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한 백화점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1층 화장실을 찾고 보니 입구 한쪽에 자리한 의자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복장으로 보아 화장실 청소 업무를 맡고 계신 게 분명했는데 휴대폰을 쥐고 있는 한 손이 한눈에도 너무 빨갰다. 헉, 괜찮으세요? 아 뜨거운 물에 좀 데어서요. 그런데 왜 여기 앉아 계시는 거예요? 화장실이 더러우면 전화를 하라는 메모를 보기는 했으나 그래서 달려온 것 같지는 않고 칸칸이 너무 깨끗해서 그럴 이유도 만무해 보였다. 편한 데 가서 좀 쉬시지 왜 여기 앉아 계시냐고요. 아주머니는 화장실로 들어서는 누군가에게 불편을 초래할까 두 다리도 잔뜩 오그린 채였다. 내가 몰라서 물었을까, 아주머니가 몰라서 답을 안 했을까. 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이더니 이내 우물쭈물한 억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연신 붉게 데인 한 손을 쓸어내리는 거였다. 내 잘못으로 커피 쏟은 거예요. 정말이에요. 내 물음과 달리 아주머니의 자책이 뜬금없지 않음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내가 오지랖을 떠는 순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입이 있는데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보이지 않는 완력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최소한 커피는 화장실이 아니라 방에서 마시게 해 주면 안 될까. 그게 왜 그렇게 무리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이유지만서도 붉은 손은 아픈 손, 그날 내 일기는 그랬다. 지난달 이사 때의 일이다. 이삿짐 센터에서 사람들이 와서 보니 아홉에 다섯이 몽골 남자들이었다. 책짐이 많다 보니 몽골 사람들을 데려왔어요. 요새 한국 사람들은 힘든 일 안 하려고 해요. 몽골 사람들은 또 그렇게 착할 수가 없어요. 다들 다부지게 힘도 좋고요. 이사는 시작되고 방에 박힌 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응응, 그들은 시키는 족족 대답을 꼬박꼬박 해 가면서 묵묵히 땀을 흘려 댔다. 크고 말간 땀방울들이 목덜미를 타고 뚝뚝 떨어지는데도 “저기요” 하고 부르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가며 친절하게 응대했다. 그 중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던 한 몽골 사내가 내 짐더미 속에 엉켜 있던 고양이 털에 연신 재채기를 해 대면서 옥상에서 눈물을 흘려 대는 것이었다. 식염수로 세수 좀 할래요? 뭐? 눈이 빨개진 몽골 사내가 손에 끼고 있던 면장갑을 벗는데 왼쪽 손의 검지 중지 약지가 뭉텅 잘려 나가 있었다. 아팠겠다. 아파. 어디서 다쳤어요? 천안. 많이 힘들죠? 아니 나 괜찮아 밤가시에 가족 있어 딸도 있어. 아 결혼해서 일산 사는구나. 몽골 사내는 내게 결혼 반지를 자랑하며 희디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몽골 좋아. 한국 더 좋아. 손 없어도 좋아. 딸이 좋아해 코리아. 돈 벌어야 해. 그 말에 신이 나야 하는데 씁쓸해져서는 말없이 건너편 집을 쳐다나 보고 있던 연유는 뭘까. 딸 이름이 달래라고 했다. 박태일 시인에게 들은 적 있다. 달래는 몽골 이름으로 바다라고. 바다는 역시나 짠 이름이다.
  • 100년 설계도 그릴 ‘스포츠 대통령’은 누구

    유권자 27배 확대… ‘깜깜이 선거’ 지적도 한국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할 통합 대한체육회장이 5일 선출된다. 지난 3월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맡던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뒤 반년 남짓 만에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이날 오후 서울올림픽파크텔 올림픽홀에서 진행된다. 김정행, 강영중 두 공동회장의 임기는 종료되고 이날 뽑히는 새 체육회장이 2021년 2월까지 체육회를 이끌게 된다. 올해에만 4149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대한체육회 회장은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모두 아우르게 돼 누가 ‘체육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장정수(65)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 이에리사(62) 전 국회의원, 이기흥(61)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 장호성(61) 단국대 총장, 전병관(61) 경희대 교수(이상 후보 기호 순) 등 다섯 후보가 선거인단 1405명의 선택을 받는다. 2013년 2월 직전 선거 때는 체육회 대의원들의 54표가 전부였지만 이번에는 유권자가 27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한다. 선거인단 구성을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화되고 지역단체 참여를 확대해 민주성과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구를 왜 지지하는 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란 지적도 있다. 선거인단은 체육회 대의원 62명, 회원종목단체 710명, 시도체육회 278명, 시·군·구 체육회 355명 등으로 구성됐다. 당연히 시도체육회장, 종목별 단체장 등이 포함돼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 등이 실제로 한 표를 행사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선거는 오후 1시 40분부터 후보당 10분씩 소견을 발표하고 오후 2시 45분 투표를 시작해 4시 15분쯤 종료된다. 오후 5시면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복고가 샤이니를 만나면…‘1 of 1’ 티저 영상

    복고가 샤이니를 만나면…‘1 of 1’ 티저 영상

    그룹 샤이니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1 of 1’(원 오브 원)으로 컴백한다. 샤이니는 5일 0시 멜론, 지니 등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5집 앨범 수록곡 9곡의 음원을 공개할 예정. 이에 앞서 4일 공개된 샤이니의 ‘1 of 1’ 티저 영상에는 세련된 사운드에 90년대 뉴잭스윙 무드의 세트와 의상이 더해져 샤이니의 컴백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샤이니의 이번 앨범은 한 여자에게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전한다는 내용이 담긴 뉴잭스윙 장르의 타이틀 곡 ‘1 of 1’부터 80년대 레트로 사운드와 현대적인 일렉트로 팝이 어우러진 댄스곡 ‘Feel Good’(필 굿), LP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을 주는 노이즈 음과 아련한 도입부의 멜로디가 특징인 ‘투명 우산 (Don’t Let Me Go)’, 80년대 특유의 사운드가 인상적인 ‘SHIFT’(시프트)까지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세련된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과 함께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종현이 작곡에 참여한 ‘Prism’(프리즘), 종현, 민호, 키가 직접 작사해 샤이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표현한 ‘Don’t Stop’(돈트 스탑), 팬들을 위해 온유가 직접 작사해 더욱 특별한 스페셜 트랙 ‘So Amazing’(쏘 어메이징) 등 총 9곡이 수록됐다. 한편 샤이니는 오는 6일 Mnet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7일 KBS ‘뮤직뱅크’, 9일 SBS ‘인기가요’ 등 각종 음악 프로그램을 비롯해 7일에는 2016 DMC 페스티벌 라디오 DJ 콘서트, 8일 2016 DMC 페스티벌 코리안 뮤직웨이브 등 콘서트에서도 화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영상=SHINee 샤이니_1 of 1_Teaser/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영화 ‘아수라’, 6일 만에 200만 돌파 ‘훈훈 인증샷은 덤’

    영화 ‘아수라’, 6일 만에 200만 돌파 ‘훈훈 인증샷은 덤’

    영화 ‘아수라가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9월 28일 개봉한 ‘아수라’는 개봉 6일 째인 10월 3일(월)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최대 흥행작 ‘내부자들’과 같은 흥행 추세이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신세계’(10일)보다 월등히 빠른 흥행 속도다. 200만 돌파를 맞이해 ‘아수라’의 주역인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인증샷을 공개했다. 공개된 인증샷은 악마를 연상케하는 머리띠를 한 다섯 악인들의 환한 웃음이 눈길을 끈다. 200이라는 숫자 풍선을 들고 훈훈한 외모를 자랑했다. 특히, ‘아수라’는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개봉 2주차 부산-대구 무대인사 및 부산 비프빌리지 야외 무대인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관객들과 더욱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거센 흥행 질주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더하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설승기 교수 IEEE 최고업적상

    설승기 교수 IEEE 최고업적상

    설승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최근 미국 밀워키에서 열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산하 산업응용분과 국제학술회의에서 ‘2016년 최고업적상’을 받았다. 설 교수는 에너지 회생형 엘리베이터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 아시아인으로는 다섯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설 교수는 지난 5월에도 IEEE 기술분야상인 윌리엄 E 뉴웰 전력전자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 [글로벌 시대] 기돈 크레머와 음악의 국경/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글로벌 시대] 기돈 크레머와 음악의 국경/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코펜하겐 콘서트홀의 음악회 표를 예매한 것은 순전히 기돈 크레머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닌가. 게다가 음악회 표도 비싸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 표는 아주 저렴했다. 온라인으로 발급받은 표를 살펴보다 그제서야 발트해 청소년 교향악단의 순회공연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곧 일흔을 맞는 거장 크레머가 발트해 청소년 교향악단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크레머가 이끄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덤이다. 크레머는 ‘발트해 3국’이라는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의 젊은 음악가들로 실내악단을 만들어 지난 20년 동안 함께 활동했다. 발트해 연안 10개국의 청년들로 이루어졌다는 발트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에스토니아의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의 막내 크리스티안 예르비가 2008년 설립했다. 비유하자면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지휘자 정명훈이 자기 나라, 지역 문화권의 젊은 음악가들과 해외 공연에 나선 꼴이다. 여기에 음악회는 제목부터가 ‘발트해의 발견’이었으니 이들이 해외 공연에서 노리는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첫 곡으로 선보인 폴란드 작곡가 바인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크레머는 젊은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거장의 풍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다음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와 에스토니아의 현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백조의 노래’를 예르비가 묶은 모음곡이다. 예르비의 넘치는 열정과 젊은 단원들의 발랄함은 음악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 주었다. 음악회는 앙코르 곡과 더불어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함께 일어나 열광하는 가운데 객석으로 내려온 예르비가 할아버지 관객과 팔짱을 끼고 춤을 추고서야 끝이 났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어린 후배들과 기꺼이 호흡을 맞추는 거장들의 헌신과 그런 선배들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젊은 음악가들의 모습이었다. 발트해 지역의 음악을 알리고 젊은 음악 인재를 키우고자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만들었던 크레머의 의지는 예르비의 발트해 청소년 교향악단으로 이어졌고, 이 모든 노력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음악회는 확인시켜 주었다. 예르비와 발트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다음날 공연 장소는 덴마크의 작은 도시라고 했다. 이틀 동안 아침과 점심 다섯 차례에 걸쳐 6000명의 청소년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아이들은 눈앞에서 교향악단 연주를 보는 것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즐겁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인가. 연주회의 감동을 돌이켜보니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발트 3국은 그동안 친숙한 나라는 아니었다. 일 년 반 전 덴마크국립박물관의 객원 연구원으로 코펜하겐에 도착하던 무렵에도 그저 그런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을 뿐이다. 이후 셋집을 옮기면서 뭐든지 척척 해내는 이삿집센터 에스토니아 청년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 발트해 3국과의 첫 번째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그 뒤 스치듯 들렀던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수도 리가와 탈린에서 나름의 깊은 역사와 문화적 저력이 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지만 음악가에게는 국경이 있다. 크레머와 예르비의 음악회는 발트해 3국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갖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조국의 음악 문화 발전에 전력투구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들이 있어 그들의 나라도 다시 보게 되었다.
  • 물질의 힘으로 시대가 짜맞춘 인류의 가치관

    물질의 힘으로 시대가 짜맞춘 인류의 가치관

    가치관의 탄생/이언 모리스 지음/이재경 옮김/반니/480쪽/2만 2000원 많은 문화 인류학자들은 문명의 발달을 인간 가치관의 향상과 밀접하게 연결짓는다. 정치·경제·사회의 발달은 더 높은 수준의 가치관으로 이어진다는 문명의 진화론이다. 실제로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기본적인 생각은 보편적인 것이고 때로는 절대 불멸의 가치로까지 여겨진다.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그런 문명론적 가치관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각 시대는 결국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관을 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물질의 힘이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 신념까지 한정하고 결정짓는다는 역설이 흥미롭다. 책은 진화론과 유물론을 결합해 10만년 전쯤 공평, 공정, 사랑과 증오, 신성한 것에 대한 합의 같은 형태로 처음 출현했다는 가치관을 속속들이 들춰내고 있다. 인류 문화를 수렵채집과 농경, 화석연료 시대의 3단계로 구분해 각 시대에 득세한 사회적 가치를 결정한 핵심 요인을 ‘에너지 획득 방식’으로 규정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문화며 종교, 도덕철학이 인간 가치관에 미친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난다. 저자가 가치관의 형성 과정에서 특별히 주목한 측면은 위계와 폭력이다. 우선 원시시대인 수렵채집기를 보자. 흔히 수렵채집 사회는 모든 물자를 공동 소유하는 ‘원시 공산 체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수렵채집기의 사람들은 소유와 소유물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사람이 만든 물건 하나하나에는 개인 소유자가 있고, 그 사람이 해당 물건의 사용과 용도를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정착해 농사를 짓고 살기 시작한 농경기의 가부장적 가치관도 색다르게 해석된다. 농업혁명 이후 여성에 대한 남성 주도권이 강화된 건 남성 농부가 남성 사냥꾼보다 횡포해서가 아니라 가부장제가 노동 조직화에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눈에 띈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끝없이 경쟁하는 세계가 성공 요소로 드러나자 남녀 공히 가부장적 가치를 공정한 가치로 수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딱 잘라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종류의 체제로 가동되고 다른 종류의 가치관이 득세했던 사회의 사례가 역사학과 인류학 기록에 하나도 없을 이유가 없다.” 화석연료 시대의 특징을 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위계 사이의 줄타기로 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200년 동안 이런 화석연료 가치관은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하지만 너무 줄이지는 않는 정부를 옹호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대목이 도드라진다. 특히 자본주의를 놓곤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적인 사람들이 에너지가 날로 늘어나는 세상에서 자본주의가 일을 도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았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일했다.” 갈등과 타협이 반복되는 가운데 문화적 진화의 경쟁논리가 작동해 덜 효과적인 방법들을 멸종시켜 나갔다는 저자는 21세기에도 이 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문화적 진화가 결국은 최선의(또는 가장 덜 나쁜) 결과를 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저명한 학자와 작가의 반박을 논평 형태로 실어 형평성을 살린 점도 책의 색다른 특징이다. 영국 엑서터대 리처드 시퍼드 교수는 저자의 주장에서 가치관과 문화 유형의 다양성이 축소됐다고 꼬집는다. 역사의 진전에 대한 견해가 지배층 이념에 가깝고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중심 이념을 지나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 예일대 석좌교수 조너선 스펜스는 저자의 데이터가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하는 데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코스가드는 사회에 실제로 퍼져 있는 가치와 사람들이 마땅히 보유해야 하는 참된 가치에는 차이가 있다며 저자의 도덕가치 측정 방식을 문제 삼는다. 그런 논박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가 화석연료 경제의 발전 한계수준을 돌파하게 될지, 또 돌파한다면 어떻게 할지’ 예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 동안 최소 다섯 개 사회가 농경 경제의 상한선을 강하게 압박했고 네 개 사회가 돌파에 실패했다. 실험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18세기 후반 북유럽이 화석연료 경제를 촉발시켰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 시대의 우리에게는 오직 한 번의 전 지구적 실험만이 허용된다. 실패는 곧 모두의 재앙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인터넷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인 시대다. 상대방에게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관계가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어디든지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편지가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푯값이 얼마인지, 동네 우체통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체국은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연간 40억개의 우편물을 도서 지역까지 배달하는 보편적 서비스부터 알뜰폰 사업,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금과 보험 등 금융사업에 힘입어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보편과 변화가 공존하는 우체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의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는 우표로 우체국에서 상시적으로 판매하는 우표를 뜻한다. 기념우표는 국내 중요 행사나 사건, 인물 등이 들어가며 발매 기간이 정해져 있다. 현재 보통우표의 가격은 25g짜리 통상우편 기준으로 300원이다. 보통우표의 발행량은 2006년 2억 500만여장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6000만여장으로 뚝 떨어졌다. 약 10년 만에 4분의1이 된 셈이다. 이렇게 수치로만 보면 우표 발행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일종의 ‘문화’로서 기능은 여전하다. ‘우취’, ‘까세’ 등 우표 수집 용어들은 아직 건재하다. ‘우취’란 우표를 수집하는 취미를 줄인 말로 우표 수집가는 우취인이라고 부른다. ‘까세’란 우편봉투에 그려진 도안을 의미한다. 보통 기념우표 발행에 맞춰 해당 우표와 디자인을 맞춘 그림이 들어가 있는 봉투가 만들어진다. ●우표 속 정치·경제·문화·역사 등 담겨 우표 속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이 담겨 있다 보니 우표는 시대의 기록을 담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표의 크기는 통상 가로, 세로 2~4㎝이지만 담을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표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인쇄상 오류로 탄생한 우표가 희귀 우표가 되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영국 여왕 즉위식 때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을 넣어 발행한 흑색의 1페니 우표(페니 블랙)다. 그로부터 이틀 후 청색의 2펜스 우표가 발행됐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는 ‘페니 블랙’보다 44년 늦은 1884년 11월 첫선을 보였다. 신진 개혁파 정치인이던 홍영식이 중심이 돼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업무를 시작하면서 ‘문위우표’를 발행했다. 문위란 이름은 당시 화폐 단위가 ‘문’(文)이어서 나중에 붙여졌다. 원래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짜리 등 모두 다섯 종을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 의뢰해 인쇄했지만 우정총국 업무 개시일까지 5문 우표와 10문 우표 두 종만 도착했다. 결국 나머지는 갑신정변으로 우정총국이 폐쇄된 후에 도착되는 바람에 사용되지 못했다. 우표에 얽힌 사연들도 다양하다. 세계 희귀 우표로 꼽히는 ‘뒤집힌 제니’ 우표도 그중 하나다. 1918년 미국 최초로 발행된 항공우표로 원래 우편용 비행기인 ‘커티스 제니’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제작 과정의 실수로 파란색 부분이 뒤집힌 채 인쇄됐다. 당시 이 우푯값은 24센트였지만 현재 100만 달러(약 11억 450만원)를 호가하고 있다. 우표는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1933년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간의 ‘그란 차코 전쟁’은 ‘우표전쟁’이라고 불린다. 당시 두 나라는 서로 차코 지방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차코 지방을 그린 우표를 내자 볼리비아도 뒤질세라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에서 유발된 양국의 싸움은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우표 디자인은 시대를 따라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 수립 때부터 1960년대까지는 인쇄 기술이 떨어져 단색 분판을 통해 도안이 됐다. 1970~1994년에는 60년대 후반 도입된 컬러 인쇄기계의 힘으로 다양한 색상이 재현됐다. 당시 우표는 핸드 드로잉에 의존해 아날로그적인 멋을 가지고 있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컴퓨터그래픽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합성·변형하거나 특수 시각효과를 넣은 디자인이 대다수였다. 2000년 이후의 우표는 핸드 드로잉이 주는 감성적 장점과 다양한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의 장점을 합친 ‘디지로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시변각 우표, 향기우표, 야광 우표, 스티커 우표 등 이목을 끄는 우표들도 나온다. ●우체국 예금 1905년·보험 1929년부터 시작 일반인이 아는 것보다 꽤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예금과 보험 업무를 해 왔다. 우편 업무의 시초가 1884년이었다면 예금과 보험 업무는 각각 1905년과 1929년에 시작됐다. 1977년 농협에 예금·보험 업무를 넘겼다가 경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983년 다시 가져왔다. 전국 3500여개 우체국의 절반이 넘는 약 55%가 도시가 아닌 시골에 위치해 우체국예금과 보험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금융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는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현금 입출금, 생명보험, 공과금 수납, 해외송금 등 보편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가장 큰 업무는 여전히 우편 서비스지만, 일감이 되는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정사업본부의 물동량은 일반우편물, 등기, 소포·택배, 국제우편 등을 합쳐 2002년 55억 3677만개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06년 48억 4185만개, 2014년 42억 8434만개, 지난해 40억 2051만개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타고 있다. 2011년부터는 예금·보험을 제외한 우편사업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우체국의 물류망, 금융망, 전산망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한 알뜰폰 수탁 판매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농어촌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우체국 쇼핑 사업도 활발하다. 우체국망과 온라인 쇼핑을 통해 김, 멸치, 과일, 한과 등 479개 품목 9200여종의 농수산물을 판매해 지난해 1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체국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 3월부터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를 출범시켰다. 포스트 페이는 우체국의 특화 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를 핀테크와 접목한 간편송금·간편결제 서비스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도 경조사비를 보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된 정부 기관으로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이나 포스트 페이처럼 국가 시책에 부합하면서 우수한 중소기업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영보정 등 복원 본격화… ‘충청수군의 본거지’ 위용 되찾을까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영보정 등 복원 본격화… ‘충청수군의 본거지’ 위용 되찾을까

    충남 보령시는 조선시대 보령현과 남포현을 합친 지역이다. 오늘날 보령시의 중심부는 옛 대천시에 해당한다. 보령읍성은 북쪽의 주포면, 남포읍성은 남쪽의 남포면에 흔적이 남아 있다. 대천이라는 땅이름은 시내를 흐르는 한내, 곧 대천(大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서 보령군이 됐고, 대천은 당시 면(面)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뒤 1962년 읍(邑)으로 승격했다. 보령군은 1986년 대천시와 보령군으로 나눠졌다가 1995년 보령시로 다시 합쳐졌다. ●조선시대 군사·행정적 역할 컸던 충청수영성 고종 9년(1872) 그려졌다는 ‘보령부지도’를 보면 두 개의 성(城)이 보이는데, 보령읍성과 충청수영성이다. 고려시대 현(縣)이었던 보령은 조선시대 부(府)로 승격되었다가 다시 현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륙의 보령읍성보다 바다에 면한 충청수영성이 훨씬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 건물의 규모가 크고 숫자도 많다. 충청수영성이 수행한 군사적, 행정적 역할이 매우 중요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충청수영, 곧 충청도수군절도사영(忠淸道水軍節度使營)은 말할 것도 없이 충청수군의 본거지다. 관할 해역은 북쪽 아산만에서 남쪽 금강 하구 장항만에 이르렀다. 해안선 길이는 992.8㎞로 점점이 이어진 섬이 250개나 된다. 충청수영성은 관할 해안선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에 있었다. 주꾸미 배낚시로 유명한 오천항이 충청수군의 옛 군항(軍港)이다. 충청도 앞바다는 고려시대 이후 남부 평야지대에서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도성(都城)으로 운반하는 조운선이 지나는 길목이었다. 왜구가 무리지어 침범했던 것도 양곡 탈취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따라서 고려시대부터 충청도 해안선에는 수군을 주둔시켰다. 조선시대에도 태조 5년(1396)에 벌써 ‘수군절도사의 병영이 보령현 서쪽 20리 지점에 있다. 수군첨절제사를 두어 방어케 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곳에 군영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세종 29년(1447)이다. 서해 바다의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영보정을 지은 것은 연산군 10년(1504)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보정은 시인 묵객이 줄지어 찾는 대표적인 명승의 하나가 됐다. 수영을 둘러싼 석성(石城)은 중종 4년(1509)부터 16년 동안 쌓은 것이다. 비로소 방어성으로 제 모습을 갖추었을 것이다. 당시 충청수영의 군선은 142척, 병력은 8414명에 이르렀다. 충청수군의 역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군(水軍)이 가장 주목받은 임진왜란 때도 지원군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충청수군은 선조 29년(1596) 한산도로 남하해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의 지휘를 받다가 이듬해 칠천량해전에서 패전하기도 했다. 충청수군은 해전에 나선 것은 물론 안면도 소나무를 베어 삼도수군의 군선(軍船)을 건조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충청수영성은 안면도·원산도로 둘러싸인 천수만에서도 좁은 내만(內灣)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다. 앞바다의 수심이 깊은 데다 서해안의 심한 조수간만의 차이에도 다른 포구와는 달리 배가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없다. 주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동산의 자연 지형까지 감안하면 천혜의 해군 요새라 할 수 있다. 충청수영은 관할 수역의 움직임을 봉화로 신속하게 파악했다.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에 따라 자체적으로 권설봉수(權設烽燧)를 운영했다. 어청도 봉수에서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거쳐 수영성 남쪽 1.2㎞ 지점의 망해정 봉수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다른 수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보령, 역사관광 도시로 발돋움해야 충청수영성은 병자호란 이후 수도권 방어가 가장 중요한 군사적 목표로 떠오르면서 이전론이 제기된다. 왜구를 막아 조운선의 안전한 운항을 도모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청나라와의 관계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왕실과 조정의 피난처인 강화도 일대를 보호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결국 정조 3년(1779) 충청수사의 지휘소인 행영(行營)을 태안반도 서쪽 끝 안흥으로 옮겨 10년 남짓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의 충청수영성에서 전성기 위용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영보정 복원을 시작으로 옛 모습을 되찾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곽을 되살리려는 발굴조사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문 밖 갈마진두(渴馬津頭)는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부 다섯 명이 순교한 현장이기도 하다. 보령이 대천해수욕장의 ‘머드 축제’를 넘어선 역사관광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충청수영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dcsuh@seoul.co.kr
  • 진원, “故박용하 선배님 생각난다고..” 슈스케 어땠길래?

    진원, “故박용하 선배님 생각난다고..” 슈스케 어땠길래?

    ‘슈퍼스타K2016’ 출연한 배우 진원이 화제다. 29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2016’ 2회에는 가수 겸 배우인 진원이 출연했다. 진원은 “Mnet ‘성교육닷컴’에도, ‘SNL코리아’ 크루로도 연기를 했다”며 “가수에 꿈을 안고 갔는데 연기에만 활동을 치중했다. 노래를 한 번도 배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진원이 부른 노래는 ‘고칠게’. 2008년 4월 발표된 Mnet 육아 리얼 버라이어티 ‘다섯남자와 아기천사’의 OST로, 진원은 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을 하고 OST도 직접 불렀다. 김범수는 “내가 이 노래를 안다. 이 노래를 부른 진원이 맞느냐”라고 물었고 진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김범수는 “나도 얼굴 없는 가수 출신이다. 10년 간 얼굴을 감추고 활동을 했는데, ‘고칠게’ 좋아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응원했다. 한편 방송 후 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심사평에 대해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성호 FNC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고(故) 박용하 선배님이 생각난다고 하시더라”며 “기분이 묘했고, 정말 영광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슈스케’ 진원, 누구길래? ‘가수 겸 연기자+박민지 前남친’

    ‘슈스케’ 진원, 누구길래? ‘가수 겸 연기자+박민지 前남친’

    ‘슈퍼스타K 2016’ 진원이 화제다. 최근 Mnet ‘슈퍼스타K 2016’에 출연한 가수 진원이 화제다. 진원은 2006년 Mnet ‘성교육닷컴’으로 얼굴을 알렸고 이듬해 KBS2 ‘최강! 울엄마’에서 주연을 꿰차며 연기자로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이때 여자 주인공이었던 박민지와 연인 관계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8년 Mnet ‘다섯 남자와 아기천사’의 OST ‘고칠게’를 부르면서부터다.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진원은 2011년 싱글 ‘아무렇지 않더라’를 발매했고, 지난 8월에도 ‘세레나데’를 발표했다. 29일 방송된 ‘슈퍼스타K 2016’에서 진원은 본인의 노래인 ‘고칠게’로 무대에 올랐지만, 4대3으로 턱걸이 합격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사진 = ‘슈퍼스타K 2016’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월드피플+] 부케 대신 강아지 안은 신부와 친구들

    [월드피플+] 부케 대신 강아지 안은 신부와 친구들

    신부는 늘 아름답다. 그리고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꽃다발은 신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준다. 하지만 이 결혼식의 신부는 꽃다발을 들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졌고, 세상 모든 이들의 찬사까지 한몸에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이달초 결혼한 사라 크레인이 그 주인공이 됐다. 부케 대신 강아지를 들고 찍은 결혼사진이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크레인은 버려지거나 위기에 빠진 개들을 구해 새로운 반려를 찾아주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 '피티스러브피스'(Pitties Love Peace)의 대표를 맡고 있다. 크레인은 ABC뉴스 등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최근 유기견이 된 박서-쿤하운드 강아지 다섯 마리를 결혼식에 참석시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문득 들러리 친구들과 함께 강아지들을 안고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이 흔쾌히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신랑 역시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이미 그들은 3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으며, 다른 개들을 맡아 키우기를 좋아하는 소문난 '애견 커플'이었던 덕이다. 그는 "신랑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지만 나 못지 않게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면서 "신랑 친구들에게 강아지를 들고 사진 찍으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그들 역시 기꺼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크레인이 부케 대신 강아지를 안고 결혼사진을 찍은 건 자신들의 활동이 좀더 친숙하면서도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크레인은 "우리 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강아지들 뿐 아니라 다른 개들도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낸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비즈 in 비즈] 갤노트7 안전·리콜 정부 책임 없나

    [비즈 in 비즈] 갤노트7 안전·리콜 정부 책임 없나

    다음달 1일 갤럭시노트7 판매 재개를 앞둔 삼성전자가 기존 제품 수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회수율은 기대만큼 크게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7일까지 국내에 판매된 40만여대 중 약 24만대(60%)가 걷히는 데 그쳤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 소비자 의식이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상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리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2011년 2세대(2G)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2G 가입자들이 단말기 무료 제공, 이전비(이동통신사를 갈아탈 경우) 등의 혜택을 입은 것처럼 이번에도 최대한 교환을 늦추면 삼성으로부터 뭔가 ‘당근’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돈 몇 푼 더 바라며 기존 제품을 쓸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습니다.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과연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 대해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사용중지 권고를 내린 데 이어 6일 만인 15일 공식 리콜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 판매된 100만대 중 60만대 이상이 수거된 상태입니다. 리콜률만 비교하면 비슷하지만 도심 접근성 등 국내보다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입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에서야 리콜 최종 승인을 해줬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제품 교환에 들어갔는데도 말이죠. 갤럭시노트7 리콜 담당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삼성전자에 리콜 계획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합니다. 그러면서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이 위해를 제거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하기 위해 총 다섯 차례의 전문가 회의와 자문위원회를 열었다”며 “우리가 미국보다 더 면밀하게 리콜 계획서를 검토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에는 일정한 책임이 있습니다. 배터리 KC인증 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제조사(삼성)가 의뢰한 시험기관(UL)의 성적서만 가지고 합격 판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는 전기 장판과 같은 전기 제품보다 위험성이 낮아 공장 심사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배터리 안전성 심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첫날] “내가 잠재적 범죄자라도 되나” 서약서 강요에 반발

    “김영란법의 취지야 당연히 공감합니다. 이 법이 없을 때도 교사로서 청렴의무 교육을 받았고요. 그런데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건 다른 문제 아닌가요? 반성문에 서명하라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29·여)씨는 28일 학교로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서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 법에 대한 내용을 철저히 숙지하고 준수하겠으며,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약서에는 ‘나는 어떠한 부정청탁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다섯 가지 서약이 적혀 있고, 맨 밑에는 자필로 서명할 수 있도록 직위와 서명을 하는 공간이 비어 있었다. 김씨는 “서약서를 강요하는 건 대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면서 “요즘 학생들에게도 반성문이나 서약서를 강요하지 않는데, 국가가 나서서 서약서를 강요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명시된 서약서 의무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가 나서 개인에게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며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제19조에 보면 공공기관장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 금지법을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이를 지킬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도록 명시돼 있다. 헌법학자들은 서약서 강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2002년 수형자의 가석방 시 준법서약서 작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서약서 강요 자체가 위헌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인권침해적 요소는 분명해 이 의무조항을 없애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인권침해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는데 향후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검토해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용 세계은행 총재 연임…그는 누구? “오바마 추천받아 선출”

    김용 세계은행 총재 연임…그는 누구? “오바마 추천받아 선출”

    김용 세계은행 총재(57·사진)가 연임됐다. 세계은행은 27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김용 총재의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 14일 13대 총재 후보 등록에서 김 총재가 유일한 후보로 나선 만큼 연임이 확실시됐다. 김 총재의 첫 임기는 내년 6월30일 끝나고,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2022년 6월30일까지 5년간 총재직을 맡게 된다. 김 총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아이오와주 머스커틴으로 이민울 갔다. 브라운대를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년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김 총재는 이후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일하다 2012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됐다. 김 총재는 2013년부터 지속된 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와 유럽·중동의 난민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絃의 노래… 바이올린 여제 3인 3색 독주회

    絃의 노래… 바이올린 여제 3인 3색 독주회

    바이올린 여제들의 ‘마력의 현’이 올가을 클래식 팬들을 찾아간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안네조피 무터(53)의 영민한 현, 바흐 무반주 전곡에 생애 처음 도전하는 정경화(68)의 완숙한 현, 차세대 여제로 입지를 굳힌 율리아 피셔(33)의 세련된 현을 10~11월 잇달아 만끽할 수 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눈에 띄어 열다섯에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 서고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천재 소녀’로 등장한 무터의 연주 인생이 40년째에 접어들었다. 그가 오는 10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다. 고전과 현대음악을 능란하게 넘나드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아우른다.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B플랫 장조 ‘대공’,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 B단조,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들려준다. 무터는 자신의 재단에서 길러 내는 젊은 연주자도 이번 무대에 세운다. 안네조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는 한국인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인 김두민(뒤셀도르프 심포니 첼로 수석)이 베토벤의 ‘대공’을 협연한다. 무터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공’은 베토벤이 후원자인 오스트리아 루돌프 대공을 위해 쓴 곡”이라며 “멋진 재능을 지닌 김두민이 고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고, 나와 김두민, 한국 관객들과의 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상징적인 작품이라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5만~18만원. 1577-5266. 대가의 손길에서 울려 나오는 ‘바이올린 경전’은 어떤 음색일까. 정경화가 11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줄 ‘바흐 무반주 전곡’ 얘기다. 그에겐 ‘모든 것이 사라져도 오직 매달리고 싶은 단 하나의 작품’, ‘온 영혼을 바쳐 도전하고 싶은 바흐’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를 멈췄던 그는 2010년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재기한 이후 줄곧 도전의 무대를 펼쳐 왔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으로 묶인 이번 프로그램은 연주자들에게는 한계를 시험하는 난제다. 깊이 있는 해석과 고도의 집중력, 단단한 체력까지 요구하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총 연주 시간만 3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인터미션(중간 휴식)도 두 차례 갖게 된다. 정경화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음달 4일 1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4만~15만원. 1577-5266. 힐러리 한, 야니네 얀선과 함께 ‘21세기 바이올린 트로이카’로 꼽히는 율리아 피셔는 10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2000년대 이후 유럽 클래식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그의 우아하고 폭넓은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세 살부터 바이올린을 잡아 온 그는 열두 살 때 메뉴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후 참가한 여덟 개의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거머쥔 실력파다. 스물셋이던 2006년 사상 최연소로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직을 꿰찼고 2008년에는 피아니스트로도 데뷔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피셔의 섬세한 감성과 기교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들로 짜여졌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소나티나 G장조,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티나 D장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장조를 연주한다. 5만~13만원. (02)599-5743.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탄피로 만든 펜으로… 콜롬비아 52년 내전 끝내다

    탄피로 만든 펜으로… 콜롬비아 52년 내전 끝내다

    26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북부 해안도시 카르타헤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일명 티모첸코)가 나란히 섰다. 1964년 농민반란을 시작으로 계속된 내전을 52년 만에 종식하기 위해 지난달 평화협정에 합의한 뒤 이날 열리는 공식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 2500명이 참석했다. 협상 장소를 제공했던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도 참석해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다.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를 뜻하는 하얀색 옷을 입어 달라고 요청해 참석자 대부분의 복장은 흰색이었다. 론도뇨가 먼저 서명하고 산토스 대통령이 같은 펜으로 사인했다. 이들이 서명에 사용한 펜은 실제 내전에서 사용된 총알 탄피로 만든 것이다. 펜 손잡이에는 “총알은 우리의 과거를 기록했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다”라는 문장이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다. 297쪽으로 구성된 평화협정문에 서명을 마친 산토스 대통령은 자신의 옷에 수년간 끼우고 다니던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 비둘기 배지를 떼어 론도뇨에게 건넸다. 론도뇨는 이를 가슴팍에 끼우고 웃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하고 어깨를 두드렸다. 제트기 다섯 대가 행사장 위를 비행하며 콜롬비아 국기의 색깔인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연기를 뿜어 하늘을 장식했다. 서명 뒤 론도뇨는 “우리가 전쟁 중에 초래했을지도 모르는 모든 고통에 대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산토스 대통령도 “우리 조국의 수장으로서 FARC가 민주주의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응답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인 FARC가 52년간의 내전을 종식하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공식 서명했다고 AP 등이 전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평화협정안을 다음달 2일 국민투표에 부치며 ‘찬성’ 의견이 많으면 평화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FARC는 정당 등 정치적 결사체로 재출범할 예정이며 180일 안에 유엔에 무기를 넘기고 무장 해제를 완료해야 한다. 미국은 3억 9000만 달러(약 4325억원) 지원을 약속하는 등 국제사회도 평화를 달성한 콜롬비아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FARC를 테러조직 목록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했다.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평화협정 서명은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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