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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자이툰 부대 어물쩍 철군 연기 안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일부를 내년 7월까지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부분적이나마 철군을 발표했는 데도 우리 정부는 여기저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과 여론의 전면 철군 압력을 받아들여 부분 철군을 선택한 모양새를 취했다. 철군안은 이라크 주둔 20개 전투여단 중 5개 여단을 철수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올해 초 이라크에 증파한 병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자 빼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의 실패가 지난 4년 반 동안 속속 드러나고 있는 데도 부시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기를 부리는 것 같아 무척 유감스럽다. 문제는 자이툰 부대이다.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의 주둔 연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동맹국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으로 두 나라가 파병 연장에 합의했다는 추측도 돌았다. 상반기 중으로 철군계획을 내놓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거듭 밝혀두지만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주둔군과 함께 연내에 철수해야 한다. 파병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들린다.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군 주둔에 따른 현지 안정화 성과는 외국 기업이 가져갔다. 조금 더 있으면 한국 기업에도 순서가 돌아온다는 말로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 동의·다산부대를 빼는데 자이툰부대마저 철수하긴 곤란하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북핵문제가 잘 풀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이다. 파병 1년 연장이나 부분 철군 등의 얘기가 흘러나 온다. 정부가 어물쩍 철군 연기를 시도하면 국민적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 동명부대 주둔 레바논 티르 가다

    동명부대 주둔 레바논 티르 가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는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레바논 분쟁의 본질을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맺고 있는 증오와 공모의 삼각관계에서 찾는다. 이 레바논 땅에 7월 19일 유엔의 푸른 모자를 쓴 우리 장병 359명이 파견됐다. 현재 레바논 상황은 그동안 우리 군이 파병됐던 여느 지역과 다르다.1년전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정전에 합의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지만, 상호 비난과 공격 위협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군의 협조를 얻어 레바논 남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명부대를 현지 취재했다. |레바논 티르 이세영특파원|지난해 여름 레바논을 엄습한 34일간의 전쟁은 인류가 움켜 쥔 한 줌의 도덕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기력한 것인지를 여지 없이 폭로했다. 강자의 이익이 정의로 통용되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전쟁기계’ 이스라엘을 향한 서방 세계의 비난은 불의한 동맹에 부역하지 않았음을 증빙하려는 ‘알리바이 만들기’에 가까웠다. 유엔이 뒤늦게 휴전을 중재하고 평화유지군을 증파했지만 레바논의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나라에 진정 필요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집과 의약품이라는 지성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7월전쟁 그후… 아물지 않은 상처들 베이루트에서 동명부대 주둔지인 티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양편엔 지난해 ‘7월전쟁’이 남긴 파괴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구멍 뚫린 집들과 주저앉은 교량. 이스라엘군의 정밀폭격으로 파괴된 것들이다. 수년은 족히 공사가 중단된 듯한, 뼈대 뿐인 건물들도 자주 눈에 띈다. 언제 폭격을 당할지 몰라 완공을 포기한 것이란 게 동행한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명부대 주둔지에 인접한 남부 최대도시 티르.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국내에는 알려졌지만 ‘자살폭탄 공격의 성지’로 불릴 만큼 시아파 무장단체의 활동이 왕성한 곳이다. 주민들 대부분 시아파 무슬림으로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당 아말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시가지 초입에서 기자들을 반긴 것은 지난해 ‘최강’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적같은 승리를 이끈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대형 초상. 그의 사진은 도로변 상점 진열장에서 승용차 뒷유리, 심지어 노점상의 리어카에도 어김 없이 붙어있다. 헤즈볼라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기자를 태운 버스가 주택가 도로에 멈춰서자 젊은이 10여명이 일제히 몰려들어 손가락으로 헤즈볼라의 상징인 ‘V’자를 그려 보인다. ●‘난공불락’ 3중 방어시설 동명부대는 티르 시가지에서 북동쪽으로 3㎞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콘크리트 ‘T’자 장벽과 돌과 흙을 채워넣은 마대형 장애물로 쌓은 3중의 방어벽은 외부로부터 로켓포 공격 쯤은 거뜬히 막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대 관계자는 “8월 한달 입수한 테러 첩보만 27건에 이르는 등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명부대는 작전지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지역 지도자들과 비공식적인 대화채널을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의 영내생활은 비교적 여유가 넘쳐 보였다. 일과를 마치면 운동을 하거나 영내 독서실과 노래방,DVD방에서 여가를 보낸다. 컨테이너 막사 앞에서 만난 한 부사관은 “작전을 나갈 때를 제외하면 영내 생활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평화만 지켜 주면 친미 국가도 괜찮다” 동명부대는 영외에서 펼치는 감시·정찰 활동 못지않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민사작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민들의 민심을 얻지 않고선 효과적인 작전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초부터 작전지역내 5개 마을을 순회하며 교량·학교시설 개·보수 등주민숙원사업 설명회를 갖고 있다.11일 주둔지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부르즈라할 마을에서 열린 오수관로 기공식은 시끌벅적한 시골장터 풍경을 연상시켰다. 행사가 열린 마을 광장 주변으로 몰려나온 500여명의 주민들은 “코리안 베리 굿”을 연발했다. 여대생 파티마(19)는 “한국군은 젠틀하고 친절하다. 이스라엘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면 친미국가라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동명부대는 예산이 없어 수년째 방치된 마을의 하수시설을 이달 안으로 완공해 주기로 약속했다. 공사는 부대가 현지업체를 선정해 실시하되 마을 주민들을 우선 고용하도록 계약을 맺기로 했다는 게 김용 민사작전반장의 전언이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민심을 얻기 위한 다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대의 안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듯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당장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의 표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부르즈라할 주민 후세인 리블리니(35)는 “이탈리아군도, 정부군도 싫다. 다만 한국군은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레바논 남부로 무기가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명부대의 주된 임무가 주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헤즈볼라의 무력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란 점이다. 자칫 헤즈볼라와 충돌이라도 빚어지는 날엔 주민들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적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지난 7월 16일 탄자니아군과 접촉하기로 한 티르 외곽의 약속 장소에서 동명부대원들이 도착하기 직전 폭탄공격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이같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대륙의 끝자락에서 1만여㎞를 날아 낯선 이방 땅에 둥지를 튼 359명의 젊은이들. 이들이 상심의 땅 레바논에 희망의 ‘동명(東明)’을 비춰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짜놓은 견고한 ‘숙명의 삼각형’을 뚫고 나가기엔 이들의 열정이 지나치게 맑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까닭이다. sylee@seoul.co.kr ■동명부대는 어떤 부대 |티르(레바논) 이세영특파원|레바논 동명부대는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부대, 아프가니스탄의 다산·동의부대와 달리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파병된 유엔 평화유지군이다.2006년 8월 유엔의 공식 요청을 받아 파병이 결정됐다. 레바논은 우리나라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군대를 파병한 5번째 국가다.PKO 활동을 위해 전투병을 파견한 국가로는 동티모르에 이어 두 번째다. 동명부대의 임무는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라 이스라엘 접경지역인 레바논 남부에서 정전상태를 감시하는 것. 그 중에서도 핵심은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무기가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임무는 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지난 7월 19일 부대 배치를 마치고 8월 13일 이탈리아 대대로부터 책임지역의 작전권을 인수했다. 작전지역은 리타니강에서 티르시 남단에 이르는 동·서 7㎞, 남·북 8㎞ 구역. 이 지역의 마을들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당 아말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부대 병력은 359명으로 장교가 78명, 부사관이 135명이다. 특전사 소속 전투병이 주력이다. 병사 144명은 행정·통신·의무·수송 등을 담당하는 지원병력이 대부분이다.4륜 ‘바라쿠다’ 등 장갑차 14대와 81㎜ 박격포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력사용은 자위적 목적에 엄격하게 한정된다. 장갑차는 감시·정찰 활동에 주로 이용된다.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선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민사작전도 병행한다. 교량과 학교시설 개·보수 등 주민숙원사업과 의료지원 활동이 주를 이룬다. 주민 수는 4만 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유엔 요청에 의한 파병인 만큼 주둔경비는 유엔이 부담한다. sylee@seoul.co.k
  • [누드 브리핑] 오시장, 일요일 아침 콜센터에 ‘암행전화’

    한 구청장이 수뢰혐의를 피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했는데요. 오세훈 시장이 시청 콜센터에 ‘암행 전화’를 건 결과,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하네요.●뇌물수뢰 혐의 피하는 노하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 곧바로 결백을 증명하는 방법을 S구청장이 공개했습니다.이 구청장은 최근 사석에서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이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돈 가방을 사흘 동안 갖고 있다가 검찰의 의심을 산 것을 보고 혀를 찼습니다. 그는 민원인들이 뇌물을 강제로 떠넘기니까 받을 수밖에 없고, 돌려주려고 해도 휴대전화를 꺼버리는 등 연락을 끊기 때문에 즉시 돌려 주지도 못한다면서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이 구청장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서울지역 구청장들은 뇌물을 피해가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그 노하우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뇌물을 받고나면 그 즉시 문자메시지로 “이 돈을 당장 되가져 가시오. 나는 결백한 사람이요.”라고 보낸다고 합니다. 문자메시지에는 송출시간이 기록되고, 그 기록은 휴대전화 판매회사에 남습니다.나중에 뇌물을 수사기관에서 문제삼을 때 본인은 되돌려 주려는 노력을 했다는 증거가 되지요. 그 이후 뇌물을 되찾아가고, 아니고는 뇌물을 준 사람의 책임이 되겠지요. 아울러 구청장 방에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뒷문이 있다고 합니다.골치아픈 민원인들이 방 앞을 지키고 있으면, 몰래 방을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건데요.S구청장은 아직 뒷문을 사용한 사례가 없지만 돌발상황이 닥치면 긴요하게 쓸 예정이라고 하네요.●다산콜센터 점검후 만족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민원전화를 처리하는 ‘120번 다산콜센터’ 본격 가동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청 콜센터가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를 자랑했는데요. 얘기는 이렇습니다. 지난 일요일(9일) 오전에 외국에 사는 한 지인을 만났다고 합니다.그 지인은 며칠 후에 승용차를 타고 남산을 가고 싶은데, 승용차가 정상까지 가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오 시장은 본인도 방법을 몰라 콜센터를 한껏 설명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전화번호 120번에 전화를 걸었습니다.정말 친절하게 잘 응대할지 호기심이 생기고, 일요일 아침이라 걱정도 됐다고 합니다. 안내원이 나오자 남산 N-타워를 가는 길과 승용차를 이용하다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 버스는 몇분 간격으로 오는지 등을 물었습니다.안내원은 잘 모르는지 방법을 찾아 곧 답신전화를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하네요.전화를 기다리면서 답신이 없으면 망신이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4분30초 만에 전화벨이 울렸고, 친절하고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시청팀
  • [문화플러스] 베이징 다산쯔 작가 30인전

    군수공장이었다가 지금은 서울 인사동처럼 예술촌이 된 중국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798구역을 일군 작가 30여명이 17∼21일 홍익대 현대미술관에서 ‘북경제조’란 전시회를 연다.40대인 작가들은 실험성 강한 작품을 선보인다.17일 1시30분에는 홍문관에서 작가 창신, 왕왕왕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도 열린다.
  • 이라크 파병 마지막 자이툰?

    올해 말로 파견기간이 만료되는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7진 교대병력 545명이 6일 아르빌 현지로 출국한다. 국회 동의에 따른 주둔만료 시점을 불과 3개월 남짓 남겨두고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물갈이’하는 셈이다. 국방부가 당초 국회에 약속한 대로라면 이번 교대병력은 ‘마지막 자이툰’이다. 지난 연말 국방부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임무종결(철군) 계획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주둔 기간을 1년 연장받았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교대병력의 임무기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이툰 부대와 마찬가지로 주둔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는 다산·동의부대에는 교대병력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도 대비된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교대 장병들에게 통보된 잠정적 파견기간이 6개월이란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육군 관계자는 “장병들에게는 (정부 결정에 따라)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6월 국회에 임무종결계획을 보고하면서 한·미 관계와 현지 동맹국 동향 등을 이유로 임무종결(철군) 시점 결정을 9월로 미룬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선 미국 정부의 요청과 국내 기업의 현지진출 가능성 등을 내세워 국방부가 한 차례 더 주둔연장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경기 광주시 특수전교육단에서 열린 교대병력 환송식에는 파병장병과 가족, 군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다산학 고향’ 강진서 온 세번째 초대장

    ‘다산학 고향’ 강진서 온 세번째 초대장

    전남 강진은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천주교도로 지목되어 장장 18년동안 유배생활을 한 곳이다. 강진군은 1999년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다산유물전시관을 짓고 강진시절 다산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학예직원이 한 사람도 없는 다산유물전시관의 전시내용은 ‘강진이 없으면 다산도 없었다.’고 할 만큼 다산이 경지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진시절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강진군은 다산유물전시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과 손을 잡았다. 예술의전당은 예술의전당대로 ‘강진청자문화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서예박물관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다산전시관의 전시를 공동주최함으로써 성격이 뚜렷한 전시관을 하나 더 갖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여기에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든든하게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시작된 두 기관의 협력은 2005년 첫번째 결실을 맺었다. 이 해 ‘다산과 제자의 만남’을 주제로 다산유물전시관에서 열린‘제1회 다산유물특별전’에는 영인본 일색이던 다산의 친필 편지와 저술 등 진본이 처음으로 대거 선을 보였다. 정약용 서거 170주년, 김정희 서거 150주년을 맞은 지난해 ‘다산과 추사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제2회 특별전에서는 차로 연결된 두 사람의 인연을 조명했다. 제3회 특별전은 역시 최고 수준 고려청자의 제작지 강진을 알리는 ‘강진청자문화제’가 시작되는 8일 함께 개막되어 새달 7일까지 열린다. 올해 특별전의 주제는 ‘다산 학예의 뿌리를 찾아서’. 다산 학예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과 다산학을 이은 제자인 ‘강진 18학사’의 유물 등 34건,47점이 출품된다. 대표유물은 다산 외가의 비장품인 ‘현친유묵(賢親遺墨)’.‘어진이를 높이고 친한 이는 가까이 대한다.’는 뜻으로 다산이 제목을 붙이고 발문을 지었다. 상권에는 퇴계 이황과 고산 윤선도, 미수 허목, 공재 윤두서, 원교 이광사 등의 글씨, 하권에는 윤복, 윤강중, 윤석각 등 7대에 걸친 외가쪽 인물의 편지를 싣고 해설했다. ’승암예문(僧菴禮問)’은 다산이 불후의 공력을 들여 ‘주역’과 ‘예기’를 큰 아들 학연에게 전수한 강의노트이다. 다산은 1805년 학연이 강진으로 찾아왔을 때 밤을 새워 두 책을 강론했고, 아들이 의문을 표시하면 대답한 것을 52항목으로 정리했다. 또 퇴계 이황이 안동부사 윤복에게 써 준 시 ‘안동부백 문시에게 줌(寄贈安東尹府伯文侍)’과 여기에 신석우, 윤정기, 허전 등 14명의 후대 문인들이 차운하여 쓴 시집 ‘귤동진장시첩(橘洞珍藏詩帖)’도 나온다. 이소연 서울서예박물관 큐레이터는 “예술의전당과 강진군의 협력을 계기로 강진 주민들이 다산학의 고향으로 자기 고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관련 유물을 본격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물론 박물관 설립계획도 세우고 있다.”면서 “예술의전당 쪽에서도 다산을 공부하면서, 다산을 다루는 의미있는 대형 전시회를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는 것도 적지 않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피랍자 추가 석방] “19명 모두 풀려나면 함께 귀국”

    피랍 41일 만에 전원 석방 합의를 이끌어낸 정부는 29일 본격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19명의 피랍자 모두 ‘안전지대’로 넘겨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프간 주둔군의 연내 철군 등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한 조치에도 착수했다.●“돌발상황 염두 끝까지 전력” 정부는 아프간 현지 특성상 여러 장소에 분산 수용된 피랍자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상황 관리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피랍자 인수·인계가 우리 정부로서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피랍단체측에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석방 경로와 과정,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피랍자의 동선이 드러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19명 가운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없어 응급 치료를 위한 현지 체류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전원이 풀려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함께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서 “정부는 긴장을 풀지 않고 앞으로의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동맹국에 공식 통보등 철군 새달부터 구체화 군 당국도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 부대의 연내 철군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철군 절차는 다음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동의·다산 부대의 연내 철군은 이전부터 계획돼 있었지만, 탈레반측에 우리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서류상의 계획에 머물고 있는 철군 준비 작업을 다음달 초부터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다음달 초 동맹국들에 철군계획을 공식 통보하고 병력과 장비의 안전한 이동 등을 위한 협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장수 국방장관은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석방돼 안전하게 귀국할 때까지 아프간에 나가 있는 군 협조단과 국방부 아프간 상황 대책반 등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의 기본적인 틀이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탈레반 무리수 둘 가능성 적어 이슬람권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고 정통성을 인정 받고 싶어하는 탈레반이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OIC)가 참석한 가운데 타결한 협상안을 폐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탈레반측의 설명처럼 스스로도 다수의 피랍자를 관리하느라 지쳐있는 데다 이미 이번 피랍사태로 나름대로 정치적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카불서 건강검진후 바로 귀국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카불서 건강검진후 바로 귀국

    28일 탈레반과의 협상 타결로 풀려나게 된 피랍자 19명은 앞서 석방된 김지나·김경자씨처럼 동의부대가 주둔 중인 바그람 기지에 머물지 않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저녁 가진 회견에서 “석방된 피랍자들은 가즈니주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로 가능한 한 빨리 이동,1차 검진 뒤 귀국경로도 빠른 시일 내에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풀려난 김지나·김경자씨는 가즈니주에서 동맹군측에 신병이 인도된 뒤 동의·다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그람 기지에 머물며 안정을 취하다 아프간 카불 공항과 인도 뉴델리 공항을 거쳐 나흘 뒤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피랍자들이 40일 넘게 억류됐던 만큼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서 풀려난 김지나·김경자씨처럼 현지에서 2∼3일간 안정을 취한 뒤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합참은 카불의 의료환경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단 동의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그람 기지로 피랍자들을 옮긴 뒤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합참은 동맹군측에 의료진과 병상 지원을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피랍자들이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선 일정기간의 휴식이 필요한 만큼 귀국일자는 이르면 다음달 1일이나 2일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피랍 19명 전원석방 합의] 대가 지불 여부는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의 석방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 철수 ▲아프간에서 일하는 한국 민간인 8월안 전원 철수 ▲기독교 선교단 아프간 파견 중단 등 3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도 이들 3가지 합의 사항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추가 합의 사항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국제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40일 넘게 피랍자들을 억류하고 있던 탈레반측이 이처럼 ‘평이한’ 요구조건이 충족됐다는 이유로 한국정부의 석방요구에 선뜻 응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고수했던 탈레반의 최근 협상태도에 비춰봐도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몸값 지불과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조기 철군을 이면으로 합의해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피랍사태 초기부터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몸값 지불 요구를 거두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명분’을 중시하는 탈레반 강경파가 수감자 석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내부 갈등이 노출되긴 했지만 미국 정부의 묵인 없이 ‘수감자-인질 교환’이 성사되긴 어렵다는 사실은 탈레반측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몸값 지불로 탈레반에 ‘실익’을 안겨주면서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부대의 조기철군 카드로 강경파의 ‘정치적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돼 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납치단체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아프간 정부 입장을 감안해 실현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면서 성의있게 노력해 왔다.”고 말해 몸값을 지불했을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파병 주무부처인 군과 국방부도 정부 결정이 내려진다면 언제든 아프간 주둔부대의 조기철군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군의 한 관계자도 27일 “다산·동의부대는 비전투부대인 데다 병력이 200여명에 불과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다산·동의부대원의 파병기간 6개월이 끝나는 10월 초에 철군하거나 병력을 1·2·3진으로 나눠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카드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다산부대를 먼저 철수하고 현지인 의료지원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동의부대는 연말까지 주둔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軍, 아프간 철군 모양새 고심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 석방 조건으로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조기철군을 다시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병 주무기관인 군과 국방부가 고민에 빠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28일 “정부 결정만 내려지면 당장이라도 다산·동의부대 병력을 뺄 수는 있지만 문제는 철군의 모양새”라면서 “파병정책에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다산·동의부대는 비전투부대인 데다 병력이 200여명에 불과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다. 현지 동맹군측과도 연내 임무종결에 따른 임무인계 절차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 장비 수송의 어려움을 제기하지만 다산부대가 운용 중인 건설중장비는 대부분 현지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군이 고민하는 것은 병력을 철수하더라도 국제사회엔 탈레반 요구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져선 곤란하다는 것. 주목되는 사실은 10월 초면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부대원의 파병기간이 6개월을 채우게 된다는 점이다. 해외파병 장병들이 6개월 주기로 임무를 교대해 온 전례가 있어 철군을 하더라도 위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탈레반의 ‘수 주내’ 철군 요구에도 부합한다. 당국자들 사이에선 다산부대를 먼저 철수하고 현지인 의료지원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동의부대는 연말까지 주둔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Metro] 서울광장서 명작드라마 상영

    26∼28일 서울광장에서 세계의 명작 드라마를 감상하는 쇼케이스가 열린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기간동안 ‘서울드라마어워즈’ 본선에 오른 세계의 드라마 34편을 소개하고,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드라마감상존’과 역대 유명 드라마 50편을 만나는 ‘드라마거리’를 운영한다.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고 연기를 해보는 ‘레드카펫’과 본선 진출 드라마의 명장면이 전시된 ‘드라마갤러리’ 공간도 만든다. 또 26일 오후 7시30분에는 아이비, 빅뱅, 김동완, 손호영 등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이 열리고,27일 오후 8시에는 록밴드와 비보이가 공연하는 드라마 콘서트를 펼친다. 방송협회에서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서울드라마어워즈에는 총 32개국 130개 작품이 출품됐으며, 시상식은 28일 KBS홀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다산콜센터(120)나 서울드라마어워즈 사무국(02-6900-8847)으로 문의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www.seouldram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정약용 유물 54점 첫 공개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년 강진 유배생활 중 남긴 친필 유묵(그림과 글씨) 등 54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남 강진군은 31일 군청에서 다산의 유묵과 함께 다산학맥의 뿌리인 퇴계 이황, 윤복, 윤선도 등이 직접 쓴 시집을 함께 선보인다. 다산은 남인계열로 퇴계와 외가인 해남 윤씨(윤선도)의 학맥을 이어받았다. 유물 중에는 다산이 퇴계와 외가쪽 친척들이 쓴 시집을 묶은 ‘현친유묵’ 상·하 2권이 있다.‘현친’이란 현인과 친척을 말한다. 또 퇴계와 행당 윤복의 만남을 보여주는 ‘퇴문제현시첩(退門諸賢詩帖)’, 다산이 마지막 제자인 윤종진에게 준 ‘예설(禮說·예절말씀)’ 등도 공개된다. 이번 작품은 강진군 자체 소장품과 개인 소장품을 대여한 것이다. 강진군은 서울 예술의전당과 함께 이번에 공개된 유물을 제6회 청자문화제 개막일(9월8일)부터 10월7일까지 도암면 만덕리 다산유물전시관에서 특별전시한다.강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학벌을 깬 사람들] (2) ‘대학중퇴’ 만화가 이두호 세종대 교수

    [학벌을 깬 사람들] (2) ‘대학중퇴’ 만화가 이두호 세종대 교수

    “우리 사회가 학벌이 아닌 작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만화계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곪은 것은 터져야 하기에 지금의 학위 위조 논쟁은 더욱 달구어 져야 합니다. 그 후에야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임꺽정’,‘머털도사’,‘객주’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두호(64)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나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익대 중퇴의 학력으로 세종대 교수에 임용된 만화계의 거장인 그는 뚝배기같이 구수한 작품들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만화가 인생에서 학벌 문제로 세 번의 화를 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화를 이기는 것은 끊임없이 솔직하고 당당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경력이나 직위가 아닌 만화가로 보아 주었다.”고 말했다. ●작품으로 평가받는 만화계 닮아야 경북 고령군 다산면 상곡동에서 자란 그는 초등학교 때 각종 미술전에서 상을 휩쓸고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피리를 불어라’라는 128페이지 만화를 그려내는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어린 이두호의 꿈은 화가였고,1964년 상경해 홍익대 서양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가난은 심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1968년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이 교수는 “솔직히 공부 안 해 내심 좋았다. 책까지 팔아 밥을 먹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이 나를 믿어 주신 것이 참으로 고맙다.”고 회상한다. 대학을 중퇴한 뒤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자 순수 회화를 하는 동창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일명 ‘딴따라’의 길로 들어섰다며 비난했다. 한번은 반가운 마음에 나갔던 입학생 동창회에서 맥주잔을 내던지며 첫 번째 화를 냈다. 이 교수는 “그냥 솔직히 나를 인정하고 보여주면 되는 건데 젊은 시절이라 화를 참지 못했죠. 지금은 입학생 동창회에서 같이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와요. 한번도 참여는 안 했지만….”하고 말하며 눈웃음을 짓는다. ●학력 속이는 건 절대 용납될 수 없어 두 번째로 화를 낸 것은 3년여전 한 박물관에서였다. 초청 인사를 소개하는 팸플릿에 자신을 서울대 미대 동양학과 졸업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중하게 고쳐줄 것을 요구했지만 고친다 해도 행사가 끝난 뒤 다시 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난감한 순간이었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20여년전 그의 만화책 중에는 홍익대 졸업이라고 소개한 것들도 있다. 그때마다 화를 내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출판사가 사정을 봐달라.’고 하면 좋은 게 좋다고 눈감아 준 적도 있다. 그는 “학력을 속이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주위 환경에 말려들어가 본의 아니게 학력 위조를 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기자들에게 그냥 만화가라고 소개해 달라고 한다.”면서 “만화가가 교수보다 나를 더 잘 설명하는 직업 아니냐.”고 되묻는다. 세번째로 화를 낸 것은 교수로 임용될 때였다. 그림 작업으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세종대 관계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빠서 정확히 못 들었지만 재학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한 뒤라 관련된 설명을 요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업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면접날 그는 총장과 이사장 앞에서 학교를 중퇴한 사실 등을 있는 그대로 가장 먼저 말했다. 그런 솔직함을 인정받았는지 99년 정교수로 발탁됐다. 그러나 임명식을 하는 자리에서 사회자는 그의 경력을 말하며 대학에 관한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실력 갖추면 학벌과 무관해져 학벌에 대한 세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 이 교수는 “젊었을 때 무조건 당당하게 내 학력을 이야기하곤 했다.”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니 이젠 학벌과 무관한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학벌을 가지고 힐난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없어졌다. 한번은 홍익대 학보사 학생들이 취재를 와서 “난 졸업생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학생들에게 너무했나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자식에게는 좋은 대학을 가라고 권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막내 아들이 고1 때는 중간 정도는 하더니 고3 때는 한반 57명 중에 53등을 한 적이 있어요. 애 엄마가 화가 많이 나 얘기를 좀 하라고 하더군요. 아들과 함께 둘이 낚시를 갔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학벌은 상관없다고 말해줬어요. 실력으로 학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갖출수록 학벌과 무관해지는 거라고. 그때부터 열심히 만화를 그리더니 지금은 대구의 한 예술대학에서 만화가의 꿈에 부풀어 있어요. 그 애들이 사회에 나올 때면 실력을 우선으로 하는 쪽으로 사회가 많이 바뀌어 있길 바랍니다.” 글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녹색공간] 북극곰 닮은 지구의 운명/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팀장

    지긋지긋한, 장마 같은 날씨가 이제야 멈추었나 보다. 이어 폭염이 시작된다. 생각해 보니 지난 두달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린 것 같다. 빨래를 제대로 말리기 힘들 정도였다. 외출할 때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녀야 갑작스러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도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몇달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려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장마라는 말을 없애고 6월부터 8월까지를 우기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전세계가 홍수피해로 아우성이다. 북한에서는 최대의 홍수피해로 이재민만 30만명에 이르고 전체 농지의 10분의1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남아시아는 폭우로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고 3000만명이 대피했다.30년 이래 최악의 피해로 기록된다고 한다. 매년 여름 전세계적 피해 정도가 예측보다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말 영국 가디언지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에 빠른 예측을 기사로 실었다. 이에 의하면 4도 상승에 따라 북극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북극이 완전한 바다로 변한다. 북극곰처럼 얼음에 의존하는 생물은 완전히 사라진다. 남극 역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럼으로써 해수면이 추가로 5m 상승하고 모든 섬나라는 수몰 위기에 놓인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 등지에서 새로 사막이 생성되고 여름 폭염이 더욱 심해진다. 스위스가 기온이 최고 48도, 영국은 45도까지 상승한다. 결국 유럽 인구가 북쪽으로 대규모 집단이동하게 된다.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상상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청소년 기후대사들과 함께 북극에 다녀왔다. 한국의 다산 기지가 있는 노르웨이 위쪽 스발바르 군도의 뉘올레순 기지였다. 지구온난화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북극의 현실이 어떠한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북극은,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녹지 않았고 그다지 춥지 않았다. 이곳은 북위 79도로 북극점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지만 대서양에서 올라오는 난류의 영향으로 영상 6도 정도의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번은 북쪽 빙하가 있는 지역을 찾아가 보았는데 곳곳에서 빙벽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선장에 의하면 여름에 빙하가 녹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작년 여름보다 빙하 경계선이 100m 정도나 후퇴했다고 한다. 배의 위치를 표시하는 GPS는 빙하가 녹아 바다가 된 지점을 빙하지점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이 GPS는 작년 데이터인데 올해 이미 이렇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경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본 북극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지만 곳곳에 호수처럼 생긴 구멍난 곳들이 보였다. 동행한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생긴 현상들이라고 한다. 지구가 온도 상승으로 피해를 볼 때 북극은 몇 배나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0.74도 상승하는 동안 북극은 4∼5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는 점점 녹아들어가면서 유빙에서 생활하는 북극곰도 먹잇감을 찾지 못해 점점 굶주려간다. 심지어 2004년 알래스카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 북극곰의 동족 포식이 3차례나 발견됐다는 연구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결국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아가는가 보다. 언덕에서 구르는 돌처럼 기후변화는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구온도 2도 상승까지는 최대한 막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전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교토의정서보다 더욱 강력하고 강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을 벌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미래는 멸종위기의 북극곰처럼 희망이 없어 보인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팀장
  • 조선시대 생물대백과 사전

    ‘시경(詩經)’은 기원전 11세기 서주 초기부터 기원전 6세기 동주 중기에 이르는 500년 동안 중국 북방 지역의 운문(韻文) 305편을 모은 일종의 노래책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이 ‘시경’을 배우지 않으면 담장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제자들에게는 ‘시경’을 읽으면 “날짐승과 들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에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多識於鳥獸草木之名)”고 충고했다. 실제로 ‘시경’에 나오는 하나하나의 시에는 예외가 없을 만큼 온갖 동물과 식물의 이름이 언급돼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경’을 공부하는 이들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동식물의 출현에 혼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청대에 새로운 학풍으로 자리잡은 고증학은 공자의 가르침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 결과 ‘시경’에 나오는 물명(物名·사물의 이름)을 풀이한 연구서가 줄지어 나왔고, 이런 분위기는 조선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명다식(詩名多識)’(정학유 지음, 허경진·김형태 옮김, 한길사 펴냄)은 바로 ‘시경’에 등장하는 생물의 정체성을 규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저술이다. 쉽게 말해, 시경에 이름이 나오는 동식물을 망라한 ‘생물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운포 정학유(1786∼1855)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이다.‘시명다식’은 그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뜻을 올곧게 이어받았음을 증명한다. ‘다식(多識)’은 제자들에 대한 공자의 충고에서 따왔다. 그러니 ‘시명다식’이란 ‘시경에 나오는 동식물의 이름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지식’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정학유는 주자의 ‘시전(詩傳)’을 비롯해 육기의 ‘모시초목조수충어소(毛詩草木獸蟲魚疏)’, 이시진의 ‘본초강목(本草綱目)’, 곽박의 ‘이아주(爾雅注)’ 등 매우 다양한 자료를 인용했다. 본문은 식물 170종, 동물 156종 등 326가지 생물을 ▲풀(識草) ▲곡식(識穀) ▲나무(識木) ▲푸성귀(食菜) ▲날짐승(識鳥) ▲길짐승(識獸) ▲벌레(識蟲) ▲물고기(識魚)의 8개 항목으로 나눈 뒤 각각 이름을 제시하고 설명했다. 자료 사이에 혼란이 있을 때는 자신의 생각을 마지막에 적어 넣었다.3만 5000원.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인질 파키스탄行 소문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 기자는 15일 보낸 여덟 번째 편지에서 “인질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관측이 우세하지만 조만간 탈레반이 인질들을 이끌고 파키스탄으로 향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면서 “현재 자금난에 시달리는 탈레반이 대면 접촉에서 비밀리에 한국 정부에 거액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탈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파키스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현재로선 미국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리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현재 이곳에서는 탈레반이 곧 인질들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미군과의 전쟁에서 점차 불리해지는 전세를 피해 보려는 계산인 것 같습니다. 물론 탈레반 측은 “아프간 내에도 숨을 장소가 충분한데 파키스탄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탈레반으로서는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히든카드’라는 게 이곳의 관측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 대면접촉이 이뤄지는 가즈니시의 적신월사 지부 건물은 아프간 정부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면접촉 때는 한시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해 탈레반 세력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양측 간 논의 주제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이곳 전문가들은 한국은 탈레반에 다산·동의부대 한달 내 철수를 약속하고 탈레반 또한 비밀리에 한국에 거액의 지원금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탈레반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죠. 제가 수차례 파키스탄만이 탈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곳 정치평론가인 스타나카지는 “현재 파키스탄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프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때문에 현재 아프간 내전 당사자인 미국이 나서서 파키스탄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했더니 “곧 탈레반과 대면 접촉을 재개하기로 한 것 자체가 계속 양측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대사관 측은 나머지 19명의 무사석방 또한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탈레반 측과 전화통화를 했는데요. 탈레반 대변인 중 한 사람인 자비훌라 무자헤드에게 나머지 인질들의 상태를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들의 건강상태 등에 대한 대답을 거부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여성 인질 1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석방될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해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 “美 등뼈 쇠고기 때문에…” 캐나다産 수입 올스톱

    미국산 ‘등뼈 쇠고기’의 불똥이 캐나다산 소로 튀고 있다. 미국산 갈비까지 전면 개방하기 위한 수입위험평가 절차가 중단되면서 이에 보조를 맞추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움직임도 올스톱됐다. 특히 이번주 예고된 미국의 등뼈 사태에 대한 공식해명과 재발방지책이 여론을 납득시킬 만한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돼 사태 장기화가 예상된다. 14일 농림부와 캐나다쇠고기수출협회(CBEF)에 따르면 캐나다산 쇠고기는 수입 허용을 위한 수입위험평가 절차 8단계 중 4단계인 ‘현지 가축위생 실태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역당국 실무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여 동안 캐나다 앨버타 주 등 현지 도축장과 가공장 등을 방문해 동물성 사료의 ‘교차오염’방지, 특정위험물질(SRM)제거·처리, 이력추적시스템 등 광우병 위험관리시스템 전반을 살폈다. 농림부 관계자는 “큰 문제점은 없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위생조건 체결(6단계)의 전 단계인 가축방역협의회 개최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겸역중단 조치’ 여파 때문이라고 캐나다측은 주장한다. 캐나다쇠고기수출협회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신경쓰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요구하는 수입위생조건 개정 작업을 방치한 채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허용 절차부터 진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미국산에 밀려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 시기가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갈비까지 수입하기 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험평가 작업은 등뼈 발견으로 5단계(가축방역협의회 검토)에서 중단됐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등뼈 쇠고기’에 대한 공식 해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이번주 중 통보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무게’를 재서 뼈가 든 상자를 골라내는 방법 등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미국은 뼈까지 수출하길 원하고 있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농림부 안팎에서는 미국측이 “30개월 미만인 ‘등뼈’는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며, 관리상 사소한 실수였다.”는 해명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韓·탈레반 협상장소 곧 결정”

    “韓·탈레반 협상장소 곧 결정”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20일째인 7일 탈레반이 인질석방을 위한 한국정부 관리들과의 첫 대면 장소를 7일 밤(아프간 현지시간) 결정할 것이라고 아프간 가즈니주 마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이날 밝혔다. AP 통신과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파탄 주지사는 “한국 관리들과 탈레반이 첫 대면장소에 대해 이날 밤 합의할 것”이라며 “가즈니주에서 대면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미 조지 부시 대통령과 아프간 하마디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탈레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한국인 인질-탈레반 죄수 맞교환’이라는 탈레반의 요구조건 변경을 위해 직간접 접촉에 주력했다. 정부는 또 일부 피랍자의 건강 악화 가능성을 우려, 우리가 마련한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범 이슬람권과 우방국의 외곽 지원을 유도하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방한 중인 알파 우마르 코나레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 면담하고, 아프리카 53개국의 대표기구인 AU가 한국인 피랍자의 조기 석방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미·아프간 양국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의 전략과 관련,“탈레반이 맞교환 요구를 변경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정부가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다각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미·아프간 양국 정상간 협의는 예상했던 수준이며, 두 정상의 발언이 피랍자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회담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관계 당사국들과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무장단체의 행위를 염두에 두고 유의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아프간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탈레반은 지도자위원회 이름의 성명을 내고 “탈레반 죄수를 즉각 석방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변화가 없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한국인 인질들에 대한 추가적인 위해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연합뉴스와의 간접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협조해 여성 수감자를 풀어주면 같은 수의 한국인 여성 피랍자를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마이니치와 인터뷰에서 “한국인 피랍자들이 라디오를 듣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들 가운데 현지 언어를 말할 수 있는 여성이 있어 인질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이 여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아프간 현지 민간 의사들이 탈레반에 전달한 의약품 말고 동의·다산부대를 통해 마련한 1차 의약품과 생필품, 피랍자 가족이 마련한 2차 의약품 등을 피랍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피랍자 건강 문제와 관련, 천 대변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면서 “의약품과 생필품 전달을 위해 지속적·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 이순녀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나주 영산포~청암역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나주 영산포~청암역

    전남 해남 땅끝에서 시작한 호남대로는 강진∼영암을 거쳐 나주땅에 이른다. 영암의 신북과 나주의 반남·왕곡 들녘을 지나면 영산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봇짐을 짊어진 상인과, 말을 타고 한양에 변방 소식을 전하는 관리들은 크나큰 장애물 하나를 만난다. 바로 영산강이다. ●수많은 배 오가던 영산포 76년부터 뱃길 끊겨 영산강은 담양군 용추골에서 광주∼나주∼함평∼영암을 거쳐 서해로 빠져 나가는 115.5㎞의 물줄기이다. 영산강은 고대 때부터 내륙 수송로나 왜구의 침략로, 호남평야의 세곡(稅穀)을 한양으로 실어나르는 통로로 사용됐다. 또 고대 문화를 꽃피웠던 반남 고분군 세력과 고려 건국의 기반이 된 나주 해상 세력의 ‘모태’이기도 하다. 영산포는 ‘19세기 나주 지도’ 등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심이 10여m로 중선배(20∼40t)와 전함이 드나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영산포는 고려말 왜구의 창궐로 흑산도 인근 영산현이 통째로 옮겨오면서 오늘날의 이름이 생겨났다. 그 이후 강변엔 자연스레 도시가 형성되고 내륙과 해상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고려때 세워진 영강동의 조창(漕倉)이 조선시대(1512년) 때 영광의 법성포로 옮겨지면서 한때 한적한 강변마을로 변했다. 그러나 1897년 목포항이 개항하고 일본 사람이 증기선을 타고 몰려든 1900년대 초부터는 또다시 내륙 포구로서 번창했다.1914년 호남선 철로가 개설되면서 정기 여객선이 끊겼지만 소금이나 젓갈 등을 실어나르는 포구로 여전히 큰 몫을 담당했다. 영산포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1976년 영산강 하구둑 착공과 함께 뱃길이 끊기면서부터이다. 지금은 상류의 4개 댐과 하구언 건설로 바닷물 유입이 차단돼 유량이 거의 없다. 강바닥이 드러나고 둔치는 주민들의 체육시설 공간으로 변했다. 예전의 나루터 자리엔 영산대교와 영산교가 연결돼 차량들이 오간다. 영산강 뱃길연구소장’ 김창원(56)씨는 “어릴 적에 수많은 배들이 오가고 사람이 북적였다.”며 “강바닥의 퇴적토를 긁어내고 뱃길을 복원해 포구의 옛 영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건이 둘째부인 장화왕후 만났다는 ‘완사천´ 남쪽에서부터 한양을 향해 먼길을 재촉한 옛 사람들은 영산포에서 여장을 풀었다. 영산포 옛 선창 인근에 위치한 홍해원(洪海院)을 비롯해 주막과 여관촌은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북적였다. 나주문화원 김준혁(47) 사무국장은 “옛 사람들은 홍수가 나 강물이 범람하거나 조수간만의 차로 강을 건너기 어려울 때 영산포에서 쉬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영산포에서 나주읍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창동 ‘새끼내들’∼영강진(나루터)을 주로 이용했다. 왕건이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 견훤을 치기 위해 나주에 왔을 때 둥구나루에 정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둥구나루는 직강화 공사 전엔 강이 둥글게 흐르는 만곡형으로 군선을 숨기기에 알맞은 천혜의 포구였다. ‘완사천(浣紗泉) 전설’도 이곳에서 생겨났다. 왕건이 영산강에 정박하던 중 무지개가 피어올라 와 그곳으로 따라가 보니 한 처녀가 샘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처녀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 왕건은 그를 둘째 부인으로 삼아 고려 2대 왕인 혜종을 낳았다. 장화왕후가 된 오씨부인 이야기이다. 이는 고대사회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격동기에 나주 호족 세력과 연합한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둥구나루∼완사천은 현재 제방으로 막혀 있다.‘1989년 대홍수’때 영산강 둑이 무너지면서 이 일대 마을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가 나기도 했다. ●다산 머물던 삼거리 주막집 흔적도 없이… 둥구나루는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로 유배를 가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이 헤어졌던 포구로 알려진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영산강을 건너 강진으로 향했고, 정약전은 배로 흑산도로 떠났다. 남고문을 지나 옛 나주읍성으로 들어서니 향교·관아터·정자·목사 내아(牧使內衙) 등 목사골임을 알려주는 유적이 즐비하다. 옛 사람들은 고관 대작들이 몰려 있는 읍성을 피해 한적한 원촌(院村)에서 하룻밤을 묵거나 주변의 주막에서 여독을 풀었다. 나주읍성 동문을 빠져 나와 나주원협 공판장을 거쳐 북쪽으로 1㎞쯤 가다 보면 성북동 청동마을이 나온다. 현재 7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옛 ‘청암역’ 자리였다. 마을회관 앞에는 지금도 말 먹이통으로 사용됐던 폭 1m, 길이 2m 크기의 구유가 놓여 있다. 김정우(66)통장은 “마을 어른들로부터 이곳에 큰 역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돌로 만든 말 구유가 2개 있었으나 1개는 유실됐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청암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광주나 장성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과 정약전이 ‘죄인’ 신분으로 귀양올 때는 청암역에서 서북쪽으로 2㎞쯤 떨어진 일반 주막을 이용했다. 다산은 읍성 외곽인 지금의 나주시 대호동 동신대 앞 삼거리 밤나무골(栗亭) 주막에서 하룻밤을 지새며 이별의 아쉬움을 담은 ‘율정별(栗亭別)’이란 시를 남겼다. ‘띠로 이은 주막집 새벽 등잔불 푸르르 꺼지려는데/일어나 샛별을 보노라니 헤어질 일 참담하네(중략)….’다산이 머물던 삼거리 주막집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엔 미용실과 식당이 손님을 맞고 있다. 다산 형제가 헤어진 길목은 북쪽을 향해 영산강 홍수통제소∼노안∼광주 송정리로 이어진다. 나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향토사 전문가 윤여정씨가 본 나주 영산포를 비롯한 나주는 국도 1호선과 13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이다.20세기 초 지금의 신작로와 철로가 뚫리기 이전에는 주로 영산강을 이용한 뱃길이 주요 교통 수단이었다. 내륙을 통과하는 길은 걷거나 말을 타고 다니던 역원(驛院)체제로 운영됐다. 고려 현종 때 목(牧)으로 지정된 나주는 조선시대 때까지 호남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로 위상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나주 이남 지역의 옛길이 ‘목사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뭍으로 나온 제주도 사람들과 남해안 거주민·주둔군·관리들은 나주의 청암역과 그 주변에 산재한 원(院)집에 머물렀다. 해남의 녹산·별진역과 강진 통로역은 영암 영보역·신안역을 거쳐 나주의 청암역으로 이어진다. 호남지방 역 중 찰방이 배치된 곳은 청암역(나주)·경양역(광주)·벽사역(장흥)·삼례역(전주)·오수역(임실) 등에 불과했다. 나주가 1000여년 동안 호남의 중심지로 자리한 것은 고려 건국과도 무관치 않다. 후삼국 때 견훤이 근거지를 무진주(광주)에서 완산주(전주)로 옮기자 나주지역 토호들은 소외감을 가졌다. 이 때 궁예의 수군 장수였던 왕건은 영산강 일대에서 견훤군에 크게 승리하고 나주 호족과 손을 잡는다. 그는 호족 오다련의 딸과 혼인하고 이 지역을 근거로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훗날 장화왕후가 된 오씨 부인은 왕건이 찾아 오기 며칠 전에 이미 황룡 한 마리가 구름을 타고 날아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혼인 후 혜종이 태어났는데, 왕이 태어난 마을이라 해서 흥룡사(興龍祠·현재의 나주시청 터)란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당시 오씨 부인이 빨래하던 샘인 완사천 옆에는 왕후의 비(碑)가 남아 있다. ●윤여정(나주시 신활력사업추진TF팀장·53)씨는 ‘한자에 빼앗긴 토박이 땅이름’이란 책을 펴낸 향토사 전문가.
  • 탈레반, 살해위협 재개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탈레반이 5일 인질들에 대한 살해 위협을 재개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 전화통화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불만족스럽다.”면서 “만약 오늘도 한국 정부의 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인질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디는 이날 한국정부측과의 접촉 사실을 밝히면서 “한국정부는 유엔의 안전보장도 받아내지 못했고, 유엔에 공식 요청도 하지 못했다.”며 언제든 인질들을 살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국정부와 대면 접촉을 위해 장소 등에 대해 협의해온 탈레반은 지난 3일 유엔이 한국정부와의 접촉과 관련한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유엔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살해 위협 재개는 6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피랍자 중 한 명과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4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고 5일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측과 납치단체 간 전화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4일 오후 피랍자 중 한 명과 짧은 시간동안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전화통화에서 피랍자 21명의 안전과 건강 등이 이야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샤 아마드자이 가즈니주 경찰서장도 4일 로이터통신에 “협상장소를 둘러싼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면 무력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아프간 피랍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외교와 군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창의적 해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하나의 조건이 아니라 2∼3개 이상 복수의 조건을 묶은 패키지 형식의 협상을 검토 중이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이나 아프간 현지 동의·다산 부대의 즉각 철군, 아프간 대규모 경제 원조, 탈레반 수감자와 피랍자의 교환 노력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 대상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탈레반측과 다양한 경로로 접촉하고 있다.”면서 “‘피랍자-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카드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몫으로 우리 정부로서는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의 전화협상에서 “한국정부가 수감자 석방을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위한 접촉장소가 정해지더라도 접촉 자체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등 현 시점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피랍자들의 건강과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의약품이 피랍자들에게 전달된 듯한 정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항생제와 진통제, 비타민제, 심장약 등 한국인들을 위한 의약품을 가즈니 주 카라바그 사막지역에 두고 왔다.”는 와하지 병원의 모하마드 하심 와하지 원장의 말을 인용, 의약품이 탈레반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가 “인질들은 1명씩, 적어도 500m 떨어진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인질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4일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저들(탈레반)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고 울먹이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에게 구명을 호소했다. 이춘규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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