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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 (20) 입으로 영어 통째로 외우기

    지금까지 국제표준발음을 연습하며 발음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교실 등에서 쓸 수 있는 지문을 통째로 암기하기에 대해 설명하겠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휘, 문법, 발음 등을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과 귀에 배어들도록 자동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입으로 몽땅 외우기에 거의 다 들어 있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만만치가 않다. 제대로 박자를 맞춰 정성 들여 최소 50번 이상은 소리 내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발음도 불편하고 박자도 안 맞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편해지고 영어의 맛을 느끼기 시작한다. 매끄럽게 넘어갈 때쯤 되면 단어나 문장을 생각하지 않아도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영어문장 내의 모든 요소들이 머릿속에 저장 완료된 것이다. 이쯤 되면 내용뿐만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영어도 편안히 들린다. 또 단어 몇 개만 갈아 끼우면 다른 문장도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게 된다. 통째로 암송하는 문장은 직업이나 취미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의 스토리 같은 것이어야 기억이 잘 된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서를 몽땅 입으로 암기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점은 언어학습 원리에 맞춰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탄탄한 영구기억으로 저장돼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영어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흥미를 갖고 영어 읽기를 접할 수 있을까? 별다른 훈련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명절을 예로 들어 소개하겠다. 첫째,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동기를 유발(motivation)한다.“우리나라 명절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할까?” 등 공부 욕심이 들 만한 이야기를 1∼2분 정도 지속한다. 둘째, 관련 어휘를 미리 생각(pre-vocabulary)한다.“명절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 등 얘기를 나누며 새로운 단어를 적고 따라해 본다. 머릿속 영어 엔진을 워밍업하는 단계다. 셋째, 목표를 가지고 듣는다(focused listening).“추석에 모여서 무엇을 하는가?” 등 주제와 관련된 오디오 교재를 듣고 의견을 말해 본다. 넷째, 눈으로 읽는다(silent reading). 책을 읽으며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찾아본 뒤 의견을 말해 본다. 다섯째, 대화식으로 읽는다(interactive reading). 직독직해 해석을 하며 대화식으로 진행한다. 여섯째, 흡수청취(input listening)한다. 이해한 문장을 소리로 들으며 영어감각을 입력하는 단계다. 한 번은 책을 보면서 듣고 두 번째는 내용을 음미하며 듣는다. 일곱째, 박자 맞춰서 읽는다(rhythm reading). 문장 위에 강세 표시를 해 본 다음, 박자를 맞춰서 읽어 본다. 이후 문장 여기저기를 지우고 읽고 나중에는 문장을 다 지우고 읽어 본다. 여덟째, 마무리 듣기(wrap-up listening)를 한다.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편안한 마음으로 들으면서 머릿속에 흡수한다. 이상 교실 등에서도 유용한 독해 수업 모델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에는 영화를 가지고 영어공부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 음절·강세만 지켜도 발음 좋아져

    지금까지 국제표준발음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발음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다. 국제표준발음을 연습할 때는 우선 음절(syllable)을 지켜야 한다. 음절은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한 덩어리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대개 우리나라 사람은 음절을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맨 마지막에 오는 자음에 ‘ㅡ’나 ‘ㅣ’를 붙여 독립된 음절로 발음하는 습관도 있다. 예를 들면 ‘cake(keik)’는 1음절 단어이기 때문에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 맞다. 마지막 (k)발음 뒤에 모음이 없기 때문에 받침처럼 앞 발음에 붙여서 발음해야 한다. 둘째, 영어발음의 특징은 강세에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강세가 있는 음절은 강하게 끌면서 발음하고, 없는 음절은 짧고 약하게 발음해야 한다. 틀리게 발음하면 다른 단어가 되거나 못 알아듣는다. 셋째, 정확한 모음발음법으로 읽어야 한다. 영어를 배우는 동안 발음 기호를 정확히 배운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글로는 자세한 설명이 힘들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 도표를 확인하길 바란다. 모음은 발음하는 혀의 위치에 따라 앞모음(front vowel), 중간모음(middle vowel), 뒷모음(back vowel)으로 구분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앞모음의 (i:)는 우리말의 ‘이’와 비슷하지만 입꼬리를 양쪽으로 좀 더 당기면서 하는 발음이다. 사전에 따라 (iy)로 표기하기도 한다.()는 우리말 ‘애’와 비슷하지만 턱을 더 아래로 벌리면서 내는 소리다. 우리말보다 입을 벌리는 범위가 크기 때문에 평소보다 입을 크게 움직여 연습하면 된다. 중간모음은 영어 발음 중 가장 쉽다. 힘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입안의 모든 근육에서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내면 된다. 뒷모음은 혀의 위치가 목구멍 쪽으로 후퇴한 상태에서 나는 소리이다. 넷째, 모음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자음발음법으로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흔히 (p/f),(b/v),(l/r)을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히 말하자면 (p)는 우리말의 (ㅍ)와 비슷하지만 (f)는 윗이빨을 아래 입술에 대고 내는 소리이다.(b)는 (ㅂ)와 비슷하지만 (v)는 윗이빨을 아래 입술에 대고 낸다. 다섯째,‘자음만의 음절(syllabic consonants)’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영어는 간혹 자음만으로 음절이 형성되는 수가 있다.‘Manhattan’의 경우 맨 뒤의 (tn)이 자음만으로 형성된 한 음절이다.(t)발음을 할 때는 혀끝을 위 잇몸에 대고 이빨로부터 0.5㎝쯤 뒤에 꺾어지는 부분에 닿게 한다. 이때 혀의 양 옆은 입 안의 어느 곳에도 닿지 않아야 한다. 혀끝을 떼지 않고 붙인 상태에서 다음 발음 (n)을 해보자.(맨)하면서 잇몸 안쪽에 혀끝을 그대로 붙인 채로 (은)하고 콧소리를 내면 된다. 혀를 잠시라도 떼면 (tan)으로 들리는데 외국인이 들으면 다른 소리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t),(d),(n) 다음에 강세없는 (l),(n)이 올 경우 일어난다. 여섯째, 빠른 속도로 말할 때 일어나는 음운 현상들에 대해 파악하자. 같은 자음이 겹칠 때(double consonants)는 하나만 발음한다.‘summer’는 ‘써머’로 ‘grammar’는 ‘그래머’로 발음해야 한다. 앞 단어의 끝 자음과 다음 단어의 첫 자음이 같은 발음일 경우 앞자음을 생략하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cold drink’,‘half full’,‘deep pool’ 등이 해당된다. 끝 자음의 생략(ommission of final consonant)도 유의하자.(l),(n) 뒤에 오는 끝자음 (d)는 자음 앞에서 생략된다. 자음 뒤에 오는 (t)도 생략되는 일이 많다.
  • [열린세상]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해야 할 일/ 김충현 서강대 교수 광고 마케팅

    [열린세상]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해야 할 일/ 김충현 서강대 교수 광고 마케팅

    ‘브랜드’시대다. 기업의 브랜드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정치인,CEO를 비롯하여 유명인들도 각자의 ‘브랜드’화에 적극적이며 심지어 개인도 자신의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홀트-GMI가 수출·통치·문화와 유산·국민성·관광·투자와 이민 등 6가지 요인으로 조사 평가한 국가 브랜드 가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3510억달러로 GDP의 37%에 해당하여 일본 9조 5900억달러, 미국 19조 7359억달러, 심지어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떨어지는 네덜란드의 9300억달러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GDP대비 가치는 더욱 평가절하되어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과 가치를 고려하여 국가 브랜드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여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국가 브랜드는 한 국가가 지닌 총체적 가치가 집약된 것으로, 이 가치는 한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활동하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유사한 기구가 발족했으나 선언적 의미 외에 무슨 성과를 산출했는지 의문이다. 국가 브랜드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으로 구성된다. 국가의 유형적 자산으로, 경제력이나 물리적 자원이다. 또 무형적 자산으로 문화나 국민성 등인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요소를 세계가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향후 국가 브랜드를 관리할 주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첫째,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와 논란이 지속되어 왔으나 분명한 정체성 확립에는 못 미치고 있다. 둘째, 관련 조직간 유기적 협조나 통합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해외 문화홍보원·서울시·한국관광공사 등은 각자 국가 이미지·홍보·관광 마케팅 등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과 서울 간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의 목표와 내용 등은 조정돼야 한다. 셋째, 중·단기 목표와 과제를 설정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단기성과에 급급하다 보면 과거의 낭비를 되풀이하게 된다. 넷째, 글로벌과 지역화와의 조화, 즉 글로칼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실현이다. 예를 들면 동일한 남미지역이라 하더라도 브라질은 경제적 가치를, 아르헨티나는 문화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세계적 관점을 적용시키되 지역적으로 현지의 상황에 맞게 접근하는 것 등이다. 다섯째,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활용이다. 세계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상품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를 한국 국가 브랜드와 잘 연결시켜 상호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품 브랜드뿐 아니라 유명 예술인·체육인·지식인 등도 한국 브랜드와의 연계가 돼야 한다. 일부에서 아직도 삼성이나 애니콜 등이 일본기업이나 브랜드로 오인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실정이다. 기왕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고자 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단계서부터 실행까지 치밀한 계획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가두시위 전문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세계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충현 서강대 교수 광고 마케팅
  • [문화마당] 모래성 같은 미술관정책/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국민대 겸임교수

    [문화마당] 모래성 같은 미술관정책/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국민대 겸임교수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살다 보면 결혼, 이혼, 재결합하는 커플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을 향해 왜 시행착오를 겪느냐고, 결정된 일을 번복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의 사생활일 뿐더러 그에 따른 책임도 당사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미술관·박물관정책업무가 혼선을 빚고, 수시로 번복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당기관, 단체들의 고통은 물론 뮤지엄 정책업무 공백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기 때문이다. 불과 3년 남짓한 기간에 미술관·박물관정책과가 신설되었다가 돌연 페지되기까지의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2004년 11월18일 문화관광부 예술진흥과에서 담당했던 미술관정책 업무는 문화부 산하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정책과, 도서관박물관과에서 담당했던 박물관정책업무는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정책과에서 각각 맡게 되었다. 당시 문화부가 미술관·박물관정책과를 신설한 배경은 무엇일까? 뮤지엄 업무의 효율화, 뮤지엄 정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예술진흥과는 미술·공연·출판 등의 예술정책을, 도서관박물과는 도서관·문화의집 등 문화기반시설 정책업무를 담당한 만큼 뮤지엄만의 특성을 살린 정책을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부는 새로운 예술정책에 기초한 미술관정책과 신설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첫째, 국가 전체 차원의 종합적인 미술관 정책의 수립 및 집행, 둘째,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정책기구, 셋째,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미술관진흥정책 개발, 넷째, 미술관과 미술현장이 직결된 정책과제 설정, 다섯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의 협력체계 구축, 여섯째, 미술관 경영 컨설팅 지원 및 지원사업에 대한 정책평가 기능 강화였다. 그런데 2008년 3월 문화관광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개편되면서 뮤지엄정책업무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미술관정책과는 문화부 예술정책과, 박물관정책과는 문화정책과에 각각 편입된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뮤지엄정책업무가 3년 전으로 회귀하는데도 이런 중대한 결정에 대해 설명해준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미술관·박물관정책과가 폐지된다는 소문이 떠돌던 2007년 말 경부터 2008년 3월까지의 수개월 동안 뮤지엄정책업무가 마비되고 관련단체는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도 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문화부로 편입된 뮤지엄정책업무가 겨우 틀을 갖추는가 싶은 요즘, 미술관·박물관정책 업무를 통합한 제3의 부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문화부 일각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인즉, 미술관·박물관 정책업무가 분리되면서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뮤지엄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부가 뮤지엄정책과를 신설하고, 폐지하고, 통합하려는 등 잦은 시행착오를 겪는 바람에 애꿎은 미술관·박물관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뮤지엄정책을 추진해도 부족할 시점에 즉흥·졸속 행정으로 일관하니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뮤지엄정책과를 신설하고, 폐지하고, 통합하는 일을 단행하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뮤지엄 관계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인촌 장관의 취임 이후 문화부는 예전보다 의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미술관·박물관인들은 문화부의 적극적인 행보에 박수치기를 주저한다. 왜? 혹 내일이면 무너질 모래성 같은 뮤지엄정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느라 저토록 바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어서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국민대 겸임교수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4) ‘독립문 공동체’ 예수회 박문수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4) ‘독립문 공동체’ 예수회 박문수 신부

    종로구 행촌동, 독립문 전철역 인근 골목의 천주교 ‘무악동 선교본당’. 마당과 툇마루가 달린 아담한 ㄷ자 한옥집의 이 선교본당엔 ‘독립문 공동체’라는 간판이 달려 있다. 천주교 신자들의 미사와 성사가 이뤄지는 신앙공간이기에 앞서 지역주민들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주기 위한, 이 지역 주민 공동체 운동의 중심. 천주교 예수회에 소속된 미국 출신의 박문수(67·본명 프란시스 부크마이어) 신부는 10년간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회복음’에 앞장 서온 독특한 사제이다. 예수회 사제로 살기 위해 한국에서 신학공부를 했고 예수회가 세운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로도 20년간 대학에 몸담았지만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곁을 택해 교수직도 버린 채 소신을 펴고 있는 거리의 사제요, 거리의 사회학자이다. ●공공임대 입주민들에겐 ‘과거사의 산증인´ 선교본당이란 재개발이 한창이던 지난 80∼90년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재개발 지역의 힘없는 빈민들을 돕기 위해 세운 작은 지역 성당들. 모두 5개의 선교본당이 세워졌고 무악동 선교본당은 그 가운데 가장 작은 본당으로 예수회가 맡아 오고 있다. 박문수 신부가 이 곳 주임신부 발령을 받은 것은 1999년이었으니 햇수로 10년째 주임 소임을 보고 있는 셈. 그동안 청소년 스카우트 운동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의 권익 찾기를 위한 자치회와 노인회, 부녀회 결성과 운영을 이끌고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서 이 지역 주민들에겐 아주 유명한 ‘푸른 눈의 신부님’이 되었다. 특히 독립문 일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사의 산 증인이다. 현재 이 선교본당에 적을 두고 있는 신자는 고작 50여명. 보통 성당이라면 응당 천주교 신자 중심의 신앙공간이겠지만 박 신부는 이 선교본당을 말할 때마다 꼬박꼬박 “사회정의가 깃든 지역사회를 일구기 위한 공동체”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인 만큼 신자든 아니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일곱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박 신부는 앨라배마 주 스프링힐 대학에서 철학과 생물학을 전공했으면서도 한국에서 사제로 살기 위해 한국의 가톨릭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예수회가 운영하는 스프링힐 대학에서 박 신부가 공부하던 무렵 미국 예수회에선 한국에 관구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었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박 신부도 함께 공부하던 한국인 학생들과 사귀면서 주저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사제의 꿈을 키워 한국행을 결심한 그가 번듯한 본당 대신 이른바 ‘도시빈민’들을 위한 작은 선교본당에서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시절 철거현장 강의로 유명 “원래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유전공학과 생명윤리는 천주교회에서 중요한 전략적 분야였으니까요. 하지만 서품을 받을 당시 군사정권의 암울한 한국 상황은 사제로서 개인적인 관심사에만 머물 수 없다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힘없는 지역 주민들의 수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재갈 물린 언론 등 초창기 한국생활에서 겪은 부조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한다. 한국사회를 좀더 알고 파고들기 위해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 하와이 주립대 대학원으로 유학,5년간 도시사회학을 공부한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직을 맡아 이 곳 선교본당 주임으로 오기까지 20년간을 강단에 섰다. 서강대 교수 시절 학생들을 이끌고 인근 도화동 재개발 지역을 찾아 다니며 철거현장의 폭력이며 내쫓기는 주민들의 아픔과 투쟁을 직접 체험케한 현장강의는 당시 박 신부에게 배웠던 사회학과 졸업생들에겐 지금도 잊지 못할 수업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한국의 재개발 사업은 정부의 투자를 기업체의 자본으로 충당하는 기본속성상 업체의 이윤창출과 가난한 지역민들의 희생이 따랐지요.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정부·업체의 횡포와 주민 강제철거는 도시사회학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학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알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사회에 뛰어들어 가난한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유학까지 다녀온 사제였으니 도시빈민들의 수난에 관심을 가진 건 당연한 일. 제정구(1999년 작고) 의원과 예수회 소속 정일우 신부가 주도했던 천주교 도시빈민회에 가입, 본격적으로 빈민운동에 뛰어 들었다. 먼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끝까지 한국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에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에 귀화했다.1985년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상계동 재개발 사건이 터졌다. 말로만 듣던 철거현장에 직접 나가 목격한 실상은 “정말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고 한다. “억울하게 내쫓기는 세입자들과 가옥주들을 원수지간으로 만들고 용역회사 직원과 깡패를 동원한 강제 철거, 무자비한 폭력에 수수방관하는 경찰…. 철거현장에서 저질러지는 비인간성의 극치를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에 눈물을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정의는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것 ‘나약한 대학교수’로 강단에 선다는 것에 회의를 갖게 되었고 현장으로 파고 들었다. 강제철거가 진행되는 재개발지역을 찾아가 폭력사태를 촬영하고 기록하다가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뭉치게 하는 일에도 나섰다. 1990년 독립문 지역 철거에 앞서 다른 예수회 신부 두명과 전셋방을 얻어 살면서 주민들과 세입자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결국 200가구에 달하는 세입자들이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이끈 주인공이다. 강단에 서면서도 늘상 “대학교수보다는 빈민들의 옆에서 활동하는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1999년 서울대교구에서 ‘선교본당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해와 미련없이 교수직을 내놓고 이곳으로 옮겨와 살고 있다.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가장 빠른 길은 가장 나약한 사람들을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하는 박 신부. 이젠 상황이 많이 바뀌어 도시빈민들의 입지도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홀대받기 일쑤라며 안타까워한다. “사제는 교회를 만들어 신자를 모으는 사목과 영성의 매개자로서의 소임도 갖지만 사람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일구는 ‘사회사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난 80∼90년대 도시빈민들의 실상을 알리고 권익을 찾는데 앞장섰다면 이제는 주민들의 눈 높이에 맞춘 또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기쁜 소식, 즉 복음의 가치는 바로 정의와 평화가 흐르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란 소신엔 변함이 없다.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 천주교 사제들과 평신도가 함께 뜻을 모은 도시빈민회에 참여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박 신부. 내년 2월이면 이 곳 주임신부 근무연한이 다해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지만 어디에 있든 ‘한국의 사회 사도’임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박문수 신부는 ▶1941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출생 ▶1960년 예수회 입회 ▶1966년 스프링힐대학 철학과 졸업 ▶1973년 가톨릭대 성신교정 신학과 졸업, 사제서품 ▶1979년 하와이주립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1979∼1999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1985년 한국 귀화 ▶1999년∼ 무악동 선교본당 주임
  • 중구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

    중구의 ‘여성 사랑’이 잰걸음이다. 출산부터 육아까지 일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여성 전용의 주차공간 확보,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여성이 안전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4일 중구에 따르면 ‘돌보고, 넉넉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여성 우대 정책이 5개 분야 73개 사업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여성들이 양육 걱정 없이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출산양육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 다섯째 500만원, 여섯째 700만원, 일곱째 1000만원, 여덟째 1500만원, 아홉째 2000만원, 열번째 아이부터는 3000만원을 지원한다. 이같은 출산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 6월말 현재 0세 인구는 1127명으로 지난해보다 139명이 증가했다. 또 시험관 아기 등 고액의 불임시술비로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없도록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의 130% 이하인 가정을 대상으로 1회 150만원 등 최대 300만원까지 불임시술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출산가정 중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 50% 이하인 가정을 대상으로 산후 2주간 산모·신생아 도우미를 보내준다. 여성 시설과 안전 대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야간에 여성이 안전하게 지하보·차도를 걸어다닐 수 있도록 서울역 앞 지하보도와 남산입구 지하보도의 시설물을 보강한다. 또 가정 폭력과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겐 치료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공중화장실의 여성용 시설을 확대한다. 공영주차장에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을 만들고, 승용차 요일제 적용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공공건축물을 지을 때 최상층에 여성전용 주차장을, 화장실에는 기저귀대를 설치하도록 했다. 구 관계자는 “보육과 출산 등 여성 관련 법규에 여성 친화적 조항이 삽입되도록 사전법제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공직 분야에서도 여성 간부를 확대하고 있다. 핵심 보직에 여성 공무원을 기용하고, 하반기 6급 이상 승진에 여성을 우선 고려할 예정이다. 지난 6월말 현재 6급 이상 여성 공무원 수는 16.4%(43명)로 지난해보다 7.5%포인트 늘었다. 또 여성 공무원들이 인사상 불이익 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대행제와 대체인력(18개 부서 122명)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국제유가 하락행진

    국제유가 하락행진

    국제 유가가 완연한 하락세를 타고 있다. 배럴당 15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던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최근 1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제3의 오일쇼크’를 눈앞에 뒀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셈이다. 최소한 올해는 올 초와 같은 유가 급상승이 재현되지 않으면서 배럴당 110달러 부근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1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WTI 선물은 전일대비 배럴당 3.12달러 하락한 124.0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4일 145.5달러보다 20달러 이상 빠진 수치다.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3.37달러 상승한 123.33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됐지만 이 역시 지난달 4일의 140.7달러보다 상당히 내려앉았다.30일에는 119.9달러까지 하락했다.4주 만에 17.3%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가 조사한 7월 다섯째 주(7월28일∼8월1일) 유류가격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ℓ당 1897.38원으로 지난주보다 ℓ당 39.33원 급락했다.2주 전보다는 51.34원 빠졌다. 경유값도 ℓ당 1893.12원으로 전주 대비 ℓ당 39.39원 내렸다. 석유협회는 7월 다섯째 주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전주보다 ℓ당 50∼60원 하락했고,8월 초에도 ℓ당 40∼50원 정도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8월 중순까지는 소비자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락의 원인은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 덕분이다. 미 상무부는 최근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예상보다 낮은 1.9%로 발표, 휘발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4%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가 급등세를 부추겼던 투기자금 역시 최근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유가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인도 등의 석유 수요는 올림픽이 끝나는 하반기 이후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비 OPEC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급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여기에 달러화 가치가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서면서 국제 유가가 하반기에는 110달러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금강산 관광객 피격 파장] “고양이도 무서워하는 성격이었는데… 관광객에 어떻게 조준사격 할 수 있나”

    북한군에게 피격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씨의 사망 경위가 속속 드러나자 시민들은 울분을 토로하며 정부와 현대아산의 안일한 대처를 성토했다. 직장인 유환규(40·성남시 분당구)씨는 13일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살인”이라며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고 여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조준해서 쐈는데, 민간인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졌다. 지난해 6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공동기도회에 참가했다가, 숨진 박씨와 같은 곳에서 북한군에게 붙들려 20여분간 억류됐던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김홍술(52) 목사는 “정부와 현대아산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남쪽 관광객이 자주 억류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사전에 관광객에게 위험을 알리거나 접근금지 팻말이라도 세웠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망연자실한 유족들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에 차려진 박씨의 빈소를 지키며 안타까워했다.6자매 중 셋째인 박씨의 둘째언니(56)는 “아직 팔순 노모가 살아 계신데 충격으로 정신을 놓을까봐 말을 못하고 있다. 뉴스를 보지 못하도록 TV도 일부러 고장 냈는데, 어디서 들으셨는지 ‘셋째 딸 어디 갔느냐.’며 계속 찾고 계신다.”며 울먹였다. 둘째 동서 강모(62)씨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을 정도로 진실했고, 이웃에도 선행을 베푼 인자하신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섯째 동서 강모(59)씨는 “고양이도 무서워서 근처에 가지 못하는 성격”이라면서 “북한군 초소가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석해했다. 아들 방재정(23)씨는 “믿기지도 않고,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긴 한숨을 토했다. 남편 방영민(53)씨는 “이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아내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모든 의혹들이 시원하게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美타임지 만델라 남다른 리더십 8가지 소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21일자)커버스토리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남다른 리더십 비결 8가지를 소개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권운동가인 만델라는 오는 18일 90세 생일을 맞는다. 타임은 만델라가 옛 남아공 정부의 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전사와 순교자, 외교관, 정치가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반세기가 넘도록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굳건한 신념과 더불어 정확한 판단과 전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이 분석한 만델라의 리더십 비결 8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들에게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델라는 투옥과 재판, 비행기 사고 등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아 경외의 대상이 돼왔다. 그는 무섭고 공포스러워도 지도자로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두려움을 내비쳐선 안된다고 말한다. 둘째, 앞에서 이끌되 근본을 잊지 않는다.1985년 무장 투장 대신 대화를 선택해 변절 의혹을 샀지만 인종차별철폐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 수정에 불과했다. 셋째,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록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 만델라는 “사람들을 설득할 때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그 일을 한다고 믿게 하라.”고 충고한다. 넷째, 적을 잘 알아야 협상과정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만델라는 백인들의 언어를 배우고, 백인에게 인기있는 스포츠인 럭비에 관심을 두면서 흑인과 백인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 전술을 세웠다. 다섯째, 라이벌과도 가까이 지내 줄 알아야 한다. 밖으로 내쳐 내 등을 찌르도록 하느니 차라리 내 영향력 아래 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밖에 외모 관리에 힘쓰고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며, 흑백논리 대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지녀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를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만델라는 종신 대통령 제안에도 불구하고 1998년 단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났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CEO칼럼] 변화의 대처와 적자생존/원완권 우림건설 사장

    [CEO칼럼] 변화의 대처와 적자생존/원완권 우림건설 사장

    흔히 다가올 천재지변에 대한 예측은 사람보다 동물의 감지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최근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했던 대지진 당시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정작 그곳의 두꺼비와 개구리는 지진이 있기 전에 대이동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작은 동물들도 피하는 거대한 자연의 변화에 왜 인간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역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자연의 법칙에서 적자가 되기 위해선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야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며 앞서가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기존 자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는 혁신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는 곧 ‘시장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이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서비스를 만드는 가치 창출 활동’과 연결된다. 기업은 창의적 발상을 통해 소비자를 리드해 나가야 한다. 그럼 변화와 혁신은 어떻게 추진해야만 하는가. 먼저 혁신은 번뜩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 아닌 오히려 힘든 작업을 수반하며 탄생된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평상시 겪는 작은 단위의 업무들을 생산적인 사고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변화와 혁신의 씨앗이 싹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선 기초를 다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변화와 혁신의 꽃을 활짝 피우고 확실한 결과를 도출해 성공한 기업들이 왜 흔치 않을까. 그것은 기업들이 혁신과정에서 다음 5가지 실수를 범하기 때문이다. 첫째, 단순한 단일혁신기법을 맹신한다. 둘째, 보편화되기 힘든 일부 사례에 집착한다. 셋째, 다른 회사의 사례를 무조건 적용한다. 넷째,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한다. 다섯째, 겉모습의 변신에만 집착한다. 이런 실수는 결국 회사의 여건이나 펀더멘털에 어울리지 않는 변화를 가져와 회사에는 큰 짐으로 남게 된다.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관리자, 각 부서장 등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다음은 기업 내 위기의식의 전파와 직원들의 인지,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위기의식의 공유 없이는 변화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또 변화가 심하고 개혁과 혁신에 묻혀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변화와 혁신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혁신을 행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초일류기업들의 특성 중 하나가 변화를 즐기는 문화인 이유도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전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함이다. 조직과 개인 모두가 안정을 두려워하고 변화의 소용돌이와 혼란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이노베이터라고 부른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기업의 고유 가치를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엄격한 반성과 인내를 바탕으로 변화를 즐기고 위기를 진취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을 선도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길이다. 원완권 우림건설 사장
  • 주걱턱 수술, 명품 V라인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나

    주걱턱 수술, 명품 V라인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나

    ●명품 V라인 통해 동안으로 만들어지는 얼굴 ●기능적·심미적 측면 모두 고려해야 만족도 높여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주는 포니테일 스타일이 인기다.귀엽고 청순한 모습과 더불어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이 헤어 스타일은 어떤 것보다 턱 선이 드러나 보이게 된다. 주걱턱으로 인해 얼굴 라인에 자신이 없다고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닐 수는 없는 일.자가진단을 통해 내 얼굴이 주걱턱으로 판단된다면,명품 V라인으로 나를 다시 태어나도록 주걱턱 수술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걱턱 자가진단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주걱턱 얼굴의 특징은 첫째,턱 끝이 길고 얼굴이 뾰족하며 목이 짧아 보인다.둘째,위턱이 상대적으로 들어가 보이기 때문에 코가 낮아 보인다.셋째,광대뼈가 좌우로 퍼져 얼굴이 커 보인다.넷째,얼굴의 중간부위가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다섯째,아랫니가 윗니보다 앞으로 나와있어 악어의 이빨처럼 반대교합이며 국수를 앞니로 끊어 먹을 수 없다. 주걱턱의 턱교정 수술은 저작 및 발음 등 기능상 문제와 V라인 얼굴형을 만드는 심미적인 두 부분이 모두 충족되어야 수술 후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그러나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외적으로 보여지는 심미적인 부분에만 목적을 둔 경우 수술 자체를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따라서 턱교정 수술 전 전문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걱턱 수술은 각 개인마다 턱의 돌출된 정도와 치열의 모양에 따라서 그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아래턱을 뒤로 넣는 수술·위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넣는 수술·돌출된 턱 끝을 다듬어 주는 수술이 있으며,치열교정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교정과 후교정이 다르게 결정된다. 김재승 교수(건국대학교병원 치과)는 “주걱턱에 대한 자가진단은 공개된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각 개인마다 턱과 치열의 특징이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그리고 얼굴골격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은 뼈의 성장이 완성되는 18세 이후에 수술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도움말:건국대학교 병원 치과 김재승 교수
  • [시론] 공기업 개혁 늦춰선 안되는 이유/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공기업 개혁 늦춰선 안되는 이유/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촛불집회로 혼이 난 정부는, 정권초부터 강조해온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많은 정책공약을 제시하였다. 국민들 마음에 깊이 새겨준 정책상품은 ‘작은 정부를 통한 경제활성화’였다. 그러나 정책다운 정책을 시행해 보기도 전, 촛불에 원칙이 타버린 듯하다.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정부개혁은 민심을 잡기 위한 정책상품이었고, 다수가 지지하였다. 행동하는 촛불민심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의 정부개혁 바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요사이 감사원 등에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절제되지 않는 낭비적 지출은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사소한 비용이다. 보다 큰 문제는 공공부문으로 인해 국가경제 전체가 부담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 너무나 크고, 이 비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첫째, 공공부문은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할 유인이 없으며, 낭비적 경영이 사적 이익을 높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액이 문제가 아니고, 세금으로 야기되는 일할 의욕상실, 투자의욕 상실의 비용이 더 크다. 둘째, 공기업이 존재하면, 해당 분야에서 민간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 공공성을 앞세워 많은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이상, 민간영역의 발전은 원천적으로 어렵다. 셋째, 공공성을 앞세운 공기업이 팽창하게 되면, 민간시장의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규제는 민간이 부담하게 되는 또 다른 형태의 세금이 된다. 넷째, 민간은 정부규제를 좀더 비용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과 관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해야 하므로, 그만큼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저해한다. 다섯째, 노동시장에서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서, 노동시장에 왜곡을 가져다 준다. 한국의 많은 인재들이 진취적인 민간기업보다는 신이 내린 직장으로 쏠리게 되면, 성장을 위한 인적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매우 어렵다. 민영화 대상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은 너무도 당연하고, 합리적 행동이다. 기득권을 침해받는데, 장기적 국가발전이란 논리로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이들 집단들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공공성 논리로 무장하여 정치권과 정부를 대상으로 정치적 행동을 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입장에서도 다수의 침묵하는 무관심 집단보다는 소수의 행동하는 이해집단들과 결탁하는 것이 본인들의 사적 이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공기업과 같은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개혁하는 것은 이해관계의 방정식상으로 해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철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기업 개혁은 정치상품을 내걸고, 국민의 다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집권초에만 할 수 있는 정책인 것이다. 촛불민심은 미국 쇠고기 문제에서 점차로 민영화 반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득권을 침해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촛불민심에 합류하고, 촛불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민영화 시행은 한해로 끝날 정책이 아니고,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집권초에 민영화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사회전체가 지금부터 효율적 구조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열매는 정권말기에야 나타난다. 촛불민심도 중요하겠지만, 이 정부를 지지했던 침묵하는 다수 민심의 바람도 읽을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 [글로벌 시대]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글로벌 시대]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지난 5월15일 필자는 외교통상부, 연세대학교, 주한 UNDP 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기구 취업 설명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유엔 본부 등 16개 주요 국제기구의 인사담당자들이 각각의 기구에 대해 소개한 이 설명회에는 약 1500명의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가 참석했다. 행사 프로그램 중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과의 만남의 시간이 있어 필자의 근무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그날 가장 인상적인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국제기구 종사자는 영어로 본인의 의견을 여유있고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지원하는 자리마다 요구하는 영어 수준이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연설문 및 보고서 등을 많이 작성해야 하는 직원의 영어 수준은 IT에 종사하는 직원보다 더욱 높아야 하겠다. 영어 외에 제2의 유엔 공용어인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 한 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유엔을 생각할 때 보통 사람들은 뉴욕 사무국을 많이 떠올리는데 실제 유엔은 사무국 외에 세계 도처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2의 유엔 공용어를 구사하면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둘째, 유엔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전공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유엔은 영양사, 의사, 전문 변호사(인권, 지적 재산권, 통상, 영토분쟁 분야 등)에서 회계사, 기금 모금 전문가, 언론인은 물론 교육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지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정 학과를 선택하는 것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실력과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여 열심히 전문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자기 분야에 대한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 국내외 인턴 혹은 자원 봉사 경험, 특히 외국에서 개발도상국에서의 전공 분야에 대한 경험이 가장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유엔 기구들은 대학원 이상 학생들을 자원봉사의 형태로 인턴으로 선발한다.6개월 이상의 인턴 경험이 있을 경우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선발시 가산점을 받게 된다. 인턴들의 경우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킹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더러 인턴 혹은 자원 봉사자로 일하다 계약직으로 고용된 뒤 결원이 생기면 정식 직원이 되는 경우가 있다. 넷째, 이력서 및 자기 소개서를 작성할 때 겸손하면서도 자신을 충분하게 마케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지나치게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유엔에 빈자리가 생기면 대부분 수백에서 수천 명이 지원한다. 따라서 인사 담당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다섯째, 인터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유엔에서는 사원채용 인터뷰시 경쟁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공석의 직무를 설명한 공고문을 면밀히 숙지해 자신의 경쟁력을 자기 소개서나 인터뷰를 통해 충실히 전해야 한다. 직종에 따라 요구하는 자질들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팀워크 또는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편이다. 유엔은 말 그대로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인성을 갖춘 사람들을 고용한다. 학력, 경력이 비슷할 경우 팀워크는 분명히 플러스가 된다. 이번 국제기구 취업 설명회에 참가 하면서 외교통상부의 노력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설명회가 한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국제기구의 시선도 우호적이 되리라 확신한다. 전혜경 유니세프 일본사무소 조정관
  • [시론] 18대 국회에 바란다/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시론] 18대 국회에 바란다/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대한민국 제18대 국회가 30일 개원한다.18대 국회는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후 6번째 국회이자 개원 60주년 국회다.18대 국회에서는 17대 국회와 달리 한나라당 중심의 범(汎)보수 세력이 절대우위를 차지했다. 진보세력은 위축됐고 야권은 약화됐다. 또한 18대 국회는 14대 이후 최다 무소속 의원과 역대 최다 여성의원을 탄생시켰다. 새로운 국회의 출범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17대 국회도 국민의 높은 기대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 이전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과연 18대 국회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국회가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선 국회운용의 측면에서 18대 국회는 헌법과 국회법 등 관련법규와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선거를 최소 1년 앞두고 선거구가 확정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1997년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제정 이후 한 번도 지켜지지 못했다.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상황이 더 심했다. 예결산 심의와 의결일정도 마찬가지다. 법정시한을 넘겨 처리하는 것이 관례화되었다. 이제는 극복해야 할 악습이다.18대 국회는 정해진 규정과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는 ‘착한 국회’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둘째,18대 국회는 물리적 충돌 없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몸싸움도 없어야 하고 단상점거도 없어야 한다. 끝까지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되 결정해야 할 시간이 되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회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 각 정당과 개별 국회의원의 표결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으면 된다. 셋째,18대 국회는 소속정당을 뛰어넘어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대통령제 정부형태에서 의회는 행정부 감독을 중요기능으로 한다. 견제와 균형의 역할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넷째,18대 국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사안들이 있다.18대 국회는 민주화 20년을 결산하고 민주화 2기에 적절한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헌논의를 선도해야 한다. 물론 헌정체제 변경논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하지만 논의의 장(場)은 국회가 되어야 한다. 최종 결정도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18대 국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힘써야 한다. 한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체제의 통합성과 정당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약자 배려정신은 18대 국회와 같은 보수우위의 국회에서 더욱 필요하다. 진보우위의 국회가 보수우위의 국회로 바뀐 것은 국민의 선택이다. 진보적 가치의 몰락은 아니다. 따라서 18대 국회는 ‘욕망의 정치’와 ‘가치의 정치’를 조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18대 국회는 ‘2008 총선민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총선민심은 한마디로 승자독식의 정치행태를 지양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18대 국회는 통합의 정치와 소통의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18대 국회가 ‘소통 광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4년 후 역대 최고의 국회로 평가받기를 기원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 최·강 라인, 환율읽기 ‘5대 미스’

    최·강 라인, 환율읽기 ‘5대 미스’

    수출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930원으로 해서 사업계획을 짰다. 그런데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수출가격 경쟁력이 생겨서 큰 이득을 볼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 박영주 차장에 따르면 환율이 940원이 되면 삼성전자는 연간 2750억원의 추가 이익을 본다.1040원대의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추가 이익은 3조 250억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에 덕이 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환율상승에 따른 구제책을 요구했다. 중앙회는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는데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봤다며 금융당국에 대책을 요구했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환율상승(원화 약세)을 지지하는 최중경 차관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을 원망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강 장관과 최 차관이 경제 현장을 3∼10년 정도 떠나있는 동안 금융·외환시장의 환경과 흐름이 엄청나게 변화했는데 그것을 간과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린다.‘최-강 라인’이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5가지 환율을 둘러싼 변화된 현실을 짚어본다. 첫째 ‘최-강 라인’은 최근 2∼3년 사이에 유행한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의 폭발력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키코(녹인녹아웃·Knock In-Knock Out)는 2005년에 본격적으로 시중 은행이 판매한 옵션거래 상품. 특정한 환율의 범위를 정해놓고 환율이 그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한 고정 환율로 달러를 팔아 환위험을 회피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환율이 단기급등해 계약 범위를 웃돌 경우(Knock Out) 계약하면 약정액의 2∼3배, 많게는 5배까지 달러를 구해서 고정 환율로 팔아야 한다. 이를테면 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을 20만달러를 900∼970원을 범위로 하는 키코 상품에 가입,2배 규모로 달러를 팔기로 했다면 환율이 급등해 1000원이 됐을 때는 40만달러를 팔아야 하는 것이다. 즉 환율상승에 대한 과실도 못따고, 별도로 20만달러를 구해 팔아야 하는 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기업이 투기적 수준의 환헤지를 시도했다는 비난은 별도의 문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22일 현재 키코로 손실을 공시한 기업이 16개에 이르고 피해 규모는 2328억원이나 된다. 피해 규모는 최대 2조 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 40조원가량 조성돼 있는 해외펀드의 80%가 환헤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강 라인’은 제대로 파악했느냐는 문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펀드운용사들은 환헤지 비용 증가로 증거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마진콜’에 시달렸다.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김 모씨는 최근 손실이 난 해외펀드(1억 5000만원 투자)의 만기를 1년 더 연장하려고 하자 판매사에서 2200만원의 환헤지 비용을 추가로 내라고 했다. 환헤지를 하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는 선진국과 다른 투자 행태가 환율이 상승하자 화를 입은 것이다. 셋째 최근 5년 사이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과 내수가 ‘완전히’ 단절됐다는 것을 간과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수출이 잘되면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 내수도 살아났지만, 이제는 수출기업들이 필요한 중간재를 모두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상승이 국내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환율 상승이 물가급등을 야기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덧붙였다. 넷째 수출기업 입장에서도 더 이상 환율상승이 수출증대의 주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기술력과 새로운 시장 확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다섯째 ‘최-강 라인’은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수정한 2008년 경제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망한 연평균 유가는 81달러다. 그러나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평균 유가는 5월 현재 배럴당 98.91달러로 이미 100달러에 육박했다. 두바이유도 13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상승은 인플레이션을 폭발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혁명가 중엔 ‘맏이’가 없다?

    혁명가 중엔 ‘맏이’가 없다?

    코페르니쿠스, 데카르트, 다윈, 마르크스, 볼테르. 이들에겐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지점에서 그 해답을 모색해본 책이 ‘타고난 반항아’(프랭크 설로웨이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미국의 저명 과학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지은이가 찾은 답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그들은 하나같이 ‘맏이’가 아닌 ‘후순위’ 출생자들이었다. 인류역사는 혁명의 역사였다. 익숙한 사고방식, 이데올로기와 결별하는 혁명적 발상이 인류의 추동력이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종교 개혁, 프랑스 대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인류역사를 고쳐쓴 대사건들의 이면에는 그러나 의문이 있어왔다. 낡은 사고틀을 깨고 변혁에 열광하는 이는 누구였으며,‘현재’를 옹호하는 온건주의자들은 또 누구였던가. 무엇이 그들을 판이한 관념의 세계로 갈라놓았는가. 책의 고민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형제자매의 후순위 출생자들이 전환적 사고방식으로 역사를 이끌어온 주역이라는 결론을 향해 쉼없이 재담을 늘어놓는다. ●첫째는 대부분 체제 순응적이며 보수적 종교개혁, 프랑스 대혁명, 공산주의 혁명 등 세상이 기억하는 121개의 역사적 사건들을 비롯해 코페르니쿠스 혁명,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 28가지 과학혁신을 요소요소에 동원했다. 이 대사건들에 엮인 인물만도 6500명을 훌쩍 넘는다.6500여명의 개인사료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역사를 바꾼 인물은 첫째보다는 후순위 출생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의 최고 원동력은 쉽게 말해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맥이 닿아 있다. 생태계에서 동일한 자원을 놓고 둘 이상의 종이 다투는 경우 점차 세력이 분화돼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는 다윈의 ‘분화의 원리’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부모의 보살핌을 한정된 자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형제(자매)들은 독특한 지위를 선점하려 저마다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출생순위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른 인격성향으로 나타난다는 해설이다. 첫째들은 자신을 권위와 동일시해 체제순응적이고도 보수적인 반면, 후순위 출생자들은 모험적이고 창조적이면서도 현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항적 성향을 보인다고 피력한다. ●후순위 출생자들 반항적 성향…인류역사 뒤바꿔 태어날 때의 유전자가 다른 게 아니라 부모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에서 행동양식이 서로 다르게 진화한다는 얘기다. 책의 매력은 단순히 출생순위에 따른 성향을 분석하는 데에만 머물진 않는다. 대사건의 전후 맥락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하는 묘미가 ‘덤’으로 따라붙는다. 예컨대,19세기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다윈의 진화론. 다윈이 창조론을 뒤엎는 학설을 내놓았을 때 서구 기독교 사회는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동물들을 조사하고 5년 만에 돌아와 진화론을 발표한 다윈은 6형제 중 다섯째.“살인을 고백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을 정도라니 그의 저술 ‘종의 기원’이 얼마나 획기적 산물이었는지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당시 다윈의 학설에 동조했던 토머스 헉슬리는 막내, 반대로 그를 맹렬히 비판했던 애덤 세즈윅과 루이 아가시는 신기하게도 모두 맏이였다. 그러나 물론 예외 사례도 적지 않다. 프로이트, 뉴턴, 갈릴레이만 해도 모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 맏이였다. 논의의 범주에 넣은 한정된 역사인물들을 줄세워 산술적 결론을 이끌어낸 책은 진화심리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는 전혀 딴 데서 독자들 스스로가 건져올려야 하지 않을까. 가족(관계)이 육중한 역사를 밀고간다는, 평범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진리를 새삼 대면하게 만든다.4만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바보 여신’의 시대?/김명곤 연극인·전 문화부장관

    [열린세상] ‘바보 여신’의 시대?/김명곤 연극인·전 문화부장관

    ‘광우예찬(狂愚禮讚)’을 쓴 에라스무스는 당시 유럽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광우여신’ 즉 ‘미친 바보 여신’의 입을 빌려 신랄하게 조롱했는데, 한동안 유럽 사회에 광풍을 몰고 왔던 ‘미친 바보 여신’의 오백 살쯤 후배인 ‘미친 소 여신’이 요즘 우리 사회에 광풍을 몰아오고 있다. 이 여신이 사용하는 언어도 ‘미칠 광(狂)’자가 주는 어감상 또는 의미상의 강렬함 때문인지 예사롭지가 않다.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언어들을 살펴보니 쇠고기 수입 협상 반대 측에서는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광우병에 걸려 대운하에 뿌려질 수는 없다.’,‘국민의 건강이 무슨 로또 복권인가?’ 같은 언어들이 사용됐고, 찬성 측에서는 ‘미친 발언’,‘유언비어, 거짓말, 미신에 포위된 나라’,‘골프장서 벼락 맞을 확률’,‘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같은 언어들이 사용됐다.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지면으로 차마 옮기기 어려운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언어들이 횡행한다. 그나마 이성적 토론을 한다는 국회 청문회에서조차 반대하는 측의 “남의 기준 가지고 협상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찬성하는 측의 “그런 확실치도 않은 말을 제정신으로 하십니까?”와 같은 언어들이 오고간 것을 보면 ‘미친 소 여신’의 위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미친 소가 일으키는 질병에 대해 확실한 사실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확실한 사실이 별로 없다.’이다. 광우병이라는 질병 자체에 대해서도, 발병 원인이 된다는 ‘프리온’도 불확실한 안개에 싸여 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몇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누구나 그 병에 걸릴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죽음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발생의 모든 위험성에 대해 무방비 상태의 협상안을 미국과 타결했다. 셋째, 그 타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을 알리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 말을 믿으려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넷째, 이 현상에 대해 협상을 주도한 책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다섯째, 궁여지책으로 임시방편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과 반대자들은 수긍하지 않고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친 바보 여신’은 오백년 전, 그 당시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왕에 대해 “일단 권력을 잡으면 오로지 공적인 일만을 생각해야지 사사로운 일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일반 국민의 이익만을 노려야 한다.­왜냐하면 그는 그의 미덕에 의해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별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재앙을 가져다주는 치명적인 살성(殺星)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현실로 존재하는 왕들은 법률을 모르고 있으며, 자기의 이익밖에는 생각하지 않으므로 공익에 대해서는 적의를 품고 있고, 유흥에 탐닉하고, 학문과 자유와 진리를 증오하고, 사회복지를 조소하고 있으며, 자기의 탐욕과 이기심밖에는 다른 준칙이 없다.”고 조롱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휘몰아치는 ‘미친 소 여신’의 조롱과 분노는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그 여신을 달래지 않으면 오뉴월 찬서리 정도가 아니라 온 나라가 커다란 ‘재앙’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국민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살성’이 아니라 구원을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별’이 되려면 이 나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오로지 공적’인 입장에서,‘일반 국민의 이익’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살펴서, 본인이 결정했던 협상안에 대해, 본인 스스로 책임 있는 결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명곤 연극인·전 문화부장관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6) 경남 함양군 마천면 점태양지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6) 경남 함양군 마천면 점태양지

    ‘성안’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점태양지’는 하봉(1781m)에서 뻗은 초암능선과 두류능선 그리고 두 능선 사이의 굴곡을 곁에 둔 산중 은신처다. 추성리를 우측에 두고 광점동∼깨진박골까지 이어진 시멘트 외길 도로마저 끊겨 온전히 흙길뿐인 곳, 별장처럼 쓰이는 한 집을 제하면 마을을 통틀어 두 집이 전부다. 이곳 지명의 정확한 유래를 확인할 순 없지만 마을 주민 선득영(47)씨는 그저 ‘볕이 잘 드는 양지’라 하여 그렇게 불린 것이라고 귀띔한다. 요즘 같은 계절엔 오전 9시는 되어야 햇살이 들지만 해발 600m가 넘는 데다 마을 주위의 거대한 능선들을 감안하면 그 볕도 꽤 많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볕 잘드는 양지´라는 뜻… 마을 통틀어 두 집뿐 이름 그대로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안은 마을에서 두류능선 산행 초입 쪽으로 더 들어서야 만날 수 있다. 선씨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기와파편은 물론 놋그릇에 칼자루까지 발견되었다는데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니 갖고 놀다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단다. 관련 자료에는 가락국 마지막 왕이었던 양왕(구형왕)이 군마를 이끌고 들어와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피난처로 이용한 성, 또는 신라가 백제를 방비했던 성 등으로 이곳의 석성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농막 한 채만 있을 뿐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은 아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남매를 인천의 장모님께 맡기고 아내와 단둘이 고향으로 내려온 선씨는 한봉과 염소 방목, 특용작물, 산나물 채취 등으로 생계를 잇는다.“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골이 좋아서” 귀농했다는 선씨의 주력 품목은 토종 벌꿀. 벌들이 충분히 먹을 만큼 빼곡한 꽃나무 덕에 양질의 벌꿀을 생산할 수 있다고. 작년 5월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방사한 반달곰이 벌꿀 20통을 거덜 낸 적도 있다. 다행히 적절한 보상은 받았지만 집을 잃은 벌들이 다른 벌통의 벌들과 싸우는 바람에 총 100통이었던 것이 39통으로 줄어버렸다.5월부터는 본격적인 분통 작업이 진행된다.1통당 많게는 3통으로 불릴 수도 있다니 올봄은 여느 해보다 더 바빠질 것 같다. ●선득영씨 부부, 아기염소 ‘깜순이´와 알콩달콩 고향으로 내려온 건 선씨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모 병원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했던 셋째는 깨진박골에서 ‘두리봉펜션’을 운영한다.7남매 중 대구로 시집간 막내를 제하고 맏이인 형은 추성리에서 ‘칠선산장’을, 선씨의 동창과 결혼한 넷째 여동생은 광점동 초입에서 ‘두레박흙집’을, 다섯째는 면소재지, 여섯째는 현재 같이 살고 있고, 아버지 삼형제 중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빼곤 역시 다 추성리 거주 중이니 그야말로 이 동네에서 태어나 다시 이 땅의 흙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선씨 가족은 4대째 점태양지에 태를 묻었다고 한다. 아기 염소 ‘깜순이’는 선씨에게 귀여운 강아지나 마찬가지다. 깜순이 어미는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혹독한 겨울에 깜순이를 낳았는데 젖을 찾아 달려드는 새끼를 내치기 일쑤였다. 하는 수 없이 방안에서 분유까지 먹이며 키웠더니 이제는 선씨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얼마 전엔 뜨거운 쇠죽가마에 빠져 걷는 게 영 성치 못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는 녀석, 절대 내다 팔 수 없는 녀석이다. 나란히 걸터앉은 선득영씨와 깜순이 등 뒤로 웅웅,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마을을 나서며 들른 ‘서암’에서 잠시 산쪽을 돌아보니 황갈색 두리봉펜션만 성벽처럼 보일 뿐 점태양지는 둥그런 봉우리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손바닥같이 작은 마을은 지리산 능선과 숲에 싸여 조용조용 하루를 접을 모양이다. 서암의 처마 끝 풍경소리만 산바람을 타고 그 마을에 가 닿는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을 탔다면 마천에서 내려 추성리까지 군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자가용의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산내∼마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함양과 생초IC를 각각 이용한다. 칠선계곡 이정표를 보고 의탄을 지나면 광점동과 추성리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점태양지는 왼쪽 광점동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근에 벽송사와 서암이 있으므로 오가는 길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 [정부 경기 하강국면 선언] 경제전망 입장변화 왜

    [정부 경기 하강국면 선언] 경제전망 입장변화 왜

    정부가 올해 경제 전망치를 전면 수정했다.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선언하면서 물가와 고용, 경상수지 등의 지표를 당초보다 더 나쁘게 봤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 만이며 지난달 10일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7% 성장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을 보고한 지 50일도 안 된 시점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6%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에선 5% 달성도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제 위기를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올 정도이다.2개월 전에 충분히 예측됐던 비관적인 경제 상황이 지금에서야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획재정부는 28일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근거를 5가지 들었다. 첫째,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했고 둘째, 재고가 쌓이면서 산업생산 출하량이 줄고 있으며 셋째, 소비자 기대지수가 1년 만에 기준치(100) 밑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사정 악화가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다섯째,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돼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과 소득의 괴리가 커져 앞으로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신규 일자리 창출은 당분간 20만명 안팎이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지난해 28만명 증가보다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때 일자리 창출을 연간 60만명으로 내세웠고 정부 출범 이후 다시 35만명으로 낮춰 잡았다. 이어 2개월도 안 돼 참여정부의 30만명보다도 못한 28만명 이하로 급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3.3%에서 3.5%로, 경상수지 적자는 70억달러 적자에서 100억달러까지로 조정했다. 정부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데 따른 ‘궤도수정’이라고 말했다. 경기후퇴론은 각종 통계치에 근거해 연초부터 제기됐지만 그 때마다 재정부는 ‘하방 위험성이 커졌다.’는 말로 예봉을 비켜갔다. 특히 경제운용에 보수적인 재정부가 통계청이나 국책연구기관에 앞서 ‘경기 하강’을 공식 진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재정부의 이런 ‘인식 변화’에는 복합적인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정책운용의 헤게모니를 한나라당이나 한국은행 등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육책’이자 ‘사전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기관들이 성장률을 4% 초중반으로 낮출 때마다 이를 무시하던 재정부가 자료에서 새삼 거론한 것도 뜻밖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5%로 낮췄다. 따라서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판정패’한 재정부가 앞으로는 SOC 투자확대나 세제개편, 규제완화 등 정책운용에서 여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추경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임시국회에선 일정상 추경이 어렵지만 18대 국회에서는 여당과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리와 환율정책에서는 정부 의지를 적극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 “한은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하며 환율도 거시경제지표 흐름과 괴리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한은이 딴 목소리를 내서는 곤란하다는 엄포용으로 해석된다. 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경제 전망이 총선을 앞둔 ‘경제 띄우기’이자 ‘장밋빛’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양반의 ‘자리 짜기’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를 보면 아내는 물레로 실을 뽑고 있다. 무명을 짜기 위해서다. 무명을 짜는 것은 여러 목적이 있다. 조선 후기 양반이 아닌 상민은 16세부터 60세까지는 군역을 지고, 직접 군대에 가는 대신 군포를 바쳐야 한다. 백성들에게서 군포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했던지,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니 젖먹이 어린아이도 군포를 내라는 황구첨정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의 남편은 양반이니, 아마 군포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오른쪽 아랫부분의 자리를 짜는 남자다. 자리와 돗자리는 같다고 해도 그만이지만, 굳이 구별하면 할 수도 있다. 돗자리와 자리의 재료가 왕골이거나 골풀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돗자리는 베를 짜듯 날줄을 미리 걸어두고 바디를 움직여 짠다. 자리는 고드랫돌에 날줄을 감아두고 왕골 가닥을 더하고 고드랫돌을 앞뒤로 옮겨가며 짠다.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와 김득신의 그림 ‘병아리 훔치기’는 모두 고드랫돌이 보이니, 돗자리가 아닌 자리 짜기인 것이다. ●조선 후기로 오며 경제적 기반 잃은 양반 속출 각설하고, 자리를 짜는 사람은 사방관을 쓰고 있다. 사방관은 양반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양반이 웬일로 노동을 하고 있는가. 양반 노릇을 하자면, 한문을 읽고 쓸 줄 알고, 좋은 풍경을 만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면 한시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성리학을 이해해야 하고 ‘소학’을 익혀 점잖은 말과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여기에 봉제사(조상의 제사를 지냄), 접빈객(손님 접대)을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든 양반다움을 실천하려면, 토지와 노비 소유라는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토지와 노비가 없으면, 자연히 양반 행세를 할 수가 없다. 한데 조선 후기로 오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양반이 속출하였다. 대부분의 양반은 육체적 노동을 기피하였지만, 이 그림에서 보듯 일하는 양반도 있다. 당연히 이 자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자리를 짜는 데 생계가 달려 있을 것이다. 양반이 자리를 짜는 그림은 김득신의 ‘병아리 훔치기’에서도 볼 수 있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달아나자, 마루에서 자리를 짜고 있던 남자가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마당에 자빠져 있는 것은 이 사내가 짜고 있던 자리다. 사내의 오른손 아래에 있는 검은 물건은 바로 사내가 쓰고 있던 사방관이다. 역시 양반으로서 자리를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원익이 귀양살이 하며 짠 자리 영의정 되자 보물로 생각이 트인 양반들은 자리를 짜는 것을 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원익은 훌륭한 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이이첨 일파에 대해 반대하다가 쫓겨났다. 심심하니 할 일이 없다. 이원익은 정치가이지 학자가 아니다. 이미 벼슬이 오를 대로 올랐고, 책도 읽을 만큼 읽었다. 귀양살이는 한편으로는 오랜만의 휴가다. 이 휴가에 무엇을 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리를 짜기 시작한다. 노동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사람이었으니, 솜씨랄 것도 없다. 한심한 작품이 나왔으나, 손수 노동한 결과물이라 소중하기 짝이 없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받기는 했지만, 그 한심한 물건을 즐거이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한데,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이원익이 다시 재상이 되자, 그가 짰던 한심한 물건은 영의정이 짠 자리가 되어 보물처럼 여겨졌다는 것이 아닌가. 자리도 누가 짜는가에 따라 이렇게 보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떤 분에게 듣고 과연 그랬을까 했는데, 장현광의 문집 ‘여헌집’에서 “완평(完平, 이원익)은 여주 호장(戶長)의 집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자리를 짜고 있다.”는 기록을 보고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이런저런 기록을 보면 양반들이 생활고에 몰리면 더러 자리를 짜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김낙행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인데,‘직석설(織席說)’이란 글 한 편을 남기고 있다. 번역하자면,‘자리 짜기의 이로움’ 정도의 뜻이 된다. 어느 날 김낙행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밥만 축내고 하는 일이 없다면서 형제간을 돌며 왕골을 얻어와 자리를 짜란다. 이웃 영감까지 불러 짜는 방법까지 전수시킨다. 아내의 말을 이기는 남편은 드문 법. 내키지 않았지만 해 본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갈수록 손이 익고 재미가 난다. 이런저런 고민을 아주 잊고, 밥을 먹거나 소피를 보거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아니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자리 짜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는 드디어 자리 짜기의 찬미자가 되어 자신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짜겠노라 선언한다. 급기야 자리 짜기의 여섯 가지 이로움을 설파한다. 첫째, 자리 짜기란 노동을 하기 때문에 공밥을 먹지 않는다. 둘째, 집 밖으로 공연히 나들이하는 일이 줄어든다. 셋째, 무더운 여름날 졸음을 잊을 수 있다. 넷째 공연한 근심거리에 마음을 쓰지 않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섯째, 잘 짠 자리는 늙으신 어머니께 올려 어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고, 좀 거칠게 된 것은 자신과 아내, 아이들이 깔기도 하고, 또 어린 계집종에게 주어 흙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한다. 여섯째,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자신처럼 살림살이가 딱한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리로 인한 깨달음인데, 아주 괜찮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김홍도의 그림 ‘자리 짜기’로 돌아가자. 자리를 짜고 있는 남자 위쪽에 아이가 글을 읽고 있다. 큰 책을 펴 놓고 작은 막대기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고 있다. 이제 막 글자 공부에 들어간 꼬맹이인 것이다. 서당에서 혹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다시 읽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랫도리를 벗고 있다. 아마 가난 때문일 것이다. 자리 짜는 아버지, 아랫도리를 벗은 아이라. 이 그림처럼 조선후기 양반사회의 분화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그림은 없다. 가난한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짜게 되었다. 하지만 양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사방관을 쓰고 있다. 벌거벗은 아들의 독서는 아직 양반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람들의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던 교육열은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으려 했던 자리를 짜던 아버지, 길쌈을 하던 어머니의 열망에서 혹시 나온 것은 아닌가. ●정조 때 자리 짜던 장인들 열에 여덟·아홉은 유랑민으로 지금 세상은 자리 또는 돗자리라는 것을 쓸 기회가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자리는 생활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맨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서 지낸다. 또 결혼식 등의 의식이 있어도 모두 의자에 앉는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모두 바닥에 앉아 생활하고, 의식이 있어도 모두 바닥에서 한다. 앞서 김낙행의 글에서도 보았지만, 노비의 경우 흙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으니, 자리가 생활필수품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은 역시 국가와 왕실이었다. 고려와 조선은 장흥고란 관청을 두고 국용(國用)·왕실용 자리를 관장했다. 관장한다는 것은, 지방에 공물로 배정한 자리를 받아들여 보관하고 사용할 때 내어주고 하는 것이다. 지방에서 장흥고에 바치는 자리의 양은 얼마나 되었을까? ‘세종실록’ 7년 8월 22일조에 의하면,1년에 5148장을 바치고 1년에 소용되는 것은 2216장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모든 지방에서 다 바치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경상도 안동 일대, 즉 순흥·예천·영천(榮川)·영천(永川)·풍기·의성·용궁 일대가 자리의 주 생산지였다. 여기서 매년 2월,8월에 장흥고와 상의원에 자리를 바쳤던 것이다. 장흥고가 일반 자리를 받는 곳이라면, 상의원은 꽃무늬를 넣은 매우 고급스러운 자리, 예컨대 용문석이나 만화석 등을 거두는 곳이었다. 그런데 안동 일대에서 자리를 짜서 바치면 장흥고나 상의원에서 퇴짜를 놓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자리를 짜는 석장(席匠)들이 땅을 팔고 집을 팔아 열에 여덟, 아홉이 유랑민이 되었다고 한다(‘정조실록’ 5년 12월28일조). 돗자리에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어려 있다. 한데 요즘은 중국산 수입 자리 때문에 자리 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하니, 더 딱한 일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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