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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량 수입 쇠고기 4년새 4배 급증…이유는

    불량 수입 쇠고기 4년새 4배 급증…이유는

    불량 수입 쇠고기 4년새 4배 급증 불량 수입 쇠고기가 4년 사이에 4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김우남 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쇠고기나 쇠고기로 만든 식품의 검역·검사 불합격 건수는 지난 2008년 82건에서 2010년 199건, 지난 해엔 334건으로 4년 사이에 4배나 급증했다. 올해도 8월 기준 불량 수입 쇠고기로 인한 불합격 건수가 226건에 이르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산 수입 쇠고기의 경우 지난 6월 수입이 금지된 등뼈가 300kg이나 발견됐고, 소의 혀가 수입 물량에 포함됐지만 우리 정부에서 조직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상 2회 이상 식품안전위해가 발생하면 수출 중단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도 정부가 수입물량 전체가 부패된 경우로만 한정함으로써 최소한의 제재 권한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선사회의 불편한 진실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정약용 지음/노만수 엮어옮김/앨피/404쪽/1만 6800원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용을 잠시 되돌아본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한국 최대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 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성실, 용기로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 불세출의 학자이자 경제가로 유명한 정약용은 그렇게 우리 후세들에게 남아 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明?) 내지 온 조선의 성쇠존멸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신간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조선시대의 불편한 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사회비판적 논설과 한시, 소설, 편지글 등을 주제별로 엮었다. 18세기 후반의 요동치는 정치사회사 및 다산 개인의 삶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풀어 쓴 ‘참여작가 다산’ 연구서인 셈이다. 다산의 올곧은 성품과 치열한 사회비판 의식 및 인간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문제점들과 시대적 한계를 성찰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다산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타이틀, 즉 참여파 작가라고 규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산을 실학자로 만든 사회 상황, 다산이 실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환경을 통해 다산을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 깨어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환경과 그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 시대의 거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 사회,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귀양지에서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온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책꽂이]

    마시멜로 세 번째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밥 앤들먼 지음, 공경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6년 만에 돌아온 ‘마시멜로 이야기’의 결정판. 저자들은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성공의 비밀은 뛰어난 재능이나 노력이 아니라 만족을 재촉하지 않는 능력임을 알려 준다. 가족·사랑 등을 조화롭게 끌어가는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248쪽. 1만 4000원. 차이나 3.0(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지음, 중앙일보중국연구소 옮김, 청림 펴냄) 중국과 유럽의 석학 18명이 내다본 중국과 세계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 1949년 이후 마오쩌둥 집권기를 차이나 1.0 시대로, 1979년 덩샤오핑 집권부터 세계금융 위기까지를 차이나 2.0 시대로 각각 규정한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은 이전 시대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발전할지를 예측한다. 252쪽. 1만 6000원. 우리는 왜 먹고,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가?(미셸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계단 펴냄) 인간의 생존, 번식, 유대에 관한 가이드북. 결혼의 정치학과 여성의 폐경까지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 진화의 원리를 밝힌다. 청소년기의 반항은 과연 호르몬 때문일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정말 있는 것일까 등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진다. 260쪽. 1만 3500원.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저자의 시각으로 훑은 ‘쿨’한 미국사 파노라마. “인류 역사에서 미국과 같은 ‘초초강대국’은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미국을 제대로 알아야 친미·반미의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동차가 성 문화를 어떻게 바꿨고, 왜 오바마 대통령이 혼혈이 아닌 흑인인지를 논리적으로 풀어 본다. 352쪽. 1만 6000원.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다이애나 홍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대한민국 1호 독서 디자이너가 밝히는 최고의 자기계발법. “읽으면서 성장하고, 쓰면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책. ‘독서대왕’ 세종은 무작정 읽었고, 반복해서 읽었고, 가슴으로 읽었으며, 읽은 책을 토론하며 신하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40, 50대를 변방에서 보냈는데, 불행했던 그 시간이 학계엔 축복이었다고 주장한다. 248쪽. 1만 4000원.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대니얼 데닛 지음, 유자화 옮김, 옥당 펴냄) 뇌는 어떻게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느냐는 문제를 풀어 간다. 우리의 몸이 정신과 육체라는 두 가지 실체로 나뉘어 있음을 주장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맞는지 추적한다. 전통적인 이론을 반박하고 다중원고 모형이란 이론을 펼쳐 보인다. 652쪽. 3만원.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백승휴 지음, 끌리는책 펴냄) ‘포토테라피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 치유와 희망을 노래한다. 25년간 인물사진을 찍어 온 저자는 “사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며, 사람의 내면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쪽. 1만 3000원.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니콜 립킨 지음, 이선경 옮김, 더숲 펴냄) 경영 심리학자가 풀어낸 현장 리더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 해결법.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오랫동안 기업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얻은 실제 사례들을 소개한다. 리더들이 부딪치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즉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언한다. 332쪽. 1만 5900원.
  • 서울 택시요금은 ‘새것’ 승차거부 대책은 ‘헌것’

    서울 택시요금은 ‘새것’ 승차거부 대책은 ‘헌것’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되지만 승차 거부 등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가 2일 시청 기자실에서 발표한 택시 서비스 개선대책이 재탕, 삼탕이기 때문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 ‘서울 택시역사를 새로 쓴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요금 인상만 체감할 뿐 만연된 승차 거부 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12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종전보다 600원 오른 3000원으로 인상하고 시에서 타 시·도로 넘어갈 때 20% 할증하는 ‘시계외 요금’을 4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택시요금인상안을 발표했다. 또 승차 거부 신고 단순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택시 요금 인상은 4년 4개월 만이다. 중형택시 거리 요금은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조정된다. 시 인근 11개 도시로 이동 시엔 시외 할증 요금이 부활한다. 콜택시의 콜 이용료(1000원)는 심야(밤 12시~오전 4시) 시간에 2000원으로 인상된다. 이런 요금 인상에 맞춰 시는 서비스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대부분이 이전에 내놨던 대책들도 채워졌다. 서울 강남과 종로 등 승차 거부 단속 강화, 주차단속 폐쇄회로(CC)TV 이용 단속 등 이미 나왔던 대책이라 실효성에도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승차 거부 등을 근절할 핵심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남과 종로, 무교동을 중심으로 오후 11시~오전 1시 승차 거부가 심각한 상태라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 해 동안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1만 5000여건의 택시 승차 거부 신고가 접수됐지만 과태료나 자격 정지를 받은 건수는 10%인 1500여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승차 거부가 사라지지 않고 신고 대비 제재 건수가 적은 것은 승차 거부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속 직원이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찍어서 승차 거부를 입증한다고 나섰지만 야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성능이 아주 뛰어난 카메라나 적외선 장치가 달린 카메라가 아니면 번호판 등이 뚜렷하게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속 직원들의 장비를 첨단화하거나 미스터리 쇼퍼와 같이 방송용 몰카를 이용해 승차 거부를 녹화하는 등 단속 기법이 첨단화되지 않는 이상 승차 거부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운(45·강서구 화곡동)씨는 “서울시가 항상 택시요금을 올리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양치기 소년과 같다”면서 “서울시가 요금 인상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승차 거부 등을 단속하는 데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서울 택시 기본요금 3000원으로 인상…일산·분당 할증도 부활

    서울 택시 기본요금 3000원으로 인상…일산·분당 할증도 부활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오른다. 서울시와 맞닿은 11개 도시로 갈 때는 적용되지 않았던 시계외(市界外) 요금도 4년 4개월 만에 부활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택시요금 인상안을 2일 확정해 발표했다. 거리요금도 현행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오르며 시간요금은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모범택시는 기본요금이 5000원으로 500원 오른다. 시간·거리 요금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1개 업체에서 24대만 운영 중인 소형 택시는 중형 택시로 전환되고 있어 요금 인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요금 인상률이 10.9%라고 밝혔지만 일산, 분당 등에 거주하는 승객은 밤늦게 택시를 타면 시계외 요금과 시간 할증(0∼오전 4시)이 더해져 체감 인상 폭이 더 클 전망이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과 함께 승차거부 택시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기존에는 전체 차량번호(서울00 가0000)로만 신고할 수 있었지만, 뒷번호 4자리 숫자만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승차거부 신고는 다산콜센터(☎120)로 하면 된다. 서울시는 택시 위치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통합형 디지털 운행 기록계’를 연말까지 전 택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승차 거부 택시기사는 기존 과태료 20만원 외에 준법·친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시간은 4시간에서 16∼20시간으로 강화됐다. 서울시는 또 강남역, 홍대역, 종로 등 승차거부가 빈번한 곳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 수준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택시 운전기사가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달부터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시는 의견 수렴을 거쳐 택시기사 지정복장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승객이 없거나 운행 중이 아니더라도 택시 내 흡연은 전면 금지된다. 여성 운전자 보호 등을 위해 택시 내 CCTV를 연말까지 모두 설치하고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격벽을 두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이른바 ‘총알택시’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운행 중 최고속도가 시속 120㎞가 넘으면 경고음이 울리는 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으로 법인택시 기사가 월평균 24만원 안팎 가량 소득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비스와 운수 종사자 처우가 함께 개선되는 인상안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민에게 신뢰받는 서울 택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평등 외쳤던 정여립 되살리고 싶었어요”

    “평등 외쳤던 정여립 되살리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해 반역자가 된 불우한 정치가, 정여립을 픽션으로 되살려내 현재로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소설 ‘홍도’(다산책방)로 제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김대현(45) 작가가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간담회를 열었다. 138편의 응모작을 제치고 당선된 ‘홍도’는 정여립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던 동현이 자신이 433세이며 정여립의 외손녀라고 주장하는 홍도를 만나며 시작된다. 노르웨이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8시간의 비행 동안 동현은 조선시대 중반부터 현대까지 휘감아도는 홍도의 이야기를 ‘소설’이라 생각하며 듣지만 어느새 빠져들고 만다. 기축옥사, 임진왜란, 천주박해 등 역사의 큰 물줄기와 홍도 개인의 역사가 섞여들며 흘러가는 서사가 흡인력 있게 전개된다. 특히 환생한 아버지, 연인과 거듭 만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죽지 못하는 여자 홍도라는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범신 소설가는 “‘홍도’라는 캐릭터 덕에 우리는 이제까지의 역사와 달리 타자의 윤리학과 정치학이 팽팽하게 살아 있는 또 다른 역사상을 갖게 됐다”며 “이것만으로도 ‘홍도’의 문제성은 단연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정여립 누이의 손녀로 설정한 홍도는 내가 잘 아는 사람, 아내에서 캐릭터를 따온 인물”이라며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이 인물을 통해 역사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의미를 주고, 역사적 사실과 개인이 흘러온 시간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첫 소설로 문학상을 거머쥔 그는 영화계에서도 첫 작품으로 수상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99년 단편영화 ‘영영’을 연출해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핀란드 팜페레국제단편영화제에서 디플로마스오브메리트상과 이란 국제청년단편영화제에서 1등상을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문대성의 종아리 근육/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세종로의 아침] 문대성의 종아리 근육/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남달랐다. 여느 축구선수의 종아리와 달랐다. 축구선수는 종아리 근육이 다리 뒤쪽으로 발달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오른쪽 종아리는 안쪽으로 발달해 있었다. 거의 뽀빠이 알통 모양으로. 함께 걷던 이는 발차기 동작을 단련하느라 그런 것이며 여느 태권도 선수들이 다 그렇다고 일러줬다. 도복에 가려진 인내와 고난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문대성(무소속) 의원의 종아리 근육을 눈여겨본 건 지난달 6일 전국걷기연합회가 80여명의 청소년과 함께 시작한 국토순례 여정에서다. 지금 돌아봐도 끔찍하게 후텁지근했던 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경기 하남시 미사리까지 한강물소리길을 걸었다. 기자임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조용히 행렬을 따랐다. 문 의원은 자식 걱정 지극한 학부모가 따라오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여중생과 마치 삼촌·조카 사이처럼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진로나 학교생활, 동생과의 다툼 같은 가족사 고민까지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중에 들으니 첫날 밤 집에 가서 잔 뒤 이튿날 다시 찾아와 미사리부터 남양주 다산마을까지 걸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논문 표절이란 심판대에 올려진 궁색함 때문이리라. 얼마 전 도덕적 흠결로 물러난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올림픽공원역 근처에서 올림픽회관 근처까지 함께 걸었다. 추리닝 차림으로 나온 그는 차관회의에 늦겠으니 빨리 가시라는 주최 측의 만류를 뿌리쳤다. 못내 아쉬운 듯 터뜨리던 특유의 함박웃음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그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못살게(?) 군 것은 널리 알려진 일. 그의 열정이 첫 체육인 출신 차관이란 영광으로 돌아왔지만 그 영예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자도 처음엔 평생 사격과 지도에만 매진해온 그의 차관 임명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관료를 통제하고 얽히고설킨 체육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 시점에 만난 체육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기자의 좁은 식견을 꾸짖었다.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박 차관이 그 열정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소임을 해낼 것이란 믿음이었다. 매트와 사대(射臺)에서 쏟은 땀방울에 대한 보상으로 국회의원과 차관으로 변신한 두 사람의 오늘은 닮아 있다. 기자는 둘의 흠결이 직무를 그만둬야 할 만큼의 것인지 재량할 요량이 안 된다. 다만 ‘체육은 체육인에게’란 구호를 헛되게 하지 않을까 저어할 따름이다. 체육계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흐름에 삿된 감정이나 분란의 싹이 움트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체육계를 손보겠다고 공언해 놓고 뒤늦게 체육정책을 주관하는 체육국장을 경질한 것도 한참 앞뒤가 바뀐 것이었다. 애초에 경기단체들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예산을 틀어쥐고 통제하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비리를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도 썩 어울리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 차관이 물러난 지 보름이 넘도록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체육인이 쏟은 땀방울과 헌신, 희생을 우리 사회나 정치권이 너무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bsnim@seoul.co.kr
  • [느껴봐! 가을] 성동구, 주민 글쓰기대회… 중랑구, 공직 경험담 공모

    선득선득한 가을날엔 역시 뭔가 써야 제맛이다. 성동구는 25일 ‘성동가족 독서감상·글쓰기 경진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독후감과 자유주제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한다. 독후감은 각 부서에 100여권씩 비치된 북카페 도서나 공직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관련 책에 대한 얘기면 된다. 앞서 올해에만 500여권의 양서를 구입해 보급했다. 다산 관련 책은 260여권을 구입해 뒀고 하반기에 300여권을 더 구비할 방침이다. 자유주제는 수필이나 체험수기와 같은 형식으로 일상생활 가운데 느낀 점들을 가감 없이 내놓을 수 있다. 다음 달 21일까지 받아 최우수 1명, 우수 2명, 장려 5명 등 16명에게 상을 준다. 우수작들은 연말 성동구 소식지에 게재된다. 고재득 구청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직원들이 창의적 사고를 키우고 숨은 문학적 소질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랑구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생활의 경험을 담은 글을 공모해 에세이집을 펴냈다. 신입 직원에서 간부 공무원까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우수작 57편을 뽑아 200여쪽 분량으로 정리했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책(e-book) 형태로 제작했을 뿐 아니라 우수작은 매주 한 차례 방송되는 구내 방송에서 소개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8) 민주 윤관석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8) 민주 윤관석

    “등산으로 비유하자면 초입을 지나 이제 능선에 오른 정도입니다. 이 능선에 오르기 위해 여러 길을 거쳐온 것 같습니다.” 윤관석(53·인천 남동구을) 민주당 의원은 25일 1년 5개월여의 초선의원 생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스스로 여러 길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윤 의원은 대학졸업 뒤 1985년부터 7년 동안 인천 주안공단 등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노동운동을 했다. 이후 시민운동을 거쳐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지방선거 뒤에는 인천시 대변인을 하기도 했다. 노동·시민·행정·입법 경험을 한 것이다. 윤 의원은 “정치라는 게 백두대간의 커다란 산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행정은 산맥 내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뚫고 환경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선의원의 어려움을 다산 정약용 선생의 ‘소산폐대산 원근지부동’(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이란 시로 설명했다. 윤 의원은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운 것이 같지 않다는 뜻”이라며 “의원 개인으로서의 이해관계와 당론 등이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초선의원은 다선의원에 비해 부담감이 적어 패기 있게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당내 질서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부와 의정활동을 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현 정세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정치인으로서의 열정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관료와 정치인에게는 책임감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다만 정치관료와 달리 정치인은 열정을 가지고 있어 수동적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이지만 그는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원내대변인으로서 여야의 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당시 정부조직 개편안이라는 청와대의 요구와 국가정보원 국정감사라는 국민의 요구 사항이 충돌했지만 이를 힘의 논리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전의 국회가 ‘수에 의한 정치’였다면 국회 선진화법 이후에는 대화와 타협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결국 국회 선진화법은 여야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치 문화가 법을 못 따라 가는 형편인데, 문화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법이 잘못됐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시퀘스터(미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를 앞두고 야당의원들과 골프를 치면서 대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면서 “우리도 이런 협상 문화를 배워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전설의 괴물 ‘빅풋’ 핫스팟 지도 공개

    전설의 괴물 ‘빅풋’ 핫스팟 지도 공개

    ‘빅풋’(BigFoot)의 주요 출현장소를 한데 모은 지도가 공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빅풋은 미국·캐나다의 로키산맥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전설의 괴물로, 일명 사스콰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스콰치는 캐나다 서해안 지역의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털이 많은 거인’이라는 뜻이다. 이번에 공개된 지도는 빅풋영역탐색단체(BigFoot Field Researchers Organization)가 1921년부터 92년간 빅풋이 목격된 지역을 모두 표시한 것으로, 자주 출몰하는 핫스팟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총 3313곳에서 목격됐으며, 미주리 지역의 목격빈도가 캔자수 지역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제작한 빅풋영역탐색단체의 존 스티븐스 박사는 “지도를 보면 목격·출현 지역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마치 인구밀도를 표시한 지도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오하이오 강가와 미시시피 강가, 시에라네바다산맥과 플로리다 중심부 등에서 출현이 잦았다”고 덧붙였다. 인구밀도와 빅풋 목격 횟수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사실이 없다. 그는 “인구밀도가 낮음에도 목격 횟수는 높은 지역이 있는 반면, 반대의 성격을 띠는 지역도 있다”면서 “일부 핫스팟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휴양지이다. 인구밀도와 빅풋 핫스팟의 연관관계는 더욱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글로벌 시대] 지속 가능한 북극지역 ‘개발과 보호’를 위하여/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 전공 교수

    [글로벌 시대] 지속 가능한 북극지역 ‘개발과 보호’를 위하여/윤영미 평택대 외교안보 전공 교수

    풍성한 한가위, 훤하게 뜬 보름달이 유난히 보기 좋았다. 또 북극 탐사 중인 쇄빙선 아라온호에서 보내온 북위 70도의 북극 보름달과 달무리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난 16일에는 한국 선사 최초로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북극항로 화물 수송 시대를 개막했다. 내빙선 ‘스테나 폴라리스’가 북극해를 통과해 10월 중순 광양만에 도착하게 된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두꺼운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2008년 12월 TV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서 북극곰들이 먹이와 살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북극의 빙하 면적이 1년 전보다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로 북극권 빙하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과 다른 것이다. 그러나 온난화의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2045년 무렵 여름에는 얼음이 다 녹아 쇄빙선 없이 운항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극은 천연가스와 석유, 희토류 등 천연자원의 보고(寶庫)로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에너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오랫동안 북극항로 개척과 개발을 주도해온 러시아는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기 북극군 창설과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별 북극 개발’을 수립했다. 미국은 2009년 안보와 자원개발 청사진, ‘북극지역 정책’을 발표했다. 탐사 예산을 40% 증액하기도 했다. 2009년 시작된 북극 해상무역은 항해 일수와 운항 선박이 증가 추세다. 북극항로의 상업적인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연중 항해는 7~10월만 가능하다. ‘신해상 실크로드’로 불리는 북극항로는 부산과 베링해를 경유, 러시아의 무르만스크에서 유럽으로 연결된다. 수에즈를 통과하는 유럽노선보다 7000㎞가 단축되고, 항해 일수도 10일 정도 줄어든다. 향후 글로벌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산항과 동해지역의 허브항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1986년 남극조약 서명을 시작으로 세종기지를 세웠고,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북극다산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어 2009년 아라온호가 출항했고, 2010년에는 그린란드와 자원개발과 관련한 4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2년 뒤 본격적인 개발이 가능해진 ‘스발바르 조약’에도 가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140개 국정과제 중 13번째로 ‘북극항로와 북극해 개발 참여’를 선정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5월 1996년 창설된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는데, 러시아·미국 등 8개 북극 연안국들이 정책을 논의하는 국제협력 기구다. 정부는 정기회의 상시 참여와 의사 개진 등 역할이 다양해졌다. 아직 북극항로는 위험하고, 연안국가들 간의 해양영유권을 둘러싼 배타적 경제수역(EEZ) 갈등, 원주민 감소와 환경문제와 제약점을 안고 있지만, 신항로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와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협력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미 중·일과 유럽연합(EU)은 인력과 예산 확충을 포함해 공세적인 선점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북극의 ‘개발과 보호’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실질적인 국제협력에 더 주력해야 한다. 북극외교를 주도하는 ‘북극정책 컨트롤타워’ 신설, 예산 확보, 북극연안국들 및 원주민들과의 유대 강화, 환경보호 활동과 북극항로를 주도하는 러시아와의 협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 또 항만과 관광 개발, 북극연구와 학술 지원 확대 그리고 전문가 양성 등 일자리 창출도 기대해 본다.
  • [기고] 공공·민간 파트너십 통해 친북극해 정책 추진돼야/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기고] 공공·민간 파트너십 통해 친북극해 정책 추진돼야/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1991년 5월 7일은 우리나라의 오로라탐험대가 도보로 북극점을 밟아 세계에서 11번째 북극점 정복 국가가 된 날입니다. 2002년 4월 29일은 우리나라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다산과학기지를 설치함으로써 세계에서 12번째 북극과학기지를 갖게 된 날입니다. 그리고 2013년 9월 16일, 우리나라 선사에 의해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첫 시범 운항이 시작된 날입니다. 모험과 과학 정신으로 시작된 우리의 북극해 도전이 20여년 만에 본격적인 비즈니스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북극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얼어붙은 바다가 아니라 우리에게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우리의 물건이 세계로 운송되는 해상 고속도로로 점차 변모해 우리의 생활과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상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경제 시스템을 가진 교역 국가로서, 북극해가 주는 의미가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이러한 북극해의 변모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이유, 즉 러시아가 북극해를 개방했다는 점, 북극해의 해빙이 급속히 녹고 있다는 점, 조선 및 항행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는 점에 기인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극해는 많은 기간 얼음으로 덮여 있고 자유로운 항행에 어려움이 있으며 환경 피해 예방 및 대책과 인프라의 부족, 원주민 등 지역 주민의 안정된 생활 유지 등의 많은 도전 과제들이 지구촌의 장기적이고 합심된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5일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국가로 가입한 것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매우 적절하고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 후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북극종합정책 추진 계획이 발표되고 국가 기본 계획 격인 북극정책 마스터플랜이 마련되고 있어 북극해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까워진 북극해는 우리에게 보다 큰 책임과 노력, 기여를 요구할 것입니다. 이번 시범 운항을 계기로 북극에 대한 연구가 더욱 강화되길 바라고,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북극해 이용과 개발을 위한 친북극해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합니다.
  • 추석 연휴 아프면 콜

    시는 추석 연휴 기간인 18~22일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비상 진료 체계를 갖춘 응급 및 당직 의료기관 1990곳과 당번 약국 3692곳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등 지역 센터 30곳, 양천구 홍익병원 등 지역 기관 24곳, 강남구 차병원 등 종합병원 11곳까지 모두 65곳이 응급 의료기관이다. 당직 의료기관은 병·의원 1874곳이 번갈아 가며 비상 진료를 한다. 해당 의료기관과 약국은 구급상황관리센터(119 또는 1339), 120다산콜센터, 시·구 홈페이지, 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www.1339.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헛돈만 쓴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

    이명박 정부 동안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하면서 투자 기준을 어기거나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은 16일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등 15개 주요 공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사업과 경영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적정한 사업 추진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공기업,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총 10개 공기업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2008년에는 7조 5000억원대였던 투자액이 2012년에는 34조원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회수율은 2008년 68.3%에서 2012년 30.3%로 곤두박질쳤다. 한전은 한수원과 함께 2009년 니제르에 있는 우라늄 광산 지분을 3000여억원에 사들였다. 한전은 우라늄 광산 사업의 수익률이 최저기준 수익률보다 낮은데도 이사회에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현재 공사 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증가해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생태다. 가스공사는 2012년 옛 지식경제부의 승인을 거쳐 카타르와 162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도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장기 물량을 비싼 값에 확보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이유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북미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 추세임에도 수요 대비 96~102%에 이르는 초과 공급 물량을 계약했다. 지경부는 해외 자원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규정을 어기고 해외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경부는 호주의 석탄층 가스전 개발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 국외훈련 시 법에 따라 거쳐야 하는 안전행정부 장관과의 협의 없이 호주 천연가스 판매업자로부터 유학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경부 공무원 2명은 유학 휴직으로 1년간 약 1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호주 유학을 다녀왔다. 공기업의 성과급 지급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1년과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내부 화합을 이유로 정부의 등급에 따른 차등 지급률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과다산정하는 바람에 철도공사 등 18개 기관에서 최근 3년간 퇴직자 1만 7590명에게 과다지급된 퇴직금이 947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인천 루원시티와 시흥 군자지구 등 도시개발사업을 부적절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거액의 사업비를 낭비했다. 옛 주택공사는 2005년 인천시와 루원시티 사업에 대한 기본 협약을 체결했고, 인천시는 2007년 검단신도시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공사를 지정했다. 1조 6945억원을 들여 토지보상을 시행하고 용지를 확보했지만 현재 수요가 없어 조성 공사가 중단됐다. 감사원은 이번 15개 공기업 감사 결과 관련자 9명에 대한 징계와 문책 요구 및 인사자료 통보 등 모두 141건의 조치를 내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출근 지옥철’ 9호선 급행운행 늘린다

    출근시간대 서울 9호선 급행열차 운행이 크게 늘어난다. 출근시간대 9호선이 ‘지옥철’임에도 서울시가 미온적으로 대응<서울신문 6월 6일자 9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30일부터 평일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 9호선 일반열차와 급행열차의 운행비율을 기존의 2대1에서 1대1로 조정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렇게 조정하면 평일 출근시간대 일반열차 운행은 10차례가 줄고 급행열차 운행은 14차례 늘어난다. 급행열차 운행 간격도 10분에서 6분 40초로 줄어든다. 시는 이런 조치에 따라 일반열차의 수요 가운데 10% 정도가 급행열차로 옮겨지면서 급행열차 혼잡도가 236%에서 20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근시간대 이외의 시간과 주말 및 공휴일에는 일반 대 급행 열차의 비율이 2대1로 유지된다. 강서와 강남을 잇는 9호선은 24개역 모두에 정차하는 일반열차와 9개 역에만 정차하는 급행열차가 함께 운행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신논현역까지 일반열차는 50여분 걸리지만 급행열차는 30분 만에 도착한다. 이 때문에 출근시간대에는 사람들이 급행열차에만 몰려 엄청나게 혼잡하다. 바뀐 운행시각은 9호선 홈페이지(www.metro9.co.kr), 120 다산콜센터, 도시교통본부 트위터(@seoulgyoto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18번째 새끼 본 기린 엄마 세계 최고 다산여왕 장순이

    18번째 새끼 본 기린 엄마 세계 최고 다산여왕 장순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 밸리’의 스타 동물로 손꼽히는 암컷 기린 ‘장순이’가 세계 최다산 기록을 세웠다.에버랜드는 1990년 처음으로 출산한 장순이가 지난 8일 18마리째 암컷 새끼를 낳아 세계 동물원에 살고 있는 개체 정보를 관리하는 ‘국제 종(種) 정보 시스템(SIS)’에 가장 새끼를 많이 낳은 기린으로 등재됐다고 9일 밝혔다. 출산한 날은 장순이의 27회 생일이기도 했다. 장순이는 17마리를 낳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 ‘람바’(1982∼2005년)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람바는 이미 사망해 장순이의 대기록을 깰 기린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순이가 다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동물친화적 사육 환경 ▲전문적인 사육사의 보살핌 ▲남편 ‘장다리’와의 금실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에버랜드는 밝혔다. 특히 ‘사파리 월드’ ‘초식 사파리’ ‘로스트 밸리’ 등 고립된 공간이 아닌 동물친화적 환경의 ‘생태형 사파리’에 계속 거주하며 건강한 임신 기간을 보낸 게 장순이의 다산에 도움이 됐다. 24년을 동고동락하며 변함없는 부부관계를 이어 온 동갑내기 남편 ‘장다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6년간 장순이와 함께하며 새끼 18마리를 모두 받아 낸 김종갑 사육사는 “장순이는 고령에도 자궁을 비롯한 신체 전반이 건강하다. 사육사로서 장순이처럼 건강한 기린을 만난 것은 큰 복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13일까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새끼 기린의 이름을 공모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의암호 중심으로 카누 대중화 실현… 지역과 상생하는 길도 꾸준히 모색”

    [명인·명물을 찾아서] “의암호 중심으로 카누 대중화 실현… 지역과 상생하는 길도 꾸준히 모색”

    “남녀노소 누구나 카누를 손쉽게 즐길 방법을 찾다 물레길을 만들었습니다.” 화성 탐사선 로봇팔을 연구하던 공학 박사가 강원 춘천 의암호를 중심으로 물레길을 만들어 카누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사단법인 물레길 장목순(47) 이사장은 전기전자공학 박사로 지금도 강원대 교수직이 본업이지만 수업이 없는 날에는 물레길 카누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장 이사장이 카누를 접한 것은 2006년 공학 연구를 위해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현지 지도교수 가족들과 섬이나 호수로 카누 캠핑을 많이 다녔다. 카누 캠핑에 흠뻑 빠졌던 그는 귀국 뒤 직접 카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누 제작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독학으로 배웠다. 캐나다산 적삼나무를 구입해 조각을 깎고 이어 붙인 뒤 방수를 위해 에폭시 처리를 하고 유리섬유를 입히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3년 만에 손수 만든 첫 카누를 춘천에서 열린 월드레저경기대회에 선보이면서 춘천시와 인연을 맺어 2011년 처음 물레길을 열게 됐다. 첫해에는 카누에 대한 인식과 홍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부터 아름다운 의암호 물레길을 찾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업도 단순 카누 즐기기에서 캠핑과 카누 제작, 태양광 보트 제작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카누 제작에는 재료비를 포함해 280만원이 들지만 2인승 수제 카누 1대가 500만~600만원에 이르고 수입 카누는 1000만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해 최근에는 음악이 있는 ‘물레길 페스티벌’도 열었다. 물레길을 이용하면 춘천 지역 문화 시설, 맛집 등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5000원권 ‘행복문화권’도 나눠 주며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장 이사장은 “의암호의 풍광은 세계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면서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카누 캠핑 등이 가능해 물레길을 많이 늘려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세종시 신입·신혼공무원 보금자리 첫삽

    세종시 신입·신혼공무원 보금자리 첫삽

    정부세종청사로 발령을 받아 가족들과 떨어져 마땅히 살 곳이 없는 신입, 신혼부부 공무원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마련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15년 5월까지 세종특별자치시 1-4 생활권 도담동에 350가구 규모의 ‘세종시 공무원 통합관사’(다산마을)를 짓기로 하고 5일 기공식을 했다. 다산마을은 대지 면적 1만 5569㎡의 국유지에 건물 연면적 2만 3754㎡, 지상 15층, 지하 1층 규모의 4개 동으로 지어진다. 신입 공무원을 위한 독신자형 300가구는 냉장고와 일체형 가스레인지를 기본적으로 설치한 원룸이며 신혼부부형 50가구는 방에 거실이 딸린 1.5룸 구조다. 전용면적은 독신자형의 경우 286가구는 21㎡(6.35평), 14가구는 23㎡(6.95평)이고 신혼부부형은 34㎡(10평)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 체력단련실, 편의점 등의 부대시설도 들어선다. 기재부는 내년 하반기에 입주자 모집 요강을 발표하고 신입, 신혼부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입주자 추첨을 할 계획이다. 월세이며 보증금은 없다. 이번 사업은 정부와 캠코가 국유재산관리기금으로 국유지를 개발해 임대 및 분양하는 제1호 기금 개발 사업으로 총 46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녹취록 과장…내란음모 해당 안돼”

    통합진보당 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대책위 공동 변호인단’이 첫 공식 회의를 갖고 국가정보원 수사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대표 변호사를 필두로 한 변호인단은 지난 2일 오후 7시 비공개로 첫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 변호사는 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선 녹취록의 내용이 과장됐고, 사실이라 해도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녹취록 내용만으로는 국토 참절과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고, 구체성이나 실질적 위험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인 증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3년간 추적해 왔다고 하지만 국정원이 확실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5월 모임에 대한 녹취록뿐이다. 3년간 한 차례 이 같은 대화를 나눈 것을 계획적인 내란 음모의 증거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녹취록 작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현행법상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도 감청 기간은 2개월을 넘지 못하며, 기간을 연장해야 할 적합한 사유가 있을 때엔 소명 자료를 첨부해 다시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무기한 감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불합치 판단을 받았다. 국정원이 근거 없이 3년간 계속 감청을 해 왔다면 이것은 불법 녹취며, 사전에 매수한 제보자로부터 받은 녹취록도 법정에서 유효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에선 알게 된다. 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왜 소리꾼이 창을 하고, 왜 시인이 시를 쓰는지를. 씹어도 삼켜도 내려가지 않는 응어리를 진도 사람들은 ‘예술’이라 했다. 바다도 울고 칼도 울고 해海 용산역에서 KTX로 3시간을 달려 목포에 내렸다. 호남선의 시작과 끝을 찍는 목포역은 개청 100주년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1913년 태어난 목포역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겪으며 1세기를 무던히 견뎌냈다. 목포에서 다리 하나만 넘으면 진도다. 진도대교를 넘는 순간, 바다가 흐느껴 울었다. 생명줄을 잡고 있는 존재만이 운다. 그래서 진도대교가 길게 누워 있는 ‘울돌목’은 그냥 바다가 아니다. 좁고 깊은 골짜기를 낀 울돌목의 파도는 제 존재를 증명하고자 부지런히 온몸을 비틀고 꼬았다. 바다의 연주에 맞춰 칼의 노래가 들렸다. 충무공 이순신이 울돌목을 굽어봤다. 순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대치하면 ‘명량鳴梁’이 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명량을 이용해 이순신은 왜구의 배 330척을 물리쳤다. 그가 거느린 배는 고작 13척뿐이었다. 영웅담은 과대 포장되기 마련이지만, 이순신의 이야기에선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졌다. 허깨비를 좇는 정치에 죽을 뻔하고, 백의종군하던 중 모친상을 당하고, 전쟁 도중 아들을 잃었다. 그건 할리우드 영화 속에 나오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로 피눈물을 흘린 인간의 이야기였다. 매년 울돌목에선 명량대첩일인 음력 9월16일을 기점으로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올해 9월27일부터 9월29일까지 울돌목에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마음으로 싸운 이순신을 만날 수 있다. 진도의 바다는 우는 것도 모자라 시커먼 제 속을 드러냈다. 검게 타들어 간 진도의 가슴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바닷길이다. 길이 2.8km, 폭 40m의 이 길을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바다 위에 갈색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것만 같다. 뱀의 비늘이 알록달록해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 때문이다. 진도군은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35번이나 치렀다. 지난 4월 나흘간 개최된 올해 축제에는 무려 51만명이 다녀갔다. 매년 4~5월경 잠깐 열렸다가 닫히는 ‘찰나의 길’인지라 여름에 찾은 바닷길은 행방불명이었다. 바닷길을 지켜본 동상 두 개가 ‘기적을 믿어라’고 했다. 목격자는 멀리서 바닷길을 지켜보는 피에르 랑디 동상과 다른 하나는 축제 현장을 지키고 선 뽕할머니 동상이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피에르 랑디는 진도의 바닷길을 보고서 ‘모세의 기적’이라 프랑스에 전했고, 그 덕분에 프랑스 신문에 진도가 소개될 수 있었다. 피에르 랑디는 실존 인물이지만 뽕할머니는 전설 속 인물이다.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빈 마을에 혼자 남겨진 뽕할머니가 이웃 섬으로 도망간 가족을 그리워하자 용왕이 ‘길’을 내주었다는 전설은 신비의 바닷길의 모태가 됐다. 신비의 바닷길┃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신비의 바닷길 74 홈페이지 miraclesea.jindo.g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풍경 앞에선 붓이 춤춘다 서화書畵 진도의 바다 옆에는 늘 논이 따라다녔다. 바다 너머 논, 논 너머 바다…. 물과 흙이 진도 사람을 빚어냈을 것이다. 진도에선 보이는 대로 툭 찍어내는 사진이 아니라 뭉툭한 연필로 쓱쓱 그리고 고운 물감으로 덧칠한 풍경화가 갖고 싶었다. 사물 하나 제대로 스케치하지 못하는 아둔한 손을 원망했다. 재주 없는 외지인의 마음이 이러한데, 진도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진도의 미술관은 진도 출신의 작가와 진도의 풍경이 담긴 그림 위주로 전시를 꾸리고 있었다. 서예가 장전 하남호 선생이 사비를 들여 만든 남진미술관은 아늑하고 소담했다. 미술관 정원에는 색이 고운 토기와 조각품이 가득 메워져 있고 별관에는 분청사기, 백자, 청자 등이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술관 본관으로 들어가면 책에서 봤던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 다닌다. 이름만으로 무게가 느껴지는 추사 김정희와 한호 한석봉의 글씨를 알현하고, 대원군 이하응의 박력이 느껴지는 글씨도 볼 수 있다.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무정 정만조, 고균 김옥균, 계정 민영환 등의 작품도 미술관 곳곳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미술관의 벽면 한쪽을 크게 메운 그림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다산 정약용의 ‘홍매도’다. 다산의 유배지는 진도가 아니라 강진이건만 정약용이 그린 매화 그림은 진도에까지 진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진도의 그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의 흔적을 밟아야 한다. 운림산방은 진도 출신의 허련이 여생의 끝자락을 보내던 화실이다. 이곳을 지키는 건 연꽃이 동동 떠 있는 호수와 의젓한 소나무, 하늘거리는 배롱나무 등이다. 운림산방은 배우 배용준과 전도연 주연의 영화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허련은 평생 한 스승를 우러러봤다. 허련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 준 추사 김정희 말이다. 추사는 중국 원나라의 4대 화가로 손꼽힌 ‘대치’ 황공망과 견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린다 하여 제자의 호를 ‘소치’라 지어 주었다. 소치 허련이 운림산방에 기거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의 죽음 때문이었다. 허련은 스승을 만나러 제주도까지 찾아가곤 했다는데, 스승을 향한 사랑은 운림산방에서도 느껴진다. 심지어 운림산방은 뜻밖의 선물을 내어 놓았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를 본 것이다. 메마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마주 보고 꼿꼿하게 선 세한도에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글씨가 숨어 있었다. ‘서로 오래 잊지 말자’는 이 말은 귀양살이 중이던 추사가 중국에서 책을 구해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띄우는 감사의 인사다. ‘예술 혼’은 세월의 바람 앞에서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소치 허련에 이어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인 허림, 임전 허문, 허진 등 소치의 집안은 5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했다. 호수 오른편에 보이는 소치 기념관에선 소치 집안의 가계도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피는 같을지언정, 각자 그려낸 그림의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한집안에서 태어난 작가들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남진미술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하미길 39 문의 061-543-0777 운림산방┃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문의 061-543-0088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진도 Q&A Q.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갤러리가 있다? 그림을 전시하고 커피와 케이크를 파는 갤러리형 카페는 봤어도 그림을 전시하며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곳은 생전 처음 봤다. 진도니까 가능한 일이다. 우초 박병락 선생이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자 음식점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수제비와 파전. 진도의 바다를 표류하던 각종 해산물이 수제비와 파전에 들어 있다. 노란 색감이 퍼지는 막걸리도 진도의 특산품인 ‘울금’으로 만들어져 독특하다. 울금은 생강과 식물로 울금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카레의 주원료가 된다. 우초 선생의 그림은 진도스럽다. 진한 먹으로 그려낸 작품에선 검정빛 개펄이 살아 있다. 소나무 너머의 바다, 갯벌의 변화, 낙조 등 작품의 주제는 진도를 비켜가지 않는다. 작은 갤러리┃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 300 문의 061-544-0071 Q. 진도개? 진돗개? ‘진도개’는 진도를 알리는 일등공신이다. 1993년 5살짜리 진도개 백구가 대전으로 팔려갔으나 주인을 잊지 못하고 7개월간 팔백리길을 달려 옛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얘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에서는 똑똑한 진도개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명연기부터 조련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고난이도 묘기도 부린다. 여기서 잠깐! 진돗개와 진도개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사이시옷 맞춤법을 따르자면 ‘진돗개’가 맞지만 진도 사람들은 진돗개를 ‘진도개’라 부른다. 1963년 진도개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될 당시 진돗개가 아니라 진도개로 등재됐기 때문이란다. 진도개라는 단어에는 ‘진도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진도 군민의 자부심이 배어 있는 셈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주소 전남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 홈페이지 dog.jindo.go.kr Q. 홍주는 섞어야 맛있다? 진도의 특산품은 헤아리기 어렵다. 꼬들꼬들하고 튼실한 돌미역,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불리는 구기자, 한겨울에도 잘 자라는 대파 등…. 수많은 특산품을 비집고 진도 토속주인 ‘홍주’가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됐다. ‘지초’라는 약초를 가미해 색을 낸 홍주는 이름 그대로 새빨갛다. 도수가 무려 40도를 웃돌기 때문에 주당이 아니라면 그냥 마시기 쉽지 않다. 맥주잔에 맥주를 70% 가량 채운 뒤 홍주를 약간 부으면 마치 맥주 위에 해가 뜬 것 같은 ‘일출주’가 된다. 맥주가 든 맥주잔 안에 홍주가 든 소주잔을 넣으면 ‘일몰주’. 또한 투명한 사이다와 홍주를 섞으면 접점 부분이 분홍빛으로 바뀌어 상당히 곱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하더라 가무歌舞 “진도 앞에선 서화가무를 자랑하지 마시오”라는 충고는 허풍이 아니었다. 예술이라는 향수를 얼마나 뿌린 것인지, 나중에는 예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특유의 진도 내음이 풍겨 왔다. 아리랑마을 관광지 내 아리랑체험관에서 아리랑은 물론이고 사물놀이, 진도씻김굿 등을 간접 체험했다. ‘지잉’ 징이 울면 바람이 불고, ‘둥둥’ 북이 울면 구름이 따라왔다. ‘꾕꾕’ 꾕과리가 소리치면 천둥이 밀려왔고, ‘덩기덕’ 장구가 움직이면 비가 쏟아졌다. 논밭을 일궈 살기 위해 그들은 악기를 쳤다. 자연을 ‘적’이 아닌 ‘동지’로 만드는 우리 민족의 지혜다.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에서 전승된 ‘남도 들노래’는 아예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남도 들노래 하면 지산면 인지리의 조공례 할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소리에 미친 조공례 할머니의 윗입술은 “노래하지 말라”는 남편의 돌팔매에 찢겼다. 책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곽 시인은 입술이 찢기던 순간을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꽃잎처럼 송이송이 서럽고 고왔는디”라 묘사한다. 윗입술이 찢기고도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한 그녀는 남도들노래 창 기능 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51호가 됐다. 농사지으랴, 밥하랴, 아이 키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진도의 부녀자들은 때론 손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남도들노래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강술래의 탄생기다. 이곳저곳 정처 없이 진도를 염탐하다 보니, 해日와 이별할 시간이 오고 있었다. 해와 만나고 헤어지는 건, 먹고 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아니던가. 그러나 진도에선 해조차 특별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듯 진도의 해는 애잔하게 바다의 품에 안긴다. 떠나가는 해를 보려 세방낙조 전망대로 달렸다. 일몰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공백기를 달래 준 건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공연이었다. 중중모리 가락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관람객의 몸 사위를 따라 흘렀다. “고초장, 된장, 간장, 뗏장, 아이고 아니로구나. 초장화, 초장화, 초장화, 장화초, 장화초 아이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흥부가> 중 화초장 대목. 부자가 된 동생 흥부에게서 ‘화초장’을 빼앗아 온 놀부가 화초장을 ‘고초장’이라고 했다가 ‘초장화’라고도 했다가 정신없이 소리 질렀다. 흥부가가 끝나기 무섭게 북을 맨 세 사람이 등장했다. 양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장구처럼 양쪽으로 치는 ‘진도북놀이’는 잔가락이 많기로 유명하다. 두 손에 북채를 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심장도 북의 장단에 맞춰 쿵쿵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쩌렁쩌렁 울리던 소리가 자취를 감출 무렵, 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숨을 멎을 듯 말듯 해가 어느 순간 바다에 스며들었다. 아리랑마을 관광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아리랑길 95-5 문의 061-544-8839 세방낙조┃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세방낙조로 문의 061-544-0151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진도군청 www.jindo.go.kr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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