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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안중근 의사 재발견/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안중근 의사 재발견/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2일은 ‘대한국인’ 안중근의사 탄생 130주년이었다. 다음달 26일은 의거 100주기다. 우리에게 ‘10·2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사태’로 각인돼 있지만 10·26은 본래 100년 전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자랑스러운 ‘하얼빈 의거일’이었다.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중국과 조선인민의 진정한 연대는 안중근 의거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 바로 그날이다.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 하얼빈의 명동 격인 중앙대로에 11일 동안 세웠던 안 의사의 동상을 국내에 들여왔다. 2006년 1월 저명한 중국인 조각가에게 의뢰해 만든 동상은 공안당국의 지시에 의해 철거됐다. 이후 3년 동안 숨어 있다가 이번에 햇빛을 보았다. 동상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사유지에 세운다면 꺼릴 것이 없겠지만, 공공장소에 세우기를 원한다. 서울시내 44개의 공공 동상은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통과한 것들이다. 전문가들이 작품성 등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한·중 합작’ 동상을 공공장소에 세우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입지는 청계천이나 서울광장, 서울역 어디라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어느 시사주간지가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조사했더니 1위는 세종대왕, 2위는 이순신 장군, 3위는 백범 김구가 차지했다. 역사 속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광개토대왕, 도산 안창호, 다산 정약용이 10위 안에 들었다. 안 의사는 근근이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히려 국가보훈처가 조사한 보훈 인물 중 백범에 이어 2위로 뽑혔다. ‘국민 속의 안중근’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토를 저격한 ‘독립투사’의 이미지가 강해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쯤으로 비치게 한 탓이다. 안 의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 ‘동양평화론’과 이토를 처단한 대의가 잊혀지고 있다. 동양평화론은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공동군대를 편성하고 공동화폐를 발행하자는 선각자적인 정치사상이다. 국제주의적 민족주의 개념이다. 유럽통합 방식을 100년 전에 주창한 것이다. 안 의사는 학교를 두 개나 세운 육영사업가이며, 200여점의 붓글씨를 남긴 명필이다. 최초의 해외 독립군부대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독립전쟁을 수행한 전쟁영웅이다. 나라 안팎에서 ‘안중근 재발견’이 활발하다. 왜 안중근인가. 뤼순 감옥에서 쓴 ‘안응칠 소회’에 오롯이 담겨 있다. “슬프다! 천하대세를 멀리 걱정하는 청년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아무런 방책도 없이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옳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생각다 못해, 늙은 도적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여, 뜻있는 동양청년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안중근전쟁, 끝나지 않았다’를 옮겨 엮은 열화당 이기웅 대표는 “위대한 스승 안 의사의 말씀은 그 시대 청년들에게 머물지 않고,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매서운 죽비로 다가온다.”라고 평했다. 그렇다. 안 의사는 사표(師表)가 없는 이 시대의 스승될 자격이 차고 넘치는 분이다. 이 땅의 청년들은 안 의사의 당당함과 논리를 배워야 한다. 불멸의 민족혼을 본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안 의사의 원혼은 100년째 중국 뤼순감옥 사형수 무덤 주위를 떠돌고 있다. 독립된 고국에 묻어달라던 ‘백년원(百年寃)’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재발견은 유해찾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씨줄날줄] 위민찰물/김종면 논설위원

    한승수 국무총리의 민생탐방 대장정이 일단락됐다. 지난해 2월 취임 이래 1년6개월 동안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149개 시·군을 방문했다. 총이동거리만 3만 8000여㎞. 서울∼부산을 86번 오간 것과 같은 거리다. 그가 엊그제 전국 순회 마지막 일정으로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을 택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등 500여권의 책을 쓴 한국 사상의 성소다. 한 총리는 이곳에서 위민찰물(爲民察物)이라는 자신의 공직생활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백성을 위해 백성이 어떻게 사는지 잘 살핀다는 뜻이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찰물(察物·세상물정을 살핌)과 청심(淸心·청렴한 마음)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그 깨끗한 마음으로 한 총리는 백성의 무엇을 어떻게 살폈을까. 백성을 기를 진정한 목민(牧民)의 길을 찾았을까. 한 총리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녹색성장·4대강살리기 등 국정과제의 당위성을 알렸다. 재래시장 등 민생현장을 들렀고 독도를 찾아 건국 이래 첫 총리 방문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러나 십여 차례의 녹색성장 특별강연을 통해 각 시·도 공무원들에게 녹색성장의 가치를 설파해온 그를 민생돌보미보다는 국정철학 전도사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없지 않다. 과연 백성의 고통을 함께한 ‘서민총리’로 기록될 수 있을까. 한 총리는 그동안 책상 위에 전국지도를 붙여 놓고 민생탐방한 곳을 노란색으로 표시해 왔다고 한다. 총리 교체설로 어지러움에도 민생현장을 계속 찾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박수가 쏟아지지 않는다. 10년 넘게 입은 점퍼, 낡은 운동화 차림의 지방 시찰로 ‘평민 총리’ 이미지를 굳힌 중국의 원자바오와 비교된다. “노동자의 임금이 체납되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리는 원자바오적 결기가 없어서일까. 한 총리의 표현대로 “민심은 조석변이”하는 것이라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스 파퓰라이 박스 디아이(vox populi vox Dei). 백성의 소리는 하늘의 소리다. 다산의 목민정신 또한 그런 것이다. 백성의 곁에서 백성과 함께 호흡하며 오로지 백성만을 위해 사는 것. 다산의 가르침을 새삼 되새겨 본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서울시 “시민불편 휴대전화로 신고하세요”

    앞으로 서울 시민들은 생활속 불편 사항을 휴대전화로 신고할 수 있다.서울시는 쓰레기 방치 등 시민 불편사항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신고할 수 있는 ‘시민불편 살피미 모바일 서비스’를 1일 시작한다.‘시민불편 살피미’는 도로 파손, 공사장 위험 등 생활 속 불편사항을 신고하면 시가 개선해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 그동안 시 홈페이지 전자민원이나 다산콜센터(국번 없이 전화 120번)를 통해 신고를 접수했다.그러나 시는 SK텔레콤 이용자는 1일, KT와 LG텔레콤 이용자는 오는 15일부터 불편사항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간단한 상황 설명을 곁들여 신고할 수 있게 했다. ‘시민불편 살피미’는 휴대전화에서 ‘702’를 입력하고 인터넷 접속버튼을 눌러 ‘ⓜ서울702’에 접속한 뒤 ‘시민불편 살피미’를 내려받아 개인정보와 함께 불편사항을 신고하면 된다. 내려받기 및 서비스 이용요금은 서울시가 전액 부담한다.시는 9월 한달간 모바일 신고에 참여한 시민에게 ‘T-머니’나 문화상품권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1만 5000원까지 주는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신종플루 불안 확산] 서울시 280만명 백신 접종

    서울시가 손세척기와 열감지스크린 보급 등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해 추경예산 500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서울시는 28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신종플루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시의회와 협의해 추경예산 500억원을 조기에 집행할 방침이다. 시가 확보한 예산은 공공·다중이용시설에 손세척기를 설치하고 세정제를 배포하는 데 주로 쓰인다. 또 정부가 지급하는 예방백신을 받아 일선 공공기관에서 접종할 의료인과 신종플루 상담센터 상담원 등의 인건비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마스크(24억원)와 손세정제(100억원), 일반체온계(1억원), 열감지스크린(110억원) 구입을 비롯해 예방접종 비용지원(110억원), 병원 및 보건소 내 진료소·안내센터 설치(85억원) 등에 배분된다. 시는 우선 지하철 역사와 공연·문화시설 등 시가 관리하는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의 화장실에 손세척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손세정제는 42억원을 들여 47만개를 확보, 시민과 학생 등에게 보급한다. 시는 또 현재 서울광장에 운영 중인 신종플루 상담안내소를 25개 구청의 민원실 등에 확대 설치키로 했다. 기존 120다산콜센터와 129콜센터도 상담기능을 강화한다. 아울러 오는 11월쯤 280만명분의 신종플루 백신접종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화경 보건정책담당관은 “학생과 의료인, 방역요원, 노인, 아동 등 접종 우선순위는 정해졌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다.”며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4만 6700여정을 일선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이미 지급했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문화마당] 개성있는 호(號)를 지어보자/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우리는 일생 동안 여러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태어나서는 아명(兒名)을, 성인식(남자의 경우 관을 쓰는 관례, 여자의 경우 비녀를 꽂는 계례)을 치르고 나서는 자(字)를 지어 불렀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라면 사후에 생전의 행적을 참작하여 나라에서 시호(諡號)를 내려주었다. 물론 이런 이름들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출생 전 태아를 부르는 이름인 태명(胎名)처럼 예전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던 이름이 유행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이름들 외에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호(號)다. 한호, 이황, 이이 등은 석봉(石峯), 퇴계(退溪), 율곡(栗谷)이라는 호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 연암(燕巖) 박지원, 춘원(春園) 이광수처럼 호와 성명이 병칭되는 일도 흔하다. 금호(錦湖) 박인천, 아산(峨山) 정주영, 호암(湖巖) 이병철, 연강(蓮崗) 박두병, 성곡(省谷) 김성곤처럼 창업주의 호가 그룹명이나 그룹 산하 재단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수계식이나 세례식 때 받는 법명이나 세례명, 연예인이나 문예계 인사들이 즐겨 쓰는 예명이나 필명도 호의 한 갈래다. 인터넷 문화의 산물인 ID까지 호의 변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호를 짓고 부르는 문화는 이만큼이나 보편적이다. 지난주에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後廣)리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고향마을 이름은 그대로 김 전 대통령의 호가 되었다. 사실 출생하였거나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는 것은 호를 짓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전북 고창군 부안면 인촌(仁村)이 고향인 김성수의 호는 인촌, 서울 도동 우수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이승만의 호는 ‘우수현 남쪽’이라는 뜻의 우남(雩南)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도 인연이 있는 곳의 지명을 호로 삼았다. 호는 때로 지어 부르는 이의 인생관과 지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노자’의 한 대목을 딴 여유당(與猶堂)이라는 호에는 숱한 고초를 겪고 난 뒤 인생을 경계하며 살겠다는 정약용의 결심이 엿보이고, 백정의 백(白)과 범인의 범(凡)을 딴 백범은 김구 자신의 말처럼 “가장 미천한 사람까지 모두 나와 함께 애국심을 가져야겠다는 것이 나의 소원임을 표시한 것”이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 이행의 차원에서 부동산 등 재산 330여억원을 출연해 장학과 복지사업을 위한 ‘청계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계(淸溪)는 바로 이 대통령의 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일송(一松)이던 호를 청계로 바꾸었다. 1970년대 현대건설 사장의 신분으로 세워 올렸던 청계고가를 한 세대가 지난 뒤 서울시장의 신분으로 걷어낸 인연이 각별한 때문이다. ‘한 그루 소나무’라는 뜻의 일송이 지조와 소신을 상징하기는 하나 너무 외롭다는 주변의 권고가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호는 스스로 지을 수도 있고 은사나 벗이 지어줄 수도 있다. 한 가지 호를 쓰기보다는 처소에 따라 처지에 따라 다양한 호를 바꾸어 쓰는 일이 흔하다. 완당(阮堂), 추사(秋史), 예당(禮堂), 시암(詩庵) 등 200여개의 호를 사용했던 김정희가 대표적일 것이다. 한자만 사용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한힌샘 주시경, 가람 이병기, 외솔 최현배, 늘봄 전영택, 한뫼 안호상, 쇠귀 신영복처럼 멋진 한글 호를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다른 이름들과 달리 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개성과 지향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호칭이다. 직업 작명가들이 사주·음양·오행·원리에 따라 지어준 이름을 평생 써야 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사정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호를 복고 취향을 가진 인사들의 한가한 취미나 정재계나 문예계 등 특수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둘 수 없는 까닭이다. 양세욱 한양대 중문과 교수
  • [학술·종교플러스]

    ●한기총 20주년 기념 기독교평신도세계대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코리아기독교평신도세계협의회는 27~29일 전남 여수 은파교회에서 ‘한기총 20주년 기념 제17회 코리아기독교평신도세계대회’를 개최한다. 행사는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주제로 전 적십자사 총재 서영훈 장로, 전 미 백악관 차관보 강영우 장로 등이 21세기 한민족의 갈 길, 한민족시대 그리스도인의 사명 등을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 (02)741-2782~5. ●27~2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한국사회포럼 2009 한국사회포럼이 27~28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문화연대 등 진보진영 학계· 시민단체 30여곳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개막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민주주의와 정치, 진보운동의 소통과 연대, 한국 교육운동의 전망과 과제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세종실록학교 31일 개강… 15주로 교육과정 확대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가 주관하는 제13기 세종실록학교가 오는 31일 개강한다. 6주 내외로 진행되었던 기존 과정을 15주로 확대해 보다 심층적인 강의로 진행된다. ‘세종처럼’의 저자인 세종국가경영연구소 박현모 연구실장이 본 강의를 맡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와 손욱 농심 회장 등 각계 전문가가 특강을 한다. 수강 인원은 50명. 신청은 인원 상황에 따라 개강일까지 받는다. (02)399-1603.
  • 언어는 문제·추리는 지문 먼저 읽어야

    언어는 문제·추리는 지문 먼저 읽어야

    올해로 시행 2주년을 맞는 법학적성시험(LEET)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험 문항이 줄었기 때문에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응시인원이 대폭 줄어든 만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LEET 특성상 ‘벼락치기’ 공부는 효과가 없다면서 시험 당일까지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기출 문제 위주로 최종 정리 전문가들은 기출 문제로 최종 정리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학습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험업계가 개발한 여러 문제가 있지만 기출 문제가 가장 ‘양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최근 LEET와 유사한 시험인 공직적격성검사( PSAT·행외시 1차 시험)를 치른 수험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7%가 ‘기출 문제 위주 학습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LEET는 기출문제가 지난해 첫 시험 것밖에 없지만, PSAT와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이들 문제를 풀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주현선 다산로스쿨 상담실장은 “일명 ‘족집게’ 식 특강이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담긴 모의고사를 푸는 것은 효과가 없다.”면서 “지금까지 자주 틀렸던 유형의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EET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열쇠는 적절한 시간 안배라고 강조했다. 올해의 경우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두 과목 모두 지난해에 비해 5문항 줄어들었지만, 시험시간도 10분 짧아진 만큼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푸는 것이 여전히 큰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추리논증은 35문항을 110분에 풀어야 해 지난해(40문항 120분)보다 부담이 더 커졌다. 언어논리는 문항당 배분 시간이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지만, 비교적 적은 시간으로 풀 수 있는 어휘·어법 문제가 줄어들고 지문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쉬운 문제는 2분 이내에, 어려운 문제는 3분 내에 푼다는 마음가짐으로 속도를 조절하라고 했다. 언어이해는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추리논증은 시험이 시작되면 문제지 전체를 빠르게 훑어본 뒤, 쉬운 문제부터 먼저 푸는 게 고득점 전략이다. 정종기 LSA로스쿨아카데미 상담실장은 “대다수 수험생이 과목당 5~6문제를 풀지 못한 채 시험장을 나온다.”며 “모의고사라도 반드시 시간을 재고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득점 욕심보다는 아는 문제 맞혀야 올해 LEET에 원서를 낸 수험생은 총 8428명으로 지난해보다 25% 가까이 줄었다. 결시생을 감안하면 실제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체 정원이 2000명이고 통상 2~4배수를 LEET 점수로 뽑아 전형을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경쟁률은 2대1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부담을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라고 조언한다. 언어이해의 경우 55~60점, 추리논증은 50~55점을 득점하면 로스쿨 전형에 응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겠다는 심정으로 어려운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아는 문제에서 최대한 득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민철 한림법학원 LEET담당은 “사회적 이슈가 됐던 내용이 지문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평소 스크랩해 뒀던 신문 사설이나 기사를 다시 한번 읽고 시험장에 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LEET는 오는 23일 치러지며, 한 달 뒤인 9월24일 성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로스쿨 원서접수는 10월5~9일 진행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두물머리·다산유적지·귀여리 경기 생태관광벨트 만든다

    두물머리·다산유적지·귀여리 경기 생태관광벨트 만든다

    경기도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와 남양주 다산유적지, 광주 귀여리를 황포돛배가 오가는 친환경 관광벨트(위치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도는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에 359억원을 들여 나루터를 복원하고,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 생태습지 및 생태환경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 주변에는 128억원을 들여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6만 6600여㎡ 규모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생태공원에는 공원 관리동과 홍보·전시시설, 생태경작지, 체험농장, 습지, 물푸레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 조류관찰지 등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도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3곳을 황포돛배를 타고 오가며 관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조만간 관광벨트 조성계획안을 구체화한 뒤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한·일 모두 야스쿠니 극복해야 근대성 확보”

    “한·일 모두 야스쿠니 극복해야 근대성 확보”

    광복절을 즈음해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인 홍성담(54)씨가 야스쿠니 신사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연작을 서울 견지동의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 평화공간에서 선보인다. 2004년 학고재 전시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작은 공간이 3개로 나뉘어진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각의 그림보다도 가장 먼저 화려한 보라색과 분홍색의 향연이 눈에 들어온다. ●“야스쿠니 한꺼풀 벗기면 일왕 나와” 홍씨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보라색과 분홍색 점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그린 것”이라며 “벚꽃이 일본에서 다산성과 생명력을 뜻하던 명치유신 이전의 이미지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등 일본 문학에서 벚꽃은 주로 ‘죽음의 미학’으로 표현되지만, 이것은 1800년대 후반 일왕제의 강화와 군군주의의 탄생에 낭만주의 문학이 결합돼 나타난 집단 히스테리적 현상이라고 홍씨는 지적한다. 그는 왜 야스쿠니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을까. 홍씨는 “일본 친구들을 만나면 뭔가 억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져보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이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이라면, 일본에서는 일왕이었다. 그런데 야스쿠니를 한꺼풀 벗기면 나오는 것이 일왕이기 때문에, 일왕제도를 비판할 수 없는 일본인들은 야스쿠니를 비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왕제도에 대한 비판이 막혀 있다면,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없다는 게 홍씨의 생각이다. 그렇게 야스쿠니 신사 연작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야스쿠니 신사에 군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전사자들의 얼굴 위로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던 꽃다운 한국인 소녀들의 모습들을 겹친 그림, 야스쿠니 신사가 지닌 역사적 문제의 핵심에는 일왕제가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이라는 그림도 그렸다. 핵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배경 속에 히로히토가 이른바 일본의 ‘3종의 신기’인 청동거울과 칠지도, 굽은 옥을 들고 있는 그림이다. 물론 3종의 신기는 장난감 거울과 문방구 칼, 도자기 파편으로 바꿔놓았다. 홍씨는 “8월15일 패망하자 일왕은 일본 국민들에게 ‘3종의 신기를 지켜야 국체가 보장된다.’고 했다는데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도 아니고, 국민의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풍자하기 위해 그렸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그림이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전시됐을 때 그의 친구들(좌익 또는 시민운동가) 대부분은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을 ‘우익’이라고 칭했던 노부부도 홍씨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태평양 전쟁때 울어야 할 것을 지금 와서 울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인 내면에도 야스쿠니 신사 존재” 홍씨는 “우리는 일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지만, 알게 모르게 한국인 내면에도 야스쿠니 신사가 존재한다.”면서 “일본 국민은 물론 우리 국민도 이것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근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의 미망(迷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순회전은 도쿄를 거쳐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으며, 오는 31일까지 서울 전시 후 오키나와와 타이베이, 독일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글ㆍ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대 평범한 이웃들의 오랜된 갈등 여성 주인공들의 포용력으로 풀어

    현대 평범한 이웃들의 오랜된 갈등 여성 주인공들의 포용력으로 풀어

    소설가 한승원(70), 그가 고향인 전남 장흥에 만든 ‘해산토굴’에 들어앉은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의 몸을 가둔 토굴은 그 성정까지 가두지는 못했다. 그는 토굴을 “소통하고 사유하는 느림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곳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자연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고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를 오롯이 담은 단편집이 나왔다. 소설집 ‘희망사진관’(문학과지성사 펴냄)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소설 곳곳에는 해산토굴과 장흥바닷가를 거니는 작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책은 ‘원효’, ‘추사’, ‘다산’ 등 역사 속 영웅을 장편으로 다룬 그의 지난 행적을 볼 때 상당히 이채롭다. 작가도 이 책을 두고는 “또 다른 나의 체취가 물씬 배어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단편들은 모두가 이 시대 우리 이웃들을 다루고 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서사에 지친 것일까. “15년 전쯤부터 인간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더군요. 세상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잔인합니다. 그걸 보완하려면 우주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했어요. 인간은 공격적이지만, 우주는 포용력이 있지요.” 작가는 “이번에 여성 주인공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그는 생명을 길러주고 안아주는 여성의 본질에서 새로운 희망을 길어올리고자 했다. ‘희망사진관’에서 작가가 희망을 찍는 사진사라면 여성 주인공들은 희망을 무한히 뿜어내는 피사체인 셈. 실제로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은 오래된 갈등을 포용력으로 끊어내는 인물들이다. ‘꽃뱀’은 노처녀 행세로 노총각들을 농락한 꽃뱀의 이야기. 그녀는 속이고 속고 빼앗고 도망가는 아수라장에 놓이지만, 결국은 과거의 삶에 허무를 느껴 스스로 악순환을 끊고 자신을 사랑해 준 노인을 위해 기도를 한다. ‘고추밭에 선 여자’는 아들을 원한 부모탓에 남성적인 삶을 살았지만, 세상이 정한 여성상에 얽매이지 않고 씩씩하고 희망찬 삶을 꾸려가는 여성 이야기다. 대리모를 다룬 ‘내 서러운 눈물로’나, 딸들의 ‘아들낳기 결투’를 다룬 표제작 ‘희망사진관’도 곳곳에서 남성 주인공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에 따른 희망의 메시지들이 비춰진다. 희망을 위한 작가의 전환은 문체에도 적용된다. 그간 써온 역사소설의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벗고, 이번에는 한결 가벼워진 문체로 돌아왔다. “50년 가까이 소설을 써왔지만, 언어에 대한 절망 속에서 늘 몸부림쳤다.”고 고백하는 그는 고민 끝에 호흡도 짧고, 담백한 문장을 꾸미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표제작 도입부의 ‘지난 설 명절은 경호에게 슬픈 피박이었다. (중략) 그 돈보다 더 큰 노다지를 캐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노다지는 장인어른과 장모의 흉중에 들어 있었다.’ 같은 문장은 엄숙함을 벗어나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소설가는 주인공들하고 살기 때문에 심심할 리 없다.”고 하는 작가는 그말대로 지금도 주인공들과 노닐며 새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그저 “역사 속 인물들을 써오면서 견고해진 생각을 반영한 현대물”이라고 하며 말을 아꼈지만 “이번 작품에서 준 변화의 연장선에 있는 건 분명하다.”고 언질을 했다. 신작은 내년 초쯤 나올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8월 서울광장은 예술무대

    8월 서울광장은 예술무대

    8월 한달 내내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무대가 한여름 밤을 환하게 수놓는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광장에서는 다음달 3~4일 오후 7시30분부터 국립창극단의 번안 창극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료 공연된다. 또 가야금산조와 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10일)과 소리꾼 김용우(11일), 사물놀이 대가 김덕수의 한울림예술단(24일) 등 전통예술 무대가 펼쳐진다. 타악퍼포먼스 ‘야단법석’(12일), 장승예술가 김대현의 붓 퍼포먼스(18일) 등 이색 현대예술은 물론 가수 김도향과 함께하는 음악나들이(7일), 작은 거인 김수철 콘서트(28일) 등도 마련된다. 서울광장 공연정보는 홈페이지(www.casp.or.kr)나 다산플라자(국번 없이 120)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광장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공연이 열려 평일 관객이 2000~3000명에 달한다.”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명소로 브랜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설 전날, 아빠와 나는 창원에 있는 큰집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에 올랐다. “멀미 나나?”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나에게 아빠가 물었다. 나는 대꾸도 없이 창밖만 봤다. 넓은 도로가 시원스레 펼쳐지면서 커다란 나무들과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어느새 창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창원은 한적하고 깔끔한 도시다. 나는 창원의 탁 트인 느낌이 좋다. 하지만 큰집이 가까워 올수록 멀미는 심해졌다. “멀미 나면 오징어 먹어라.”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오징어를 내밀었다. 나는 아빠를 보지도 않고 물었다. “또 술 먹을 거가?” 기어이 말하고 말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내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안 묵는다. 정초부터 무슨 술이고.” “약속했데이.” “알았다. 오징어나 묵어라.” 나는 그제야 무시하고 있던 아빠의 손에서 오징어를 받았다. 아빠는 날마다 술을 먹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하지만 친척들 앞에서 술 먹는 것만큼은 정말 싫다. 큰집에 도착했다. 큰엄마, 큰아빠, 식이 형, 고모, 고모부, 영이, 공이. 모두 와 있었다. 다들 들어서는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큰엄마가 아빠 손에 들린 청주 한 병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오느라 힘들었제. 차 안 밀리드나?” 우리가 거실 가운데로 들어올 때까지, 청주는 아빠 손에 그대로 들려 있었다. 아빠는 슬그머니 거실 한쪽에 청주를 내려놓았다. “야! 시내 구경하러 가자!” 식이 형이 말했다. 나는 나가면서 아빠에게 눈짓을 보내, 다시 한 번 술 마시지 말라는 다짐을 해 두었다. 하지만 아빠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눈을 피했다. 불안한 마음이 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따라 나왔다. 우리는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시내를 구경했다. “경수, 니 키 마이 컸네. 내 보다 더 크나?” 같은 나이인 영이가 바짝 다가와 키를 쟀다. 괜히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는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고 뭘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니야. 경수 오빠야가 더 크다.” 일곱 살인 공이가 내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살갑게 구는 공이 덕에,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많이 사라졌다. 나는 공이가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동생이라도 되는 듯, 괜히 더 살뜰하게 챙기며 공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큰집이 가까워오자 또 불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벌써 술판을 벌였는지 떠들썩한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려왔다. 다행히 아빠는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한잔 더 하소.” 고모가 술을 권했다. “마, 고만 묵을란다.”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고. 한잔 받아라. 요새 가게는 장사 되나?” 큰아빠가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장사? 잘 되지! 안 될 리가 있나.” 아빠는 몇 년째 회사도 안 나가고 엄마가 하는 분식집 일을 거들고 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손님도, 배달도 줄어 아빠는 하루 종일 가게 구석에 앉아 홀짝거리며 술을 마신다. 아빠는 눈을 반짝이며 술잔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빠는 자제력을 잃고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풍을 쳐댔다. “야는 일등밖에 안 한다.” 아빠가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나는 반에서 30등 하면 잘하는 거다. “야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 가제?” 고모가 물었다. “하모. 일등 중학교 안 들어가나. 무슨 시험이든 일등이라.” 입학시험 치는 중학교는 없을 뿐더러 일등 중학교도 없다. 아빠는 계속해서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친척들 얼굴에 슬슬 지겨운 표정이 드러났다. “니는 고만, 입 좀 다물어라.” 큰아빠가 일어나며 말했다. 허우적거리며 걸어가는 큰아빠의 발에 청주병이 걸려 넘어졌다. “뭐가 이래 걸리적거리노? 이게 뭐고?” “식이야 저거 좀 치워라. 술병을 와 저 놔뒀노?” 큰엄마가 삐죽거렸다. “엄마, 냉장고에 넣으까?” “아무데나 갖다 놔라.” 괜히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경수야. 게임하자. 이리 온나.” 식이형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동정 받는 것이 싫었다. 식이형이 나를 억지로 끌었다. 나는 못이긴 척 식이형을 따라 방으로 가면서 아무도 몰래 눈물을 찍어냈다. 설날 아침이었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하고 왔다. 집에 돌아와 어른들은 다시 술판을 벌였다. 아빠는 이미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나는 그만 마시라고 계속 눈치를 줬다. 하지만 아빠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피했다. 아빠는 술에 취해 또 허풍을 쳐댔다. “동네에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따르는 사람이 천지다. 내가 운만 따랐으면 벌써 국회의원 돼 있을 놈이라. 큭큭큭.” “쓸데없는 소리 고마해라. 시끄럽다마.” 큰아빠가 말하자 고모도 맞받아쳤다. “코딱지만 한 가게하면서 무슨 사장이고? 제발 정신 좀 차리소. 분수를 알아야지.” “뭐? 분수? 지금 어떤 놈이 내한테 분수 어쩌고 지껄여 샀노? 내가 누군 줄 아나? 어? 반칠득이라고! 반. 칠. 득! 알겠나?”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다. “여기 오빠야 칠득인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조용하소.” 고모가 화를 냈다. 아빠는 더욱 악을 쓰며 몸부림을 쳐댔다. 급기야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기 진짜 미칬나! 니 칠뜩이 아니랄까봐 이라나! 와 이라노! 칠뜩이짓 고만해라. 어이!” 큰아빠였다. 엄마가 아빠랑 싸울 때도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큰아빠가 그러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술 마시면 개다. 개!” 큰엄마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식이 형이 따라 들어왔다. “새끼 우나? 뭘 그라노? 다들 술 채 가지고 헬렐레해서 그러는 거 아이가. 어디 한두 번이가? 니가 이해해라.” 매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래서 더 싫은 거다. 식이 형도 싫다. 큰아빠 자식이라서 싫다. 친척들도 다 싫다. 영이, 공이도 다 싫다. 창원도 싫고 설날도 싫다. 추석도 싫다. 아빠도 싫다. 어른들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밤이 되자 어느 정도 술이 깨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과장되게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이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에 가자.” 아빠에게 말했다. “하루만 더 있다 가자. 오랜만에 만났다 아이가. 와 그라노?” 왜 그러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나는 아빠를 계속 따라다니며 졸랐다. “오빠야, 더 있다 가라.” 공이가 나를 잡아끌며 말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 하루만 더 있다 가그라. 이 밤에 어딜 간단 말이고. 차표도 없을 거구만.” 큰엄마였다. “야가 와 자꾸 갈라고 이라노? 아빠 회사도 안 간다 아이가. 오래 있다 가그라 마.” 고모였다. 나는 뚱하니 아빠 팔만 잡고 흔들어댔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왔다. “경수 여자 친구 만날라고 안 그라나. 니 내일 약속 있제. 그자?” 식이 형이 말했다. 고마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말을 하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을 감추려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결국 아빠와 나는 한밤중에 큰집을 나왔다. 아빠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와?” “아빠가 술 마시고 그라니깐 그렇지! 다시는 여기 안 올 거다!” 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나는 아빠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터미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표도 모두 매진이었다. 우리는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이대로 다시 큰집에 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여기서 밤을 새야지 싶었다. “뭐 좀 먹을래?” “됐다.” 나는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잘라 말했다. 아빠가 내 눈치를 슬슬 봤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가서 표를 구해왔다. “니도 내 싫나?” 대뜸,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자꾸만 눈이 시려왔다.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간 척, 눈을 비벼댔다. 손등에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났다. “가자!” 아빠가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아빠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빠 손은 꺼끌꺼끌하고 차가웠다. 문득, 아빠 손한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가족이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남들 앞에 섰을 때요. 그럴 때면 내 가족이 남들 앞에서 초라하다는 사실이 분하고, 슬프고, 견딜 수가 없어 도망치고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못난 부분을 보듬어 주는 것 역시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경수가 아빠의 손을 꼭 잡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약력 1979년 울산 출생.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로 등단. 지은 책으로는 단편동화집 ‘금이 간 거울’(창비), 명랑심리동화 ‘행복한 자기감정 표현학교’(다산어린이), 청소년소설집 ‘라일락피면’공저(창비), 그림책 ‘비닐봉지풀’(느림보) 등이 있음.
  • 加, 쇠고기분쟁 WTO패널 요청

    加, 쇠고기분쟁 WTO패널 요청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캐나다가 분쟁해소패널 설치를 WTO에 요청했다. 한국과 캐나다 간 ‘쇠고기 분쟁’이 본격화한 셈이다. 두 나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결론이 나오기 전인 향후 2년여 동안 갈등 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주한 캐나다대사관에 따르면 캐나다 스톡웰 데이 외교통상부 장관과 게리 리츠 농림수산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TO에 분쟁해소패널 설치를 요청했다. 분쟁해소패널은 일종의 국제 통상 재판부다. 제소 절차의 첫 단계인 ‘협의’를 통해서도 분쟁 당사국들이 해법을 찾지 못한 만큼 제3자가 구속력 있는 판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데이 장관은 “패널 설치 요청은 쇠고기 문제 해결과 캐나다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수입이 중단됐다. 그러나 캐나다는 2007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한 뒤 한국 시장 개방을 요구했고, 지난 4월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똑같은 통제국 지위를 받은 미국에는 쇠고기 시장을 개방했지만 캐나다에는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작년 11월에도 15번째 광우병 감염 소가 발생하는 등 캐나다 쇠고기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광우병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국가로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규정에 따르면 캐나다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분쟁해소패널 설치에 부정적이지만 오는 8월 말 예정된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를 거쳐 자동으로 설치될 전망이다. 분쟁해소패널에 들어가면 최종 결론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불가능하다. 캐나다로서는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캐나다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 쇠고기 시장 개방을 압박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농식품부는 분석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패널 절차가 진행될 때도 양자가 합의만 하면 패널 절차는 종료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기존 판례들을 보면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우리 법과 규정이 WTO에 합치된다는 점을 들어 적극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부고]

    ●권성훈(자영업)성환(약사)성원(타임네트웍스 기술고문)씨 모친상 정재한(미국 거주)김종창(금융감독원장)이응수(전 대우건설 전무)씨 빙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6915 ●이상진(전 서울시 내무국장·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씨 별세 승재(KT 과장)두희(국민일보 〃)씨 부친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30분 (02)3410-6901 ●허세민(국제대학생선교협의회 목사)세원(KB투자증권 감사)씨 모친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30분 (02)3010-2292 ●김재철(공간기획 대표)재동(G&P파트너스 〃)재수(서울보증보험 잠실지점장)재길(플레이존 대표)씨 부친상 7일 전남 목포 삼성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8시 (062)244-2266 ●오정섭(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씨 부친상 8일 을지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42)471-1653 ●정일채(다산그룹 회장)씨 상배 찬경(다문화교회 목사)씨 모친상 김서진(대전중앙교회 음악목사)씨 빙모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30분 (02)2227-7547 ●이근형(SK텔레시스 부장)씨 모친상 김응석(원주 한라대 전기공학과 교수)씨 빙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5시30분 (02)3010-2232 ●안길우(에스카테크)효순(대아바이오크린)효은(신흥특수)영미(서울중계중 교사)영화(인천교육연수원)영금(인천구월서초 교사)씨 부친상 문희봉(인천신문 부천주재 국장)한상돈(가야스틸)김범묵(서울자운고 교사)한상립(한빛산업)이임구(인천예일고 교사)씨 빙부상 8일 인천 길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32)462-9261 ●김동석(전 경찰)동선(한미연합사 대령)씨 모친상 8일 경북 구미 순천향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54)464-4444
  • 생존·경제·학문… 정약용 유배지서도 원격 자녀교육

    생존·경제·학문… 정약용 유배지서도 원격 자녀교육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이 1801년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떠날 당시 슬하엔 2남1녀가 있었다. 장남이 18살, 차남이 15살, 막내딸이 9살이었다. 하루아침에 가문이 몰락하는 큰 충격을 겪은 자식들을 염려해 다산은 유배지에서 편지와 가계(家誡)를 활용해 원격교육을 펼쳤다. 30년간 다산학 연구에 매진해온 김상홍 단국대 부총장은 최근 출간한 ‘다산학의 신조명’(단국대출판부 펴냄)에서 다산의 자식교육을 ▲폐족의 생존방법 교육 ▲실용경제 교육 ▲학문전승 교육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정리했다. 다산은 자신으로 인해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폐족이 된 두 아들에게 생존교육을 혹독하게 시켰다. 술은 나라를 망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만큼 금주할 것을 요구했고, 폐족은 일반인보다 100배의 공력을 기울여 학문에 정진해야 사람 축에 들 수 있다고 채찍질했다. 또 복권될 날을 대비해 한양(서울)의 10리 안에서 거주할 것을 주문했다. 벼슬을 하고도 항상 가난했던 다산은 자식들의 실용적 경제교육에도 신경을 썼다.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는 한편 고소득이 보장되는 누에치기를 권장했다. 농사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던 다산은 계절에 맞는 전략적 영농의 중요성과 더불어 항상 연구하고 저술하는 영농인이 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이자놀이나 상업, 약장사 등을 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심지어 이잣돈을 세번 쓰는 부인은 쫓아내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다산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교육은 학문전승에 관한 것이었다. 다산은 자식들이 자신의 학문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줄 것을 기대했다. 자신의 저서가 후세에 전해지려면 두 아들이 반드시 학문을 해야 한다는 논지로 자식들의 공부를 독려했다. 또 만백성을 윤택하게 하고 모든 사물을 기르려는 마음을 가져야만 비로소 독서하는 군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산은 자식 교육에서 언급한 내용을 몸소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줬다. 김상홍 부총장은 “유배의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식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다산의 교육철학은 오늘을 사는 모든 부모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이 출간한 다산학 관련 일곱번째 저서인 ‘다산학의 신조명’에는 이밖에 다산의 일본 인식, 공직윤리, 유형지 생활, 문학관 등이 실려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투탕카멘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까지…세계 왕실 둘러싼 비밀들

    높은 성벽 속에서 신비함을 간직한 ‘왕족’, 그들에 대한 기이한 ‘소문’, 소문에 의문을 던지는 ‘만약에’…. 이 세 단어를 조합하면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사고를 두고 비밀조직인 프리메이슨의 가담이냐, 왕실의 암살 지시냐 소문이 난무했다. 스튜어트왕가의 다이애나 비가 윈저왕가인 찰스 왕세자 대신 윌리엄 왕자를 왕위에 앉히려고 했기 때문에, 윈저왕가와 손잡은 프리메이슨이 사고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다이애나 비의 연인인 도디 알 파예드 집안을 극도로 싫어한 필립 공이 손을 썼다고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이 다이애나 비의 죽음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아주 오래 전으로 가보자. 1483년 죽은 에드워드 4세의 장남이자 왕위계승자인 에드워드 왕자가 대관식을 앞두고 사라지자 런던 시내에는 삼촌인 리처드 3세가 왕좌를 노리고 그를 런던탑에 가뒀느니, 죽여 버렸느니 말이 돌았다. 만약 그랬다면 리처드 3세가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연구가이자 언론인인 피터 하우겐은 이런 방식으로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문희경 옮김, 다산초당 펴냄)에 왕실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기원 전 1330년대 이집트를 통치한 투탕카멘부터 다이애나 비까지 3300여년 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왕족을 훑는다. 끊임없이 독살설이 제기되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애인과 함께 죽은 채로 발견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요제프의 자살설과 타살설 등 유명한 이야기들 가운데 흥미로운 사건들이 녹아 있다. 매독설과 음탕한 요부라는 소문에 시달린 영국 왕 헨리 8세와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를 겨냥한 추문의 비밀도 풀어 낸다. 헨리 8세는 재혼하기 위해 종교를 바꾸고, 예카테리나 여제는 남편 표트르 대제를 폐위시키고 암살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추문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황녀 아나스타샤 이야기도 세세하게 담겨 있다. 안나 앤더슨이 니콜라이 2세의 사라진 막내딸로 밝혀졌지만 동일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1938년부터 독일 법정에서 무려 32년 간 이어진 진실공방이 있었고, DNA 분석 기술도 동원됐다. 안나는 1984년 아나스타샤의 신분으로 운명했지만, 둘의 연관성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책은 왕가의 모든 궁금증을 무리하게 풀지 않는다. 다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잘못 알고 있거나 편견을 가졌던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계기로서 충분하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장애인 91% 120다산콜 “만족”

    장애인 91% 120다산콜 “만족”

    서울시 민원안내 전화인 120다산콜센터가 지난해 6월 도입한 청각장애인 수화·문자상담 서비스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다. 하루평균 27.3건에 이른다. 전화콜 서비스를 음성이 아닌 문자·수화로 해보자는 작은 생각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감동의 행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비스 시행 1주년을 맞아 청각장애인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용자의 91%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시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인 상담시간을 다음달 1일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10월 중엔 주말에도 상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만여건의 상담 현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물품구매·병원예약 등 생활편의 상담이 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료·취업지원 혜택 등 사회복지 상담이 20%, 시정 일반 12%, 교통 7%, 문화·체육·관광 3% 순으로 나타났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상담원 친절성(55%)이 가장 높았고 답변의 정확성(24%), 답변의 신속성(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수화상담이 일반 전화상담과 달리 얼굴을 보면서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담원과 고객 간의 친밀감이 더해져 친절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일 서울시 고객만족추진단장은 “앞으로도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전국플러스] 정약용 역사공원 19일 설명회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지인 전남 강진군에 다산 역사 주제공원이 색다르게 만들어져 19일 설명회를 연다. 지난 3월 마무리된 도암면 다산 주제공원에는 다산 동상(높이 3.8m)이 있고 주변에 49개의 국내 유명 인사들이 쓴 명언비(0.3~4.5m)가 세워졌다. 명언 비 앞면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90세 할머니, 전직 대통령, 문화예술계 인사 등 각계인사 85명이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 등에서 뽑아 낸 주옥 같은 명언들을 직접 쓴 글이 새겨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임권택 영화감독, 오웅진 신부, 탤런트 최불암씨, 김남조·오세영 시인, 이승엽 야구선수, 장미란 역도선수 등이 명언을 썼다.
  • 중·고생 북극연구체험단 모집

    교육과학기술부, 극지연구소,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09 북극연구체험단’을 모집한다. 체험단은 다음달 21일부터 30일까지 9박10일 동안 노르웨이령 스발바르군도 니알슨 지역에 있는 북극 다산과학기지를 방문해 북극 빙하 탐사, 야영체험, 북극 박물관 견학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극지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가 높은 중·고생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전형과정은 1차 서류심사와 2차 과학글쓰기대회로 진행되며 최종 선발자 수는 6명이다. 접수기간은 15일부터 21일까지. 지원은 극지연구소 홈페이지(www.kopri.re.kr)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정약용 ‘매조도’ 김홍도 ‘오원아집소조’ 첫 공개

    정약용 ‘매조도’ 김홍도 ‘오원아집소조’ 첫 공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3년 8월에 소실한테서 홍임(紅任)이란 딸을 얻었다. 그의 나이 51세 때다. 다산은 늘그막에 얻은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매화 그림(梅鳥圖)을 한 폭으로 그리고 그 밑으로 7언 절구 시 한 수를 지어 써넣었다. ‘묵은 가지 다 썩어서 그루터기 되려더니/ 푸른 가지 뻗어 나와 꽃을 다 피웠구려/ 어디선가 날아온 채색 깃의 작은 새는/ 한 마리 응당 남아 하늘가를 떠도네’ 그림은 다산의 마음이 담긴 시 내용 그대로다. 마르고 빈약한 매화가지가 가냘프게 가로로 서너 개 뻗어 있고, 미처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흰 매화들 사이로 활짝 핀 흰 매화 몇 송이, 그 아래 여린 가지 끝에 초록색 깃털의 멧새 한 마리가 포로롱 하고 날라갈 듯이 날쌔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방제(旁題)가 재밌다. ‘가경 계유년 8월 19일, 혜초(蕙草)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에게 짐짓 주려고 자하산방에서 쓰다. ’ ‘난초 밭에 씨뿌리는 늙은이’는 다산 자신을 말하는 것인다. 다산은 매조도를 두 번 그렸다. 한 폭은 1813년 7월 본처에게서 낳은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비단 속치마에 그려줬는데 현재 고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번째가 소실에게서 딸을 얻은 뒤 그린 이 매조도다. 정약용의 두번째 ‘매조도’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조선시대 서화감상전 ‘안목(眼目)과 안복(眼福)’ 전시다. 안목을 기르고, 좋은 그림을 보니 평안하고 행복하게 된다는 의미다. 홍임은 그 뒤로 어찌 됐을까. 유배가 풀린 1819년에 다산은 소실과 딸을 데리고 상경했으나, 다시 다산초당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공화랑측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인 영조·정조 시대의 대표적인 학자와 예술가로 정약용과 박지원, 김홍도를 손꼽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자리에서 정약용과 김홍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다산 선생의 친필서화 5건은 모두 처녀공개작이고, 김홍도의 작품도 도록으로만 알려졌지 일반 공개되지 않았던 ‘오원아집소조’ 등이 전시돼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원아집소조’는 김홍도가 50대 이후 만년에 그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느슨한 필선으로 구도도 특별하게 신경쓰지 않은 듯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모여 글을 짓고 거문고를 뜯으며 술을 즐기는 모습이다. 바닥에는 술병과 술잔, 종이가 널려 있고 기생 세 명이 먹을 갈며 시중을 들고 있다. 김홍도의 대작인 ‘서원아집도팔폭병풍’, 마른 붓질로 가을철 낙엽이 떨어지는 까슬한 계절감각을 표현한 ‘산사귀승도’도 볼 만하다. (02)735-9938.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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